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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교수/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대학교수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전임강사에서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정교수’가 되기까지는 10년에서 15년.그렇게 한번 교수가 되면 영원한 ‘교수’가 되어 직업으로 따지면 공무원의 ‘철밥그릇’보다 더 튼튼한 ‘금강석 밥그릇’에 비유된다. 몇년전부터는 각 분야에서 20년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인들을 교수급으로 대우하는 제도가 생겨서 요즘은 눈만 뜨면 너도나도 ‘교수’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어쨌거나 한 분야에서 전문인이 되기란 교수못지않게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 인정된 셈이다.어제의 탤런트 영화배우 가수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근엄하고 형이상학적인 이론보다는 현장감이 물씬 풍기는 산 교육에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 이른바 산학협동의 개념이 확대되어 강의실에서의 아카데미즘에 현장경험을 접목시킨 새로운 교육이 자리잡아가는 것이다. 여기에다 전문대가 늘어나고 전공과목이 세분화되면서 강의실에서의 이론학습과 현장에서의 경험을 중시하는 추세다.이른바 사업에 실패한 사람을 초빙해서 ‘어떻게하면사업에 망하지 않는가‘를 배운다면 그처럼 ‘생생한 체험교육’은 다시없을 것이다. 부동산을 알기 위해서는 도면위에 숫자만을 나열하기 보다 부동산중개업을 직접 해본 사람이 전국의 땅시세며 지역성을 손바닥처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고등교육의 대중화 및 중견직업인 양성이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현장경험을 전문대학 교육에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남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대학이 지켜야할 수월성도 무시할 수 없다.명색 대학이란 학원이나 자격증을 따는 수준은 아니다.한사람의 전문가가 되기위해선 식지않는 학구열과 실무에서의 무수한 시행착오끝에 얻어지는 결과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단지 이처럼 현실에 밝은 학생들인만큼 실력이 부실한 교수를 용납할리 없다.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기본으로서,또 사방에서 쏟아질 질문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교수들은 실력을 쌓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인생은 학교’라는 체호프의 말이 새삼 실감나는 세상이다.
  • 흑하시의 비극(흑룡강 7천리:12)

    ◎러 1643년 침략 주민 50명 살해/흑룡강변 60만㎢ 점령 ‘애훈조약’ 강제 체결/강건너 러시아 땅 ‘자유시’엔 독립군 참상이… 비극 흑룡강 한 구간을 흑하로 부른다.발원지에서 900㎞에 이르는 대하의 한 구간이다.‘상고교통개항’ 등 문헌기록에 나오는 ‘흑하’와 무관치 않는 이름이다.그러나 역사에 등장한 지명 ‘흑하’와 더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바로 오늘날의 흑룡강성 흑하시가 근·현대사에 나오는 지명인 것이다. 옛날에는 막하에서 흑하로 가자면 배편을 이용했다.요즘에는 짐배만 다닐뿐 여객선은 없다.강을 따라 뺀 육로가 있기는 하다.그러나 비포장길인데다 막하와 탑하,탑하와 호마를 거쳐 또 버스를 갈아 타야하기 때문에 꺼리는 길이다.그래서 막하에서 하얼빈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도중 눈강역에서 내려 다음날 새벽 흑하행 버스를 타는 여정을 택했다.막하∼하얼빈∼흑하를 잇는 철도여행 보다 230㎞를 줄인 것이나 흑하에 도착했을때는 한낮이 기울었다. 흑하시 일대는 참으로 넓다.눈강,손극,손오,덕도 등의 4개 현과 북안,오대련지 등 2개 시가 몰려있다.6만8천726㎢의 면적에 인구는 겨우 1백50만.이 일대의 땅 넓이는 남한 면적 4분의3이나 되지만 인구는 30분의1 정도니까 헐렁하게 사는 셈이다.망망한 수림에는 짐승이 뛰어놀고 일망무제한 들판에는 갈가마귀가 무리지어 울어댈 뿐 인적은 드물었다. 흑하시에 여장을 풀고 30㎞ 떨어진 애휘진를 먼저 찾았다.본래 이름은 애훈이었는데,1956년 국무원이 지명을 애휘로 바꾸었다.중학 역사교과서에도 나오는 애훈은 청나라 흑룡강성장군아문과 흑룡강 부도통아문의 소재지로 오늘의 흑하시는 여기서 출발했다.풍수설에 따르면 애훈은 열 명의 장군이 나올 땅이라는 것이다.그런데 탑을 세우려고 땅을 파다가 나비 한마리가 날아 오르는 것을 보았다.그 나비 한마리 때문에 장군이 아홉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지금도 전해온다.청조때 아홉 장군의 거주지였던 애훈성 유적은 오늘날 애휘진 외이도구툰에 있다. ○6만8천㎢에 인구 150만 애훈성은 붉은 벽돌을 쌓아 축조하고 푸른색 기와를 이어 망루를 지었다.성안으로 들어서면 나비가 날아오는 자리에 지었다는 탑이 첫 눈에 들어왔다. 1900년 제정 러시아군에 의해 불타버린 애훈성내 유일의 탑으로 ‘괴성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흑룡강성 전 성장 진뢰가 자신의 이름과 함께 쓴 현액이 걸려있다.한문으로 열가지 이상 표기되는 애훈은 다우르족말로 사납다는 뜻이다.당시 어마어마했던 흑룡강장군의 위세를 반영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애훈성은 흑룡강성이라고도 했다.1683년 10월 흑룡강장군인 영고탑 부도통 사푸수가 1천500명 병졸을 거느리고 이성에 마지막으로 머물렀다.사푸수까지 모두 아홉 장군이 살았다. ○러 체호프 석조상 눈길 ‘애훈현지’는 인구 4만이었던 이 성은 흑룡강연안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러시아와의 국경에 있는 청나라 성이라는 하지만 성안쪽 진열관 기념품상점 앞에서 만난 체호프의 석조조상은 이채로웠다.러시아의 대문호는 애훈에 들렀다가 ‘여기가 세상에서 제일 살기좋은 곳이로구나!’라고 감탄했다는 것이다. 애훈성 진열관 왼쪽에는 ‘애훈조약체결기념탑’이 있다.애훈조약이란 러시아가 총칼을 앞세워 흑룡강유역의 중국땅 60만㎢를 빼앗은 불평등조약이다.이굴욕적인 조약을 중국쪽에서 기념하기 위해 비를 세울리 만무다.그렇다고 러시아쪽에서도 침략역사를 부러 드러내보일리 없고 보면 기념비는 누가 세운 것일까.이 기념비가 선 곳은 흑룡강 부통아문 자리다.동시베리아 총독 부르디요프는 부통아문에서 청나라 흑룡강장군 혁산으로부터 불평등조약을 이끌어냈다.물론 강압적인 조약이었다.그래서 1939년 일본은 중국을 힘없는 나라로 얕잡아 보려는 뜻에서 이 비석을 세웠다. 어떻든 러시아는 흑룡강 건너 자기들 땅 지명에다 중국침략의 기수들 이름을 모조리 붙여 놓았다.손극현 기극진 대안의 러시아 지명은 1643년 중국을 처음 침략한 포야코프의 이름을 그대로 땄다.다우르족의 거점을 점령하고 50명 주민을 무참히 살해한 장본인이다. 원동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하바로프스크도 마찬가지다.대지주 하바로프스크는 1649∼1651년 여러차례 흑룡강을 건너와 다우르족을 죽였다.그리고 포로로 잡은 여인들을 자신이 강간했다.1651년에는 애훈성 자리의 토얼쟈성을 함락하고 성주와 주민을 가리지 않고 죽였던 그의 동상이 지금도 하바로프스크역 광장에 버젓이 서있다. ○러군 성주 등 무참히 살해 그리고 흑하시에서는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마주한 러시아의 블라고베시첸스크가 보인다.러시아말로 기쁨을 주는 성,다시 말하면 보희성이 블라고베셴스크다.그러나 기쁨은 커녕 다른 민족에게는 비극만을 안겨주었던 러시아의 침략기지가 분명했다.우리 민족 역시 잊어버리지 못할 이른바 ‘자유시사변’의 자유시가 바로 블라고베시첸스크다.1921년 일본군 토벌대에 쫓겨 흑룡강 건너로 집결한 우리 독립군이 러시아 홍군의 공격을 받은 사건이 ‘자유시사변’이 아니던가.장갑차와 기관총으로 무장한 러시아 홍군 제29연대 4개중대의 공격으로 독립군 272명이 죽고 31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행방불명 250명에 포로는 917명이나 되었다. 우리 일행이 흑하시에 갔을때 시내에서 4㎞ 떨어진 오도활용도에서는 촬영이 한창이었다.중국인 자신들의 흑룡강유역 역사 비극을 담은 3부작 54집의 TV대하드라마를 찍고 있었던 것이다.그런데 우리 독립군이 재기불능으로 치명적 상처를 당한 ‘자유시 사변’을 제대로 아는 조선족들은 흔치 않다.강룡권·김택 공저의 ‘홍범도장군’(1991년·연변출판사)이 고작이어서 그럴수 밖에 없다.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24·25일 「세자매」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의 ‘진수’ 지난해 전통연희와 실험극 등 두차례의 공연으로 일반관객에게 첫 선을 보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원장 김우옥)이 오는 24,25일 이틀간 국립중앙극장 소극장에서 안톤 체호프의 원작 「세자매」를 공연한다. 지난해 공연들이 전통과 전위의 무대화였다면 이번 공연은 러시아 정통 사실주의극의 실현이다.이를 위해 연극원은 러시아 로스토프 극장의 예술감독이며 연출가인 블라디미르 치기셰프 교수를 초빙,연출을 맡도록 했다.치기셰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세자매」를 연출해 러시아 최고연극상인 「황금가면」상의 작품부문과 연출부문 후보에 오른 연출가.관객들은 스타니슬라브스키로 대표되는 사실주의 본고장의 연출솜씨를 접할수 있을 것이다. 무대디자인과 의상디자인도 러시아 현지에서 온 니콜라이 시모노프,올가 레스니첸코가 각각 맡고 연극원 학생들이 배우와 각종 기술을 맡는다. 치기셰프는 『이번 공연은 러시아 리얼리즘 공연 스타일을 따르고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 배우를 통해 표현된다.즉 배우는 일상에서처럼 무대에서 행동하고 심적 체험을 한다.또 무대 공연전체의 스타일은 리얼리즘을 연극으로 상승시켜 형상화한 「과장 리얼리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자매」는 군대가 주둔해있는 러시아의 한 소도시에서 살고 있는 올가,마샤,이리나 등 세자매의 이야기다.이들은 11년전에 모스크바를 떠나왔지만 여전히 그곳을 그리워하며 자기들만의 욕망을 키워간다.올가는 지겨운 교사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마샤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때문에,이리나는 화려한 생활을 하고 싶어 저마다 모스크바를 꿈꾸지만 이들에게 닥쳐오는 일상들은 갈수록 소도시에 발을 붙들고 만다.24일 하오7시30분,25일 하오4시·7시30분 공연.
  • 러시아 작품 그리고 연출·무대·음악/「혼수없는 여자」 국내 초연

    ◎10∼17일 국립극장 대극장서 러시아 극작가 알렉산드르 오스트로프스키의 「혼수없는 여자」가 러시아 연출가인 보리스 A 마로조프에 의해 국내 초연된다. 「혼수없는 여자」는 국립극단이 지난 86년부터 마련해온 「세계명작무대」의 기획공연으로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오스트로프스키(1823∼1886년)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러시아의 정서와 생활을 가장 제대로 표현한 작가로 러시아에서는 안톤 체호프보다 더욱 인기가 많은 작가다.그가 남긴 희곡은 모두 47편.19세기 중·후반 러시아 여러 계급의 생활상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는데 1879년에 쓴 「혼수없는 여자」는 이기주의 사회에서 한 인간이 겪는 비극적 운명을 드러낸다. 연출가 마로조프(52)는 러시아 중앙아카데미 아르미극장 총감독인 공훈예술가. 274­1151.
  • 청소년 흡연(외언내언)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가 쓴 아주짧은 희곡중에 「담배의 해독에 대하여」라는 일인극이 있다.이 극은 조그마한 무대위에 책상을 하나놓고 삐쩍마른 사내가 관객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뒤 담배예찬을 늘어놓는 것으로 시작된다.그러다가 무대위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내의 기침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담배는 해로운 것이라고 입에 거품을 문다.기회를 보다가 다시 슬슬 예찬쪽으로 기우는가 싶으면 아내의 기침소리는 더욱 높아지고….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만 이 작품은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전제로한 금연계몽 드라마다. 금연운동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수 없지만 이 운동은 요즈음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담배를 끊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그래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어디를 가든 푸대접이다.가정이나 직장에서는 물론 공항과 버스터미널 등에서도 죄인취급받기 일쑤다. 어쨌든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어른들은 금연추세인데 반해 청소년의 흡연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고교생의 31.4%가 거의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고 남자중학생의 25%도 담배를 피워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청소년의 흡연에 경종을 울리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미국의 의학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 최신호는 청소년의 폐는 흡연에 매우 예민해 하루에 5개비씩 1년만 피워도 폐기능이 큰 손상을 입는다는 임상결과를 발표한 것.부모와 자녀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경종이다.발랄하게 자라나야 할 청소년이 담배에 찌들어간다는 것은 사회문제일 뿐 아니라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걱정스러운 일이다.청소년을 담배의 유혹으로부터 차단하고 그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일은 사회와 가정이 함께 책임져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황석현 논설위원〉
  • 극단 「꿈·이·꿈」/「청혼」

    ◎사소한 일로 난장판된 「청혼의 자리」/감성적 일수 밖에 없는 「인간의 속성」 복잡한 대학로를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뒤로 한 호젓한 공간에서 연극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극단 「꿈·이·꿈」이 오는 15일부터 경기도 포천군 소홀읍에 위치한 까페마당 「꿈처럼 꿈꾸듯이」(0357­542­8394)에서 선보일 「청혼」(김철리 연출). 러시아의 대표적인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1899년 작품을 무대화한 가벼운 소극이다. 청혼을 하러온 남자가 여자와 별것도 아닌 일을 놓고 설전을 벌이면서 사건은 시작된다.두 집안 사이에 있는 쓸모 없는 목초지를 서로 자기땅이라고 우기는가 하면 키우고 있는 개를 가지고 한심한 말다툼을 계속하게 된다.이 때문에 청혼을 목적으로 마련된 자리는 난장판이 돼버린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가 원하는 것이 행복한 결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남자의 청혼이 마침내 받아들여지면서 해피엔딩으로 무대를 마친다. 이 작품은 표면상 러시아인의 다혈질적인 기질을 풍자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그러나 그 밑바닥에는 모든 인간이 아무리 이성적으로 행동하려 해도 결국은 비합리적 요소에 의해 지배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안톤 체호프의 의도가 깔려 있다.10월6일까지.화∼금 하오8시,토·일·공휴일 하오4시·8시.하덕성·양승걸·박미연 등 출연.
  • 중견배우들 「관객몰이」 나섰다

    ◎무르익은 관록연기로 침체 연극계에 활력/모두가 “내로라” 하는 엄청난 잠재력/팬들 기대 한껏 고조/전무송­「굿닥터」서 인간 내면심리 노련하게 소화/장두이­광기어린 프로근성… 「고래사냥」서 왕초역/김갑수­9월공연 「님의침묵」 한용운역 삭발 열연 역시 관록있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은 즐겁다.엄청난 잠재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르익은 연기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은 물론 관객들을 향해 강한 흡인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극가에서는 내로라하는 중견배우들이 잇따라 작품에 출연,「관객몰이」에 나서고 있어 침체된 연극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미 공연을 마친 「어머니」「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현재 공연중인 「굿닥터」외에도 다음달 28일부터 공연에 들어갈 뮤지컬 「고래사냥」,9월10일부터 선보일 「님의 침묵」등이 그 작품들. 지난 5일부터 대학로 연강홀에서 공연에 들어간 「굿닥터」는 중후한 느낌과 친근한 매력으로 30여년간 연극무대를 지켜온 전무송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무대.TV에도 가끔 출연하지만 진가는 역시 연극무대에서 빛난다는게 연극계의 중론.표정연기를 통한 인간내면의 심리표현에 남다른 그는 실존인물인 안톤 체호프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에서 극중 화자인 체호프의 배역을 노련하게 끌어간다. 오는 8월24일부터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일 「고래사냥」(최인호 원작,이윤택 연출)의 출연진은 화려한 면모로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리의 피터부룩극단에서의 배우활동,세계적인 연출가 그로토우스키가 이끄는 극단에서의 주연배우 생활,뉴욕에서의 무용그룹 「올댄스디어터」 창단 등 국내 연극인으로는 드문 경력의 소유자인 장두이의 등장이 눈길을 끈다.16년간의 외국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정착한 이후 자신있게 나서는 이번 배역은 걸쭉한 개성의 왕초역.프로적 근성과 열정으로 광기가 느껴질만큼 강한 힘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그가 국내에서 재주를 인정받아온 남경주 송채환등과 흥있는 호흡을 맞추게 된다. 9월10일부터 공연될 뮤지컬 「님의 침묵」역시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하기는 마찬가지.진용은 최근 영화 「지독한 사랑」과 TV드라마 「찬란한 여명」등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갑수와 중견연기자 최주봉·김기섭 등.특히 이 무대에서 오랜만에 본 고장인 연극판에 돌아와 역사적 주역인 만해 한용운으로 분할 김갑수의 등장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드라마 「찬란한 여명」에서 조선시대 개화파의 주역인 승려 이동인역을 맡아 삭발을 감행했던 그가 다시한번 삭발 열연을 다짐하는 야심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미 막을 내린 연극 「어머니」에서 지난해 KBS연기대상 수상자인 탤런트 나문희가 출연,한국적 어머니상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은데다 연기파 최종원이 「옥수동에…」에서 세련된 몸짓으로 역량을 과시한데 이어 줄이은 연기파들의 출연 예고는 연극팬들의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김재순 기자〉
  • 가정의 달 5월/온가족 함께 즐길 공연 풍성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보물섬」 「카시탕카와 스톤」/인기 만화영화 「라이온 킹」 연극무대에/KBS교향악단,어린이날 기념연주회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각종 공연과 연주회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오는 26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5일까지는 세종문화회관과 MBC가 공동으로 어린이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루이스 캐롤 원작·이종훈 연출)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399­1561)무대에 올린다.하오 3시·6시. 6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번 무대는 첨단영상을 도입,화려한 무대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환상과 감동의 세계를 전한다. TV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노희지양이 엘리스 역을 맡아 깜찍한 연기를 선보이며 서울시립가무단이 공연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5월1일부터 13일까지는 SBS가 예술의 전당과 함께 마련한 어린이뮤지컬 「보물섬」(루이스 스티븐슨 원작·김상렬 연출)이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369­2919)에서 공연된다.하오 3시·6시. 미지의 세계를 찾아나선 모험이야기를 통해어린이들에게 상상력과 용기를 심어줄 이 작품에는 가수 겸 MC로 활동하는 이연경,코믹연기가 뛰어난 탤런트 최주봉,개그맨 이창훈등이 출연해 웃음을 선사한다. 극단 띠오빼빼는 러시아 국립뮤지컬 아동극장을 초청,안톤 체호프 원작의 뮤지컬인형극 「카시탕카와 스론」(크루츠코프 세르게이비치 연출)을 5월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정동극장(394­2572)에서 공연한다.평일 하오 3시·5시,토·일 낮 12시·하오 2시·4시. 전2막의 이 인형극은 서커스에 출연하는 카시탕카라는 개와 스론이라는 코끼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물들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극단 안데르센이 5월3일(하오 2시·4시),4일(하오 2시·4시),5일(상오 11시·하오 2시·4시)예술의 전당 토월극장(388­3411)에서 공연할 「라이온 킹」(이상춘 연출)은 의인화된 동물들의 세계를 통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면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이로움을 준다는 의도도 담고 있다. 한편 KBS교향악단은 오는 5월4일 하오 4시부터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어린이날 기념 특별연주회 「파란 마음 파란 음악회」를 공연한다. 이 음악회는 이채롭게 자매인 이보람(첼로)·이주람양(바이올린),스승·제자 사이인 김남윤 교수(바이올린)와 양정윤양(바이올린),부자지간인 가수 김국환·김기형군이 출연하며 우리예능원 마림바중주단의 「마림바」연주,진수인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등이 펼쳐진다.〈김재순 기자〉
  • 연극연출가 김우옥(이세기의 인물탐구:94)

    ◎무대의 타성을 깨는 리버럴리스트/64년 도미… 구조주의 창시 마이클 커비 극단서 활약/청소년 뮤지컬 「별들」 시리즈 수백차례 앙코르공연/대학로연극의 선정주의·한탕주의 강하게 비판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노작의 기념비를 남겨놓고 있지만 명배우의 연기는 무대에서 물러나면 관객의 기억에 의해 전달될 뿐이다」 코미디프랑세즈의 명배우 프랑스와 조셉 탈마의 말이다.과연 불멸의 명작무대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먹빛 어둠이 출렁이는 조명」「끈적한 고뇌가 흐느적거리는 배우의 대사」와 함께 관객의 뇌리에 금빛 모뉴망(표석)을 새겨놓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난 80년 뉴욕으로부터 돌아온 연극연출가 김우옥의 「내(연)·물·빛(광)」을 잊지 못한다.이는 뉴욕대 주임교수이자 미국연극계의 거물인 마이클 커비의 창작희곡으로 물질과 기계문명에 지배당하는 현대인의 단면을 첨단장비와 조명·음향으로 조합시킨 일종의 혁명극이자 구조주의 연극이었다.보트와 모터사이클 자동차가 실물 그대로 등장하기도 하고 3백여장의 슬라이드필름들이 명멸하는 변화를 구사하는 가운데 연극의 조직성과 허위성이 파괴되는 순간을 우리모두는 아연한 시선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연극을 보고난 뒤의 감상은 다만 『이럴수가!』였고 피카소의 흑백 게르니카를 연상케하는 숨가쁜 「혼란의 충격」속에서 지금까지의 연극적 타성이 일시에 깨어져나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연극계 개혁필요성 강조 그러나 서울에 앉아서 뉴욕의 전위성짙은 실험극을 보는 듯한 경이로운 체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연극이냐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연극계는 「연출가의 지적집착」으로 이를 단정해 버렸고 다만 「삼류소설의 입체낭독과도 같은 종래의 연극」에 식상한 일부 지식층만이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미학추구」에 절대적인 호응을 보였다. 이후 그는 한국연극계의 현실을 감안한듯 85년부터 동랑청소년극단을 창단,뮤지컬 「방황하는 별들」「꿈꾸는 별들」등 「별들」시리즈를 통해 「춤과 노래의 속도감」「언어의 조화」로 무대에서의 생동감을 되살리는데 일사불란한 템포를 지켰다.이에 대해 평론가 김방옥은 『사회가 안고있는 문제점과 그 문제점속에서 성장하는 청소년의 일그러진 모습을 생기발랄로 변환시킨 예술성높은 청소년 연극』이자 동시에 『교육적 효과를 얻어내는데 성공적』이었음을 거침없이 호평해주었다.이 연극들은 서울과 각지방의 고교 대학강당,근로청소년의 작업현장에서 끊임없이 공연되었고 일본과 호주지역 순회 등 수백여차례에 이르는 앙코르공연을 기록하고 있다. 김우옥을 사람좋고 원만하며 호방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칼날같은 사람」이자 「젠틀한 도시기질」의 양면성을 지닌 그는 실은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리버럴리스트」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재키모에 숄더백,티셔츠에 청바지차림으로 대학가 호프집에서 젊은 연극학도들과 격의없이 어울리기도 하지만 호불호를 선명하게 구별하여 「한번 안하는 것은 안하고야마는 고집」이 대단하다. 한 예를들어 지난해 연말 중견급 연출가들의 「연극의 왜색조」가 연극계에 파란을 일으켰을때도 『일본과의 빈번한 연극교류로 배우들의 발성과 움직임이 자칫 일본적일 수 있다손 치더라도 연극을 색다르게 만들기위한 양식화의 단계에서 우리는 일본의 모방이란 함정에 빠지기 쉽다』(우리극연구 6)고 경고해 마지않았고 서울 동숭동 대학로연극에 대해서도 30여개가 넘는 공연장에서 매일밤 연극이 막을 올리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긴 하지만 그것이 『쇼인지 학예회인지 포르노인지 모를 선정주의와 한탕주의의 저질연극이 판을 친다』고 비판하기를 꺼리지 않았다.『만들다만 것같은 무대장치,적당히 얼버무린 무대의상,연습하다만 연기 등 여건을 채 갖추지 못한 모양새로 관객을 맞거나 관객을 모으기 위해 「배우를 벗기거나」「질낮은 말장난으로 재롱」을 피우는 것은 후진성을 자인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숨가쁜 사회변화와 발전」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연극인들의 작업태도』,『개혁은 정치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연극계에서 더더욱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한 일간지에 공개서한식으로 강변한바 있다. ○숄더백에 청바지차림 그는 종종 그렇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FM음악을 듣다가도 음악의 분위기를 깨트리는 잡다한 잡음이 거슬리면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음악을 음악답게 들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아나운서가 전문용어를 일관성없이 발음하면 당장 시정해 줄 것을 청취자의 권리로 주장한다. 서울출생으로 상업을 하는 가정의 4남3녀중 장남.어릴때부터 자신의 의사를 똑바로 밝혀온 그는 서울고교시절에는 수업시간에 들어온 영어교사가 『나는 영어가 미달이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계속하고 있다』고 말하자 곧바로 교무실로 달려가 『실력있는 교사에게 배우고싶다』고 진언하여 학교측을 당황케한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다. 연세대 영문과와 대학원졸업후 경기여고 영어교사로 있다가 64년 도미,하와이 동서문화센터에서 영어교수법을 연수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뉴욕을 보고 뉴욕에 와서 연극을 공부할 것을 결심하게 되었고 『팔팔하게 살아움직이는 대도시의 복합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선택하는 순간 나의 인생의 방향도 비로소 또렷하게 방향을 잡았다』고 돌아본다. 구조주의 연극을 태동시킨 마이클 커비와의 만남은 워싱턴대 졸업후 뉴욕대로 오면서 커비의 구조주의 극단인 스트럭추얼리스트 워크숍에서 5년간 배우로 활약,커비는 『내가 찾아낸 배우중 가장 기지가 번뜩이는 캐릭터액터』로 그를 손꼽고 있다.워싱턴대학에서 여성학을 전공한 부인 고석주씨와의 사이엔 남매,장녀 지영(올봄 연세대 졸업)은 주식회사 선경에 근무, 아들 진표(서울예전 1)는 요즘 신세대 스타인 「패닉」의 멤버다. ○「세계연극 축제」 참가준비 그는 누가봐도 「예술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같은 특유의 광기」는 없어보인다.오히려 논리적인듯 하고 드라이한 편이며 권위를 앞세우거나 고정관념에 집착하지 않는 전형적인 「젠틀맨」에 속한다.다만 그만의 공간인 서재에 들어서면 밤늦도록 바하에 심취하거나 「절대고독」과 「혼자 있을 권리」를 철저히 누릴줄 아는 점만이 가장 예술가적일 수 있는 면일 것 같다.그와 절친한 평론가 한상철 교수(한림대)도 『정적이면서도 녹슬지 않는 젊음과 순수무결한 낭만이 그의 실체』이며 『아는 사람이 없는 군중속을 걸어가듯한 낯선 거리의 여행자의 이미지』가 그의 모습이라고조언한다. 어쨌든 아무리 밤새워 술을 마셔도 「정신을 똑바로 차린 사람」이 그의 실상임을 상기하면 틀림없을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은 모방이 끝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제 그는 뉴욕의 영향과 「지성이 비늘처럼 반짝거리는 오만의 과정」을 지나 무르익고 거르고 정제된 경지에서 지금은 예술적 재능이 아닌 「자신만의 순수한 영혼의 표현」으로 작업에 접근하려는 시기다. 귀국후 오래 몸담았던 서울예전을 떠나 94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하교 초대 연극원장에 부임,최근에는 연극원 첫작품으로 체호프의 「갈매기」중 「트레플레브의 독백」을 그의 스승이자 친구인 마이클 커비에게 의뢰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연극은 오는 6월 슬로바키아에서 열리는 「세계연극학교 축제」에 참가후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아마도 그때쯤 「신선한 의외성」을 기대하는 그의 지적관객들은 「김우옥 첨단의 캐릭터예술」을 만나게 되고 그리고 또한번 오랜 타성에 가격을 당하면서 그들의 뇌리에 지워지지않는 별빛 모뉴망을 세우게될것이다. □연보 ▲1934년 서울출생 ▲1957년 연세대 영문과졸업 ▲1963년 연세대대학원졸업 ▲1965년 하와이대 동서문화센터 영어교수법이수 ▲1971년 워싱턴대대학원 연극과졸업 ▲1974년 마이클 커비작 「여덟사람」출연 뉴욕연극계데뷔 ▲1975년 전미국실험연극제 참가 ▲1976∼79년 커비의 구조주의연극 「혁명의 춤」 및 「르네상스 베니스의 사건들」등 출연및 음향제작 ▲1980년 뉴욕대대학원서 연극학박사 귀국,커비작「내·물·빛」연출 ▲1980∼93년 서울예전연극과교수 ▲1982∼86년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감사 ▲1986∼88년 국제극예술협회이사 ▲1986∼89년 한국연극협회부이사장 ▲1986∼92년 ASSITEJ 한국본부이사장 ▲1987년 ASSITEJ 호주본부초청 시드니 등지 「방황하는 별들」공연 ▲1989∼92년 한국연극협회 이사 ▲1991년 ASSITEJ 일본본부초청 도쿄 등지 「방황하는 별들」공연 ▲1994∼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동랑청소년극장 대표, ASSITEJ세계본부 이사 〈대표작〉 「춤」(마이클 커비작)「겹괴기담」「자전거」(오태석작)「도개걸윷모」(김지일작)「꿈꾸는 별들」(윤대성작)「이름없는 별들」(윤조병작)「불타는 별들」(송민호작)「외로운 별들」(유강호작) 뮤지컬「한강은 흐른다」(윤대성작)「아리랑 아리랑」(김진희작)외. 〈수상〉 서울극평가그룹상「내·물·빛」(80년) 「방황하는 별들」(85년) 대한민국연극제연출상 「자전거」(8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자전거」(84년) 91 연극의 해 「사랑의 연극잔치」최우수작품상「외로운 별들」
  • 크라스노야르스크 유람선 「안톤 체호프」(시베리아 대탐방:55)

    ◎6∼9월 북극관광 12회 운항/3천t급 호화시설… 수영장·헬스클럽도/3백명 승선… 구소공산당 간부 즐겨 이용 시베리언들사이에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하지만 크라스노야르스크지방에서 「안톤 체호프」는 이제 더 이상 소설가의 이름이 아니다.3천t급 호화유람선­이 배의 이름이 바로 「안톤 체호프」이기 때문이다. 지난 78년 옛 소련이 오스트리아에 주문해 제작한 안톤 체호프는 그동안 공산당간부와 그들을 추종하던 관리들의 전유물이었다.이들은 해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모여 호화스런 파티를 벌였고 가족들과 이 배를 타고 시베리아대륙의 광막함과 대자연의 신비함을 만끽했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페레스트로이카가 열렸고 고급관리와 공산당간부들의 행각이 차츰 사라지면서 이 배는 그대로 예니세이강 하안에 묶이는 듯했다.그러다가 지난해 외국과의 경제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주식회사 예니세이스크」라는 선박회사가 탄생했다.스위스의 미텔라우라는 관광회사가 이 회사의 설립을 도와주며 안톤 체호프를 서구의 호화유람선으로 개조한 것이다.이 회사는 연간 70만마르크에 안톤체호프호를 러시아로부터 임대,예니세이강을 본격 운항하는 유람선으로 사용하게 됐다.취재진이 크라스노야르스크항구에 도착했을 때 안톤체호프는 이틀정도 남겨놓은 올해 첫출항을 준비하기에 바빴다. ○관광객 50대이상 주류 선장 이반 티모베레비치씨(58)를 비롯한 승무원 37명은 출항에 앞서 각종 정비·점검에 임하고 있었다.관광객은 스위스측이 유럽 각국으로부터 모아 올 예정이었는데 첫운항 때의 손님은 1백70명정도라고 한 승무원이 귀띔해줬다.이 유람선의 최대 승선인원은 3백명정도였다.관광객들은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등 유럽각국에서 이미 6개월전부터 예약된 손님들이었다.젊은이들보다는 50대 이상의 나이든 관광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었다. 관광코스는 여객기와 기차·배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키고 있었다.이 배로는 10∼11일동안 크라스노야르스크항구에서 예니세이강을 거쳐 북극도시 노릴스크·두진카까지 가는 것이다.두진카에 도착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다시 모스크바로 여객기를 타고 이동하고 모스크바에서는 다시 기차로 상트 페테르부르크(레닌그라드)를 여행하도록 스케줄이 짜여 있었다. 북쪽으로 항해하는 동안 처음 만나는 도시는 예니세이강과 퉁구스강이 교류하는 「예니세이스크」다.이 도시는 16 28년에 탄생한 시베리아의 고도다.예니세이스크 도시관광이 끝나면 유람선은 다시 북쪽으로 향한다.그러다 북쪽으로 향하는 것을 잠시 멈추고 동쪽 퉁구스강으로 빠진다.원시림으로 가득한 퉁구스강의 삼림지대,옛 원시인들이 살았거나 퉁구스족·예벤키족등 시베리언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놓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유람선은 퉁구스강을 빠져 나와 본류인 예니세이강을 항해하고 10일째 목적지인 두진카항구에 도착한다.관광사들은 두진카로의 도착시기를 6월 초쯤되도록 스케줄을 짠다.이때쯤이면 북극바다의 거대한 얼음덩이가 녹으면서 먼 바다로 떠내려가는 대장관­「유빙」을 맞기 위한 것이다.유빙을 보며 유람선 승무원들과 관광객들은 선상에서 샴페인을 터뜨린다.순식간에 유람선은 축제분위기에 휩싸인다.일부 러시아 관광객들은 유빙을 쳐다보며 자신의 소원을 기원하기도 한다. ○종업원 외국어 구사 특기 매년 6월초쯤 시작되는 안톤 체호프의 예니세이 관광은 9월말(겨울이 늦어지면 10월 초순까지)이면 끝이 난다.이후에는 시베리아에 겨울이 시작되면서 북쪽의 강이 얼어붙기 시작,배가 옴짝달싹 못하기 때문이다.따라서 안톤 체호프를 탈 수 있는 시기는 이 기간동안의 11∼12차례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선장의 설명이었다. 안톤 체호프는 벌써 1년간의 예약이 모두 끝나고 이제 96년 관광객들의 예약을 받고 있었다.티모베레비치 선장은 지난 84년부터 이 유람선을 운항해 온 베테랑 선장이다.취재진은 그의 안내로 배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갑판을 통해 객실 내부로 들어섰다.객실복도,층계마다 금장식 샹들리에가 눈에 부셨다.깔아놓은 붉은 카펫하며 마치 일류호텔을 방불케하는 시설물을 갖추고 있었다.2층은 2명씩 들어가는 객실로 가득차 있었다.3층은 헬스클럽과 수영장,식당,디스코바 등이 들어서 있었는데 유람선의 종업원들이 이틀후면 출항할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수영장은 30t정도의 물이 들어가는 규모로 항해하는 동안 햇볕을 직접 쬘 수 있도록 지붕을 여닫을 수 있게 차양장치가 붙어 있었다. 디스코 바는 80여명이 들어가 즐길 수 있는 규모였다.디스코바 식당 등의 종업원들은 모두 20대 초반의 대학을 졸업한 아가씨들.이들은 모두 한가지 이상의 외국어 구사능력을 특기로 갖고 있었는데 영어에서부터 프랑스어 스페인어 일본어 이탈리아어등을 구사하고 있었다. 영화관이 있다는 4층으로 올라갔다.이곳에서는 시베리아에 관한 영화나 외국의 최신영화,시베리아에 대한 다큐멘터리물등을 상영하고 있었다.4층을 거쳐 배의 갑판이자 옥상으로 빠져 나왔다.옥상에는 각양각색의 비치파라솔이 그득했다.운항이 계속되는 동안 따분한 날이면 옥상으로 나와 일광욕을 즐기게끔 각종 서비스도 곁들여져 있었다. 유람선의 안전장치에도 귀가 솔깃해졌다.선장은 『초당 15m의 강풍,5m의 파고에도 흔들림이 없다』고 자랑했다.10여명이탈수 있다는 구조목선 24개를 비롯해 배의 수리를 위한 작업선이 유람선의 운치를 더했다.80년대 중반 옛공산당 정치국원이었던 리가초프,러시아의 첫우주유영인 옐리세예브가 이 배를 탄 적이 있었는데 배를 타본 뒤 이들은 한결 같이 『환상적』이라며 탄성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 러시아 연극계 「페테르부르크」 극단 선풍

    ◎50년 창단… 품격 높은 연기 펼쳐 신선한 충격/소 무너진뒤 번성… 미·이·일 등 순회서 극찬 페테르부르크의 한 극단이 품격 높은 연기로 모스크바 연극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주말인 21일 하오1시 모스크바 중심가의 유서깊은 타간스카야극장 앞.연극을 보러왔으나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행여나 표를 구할까 두리번거리며 극장입구를 막고 있다.암표상도 함께 판을 친다.이 극장이 붐비는 것은 바로 최근 몇년 사이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페테르부르크의 「말리극장」 소속 극단이 모스크바에 와 첫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즈베스티야등 현지 언론도 「말리가 모스크바 중심부를 강타하다」라는 제목으로 연일 문화면의 톱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1950년대 창단된 「말리극단」은 소련이 무너진 뒤 오히려 화려하게 번성해가는 유일한 지방극단.수도인 모스크바조차 대부분의 연극계가 경영난에 허덕이며 파산하고 있는 데 비한다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말리극단의 명성은 8년전인 87년부터 뉴욕·파리·도쿄등을 돌며 순회연기를 펼치면서 쌓여졌다.예술총감독 레브 도딘의 천재성,단원들의 절제된 연기,연기를 통해 조용하게 드러내지는 시대정신은 언제나 이들 극단을 일컫는 단골찬사였다 특히 이날부터 올려지는 「형제와 자매들」이란 작품은 미국·일본등 모두 10여개국 도시에서 대호평을 받았다.표트르 아브라모프의 소설을 각색한 이 작품은 소비에트 농촌을 무대로 펼쳐지는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담아낸 이들의 처녀작이자 성공작이다. 지난 83년부터 감독을 맡은 도딘은 연극에 대한 재능뿐만 아니라 지칠 줄 모르는 정력,영민한 예지와 통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왔으며 말리극단의 오늘의 명성 역시 그가 이룩해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딘은 이어 90년 소비에트군생활을 폭로한 세르게이 칼레딘의 중편 「공병대」를 각색,「가우데아무스」를 무대에 올렸고 이듬해 91년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악의 꽃」을 각색해 무대에 올려 연달아 히트시켰다. 「가우데아무스」는 라틴어 「환락」에서 따온 것으로 탐욕으로 가득한소비에트군생활을 낱낱이 꺼내 폭로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모두 19토막으로 구성된 이 극에서 배우들은 각기 「육체적 솜씨」와 음악적 재능을 한껏 뽐내고 있다.전작 10시간짜리인 「악의 꽃」은 19세기 거의 모든 나라의 젊은이 사이에 팽배해 있던 「죄의 씨앗」인 「혁명가의식」을 리얼하고도 절제 있게 그려냈다는 평이다.앞으로 3주간의 모스크바일정에서는 안톤 체호프의 「체리농장」과 러시아 현대소설가의 작품을 모은 「폐소공포증」도 함께 올려진다.이 모두는 94년에 처음 선을 뵌 작품이다.지난해 파리에서 처음 올려진 「폐소공포증」은 배우들의 누드와 외설스러움으로 가득한 연극이라며 비평가의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르 몽드를 비롯한 파리의 언론은 『파리의 극장에서 본 가장 정열적인 무대였다』는 평가를 내린 반면 뉴욕 타임스등 미국의 언론에서는 『인기가 좋긴 했지만 춤과 노래,배우들의 쓸데없는 큰 소리로 어울어진 「잡기」였다』고 혹평하기도 했다.이 「폐소공포증」은 처음 무대에 올려진 페테르부르크의 관객조차 성나게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모스크바 연극계에서는 이번 말리극단의 모스크바순회연기가 1년전 그루지아에서 온 루스타벨리극단이 모스크바에 준 「신선한 충격」이상의 바람이 몰아닥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BAM철도 시발지/타이셰트(시베리아 대탐방:31)

    ◎마을 간격 수백㎞… 끝없는 삼림지대로/쿠즈바스탄전 연결 철도,지난 65년 건설/9월초까지 휴가시즌… 가족 여행객 많아 시베리아 여행중 관광지마다 졸업여행을 온 단체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중학교만 졸업하면 여학생의 경우는 곧바로 결혼적령기(16∼18세)가 되고 남자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니 졸업여행이다 사은회다 해서 요란하게 기념식을 갖는 것이다. 모스크바를 떠난지 꼭 열흘째 되는 날 현지시간으로 상오10시10분 크라스노야르스크역을 떠났다.모스크바에서 출발한 특급 「러시아2호」를 다시 탔다.다음 행선지는 세계최대의 담수호를 만날 이르쿠츠크.시베리아여행중 최고의 경관을 구경할 구간을 지나게 된다.이르쿠츠크주로 진입하면서 모스크바와의 시차는 5시간으로 늘어나 마침내 한국과 같은 시간대가 됐다.모스크바와 한국과의 시차는 원래 6시간이지만 러시아전역에서 3월말부터 9월말까지 서머타임을 실시하기 때문에 시차가 지금은 5시간이다. ○차창밖은 초봄 풍경 크라스노야르스크 역을 벗어나며 차창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본격적인 타이가지대이다.크라스노야르스크 이전에 나타난 타이가는 숲이 아주 촘촘했다.반면 이제는 아주 성긴 숲이 계속되고 있다.베료자는 아직 잎을 달지 못해 헐벗은 겨울나무 풍경이다.체료무하도 꽃을 달지 못했고 타이가 침엽수 「리스트니차」는 이제 갓 연푸른 잎을 내밀기 시작했다.크라스노야르스크 시내를 벗어나며 차창밖으로는 갓 초봄의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숲의 밀도가 떨어진 타이가 곳곳에 산불흔적이 보이고 철로변 양지쪽의 잔디밭에는 점심휴식시간인듯 철도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초봄의 따스한 햇살을 즐기고 있다.동시베리아로 접어들며 느끼는 여행의 또다른 맛은 곧은 철길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기차는 구릉과 산허리를 이리저리 휘감으며 나아가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다.서시베리아에서는 그저 막막한 숲,대지만 보며 길이 일직선으로만 나있었다. 차창밖 타이가지대에는 사람의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시베리아 인구의 80%는 중소,대도시에 모여있다.그래서 철로변에도 인가를 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타이가지대로 들어가면 작은 마을들이 같혹 있지만 마을간 간격이 보통 수백㎞씩 된다.대시베리아철도가 완공되기 전인 18 90년 시베리아횡단여행을 했던 작가 안톤 체호프는 여행기에서 『타이가의 위력과 신비는 그것의 무서운 침묵이 아니라 그 끝을 알고 있는 생명체가 철새들 뿐 이라는 사실에 있다』고 썼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탄 열차는 객실 한칸에 양옆 2층으로 된 4명이 타는 침대차였다.2명씩 타는 최고급보다는 한결 서민적이고 값도 싸다.그런 탓인지 양옆으로 러시아인 이웃들이 많이 탔다.대부분 휴가를 받아 다른 도시의 부모친척을 만나러 가는 가족단위 여행객들이었다.러시아에서 휴가철은 보통 5월말부터 시작해 9월초까지 이어진다.직장마다 차이는 있지만 1개월∼2개월씩의 휴가가 주어진다. ○최고 2개월간 휴가 출발 30분만에 남부 아바칸에서 BAM철도의 출발점인 타이셰트로 연결되는 지선과 만나는 우야르역을 지났다.우야르에서 타이셰트까지는 두 선로가 1백㎞거리를 두고 거의 평행되게 달려가 타이셰트에서 합쳐진다.남쪽의 이 아바칸­타이셰트선은 시베리아철도가 붐비면서 지난 19 65년 건설됐는데 서쪽으로 쿠즈바스탄전과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산업철도다.아바칸에서 서쪽으로 사이아나산맥을 넘어 쿠즈바스까지의 구간은 많은 터널을 지나며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으로 특히 유명하다. 아바칸을 지나고 얼마 안 있으면 칸스크역이 나타난다.「칸강변의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인구 10만명 내외의 작은 마을이지만 16 28년 요새로 건설돼 매우 오래된 마을로 유명하다.처음에는 변경수비를 맡은 에니세이 코작이 살았으나 17 17년부터 모스크바∼이르쿠츠크를 연결하는 시베리아 트랙(길)이 통과하면서 급작히 발달했다.「스파스카야」「페트로파블로프스카야」등 유서깊은 교회건물들이 많은데다 섬유·양초·비누 생산지로 꽤 이름높은 곳이다.아울러 이글스트롬·모자렙스키·살라비요프·발렌베르크등 이름난 데카브리스트들이 이르쿠츠크 유형길에 머문 것으로도 유명해진 마을이다. ○바이칼호 부근 도착 이튿날 상오8시30분 마침내 「자(뒷쪽)오제르느이(호수)」지역에 진입했다.드디어 바이칼호수와 연관된 이름이 나타난 것이다.낮12시40분에 클루치역을 지났다.모스크바로부터의 거리는 44 67㎞를 가리켰다.클루치는 「열쇠」라는 뜻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주가 끝나는 마지막역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마침내 여행을 시작한 뒤 13번째 주인 이르쿠츠크주로 들어섰다.비류사강을 지나며 곧바로 타이쉐트역을 지났고 이어서 기차는 다시 방향을 틀어 이르쿠츠크까지 한동안 남진을 계속한다.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도 훨씬 따뜻해졌다. 옆칸에는 북극해에 연한 튜멘주 영토내 야말­네네츠키 자치구에서 일하는 노동자 일가족이 타고있었다.부부가 8살난 딸아이를 데리고 있었는데 휴가를 맞아 하바로프스크에 사는 노부모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47살이라는 이 건장한 노동자는 북부 혹한지대에 사는 노동자들의 애환과 생활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사진을 찍자고 하니까 기다리라고 한 뒤 문을 걸어잠그고는 무려 30분 이상 전가족이 옷치장을 하고난 뒤에야 사진촬영에 응하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지난 77년 콤소몰(청소년동맹)로부터 튜멘북부 건설현장에 참여하라는 요청을 받고 그곳에 간 뒤 도로·철도·공항건설·유전·가스개발등에 참여했는데 점점 더 북쪽으로 올라가 지금은 거의 북극해 바로 밑인 노브이 우렌고이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당시 오지 건설공사장 참여자들은 「까라차예바」라고 불렀는데 모두들 건설영웅 대접을 해주어 우쭐한 기분으로 일했다고 했다.지금도 「시베리아 나트바브카」라고 부르는 오지 특별수당 덕분에 타지역에 비해 월급이 2백50%나 된다.그러나 그동안 힘들게 벌어 저축한 돈이『최근 몇년 사이의 인플레로 제로가 됐다』고 그는 한탄했다. 그곳은 지금도 겨울이면 영하 50도를 밑도는 날이 많다고 했다.반면 한여름에는 영상 40도나 되는 무더위에 모기가 들끓어 일하기가 보통 힘드는 게 아니라고 했다.겨울에는 자고 나면 눈치우는 게 제일 큰 일이고 공기중 증기가 얼어붙어 불과 2∼3m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날이 많다고 한다. 이런 오지에 살면서도 전가족이 구김살 없이 활달하고 친절한 심성을 지키고 있는 게 퍽 인상적이었다.발랴라는이름의 어린딸은 학교에서 배운 푸슈킨의 시를 졸졸 외워보였다.
  • 원로 연극인 장민호(이세기의 인물탐구:78)

    ◎평생을 연극으로 살아온 연기자의 대명사/파우스트 간판배우… 별명은 “파우스트 장”/이순신서 햄릿까지 어떤 배역도 무난히 소화/칠순이 눈앞에… 식을줄 모르는 열정으로 연기생활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는 관객을 계속 끌고 나가는데 있다』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가수로 활약한 샬리아핀은 말한다.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끝없는 욕심과 집념어린 정열을 불태우는 이가 있다면 국립극단의 원로배우 장민호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그는 평생을 연극으로 일관한 연기자의 대명사다.양심적이고 본질적인 그의 연기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은 일시적인 경이감이나 전율만은 아니다.연기를 통한 인간정신의 승화를 그는 무대 곳곳에서 증명해 내고 있다.예의 「배우가 해야 할 최대 문제인 관객을 이끌어 나가는데」 한번의 실수나 실책이 있을 수 없다는 주의다. ○솔직하고 직선적 성격 그는 언제나 의욕적이다.성격은 명쾌하고 성급하며 솔직하고 직선적이다.항상 모범생과도 같은 이런 유의 성격이란 한가지 일에 몰두하면 끝장을 봐야만직성이 풀리게 마련이다.또한 철두철미하고 다혈질적인 기질로 인해 곧잘 흥분하거나 저항하거나 마찰을 빚기 십상일 것이다.그러나 「칼날처럼 날카롭고 정의감에 넘치건만」 막상 결단을 내려야할 순간에는 흑백을 가리거나 정면으로 대결하기보다 우회적인 유연성을 지니는 것이 남과 색다르다.이는 아마도 오랜 세월 어지러운 세파에 시달린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터득한 「삶의 지혜」일지도 모른다.또는 이북에서 혼자 월남해온 그로서는 사방의 적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는 당연한 견제일 수도 있다.그래선지 국립극단에서 40년이 넘게 한 솥밥을 먹은 동료들도 『그의 속마음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다만 무대에 서면 「온몸의 연기로 관객을 압도」하기 때문에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면 모든 것은 침묵」일수밖에 없다. 그는 해방직후 황해도 신천에서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가 연극배우가 된 케이스다.20세되던 해 원예술좌가 공연한 성극 「모세」에서 타이틀 롤을 맡으면서 연극에 입문,그로부터 10년후 하유상의 「딸들자유연애를 구가하다」로 「노역」을 완성시키면서 「성공적인 연기자」의 반열에 올라섰다.이후 「대수양」「세종대왕」「성웅 이순신」에서 완곡하며 기질이 장대한 성군,「오델로」「맥베스」「줄리어스 시저」의 다이내믹한 개성,「밤으로의 긴 여로」「안네 프랑크의 일기」「햄릿」에서의 차분하고 섬세한 내면 연기 등 그에게 돌아오는 모든 배역을 「생생한 극중 인물」로 부각시키는데 한치의 허술함을 보이지 않았다.그중에서도 「역을 최후로 완성시키는 것은 디테일이 아니라 전체적인 진실성」이라고 믿는 그가 평자들에게 어필된 것은 단연 괴테의 「파우스트」를 들수 있다. ○66년에 파우스트 초연 66년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로 초연된 「파우스트」에서 그는 학문과 지식에 실망한 노박사 파우스트가 현세적 향락에 침몰되는 과정을 고뇌에 찬 연기로 그려내었고 두번째는 8년후인 74년,순결한 헬렌과의 사랑에서 미마저 구하지 못한채 이상향을 꾀하는 허탈한 파우스트,또다시 84년 한독 1백주년 기념공연에서 독일의 저명한 기싱이 연출한 세번째「파우스트」에서는 지금까지 축적된 파우스트의 진면목을 함축하여 관객은 감전된 듯 박수갈채를 멈추지 않았었다.그때 이 연극을 연출한 기싱은 『그는 인물을 스스로 움직이되 얼굴 표정이 아닌 눈빛만으로 이미 단숙을 성립하고 있다』고 했다.즉 「고정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붙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긴박감에서 그는 감정을 절제하거나 적절히 노출하여 역이 가리고 있던 사상의 베일을 한장 한장 벗겨내고야만 것」이다. ­이것이 수많은 배를 띄우고 그리고 끝없이 높은 탑들을 불태운 얼굴이었던가.사랑하는 헬렌이여 단 한번의 키스로 불멸케 해다오.오! 그대는 무수한 별들의 아름다움으로 치장한 밤하늘보다 더 아름답구나­ 가슴속에 박힌 사랑을 고백하는 이 장면은 「드라마틱한 다이너미즘과 명쾌한 표현적 리듬,응축된 긴장감과 생명의 맥박이 충만」하여 이를 앞서 연출했던 이해랑씨는 『중진 장민호의 연기가 폭풍같은 성공을 거둔 근본 요인은 이러한 관념을 최후까지 지킨 지치지 않은 탐구의 결과』라고 못밖았다.이는 50년대 후반국산 영화붐으로 연극계가 부진하자 전 연극인이 분발하여 만든 「대수양」(김동인 작 박진 연출)을 보고 『그곳에 군계일학이 있었다』고 한 이진순씨의 지적과 맥을 함께하는 찬사이기도 하다.이로써 그는 「파우스트」간판 배우로서 평생동안 영광스러운 「파우스트 장」의 별명을 갖게 되었다. 배우는 무대위에서 기왕에 정해진 다양한 운명을 우리에게 보여준다.따라서 짙은 분장속에 감추어진 배우의 모습은 다시 그 자체가 그의 얼굴일수도 있다. 더구나 그의 묵직한 바리톤의 음색은 푸짐한 볼륨과 풍부한 음조의 변화,감정의 뉘앙스가 격하게 풍겨나와 어느 대목에서도 무기미를 느낄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중후한 음의 압력은 라디오 드라마에서도 특출난 개성을 돋보여 67년부터 그가 해설자로 등장한 대하드라마 「광복20년」은 10년 장기 연속방송으로 장안의 성가를 높인바 있다. ○연출가로도 한때 활동 그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유치진의 「소」,체호프의 「봐냐 아저씨」를 무대에 올린 창조적 상상력이 풍부한 연출가이며연극적 감각과 지성을 겸비한 영화배우·TV탤런트이기도 하다.한때는 경화 프러덕션을 설립,그가 제작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60년대 초반 전례없는 흥행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인생만사 만능은 없다」는 교훈과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하고 그는 고향에 돌아오듯 무대로 돌아왔다. 그후 그는 하고싶지 않은 일에 참여한 적이 없다.간혹 주변에서 자서전을 내라거나 대학에서 강의를 부탁해 오거나 방송 대담프로그램등에서 초청하면 일언에 외면한다.「배우는 무대에서 말할 뿐」,연기와 무관한 일은 그에게 모든 것이 무의미하기 때문이다.가족은 산행 동반자인 부인 이영애(63)씨와 출가한 남매가 있다. 지금도 젊은 후배 연극인들 사이에서 대사를 가장 잘 빨리 외우고 「내가 만약 저 역할을 맡으면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를 간파하여 선명하고 강렬한 생명체를 그때마다 새롭게 탄생시킨다.또 주역에서 차츰 비켜나고 있지만 역이 크든 작든 「연기자는 계급이 없는 무관의 제왕」이라는 자부심과 열의로 자신의 위상과 예성을 의식하는 도도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다양한 인생편력을 체험하면서 자기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대하려는 생의 충동은 그가 맡았던 파우스트의 일면이며 결국 「연극은 눈과 귀를 통해서 영혼까지 도달해야 된다」는 연극예술과 미와 환희를 이 세상에 가져다준,우리 연극사상 그는 투철한 한 존재에 틀림없다. 그리고 더이상 열띤 대사를 읊조리지 않아도 「오델로」의 이야고나 브루터스의 배반의 이미지를 물흐르듯 되살리는 경지에서 오늘도 그는 그만의 적광의 광채를 어두운 객석에 뿌리고 있다. 기 자 입 력 □연보 ▲1927년 황해도 신천 출생 ▲45년 월남,조선배우학교 졸업 ▲46년 서울중앙방송국 제1기 성우 ▲47년 원예술좌 입단,성극「모세」의 타이틀 롤로 데뷔 ▲50년 국립극장산하「신협」입단,유치진 작 연출「원술랑」 조우 작「뇌우」출연 ▲53년 국립극단 입단,오상원 작 「녹슬은 파편」이후 해마다 출연 ▲62년 드라마센터 개관 기념 셰익스피어 작 「햄릿」출연 ▲66년 괴테 원작 서항석 역 이해랑 연출 「파우스트」초연서주역,일본 일생극장 개관기념공연 참가 ▲67∼71년 국립극단 단장 ▲68∼89년 한국 연극협회 이사 ▲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김의경 작 이진순 연출「북벌」 ▲79∼90년 국립극단 단장 ▲88년 조우 작 이해랑 연출「뇌우」 38년만의 재공연 주역 ▲현재∼예술원 회원,국립극단 원로배우,연극협회 자문위원 제1회 방송문화상(58년) 서울시문화상(63년) 한국연극영화예술상(68·73·78년) 연극평론가 협회상(79년) 대한민국예술상(81년) 목련장(82년) 대한민국 예술원상(88년) 예총예술문화상(89년) 연극­유치진 작 「자명고」(54년)를 비롯,「박쥐」「오델로」「느릅나무 그늘의 욕망」「딸들 자유연애를 구가하다」「인생차압」「시라노드 벨주락」「붉은 장갑」「세자매」「안네프랑크의 일기」「나의 고백은 끝나지 않았다」「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빌헤름 텔」「죄와 벌」「결혼중매」「베니스의 상인」「이순신」(신명순 작 66년)「갈매기」「북간도」「수전노」「인종자의 손」「남한산성」「전쟁과 평화」「성웅 이순신」(이재현 작 73년)「세종대왕」「허생전」등 1백70여편과 영화 TV드라마 다수 출연.8월2일부터 「눈꽃」(11일까지 우봉규 작 김석만 연출 국립극장 대극장공연 예정).
  • 고도 키로프(시베리아 대탐방:19)

    ◎“제정러시아의 유형지 ”… 아픈 역사 간직/옛이름은 비아트카… 숙청된 「키로프」 이름따/강건너 딩코보는 전통 진흙 인형으로 유명/카스트로마주의 치즈·버터는 러시아 최고의 명품 야로슬라블주가 끝나고 카스트로마주가 시작되고 있다.카스트로마주는 유원건설이 러시아 군인아파트를 짓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지난해 10월부터 모스크바의 유원건설 사무소 직원들은 조만간 준공식을 할 예정인데 그때는 모스크바에 상주하는 우리 특파원들을 초대해 볼가강에서 뱃놀이도 하자고 했었다.그러나 러시아측에서 준공검사를 잘 안해주고 애를 먹인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그러다가 해를 넘겼고 연초 서울에서 유원건설 부도소식이 들려왔다.잘 마무리가 돼 유원건설 직원들이 객지에서 고생한 보람이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차에서 첫밤 맞아 카스트로마는 카잔 타타르의 공격을 막기 위해 1536년 러시아군 요새로 시작된 도시다.유명한 데카브리스트(12월당원) 샤르아입스키가 시베리아 유형길에 잠시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그러나 카스트로마주에서 가장 손꼽히는 것은 역시 치즈·버터다.카스트로마 중북부 일대를 일컫는 볼로그다지방의 버터와 카스트로마 치즈는 단연코 러시아의 최고 명품이다.거기다 나무에 형형색색의 원색으로 채색해 만드는 독특한 인형·조각의 주산지인 추흘라마시도 이곳에 있다. 기차에서의 첫날밤이 지나갔다.몸이 고단한 탓인지 기차바퀴가 레일 위를 구르는 규칙적인 소리가 도움이 됐는지 쉽게 잠들 수 있었다.이튿날 아침 5시,현지시간은 6시에 키로프주의 수도 키로프역에 도착했다.주의 수도는 그 주의 이름을 쓰는게 원칙이다.예외로 레닌그라드주의 주도는 레닌그라드였는데 91년 주도 이름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바꾸면서 주 이름은 그대로 두어 약간 혼란을 주기도 한다.스베르들로프주 주도도 스베르들로프였는데 주도 이름만 에카테린부르크로 바뀌었다. ○모스크바서 1.600㎞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우랄산맥으로 연결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페테르부르크­비아트카선 기차 한대가 맞은편 선로에 정차해 있다.이 노선은 1906년에 건설됐으며 우랄의 에카테린부르크를 출발해 키로프,부이,볼로그다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연결된다. 비아트카는 키로프의 옛이름이다.20년대 중반부터 레닌그라드 제1서기로 노동자들의 사랑을 받던 흘리노프 키로프는 당시 당서열 3위의 인물이었다.키로프발레단도 그의 이름을 딴 것이고 러시아 전역에 그의 이름을 딴 대학,도시가 수없이 많다.그러나 스탈린이 그에 대해 경쟁의식을 갖게 되면서 그의 운명은 끝났다.35년 그가 피살됐을 때 그게 스탈린의 짓이었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키로프의 죽음은 당시 스탈린의 정적숙청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 도시 이름은 그가 피살된 직후 그의 이름을 따서 고쳐지은 것이다.공산당 멸망 이후 다시 이름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주민들이 반대해 그대로 두었다.키로프는 또다른 역사의 아픈 기록도 남겨준다.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시베리아유형의 시발점이 바로 이곳이었다는 점이다.혁명가 게르첸,소설가 살티코프 시체드린이 이곳에서 유형생활을 했다. 이런 역사의 기록과는 달리 이 도시를 흐르는 비아트카강 건너편 마을인 슬로보다 딩코보는 어린이 장난감 인형인 딩코보인형으로 유명한 곳이다.진흙으로 빚은 전통의상 차림의 인형인데 입으로 불면 예쁜 소리를 낸다. 키로프역을 지나 조금 더 달리면 프리 우랄,즉 우랄 앞마당으로 불리는 우드무르스키공화국으로 들어선다.이곳에서부터 사실상 우랄이 시작되는 것이다.지리적으로는 페름주부터 우랄이 시작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곳부터 우랄로 간주한다.경제적으로 우랄쪽에 밀접히 관련됐기 때문이다.물론 산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오직 평야·숲만 보면서 하루를 달려왔다.체료무하꽃은 이제 막 연두색 잎을 달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참이다.이곳에서는 봄이 갓 시작되고 있다. 이른 아침 차창 밖은 온통 짙은 안개천지다.날씨가 차고 습기가 많아 생기는 현상이다.안개 속으로 키로프시민들의 다차지역이 촘촘히 보인다.초원이 좋아 우유산지로 이름높은 곳이다.철로변의 거리표는 모스크바로부터 1천62㎞를 가리키고 있다.모스크바시간 상오 7시25분.열차는 키로프주의 마지막 역인 팔룡키를 지나 우드무르스키공화국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우드무르스키공화국의 첫역은 「야르」라는 이름의 작은 역이다.「작은 계곡」이라는 뜻의 이 이름은 쳅차강과 레크마강 하구가 만나는 작은 계곡 마을이라는 뜻에서 붙은 것이다.예를 들어 동시베리아에 있는 크라스노야르스크는「아름다운 작은 계곡」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우드무르스키공화국에서 두번째 만나는 도시인 러시아 최대 버섯산지 글라조프도 「눈(글라즈)」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이름의 도시다.도시가 언덕 위에 건설돼 사방을 다 볼 수 있다는데서 붙은 이름이다.20세기초 고리키·체호프와 함께 활동했던 우크라이나 작가 코롤렌코가 유형생활을 했던 마을이다. ○전형적 시베리아 도시 더 재미있는 곳은 이 공화국의 수도 이조프스크다.시베리아 도시들의 전형적인 탄생 여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18세기 에카테리나2세 여제때 이곳에 작은 메탈공장이 건설됐고 이 공장을 애워싸고 자보드(공장)라고 부르는 작은 마을이 시작됐다.「이조프스키 자보드」가 탄생한 것이다.이렇게 만들어진 도시들은 철도·도로가 놓이고 지리적 이점의 여하에 따라 융성하기도 하고 몰락하기도 한다. 인구 4만5천명에 불과하던 이조프스키마을은 2차대전중 모스크바·레닌그라드 지역에서 많은 군수공장들이 피란해옴으로써 결정적인 융성의 계기를 맞았다.전시 군수산업책임자인 우스티노프 원수가 이곳에 상주하며 이 피란공장들의 운영을 총괄했다.그래서 한때 이조프스크는 그의 이름을 따 우스티노프시로 불리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이조프스크시는 민족공화국인 이곳 우드무르족들의 문화·민족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산업도시인 복합도시가 됐다.이조프스크에서 동쪽으로 조금 나아가면 차이코프스키의 고향 보트킨스키가 있다.시바강을 끼고 있는 이 작은 고향마을 맞은편 큰 호수의 반대편 기슭에는 이 작곡가의 이름으르 딴 차이코프스키마을도 있다.60년대 카마강에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도시를 만들어 그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 예니세이강/시베리아의 젖줄…대형수원4곳 가동(시베리아대탐방:13)

    ◎4천1백㎞ 남북관통… 원자재 보급 통로/“겨울 사냥·여름 낚시”… 관광지 개발 한창/주변에 백금·니켈 등 천연지하자원 풍부 『나는 예니세이같이 웅대한 강을 본 적이 없다.볼가강이 새색시같이 수줍음을 머금은 강이라면 예니세이 강은 청춘의 역동성이 흐르는 용사와도 같다』 ○몽고 서부산간서 발원 1890년 러시아의 작가 안톤 체호프는 시베리아를 여행하면서 예니세이강을 이처럼 묘사했다.고대 러시아말로 「큰 강」이라는 뜻의 예니세이는 전러시아를 통틀어 제일 큰 강이다.동사얀산맥과 몽골 서부산지에 수원을 둔 이 강의 전체길이는 4천1백2㎞.셀렝가강의 원류까지 포함하면 그 길이는 5천57㎞나 된다.이 강이 유명한 것은 규모가 커서 뿐만 아니다.시베리아 남단 사야노고르스크시에서부터 북단의 두진카시까지 시베리아 남북을 관통한다.이는 기차나 항공로를 빼고는 교통망이 제대로 없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북쪽의 원자재를 남쪽으로,남쪽의 가공·완성품을 북쪽으로 보내는 주요 수송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로가 발달하기 전 이 강은 주요 도시를 오가는 교통로로 큰 구실을 해냈다.이 강은 세개의 큰 지류를 갖고 있다.니즈나야 퉁구스카,포트카멘나야 퉁구스카,앙가라강이 그것이다.이 지류들은 17세기 러시아인의 동방진출에 주요 루트가 된 이래 지금까지도 주요 교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뿐만 아니다.예니세이는 유역면적이 2백58만㎦,연간유량이 6백24㎾나 돼 에너지 자원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곳이 시간당 전력생산량이 6백만㎾인 크라스노야르스크 수력발전소,사얀 수력발전소다.지류인 앙가라강에는 우스치 이림스크 수력발전소등 시간당 전력생산량이 수백만외㎾에 달하는 수력발전소가 네개가 된다.바이칼호에서 시작하는 앙가라강은 특히 강폭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해 수력발전에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크라스노야르스크의 발렌티나 체레조바 주경제부장관은『이 지역의 전력소비자들은 유럽지역보다 적어도 3분의 1이상 싼 가격에 전력을 공급받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앙가라강에 몇개의 수력발전소를 더 건설하는계획을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예니세이강을 상류에서 하류까지 더듬어보면 주위에는 각종 천연자원이 널려있음도 한눈에 알 수 있다.강줄기를 따라 잘 발달된 많은 도시들은 대부분 천연자원의 분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크라스노야르스크항의 동서에 위치해 있는 아친스크와 칸스크는 수백㎞에 이르는 세계적인 갈탄산지.시베리아 철도가 오가는 이곳은 특히 생산층이 얇은 노천광으로 채굴비용이 적게 든다.싼 가격의 갈탄을 사용,대규모의 화력발전소가 곳곳에 위치해 있고 이들 전력을 이용한 화학공업 콤플렉스도 즐비하다. ○싼 값으로 전력 공급 크라스노야르스크항구의 오른쪽으로는 70∼80년된 목재화학기업 콤플렉스가 있다.여기서는 셀룰로오스·가구·합성고무·화학섬유를 생산한다.모두 이곳 주위에 깔려있는 삼림자원이 주원료다.강의 양쪽으로는 알루미늄광맥이 뻗어있어 전력산업을 이용한 알루미늄 산업기지로도 유명하다.크라스노야르스크 지방의 가장 오래된 도시 예니세이스크시는 한때 금채굴업자가 득실거리던 곳이다.현재는 하천운수업자들이 모여사는 평범한 도시다. 예니세이강과 퉁구스카강이 만나는 바이키트시는 순록농장이 밀집돼 있다.수천마리의 순록사육이 가능한 것은 초목이 무성한 넓은 평야지대이기 때문이다.최근 이 지역은 튜멘지역에 버금가는 오일층이 발견돼 주정부가 비밀리에 오일개발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예니세이 최북단 도시인 두진카항은 북극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이다.서방의 그린란드와 알래스카가 위치한 위도 70도선상에 있는 곳이 두진카시다.이웃 노릴스크시는 니켈·백금·동등 러시아의 금속공장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니켈은 전러시아의 80%,백금은 1백%,동은 전러시아의 40%가 생산된다.이곳에서 생산되는 금속은 두진카항으로 옮겨져 일본·동남아시아·유럽쪽으로 수출되고 있다. 크라스노야르스크에서 북쪽으로 1천7백㎞,두진카항에서 남쪽으로 3백60㎞쯤 떨어져있는 이가르카항은 주위에서 생산되는 원목을 크라스노야르스크등 대도시로 옮겨싣는 항구.수심이 깊어 북극의 해항선은 두진카항을 지나 이곳까지 거슬러 올라온다.이곳은 북극권의추운 기후와 인체에의 영향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하는「러시아실험의학연구소」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대형유전 발견 예니세이강은 그자체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도 평가받고 있다.러시아가 개방된지 얼마 되지않아 관광객의 숫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오래지 않아 미국의 알래스카지역만큼이나 관광객이 모여들것으로 이곳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콤스몰스크 프라우다지의 크라스노야르스크지부 바실리 넬류빈기자(38)는『원시림속에서의 사냥,여름·겨울강의 낚시,스키등은 서방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독특한 맛을 느낄 것』이라면서『관광비용이 적게들어 상대적으로 이곳과 가까운 한국·일본등 아시아에서의 관광투자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소개했다. 10여년전부터 예니세이강을 남북으로 오가는 대형 관광선이 강이 얼지않는 5월부터 11월까지 운항되고 있다.크라스노야르스크 남쪽의 슈센스코예는 레닌의 유형지가,아가르카남쪽의 투르한스크에는 스탈린의 유배지가 관광코스로 개발돼 있고 강을 따라 발달된 대부분의 도시 그 자체가 서방에서는 보기힘든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 노벨문학상과 문화외교/임영숙 문화부장(데스크 시각)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운 채 익은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을 우리는 어리석고 게으른 사람의 상징으로 표현하고 있다.노벨문학상을 향한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열망이 바로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운 사람」의 형국이 아니었는가 싶다.적어도 스웨덴에서 본 한국문학은 그런 것이었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에 수상후보를 추천하는 기관중 하나인 스웨덴 펜클럽의 주요인사도,스톡홀름의 유력일간지 문화부장이나 문학평론가도 한국문학에 대해서는 거의 깜깜한 상태다.지난 69년 「순교자」의 김은국씨가 한국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후보로 추천된 이후 우리는 해마다 노벨상이 발표될 때면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타게 될 날을 은근히 기다려왔다.그런 우리 희망과 노력의 성과를 노벨상의 본거지인 스웨덴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에귄 슐긴 스웨덴 펜클럽부회장은 『한국 문학작품을 읽어본 적도 없으며 이름을 기억하는 한국작가도 없다』면서 『스웨덴어나 영어로 번역된 한국소설이나 시가 있느냐』고 물어왔다.스웨덴 신문 가운데서 문화면 특히 문학비평란의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는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의 문화부장 페터 루터슨씨도 한국문학을 전혀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이 신문에 문학비평을 기고하고 있는 평론가 마츠 갤레르펠트씨만이 『몇년전 한국의 시작품을 모은 시화집을 읽은 적이 있다』고 말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그러나 한국문학에 대한 그의 기억은 『봄·여름·가을·겨울등 계절의 변화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던 것같다』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국문학에 대한 이같은 무지에 비해 일본문학에 대한 그들의 이해는 폭 넓고 깊었다.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일본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 거의 대부분을 그가 수상자로 결정되기 전에 읽었다고 그들은 말했다.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은 스웨덴어로 4종이 번역·출판돼 있는데 스톡홀름에서 버스로 한시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박스 홀름이라는 작은 도시 책방에도 그의 책 2종이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진열돼 있었다.게다가 오에보다는 또 다른 일본작가 엔도 슈샤쿠가 스웨덴에 더 널리 알려져 있고 올해 노벨상을 그가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국문학이 저 홀로 아무리 훌륭하다 할지라도 외국독자와 문학전문가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는다면 노벨상을 받기 어렵다.톨스토이·체호프·입센·프루스트·카프카·릴케등 당연히 노벨상을 받아야 할 작가들을 스웨덴 한림원이 외면한 적이 많고 제3세계문학에 인색하다고 해서 『그까짓 노벨상』하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노벨상은 우리 문학의 국제화와 세계화를 위해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노벨상을 향한 우리 노력이 없었던 것은 물론 아니다.문예진흥원과 한국재단등에서 그동안 한국문학의 해외소개를 위해 번역·출판(약 60종)작업과 번역문학상제정등 노력을 해왔다.그러나 그 성과는 스웨덴 현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미미하다.지금까지의 노력이 양적으로 충분하지 못했고 효율적이지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스웨덴 문화계 인사들은 『세계각국이 한국경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문화에도 관심을 갖도록 하라』고 충고한다.한국문학의 해외소개에 기업투자를 유도하라는제안도 있었다.번역·출판에만 그쳐서는 한국문학 보급이 어려운 만큼 한국문학을 번역·출판하는 출판사에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한국문화센터나 북센터를 스톡홀름에 세우는 방안도 제시했다.스웨덴에서는 영어가 거의 모국어만큼 잘 통용되는 만큼 스웨덴어 번역이 어렵다면 영어번역이라도 많이 하라고 귀띔해주기도 했다. 그들의 우정어린 충고 가운데는 『투옥작가가 있는 나라는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스웨덴 한림원 회원인 요란 만크비스트가 직접 번역하여 스웨덴에 소개한 중국작가 베이 다오(북도)는 유력한 수상후보로 꼽혔으나 천안문사태이후 수상권에서 멀어졌다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무역대국이자 출판대국에 걸맞는 문화외교를 이제는 펼쳐야 할 때다.그런데 스웨덴 한국대사관에는 공보관도 없다.노벨상을 겨냥해 스웨덴주재 대사관에 과학기술담당 외교관까지 파견한 일본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이런 상황에서는 노벨상이라는 감은 10년 세월이 흘러도 우리 입속으로 굴러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 체호프 원작 「바냐아저씨」/미·영·호서 동시 영화화

    ◎제목·시대·장소 모두 달라… 연말 개봉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적인 희곡 「바냐 아저씨」가 미국과 영국,그리고 호주등 세나라에서 거의 동시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체호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바냐 아저씨」는 체호프가 말년인 1890년대에 쓴 희곡 가운데 하나로 세기말에 풍미했던 염세주의와 지적 회의등을 담으면서 인간의 내면적인 심리를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돼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권위있는 연극무대에 올려진다. 세나라에서 거의 동시에­연말쯤­개봉될 「바냐 아저씨」영화는 제각기 다른 이름을 달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42번가의 바냐」,영국에서는 「8월」,호주에서는 「시골생활」등으로 붙여졌다.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는 하지만 이 영화들은 각기 다른 이름만큼이나 작품에 대한 해석과 시대및 장소 설정이 달라 세계의 관객들은 벌써부터 흥미 속에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타계한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가 지난 62년 바냐역을 맡은 영화는 당시 화제작으로 꼽혔다. 이번에 미국에서는프랑스인 루이 말감독의 연출로 월레스 숀이 바냐역을 맡았다.영국서 만들어지는 영화는 앤소니 홉킨스가 감독겸 바냐역을 맡고 배급은 그라나다영화사가 한다.호주판에서는 마이클 블랙모어 감독에 존 하그리브스가 열연한다. 몰락해가는 부농의 가족들이 겪는 정신적인 방황과 갈등은 영화들에서도 물론 대부분 살려진다.등장인물은 주인공인 한많은 가장 바냐와 요사스런 아내 옐레나,그리고 딸 소냐,이기적인 늙은 대학교수등 4명이고 금전과 사랑이 이야기의 두 기둥이다. 올해 세개의 「바냐 아저씨」영화가 동시에 만들어지는 것은 우연의 일치지만 체호프 희곡의 문학적 불후성을 입증하는 사건으로 간주되고 있다.
  • 송년무대 대결/연극배우협회 「만드라 골라」/24일까지,국립국장

    ◎연극연출가협회 「갈매기」/오늘∼15일,문예회관/「만드라…」 중세 유럽의 도덕성·개인 윤리관 풍자/「갈매기」 3인 연출… 젊은세대의 비극성 조명 한국연극배우협회(회장 박웅)와 한국연극연출가협회(회장 윤호진)가 각각 송년공연을 마련했다.배우협회는 3일부터 국립극장 소극장(274­1151)에서 우리에게는 「군주론」으로 알려져있는 이탈리아의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의 희극 「만드라골라」를 24일까지 공연한다.15 18년경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마키아벨리가 남긴 유일한 희곡으로 「군주론」의 사상을 문학작품으로 옮겨놓은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제목인 만드라골라는 흰독말풀이라는 뜻으로 극중에서는 속임수의 수단으로 이용된다.중세 유럽국가들의 도덕성과 개인의 윤리관을 풍자한 이 작품은 늙은 판사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에게 반한 젊은 청년이 주위 책략꾼의 도움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손에 넣게된다는 내용이다.단 전통적인 희극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여주인공이 남편을 배반할 의사가 전혀 없는 매우 정숙한 여자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배우협회의 송년공연인만큼 우리 연극계의 기라성같은 배우들이 총출연해 보기드문 앙상블을 연출한다.심재찬씨 연출로 이진수 박웅 오영수 정진각 한상미 이현순등이 출연한다.배우협회는 오는 13일 하오1시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연극배우들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공연시간은 하오4시·7시. 한국연극연출가협회는 「연기자 재훈련을 겸한 연출가 워크숍」을 오는 4일부터 15일까지 매일 하오4시 7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한다.지난 91년부터 매년 겨울 실시해오고 있는데 올해에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를 3명의 중견 연출가들이 바꿔가며 연출한다.「연출가 겨울워크숍」은 특히 한 작품을 여러명의 연출가들이 각자의 작품해석에 따라 달리 무대에 올리기 때문에 관객은 비교관극을 통해 연극에 대한 새로운 묘미를 맛볼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자신 앞에 펼쳐진 삶속에서 침몰해가는 출구없는 비극성을 그리고 있는데 쉬지않고 소리를 내며 무엇인가를 찾다 결국 총에 맞아 박제되는 갈매기는 극속의사건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김영환(4∼7일),류근혜(8∼11일),유재철씨(12∼15일)가 돌아가며 연출하며 합평회와 함께 남녀 연기상 수상자도 선정할 예정이다.「연출가 워크숍」은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매년 봄 실시하는 「신춘문예당선작 공연과 단막극공연」과 함께 가장 비중있는 행사로 지금까지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하얀 동그라미 재판」과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공연했다.
  • 연극연출가 유덕형(이세기의 인물탐구:36)

    ◎실험·전위적 무대로 연극계에 선풍/갈등­대립 이원성 강조… 살아있는 예술 추구/70년대 「알라망」「초분」으로 국제적 명성얻어/“작품마다 충격과 감동” 호평… 81년 「산씻김」이후 긴 침묵 서울예전 학장실에는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은빛쇳조각으로 만든 해와 달과 별과 지구모형이 문을 열고 닫을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인다.아마도 외부공간에 설치되어 있었다면 햇빛따라,구름따라 좀더 현란한 변화를 보였을지도 모른다.또는 모빌의 움직임에서 금속성의 차가운 음향이 들렸을지도 모른다.그러나 모빌은 실내공간에 고요히 고정되어 절제된 미동만으로 색다른 소우주를 형성해내고 있다.이것이 바로 유덕형연극의 내면세계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 모빌은 물론 오리지널은 아니다.미국에서 본 칼더의 작품을 그가 본떠서 만들어 걸어놓은 것이다. 그는 남산을 배경으로 한 창을 등지고 앉아 태양을 둘러싼 행성의 움직임을 때때로 조용히 응시하고 있다.뭔가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모색하려는 기미다.그러나 그의 의중을 꿰뚫어 알 사람은 그곳에는 한사람도 없다. 60년대말 한국 연극계에 회오리를 몰고온 그는 70년대와 80년대를 잇는 10여년 참으로 많은 감동과 충격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그리고 그의 행적을 논할 때마다 「새로움」이라든가 「최초」 또는 「충격」은 그를 둘러싼 당연한 수식어가 돼버렸다. ○젊은 연출가에 찬사 첫번째 충격은 해럴드 핀터의 「생일파티」다.이 연극에서 그는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온 다른 연극과는 달리 무대전체가 싱싱하게 살아움직이는 생동감을 살렸다.사이키델릭 조명과 숨가쁘게 전개되는 율동,그가 연극에서 추구해마지않던 이원성의 문제가 여기서도 제기되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연극의 재미를 고조시켜 나갔다.이른바 물질문명과 기계문명,황금만능주의 속에서 한 인간이 무기력하게 세뇌당하는 과정을 입체추상으로 그리고 있다.관객 또한 연극의 화려함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매스컴도 한국연극계의 거목인 동랑의 2세로서가 아니라 한 재능있는 젊은 연출가의 지적탐험과 실험정신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냈다.그러나 보수주의와 리얼리즘 연극을 고수하려는 일부 계층의 부정적인 시각이 교차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빛과 소리와 움직임의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초분」에 이르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한번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뿌렸다. 「초분」의 첫번째 공연은 극도로 제한된 극한상황에서도 무대의 확대가능성,무대조작의 자유분방함이 시도되었고 질서와 혼란이라는 대립개념을 앞세워 주술적인 대사와 침묵,행동 또는 움직임과 정지에 대한 실험이 변증법적으로 이어졌다.해탈과 열반,샤머니즘과 토테미즘,다양한 색깔의 조명은 시각연극,움직이는 연극,살아있는 회화의 무대를 한층 강조해주었다. 이번에도 평자와 각 매스컴이 「초분」호평 일변도였으나 그의 부친인 동랑은 전혀 이와 의견을 달리했다. 『너는 관객을 친구로 생각지 않는다.너무나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보여주려는 것은 관객을 모독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아들의 철저한 실험정신을 내심 사랑한 그는 『겪어야 할 아픔이라면 철저하게 겪으라』는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다음해인74년 이 연극을 가지고 뉴욕공연길에 올랐다. 여전히 갈등대립의 이원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한국공연에서의 모던댄스를 고도로 절제된 동양무술로 바꾸고 음과 양 제의적 동작과 시적 무대만으로 한국어를 모르는 미국인의 가슴을 일시에 움직였다. ○연극의 새방향 제시 세계적 연극이론가인 그로토프스키와 로열셰익스피어 극단 연출가 피터 부룩은 『새로운 연극이 찾고 있는 방향을 성공적으로 제시』했음을 명쾌하게 호평했다.이 뉴욕공연중 그가 그처럼 존경하던 부친의 타계소식에 접했고 그는 끝내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단지 『연극인이면 언제나 무대에 남으라』던 부친의 평소 소신대로 그는 그시간에 무대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다시 다음해 세번째 「초분」을 공연했다.이번에는 관객의 지적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초분」이 지닌 무수한 대립의 감정을 미련없이 깨뜨려버렸다. 예를 들어 조명도 흑과 백의 콘트라스트로,의상도 흑백,선·리듬·시간과 공간·무게의 모든 다이내믹스까지도 철저히 파괴해버렸다.앞의 두 공연을 미련없이 무효로 돌려버리게 됐을때 그는 비로소 성숙을 느꼈다.아마도 연륜과 체험의 대가없이는 다다를 수 없는 깨달음일 것이다.이제 일반관객도 그의 실험극들에 대해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시종 「충격」과 「실험정신」 「전위정신」이 깃든,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완벽주의와 예술지상주의를 꾀하려는 자세로 작품에 임한다.아마도 신들린 상태가 아니라면 감히 누구도 꿈꾸지 못했을 다양한 시도를 그는 죽을 힘을 다해 밀어붙인 것같다. 충격도 그렇지만 그는 수많은 「최초」를 기록하고 있다.69년 미국에서 돌아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연출작품발표회」를 가진 것과 2년후 필리핀 마닐라 카링거 앙상블극단 초청으로 「알라망」연출,국제극예술협회(ITI) 명예회장 로자몬드 길더여사로부터 『이 연극은 피터 부룩도 질투할만하다』는 세계무대에서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73년 ITI 모스크바총회때 한국대표로는 처음 공식참가하게 되자 그는 한때 세계적인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소련 입국소식은 국내 주요신문들의 1면을 장식했고귀국후엔 각신문에다 소련방문기와 소련에서 찍어온 사진을 연재했다. ○동낭선생의 큰 아들 그는 우리 연극사에서 비중있는 위치인 동낭 유치진선생과 희곡작가인 심재순여사의 3남매중 장남.누나부부도(유인형·안민수씨)도 연극연출가다. 한때는 과학문명시대에 대비한다는 자세로 연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으나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아 영문과로 다시 전과,음악·발레·그림·사진찍기에 집착했고 미국 유학시절에는 무대장치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로 학교에 다녔다. 알렉산더 칼더의 모빌외에 그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영상연극의 기수인 로버트 윌슨.브루클린음대 아카데미서 막올린 「요시프 스탈린 생애와 시대」는 저녁 7시에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이어진 12시간짜리 공연으로 시각적·청각적 공간,어느 순간에도 보이는 것,들리는 것으로 일관된 특이한 무대로 감명받았다. 연극에서는 그가 아무리 한국전통을 강조할 때라도 언제나 실험적·전위적이란 말이 따라다니게 마련이며 그것은 아마도 「창조하는 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자」라는 최대의 찬사일 것이다.그럼에도 그는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작품에 임하고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바닥이 보이는 듯한 절망감에 빠진다. 그의 연출에서의 이원성처럼 그는 성격·처세·취미에서 이중구조 내지 복합삼각주와도 같은 형태를 띤다. 헌칠하고 깨끗한 외모에 만년청년같은 모습,지금도 블루진과 하얀 터틀넥에 골덴자켓이 어울리고 마음에 드는 토론이나 의견을 말할 때는 점점더 목소리가 고조되어 온힘으로 말하고 한번 입을 다물면 말을 잃은 소년처럼 우울한 구석을 비치기도 한다.이따금 「크레믈린」이란 별명을 듣지만 일상생활이나 예술에서 미혹이나 현혹은 없다.예의가 바르고 지적이며 낯가림이 심한 편. 미국유학시절 트리니티대에서 만난 부인 제니스 유도 본래는 아동극 연출가.그와는 문화·풍속·민족 모든 것이 다른 이질이란 점에 호감을 느꼈고 그는 신비한 것,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좋아한다. 연대신방과를 나온 아들 태균(23)은 뉴욕대서 연극연출,딸 미아(20)는 브라운대서 오페라연출을 공부하고 있다. 사람은 두가지일을 똑같이 잘할 수 없다는 결론 때문에 그는 「산씻김」이후 긴 침묵을 지키면서 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대전엑스포등 행사와 여러 연극의 조명에만 손댈뿐 아직 다음 작품에 대한 구상은 칼더의 모빌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그러나 지금 그는 학교라는 연극을 연출하고 있다.그곳에 있는 학생과 교수들이 그에겐 등장인물이고 스태프다.학교의 프로그램 모두가 극중사건이다.정말 학교마당에선 옆에 있는 사람은 아랑곳없이 대사연습에 열중한 학생들과 밤낮없이 왁자지껄하다.더구나 예술전문대 학장이란 문화운동을 할 수 있는 자리다.미국에서 종족음악 강의를 하겠다고 국악을 소재로 한 작곡을 부탁해오면 사람을 부르고 중매를 서기도 한다. ○무대 조명에만 손대 그런중에도 작품에 대한 집착은 핵심에 도사려 있다. 인간이 변하면 얼마나 변하나,극단적인 이상주의 추구는 어디까지인가,예술에서의 완성은 있는가.결국 그가 추구하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회화의 세계,그러나 내용·색깔·동작·대사 모든 것을 절제하고 생략한 맨 마지막 정점.그의 예술의 끝은 태양을 응시하던 카뮈의 요나처럼 어쩌면 무대위에 「점」하나를 찍는 일일지도 모른다. ▷연보◁ ▲1938년 1월 서울출생 ▲1962년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1966년 미 트리니티대 대학원 연극학과 졸업 ▲1968년 미 예일대 연극대학원 박사과정 ▲1963년 미 댈라스 연극센터연구단원(체호프 「세자매」,셰익스피어 「코미디 오브 에러스」연출) ▲1966년 캐나다·미국연극계 시찰 ▲1967년 미국교육연극연합회(AETA)회원,뉴욕 레인즈 무대미술제작요원,엘비 「작은앨리스」,포드 「빨간인디언」,오스본 「성난 얼굴로 돌아보다」연출,마이클 케인 「라생문」연출·장치·의상·조명(댈라스시어터 센터서 4개월장기공연) ▲1969년 극단드라마센터 상임연출가 ▲1970년 서울연극학교교장 ▲1971년 국제극예술협회(ITI)런던총회 한국대표참석 및 필리핀 연극제참가 ▲1973년 ITI 모스크바총회 한국대표참석 및 제3분과 이란연극제참가 ▲1974년 서울예술전문학교 교장 ▲1976년 ITI 베네수엘라 총회 한국대표참석 및 유엔주최 「환경의 해」세미나 및 페스티벌,캐나다밴쿠버회의 참석 ▲1977년 유엔주최 「세계어린이의 해」 기념행사 준비위원국 뉴욕회의 한국대표 ▲1979·81년 제3세계 연극연구소(TWITAS)뉴욕회의 운영위원회 참석 ▲1969년 유덕형 연출작품발표회,김종달작 「갈색 머리카락」,브르크작 「낯선 사나이」,유치진작 「자아비판」등 연출(드라마센터),윤대성작 「미친 동물의 역사」(70년),해럴드 핀터작 「생일파티」(70년),필리핀 마닐라 카링거 앙상블극단 「알라망(Alhamang)」연출(71년),동랑레퍼토리 오태석작 「초분」(73·74년 뉴욕·75년 서울),오태석작 「태」(74년),유치진작 「마의 태자」(75년),동랑레퍼토리 미국 및 유럽 순회공연(77년),최인훈작 「봄이 오면 산에 들에」(80년),이현화작 「산씻김」(81년)등 연출,연세대 개교 100주년 기념공연 「한여름밤의 꿈」(85년),동랑청소년극단 윤대성작 「방황하는 별들」(85년)「꿈꾸는 별들」(86년),오닐작 「밤으로의 긴 여로」(88년),88예술단창단공연 오태석작 「새불」등 조명. 서울세종문화회관 운영위원,국제극예술협회(ITI)한국본부부위원장,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ESTE)한국본부이사,예술의 전당 건립추진위원회 위원,한국방송공사 자문위원,서울올림픽조직위 문화식전국장,서울올림픽 폐회식 제작단장,대전엑스포 전문위원 현재 서울예술전문대학장 동아연극상,서울신문 문화대상,마닐라시장 문화표창상,한국연극 영화예술상,중앙문화대상
  • 땀의 의미 점검하는 여름으로(박갑천칼럼)

    태양의 계절은 곧 땀의 계절이다.더구나 내일이 초복이니 복중으로 들어서는 시점이다.후텁지근하고 불쾌지수는 높아진다.밖에만 나갔다하면 땀이 줄줄 흐른다. 땀은 99%가 수분이다.그밖에 염분·칼륨·요소·유산등이 들어있다.땀을 내는 땀구멍(한선)의 수는 우리의 경우 2백30만개 정도라고 한다.여름날 보통생활을 할때 약3ℓ쯤 흘리고 과격한 운동을 하는 경우라면 그 정도에 따라 훨씬 많아진다. 체온상승을 막아주는게 땀이다.그래서 무한증에 걸리면 여름에는 체온이 40도 정도로 올라가기도 한다.냉수욕을 하거나 찬물 적신 속옷이라도 입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땀구멍 없는 개가 여름을 괴로워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입벌리고 혀내밀어 헉헉거리면서 특수한 호흡법으로 타액을 기화,방열시켜 더위를 이겨내는 형편이다. 이 땀이라는 말에는 생리현상으로서의 분비물 이상의 우의(우의)가 담겨있기도 하다.부지런히 일하고 노력하라는 뜻으로 땀을 흘리라고들 말해오지 않은가.가령 체호프의 희곡「세자매」의 제1막에서 하는 이리나의 대사도 그것이다. 『이봐요,이반 로마노비치.나는 다 알고 있어요.인간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돼요.누구나 얼굴에 땀흘리며 일하지 않으면 안돼요.오직 여기에만 삶의 의의와 목적·행복·기쁨이 있어요.…』 땀 예찬론이다.육당 최남선도 그런 뜻으로「땀」이라는 수필을 써놓고 있다. 『…만고천하 인문발달의 공적자치고 누가 피서·피한을 철찾아 하고 불한불열한 때에만 일하였더란 말이뇨.세계의 문명이 땀방울의 덩어리진 것이라 할수 있을진대 무수한 인인지사의 더위를 더워하지 아니하고 흘린 땀이 그 절반이상임을 짐작할지니…』.최육당은 우리가 과연 땀흘리기를 좋아하는가,많이 흘려놓았는가,많이 흘리고는 있는가고 묻는다. 사람들은 땀을 흘리지 않으려 한다.그러면서 선풍기로는 모자라 에어컨을 달아놓고 틀어젖힌다.그 결과 전력사용량 최고치를 여름마다 경신해온다.그렇게 땀을 덜흘리게 된대신 냉방병이라는 새로운 병명을 만들어놓기도 한다.사람들은 차츰 여름에는 땀을 흘려야 건강에 좋다는 뜻을 잊어간다.땀의 교훈 땀의 덕목도아울러 잊어간다. 이 삼복의 터널을 나면서 땀의 의미를 점검해보는 여름으로 삼아야겠다.땀을 흘려야 한다.땀내를 향수로 맡을수 있어야 한다.땀방울이 맺어주는 과실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는 진리를 터득하게 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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