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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교 1·2학년 영어수업 금지는 합헌”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과목 개설과 이른바 ‘영어몰입교육’(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을 금지한 정부의 교육정책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25일 헌재는 2013년 12월 영어교육을 제한한 교육부 고시와 서울시교육청 등의 처분이 위헌이라며 영훈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낸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초등 교육과정에 영어가 포함된 1995년 이후 1, 2학년은 영어를 정규교과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면 한국어 발달과 영어교육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초등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려면 영어교육이 일정한 범위로 제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사립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도 국가 교육과정 내에서 허용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가교육과정을 넘어서면 불평등을 조장해 사회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아동복지시설 아동 치료/재활지원 시범사업’ 실시 후 문제 행동 아동 31.2% 줄어

    부산 지역 아동복지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다섯 살 한별이(가명)는 경계성 아동으로 폭력성 및 주의력 결핍 및 행동 장애의 증상을 보이곤 했다. 또래와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더라도 친구들보다 장난감을 더 가지려 했으며 친구들과 다툼이 있으면 때리거나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반복하는 등 문제 행동을 했다. 그러던 도중 한국아동복지협회의 ‘시설 아동 치료/재활지원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치료를 받게 되었고,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한별이는 종합심리검사를 받은 뒤 18번의 놀이치료를 비롯해 유아체조 등 다양한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산만한 행동이 감소하는 동시에 쉽게 좌절하거나 샘을 내는 행동이 줄어들고 자신의 잘못을 언어로 표현하면서 인정하는 변화도 함께 보였다. 이처럼 최근 급속한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부모의 별거 및 이혼, 학대 등으로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아동들이 아동 복지 시설에 입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동복지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은 불안정한 양육 환경에 노출됐던 경험이 있어 심리, 정서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많으며, 실제 시설에 입소한 아동들은 일반 아동들에 비해 내면의 문제가 행동으로 표출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또한 보고된 바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에서는 2012년부터 기획재정부 복권기금 후원을 통해 아동복지시설 치료/재활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한국아동복지협회가 공모 절차를 통해 위탁을 받아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2012년부터 2015년까지 2천여 명의 아동들이 지원을 받았다. ‘아동복지시설 치료/재활 지원사업’은 심리, 정서, 인지, 행동 상의 어려움이 있는 시설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재활 프로그램 및 통합사례관리 개입을 통해 아동의 문제 행동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아동의 가족, 시설 종사자 및 지역사회의 역량강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아동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아동의 문제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이 부모와 긍정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아동-가족 역량강화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된다. 실제 부모들은 아동들이 시설에 입소한 초기에는 자신의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대한 많은 관심을 갖지만,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이후에는 서서히 관심을 갖지 않아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 아동-가족 역량강화 프로그램은 가족과 아동간의 유대 관계를 강화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설 아동들이 마음의 안정을 되찾도록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시설에서 아동을 주로 양육하는 생활지도원(보육사)에 대한 상담 지원, 교육도 실시한다. 실제 아동복지시설 치료/재활 지원사업의 효과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도 최종 사업 대상자 선정 아동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치료를 받은 이후, 문제 행동이 매우 심각한 아동의 수가 31.2% 감소하였으며, K-CBCL(한국형 아동청소년문제행동평가척도) 기준으로 임상군에서 정상적으로 변화하는 결과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미취학 아동 83명은 문제 행동 총점 임상점수가 평균 12점이 감소했으며, 초등학생 253명은 평균 7점이 감소했다. 중/고등학생 164명은 평균 8점이 감소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지원에도 아동 연령이 낮을수록 치료의 효과는 더욱 크게 나타나,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뒷받침 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종교 초월한 경전 전문 번역가 정창영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종교 초월한 경전 전문 번역가 정창영

    성인들의 참뜻을 알고 싶어 경전을 집어 든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그냥 덮는다. 사전을 뒤적이며 읽어 보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아 쉽게 포기한다. 한글 번역본이지만 우리글이 아닌 것 같을 정도로 어려워서다.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종교·철학 전공자도 어렵다는 경전을 쉽게 번역하고 풀어 쓰는 데 몰두한 전문가가 있다. 종교 경전 10여권을 번역, 해석하고 저술한 정창영 선생을 충남 보령 성주산 계곡 전원주택 작업실에서 만났다. →신학대를 나왔다. 불교·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우연이었다. 신학대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선택과목으로 종교학을 들었는데 개괄적으로나마 다양한 종교가 전하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었다. 불교 경전, 힌두교 경전을 처음 맛보았다. 이때 힌두교의 중요한 성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를 알게 됐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뿌리까지 기독교 신자였기에 바가바드기타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리석은 얘기 같지만 ‘다른 종교에도 메시지가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에 확 와 닿는 무엇이 있었다. →가슴을 울린 그 무엇은. -나 스스로 특정 종교에 둘러싸인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다른 종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바가바드기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말 경전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우리말로 번역된 경전이 없으니 영어 번역본이라도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렵게 불교 전문 서점에서 영어 번역본을 구했다. 인도 대통령을 지낸 저명한 분이 번역한 경전이었는데 문장이 참 수려했다. 그게 인연이 돼서 경전 연구에 빠지게 됐다. →당시 국내 번역본이 전혀 없었나. -함석헌 선생이 바가바드기타를 번역하고 강의했다. 반가워서 읽어 봤는데 사실 너무 어려웠다. 영문본보다 더 어려웠다. 번역본이 너무 어려워 공부를 더해 우리말로 옮겨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일상적인 언어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놓고 싶은 욕망이 굴뚝처럼 솟아올랐다. 이때가 신학대 4학년 때다. 경전의 참뜻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이따금 나온 번역본은 원본보다 더 어려웠다. 이런 건 아니다 싶어 경전 번역에 뛰어들었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목회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안다. -목회 활동을 7년 정도 했다. 그러면서도 불교, 힌두교, 심지어 조로아스터교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아마 기독교 공부보다 이들 종교 공부에 더 빠졌던 것 같다. 다른 종교의 경전을 해석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그곳에도 주옥같은 메시지가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목회 활동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목회는 남을 가르쳐야(설교) 하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목회를 접고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분야에 파고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20대 후반~30대 중반이었다. 목회 활동을 접은 것은 저술과 경전 번역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목회 활동을 그만뒀으니 수입이 끊겼다. 그러던 차에 잘 알고 지내던 목회자가 기독교 잡지사를 소개해 줘 편집장 일을 맡았다. ‘몇 푼이라도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편집장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이때 성서 연구도 열심히 했는데 현대어 성서 번역팀에 합류했다. 신학자들이 번역해 오면 원본과 대조, 놓친 부분을 체크해 토론하고 보충하는 일을 3년 정도 했다. 그러나 성서 번역만으로는 먹고살 길이 없어 일반 번역도 병행했다. 조직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낙향해 경전 번역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전문 직업으로서 번역을 택했던 것이다. 열심히 했다. 원고지 쓰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손가락 마디가 45도로 휠 정도였다. →동서양을 넘나들고 종교를 초월해 경전을 번역했다. 경전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가. -백그라운드는 개신교지만 종교 관계없이 경전에 손을 댔다. 수십 권의 번역·저술에 매달렸지만 특정 종교에 빠지지 않고 편협된 시각을 버리려고 했다. 그래서 특정 종교를 넘어 다양한 경전을 접할 수 있었다. 종교가 다르더라도 경전이 주는 메시지는 ‘비슷하다’가 아니라 ‘같다’고 해도 된다. 도덕경이나 붓다의 가르침이나 예수님의 메시지 등이 모두 한길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종교에 따라 강조점이 약간 다를 뿐이지 진리를 가르치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종교, 이념을 놓고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대화의 장벽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이라고 하는데 불교는 불성이라고 한다. 힌두교는 브라만이라고 하는데 같은 존재의 상태다. 다만 언어 표현을 놓고 오해가 생기고 분쟁으로 이어진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수준이 다 같지는 않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특정 층(수준)만 들어 종교를 이야기하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아가 우월성을 따지고 싸움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종교라도 최상위층에 도달하는 정신이나 철학은 같다고 본다.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경전에 답이 있던가. -종교는 진리다. 근본을 가르치는 것이 종교다. 진리는 종교마다 다 있다고 본다. 흔히 종교가 주는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간 단계의 계층이 추구하는 메시지다. 사랑에는 감정이 실린다. 하지만 종교의 최상위층은 감정을 초월한다. 부처나 예수의 말씀을 평면에 놓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다 보니 저항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불교 반야심경은 최고 수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지가 최고조에 오른 제자 사리자에게 주는 메시지였으니 일반인에게는 얼마나 어렵겠나. 불경 안에도 수많은 층의 메시지가 있듯이 모든 종교가 그렇다. 종교마다 서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손을 댄 경전이 있나. -법구경을 잡아들었다. 널리 회자되고 친숙해 불자가 아닌 사람이 번역한 법구경을 내려고 한다. 법구경은 부처의 가르침을 모은 책이다. 그 안에는 초등학생에게나 해당하는 도덕 같은 말씀부터 최상층의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까지 들어 있다. 법구경 안에서 최상의 말씀은 전체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쉽게 풀어 쓰는 데 목적을 뒀다. →종교 경전에 매달리는 특별한 이유는. -그동안 나온 번역서는 대부분 교계에 있는 분, 아니면 철학자들이 번역했다. 그래서 표현 대부분에 그분들 세계의 언어를 사용했다. 일반인이 그 책을 읽으려면 또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이 활동할 당시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성립되지 않았던 때다. 일반인을 상대로 진리를 전파하려고 했던 분이다. 예수님 활동 당시에도 기독교는 없었고 복음서도 없었다. 성경도 없었다. 모두 일반인을 상대로 얘기한 것이지 않나. 그러니 일반인으로서 경전을 번역할 자격이 있지 않나. 수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씀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경전을 내고 싶다. 밑줄 그어 가며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경전이 주는 메시지를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쉽게 받아들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종교 비교 관련 서적 출간이나 토론에 나갈 생각은 없나. -종교를 놓고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토론하다 보면 싸움으로 이어진다. 에피소드가 있다. 경전 번역서가 나오고 대학 강의를 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당시 한창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철학자 김모 교수와 토론을 붙여 보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종교, 경전이 주는 메시지를 놓고 토론할 경우 진리를 도출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거절했다. →천문에도 관심이 많다. 미신이라는 비판도 있지 않나. -천문(天文)은 하늘의 글이다. 천체물리학(과학)을 천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천문 해석은 논리적인 통계 학문이라고 본다. 사주처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쉽게 풀어 쓸 생각으로 접근했다. 별은 한 곳에 박혀 있지 않다. 모든 행성이 다 그렇듯이 늘 움직인다. 천문은 맞다, 안 맞다의 영역이 아니다. 이해하는 영역이다. 별자리에 따른 인간 성격유형 분류는 통계로 증명한다. 칼 융(의사, 심리학자)도 천문을 기본으로 인간의 성격유형을 분류한다. 글 사진 보령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정창영은 경전 전문가, 천문 해석가로 유명하다. 1955년 충남 연기군 전동(세종시) 출생. 서울신학대 졸업. 어려운 경전을 일반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교와 나라를 넘나들며 고전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직업으로 여기고 있다. ‘바가바드기타’, ‘도덕경’, ‘열자’, ‘예언자’, ‘동양정신과 서양정신의 결혼’, ‘성경에 관한 논쟁’, ‘탈무드’,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티벳 사자의 서’ 등 20여권의 번역서와 저서가 있다. 동시에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책을 내면서 천문 해석가로도 활동 중이다.
  • 헌재 “초등학교 영어 몰입 교육 금지는 한헌”

    헌재 “초등학교 영어 몰입 교육 금지는 한헌”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한 정부 정책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5일 영어몰입교육을 금지한 교육부 고시와 서울시교육청 등의 처분이 위헌이라며 영훈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교육부 고시는 초등학생의 전인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게 하고 영어 사교육의 지나친 과열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초등교육 과정에 영어가 포함된 1995년 이래 1∼2학년은 영어를 정규교과로 가르치지 않는다”며 “이 시기 영어를 가르치면 한국어 발달과 영어교육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립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 편성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내에서 허용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성북교육지원청은 2013년 9월 영훈초교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다. 1∼2학년은 정규 교육과정에 영어과목을 개설할 수 없고 3∼4학년은 주당 2시간,5∼6학년은 3시간 이내에서 영어수업을 편성하라는 내용이었다.  학부모들은 이런 제한이 없는 국제학교와 비교해 불공평하고 저학년 영어교육이 한국어 학습에 방해된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초등 6학년 교과서에 ‘위안부’ 삭제… “5·18 관련 계엄군도 지워”

    초등 6학년 교과서에 ‘위안부’ 삭제… “5·18 관련 계엄군도 지워”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배울 사회 교과서에 위안부 사진과 용어가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 발행된 실험본 교과서에 실려 있던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실험본 교과서에 ‘전쟁터의 일본군 위안부’라는 사진 제목과 함께 “전쟁터에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 노예가 되었다”는 사진 설명이 최종본 교과서에서는 삭제됐다. 최종본 교과서에는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젊은 여성들이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하였다”는 서술만 담겼고, ‘위안부’와 ‘성 노예’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많은 고통’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드러내지 않도록 했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는 일본 정부와의 위안부 문제 합의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해 9월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교육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보조교재로 사용된 교육자료에는 ‘위안부’라는 용어와 함께 당사자들이 당시 피해를 입은 점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과서에서는 ‘위안부’라는 용어조차 쓰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실험본 교과서를 16개 연구학교에서 시범 적용한 뒤 현장 의견 수렴을 한 결과 일본군 위안부, 성 노예라는 표현이 초등학생 학습에 적정하지 않다는 교과용 도서심의회 의견에 따라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종환 의원은 “위안부 서술을 강화하지는 못할 망정 ‘위안부’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못한 교과서를 보며 충격을 받았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일본과 맺었던 위안부 협상과 교과서 서술 관계에 대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최종본 교과서에는 지난 2011년 발행된 교과서에 실렸던 5·18 민주화운동 관련 사진 가운데 계엄군과 관련된 사진을 빼고 본문에 ‘계엄(군)’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대신 “군대를 동원하여 폭력적으로 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였다”고 서술했다. 또 2011년 교과서에는 유신헌법의 초헌법적 특징을 캡션을 통해 보여주었지만, 이 역시 최종본 교과서에서는 모두 삭제됐다. 대신 “국가 안보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이라는 문장으로 대체됐다. 유신 헌법에 대한 비판적인 요소를 제거한 것이다. 이밖에 2014년 실험본 교과서에 “정부가 무상보육 제도를 마련했다”고 서술된 부분을 최종본에서는 ‘무상’을 빼고 ‘육아비용 지원’으로 변경했다. 박근혜 정부의 ‘무상보육’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서 누리과정 예산 등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도 의원은 “결국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국정교과서의 한계”라면서 “집필진과 집필기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 중등 역사 교과서는 얼마나 많은 문제가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국인 키 클 만큼 다 컸나

    한국인 키 클 만큼 다 컸나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해마다 조금씩 키가 커지고 있지만 고등학생은 10년 전과 평균키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중·고교생 고도비만율은 10년 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전국 초·중·고 764개교(8만 4815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도 학생 건강검사 표본분석 결과’를 24일 공개했다.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의 키는 평균 151.4㎝로 나타났다. 2010년 150.2㎝보다 1.2㎝, 2005년 149.1㎝보다 2.3㎝ 커졌다. 같은 학년 여학생(151.9㎝)도 5년 전(151.2㎝)보다 0.7㎝, 10년 전(150.3㎝)보다는 1.6㎝ 커졌다. 중3 남학생과 여학생 키는 각각 169.7㎝, 159.8㎝로 10년 전보다 1.2㎝, 0.5㎝ 증가했다. 그러나 고3 남학생의 키는 173.5㎝로 2010년(173.7㎝)보다 0.2㎝, 2005년(173.6㎝)보다 0.1㎝ 작아졌다. 고3 남학생은 2013년 이후 173.5㎝에서 변화가 없어 성장이 정체된 것으로 분석된다. 고3 여학생의 키는 160.9㎝로 2010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2005년(161.0㎝)보다는 역시 0.1㎝ 작아졌다. 평균 몸무게는 ▲초등 6학년은 남학생 46.6kg, 여학생 45.2kg ▲중3은 남학생 62.3kg, 여학생 54.4kg ▲고3은 남학생 69.4kg, 여학생 57.1kg 등으로 10년 전보다 조금씩 늘었다. 이에 따라 비만율도 초·중·고 전체 15.6%(경도 7.9%, 중등도 6.1%, 고도 1.6%)로 전년보다 0.6% 포인트 높아졌다. 비만율이 최근 5년간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고도비만율은 10년 전인 2005년(0.78%)의 배 이상이 됐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이영희 성균관대 교수

    깡촌 소작농의 아들 누나의 희생으로 진학 철도원으로 살다가 다시 주경야독육사에 붙고도 결핵으로 불합격그래도 내 결론은 도전박운상 선생님 덕에 물리학에 눈떠4년 만에 석·박사 탄소나노튜브 실험과 응용 연구나는 콧수염 학자 애벌레처럼 살 거야 “제가 원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에요. 철도원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를 오랜만에서 해서 그런가,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공부에만 정신이 팔리니까 다른 일들은 다 귀찮아지더군요. 하루이틀 안 깎은 게 60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콧수염의 역사를 묻자 이영희(61) 교수는 “사람들이 전공인 탄소나노튜브보다 이 털들을 더 궁금해하니 큰일”이라며 껄껄 웃었다. 경기 수원에 있는 연구실(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물리학과)로 그를 만나러 간 지난 15일은 전국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날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 단장을 겸하고 있는 이 교수는 7명의 교수, 30명의 박사후연구원 및 연구교수, 80명의 석·박사 과정 학생 등 120명에 이르는 대식구와 분주한 하루를 보낸다. “학생들 논문 지도 때문에 요즘 정신이 없다”며 약속 시간에 30분 늦은 데 대해 양해를 구했다. -1974년 2월의 어느 날 아침. 그날도 오늘처럼 추웠다. 기차를 타고 출근하며 메마른 창밖을 내다보는데 문득 ‘10년 뒤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철도고를 졸업하고 철도청에 들어간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였다. 인천 부평에서 누나 집에 얹혀살며 매일 근무지인 서울역으로 통근을 했다. 갑작스럽게 든 생각처럼 결론도 갑작스럽게 났다. ‘그래, 다시 공부를 하는 거야. 공부를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 그때 고민만 하고 끝났다면 지금쯤 난 한적한 시골역의 역장이 돼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물론 그렇게 산 것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중학교 때까지 전북 김제의 깡촌에서 자랐다. 논이 동네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었다. 누가 “이 동네에서 가장 못사는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누구라도 우리 집을 가리켰을 것이다. 부모님은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소작농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머슴에 가까웠지만. 그런 부모님을 보면서 초등학생 때 가진 꿈은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할 정도로 큰 농장을 갖는 것이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어린 사람에게까지 무시당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동네 형들하고도 주먹질을 할 정도로 괄괄한 ‘이씨네 말썽꾸러기’로 통했다. -원래 집안 사정이 안 좋기는 했지만 애들이 공부도 제대로 못 할 만큼 어려워진 것은 ‘딸깍발이’ 할아버지 탓이 컸다. 일제가 쳐들어와 양반들이 몰락하자 “왜놈들 세상에선 아무것도 안 한다”며 평생 돈벌이라곤 하지 않으셨다. 집 안에 먹을 게 다 떨어져 자식들이 굶고 있는데도 할아버지는 소신만 지키셨던 것 같다. 평생 힘들게 사신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면 할아버지에 대한 원망은 지금도 여전하다. 어려서 “할아버지 때문에 우리 집은 이게 뭐냐”고 대들다가 아버지나 삼촌들한테 맞은 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난한 집에 먹는 입은 많다고, 나는 3남 2녀 중 장남이었다. 바로 위 누나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누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내가 이만큼이나마 된 것도 그렇지만 여동생과 남동생이 초등학교 교사와 공무원을 하고 있는 것도 누나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부모님은 “우리 장남 영희는 중학교까지는 나와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뒤집어 보면 중학교 졸업도 쉽지 않은 일이어서 그랬는지 모른다. 남의 집 머슴일을 하면서 틈틈이 중학교 등록금을 모아 놓으셨는데, 어느 날 그 돈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중학교에 못 가게 될 상황이 된 거였다. 그때 이웃집 할머니께서 “사내놈이 중학교까지는 나와야 하지 않겠나”라며 여기저기 수소문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주셨다. 그게 나에겐 약이 됐다. 중학교 들어가서 정말 미친 듯이 공부만 했다. 한 초등학교 친구가 “영희가 미쳤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꿈은 없었다. 그냥 공부를 잘하는 걸로 만족이었다. -대학교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는 마치고 싶었다. 집안 사정을 생각하면 인문계는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다 나라에서 세운 철도고에 들어가면 학비 대주고, 나중에 취업까지 시켜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딱 내 학교였다. 그렇게 철도고에 들어갔는데 철도원으로 인생의 방향이 정해지다 보니 별달리 꿈이란 게 생길 턱이 없었다. 머리건 몸이건 좀 더 써 보고 싶은데, 내 몸의 혈액과 호르몬들은 나에게 한계 상황까지 가 보라고 다그치는데 현실은 그저 ‘등교-수업-하교’가 전부였다. 그러다 유도를 시작했다. 먹고 자는 시간과 수업받는 시간을 빼고는 그것만 했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멋지게 업어치고 메칠 수 있을까, 관심은 그것뿐이었다. -1974년 1월 5일 토요일에 졸업식을 하고 7일 월요일 서울역으로 첫 출근을 했다. 통신전자과 출신인 나에게는 통신기지국과 열차 간 송수신기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열차 자동 정지장치를 수리하는 일이 부여됐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달을 지내고 난 어느 날 아침, 불현듯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었던 것이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시작됐다. 딱히 어떤 대학, 어떤 학과를 가겠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공부가 하고 싶었다. 배움에 대한 갈증에 공부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다고나 할까. 실업계 학교를 나왔으니 당연히 대학 입시 기초가 약했다. 서울 종로2가에 있는 종로YMCA에서 대학입시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난 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국문학과가 어울릴까? 수학 문제를 풀 때가 제일 신나는데, 그리로 가 볼까?’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학원에서 ‘분석물리’ 과목을 가르치던 박운상 선생님 덕이다. 입시 학원이었음에도 문제 풀이 요령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간단한 실험도구를 갖고 물리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서 “물리학도 문학만큼이나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구나.” 거창하게 말하면 내 인생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는 순간이었다고나 할까. -1975년 초 기관차 수리 공장이 있는 수색역으로 발령났다.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곳이라 공부하기엔 좋았지만 그러다 보니 체력은 바닥나고 업무 환경도 그리 좋지 않아 대입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결핵이라는, 당시로서는 꽤 중한 병을 얻었다. “고등학교 졸업해 번듯한 직장까지 얻었으면서 몸까지 상해 가면서 대학을 가려고 하느냐.” 아버지는 나를 꾸짖다가 “다 내가 못나서 널 제때 공부를 못 시켜 준 탓”이라며 통곡을 하셨다.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재워 주고, 공짜로 공부시켜 주는 곳.’ 내가 가야 할 대학의 최우선 조건이었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했다. 필기·실기시험에 모두 합격했지만 결핵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떨어졌다. 그때의 상실감은 아주 컸다. 회사에 2개월 휴직계를 냈다. 머리까지 박박 밀고 고향집에서 2주 동안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부모님께서는 ‘얘가 죽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셨단다. 방 안에 틀어박혀셔 ‘과연 나는 뭘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다. 결론은 ‘일단 시작한 것, 원 없이 한번 도전해 보자’는 것이었다. -2개월 휴직 기간이 끝나니 김제에서 가까운 익산역으로 근무지가 바뀌었다. 직장 생활과 대학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전북대 물리학과였다. 입학 성적이 좋아 장학금을 받고 76학번으로 입학했다. 함께 일하는 직장 선배가 눈감아줘 근무 시간에 전공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그러기를 1년. 공부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회사에 못 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표를 냈다. -죽어라고 공부만 했다. 장학금 받기 위해서도 필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이뤄진 공부가 쌓이자 내 평생의 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지도교수님께서 미국 켄트대를 추천해 주셨다. 입학 지원서를 냈는데 놀랍게도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고 했다. 1982년 8월 졸업이 예정돼 있었는데 가을 입학을 하라는 통보를 받아 7월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학 후 첫 학기를 끝낸 1월 갑자기 온몸이 아파 왔다.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웬걸. 학교 보건소 의사는 타이레놀 한 알을 주더니 “푹 자라”고 했다. 다음날 거짓말처럼 멀쩡해졌다. 유학에서 비롯된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좋아하는 공부를 장학금 받고 해서 그랬을까. 석·박사 과정을 4년 만에 초고속으로 마쳤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고 모교인 전북대 교수님께 말씀드렸더니 “마침 우리 학교에 교수 자리가 하나 났으니 지원하라”고 하셨다. 덜컥 합격했는데 그게 1986년 여름이었다. 7월 켄트대 학위수여식을 한 달 앞두고 모교에 돌아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박사 때까지 희한하게 다음 단계로 진행하는 과정이 순조로웠는데 외려 그것 때문에 나는 졸업식에 참석해 본 적이 없다. 그 흔한 학위 모자를 쓰고 찍은 사진이 없다. 아들내미와 딸내미가 아빠 학력 위조한 거 아니냐고 말한 적도 있었다. -반도체 물리학이 전공이었지만 다양한 분야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 놓고 있었다. 1991년 탄소나노튜브가 세상에 처음 소개됐다. 논문들을 읽다 보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본 듯한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기초연구이면서도 실험과 응용연구가 가능했다. 대단한 매력이었다. 물리학은 다른 학문과 달리 이론과 실험 두 분야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내게는 공고 출신이라는 남다른 이력이 있었다. 직장에서 열차 무전기를 고쳤던 경험 등 현장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이론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실험과 응용연구에 두려움이 없었다. -일반 사람들에게 내 연구 분야는 아주 생소하다. 이름부터가 그렇지 않은가. 탄소는 뭐고, 나노는 뭐고, 거기에 튜브는 뭐란 말인가. 탄소나노튜브 연구가 잘 이뤄지면 요즘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전기자동차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정도로 설명하면 이해가 쉬울까. 탄소나노튜브를 응용하면 고성능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전기차의 생명인 배터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전자 소재로 응용될 경우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초고속 컴퓨터를 만들 수도 있다.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각국의 연구자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눈에 불을 켜고 책과 논문을 파고 실험을 하는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의 기초이론을 보강하고 응용연구로 연결시키는 과정은 앞으로도 지난할 것이다. 그게 바로 내가 후배들과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자주 막다른 길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은 물론 연구원들에게도 나는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 나온 구절을 인용한다.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질 정도의 시련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 최종 목표’를 묻는데 나는 그런 것이 없다. “내 최종 목표는 이거다”라고 정해 버리면 그것을 성취하고 난 다음에는 무슨 재미로 삶을 살겠나. 나도 알 수 없는 미지의 내 인생 최종 목표를 향해 이제 제대로 한 걸음 뗄 수 있는 준비가 됐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이영희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우리나라보다 해외 학계에서 더 유명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리구조연구단장을 함께 맡고 있는 그는 전 세계 대학 연구실과 산업 현장에 ‘탄소나노튜브’ 열풍을 일으킨 한국의 대표 물리학자 중 한 명이다. 차세대 신소재로 각광받는 단층 탄소나노튜브의 대량 합성과 성장 메커니즘 규명이 그의 성과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이론’과 ‘실험’ 가운데 하나를 골라 자기 주력 분야를 정한다. 그러나 이 교수는 탄소나노튜브 이론뿐 아니라 수소 저장, 투명전극, 복합체 연구 등 산업화 기술도 함께 개발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누가 “기초과학은 투자 대비 성과가 적다”, “기초과학은 돈이 안 된다” 같은 말을 하면 질색을 한다. ‘기초과학을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그가 제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다. ▲1955년 전북 김제 출생 ▲1987년 전북대 물리학과 교수 ▲1989년 미국 에임스국립연구소 방문연구원 ▲1993년 IBM 취리히연구소 방문연구원 ▲2001년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2006년 한국물리학회 학술상 수상 ▲2006년 국가석학 선정 ▲2014년 수당상 기초과학분야 수상. 【탄소나노튜브 Carbon nanotube】 탄소 6개로 이뤄진 육각형 모양이 서로 연결돼 가늘고 긴 대롱 모양을 이루고 있는 신소재. 1991년 일본 이지마 스미오 박사가 처음 발견한 이 물질은 튜브의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1에 불과한 나노(10억분의1)급 크기여서 탄소나노튜브로 불린다. 탄소나노튜브는 구리보다 전기 전도율이나 열 전달률이 우수하고 강도도 강철보다 1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배터리, 초강력 섬유, 생체 센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가 원래 털이 빨리 자라는 편이에요. 철도원 생활을 하다가 스물두 살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공부를 오랜만에서 해서 그런가, 너무 재미가 있는 거예요. 공부에만 정신이 팔리니까 다른 일들은 다 귀찮아지더군요. 하루이틀 안 깎은 게 60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죠.”
  • 맞벌이 아내, 자녀양육 시간 남편의 2.6배

    부인 평일 아이 돌보기 2.48시간 男은 0.96시간, 주말도 2.13시간 과거보다 가사를 분담하는 남편이 크게 늘었지만, 자녀 양육은 여전히 아내의 몫인 것으로 나타났다. 똑같이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시행한 결과, 20~40대 맞벌이 부부 가운데 아내는 자녀 양육에 쓰는 시간이 남편보다 2.6배 많았다고 23일 밝혔다. 20~40대를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 상황을 살펴본 결과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 가운데 아내는 하루 평균 평일 2.48시간, 주말 4.21시간을 자녀 양육에 썼다. 반면 남편이 양육에 쓴 시간은 평일 0.96시간, 주말 2.13시간으로, 여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외벌이는 육아의 아내 쏠림 현상이 훨씬 심했다. 아내는 평일과 주말 각각 4.21시간, 5.02시간 육아에 참여했다. 남편이 평일(0.92시간)과 주말(2.09시간) 양육에 쓴 시간보다 각각 4.6배, 2.4배 더 많았다. 전업주부를 제외한 기혼 남녀의 72.6%는 육아와 가사에 참여하기 어려운 요인(복수응답)으로 ‘장시간 근로로 인한 부담’을 꼽았고, 51.0%는 ‘육아 가사 지식과 경험부족’을 들었다. 근무 부담을 덜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입한 육아휴직은 남녀 모두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남성의 77.8%, 여성의 84.0%는 ‘육아휴직을 낼 때 직장 상사와 동료에게 눈치가 보인다’고 답했다. 결혼을 위해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43.1%가 주거문제를, 37.8%가 고용문제를 꼽았으며, 응답자의 절반을 조금 넘는 51.1%가 출산장려 정책으로 ‘양육의 경제적 지원 확대’를 요구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초등학생 중국어인강, EBS초목달 ‘맛있는 어린이 중국어’로

    초등학생 중국어인강, EBS초목달 ‘맛있는 어린이 중국어’로

    G2 시대를 맞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어 배우기를 희망하는 초등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 3,000여개의 초등학교 가운데 약 80%가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할 만큼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사립초등학교의 66% 이상이 중국어 정규과정을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발빠른 초등학부모들은 10년 뒤 자녀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어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어공부는 결코 쉽지 않다. 요즘 기초중국어강의가 많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어린 나이에 적합한 중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중국어 인강추천, 중국어인강 정보를 얻으려 해도 마땅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믿을 수 있는 외국어교육 사이트 EBSlang에서 만든 초등학생 아이들만을 위한 기초 중국어인강이 인기를 얻고 있다. EBS초목달의 ‘맛있는 어린이 중국어’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중국어 입문교육 프로그램으로 적합하다. 메인북, 워크북, 스토리북의 3단계 반복학습으로 언어학습에 최적화 된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게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50% 수강료 현금환급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꾸준히 강의를 수강하면 수강료의 절반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로,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동기부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중국어교육에 대한 초등생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EBS가 어린이 중국어 전문강사의 중국어 학부모 강연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오는 2월 27일 EBS본사 스페이스공감(3호선매봉역 3번출구)에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서효빈 강사가 중국어 학습법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기념품도 제공한다. 참가를 원하는 학생 또는 학부모는 EBSlang 홈페이지(www.ebslang.c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결석학생 사흘 이상 소재 확인 안 되면 수사

    결석학생 사흘 이상 소재 확인 안 되면 수사

    올 새 학기부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사흘 이상 학교에 결석해 소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아동학대 정황이 의심될 경우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교육부는 22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미취학·무단결석 학생 관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 시·도교육청 교육국장 회의를 통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인천 아동학대 사건 등을 계기로 장기결석 학생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학생이 이유 없이 1~2일 결석할 경우 교직원이 학생의 집에 연락을 취하도록 하고, 결석 3~5일째에는 교직원이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과 함께 직접 가정방문을 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 소재가 확인되지 않거나 학대가 의심될 경우 즉시 경찰에 의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도록 했다. 소재가 파악되더라도 학생이 6~8일 이상 계속 등교하지 않을 경우 보호자와 학생을 학교로 불러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서 면담을 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또 결석 9일째 이후에는 학교가 아닌 교육장(감) 차원의 전담 기구를 통해 집중 관리대상 학생에 대한 미취학 및 무단결석 학생 관리카드를 만들어 매월 한 차례 이상 소재와 안전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또 학생이 전학할 경우 해당 학생의 주소가 실제 이전됐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전학을 승인하던 것을 바꿔 전학하는 학교에서 학생의 주소 이전을 분명히 확인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음달 16일까지 매뉴얼에 따라 미취학 초등학생과 미입학 중학생, 무단결석 학생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학습부진아 대안 찾기] 부모·상담사 간담회

    [학습부진아 대안 찾기] 부모·상담사 간담회

    머리는 나쁘지 않은데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가는 ‘학습 부진아’가 전국적으로 2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교육청 학습도움센터와 공동으로 4차례에 걸쳐 학습부진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온 서울신문은 22일 마지막 회로 지난해 맞춤학습상담을 받은 중학교 2학년생 진호(가명)의 아버지 윤인성(44)씨와 진호를 상담했던 최혜숙 학습상담사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이민선 서울학습도움센터장과 5년째 이 분야에서 활동 중인 김은정 학습상담사가 참여했다. Q. 상담 전 진호의 상태는 어땠나? A. (윤인성씨)지방에서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때가 많았다. 아내와 불화도 있어 솔직히 진호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진호는 PC게임을 오후 내내 하고, 새벽 2시가 넘도록 게임 방송만 보곤 했다. 방송에서 쓰는 비속어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보고 걱정이 많이 됐다. 진호의 형인 태호가 동생을 바로잡겠다며 종종 때리곤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진호의 담임교사가 서울학습도움센터의 맞춤학습상담을 권하면서 상담이 진행됐다. A. (최혜숙 상담사)맞춤학습상담은 학생 1인당 모두 22회(초등학생은 한 회 40분, 중·고교생은 45분) 진행한다. 진호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 21일부터 22주 동안 상담을 했다. 우선 진호에 대한 심리정서검사를 3주에 걸쳐 했다. 우울감과 분노가 가득했지만, 제대로 표출을 못한 상태였다. Q. 진호와의 상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A. (최 상담사)일반적으로 22회는 상담목표 결정(1회)과 초기상담(2~6회), 영역별 상담(7~12회), 학습전략(13~18회), 마무리 및 종결 상담(19~21회), 사후관리(22회)로 구성된다. 진호의 초기상담은 6회가 아닌 10회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상태가 심각했다. 진호에 대해 아버지와 5분 이상 눈 마주보고 이야기하기, 형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생각하기, 매일 거울 보면서 자기 이름을 부르고 ‘사랑한다’ 말하기 등을 하도록 했다. 이런 활동이 이어지자 진호의 행동도 바뀌었다. 담임교사가 ‘하루에 3교시 이상 잠만 자던 진호가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Q. 성적은 얼마나 올라갔나. A. (최 상담사)22회에서 심리 상담을 주로 했고,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공부방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치지는 않았다. 그래서 성적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다. 다만 2주 남겨 둔 시점에서 진호가 ‘대학은 왜 가는 거예요?’라고 물어보며 관심을 가졌다. 초등학교 때 포기하다시피한 수학에 다시 흥미를 가지게 됐고, 영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게 큰 변화다. Q. 아버지로서 이런 변화가 즐거웠겠다. A. (윤씨)상담이 끝나갈 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학습부진아의 부모는 아이가 학원을 다녀 수학점수가 10점 올라가고, 영어점수가 20점 올라가는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진호의 태도가 바뀌고 공부를 하면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만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A. (김은정 상담사)학습부진아 가운데 80% 정도는 가정에서 그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학생의 정서가 안정되지 않으면 의욕이 생기지도 않고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비옥하지 않은 토양에서는 씨앗을 뿌려도 싹이 나고 꽃을 피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습부진아 10명 가운데 2~3명 정도는 부모가 적극적인데, 이런 경우는 성적이 확실하게 올라갔다. 다만 성적을 어느 정도 올리느냐보다 부모와 함께 좋아하는 게 뭔지 찾도록 돕는 일도 중요하다. Q. 학습상담 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A. (김 상담사)맞춤형 상담이지만, 학생 사례 하나하나가 제각각 다르다. 매뉴얼만 갖고는 굉장히 힘들다. A. (이 센터장)서울학습센터의 경우 초등과 중등으로 나뉘어진 매뉴얼이 있다. 다른 시·도교육청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잘돼 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학생의 학습부진 원인은 상당히 다차원적이다. 진호의 경우 게임 중독에 우울과 분노가 문제였는데, 이런 학생에 딱 맞는 매뉴얼은 없다.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이들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들을 고안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맞춤형 학습상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겨울방학 학습캠프도 효과가 좋은데 예산이 없어 학교가 스스로 돈을 내기도 했다. 현재 초등교육법에 학습부진아에 대한 지원은 명시하지만, 세부시행령은 없어 교육청 재량에 따라 제각각이다. Q. 진호의 상담이 끝났는데, 향후 계획은? A. (윤씨)진호의 상담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하지만 상담이 끝나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모습도 보인다. 진호가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찾도록 해주고 싶다. A. (이 센터장)지역의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 등에서 ‘동반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상담사가 1주일에 한 번씩 어떻게 지내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시에서 진호와 같은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집단으로 돌봐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예컨대 부모가 원하면 밤 10시까지 돌봐준다. 사회가 변하면서 가족의 형태 등이 바뀌었다. 많은 학부모가 학교에 학습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육청에서만 노력할 게 아니라 지역교육청이나 지역 단위로 구청이 함께할 필요가 있다. 흩어져 있는 지원을 협력해서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나요? 근육을 키우세요!

    [메디컬 인사이드]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나요? 근육을 키우세요!

    근육량 적으면 당뇨·심혈관질환 위험몸 안에 지방이 축적되고 노화도 진행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생활체육 동호인 수는 449만명에 이릅니다.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생활체육에 참여하는 국민 비율은 2012년 43.3%에서 2014년 54.8%로 늘어났죠. 건강과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인데요. 여러분은 운동과 우리 몸의 근육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운동을 많이 해서 몸매를 예쁘게 만들고 근육을 우람하게 키우면 과연 건강에 도움이 될까.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심으로 한 무산소 운동과 달리기 등의 유산소 운동 중 어떤 쪽에 무게중심을 둬야 할까. 21일 최우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나 궁금증을 풀어 봤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근육이 많으면 많을수록 건강이 좋아지나”라는 것이었는데요. 최 교수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근육이 단순히 예쁜 몸매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데요. 최 교수는 “근육은 혈액 안에 돌아다니는 당(糖)을 저장하는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근육량이 적으면 당이 남아돌아 혈당이 올라가고 인슐린이 너무 많이 분비돼 당뇨병이 생긴다든지 복부지방이 늘게 돼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팔·다리·어깨 등 눈에 보이는 부위의 근육 성장만 생각하지만, 운동은 심장이나 내장 등 장기의 근육과도 밀접하게 관련됐다고 합니다. 근육량이 증가하면 에너지 소비가 활발해지고 기초대사량이 증가하는 반면 근육량이 감소하면 지방이 쌓이고 노화가 진행됩니다. 최 교수는 “심장도 근육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며 “전체적인 근육량이 줄어들면 심장과 내장의 근육량도 감소하기 때문에 겉모습만 따질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격투기 외 운동선수 수명 더 길어” 그럼 근육량이 일반인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전문 스포츠 선수는 더 오래 살까. 이 문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스포츠 선수들의 수명이 더 짧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2011년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요. 원광대 팀이 2001~2010년 11개 직업군 부음 기사를 분석한 결과 스포츠 선수의 평균 수명은 69세로 10위를 차지했습니다. 수명이 짧은 것으로 잘 알려진 언론인(72세)보다 수명이 더 짧다는 분석이었는데요. 그런데 정반대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 의학저널(BMJ)에 따르면 올림픽 역사가들과 통계학자들이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1896년 이후 동·하계올림픽 메달리스트 1만 5174명의 신상 기록을 분석한 결과 메달리스트가 일반인보다 평균 2.8년 오래 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메달을 얻고 30년 뒤에 생존자 수를 분석해 봤더니 일반인 동갑내기보다 8%가 많았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단순히 운동선수의 사례를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격투처럼 수시로 신체 손상이 일어날 정도의 격렬한 것을 제외하면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데 운동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운동 하면 걷기와 달리기, 등산을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을 텐데요. 건강에도 분명 도움이 됩니다. 영국 케임브리지의대에서 33만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장기 관찰한 결과 매일 20분씩 빠르게 걷는 운동을 하는 사람은 조기 사망할 위험이 최대 30% 감소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유산소 운동만 하기보다는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무산소 운동과 적당히 조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최 교수는 “유산소 운동이 건강에 이로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늘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운동이라고 하면 무조건 걷기나 등산만 생각하는데 이런 유산소 운동만 고집하면 전반적인 근육량은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병행해야 기초대사량을 높게 유지할 수 있고, 근력이 향상되고 심폐 기능이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근육을 키우면 아이 성장에 나쁜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근육질 몸매에 관심을 갖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부모들의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성장은 뼈와 관련이 있을 뿐 근육과는 큰 관련성이 없습니다. 다만 식품 섭취는 주의해야 하는데요. ●지방·탄수화물도 몸에 필요한 영양소 청소년기부터 근력 강화를 위해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 위주의 식품만 집중적으로 섭취한다거나 몸무게를 넘어서는 중량을 들어 올리는 운동을 무리하게 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귀띔합니다. 최 교수는 “단백질만 먹으면 살을 빼는 데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방과 탄수화물도 단백질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분명 필요한 영양소”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어 “우리 몸이 에너지를 써야 하는데 단백질만 있다면 결국 그것을 써야 할 것이고 근육량이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닭가슴살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어 근육 강화 식품으로 많이 쓰이는데요. 기름기를 뺀 소고기가 질 측면에서는 더 좋다고 합니다. 단백질 보충제를 음식처럼 과도하게 드시는 분도 있는데요. 통상 음식으로 흡수하는 단백질과 비교해 흡수가 훨씬 빠른 대신 지속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최 교수는 “운동 직후에 단백질을 섭취할 방법이 없을 때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했습니다. 단백질은 체중 1㎏당 1.5~2g을 섭취해야 하며, 총 하루 열량의 30%가 적정한 수준입니다. 탄수화물은 그보다 많은 50%, 지방은 20%를 섭취해야 합니다. 하루 연소시키는 열량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많아야 근육이 늘어납니다. 특히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중·노년기에는 근육 감소가 많기 때문에 식습관과 운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40세 이후에는 근육량이 평균적으로 연간 0.5~1%씩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색근’과 ‘적색근’도 구분해 볼까요. 백색근은 빠르게 움직여 ‘속근’이라고 불리며 일반적으로 우리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발달하는 엉덩이, 허벅지 근육 등이 해당됩니다. 적색근은 지속적으로 천천히 움직여 ‘지근’이라고 하고,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발달하는 심근과 호흡근이 해당됩니다. 건강을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백색근을 강화하려면 큰 근육부터 먼저 강화하는 것이 좋습니다. 큰 근육이 늘면 전체적으로 근육량이 빨리 늘고 기초대사량이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등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우선 강화하도록 권합니다. ●가장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은 음식 조절 그럼 근육을 많이 키우면 유연성이 떨어질까. 둔해 보일까봐 걱정하는 여성분들이 많죠.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합니다. 최 교수는 “근육이 커지는 게 몸이 뻣뻣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많은 트레이너들을 보면 알겠지만 근육 운동은 관절 운동 범위를 넓혀서 유연성을 높이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운동을 다이어트 방법으로 여기는 분들도 많은데요. 음식 섭취와 운동,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인지 물었더니 곧바로 “당연히 음식”이라고 합니다. 최 교수는 “사실 조금만 운동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라면·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 삼겹살 같은 고열량 육류를 먹고 운동한다고 해서 살이 빠지진 않는다”며 “초기에는 식이 조절을 하고 운동량을 늘린 다음 조금씩 음식 섭취량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조언을 끝맺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리비아 어린이들 눈에 비친 세상…그림에 담긴 전쟁

    어린이가 직접 그린 그림에는 현재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가정과 세상이 그림이라는 상상의 공간에 담기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매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IBT)는 리비아 북부의 항구도시 벵가지에 사는 어린이들이 그린 안타까운 내용의 그림들을 공개했다. 현지의 초등학생들이 그린 이 그림들은 서구 국가 아이들의 그림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수의 어린이들은 자신 만의 화폭에 탱크와 폭탄, 미사일, 공중 포격 등을 그려넣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이 지역 아이들은 항상 총과 폭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전투와 폭격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림 속에는 전쟁을 겪는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담겨있다"면서 "그나마 이제는 익숙해져 비행기나 폭격 소리가 무서워 울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증언처럼 리비아는 여전히 내전 상태다. 지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리비아는 현재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토부르크 소재 ‘과도정부 의회’와 이슬람계 무장 조직이 지원하는 트리폴리 소재 ‘제헌의회'(GNC)로 분열돼 있다. 특히나 리비아 내분이 장기화되면서 미군 주도 연합군의 공격으로 밀려난 ‘이슬람 국가'(IS)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 중이다. 결과적으로 리비아의 제2 도시인 벵가지는 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으로 그 피해는 모두 어린이들이 받고 있는 셈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탈북학생 연아야, 더이상 방황하지 마!

    탈북학생 연아야, 더이상 방황하지 마!

    심리상담·중국어 가능 교사 등 연내 300명 늘려 2500명으로 2010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온 탈북자 가정 이연아(가명)양은 2012년 인천 동양중학교 입학 때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했다. 부모가 막노동과 식당일에 치여 딸에 대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연아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탈북 학생 멘토링을 담당했던 최윤아(35) 교사였다. 국어를 담당했던 최 교사는 연아에게 연극을 보여 주기도 하고 경기 파주 출판단지에 데려가 미래의 꿈을 키워 주기도 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어가 어눌했던 연아에게 대학생 과외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해 학업성적도 보충할 수 있게 해 줬다. 지난해 특성화고 관광학과에 입학한 연아는 “최 선생님이 이끌어주지 않았으면 여태껏 방황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연아처럼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을 겪는 탈북 학생이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부가 심리·학습 상담을 담당하는 멘토링 교사를 현재 2200명에서 2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2016년 탈북 학생 교육지원 사업계획’을 19일 발표했다. 현재 탈북 학생에 대한 교육은 입국 초기 유치원·초등생의 경우 경기 안성 삼죽초등학교에서, 중·고교생은 탈북자 사회정착 기관인 하나원의 하나둘학교에서 이뤄진다.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일반 초등학교에서 정착기 교육을, 중·고교생은 한겨레 중·고교에서 전환기 교육을 받고 난 뒤 일반 학교로 전학한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낮은 중국 등 제3국 출생 학생이 증가함에 따라 한국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이중언어 강사도 삼죽초교와 한겨레중 외에 한겨레고에 신규로 1명 배치키로 했다. 제3국 출생 학생은 2011년 608명에서 2015년 1249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는 또 탈북 학생의 진로 및 직업 교육 내실화를 위해 지난해 6월 시작한 하나원 내 탈북 학생 부모 대상 진로 교육도 올해부터 매월 2차례로 정례화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하나원 내 하나둘학교에 국어, 영어 등 중등교사 8명을 올해 파견할 계획”이라며 “남북한 어휘나 음운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재도 개발해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커버스토리] 청와대 집무실·방탄 의전車… 여기선 누구나 ‘일일 대통령’

    [커버스토리] 청와대 집무실·방탄 의전車… 여기선 누구나 ‘일일 대통령’

    조선왕조 472년(태조~철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조선왕조실록이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이유는 철저한 기록정신에 입각해 객관적으로 기술된 덕분이다. 사관의 정론직필은 물론 실록을 편찬할 때는 왕도 볼 수 없도록 했다. 사관들이 살아 있는 권력에 치우쳐 실록을 사실과 다르거나 편향되게 기술할 것을 우려해서다. 우리나라의 기나긴 기록의 역사는 6·25전쟁, 급속한 산업화 등을 겪으며 맥을 잇지 못했다. 1969년부터 정부기록보존소 공공기록물 관리가 시작되긴 했지만 대통령기록물이 본격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이로써 체계적인 기록물 보존 관리의 기틀이 마련됐다. 이에 기반해 기록물을 수집·보존·활용 중인 대통령기록전시관이 일반인에게 최근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개방 이틀째인 지난 17일 오후 2시 세종시 다솜로 250(어진동) 호수공원 옆. 용의 자태를 형상화한 정부세종청사 끝자락에 국새를 담는 함을 본뜬 투명한 유리 큐브 모양의 전시관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장이 24m 높이인 4층까지 뚫려 있어 조그마한 소리도 길게 울려 퍼졌다. 커다란 왼쪽 벽면에는 빔 프로젝트를 이용한 영상물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상연됐다. 전시관 개방 첫날 학령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노부부, 대학 입학을 앞둔 고등학교 졸업생 등 다양한 방문객이 호기심을 품고 문을 두드렸다. 종교단체 모임 신자, 인근 부대 군인 등 단체로 온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것은 1층에 전시된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이었다. 1992년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때까지 의전에 사용된 녀석이다. 전시 기획을 담당한 윤준희 사서사무관은 “5대 대통령의 체취가 느껴지는 차량이 실물로 전시된 것은 최초”라며 “대통령들이 외부 업무 때 쓰던 것으로 특수 방탄 처리를 해 10억원대를 호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통령 경호실에서 기록관에 기증한 의전 차량 8대 중 나머지는 지하 2층에 보관돼 있다. 윤 사무관은 “BMW, 에쿠스, 벤츠 등 다양한 차종이 의전 차량으로 사용됐으며, 대통령마다 애용했던 차량이 다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히 BMW 차량을 애용했다”고 귀띔했다. 대학 입학을 앞두고 기록관을 찾은 윤성호(19·울산)군은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이 세계에서 가장 길다고 해서 왔다가 우연히 들렀는데, 의전 차량을 가까이서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전시관 1층에서는 높이 2.1m, 폭 1m 크기로 형상화된 역대 대통령 10명을 처음 만날 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유리에 투영시킨 흉상화에 지나지 않지만 다가갈수록 촘촘하게 새겨진 흰색 글자들이 뚜렷해졌다. 역대 대통령이 재임 기간 연설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들을 추출해 자연스럽게 대통령들의 정치 철학과 신념을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윤 사무관은 “처음에는 단순히 흉상화를 전시하려다가 기록물을 이용해 역대 대통령의 국정운영, 당시 시대상 등을 엿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이승만 초대 대통령 사진에는 ‘우리 사랑하는 국민’, ‘평화’, ‘새로운 정부’, ‘국회 성립’ 등 연설할 때 자주 사용한 말이 가장 큰 글씨로 적혀 있었다. 1층 전시관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전시관 4층으로 올라갔다. 1층이 ‘대통령과의 만남’이었다면 4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권한과 의무 등을 알 수 있게 했다. 4층 첫 순서는 역대 대통령의 ‘휘호’가 전시된 공간이다. 휘호는 대통령의 통치 철학, 국책 방향 등을 보여주기에 의미가 깊다. 전체 20점 가운데 2008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한 달 전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남긴 ‘기록은 역사다’라는 휘호에서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을 추진한 의지가 풍겼다. 20점은 원본이 아닌 복제 사본이다. 윤 사무관은 “기록물들이 빛과 산소를 만나면 ‘열화’될 우려가 있어 대부분의 전시품은 장기 보존을 위해 가능한 한 원본을 똑같이 복제한 사본”이라고 설명했다. 전시관 한쪽에선 대통령의 육성이 흘러나오는 영상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관람객도 눈에 띄었다. 4층 전시관에는 대통령 이름이 새겨진, 유리로 된 전자태그(RFID) 카드를 꽂으면 역대 대통령의 통일 의지가 담긴 휘호와 함께 1분짜리 영상이 흘러나오는 시스템을 갖췄다. 신자 80명과 함께 방문한 해인사 수완(62) 스님은 “대북 관계가 어려운 상황인데, 통일을 주제로 한 대통령들의 영상은 정말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이 해외 각국 정상과 주고받은 서신도 한자리에 모였다. 관람객 임숙희(75·여·대구 수성구)씨는 “역대 대통령 기록물들을 보니 지난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살아온 지난 시절까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곳은 3층 전시관이었다. 청와대 집무실, 영빈관, 춘추관 등이 드라마 세트장처럼 실물 그대로 옮겨진 체험관에서 관람객들은 줄을 서서 사진 촬영을 했다. 스마트폰에서 ‘대통령기록관’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아 영빈관 의자에 부착돼 있는 QR코드를 비추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의 각국 정상 실물 이미지가 카메라에 나타난다. 김근화(43·여)씨는 “초등학생들은 대통령에 대해서도 추상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체험들을 하면서 설명을 들으면 훨씬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층에는 기증자 전당도 마련됐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이 제정된 2007년 이전에 소장해 오던 기록물의 기증 인물 이름이 새겨진 곳이다. 기록관 관계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진, 문서, 책, 동영상 등 트럭 2대에 실어 나를 정도로 다량의 기록물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전시관 관람 순서나 콘텐츠와 관련된 아쉬운 목소리도 있었다. 가족과 함께 이날 기록관을 찾은 김희정(40·여·충남 계룡시)씨는 “기록물들이 다채롭게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동선이 눈에 잘 들어오게 표시돼 있지 않아 어느 곳부터 관람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록관 측이 야심차게 준비한 1층 ‘텍스트아트’가 관람객들이 보기에 난해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근화씨는 “1층 전시관 유리 사진 앞에 별도로 설명 자료가 붙어 있지 않아 무엇을 의미하는지 곧바로 와닿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 대통령기록관에는 기록물 보존·복원처리실 9실이 신설된다. 전문 인력 21명이 근무하게 된다. 아직 준비 단계다. 이번 전시용 기록물들은 모두 경기 성남시 국가기록원 서울기록관에서 보존·복원을 마쳤다. 기록물은 형태에 따라 다른 보존·복원 처리 절차를 거친다. 종이 기록물의 경우 장기 보존이 가능하도록 마이크로필름으로 찍는다. 원본은 별도로 보관된다. 디지털화 작업도 거친다. 디지털화된 전자기록물은 세종 대통령기록관 외에 다른 서고에도 이중, 삼중으로 안전하게 보존된다. 유실 방지를 위해서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비공개로 분류된 대통령기록물들은 이관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한 후 1년 내에 공개 여부를 재분류하고, 9명(민간 8명, 당연직 1명)으로 구성된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심의를 거쳐 공개 여부가 결정된다. 위원회 당연직 위원은 대통령기록관 관장이다. 민간위원들은 기록 관련 전공 교수, 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이 심의에서 비공개로 지정된 기록물들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공개 여부 재심사를 받는다. 물론 통상의 절차에서 예외인 기록물도 있다. 대통령 지정기록물이 그중 하나인데, 모든 대통령은 일부 민감한 사항과 관련한 기록물에 대해서 15년까지, 개인정보가 포함된 것은 30년까지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다. 지정기록물도 보호기간이 만료되면 공개 재분류 과정을 거친 후 공개로 결정된 기록물은 국민에게 공개된다. 기록관 관계자는 “재임 기간이 최근인 대통령 기록물일수록 비공개인 기록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역대 대통령 기념도서관에 대통령 기록물을 소장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기념도서관은 그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에 지어질 예정이다. 국립기록청(NARA)에서 운영한다. 프랑스는 국립기록보존소에서 엘리제궁으로 대통령기록관리 지원을 위한 직원을 파견, 대통령 수상 기록물을 관리한다. 프랑스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50년간 공개 유예가 가능하다. 글 세종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사진 세종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내 심장을 향해 쏴라(마이클 길모어 지음, 이빈 옮김, 박하 펴냄) 1977년 미국에서 10년 만에 부활한 사형제도에 의해 처형된 첫 번째 사형수인 게리 길모어의 동생 마이클 길모어의 가족에 관한 실화다. 703쪽. 1만 8000원. 한국의 제3섹터(박태규 외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제1섹터’ 정부와 ‘제2섹터’ 시장 사이의 대안적 영역인 조합이나 비영리조직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자본주의적 모순을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거론한다. 332쪽. 1만 6000원. 중요한 뉴스(샨토 아이엔가·도널드 킨더 지음, 안병규 옮김, 푸른솔 펴냄) ‘의제설정 이론’을 실험적으로 뒷받침한 최초의 연구서. 매스미디어가 사람들의 인지적 변화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330쪽. 2만 5000원. 세상을 바꾼 10권의 책(이케가미 아키라 지음, 심정명 옮김, 싱긋 펴냄) 일본의 다독가이자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인류의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10권의 책을 선정해 감상평을 풀어쓴 독서 에세이. 312쪽. 1만 4000원. 미국의 길(김한훈·강인영·서기희 지음, 한언 펴냄) 미국에 장기간 거주한 저자들이 미국을 사회, 문화, 역사, 경제, 정치, 자연 등의 카테고리로 나눠 그 안을 들여다본다. 360쪽. 1만 5900원. 초딩도 간다! 뚜벅뚜벅 세계로(조예서·조예준 지음, 연두세상 펴냄) 초등학생 남매가 꾸밈없는 화법으로 써낸 5개국 10개 도시 여행기를 책으로 묶었다. 188쪽. 1만 3000원.
  • 리비아 어린이들 눈에 비친 세상…그림에 담긴 내전

    어린이가 직접 그린 그림에는 현재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가정과 세상이 그림이라는 상상의 공간에 담기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매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즈(IBT)는 리비아 북부의 항구도시 벵가지에 사는 어린이들이 그린 안타까운 내용의 그림들을 공개했다. 현지의 초등학생들이 그린 이 그림들은 서구 국가 아이들의 그림과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수의 어린이들은 자신 만의 화폭에 탱크와 폭탄, 미사일, 공중 포격 등을 그려넣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이 지역 아이들은 항상 총과 폭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전투와 폭격으로 인한 소음 때문에 밤에 잠을 자지 못할 정도"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림 속에는 전쟁을 겪는 아이들의 트라우마가 담겨있다"면서 "그나마 이제는 익숙해져 비행기나 폭격 소리가 무서워 울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교사의 증언처럼 리비아는 여전히 내전 상태다. 지난 2011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리비아는 현재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토부르크 소재 ‘과도정부 의회’와 이슬람계 무장 조직이 지원하는 트리폴리 소재 ‘제헌의회'(GNC)로 분열돼 있다. 특히나 리비아 내분이 장기화되면서 미군 주도 연합군의 공격으로 밀려난 ‘이슬람 국가'(IS)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 중이다. 결과적으로 리비아의 제2 도시인 벵가지는 양 세력이 충돌하는 지점으로 그 피해는 모두 어린이들이 받고 있는 셈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청주, 미국 복지사업 도입해 아동학대 차단한다

    충북 청주시가 아동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액티브 칠드런(Active Childen)’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8일 시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부모가 아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아이는 스스로 주체가 돼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시의 특화사업이다. 미국의 아동복지 사업인 액티브 칠드런을 참고해 시가 충북대와 손잡고 지역실정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액티브 칠드런을 도입한 것은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추진하는 액티브 칠드런 프로그램은 크게 3가지다. 오는 5월부터 10월까지 5개월간 1대1 멘토링을 통한 행복한 가정 만들기 부모교육을 진행한다. 부모 멘토 전문가 10명과 저소득가정 부모 20명이 참여한다. 전문가와 부모 간 1대1 멘토링을 통한 부모교육 실시 후 성과분석까지 한다. 아이들의 불행이 부모의 이혼과 가족구조 붕괴로 시작되는 사례가 많아 부모교육을 통해 가족위기를 예방하자는 취지다. 다음 달부터 8월까지는 아동의 사회성 발달을 돕기 위한 집단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임상심리사, 미술치료사, 음악치료사 등이 사회성이 부족한 미취학 아동이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인관계 시작 및 유지기술, 적절한 자기주장과 감정표현 등을 교육한다. 아동의 사회성 증진 도모를 위한 것이다. 초등학생 20명이 방송국과 신문사 등을 견학하며 기자활동을 해보는 아동자치회도 운영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예비부부교육, 부모 멘토링 전문가와 태교상담사 양성 등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민관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2018년에는 언론기관 지원을 받아 시민 공감대 형성에 나설 계획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가정의 행복지수 향상을 통해 범죄율과 우울증 감소 등 다양한 효과가 기대된다”며 “인근 지자체인 세종시, 공주시와 연계해 아동친화도시 인프라 구성을 위한 국비확보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토닥토닥 힘내” 낯선 이의 위로, 읽는 이의 힐링

    “토닥토닥 힘내” 낯선 이의 위로, 읽는 이의 힐링

    위로를 해 주기도, 위로를 받기도 힘든 세상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경쟁 상대요, 지친 사람들이다. 학업 성적을 놓고 예민해져 있는 친구들, 승진으로 경쟁하는 직장 동료들, 팍팍한 살림살이에 아이 키우느라 힘든 아내와 남편들. 하지만 이럴수록 짧은 위로 한마디가 절실해진다. 다행히 사람들이 낯선 누군가를 위로하고 또 위로받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음이 담긴 위로를 전하는데,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친 삶을 보듬어 줄, 바로 그 ‘위로 한마디’를 들려주는 힐링의 공간들로 떠나 봤다. 지난 3일 저녁 지하철 4호선 이수역 부근의 작은 공간에서 피아노 소리가 흘러나왔다. 언뜻 포장마차처럼 보이는 한 평(3.3㎡) 정도의 공간에는 테이블 하나와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다. 퇴근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로 여대생 이모(21)씨가 쭈뼛쭈뼛 들어와 앉더니 펜을 들었다. 이씨는 ‘오늘도 두렵고 힘든 하루를 버텨 낸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만 같아도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의 내용은 정말 멋졌어요’라고 적었다. 그는 금방 적은 이 엽서를 놓아 두고 앞서 다른 사람이 먼저 써 둔 엽서를 들고 자리를 떴다. 5분쯤 지나자 30대 남성이 들어와 엽서에 글을 적은 뒤 앞서 이씨가 남겨 둔 엽서를 들고 갔다. ‘쌈드림’으로 불리는 이곳의 주인 최현우(31)씨는 “4년째 응원 엽서 릴레이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낯선 사람에게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은 사람들이 5000여명 정도 된다”며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각박한 세상에 다른 사람과 나누는 위로 한 줄에서 삶의 의미를 얻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했다. “2013년에 우리 쌈드림을 찾은 30대 트랜스젠더 여성은 ‘당신은 존재만으로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누군가의 엽서를 마주하고 30분간 눈물을 쏟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더군요. 부모도 모른 채 고아원에서 자라면서 보육교사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더군요.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로해 준 게 처음이라고 했어요.” 7년째 고시공부를 하던 남학생은 ‘할 수 있다’는 네 글자가 적힌 엽서를 들고 힘을 얻었다. 대학생 딸과 산책을 하던 엄마는 ‘당신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부드럽고 넓은 존재’라는 글귀로 누군가에게 힘을 주었다. 최씨의 당초 구상은 대입 시험이나 공무원 시험에 지친 노량진 수험생을 위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30대만 참여할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70대 남성도 “노인정에서 자식 문제로 힘들어하는 다른 노인이 생각난다”며 글을 남겼고, 초등학생도 이곳을 찾아 “잘될 거야”라는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1200여장의 엽서를 복사해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당역, 이수역, 여의도 한강공원 등을 순회하고 오는 4월에는 청계천에도 쌈드림을 설치할 생각이다. 최씨는 자신이 수집한 위로 문구 중 가장 감동적인 것들은 빔프로젝터로 건물 외벽에 비춰 준다. 그는 ‘응원의 벽’이라고 이름 붙였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이 시작되었고 감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힘내’ 등 그다지 특별한 문구들은 아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동작구와 함께 지난해 11월 동작구의회 건물 외벽에 문구들을 띄웠고, 지난 3일에는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안에도 선을 보였다. 경복궁역에서 위로 문구들을 봤다는 직장인 김모(44)씨는 “20년 넘게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데 길거리에서 따뜻한 위로의 글을 보기는 처음”이라며 “거창한 문장이 아니어서 더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낯선 사람이 써 놓은 글귀를 통해 위로를 받는 공간은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음이 울적해지면 마포대교를 찾는다는 이모(40)씨는 “자살하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에 적어 놓은 것인데 고민이 있을 때 읽으며 건너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조금 늦는다고 속상해하지 마’, ‘‘인생의 정답이란… 없습니다’ 같은 문장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위로 문구를 담아 시청 건물 정면에 내거는 대형 간판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관광 가이드에게 의미를 물어보며 사진을 찍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토닥토닥’이라는 문구에 이어 현재는 ‘올해는 당신입니다’라는 글귀가 내걸려 있다. 직장인 최모(47)씨는 “대학 시절 도서관이나 화장실에 적혀 있던 위로의 낙서 문구들이 떠오른다”며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관악구도 2011년부터 지금까지 25편의 위로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시인 도종환), ‘태양에 임자 있나요. 가슴에 품은 사람이 임자지요’(소설가 이외수),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시인 최영미) 등이다. 올해에는 시인 이상의 ‘날개’에 나오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를 붙였다. 벽화마을에서도 좋은 문구들을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벽화에는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길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이라는 문구가 예쁜 꽃과 함께 적혀 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지난해 갔던 전주 한옥마을의 한 카페 앞에서 ‘당신이 날리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옥상에서’라는 문구를 보았다”며 “옆에 있는 종이비행기 그림과 함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젊은이들이 주로 가입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어라운드’의 진화는 온라인의 ‘위로 열풍’이 오프라인으로 확산된 경우다. 100만명 이상이 가입했고, 익명으로 짧은 글을 공유하되 악플이 아닌 선한 내용으로 소통하는 게 이 앱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달콤쪽지’라는 코너가 있다. 짧은 응원글을 적은 메모지를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 전동차 내부,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 공공장소에 붙여 놓는 식이다. 메모지에 달콤쪽지라는 문구와 함께 붙인 날짜와 시간, 내용을 넣는다. 지난 3일 오전 5시 20분 한 버스 안에 붙은 달콤쪽지에는 ‘널 위한 하루야 힘내! 그리고 오늘도 수고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다. 수도권에서 출발해 전국으로 퍼졌다. 위로를 받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지하철역 및 대학교 사물함을 빌려 위로 문구와 함께 과자나 초콜릿 등을 놓아 둔 뒤 비밀번호를 앱에서 공유하는 ‘달콤창고’도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달콤쪽지를 붙인다는 김민정(24·여)씨는 “쪽지를 붙인 후 다음날 쪽지가 없어진 것을 보면 나 자신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위로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익명성을 전제로 한 단순한 글귀라도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데 큰 효과를 낸다”며 “‘너 얼마나 힘들었니’ 같은 말은 언뜻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실제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울림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석호 교수는 “위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거나 설명하기에 앞서 내가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라며 “키워드 중심의 핵심적이고 쉬운 내용들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는 것은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하지만 위로마저 가장 가까운 가족에 의해서가 아니라 익명의 누군가에게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구로 어린이 민주공화국

    구로 어린이 민주공화국

    초대 정부위원 모집… 건국의 날 선포 ‘구로어린이민주공화국은 어린이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한다. 구로어린이민주공화국의 주권은 어린이에게 있다. 모든 국민은 자유롭게 장래희망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표현의 자유를 가지며 법률과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할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국한 ‘구로어린이민주공화국’의 헌법이다. 구로구는 아이들에게 생생한 민주주의 체험의 기회를 주고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존감을 심어주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는 구로어린이민주공화국을 세우고, 함께할 초대 정부위원을 선발한다고 16일 밝혔다. 어린이민주공화국은 총리와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민통청(民通廳)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헌법재판소 등으로 구성된다. 구는 지난해 7월부터 지원과 추천 등으로 선발한 지역 초등학생(4~6학년) 51명을 건국준비위원으로 임명하고 건국을 추진해 왔다. 임시회의와 정기회의, 워크숍을 통해 건국준비위 운영 규정을 정하고 헌법도 제정했다. 헌법제정, 국민소통, 국가상징홍보 등 위원회를 만들고 춘추관과 정책개발연구소를 차려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정책 연구 활동을 하기도 했다. 구는 오는 5월 1일을 어린이민주공화국 건국일로 지정하고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9일까지 4~6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초대 정부위원 40명을 선발한다. 정부위원은 각 희망 기관에 소속돼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활동을 한다. 활동 임기는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1년이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신청서,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해 담당자 이메일(mandeya@guro.go.kr)로 신청하면 된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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