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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량 넘은 감기약은 ‘독’… 2세 미만은 먹이지 말아야

    정량 넘은 감기약은 ‘독’… 2세 미만은 먹이지 말아야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안 먹으면 7일 간다’는 말이 있다. 잘 먹고 일주일 푹 쉬면 낫는 병이 감기라는 얘기다. 감기약은 감기 증상인 발열과 콧물, 기침, 두통 등의 증상을 완화할 뿐, 감기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거나 죽이지는 못한다. 우리 몸이 감기 바이러스와 싸우는 동안 흐르는 콧물을 멈추게 하거나 두통을 가라앉혀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감기약이다. 게다가 다양한 성분이 든 종합감기약은 뜻밖의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열이 나거나 기침만 해도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부모들은 감기약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감기에 걸렸다고 바로 약을 쓰기보다 사흘 정도 지켜보며 아이 스스로 바이러스를 이겨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약을 분해하고 흡수하고 배출하는 기관이 아직 성숙하지 않아 약을 복용할 때 성인보다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감기약 가운데 시럽제를 제외하고는 아이들만을 위해 나온 약은 드물다. 아이들이 먹는 가루약이나 알약은 성인이 먹는 감기약을 자르거나 부숴서 조제한다. 게다가 가루약은 용량을 정확히 맞춰 약을 짓기 어렵다. 대부분 약물의 부작용은 용량 때문에 발생하는데, 정량을 초과한 약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감기약으로 많이 사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은 과량 복용하면 간이 손상될 수 있다. 특히 아스피린을 어린이가 복용하면 뇌와 간이 손상되는 ‘레이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질환이 발생할 수도 있어 될 수 있으면 먹이지 않는 게 좋다. 2008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2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은 2009년에 6세 미만 어린이에게 감기약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 9월 약국에서 판매하는 어린이 감기약(일반의약품) 주의사항에 ‘만 2세 미만에게 투여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도록 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론 임상시험을 할 수 없어 영·유아 감기약 복용의 안정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서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는 “처음 사흘간은 열이 올라 아이가 끙끙거리며 힘들어하더라도 해열제 정도만 먹이고선 지켜보는 게 좋고, 만약 나흘 이상 열이 나고 해열제를 먹여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이 39~40도까지 오르더라도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지 않으면 약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류 교수는 “면역 반응이 성인과 다르다 보니 아이들은 가벼운 감기에도 고열이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물을 충분히 먹이고 건조해지지 않도록 콧속에 물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 줘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약을 먹여야 한다면 먼저 의사나 약사와 충분히 상의한다. 의약품의 상세 정보를 읽어보고 아이의 나이, 체중 등에 맞는 용법과 용량을 정확히 확인하고서 약을 먹여야 하며, 절대 어림짐작으로 용량을 정해선 안 된다. 시럽제를 먹일 때도 식사할 때 사용하는 숟가락에 그냥 덜지 말고 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계량숟가락, 계량컵 등을 사용한다. 항생제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처방받은 용법과 용량을 잘 지켜 복용해야 한다. 어린이가 두 가지 이상의 감기약을 복용해야 한다면 반드시 같은 성분이 중복돼 들어 있지는 않은지 제품의 주의사항 등을 확인한다. 감기에 잘 걸리는 아이들은 대개 소화기가 약하다. 한의학에서는 몸이 차거나 순환이 잘 안돼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장규태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는 “찬 성질의 음식을 피하고, 되도록 미지근하게 데운 음식을 먹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소화기가 찬 아이에게는 생강을 쓴다. 100원짜리 동전 크기로 저민 생강에 대추를 2개 넣어 가볍게 끓여 마시게 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임신부 태아 30% 기형”… 여드름약 복용 안 돼요

    “임신부 태아 30% 기형”… 여드름약 복용 안 돼요

    임신 중 고혈압, 부종, 단백뇨 증상 등이 나타나는 ‘임신중독증’ 환자가 35세 이상 임신부에게서 급증하고 있다. 임신중독증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임산부의 날’(10월 10일)을 맞아 최근 5년간 임신중독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35세 이상 임신중독증 환자는 2660명으로 2010년 1994명에서 33.4% 증가했다. 전체 임신부 진료인원 중 차지하는 비중은 21.8%에서 29.0%로 늘었다. 임신중독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반이 형성되면서 혈류공급이 제한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중독증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혈압 측정, 소변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이정재 심평원 전문심사위원은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임신중독증의 위험요소도 커지고 있다”며 “임신중독증을 예방하려면 균형 잡힌 식단과 체중관리가 필요한 것은 물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한 임신을 위해 예비 엄마 아빠가 임신 계획 과정에서 알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11일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베이비 플랜 필수지식 10가지’를 중심으로 궁금증을 풀어봤다. →임신 시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성질환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우울증, 류머티즘 관절염, 심장질환, 고혈압, 간질, 천식 등의 만성질환은 임신부의 건강상태에 영향을 줘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자연 유산, 기형아 발생, 조산, 저체중아, 사산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만성질환자일수록 임신 중 특별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임신을 계획한 가임기 여성이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임기 여성이 음주를 하면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전 배아가 알코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의학적으로 배아가 노출돼도 안전한 알코올 양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가임기 여성의 지나친 음주는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유산율을 높입니다. 임신 초기라도 태아가 알코올에 노출되면 안면기형 등 외형적 기형은 물론 향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기억력 장애, 약물 중독, 사회 부적응 등 약 1%에서 태아알코올스펙트럼 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드름약 복용을 중단하고서 아이를 가지려면 언제가 안전한가요. -젊은 가임기 여성이 여드름이나 피지 조절을 위해 복용하는 이소트레티노인은 선천성 기형을 유발하는 약물이지만 특별한 규제나 임신예방프로그램 없이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약물은 태아의 30%에서 중추신경계기형, 안면기형, 심장기형을 유발하고 정신지체도 일으킵니다. 이 약물을 복용한 임신부의 26%가 기형을 우려해 임신 중절을 선택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하는 가임기 여성은 최소 2가지 이상의 피임법(콘돔+피임약)을 사용해야 합니다. 약물 복용을 중단하더라도 최소 1개월 후에 임신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성병(성 매개 감염)이 임신 및 아기에게 영향을 미치나요. -성병 중 클라미디아와 임질은 자궁외임신, 난임, 만성골반염을 일으키며, 아기에게는 자연 유산, 조산, 자궁 내 사망, 정신 지체, 시각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성병으로 알려진 클라디미아의 경우 여성의 75%, 남성의 50% 이상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40%에서 골반 염증성 질환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생식기관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습니다. 특히 나팔관이 손상되면 자궁외임신과 난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성 매개 감염은 간단한 검사를 받고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습니다. →임신 전 완료해야 할 예방접종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예비 임신부가 접종해야 하는 백신은 MMR(홍역·볼거리·풍진), 수두, B형 간염, 자궁경부암백신,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독감 등입니다. 가임기의 모든 여성은 풍진 및 수두 면역 여부를 확인하고 MMR, 수두백신을 접종해야 선천성풍진증후군, 선천성수두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MMR과 수두 백신은 임신부 투여 금지 약물이므로 접종 후 1개월간 피임을 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유산으로 임신이 두려운데. -자연 유산은 임신부 4명 가운데 3명이 경험할 정도로 빈도가 높습니다. 35세 이상 임신부의 15%, 40세 이상에서는 30% 이상이 자연 유산을 경험합니다. 주요 원인은 수정체의 염색체 이상입니다. 염색체 이상은 수정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에서는 부모의 염색체 문제로 수정 과정에서 이상이 계속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유산이 반복된다면 의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한 임신을 위해 배우자(남편)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남성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음주와 흡연 등은 수정 능력에 문제를 일으켜 난임과 자연 유산을 유발합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엽산제를 복용해야 하며 혈액검사, 소변검사, 매독혈청 및 에이즈검사, 간염 및 간 기능검사, 결핵검사 등을 받아야 합니다. 요도염 병력이 있는 남성은 임균 검사를 해 건강상태를 사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산후 조리 환경은 어떻게 유지해야 하나요. -무조건 뜨거운 방에서 몸 조리를 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고온에 땀을 많이 흘리면 탈진할 수도 있어, 여름이든 겨울이든 실내외 온도 차가 5도 이상 벌어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9] 한국인의 ‘소금 중독’, 그 짜디 짠 현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19] 한국인의 ‘소금 중독’, 그 짜디 짠 현실

     ‘소금 중독’이 가능한 일일까요. 소금 중독이란, 짜게 먹는 식습관에 길들여져 병적 상황에 이른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짜게 먹는 습관도 ‘중독’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정답은 유감스럽게도 ‘그렇다’입니다. 실제로 한국인 10명 중 8명이 이런 ‘소금 중독’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80%가 중독’이란 수치는 충격이지요. 사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짜게 먹는 나라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한국인의 80%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보다 많은 소금을 섭취하고 있으며, 심지어 하루 20~30g을 섭취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참고로, WHO는 1일 소급 섭취량을 5g 이하로 정하고 있지요.  국내에서 싱겁게 먹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사진·서울K내과 원장·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 이사)를 만났습니다. 참고로, 김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콩팥병’이라는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해 일반화시킨 주인공입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소금 섭취 실태를 보면 습관성, 반복성, 금단현상 등 일반적으로 중독이 보여주는 징후와 증상을 모두 갖고 있어 학계에서는 중독에 버금하는 상태로 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소금 중독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 하면 알코올 중독보다 사망원인 순위가 더 앞선다”면서 “그럼에도 위험성이 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대부분의 소금을 식품에 섞여 조리된 상태로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더군요.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단순한 짠맛이 아니라 다른 맛과 섞인 짠맛은 식별이 어려워 음식의 짠 정도를 혀끝으로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소금 몇 알을 혀에 올려 놓으면 금방 퉤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을 음식에 넣어 반찬을 만들면 짠맛 보다는 ‘맛있다’고 느끼는 게 입맛이니까요. 김 박사는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이처럼 과도하게 섭취한 소금이 각종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빈도는 가파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당신은 얼마나 짜게 먹습니까”  이와 관련, 김성권 박사는 최근 주목할만 한 연구 성과를 책(소금중독 대한민국, 북스코프 펴냄)으로 엮어 펴냈습니다. 신장내과 전문의로, 서울대병원 재직 시절 ‘환자를 몰고 다닐 정도였다’는 김 박사가 평생을 연구하고, 주창해 온 ‘싱겁게 먹기 운동’의 배경과 실태 및 대안이 망라된 책인데, 서울대병원이 이 책을 처음으로 추천도서로 지정해 주목을 받고 있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내용을 일부를 짚고 가겠습니다. 김 박사가 연구·분석한 결과, 스스로 ‘싱겁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실제로도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자신의 식성이 ‘싱겁게 먹는지, 짜게 먹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음식에 들어간 소금의 양을 측정할 수도 없으니,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건 당연하지요. 그러나 ‘어림 짐작’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 난 좀 짜게 먹어”라거나 “난 짠 건 질색이야”, 아니면 “그냥 보통이지” 정도의 어림 짐작만 하더라도 이런 응답 자체가 자신의 소금 섭취량 과다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는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1만 5372명에 대한 설문조사 응답을 분류·분석해서 얻어진 것이니 상당한 신뢰 근거를 가졌다고 봐도 되는 결과입니다.  분석 결과를 좀 더 볼까요. 조사에서 스스로 저염식을 ‘실천한다’는 사람은 34%(5232명)에 그쳤습니다. 이에 비해 ‘(저염식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는 사람은 39.1%(6018명), ‘실천하지 못한다’는 26.8%(4122명)로 나타났습니다. 이를 앞서 설명한 어림 짐작의 판별식에 적용해보면 각각 ‘싱겁게 먹는다’, ‘보통으로 먹는다’, ‘짜게 먹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입니다.  김 박사는 이 분석의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 3개 그룹의 설문조사 결과와 소변검사를 통해 측정한 소금 섭취량과 비교했답니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싱겁게 먹는다는 그룹의 소금 섭취량이 가장 적었고, 보통으로 먹는다는 사람들이 중간, 짜게 먹는다는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짜게 먹는다는 사람의 소금 섭취량은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들보다 7% 가량 많더군요.  이 비교 분석의 의미는, 실제로 소변검사를 통해 소금 섭취량을 확인해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자신의 생각만으로 싱겁게 먹는지 짜게 먹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가 하면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들보다 ‘짜게 먹는다’는 사람일수록 음주·흡연·운동·체중 관리 등 일반적인 건강 지표가 나쁜 것으로 나오더군요. 김 박사는 “24시간 회상법이나 하루 소변검사 등을 통한 소금 섭취량 조사가 더욱 정확하겠지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조사를 하기는 어렵다”면서 “하지만 싱겁게 먹는다거나 또는 짜게 먹는다는 자신의 판단 자체가 실제 소금 섭취량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 모두가 조금 더 싱겁게 먹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짜게 먹는 게 왜 문제일까”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하버드 공중보건대학과 함께 질병으로 인한 세계적 부담(GBD·Global Burden of Disease)의 원인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팀은 최근 ‘소금과다 섭취는 11번째로 큰 질병 부담 요인이며, 이를 행동 및 식습관에만 국한하면 7번째 사망 원인’이라는 GDB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요. 이는 알코올중독보다 더 위험한 결과에 해당합니다.  특히, 우리와 유사한 식사 유형을 가진 일본에서 식습관 불균형이 고혈압·술·담배를 제치고 질병 부담요인 1위에 올라 눈길을 끌더군요. 식습관 불균형의 주요 원인이 소금 과다섭취인 점을 감안하면 짜게 먹는 식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잠재적 위협인지를 간파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빠른 고령화 등 일본과 아주 흡사한 사회 변화 추이를 보이는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소금이 질병부담 요인 1위에 오를 전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하고요.    정책이 못 따라오는 고령화 그리고 소금 중독  소금 중독은 짠맛을 선호하는 단순한 현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금 과다섭취가 가장 위협적인 질병 부담 원인으로 떠오르는 핵심적인 배경은 수명 연장에 따른 고령화에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들어 인간의 수명은 각 국가의 정책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요. 이처럼 수명이 급속하게 늘면서 고혈압을 비롯해 심·뇌혈관 질환, 만성콩팥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인구도 덩달아 급증하고 있습니다.  즉, 소금 과다 섭취가 이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거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소금이 혈관 내벽을 공격해 사망 위험을 높이는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최근에 밝혀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소금 섭취 줄이기를 금연·절주·운동·체중관리 등과 함께 가장 필수적인 건강 실천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관련 연구결과를 보면 소금 섭취 줄이기가 금연이나 고혈압약 복용 등 다른 전략과 비교해 건강증진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고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소금중독 못 벗어나  소금 중독은 의지만 있다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보다 훨씬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금 중독의 기전을 이해할 필요가 있겠지요.  사람의 혀에는 짠 맛을 감별하고 기억하는 ‘미뢰’라는 ‘맛봉오리’가 1000여개 가량 분포해 있습니다. 이 맛봉오리는 사람에 따라 1~3주에 걸쳐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며, 12주 정도면 1000여 개의 맛봉오리가 모두 새 세포로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소금의 짠 맛에 길들여진 맛봉오리가 새로운 맛봉오리로 바뀌는 기간인 12주 정도만 집중적으로 노력해 더 싱거운 맛을 기억시키면 소금 중독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소금이 마약이나 알코올과 달리 모든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에 함유돼 있어 자기 기준에 따라 조절하거나 완전히 단절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다시 중독에 빠지기가 쉽다는 점입니다. 개인이 애쓰고, 노력을 하더라도 음식점에서 사서 먹는 외식이나 가공식품의 소금 함량을 일일이 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소금 줄이기 정책이나 범사회적인 실천 운동 등 사회적 합의와 실천이 함께 펼쳐지지 않으면 보다 덜 짜게 먹으려는 개개인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싱겁게 먹는 세상 만들기  김성권 박사는 소금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실천 전략으로 ‘싱보짜 카드제’와 ‘싱거운 세상 만들기 운동’을 제안합니다.  ‘싱겁게’, ‘보통’, ‘짜게’의 앞글자에서 따온 ‘싱보짜 카드’는 개인이 지갑 속에 넣고 다니면서 싱겁게 먹기의 실천 의지를 다지고, 식사 때마다 음식을 주문할 때 “싱겁게 조리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입니다.  물론 “싱보짜 카드제의 효과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싱겁게 먹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실제로 싱겁게 먹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카드제가 효과가 있겠느냐고 단정하는 게 섣부른 판단이겠지요.  또 이런 개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소금 섭취 줄이기에 한계가 있는 점을 감안해 핀란드나 영국·일본 등에서 시행해 큰 성과를 거둔 국가와 지자체의 소금 줄이기 공동정책 수립을 우리도 도입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김 박사는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소금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싱거운 대한민국,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애당초 정책 목표를 이렇게 잡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소금 섭취 줄이기 운동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한계를 미리 설정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가다가 중지하면 간만큼 이익’이 되는 게 소금 적게 먹기 운동이니까요.  김 박사는 “핀란드나 영국 등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대중캠페인’, ‘나트륨 신호등제 도입’, ‘식품산업계의 적극적인 소금 줄이기’ 등의 정책을 놓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보자고 제안합니다. 이런 일련의 정책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경우 의료비 절감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최대 20조원에 이른답니다. “그렇게 해야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치닫는 우리나라에서 고혈압과 뇌졸중, 심혈관질환, 콩팥병의 유병률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 김성권 박사의 지론입니다.    ‘입맛’이 아니라 ‘몸맛’이 정답  다들, 인식하는 문제이지만, 우리나라는 동남아에서 이어지는 염장문화권에 속해 짜고 매운 음식을 즐기고 있습니다. 덕분에 짠맛에 익숙해 확실히 소금 섭취량이 많은데, 이걸 줄이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지요.  한번 입맛에 길들여지면 적은 양이라도 맛을 바꿔 음식을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험들 있지 않습니까. 음식점에서 찌개가 조금만 싱거우면 “이어 왜 이렇게 맛이 변했지? 주방장 바뀌었나?” “이 집 장사 좀 되나봐. 음식 만들어 내는 걸 보니”라며 투덜댑니다. 그러니 손님 뺏기기 싫어서라도 음식점들은 짜게 조리를 하고, 그걸 먹으면서 사람들은 개미가 있다며 만족감을 느끼니까요. 그러나 ‘나쁜 음식은 몸맛 대신 입맛에 맞추고, 좋은 음식은 입맛이 아니라 몸맛을 생각하며 만든다’니 우리 사회의 100세 건강을 위해 덜 짜게 먹는 일을 깊이 고민할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jeshim@seoul.co.kr
  • 죽은 새끼 추모하는 들쇠고래들의 ‘장례행렬’ (포토)

    죽은 새끼 추모하는 들쇠고래들의 ‘장례행렬’ (포토)

    목숨을 잃은 새끼 고래를 입에 문 수컷 들쇠고래가 두 마리 암컷 고래들과 함께 추모의 의식을 가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사진들은 해저 전문 사진작가 데론 버벡이 지난 7월 미국 하와이 주 카일루아코나 시 인근 바다에서 촬영한 것으로,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됐다. 버벡이 ‘행렬’(The Procession)이라고 이름 붙인 사진들에는 세 마리의 거대한 들쇠고래들이 새끼를 운반하며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이 잘 포착돼 있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버벡은 “두어 번만 잠수해 고래들의 모습을 촬영한 뒤, 그들이 새끼를 위해 슬퍼할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촬영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래나 돌고래들이 자신의 죽은 새끼를 ‘추모’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는 사례나 사진은 접해본 적 있지만, 직접 보게 된 것은 처음 이었다”며 “죽은 자식을 데리고 느리게 헤엄쳐 지나가는 고래들의 모습은 매우 무겁고 비통한 광경 이었다”고 회상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 사진작가 브라이언 스케리 또한 해당 광경을 함께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르면 죽은 새끼 고래는 부패가 진행돼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한 상태였다. 또한 이 고래는 해당 고래 무리가 공동으로 돌보던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돌고래나 고래, 그 외 해양 포유류들 중에는 이렇듯 ‘무리 공통의 자식’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 의식을 가지는 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들쇠고래는 다 자랐을 때 몸길이 약 6m, 체중 약 3.6t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생물이다. 수백 마리에 이르는 무리가 함께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사회성이 매우 강하며 홀로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암컷의 경우 35세 이후로는 출산을 하지 않지만, 그 이후로도 15년간 수유가 가능해 혈연관계에 있는 다른 새끼에도 젖을 물리는 등 종족 번식상의 이익을 주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데론 버벡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죽은 새끼 추모하는 들쇠고래들의 ‘장례행렬’ 포착 (포토)

    죽은 새끼 추모하는 들쇠고래들의 ‘장례행렬’ 포착 (포토)

    목숨을 잃은 새끼 고래를 입에 문 수컷 들쇠고래가 두 마리 암컷 고래들과 함께 추모의 의식을 가지는 모습을 포착한 사진들이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사진들은 해저 전문 사진작가 데론 버벡이 지난 7월 미국 하와이 주 카일루아코나 시 인근 바다에서 촬영한 것으로, 최근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 됐다. 버벡이 ‘행렬’(The Procession)이라고 이름 붙인 사진들에는 세 마리의 거대한 들쇠고래들이 새끼를 운반하며 나란히 헤엄치는 모습이 잘 포착돼 있다. 사진과 함께 올린 글에서 버벡은 “두어 번만 잠수해 고래들의 모습을 촬영한 뒤, 그들이 새끼를 위해 슬퍼할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촬영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고래나 돌고래들이 자신의 죽은 새끼를 ‘추모’하는 모습을 포착했다는 사례나 사진은 접해본 적 있지만, 직접 보게 된 것은 처음 이었다”며 “죽은 자식을 데리고 느리게 헤엄쳐 지나가는 고래들의 모습은 매우 무겁고 비통한 광경 이었다”고 회상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소속 사진작가 브라이언 스케리 또한 해당 광경을 함께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르면 죽은 새끼 고래는 부패가 진행돼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한 상태였다. 또한 이 고래는 해당 고래 무리가 공동으로 돌보던 개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돌고래나 고래, 그 외 해양 포유류들 중에는 이렇듯 ‘무리 공통의 자식’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 의식을 가지는 종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들쇠고래는 다 자랐을 때 몸길이 약 6m, 체중 약 3.6t에 이를 정도로 거대한 생물이다. 수백 마리에 이르는 무리가 함께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되는 등 사회성이 매우 강하며 홀로 다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암컷의 경우 35세 이후로는 출산을 하지 않지만, 그 이후로도 15년간 수유가 가능해 혈연관계에 있는 다른 새끼에도 젖을 물리는 등 종족 번식상의 이익을 주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사진=ⓒ데론 버벡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허백윤기자의 독박육아] 입덧·지하철 출근길 서러움… 열 달 겪은 고난의 기억들

    [허백윤기자의 독박육아] 입덧·지하철 출근길 서러움… 열 달 겪은 고난의 기억들

    불과 2년 전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나는 어땠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아이는 커다란 존재가 됐다. 그렇지만 아기를 품고 있던 시간의 기억은 매우 강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임신부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치 내 일인 듯이 받아들인다. 좋았던 때도 많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훨씬 커서 그럴지 모르겠다. 10일 임산부의 날이라 하니 잠시 접어 두었던, 아기가 뱃속에 있던 시간의 기억들을 꺼내 본다. 드라마에서는 꼭 밥을 먹다가 “우웩” 하고 갑자기 헛구역질을 하며 임신을 알아차린다. 정작 당사자는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주변 사람들이 “혹시 임신한 거 아니야?”라고 눈치를 채주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기가 나에게 왔다는 직감이 먼저 왔다. ●체중 20kg 불어… 손발 퉁퉁 붓고 늘 어지럼증 열 달 내내 구토를 하는 입덧에 시달리는 임신부들도 많은 것에 비하면 그나마 나는 복받은 경우였다. 링거를 맞고 입덧 때문에 회사까지 그만둬야 하는 임신부들이 수두룩하지만 다행스럽게 나에게 온 것은 밖으로 빼내는 것은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속을 채워야 하는 입덧이었다. 배가 고프면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던 것도 아니었다. 하루 종일 속이 니글거려서 쉽게 넘어가는 음식도 없었는데 계속 뭔가를 먹어야 했다. 한밤중에 자다가도 속이 쓰려 맨밥을 퍼 먹기도 했다. 같은 시기 입덧보다 괴로운 것은 졸음이었다. 원래도 잠이 많긴 했지만, 아기를 가진 뒤 몰아치는 잠은 대단했다. 일을 하는 도중에도 걷잡을 수 없이 잠이 쏟아져 견디기가 어려웠다. 휴식 공간을 마땅히 찾지 못해 지하 주차장에 세워둔 차 뒷좌석에 몸을 포개 20분 남짓 쪽잠을 잤다. 제대로 잠도 못 잤을뿐더러 정신을 차리고 나면 온몸이 사우나를 한 것처럼 땀범벅이 됐고 팔다리가 저려서 후유증이 더 심했다. 거의 매일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이고 졸았다. 요즘 화장실들이 좋아져 전부 비데가 설치돼 있다 보니 변기 뚜껑을 덮어도 평평하지가 않다. 제대로 앉을 수도 없는 그 위에 대충 엉덩이를 걸치고 칸막이 벽에 머리를 댔다. 그렇게라도 눈을 감았다 뜨면 한결 나았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광화문 한복판에 직장인 임신부들을 위한 수면 카페를 하나 차려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시간이 갈수록 갑작스런 체중과 호르몬 변화 등으로 점점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았다. 임신 기간 동안 평균적인 체중 증가가 10~12㎏ 정도로 알려져 있다. ‘먹는 입덧’ 덕분에 나는 무려 20㎏이 불었다. 배만 불룩하게 나오면서 이를 지탱하기 위해 허리와 엉덩이, 다리에 무리가 가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손발은 퉁퉁 붓고 머리는 괜히 시도 때도 없이 어지러웠다. ●만삭까지 지하철 자리 양보받은 건 10회도 안 돼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몸이 힘들었다. 허리가 아파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과 서 있는 것 모두가 괴로웠다. 다리가 부어 자다가 쥐가 나 소리를 지르며 깨기 일쑤였다. 아기가 본격적으로 태동을 시작하면서는 가뜩이나 앉아 있는 것도 고통이었는데 하도 배가 꿀렁꿀렁 움직이니 사무실 책상에 닿는 배 부분이 아플 정도였다. 8개월부터는 밤에 누워 잠을 자는 것도 어려웠다. 허리가 눌려서 반듯하게 누워서 잘 수 없었고, 옆으로 자는 것도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다 보니 영 불편했다. 자다가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에 가야 하는 것은 이미 익숙해졌다. 이런 몸을 이끌고 매일 출퇴근을 하려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임신 초반에만 잠깐 운전을 하고 계속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했다. 운전하는 데 정신적인 소모가 너무 커서였다. 더운 날 창문을 열고 운전하다 보면 앞차의 담배 연기에 시달려야 했고 혹시나 담뱃재라도 튈까봐 노심초사했다. 운전이라는 게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내 긴장을 하다 보니 오히려 몸이 힘들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것은 매 순간 도전이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서서 가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고 머리가 핑 돌며 어지러웠다. 차라리 그 자리에 주저앉아 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10여년 가까이 지하철을 타고 늘 통학과 출퇴근을 했으면서도 막상 배가 불러 보니 30분 남짓 서서 가는 길이 너무도 고됐다. 임신부나 아기 엄마들이 임신 기간의 사연을 쏟아내면서 가장 열변을 토하는 내용도 ‘지하철에서 자리를 몇 번 양보받았느냐’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서운하고 황당했던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처음 양보받은 것은 20주 무렵, 5개월이 다 돼서였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만삭까지 누군가에게 양보를 받아 자리에 앉아 본 것은 열 손가락 안에 든다. 특히 10분도 서 있기 어려웠던 만삭일 때는 하필 겨울이어서 외투와 머플러로 배가 감쪽같이 가려졌다. 오히려 몸이 더 가벼웠을 때보다도 앉지 못했다. 처음에는 노약자석에 앉기가 왠지 민망해 일반석 쪽에 자리를 잡았지만 오히려 상처만 받았다. 임신부 배려석 앞에 뻔히 서 있어도 아무도 일어나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마치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라”고 무언의 시위를 하는 처지가 된 것 같아 나중에는 문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노약자석에 갔다. 11월 어느 날에는 출근길에 노약자석에 앉아 깜빡 잠이 들었는데 한 중년 여성이 나를 툭툭 쳐서 깨운 적도 있다.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서러움과 서운함, 원망이 함께했다. ●임산부의 날엔 육아용품 할인 행사 소식만 잔뜩 최근 임신부 배려석이 눈에 더 잘 띄도록 아예 바닥까지 ‘핫핑크’로 표시를 해 두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달라진 배려석의 디자인을 처음 봤을 때는 “여기에 아무도 못 앉겠다”고 생각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껏 앉았다. 양보를 ‘해주는 것’은 엄청난 기대인 듯하다. “임산부를 배려하는 자리이지 ‘지정석’은 아니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는 것으로 보아 임신부들의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꽤 오랫동안 험난한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신부가 돼 보니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임신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 전에는 어린 아기도, 배 나온 임신부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경험하기 전에는 여전히 ‘임신부’는 신기하고 희귀한 존재인 것 같다. 10월 10일을 열 달 동안 아기를 품고 있는 임신부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임산부의 날’로 만들었지만, 정작 임신부로 이날을 맞았을 때는 육아용품 할인 행사 소식만 잔뜩 접할 뿐이었다. ●우리 사회 아기의 중요성 깨닫고 임신부 배려해야 아이를 품고 있는 동안 많은 순간 곳곳에서 사람들의 배려와 도움이 필요하지만 정작 대다수가 임신부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 말고는 뭘 도와야 할지 모른다. 자식 한 명 품고 있는 것이 별 대수롭지 않은 일같이 보이기도 하겠지만, 그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 바르게 자라는 것이 우리 사회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남의 자식 임신한 걸 내가 왜 도와주냐”는 식의 인식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생의 아주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임신부들을 위한 배려가 절실하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미세먼지 영유아 발달 악영향… 체중은 줄고 인지 기능 떨어져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물질 노출량이 영유아의 체중 및 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기간부터 출생 후까지 미세먼지와 비스페놀A, 수은 등에 장기간 노출되면 영유아의 체중이 줄고 동작이나 신경 인지 점수가 평균보다 떨어졌다. 다만 질병이 발병하거나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기에 생활 속에서 환경 유해 인자에 노출되는 일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8일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 충남 천안, 아산, 울산 등 4개 지역에서 모집한 산모와 영유아 723명에 대해 환경 유해 인자에 노출된 정도가 성장 및 신경 인지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임신 기간부터 생후 24개월까지 국내 미세먼지(PM10) 연평균 기준(50㎍/㎥) 이상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영유아의 체중은 평균 기준 미만 영유아에 비해 약 5% 정도 적었다. 두 집단 간 차이는 12개월에 360g, 36개월에 720g, 60개월에 1114g이었다. 임신 말기 산모의 비스페놀A 수치가 1㎍/ℓ 증가하면 출생부터 생후 36개월까지 영유아의 동작 점수는 평균보다 1.3점 낮았고, 수은이 1㎍/ℓ 증가할 때 생후 60개월 아동의 인지 점수는 0.91점 떨어졌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비만수술 받은 환자, 자해와 자살 비율 높다”

    “비만수술 받은 환자, 자해와 자살 비율 높다”

    고도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활용되는 체중감량수술을 받은 환자의 경우 자살과 자해 비율이 오히려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 대학 연구팀은 지난 2006~2011년 사이 온타리오에서 비만대사 수술을 받은 총 8,815명의 수술 전과 수술 후 3년 간의 행적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이루어지는 비만대사 수술(bariatric surgery)은 고도 비만과 비만에 따르는 각종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위나 소장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말한다. 그러나 신체는 수술 전과 비교해 건강해 졌을지 몰라도 정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만 수술을 받기 전 이들이 자해와 자살 시도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건수는 1000명 당 2.33명 꼴로, 이 비율 역시 전체 인구와 비교해 보면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놀랍게도 비만 수술 후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3년 간을 조사해보면 오히려 3.63명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연구에 참여한 주나이드 바티 박사는 "수술 전에 자해와 자살 시도를 했던 일부 환자의 경우 비만 수술 후 무려 50%까지 그 비율이 치솟았다" 면서 "수술 전 정신 건강 병력이 있었던 환자는 거의 대부분 이같은 현상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35세 이상, 저수입, 시골에 사는 환자의 경우 더 자주 자해 현상이 일어난다" 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신체적인 건강에 도움이 되는 비만수술이 왜 정신적으로는 반대의 현상을 가져올까? 학계에서는 아직 이에대한 명확한 대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으나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 등이 우울증을 야기시키는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 미시건 의대 아미르 가페리 박사는 "비만대사 수술 다음에 오는 영향은 악명이 높다" 면서 "수술 후 최소 1년 이상 환자를 주의 관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몸무게와 키 성장 느리게 해…원인은?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몸무게와 키 성장 느리게 해…원인은?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복통·혈변, 윤종신도 앓는 질병 ‘어린이 크론 병 증상’ 어린이 크론 병 증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크론 병이란 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주로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최근 대중음악인 윤종신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던 크론병도 여기에 속한다. 크론병은 소장, 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어린이가 크론 병 증상은 정상 어린이에 비해 몸무게와 키의 성장이 느림, 발열, 빈혈, 관절의 통증과 강직감 등이 있다. 어린이의 경우 설사,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크론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체 면역 체계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 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론 병에 걸리면 주로 만성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발열, 전신 쇠약감 등에 시달린다. 혈변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질, 치루 등 항문 주위 질환은 크론병 환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장협착이나 누공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론병이 궤양성 대장염보다 더 크다. 크론 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장 천공 및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실제 병이 진행되는 속도와 양상은 환자가 겪고 호소하는 임상 증상보다 훨씬 심하고 빠른 경우가 많다.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게 좋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린이 크론 병 증상, 설사 복통 안 나타날수도…성장에 지장있나

    어린이 크론 병 증상, 설사 복통 안 나타날수도…성장에 지장있나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복통·혈변, 윤종신도 앓는 질병 ‘어린이 크론 병 증상’ 어린이 크론 병 증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크론 병이란 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주로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최근 대중음악인 윤종신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던 크론병도 여기에 속한다. 크론병은 소장, 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어린이가 크론 병 증상은 정상 어린이에 비해 몸무게와 키의 성장이 느림, 발열, 빈혈, 관절의 통증과 강직감 등이 있다. 어린이의 경우 설사,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크론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체 면역 체계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 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론 병에 걸리면 주로 만성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발열, 전신 쇠약감 등에 시달린다. 혈변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질, 치루 등 항문 주위 질환은 크론병 환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장협착이나 누공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론병이 궤양성 대장염보다 더 크다. 크론 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장 천공 및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실제 병이 진행되는 속도와 양상은 환자가 겪고 호소하는 임상 증상보다 훨씬 심하고 빠른 경우가 많다.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게 좋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몸무게와 키 성장이 느리다면?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몸무게와 키 성장이 느리다면?

    어린이 크론 병 증상 복통·혈변, 윤종신도 앓는 질병 ‘어린이 크론 병 증상’ 어린이 크론 병 증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크론 병이란 장을 비롯한 소화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주로 대장에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 대장염을 말한다. 최근 대중음악인 윤종신이 앓고 있는 질병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던 크론병도 여기에 속한다. 크론병은 소장, 대장을 비롯한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어린이가 크론 병 증상은 정상 어린이에 비해 몸무게와 키의 성장이 느림, 발열, 빈혈, 관절의 통증과 강직감 등이 있다. 어린이의 경우 설사, 복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크론 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체 면역 체계가 스스로 공격하는 자가 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론 병에 걸리면 주로 만성 설사와 복통, 혈변, 체중 감소, 발열, 전신 쇠약감 등에 시달린다. 혈변은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치질, 치루 등 항문 주위 질환은 크론병 환자에게 더 많이 발생한다. 장협착이나 누공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론병이 궤양성 대장염보다 더 크다. 크론 병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장 천공 및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실제 병이 진행되는 속도와 양상은 환자가 겪고 호소하는 임상 증상보다 훨씬 심하고 빠른 경우가 많다.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고 적절한 처치를 받는 게 좋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암살’ 위해 복근까지 뺐다” 감량 비법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암살’ 위해 복근까지 뺐다” 감량 비법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배우 이정재가 체중 감량법을 공개해 화제다. 2일 부산 해운대 비프(BIFF)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 참석한 이정재는 “영화 ‘빅매치’ 때 몸무게를 늘렸다가 ‘암살’ 촬영을 시작하며 15kg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영화 ‘암살’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 40년의 세월을 오가며 연기를 했다. 특히 60대 노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복근까지 빼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오로지 음식만 조절했다. 근육을 없애야 해서 운동도 안 했다. 하루에 방울토마토 5개, 아몬드 5알, 달걀 2개를 담아 5봉지를 준비했다. 오로지 그것만 먹으며 살을 뺐다”고 말했다. 한편, 이정재는 이날 부일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사진 = 서울신문DB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폭풍 감량 비법은?

    부산국제영화제 이정재, 폭풍 감량 비법은?

    배우 이정재가 체중 감량법을 공개해 화제다. 2일 부산 해운대 비프(BIFF)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 참석한 이정재는 “영화 ‘빅매치’ 때 몸무게를 늘렸다가 ‘암살’ 촬영을 시작하며 15kg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영화 ‘암살’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 40년의 세월을 오가며 연기를 했다. 특히 60대 노인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복근까지 빼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오로지 음식만 조절했다. 근육을 없애야 해서 운동도 안 했다. 하루에 방울토마토 5개, 아몬드 5알, 달걀 2개를 담아 5봉지를 준비했다. 오로지 그것만 먹으며 살을 뺐다”고 말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프로배구] 높이·힘 좋은 공격… “즉시 전력 활용”

    [프로배구] 높이·힘 좋은 공격… “즉시 전력 활용”

    “필요할 때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고 싶다.”(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수비는 모르지만 공격은 자신 있다.”(나경복) 1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5~16시즌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인하대 3학년 나경복이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1순위로 선발됐다. 추첨을 통해 우선 선발권을 얻은 우리카드는 주저 없이 나경복을 지목했다. 나경복은 신장 198㎝, 체중 91㎏의 레프트 공격수다. 타점이 높고 힘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18세 이하 세계유스선수권대회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2012년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남자대회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 시즌 인하대의 대학배구리그 2연패를 포함한 3관왕을 이끌었다. 김상우 감독은 “사실 최홍석의 몸이 좋지 않다”면서 “잘 다듬어서 최홍석이 부진할 때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나경복은 “수비를 보완해야 한다”면서도 “공격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히 빠른 공격에 자신 있다”며 웃었다. 2순위 현대캐피탈은 센터 김재훈(한양대)을, 3순위 KB손해보험은 레프트 황두연(인하대)을 각각 선발했다. 대한항공은 리베로 백광현(홍익대)을, 한국전력은 레프트와 라이트, 센터까지 소화할 수 있는 안우재(경기대)를, 삼성화재는 레프트와 라이트가 가능한 정동근(경기대)을,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은 장신 센터 천종범(인하대)을 뽑았다. 4라운드까지 진행된 드래프트에서 24명이 새 팀의 유니폼을 입었다. 수련 선수로 2명이 추가로 뽑혀 총 36명 가운데 26명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디딜 기회를 잡았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청소년기에 늦게 자면 살찐다 - 美 연구

    청소년기에 늦게 자면 살찐다 - 美 연구

    청소년기부터 늦게 잠자리에 든 젊은 성인은 일찍 자온 이들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연구진이 1994년 이후 ‘미국 국가 청년기 건강 추적조사’(National Longitudinal Study of Adolescent Health)에 등록된 청소년 3300명 이상을 무작위로 추려 조사·분석해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연구를 이끈 로렌 애서나우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체중 관리를 위한 잠재적 목표는 청소년기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는 동안 총 수면 시간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설문을 통해 청소년들이 취침에 드는 시간이 언제인지, 한 번 자면 얼마나 자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은 취침 시간이 저마다 달랐지만 대부분 수면 시간이 청소년기 권장 수면 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진은 이들 청소년의 키와 몸무게를 기반으로 체질량지수(BMI)도 계산했다. BMI는 대상자의 키(m) 수치를 같은 수치(m)로 한 번 곱한 뒤 다시 몸무게(kg)로 나눈 것으로, 체지방을 나타내는 객관적 지수로 사용된다. 참고로 건강한 젊은 성인의 BMI 수치 범위는 18.5부터 24.9까지라고 한다. 이렇게 데이터를 수집한 연구진은 이들 청소년이 ‘사춘기 시작’과 ‘대학 입학’, ‘청년기 시작’이라는 세 번의 기간에 따른 각각의 취침 시간과 BMI 수치를 비교·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인간의 생리와 대사 기능을 조절하는 ‘하루주기 리듬’에서 수면 주기가 더 늦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UC버클리 산하 골든베어 수면·기분 연구클리닉에서 박사과정 중인 애서나우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일찍 잠자리에 드는 청소년이 자신의 몸무게를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더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서나우 연구원은 자고 일어나는데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의 체내시계(biological clocks)를 재설정하기 위한 치료 프로그램인 UC 버클리의 ‘청소년 수면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대 정신의학과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수면연구학회(SRS)와 미국 수면의학회(AASM)가 공동 발간하는 학술저널 ‘수면’(Sleep) 10월호에 게재됐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임신 중 단백질 부족하면 아기 몸에 악영향 - 美 연구

    임신 중 단백질 부족하면 아기 몸에 악영향 - 美 연구

    임신 중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태어날 아기의 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버너-섐페인 캠퍼스(UIUC)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임신 중 단백질 부족이 남자아이의 근육 세포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유전적 과정을 밝혀냈다. 또 이런 유전적 변화는 성인이 된 뒤 심혈관계질환이나 비만, 제2형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대사경로가 있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나타났다. 연구진은 임신 중 단백질 부족이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이라는 세포 파괴를 유발하는 아미노산 반응(AAR) 과정을 활성화하는 것을 발견해냈다. 자가포식 작용, 이른바 '자식 작용'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가 불필요하거나 장애 요소를 분해함으로써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세포의 생존 메커니즘이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산모의 유전적 변화가 태반을 통해 전달, 태아의 골격 근육에 기억돼 남자아이로 태어날 경우 저체중과 성장 발육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후안 왕 연구원은 “이는 수년간 우리가 찾아온 관련성”이라면서 “결국 산모에서 태반을 통해 아이로 전달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세포의 자식 작용은 남자아이의 경우에만 골격 근육에서 활성화된다. 즉 이는 성별 특이성을 보이는 것”이라면서 “여자아이의 경우 임신 중 단백질 섭취 부족과 세포 자식 작용에도 분명히 내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는데 첫 번째 그룹의 임신한 쥐에는 단백질이 8~9%인 먹이를 주고 대조군의 임신한 쥐에는 그 2배가 든 단백질 18~20%의 먹이를 제공했다. 출산 이후 수유기 동안엔 모든 쥐가 같은 먹이를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어미 쥐와 태어난 새끼 쥐 모두 몸무게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컷 새끼의 경우 골격 근육에서 세포 파괴를 일으키는 자식 작용 관련 유전자가 활성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후안 왕 박사는 “아미노산이 부족하다는 신호와 자식 작용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연관성을 확인했다”면서 “어미의 골격 근육 내에 아미노산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임신 중에 수컷 새끼로 전달돼 자식 작용 유전자를 활성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비록 쥐를 대상으로 했지만, 이전 연구에서 임신 중 여성은 하루에 단백질 최소 25g 이상을 섭취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왕 박사는 “임신 초기 단계에 바이오마커 검사를 통해 단백질 결핍을 알 수 있다면 남자아이의 저체중이나 성장발육 부족은 물론 성인이 된 뒤 나타날 수 있는 만성질환 등의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영양학 저널(British Journal of Nutrition)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방귀를 자주 뀌면 정말 건강에 안 좋을까

     우리 국민은 지나치게 방귀에 민감해 방귀가 잦으면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인식은 ‘일반적으로 방귀 횟수나 냄새가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는 전문의들의 견해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이사장 박규주)는 최근 국내 10~60대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방귀 횟수와 냄새가 건강 상태를 반영한다는 응답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학회가 조사 전문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 2015년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5일간 서울 및 전국 6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16~69세 남녀 2000명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방귀 냄새와 건강이 관련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2.1%나 됐다. 또 방귀 횟수와 건강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51.8%가 ‘관계가 있다’고 응답했다.  방귀 횟수와 관련, 응답자의 45.2%는 하루 평균 1~5회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5~10회 미만이라는 비율이 29.8%로 뒤를 이었다. 12.1%는 방귀 횟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건강한 성인의 하루 평균 방귀 횟수는 10~20회로, 총 500~1500㎖ 가량의 가스를 배출 한다는 연구보고와 비교할 때 일반인이 자각하는 수준은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방귀보다 크게 낮은 양상을 보였다. 특히 50대의 경우 9.8%가 방귀 횟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답한 반면, 10대는 18.5%로 높았다.  박규주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자신이나 가족이 방귀가 잦거나 냄새가 지독하다며 대장 질환을 의심하는 사례가 많지만, 심각한 질환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방귀의 냄새는 섭취하는 음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특히 황을 포함한 성분이 지독한 냄새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이어 “단, 평소와는 다른 방귀 증상과 함께 체중 감소, 설사, 복통, 복부팽만, 식욕감소 같은 장 증상이 동반되면 흡수 장애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은 잦은 방귀 때문에 불편을 겪는다면 젖당과 과당·솔비톨·녹말질 등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고, 양배추·양파·브로콜리·감자·밀가루 음식·탄산음료 등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조사 전문 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과 2015년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약 5일간 서울 및 6대 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16~69세 남녀 2,000명 대상으로 한국인의 배변 습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심재억 의학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뚱뚱한 남자, ‘아들’ 낳을 확률 높다 (中연구)

    뚱뚱한 남자, ‘아들’ 낳을 확률 높다 (中연구)

    아들보다 딸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딸바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자신을 꼭 닮은 딸을 낳고 싶은 남성이라면 다음의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중국 베이징대학병원 연구진은 8500명의 부부를 대상으로 임신촉진치료를 시행하면서 아버지가 될 남성의 건강상 특징과 자녀의 성별관계를 분석한 결과, 비만인 남성일수록 딸 대신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이 아닌 날씬한 남성의 경우 아들을 가진 사람은 611명, 딸을 가진 사람은 569명으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 비해 7% 더 많았다. 이는 통상적인 신생아 성별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남성의 경우, 이들에게서 태어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에 비해 26%나 더 많았다. 연구진은 비만인 남성의 정자가 그렇지 않은 남성의 정자에 비해 힘이 약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임신 초기에 유산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만인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아들을 더 많이 낳는 현상의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과거 연구에서 부모가 될 남성과 여성이 받는 스트레스의 정도와 주변 환경에 따라 신생아의 성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지만, 남성의 체중에 따라 성별이 달라진다는 주장은 최초다. 연구결과를 접한 영국 불임전문교수인 사이먼 피셸은 “매우 흥미로운 연구결과”라면서 “비만 남성이 아들을 낳을 확률이 높은 현상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아마도 살이 찐 남성일수록 X염색체보다 Y염색체를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신·불임 저널’(Journal Fertility and Sterility)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DNA는 그저 대본일 뿐 운명은 당신이 연출한다

    DNA는 그저 대본일 뿐 운명은 당신이 연출한다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네사 캐리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480쪽/1만 8000원 2000년 6월 26일 과학자들이 인간게놈(유전체) 지도를 완성했을 때 우리 인류는 드디어 건강과 질병에 관한 모든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으리라는 꿈에 부풀었다. 인류의 청사진을 손에 쥐게 되면서 생명 현상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장밋빛 전망과는 달랐다.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궁금증을 낳을 뿐이었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의 DNA 염기서열은 같은데도 완전히 다른 인생을 맞이한다. 환경과 경험의 차이 때문이라면 어떤 식으로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원제 The Epigenetics Revolution)는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을 최신 후성유전학 연구 결과에 기대어 상세하게 풀어나간다.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란 환경에 따라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혹은 발현되지 않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연구하는 유전학의 하위학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DNA는 대본에 가깝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가지고 만든 조지 큐커 감독의 1936년 작 영화와 배즈 루어먼 감독의 1996년 작 영화가 서로 완전히 다르듯이 세포가 DNA에 들어 있는 유전암호를 읽을 때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 DNA의 운명은 ‘사용법’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먹는 음식, 화학물질과 오염 물질, 자외선 등 수많은 환경 자극과 경험은 유전자가 발현하는 방식에 극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다. 저자는 “최근 생물학에서 일어난 혁명은 놀라운 후성유전 현상이 어떤 원인 때문에 일어나는지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해주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본성(유전정보)과 양육(환경) 사이를 잇는 잃어버린 고리를 우리가 마침내 찾아내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잃어버린 고리는 바로 환경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방식과 우리를 변화시키는 방식을 가리킨다. 책에 따르면 후성유전적 현상은 DNA에 메틸기(基)가 달라붙거나(DNA 메틸화), DNA가 감겨 있는 히스톤 단백질에 변형이 생기거나(히스톤 변형) 하는 현상과 관련이 깊다. 부모로부터 멀쩡한 DNA를 물려받더라도 환경 등의 영향으로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이 일어나면 유전자가 발현돼야 하는 상황에서 발현되지 않거나, 발현되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발현되면서 몸에 문제가 쌓인다. 환경이 바뀌어도 그 패턴은 고정되며 어떤 문제는 세대를 넘어 자식, 손자에게까지 유전되기도 한다. 예컨대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산모가 영양실조에 시달리면 태아의 세포들은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킨다. 이런 아이들의 세포는 제한된 영양 공급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후성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비만아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극단적인 예로 네덜란드 대기근(1944~1945)의 생존자를 추적해 조사한 결과 임신 초기 석 달 동안 굶주렸던 산모의 아이들에게서 평균 아이들보다 비만율이 높게 나타났고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비율도 더 높았다. 또 이때 태어난 여자아이가 나중에 임신해서 첫아이를 낳으면 그 아기는 대조군보다 체중이 더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20여년 전 어머니 자궁 속에서 발달하던 때의 경험이 자신의 아이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웨덴 웨베르칼릭스에서 발견된 데이터도 의미심장하다. 할아버지가 9~12세 소년일 때 영양을 과다 섭취했을 경우 그의 손자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경험한 어른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후성유전학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연구 결과 어린 시절에 트라우마를 겪은 어른에게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많이 생산되는 코르티솔의 평균 생산량이 더 높다. 어린 시절 학대를 받는 동안에 몸속의 신호는 코르티솔을 과잉 발현하게 하며 이 같은 패턴이 고정되면 정상인보다 정신질환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처럼 살아가면서 겪는 경험은 후성유전을 통해 행동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일어나면 세포의 기능과 세포 자체의 본질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과학자들은 후성유전이 인간의 건강에 미칠 막대한 영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은 일부 심각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차세대 후성유전 의약품 개발 경쟁에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저자는 “21세기에는 후성유전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우리가 지금까지 도그마로 간주해 온 것을 무너뜨린 뒤 아주 다양하고 복잡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것을 다시 쌓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좋은 소식’은 새댁에게 차라리 묻지 마세요

    [허백윤 기자의 독박육아] ‘좋은 소식’은 새댁에게 차라리 묻지 마세요

    명절 연휴. 대부분의 ‘며느리’들이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 시간들을 부담스러워할 테지만, 특히 더 가시방석에 앉아 비수를 꽂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도대체 아기가 왜 안 생기느냐”, “좋은 소식은 언제 들려줄 거냐”는 등의 질문에 또다시 시달려야 하는 부부들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묻지 않으려고 최대한 조심하는 부분이 생겼다. 바로 자녀 계획에 대한 질문이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뼈저리게 절감했을뿐더러 아기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거나 여러 이유로 잃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경험한 이유에서다. 누구나 엄마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엄마라는 이름을 갖는 것조차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계획보다 일찍 아기가 생기는 바람에 주변에서 “아기는 왜 안 갖느냐, 언제 갖느냐” 등의 질문 세례를 받지는 않았다. 그래서 잘 몰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남의 자녀 계획에 관심을 쏟는 줄을 말이다. 단순한 궁금증에 잔소리를 넘어서 아예 취조를 하는 듯한 치밀한 물음이 이어졌다. 게다가 임신했을 무렵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이 주변에서 아기 문제로 마음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기를 간절히 기다리지만 생기지 않는 부부, 유산을 한 부부, 조산을 한 부부. 모든 아픔이 아주 가까이서 일어났다. ●난임 매년 증가… 왜 그런지는 아직 아무도 몰라 보건복지부는 난임에 대해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생활을 1년간 지속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1년 안에 아기를 갖는 것이 오히려 기적처럼 보였다. 임신해서 몸이 너무 힘들다는, 아기 키우기가 너무 버겁다는 투정을 아무에게나 자유롭게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렇게 힘들고 버거워하는 아기를 지인들은 너무나 간절히 기다렸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환자는 2010년 19만 8197명에서 2011년 20만 5297명, 지난해에는 21만 5392명으로 늘어났다. 병원에서 진단을 받은 정도가 이만큼이니 아직 병원을 찾지 않은 사람들까지 더하면 더욱 많을 것이다. 지난해 난임 진단을 받은 21만 5392명 가운데 남성 요인이 4만 8475명, 여성 요인이 16만 4077명, 습관성 유산이 6513명으로 분류됐다. 보통 여성의 경우 고령 임신(35세 이상)이 늘어나면서 난소 기능이 저하되고 자궁내막증 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의 경우엔 스트레스나 음주, 흡연 등이 정자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정말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아기가 안 생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첫아이를 빨리 임신하고 건강히 낳았어도 둘째 아이가 쉽게 생기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임신 6~8주 초기 유산은 생리처럼 흔하다는데… 아기가 왜 안 생기는지, 아무도 그 이유를 딱히 알지 못하는데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그 이유를 캐물었다. 부부 중의 하나가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남편의 문제냐, 네 문제냐”며 생판 남의 난자와 정자의 건강까지 걱정한다. 심지어 “아기를 가지려면 이렇게 하라”며 부부 관계에 관한 충고까지 서슴지 않으니, 과연 우리가 자유로운 사회에 살고 있다고 자부해야 하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다. 사람들에게 “아기가 왜 없느냐”고 묻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유산 때문이다. 임신을 어렵게 하더라도 그 뒤가 더욱 문제다. 아기를 열 달 동안 무사히 품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임신 6~8주쯤의 초기 유산은 매달 생리를 하는 것처럼 흔한 일이라는 말까지 있다. 임신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했는데 바로 다음주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사연은 육아 커뮤니티의 단골 소재다. 차라리 빨리 잃었으니 덜 슬플 것이라고 어느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시간이 길든 짧든 내 품 안에 찾아왔던 생명을 잃었을 때의 기분이 어떨지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남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임신부 10명 중 1명꼴로 유산의 아픔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출생자 및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5년간 임신 출산 진료비를 지원받은 인원이 239만 3383명인 데 비해 출생자 수는 218만 6948명으로 나타났다. 진료비를 지원받은 임신부가 출생한 아기보다 9.4% 더 많은 것이다. 경험에 비춰 봤을 때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을 받는 것도 아기가 정상적으로 자리잡은 뒤에 예정일이 정해지는 8~9주쯤이었으니 그 이전에 유산되는 일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12주가 넘으면 임신의 ‘안정기’로 여겨지지만, 나는 한결같이 “임신에 안정기는 없다”고 주장한다. 중기 유산, 사산 등으로 고통받는 엄마들을 보면서, 조산의 두려움을 직접 느꼈던 입장에서 나온 말이다. ●유산 위기 후 태아에게 “천천히 건강하게 만나자” 2013년 12월 말 기준 미숙아(37주 이전 출생) 수가 2만 6408명이었다고 한다. 당시 출생아가 전체 43만 6455명이었다. 2009년 1만 6223명에서 5년 새 1만명가량이 늘었다. 태어나는 아기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미숙아, 또는 40주를 채웠더라도 체중이 2.5kg이 안 되는 저체중아의 출생은 매년 늘고 있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접한 이른둥이 엄마들의 사연은 눈물겹다. 신생아 중환자실을 오가며 안아 보지도 못하도록 자그마한 아기가 몸에 각종 의료기기를 달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때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조차 감사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애타는 심정으로 넘기는 엄마들에게는 아기를 끝까지 품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걱정이 서려 있다. 출산 바로 직전까지 일을 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씩씩하게 회사를 다녔던 나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다. 13주쯤 갑작스럽게 하혈을 해 회사를 조퇴하고 울면서 산부인과에 달려가기도 했다. 유산방지 주사를 맞은 뒤부터 뱃속 아기에게 “아가야, 빨리 만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 말을 잘 듣고 정말로 빨리 나올까봐였다. “정말 보고 싶지만 우리 천천히, 건강하게 만나자”고 이야기했다. ●‘생명’은 뜻·계획대로 안 돼… 아기는 모두 소중 34주에는 하루 종일 배가 불편해 퇴근 후 응급실에 갔더니 갑자기 조기 진통이라며 입원을 하라고 했다. 출산휴가를 최대한 아기와 함께 쓰겠다는 계획은 의지와 관계없이 물거품이 됐다. 일주일 동안 주사를 맞으며 병원에서 지냈고, 집에 와서도 꼼짝도 못 하고 누워만 지냈다. 그렇게 38주에 3.15kg의 아기를 낳았으니 천만다행이었다. 조산기가 있어 임신 기간 내내 병원에서 누워 지내거나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엄마가 되기 위해 저마다 사연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겪고 나니 생명에 대해서는 절대 함부로, 가볍게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됐다.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한 뒤 결혼까지는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었는데, 생명은 의지와 계획대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새겼다. 언제, 어떻게 아기를 갖고 낳았든 태어난 아기는 그 자체로도 모두 소중하다. 아기를 기다리는 부부들과 아기를 품고 있는 예비 엄마들의 마음은 더욱 배려받아야 한다. ‘좋은 소식’은 먼저 알리기 전까지는 차라리 묻지 않는 것이 상처를 조금이라도 달래 주는 일인 것 같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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