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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젊은 의장

    박관용 신임 국회의장은 사석에서 “한국의 대통령은 머리세포가 보통보다 특별히 많거나 적은 사람이 하는 자리”라고 풀이한 적이 있다.오는 12월 선거가 지나도 다음 대통령은 그의 풀이대로 여전히 상식을 넘어 국회를 지배하며,상식보다 낮은 기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고 싶어할 것이다.그는 그런 대통령과 대통령을 따를 것이 분명한 다수의 의원들과 함께,대통령과 야당의 것이 된 지 오래인 국회를 ‘국민의 것’으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 의장은 젊다.예순 넷이니까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도 있지만 70대 의장에 익숙한 의정사에서는 크게 젊은 연배다.현재의 국회의원 연령분포에서도‘젊은 의장’이다.국회의원 중에서 올해 65세 이상은 48명 정도다.박 의장과 동갑내기가 20명쯤 되니까 그의 연령은 상위 20% 쯤에 자리 한다.한국적사회에서 연장자는 모심의 대상이어서 젊은 나이가 국회 운영에서 부담이 될 것도 같다.하지만 젊기 때문에 개혁에의 기대는 커진다.젊다는 것은 나이듦에 비해 역동적이며,가치추구적일 수밖에 없다.젊은 의장에게서 국회개혁의 기대를 갖는 것은 나이 듦에서보다는 자연스럽다. 박 의장은 국회의 독립성 강화를 통한 권위 회복을 강조했다.총리가 하는 것이 법인양 하는 예산안 시정연설을 대통령이 하게 하겠다고 한다.대통령·국회의장·대법원장 등 3부요인은 정기적으로 만나 국가의 기본흐름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자신이 선출된 바로 그 의장선거가 당략에 의해 자유투표가 되지 않았듯이 주변여건이 좋은 방향으로만 움직일 리도 없고 변수는 많다.그러나 각당이 후보선출과정에서 당권·대권을 분리시킨 점이라든지,국민들의 변화욕구가 한계에 이른 점등을 감안하면 그의 국회 제자리 찾기 작업은 성공예감과 함께 한다해도 괜찮을 듯 싶다. 소수계파로 정치를 시작한 박 의장에겐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 사무총장을 지냈음에도 소수파의 체취가 남아 있다.도시 이름을 딴 명문고와 일류대를 나오지 않은 것이 그의 소수파 체취를 더 개혁적이거나 실천력을 가진 것처럼 느끼게도 한다.그가 머리세포의 다과(多寡)를 운위했던 것은 자신이 매우상식적인 인물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상식의 국회를 기대한다. 김영만 수석논설위원 youngman@
  • 책꽂이/환경사회학 등

    ◇환경사회학(정대연 지음) ‘자연은 인간없이 살아남을 수 있지만 인간은 자연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국가와 이념을 초월해 세계의 공통관심사가 되고 있는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다뤘다.1920년대부터 다뤄온 환경사회학의 이론과 연구방법의 변천 등이 기술된 지침서.아카넷,2만 5000원. ◇사회적 상상력과 한국시(김응교 지음) 선뜻 다루기 어려운 한국 현대시인들의 시를 사회적 상상력의 시각에서 다룬 책.신동엽과 박두진,북한 시인 리찬은 물론 이상화 문병란 정현종 이성복 김진경 이산하 최승호 이진명 문부식 등 내로라는 시인들이,와세다대 객원교수인 작가의 해부대에 오른다.소명출판,2만원. ◇동아시아의 정치와 경제(정갑영외 지음)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이 지난 2년간의 연구실적을 정리해 엮은 책.‘유럽의 정치와 경제’와 나란히 나온 책으로 동아시아 지역질서와 한국 입법과정의 변화,일본의 군사혁신과 중국의 경제적 위상,그리고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관계 등 관심을 끄는 동아시아 현안들을 밀도있게 다루었다.나남출판,1만원. ◇고흐가 되어 고흐의 길을 가다(노무라 아스시 지음,김소운 옮김) 숱하게 쏟아져 나온 고흐 평전이나 작품해설과 달리 고흐의 탄생지부터 그가 잠들어 있는 프랑스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묘지까지 삶의 궤적을 샅샅이 추적해 썼다.화가로서의 삶뿐 아니라 인간 고흐의 체취가 물씬 묻어나는 역저.마·주翰,1만 5000원. ◇중국 개혁-개방의 정치개혁 1980-2000(정재호 편저) 지난 20여년간 숨가쁘게 진행돼 온 중국의 정치·경제 분야 개혁·개방 정책을 다룬 책.분야별로 8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저술한 공동연구서.중국 개혁·개방의 역사성과 체제개혁 내용,도전과 갈등의 시각으로 본 개혁,대외관계의 변화와 전망 등을 깊이 있게 파헤쳤다.부록으로 중국 개혁·개방 연대기와 공산당 정치국의 인적구성 변화,개혁기 핵심 통계지표 등을 실었다.까치,2만 3000원
  • 인사동서 ‘이상원展’, 버려진 것에 생명의 메시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버려진 것,소외된 것이 주는 이미지는 이중적이다.그들은 일상으로부터의 단절과 절망으로 부각되는 사물이나 현상 속에서 새로운 것의 시작,또는 생명의 잉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원(67)은 이처럼 시효가 지난 것들,어찌 보면 곧 용도폐기될 운명의 것들에서 생명의 메시지를 찾아내는,아니 창출해내는 데 탁월성을 보이는 작가이다. 22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리는‘이상원展’은, 이런 점에서 굳이 부제를 붙이고자 한다면 불교적 관점이기는 하나 ‘윤회‘(輪廻)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이번 전시 작품은 장지(두껍고 질긴 전통 한국 종이)에유채와 먹을 사용해 작업한 근작 ‘동해인’,‘향(鄕)’연작을 중심으로 한 35점. ‘향’의 소재는 추수가 끝난 빈 논바닥,거기에 난 경운기와 트랙터 바퀴자국,듬성 듬성 고인 물과 얼음 등이다.‘동해인’은 모두 노인이다.구부정한 어깨,아마 구십 평생 맞고 살았을 법한 해풍만큼이나 거친 주름과 흰 머리카락 등. 추수를 끝낸 무논(水畓)의 이미지는 어찌보면 지금의 우리 농촌이 처한 척박한 현실이고,경운기 바퀴나 트랙터 캐터필러 자국은 이를 부추기는 사회적 폭력일 수도 있다.하지만 잘려나가고 남은 벼 밑동과 바퀴자국의 의도된 듯한미화 속에서 척박한 무논을 보는 작가의 시선엔 인간을 향한 애정이 느껴진다.또 삶의 진정성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어렸을 적부터 독학으로 그림공부를 하고 한때 초상화로밥벌이를 했다는 점,그러면서도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원에게선 박수근의 체취가 느껴진다. 임창용기자 sdragon@
  • 명의 허준 체취가 가득

    조선시대 명의 ‘허준(許浚)’의 발자취가 물씬 풍기는경남 산청군 산청읍에서 지리산 한방약초축제가 8∼12일열린다. 축제는 전통 한의학 및 한약초와 관광객들과의 만남이 주제다.가족·친지들과 함께 지리산 등산후 우리의 전통 한방을 체험해 보면 좋을듯 싶다.산청군이 주최하고 경남도와 문화관광부 등의 후원이다.올해가 2회째다.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산청은 물 좋고,공기 맑기로 널리알려진 시골마을.고향을 등진 청년 허준이 가솔과 함께 정착,의술을 닦은 곳이다. 첫날인 8일 오후에는 군 공설운동장에서 개막식과 함께축하공연이 있고,9일부터는 약초잔치한마당과 전통한방체험 등의 행사가 마련돼 있다. (055)970-3223. 산청 이정규기자 jeong@
  • 토요영화/ 디어헌터

    ◆디어헌터(EBS 세계의 명화 오후 10시) 베트남전에 대한미국내부의 비판적 시각을 집약한 유명한 작품.아카데미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음향상,편집상 등을 휩쓸며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출세작이 됐다.제철소에 다니며 때때로 사슴사냥을 즐기는 세친구 마이클과 닉,스티븐.이들에게 베트남전 징집통지서가 날아오면서 평범한 일상이 하루아침에 뒤집힌다.핏빛 전장에서 포로로 사로잡힌 이들은러시안룰렛게임 총구앞에 생명을 저당잡힌 채 하루하루 피폐해져간다.전장의 광기,황폐해진 전후 사회상 등을 음울한 어조로 담아냈다.로버트 드니로,크리스토퍼 월큰,메릴스트립 주연,78년작. ◆엠마(KBS2 토요명화 오후 11시10분) 영국 귀족사회의 허위의식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여성에 앵글을 맞추곤 하는 원작자 제인 오스틴 체취가 물씬한 작품.런던한 부유한 가정의 요조숙녀 엠마는 남의 연애에 다리 놔주는 게 취미.그러나 혼기가 찬 본인에게도 분홍빛 청혼 등연애사건들이 줄을 잇기 시작한다.모처럼 그녀의 마음을뺏은 미남청년 처칠은 바람둥이였음이 판명나고,우여곡절끝에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친구같은 나이틀리가 진실한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는 줄거리.기품있는 엠마역의 기네스 팰트로가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그녀의 진정한 사랑 나이틀리에 이완 맥그리거가 활약한다.더글라스 맥그래스 감독. ◆블레이드(MBC 주말의 명화 오후 11시10분) 뱀파이어(흡혈귀)들의 인류절멸 기도에 맞선 ‘블레이드’의 활약상을 SF적 상상력으로 버무려낸 액션 스릴러.뱀파이어에 물린산모에게서 우성인자만 물려받은 탓에 막강한 파워를 지니게 된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악의 화신 프로스트(스티븐 도트)가 뱀프 제국 건설을 향해 무자비한 발길을 휘두르자,은신처에 틀어박혀 뱀프를 와해시킬 신약개발에 골몰하던 블레이드는 핏빛 한판대결에 나서는데….최근 개봉한 ‘블레이드2’ 전편.스티브 노링턴 감독 98년작. 손정숙기자 jssohn@
  • 임동원 특사는 누구/ 햇볕 전도사…DJ 대북정책 총괄

    임동원(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는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설계자요,전도사로 불린다.임 특보는 실제로 국민의 정부 들어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국가정보원장,통일부장관 등을 잇따라 맡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보좌하며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사령탑’ 역할을 수행해왔다. 임 특보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깊숙이 관여했다. 김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앞서 같은 해 5월 국가정보원장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특사 자격으로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등 북한 최고위 인사들을 만나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한 바 있다.임 특보가 이번에도 김 위원장을만나게 되면 세 번째 만남이 이뤄지는 셈이다. 군 출신(육사 13기)이지만 군인 체취가 거의 나지 않고,치밀한 일처리와 논리적 언변 등으로 북측을 설득하는 데 적임자라는 평이다.육사 교수를 거쳐 80년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뒤 주 나이지리아·호주대사,외교안보연구원장을 역임하는 등 외교분야도 두루 섭렵했다.90년대 초 통일원 차관이자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서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8·15 민족공동행사에서 남측 인사들의 돌출행동과관련,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돼 통일부장관직에서 물러났다가 대통령 특보로 다시 돌아왔다. 오풍연기자
  • 作家 - 일흔일곱의 풍경, 한영희 사진집 / 열화당

    문학작품을 읽다보면 인간의 내면 깊숙이 미로를 파고 꼬깃꼬깃 숨겨놓은 마지막 심정 한자락까지 후벼 내는,칼날같은 작가의 시선이 느껴져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때로는 자신도 몰랐던 급소마저 들키면서 이런 작가들은 어떤 무기들을 갖추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작품으로 보면그만일 작가의 인터뷰,작가의 사진이 독자의 시선을 붙드는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사진집 ‘작가-일흔일곱의 풍경’은 박경리에서 김영하에 이르기까지 작가 77명의 맨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한영희는 30년 경력의 일간지 사진기자로 취재를 하는틈새를 놓치지 않고 작가정신을 발동시켜 우리시대 문학의 도상(圖像)(159컷)을 만들어 냈다. 얼굴들은 작가의 고통과 절제,인내와 이완의 순간들을 그려낸다.검정 테의 안경을 걸치고 입술을 꽉 문 고은,잔주름이 가득한 두손으로 깜짝 놀란듯 입가를 감싸안은 박경리 등.정현종의 깊은 눈매는 대상을 빨아들여버릴 듯하다. 작가의 방과 물건들,독특한 제스처에는 인간적 체취가 가득하다.반은 화실,반은 서재인 이제하의방,동그랗게 몸을 구부리고 앉아 담배를 빨아들이는 배수아,원고지와 문방구가 정갈하게 놓인 김훈의 경상(經床),가지런히 정돈된김용택 교실의 신발들. 숲이나 거리,거울 등 주변을 끌어들여 울림을 더한 작품도 많다.서문을 쓴 황지우는 이를 ‘스트레이트 보도사진을 넘어서 작품을 하나의 풍경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미적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한다.그는 또 사진첩을 일별해 보면 우리 문인들의 골상학적인 특징들이 공통적으로보인다고 말한다.한마디로 선골도풍(仙骨道風),일체 경계를 탈탈 털고 넘어선 것 같은 도인의 허허로움이 감지된다는 것이다.일체의 분별을 증발시켜 버릴 듯한 파안대소,경건과 겸허로 서약된 쓸쓸한 평화,진실되게 살려고 한 자의 삶이 내뿜는 카리스마는 일본 작가의 깔끔스러움,유럽작가들의 문명적 세련과 구별되는 한국 문학만의 본질을 도상적으로 입증해 준다는 것이다.수록사진들은 22일부터 12월9일까지 금호갤러리에서 직접 볼수 있다.2만5,000원. 신연숙기자 yshin@
  • 11월 해외영화제 화제작 3편

    가벼운 코믹물들이 극장가를 독식하다시피하는 이때 ‘편식’이 우려됐다면 11월 개봉되는 몇 작품들을 눈여겨봐두자. 올해 유수 해외영화제들에서 크게 주목받았으나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화제작 3편을 소개한다. ◆아들의 방=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항구마을.정신과 상담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평범하고 단란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출판사에 다니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와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와 함께 하는 생활은 행복으로 넘친다.그러나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아들이 뜻밖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 난니 모레티가 시나리오,감독,주연까지 도맡은 영화 ‘아들의 방’(The Son's Room·11월3일 개봉)은 이런 비극적 설정 아래 이야기를 풀어가는 심리드라마이다. 아들을 영원히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죽은 아들의 방에서 새삼 아들의 체취에 오열하고,아들의 여자친구를 보며 아들이 느꼈을 감정의 결을 더듬어보려는 부모의 애절함이 대목대목 절절히묘사돼 있다. 어찌보면 TV드라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진부한 소재다.이렇다할 극적 장치없이 깊은 감동의 울림을 끌어내는 건 분명 영화의 힘이다.모르긴 해도 마음약한 관객은 눈자위가 빨개져서 극장문을 나서기 십상일 것이다. ◆왕의 춤=“음악과 영화는 이렇게 만나는 거야!” 격조있는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작품이선보인다. 프랑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왕의 춤’(Le Roi Danse·11월10일 개봉)은 그가 앞서 만든 ‘가면 속의 아리아’,‘파리넬리’와 동일한 계보에 놓이는 음악영화다. 배경은 루이 14세가 전제군주로서 맹위를 떨치던 17세기프랑스.루이 14세(브누아 마지멜)와 그에게 충성을 바친 작곡가 륄리(보리스 테랄),희극작가 몰리에르(체키 카리요)등 실존인물들의 이야기를 뿌리삼아 그들의 인간적 갈등과 예술적 방황을 그렸다. 덕분에 카메라는 왕실 안팎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루이 14세는 정치적 압박과 어머니의섭정 속에서 춤에 빠져 산다.그런 그의 곁에서 정치적 욕망을 키우며 그와 동성애 관계에까지 빠지는 왕실악단 지휘자 륄리,거칠지만 순수한 작가혼을 불태우다 끝내 왕의 눈밖에 나 파국으로 치닫는 작가 몰리에르의 부침(浮沈)이 이야기의 중심얼개가 된다. 철저한 고증덕분에 프랑스 왕실역사의 한 단면과 예술장르의 발전사까지 실감나게 들여다볼 수 있다.얼굴을 황금빛으로 칠한 왕이 직접 추는 왕실발레,궁정발레에서 연극을 거쳐 오페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중세 프랑스 왕실의 예술편력 등은 특별한 감상포인트.17세기 이후 단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는 ‘밤의 발레’같은 륄리의 미공개 음악도감상할 수 있다. ◆폴락=추상표현주의 시대를 개척한 미국의 전위화가 잭슨폴록(폴락·Jackson Pollock·1912∼1956)의 전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애드 해리스 감독이 직접 주연한 ‘폴락’(Pollock·11월10일 개봉)은 ‘액션 페인팅’이란 미술용어를낳기까지 폴록의 작가정신,사랑,갈등 등을 균형있게 담아냈다. 뉴욕의 무명화가 잭슨 폴록(에드 해리스)에게 여류화가 리(마샤 게이 하든)가 찾아와 작업실을 둘러본다.첫눈에 천재성을 감지한 리는 잭슨의 영원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동거를 시작한다.알코올 중독과 신경쇠약에 시달려온 잭슨은 그림에 대한 강박에 휩싸여 기행을 일삼으며 방황한다. 그러나 리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잭슨을 독려하고 그의 천재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미술 애호가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는 영화다.폴록 특유의강렬한 색채와 추상적 이미지의 작품들이 시종 화면을 채운다.폴록의 라이벌이었던 윌렘 드 쿠닝(발 킬머)과 미술관운영자 페기 구겐하임,미술평론가 클리멘트 그린버그 등 당대 유명 미술인들의 이야기를 살짝살짝 들여다보는 재미도쏠쏠하다. 황수정기자 sjh@
  • 대한매일 새로 바뀝니다

    오는 11월1일부터 대한매일이 '공익정론지'로 다시 태어납니다. 내년 1월 민영화를 앞두고 획기적인 지면혁신과 취재시스템의 개편을 통해 독자들의 곁으로 한걸음 더 다가서려고 합니다. ●정부와 시민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통로가 되겠습니다. 대한매일은 공익정론지로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다양한 목소리와 체취를 균형있게 지면에 담아내겠습니다. ●정부 정책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정책의 변경을 뒤늦게 알아 손해를 보신 적은 없습니까? 대한매일은 모든 정책이나 법규의 변화 움직임을 가장 빠르게 실어 나르겠습니다. 환경·보건복지·교통·여성·교육·소비자·노인 문제 등 시민의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정책들이 바로 펼쳐지도록 감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신문이 되겠습니다. ●공공뉴스를 특화해 이 영역의 정보를 모든 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다양한 정보 가운데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들을 빠짐없이 제공하겠습니다. 공공뉴스의 영역에 감춰져 있는 정보의 공개를 통해 각종 정보로부터 어느 한 곳 소외되는 계층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공공뉴스를 특화하는 것에 맞춰 편집체계도 전면적으로 바꾸겠습니다. 공공뉴스 분야에서 기획취재팀을 전면 가동해 풍부한 읽을거리와 정보를 1면부터 보여드리려 합니다. 국내 종합일간지로서는 처음으로 퍼블릭(Public)면을 신설, 공공정책에 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정책대안을 모색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행정뉴스면을 한가운데 면에 배치함으로써 실직적인 섹션화를 꾀하겠습니다. 단순한 행정정보 제공을 넘어 공직자들의 삶과 애환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지면으로 꾸미겠습니다. 민영화를 앞두고 '공익을 대변하는 신문'이 되고자 하는 대한매일의 노력을 지켜보시고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대한매일 임직원 일동
  • 기사 건당 취재원수 美의 5분의 1 불과

    국내신문의 취재원과 취재경로 이용관행을 분석한 결과 신문보도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의심할만큼 문제점이 심각한것으로 나타났다.단적으로 취재원이 제시되지 않은 기사,즉 기자가 ‘작성한 듯한’ 기사가 많았다.또 취재원 숫자는태부족일 뿐더러 그나마 국가기관,기업 등에 편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언론재단(이사장 김용술) 연구팀은 최근 경향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을 대상으로 5월 21일부터 6일치 기사 1,503건을 분석,‘보도비평-한·미 신문의 취재원 이용관행’ 보고서를 펴냈다.이에 따르면 국내신문의 기사 1건당 평균 취재원은 1.78개로,미국신문의 기사 1건당평균 취재원 수(10.06)의 5분의 1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인물취재원 68.8%,단체취재원 24.0%,자료취재원 7.3%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아예 취재원이 제시되지 않은 기사도 20건중 3건(14.9%)이나 되었으며,취재원이 등장한 경우도 대개 3개(88.0%)였다. 또 전체 1,842명의 인물취재원 중 익명 취재원이 679명으로 36.9%를 차지했으며,제시된 인물 취재원 가운데국가기구 관련 취재원이 57.7%인 반면 일반시민이나 노동자 등이취재원으로 등장한 경우는 7.9%에 불과했다.또 단체취재원도 국가기구가 53.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기업 19.6%,시민단체 3.1%,노조 1.6% 등에 그쳤다.자료취재원 역시 국가기구 제공자료가 45.1%였고,시민단체가 제공한 자료가 취재원으로 사용된 경우는 2.6%에 그쳤다. 연구팀에 참여했던 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는 “취재관행이 바뀌려면 고질적인 지면제작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출입처 기자실 관행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취재원과 다각도의 취재경로를 통해 정보화사회에 필요한 고급 심층·전문기사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작고 문인 48인의 육필서한집’ 출간

    한국문학 연구 양태를 살펴보면 작가론보다 작품론이 훨씬 많고 특히 문단사(史) 자료 및 연구는 빈약하다.이는 공식기록을 중시해오고 인물에 대한 내밀한 기록을 남기기를 꺼려온 민족성에서 기인한 탓이라고 생각된다.이런 점에서 최근 출간된 ‘작고문인 48인의 육필서한집’(민연 펴냄)은근대 한국문단사 재조명과 작가 탐구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한집’에 실린 48명의 작가들은 모두 1930∼40년대와해방공간 등 근대 한국문단을 주름잡았던 인물들이다.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파인 김동환(金東煥)을 비롯해 소설가 김동리 박종화 박태원 박화성 손소희 송지영 유진오이태준 이효석 정비석 최정희 한설야 황순원,시인 김광균김남천 노천명 모윤숙 박남수 박목월 박봉우 유치환 이영도 이용악 이육사 조지훈,그리고 평론가 백철 등 이름만 들어도 ‘아,그 사람’할만한 사람들이다. 이 편지들은 파인의 부인(신원혜·93년 작고)과 파인이 잡지 ‘삼천리’운영 시절 알게 돼 동거했던 소설가 (최정희·90년 작고)가 보관해오던 것으로,파인 탄생100주년을 맞아 그의 3남 영식(英植·68)씨가 책으로 묶어 펴냈다. 서한집에는 당시 문인들간에 주고받았던 단순한 안부편지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긴 하다.그러나 최정희를 중심으로 모윤숙,노천명,이현욱 등 여류 문인들간의 특별한 인간관계나 이육사처럼 문단교류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그리고 해방후 월북해 반세기 가까이 남한문단에서 거명조차 되지 못했던 월북문인들의 편지도 다수 포함돼 있어근대 한국문단 이면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책은 작고문인 48인의 육필서신 215통을 원본대로 영인,수록하였다.서한집을 펴낸 파인 3남 영식씨는 “가치있는 자료는 연구자에게 자유롭게 이용돼야 하며 이 편지들이 문화유산으로 후손들에 전승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신공개를 놓고 이복동생들과 한때 이견을 빚기도 했지만 결국 이 편지들은 발신자나 소장자보다는 연구자의 몫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더러는 원고지에,또 더러는 백지에 휘갈겨쓰듯 써내려 간편지에서부터 발신자가이국의 여행지에서 몇 줄 소감을 적어보낸 엽서까지 서한들은 빛바랜 색깔의 세월만큼이나 시대 저쪽을 살다간 문인들의 체취를 느끼게 한다. 편지봉투에는 당시의 동네 이름 등 주소가 그대로인 데다더러는 발신자가 근무했던 기관의 이름이 박힌 것도 있어시대상 연구자료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난해한 편지의 원문을 편집자가 일일이 풀어 원문 밑에 병기하고,또 편지 내용중 오류를 바로잡거나 몇몇 항목에 주석을 단 점은 호화장정 못지 않게 이 책의 품격을 높여주고 있다.8만원. 정운현기자 jwh59@
  • 비정규직 다큐찍은 VJ 김미례씨

    “6개월간 촬영하며 저임금과 해고 위협에 눈물 흘리는 수많은 비정규직 여성들과 함께 울었습니다.그들은 다름아닌저의 엄마요,이모였고 또한 제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삶과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나는 날마다 내일을 꿈꾼다’를 제작한 VJ 김미례씨(37)는 스스로를 ‘비정규직 노동자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일명 노가다라고 불리는 건설일용 노동자로 평생을 일하셨어요.저는 대학졸업후 학원강사,백화점 판매직아르바이트생을 전전하다 4년전 노동자의 삶을 화면에 담는 VJ가 되기로 결심했죠.” 김씨는 지난해 ‘건설일용노동조합’ 노조원인 아버지의하루를 담은 ‘해뜨고 해질때까지’를 서울국제노동영화제에 출품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비정규직여성 권리찾기 운동본부의 지원을 받아 마산,인천,진주 등 전국 각지를 돌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재계약 때마다 불안한 파견사무직,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대학환경미화원,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골프경기보조원 등을 찾아가 그들의 어려움과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나가는 과정을 6㎜카메라에 차근차근 담았다. “촬영하면서 제 과거의 경험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비록 대학을 졸업했다해도 대부분의 여성들이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못한 비정규직에서 일하는 게 현실이잖아요.” 골프경기 보조원,학원강사,방송구성작가,식당조리사,파견사무직 등등 비정규직종은 대부분이 여자다.40만원의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1년단위 용역계약을 통해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 ‘바람앞의 촛불’같은 인생들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이 시간외수당을 비롯해 상여금,퇴직금 등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씨는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보장을 위한 좋은 취지로 도입됐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저임금 수준을 온존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짧은 시간에 구체적인 사례를 모두 담아내려고 하다보니 삶의 체취가 부족해진 것 같아 아쉽다”면서 “개인적으로 부딪치면 쉽게 무너진다.최소한의 인권을 지키려 함께 싸우며 힘을 보여줘야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나는 날마다…’시사회는 지난달 서울을 시작으로 전주,인천 등 전국을 돌며 열린다. 허윤주기자
  • [씨줄날줄] 韓流 관광

    댄스그룹 H.O.T의 타이완 팬클럽 회원들의 한국 관광이 잔잔한 화제를 남기고 있다.7박8일 일정을 보내며 팀이 해체돼 이름만 남아있은 H.O.T에 대해 보여준 열정이 순례자의성지 방문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다.H.O.T 체취가 있는 곳이면 불문곡직하고 찾아 나서는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했다고한다. 멤버였던 강타가 다니는 동국대를 방문하고 점심을 먹어도 역시 멤버였던 신화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서울 잠실의 돈가스 집을 애써 찾아 갔다고 한다.토니의 집은 물론 심지어 H.O.T가 속해 있었던 기획사 건물까지 ‘순례’ 대상지가됐다니 이들의 우리 대중문화에 대한 열광을 충분히 가늠케 해주었다. 한류(韓流) 신드롬은 어느새 촉망되는 관광자원이 됐다.좋아하는 연예인과 미팅을 하거나 감명 깊었던 드라마의 촬영현장을 탐방하려는 목적만으로 찾아 오는 관광단이 꼬리를물고 있다.H.O.T 말고도 배우 겸 가수인 안재욱씨,댄스그룹 베이비복스,NRG 등이면 그만이라고 한다.연기자로는 탤런트 차인표씨와 이영애씨,김희선씨 등이 꼽힌다.TV 드라마‘가을동화’의 촬영 현장이었던 동해안 일대를 돌아보는관광단도 이미 다녀갔다. 이제 한류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획된 청사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대중문화는 정신적 활동의 산물로 정서적 공감대를 쉽게 넓힐 수 있는 마력이 있다.느낌이같고 취향이 비슷하다면 우리 것에 대한 선호도는 남다를것이다.상품 수출의 보이지 않는 ‘수송선’이 되기 십상이라는 얘기다.실제로 타이완의 한 유명 백화점은 연례적인일본 상품 특판전을 올해는 한국 상품으로 바꿔 마련했다고 하지 않던가. 대중문화를 가꾸는 국민적 노력 또한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류는 서구 문화의 중화권 창구였던 홍콩의 연예산업이 몰락하며 생긴 틈이 토양이 됐다.여기에 동양적 정서를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서구 문화를 나름대로 걸려 융화시킨 우리 대중문화의 강점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일본의 애정물들이 비뚤어진 스토리를 억지로 이끌어 가는데 반해 따스한 정서에 호소해가는 우리 드라마의 극적 전개가 더욱 진한 감동을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세계속으로도약하고 있는 대중문화의 근저에는 고유의 우리 정서가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소중함을 추스려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굄돌] 가을 맞는 마음

    지금 창 밖에는 비가 온다.나는 차 안에서 시험 치르고 있는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입추가 지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가을 체취가 느껴진다.오늘 이 비가 지나고 나면 한 걸음 더 앞으로 가을이 다가오겠지.비는 계속 차창 위로 떨어지고 미끄러져 내린다.참으로 오랜만에,혼자 차 안에서 몇시간이고 빗줄기를 바라보고 있자니 이런 저런 상념들이 가슴에 일렁인다.가을 때문일까 비 때문일까. “가을에도 눈물 나고/봄에도 눈물 나지만 다르다/가을 눈물은 안으로 흘러내리고/봄 눈물은 밖으로 흘러내린다/가을 눈물은 내성의 깊은 골을/따라 내려가 우리를/존재의 골방에 가두고/봄 눈물은 우리를/바깥으로 끌고 나가/존재의 광장에 세운다 사랑스러운 생의 자질들/가을엔 산을 부르고/봄에는 엄마를 부른다(…)” (‘거품 아래로 깊이’ 김정란) 내가 좋아하는 시이다.인간의 삶이란 흔적 위에 흔적이 쌓이는게 아닐까.때로는 상처가 되고 때로는 추억이 되면서저마다 삶의 무늬를 만들어 간다. 그러나 그 무늬 역시 그 누구도 영원히 만들지는 못한다.영원하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생을 살고 싶다.좀 더 많이 느끼고 좀 더 사랑하면서,더욱 더 밝게 보면서 무엇보다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무늬를 수놓고 싶다. 아이 시험이 끝나면 혼자 산으로 가야겠다.구름,안개,새·풀벌레 소리,숲에서 이는 바람,싱그러운 숲 내음...산은 사계절 모두 변화무쌍하고 아름답지만 나는 특히 가을산을 좋아한다. 낙엽이 수북히 쌓인 가을 숲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가슴 설렌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가을을 맞는 마음이 사뭇 다르다. 새삼스럽게 감격스럽고 그 아름다운 시절에 눈물겹도록 감사하는 마음마저 든다.나이를 먹는다는게 이런 것일까. 나는 가을 숲으로 가야겠다.그리고 이는 바람결에 스카프를 날려 보내야겠다. 오 명 희 수원대교수
  • 집중취재/ 이제는 ‘고용률’을 높이자

    **여성·고령층 취업기회 늘려야. 고용률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실업률을 낮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고용률을 높이는 게 중요한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그동안 고용지표로 실업률통계에 거의 의존해왔으나 고용률을 지표로 하는 게 실제고용상황과 체감경기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의 고용률 추이= 97년말의 국제통화기금(IMF)외환위기 이후 고용률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기준 고용률은 96년에는 63.8%,97년에는 63.7%였지만 98년에는 59.5%로 뚝 떨어졌다.99년에는 외환위기가다소 극복되면서 59.7%로 높아지기는 했지만 60%대 진입에는 실패했다. 선진국인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고용률은 매우낮은 편이다.99년의 고용률은 29개 OECD 회원국중 22위다. 특히 여성의 고용률이 낮다.99년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48. 1%로 1위인 아이슬란드(80.2%)보다 무려 32.1% 포인트나떨어진다.99년 한국 남성의 고용률은 71.5%로 1위인 스위스(87.2%)보다 15.7% 포인트 뒤진다. ●연령 및 학력별 고용률=연령 및 학력에 따른 고용률은편차가 심하다.지난해 고용률의 경우 35∼49세가 75.7%로다른 연령층과 비교할 경우 매우 높다.전체 취업자중 이계층의 비중은 41.1%나 된다.취업자 10명중 4명은 35∼49세라는 얘기다.35∼49세의 고용률은 IMF외환위기 전에는 80%에 육박했다. 지난해 25∼34세의 고용률은 67.3%,50∼64세는 62.3%다.65세 이상(28.8%)과 15∼24세(28.7%)의 고용률은 매우 낮다. 전체 취업자중 65세 이상의 비중은 5%다.취업자 20명중한명꼴이다. 학력별로는 고학력일수록 고용률이 높다.예외는 중졸학력이 초등학교 졸업 이하보다 지속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졸의 고용률은 74.2%,전문대졸은 72.3%다.전체취업자중 고졸의 비중은 43.2%로 가장 높지만 고용률은 61. 1%로 높지않다.초등학교 졸업 이하(49.2%)와 중졸(45.7%)의 고용률은 50%를 밑돈다.여성,저학력계층,노령층 고용률을 높이는 대책이 시급한 셈이다. ●고용률의 중요성= OECD 회원국중 최근 독일의 실업률(계절조정)은 9.3%,캐나다는 7.0%,오스트리아는 5.8%였다.또지난 2월 프랑스의 실업률은 8.8%,호주는 6.9%,덴마크는 5.4%였다.지난 6월 한국의 실업률은 3.3%였다. 실업률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실업률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하지만 최근 실업률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실질적으로 실업문제가 심각한 것은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이 선진국보다 취약하다는 점 외에 고용률이 낮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 99년 덴마크의 고용률은 76.5%다.실업률은 5.4%로 한국보다 높지만 고용률이 한국(59.7%)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가족중 실업자가 생겨도 다른 구성원중 취업자가 있어 부담이 덜하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는 외견상 실업률은 낮지만 고용률이 낮아 부양할 가족이 많기 때문에 실직할 경우 그만큼 부담스러울수밖에 없다. ●고용률 향상 대책= 고용률을 짧은 기간에 대폭 높이는 것은 쉬운 과제는 아니다.경제성장률이 뒷받침돼야 일자리가창출, 전반적인 고용사정이 나아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여성,25∼34세와 50세 이상인 그룹,고졸 및 저학력 출신의고용을 늘리기 위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게 중요하다.최창행(崔昌行) 여성부 인력개발담당관은 “여성들이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거시적인 안목으로 접근하면서직종 개발,직업훈련 등 단기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지적했다.육아 및 보육관련 정책 정비,모성보호제도 정착등 여성의 사회참여를 근본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가정과 직장의 양립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기선미(金奇善美) 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은 “여성 임금 근로자 중 약 70% 정도는 임시·일용직”이라며 “현재는 소수의 엘리트 여성만이 정규직(상용)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취업때 여성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여성이 정규직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있는 문(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점에서 여성채용할당제가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신명 노동부 여성정책국장은 “선진국 진입과 함께 여성들의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곧 우리 사회도 고령화 사회로진입한다는 신호”라며 고령인구의 고용률을 높이는 대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인구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고령화사회의 기준인 7%를 넘었다.2022년의 노인인구 비중은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15세이상 인구중 취업자 비율. ●고용률이란= 실업률은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중 일할능력과 취업의사가 함께 있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실업자의 비율이다.즉 실업자는 구직(求職)활동을 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경우다.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구직활동을하다가 스스로 일자리를 포기한 잠재적인 실업자는 현재 20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반면 고용률은 구직활동을 했건 하지 않았건,생산가능인구 중의 취업자 비율이다.실제로 생산가능인구 중 일하는사람의 비율이라는 점에서 실업률보다는 고용상황을 보다잘 알 수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OECD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을 고용률로 보고 있으나 우리 통계청은 15세 이상의 전체 인구중 취업자의 비율을 고용률로 계산하는 게 다르다. 곽태헌 오일만기자 tiger@
  • 책/ 수도원·미술관… 느낌있는 해외기행

    아직도 해외 여행을 계속 양으로 때우십니까.시어머니 같은 가이드가 지시하는 바쁜 일정 맞추랴 ‘증명 사진’찍으랴 숨가쁘게 돌아다니다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기 일쑤인해외 여행.그 악몽의 순환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지혜를 담은 책이 나왔다.여행보다는 주제를 정해놓고 유유히 떠다닌 자취들이라 읽는 이에게 삶을 되돌아보는 여유를 선물한다. 먼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따라가보자.공지영이 작가 생활 13년 만에 처음 낸 기행 에세이는 프랑스 스위스독일의 수도원 풍경을 담았다.광기의 80년대에 ‘땅’에서싸우느라 20대를 보낸 작가 공지영이 ‘하늘’의 상징인 수도원을 테마로 잡은 것 자체로 흥미를 자아낸다.왜 작가는18년 동안 애써 부인했던 종교로 되돌아 왔을까.그것도 한번 들어가면 평생 나오지 못하는 ‘봉쇄 수도원’을 찾아다니면서. 책 속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절경을 뽐내는 ‘아르정땡’‘솔렘’ 수도원 등이 등장한다.하지만 공지영의 눈길이 가는 건 이런 풍경보다는 그 속에 숨어 있는,‘더 아름다운’사연들이다.수도하는 이들을 묘사하는 중간중간에 지은이는 자신의 당차고 치열했던 ‘젊은 날의 초상화’를 겹치게 하면서 자신의 귀의를 넌즈시 설명하고 있다.게다가 소설가로서 다진 맛갈스런 문장에다 서사와 서정을 동시에 어려 ‘책맛’이 보통이 아니다.공지영의 여행기는 열정과 혼란,방황으로 이어진 20,30대를 지나 불혹을 앞두고 ‘하늘’로 귀의하는 과정에 대한 길라잡이다.김영사 펴냄. 구도에 가까운 진득함이 이어지는 공지영의 여행기가 약간무겁게 다가 온다면 ‘고흐의 집을 아시나요?’는 가볍고발랄한 걸음의 연속이다.지은이 최내경은 미술관만을 골라여정의 틀을 잡았다.그의 발길이 머문 곳은 얼핏 보면 대개낯선 미술관들이다.그러나 그 곳엔 겉?C기식 여행에서는 건질 수 없는 알짜들이 그득하다. 제목에 나오는 ‘고흐의 집’이 있는 오베르 쉬르 우아즈나 수련으로 유명한 ‘모네의 집’이 위치한 지베르니 등은루브르 등 유명미술관을 짧게 들러 찝집한 맛만 보는 일정과는 견줄 수 없는 장점이 많은 곳들이다.아틀리에가 보존되어 있?? 화가들의 체취와 숨결이 배어 있다. 이 밖에도 루소·밀레 아틀리에 등 화가와 그들이 살다 간삶의 자취를 직접 둘러보며 써내려간 소박함도 인상적이다. 이는 박제된 유명 미술관 그림들이 주는 거리감 대신 친근감을 준다.전문가들 외에는 아는 이가 드문 곳들을 지은이는 발로 뛰어다니며 알토란 같은 정보를 캐내고 있다.오늘의 책 펴냄. 이종수기자 vielee@
  • 유통업체 아이디어상품으로 ‘여름사냥’

    ‘더위도 피하고 매출도 올리고!’ 한여름 수은주가 올라갈수록 유통업계의 상품 전략회의도바빠진다. 기능성과 재치가 번뜩이는 아이디어 제품이 쏟아져나오고있다.종종 ‘대박’이 터지기도 한다. BYC의 ‘데오니아’ 속옷이 대표적이다.땀냄새를 막아주고 항균기능을 추가한 이 속옷은 이제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최근 인기를 끌고있는 여름나기용 아이디어 제품을 소개한다. ◇새장 선풍기=새장처럼 앞·뒤·옆 사방에서 바람이 나온다.정식 제품명은 ‘매직윈드’(제조원 윈드코리아).모터는 하나지만 3개의 팬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120도 회전한다. 한대의 선풍기로 여러대 효과를 내 에너지 절약에 좋다.11만8,000원. ◇류시원 구두=모양은 캐주얼 구두이면서도 뒤축을 낮춰 슬리퍼처럼 편하다.땀이 많이 나고 답답한 정장구두의 단점을 보완했다.탤런트 류시원이 즐겨 신고나와 별칭이 붙었다. 이작 제품으로 남성용 13만5,000원,여성용 12만8,000원. ◇구멍뚫린 팬티스타킹=팬티스타킹의 윗부분에 3개의 구멍을 뚫어 통풍이 잘되게 하고 답답한 느낌도없앴다. 비비안이 ‘마이 케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1만5,000원. ◇키토 니트=게의 키토산과 알로에 천연추출물로 가공처리한 니트제품.항균,땀냄새 제거기능이 뛰어나고 피부 위생에도 좋다.아놀드파마가 첫선을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본점 매장에서만 하루평균 300만원어치씩 팔리고 있다.5만∼12만원. ◇향기나는 양말=양말 원사에 미세한 향기캡슐을 넣어 마찰이 일면 허브향이 난다. 발냄새와 무좀균 억제에 좋다.서른번까지는 빨아쓸 수 있다.닥스제품으로 6,300원. ◇데오도런트=유난히 몸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다.외국에서는 ‘데오도런트’(체취방지용 화장품) 제품이 일반화돼 있다.샤워후 겨드랑이 부분에 발라주는 스틱형과 휴대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프레이식이 있다.크리스티앙 디오르,비오템 등 수입화장품 코너에서 주로 판다.1만∼3만원. ◇발냄새 방지 구두=가죽소재에 녹차·참숯·황토 성분을가미해 발의 피로감과 냄새를 억제해 준다.에스콰이어·엘칸토 제품.10만∼16만원. ◇스리피스 수영복=수영복만 입고 돌아다니기에 부담스러운 점에 착안,덧입는 ‘조각’을 추가했다.기존의 랩제품은하체만 감싸지만 스리피스 수영복은 상체도 가려줘 실용적이다. ◇쾌적 셔츠 ‘에코시스’ ‘필라시스’라는 원단을 사용해 일반셔츠보다 땀을 빠르게 외부로 방출시킨다.땀냄새가 배지 않고 쾌적한 느낌을 유지시켜준다고 해서 일명 ‘쾌적셔츠’라 불린다.바치·랑방제품.6만∼7만원. ◇반바지 정장=남자 정장바지를 ‘싹뚝’ 잘랐다.하지만 웬만한 신세대 젊은이가 아니고서는 도전하기 쉽지 않다.지크제품.상의 24만5,000원.하의 11만5,000원. ◇매직 와이퍼=자가용 운전자에게는 장마철 필수용품.‘옥시 레인 오케이’(3,500원) ‘마그넷 PB 와이퍼’(2,350원) 등이 있다. 안미현기자 hyun@
  • 최우량 한우 복제송아지 탄생

    한우 중 최우수 형질을 가진 종모우(種牡牛)의 복제 송아지가 탄생했다. 생명공학 벤처기업 ㈜에이시티코리아(대표 沈昊燮 단국대 의대 교수)는 충북대 축산학과·농협 가축개량사업소 등과 함께 최우수 종모 수소인 ‘랭크 1(Rank 1)’의 복제 송아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복제 송아지는 예정일보다 50일 빨리 태어났지만 출산 당시 25㎏에 달했으며, 현재 충북 진천목장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난해 10월 종모우인 랭크 1의 귀에서 세포를 체취해 복제한 수정란을 대리모인 젖소에 이식해 임신시켰으며, 예정보다 빨리 제왕절개수술로 송아지를 출산시켰다. 복제된 한우종모는 국내 종모우 중 가장 비싼 시가 5억원 이상을 호가하고 있다. 한편 의료법인 마리아병원 산하 생명공학연구소(소장 朴世必)는 “”우리 연구소가 이미 지난 2월 28일 시가 3억원대의 우수한 한우 수소의 귀 체세포로부터 수송아지를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日 고이즈미 총리 지지율 90%

    ‘자고 나면 신기록’.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26일로 취임 한달을 맞은고이즈미 내각 지지도는 발족 직후의 80%대를 훌쩍 뛰어 수직비행중이다.TBS(도쿄방송)의 조사로는 90%를 넘어섰다.기현상이다. 산발한 듯한 퍼머머리,쉽고 친근한말투,이혼남,신세대 노래를 잘 부르는 아저씨같지 않은 아저씨,서민적 체취….이런 대중적 매력 만으로 ‘고이즈미신드롬’을 풀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전전,전후를 막론하고 10명에 9명꼴로 지지하는 ‘무시무시한’ 내각은 없었다.그의 말이라면 어떤 말도 따를 듯한분위기다.“히틀러가 되고 싶다”는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의 발언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시샘한것 같다. 한 중앙 일간지의 사회부 기자(26·여)는 “고이즈미 총리는 어떤 정치가도 하지 못한 일들을 해줄 것 같은 묘한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해줄 것 같은’ 일이 개혁이든,개헌이든 뭐든지 간에 변화를 바라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일본 국민의 정서를 고이즈미 총리는 꿰뚫고 있다. 나병 환자들이 승소한 보상소송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가내린 정부의 항소 포기 결정은 민심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결과이다.23일 오후 그는 나병 환자들을 면담했다.한서린얘기를 들으면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항소 포기 결정은 면담 직후 내려졌다. 이런 그를 두고 ‘퍼포먼스(행위) 총리’라는 별명도 붙었다.비아냥거리는 뉘앙스도 있으나 그의 퍼포먼스는 예사롭지 않다.한 정치평론가는 “고이즈미는 국민들이 무얼 바라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 한달간 고이즈미 총리는 개헌,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한국과 중국이 듣기에는 거북한얘기들만 잔뜩 쏟아냈다.이전 같으면 일본 국내도 떠들썩했을 법한 ‘위험수위’였지만 잠잠하다.민주·공산·사민 등일부 야당의원들이 국회에서 따졌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비난과 협박 뿐이다. 총리를 비판하는 의원에게는 의원회관이나 홈페이지에 곧바로 공격적 메시지가 퍼부어진다.이 또한 과거에는 없었던현상이다. 고이즈미의 초(超)인기가 일본을 어떻게 끌고갈지는 미지수다.그러나 적어도 뭔가 바뀌어졌으면하고,그것을 이뤄줄 수 있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바라는것만은 분명하다. 신도 무네유키(新藤宗幸) 릿쿄대학 교수는 “일본 사회에는 대중영합적 경향이 존재하고 있고 여론이 대국지향으로달릴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저변에까지 널리 퍼지고 있는 일본의 보수우경화와 절대적인 고이즈미 지지가 화학적 결합을 이룰 경우 어떤 결과로나타날지 관심거리.중국의 공룡화를 겁내는 조지 W 부시 미행정부가 견제역을 일본에 맡기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호의 향배는 주변국마저 긴장하게 만든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 사회가 다양한 견제장치를갖고 있어 하나의 리더십으로 똘똘 뭉치는 과거와 같은 획일적 모습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 일본의 모습은 마치 1930∼1940년대처럼 나라의 에너지가 한곳으로 모아지는 것같다”고 표현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 [굄돌] 고흐묘지에서의 단상

    몇년 전 파리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그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반 고흐가 숨진 오베르 마을이었다.물론 평소고흐를 좋아한 때문이겠지만 마을에 들어서면서 고흐의 체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그 중에서도 고흐가 죽은지 1년 후 연이어서 세상을 떠난 동생 테오와 나란히 묻힌 초라한 공동묘지의 담쟁이 넝쿨 앞에 섰을 때는 이끼낀 판석한 장에 누워있는 두 형제를 어떠한 가식도 없이 그대로만나고 있다는 생각에 뭉클한 감동이 가슴을 져몄다.마을곳곳에서도 광기에 젖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고흐의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인상적이었다.그 말을 들은 파리친구 역시 고국이 생각나거나 작업이 도무지 풀리지 않아괴로운 심경에 있을 때,왠지 그곳을 찾으면 마음이 가라앉아 자주 가는 곳이라고 하였다. 1890년 7월 29일까지 불과 3개월 정도를 살면서 74점의작품을 남긴 오베르 쉬르와즈,이미 고흐마을이 되어버린그곳은 고흐가 죽은 카페 라부에서 부터 보리밭을 비롯하여 그 조그마한 교회와 마을의 자연들이 마치 그가 골목길에서 이젤을 매고 나타날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인상적인 곳이었다.그곳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국민적 예술가는 물론 그 예술가 자신의 세계관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국민들이 어떻게 그들의 숨결을 간직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도 생각되었다.우리가 간직하고 싶은 작가들,윤이상이나 김환기,이응로,최근에 별세한 장발 등은 이역만리의묘지에 쓸쓸히 묻혀있으며,이중섭이나 이상,홍난파가 어디에 묻혀있고 어디에 살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들이 아니라도 우리가 존경하고 싶은 적지 않은 작가들의 흔적들을 우리는 어떻게 간직하고 보존하여왔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그들이 살았던 작업의 산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져 가는 현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거창한 기념관을 세워서 그들의 예술세계를 조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렵고 쓸쓸할 때 의지하고 싶은 선배들의 생생한 체온을 느끼게 하는 창작의 산실과 그들이 살았던 생생한 숨결이 있는 삶의 현장을 어떻게 보존하는가는 그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최 병 식 경희대교수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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