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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두고 솔샤르-모리뉴 ‘밥 언쟁’, 맨유 팬들은 인종차별 공격

    손흥민 두고 솔샤르-모리뉴 ‘밥 언쟁’, 맨유 팬들은 인종차별 공격

    “만약 내 아들(Son)이 3분 동안 누워 있고, 친구 10명이 일으키려 도와줘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면, 난 아들에게 어떤 음식도 주지 않을 것이다.”(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손흥민이 솔샤르보다 더 나은 사람을 아버지로 두고 있어 다행이다.”(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 손흥민(토트넘)이 1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으로 불러 들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맨유와의 경기 전반 40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팀이 1-3으로 역전패하며 웃지 못했다. 특히 전반 34분 에딘손 카바니(맨유)가 골망을 출렁였을 때 앞선 상황에 손흥민이 얼굴을 가격당한 것 때문에 골이 취소된 것과 관련해 상대 감독인 솔샤르가 손흥민을 언급한 것이 작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솔샤르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 도중 손흥민이 과도한 할리우드 액션을 벌였다고 문제삼았다. 카바니가 골망을 출렁였을 때 앞선 상황에 스콧 맥토미나이가 손으로 손흥민의 얼굴을 가격한 것이 비디오 판독(VAR)에 적발돼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당시 손흥민은 얼굴을 가격당한 후 잠시 그라운드에 누워 있었는데, 솔샤르 감독은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고 비난한 것이다. 솔샤르는 “경기가 날아갔다. 주심 판정이 명백한 실수다. 똑바로 봤어야 했다. 완벽한 골이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모리뉴 감독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경기 뒤 기자회견 도중 솔샤르 감독의 발언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지 않자 “슬프다. 여러분이 이런 것을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 음식을 훔쳐야 한다면 훔칠 것이다. 솔샤르의 발언에 매우 실망했다”고 덧붙였다.현지 방송 해설위원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스카이스포츠의 해설가 리차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그것은 더 이상 축구가 아니다. 경기를 망쳐 놓았다”고 비난했다. BBC의 모리슨은 조금 달랐다. 그는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면 주심은 맥토미니에게 경고를 줬어야 했다. 이론적으로는 퇴장당해야 했다. 믿기 어려운 장면이다. 축구 선수는 앞으로 달릴 때만 팔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맨유 레전드인 로이 킨은 “그 상황이 파울이면 우리 모두는 집으로 가야 한다”며 반발했다. 맨유 팬들도 손흥민의 인스타그램에 몰려가 욕설을 퍼부었다. 대부분 손흥민이 헐리우드 액션을 했다는 비난이었다. “군대가 너를 충분히 강하게 만들어주지 못한 것 같다”, “다이빙 좀 멈춰라”, “더러운 사기꾼”, “연기력 좋다” 등이 이어졌다. 인종차별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개고기 먹는 한국인의 다이브”, “구멍처럼 작은 눈” 등이 줄줄이 달렸다. 토트넘 구단도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앞서 손흥민의 소속 에이전시 ‘CAA베이스’는 최근 급증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의미로 그의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일주일 동안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레알 마드리드, 43년 만에 엘클라시코 3연승

    레알 마드리드, 43년 만에 엘클라시코 3연승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가 ‘엘클라시코’에서 웃으며 라리가 선두로 올라섰다. 레알 마드리드는 11일(한국시간)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열린 라이벌 FC바르셀로나와의 2020~21 라리가 30라운드 홈 경기에서 카림 벤제마와 토니 크로스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라리가 4연승을 포함해 최근 공식전 10경기 무패(8승2무)를 달린 레알 마드리드는 한 경기를 덜 치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승점이 66점으로 같아졌으나 상대 전적에서 앞서 리그 선두가 됐다. 물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12일 새벽 레알 베티스를 잡으면 레알 마드리드의 천하는 하루로 막을 내린다. 바르셀로나는 3위(65점)에 그쳤다. 2019~20시즌 마지막 맞대결에 이어 올시즌 두 차례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1978년 이후 43년 만에 처음으로 엘클라시코 3연승을 달린 레알 마드리드는 역대 전적에서 75승35무72패로 우위를 점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13분 카스 바스케스의 크로스를 벤제마가 감각적인 오른발 힐킥으로 차넣어 선제골을 뽑았다. 전반 28분에는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날린 크로스의 프리킥이 바르셀로나 수비의 등과 손을 차례차례 스치며 굴절되어 그대로 골문에 꽂혔다. 전반 추가시간 리오넬 메시의 코너킥이 골대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긴 바르셀로나는 후반 15분 오스카르 밍게사가 만회 골을 터뜨렸다. 후반 45분 레알 마드리드의 카세미루가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를 점한 바르셀로나가 마지막 공세를 퍼부었지만 경기 종료 직전 일라익스 모리바의 슛이 다시 골대를 때리며 땅을 쳤다. 메시는 2018년 5월 이후 엘클라시코에서 7경기째 무득점에 그쳤다. 한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는 10명이 싸운 리즈 유나이티드가 후반 추가 시간 터진 스튜어트 댈러스의 결승골에 힘입어 부동의 1위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격침했다. 이날 선수비 후공격으로 나선 리즈는 두 개의 슈팅을 모두 댈러스가 날려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을 뽐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EPL 6위 토트넘 손흥민, 12일 맨유전 앞두고 동료들에 투지 촉구

    EPL 6위 토트넘 손흥민, 12일 맨유전 앞두고 동료들에 투지 촉구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복귀를 위해서는 선수들 모두가 전사가 돼야 한다며 동료들의 투지를 촉구했다.손흥민은 8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리그컵(카라바오컵) 결승을 포함한 9경기를 남겨놓고 있다”면서 “우리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전사가 돼야 한다. 그게 남은 시즌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트넘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현재 6위다. 4위 안에 들어야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정규리그 8경기씩을 남겨놓은 현재 토트넘(승점 49)과 4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52)의 승점 차는 3에 불과하다. 물론 한 경기를 덜 치른 8위 에버턴(승점 47)도 웨스트햄과 5점 차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손흥민은 이런 상황을 두고 “나는 정말 긍정적인 사람”이라면서 “우리는 4위에 승점 3이 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하게 우리가 뉴캐슬을 이겼더라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러질 못해 슬프다”고 했다. 토트넘은 지난 4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2-2로 비겼다. 지난달 아스널과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던 손흥민은 뉴캐슬전 후반 교체 투입돼 복귀전을 치렀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3골을 포함해 공식전 18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것은 우리 모두 원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의 목표이고, 구단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팬들의 목표다”라고 다시 강조한 뒤 “우리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집중하고 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토트넘은 12일 오전 0시 30분에 최근 리그 10경기 무패(5승 5무)를 기록 중인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대결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음바페 멀티골 댄스’...PSG, UCL 4강 청신호

    ‘음바페 멀티골 댄스’...PSG, UCL 4강 청신호

    킬리안 음바페가 멀티골, 네이마르가 멀티 도움을 합창한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빠진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독일)을 꺾고 유럽 4강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파리 생제르맹은 8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뮌헨과의 8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지난 시즌 이 대회 결승에서 뮌헨에 무릎 꿇었던 파리 생제르맹은 원정에서 3골을 넣고 승리를 따내 4강 진출의 청신호를 켰다. 오는 14일 2차전 홈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른다. 1-2나 0-1로 져도 4강에 오른다. 이날 경기는 시작 전부터 파리 생제르맹으로 살짝 기울어져 보였다. 지난 시즌에 이어 날선 발끝을 보여주고 있던 뮌헨의 레반도프스키가 부상으로 결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부상 당시 4주 진단을 받은 레반도프스키는 2차전 출장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이번 대회 최고 화력을 뽐내고 있는 뮌헨이 6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가며 주도했다. 슈팅도 31개를 난사했다. 골문 안으로 12개가 향했으나 케일로르 나바스의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빠른 역습을 앞세운 파리 생제르맹은 슈팅 6개 중 5개 골대 안으로 향했고, 3번 골망을 흔드는 등 고효율이었다. 경기 초반에는 에리크 막심 추모포팅의 헤더가 골대를 때리는 등 뮌헨이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전반 3분 네이마르의 패스를 받은 음바페가 오른발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흐름을 바꿨다.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 가랑이 사이를 뚫고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28분에는 뮌헨이 파리 생제르맹의 공을 걷어내고 라인을 올리는 과정에서 공을 탈취한 네이마르가 전방을 향해 공을 올렸고 뮌헨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깬 마르퀴뇨스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전반 37분 뱅자맹 파바르의 크로스를 추포모팅의 헤더 득점으로 연결해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후반 15분에는 죠슈아 키미히가 올린 프리킥을 토마스 뮐러가 헤딩 동점골로 연결했다. 그러자 음바페가 번뜩였다. 후반 23분 앙헬 디마리아의 대각 패스를 받아 상대 박스 왼쪽을 뚫고 들어간 음바페는 앞을 막아선 제롬 보아텡의 다리 사이를 지나 가까운 포스트 쪽으로 꽂히는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음바페는 이번 대회 8골로 득점 선두 엘링 홀란드(도르트문트)를 2골 차로 추격했다. 첼시(잉글랜드)는 스페인 세비야의 라몬 산체스 피스후안에서 열린 FC포르투(포르투갈)와 8강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메이슨 마운트와 벤 칠웰의 연속골로 2-0으로 이겼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비니시우스 멀티골’ 레알, UCL 4강행 쾌청

    ‘비니시우스 멀티골’ 레알, UCL 4강행 쾌청

    레알 마드리드(스페인)가 3년 만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향해 순항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에서 열린 2020~21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홈 경기에서 리버풀(잉글랜드)에 3-1로 이겼다. 이번 시즌 라리가 26경기에 나서 3골을 넣고 있지만 골결정력이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 21세 신예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멀티골로 자신을 향한 불신을 덜어냈다. 2015~16시즌부터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탈리아 유벤투스로 떠난 뒤 2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던 레알 마드리드는 3년 만의 결승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3연패 당시 결승 상대였던 리버풀을 맞아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 전반 27분 토니 크로스가 후방에서 올린 얼리 크로스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가 박스로 달려들며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9분 뒤 마르코 아센시오가 1대1 기회를 안겨주는 듯한 상대 수비의 헤딩 실책을 놓치지 않고 추가 골을 터뜨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 6분 모하메드 살라에게 추격 골을 얻어맞았으나 후반 20분 루카 모드리치가 박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깔아준 공을 비니시우스가 간결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다시 골망을 흔들며 승리를 움켜쥐었다. 리버풀은 골키퍼 알리송의 수 차례 선방으로 대패를 모면했다. 이날 맨체스터 시티는 도르트문트(독일)와 홈 1차전에서 후반 45분 터진 필 포든의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맨시티는 전반 19분 역습 상황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계속 리드를 지키던 맨시티는 후반 39분 엘링 홀란드의 어시스트를 받은 마르코 로이스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승리를 놓칠 뻔했다. 그러나 6분 뒤 포든이 왼발슛으로 골망을 갈라 승리를 따냈다. 맨시티는 원정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4강에 오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몸집 키우기의 위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몸집 키우기의 위험

    후배가 말했다. “저, 실은 비트코인 했어요.” 꽤 오래전부터 했고 몇 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을 때 버티다가 큰 손해를 봤었다. 그럼에도 돈이 생길 때마다 오로지 비트코인을 사 모으며 버티다 보니 이번 비트코인 트렌드에 큰돈이 됐다는 것이다. ‘인생은 한 방’이란 마음으로 오래 버텨 온 그의 멘탈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천장이 없는 비트코인 가격을 볼 때마다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일까. 이 뉴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3월 23일 초대형 화물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운하에서 좌초되며 전 세계 물류 유통이 막혀 버렸다. 1주일 만에 해결이 됐지만 세계 교역량의 12%를 담당하던 운하라 여파가 컸다. 도대체 얼마나 큰 배인지는 포클레인이 동원된 사진을 보고서야 비로소 감이 잡혔다. 흔히 “포클레인 앞에서 삽질하네”란 말을 하는데, 이건 “포클레인으로 삽질하네”란 말이 딱 어울렸다. 길이가 400m, 폭이 59m나 되는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선이었고 수에즈운하의 폭은 훨씬 짧은 280미터였다. 살짝 비틀거린 배가 균형을 잃고 운하 가운데를 막는 게 가능했다. 수에즈운하는 190㎞의 인공 운하로 1869년 완공돼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길게 돌던 항로를 1만㎞나 단축해 줬다. 다만 150년 전에 비해 화물선의 크기가 너무나 커진 게 문제였다. 최소한의 선원과 연료로 최대한 많은 양의 화물을 실어 나르는 것이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 최선의 선택이다. 이에 따라 화물선은 점점 커지는 추세였다. 화물선 크기는 20피트 컨테이너를 몇 개나 싣는가로 정하는데 그 단위를 TEU라고 한다. 1980년대 평균 4000TEU급 정도였던 화물선은 최근 1만 8000TEU까지 커졌고, 에버기븐호는 2만 TEU급이다. 배 한 척에 2만개의 컨테이너를 싣게 된 것이다. 이렇게 커진 배의 크기를 150년 된 수에즈운하가 감당하지 못해 대사건이 난 것이다. 규모의 발전을 환경이 온전히 수용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일은 생태계에서도 관찰된다. 뿔이 클수록 짝짓기 성공률이 높아 점점 뿔의 크기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다가 어느새 뿔의 길이가 3미터가 넘고 무게만 40킬로그램에 달하게 된 큰뿔사슴이 있다. 나중에는 고개를 움직이기도 어려워지고,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멸종하고 말았다. 한 방향으로 크기를 키우는 경쟁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지만, 막상 경쟁에 뛰어들게 되면 그 안에서는 위험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상황이 안정적인 시기엔 덩치가 클수록 경쟁에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익이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성공은 학습이 되면서 속도를 붙인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대표적 성공 방식이다. 잘하는 쪽으로, 이익이 나는 방향으로 몰아서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몸집이 커질수록 변화에 신속히 대처하기 어려워진다. 예측이란 안정적 환경에서 같은 룰이 반복해 적용될 때에만 쓸모 있다. 체스나 바둑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알 길이 없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사건이 전체를 넘어뜨리는 일이 곧잘 일어난다. 그러므로 지금같이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환경에서는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 있어’라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만 집중하면 에버기븐호와 같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환경이 몸집 불리기를 받아주기 어려울 때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이런 욕망의 방향성은 개인의 손해에만 그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을 힘들게 해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이런 몸집 불리기의 위험성이다. 그런 면에서 한 가지 방향으로 확실히 키우고 싶은 올인의 욕심이 생길 때 숨을 고르는 마음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옐런 재무장관의 한마디, 머스크 테슬라 CEO의 한마디에 1000만원씩 출렁거리는 비트코인을 봐도 지금 같은 상황이 아슬아슬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저 친구는 이제 팔고 나왔을까. 뉴스를 볼 때마다 궁금했다.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을 때일수록 한 방향의 위험도도 함께 커진다. 투자할 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물론 왜 작년에 내게 비트코인 사라는 말을 해 주지 않았냐는 야속함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게 한 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말이다.
  • ‘깨고 싶은 기록’ 많은 손흥민… 남은 기회는 9번

    ‘깨고 싶은 기록’ 많은 손흥민… 남은 기회는 9번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29·토트넘)이 올 시즌 남은 9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손흥민은 4일 2020~21 프리미어리그(EPL) 뉴캐슬과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달 15일 아스널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이후 약 3주 만이다. 슈팅과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활발한 움직임으로 부상을 털어낸 모습을 보였다.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후반 31분 지오바니 로셀소가 문전으로 띄운 공을 해리 케인에게 원터치로 연결해 기회를 열어준다는 게 패스가 부정확했다. 8분 뒤 역습 상황에서는 에릭 라멜라가 길게 드리블하다가 스프린트하는 손흥민에게 공을 건넬 순간을 놓치는 바람에 결정적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토트넘은 막판 동점골을 허용해 2-2로 비겼다. 사실 손흥민은 올해 들어 득점이 잦아든 상황이다. 올 시즌 18골 16도움(EPL 13골 9도움)을 기록 중인 데 지난해 23경기에서는 14골로 훨훨 날았다. 경기당 0.6골을 넣었다. 하지만 최근 7경기 연속 무득점 등 올해 19경기에선 4골(경기당 0.2골)에 그치고 있다. 도움의 경우 지난해 7개에서 올해 9개로 늘기는 했다. 때문에 줄줄이 대기 중인 기록의 달성 여부가 관심이다. 올 시즌 케인과 14골을 함께 빚으며 EPL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 기록을 세운 손흥민이 역대 최다 기록까지 갈아치울 수 있을지가 가장 주목된다.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첼시) 기록(36골)까지 3골을 남겨 놨다. EPL에서 2골과 2도움을 보태면 한 시즌 EPL 최다 골과 어시스트 기록을 갈아치운다. 4골을 더 넣으면 시즌 최다 골도 경신한다. 팀으로서는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티켓 확보와 카라바오컵(리그컵) 우승 여부가 과제다. 5일 현재 토트넘은 EPL 8경기를 남겨 놓고 티켓 마지노선인 4위 첼시에 승점 2점 뒤져 있다. 토트넘이 26일 맨체스터 시티를 꺾고 13년 만에 리그컵 우승을 차지하면 손흥민으로서는 프로 첫 우승컵을 품게 된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세계 인구가 모두 바다에 뛰어들면 수위 얼마나 올라갈까?

    [이광식의 천문학+] 세계 인구가 모두 바다에 뛰어들면 수위 얼마나 올라갈까?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바다에 뛰어들면 바닷물의 수위는 과연 얼마나 올라갈까? 이런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문제를 다룬 과학 에세이를 소개한다. 지난 4일(현지시간) 스페이스닷컴(Space.com)에 게재된 것으로, 필자는 미국 로체스터 공대 토니 E. 웡 수리학 교수다. 욕조에 물을 맨 위까지 가득 채운 후 들어가면 당신의 몸이 물을 밀어내기 때문에 욕조 바깥으로 물이 넘친다. 이를 배수량이라고 한다. 욕조는 바닥과 측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물이 올라갈 수 있는 유일한 방향은 위쪽 뿐이고, 따라서 물은 넘쳐서 흘러나온다. 물체가 차지하는 공간의 양을 부피라고 한다. 욕조에 넘쳐흐르는 물의 양은 물에 담긴 몸의 부피와 같다. 이제 욕조가 반만 차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욕조 안으로 뛰어들 때 몸의 부피는 여전히 물을 밀어올린다. 우리는 몇 가지 간단한 수학 방정식으로 욕조의 수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욕조가 직사각형 상자라고 가정하자. 욕조에 추가되는 당신 몸의 부피를 욕조의 바닥면적으로 나누면 올라간 수위의 값을 구할 수 있다. 즉, 욕조의 바닥면적에 올라간 수위의 곱이 바로 당신 몸의 부피가 되는 것이다. 길이가 1.5m이고 폭이 0.6m 트인 욕조의 바닥면적은 0.9m^2(평방미터)이다. 이제 부피를 알아보자. 계산을 더 쉽게 하기 위해 욕조처럼 당신 몸도 직사각형 상자라고 가정하다. 키가 약 2m, 너비가 0.5m, 폭이 0.3m라고 가정할 때 당신 몸 부피는 2m x 0.5m x 0.3m, 곧 0.3^3(입방미터)가 된다. 이 몸피의 당신이 욕조 물속으로 완전 잠수한다면 욕조물의 올라간 수위는 당신의 몸피를 욕조 바닥면적으로 나눈 값이 된다. 계산해보면 0.3^3 ÷ 0.9m^2 = 1/3m가 나온다. 즉 욕조물의 수위가 약 0.33m 올라갔다는 뜻이다. 우리 몸은 직육면체가 아닌 굴곡 형체이므로 부피 계산이 쉽지 않다. 따라서 욕조 물의 올라간 수위를 알고 바닥면적을 안다면 우리 몸의 부피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바다를 거대한 욕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구 표면의 70% 이상이 바다이며, 이 욕조의 면적은 약 3억6000만km^2(평방킬로미터)이다. 바다의 수위가 얼마나 올라갈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그 안에 들어간 사람들의 전체 부피를 알고 그것을 이 바다 면적으로 나누면 된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80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인간은 작은 아기부터 큰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피가 다르다. 그래서 평균 크기가 1.5m, 평균 부피가 0.2m^3(입방미터)라고 가정해보자. 바다에 들어가 앉을 때 각 사람의 몸의 절반만 물에 잠기므로 0.1m^3(입방미터)만 수위에 추가된다. 총 80억 명의 사람들의 전체 부피 총합은 8억m^3가 나오고, 이것이 바다의 수위에 추가되는 양이다. 그러나 이 인류의 총 부피는 바다의 광대한 지역에 분산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전과 동일한 욕조 수학을 사용하여 계산서를 뽑아보면, 8억m^3 ÷3억 6000만km^2 = 0.0022mm가 나온다. 전 인류가 완전 잠수하더라도 0.0044mm만큼 상승한다. 머리카락 두께가 0.05mm이니까, 모든 인류가 다 바다에 뛰어들어도 바닷물의 수위는 머리카락 두께만큼도 더 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양동이에 물 한 방울 떨어지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도 알고보면 이처럼 광대한 곳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류현진, 콜과 맞대결 무승부로 팀 승리에 디딤돌

    류현진, 콜과 맞대결 무승부로 팀 승리에 디딤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최고 몸값’ 개릿 콜(31·뉴욕 양키스)과의 2021 메이저리그(MLB) 개막전 선발 맞대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그러나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를 바탕으로 끝내 승리를 따냈다. 류현진은 2일(한국시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MLB 양키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1이닝 동안 홈런 1개를 포함해 4안타를 내주고 2실점하며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삼진은 5개를 잡았고 사사구는 한 개만 허용했다. 투구수는 92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8㎞였던 류현진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과 상대 허를 찌르는 공 배합으로 시속 160㎞의 강속구를 뽐내는 콜과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콜도 5와 3분의1이닝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는 데 홈런 1개를 포함해 5안타를 맞으며 2실점했다. 삼진은 8개를 뽑았고 볼넷은 2개 허용했다. 투구수는 96개. 류현진은 1회 에런 저지와 에런 힉스에게 직구 승부의 과감한 볼 배함으로 삼진 2개를 뽑아내며 상큼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2회 2사 이후 뼈아픈 실투가 나왔다. 류현진은 1사 후 글레이버 토레스에게 빗맞은 안타를 내준 뒤 히오 우르셸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게리 산체스에게 던진 시속 147㎞짜리 초구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다. 산체스가 때린 공이 왼쪽 외야 관중석에 꽂히자 3년 연속 개막전 홈런을 허용하게 된 류현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류현진은 이후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앞세워 9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안정을 찾았다. 5회 2사 후 제이 브루스에게 첫 볼넷을 허용하고 후속 타자 클린트 프레이저에게 3루수 앞 내야안타를 내줘 1, 2루에 몰렸다. 공을 포구하던 1루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진 게 아쉬웠다. 그러나 류현진은 동요 없이 DJ 러메이휴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 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첫 타자 저지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힉스를 3루 땅볼로 유도해 저지를 2루에서 잡아냈고, 이후 마운드를 타일러 챗우드에게 넘겼다. 챗우드는 실점 없이 6회를 막아냈다. 앞서 2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게레로 주니어, 로우르데스 구리엘 주니어의 3연속 안타로 선제점을 뽑은 토론토는 1-2로 뒤진 5회에는 에르난데스가 솔로포를 뿜어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양키스는 콜이 동점 홈런을 허용한 뒤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마운드에서 내렸다. 콜은 더그아웃에서 글러브를 내리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정규이닝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팀은 연장전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토론토는 연장 10회초 무사 2루에서 랜덜 그리칙이 양키스의 다섯번째 투수 닉 넬슨을 상대로 오른쪽 외야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터뜨리며 승리를 챙겼다. 류현진은 경기 뒤 “솔직히 오늘 경기에서 내가 제일 못했다”며 “팀 타선이 선취점을 얻은 이닝에서 역전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점한 순간을 빼면 괜찮았다”며 “지난해에는 시즌 초반 공 80∼90개를 던지면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생산력이 있었다”고 몸 상태와 구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더는 귀엽지 않은 곰인형…볼리비아 ‘쓰레기 호수’ 충격 (영상)

    더는 귀엽지 않은 곰인형…볼리비아 ‘쓰레기 호수’ 충격 (영상)

    쓰레기로 완전히 뒤덮인 볼리비아 호수의 충격적인 모습이 공개됐다. AP통신의 지난 25일 보도에 따르면 볼리비아 오루로 인근의 우루우루 호수 일부는 수면과 강바닥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빼곡하게 쌓여있다.우루우루 호수는 해발 3686m 고지대에 있는 호수로, 절경을 구경하기 위해 오는 관광객과 낚시를 즐기기 위해 찾는 낚시꾼들에게 유명한 장소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우루우루 호수는 낚시는커녕 배를 타기도 어려울 만큼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가뭄으로 말라버린 강바닥 위로는 플라스틱병과 버려진 인형, 생활 쓰레기가 쓰레기 처리장을 연상케 할 만큼 뒤덮고 있다.얼마 남지 않은 호숫물도 쓰레기에 점령당하기는 매한가지다. 게다가 호숫물이 인근 광산의 폐수로 인해 오염돼 인근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우루우루 호수는 현재 인근 산호세 광산에서 나온 카드뮴과 아연, 비소 등의 중금속으로 오염돼 있다. 현지의 한 주민은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여기서 낚시도 했다. 새도 많이 서식했는데, 이제는 호수가 오염돼 새들도 죽어간다”고 토로했다.  다비드 초케 오루로 시장은 호수가 원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청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쓰레기양이 워낙 많은 탓에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이 호수가 이미 2016년 긴 가뭄으로 호숫물을 모두 잃었고,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환경 재해 및 광산의 폐수가 원인이라고 설명했지만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지 지역 생태 센터의 생태학자인 림버 산체스는 “도시 오염과 광산 폐수로 인한 오염, 기후변화의 치명적인 조합이 호수의 생태계를 축소시켰다”면서 “수년 간 이어진 오염은 호수를 망가뜨렸고, 야생동물들이 살아갈 곳은 극히 적어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뒤퐁에게 베시가 없었다면

    [장인주의 춤추는 세상] 뒤퐁에게 베시가 없었다면

    파리에서 고속전철 A선을 타고 낭테르 프레펙튀르 역에 내려 5분 남짓 걸으면 커다랗고 하얀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잠파르크가 설계한 파리오페라 발레학교다. 소박한 문패가 정체를 알려줄 뿐, 여느 현대식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프랑스 발레의 자존심을 길러낸 요람이다. 파리오페라 발레학교는 루이 14세의 명에 따라 1713년 설립됐다. ‘밤의 발레’에서 ‘아폴로’ 역으로 출연한 것을 계기로 ‘태양왕’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직접 발레를 즐겼던 루이 14세였기에 체계적인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훌륭한 발레무용수를 대거 배출하며 예술강국으로서의 프랑스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1987년 지금의 현대식 건물에 입주했다. 1990년대 초, 철제 교문이 굳게 닫혀 있고 출입관리도 철저해 외부인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파리오페라 발레학교를 방문할 기회를 얻게 됐다. 지금은 국가학위로 정착한 프랑스 예술강사 자격증제도 준비단계로, 이 학교에서 발레교사자격증 취득과정을 운영할 때였다. 소르본대학에서 석사를 막 마치고 이론공부를 계속할 계획이었지만, 세계 최고의 학교를 다닐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고 다행히 프랑스 정통발레를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나의 열정이 통했던지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날부터 일년 동안 비밀의 성을 탐방하며 프랑스 발레교수법을 익히느라 하루하루가 신났었다.첫날 등교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름 아닌 건물 내부의 원형계단이었다. 계단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둘러 설계한 다양한 크기의 연습실이 마치 퍼즐처럼 구성돼 있고 방마다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 선율에 맞춰 구슬땀을 흘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또렷하게 빛나던 눈망울이 지금도 생생하다. 현대건축의 거장답게 드 포르잠파르크의 설계는 선율과 율동을 모두 감싸 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호령소리. 건물이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지도하는 클로드 베시 교장 선생님이었다. 이 학교에서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베시 교장 선생님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가 압도적이었다. 14세의 나이에 현대발레의 아버지 조지 발란신의 눈에 들어 프랑스 발레리나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섰고, 진 켈리와 함께 영화를 찍었던 금발의 미녀는 이후 후학 양성에 혼신을 다해 32년간(1972~2004) 성공적으로 학교를 이끌었다. 당시에 베시와 함께 학생을 지도했던 20명 남짓의 교사 중에는 세르주 골로빈, 막스 보조니, 질베르 메이에르, 프란체스카 줌보 등이 있었다. 기계적인 기능을 가르치는 발레교육이 아니라 무용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손끝 발끝에 각자의 예술성이 녹아나도록 하는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었고, 최고의 교수법은 다름 아닌 그들의 사랑과 열정이라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최근 파리오페라 발레단의 상징적인 무용수 파트리크 뒤퐁이 만 61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다. 프랑스인 최초 바르나 콩쿠르 금상 수상과 함께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후 루돌프 누레예프, 모리스 베자르, 앨빈 에일리 등 거장의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말년엔 TV쇼 ‘스타와 춤을’에 출연해 심사위원으로 입담을 보여 주기도 했지만 폐암 악화로 갑작스럽게 떠나자, 어린 뒤퐁을 발굴했던 막스 보조니(1917~2003)와 누구보다 그를 아들처럼 아꼈던 클로드 베시(1932~)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스승과 제자 사이를 넘어 가족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발레를 사랑했던 그들이었다. 내가 지켜보았던 파리오페라 발레학교의 풍경을 추억하면서 사제 간의 사랑으로 가치를 더했던 예술세계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 ‘쿡방’ 속 저 문신 “도망친 마피아다”

    ‘쿡방’ 속 저 문신 “도망친 마피아다”

    카리브해 섬나라에서 수년째 도피생활을 해 왔던 이탈리아 마피아가 유튜브에 ‘쿡방’(요리 영상)을 올렸다가 덜미를 잡혔다. 얼굴은 가렸지만, 영상에 독특한 문신이 노출되는 바람에 정체가 탄로 났다고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서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도주 마피아 은드랑게타 분파 조직원으로 이번에 검거된 마르크 페렌 클라우데 비아르트(53)는 마약밀매 혐의로 2014년 내려진 이탈리아 검찰의 체포 명령을 피해 7년째 도주 중이었다. 일단 중미 코스타리카로 도주했던 비아르트는 5년 전부터 도미니카공화국의 해변도시인 보카치카에 숨어 살았다. 보카치카에서 현지 이탈리아 사람들과 교류도 하지 않고 은둔 생활을 이어 가던 비아르트는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영상 속 그의 문신을 알아챘고, 비아르트는 결국 인터폴에 체포돼 29일 이탈리아 밀라노로 송환됐다. 이탈리아 경찰은 “이탈리아 요리를 향한 사랑 덕분에 그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남긴 흔적을 추적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 치료 입원한 마피아 검거도 이날 포르투갈에선 2007년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경쟁 마피아 조직원 6명을 사살한 뒤 14년 동안 도주생활을 해 온 은드랑게타의 또 다른 조직원 프란체스코 펠레(44)가 검거됐다. 마피아 중에서도 가장 악질적인 수배자로 알려진 펠레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리스본의 한 병원에 입원했다 검거됐다. 은드랑게타는 장화 모양 지형인 이탈리아에서 앞굽 부분에 위치한 칼라브리아를 거점으로 삼는 마피아 분파다. 유럽으로 들어오는 코카인 대부분을 통제하면서 세를 확장한 은드랑게타는 시칠리아 마피아인 코사 노스트라에 필적하는 분파로 꼽힌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맨시티를 맨유 위로 끌어올린 ‘EPL 역대 최고 외인’ 아궤로, 10년 동행 마침표

    맨시티를 맨유 위로 끌어올린 ‘EPL 역대 최고 외인’ 아궤로, 10년 동행 마침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역대 최고 외국인 공격수인 세르히오 아궤로(33·아르헨티나)가 올 여름 맨체스터 시티와 10년 동행에 마침표를 찍는다. 맨시티는 3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올해 여름 계약이 끝나는 전설적인 스트라이커 아궤로와 작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3년 인디펜디엔테(아르헨티나)에서 프로 데뷔한 아궤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를 거쳐 2011년 여름 맨시티에 입단했다. 이후 이번 시즌까지 10년을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뛰며 공식전 384경기에서 257골을 터트렸고 EPL 4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1회, 리그컵 5회 우승을 함께했다. 맨시티는 아궤로와 함께하며 그간 눌려 지내던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뛰어 넘는 EPL 최고 팀으로 뛰어올랐다. 2011년 이후 맨유는 EPL 1회, FA컵 1회, 리그컵 1회 우승에 그치고 있다.특히 아궤로는 EPL에서만 271경기에서 181골을 넣어 역대 개인 득점 4위에 올라 있다. 잉글랜드 국적이 아닌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역대 최다 득점자다. 아궤로는 2011~12시즌 퀸즈파크 레인저스와 EPL 최종전에서는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넣으며 맨시티에 44년 만의 EPL 우승을 안기기도 했다. 2014~15시즌에는 26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올시즌에는 부상과 로테이션이 겹치며 EPL 1골(시즌 전체 3골)에 그치고 있다. 맨시티는 에버턴과 올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성대한 이별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아궤로의 차기 행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바르셀로나(스페인),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등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궤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나의 사이클이 끝날 때면 여러 감정이 일어난다”면서 “맨시티에서 10시즌을 뛸 수 있어 큰 만족감과 자부심을 느낀다. 이 시대, 이 나이에 프로 선수로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과 함께 새로운 무대가 시작된다”면서 “열정과 프로 정신을 바쳐 최고 수준에서 경쟁해왔던 것처럼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끼 곰 네 마리 데리고 길 건너기…어미 곰의 고군분투 (영상)

    새끼 곰 네 마리 데리고 길 건너기…어미 곰의 고군분투 (영상)

    어미 곰 한 마리가 말썽꾸러기 새끼 곰들을 데리고 길을 건너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코네티컷주(州) 리치필드 카운티에 있는 윈체스터의 한 도로에서 흑곰 가족이 길 건너기를 시도했다. 때마침 현장에 있던 한 경찰차의 지시로 도로 양방향의 차량 모두 정차하고 곰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당시 도로에 있던 로빈 코벨리라는 이름의 한 여성이 촬영해 페이스북에 공유한 영상을 보면, 어미 곰은 먼저 새끼 곰 네 마리 중 한 마리의 목덜미를 물고 나서 길을 건넌다. 그러자 나머지 새끼 곰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어미 뒤를 따른다. 잠시 뒤 남은 두 마리 중 한 마리도 길을 건넌다.하지만 마지막 남은 새끼 곰은 길을 건널 생각은 하지 않고 근처에 있던 나무 위로 살짝 올라간다. 그러자 건너편에 있던 어미 곰이 다시 길을 건너와 남은 새끼 곰을 입에 물고 길을 건너려 한다. 그런데 먼저 건너간 새끼 곰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다시 어미 곰이 있는 곳까지 길을 건넌다. 그러자 어미 곰은 입에 물고 있던 새끼 곰을 잠시 도로 한가운데 내려놓고 나머지 새끼 곰을 입에 물고 옮기려 한다. 그때 도로 한가운데 내려놨던 새끼 곰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가려 한다. 한 번에 한 마리씩밖에 옮길 수 없던 어미 곰은 두 말썽꾸러기 곰을 데리고 길을 건너기 위해 이들 곰을 한 마리씩 조금씩 옮기기를 반복하던 끝에 그중 한 마리를 입에 물고 길을 빠르게 건너가 숲속으로 옮긴다. 이때 남아 있던 새끼 곰이 그 뒤를 따라서 길을 건넜지만 이번에는 먼저 건너간 두 새끼 곰 중 한 마리가 도롯가에 나와 있다가 다시 반대편 쪽으로 건너간다. 결국 어미 곰은 다시 도로 위로 뛰어나와 새끼 곰을 입에 물고 자신이 가려는 곳으로 달려간다. 그러자 건너편에서 어미 곰을 기다리던 남은 새끼 한 마리가 그 뒤를 따라가면서 마침내 곰 가족의 길 건너기가 끝이 난 것이다. 코네티컷주에서는 몇 년 전부터 흑곰 개체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 이런 목격 사례 역시 빈번하다. 주정부 에너지환경보호부에 따르면, 2019년에만 코네티컷주 마을 169곳 중 150곳에서 총 7300여 건의 곰 목격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로빈 코벨리/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내 흉터가 애국심이다” 셔츠 벗은 아시아계 퇴역 미군

    “내 흉터가 애국심이다” 셔츠 벗은 아시아계 퇴역 미군

    미국 내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 아시아계 퇴역 군인이 군복무 중 생긴 흉터를 공개하며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9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의 선출직 공무원 리 웡(69)은 지난주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인종차별을 주제로 연설하던 중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그가 “애국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주겠다. 여기 내 증거가 있다”고 말하며 옷을 들어 올리자 가슴을 가로지르는 듯한 커다란 흉터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웡은 이 흉터가 미군 복무 중 생긴 것이라며 “사람들은 내가 이 나라에 얼마나 충성적인지 의문을 제기했고, 내가 충분히 미국인 같지 않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헌법에 모든 사람이 똑같고 평등하다고 적시돼 있다”며 “누가 우등하고 열등하다고 얘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웡은 1960년대에 미국으로 유학하러 온 뒤 미국 육군에서 20년 복무를 마치고 2005년부터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다른 인터뷰에서 “반세기 넘게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현재까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며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연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아시아 증오를 그만두라’는 해시태그(#StopAsianHate)를 달아 영상을 공유하고 “애국심을 증명하기 위해 영혼까지 까발려야 한다는 게 가슴 아프다”고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내 애국심 보여주마” 셔츠 벗어 흉터 보여준 아시아계 미국 공직자

    “내 애국심 보여주마” 셔츠 벗어 흉터 보여준 아시아계 미국 공직자

    “여러분에게 애국심에 대한 의문이 어떤 것인지 보여드리겠다.” 미국 오하이오주 웨스트체스터 시의회의 타운홀 모임 도중 리 웡(69) 주민평의회 의장이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거론하던 중 갑자기 셔츠를 벗어 가슴에 난 커다란 흉터를 보여줘 소셜미디어에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편에서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에 맞서 용기있게 발언했다며 반겼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애국심이란 감정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고 확인받는 일이 꼭 필요한 것이냐고 묻기도 한다. 그는 일어선 채 가슴을 보여줬다. 바로 옆 여성의 걱정스러운 눈길을 애써 무시하는 척했다. 그는 “여기 내 증거가 있다. 미군에서 복무하면서 얻은 상처다. 이런 애국심이면 충분한가“라고 물었다. 이어 사람들이 자신에게 미국에 충성하느냐고 묻는다면서 자신이 “미국인처럼 보이지 않아” 그런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헌법에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고 규정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웡은 열여덟 살이던 1960년대 말 미국에 유학을 왔으며 조롱과 신체적 위해를 경험했다고 폭스뉴스에 털어놓았다. 미군에서 20년을 복무했으며 2005년에 처음 선출직 공직에 임명됐다고 했다.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벌어지고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이 인종차별과 증오가 낳는 위험성을 걱정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그의 동영상에 해시태그 #아시아인에대한증오를멈춰라(StopAsianHate)를 달며 응원의 뜻을 밝혔다. 한 누리꾼은 “경륜도 있고 성심을 다한 그와 같은 누군가가 영혼 깊숙이 감춰둔 얘기를 정곡을 찔러 지적했다는 점이 힘있고 가슴 떨린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숨이 멎을 것 같다. 이 남자는 벌떡 일어서 미국을 위해 싸우다 얻은 흉터를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제니 양은 웡이 강력한 메시지를 밝혔다면서도 “위엄과 존경을 받을 만한 미국인이란 점을 증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너무 나간 측면은 있지만 재미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참전용사인 만수르 샘스는 무슬림해병 사이트에 “어떤 미국인도 누군가에게 애국심을 증명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생각을 추가로 털어놓았다.1970년대에 시카고에서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얻어맞아 입원한 적이 있었다면서 반세기 넘게 미국에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언어 희롱에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웡은 “식료품 가게에서 아빠와 함께 있던 꼬마가 나한테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식”이라며 “그냥 어린 애라고 웃어넘기지만 애가 누구한테서 그런 것을 배웠겠느냐는 문제가 이면에 있다”고 지적했다. 또 “누군가 내게 다가와 충분히 미국인 같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때면 심장이 흉기로 찔린 것처럼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날 따르라” 한반도 압박… G2 속내 엿보다

    “날 따르라” 한반도 압박… G2 속내 엿보다

    “중국이 미국의 243년 역사에서 다뤄야 했던 경쟁자 중 가장 큰 경쟁자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중략) 미국인들이 믿는 자유와 법치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은 이 중국 특색의 레닌주의 전체주의다.”(‘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 22~23쪽) “중화인민공화국은 16개 국가의 연합군을 이웃 나라(한국)의 대지에서 일거에 격파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철저하게 탈환했다.(중략) 오늘날 중국인은 마침내 민족 진흥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항미원조’ 하권 916쪽)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미동맹과 중국 시장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도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외교안보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양국의 다양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번역서가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김앤김북스는 최근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이 쓴 ‘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을 출간했다. 저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한 중국은 자유·법치·인권에 기초한 미국과 공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중국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훔치고 군사기밀을 해킹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잠식해 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과의 경쟁은 ‘체스’가 아닌 ‘바둑’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둑은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알 정도로 형세가 유동적이라 전체 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선에서 하나하나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지난달 출간된 미국 안보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김앤김북스)은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가 해체되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손을 떼게 돼 미국이 책임져 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았다. 다만 저자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이 제공한 세계 질서 기반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그 질서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본 ‘항미원조’(다른생각)는 6·25전쟁을 다뤘으나 미국의 개입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리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정세부터 소개하는 이 책에서 6·25는 민족 간의 내전이므로 미국의 개입과 미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00여년간 서구 열강에 능욕을 당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치욕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중국몽’을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도 묻어난다. 다만 6·25의 책임 소재에 대해선 “누가 전투를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남측과 북측이 모두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상권 117쪽)고 해 우리 국민감정에는 배치될 수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개월간 미중 관계를 다룬 책 판매 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5% 늘었다. 현재까지 미중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퓨리탄) 등이다. 미중 갈등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역량을 확충한다고 밝혀 사드 사태 때처럼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최근 반중 정서와 맞물려 양측 감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美 “중국 공존 못해” 中 “세계속 위치 탈환”…양국 속내 엿볼 신간 잇따라

    美 “중국 공존 못해” 中 “세계속 위치 탈환”…양국 속내 엿볼 신간 잇따라

    “중국이 미국의 243년 역사에서 다뤄야 했던 경쟁자 중 가장 큰 경쟁자라고 확신 있게 말할 수 있다.(중략) 미국인들이 믿는 자유와 법치의 미래에 치명적 위협이 되는 것은 이 중국 특색의 레닌주의 전체주의다.”(‘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 22~23쪽) “중화인민공화국은 16개 국가의 연합군을 이웃 나라(한국)의 대지에서 일거에 격파해, 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마땅히 차지해야 할 위치를 철저하게 탈환했다.(중략) 오늘날 중국인은 마침내 민족 진흥의 황금시대를 맞이했다.”(‘항미원조’ 하권 916쪽)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격화하면서 한미동맹과 중국 시장을 모두 포기할 수 없는 한국도 전략적 선택의 압박을 받게 됐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외교안보 전략의 ‘린치핀’(핵심축)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양국의 다양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번역서가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김앤김북스는 최근 뉴트 깅리치 전 미 하원의장이 쓴 ‘전체주의 중국의 도전과 미국’을 출간했다. 저자는 “언제나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한 중국은 자유·법치·인권에 기초한 미국과 공존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는 아직 중국을 상대로 효과적으로 싸울 준비가 돼 있지 않고, 중국에서 돈을 벌려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중국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훔치고 군사기밀을 해킹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미국의 취약성을 잠식해 간다고 그는 주장한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과의 경쟁은 ‘체스’가 아닌 ‘바둑’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둑은 끝까지 가 봐야 승패를 알 정도로 형세가 유동적이라 전체 판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하려면 모든 전선에서 하나하나 봉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지난달 출간된 미국 안보 전문가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세계와 지정학’(김앤김북스)은 냉전시대의 유산인 미국 주도 동맹체제가 해체되고, 바이든 시대에도 미국이 세계 질서에서 손을 떼게 돼 미국이 책임져 온 세계 질서가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담았다. 다만 저자는 중국의 번영은 미국이 제공한 세계 질서 기반 위에서 이룩된 것이라 그 질서가 무너지면 중국도 무너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중국인의 시각에서 미국을 바라본 ‘항미원조’(다른생각)는 6·25전쟁을 다뤘으나 미국의 개입은 중국을 노린 것이라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중국 작가 리펑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정세부터 소개하는 이 책에서 6·25는 민족 간의 내전이므로 미국의 개입과 미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100여년간 서구 열강에 능욕을 당한 중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치욕을 씻고 자신감을 되찾았다며 ‘중국몽’을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도 묻어난다. 다만 6·25의 책임 소재에 대해선 “누가 전투를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남측과 북측이 모두 전쟁을 하고 싶어 했다”(상권 117쪽)고 해 우리 국민감정에는 배치될 수 있다.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5일까지 3개월간 미중 관계를 다룬 책 판매 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35% 늘었다. 현재까지 미중 관계에 대한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지식노마드),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퓨리탄) 등이다. 미중 갈등에 대한 국내 독자의 관심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방어 역량을 확충한다고 밝혀 사드 사태 때처럼 한국을 향한 중국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며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최근 반중 정서와 맞물려 양측 감정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경수 “가덕신공항 건설비 28조원은 부풀려진 것…선심성? 서울시각에서만 보지 마라”

    김경수 “가덕신공항 건설비 28조원은 부풀려진 것…선심성? 서울시각에서만 보지 마라”

    지난달 26일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건설 비용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부산시가 제시한 건설비용 7조원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토교통부가 보고서에 필요 재원을 28조원으로 예상하면서, 정치권이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최근 광역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행 중인 경제와 행정을 통합하는 작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신공항은 반드시 필요하고, 국토부가 제시한 28조원의 산정 근거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난 24일 창원 경남도청에서 만나 ‘지방의 초광역화’ 전략과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오해에 대한 답을 들어봤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 필요성 문제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필요성에 의심을 갖는 것은 서울사람 시각인 것 같다. 현재 김해공항은 2018년 기준 국제선 이용객만 1000만명을 넘겼다. 국토부는 2025년에야 김해공항 국제선 이용객이 1000만명이 될 것이라고 봤는데 7년이나 당겨진 것이다. 여기에 부산과 울산, 경남 등에서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없어 인천공항으로 가야 하는 사람이 2018년에만 556만명이나 되는데, 이들이 쓰는 돈만 1년에 3325억원이나 됐다. 여기에 시간까지 생각하면 길에다 버리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인천공항 갔다왔다 1년에 수천억원 길에서 버려” -경제성이 있다는 뜻인가. 일각에서는 활주로에 고추 말리는 지방공항처럼 되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여객만 이야기 했지, 산업 관련 경제성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 최근 반도체나 소재부품 등 첨단산업제품은 모두 항공기로 수송한다. 때문에 이들 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려면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공항이 이제 필수적인 인프라가 됐다. 부산의 항만과 가덕도의 항공이 결합해야 부울경뿐 아니라 전남에서도 첨단기업 유치가 가능하다. 이런 부가가치를 생각하면 경제성은 차고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를 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뒤집은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됐다. 활주로를 넓혀야 하는 김해공항은 산을 깎아야 하는 것은 물론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확장이 어렵다. 참여정부 때부터 8번 용역을 했는데 7번이 확장이 어렵다고 나오고 딱 1번 박근혜 정부 때 활주로를 V자로 만들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활주로를 V자로 만들면 김해 옆 장유신도시 15만명의 인구가 항공기 소음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여기에 활주로를 V자로 만드는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일이다. 결국 김해공항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한 것이다. 총리실 검증위원회에서 확인 결과 가덕은 7조 5400억원, 김해는 9조~10조원, 밀양은 10조 6600억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났다. 가덕도가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28조원이나 되는 재원을 들여 만들어야 할 정도인지 모르겠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8조원의 전제부터 좀 잘못됐다. 부산시 용역에서 나온 사업비 7조 5400억원은 당초 김해공항 확장을 계획할 때 3.5㎞ 활주로를 1개 늘리기로 했던 것을 가덕도에 건설한다고 했을 때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28조원은 활주로를 2개 건설하고, 김해에 있는 군공항까지 이전하는 것이다. 사업의 크기가 다른데 같은 잣대로 비용을 산정하면 안된다. 그리고 국방부는 김해군공항의 이전을 검토한 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또 국토부 보고서대로 군공항 이전사업까지 포함해도 비용이 28조원이 나오지 않는다. 김해공항 면적 652만㎡ 중 70%가 군사시설이다. 군사공항을 이전하면 그 땅을 개발 할 것 아니냐. 특히 김해공항의 위치는 부산과 김해 중간에 있는 금싸라기 땅이다. 그곳을 개발해 나오는 수익은 빼고 비용 계산을 했다. 가덕도 인근의 에코델타시티 사례를 보면 김해공항개발 사업을 통한 개발이익의 가치가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사업구조는 키우고, 수익은 제외시켜 비용을 뻥튀기 한 것이다.” “28조원은 활주로 2개에 군공항 이전 비용까지 포함” -가덕도는 울산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처음에는 울산시가 미온적이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최고 시속 500㎞로 물 위를 나는 배인 ‘위그선’으로 가면 20분 만에 간다.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또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은 부울경뿐 아니라 전남 지역의 기업 유치 등 경제 발전의 발판이 될 것이며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선심성으로 진행했다는 비판도 있다. 때문에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또 뒤집어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미 특별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사업을 물리기 어렵게 됐다.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이제 진행 할 수 밖에 없다. 덧붙이면 이번 가덕도신공항 관련 보도를 보면서 속이 많이 상했다. 완전히 서울사람 시각에서만 보도가 되더라. 중앙부처가 하는 것이 옳고, 지방정부가 하는 것은 틀렸다는 시각도 있는 것 같았다. 적어도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는 이쪽저쪽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가덕도 신공항에 부울경이 이렇게 열심히인 이유는 뭔가. “동남권 메가시티의 가장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수준을 넘어 이제 지방소멸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를 막기 위해선 광역지방정부들이 초광역화를 통해 생활과 경제적 공간을 연결해 경쟁력을 마련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메가시티의 핵심 인프라” -대한민국이 넓은 땅도 아닌데 왜 초광역화 전략이 필요한가. “수도권과 지방에 사는 국민들 모두 불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수도권은 인구가 너무 몰리면서 주택가격 급등과 교통, 환경문제 등으로 괴롭다. 반면 지방은 사람이 너무 없어 점점 고사(枯死) 상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지방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최근 우리 광역지방정부들이 추진하는 초광역화 전략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광역연합, 영국의 맨체스터지방연합,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 등도 초광역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메가시티를 만들면 지방의 경쟁력이 생기나. “수도권을 예로 설명을 해 보겠다. 수도권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것도 잘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이 하나의 경제·생활 권역으로 유기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도시 문제 해결은 물론 경제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수도권이 하나의 권역으로 움직이다 보니 인력이나 재원의 확보도 쉽고, 서비스나 사업을 했을 때도 시장이 두터워 효과적이다. 그렇다 보니 민간 기업도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메가시티는 각 광역지방정부의 사업을 초광역협력 방식으로 묶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과 울산, 경남이라는 광역지방정부를 인구 800만명 규모의 하나의 생활·산업·경제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할 만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인프라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다른 광역지방정부도 ‘메가시티’를 외치고 있다. 같은 이유인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충청권도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안다. 다들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중앙정부나 수도권에서는 메가시티를 위한 인프라 건설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수도권 시민들의 삶과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지방소멸이 현실화되면 수도권에서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비용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물리적 결합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행정부문에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가. “처음에는 느슨한 연대로 생활권부터 통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행정적으로는 서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공모사업을 협력해서 따오고 있다. 예전에는 울산, 부산, 창원, 진주가 각각 정부 지원사업을 따겠다고 나섰지만 지금은 울산시가 하는 것을 부산과 경남이 밀어주는 방식으로 나서고 있다. 화학적 결합을 위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낮은 수준의 연대가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의 확충이다. 서울에서 창원까지 KTX로 2시간 30분이 좀 넘게 걸린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부산을 가는 데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교통망이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청년층이 주말을 즐기기 위해 부산이 아니라 서울로 간다. 지난해 용산 이태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 발생했을 때 창원에서 관련 확진자가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이 연결되다 보니 모두 서울만 가고 그 결과 제2의 도시라는 부산도 경제적으로 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메가시티의 핵심사업은 각 지역을 잇는 것인가. “맞다. 도시공학 쪽에서는 ‘공간을 압축한다’고 표현을 하는데, 부산과 울산, 경남을 광역대중교통망으로 촘촘하게 연결해서 생활권과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부울경을 대중교통으로 1시간대로 연결하는 도로·철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여기에 이들 지역이 독자적인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부산신항만과 남부내륙고속철도 그리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동남권 메가시티는 지방 생존전략… 경쟁력 강화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지방 생존전략… 경쟁력 강화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

    사람과 일자리, 돈, 교육·문화 인프라가 모두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인구의 순이동은 2017년 1만 6006명에서 2019년 8만 7741명으로 5배가 급증했다. 지금처럼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전국 기초지방정부 228곳 중 105곳(46.1%)이 3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광역지방정부들은 이런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경제와 행정을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른마 ‘메가시티’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지난 24일 창원 경남도청에서 만나 ‘지방의 초광역화’ 전략에 대해 들어 봤다.-대한민국이 넓은 땅도 아닌데 왜 초광역화 전략이 필요한가. “수도권과 지방에 사는 국민들 모두 불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수도권은 인구가 너무 몰리면서 주택가격 급등과 교통, 환경문제 등으로 괴롭다. 반면 지방은 사람이 너무 없어 점점 고사(枯死) 상태가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고 지방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최근 우리 광역지방정부들이 추진하는 초광역화 전략은 일종의 생존을 위한 경쟁력 확보 방안이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광역연합, 영국의 맨체스터지방연합,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 등도 초광역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다.” -메가시티를 만들면 지방의 경쟁력이 생기나. “수도권을 예로 설명을 해 보겠다. 수도권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것도 잘 살펴보면 서울과 경기, 인천이 하나의 경제·생활 권역으로 유기적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도시 문제 해결은 물론 경제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수도권이 하나의 권역으로 움직이다 보니 인력이나 재원의 확보도 쉽고, 서비스나 사업을 했을 때도 시장이 두터워 효과적이다. 그렇다 보니 민간 기업도 수도권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메가시티는 각 광역지방정부의 사업을 초광역협력 방식으로 묶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과 울산, 경남이라는 광역지방정부를 인구 800만명 규모의 하나의 생활·산업·경제권으로 만드는 것이다. 민간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할 만한 시장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인프라 중복투자로 인한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다른 광역지방정부도 ‘메가시티’를 외치고 있다. 같은 이유인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충청권도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안다. 다들 뭉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중앙정부나 수도권에서는 메가시티를 위한 인프라 건설에 들어가는 돈을 비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수도권 시민들의 삶과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다.” -물리적 결합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행정부문에서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가. “처음에는 느슨한 연대로 생활권부터 통합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행정적으로는 서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정부에서 추진하는 다양한 공모사업을 협력해서 따오고 있다. 화학적 결합을 위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낮은 수준의 연대가 점점 강화될 것이라고 본다.”-그렇다면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지방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망의 확충이다. 서울에서 창원까지 KTX로 2시간 30분이 좀 넘게 걸린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는 부산을 가는 데도 대중교통을 이용해 2시간 정도가 걸린다. 교통망이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청년층이 주말을 즐기기 위해 부산이 아니라 서울로 간다. 서울을 중심으로 광역교통망이 연결되다 보니 모두 서울만 가고 그 결과 제2의 도시라는 부산도 경제적으로 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메가시티 핵심사업은 각 지역을 잇는 것인가. “맞다. 도시공학 쪽에서는 ‘공간을 압축한다’고 표현을 하는데, 부산과 울산, 경남을 광역대중교통망으로 촘촘하게 연결해서 생활권과 경제권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부울경을 대중교통으로 1시간대로 연결하는 도로·철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여기에 이들 지역이 독자적인 산업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인프라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부산신항만과 남부내륙고속철도 그리고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가덕도에 신공항이 필요한가. “이것도 서울사람 시각인 것 같다. 현재 김해공항은 2018년에 국제선 이용객만 1000만명을 넘겨 포화 상태다. 지방공항 중에 딱 3곳이 흑자인데 김포, 제주, 김해가 흑자다. 특히 김해공항은 흑자 규모가 1000억원으로 가장 크다. 여기에 최근 반도체나 소재부품 등 첨단산업제품은 모두 항공기로 수송한다. 때문에 이들 산업을 유치하고 육성하려면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한 국제공항이 이제 필수적인 인프라가 됐다. 부산의 항만과 가덕도의 항공이 결합해야 부울경뿐 아니라 전남의 기업 유치가 가능하다.” -국민적 합의를 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뒤집은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노무현 대통령 때 시작됐다. 활주로를 넓혀야 하는 김해공항은 산을 깎아야 하는 것은 물론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확장이 어렵다. 참여정부 때부터 8번 용역을 했는데 7번이 확장이 어렵다고 나오고 딱 1번 박근혜 정부 때 활주로를 V자로 만들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활주로를 V자로 만들면 김해 옆 장유신도시 15만명의 인구가 항공기 소음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결국 김해공항 확장이 어렵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총리실 검증위원회에서 확인 결과 가덕은 7조 5400억원, 김해는 9조~10조원, 밀양은 10조 6600억원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났다. 가덕도가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28조원이나 되는 재원을 들여 만들어야 할 정도인지 모르겠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28조원의 전제부터 좀 잘못됐다. 부산시 용역에서 나온 사업비 7조 5400억원은 당초 김해공항 확장을 계획할 때 3.5㎞ 활주로를 1개 늘리기로 했던 것을 가덕도에 건설한다고 했을 때를 기준으로 계산된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가 내놓은 28조원은 활주로를 2개 건설하고, 김해에 있는 군공항까지 이전하는 것이다. 김해공항 면적 652만㎡ 중 70%가 군사시설이다. 한마디로 사업구조를 키워 비용도 뻥튀기한 것이다. 또 군공항까지 이전해도 28조원은 안 나온다. 군공항을 이전하게 되면 그곳을 개발하게 될 것인데 그로 인해 얻는 수익은 빠졌다.” -가덕도는 울산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처음에는 울산시가 미온적이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최고 시속 500㎞로 물 위를 나는 배인 ‘위그선’으로 가면 20분 만에 간다. 현재 상용화를 앞두고 시험운행을 하고 있다.” 창원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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