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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안컵] ‘한국의 발’이 일본 살렸다

    30일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스타디움. 일본-호주의 아시안컵 결승전 연장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7분. 알베르토 자케로니 일본 감독이 도박했다. J-리그 득점왕 마에다 료이치(이와타)를 빼고 이충성(26·일본명 리 다다나리)을 투입한 것. 그의 A매치 두 번째 경기였다. 이충성은 연장 후반 4분 일을 냈다. 나가토모 유토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그림 같은 발리슛으로 골인시켰다. 그의 A매치 데뷔골이자 일본에 아시안컵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안겨준 보물 같은 골이었다. 관중석으로 다가가 화살을 쏘는 세리머니를 하는 그의 등에 새겨진 한국식 성 ‘LEE’. 그는 2007년 귀화한 재일교포 4세다. 할아버지를 따라 도쿄에 터를 잡은 이충성의 아버지 이철태씨 역시 실업축구 선수였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은 그는 J-리그 FC도쿄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 뒤 2004년 한국 19세 이하(U-19) 대표팀에 소집됐다. 그곳에서 그는 큰 충격에 빠진다. 자신을 ‘반쪽바리’라고 부르며 빈 공간에 있어도 패스를 해주지 않는 배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충성은 “나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정체성 고민 속에서도 기량은 날로 성장했다. 2005년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한 뒤 주전이 됐다. 2009년 현재의 산프레체 히로시마로 옮겼다. 이때 이충성은 구단에 등번호 9번을 요구했다. 한국인 최초의 J-리거 노정윤의 등번호였다. 2007년 이충성은 당시 일본 올림픽 대표팀 소리마치 야스히루 감독의 귀화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렇다고 대표팀에 자동 선발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축구선수로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꿈이 그에겐 있었다. 결국 이충성은 올림픽에 출전해 주전 공격수로 활약했고, 아시안컵을 앞두고 자케로니 감독의 러브콜을 받으며 A대표팀에 처음 호출됐다. 천금 같은 아시안컵 결승골로 단숨에 일본의 영웅이 된 이충성은 경기 직후 자신의 공식 블로그에 ‘히어로’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솔직히 잠이 오지 않는다. 내 인생에서 최고의 1페이지를 쓴 일이 벌어졌으니….”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활약에 온라인에서는 재일교포 3세로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하기도 한 아유미와의 연애 사실, 이충성을 자세히 소개한 책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신무광·왓북) 등이 온종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편 대회 득점왕은 5골 3도움의 구자철(제주)에게 돌아갔다. 한국 선수로서는 1960년 조윤옥, 1980년 최순호, 1988년 이태호, 2000년 이동국에 이어 5번째. 한국은 페어플레이상도 차지했다.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대표팀을 대표해 시상대에 올랐다. 최우수선수(MVP)는 일본의 ‘처진 스트라이커’ 혼다 게이스케(25·CSKA모스크바)가 받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아시안컵] ‘뉴 제너레이션’ 개막…지성·영표 후계자는?

    [아시안컵] ‘뉴 제너레이션’ 개막…지성·영표 후계자는?

    아시안컵은 끝났다. 한국은 지난 29일 치러진 대회 3·4위전에서 구자철(제주)의 선제골과 지동원(전남)의 멀티골로 우즈베키스탄을 3-2로 꺾었다. 염원했던 우승은 아니었지만 빈손도 아니었다.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차기대회 본선 출전권을 획득, 향후 A매치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반신반의했던 ‘젊은 피’들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한 것도 큰 수확이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전망도 밝혔다. 조광래 감독은 “한국축구의 가능성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속적인 세대교체는 물론, 공수전환의 속도 향상과 세밀한 패싱플레이 등을 가다듬겠다.”고 말했다. ●평균 24.8세… 만화축구 뿌리내려 조 감독은 부임 후 ‘중원 장악과 빠른 패스’를 기치로 내걸었다. 손수 정리한 ‘X파일’을 나눠주며 ‘생각하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이청용(볼턴)은 “감독님 주문은 만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아시안컵을 통해 ‘만화 같던’ 패스플레이가 스며들었다. 태극전사들은 기복 없는 원터치 패스로 중원을 장악했다.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는 훌륭했다. ●홍 철·윤석영·구자철·지동원 등 물망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에서 6경기 동안 1패도 하지 않았다. 경기당 2.2골(총 13골)을 뽑은 화력도 합격점. ‘지구 특공대’란 별칭이 붙은 지동원-구자철과 이청용,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어우러진 공격패턴은 세밀했고 다양했다. 이게 다 평균연령 24.8세의 어린 선수들이 일군 성과다. 여기에 ‘부동의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까지 가세한다면 효과적인 침투패스와 골 결정력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이제 어떤 상대를 만나도 우리의 패스플레이가 나올 정도로 몸에 배었다. 강한 압박을 구사하며 경기를 즐길 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숙제도 남았다. 이영표(알 힐랄)와 박지성의 후계자 발굴이다. A매치만 100경기 이상을 뛴 베테랑들이 빠지면서 한국축구도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조 감독은 “당장은 문제가 되겠지만, K-리그에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고 위안했다. ●조 감독 “영리한 수비 펼쳐야” 일단, 이영표가 맡았던 왼쪽 풀백은 홍철(성남), 윤석영(전남)이 물망에 올랐다. 조 감독은 “홍철을 염두에 뒀었는데 클럽월드컵을 보니 국제대회에서도 가능성이 있더라. 윤석영은 공 다루는 기술이 좋고 정확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공백에 대해서는 “당분간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구자철과 박주영이 있고, 지동원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박주영을 (박)지성이 자리나 2선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후계자로는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최종엔트리에 들었던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이 첫손에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 당찬 플레이를 보였던 손흥민(함부르크)도 자격은 충분하다. 부임 초기 대표팀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던 조영철(니가타)과 김민우(사간 도스)도 유력 후보군. 또 이번 대회 16개 출전국 가운데 가장 많은 페널티킥 4개를 허용한 수비도 문제였다. 조 감독은 “수비에서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강하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리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3주간의 열전을 마친 대표팀은 30일 입국해 휴식에 들어갔다. 새달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전에 나설 명단은 31일 발표된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축구대표팀 터키와 친선경기 20대초반 젊은피 대폭 수혈

     조광래 감독이 이영표(알힐랄)의 빈자리에 수비수 윤석영(21·전남)과 홍철(21·남)을 불러들였다. 프랑스리그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남태희(20·발랑시엔)도 첫 발탁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2월10일 오전 3시(한국시간) 터키 트라브존에서 치를 터키 국가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새 대표팀 명단 22명을 31일 발표했다.  기존 23명의 대표선수 중 대표팀 은퇴의사를 밝힌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티이드)과 이영표를 비롯해 골키퍼 김용대(서울), 수비수 곽태휘(교토상가)와 조용형(알라얀), 미드필더 염기훈(수원), 공격수 유병수(인천)가 빠졌다. 대신 홍철과 윤석영, 남태희 등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새로 합류했다.  조 감독은 “윤석영은 공을 다루는 기술이 좋고 정확성도 갖췄다. 홍철도 지난해 FIFA 클럽월드컵에서 하는 것을 보니 마음에 들었다. 둘 다 잘 성장하면 이영표의 뒤를 이을 만하다.”고 기대했다.  공격수에는 청소년대표인 남태희를 새로 뽑았다. 울산 현대고를 다니던 2009년 발랑시엔에 입단해 한국선수 중 최연소 유럽리그(1군) 진출 및 데뷔 기록까지 세웠다. 남태희는 대한축구협회가 진행한 우수선수 해외유학 프로그램 5기 멤버로 2007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레딩에서 축구유학을 했다.  조 감독은 대구FC의 중앙수비수 이상덕(25)도 다시 불렀다. 이상덕은 아시안컵을 준비하다가 종아리 통증 때문에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무릎을 다쳤던 박주영(26·AS모나코)도 대표팀에 가세한다. 지난해 10월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2년 만에 대표팀 복귀전을 치렀던 최성국(28·수원)도 다시 태극마크를 단다.  ◇터키 친선경기 대표팀 명단(22명)  ▲GK=정성룡(수원)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DF=이정수(알 사드) 황재원(수원) 홍정호(제주) 이상덕(대구) 차두리(셀틱) 홍철(성남) 윤석영(전남) 최효진(상주상무) ▲MF=기성용(셀틱) 이용래(수원) 이청용(볼턴) 윤빛가람(경남) 최성국(수원)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구자철(제주) ▲FW=손흥민(함부르크) 남태희(발랑시엔) 박주영(AS모나코) 지동원(전남) 김신욱(울산)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박지성, 축구대표 마크 반납 선언

    박지성, 축구대표 마크 반납 선언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박지성은 3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기로 했음을 조심스럽게 밝힌다.”면서 “국가를 대표해 축구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며 자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나를 대신할 눈부신 성장세에 있는 선수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구자철(제주),지동원(전남),손흥민(함부르크) 등 능력과 열정은 물론 잠재력을 보여준 후배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21살 때던 2002년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세대교체를 통해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은 필요하다.”며 대표팀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박지성은 이로써 2000년 4월5일 라오스와 아시안컵 1차예선을 통해 처음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후 지난 26일 일본과 2011 아시안컵 준결승전을 통해 A매치 100경기를 채우고 ‘센추리 클럽’ 가입의 영광을 맛보며 정들었던 대표팀을 떠나게 됐다.  박지성은 “내가 주장 완장을 놓더라도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선배와 동료가 많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누가 주장을 맡더라도 대표팀 내의 소통과 응집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은 “오늘 대표팀 은퇴를 발표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뛰는 그라운드를 떠나겠지만 다른 방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새롭게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이광재 강원지사 대법 판결전 본지 격정토로 “면직 슬픈게 아니라 현실이 눈물난다”

    <원고지 89장 분량 인터뷰 전문 수록> 이광재 강원도지사는 대법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확정 판결로 지사직을 잃은 27일 강원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판 절차와 결과에 실망스럽다.”면서 “지사직을 잃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현실이 가슴 아프고, 도민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판결 바로 전날인 26일 서울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지사는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과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 정치 현안, 2012년 대통령 선거 등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이 지사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자제해 왔으며, 지난해 6월 강원도지사에 당선된 뒤에도 도정과 관련한 인터뷰만 해 왔다.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서교동에 자리잡은 강원도 서울사무소 5층 회의실에서 이도운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오전 11시부터 1시간 40분동안 이어졌다. ●대법 상고심 결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지금까지도 백척간두 위에서 한 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살아왔다. 다 잘될 거라 본다. 불교 경전에 나오듯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정치적 탄압’이라고 말하고 싶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 가면서 선한 생각만 가져도 세상을 구제하지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져 들어왔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어떻게 되나.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나를 보고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이번 판결을 맡은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이 있나. -없다. →박시환 대법관을 만난 적이 있나.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강원도지사 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 사장이 당선될 것으로 보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 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어떤 부분인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또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를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는 점이다. 지지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과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했다. →실패한 절반은 무엇인가. -당시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그러다 보니 너무 큰 상처가 났다. 예를 들어 행정중심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국회로 왔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실제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작다. 국가의 5% 정도밖에는 바꿀 수 없다고 본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아… 그런 사람이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이다. 제3의 무엇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정치인은 진화해야 한다고 본다. →참여정부의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잘못됐나.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러다 홍보수석, 인사수석, 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기존 것을 인정하고 잘할 수 있는 것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가장 큰 이유가 뭘까. -내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이해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었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고…,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다 돌아섰다. 그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계인’이라 했다. 변호사로 기득권층에 진입했지만 사건을 맡기 어려워 직접 찾아가는 인권변호사가 됐고,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선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가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또다시… 정치가 좀 담백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참여했다. 그 당시 386들은 국가를 경영할 준비가 돼 있었다고 보나.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들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 봐야 전체 수석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둘 정도였다. 19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그렇게 따지면 김종필 총재도 30대에 정권의 2인자가 아니었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의 전환기 당시 대통령은 루스벨트, 케네디,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이었다.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다. →386 정치인들에게 여전히 공통된 지향점이 남아 있나. -세대의 에너지라는 것이 있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이유가 뭔가. 그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를 겪었다. 그러니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386세대도 마찬가지다. 데모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80년대에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척박한 현실에서 몸으로 앞서 나가고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하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안희정, 유시민, 김두관, 문재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가운데 60%는 노 대통령이,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씩 갖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한 말이다. 나는 오히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참여정부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에 변함이 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와 안 지사, 김 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문재인 전 비서실장 중에서 노 대통령이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은 누구였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켰지.(웃음) →문 실장이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30초 넘게 고심을 하다가) 잘 모르겠지만, 문재인 실장이 손학규 대표와 대통령 후보 경선을 했으면 좋겠다. 물론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했으면 좋겠지.(웃음)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이 없나. -그렇지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분이다. 다만 지금은 민주당이 아니니까. →다섯분 가운데 정치 지도자로서의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가장 낫나고 보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이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안희정 지사와는 협력 관계인가, 경쟁 관계인가.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정치현안과 2012년 대선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개헌은 해야 하지만, 시점을 놓쳐 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가 아닌가. 어떤 개헌이 필요한 가는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으로 보나.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정치인,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대한민국의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특히 동북아 지역의 명운을 가르는 해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향후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몰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지금 개헌 문제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웃돈다. 이 지사는 몇점을 주겠나. -이미 대통령인데,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또 서민경제가 어렵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까지 이 두 가지 문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이 지사 본인에게는 몇점을 주고 싶나. -나는 지사 업무 수행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50점쯤 주겠다. 강원도에서 나의 지지율도 그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아쉬운 것은 무엇인가. -포용과 통합이다. 국민통합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일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또 동북아 평화와 물류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대세론’이 강하다.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경선 패배를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순간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앞으로 대통령의 비즈니스 역할이 커져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가, 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모르겠지만, 멋진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 없이 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한나라당에서는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 →현재 박 전 대표와 1대1로 붙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보나. -그걸 말할 수 있나. 나도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지지율 23%포인트까지 뒤졌다가 1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결국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가진 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다. →정치권이 좌파와 우파로 나뉘었는데, 이데올로기가 없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만 봐도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정부 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어느 하나가 옳을 수 있나.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에서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할 때 각 부처 최고의 엘리트들과 일한 경험이 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불교신자다. 본인의 종교가 정치 활동에 영향을 미치나.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참여정부 때 실세여서 강원도에 예산을 많이 주도록 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다만 나는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그때뿐이다.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과 일관성 있게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분들이 보수적인데 왜 작년에 민주당 후보인 이 지사를 선택했다고 보나. -첫째,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 둘째,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안다는 점. 셋째, 그래서 도지사 시켜 일하게 한 다음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로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강원도지사 선거 때 공언한 대로 10년 후 대통령 선거에 나올 건가.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나와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다. 대담 이도운 정치부장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전문 (200자 원고지 89장)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격정토로 인터뷰

    이광재 강원지사가 27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지사직을 잃었다. 2년만에 막을 내린 박연차 게이트의 종착역에서 끝내 내리지 못한 채 “선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 인터뷰는 선고 전날 진행됐다. 이 지사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우여곡절 많았던 취임 이후의 소회와 정치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2012년 대선 등 정치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는 이도운 정치부장과 대담 형식으로 서울 서교동 강원도민회관 4층 회의실에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강원지사 강원지사가 중앙 정치권에서 크게 주목받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사가 당선되고 나서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가.  -강원도는 대륙 국가로 가는 전진기지다. 올해 23개국을 다룬 ‘세계 흥망사’라는 책을 내려고 한다.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와 남북을 관통하는 철도 문제, 중국·러시아의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때 신성장 동력이 나온다. 서울 중심의 서쪽으로 기울어진 배가 동쪽으로 균형을 잡는 극동아시아 시대가 온다. 지금은 강원도의 역사가 부상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국가 및 강원도의 발전 전략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에서 흔한 말로 ‘호남은 푸대접, 강원도는 무대접’이라고 한다. 현 정권의 내각과 청와대 수석에 강원도 출신 없다. 도민들이 지역 차별을 느끼나.  -있는 것 같다. 참여정부만 해도 강원도 출신 장·차관들이 많았는데 현 정권에는 아무도 없어 안타까움이 많은 것 같다. 1년에 9000만여명이 강원도에 온다. 우리가 더 잘하면 그 분들이 강원도를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상고심 27일 대법원 판결이 이 지사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나.  -잘 될거라 본다. 기본적으로 불교 경전에 나오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 상황을 더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한다. 증거가 없고 , 궁박한 처지에 있는 한 사람 말에 따라 유·무죄 결정이 났는데 이미 그중에서도 절반 정도가 무죄가 난 상황이다. 여당 의원들은 무죄가 났고, 나는 절반의 혐의에 대해 무죄가 났다. 더 결정적으로는 재판정에 박연차 씨가 나와 진술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재판장이 불러주지 않은 것도 문제다. 더군다나 한 차례가 아니고, 대여섯 차례에 걸쳐 돈을 10억원 넘게 거절한 건 내가 유일한 사람이다. 잘 될 거라 본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건가.  -백척간두 위에서 항상 진일보하는 인생을 살아왔고 잘 될 거라 본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털고 지사직에 전념할 건가, 아니면 ‘정치적 탄압’이라는 부분을 짚고 넘어갈 건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불리한 상황이 극복되기를 희망한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상처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한 세상 살다가는 건데 내가 선한 생각만 갖고 살아도 세상을 구제 못하는데 남을 해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됐을 때 수많은 제보가 쏟아졌다. 이런 저런 정보들이 많았지만 사람을 해할 수 있는 건 하지 말자고 했다. 유죄가 확정되면 10년 동안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정치인 이광재의 미래는.  -정치인 이광재까지는 모르겠지만 잘 풀릴 거라 본다. 항상 새로운 미래에 도전했고 항상 시련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많았다. 내 운명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항상 웃는 그런 날 보고 근거없는 낙관주의자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엔 내 말이 맞았다. (유죄 파기환송될 경우) 시한부 임기인데 도정의 안정성을 해치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죄를 확신한다. 취임 이후 직무가 정지되는 어려운 와중에서도 짧은 기간 동안 빠른 속도로 도정이 안정됐고 변화됐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정 업무는 훨씬 더 강화되고 추진 속도가 붙을 거라고 본다. 언론에서 박시환 대법관과 이 지사의 관계를 부각시키는데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나.  -모르겠다. 박시환·신영철·안대희 대법관과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박시환 대법관과 만난 적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회·행정·사법 등 삼권이 분리돼 있고 내 처지로 볼 때 공정하게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엄기영 전 MBC 사장이 열심히 지역을 돌고 있다는데 어떤가. 엄 사장이 당선가능성 있나.  -내가 알 수가 있나. 어쨌든 엄 사장한테 내가 인간적으로, 정치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을 가야될 것 같다. 그런데 그 분이 나에게는 정치를 안 한다고 했는데. 언론인의 길을 가고 싶다고 그렇게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구제역 판결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영향을 주게 되나. 아니면 동계올림픽 유치가 판결에 영향을 줄까.  -그건 모르겠다. 오는 7월 6일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유치돼야 한다. 연평도 사건도 그렇고 서민들의 생계도 어려워 국민들이 힘 빠져 있다. 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 선수가 우승해 희망을 줬는데 이번에 평창이 희망을 줄 필요가 있다. 강원도는 이미 두 번이나 울었다. 이번에는 강원도 ‘감자바우’들이 하는 일도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신화를 써야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지 않을까. 꼭 될 거라고 본다. 이건희 삼성회장이 유치활동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줬나.  -IOC위원회에서 워낙 평이 좋으시고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IOC내 존경받는 분이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고심이 많은데 강원도 민심은 어떤가.  -구제역 현장을 돌아보면서 느끼는 건 이제 우리나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돼야 할 단계에 왔다는 거다. 첫째, 앞으로 질병이 위기관리 시스템 차원에서 관리될 필요가 있다. 둘째, 아직 구제역 연구소조차 없다. 미국은 케네디대통령이 1961년에 만들었는데 우리는 백신조차 만들어내지 못하고 영국에 연락해서 공급받고 백신 자체도 모자란다. 구제역 연구소를 국가 차원에서 만들 필요가 있고 전반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 셋째, 가축을 키울 때 근본적인 전환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오스트리아에 가보니 동물을 일정 기간 이상 가둬서 키우지 않았다. 초지에서 방목하고, 불가피하게 가둬놓고 키우면 철저히 관리한다.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구제역을 막는 것과 시장을 활성화 시켜 농민에게 도움을 주는 건 다른 문제다. 강원도는 빨리 출하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다들 재래시장에 못 나와 물건을 못 파니까 어렵다. 어차피 제수 상품을 사야 하니까 도청 공무원 월급의 일정액을 떼서 대대적인 상품권 구매운동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직 우리는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새끼가 젖을 물면 1분 이내에 쓰러지는데 오랫동안 버티다 쓰러지는 소를 보며 또 한번 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할 때가 왔다는 걸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다. ●참여정부와 고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는 성공했다고 보나 실패했다고 보나.  -절반의 성공이 있었고, 절반의 실패가 있었다. 절반의 성공은.  -깨끗한 정치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서민 대통령이었고 권위주의 타파했고, 지역균형발전도 이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는 것은 ‘자기 지지자와 싸울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문제에 대한 대응을 아주 높게 평가한다. 용산 미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대추리 문제를 극복하고 수십년간 적체됐던 방폐장 문제도 박수 받고 해결했다. 천성산 터널 문제도 해결됐다. 모든 것은 자기 지지자들과 했던 싸움이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지 않고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나. 진보라고 진보의 정책을 다 쓸 수 없고, 보수라고 보수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대통령은 중간을 가게 돼 있다. 내가 청와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방폐장 문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약체 정권인데 지지자들과 싸워서 별로 얻을 게 없다’라고 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이 ‘그럴 바에 왜 대통령을 하나. 내가 있을 때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돌파해야 나라가 진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것, 이것이 가장 의미있다고 본다. 절반의 실패는 무엇인가.  -우리가 갖고 있던 세력에 비해 너무 큰 어젠다를 가졌고, 또 너무 상처가 났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만 해도 세번의 선거 동안 내건 공약이었는데도 헌법재판소까지 갔다가 뒤집혀 다시 이번 국회로 오게 됐다. 노 대통령은 정치가보다 사상가적인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자신의 힘에 비해 너무 거대한 어젠다를 세웠다.하지만 행복도시를 통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거대한 화두의 일부를 내보였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적통을 잇는 정치인은.  -아, 그런 사람 또 있을까. 노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또다른 사람이다. 노 대통령을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적통이라기 보다 제 3의 무엇이 있지 않을까. 결국 진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참여정부가 만들었던 청와대와 정부 조직시스템을 현 정부가 많이 바꿨다. 잘했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한 부분은.  -참여정부가 했던 시스템을 현 정부가 다 반대하다가 다시 돌아갔다. 홍보수석 폐지했다가 다시 만들고, 인사수석·위기관리 시스템도 다 복구했다. 존재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존재한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없다. 노 대통령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공직자와 수많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런 시스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현 정권 들어 항상 인사 문제가 불거지고, 위기관리 체제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런 문제 볼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나도 전임 도지사를 절대 비판하지 않고 다 안고 있다. 차차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한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하고 일은 혁신적으로 한다. 책을 쓰면서 23개국을 연구해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은 제조업이 강하고 기술이 강해야 나라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과 정보통신부가 없어지는 걸 보며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 결국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앨빈 토플러가 ‘미국 대통령 되면 미국을 얼마나 변화시킬까. 5% 정도다’라고 말했다. 실제 많은 걸 못 바꾼다. 오히려 기존 것을 인정하고 내가 아주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매달려서 임기를 마치는 게 올바른 태도다. 노 대통령을 추모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어떤 이유라고 보나.  -요즘 주말이면 봉하마을에 1만명이 온다고 한다. 놀랍다.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얼굴을 한 대통령,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 서민 대통령.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1988년 5공 비리 청문회를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은 어쨌든 법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법을 배워야 한다, 리걸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면서 아침 7시에 불러 헌법 공부를 시켰다. 집이 인천이라 국회 근처에 방을 잡고 밤새며 일을 했다. 청문회에서 대단한 국민적 사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나 글은 굉장히 쉽다. 어디서 이렇게 보통 사람이 살아가는 언어를 배웠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변호사들이 판·검사를 접대하는 문화가 있었는데 그걸 하지 말자고 했다. 그 뒤 사건이 안 들어와서 직접 상담을 했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인생이 말야, 남녀가 모든 걸 버리며 사랑하다가도 막상 헤어지고 나면 1만원짜리 하나 갖고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 듣고 확 와닿는 느낌이 있었다. 처음 대정부 질의 원고가 굉장히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자기 원고를 스스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들으면서 이 사람은 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면 대통령을 만들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갖고 있다가 1992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하면서 호남 사람들 이 의원회관실로 울며 전화하더니 애를 더 낳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영남 사람이지만 이렇게 나라가 분열되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걸 말씀드렸고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자고 하니 나가도 되겠냐고 되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을 치르면서 최고위원 선거 준비했고 대선 나간다고 계획 세웠다. 1993년 12월 결혼하고 신혼여행 가서 완전히 생각을 굳혔다. 갔다 와서 안희정 씨를 만나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선에서 낙선한 처지라 현역 국회의원 대상으로 계보 만들기가 어려우니 지방자치 실무연구소를 만들고 싱크탱크를 만들자고 했다.  노 대통령에게 가장 감동을 받은 건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인이고 권력을 행사하기 보다는 봉사하는 태도,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 그게 가장 좋았다. 노 대통령은 계속 투쟁하는 정치인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싸움은.  -아마 언론과의 관계가 가장 힘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가슴 아픈 일이었다. 이런 농담이 있다. 언론과 부인과 성직자와는 싸우지 말라는. 양면성이 있다. 분노는 사랑에서 나온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 노동자와 서민을 변호하는 활동을 많이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이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냐고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랬더니 노 대통령이 ‘나도 대한민국 사법고시에서 50명 뽑을 때 된 사람이다. 판사도 됐고 기득권 세력이다. 그러나 국회라는 게 뭐냐, 나같은 사람이 나서서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줘야 균형을 잡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뭐 쉬운 길을 가냐. 나는 뭐 좋냐. 내가 무슨 바보냐’고 했다. 항상 유대인에 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처음에 공산주의자 나치가 공산주의자 선언할 때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기에 가만 있었다, 그러나 나치가 나를 체포하러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강연에서 많이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정세분석 하지 말라고 했다. 참모들은 참아야 기회가 온다고 조언하는데 ‘내가 왜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은 안 하냐’고 따졌다. 이러면 참모들은 힘들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 15대 총선 종로에서 떨어지고 정말 막막했다. 두 번 떨어지고 나서 내가 노 대통령에게 종로로 가자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 이명박·이종찬 후보에게 다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이기고 지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대한민국 정치 1번지에서 의미있는 전사를 해도 정치인은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그랬다. 천신만고 끝에 현역이 됐다. 그 뒤에 부산에 가겠다는 거다. 왜 거기로 가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은 무엇이 되는 걸 생각하는데 도구가 된다고 생각하라’고 했다.  나는 사람을 사랑한 한 남자를 사랑했고 그 분이 계속 어려우니까 떠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좋을 때 떠나지, 어려울 때 못 떠난다. 계속 같이 있다 보니 내가 세속적인 출세를 한 거다. 내가 큰 역량이 있어서가 아니다. 인터뷰하러 오면서 택시 기사가 하는 말이 ‘노 대통령이 어려워지니 사람들이 다 돌아서더라.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 때 심정이 어땠나.  -노 대통령은 스스로 ‘경계인’이라고 했다. 변호사로서 대한민국 기득권에 진입했지만 인권변호사가 됐고, 경상도 사람으로 민주당에 소속돼 호남 가면 영남 사람, 영남 가면 배신자라고 했다. 이런 얘기할 때 가슴 아팠다. 항상 빈 들에 서 있는 노무현을 봤다. 제일 중요한 게 의리라고 생각한다. (믿었던 사람들이 돌아서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렇게 노 대통령을 비판하다 서거하고 나서 국민적인 열기가 있으니까. 좀 정치가 담백했으면 좋겠다. ●386과 486 참여정부에 많은 386세대들이 정권에 참여했다. 국가를 장악할 준비가 돼 있었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 정부가 아마추어 정권이라 폄하하기 위해 그런 말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다. 노 대통령도 50대 중반이었고 386이라 해봐야 전체 비서관 중에 나와 천호선 비서관 둘 빼면 58년 개띠가 12명이나 됐다. 이 사람들이 주력 부대였다. 수석이 대체로 50대 중반, 노 대통령과 같거나 조금 많거나 적었다.  또 김종필 총재가 30대에 공화당 의장하지 않았나. 미국 대통령 나이가 평균 53.1세다. 미국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 세 번 오는데 공황기, 동서 냉전기, 신자유주의 물결이 들어서기 직전이다. 한번은 루즈벨트, 한번은 케네디, 한번은 클린턴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초반의 대통령이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얼마만큼의 준비가 돼 있느냐, 내적 역량이 강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  정리하자면 너무 과하게 폄하하려 하는 의도 속에서 본질에 맞지 않는 비난이 있었고, 나이만으로 모든 걸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 당시 나쁜 배합 아니었다. 386 정치인들은 현재 공통된 지향점이 있나.  -세대 에너지가 있다고 본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한 40대 기수론이 먹혔던 것은 그 당시 세대들은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때 8·15와 6·25 전쟁을 치렀다. 석회석과 다이아몬드는 성분이 똑같다. 그런데 어떤 압축과 고열과정 겪느냐에 따라 석회석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기도 한다. 6·25 전쟁과 8·15 해방을 겪으면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명력이 얼마나 강하겠나. 그 에너지가 있었기에 40대 기수론이 가능했고 살아가는 힘이 있었기에 전쟁의 잿더미에서 살아보자는 열망이 가능했다. 박정희라는 지도자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경제 발전도 가능했다.  데모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 80년대 광주가 얼마나 가슴 아팠나. 데모를 하든 안 하든 척박한 현실에 몸으로 앞서 나간 사람, 마음으로 동조한 세대가 386이다. 수백만이다. 학생운동 한 사람은 극히 소수다. 386으로 폄하될 일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한 시대를 타개해 나가려 했던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중에 학생 운동 한 사람들은 소수였다. 당시 70만명씩 대학갈 때다. 80년대 학번부터 87년까지 보면 490만명의 대졸자를 갖고 있다. 취직을 많이 못해서 문화운동을 이끈 사람들도 이 주류들이다. 강한 386에너지가 있다. 운동만 한 386이 아니고, 80년대라는 군사독재 시절을 살아간 강력한 에너지가 존재한다. 이제 486이라고 하는데 용어는 어떤가. 386 상징성 때문에 쓰는 게 낫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본다. 세대 에너지를 좀더 얘기하자면 68년도에 유럽의 학생운동을 이끈 6·8세대들이 다 유럽의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세대 에너지가 강하다고 본다.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나처럼 못난 사람이 정치하게 되면서 정치권에 대해 조금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는데 부채 의식을 느낀다. 그러나 386 세대는 충분히 의미있는 세대다. 40대가 우리 경제의 주류 아닌가. 회사의 과장, 부장으로 일하면서 사회와 경제를 끌고 가는 강력한 세대다. 내가 그 세대가 갖고 있는 에너지 만큼 못한 게 미안하다. 올해 70세 넘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영화제위원장을 강원도 문화예술제전 이사장으로 모셨다. 김 위원장은 1년 반을 해외에 있었다. 20대 청년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세대간 벽을 두기보다 신구 조화를 강력히 꾀해야 할 때다. 중국이란 나라의 역동적 힘은 젊은 사람을 키워주고 권력자들은 전 정권 권력자들과 협력하고 타협하는 데서 나온다. 난 이것이 오늘날 중국의 강력한 동력이라 본다. ●친노세력 김두관 경남지사가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의 지분 60%은 노 대통령에게, 나머지 40%는 안희정·이광재 지사가 반반 가지고 있다고 했다. 동의하나.  -과분하다. 내가 노 대통령과 가장 오래 있었고, 노 대통령의 가족과 영원히 함께 해야 하는 게 내 숙제다. 참여정부에 빚을 많이 지고 있다. 빚을 많이 갚아야 할 처지에 있는데 지분이 어디 있겠나. 부채를 떠맡기 싫어서 지분을 안 가지려는 건 아닌가.  -사람이 사는데 의리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사랑했기에 대통령을 만들어겠다고 생각했고 또 그건 변함없다. 386세대에 미안한 것은 나를 많이 사랑했던 분들에게 내가 모자란 점이 많다는 것이다. 갚아야 한다. 이 지사, 안희정 지사, 김두관 지사, 유시민 전 장관, 문재인 비서실장 중에서노 대통령은 누구를 인간적으로 제일 좋아했나.  -문재인 실장이다. 그러니까 민정수석도 시키고, 비서실장도 시키지(웃음) 문 실장은 언젠가 정치를 할 거라고 보나.  -(한참을 생각하다)잘 모르겠지만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변호사가 잘 경선했으면 좋겠다.(웃음) 정세균·정동영 최고위원도 함께 경선했으면 좋겠다. 김두관 지사 말을 들어보면 유시민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지분 없나.  -그렇지는 않다. 노 대통령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특별한 애정 가졌던 분이다. 지금 민주당은 아니니까. 지사 제외하고 나머지 분 중 정치적인 지도자로서 재능이나 역량은 누가 낫나.  -여태까지는 노 대통령의 그늘 속에 있었고 이제 처음으로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시험대 위에 오른 거다. 중요한 건 본인의 비전과 경영능력에서 시작되는 거다. 지금은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기라고 본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 5명 가운데 누가 대표 주자로 출마하면 좋을까. 문재인 실장인가.  -손 대표, 문 실장, 정동영 최고위원도 하겠지. 안희정 지사와는 경쟁 관계인가.  -둘다 의미있는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일자리, 교육, 복지 세 가지 영역에 지사직을 걸었다. 안 지사나 김 지사나 나나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 정치가는 희망을 파는 상인인데 국민들은 너무 위대하고 똑똑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모든 걸 다 걸고 전력투구해야 할 시기 아닌가. 그래야 정치를 얘기할 수 있다. 난 분명히 그렇게 할 거다. ●정치 현안 개헌 얘기가 계속 나온다. 이 지사의 생각은.  -도 지사가 그런 얘기도 해야 하나(웃음). 개헌은 해야 하지만 노 대통령이 개헌하자고 했을 때 해야 했는데 그게 아쉽다. 노 대통령이 하자고 했던 시기에 했으면 전체 대통령의 임기나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텐데 시점을 놓쳐버렸다. 이미 권력 후반기다. 국회의원 임기도 얼마 안 남았다. 어떤 개헌 방향이 필요한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시기를 놓쳐버렸다. 그런데도 여당에서 개헌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 개헌 이슈가 한동안 갈 것 같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전 보면서 거대한 힘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한나라당 원희룡·남경필 의원 등 60년대생 시도 지사들과 여야를 떠나 진짜 대한민국 문제에 천착하는 모임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지금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내년은 세계사적으로 명운을 가르는 해다. 북한은 권력 교체기고 우리는 대통령 선거다. 중국 지도자가 바뀐다. 러시아와 미국의 대통령 선거 있다. 아시아 전반에도 남북 문제를 둘러싼 큰 틀의 변화가 오는 시기다. 남북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가 대한민국 명운을 끌고 갈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길도 계획이라는게, 나진선봉으로 바다로 나오는 것이다. 내년 10월되면 푸틴 대통령이 만든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가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린다. 얼마 전에는 몽골의 석탄을 한·중·러가 철도를 놔주는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몽골 자원이 동해안으로 나오게 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캄차카 반도 위로 북극 항로가 100~120일 열린다. 남북 정세 변화와 에너지 자원 문제를 둘러싼 극동의 관리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한국 10~20년을 좌우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권 전체가 천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 투구하고 여야를 떠나 내년 10월 APEC 의제는 단연코 남북의 정세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관리할 거냐, 북한을 경유하는 철도는 어떻게 될 거냐, 몽골·북한의 엄청난 광물 자원 어떻게 가져갈 거냐, 북한 물류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 낼 거냐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극동아시아의 변화에 여야를 떠나 모든 정파가 외교에 진력해야 한다. 130년 전 구한말 상황이 온 것이다. 강원도가 여기에 한 축이 있다. 지사직을 걸었다.  무상복지 논란을 얘기를 많이 하는데 복지 하면 무상이다. 그런데 성장 없는 복지가 어디 있고,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성장이 어디 있나. 지금처럼 주택 문제,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2020년 저출산 고령화 상황에서 성장률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그 동안 성장동력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서민들을 어떻게 할 건가를 놓고 머리 맞댈 일이지 지금 개헌으로 지지고 볶아서야 되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50%를 웃돈다. 100점 만점에 몇점 정도 주겠나.  -글쎄. 난 통일보단 평화를 원한다.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서민경제 부분에 집중해줬으면 한다. 지금 서민들이 살기 너무 어렵다. 고용없는 성장과 거대한 눈부신 지표는 존재하는데 서민 삶은 거기에 없다. 임기 마지막에 두 가지를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70%면 어떻고 30%면 어떤가. 어차피 대통령인데. 물론 국민 원성 사면 안 되지만 너무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를 역사와 승부하면서 자기 지지자와 싸우는 게 중요하다.. 평화보다 통일 원하는 거 맞나.  -그럼, 당장의 통일보다는 평화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점수를 매긴다면. 지지율 조사하면 어느 정도.  -한 50% 나올 거다.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중에 가장 잘못하는 것 하나를 꼽는다면.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이야기에 로마의 번성 요인에 관한 글이 있는데 하나는 포용이다. 로마가 일어났던 건 이민족에 대한 포용, 로마인이 아닌데도 시민권을 주고 외부 사람도 황제가 될 수 있게 했다. 두번째 통합이다. 국민통합이란 건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고 생존의 전략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잘 되고 서민경제가 잘 된다. 내년 10월 APEC 정상회담을 반드시 국가의 전 역량을 모아야 한다. 틀의 변화는 임기 후반기에 있다. ●민주당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당의 3대 무상 정책에 찬성하나.  -일자리, 교육 문제를 통해 건강한 중산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게 국가 전체적으로 복지다. 이를 어떻게 끌고 갈 거냐의 문제와 또 하나는 진짜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의 문제를 같이 생각해야 한다.  강원도는 이렇게 정했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투자, 들어오는 기업에 특혜를 확실히 주겠다는 게 내 주장이다. 상장 회사 3개를 유치했다. 일자리 만드는 부분을 해 나가는 거다. 교육 분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와 중국어를, 강릉 영동지역은 영어와 러시아를 시범학교를 정해 집중할 생각이다. 연세대학교 초·중·고를 원주에 만든다든지 해서 교육 부분을 굉장히 강화하려 한다. 복지 예산은 늘었는데 많은 걸 못한다. 시범사업을 해보는 거다. 시범사업을 해서 내 가설이 맞으면 확대하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 2018년 돼야 연금시대 열린다. 2018년에 연금 받을 정도로 연세드신 분은 노후 준비가 안돼 있다. 경로당에 집중하자. 복지의 인프라라고 생각하면 경로당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  소 한마리에 200만원, 키우면 한 달에 1만 5000원을 준다. 100마리를 키우면 150만원인데 이걸 경로당 짓는데 쓰자. 소가 새끼 낳으면 소 한마리 800만~1000만원 하는데 그 돈으로 경로당을 도와줄 수 있다. 3년 지나면 소를 팔고 송아지 한 마리가 생긴다. 증식의 모델을 만드는 거다. 농촌형 복지다. 이걸 시범사업으로 해서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부모가 있으면 세액공제를 받는다. 그러지 말고 효도통장을 만들어 부모님에게 일정액을 자식 월급에서 10만원 떼 주자.  노인들 쓰레기 줍는거 말고 유럽처럼 꽃을 가꾸게 하고, 도시형 같은 경우 할아버지들이 도시의 쓰레기, 명함 등을 수거해오면 계산해서 주고 경로당 운영비를 주고 그렇게 해보면 어떨까.  논쟁할 때 서로 존중할 필요있다. 인간이 제도로 만들어낸 게 투표(정치)와 화폐(경제)다. 성장과 불평등은 쌍둥이 자식이다. 경제에서 성장은 미덕이다. 그러나 결과는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걸 해소하려는 게 평등이고, 그게 정치다.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에 서로 닮으려고 한다. 이기적, 이타적 유전자가 큰 논란을 일으키는데 성장과 복지라는게 그런 측면이 있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철학적인 답변이다. 손학규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리더십에 만족하나.  -내가 그것까지 얘기할 건 아닌 것 같은데.(웃음) 가급적 일에 몰두하는 편이고 강원도 일에 성과를 내는 게 도리인 것 같다. 여의도와 정치판을 기웃거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정보도 없다. ●2012년 대선 2012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도정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일자리, 교육, 복지라고 본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동북아의 평화 정세와 물류 문제에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극동아시아가 천연가스 50%를 갖고 있다. 북한도 그렇다. 철길, 뱃길로 어떻게 연결해서 해나갈 건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한국 신성장 동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선호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대세론이 강한데 야당이 박 전 대표를 넘기 어렵다고 보나.  -박 전 대표는 좋은 분이다. 지난 번 경선에서 졌을 때 깨끗하게 승복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때 이미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고 본다. 국민 마음 속에 섰다. 앞으로 점점 더 비즈니스 대통령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국민들은 예측가능한 미래와 예측가능한 대통령을 원하고 세계 속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대통령을 원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는 영국에서 공부도 했고 도지사도 했고, 장관도 했고, 비교적 안정감 있고 예측가능한 미래의 좋은 후보라 생각한다. 박 전 대표와 손 대표(문재인 실장도 경선에 나설지 안 나설지 모르겠지만) 두 분의 멋진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박 전 대표는 무리없이한나라당 후보가 될 거라 보나.  -박 전 대표가 되는 게 순리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표와 일 대 일로 붙어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그걸 말할 수 있나. 하지만 이런 것 같다. 내가 지지도 마이너스 23%였다가 플러스 13%로 이겼다. 박연차 게이트로 찜찜한 게 있으면 국회의원 안 나갔다. 내가 감옥갔을 때 강원도민들이 사랑으로 모든 걸 거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은 말을 많이 듣는 사람, 애정을 갖고 있는사람이 승리자가 된다고 본다. 거기서 에너지가 나온다. 선거를 예단할 수 없다. 내가 이길 거라고 누가 봤겠나. 노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다음 대선에서 공통된 표심을 가질 수 있을까.  -분명한 건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누가 됐든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사람은 이젠 예측가능한 미래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인 이광재 이념적으로 진보인가, 보수인가.  -나는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고 진화를 선택했다. 난 항상 오류가 있다. 오류를 빨리 극복할 수있는 시스템을 갖는 게 진정한 진화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정치판이 온통 좌파 우파니 하는데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면 정치 기반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경제 발전만 봐도 갈라놓고 싸우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1950년대 소위 소련 체제가 경제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뤘다. 미국이 과학자 양성을 위해 수월성 학교교육으로 완전히 바꿨다. 70년대 들어 유럽형 복지모델이 얼마나 강력한 성장모델 됐나. 제 3세계 아시아의 용들은 독재국가라는 비판받으면서도 얼마나 성장했나. 미국 경제도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융성했나. 그러나 이제는 서서히 어려움을 겪지 않나. 경제 발전만 봐도 이렇듯 신자유주의부터 소련체제, 복지국가 모델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왔는데 어떻게 이것이 옳다고 하나. 역사가 말하지만 진보 보수 관점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공존하려는 통합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경제사 이론을 보더라도 국가의 시장 개입이 진보였는데 한때는 개입하지 않는 게 진보였다가 지금은 또 개입하려고 하지 않나. 위대한 사상가들은 모르겠지만 정치로 얘기하면 진보 보수, 좌파 우파는 황당한 얘기다. 개인적으로 아주 공감한다. 언론관은 노 대통령과 같나.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해왔다. 내가 노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이었는데 모시는 사람은 자기 일이 없는 거다. 노 대통령 모실 때 문고리 잡고 인의 장막을 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을 소개했지만 내 스스로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서도 근무했는데 공무원과 사이는 어땠나.  -잘 지내는 편이다. 국정상황실장 할 때 부처 고시 성적 최고였던 분들과 일했다. 공무원들은 유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이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은 처음에 무슨 얘기하면 안 된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취지를 잘 설명하면 반드시 답을 찾아온다. 유능하다. 인사는 보수적으로, 일은 혁신적으로 하는데 사람을 너무 자주 바꾸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를 어떻게 끌어 올리느냐가 중요하다. 아침 운동을 과장이랑 걷고, 국장이랑 밥을 먹고, 한 사람씩 알아가고 있다. 조직은 마음으로 일하는 거지 명령으로 일하는 게 아니다. 공무원들에게 나한테 충성하지 말고 강원도민에게 충성하라고 한다. 종교가 불교다. 정치에 영향을 미치나.  -잘 모르겠다. 로마의 멸망 원인 중 하나가 종교 탄압이다. 인도와 무굴제국이 가장 왕성한 때는 다른 종교를 모두 허용했을 때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프란체스카 수도사가 한 말이 너무 와닿는다. 5세기 때 쓴 책인가. ‘수도원의 역사’란 책에서 넌 왜 풀이나 바위와 나무에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느냐, 왜 인간만 영혼이 있다고 보냐. 나무에도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말이 있다. 칭기스칸 아들은 신이 10가지 손가락을 준 이유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종교를 핍박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했다. 참여정부 실세라 강원도 예산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나.  -그렇다. 많이 따려고 노력했다. 국회 와서 처음한 게 내가 담당하는 산하기관을 전부 돈 것이다. 예산 딸 때 사무관, 과장부터 일일이 다 설득한다. 그래서 예산을 따는 거다. 물론 힘이 든다. 담당 사무관이 제일 중요하다. 수백대 일의 경쟁력을 뚫은 공직자를 설득해야 생명력을 갖고 일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 결정하면 정권이 바뀌면 가위표가 된다. 생명력 있게 일관성 갖고 정책을 유지하려면 주무 사무관과 과장의 확신을 얻어내야 한다. 강원도가 보수적인데 왜 이 지사를 유권자들이 선택했다고 보나.  -강원도를 위해 일을 잘할 것 같다는 것과 또 하나는 청와대의 국정상황실장을 해봐서 국가도 좀 알고 국회의원도 두번 해서 국회도 알고 그래서 도지사 시켜 강원도를 위해 일 시킨 다음에 강원도를 대표하는 인물을 키워야겠다는 거 아니겠나. 내가 선거 때 마지막 연설에서 ‘청와대 국정경험,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10년이 지나면 대통령에 나가겠다’고 한 연설이 시청률 20%까지 올라갔다. 10분짜리 연설인데 나도 놀랐다. 인구는 적은데 적이 없는 데가 강원도다. 이광재를 키워 대통령까지 가보자는 열망이 컸던 거 같다. 10년 후 대통령 나올 건가.  -도 지사를 잘해야 한다. 난 정말 강원도민에게 큰 신세를 졌다. 강원도지사로 최선을 다해서 성과를 내고 싶다. 그것 외에는 뭐. 대통령을 옆에서 많이 봤고 그 자리가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안다. 자리를 탐할 일은 아니다. 지금은 강원도 일에 욕심을 내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도지사 선거 때 이광재 지사가 정말 연설을 잘하더라고 하더라. 얼마 전에도 차기 대선에서 이광재는 왜 안 되고 김두관은 왜 안되겠느냐고 하더라. 10년 약속이 5년으로 당겨질 수도 있나.  -나는 산에서 잘 잔다. 산에서 자면 바람소리가 들린다. 바람도 다 자기 가는 길이 있다. 큰 배가 가는 바다에도 길이 있다. 넓은 창공 같지만 두루미도 가는 길이 있다. 너무 삶에 애달복달 말고 주어진 일에 하루하루 살면서 그 길을 가는 거다. 내가 너무 노 대통령과 어렸을 적부터 큰 일을 하다보니 세상 사는 게 담담해졌다고나 할까. 만약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노 대통령 같은 사람 될까.  -왜 그러나. 강원도를 위해 일해야 한다. 안희정·김두관 지사도 성공해서 나중에 대통령 선거 나와서 멋있게 경쟁하고, 멋있게 후보 단일화하고, 그것도 멋진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지사 일을 잘해야 한다.  정리 구혜영·강주리기자 koohy@seoul.co.kr
  • [아시안컵] ‘전설’ 7번·12번 28일 유종의 미?

    [아시안컵] ‘전설’ 7번·12번 28일 유종의 미?

    ‘초롱이’ 이영표(34·알 힐랄)와 ‘산소탱크’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없는 축구대표팀은 상상하기 힘들다. 강산이 변하는 동안 한결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주름잡았던 두 레전드. 28일 밤 12시에 벌어질 아시안컵 3·4위전은 이들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무대일 가능성이 크다. 박지성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때부터 “아시안컵 우승 후 은퇴”를 말해 왔고, 이영표는 한·일전이 끝난 뒤 “이미 마음을 정했다.”고 선언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2015년 아시안컵 본선진출권 획득 외에도 ‘전설들’의 마지막 경기로 관심을 끈다. 조광래 감독은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최강의 멤버를 구성해 꼭 이기겠다.”고 밝혔다. 이영표와 박지성의 대표팀 은퇴는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시점이 3·4위전 직후가 될지, 아니면 새달 9일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와의 A매치 이후가 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둘을 빅리그로 이끌어준 히딩크 감독과의 대결이 마지막이라면 더욱 극적일 수 있다. 시점을 조율할 여지가 있을 뿐, 시간문제라는 얘기. ●새달 터키전까지 뛸 수도 이영표는 1999년 멕시코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의 터줏대감이 됐다. 세번의 월드컵과 세번의 아시안컵에 참가했다. 헛다리 짚기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유린하는 모습은 축구팬들에게 짜릿한 전율을 안겼다. 이영표는 A매치 126경기 출전으로 홍명보(136경기), 이운재(132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우즈베키스탄전까지 나서면 한국인 아시안컵 최다출전(16경기) 기록을 세운다. 한국 나이로 어느덧 35살. 이영표는 “내가 있을 때 우승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좋은 후배들이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우승할 것”이라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2000년 태극마크를 단 박지성은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축구의 자부심’이다. 역시 세번의 월드컵에 출전, 모두 득점포를 쏘며 한국축구사에 한획을 그었다. 지난 한·일전에서 A매치 100경기를 채우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했다. 의욕을 불태웠던 ‘아시안컵 트로피’는 불발됐지만, 더없는 헌신으로 귀감이 됐다. ●컨디션 난조 지성 출전 불투명 결승은 아니지만, ‘베스트 11’의 뼈대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지동원(전남)·이청용(볼턴)·기성용(셀틱)·이용래(수원)·차두리(셀틱) 등이 스타팅으로 나설 예정. 중앙수비에는 경고누적으로 뛰지 못했던 이정수(알 사드)가 황재원(수원)과 짝을 이뤄 투입된다. 다만, 강한 의욕을 보이던 ‘캡틴’ 박지성의 출전은 불투명하다. 조 감독은 27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컨디션이 별로라고 하더라. 무릎에 물이 차는 정도는 아닌데….”라고 했다. 두 경기 연속 빡빡한 연장승부를 치르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온 것으로 보인다. 조 감독은 “박지성과 이영표는 세계 어떤 선수보다 성실하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모든 것을 팀에 바칠 수 있는 선수들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말했다. ‘살아 있는 전설’ 이영표·박지성에게 더욱 특별한 우즈베키스탄전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시안컵] 세리머니 논란에 기성용 “선수이기 전 대한민국 국민”

    [아시안컵] 세리머니 논란에 기성용 “선수이기 전 대한민국 국민”

    한국과 일본은 25일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명승부를 펼쳤다. 그러나 두 나라 다 도가 지나친 상대팀 깎아내리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기성용(22·셀틱)이 일본을 비하하는 듯한 ‘원숭이 세리머니’를 펼치는가 하면, 일부 일본 응원단은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김연아 악마 가면’을 들고 나왔다. 기성용은 전반 23분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인중을 내밀고 한 손으로 얼굴을 긁으며 원숭이 흉내를 냈다.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이 일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 원숭이인 것을 감안하면 자칫 인종 차별적 세리머니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기성용은 경기 직후 세리머니에 대해 “별 의미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부 축구 팬은 “본인도 유럽에서 인종 차별로 인해 마음고생을 겪었으면서 그런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기성용은 세인트 존스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홈팬들의 원숭이 소리 야유를 들은 적이 있다.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중석에 있는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고 밝힌 그는 논란이 불거지자 “변명이라…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글을 추가로 올리기만 했다. 기성용의 지적처럼 일본 응원단은 경기장에 욱일승천기를 들고 나와 한국 축구 팬의 공분을 샀다. 욱일승천기는 일본 극우단체가 야스쿠니 신사 등에서 가두행진을 하거나 시위할 때 사용된다. 지난해 한·일 친선경기 때 등장했던 김연아 악마 가면도 이번 경기에 다시 나왔다. 이 가면은 국내 네티즌이 만든 김연아의 이미지를 무단 도용한 것으로, 네티즌들은 이것이 일본 전통 놀이 ‘이시마타라’를 따라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분노하고 있다. 이시마타라는 싫어하는 사람이나 악당의 모습을 가면으로 만들어 쓰고 욕하면 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놀이다. 네티즌들은 “경기에 진 것도 억울한데 일본 응원단을 보고 분노가 치솟았다.”는 등 온라인 게시판에 글을 쏟아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아시안컵] “미래를 봤다… 이젠 플랜B”

    [아시안컵] “미래를 봤다… 이젠 플랜B”

    26일 극적인 2-2 연장혈투에 이은 승부차기 0-3 패배로 끝난 일본과의 아시안컵 4강전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주심은 불공정했다. 연장 전반 납득하기 어려운 페널티킥 판정이나, 한국과 달리 일본의 거친 파울에는 카드를 극도로 아꼈던 모습 등은 단순히 한 경기에 그치지 않고 아시안컵 대회의 전반적인 수준을 낮췄다. ●편파판정 속 불굴의 투혼에 찬사 한국이 체력적 문제를 노출했던 것도 사실이다. 8강전까지 보여줬던 ‘원 사이드 게임’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했다. 패스 실수, 상황 판단이 어긋날 때가 많았다. 수비전환도 늦었다. 다만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던 태극전사들의 불굴의 투혼만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구자철(제주)-이용래(수원)-홍정호(제주)로 이어진 승부차기 키커 선택에도 아쉬움이 남았다. 경험이 적었다. 비록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사실 단기간에 보완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원하는 ‘조광래호’에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플랜B’다. 조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내놨던 베스트 11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조 감독이 그려 왔던 모습 그대로의 ‘패싱게임’을 그라운드 위에서 표현해냈다. 그런데 주전만 한 벤치멤버가 없었다. 기량이 모자란다는 말이 아니다. 조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교체로 들어간 뒤 선발 요원들과 패싱게임에 문제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경기 흐름에 모멘텀을 줬던 벤치멤버는 손흥민(함부르크)과 윤빛가람(경남)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알 힐랄), 기성용, 차두리(이상 셀틱), 이용래 등의 선발 요원들은 이란과의 8강전까지 쉴 수가 없었다. 이 같은 주전과 비주전의 차이가 결국 체력 고갈의 문제로 이어졌다. 그래서 아시안컵,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 3, 4일 짧게는 2일 간격으로 조별리그-토너먼트 경기가 이어지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플랜B, 즉 ‘또 다른’ 베스트 11이 필요한 것이다. 3년 뒤 브라질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만 만족하고 싶지 않다면, 또 이번 대회에서처럼 패스와 전진, 압박이 어우러진 패싱게임의 최대 난적인 ‘체력의 덫’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또 다른 베스트 11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세대교체는 계속 이어나가야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대목은 아직 한국 축구의 세대교체는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잠시 미뤄뒀던 세대교체 작업을 다시 이어 나가면서 완벽한 플랜A는 물론 이에 버금가는 플랜B도 만들어 낼 수 있다. 방법은 경쟁밖에 없다. 포지션에 상관없이 태극마크를 노리는 선수라면 누구든 자기 발전을 멈추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구자철, 지동원(전남)의 등장으로 ‘부동의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이 큰일 난 것처럼 말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호주오픈] “테니스 여제 이번엔 등극”

    인구 550만명의 덴마크에서 카롤리네 보즈니아키(21)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동화작가 안데르센 이후 모처럼 내세울 만한 월드스타다. 덴마크 출신으로 처음 테니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꽃미녀. 빈틈 없는 플레이에 동화 같은 이야기까지 곁들여졌다. 타블로이드지 메인은 툭하면 보즈니아키 차지다. 핏줄 자체부터 타고났다. 아버지 피터는 프로축구 선수였고, 어머니 안나는 배구선수로 폴란드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4살 많은 오빠 트릭 역시 축구선수. 그 속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보즈니아키는 “가족들과도 즐기기보단 지지 않으려고 했다. 코트로 끌고 나가 몇 시간씩 공을 쳤다.”고 회상했다. 10살 때 신동으로 방송을 탔다. 이듬해엔 덴마크 왕위계승자 프레드릭 크리스티안 왕자의 초대로 왕궁에서 왕자와 혼합복식을 치는 ‘꿈 같은 시간’을 보냈다. 이후 왕자는 윔블던 주니어대회를 찾아 직접 응원하고, 참가경비를 부담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응원을 등에 업은 보즈니아키는 13살에 국내대회를 평정하더니 20살이 된 지난해 10월 마침내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1위를 꿰찼다. 지난해에 WTA 투어 단식타이틀 6개를 챙겼다. 예쁘장한 선수들이 대개 그렇듯, 겉멋이 들 법도 하지만 보즈니아키는 ‘테니스 바보’다. 치장하고 연애하기보다 코트를 뛰어다니며 볼을 치는 게 마냥 좋단다. 잔디·클레이·하드 등 코트에 편식이 없는 게 강점. 178㎝, 58.2㎏으로 체격도 훌륭하다. 다만, 아직 메이저대회 타이틀이 없는 ‘무관의 여제’다. 여자부가 춘추전국시대로 불리는 것도 1위가 그랜드슬램 타이틀이 없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호주오픈 테니스(17~30일·멜버른)는 절호의 찬스다. ‘디펜딩챔피언’ 세리나 윌리엄스(4위·미국)가 부상으로 빠졌다. 보즈니아키는 히셀라 둘코(52위·아르헨티나)를 시작으로 바니아 킹(88위·미국)-도미니카 시불코바(32위·슬로바키아)-아나스타샤 세바스토바(46위·라트비아)-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7위·이탈리아)를 가뿐하게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4강 상대는 ‘황색돌풍’의 리나(11위·중국). 지금 기세라면 29일 결승에서 베라 즈보나레바(2위·러시아)-킴 클리스터스(3위·벨기에) 승자와 붙는 것도 초읽기다. ‘천재소녀’가 메이저 트로피에 입맞추며 ‘보즈니아키 시대’를 선포할 수 있을까. 동화의 엔딩이 궁금해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시안컵] 51년만의 ‘왕의 귀환’ 물거품… 28일 밤12시 3·4위전

    [아시안컵] 51년만의 ‘왕의 귀환’ 물거품… 28일 밤12시 3·4위전

    반전 드라마는 없었다. ‘왕의 귀환’도 없었다. 한국축구가 ‘숙명의 라이벌’ 일본에 무너졌다. 승부차기 끝에 패해 아쉬움은 더 컸다. “일본과의 차이는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던 호기로운 출사표는 공수표가 됐다. 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은 이번에도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25일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졌다. 왕의 귀환’을 선포했던 한국은 준우승을 차지했던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3년 만의 결승진출을 노렸지만 코앞에서 좌절했다. 한국은 28일 밤 12시 호주-우즈베키스탄 패자와 3·4위전을 치른다. 예선 없이 다음 대회에 자동으로 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한·일전다웠다. 그동안의 경기와 차원이 달랐다. 양국 모두 강력한 미드필드 압박으로 한치의 양보 없이 맞섰다. 태극전사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구자철(제주)-이청용(볼턴)을 축으로 원터치에 가까운 세밀한 패싱게임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 가 팽팽하게 맞섰다. 악몽 같았다. 아니, 연장전까지는 ‘이보다 더 짜릿할 수 없는’ 드라마였다. 한국은 전반 23분 기성용(셀틱)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기성용은 ‘원숭이 세리머니’로 스코틀랜드 팬들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동시에 일본도 긁었다. 그라운드는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전반 36분 마에다 료이치(주빌로 이와타)에 동점골을 내줘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전반 8분 호소가이 하지메(레버쿠젠)에 역전골을 내줬지만, 연장 종료 직전 황재원(수원)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차기까지 끌고갔다. 여기까진 완벽했다. 하지만 환희는 여기까지였다.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0-3으로 무력하게 졌다. 키커로 나선 구자철-이용래(수원)-홍정호(제주)의 슈팅이 모두 불발됐다. 일본은 3번째 키커로 나선 나카토모 유토(AC 체세나)만 실축했을 뿐, 혼다-오카자키 신지(시미즈 에스펄스)-나카토모가 차분히 골망을 흔들어 결승행을 확정 지었다. 두 베테랑은 ‘아마도 마지막일’ 아시안컵에서 입맛만 다셨다. 이날 A매치 100경기째 출장,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박지성은 열정을 불태웠던 아시안컵 우승트로피를 놓쳤다. 이영표(알 힐랄) 역시 15경기째 아시안컵 그라운드를 밟아 이운재(전남)·이동국(전북)이 갖고 있는 대회 최다출장과 타이를 이뤘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후반 37분 이청용 대신 들어간 막내 손흥민(함부르크)은 애처롭게 울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지성 ‘100번째 무대’ 우승 놓쳤다

    지성 ‘100번째 무대’ 우승 놓쳤다

    한국 축구의 ‘아이콘’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국제축구연맹(FIFA) 센추리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성은 25일 카타르 도하의 알 가파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컵 일본과의 4강전에 선발로 나오면서 FIFA가 인정하는 국가대표팀 간 A매치 출전 횟수 ‘100’을 채웠다. 한국에서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홍명보(13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6경기), 유상철(122경기), 차범근(121경기), 김태영(105경기), 황선홍(103경기)에 이어 박지성이 8번째다. 국가대표팀이 한 해 치를 수 있는 A매치가 10회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철저한 자기관리로 10년 이상 꾸준한 기량을 보여줘야 달성할 수 있는 대기록이다. 현재는 한국 축구의 상징적 존재가 됐지만 지난 2000년 4월 5일 동대문운동장 라오스와 아시안컵 1차전에서 처음 A매치 무대를 밟은 박지성을 주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소한 체구에 실수투성이라 당시에 그를 기용한 허정무 감독의 선택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다. 하지만 박지성은 서서히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두 달 뒤인 2000년 6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4개국 대회 마케도니아와 경기에서 A매치 첫 득점을 올렸고, 그 해 시드니 올림픽과 레바논에서 열린 아시안컵에도 출전했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 세대교체의 선두주차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또 박지성은 이후 한국을 넘어서 아시아 축구의 자랑으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이날 한·일전까지 A매치에서 13골을 넣으면서 원정 월드컵 첫 승, 사상 첫 원정 16강 등 한국축구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비록 이날 패배로 박지성의 은퇴 전 염원이었던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투혼과 눈부신 발전은 칭송받기에 충분했다. 또 박지성이 국가대표라는 막중한 짐을 내려놓더라도 그의 활약은 한국축구사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아시안컵]조광래호 조커 활용하라

    [아시안컵]조광래호 조커 활용하라

    ‘조광래호’ 사실 불안 불안했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바레인·호주전, 이란과의 8강전에서 끊임없이 공격했다. 하지만 골은 생각처럼 쉽게 터지지 않았다. ‘공격 축구’, ‘패싱 게임’을 내세웠기 때문에 강호들을 상대로 시원한 골 퍼레이드를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팬들은 골을 못 넣는 상황에서 ‘역습 한방에 실점하면 어쩌나.’ 하는 익숙한 불안감에 애태우며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빠른 공수전환 덕 수비안정 하지만 한국은 이상하리만치 쉽게 점수를 내주지도 않았다. 세트피스나 파울에 의한 페널티킥이 아니면 완벽한 찬스를 상대에 제공하지도 않았다. 모든 선수가 공격에 전념하고 있는 듯했지만 제대로 된 역습 기회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어찌된 일일까. 대표팀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늘 지적받아 왔던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 불안을 이번 대회에서는 노출하지 않았던 걸까. 해답은 빠른 공수 전환에 있었다. 골키퍼와 최후방 수비수 2명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필드플레이어가 모두 상대 진영에서 공격에 전념하고 있다가도, 공이 상대편에 넘어가는 순간 재빨리 자기 진영으로 넘어왔다. 물론 상대의 반격이 시작되는 상황에서는 중원 2선을 책임지고 있던 기성용(셀틱)과 이용래(수원)가 발 빠르게 차단했다. 상대가 우여곡절 끝에 이 두 ‘스토퍼’를 뚫는다 해도 문제는 없었다. 재빨리 자기 진영으로 넘어온 한국 선수들이 이미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다. 전방부터의 강한 압박에 상대는 빨리 한국 진영으로 넘어올 수 없었다. 이는 모두 선수들의 막강한 체력 때문에 가능한 필승 전술이었다. 하지만 25일 열리는 결승 진출의 마지막 관문인 일본과의 4강전은 지금까지의 어떤 경기보다 힘든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이 강해서가 아니다. 이란전 120분 동안 연장 혈투를 치르면서 태극전사들의 체력은 바닥났고, 회복할 기간은 48시간도 안 되기 때문이다. ‘수비의 핵’으로 떠오른 이용래는 이란전에서 무려 15㎞ 가까이 뛰었다. 게다가 최후방에서 노련하게 수비를 지휘했던 중앙수비수 이정수(알 사드)마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다. 일본도 주전 중앙수비수 요시다 마야(VVV-펜로)가 출전하지 못하지만, 일본이 하루를 더 쉬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손실이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조광래 감독의 경기 운영의 ‘묘’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일전이다. 선발 요원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하면서, 체력을 비축한 벤치멤버들을 적절히 투입하는 교체 전술이 필요하다. ●체력비축한 벤치멤버 적절히 투입 먼저 득점을 올려 앞선 상황에서 이용래, 기성용이 체력적 부담을 노출한다면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가 가능한 조용형(알 라이안)이나 대인방어가 좋은 홍정호(제주)의 투입을 고려해 볼 만하다. 동점이나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란전과 마찬가지로 윤빛가람(경남)을 ‘조커’로 투입할 수 있다. 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을 중원 2선으로 내리고 손흥민(함부르크)이나 김보경(세레소오사카)을 전방에 내세우는 것도 수비 균형을 유지하면서 공격력을 강화하는 방법이다. 여러 묘수가 있겠지만 어쨌든 교체카드는 세장. 11명의 태극전사들 모두에게 ‘박지성급’의 투혼이 절실하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런던통신] 아스톤 빌라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런던통신] 아스톤 빌라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시간은 약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2011시즌 개막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아스톤 빌라(이하 빌라)의 마틴 오닐 감독은 갑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했다. 랜디 러너 구단주와의 불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오닐은 선수 보강을 원했으나 러너 구단주는 제임스 밀너를 맨체스터 시티에 팔아넘기며 이를 거부했다. 빌라는 그렇게 위기를 자초했다. 임시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맞이한 빌라는 예상대로 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유로파리그 지역예선에서 탈락했고 뉴캐슬에 0-6 참패를 당했다. 3시즌 연속 리그 6위를 기록하며 EPL 빅4를 위협했던 빌라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러너 구단주는 9월 초 과거 리버풀을 이끌었던 제라드 울리에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러나 시즌 도중 빌라에 입성한 울리에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빌라는 감독 교체 효과를 기대했지만 울리에 부임 이후 무려 8경기 동안 리그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순위는 계속해서 하락했고 비난의 화살은 감독을 넘어 러너 구단주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빌라의 문제는 간단했다.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쓰러졌고 이를 대체할만한 벤치 자원이 충분하지 못했다. 사실 이는 오닐 감독 시절에도 반복되어 왔던 문제였다. 당시 오닐 감독은 거의 매 경기 똑같은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이유는 주전과 비주전 사이에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빌라는 매 시즌 후반부에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빅4 진입에 실패했다. 올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레스 배리(2009년)와 밀너(2010년)가 나란히 맨시티로 떠나며 두터웠던 중원은 얇아질 대로 얇아졌고 여기에 스틸리안 페트로프마저 부상으로 쓰러지며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또한 아그본라허와 애슐리 영 등도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빌라는 정상적인 스쿼드를 꾸릴 수 없었다. 상당히 이렇게 되자, 발 등에 불똥이 떨어진 러너 구단주는 서둘러 선수 영입 작업에 들어갔다. 시즌 도중 과거 아스날의 무패행진을 이끌었던 로베르 피레스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하며 중원 보강을 시도했고(현재로선 실패에 가깝다) 겨울 이적 시장이 열리자 올림피크 리옹에서 카메룬 출신의 장 마쿤을, 선더랜드에서 대런 벤트를 모셔왔다. 헌데 기가 막힌 사실은 마쿤과 벤트를 영입하는데 사용한 자금이 무려 3,000만 파운드(약 538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불과 5개월 전 선수 영입은 커녕 있던 선수도 팔아넘기더니 이제는 팀이 강등 위기에 처하자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에 선수를 사들였다. 한 마디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셈인데, 오닐 시절 저 정도 자금을 투입했다면 올 시즌 선두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영국 언론 모두 벤트의 영입을 두고 제 정신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벤트가 좋은 공격수인 것은 사실이지만 2,400만 파운드를 투자할 만큼 A급 공격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과거 토트넘 시절 레드냅 감독은 벤트의 골 결정력을 두고 “우리 마누라도 넣겠다.”라며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여기에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의 에딘 제코의 몸값이 3,000만 파운드였다는 점도 벤트 영입 논란을 부추겼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히도 러너 구단주의 벤트 도박은 맨시티전 승리로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한 경기 만으로 빌라의 부활을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최근 상승세의 맨시티를 꺾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논란의 중심이었던 벤트는 결승골을 터트리며 모두를 당혹케 만들었다.(제코와의 몸값 대결에서 승리한 셈이다) 맨시티전 승리를 통해 가까스로 강등권 탈출에 성공한 빌라의 시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연, 빌라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빌라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아시안컵] 25일밤 日 꺾고 결승열차 타라

    [아시안컵] 25일밤 日 꺾고 결승열차 타라

    ‘왕의 귀환’까지 이제 두 경기 남았다. 다음 상대는 ‘숙적’ 일본. 한국은 이란을, 일본은 카타르를 꺾고 4강에 올랐다. ‘영원한 라이벌’ 한국과 일본은 25일 오후 10시 25분 카타르 도하의 알 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벼랑 끝 대결을 치른다. 한국의 기세는 좋다. 역대 전적에서 40승 21무 12패로 한국이 절대 우세다. 지난해 세 차례의 대결에서도 2승 1무로 우위. 그러나 가장 최근 대결이었던 지난해 10월 평가전 때는 끌려다닌 끝에 간신히 무승부(0-0)를 기록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시안컵에서는 세번 만났다. 1승 1무 1패다. 1967년 타이완 대회 예선에서 한국이 1-2로 졌다. 1988년 카타르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황선홍·김주성의 연속골로 2-0으로 설욕했다. 2007년 대회 3위 결정전에서는 연장까지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이운재의 선방을 앞세워 6-5 승, 3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다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대결했던 것과 달리 이번은 그야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A대표팀끼리 메이저대회 준결승에서 만나는 것 역시 최초다. 한국은 51년 만의, 일본은 2004년 이후 7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한국은 조 감독이 추구하는 ‘만화 축구’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세밀한 원터치 패스에 이은 다양한 패턴 플레이로 공격력이 배가됐다. 기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청용(볼턴)·기성용(셀틱) 등에 이번 대회에서 황태자로 떠오른 구자철(제주)·지동원(전남)·이용래(수원)·윤빛가람(경남) 등이 조화롭다. 골 결정력은 답답하지만, 미드필더의 강한 압박과 만들어 가는 플레이가 훌륭하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8강전에서 홈팀 카타르에 역전승(3-2)하며 분위기가 살아 났다. 특히 분데스리가의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가 두골을 뽑으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우치다 아스토(샬케04) 등 독일파의 경기력도 기복 없이 쟁쟁하다. 이번 대회 경기당 2.75골(4경기 11골)로 득점 1위, 매서운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어쨌든 한팀은 울어야 한다. 그동안 한·일전을 관통했던 ‘자존심’이라는 화두에 ‘결승 티켓’이라는 실질적인 목표까지 걸렸다. 이전보다 더 특별한 이유다. 한편, 호주와 우즈베키스탄도 결승행을 다툰다. 반면 중동은 철저히 몰락했다. 이란·카타르·요르단·이라크가 모두 8강에서 떨어졌다. 아시안컵에 중동 국가가 출전하기 시작한 1968년 이후 4강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시안컵] ‘빅리거 콤비’ 맞짱

    [아시안컵] ‘빅리거 콤비’ 맞짱

    23일 오전 1시 25분 한국과 이란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놓고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인다. 8강전이지만 미리 보는 결승전이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또 서로에 대한 ‘킬러’임을 자임하는 양 팀 신구 스타들의 맞대결이기도 하다. ●대 이은 한국 킬러들 이란에는 한국만 만나면 골맛을 보는 이른바 ‘한국 킬러’들이 끊이지 않고 탄생해 왔다. 5회 연속 아시안컵 8강 맞대결의 시발점이었던 1996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대회 8강전에서 이란의 알리 다에이는 후반에만 4골을 몰아 넣으며 한국에 2-6 참패를 안겼다. 2004년 중국 대회 때는 알리 카리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3-4로 졌다. 이번 경기에도 다에이와 카리미의 대를 이은 한국 킬러 3인방이 출전할 예정이다. 사이좋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오사수나에서 뛰는 자바드 네쿠남(31)과 마수드 쇼자에이(27), 그리고 ‘신성’ 카림 안사리파드(21·사이파)가 그 주인공들이다. 네쿠남은 공인된 한국 킬러다. 한국만 만나면 거친 몸싸움을 즐기며 경기의 주도권을 뺏어 갔다. 2년 전 남아공월드컵 지역 예선을 앞두고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른바 ‘지옥 설전’을 벌이며 서로를 자극하기도 했다. 2009년 2월 맞대결에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측면 및 중앙 공격수로 뛰는 쇼자에이는 최근 한국전 2경기 연속 득점을 했다. A매치 36경기에 출전해 4골을 넣었는데 그중 절반이 한국전에서 나왔다.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 ‘조광래호’에 첫 패배를 안긴 주인공이기도 하다. 안사리파드는 이란의 ‘영건’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3, 4위전에서 한국을 상대로 골맛을 봤다. 또 조별 리그 2차전 북한과의 경기에서 감각적인 결승골을 넣는 등 컨디션도 좋다. ●맞서는 이란 킬러들 이에 맞서는 이란 격파 선봉장은 ‘캡틴’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A매치 98경기에서 13골을 넣었는데 그중 2골이 이란전에서 나왔다. 박지성은 2009년 벌어진 이란과의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 2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었다. 박지성의 대를 이은 ‘이란 킬러’는 다름 아닌 ‘원톱’ 지동원(20·전남)과 구자철(22·제주)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 3, 4위전에서 구자철은 만회골, 지동원은 동점 및 역전골을 터트리며 짜릿한 역전 승리를 맛봤다. 또 양 팀 공격의 주축인 박지성-이청용(23·볼턴)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콤비와 네쿠남-쇼자에이의 프리메라리가 콤비의 맞대결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 이란전 승리땐 일본과 격돌 한편 일본이 천신만고 끝에 4회 연속 아시안컵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22일 카타르 도하의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끝난 홈팀 카타르와의 8강전에서 3-2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이 23일 벌어지는 이란과의 8강전에서 승리할 경우 이어질 4강전에서 만날 상대는 일본이 됐다. 경기 초반을 지배한 것은 예상 외로 카타르였다. 패스가 가는 길을 사전에 막아선 카타르의 촘촘한 지역방어에 일본 특유의 패스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 공 점유율은 일본이 높았지만 거친 카타르의 수비에 막혀 공격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선제골도 카타르가 넣었다. 전반 12분 역습 상황에서 일본 진영 하프라인 왼쪽으로 빠져 들어가며 패스를 받은 세바스티안 소리아가 단독 드리블로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든 뒤 최종 수비수까지 제치고 슈팅, 골망을 흔들었다. 1-0. 일본은 선제골을 허용한 뒤에야 몸이 풀렸다. 다시 공 점유율을 높여가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고, 전반 27분 가가와 신지의 헤딩골로 1-1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일본은 이 기세를 이어 후반에도 끊임없이 밀어붙였다. 하지만 후반 15분 수비수 요시다 마야가 ‘사고’를 쳤다. 전반에 이미 옐로카드를 한 장 받았던 요시다는 상대 선수의 드리블을 막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반칙을 범해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그리고 카타르는 이때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파비오 세자르가 골로 연결시키며 다시 2-1로 리드를 잡았다. 비록 수적 열세에 놓였지만 일본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24분 카타르 문전에서의 혼전 상황에서 가가와가 다시 동점골을 성공시키며 끈질긴 추격을 이어 갔다. 수적 우위에 놓인 카타르는 동점골을 허용한 뒤에도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고, 일본은 끊임없이 골을 노렸다. 결국 승부의 여신은 공격적인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후반 45분 마사히코 이노아가 천금 같은 결승골을 넣으며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뉴욕 5대 마피아 두목들 줄줄이 쇠고랑

    갬비노파, 제노비스파, 루체스파, 보나로파, 콜롬보파 등 할리우드 갱 영화를 통해 귀에 익은 뉴욕 5대 마피아 조직의 두목들이 20일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이들 주요 마피아조직 두목을 포함한 100여명에 달하는 마피아 갱단 조직원들이 전격적으로 한꺼번에 체포된 것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벌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소탕 성과을 올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FBI는 각 주 정부와 합동으로 뉴욕과 뉴저지, 로드 아일랜드 주 등에서 동틀 무렵 조직범죄자 검거에 나서 모두 7개 마피아 갱단의 조직원 등 100여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조직원들은 살인과 공갈, 금품갈취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마피아 조직원 외에 뇌물을 받은 노조 간부와 출판업자 등도 일부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갬비노파, 제노비스파 등 미국의 대표적인 마피아 조직 두목들과 일부 조직원들은 1980~1990년대 저지른 살인에 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등 광범위한 체포작전이 진행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연방법원 지시로 실행된 작전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조직범죄 소탕전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NYT는 지난 20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던 미국 내 조직범죄가 최근 몇 분기 동안 다시 고개를 들면서 우려가 커졌고 이 때문에 정부가 전격적인 검거전 등 ‘마피아와의 전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경제 침체가 길어지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조직 범죄가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의 빈민가와 환락가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이에 대해 FBI와 연방법원이 칼을 빼어든 것으로 보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아시안컵] 趙, 기필코… ‘질긴 악연’ 끝낸다

    [아시안컵] 趙, 기필코… ‘질긴 악연’ 끝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영웅신화에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시련’이다. 시련을 겪지 않고 탄생하는 영웅은 없다. 영웅은 시련을 이겨내면서 정당성과 정통성을 확인한다. ●또 맞붙다… 5회 연속 8강서 격돌 ‘왕의 귀환’을 선언하고 51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한국이 8강 토너먼트의 첫 관문에서 이란을 만났다. 역대 전적은 8승 7무 9패로 박빙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시안컵에서 만날 때는 힘을 못 썼다. 아시안컵 통산 2승 2무 4패다. 이런 ‘천적’ 이란을 1996년 이후 다섯번의 아시안컵 8강에서 연속으로 만나게 됐다. 참 묘하고 질긴 악연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란과의 8강전은 한국이 진정한 아시아의 최정상임을 인증받을 수 있는 경기다.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19일 인도와의 경기가 끝난 뒤 “이란 못 이길 것 같으면 어떻게 우승하겠다고 왔겠느냐. 빨리 집에 가는 게 낫지.”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란은 ‘조광래호’ 출범 이후 유일하게 패배를 안겼던 팀이기도 하다. ●껄끄럽다… ‘지한파’ 고트비 감독 이란은 여타의 중동 국가들과 인종 자체가 다르다. 신체 조건은 유럽과 다름없다. 체력과 개인기가 좋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내세울 만한 스타 플레이어도 있다. 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과 공격수 마수드 쇼자에이가 나란히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오사수나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동 특유의 끈적한 경기 운영, 이른바 ‘침대 축구’를 앞세워 한국을 수차례 골탕 먹였다. 게다가 이란 대표팀 감독은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압신 고트비 전 한국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이다. 정말 껄끄러운 상대다. 하지만 이번에는 할 만하다. 예전의 이란이 아니다. 조별리그 이라크, 북한과의 경기에서 간신히 이겼다. 지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였다. 몇 번 오지 않는 찬스를 성공시키는 골 결정력은 여전했지만, 수비가 엉망이었다. 측면과 최종 수비 뒷공간이 번번이 뚫렸다. 또 북한과의 경기 막판에는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지면서 움직임이 둔해졌다. 아직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희망 있다… 이란 ‘세대교체’ 실패 한국도 예전과 다르다. ‘패싱게임’과 세대교체의 실험을 마쳤다. 구자철(제주), 지동원(전남), 손흥민(함부르크) 등 빠르고 겁 없는 ‘영건’들이 이란의 느린 수비를 휘저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고트비 감독이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있을 때 뛰었던 선수는 박지성과 이영표(알 힐랄), 차두리(셀틱)까지 딱 세명에 불과하다. 맞춤형 전술이 먹혀들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한국은 일정상 이란보다 하루를 더 쉬고 경기에 나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아시안컵] 朴, 기필코… ‘마수걸이 골’ 쏜다

    [아시안컵] 朴, 기필코… ‘마수걸이 골’ 쏜다

    ‘캡틴’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지난 12일 “이란과 8강에서 만나고 싶지 않다. 축구를 잘 아는 압신 고트비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 통신사와의 인터뷰였기에 이는 ‘입에 발린 소리’였을 수도 있다. 팀을 더 단단히 추슬러 아시안컵 조별리그 1위로 8강행을 확정 지으려는 분발의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골 득실에서 호주에 뒤져 C조 2위가 됐다. 8강전 상대는 ‘천적’ 이란이다. 역대 전적에서 8승 7무 9패로 뒤진 데다, 2005년 10월 이후 이긴 적이 없어 찜찜하다. 51년 만의 정상 탈환에 나선 태극전사들의 분위기도 긴장과 설렘, 불안이 얽혀 있다. 이런 오묘한 감정을 읽었다는 듯 박지성은 19일 “(이란에 대해) 두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런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이란과의 8강은 상당히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라는 전제를 붙였지만, 캡틴의 건방진(?) 발언에 조광래호가 탄력을 받았음은 당연하다. 놀라지 마시라. 박지성은 아직 아시안컵 득점이 없다.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본선 3개 대회에서 연속 골을 터뜨린 박지성이다. 2002 한·일월드컵 포르투갈전, 2006 독일월드컵 프랑스전,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 모두 골 맛을 봤다. 하지만 아시안컵과는 지독히도 인연이 없었다. 19살이던 2000년 대회 땐 주로 교체로 출전했다. 유상철과 김상식(전북)에게 밀렸다. 2004년엔 무릎 수술 뒤 플레이가 위축돼 공격력이 떨어졌다. 2007년에도 무릎 사정상 대회에 불참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까지 포함해 11경기를 뛰었지만 1도움이 전부. 동료에게 좋은 찬스를 만들어 주는 데 매진했던 이유도 있고, ‘특급 스타’인 탓에 지독한 수비에 시달렸던 까닭도 있다. 어쨌든 박지성은 이란을 상대로 대회 마수걸이 골에도 도전한다. 사실 이란 축구 팬에게 박지성은 ‘원흉’이나 다름없다. A매치 13골(98경기)의 박지성은 그중 2골을 이란전에서 채웠다. 그것도 2009년 치러진 남아공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만 2골이다. 2월 이란 테헤란 원정경기와 6월 서울 홈경기에서 두번 다 0-1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결국 두번 다 무승부(1-1)로 끝났다. 이란은 같은 조 한국과 북한에 밀려 남아공에 초대받지 못했다. 이번 이란전은 박지성의 99번째 A매치다. 이란전에 패한다면 조광래호의 여정도 끝이다. ‘일단 대기’를 외쳤지만, 박지성은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을 위해서도 이란전 승리가 필수인 것. 여러모로 의미가 많다. 주변의 호들갑에도 박지성은 태연했다. “중요한 것은 나의 골이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 100경기 출전도 관심 없다. 목표는 오직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잘라 말했다. 캡틴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팬들은 박지성의 마수걸이 골과 센추리클럽 가입, 이란전 승리를 다 보고 싶다. 오는 23일 오전 1시 25분을 기다리는 이유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아시안컵] 영건들 있기에… 흐뭇한 한국축구

    [아시안컵] 영건들 있기에… 흐뭇한 한국축구

    호들갑 떨 일은 아니다. 18일 만난 인도는 약체였다. 그래도 ‘조광래호’가 새로 탑재한 ‘영건’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날 인도의 밀집수비를 뚫고 골을 터트린 것은 모두 향후 10년 동안 한국축구를 이끌어 갈 젊은 공격수들이었다. 침묵을 지켜왔던 원톱 지동원(20·전남)은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 교체투입된 한국의 최연소 선수인 ‘샛별’ 손흥민(19·함부르크)은 A매치 첫 골을 넣었다. 아시안컵 득점왕을 노리는 구자철(22·제주)도 자신의 대회 4호골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모자라 지동원의 두번째 골과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을 도왔다. 당초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는 박주영(26·AS모나코)이었다. 필요할 때 한방씩 해주는 것은 물론 공중볼 다툼에 능하고, 상대 수비진을 끌고 다니는 움직임이 좋다. 그래서 아시안컵을 앞두고 박주영이 부상으로 출장할 수 없게 됐을 때 51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한국의 앞길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먹구름이 드리운 분위기였다. 조광래 감독은 다급하게 박주영을 대신할 수 있는 공격수들을 찾았다. 지동원, 손흥민, 구자철, 윤빛가람(22·경남) 등의 젊은 선수들이 선택됐다. 비록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잘 해줬지만, 성인 대표팀들 간의 경기에서는 이들 모두가 거의 처음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기대는 받지 못했다. 관심은 ‘캡틴’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23·볼턴)에게 모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건들은 굉장했다. 경기장에 나서 얼어붙은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열심히 뛰는 것도 아니었다. 조 감독이 요구한 플레이를 120% 해줬다. 기술은 물론이거니와 노련하고, 감각적이었다. 제주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구자철은 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해 바레인-호주-인도전까지 전 경기에서 골을 터트렸다. 지동원도 자리에 구애받지 않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텄다. 박주영의 대체자에서 경쟁자가 됐다. 바레인전에서 곽태휘(30·교토상가)의 불의의 퇴장으로 잠깐 피치를 밟는데 그쳤던 손흥민은 결국 인도전에서 일을 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아졌고, 조 감독은 흐뭇해졌다. 그런데 박주영은 큰일났다. 치열한 주전경쟁이 그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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