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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총장에 듣는다] 열린사이버대 한영호총장

    열린사이버대(www.acu.ac.kr) 한영호(韓英鎬·64) 총장은 공부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대학으로 우뚝 세우기 위해 바쁘다.“자신을 바꾸는 데에는 공부,즉 노력뿐입니다.사회도 정체돼 있으면 썩듯이 말입니다.” 열린사이버대는 원격대학 가운데 등록금이 가장 싸다.한 학기 18학점 기준으로 85만원에서 100만원 선이다.그렇다고 수업의 질이 떨어지냐 하면 그렇지 않다. “수업료가 싼 것은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그런데 값싼 수업료를 교육의 질로 연결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교육의 질은 제가 보증합니다.” 국립대인 부경대 총장까지 지낸 한 총장은 이곳에서 ‘마지막 작품’을 만드는 마음으로 일한단다. 열린사이버대는 실용어문학부(모집인원 470명),보석감정딜러학부(〃 150),콘텐츠·디자인학부(〃 230명),경영학부(〃 350명),정보통신공학부(〃 150명),사회과학부(〃 350명) 등 6개 학부에 12개 전공을 두고 있다.학문적인 접근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실무적인 접근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한 총장은 “원격대학의 학생들은 딱딱한 학문보다 배움을 곧바로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학문에 비교적 관심이 많다.”면서 “이론과 실제가 접근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6일 마감하는 2004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에서는 보석감정딜러나 디지털콘텐츠,컴퓨터디자인,영어,부동산학 등에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실무를 다뤄 실용적인 까닭이다.올해 첫 신입생을 뽑는 보석감정딜러학부는 종로4·5가의 귀금속거리와 연계,디자인·세공 등의 과정에 대해 실질적인 실습도 가능케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총장실도 학생들의 실습실로 내줄 생각을 갖고 있다.지난 5일 교수 5명을 뽑는 면접에서 연구실적과 함께 현장 경험에도 많은 점수를 배정했다.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다 보면 자칫 해이해질 가능성이 큽니다.때문에 조교를 통해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합니다.” 한 총장은 학생들과 두 달에 한번 꼴로 자리를 같이한다.축구동호회의 모임에도 참석하고 일부러 일정을 잡아 학생들과 소주집을 찾는다.“이 때마다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순수한 열정에 저 자신도 추스르게 됩니다.학생들에게 초심을 잃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한 총장은 교육 여건이 열악한 농어촌에 대해서도 남다른 신경을 쓰고 있다.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저비용과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실천해 대학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농어촌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고 있다.또 지난해 부산광역시 기장군과 전남 장성군 군청에 열린사이버대 분교로 설립했다.하지만 분교는 학생들이 1∼2명에 그쳐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농어촌에서 제대로 공부하려면 5명이 한 조는 이뤄야 할 것 같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한 총장은 또 열린사이버대학의 강점으로 14개 대학의 컨소시엄을 꼽았다.강릉대·공주대·동덕여대·부경대·부산외대·성균관대·성신여대·순천향대·용인대·인제대·제주대·중앙대·충북대 등이 공동 참여하고 있다.따라서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개설한 강의 수만도 수백개에 이른다.참여하는 14개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활용,오프라인대학과의 학점 교류와 편입도 가능하다. 아울러 외국 사이버대와의 교류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2001년부터 호주의 서던퀸즐랜드대학(USQ)과 인델타(INDELTA)의 네트워크를 통해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영국 더비대 등의 교수들이 진행하는 생생한 강의도 들을 수 있다. 박홍기기자˝
  • 이문열, 盧정권 향해 '쓴소리’

    페미니즘 논쟁,홍위병 논란,책 장례식 사건 등 그동안 첨예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작가 이문열(56)씨가 노무현 정권을 ‘포퓰리즘 정권’으로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인 이씨는 11일 출간될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문이당 펴냄)에서 “21세기 벽두의 한국에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란 유령이 떠돈다.”고 밝힌 데 이어 “재작년 대통령 선거로 한층 날개가 자란 그 유령이 나라 정치판을 활개짓하며 휘젓고 다닌다.”며 집권세력과 진보진영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근래 신문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이 산문집에서 이씨는 “나 돌아가리.방금 빠져 있는 부질없는 시비에서 벗어나는 대로 나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리.모두 훌훌 털고 돌아가 쓰고 꿈꾸고 사랑하며 살리.”라며 초심을 두었던 문학으로 돌아갈 뜻을 비쳤다. 하지만 이어지는 글에서 “지난 몇년 갑자기 뒤집어쓰게 된 오물 같은 세상 일부의 악담과 험구가 80년대 이래 겪은 ‘시대와의 불화’와는 전적으로 다르다.”고 말문을 연 뒤 그 이유로 세대 문제가 끼어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미래를 결정할 세대가 젊은이들이기에 세상 모양을 그들에게 맡기고 의연해지려고 해도 마음 편히 돌아설 수 없게 하는 것들이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그 대상은 “젊은이들 뒤에 숨어 헤헤거리며 개혁이나 진보로 자신들의 질 나쁜 패자 부활전을 겉꾸림하는 하류 지식인들,덜떨어졌거나 비뚤어진 생각과 믿음을 재야나 시민단체란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서 젊은이들을 홀리는 일부 기성세대”와 “지난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재단하여 무대를 꾸민 그들의 표독스럽고 간교하여 오히려 휘황해 보이는 연출에 갈수록 ‘들려’가고 있는 듯한 이 시대”라고 규정했다. 이씨는 자신이 신들메(신을 조이는 끈)를 고쳐매고 길을 떠나기에 앞서 글을 쓴 이유를 “간교하고 추악한 연출자들이 조작한 이미지에 홀려 현상과 감각만으로 세계를 파악하려 드는 (젊은)정신들에게 내 체험과 견문에 바탕한 우려와 전망을 들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인터넷을 선점한 이들의 대중 조작 등의 역기능을 통해 네거티브 현상은 급속히 정치 쪽으로 전이되었다.”며 “그 결과 디지털과 결합한 포퓰리즘에 의지해 소수정권이 집권했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책꽂이]

    ●외면 일기(미셀 투르니에 지음,김화영 옮김,현대문학 펴냄)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가가 30여권의 수첩에서 추려낸 생각의 편린을 모은 산문집.사물과 사람,책,여행지 등을 조망하면서 독특한 해석을 통해 대상물에 호흡을 불어넣는다.1만 1000원.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조용미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봄·나무·바람 등 다양한 대상을 투시하면서 그 내부의 소우주를 찾아낸 뒤 시로 형상화.시적 자아의 시선이 그윽하다.90년 등단한 뒤 꾸준히 써온 작품을 모은 3번째 시집.6000원. ●숨쉬어(안 소피 브라슴 지음,최정수 옮김,문학동네 펴냄) 2001년 열일곱 살에 등단하면서 프랑스 문단의 눈길을 끈 작가의 데뷔작.그 해 페미나상 후보에 오른 이 장편은 사춘기 소녀들의 깊은 우정을 그렸다.7500원. ●모든 돌은 한때 새였다(김영석 지음,시와시학사 펴냄) 70년 등단한 시인의 세번째 시집.초심으로 돌아가 세상의 근본과 자신의 모습을 찾자고 노래한다.34편의 작품에서 선시에 가까운 절제된 시어로 존재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았다.1만 5000원. ●알타미라 벽화(정진경 지음,현대시 펴냄) 이 땅의 여성으로 살면서 느끼는 억압을 시로 표현.야성적이고 원시적인 시어를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내면의 욕망을 시와 조응시킨다.2000년 등단한 뒤 낸 첫 작품집.6000원. ●나는 공부를 못해(야마다 에이미 지음,양억관 옮김,작가정신 펴냄) 일본 인기 여성작가의 연작 소설집.학교 성적에는 관심이 없는 주인공 히데미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교생들의 성(性)과 순정을 재미있게 엮었다.8500원. ●그래,연애만이 희망이다(무라카미 류 지음,김자경 옮김,제이북 펴냄) 일본 대표작가의 연애 에세이.연애를 낭만적 감정으로만 보지 않고 경제와 사회 현상에 연결.기발한 발상으로 현실에 발을 디딘 연애를 통해 삶의 희망을 들려준다.8500원. ●행복한 왕자(오스카 와일드 지음,이동진 옮김,이가서 펴냄) 탐미주의 예술의 대명사인 작가의 대표작.불쌍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동상에 박힌 보석을 뽑아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그림을 보태 어른을 위한 동화로 꾸몄다.1만원.˝
  • [씨줄날줄] 블랙홀 정당/강석진 논설위원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며 인간은 하늘의 말씀을 구하기도 하고,우주의 신비를 풀려고 애쓰기도 했다.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말씀’과 달리 우주에 대한 이해는 빠르게 변화 발전했다.20세기에만 해도 상대성이론,빅뱅(Big Bang)이론이 나왔고 블랙홀(Black Hole) 존재의 확인도 이뤄졌다.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커서 모든 물질,심지어 빛까지도 빨아들이는 천체다.블랙홀을 향해서 떨어진 물질은 높은 밀도로 압축되면서 그 물질의 특성을 잃고 만다.빛조차 탈출할 수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고,따라서 ‘블랙’이라는 말이 붙었다.블랙홀의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오면서 입증됐고 1976년 호킹 박사가 블랙홀도 소멸할 수 있다는 놀랄 만한 이론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총선을 앞두고 우리 사회의 별처럼 반짝이는 많은 인재들이 한 곳으로 쏠려들어가고 있다.정당 특히 여당이다.전직 인사는 물론 현직 장·차관,관료,경찰 간부,언론인,방송인,연예인,여성계 인사,판사,지방자치단체장,시민단체 간부에 `얼짱´까지 줄줄이 빨려 들어가고 있다.급기야는 현역군인 서열 1위이자,임기가 2년으로 규정돼 있으며,현 정부 들어서서 임명된 합참의장에게도 열린우리당의 중력이 미치기 시작했다는 보도다.무차별 영입으로 국정이 표류하고,공직사회가 동요한다는 지적도 많았지만 여당의 흡인력은 날이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는 것이다. 블랙홀과 우리네 정당이 닮은 점.주변에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빨아들이고,웬만해서는 탈출하기 어려우며,그 안에 들어가면 특성이 없어진다.깨끗한 이거나 더러운 이거나,전문성이 있거나 없거나 비슷해지고 결국 대부분 거수기,돌격대 형으로 바뀐다.다른 점도 있다. 소멸하는 블랙홀은 엄청난 에너지라도 발산하지만 정당들은 보기 흉한 퇴물들만 양산해 왔다. 정당들의 영입 행태는 또 ‘1회용품’식이다.과거의 예를 보아 이들이 얼마나 제역할을 할지,4년 뒤 얼마나 살아남을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별은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게 반짝이지,블랙홀에 들어가면 보이지조차 않는다.그래도 들어가겠다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늘 변치 않는 ‘말씀’처럼 초심을 잊지 말라고.언젠가 쓰고 버린 ‘1회용품’처럼 볼품없이 나뒹굴지 않으려면. 강석진 논설위원 sckang@˝
  • ‘전선이동’ 조순형·한화갑·김경재 총선깃발 어디 꽂나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지역구인 순천에서 전라선 열차를 타고 25일 오후 서울역에 도착했다.4·15총선 서울 출마의 첫발을 뗀 것이다. 그는 지난 19일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 직후 “당의 수도권 승리를 위해 호남을 떠나 서울에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조 대표는 출마지역을 결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상경’한 그를 서울역에 나가 맞았다. 그만큼 민주당으로서는 그의 결심이 절실하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오전 순천역 광장에서 가진 환송식에서 “당을 살리려는 초심으로 서울행 열차에 몸을 싣는다.”면서 “저의 작은 몸부림에 (호남)선배들이 동참,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구당 당직자와 시민 등 300여명이 그를 환송했다. 그의 서울행에 이어 이르면 26일 한화갑 전 대표도 수도권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인 장전형 부대변인은 “오늘,내일 중 지역구민 등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 입장 표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조 대표와 한 전 대표,김 의원 등 이른바 ‘전선(戰線) 이동’ 3인방은 그러나 아직 선거구를 결정하지 않은 상태다. 한 전 대표는 경기도 안산,일산,서울 양천을 등이,김 의원은 서울 강서을이나 동작갑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당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백지위임을 요구하고 있다.김영환 대변인은 “당의 수도권 선거에도 도움이 되고,본인들도 모두 당선되려면 총선기획단이나 상임중앙위 등 중앙당 차원의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며 당분간 출마지역을 정하지 않고 정국상황을 지켜볼 것을 주문했다. 진경호기자 jade@
  • 김홍일의원 탈당 ‘金心’ 논란/DJ 총선 중립의지 가시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의원이 20일 전격적으로 민주당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이에 따라 ‘김심(金心)’을 놓고 중립성 논란이 또다시 일 듯하다. 김 의원은 이날 전남 목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을 떠나 정치인 김홍일로서 진솔한 평가를 받고 싶다.”면서 “8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이어 “목포를 은둔의 항구에서 동북아 중심 허브항이자 서남권 중추도시로 바꾸겠다는 약속을 드렸다.”면서 “능력은 미약하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무소속 출마배경을 설명했다.그는 또 “50여년 동안 아버지가 지켜온 목포를 사수하지 못해 무척 가슴이 아프다.”고 심경을 토로한 뒤 “중앙당의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에게는 사전에 탈당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김 의원이 부인과 함께 전날 저녁 동교동을 찾아가자 김 전 대통령이 “네 문제이니 네가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는 “아버지에게 총선을 앞두고 목포 방문을 요청했으나,아버지는 ‘네가 내 마음을 더 잘 알지 않느냐.’며 방문을 유보했다.”면서 “당은 떠나지만 민주당은 총선에서 많은 의석을 얻는 등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결심 배경을 놓고 김 전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지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최근 중앙위 회의에서 호남 중진 용퇴론과 관련,지도부를 향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있는 데다 전날 조순형 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 등에도 압박을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다.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이 광주지역 기자들에게 “그동안 성역이었지만 김홍일 의원 문제를 공론화해야겠다.”고 언급한 것이 보도돼 그를 자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측근은 “당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꼭 기분 좋은 것만 있지는 않았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호남 표심 공략을 위해 DJ 중립화에 공을 들여온 점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열린우리당 박양수 사무처장은 “최근 김 의원을 두 차례 만나 김 전 대통령이 엄정중립을 지키려면 무소속으로 나오는 게 낫다고 설득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철학이 있는 재선 의원이 스스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과의 관계설이 자꾸 나오자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수정,“당이 처한 어려운 사정을 십분 이해한다.”는 구절을 뒤늦게 첨가시켰다.다른 측근도 “당에 계속 있는 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다소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동안 일각에서 그의 용퇴를 바라는 눈치도 있었으나 ‘김심’을 붙들기 위해 잔류를 희망하는 시각이 더 컸기 때문이다.김영환 대변인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얻은 육체적 고통을 짊어지고 성실히 의정활동을 해왔다.”고 치켜세운 뒤 “조 대표의 결단을 보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홀로서기를 결심한 김 의원의 충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목포에 따로 후보를 내기도 어려워 결국 ‘생니’만 뽑힌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물갈이 과욕이 빚은 자충수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은 반기는 표정이 역력했다.이미 목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결정했다.그러나 김 의원의 측근은 “열린우리당에 갈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시론]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 81만평을 서울시가 국립공원화할 것을 제안하고,도시계획상 공원지역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는 (재)서울그린트러스트가 계획중인 생활녹지 1000만평 확대와 5대 거점녹지 조성 대상(용산미군기지,김포공항 주변지역,행주산성에서 난지도까지 서울의 관문,경춘선 폐선부지,4대 하수처리장) 중 하나이며,이에 서울시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현재 조성하고 있는 뚝섬 ‘서울숲’의 규모가 35만평으로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엇비슷하다면,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는 뉴욕 맨해튼 중심에 자리잡은 101만평의 센트럴파크와 그 규모가 비슷하다.혹자는 도심의 노른자위 땅을 왜 돈이 안 되는 공원으로 만드는지 의문을 제기할지 모른다.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는 서울의 생태계를 동강내고,도심을 온통 콘크리트로 뒤덮어 버렸다.대기오염은 서울을 살인적인 환경으로 만들고 있다.다음 세대에게 서울은 희망의 땅이 아닌 위기의 도시인 것이다.현 세대는 그 책임을 통감하고 도시개발을 통한 경제적 이익보다는도시의 생명력을 복원하여 다음 세대에 물려줄 생태·환경적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앞으로 미군기지 이전과 중앙정부와 협의 등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120년간 외세에 시달려온 이 땅이 민족공원으로,시민공원으로 다시 태어나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필자는 앞으로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의 공원화를 위해 서울시와 정부,그리고 시민이 고려해야 할 몇가지 원칙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공원과 숲 조성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아야겠다.서울시의 강력한 공원화 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개발주의가 팽배해 있다.어떤 경우에도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초심이 변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한 번에 끝낼 생각을 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추진하자.앞으로 미군기지 이전부터 공원조성까지는 최소 10∼20년을 예상할 수 있다.주변의 도시계획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결국 그 혜택은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것으로,현 세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뉴욕 센트럴파크는 150년 전 도시개발을 예측하고 2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조성해 세계적인 공원으로 만들었다.오늘날 센트럴파크는 매년 2000만명의 시민이 즐기고 있다.1400종 이상의 식물과 63종의 새 70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시민공원이자,생태공원이다. 셋째,민관 파트너십으로 추진하자.기지 이전과 공원조성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확보해야 하고,오랜 기간동안 시민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시민을 위한,시민에 의한 공원조성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도시 전체가 살아날 수 있도록 하자.단순히 고립된 81만평에만 관심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도시계획 전반에 대한 검토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용산·남산·한강을 잇는 생태축 복원을 고려하고,주변도시지역의 생명이 함께 살아날 수 있는 도시계획으로 발전시켜야 용산 81만평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용산미군기지 이전부지가 ‘서울시민의 숲,민족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설문조사와 아이디어 공모전 등을 전개해 서울시민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시민단체,서울시,정부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루어 용산에 반드시 세계적인 공원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강오 서울 그린트러스트 사무국장
  • 조순형대표 “대구 출마”

    민주당 조순형(사진) 대표가 서울에서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 ▶관련기사 8면 조 대표는 19일 민주당 창당 4주년 기념식에서 “17대 총선에서는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오랜 선거구인 서울 강북을구를 떠나 대구광역시에서 출마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현역의원들,특히 다선 중진의원들의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며,국민들께 감동을 주는 살신성인의 용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가 이처럼 승부수를 띄움에 따라 민주당 호남 중진들도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대표는 “선친(고 조병옥 박사)은 3대 총선 당시 대구을구에서 당선돼 1955년 민주당 창당에 이르렀고,전란 중 내무장관으로서 대구 사수의 신화를 탄생시켜 이곳이 선친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재 중앙상임위원도 이날 “16년의 미국 망명을 마치고 돌아와 당시 평민당으로서는 전혀 불가능했던 서울 강남갑을 선택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순천발 서울행 열차를 타겠다.”면서 전남 순천을 떠나 서울지역에서 출마할 것임을 전격 선언했다.장재식 상임중앙위원도 “당이 필요로 한다면 비례대표 뒷자리에 배수진을 치겠다.”고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儒林(유림)속 한자이야기

    유림(3)에는 絶命(절명)이 나오는데,絶(끊을,뛰어날 절)은 실()을 칼(刀)로 자른다는 뜻으로 命(목숨,명령 명)과 결합되어 ‘목숨을 끊다’가 된다.죽음에 다다른 것은 臨終(臨 임할 림,終 끝날 종)이라 한다.‘죽는다’를 은유적으로 ‘북망산(北邙山)에 가다’라고도 하는데,이는 중국 하남성 낙양 북쪽의 북망산에 한나라 이후 역대 제후 등 귀족들의 무덤이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사람의 운명은 하늘에 있다 하여 ‘人命(인명)은 在天(재천)’이라고 한다.죽지 않고 오래 살기를 원함은 동서고금(東西古今:동양이나 서양,옛날이나 지금을 통틀어 일컫는 말), 남녀노소(男女老少) 똑 같다.그러나 옛날에는 오늘날보다 일찍 죽었기에 두보의 시 곡강(曲江) 중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稀 드물 희) 즉,70세까지 산 경우는 예로부터 드물었다.’라고 했다.그래서 오늘날 칠순잔치(七十이 되는 날 하는 잔치) 축의금 봉투에 ‘축 고희(祝 古稀)’라고 쓴다. 그리고 절친한 친구의 죽음을 뜻하는 말로 伯牙絶絃(伯 맏 백,牙 어금니 아,絶 끊을 절,絃 줄 현)이 있다.이는 중국 춘추시대에 ‘백아’라는 거문고 명수와 그가 어떠한 연주를 하더라도 무엇인지를 척척 알아 맞히는 ‘종자기’라는 친구가 있었는데,어느 날 ‘종자기’가 병으로 죽게 되자 ‘백아’는 더 이상 자기의 연주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여겨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는 일에서 유래되었다.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라는 뜻인 知音(知 알지,音 소리 음)’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상용어 중에는 매우 급박한 경우를 뜻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이 있는데,이를 절대절명(絶對絶命)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있다. 유림(4)에는 首(이수)가 나온다.(뿔없는 용 리)는 과 (괘이름 리)가 결합된 한자로 가 들어간 한자의 음은 璃(유리 리),離(떼놓을 리) 등과 같이 대부분 ‘리’로 발음된다 은 머리를 바짝 치켜든, 머리가 큰 한 마리 독사를 본 떠 ‘훼’라고 발음했으나,언제부터인가 몇 마리 벌레가 한 곳에서 오글거리는 모양인 蟲의 약자로서 ‘벌레 충’이라 불리었다.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류(蚊모기 문,蜂 벌 봉),기어다니는 지렁이와 뱀 종류(蚓 지렁이 인, 살무사 훼),갑각류(蛤 조개 합,蝦 새우 하,蟹 게 해) 등에는 대부분 자가 들어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蛇足(사족,뱀의 다리)이란 말에도 자가 들어간다. 蛇足은 초나라 재상인 ‘소양’이 위나라를 격파하고 이어서 제나라를 치려 하자,제나라에 사신으로 와 있던 진(秦)나라의 ‘진진’이 ‘소양’을 만나 다음과 같은 蛇足 일화를 들어 ‘당신은 지금 재상이기에 더 이상 공을 쌓아도 필요 없으니 돌아가라.’고 회유하여 돌려보낸 일에서 유래되었다. “어떤 사람이 종들에게 한 사발의 술을 주었다.그랬더니 조금씩 나눠 먹는 것보다는 땅바닥에 뱀을 제일 먼저 그린 사람이 모두 마시기로 합의하였다.그런데 한 사람이 뱀의 다리까지 그리고는 술잔을 잡아들고 으쓱거리자 다른 한 사람이 ‘뱀은 다리가 없네 ,자네의 그림은 틀렸어.’라고 하며 술잔을 빼앗아 마셨다.” 이는 史記(사기, 한나라 사마천이 지은 역사책)에 나오는 일화로 ‘쓸데없는 일을 함’을 뜻한다. 首는 頁(머리 혈)과그 위 머리털을 본 뜬 글자로 신체 중 제일 윗부분이기에 ‘머리,먼저,시초’등을 뜻한다. 예를 들면 首尾(수미:머리와 꼬리),首相(수상:내각의 우두머리),首邱初心(수구초심:여우는 죽을 때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을 향한다.즉 고향을 그리워한다는 말로 ‘예기’라는 책에 나옴),首(비석머리,도장,궁전의 돌 등에 뿔없는 용의 모양을 새겨 장식한 것) 등이 있다. 박교선 교육부 연구사
  • 병만 고치면 ‘소의’… 사회를 치유하면 ‘대의’ 사람 고치는 ‘中醫’ 길러야죠/첫 직선 여성 의대학장 울산대 박인숙 교수

    그는 할 말은 하겠다고 했다.발로 뛰고,행동으로 실천하겠다고도 했다.봉사하겠다는 결의도 더했다.학장 선거에 나선 그는 이렇게 ‘금녀의 성(城)’을 공략해 나갔다.그리고는 마치 목마(木馬) 하나에 트로이가 무너지듯 그는 타성과 관행의 벽을 넘어 당선에 이르렀다.61.4%의 예상을 뛰어넘는 득표율,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의과대학 여성 학장이 됐다. ●‘금녀의 성' 깨뜨린 철의 여인 최근 실시된 울산의대 학장 선거에서 당선된 서울아산병원 소아과 박인숙(55) 교수.그는 단순하고도 명쾌한 기질을 지녔다.그가 단순하다는 것은 생래적으로 정치적 처신을 싫어한다는 뜻이며,명쾌하다는 것은 매사에 복선을 깔지 않아 ‘예스’와 ‘노’가 분명한 원칙주의자라는 의미다.이런 기질은 그의 말에서도 가감없이 배어났다. “체질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믿는 단순함 때문인지 선거운동 때의 분위기에 견줘 득표율이 기대에는 못미쳤지만 그게 아쉽지는 않다.”고 했다.그러면서 “나를 지지했든,그렇지 않든 모든 교수들의 마음을 읽고 새로운 도약의 컨센서스를이끌어 내겠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당선이 주는 의미를 되새겨 보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우리 교수들이 변화를 원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사실,우리 대학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의과대학은 바람직한 의료 인력의 양성과 충실한 연구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많다.일선에서 뛰는 교수들이 그런 부분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나를 필요로 했던 게 아닌가 여겨진다.”고 당선의 배경을 짚었다. “선거를 거친 첫 여성 학장이라는 상징적 의미보다 우리 대학을 세계적인 의료인 양성의 요람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다.스스로 하겠다고 나서서 맡은 직책 아닌가.그 동안 내가 바꾸고자 한 일,이루고자 했던 일을 못이루면 스스로 용납을 못할 것”이라는 그는 의대 교수로서 사명감을 가질 수 없는 작금의 의료 현실을 개탄했다. “사실,대부분의 교수 요원들이 진료에 내몰려 교수 역할에 충실할 수가 없다.물론 관련 연구 활동도 소홀할 수밖에 없고….이를테면 경제 논리에 매몰돼 교육과 연구의 중요성이 갈수록 희석되는 현상인데,이걸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나.” ●의사가 병만 고치는 직업이어선 곤란 이런 그의 문제의식은 대학 졸업생에게 4년제 의대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4-4제’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생각해 보라.8년간 기본 공부하고 거기에다 재수라도 할라치면 1∼2년,군생활 2년,수련의 기간 등을 더하면 훌쩍 20년을 보내게 되는데,나이 40에 의사된 사람이 돈버는 일에 몰두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또 이공계는 모두 의사,인문·사회계 출신이 모두 고시 공부만 한다면 이 나라 장래는 어찌되나.”그러면서 그는 기존 학제를 유지하되 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학 갓 입학한 예과 2년 동안 대부분의 학생들이 놀고 지내는 게 현실이다.특히 교양과 소양에 대한 교육이나 무관심이 문제다.의사가 병만 고치는 직업인이어서야 되겠나.병만 고치는 의사는 소의(小醫)이고,사람을 고치는 의사는 중의(中醫)이며,사회를 고치는 의사를 대의(大醫)라고 한다.대의는 못되더라도 중의적 소양은 길러줘야 그게 교육 아니겠는가.예과 2년동안 문학·철학·예술 등을 공부하게 하고 의료 현장에 나서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면 아마 전혀 다른 품성과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그더러 “그러는 당신은…”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이다.그는 지금도 매년 병원에서 피아노 연주회를 열어 얻은 수익금을 전액 단심실(심장의 심실이 1개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나 안면기형아 후원금으로 기부하고 있는가 하면 지난 2001년에는 10년 동안 준비해 펴낸 저서 ‘선천성 심장병’의 인세를 한국 심장재단에 전달하고 있다. 그나마 자비 출판이라 돈이 남지 않아 고스란히 사재를 털어넣은 꼴이지만 그는 이런 일을 즐거워 한다.또 중증장애인 시설인 경남 거제 애광원의 이사로 적잖은 도움을 주면서도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많다.”고 한다. 오는 2월에는 “내가 벌인 일 중에서 가장 크고 뜻깊은 일”이라는 ‘대한 선천성기형 포럼(KBDF)’이 창립 총회를 갖고 출범한다.선천성 기형을 가진 태아와 환자,가족들을 돕기 위한 ‘생명의 모임’이다. 그의 학장 당선을 두고 일각에서는 “행정력이 따라줄까?”하고 우려하기도 했다.그의 말마따나 지금까지 그가 감당해 본 ‘벼슬’은 병원 소아심장분과장이 전부다.“행정력이라는 게 경험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신념과 노력의 문제일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초심으로 많은 교수·학생들과 대화하면서 매사에 가장 바람직한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남편과 정주영 할아버지 가장 생각나 경기여고와 서울대 의대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 베이러 의대에서 수학한 그는 이 병원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이지만,그의 남편이자 역시 이 병원 창립 멤버였던 최종무 마취과 교수는 지난 95년 교통 사고로 먼저 떠났다.겉으로는 거침없고 당당한 철녀(鐵女)지만 그의 가슴에는 누구보다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다.그는 지난 2001년 자신의 저서 ‘선천성 심장병’ 출판기념식에서 단상에 올라 이렇게 말하며 오랫동안 흐느꼈다.“이 책을 펴내는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나를 고국에서 공부하고 진료할 수 있게 해 주신 정주영 할아버지와 지금은세상에 안계신 남편,그리고 딸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심재억기자 jeshim@
  • [길섶에서] 초심

    한번 나무랄 일 없이 잘 자란 고3 딸아이가 제 엄마와 대판 싸움을 벌였다.장애인 단체에 틈틈이 자원봉사를 나가면서 삶의 고달픔,어둠에 눈을 뜨게 된 딸애가 서울시내 한 절을 찾으면서다.아이는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인 벽안의 스님이 들려주는 철학설법이 너무도 좋았다.하지만 대입수험일을 앞두고 성당에서 열심히 기도하던 제 엄마는 그게 서운했던 모양이다.아까운 시간에 왜 하필 절이냐고 아내는 분해했다. 피는 못 속이는 모양이다.고3 여름,왜관의 한 수도원으로 한달이나 잠적해 지금은 늙으신 부모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던 기억이 난다.딸의 모습에서 30년전의 나를 본다.순수했던 영혼.지금도 가끔씩 그때의 나를 회상하면 행복해진다. 김충수신부는 강론집 ‘내가 지금도 사제로 사는 이유’에서 좋은 신부가 되겠다는 어린시절 자신과의 약속을 33년의 사제생활 동안 잊지 않으려 했다고 썼다.중1 때 신학교에 들어갔으니 50년째 그는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아내가 뭐라 하든 나는 딸아이가 지금의 초심을 오래오래 간직했으면 좋겠다. 이기동 논설위원
  • “대학생들 미치도록 공부하게 만들어야”새달 퇴임하는 유전공학 선구자 강현삼 서울대 교수

    “사람이 사람을 낳고 개는 꼭 강아지를 출산하는 이유는 뭘까요?” 다음 달 정년 퇴임하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현삼(65) 교수는 선문답(禪問答)을 던졌다.그리고 40여년 동안 캐온 유전자의 비밀이 여기에 모두 녹아있다고 덧붙였다.19세기 중엽 오스트리아의 성직자 멘델이 완두콩에서 유전법칙을 발견하면서 인류는 유전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더군다나 생명공학이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자 유전학은 간과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실용과학에만 매달려 기초과학을 등한시했던 우리나라가 유전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겨우 20년전인 80년대 초였다.강 교수는 초창기 우리나라에 미생물 유전학을 전파한 몇 안되는 학자 가운데 하나다. ●관심없던 유전학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1966년 서울대 미생물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강 교수는 외국 학술잡지를 읽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프린스턴대 교수가 쓴 논문이었는데 후진국 학생인 제가 당차게도 ‘이런 방향으로 연구하면 좋겠다.’는 편지를 보냈죠.그러자 장학금을 줄테니 이곳에 와서공부하라는 연락이 왔어요.적극적으로 두드리니 기회가 오더라고요.” 장학금은 해결됐지만 비행기표를 살 돈 600달러가 없었다.호기를 부려 대학측에 “비행기표도 사 달라.”고 요구했는데 돈은 줄 수는 없고 대신 대여해 줄 수는 있다는 답신이 왔다.강 교수는 대여금으로 미국에 갔고 갚는데 1년이 걸렸다.유학 2세대인 강 교수는 장학금도 받지 못했던 유학 1세대와는 달리 매월 400∼500달러씩 장학금을 받아 궁핍하지는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 미국 생활 초기에 강 교수를 괴롭혔던 것은 돈보다 언어였다.회화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던 때라 말을 알아듣기도 하기도 힘들었다.“경상도 억양이 섞인 영어 발음을 고치느라 고생을 많이 했죠.” 강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년 동안 뉴저지에 있는 로슈미생물연구소에서 박사후 연수과정을 마쳤다.필라델피아 위스타연구소에서 2년 정도 조교수로 일하다 1974년 귀국,모교 교수로 돌아왔다.1979년 UC 샌디에이고에 교환교수로 1년간 머물면서 DNA서열과 유전자의 염기배열을 연구한기간을 빼면 30년 동안 변함없이 서울대에만 있었다.2000년 9월에는 녹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를 연구해 학술원상을 받기도 했다. 강 교수가 유학하던 프린스턴대에는 당시 한국 유학생이 10여명 있었고 학업을 마친 뒤에도 대부분 미국에 남았다.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은 과학자들에게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강 교수는 ‘잔류냐 귀국이냐’,말하자면 연구와 후진양성을 놓고 고민했다. “노벨상을 타지 못할 바엔 모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죠.원래 선진학문을 배워 후학을 양성하려고 유학했으니 초심에 충실하자고 생각했어요.” ●‘노벨상’이 아니라면 후진양성 강 교수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잘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70년대 중반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척박했다.연구는커녕 교육을 위한 실습기자재마저 없어 배운 것을 제대로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도 힘들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책도 별로 없었고 주로 교수님들의 강의에 의존했습니다.외국서적도 귀해 읽기 힘들었죠.귀국해 학생들을 가르칠때도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엄한 교수’를 자청했다.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에서 학생들에게 F학점을 많이 주고 시험성적도 과감하게 공개했다.시험에는 가르치지 않은 응용문제를 2개씩 내서 면학분위기를 유도했다.90년대 초까지 ‘강 교수의 응용문제’는 어렵기로 소문났다. “당시에는 제가 선진학문을 막 배워온 젊은 교수라 제 과목을 주로 듣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러나 점차 유학파 교수들이 들어오면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강 교수는 자신의 과목이 ‘홀대’ 받는 것을 오히려 만족스럽게 받아들인다.그만큼 후진을 양성하는 좋은 선생님들이 많아진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학부생외에 강 교수는 120명이 넘는 석·박사 제자들을 배출했다.제자 가운데 교수로 대학에 자리잡은 사람만도 57명에 이른다. “입시학원이 많은 우리나라는 비정상입니다.차라리 수능문제를 쉽게 출제하고 시험문제의 출처를 해당 교과서에서 밝혀 학생들이 과외를 받지 않게 유도해야 합니다.잘 하는 학생들은 쉽게출제해도 드러나게 돼 있어요.” 고교생들에게는 숨통을 열어주고 대학생들에게는 하고 싶은 전공을 미치도록 공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요즘 학생들이 예전 학생들보다는 열심히 공부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세명 가운데 한명은 낙제를 시키자는 ‘강경론’도 내놓았다.또 돈을 많이 버는 치·의대로 학생들이 몰리는 세태에 대해서는 국가 책임론을 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대신 국가가 나서서 학비나 생활비를 보조해주는 적극적인 지원책을 세우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유전학 열풍이 시작한 80년대 초에는 연구비가 100만∼200만원에 불과했다.요즘 강 교수 연구팀의 연간 예산은 1억여원이니 양적으로 꽤 커진 셈이다.그러나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한다. “초창기 학생들과 연구실에 붙어 있으면 결과물이 많이 나오는 줄 알고 밤 12시까지 실험실에 붙어 살다시피 했죠.실제 연구성과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입니다.” ●대학·정부 향해 쓴소리 게다가 유전학 1세대라 특정 전문분야보다는 다양하게 연구한 탓에 연구의 깊이가 얕았다.내놓을 만한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는 것은 아쉽단다.현재는 연구비 규모도 커지고 실험기기도 좋아져 특정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면 5∼10년 안에 세계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연구보다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만 신경을 쏟은 것 같다.”는 그는 “지금처럼 시설이 잘 갖춰져 있으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도 병행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퇴임 후 모 벤처회사 고문직을 맡는 것 외에 아내와 독서나 등산을 하며 소일할 생각입니다.이제 미생물과도 이별해야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이유종기자 bell@ ●강교수 약력 △1938년 부산 출생△57년 부산고,61년 서울대 문리대 생물학과 졸업△71년 미 프린스턴대 미생물 유전학 박사학위 취득△84년 국민훈장 목련장 수상△85∼86년 한국미생물학회장△93∼94년 한국분자생물학회장△99년 한국생화학회장△2000년 학술원상 수상△2000∼01년 한국유전체학회장△2001년∼ 한국미생물학회연합회장△74년∼ 서울대 자연과학대생명과학부 교수
  • “사교육비 줄이려면 수능 무조건 쉽게”유인종 서울시교육청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유인종 교육감의 고교 평준화에 대한 유지 원칙은 여전했다.하지만 보완에 있어서는 상당한 유연성을 보였다.특목고의 추가 설립에 대해 ‘공립 형태,설립 취지에 맞는다면’이라는 전제를 걸면서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서울시와 구청에서 특목고 설치를 주장했을 때 강하게 ‘반대’하던 것과 상당부분 달라졌다.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한 현실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재선돼 내년 8월 임기를 마치는 유 교육감은 마지막까지 초심을 지키면서 서울시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유 교육감을 통해 올 한해 교육현안을 정리하고 해법을 들어본다. 올해 고교 평준화 등 교육 현안에 대한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교육계는 안정 속에 서서히 개혁해야 한다.개혁은 지상과제다.그러나 너무 급박하게 마음을 흔들어가면서 하는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그런 개혁은 안하니만 못하다.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준화 폐지를 얘기하는데 몇 개월 지나면 인성교육을 잘 안한다고 떠들어댔다.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춤춰야할지 모른다.평준화는 세계적 흐름이고 현대교육 이론도 뒷받침하고 있다.평준화의 보편화는 대학까지 이뤄질 것이다.그런 면에서 평준화는 아무도 깰 수도 없고 깨서도 안 된다.평준화는 지속하면서 보완할 수 있다. 사교육 경감 대책은 수십년간 논의됐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다.‘보충학습’의 허용을 비롯,특기·적성교육의 다양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다.만약 과거의 보충수업으로 둔갑한다면 큰 난리가 날 것이다.학부모들은 보충수업에만 관심을 갖고 정상수업은 소홀히 할 것이다.보충수업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방과후 학교(After School)방식으로 특기·적성교육을 해야 한다.창의력도 기르고 영재교육,인성교육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교에서는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의 한 프로그램으로 ‘보충학습’을 둘 수 있다.하지만 확실한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과거의 보충수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름대로 사교육 대책이 있다면. -제일 중요한 것은 휴먼웨어인 교사들의 전문성을 개발해 점진적으로 잘 가르치는 것이다.둘째는 입시제도다.어떤 입시제도가 나오더라도 제도가 경직되면 사교육비는 늘어난다.수능은 무조건 기본만,쉽게,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만 내면 된다.웬만큼 공부하면 다 통과하도록 해야 한다.지속적으로 10여년쯤 시행하면 사교육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변별력을 얘기하는데 옛날 사고방식이다.학과나 전공,학교의 특성에 따라 가산점을 주는 것이 변별력이다.한 재미 교포 학생이 학습능력적성시험(SAT) 최고점을 받았지만 하버드 의대에 떨어졌다.5가지 기준 가운데 사회봉사 기준에 미달해 떨어졌다.서울의 한 과학고에서는 최근 65명 중 63등인 학생이 하버드대에 합격했다.그게 변별력이다.결국 변별력은 전공별 특성이다.아직도 우리나라의 소위 ‘일류대’에서는 변별력을 다르게 생각한다.그렇게 하면 아인슈타인은 절대 안나온다.그것을 해야 개혁인데 그것은 안하고 학생들만 잡고 있다. 수능을 자격시험화하는 것에 대해. -유럽에서는 고교 졸업 자격시험을 치른다.그 성적으로 대학도 가고 직장도 들어간다.자격시험이든 수능이든 지금처럼 하면 똑같다.다만 수능을 자격시험화하면 지방대와 전문대가 다 죽는다.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연구·검토해야 한다. 시교육청이 실시중인 학원 단속에 대해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고액과외를 잡기는 어렵다.목적은 예방이다.이런 면에서는 크게 성공했다.요즘 심야학습이 없어지면서 낮에 학교에서 낮잠자는 아이가 적어졌다.인터넷 고액과외 사이트도 모두 폐쇄됐다.앞으로도 부활 못한다.교육청과 검찰,국세청이 모두 점검하고 있다.앞으로는 교사가 과외를 소개하는 것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사설학원의 수강료도 현실화해 제도권으로 흡수할 계획이다.이번 단속을 통해 학부모들은 그동안 과외비를 너무 많이 줬다며 속았다고들 말한다.학부모의 인식을 바꾸는 일도 진행한다. 공립 특목고 형태의 고교를 설립하면 평준화가 보완될 수 있는지. -미국의 유명 과학고 2곳의 교육과정을 보면 인문계 과목이 더 많다.이것이 과학의 시작이다.우리는 너무 좁혀져 있다.미국처럼 한다면 한두개가 아니라 더 하고 싶다.그러나 돈이 많이 든다.사람도 훈련시켜야 하고 시설도 그렇다.구청에서 특목고를 지어달라고 하는데 우선 부족한 공립학교부터 지어야 한다.대중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현재 과학고는 설립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특목고를 더 세운다면 과학고 형태를 검토할 수 있다.또 과학 영재교육을 3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아주 성공적이다.과학 영재를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으로 키우는데 효과가 좋다.이것도 프로그램을 통한 평준화의 한 보완책이다. 처음 교육감으로 선출되면서 시행한 새물결 운동의 성과는. 초등교육은 어디에 내놔도 자신있다.과거에는 없던 특기·적성교육이 활성화된 것도 자부할만 하다.맞벌이 부부들의 자녀를 저녁까지 돌봐주는 에듀케어는 대성공한 것 중 하나다.내년에는 102곳으로 늘린다.에듀케어 프로그램은 계속 확대될 것이다.맞벌이 부부는 물론 일반 학부모들도 모두 원한다.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대중교육과 엘리트 교육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안된다고 했는데. -새물결 운동을 함께 했다.안 부총리와는 요즘말로 ‘코드’가 맞는다.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겠다는 것은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하다는 얘기다.안 부총리의 철학도 초·중·교교는 인성,대학은 창의력이다.다 맞는 것이고 핵심이다. 박홍기 김재천기자 hkpark@
  • “산타도 외면하나봐요”/음성 꽃동네 ‘쓸쓸한 성탄절’

    “예전 같으면 꽃동네 전체가 성탄 분위기로 북적였을 텐데 올해는 영 신이 안나네요.” 2003년 한해 ‘소외된 자들의 천국’에서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충북 음성군 꽃동네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쓸쓸했다.하지만 한편에서는 꽃동네를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려 놓겠다는 희망의 꽃도 함께 피고 있었다. 24일 오후 9시30분 꽃동네 사랑의 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예수성탄 대축제’에서 가족(수용자)들과 함께 연극을 선보인 이상영(65)씨는 “으례 축제분위기에서 열렸는데 올핸 풀이 많이 죽어 있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설립자 오웅진 신부의 개인비리 사건으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겨울바람이 살속을 파고드는 이날 꽃동네에는 가족과 수녀·수사들만 가끔 오갈 뿐 찾아오는 외부인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위문방문 차량과 행렬이 줄을 잇던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우유송’에 맞춰 춤을 춘 오혜성(7)군은 “작년엔 사탕과 과자도 많이 받았는데 오늘은 별로 없다.”면서 서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꽃동네 수도원에서 기도에 전념하고 있다는 오 신부는 끝내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마테오 수사는 “아무 말씀이 없으시고 가끔 산책도 하시지만 미사와 꽃동네 운영 등 어떤 일도 관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오 신부는 96년부터 2000년까지 꽃동네 국고보조금 및 후원금 34억 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진 뒤 꽃동네는 80만명이던 회원과 장기 자원봉사자들이 크게 줄어들었다.꽃동네 관계자는 “연간 100억원에 이르던 회비가 25%쯤 줄고 장기 자원봉사자 대신 방학을 이용한 대학생 봉사자들만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후원금 등이 줄면서 가족을 위한 성당 건립 등이 대부분 중단됐다. 많을 때는 200명 가까이 영세를 받았지만 이날은 38명에 불과했다.오 신부 사건이 터지면서 경황이 없는 통에 부랑인을 데려오거나 노숙자들을 선별,가족으로 입소시키는 활동을 제대로 못한 탓이다. 그 어느때보다도 힘든 한해를 보낸 꽃동네는 전체 2140여명가운데 1500여명이 참가한 이날 축제를 계기로 다시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부랑인으로 떠돌다 가족이 된 할머니들이 ‘당신은 누구시길래’라는 뮤지컬을,노인 가족들이 포크댄스를 선보이자 곳곳에서 모처럼 함박웃음이 터져 나왔다.몸이 불편한 이들이 어설프지만 정성껏 준비한 장기를 자랑할 때는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12개 팀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고 가족들이 이를 지켜보는 사이 시간은 자정을 넘겨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박 수사는 “오 신부의 혐의가 사실이든 아니든 이번 사건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개혁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오 신부가 1976년 꽃동네를 세우던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신부가 회장으로 있을 때 재직하던 총무과장,행정실장,회계 책임자 등도 모두 바뀌었다.사건직후 신순근 신부가 새 회장으로 오는 등 천주교 청주교구 신부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박 수사는 “내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순백의 눈이 펄펄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온 세상을 뒤덮은 눈이 꽃동네가 입은 상처도 함께 안아주기를 바라는 심정일 것이다. 음성 이천열기자 sky@
  • 돋보기/사퇴가 ‘능사’ 아니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지난 20일 발생한 SBS의 홈경기 중단 사태가 한국농구연맹(KBL) 집행부의 총사퇴 의사 표명으로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KBL의 ‘초강수’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자성의 차원에서 마땅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우세하지만 너무 감정적이라는 의견도 없지 않다. 물론 KBL로서는 지난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래 처음으로 직면한 사태인데다 안팎의 인적·구조적 문제점까지 뒤엉켜 어쩔수 없이 ‘초강수’를 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처방에도 처벌 못지않은 비중을 두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실무적인 책임을 져야 할 임원들의 사퇴는 그렇다손 치더라도,임기가 2년이나 남은 총재의 조기사퇴는 사태의 원만한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총체적인 책임을 통감한다면 ‘결자해지’의 입장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맨파워 보강 등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한 뒤 물러나도 늦지 않아 보인다.프로농구 ‘창업’의 산파역을 한 총재 스스로가 리그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치러야만 할 ‘홍역’을 어렵고 힘들다고 회피해 버린다면 어떻게 팬들에게 프로농구를 사랑해 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다. 물론 구단과 감독 심판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들의 진솔한 자각도 병행돼야 한다.특히 이번 사건을 일으킨 SBS구단은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함께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겸허함을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어떤 경우에도 ‘판을 뒤엎는’ 행동은 팬들의 용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들 역시 경기 내내 인상쓰고,막말하고,항의를 되풀이해 팬들을 식상케 하고 코트의 불신을 키우는 행태를 이젠 정말 멈춰야 하며,심판들도 부단한 자기 개발과 함께 ‘판관’의 사명감을 되새겨야 프로농구는 출범 때의 목표(Jump For the Dream)를 향해 다시 나아갈 수 있다.구단과 코칭스태프,선수,그리고 KBL 관계자 등 모든 농구인들이 지난 97년 2월1일 프로농구를 출범시켰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박준석 기자
  • “정치권 부패구조 청산하고 새집 짓자”/우리당 ‘Remember 12·19’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1주년인 19일 오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전·현직 국회의원과 지구당 운영위원장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 행사를 갖고 대선승리를 다시 한번 자축했다.정치개혁과 내년 총선승리도 다짐했다. 행사장에는 ‘새로운 정치로 물결쳐라,번영의 한반도여’,‘국민의 선택,국민의 승리’라는 플래카드가 내걸렸으나 청와대측의 메시지는 없었다. 김원기 공동의장은 기념사에서 “지난해 12월 19일은 한국정치사에 영원히 기억될 감격의 날이며 새로운 희망의 싹을 돋아나게 했다.”면서 “이제 정치권의 부패구조를 청산하고 새로운 집을 짓자.”고 역설했다. 대선때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대철 의원은 후보단일화와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의 지지철회 당시 상황을 소개한 뒤 “이제 안정과 함께 변화와 개혁을 결의하자.”고 목청을 높였다.배기선 의원도 “노 대통령은 현재 기득권 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내년 총선은 제2의 대선”이라며 개혁세력의 총집결을 주문했다. 그러나 외부 참석인사들은 비판적 목소리를 서슴지 않았다.경기대 김재홍 교수는 인사말에서 “열린우리당의 개혁초심이 현실과 타협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면서 “개혁의 구호가 아니라 콘텐츠를 준비해야 하며 개혁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매체인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도 “내년 총선 승패의 핵심은 우리당 내부혁신에 있다.”고 꼬집었다.우리당은 행사를 마치면서 결의문을 통해 지역구도 타파와 투명한 정치,원내정당화를 약속했다. 이날 저녁엔 김원기 의장과 정동영 의원 등이 ‘노사모’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대선승리 1주년을 맞아 주최한 ‘리멤버(Remember) 1219’라는 행사에 참석했다.전국 희망돼지 관련 기소자들의 촛불행사와 함께 참여정부 1년간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으며 우리당 전자정당위원회 산하 ‘국민과 함께P’ 단장인 명계남씨의 연설과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유권자 선서 등이 이어졌다. 김상연기자 carlos@
  • “더 이룰게 없는 국내에 남을 수가 없었습니다”/이승엽 日 롯데 입단 회견 “돈보다 큰 무대서 인정 원해”

    “기자회견 10분 전에 일본행을 결심했습니다.” ‘국민타자’ 이승엽(27)은 11일 서울 리츠칼튼호텔에서 일본 프로야구 롯데 마린스 입단과 관련,기자회견을 갖고 “회견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 일본행을 굳혔다.”면서 “아내는 아직도 삼성 잔류 발표로 알고 있다.”며 입단을 공식화했다.이어 “초심으로 돌아가 일본에서 성공하겠다.”고 밝혔다. 예정 시간보다 20분 늦게 도착한 이승엽은 기자회견 도중 삼성이 아들처럼 보살펴줘 고맙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눈물을 터뜨려 그동안 삼성 잔류와 일본행의 갈림길에서 막판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드러냈다. 지금의 심경은. -지난 9년간 삼성에서 한결같은 길을 걸어왔다.떠난다고,그것도 외국으로 떠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잠시 떠나 있더라도 관심을 가져달라. 일본행을 결심한 주된 요인은. -2년 뒤 자유계약으로 완전히 풀어주기로 한 것과 감독이 미국인인 점이 많이 작용했다.바비 밸렌타인 감독과 미국 야구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싶다. 막판 일본행을 망설인 것은. -가족 때문이다.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아 곁에서 보살피고 싶었다.이번 일본행과 관련해 가족들의 반대가 있었고 아버지와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일본에서 야구하는 것은 외로움과의 싸움도 될 것이다.하지만 자신감이 없거나 겁을 먹어서는 아니다. 미국행은 왜 포기했나. -돈 문제는 아니다.다른 문제가 있다.그 문제는 먼 훗날 밝힐 수 있을 것이다.일본에서 성공해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2년간 계약금 1억엔과 연봉 2억엔에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다.세세한 인센티브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만족한다.삼성에서도 이 정도 대우는 해주겠다고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나 자신을 테스트해보고 싶다.실패하더라도 10여년이 지난 뒤 좋은 경험으로 기억될 것이다. 야구 외에 어떤 조건이 있었나. -일본에 빨리 적응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롯데는 빨리 적응하도록 모든 조건을 다 들어주며 야구만 생각하라고 했다.그동안 전폭적으로 도와준 삼성에 감사한다. 삼성 잔류와 일본 진출을 놓고 최종 결심한 시점은. -회견장으로 오는 엘리베이터 앞에서다.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롯데 선택을 양해해 달라는 말을 삼성에 전해달라고 했다. 삼성 잔류 포기는. -목표 상실이다.지난 9년간 원하는 성적을 모두 냈고 상도 많이 받았다.높은 곳에서 인정받고 싶다. 일본에서의 예상 성적은. -일본 야구를 분석해야겠지만 타율 2할9푼대,홈런 30개로 첫 시즌을 보내고 싶다. 앞으로의 일정은. -입단식 일정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몸이 망가져 있어 다음주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고 주변 정리도 하겠다. 김민수기자 kimms@
  • “성숙해진 앨런 기대하세요”연극 ‘에쿠우스’ 주연 조재현· 연출 김광보씨

    올 한해 충무로와 대학로에서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낸 두 남자가 만났다.영화배우 조재현(38)과 연극연출가 김광보(39). 조재현은 지난 1월 TV 드라마 ‘눈사람’을 시작으로 ‘청풍명월’‘목포는 항구다’‘맹부삼천지교’ 등 세편의 영화에 내리 출연해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눈코뜰새없이 지냈다.연극 ‘인류 최초의 키스’부터 ‘산소’‘당나귀들’‘프루프’‘웃어라 무덤아’까지 연달아 5편의 흥행작을 내놓은 김광보도 그에 못지않다. ●최민식 대타로 13년전 5대 ‘앨런' 발탁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이들이 작심하고 의기투합한 무대는 내년 1월29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막올리는 연극 ‘에쿠우스’.지난 20년간 대표작들만 뽑아 연중시리즈로 기획된 ‘연극열전’의 첫번째 대극장 작품이다. 조재현이 13년 만에 주인공 ‘앨런’역으로 복귀하는 데다 근래 가장 주목받는 김광보 연출가가 가세한다고 해서 벌써부터 연극계 안팎의 기대와 관심이 대단하다. 지난 8일 늦은 오후,서울 혜화동 연습실에서 첫 대본연습을 막 끝낸 두사람과 마주했다.“오랜만에 대본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조재현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그에게 ‘에쿠우스’의 앨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1991년 신인배우였던 조재현은,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의 뒤를 이어 5대 앨런으로 발탁되면서 비로소 배우로서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렸다.‘에쿠우스’는 말의 눈을 찔러 실명하게 한 소년 앨런과 그의 심리상태를 추적하는 정신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그땐 최민식 선배 대타였어요.갑자기 앙코르 공연에 투입되느라 한달도 채 연습을 못하고 무대에 섰는데 그게 무려 8개월이나 가더군요.” 앨런은 당시 모든 20대 남자배우들의 꿈이었고,조재현은 자신에게 다가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은 한창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에게 ‘초심’을 되돌아보게 하는 무대이기도 하다.“굳이 더 잘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은 없어요.다만 그때는 어려서 배역을 얼마나 잘 흉내내느냐에 급급했는데 이젠 좀더 진실되게 앨런의 내면을 표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한살차이 20년지기 ‘라이벌로 친구로' 하지만 마흔을 눈앞에 둔 나이에 17살 소년의 감성을 연기하는 일이 그리 만만치는 않을 터.김광보 연출가도 처음엔 이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좀 무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오늘 첫 연습을 하면서 기우라는 걸 알았습니다.다른 배우라면 몰라도 조재현이라면 가능하구나 싶었지요.” 한살 차이인 두 사람은 20년 지기이다.80년대 중반 조재현은 부산 경성대 연극반 주연이었고,김광보는 가마골소극장의 주연 배우였다.그때 김광보의 연기를 봤던 조재현은 “자존심에 잘한다고는 못하고,참 열심히 하더라는 얘기만 했다.”는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김광보는 연출가로 데뷔하기 이전 배우와 조명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두 사람은 1989년 이윤택 연출가의 ‘청부’에서 각각 주인공과 조명감독으로 만난 이후 처음으로 이번에 공동작업을 하게 됐다. ●말의 형상화등 비주얼한 부분 강조 김광보 연출가에게도 이번 ‘에쿠우스’는 새로운 도전이다.1975년 초연 이후 극단 실험극장의 자존심이 된작품에 ‘치기어린 장난’은 하지 않을 생각.“작품 해석을 다르게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합니다.대사를 함축적으로 표현하고,대신 말(馬)의 형상화 등 비주얼적인 부분을 강조함으로써 이전 작품들과 차별성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이 시대의 명배우 조재현과 흥행연출가 김광보가 빚어낼 환상의 호흡이 벌써 궁금해진다. 이순녀기자 coral@
  • NGO/“시민단체 출신 정부 고위직인사 이라크 파병 찬·반 소신 밝혀라”시민단체들 “침묵땐 사퇴운동”

    시민단체들이 이라크 파병 찬·반논란을 둘러싸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출신 정부 고위직인사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출신 고위급 인사들이 앞장서서 이라크파병 반대 의사를 과감하게 피력해 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 일부 시민단체 내부에서는 침묵하고 있는 인사들에게 사퇴를 요구해야 할지 여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최선희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이라크파병 결정을 내렸다고해서 시민·사회단체출신 인사들이 침묵하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파병에 반대해 사표를 제출했다는 영국의 한 고위 인사처럼 우리 인사들도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소신있게 행동해 주길 바란다.”고 점잖게 꼬집었다. 이영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처장도 “많은 시민·사회단체출신 인사들이 국무회의의 구성원이거나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참석자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이 소신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서 “정부에 들어가기 전에간직했던 신념과 초심을 잃지 말고 실천해 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시민·사회단체출신인사들이 내심으론 반대하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무엇보다 파병정책을 결정하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 시민단체 출신들이 없어 이같은 사단이 벌어지고 있다고 풀이한다. 현재 참여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중 청와대에는 문재인 민정수석(민변),정찬용 인사보좌관(광주YMCA사무총장),박주현 국민참여수석(참여연대) 등이 있다.내각에는 지은희 여성부장관(여성단체연합),한명숙 환경부장관(여성단체연합)이 활동중이며 이남주 부패방지위원장(전국YMCA사무총장),김창국 국가인권위원장(참여연대),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한국성폭력상담소장) 등도 대표적 인사들이다. 노주석기자 joo@
  • 최인호가 들려주는 작품세계/ 서울신문 재탄생 특별기획 연재소설 儒林

    “조광조·이황 삶에 공자 정신 연결 시공 초월한 빠른전개로 재미줄것” “작가는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요즈음 우리 정치는 개혁과 보수를 내세워 공론(空論)을 일삼으며 상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가파른 대치만 거듭합니다.이런 혼돈의 현실에서 공자의 정신,즉 ‘정치와 권력’을 조선시대의 정치개혁가 조광조,불세출의 사상가 퇴계 이황,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율곡 이이 등의 삶에 연결지으면서 세상을 비출 지혜를 찾고 싶습니다.” 올해로 문단에 등단한 지 꼭 40년이 되는 최인호씨는 숱한 베스트셀러를 발표하면서 늘 시대를 앞서간 소설가 답게 서울신문에 게재할 연재소설 ‘유림(儒林)’으로 혼탁한 현실을 걸러주는 한 줄기 빛을 찾고 싶다는 의욕으로 말문을 열었다.‘유림’은 내년 1월 대한매일이 서울신문으로 제호를 바꾸면서 연재하는 첫 소설이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73년 스물여섯살에 신문에 쓴 첫 연재소설 ‘별들의 고향’ 때 처럼 두렵고 불안하면서도 설레고 기쁘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는 소설에 대한 자신감을들려주면서도 설렘과 불안감 등을 비치면서 항상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초심(初心)’을 떠올린다고 했다. ●작가는 시대에 질문 던지는 사람 연재소설을 쓰는 심정을 ‘링’에 오른 권투 선수에 비유한 작가는 “아주 지치거나 힘들 때 호흡을 고르며 간혹 클린치를 할 수는 있지만 링에서 내려가지는 못하는 복서처럼 고독한 일입니다.그러나 저에게 연재소설은 각별한 의미가 담긴 작업이었습니다.저 처럼 신문에 연재소설을 많이 쓴 사람은 드물지요.”라고 말했다. 그는 문단에서 ‘한발 앞선 감수성’의 작가로 통한다.늘 젊은 감성을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시대와 문화의 기류를 남보다 먼저 포착해 작품으로 빚어냈다.당연히 연재하는 작품마다 ‘폭풍의 눈’이었고 인기를 몰고 다녔다. “쓸 때마다 시대에 어울리는 소재가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그러다보니 늘 얘기를 준비해 두었다고 할 수 있지요.‘유림’도 15년 전쯤에 구상했습니다.‘불교의 세계를 다룬 소설 ‘길 없는 길’을 쓰고난 뒤 써봐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우리 민족의 정신적 원형질에서 불교와 유교를 뺄 수가 없지요.머리 속에서 품었던 생각을 연재소설로 풀 수 있게 돼 제 가슴도 두근두근거립니다.” 작가에겐 인기가 ‘독(毒)’이 되기도 한다.특히 매일매일 애를 끓이고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연재소설은 충전하기보다 계속 갉아먹는 듯한 면이 있다.숱한 문제작을 터뜨리며 살아온 가파른 길에서 쉬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 없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흘러나왔다.“운동 선수들도 쉬는 게 더 어렵다고 말하잖아요.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늘 일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젊어질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한 작품이 끝나면 몸은 쉬고 싶은데 머리 속은 끊임없이 꿀벌 떼가 실어오는 ‘상상력의 밀랍’으로 가득찼습니다.” 예술은 구원이자 고통이라고 하지 않던가.그러니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그는 그런 고통과 어려움을 사랑하고 있었다.그러면서 자신의 ‘달램 비법’을 공개했다.“글이 안나가서라기보다는 앞이 캄캄하고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글쓰기라는 업보가 ‘원수같다.’고 느껴지는 그런 순간엔 간혹 골방에들어가서 ‘못 쓰겠다.’고 나 속의 나에게 절규합니다.때론 울기도 하는데 한 30분 그러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충일해지고 기쁨이 찾아와 다시 원고지가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 어린애같은 천진스러움이 절로 우러나오는 말이다.그만큼 뜨겁고 열정적이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품성은 창작 과정에도 오롯이 반영된다.천주교 신자인 그는 ‘길 없는 길’을 쓸 때에도 3년간 수덕사에 머물면서 ‘출가를 할까.’ 고민할 정도로 작품에 몰두했었다. ●첫 연재소설 쓸때처럼 두렵고 설레 솔직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이야기 솜씨가 다시 소설 ‘유림’으로 넘어왔다.앞 쪽만 보면서 속도만 찾는 현실에서 그는 왜 ‘유림’으로 돌아가려고 할까? “중국의 엘리트들이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유교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뜻에서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 시절 관리했던 소수서원(紹修書院)에 와서 우리의 유교 유산과 정신을 확인한 사례를 주목해야 합니다.유교의 본산인 중국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 뿌리를 찾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왜 다른 곳으로만 눈을 돌릴까요.물론 유교의 폐단도 있지만 ‘선비 정신’과 충·효·경의 미덕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독일의 사상가 피히테가 ‘독일 국민에게 고함’을 썼듯이 ‘조선 국민에게 고함’을 ‘유림’이라는 소설을 통해 옮겨보겠다는 심정입니다.” 오랜 구상을 거친 작품이어선지 그의 말은 막힘이 없다.“진리는 변하지 않습니다.어떤 시대라도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하려면 그 중심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저는 그 원칙을 유교에서 목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가능성을 조광조의 정치개혁 시도,퇴계와 율곡의 정치와 학문관에서 찾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칫 딱딱하고 재미없을 지도 모른다는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재미가 없으면 작가인 제가 견디지 못하고 쓰지도 못해요.광속(光速)의 시대에 ‘오늘날 공자와 조광조,이황,이이 등의 얘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지 모르지만 그것은 미시적인 생각입니다.요즘처럼 과도기로 인한 혼돈의 파고가 높을 때일수록 근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원칙에 따른 개혁’을 파고들면서 ‘조광조나 퇴계라면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살 것이다.’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쉴때도 머리속은 상상력의 밀랍 가득 맛보기 삼아 밑그림도 들려주었다.“현대와 공자가 활동했던 2500년 전,중국과 한국 등 시·공을 초월하는 빠른 전개 방식으로 재미있게 이어갈 계획입니다.아울러 공자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소크라테스 이야기 등도 곁들이면서 성인의 출생이 지닌 시대적 필연성도 다뤄 볼 생각입니다.옛날 얘기도 아니고 케케묵은 교훈적 내용만을 담은 것도 아닌,재미있는 현대 이야기입니다.교훈적이고 학술적인 얘기는 제가 견디지 못합니다.” 작가는 유교를 과거에 가둬두지 않고 현대적 의미로 되살려 현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왜 사는가,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싶은 듯이 보인다.나아가 굳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거창한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 들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시 들려주는 작가의 다짐은 한국의 대표적 거유(巨儒) 퇴계 등의 삶에 공자의 사상을 실어갈 화려한 문재가 발할 빛을 예감케 했다. “도망가지 않고 정통 기법으로 ‘진검 승부’를 할 것입니다.제게는 어려운 소설이 될지 모르지만 그 동안 작가로서 쌓은 역량을 모아서 가장 정통적인 소설을 펼쳐 보이겠습니다.물론 흥미 진진하게 엮어 나갈 것입니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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