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혁 갈등속 약진(러시아는 어디로:3)
◎보수파 유혈진압 이후의 정국 /지방정부,「제3의 권부」로 부상/권력 60% 보유… 이미 준국가지위 확보/옐친의회 해산령 반대… 향후 통제 부담
적어도 러시아 중앙국가권력은 이제 옐친대통령 1인의 수중에 모이고 있다.그러나 시각을 러시아연방 전체로 확대하면 사정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그동안 중앙권력이 의회·대통령간 권력다툼으로 약화된 사이 지방정부들의 권한이 거의 되돌리기 힘든 수준으로 신장됐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의회해산 직전까지 전 국가권력의 60%가 지방정부에 넘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나머지 40%를 갖고 있는 의회와 대통령이 서로 싸우고 있다는 분석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옐친대통령이 의회견제를 위해 지방지도자들로 구성한 연방평의회는 단순한 협의체가 아니라 의회·행정부에 이은 사실상 「제3의 권부」라는게 이 조사의 결론이었다.
옐친대통령은 이점을 감안,의회 유혈해산 직후 곧바로 지방정부에 대한 견제에 들어갔다.6일 모스크바 시의회를해산한데 이어 각 지방의회에 대해 자진해산을 명했다.오는 12월 11,12일 총선때 지방의회선거를 동시실시할 방침을 이미 확정지었다.일부 지방행정 지도자들에 대한 숙청작업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지방정부들이 이에 순순히 따를리 만무하다.자체 대통령까지 선출한 칼미크공화국은 7일 총선·대선 동시실시를 요구하고 나섰고 체첸 및 사하야쿠츠공화국,바슈코르토스탄은 지방의회해산에 곧바로 반대하고 나섰다.이보다 작은 행정단위인 하바로프스크·요시카르올라·레닌그라드 오블라스치(자치지역)의회도 자진해산에 반대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옐친대통령이 제안한 연방조약의 결과 상당수의 지방정부는 이미 준국가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새 헌법안에 첨부된 연방조약안은 자치공화국을 「주권국가」로 규정하고 연방탈퇴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권한을 인정했다.독자적 헌법과 국기,국가를 인정한다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21개 민족공화국중 체첸잉구세치야,타타르스탄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이 연방조약에 서명했고 7개 공화국은 자기들의 헌법이 연방헌법에 우선한다고 선언했다.체첸·타타르스탄·투바·사하야쿠츠·바슈코르토스탄공화국은 연방정부에 조세납부를 이미 중단했다.
각 공화국들도 행정부와 의회 사이에 옐친지지 여부로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의회와 달리 지방주지사들은 상당수 옐친의 심복들로 임명돼 있다.하지만 탈중앙화라는 큰 조류에 있어서는 많은 주지사들이 지방의회와 입장을 같이 한다.6개 공화국을 제외한 전 민족공화국의 경우 고유민족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결속력에 있어 중앙정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민족공화국뿐 아니라 그보다 소규모 행정단위인 크라이(영토자치주),오블라스치(지역자치주)중엔 민족공화국으로의 지위격상을 요구하는 곳도 있다.스타브로폴·연해주·아르항겔스·투멘·사마라 등이 대표적이다.볼고그다·우랄·남우랄·칼리닌그라드 등은 독자적으로 자치공화국을 선포했다.
특히 시베리아에 위치한 크라스노야르스크·톰스크·노보시비르스크·옴스크·바르나울 등은 중앙정부와 연방관계(컨페더레이션)를 맺자고 요구중이다.이들은 이미 스스로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가동,모스크바가 내리는 지시는 무시한다는 입장들이다.
과거 소련시절에는 공산당조직이 지방정부를 확실하게 통제해 주었다.지방의 간부들은 중앙정부 간부들과 일일이 「꼬붕오야붕」관계로 연결돼 있었다.그러나 당조직이 붕괴되고 자치 기운이 확산돼 이러한 관계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정부와 협조관계가 빠른 시일내 복원되지 않을 경우 옐친대통령은 힘들게 의회를 해산시킨 「보람」도 없이 「하나도 되는 일 없는」출발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