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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25년째 여의도 지킴이 장석영 한나라 고흥길 국회의원 보좌관

    [김문이 만난사람] 25년째 여의도 지킴이 장석영 한나라 고흥길 국회의원 보좌관

    어떤 자리에서 누군가가 문득 물어본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라고. 그럴 때마다 똑 부러지는 대답이 나오기가 흔치 않다. 대개는 망설이거나 아니면 “그런대로 살지 뭐.”라는 식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간혹 주위 어른이나 선배들이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조언해주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잠시뿐,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가 다반사일 터. 한 여인의 생각은 달랐다. 신혼의 단꿈에 부풀어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1990년 2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부는 시아버지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신부는 얼른 봉투를 뜯었다. 편지에는 거두절미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방법, 즉 9가지 삶의 실천덕목이 친필로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은 이랬다. ▲타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인간 ▲건실한 가정을 이끄는 인간 ▲가문과 사회의 명예를 빛내는 인간 ▲상사나 부모를 중히 여기는 인간 ▲시간을 아껴쓸 줄 아는 인간 ▲고향을 아끼는 인간 ▲저축을 생활화하는 인간 ▲학문을 중히 여기는 인간 ▲타인을 도울 줄 아는 인간 등이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과연 이 여인은 편지를 읽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얼핏 보면 웃어른이 아랫사람에게 ‘열심히 살라는 뻔한 내용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치밀한 선거 준비·의정 살림살이 정평 장석영(45)씨. 직업은 국회의원 보좌관이다. 단순히 보좌관이 아니라 올해 25년째가 되는 ‘왕보좌관’이다. 장씨는 지난 1월 공무원으로는 받기 힘들다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특히 국회 교섭단체 보좌진 가운데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자 여성이기에 더욱 빛났다. 이때의 공적내용을 잠깐 들여다보자. ‘우리나라 최초로 민의 수렴을 위한 지역구 관리를 전산화해 유권자 관리, ARS여론조사 등 전반적인 컴퓨터 운영을 했으며 정치자금 회계 실무, 각종 선거관리 등을 통해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뛰어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고…. 또한 평소 근면성실한 성격으로 모든 업무에 책임감과 열정으로 솔선수범하고, 꾸준히 신임받는 보좌관으로 국회에 근무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슬하에 두 아들을 두어 화목한 가정은 물론, 뒤늦게 대학원 진학 등 직장과 사회에 타의 모범이 되었으므로’ 공적내용들을 천천히 살펴보면 앞서 언급한 9가지 실천덕목과 대부분 맞아떨어진다. 장씨가 시아버지한테서 편지를 받은 그날 이후부터 ‘9가지’를 삶의 금과옥조로 여기며 묵묵히 실행해 온 결과였다. 그럴 것이 그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지갑 속에 시아버지의 편지 내용이 적힌 실천덕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장씨는 1986년 9급 공무원으로 국회에 들어와 대선 5회, 총선 6회, 지방선거 5회, 보궐선거 2회 등 선거만 무려 18회를 치렀다. 그러는 동안 선거관리법과 정치자금법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전문가가 됐다. 국회 내에서는 물론 지역 선거관리 직원들조차도 장씨에게 관련법을 물어볼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인터뷰 요청에 그는 “제가 뭘,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라고 하면서 한사코 거절한다. 4월 재보선 선거도 있고 하니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서현동에 위치한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장씨는 지난 16대 총선 때부터 고흥길 의원과 인연을 맺고 있다. ●‘세풍’ 등 사건 땐 검찰 조사 고초 겪기도 빗자루를 들고 사무실을 청소하던 그에게 가장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어떤 연유로 국회에 발을 들여놓았을까. “그러니까 12대 국회 때였지요. 대학 교수님을 통해서 당시 정선호(육사17기) 의원님을 만나게 됐습니다. 정 의원님은 아웅산 폭파사건 때 희생당한 서상철 전 동자부장관의 여동생 남편이기도 했지요. 당시 정 의원님은 여의도연구소의 전신인 사회개발연구소에서 컴퓨터로 여론조사를 주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IBM에서 근무하고 있었지요. 당시만 해도 국회에는 컴퓨터가 드물었고 또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정 의원님의 권유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국회에 들어가게 됐지요. 주위에서 반대도 많았습니다. 여자가 그 험한 정치판에 뛰어드느냐고 극구 말렸지요.” 장씨는 국회에 들어가자마자 역사적 사건과 간접적이나마 인연을 맺게 된다. 1987년 6월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6·29선언에 결정적 역할을 한 여론조사 업무에도 참여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부터 일복이 터졌다. 당시 9급 공무원 월급은 16만원이었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와서 열심히 일하는 장씨의 모습을 보고 감동했던지 정 전 의원은 별도의 보너스를 지급해 주면서 장씨를 친딸처럼 여겼다. 이후 장씨는 1987년 대선을 치른 뒤 이듬해 13대 총선에서 밤낮 없이 정 전 의원의 일을 도왔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지역구(천안)에서 낙선했다. 모시던 국회의원이 떠날 판이어서 장씨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당시 서상목 전 의원이 전국구로 국회에 입성했는데 선거운동을 치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장씨에게 6급 비서직을 제안했다. 정 전 의원도 그렇게 하라고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장씨는 국회에 다시 눌러앉았고 서 전 의원과는 15대 국회까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러던 1998년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이 터지면서 그해 12월 서 전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내놓게 되자 장씨도 국회를 떠나게 된다(세풍사건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이석희 국세청 차장 등이 현대 SK 대우 등 23개 대기업에서 166억 3000만원을 한나라당 대선자금으로 불법모금한 사건이다). 하지만 곧 고흥길 의원과 인연이 돼 국회로 다시 돌아왔다. 16대 국회 때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고 의원 역시 성실한 장씨를 눈여겨봤다가 스카우트했던 것. 이후 17, 18대 총선에서 선거준비를 깔끔하게 처리해 고 의원이 3선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선거 때마다 꼼꼼한 지역구 관리는 물론 정치자금법이나 선거법에 저촉되는 일을 절대 못하도록 원칙을 삼았고 이를 철저하게 지켰다. 고 의원은 이런 장씨에 대해 늘 고마워한다. 그래서 멀리서(천안) 출퇴근하는 장씨에게는 되도록 많은 편리를 봐준다. ●“일하는 국회의원 기준 정했으면…” “어떤 의원들은 정치자금법을 놓고 형무소 담장을 걷는 것 같다고 하지만 돈을 안 쓰도록 하는 지금의 정치자금법은 정말 좋은 제도입니다. 그 이전에는 선거를 치르고 나면 재산을 탕진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본인이)돈을 안 쓰고 후원금으로도 얼마든지 4년을 보낼 수 있는데 몸이 고달프고 피곤하다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결국 거덜나게 됩니다. 대개 당원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정해진 한도의 돈으로도 얼마든지 홍보를 할 수가 있습니다.” 장씨는 법 테두리 안에서 얼마든지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그는 또 “국회에 오래 있다 보니 일을 하는 국회의원과 그렇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확연히 드러난다.”면서 “그럴 때마다 세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것들도 어떤 기준을 정했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음 달 27일 재보선 때에도 ‘왕보좌관’의 철학, 즉 정치자금법과 선거관리법 등을 준엄하게 지키도록 하겠다고 장씨는 강조한다. “그동안 25년 국회 보좌관으로 있으면서 ‘세풍’ ‘안풍’(安風) ‘썬앤문’ 등의 사건을 겪을 때마다 직·간접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장씨는 서 전 의원 보좌관 시절에 결혼해 아들 둘을 낳았으며 장남이 올해 대학에 진학했다. 첫아이 때는 출산한 지 25일 만에 출근했고 둘째 아이 때는 대통령선거와 맞물려 20일 만에 출근했다. 그것도 새벽 6시에 나와 밤 12시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는 “이런저런 이유로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 해서인지 몸이 어디엔가 이상이 생겼다고 늘 느끼지만 겁이 나서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남편은 원래 대기업에 다녔는데 결혼할 때 나이 40이 되면 농사를 짓겠다고 약속하더군요. 남편은 그 약속대로 40세에 직장을 그만뒀고 현재 천안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아 지역 역사박물관에 나가기도 하지요.” 장씨는 19대 총선 때 고 의원을 4선 의원으로 반드시 당선시킨 뒤 정든 보좌관직을 그만둘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살 건가요.” 대답이 지체없이 돌아온다. “천안에서 남편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며 농사일을 할 예정입니다. 매실과 배농사, 그리고 맛있는 농산물을 재배해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장석영 보좌관은 1986년 9급직 정선호 의원실에 ‘입사’…서상목의원실 거쳐 고의원과 3선 인연 1966년 충남 온양에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1984년 2월 평택 한광여고를 졸업한 뒤 안양공업전문대학(현 안양과학대)에 진학했다. 여기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했으며 1986년 2월 졸업하자마자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에 입사했다. 그해 7월 회사를 그만두고 12대 국회 때 정선호 의원실에서 9급 공무원(현재는 4급)으로 새롭게 일을 시작했다. 이후 13·14·15대 국회 때 서상목 의원실(1988년 5월~1998년12월)에서 일했다. 서 전 의원이 세풍사건으로 도중 하차하자 장씨는 국회를 잠시 나왔다. 그러나 16대 국회 때 고흥길 의원의 요청으로 다시 국회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3선인 고 의원과 계속 인연을 맺고 있다. 현재 장씨는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 감사, 전현직 보좌진 모임인 ‘청파포럼’ 여성위원장 겸 감사를 맡고 있다. 주요 수상으로는 국회개원 54주년기념 국회사무총장표창(2002), 국회개원 61주년기념 국회의장표창(2009), 국회의장 공로패(2010) 등을 비롯해 지난 1월 근정포장을 수상했다. 현재 남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세무학을 공부 중(2학기)이다.
  • [여의도 블로그] 출판기념회 봇물 책 한권의 의미는…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정치인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 한권쯤 내기 마련이다. 또 의원들에게 출판기념회는 후원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다. 출판 수익금은 정치자금법의 제한을 받는 후원금과 달리 특별한 규제가 없다. 받는 데 한도가 없고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의원들에게는 짭짤한 쌈짓돈이 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6·2 지방선거가 있어 후원금 한도가 3억원으로 평소보다 두배 높아진 반면 연말에 불거진 ‘청목회 사건’ 등으로 후원금 계좌는 꽁꽁 얼어붙었다. 출판기념회가 합법적으로 살림을 불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오는 9월쯤 출판기념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후원회 사무실 직원들에게 월급도 못 주고 있는 형편인데 이러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책을 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 경험이 길지 않은 초선 의원들은 주로 자전적 에세이나 칼럼들을 묶어 손쉽게 책을 낸다. 지난달 11일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은 언론에 기고한 글을 엮은 ‘여의도 프리즘’을 냈고, 미래희망연대 정하균 의원은 지난달 22일 장애를 딛고 일어선 경험을 담은 ‘희망은 내일을 꿈꾸게 한다’는 책을 발간했다. 다선 의원들의 책에는 좀 더 정치적인 의미가 더해진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의 출판기념회는 마치 의원총회를 방불케 했다. 당 지도부를 비롯해 80여명의 친이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안 의원은 오는 5월에 있을 차기 원내대표 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날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겠다는 나름의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오는 4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담당 검사로서 당시의 수사과정을 담은 책의 출판기념회를 연다. 이를 위해 1995년 출판했다가 절판된 책을 다시 펴냈다. 여당 대표로서 보다 강단 있는 리더십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처럼 여의도에서는 책이 갖는 내용보다 수단적 의미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같다. 언젠가는 정치인 자신을 위한 책보다 독자들을 위한 책들도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움직이는 與 소장파 “개헌 접고 공천개혁”

    수도권 초·재선 의원이 중심인 한나라당 소장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개헌 논란을 조기 종식시키고 공천개혁을 당의 핵심의제로 삼으려고 한다. 4·27 재·보선 결과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국면이 펼쳐지면 소장파 단일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은 17일 “당력만 소진시키고 있는 개헌 논의는 빨리 정리돼야 하고, 공천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본 21’은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인 나경원 최고위원과 함께 오는 24일 대규모 공천개혁 토론회를 열어 여론몰이에 나선다. 지난 14일에도 토론회를 열어 상향식 공천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소장파는 지난 8~9일 열렸던 개헌 의총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피력했다. 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여야가 같은 날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많은 국민이 쉽게 참여할 것이고,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장파가 주도하는 ‘국회바로세우기모임’ 소속 의원 22명은 18일 본회의 직후 야당 의원들과 직권상정 남용 금지 및 국회폭력 금지 대책도 논의한다. 양당 원내대표가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데다, 소장파들이 적극 나서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소장파들이 개헌보다 개혁에 부쩍 힘을 쏟는 것은 수도권 전반에 퍼진 위기의식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선의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재·보선 이후 원희룡·나경원·남경필·정두언 의원 등을 중심으로 단일세력을 형성한 뒤 당권에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문화부 예술정책 업무보고회에 쏟아진 현장의 목소리

    문화부 예술정책 업무보고회에 쏟아진 현장의 목소리

    “20년 전 일이다. 뚜렷한 직업이 없어 (신용)카드를 발급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30년간 무대에 선 결과가 이건가 싶어 연극을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있다. 예술인들은 항상 벼랑 끝에 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다.”(연극배우 박정자) “10년 전쯤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더니 시인은 위험직종군으로 분류돼 보험료가 엄청 비싸다는 말에 차라리 백수로 해 달라고 했다. 결국 취업희망생으로 처리했는데 보험료가 크게 내려가더라.”(시인 신용목) “한국 뮤지컬의 배우와 기술진은 세계적 수준에 다가가고 있지만 크리에이티브(창작·창의력)는 걸음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좋은 극작과 음악, 안무, 연출 등 뮤지컬의 기초 분야가 발전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뮤지컬 감독 박칼린) “일부에서 한국 발레와 무용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하는데 큰 착각이자 오해다. 냉정하게 속을 들여다보면 뿌리가 없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나무와 같다.”(발레리노 김용걸) 17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의 ‘2011 예술정책 대국민 업무보고회’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현장의 목소리다. ●“예술인복지법 조속히 제정을”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기도 한 박정자씨는 최근 요절한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 사례 등을 들면서 “예술인들은 우리가 사회에서 어떤 존재인가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다.”고 탄식했다. 보고회에 참석한 예술인들은 입을 모아 예술인복지법의 조속한 제정, 복지재단 설립, 문화복지사 제도 도입 등을 촉구했다. 박칼린 감독은 “세계에서 한국은 작품을 쉽게 팔 수 있는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수입사들의 과열 경쟁으로 가격이 많이 올라가 결국 관객들은 비싼 표를 사서 공연을 봐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으로 돌아가서 훌륭한 창작자들을 길러 내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외국 작품을 계속 수입해 무대에 올릴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술의 정치화 경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고은씨 사건으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는 신 시인은 “올해 중점과제에 4대강 주변을 공공디자인 시범도시로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북한의 천리마운동 때 마을마다 벽에 낫을 든 그림이 내걸렸던 북한의 천리마운동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논쟁 중인 정책사업에 예술이 동원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쓴소리를 뱉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인 김용걸씨는 “발레학교 설립 등 조기교육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당장 몇 년은 (버틸지) 몰라도 더 이상은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 서울대 교수와 함연주 조각가도 조기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업 우선순위 조정… 정책 적극 반영”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10년 전 초선 의원 때나 지금이나 80%가량은 비슷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제기된 의견을 잘 검토해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한덕수 주미대사, 한·미FTA 美의회 설득 전략은

    한덕수 주미대사, 한·미FTA 美의회 설득 전략은

    미국 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이 된 제112회 의회가 개원한 뒤 한덕수 주미 한국대사의 미 의사당 방문 횟수가 부쩍 늘었다. ●상·하원 돌며 ‘선택과 집중’ 공략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안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비준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뒤 상반기 내 비준을 목표로 한 행정부와 의회의 사전 협의가 본격화하고 때문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줄기차게 미국과 콜롬비아·파나마의 FTA도 함께 연내 비준을 요구하고,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한·미 FTA에 대한 입장에 온도 차가 느껴지면서 상황이 반드시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조기 비준 의지가 워낙 강해 여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대사는 2009년 부임 이래 한·미 FTA의 성공적인 비준을 위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셀 수 없이 만나 왔다. 그러나 한·미 FTA 비준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대(對)의회 설득 전략을 ‘선택과 집중’으로 바꿨다. 새해 들어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공화당 의원들과 민주·공화 지도부, 한·미 FTA에 반대 또는 비판적인 의원 그룹으로 나눠 집중적으로 만나고 있다. 1주일 중 2~3일을 아예 통째로 의원들 면담에 할애하고 있다. 시간을 쪼갤 경우 하루 최대 8명의 의원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의원 면담이 집중적으로 잡혀 있는 날은 아예 점심도 의회 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다. 1주일에 의원 20명을 만나 한·미 FTA에 대해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한 적도 있다. 한 대사가 이처럼 대의회 ‘접근법’을 바꾼 것은 다른 일정들을 소화하면서 의원들을 면담하다 보니 의사당과 대사관을 오가며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대사는 보수성향의 공화당 티파티 의원들도 다수 만났다고 한다. 일부 우려와 달리 매우 진지하게 한·미 FTA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많이 던진다고 한다. 한 대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또 다른 의원 그룹은 바로 한·미 FTA에 반대하는 의원들이다. 한·미 FTA의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의 마이클 미쇼드(메인) 의원과 존 딩겔(미시건) 의원 등을 만나 지난 연말 최종 타결된 한·미 FTA 내용 중 자동차 부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 의원은 전미자동차노조가 지지한 상황에서 반대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反 FTA 의원 만나 지지 요청 한 대사는 당분간 현재와 같은 ‘몰아치기식’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유지할 생각이다. 한편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16일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한국·콜롬비아·파나마와의 FTA가 연내에 비준되길 원한다며 다소 모호한 입장을 밝혀 한·미 FTA 조기 비준 입장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보다는 공화당 지도부가 요구하고 있는 콜롬비아 및 파나마와의 FTA 이행에 대한 행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친이 ‘개헌 몰아가기’ 친박 ‘무언의 반대’… 인식차 극명

    친이 ‘개헌 몰아가기’ 친박 ‘무언의 반대’… 인식차 극명

    한나라당이 8일 사흘간의 개헌 의원총회에 돌입했다. 의원 130명이 참석해 외관상으로는 성황을 이뤘지만, 치열한 찬반 토론은 벌어지지 않았다. 친이계 의원들은 ‘벌떼’ 전략으로 줄지어 개헌 당위성을 되풀이한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침묵을 앞세운 ‘무관심’ 전략으로 일관했다. 친이계 위주의 개헌 강행 움직임에 대해 일부에선 “친이계가 ‘개헌 당론 몰아가기’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친이계가 개헌 동력을 이어가면서 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계파의 결집을 강화하려는 데 방점이 찍힌 게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왔다. 일단 출발은 순조로워 보였다. 당 소속 의원 171명 가운데 130명이나 참석했다. ‘개헌 전도사’를 자임해 온 이재오 특임장관은 불참으나, 자신의 트위터에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며 측면 지원을 했다. 개헌 반대의 최정점에 선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친박계 의원들이 전체 50여명 가운데 31명이나 나왔다. ●“친이 내년 선거 겨냥 계파 결집 강화” 당 지도부는 개헌 공론화를 거들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한나라당은 2007년 4월 13일 의총에서 ‘18대 국회에서 국회가 주도해 4년 중임제를 포함한 모든 개헌논의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개헌에 관한 4대 원칙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면서 “오늘 의총은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도 “개헌 논의는 제한 없이 광범위하게 진행돼야 하고, 정파적 이익에 상관없이 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헌 논의의 3대 원칙으로 ▲국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 개헌 ▲권력구조뿐 아니라 기본권·인권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비전 제시 ▲대한민국 갈등과 분열 요인을 제거한 논의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뒤이은 비공개 의총에서는 친이계 의원들이 줄지어 개헌론을 펼쳤다. 발언에 나선 22명 가운데 20명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첫 주자로 나선 이군현 의원은 먼저 2007년 4월 11일 17대 국회 여야 원내대표들이 ‘개헌 문제는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한다.’며 서명한 합의문을 의원들에게 나눠 주며 개헌 약속을 상기시켰다. ●일부 의원 “개헌보다 민생 먼저” 박준선 의원은 “단임의 현 대통령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부담이 너무 크다.”며 권력구조 개편론을 펼쳤다. 고승덕 의원은 개헌 반대론자들의 ‘개헌보다는 구제역·물가 등 민생을 먼저 챙길 때’라는 논리와 관련, “구제역 때문에 개헌을 못한다면 우리나라 소가 살아있는 한 개헌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외에도 이윤성·이은재·장제원·조문환·진성호 의원 등은 ‘당내 개헌 전담 기구의 출범과 국회 개헌특위 구성’을 요구했다. 반면 개헌에 반대하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측근 차명진 의원은 “권력구조에 손대려면 대통령이 직접 제안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해보니까 안 되더라. 고쳐야겠다’는 결단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의 공동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지금 민심의 요구는 개헌이 아니라 민생과 관련된 현안 문제”라고 꼬집었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이 야당과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데도 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4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서 친이계 위주의 개헌론 주장이 주를 이루자 “3일 동안이나 개헌 용비어천가를 부를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부산·경남 지역 출신 일부 의원들은 “우리에겐 개헌보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가 더 급하다.”며 의총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들은 고작 50여명에 불과했다. ●“오늘 하루만 더 하고 끝낼 수도” 안 대표는 “반대토론이 너무 적어서 아쉽다.”면서도 “9, 10일에도 의총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런 분위기라면 내일(9일) 하루만 더 하면 끝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핵심 당직자도 “의원들의 발언 신청이 많지 않으면 굳이 사흘까지 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다. 이 경우 당내 개헌추진기구를 설치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박 “의원 개개인 자발적 참석” 친박계 의원 중에는 서병수 최고위원을 비롯해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과 대변인 격인 이학재·이정현 의원 등이 참석했으나 단 한명도 연단에 오르지 않았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의총에 일제히 참석하면 개헌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모두 불참하면 집단적인 보이콧으로 각각 매도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의원 개개인이 알아서 참석 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친박계가 개헌을 논의했다거나 뜻을 모았다거나 하는 것 자체가 친이계의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무대응 전략을 설명했다. 한 중진의원은 “예상대로였다.”면서 “개헌 추진에 대한 일방적 홍보의 장에 우리가 굳이 구색 맞추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발언하지 않았고, 내일도 달라질 게 없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초선 의원은 “개헌을 납득시킬 만한 논리를 갖추고 있는지 듣기 위해 참석했으나, 내가 설득당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면서 “국민들에게도 역시 설득력이 없을 것”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친박계의 이러한 ‘거리 두기’는 복지 논쟁이나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 등 다른 정치권 현안과 궤를 같이한다. 현안마다 입장을 뚜렷하게 제시하면 계파 갈등이 심화될 수 있고, 대통령 발목잡기로 비쳐져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유 있는 침묵’인 셈이다. 홍성규·장세훈·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국책사업 유치’ 金배지 충돌

    ‘국책사업 유치’ 金배지 충돌

    정부의 국책사업 유치 문제가 설 연휴를 보낸 정치권의 뇌관이 되고 있다. 지역별로 사업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설 민심’을 듣고 온 여야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역 간 이해 충돌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다. 3월 입지선정이 예정된 동남권 신공항을 둘러싸고 대구·경북·울산·경남 의원들과 부산 지역 의원들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급기야 당 지도부의 중재와 의원들 간 ‘신사협정’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당 지도부에서 “과열되지 않도록 의원들은 자제하라.”고 지시했지만 의원들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며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구의 한 의원은 “지역에서는 의원들이 삭발이라도 하라는 불만이 많다.”면서 “당장 선거가 내년인데 지역 주민들 눈치를 봐야지 당 지도부 눈치 보게 생겼느냐.”고 반문했다. 경남 밀양시·창녕군 출신인 조해진 의원은 7일 오후 국회에서 대구·울산·경북·경남 시·도의회 소속 신공항 밀양유치 특별위원회 위원장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밀양을 입지로 선정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뒤에는 일부 위원들이 삭발식을 갖기도 했다. 조 의원은 “더이상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당 지도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 지역 의원들은 8일 오전 간담회를 갖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조만간 부산지역 의원들을 비롯해 정부 관계자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서상기(대구 북구을) 의원은 “부산 의원들과 정부의 결정에 승복하기로 합의를 하든지 아니면 지역 민심을 따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말 부산역 앞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집회가 열렸다. 한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의 자제령으로 일부 의원만 참석했는데 ‘그날 안 왔던 의원들 선거 때 두고 보자’고 벼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부산 의원 14명은 지난달 31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대책회의를 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여야 모두에게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박성효 최고위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충청권 유치 백지화 발언을 문제 삼으려 하자 안상수 대표와 다른 최고위원들이 제지하는 등 내홍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논의키로 방향을 잡자 호남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충청 유치’ 당론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맞서 충청 출신 의원들은 정권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춘석 대변인이 “과학벨트는 이미 당론으로 결정된 만큼 개별 돌출 발언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 조직적인 측면에서는 바뀔 수 없다.”고 못박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역 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주리·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여의도 블로그] 초선에겐 낯선 개헌논의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이 최근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헌 논의에 대한 단상을 연일 트위터에 적어내고 있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이다. 가능성에 의문을 두면서 진지한 고민 없이 군불때기에만 열을 올리는 친이계 주류의 움직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담겼다. 김 의원은 28일 트위터에 “현 시점에서 개헌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 국론분열 초래할 4대 조항을 제외한 비쟁점조항만 대상으로 하면 가능하다.”면서 4대 조항으로 ‘정부형태(권력구조)·영토·통일·경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 네 조항 중 하나라도 다루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눈에는 18대 국회 후반기에 접어들어서야 ‘갑자기’ 개헌에 관심을 집중하는 의원들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더구나 개헌을 외치는 상당수의 의원들은 ‘분권형 대통령제냐, 4년중임제냐’에만 관심을 쏟는다. 김 의원이 18대 초반부터 활동해 온 국회 내 최대 규모의 의원모임인 ‘미래한국헌법연구회’(한나라당 이주영·민주당 이낙연·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공동대표)의 활동 경과가 이번 개헌 논의의 단면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는 “36차에 걸쳐 월요 개헌세미나를 열었지만 예외적인 몇번을 제외하고는 세미나에 참석한 의원수가 대체로 3~4명을 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연구회의 전체 회원은 모두 186명이다. 김 의원은 “지금 개헌 말씀하시는 분들이 그때 참석하셨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하며 씁쓸해했다. 또 “(세미나를 통해) 우리 헌법 130개 조항 구석구석뿐 아니라 외국 헌법들(태국·몽골까지)도 분석할 정도로 전방위적으로 다뤘는데, 막상 개헌 논의에 들어가면 권력 구조 조항만 다뤄지고 다른 조항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취급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한나라 최고위 개헌 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개헌 문제를 놓고 팽팽한 설전을 벌였다. 홍준표·나경원 최고위원은 20일 개헌이 시기적으로 늦었다며 ‘불가론’을 들고 나온 것. 그러나 오는 25일로 예정된 개헌 의총 자체 판이 깨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개헌 논의의 ‘칼자루를 쥔’ 안상수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가 ‘끝장 토론’을 벌이자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18일 친이명박계 의원들을 불러모아 비공개 회동을 가진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론’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나경원 “또다른 줄세우기 될 수 있어” 포문을 가장 먼저 연 것은 홍 최고위원이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차기 대권주자들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개헌이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개헌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분위기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개헌 의총 때 실컷 발언하자.”고 제동을 걸자 나 최고위원이 “홍 최고위원 발언에 공감한다.”며 가세했다. 나 최고위원은 “개헌이 사실상 어려운 시기에 논의하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본다.”면서 “사실상 ‘우리끼리, 우리를 위한 개헌’이 될 수 있고 또 하나의 줄세우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대표는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논의하자고 한 것은 모든 정당이 약속한 것”이라면서 “최고위원회의에서 된다, 안 된다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의총에서 다룰 것을 거듭 제안했다. 김 원내대표도 “개헌이 차기 주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의총에서 걸러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개헌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지도부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이 장관은 지난 18일에 이어 의총 전후인 24일과 27일에도 특강 형식으로 친이계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개헌론을 이어갈 계획이다. 친이계 내부 결속과 친박근혜계에 대한 견제 의도도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개혁 성향 초선모임 “의총 연기를” 반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은 이날 오전 모임을 갖고 ‘의총 연기론’을 꺼내들었다. 공동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개헌 의총은 부적절하다.”면서 “의총을 연기해야 한다는 뜻을 원내대표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장세훈·허백윤기자 shjang@seoul.co.kr
  • 문광위 與 단독 처리 지경위 개회도 못해

    문광위 與 단독 처리 지경위 개회도 못해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가 19일 여야 진통 끝에 한나라당이 단독 개최한 국회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채택됐다. 그러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야당의 사퇴 요구가 거세 관련 상임위조차 열지 못했다. 문광위의 경과 보고서는 “정 후보자는 11년간 문방위원으로 재직하는 등 전문성과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등을 갖춰 적격하다.”고 명시하면서도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면 장관 재직기간이 10개월에 불과할 수 있으며, 유류비 부당사용·불법 농지전용 및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못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야당이 강하게 ‘보이콧’했다. 민주당 소속인 김영환 지경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청문보고서 채택에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다.”며 “최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 좋겠지만 안 되면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그간 제기됐던 부동산 투기 및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고, 최 후보자가 실물 경제에 대한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회의 개최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최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가 없다고 자체 판단을 내렸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은 최 후보자의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의원은 “부동산 투기 등 재산 의혹들이 있지만 처가 문제로 생긴 일이어서 크게 문제 삼지 않기로 했지만, 최 후보자의 답변 태도에 의원들이 감정이 상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도 “보고서 채택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야당 의원들의 뿔난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건 전적으로 후보자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나라당 간사인 김재경 의원은 “업무수행 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다음주 초 회의를 열고 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등 최 후보자의 낙마를 목표로 여론전을 벌이기로 해 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진통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요구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한이 지나면 대통령은 이후 10일 이내에 별도의 조치 없이 임명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최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주리·허백윤기자 jurik@seoul.co.kr
  • 與 개헌불씨 되살리기?

    한나라당은 오는 24~25일쯤 개헌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기로 했다. 사그라들던 개헌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18일 국회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개헌 공론화를 위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정옥임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정 원내대변인은 “구제역이 잦아드는 시점에 개헌 논의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의총을 열기로 한 것”이라면서 “18대 국회 출범부터 초당적으로 구성된 미래헌법연구회가 작동했고 많은 연구가 나왔는데, 이제 와서 개헌 논의 자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고 적실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심재철 정책위의장과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 이주영 미래헌법연구회 공동대표 등이 모여 개헌 의제와 의총 진행방식 등을 논의, 확정할 예정이다. 이 공동대표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를 일치시키고, 대통령 권력 집중에 따르는 폐해를 극복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면서 “다만 대권주자를 비롯한 정파 지도자들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개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정당·계파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있는 만큼 개헌 논의가 방향타를 제대로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나라당 일부 지도부와 ‘친(親)이명박계’에서는 개헌론에 군불을 때는 반면 민주당 다수와 한나라당의 ‘친(親)박근혜계’ 및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 21’ 등은 탐탁잖은 반응이다. 때문에 개헌 논의가 갈지(之)자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본21 소속 김성식 의원은 “논의 수준을 넘어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실효성 측면에서 보면 (의총은) 의미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새해 들어 처음 열리는 의총 주제가 하필 개헌이냐.”며 심드렁한 반응을 나타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당·청 냉각관계 ‘상갓집 해빙’?

    “이 장관은 나와 적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옆자리에 앉은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농담을 건네자, 이 장관은 껄껄 웃으며 자양강장제를 내밀었다. 그러자 이 의원이 “역시 실세 장관은 좋은 걸 마시네.”라고 했고, 주변은 웃음바다가 됐다. ●당·청 관계복원 전방위 노력할 듯 잠시 후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들어와 이 의원 맞은편에 앉았다. 이 의원은 “임 실장은 내 편이라던데….”라고 말했고,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지난 14일 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여권의 실세들이 모두 모였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 부친상을 조문하기 위해서였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파문에 따른 ‘권력 투쟁설’이 불거진 뒤였지만 상갓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안상수+이재오 vs 이상득+임태희’ 막후 대립설 분위기는 찾기 힘들었다. 거물 조문객들은 둘째 아들이 서울대 로스쿨에 부정입학했다는 민주당의 허위 폭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를 한목소리로 걱정하며, 민주당을 성토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오후 4시쯤 미리 조문했다. 특히 이 장관은 “예비합격자 명단을 봤더니 안 대표 아들은 정당하게 합격했더라. 안 대표보다 아들이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 쪽에서 온 인사들은 “언론이 한번 나서서 정동기 후보보다 나은 사람을 찾아보라.”며 정 후보자 낙마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상득 “정치관여 않는다지 않았느냐” 비록 당·청 간 여진은 남아 있겠지만, 이날 상갓집 분위기처럼 양측은 ‘관계 복원’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16일 “대통령이 이번 일로 화가 많이 나 있고, 앙금이 쉽게 가시지는 않겠지만, 당·청 간 불협화음은 정권재창출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상득 의원은 “내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 나이 70이 넘었는데 그것 하나 못 지키겠느냐.”면서 “지금 이 나이에 권력을 누려 뭐하겠느냐. 목숨이 붙어 있는 것만도 다행이지.”라고 누차 강조했다. 소장파 초선 의원들은 이 의원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李·安 vs 李·任 대립? 靑 신·구 참모갈등?… 靑 선택은

    李·安 vs 李·任 대립? 靑 신·구 참모갈등?… 靑 선택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거취 문제가 여권 내부의 해묵은 권력투쟁설을 다시 들춰내고 있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후보자의 사퇴 요구가 불거진 뒤 여권에는 특정세력 간의 갈등설과 특정정치인 간의 알력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청 간의 갈등은 이미 숨길 수 없을 만큼 노출됐고, 당은 당대로 사분오열의 기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재오·안상수 대 이상득·임태희’ 11일 여의도를 뒤덮은 권력투쟁설은 ‘이재오·안상수 대 이상득·임태희’의 갈등 구조였다. 친이계를 양분한 이상득 의원 측과 이재오 특임장관 측의 오래된 경쟁 관계라는 구도 속에서 안상수 대표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전면에 나서 맞서게 됐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관측은 감사원장 후보 추천을 고리로 하고 있다. 임태희 실장은 정동기 후보자를 추천하고 지원한 반면, 이재오 장관 측은 호남 출신의 제3의 인물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은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평소 이재오 장관과 관계가 좋은 안상수 대표가 정동기 불가론에 동조하면서 당 지도부를 움직여 청와대를 겨냥한 사퇴요구를 하게 됐다는 얘기다. 친 이상득 측과 친 이재오 측 갈등의 핵심은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서 당내에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 가는 상황에서 누가 친이계를 주도해 박 전 대표에 맞서거나, 또는 협력하느냐의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이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누가 한나라당의 당권을 잡느냐의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재오 장관 측은 “이번 사태를 개인 간의 갈등 구도로 만드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 같은 해석을 일축한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청와대 참모들의 일방 통행에 대한 지적이 당에서 많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누적된 불만이 이번 인사를 통해 터져나온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측근은 “이 장관도 정동기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에 불안해하고 걱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 장관이 안 대표를 통해 ‘거사’를 했다느니 하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 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 내부의 갈등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 임 실장 체제와 지난달 말 청와대로 돌아온 옛 참모진인 이동관 언론특보·박형준 사회특보가 갈등구도를 빚으면서,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정 후보자의 문제점이 필요 이상으로 언론 등을 통해 확대재생산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상수 책임론 후폭풍’ 당·청 충돌은, 청와대에 상당한 내상을 입혔지만, 당내에도 상당한 충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거사’를 주도한 안상수 대표에게 만만찮은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일을 극단적으로 끌고 갔다는 책임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안 대표와 함께 청와대와의 조율에 참여한 원희룡 사무총장은 소속 의원들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정동기 불가론에 광범위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도 강력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는데, 꼭 그런 방식을 동원했어야 했느냐.”고 따졌다. 일각에서는 안상수 의원 개인의 사심(私心)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친이명박 직계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인사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정동기 후보자를 임명하겠다고 안상수 대표에게 자문을 구하고, 이를 안상수 대표가 수긍한 뒤 이제 와서 이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안 대표가 (청와대의) 뒤통수를 치는 꼴”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 인책론’ 이번 사태의 화살은 결국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인책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지만, 임태희 실장 등 참모들이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이 시작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8·8개각 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신재민 문화부장관 후보자, 이재훈 지경부 장관 후보자가 줄줄이 낙마한 것도 결국은 청와대 참모들이 책임졌어야 할 부분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다시 커지고 있다. 친이 소장파의 한 의원도 “이번 일을 놓고 당·청 간 권력투쟁이라고 말하는데, 권력투쟁은 청와대가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인사검증의 실패와 관련해서는 특히 인사비서관실과 민정수석실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 8·8 개각 후유증이 불거진 후 청와대는 인사검증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정 후보자가 7개월간 7억원 급여를 받은 부분과 관련,“불법사실은 없지 않으냐.”면서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진 판단을 해왔고,결국 이 같은 판단이 정 후보자의 낙마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최종 인사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주변 인물 중에서 ‘썼던 인사를 다시 쓰는’ 인사방식을 고집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잘못됐다고 조언을 할 만한 참모가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인책론과는 별도로 청와대가 국민 여론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비난이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靑 대응에 따라 결과 달라져’ 사태 추이와 관련,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청와대 대응에 따라 향후 결과가 달라진다.”고 내다봤다. “청와대가 당의 지적을 수용하고, 당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으면 윈윈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청와대 권력과 민심을 등에 업은 당이 충돌한 것인데, 일단 당이 이길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보다 훨씬 제왕적이었던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도 결국은 당에 졌다.”면서 “청와대 수석들이야 임기가 끝나면 끝이지만 당은 생존이 걸린 문제인 만큼 청와대가 당의 주도를 존중해야 레임덕을 조절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수·이지운·이창구 홍성규기자 sskim@seoul.co.kr
  • [함바 게이트] 정치권 함바 한파

    여야 정치권이 ‘함바’ 한파에 몸을 움추렸다. 함바 운영업자 유상봉(65·구속기소)씨의 전방위 로비 대상에 여야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다. 한나라당은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경남 출신인 친이계 중진 A 의원, 경북 출신 친박계 중진 B 의원, 수도권 출신 초선인 C 의원 등과 한나라당 소속 전직 광역단체장 D씨가 거명되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민주당도 감사원장 청문위원인 조영택 의원이 유씨에게서 후원금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자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해당 의원들은 적극 해명에 나서며 의혹 확산을 막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의원은 “검찰 확인 결과, 유씨가 통영시의 한 문화단체에 기부금을 냈다고 진술했을 뿐 이 의원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했고, 조 의원 역시 “2008년 유씨가 후원금 500만원을 줘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의원들도 “유씨와 일면식도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1년 남짓 남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구설에 오르면 재기가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여야 정치권에 엄습해 있다. 여권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특정 계파를 겨냥한 것”이라는 괴소문까지 나돌아 계파 갈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 의원실에선 혹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유씨 후원금이 들어와 있지 않을까 걱정하며 후원계좌를 일일이 뒤져보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의원은 10일 “사실 관계를 떠나 의혹의 무분별한 확대 재생산으로 정치권이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 찍힐까 걱정”이라면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겠지만, 그 전에 악성 루머부터 확실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성규·강주리기자 cool@seoul.co.kr
  • [‘민간인 사찰’ 문건] 與 ‘정동기 인사청문회’ 냉가슴

    [‘민간인 사찰’ 문건] 與 ‘정동기 인사청문회’ 냉가슴

    감사원장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한나라당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초완급’ 청문회 일정 속 야당의 ‘초강세’ 검증 공세가 국민정서를 빠르게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동기 후보자가 법무법인에 재직한 7개월 동안 7억원 가까운 급여를 받은 사실 등이 부각되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공정’ 개각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표면적으론 “청문회가 인신공격 및 정치공세의 장이 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선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 등이 낙마했던 지난해 8·8 개각의 암운을 떠올리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당내 개혁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의 한 의원은 9일 “의원들 사이에선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 (전관예우 논란과 관련) 너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당내 여론의 체감도로 본다면 낙마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민본21은 “정 후보자의 청와대 민정수석 경력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추가 의혹이 제기되거나 여론이 계속 악화될 경우 무조건 감싸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렇다고 야당의 공세를 방치해 후보자가 낙마라도 하게 되면 4월 재·보선은 물론 정국주도권마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당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반란 표’ 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되는 임명동의안 표결을 낙관할 수만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검증할 한나라당 인사청문특위 위원 구성도 문제삼고 나섰다. 민주당의 이춘석 대변인은 7명의 위원 가운데 최병국 위원장과 성윤환·권성동·이상권 의원 등 4명은 검찰 선후배, 정진섭 의원은 정 후보자의 경동고 1년 선배라고 지적하며 “친위대 전관예우 청문회를 걷어치우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봐주기 청문회는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홍성규·허백윤기자 cool@seoul.co.kr
  • 오바마 ‘여소야대’ 시험대에

    “국민은 종전처럼 일하는 것을 끝내라고 공화당에 표를 줬고, 우리는 오늘부터 국민의 뜻에 따를 것이다.” 5일(현지시간)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으로부터 4년 만에 다시 의사봉을 넘겨받은 존 베이너(60) 신임 하원의장은 취임 일성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과의 ‘격돌’을 예고했다. 공화당이 4년 만에 하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한 제112대 의회가 이날 개원함으로써 임기 3년차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적 도전을 맞게 됐다. 베이너 신임 의장은 취임 연설에서 “힘든 일과 어려운 결정들이 112대 의회에서 요구될 것”이라고 천명해 미국 정국의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한다는 목표 아래 공화당은 당장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최대 정치적 승리로 꼽히는 건강보험개혁법을 폐지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함에 따라 하원은 공화당이 242석, 민주당이 193석을 차지하고 있다. 상원도 민주당 의석이 60석에서 53석으로 줄어든 반면 공화당은 과반수에 근접한 47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상원의 다수당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고,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법안 거부권을 무력화할 재적의원 3분의2선의 의석은 하원에서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상생의 타협 정치도 예상된다. 지난해 말 레임덕 회기 때 감세연장 법안과 러시아와의 새 START 비준안 처리 등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협력 정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예산 삭감의 경우 공화당은 당초 2011 회계연도에 1000억달러를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공언해 왔지만, 최근 그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한편 취임 전부터 선심성 예산 폐지와 의회 경비 5% 감축, 호화로운 취임 축하 파티 취소 등 상징적 조치들을 취한 베이너 의장은 온갖 역경을 헤치고 대통령과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 서열 3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85년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1990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11차례 재선에 성공한 베이너 의장이 4년 만에 탈환한 하원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한편 하원 공화당은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대표한다는 뜻에서 6일 헌법 전문을 본회의장에서 릴레이 낭독하는 행사도 갖는다. 상원은 의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조 바이든 부통령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초선 의원들의 취임선서를 시작으로 의정 활동에 들어갔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안상수 舌禍’ 삼진아웃?

    ‘안상수 舌禍’ 삼진아웃?

    ‘안상수 설화’(舌禍), 삼진아웃?’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다. 당 간판인 안상수 대표가 잇단 설화를 일으키며 리더십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더 큰 고민거리는 안 대표를 대신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22일 여기자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고 말해 여성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좌파 스님’, ‘보온병’ 설화에 이어 세 번째다. 23일 당내에선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가뜩이나 새해 예산안 강행 처리, 중점 예산 누락 등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갑자기 터져 나온 설화에 비난이 빗발쳤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때가 어느 땐데…황당하다.’ ‘이제 안 대표 체제로는 19대 총선을 치를 수 없게 됐다.’ 등의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러나 당장 책임론으로까지 번지진 않는 분위기다.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부에선 대안으로 ‘이재오’ 카드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친이계에선 ‘유력한 대권 주자를 잃는다’는 우려가, 친박계에선 ‘제2 공천 학살’에 대한 불안감이 역력했다. 두 계파의 걱정은 현행 한나라당 당헌에서 비롯된다. 당헌 92조는 대권후보가 대통령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모든 당직에서 사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당헌 27조는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일 때는 60일 이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재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 특임장관의 당권 도전은 대권 출마 포기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를 친박계 입장에선 이 장관의 공천권 행사 욕심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어느 쪽도 쉽게 손익을 따질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안 대표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완전히 사그라질 기세는 아니다. 일부에선 안 대표의 사퇴 시기 조율설까지 흘러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실익 없는 조기 전대를 따지기보다는 당분간 안 대표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안 대표의 잔여 임기가 1년 미만으로 남았을 때까지 당권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차순위 최고위원에게 대표직을 승계시키는 방안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래저래 안 대표는 설화가 빚은 고난의 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홍준표 “소장파 성명 논의 안해”

    한나라당 수도권 소장파 의원 22명이 19대 총선 불출마를 내걸며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예산 및 법안 날치기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을 놓고 당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회 바로 세우기를 다짐하는 국회의원 일동’ 소속 의원들의 성명 발표에 대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장파 의원들의 성명 발표 계획은 지난 15일 오후부터 외부로 노출됐지만 1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공개 및 비공개회의에선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도부 차원에서 소장파 의원들의 성명 발표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관심없다.”고 말했다. 서병수 최고위원도 “야당이라는 상대가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면서 “상대가 무법하게 회의진행을 막을 경우에 대한 대안 없이 일방적인 결론을 낸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동료 의원들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재선 의원은 “성명서 서명에 동참하라고 연락이 왔으나 거부했다.”면서 “당 지도부에 대한 인책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자성만 강조됐다는 점에서 국회 바로 세우기 성명이라기보다는 ‘코너에 몰린 지도부 구하기 성명’ 발표로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내년이면 집권 4년차에 접어들고 이번까지 미디어법은 물론이고 예산안을 3번 강행처리했다.”면서 “내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뒤엔 총선이나 마찬가지인데 해당 의원들이 너무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정은·허백윤기자 kimje@seoul.co.kr
  • 與 소장파 “강행처리땐 총선 불출마”

    與 소장파 “강행처리땐 총선 불출마”

    한나라당이 예산 국회 후폭풍을 털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구상찬·김성식·김세연·정태근·홍정욱 의원 등 한나라당 일부 수도권 및 소장파 의원들은 15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자성의 뜻으로 청와대와 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쟁점법안 처리를 강요할 경우 이를 거부하기로 했다. 일부 의원들의 경우 앞으로 쟁점법안 강행처리에 동참하게 되면 19대 총선 불출마를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6일 오후 다시 회동을 갖고 뜻을 함께하는 초·재선 의원 20여명을 규합해 관련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는 이날 새해 예산안 강행처리가 빚은 국회 폭력 사태, ‘형님 예산’ 논란 등이 불러온 여론의 반감, 당내 인책론 부상을 막기 위해 하루종일 분주했다. 전날 원내대책회의에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마저 취소했다. 냉소적인 여론의 뭇매를 일단 피해보자는 ‘의도된 침묵’을 이어갔다. 대신 당내 비난과 야당의 공세에는 정공법으로 나섰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당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당내 인책론의 공론화 확산을 차단하려는 속내가 엿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가장 개혁성향이 강한 후배들, 소장파 의원들의 지적과 질타를 받았다.”면서 “일리 있는 지적이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수용할 건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회동 뒤 민본21은 인책론을 공론화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민본21 공동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오찬회동 뒤 김 원내대표를 먼저 보내고 소속 의원들과 논의한 결과, 이번 예산안 처리 및 이후 상황이 한두 사람의 책임이라기보다는 의원 모두가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이 문제의 해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겠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초선의원들이 강행처리 과정에서 앞장섰던 책임 등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지도부는 이와 함께 민주당의 ‘서민예산 삭감, 형님예산 챙기기’ 공세에 맞서 반격을 시도했다. 이종구 정책위부의장 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소위 소속 의원들은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민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다.”면서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쪽지예산’으로 챙길 것(지역 예산)은 다 챙겼다.”고 비난했다. ‘형님 예산’ 논란과 관련해선,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지키는 건 상식적인 일”이라면서 “삼척에서 울진·영덕을 거쳐서 포항으로 이어지는 철도 예산 700억원이 증액된 걸 문제 삼는데 이 사업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인 2001년 계획돼 2002년에 확정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한나라당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던 최고위원회의를 16일부터 재개키로 했다. 홍성규·김정은기자 cool@seoul.co.kr
  • [예산 강행처리 후폭풍] 한나라 ‘자중지란’

    새해 예산안을 단독처리한 한나라당이 극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장외 투쟁으로 밖에서 압박해 오는 야당의 공격보다 내부 균열이 더 심각한 위기를 부르고 있다. 우선 13일 최고위원회에서 청와대와 당의 종속 관계를 청산하라고 직격탄을 날린 홍준표 최고위원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 상당하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의 사퇴만으로 수습될 사안이 아니라는 기류도 강하고,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1996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날치기’ 악몽을 회상하는 인사들도 많아졌다. 3선의 이한구 의원은 “예산안 처리를 고지 점령하는 식으로 처리한 것, 실세정치인 예산은 늘리고 서민 예산은 빠뜨린 것이 국민 여론이 나빠진 핵심 문제라면 고 의장의 사퇴는 어색하고 엉뚱하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에 끌려다니는 문제에 대해서 많은 의원들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도부의 리더십에 불만을 쏟아내는 이들도 많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안상수 대표는 단독처리 직후 ‘한나라당에 희망이 생겼다’고 말하고,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더니 느닷없이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면서 “정치적 무게가 없던 정책위의장만 사퇴하고 나머지 지도부는 뒤로 숨는 모습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당·정 관계도 악화되는 분위기다. 안상수 대표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당사에서 벌인 설전이 이를 증명한다. 안 대표는 당이 요구한 서민예산 등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따졌으나, 윤 장관은 예산 편성 및 집행자로서의 정부 입장을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나라당은 3가지 숙제에 직면했다. 우선 ‘서민예산이 날치기 당했다.’는 야당의 공세를 극복해야 한다. 또 ‘언제까지 청와대로부터 오더를 받을 것이냐.’는 당내 의원들의 불만도 잠재워야 한다. 예산 최종 확정 단계에서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정부의 시인을 끌어내 여론의 화살을 정부 쪽으로 분산시켜야 하는 부담까지 안고 있다. 하지만 현재 어느 하나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이창구·김정은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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