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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교육문제 이렇게 풀자

    국민의 교육열은 교육수준을 빠른 속도로 성장시켰지만 또 다른 폐단을 양산했다.과열된 경쟁교육이 극도의 개인주의에 접목하면서 ‘내 자식만은’이라는 특별의식을 형성시켰다.이 의식은 특히 대학입시에 연계돼 수많은 사회문제를 만들어 냈다.‘대학 부정입학’‘공교육 붕괴’‘참다운 선생의 부재’‘촌지’‘체벌’‘강남 교육특구’‘사교육비로 인한 가정경제 파탄’‘고3 수험생의 가족 독점’‘이력서의 학력란’‘조기유학’‘원정출산’ 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교육현장 내지 교육제도와 관계가 깊다. 이중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값의 상승 요인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교육특구와 관계가 깊다고 한다.과거에는 ‘8학군’이란 명목이 대치동 아파트값을 상승시키더니,이제는 ‘사설학원의 천국’이란 명제로 그 특권을 지속시키려고 한다.결국 교육환경 우월이란 이유로 장소적 특권의식이 형성되고 그것을 어떠한 명목으로든 유지하려는 보수집단의 기득권은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문제들이 교육환경에서 출발한 것이니 교육제도개선 차원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이란 그 자체가 복합적 행위이므로 그 해결책 역시 복합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가장 근본적인 것부터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학제를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지금의 6-3-3-4 제도에는 문제가 많다.이 제도는 유아·보육의 교육을 도외시하고 초등기간이 장기간이며,중학교 과정이 어정쩡하고,입시기관화한 고교 기간이 너무 길다.7차 교육과정에 맞추어 2-4-4-2-4 제도로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이 제도는 유아교육의 발전을 기할 수 있으며 심화과정을 대학입시와 연계시키면 사설학원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둘째,유아·보육에 공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지금의 제도는 예체능 사설학원과 연계돼 주로 사교육적으로 처리함으로써 사설학원을 양산할 뿐더러 맞벌이 부부 등 학부모의 교육의지를 불안하게 만든다. 셋째,특별·특수교육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단순한 명문대 선택이 아니라 능력과 자질에 따른,적성에 맞는 교육의 기회를 확대시켜야 한다.진로를 조기에 과학적으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시간과 경비를 절약케 해준다. 넷째,대학교육이 전문가가 되는 길잡이가 되도록 해야 한다.무조건 명문대를 가야 한다는 욕구를 채우고자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학과 중에서 선택해 허송세월을 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전공을,입학 시에는 범위를 넓게 하고 졸업 시에는 다양하게 하도록 하며,현실성이 없거나 맹목적인 분야는 정리해야 한다. 다섯째,교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교사양성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학교교육이 부재하다는 요인 중에는 교사의 질 문제가 있다.단순한 임용고사식 교사 선발은 교사양성 제도의 질을 저하시킨다.전문가로서 긍지를 갖고,학생에게 추앙받는 교사를 양성해 교육현장에 배치해야 한다. 여섯째,사교육시설을 정비해야 한다.학교 교육에서는 실현하기 어렵고 부족한 부분에 한해 사교육시설에서 보완·보충하게 해야 한다.지금같이 사교육기관이 교과내용 전부를 전담하면 공교육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일곱째,신행정수도를 건설할 경우 서울대와 명문 사립대 일부를 이전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이비대해지는 이유 중에,자녀 교육 때문에 지방 거주자가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한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이같은 치유책들을 종합적으로 조사·검토한 뒤 장단기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교육제도는 현실성을 감안하면서 꾸준히 실행해 나가야만이 결실을 거둘 수 있다.단지 책상에 앉아 계획을 수립하고 하향식으로 개선하려 들면 그 계획은 또 다른 교육문제를 만들 수 있다. 김범주 한국교원대 교수
  • 대학총장서 교장 변신 ‘평생訓長’/교육계원로 박성수 명지고 교장

    지난 19일 오후 서울 홍은동 명지고.운동장에서는 체육 수업을 하는 학생들이 조별로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었다.이를 지켜보는 박성수(62) 교장은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그는 대학 총장 출신으로 고교 교장으로 부임한 첫 원로 교육자이다.지난해 8월 취임한 지 1년이 됐다.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전주대 총장까지 지낸 그는 평생 가르쳐온 교육을 이제 현실에서 직접 하나하나 실천하면서 정착시켜나가고 있다. 그의 첫 마디는 “이 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것이었다.줄곧 대학에만 몸담아 왔지만 고등학교에 와보니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는 설명이었다. ●학생들 수업시간에 왜 조는지 이해못해 그가 이 곳에 부임한 것은 명지대 선우중호 총장의 권유가 결정적인 계기였다.지난해 전주대 총장 임기를 마칠 무렵 타이완에서 열린 세계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만난 선우 총장이 고교생들을 맡아달라고 완곡하게 부탁했다.서울대 동료 교수시절 잘 알고 지내던 선우 총장의 권유에 따라 그는 지난해 8월 초빙교장으로서 아이들을맡았다. 그가 짧은 시간에 겪은 고교의 현실은 대학에서 느낀 것과는 큰 차이가 났다.가장 궁금한 일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이었다.‘왜 잘까?’ 학교 수업을 보충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대답은 낯설게만 느껴졌다.혹시 했던 우려는 엄연한 현실이었다.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내용을 다 가르치려면 현재 수업시간의 2∼3배는 더 필요하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박 교장은 이 문제로 며칠을 고심하다 교과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현행 교과서만으로는 아이들이 원하는 학습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즉시 실천에 옮겼다.교과서를 자체적으로 다시 만들기로 했다.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경제,과학 등 1학년 교육과정 7과목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미국이나 유럽의 교과서처럼 학습 자료가 모두 포함된 두꺼운 교과서를 만들면 학생들이 굳이 학원에 가지 않고 충분히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과서였다.처음에는 반대하던 교사들도 방학을 반납하고 교과서 개발에 매달릴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학교 재단측에서도 과목당 1000만원씩 3년 동안 2억여원의 개발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혼자서 공부할수 있는 교과서 자체제작 교사들의 연구수업은 ‘축제’로 바꿨다.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연구수업 대신 학생과 학부모,주민,교사의 가족 등이 모두 참여해 자신의 수업을 소개하는 ‘축제의 장’을 열자는 제안이었다.그의 생각대로 수업이 축제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교사들이 허심탄회하게 서로의 수업을 비교하고 자신의 수업 방식을 고쳐나갔다.자연스럽게 수업의 질은 나아졌다. 달라진 것은 또 있다.체벌이 거의 사라졌다.그는 “부임해보니 학교 곳곳에서 교사들이 말 안 듣는다고,수업시간에 장난친다고,숙제 안 해왔다고 이런저런 이유로 학생들을 마구 때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그는 교사들의 설득에 들어갔다.‘때리지 말라.’는 지시가 아니라 ‘꼭 때려야 하나.’라는 조언이었다. 그는 “학생들을 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면 교사가 아닌누구나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때려서 말을 듣게 한다면 교사로서 자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아이들은 때리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논리로 체벌을 옹호해온 교사들도 박 교장의 끈질긴 설득을 받아들였다. 매일 아침 교문 앞 생활지도 단속도 사라졌다.아침마다 생활지도 교사들이 무서워 학교 앞 골목길에 숨어 망설이거나 아예 돌아가는 학생들을 보고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대신 담임교사에게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맡겼다.또 무단결석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외부 자문위원들을 학생 지도에 참여시킬 복안도 마련했다. 학교 운영의 노하우도 학부모들의 생각을 앞지른다.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학급비를 걷는 악습을 없애기 위해 학부모와 동문 선배들이 주축이 된 바자회나 음악회를 생각해 내기도 했다. ●교사들 끈질기게 설득 교내체벌 추방 그는 “학부모들이 대학 입시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성공적인 사회생활이나 행복한 가정생활이 인생의 목표라면 대학 졸업이후까지 멀리 보고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경험에 비친 교육 방법론이다.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우수 인재가 들어간다고 하는 곳에서조차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길러내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은 교육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외국을 따라가거나 예전부터 해오던 식으로 교육이 이뤄져서는 앞으로 세계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그가 교육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교육부가 대학은 물론 초·중·고의 운영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이다.학생이 학교와 커리큘럼을 선택하게 하고 학교에는 학생 선발권을 줘 학교가 단위학교별로 개성있는 교육을 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이뤄지고 있는 대학별 특성화도 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모두 드러나지 않는 장기 교육계획을 가지고 있어요.그러나 우리는 그런 계획도,방향조차 없습니다.정부는 간섭하려고만 합니다.우리나라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합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길섶에서] 체벌 유감

    필부(匹夫)들의 생각이 늘 그렇지만,수험생인 아들에게 “뭐 힘이 될 일이 없을까.” 찾다가,승용차로 등교를 도와주기로 했다.10분이 조금 넘는 짧은 거리이지만,처음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그런데 요즈음은 차에 오르면 아들은 아예 자버린다.“꿀맛이겠지.” 싶어 등교시간이 조금 이르다 생각되면 2∼3분쯤 걸리는 학교 근처 아파트단지를 한바퀴 더 돌곤한다. 그날 따라 너무 피곤해 보여 아파트단지를 한바퀴 더 돌려고 들어섰는데,마침 공사중이었다.서투른 운전솜씨에 뒤로 나오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고,등교시간을 2분정도 넘긴 것 같았다.뛰어가는 아들녀석의 뒷모습이 안쓰러워 ‘혹여’하는 생각에 학교안으로 들어섰다.서 너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뛰고있는 게 아닌가.“지각생들인가.” 아들녀석을 발견한 순간,계단에 회초리를 들고 서있는 한 남자선생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확 열이 받쳤다.“아니 밤새 공부하느라 피곤한 애들에게 체벌이라니…” 막무가내로 한번 따져보려다 ‘아들사랑’과 ‘제자사랑’이 조금은 다를 것 같아 힘들었지만,그만뒀다. 양승현 논설위원
  • 말 안듣는 아이 매 약인가 독인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때때로 매를 든다.아이들을 학대하는 몹쓸 부모가 아니라도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폭력은 그리 멀지 않다. 그러나 부모들은 알고 있다.‘사랑의 매’라고 아무리 변명해도 사실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끓어올랐을 뿐,아이의 버릇이나 미래를 생각한 ‘교육적 처신이 아니었음을.그리고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는 자책에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아이에게 매를 들어야하나,말아야하나.이것은 부모들의 공통된 고민 중 하나다. ●잘못된 버릇 어떻게 해야 하나 독자 김영선(39·서울 양천구 목동)씨가 메일로 취재를 요청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가장 큰 고민은 잘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쳐나가느냐는 문제입니다.처음에는 좋은 말로 시작하지만 때때로 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기도 합니다.오늘도 수학문제를 가르치다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말았습니다.제가 성격이 유난한 편도 아닌데 아이에게만은 이런 식의 ‘저급한’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속상합니다.‘사랑의 매’라고 말하진 않겠습니다.솔직히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이니까요.매를 들지않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을까요?그리고 남들도 저처럼 아이를 때리면서 키우는지 알고 싶습니다.” 독자 김씨의 고민은 ‘아이 키우기’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더욱이 가정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자유스러워지면서 “아이들의 버릇이 나빠졌다.”는 말에 대부분의 기성 세대는 공감한다.그러나 이전 세대와 달리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배운 부모들로서는 지난 세대의 엄격한 가정교육과 다른 새로운 자녀교육을 원한다.과도기적인 어려움은 가정교육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이 시대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이전 세대보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10살난 두 아이의 어머니 성혜란(37·서울 동작구 사당동)씨는 매를 드는 이유를 “이대로 뒀다가는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것같다는 조바심 때문에 화를 내게되고,때리기도 하는 것같다.”고 ‘부모의 욕심’이라고 때리는 이유를 분석했다.“솔직히,아이들은 맞으면 당장 조용해지고,말도 잘 듣기 때문에 매를 든다.남편은 아이를 인격적으로 대접하라고 하지만,하루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면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도리어 화가 난다.” 회사원 정석준(42·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회초리를 걸어두고 키웠다.“실제로 아이를 때릴 기회는 많지 않았다.하지만 아이가 떼를 쓰거나,버릇없이 굴 때는 회초리는 상징적인 효과를 발휘했다.‘매를 아끼면 아이를 버린다.’고 믿는 부모님 아래서 자랐고,가끔 형제들이 싸우면 벌을 서기도 했다.매를 들지는 않더라도 부모가 통제할 방법을 모르면 문제가 커진다.”고 ‘가정교육 부재의 시대’를 염려하면서,그럴수록 ‘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필요악인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매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봐도 매를 맞고난 후,‘정신을 차려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적잖았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난색을 표한다. 동덕여대 우남희교수는 “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녀를 부모의 예속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또한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라고 생각해서 때려서라도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부모가 이성적인 준비 혹은 훈련이 되지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버릇은 무서운 것이라 한다.‘사랑의 매’든 ‘교육적인 매’든 결국 매를 맞고,버릇을 가르쳤다면 다음 버릇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때려야한다는 것이다.어린 아이에게 매는 단기적으로 ‘착한 아이’를 만들 수 있으나 그런 식의 통제만능 가정교육은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이를 결국 어긋나게하는 단초가 된다.즉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통제력의 부족’이라고 생각하면서 더욱 철저하게 통제하게 되고 친구에게 전화하는 것부터 공부하는 시간 체크까지 감시의 눈길을 번득이며 통제하게 마련이다.그러나 통제는 결국 부모가 바라는 바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지고,부모와 자녀간의 갈등만 커지게 된다. 때때로 아이들은 힘든 일과 매,두 개의 선택 중 “맞고 말지.”라는 식으로 부모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것이다.직장인 유현진(35·경기 성남시 분당구효자동)씨는 요즘 자녀교육에 자신감을 잃었다.초등학교 2학년 딸이 어렵더라도 혼자 일기를 써보라는 할머니의 충고에 “엄마는 잠깐 화내고 나면,금방 내 뜻대로 해준다.”며 “한 대 맞으면 된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직장일로 바빠 늘 시간이 없으니 아이가 스스로 해내지 않으면 안된다는 걱정이 많지요.그래서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기보다는 ‘본론’위주로 이야기하게 되고,가끔 때리기도 했어요.물론 그렇게 심한 폭력은 아니었지만,야단을 치고 아이의 자존심을 짓밟았어요.후딱 제가 숙제를 해주는데 아이는 제 속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니…” 또한 아이는 너무 아프거나,무서우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할 겨를도 없이 매를 맞아서 아프고,기분이 나쁘며 부모가 무섭다는 기억밖에 하지 않게 된다. 아이들에게 절대로 매를 들지않는다는 김성락(44·서울 강서구 가양동)씨.“실제로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타당한 이유없이 그냥 맞았던 기억,부모님이든 선생님에게서든 맞았던 기억은 섭섭함과 불쾌함,상처로 남아있어요.아직도 억울해요.” 그는 매의 ‘무용론’을 강조했다. ●폭력은 학습된다 연세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아동학대라 불리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보통가정에서 가끔 일어나는 ‘매’도 폭력의 범주에 넣어야하고,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폭력이 폭력을 부른다는 ‘폭력의 순환(cycle of violence)’은 이미 증명된 명제임을 부모들이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우리는 “3살 전에 버릇을 들이지않으면 아이 키우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만연해있고,최근에는 조기교육까지 극성이라 서너살 때부터 강압적으로 양육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그러나 일찍 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자율성이 없어지고,자아상이 나빠져서 결국 자신감도 잃게된다는 것이다.부모가 자꾸 아이를 야단치면서 했던 말로 인해 아이들은 ‘나는 나쁜 애니까 어차피 좋아질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4학년 양성호(가명)군은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찾았다.착하던 아이가 갑자기 화가 나면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가 하면 도벽까지 생겼기 때문이다.풍족한 가정환경이지만 성호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사내가 약하다.”며 아이를 때려서 키웠고 화가 나면 아이를 던지기까지 했다.심리검사에서 어떤 그림을 봐도 성호는 모든 사물을 무섭게 받아들였고,적개심에 가득차 있었다.성호의 어머니는 “사내아이가 약하다고 남편은 아이가 파랗게 질리도록 야단치고 때리기도 했다.얼마전 일기에 ‘언젠가는 아버지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맞고 자란 아이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말한다.가정에서의 매가 결국 사회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성훈(가명·13)군은 동생 성호(가명·12)군을 때려서 결국 크게 다치게 했다.문제는 가정폭력의 가해자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에 폭력에 노출됐던 아이는 폭력에 대한 도덕성을 갖지 못했고,또한 분노를 조절할 줄 모르는 아이로 자랐다.“얌전한 아이인데,왜 동생에게만은 그렇게 폭력적인지 모르겠다.”고 어머니는 말하지만 폭력의 순환고리는 이렇게 때로는 가해자로,때로는 피해자로 이중의 고통을 안겨줄 만큼 치명적인 것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형제가 싸우고,서로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 문제는 형제가 아닌 부모와 자녀간의 문제에서 풀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부모들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매 맞는 아이와 학교폭력,사회적인 폭력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들이 모두 폭력을 옹호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한학자 노재욱씨는 ‘이제는 아버지가 회초리를 맞을 때다’라는 자녀교육서에서 “예의범절이나 버릇을 가르치려고 아이에게 매를 때리는 것은 선현들의 가르침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선현들이 자녀를 때리라고 가르치지는 않았다.오히려 자녀는 부모를 보고 배우는만큼 부모의 행동가짐을 올바르게 할 것을 강조했다.자신들은 예의는 물론 질서와 도덕을 무시하면서 아이에게만 잔소리하고,매를 든다면 결코 진정한 예의를 가르칠수 없을 것”이라며 이 시대 부모들의 이중적인 가정교육을 우려했다. ●매는 절대로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매는 절대로 안된다.”고말하지는 않는다.‘때에 따라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남희 교수는 “부모들이 이를 잘못 이해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아이의 성격에 따라서 결정하라.”고 말했다.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아이에게 매는 금물,반면 감정적이고 행동이 부잡스러운 아이들에게는 “신체적인 가해가 때로는 효과적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정 아이를 위한,감정적인 분노표출이 아닌 ‘교육적’인 매는 어떤 것일까. 우선 △부모가 화를 가라앉히고 난 뒤에도 때릴 이유가 분명히 있다면 그렇게 하라.△“다음에 또 이렇게 행동하면 3대 때린다.”는 식으로 미리 경고하고,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벌할 수 있다.단 가급적 같은 장소에서 체벌을 하나 정해두고 벌한다면 계획성없이 손으로 때리는 그런 폭력의 문제점은 해결할 수 있다.△아이를 때리고 나서는 반드시 달래줘야 한다.또 아이에게 맞고나서의 느낌이나 생각을 묻고,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그래야 아이가 매에 대해 이해하고,상처로 남지않기 때문이다. 결국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대화하는 부모의 자세가 매보다는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허남주기자 hhj@
  • 전교조 “참여정부와 결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원영만 위원장 구속에 반발,참여정부와 결별을 선언했다.전교조는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동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의 개혁에 대한 모든 기대와 지지를 철회하고,대화나 협의기구에 참여를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출범 이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시행과 세계무역기구(WTO) 교육개방 등을 둘러싸고 위태롭게 이어가던 밀월관계는 반 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참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회견문에는 ‘탄압을 위한 탄압,보복수사,적반하장,음해’ 등 강도높은 표현이 등장됐다.송원재 대변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장혜옥(49·여) 수석부위원장은 “현직 위원장 구속은 전교조 활동 전체에 대한 탄압으로,현 정부가 그 대가로 얻게 될 것은 ‘인권유린 정부’라는 더러운 이름뿐”이라며 원 위원장의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20일 오후 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뒤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또 정부가 교육개혁을 포기한 것으로 판단,올 하반기부터 체벌과 촌지,구조적 비리 등을 일소하고 교직 부적격자 청산을 위해 직접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그러나 전교조로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여름방학이 시작돼 국민적 관심을 끌기 어려운 데다 연가집회 등 고강도 대응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전교조 내부의 비판도 부담이다.전교조 소속 교사들 사이에서도 “전교조를 ‘배신’한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동안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여 이같은 상황을 자초한 전교조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수호 전 위원장이 “이제 전 조합원이 다시 뭉쳐야 한다.”며 조합원들의 단결을 호소한 것도 이같은 속사정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인천 영화초등 체벌교사 강제사직 반발 / 학생들 복직요구 등교거부

    사학인 인천시 동구 창영동 영화초등학교가 학생을 체벌한 교사를 사직시키자 3일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이 학교 재단측은 지난 5월31일 1학년1반 수업 도중 싸움을 벌인 한 학생에 대해 담임 윤모(32·여) 교사가 체벌을 가한 것에 대해 학부모가 항의하자 윤 교사에 대해 사직을 종용했다. 이에 윤 교사는 물론 6학년 담임 이모(34) 교사가 학교측의 과잉조치에 항의해 지난달 14일 사표를 제출하자 재단측은 같은달 25일 이사회를 열어 이들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 소식을 접한 6학년 학생들은 같은달 27일 선생님의 복직을 요구하며 비가 내리는 가운데 운동장에서 무릎을 꿇고 침묵시위를 벌였다.이에 놀란 학부모들은 다음날인 28일 비상대책위를 결성하고 학교 정문 앞에서 ‘교사 복직’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고,총동문회도 학부모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두 교사의 완전 복직이 이뤄질 때까지 수업거부 등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편집자에게/ 교사는 학생을 인격체로 대해야

    -‘체벌?폭력!’기사(대한매일 7월3일자 9면)를 읽고 평소 얘기로만 들으면서 가슴아파했던 일이다.기사에 나온 사례는 사실상 체벌이 아니라 폭력이다.우리나라 교원 임용고시에도 인성이나 정서를 검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정신적이나 정서적으로 교육을 맡을 수 없는 사람이 교육을 맡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선생님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훌륭한 선생님들도 많다.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학생들과 선생님이 서로 의논해 정해놓은 벌을 받거나 체벌을 하는 경우가 있다.아이의 단점만을 늘어놓으며 ‘때려서라도 말듣게 해달라.’는 학부모에게 ‘이러저러한 장점도 있으니 이를 칭찬해주라.’며 오히려 설득하는 선생님들도 있다.이러한 훌륭한 선생님은 묻히고 이상한 선생님만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예전에는 체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아이들을 키우면서 체벌이 점점 아이를 슬프게 만들고 우울한 아이로 만들다가 나중에는 반감을 느끼게 하고 반항심을 키운다는 것을 깨달았다.선생님들께 당부드린다.체벌의 필요성을 느끼기 전에 아이들을 한 명의 어른으로,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김강미 서울 잠원동 학부모
  • 8살 내동댕이 뇌출혈… 7살 뺨 때린뒤 허리 밟아 / 체벌? 폭력!

    “더이상 체벌 때문에 고통을 받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렵사리 입을 연 학부모 전성룡(45)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2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 기자회견장.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주최로 열린 ‘학교내 폭력적 체벌 상담사례 발표회’에 나선 전씨는 딸과 자신이 당한 악몽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폭행·협박 교사 이례적 구속 경남 C초등학교 6학년인 그의 딸은 지금 소아정신과에서 두 달째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담임 교사에게 맞아 턱관절 부상 3주,뇌진탕 2주 진단을 받고 외상 치료는 끝났지만 정신적 충격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19일.딸 전모(12)양은 수업 시간에 공책이 없다는 이유로 담임인 민모(57) 교사에게 주먹으로 20여 차례 머리와 뺨을 맞았다.전씨는 공개사과를 요구했지만 ‘교육자로서 공개사과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그는 “나중에는 ‘앞으로 경남 지역에서 아이 학교 보낼 생각은 하지 말라,’는 협박까지 받은 데다담임의 폭력 체벌이 반 아이들 모두에게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경찰에 형사고발했다.”고 밝혔다.민 교사는 2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됐다. 참교육학부모회에 접수된 체벌 피해사례는 충격적이다.서울 D초등학교 2학년 A(8)군은 최근 여학생을 때린다는 이유로 담임에게 업어치기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뇌출혈을 일으켰다.서울 J여중에서는 한 교사가 버릇이 없다며 1학년 B(13)양의 얼굴을 손바닥과 주먹으로 마구 때리고 머리채를 끌고 가는 등 폭행 수준의 체벌을 했다.B양은 앞니가 부러져 죽만 먹고 있다.군산 K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는 담임 교사가 산만하다는 이유로 한 남학생(7)의 뺨을 6차례 때린 뒤 넘어지자 등과 허리를 발로 밟는 체벌을 가했다. ●‘학교체벌’ 3~6월 61건 접수 참교육학부모회 박경양 회장은 “교육부가 지난해 체벌규정을 만들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실정”이라면서 “올 3∼6월 접수된 체벌 관련 상담 건수는 모두 61건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24건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참교육학부모회는 이날 법무법인 청지(대표 강지원 변호사)와 협력 체결을 맺고 피해 학생들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또 교육부에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신체적 체벌을 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촉구하고,체벌 교사에 대한 징계 강화도 요구할 계획이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사회 플러스 / 담임 체벌로 초등생 뇌출혈 입원

    지난 2일 서울 구로구 모 초등학교 2학년 김모(9)군이 체육시간에 담임 김모 교사로부터 체벌을 받다 뇌출혈 등 전치 4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김군의 어머니는 13일 “힘도 없는 초등학생을 어깨로 매쳐 넘어뜨릴 수있느냐.”면서 “교육부와 경찰 등 관계기관에 여러차례 진정서를 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당시 김군이 여학생에게 짓궂게 군 것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사측은 “아이를 다치게 해서 몹시 괴로워 담임직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 “체벌 과해도 교직박탈 부적절” 서울지법, 벌금형만 선고

    교사가 학생에게 방법과 정도를 넘어선 과도한 체벌을 했다 하더라도 현 교육현실에서는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3단독 이용구 판사는 21일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학생 이모(15)양을 때려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서울 Y고 교사 박모(43)씨에게 교사지위를 박탈하는 징역형 대신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교사의 권위를 무시하는 학생을 설득하고 상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한 과도기적 교육현장에서 누군가가 교육 목적으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젊은이 광장]교권과 학내 인권

    고등학생 때 일이다.한 선생님이 교실에서 “앞으로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은 점수를 깎게 돼 있다.”면서 “차라리 몇대 때리면 될 일인데,너무 비인간적”이라고 푸념했다.그러자 몇몇 친구들은 “몇대 맞으면 되는데 점수를 왜 깎느냐.”고 맞장구를 쳤다.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별하지 못하는 철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때 선생님의 속 생각이 어땠는지 짐작키는 어렵다.하지만 학생들이 성적을 깎아 내리는 벌칙보다 체벌이 ‘더 인간적’이라고 여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권이 무시되는 학내 풍토에 학생들이 고스란히 노출돼 왔기 때문이 아닐까.인권 경시의 풍토는 교문에서 학생들의 머리카락을 가위질했고,학생들에게 고분고분하게 지도를 받으며 졸업을 기다리게 했다.이런 분위기에서 타고난 욕망과 정상적인 의식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에게 학교는 ‘감옥’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다. 졸업을 한다고 해서 그런 풍토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사회의 일부에 편입되면서 또 다른 인권 사각의 현실을 경험하기 때문이다.언제부터인지 인권 경시의 현실은 또 다른 비극을 낳았다.수업시간에 매를 맞은 학생이 경찰서에 신고하고,선생님을 공공연하게 폭행하게 된 것이다.어른들은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교권이 실추되기 훨씬 이전부터 학교에서 인권이 실종됐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인권을 빼앗긴 학생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중할 수 있을 것인가.항상 그렇듯 인권의 빈 자리는 ‘힘’이 차지한다.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될 때,판단할 여유마저 사치스럽게 여겨질 때,궁지에 몰린 쥐의 심정으로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다.교육의 폭력 또는 폭력의 교육이 정당화되는 한,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충격을 받을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청소년헌장’은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공포와 억압을 포함하는 정신적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권리’,‘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건전한 모임을 만들고 올바른 신념에 따라 활동할 권리’ 등을 부여하고 있다.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얼떨결에 선물을 건네 받기는 했으나,손을 내민 어른들은 다시 선물을 거두어 가는 재주가 탁월했다. 이제 이 같은 반인권,반인륜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교직원,학부모가 노사정위원회와 비슷한 구조의 기구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하고 싶다.제약을 극복하고 권리를 찾는 일은 1차적으로 당사자의 몫이다.때문에 학생들이 직접 ‘청소년헌장’에 명시된 ‘자신의 삶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참여할 권리’를 부르짖어야 한다. 어떤 졸업생이 체벌을 가한 선생님을 찾아가 “지도 덕분에 훌륭히 자라났다.”고 고백했다는 소문을 듣고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한창 자라는 학생들을 기존질서에 맞춰 무조건 가지런하게 줄세우는 일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학내 인권 보장을 위한 노력에 학생들과 함께 나설 생각이다.어른들도 적극 동참해 주길 기대한다.학생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건강하고 깨어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김 수 민
  • 군대식 기합 ‘No’교육부, 각급학교에 지시

    초·중·고교의 학생생활지도가 학교 및 교사 위주에서 학생 중심으로 바뀐다.또 교원들의 가정이나 학교 주변 폭력으로 학대받는 학생들에 대한 신고가 의무화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인권존중·자율·책임 풍토 조성을 통한 생활지도 계획’을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학생인권존중 및 자율 준법,책임 풍토 조성 ▲학생활동 자율성 확보 ▲학교생활규정 제·개정 및 엄격 적용 등의 방안을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특히 학교 내에서 군대식 기합과 단체기합 등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벌주기와 체벌,소지품 검사를 지양하도록 주문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초중고 교사 인권의식 조사/교권은 ‘중시’ 학생인권은 ‘무시’

    우리나라 교사들은 사회전반의 인권문제에 대해 비교적 높은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金昌國)가 부산교육연구소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 15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권의식 조사에서 교사들은 두발·복장 자유권과 소지품·몸 수색 거부권 등 학생 사생활권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했다. 교사들은 ▲상급자로부터 교사의 고유한 교육권을 지킬 권리 ▲양심에 비추어 부당한 업무나 지시에 거부할 권리 등 교사 인권과 관련된 항목에 대해서는 과반수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 ▲두발·복장의 자유권 등 학생 인권과 관계되는 항목에는 각각 10.3%,5.7%만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해 대조를 이뤘다. 인권위 관계자는 “심층면접조사에서 상당수의 응답자가 ‘학기초 교사가 무섭다는 것을 보여줘야 학습분위기가 잡힌다.’,‘상급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체벌을 옹호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학교사회에 인권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전국 시도교육연수원과 교원양성대학에서 인권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실시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세영기자 sylee@
  • 유엔, 韓國 체벌금지 권고

    공교육 질 향상도 요구 아동권리위 최종권고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우리나라에 아동 체벌을 전면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또 중학교를 의무교육화하고 사립학교에 비해 낮은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것도 요구했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최근 우리 정부가 제시한 아동권리보호 보고서에 대해 심의한 후 지난달 3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최종권고문을 채택했다. 권고문은 “한국 교육부가 체벌 결정권을 개별 학교당국에 위임한 것은 일정 형태의 체벌이 수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가정·학교와 그밖의 기관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관련 법률과 규칙을 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고,체벌에 관한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아동학대의 부정적인 결과를 알리는 캠페인을 수행하라.”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매우 경쟁적인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아동 잠재성의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면서 “학교에 제공되는 자원을 늘리고 학습의 질을 향상시킴으로써,사립학교에 비교해 낮은 수준인 공립학교의 질을 높이고 취학 전 교육과 중등교육의 비용을 줄이고 무료화하는 전략을 개발하라.”고 권고했다. 연합
  • 인권위 김창국위원장 “사형 폐지·국보법 개폐 논의”

    “국가기구가 어딘가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입니다.인권위원회는 행정·입법·사법부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엄연한 ‘독립 국가기구’입니다.” 오는 25일 출범 1주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김창국(金昌國·사진·62)초대위원장의 요즘 심기는 편치 못하다.자신의 국외 출장문제와 관련,청와대·행자부와의 갈등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오전 서울 을지로 인권위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청와대와의 대결양상으로 비춰져 몹시 곤혹스럽다.”면서 “할 말은 많지만 인권위 차원의 공식 대응은 자제키로 했다.”고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을 피했다. ◆인권위 활동의 성과는. 많은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인권위를 찾아왔다.결과야 어떻든 억압받고 소외당한 사회적 약자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국가기구가 생긴 것이다.한편으로 인권위가 활동하면서 인권이라는 가치기준이 국가의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중요한 잣대로 작용하게 됐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인권위원회는 첨예한 논란이 예상되는 현안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그러다 보니 역풍도 만만치 않다.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학교내 체벌금지 권고만 해도 위원 몇 사람이 모여 결정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불러 의견을 듣고 외국의 사례도 참조한 뒤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다.지금은 교육부가 반발하고 있지만 앞으로 교육부의 시책도 인권위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거나 권고를 무시해도 제재수단이 없어 ‘종이호랑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지금으로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여론을 통해 압박하는 것 말고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하지만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법 개정 문제를 꺼내들기엔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내년 3월 국회와 대통령에게 제출할 업무보고서에 법률 개정문제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국외 출장건이 인권위의 독립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데. 정부와 일부 언론이 문제를 오해하고 있다.원칙상 헌법에 근거규정을 둔 기관이어야 마땅하지만,헌법을 개정하기는 어렵다는 현실론 때문에 누구의 지휘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출범했다. 일부에서는 소속이 없는 국가기구가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그것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방송위원회나 특별검사의 경우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고 예산도 행정부에서 받아 쓴다.이들도 헌법기관은 아니다.그렇다고 이들이 행정부 소속인가. ◆장애인의 인권위 점거농성 과정에서 인권단체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였고,인권위가 관료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부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국가기구 가운데 인권위처럼 비관료적인 조직은 없다.인권위에서 농성하는 장애인이동권연대측에 퇴거요청을 한 것과 보안장치 설치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다.하지만 인권위는 농성하고 시위하는 장소가 아니다.차별받고 억압받는 소수자를 위한 기구인 것은 분명하지만 엄연한 국가기구다.보안장치도 필요에 의해 설치한 것이다. 영국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나 미국의 프리덤하우스 같은 단체도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이중 삼중의 보안장치를 다 거친다.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인권현안을 제시한다면.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버림받고 있는 아동 문제 등 심각한 현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다.인권위는 이 현안들과 함께 사형제 폐지,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등을 중장기 과제로 설정,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할 것이다. 전남 강진 출신인 김 위원장은 목포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고시 13회에 합격,15년 남짓 검사로 재직하다 81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80년대 민변 회장으로 김근태씨 고문 사건과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아 ‘인권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다.96년부터 지난해 위원장 취임 전까지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세영기자 sylee@
  • [사설] ‘사랑의 매’는 없다

    교육인적자원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거부하고 초·중·고교생에 대한 체벌 규정을 유지하겠다고 한 것은 공급자 중심의 생각이다.이제는 수요자 위주로 판단해야 한다.자라나는 아이들의 인권은 너무 소중하다.인권위의 주장대로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체벌은 사라져야 한다.최근 교사의 수업 및 학습지도 행태에 대한 우리 학생들의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는 보고서가 나오자,교원의 사기 진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도 수요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다.교사들은 지적 지도력을 높이는 등 스스로 공교육 내실화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폭력 가정에서 폭력 청소년이 나온다.학교 폭력도 마찬가지다.어렸을 때 신체적으로 고통을 받은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공격적·반사회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교사들은 ‘사랑의 매’라고 주장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다르다.매질을 당한 경험이 있는 자녀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대부분이 교사의 기분을 상하게 했기 때문에 얻어맞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잘못을 나무라는교사나 동료에게 폭력을 휘두르거나 학습 분위기를 망치는 학생에 대한 체벌은 강화해야 한다.그러나 그것도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교육부가 기왕에 마련한 학교봉사,사회봉사,특별교육 등을 이수토록 해야 한다.질이 나쁜 학생은 유·무기 정학에 처할 수도있다.징계의 종류와 강도는 교사와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고,해당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해명을 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정성을 기해야 할 것이다.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선 교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도 이해한다.그러나 당장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인권위의 권고대로 신체적 고통을 가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폐지해야한다고 본다.그렇게 하는 것이 선진 교육이다.
  • 교육부 ‘체벌금지’ 거부

    교육인적자원부는 19일 최근 초·중·고교에서의 학생 체벌 금지를 요구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정,인권위에 공식 전달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를 비롯한 일선 학교 등과 인권위 사이의 학생 체벌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체벌 금지를 인권위의 주장처럼 인권적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교사와 학생의 교육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교육적 행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초·중등교육법 18조 1항이나 시행령 37조 7항을 개정할 계획은 없으나 장기적으로는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또 교육단체 및 시민단체·학교 등의 여론 조사결과에서도 “체벌 조항의 삭제가 최선의 길인지 의문시된다.”면서 “다수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학교생활규정 예시안에 포함됐던 체벌의 도구와 관련된 ‘지름 1.5㎝ 내외,길이 60㎝ 이하의 직선형 나무’ 등에 대한 내용은 일선 학교에 전달할 당시 삭제됐다. 따라서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의 ‘학교장이 교육적 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신체적 고통을 가할 수 있다.’는 규정은 계속 남게 됐다. 교육부는 인권위가 내놓은 학생들의 학교운영 참여에 대해서도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결론냈다.교육부측은 “학생들은 학생회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법적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 충분히 건의할 수 있는 등 학교의 운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 인권상담기구’의 설치 요구에 대해 “학생들의 체벌 등 인권 침해 부분은 학교 내 분쟁위원회나 시·도 교육청의 관련 분야에서 해결할 수있는 만큼 별도로 인권상담기구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 [대선후보 프리즘] 자녀교육

    대선 후보들의 자녀 교육법은 후보들의 독특한 개성만큼이나 스펙트럼상의 편차가 컸다.다만 “자율을 중시하고 책임을 강조했다.”는 게 공통적인 교육관이었다. ◆이회창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스스로가 선친의 엄한 교육 아래 자라고 생활해왔다고 밝히고 있다.그래서인지 2남1녀의 자녀들에게는 비교적 자율을 많이 허용했지만,우애와 서열을 중시,자녀들이 이를 어길 때는 엄히 다스렸고 체벌도 대부분 이런 경우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는 자녀들이 잘못했을 때는 이를 인식시킨 뒤 맞게 될 매의 횟수를 제시했다.자녀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그대로 매를 때리되,수긍하지 않으면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매의 횟수를 조정했는데,대체로 처음 제시한 것보다는 적었다.‘항소’를 하고나면 ‘형량’이 낮아지기 쉬운 법조계의 양형 시스템이 가정에도 적용된 셈이다. 여느 가정처럼 이 후보는 좀 ‘강하게’ 키우려 애썼고,부인 한인옥(韓仁玉)씨는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종종 다투기도 했다고 한다. ◆노무현 후보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자신에게는 엄격하게,타인에게는 관대하게’라는 가훈을 자녀교육에 적용하려 애썼다.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엄하게 꾸짖되,큰소리로 야단치지 않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았다.자녀들에게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고 배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했다.부인 권양숙(權良淑)씨는 “남편이 아이들이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는 것보다 학교공부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해 학원을 거의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면서도,진학·취업 등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진로를 제시했다.딸 정연(28)씨가 대학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하게 된 것도 노 후보의 조언이었고,대학재학 중 해외연수를 가기 전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도우면서 경비를 마련한 것도 책임감을 강조한 그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정몽준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는 엄격한 규율보다는 자유스러운 분위기를 강조한다.정 후보는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입시는 아동학대에 해당된다.”고 말하기도 했다.아이들은 때로 공상할 시간이 필요하며 야외에서 체육활동 등으로 마음껏 뛰놀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어서 뭐든 억지로 시키지 않고 자녀의 뜻을 존중하려 했다. 막내 예선(7)군은 한동안 축구교실에 나갔다가 피곤함을 느낀 뒤로 바로 그만두게 했다. 부인 김영명(金寧明)씨는 자녀들이 어렸을 때 가끔 매를 들기도 했다고 한다. ◆권영길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는 파리특파원 시절 프랑스 부모들의 교육방식에 영향을 받아 꾸지람 없이 자녀들을 키웠다.진로선택도 자녀들의 결정에 맡겼다.최근 장녀 혜원(33)씨와 장남 호근(32)씨가 유학을 간 것이 후보검증과정에서 도마에 올랐지만,그는 “자녀들이 스스로 유학자금을 마련해 떠난 것”이라고 설명한다.권 후보는 단순한 지식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습관을 들이도록했다고 한다. 김미경 박정경 오석영기자 chaplin7@
  •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 (3)정몽준후보 부인 김영명씨

    대한매일은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기획의 세번째 주자로 9일 오전 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 부인 김영명(金寧明·46)씨를 만났다.김씨는 후리후리한 키에 마른 듯한 체형,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녀 생각보다 훨씬 훤칠해 보였다.엄격한 시집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딸부잣집 막내딸의 구김살 없는 태도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질문에 대해서는 다소 긴 듯하게,웃음을 섞어 차근차근히 답변했다.김씨는 “남편은 세계화 시대에 필요한 국제감각과 젊음을 갖추고 있고 월드컵 때 보여준 것처럼 국민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는 21세기형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날 인터뷰는 서울 평창동 정의원 자택에서 1시간 동안 이뤄졌으며 대담자로는 신연숙(辛然淑) 문화에디터와 김경애(金慶愛) 동덕여대 교수 겸 본사 명예논설위원이 참여했다. ■결혼과정과 남편 정몽준 ◆정 의원이 청혼은 어떻게 하던가요.결혼하면서 어떤 가정을 꿈꾸셨습니까. 결혼할 나이가 돼 소개로 만나서 그런지 좋으면 그냥 결혼하는 거라 생각했어요.영화처럼 드라마틱한 프로포즈는 없었는데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으신지,이 대답을 할 때는 내가 뭔가 빼먹고 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친정 아버님이 공직에 계셔서 어머님이 하루 건너 손님을 치르는 등 바쁘게 살았어요.초창기 외교관은 지금보다 여건이 열악했거든요.결혼하면서 사업하는 가정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은 공직을 갖게 돼 한바퀴 돌아 원래 자리로 온 느낌이에요.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신혼 초에는 많이 했죠.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하여튼 처음 결혼해서는 서로 다른 가정 환경에서 자라 적응하기 좀 힘들었어요.친정은 경상도 집안에 딸이 많아 분위기가 부드러운데 시댁은 아들이 많고 대가족이라 좀 딱딱한 편이거든요. ◆남편이 어떤 경우에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지셨습니까. 감성지수(EQ)가 굉장히 높아요.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추진하는 모습이 자랑스럽죠.남편은 부부관계도 수직관계가 아니라 수평관계,또는 계약관계라고 표현하는데 그 말은 ‘사랑에 대한 계약’을 뜻하죠.사랑하고,사랑하려고 노력하고,서로를 불쌍히 여기고 배려한다는 뜻입니다. ◆정 의원이 구두쇠라 돈을 써야 할 데도 안 쓰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검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꼭 써야 할 데는 씁니다. ◆정 의원이 언젠가 부인께서 첫사랑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좀 섭섭하지 않으셨습니까. 결혼한 지 23년입니다.애가 넷이고요.그런 것에 섭섭하다고 말할 시기는 지났지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아들을 주욱 대동하고 출근하고 아침 식사도 모여서 하는 등 전통적인 가부장이었습니다.또 너무 검소해 며느리로서 부담이 됐을 법한데요. 대가족이 좋은 면도 많아요.집안에 큰일이 생기면 서로 의지하고 걱정해주는 사람이 많잖아요.제사때도 며느리들이 많아 음식 장만이 빨리 끝나요.아버님은 그릇이 크면서도 굉장히 자상하고 섬세하셨어요.저희들이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죠.그렇게 바쁘게 큰 기업을 하면서도 자식들 하나하나 챙기는 걸 보면 대단하세요.아버님을 통해 절제와 부지런함을 배웠어요. ■가정생활과 자녀교육 - 아이에 가끔 ‘사랑의 매' 들어 ◆정 의원께선 집안살림이나 자녀교육에 얼마나 참여하시나요. 남편은 “아이들은 멍하니 천장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요즘 아이들이 너무 바쁘게 지내는 것을 안타까워해요.월드컵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일요일날 예배 끝나고 아이들에게 자장면도 사 주고 쇼핑도 같이 하곤 했는데 지난 10년 간은 출장을 많이 다녀서…. ◆정 의원이 아이들 칭찬은 많이 해 주는 편인가요. 아이들과의 대화 시간이 아무래도 부족하죠.어렸을 때는 아이들 교육은 제가 챙겼습니다.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는 것 같아요.등산이나 축구 등 어른들 행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옆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것 같고요. ◆혹시 아이들에게 매를 든 적이 있나요. 아이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하게 하고 잘못을 인정하면 ‘몇 대를 맞아야 하지?’라고 물었어요.그리고 체벌한 후에는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고 꼭 이야기를 하고 안아 주었습니다.감정적인 매는 금물이지만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하지만 아이들이 조금 자라면 체벌은 효과가 없습니다.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겠지요. ◆늦둥이는 어떻게 해서 보게 됐습니까. 막내를 임신하고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담당의사가 “아들이 없으신가요.”하고 진지하게 물어 참 당혹스러웠습니다.제가 막내여서 항상 동생을 가지고 싶어했는데 그러다 보니까 아이를 넷이나 낳았습니다.아이는 두 돌까지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큰 애들이 이제 집을 떠나고 있는 과정에서 아직 집에 누가 있어 엄마를 기다린다는 건 너무 좋죠.하지만 나이 많은 엄마라 미안하기도 합니다. ◆둘째 딸은 왜 미국 고등학교에 보내셨는지요. 미국에서 (정 의원이) 박사과정 밟을 때 태어났어요.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그곳에서 공부하기를 원해 네 아이 중 하나쯤은 원하는 대로 해주자,그렇게 됐지요.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이모가 학교 가까이 살고 있지 않았다면 안 보냈을 겁니다. ◆정 의원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입니까. 식성이 좋아서 설익은 김치와 국만 있으면 되지 반찬 타박은 절대 안 해요.된장찌개를 자주 끓이고 계절에 따라 게장과 굴전을 해 줍니다. ◆가정 살림은 어떻게 운영하십니까.살림 비용을 타 쓰는 편입니까. 결혼 후 지금까지 매달 생활비를 받아왔습니다.생활비를 받을 때는 다른 주부 선배들이 가르쳐주신 대로 ‘감사합니다.수고 많으셨습니다.’하면서 받습니다. ◆부부가 함께 노래방에 가신 적이 있는지요.애창곡은 무엇입니까. 물론이죠.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노래는 안치환의 ‘내가 만일’입니다. ■개인생활 - 정신지체아 보호시설 운영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한국에 친구는 많으십니까. 친구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출마선언을 하고 나니까 여기저기서 연락이 와요.생각보다 많이 있더라고요.(웃음) ◆경상도 말씨가 울산에서 출마할 때 좋은 점수를 얻었겠습니다. 언니들은 서울말씨를 쓰는데 제가 어려서 한국을 떠나 부모님 영향을 받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억양이 좀 남아 있을 뿐이지 그렇게 심하진 않지요? 유권자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건 사실이에요. ◆웰슬리대는 명문대로 알려졌는데 공부를 잘 했나 봅니다.정치학을 전공한 건 외교관이 되려고 한 것 아니었나요. 웰슬리대는 당시에는 비교적 들어가기 쉬웠어요.클린턴 대통령 이후 미국사회도 교육열이 높아져 지금은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돼 있다고 하대요.요즘 같으면 입학도 못 했을 거예요. 친정아버님이 외교관이셨는데 저희 남매 중에 외교관하는 사람이 없었어요.그래서 생각이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결혼을 안 했으면 혹시 모르죠.하지만 결혼해서도 거의 외교관이나 다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국제축구연맹(FIFA) 일이 대부분 외국 부인들 만나는 일이라 예전에 어머님 하던 일과 비슷해요. ◆ FIFA 집행위원들 사이에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 불린다는데요. 너무 과대평가해 주신 거지요.사람 사귀는 일이 다 만나서 밥 먹고 얘기하고 그런거잖아요.그냥 아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지요. ◆‘내가 대통령감이라기보다는 아내가 퍼스트레이디감이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정 의원이 책에 썼는데요. 누가 그런 얘길 했나봐요.그래서 듣고 기분이 좋았나 보죠.생각해 주신다는 게 나쁘지 않고 감사하죠.하지만 제가 퍼스트레이디감인지 아닌지는 좀더 공부를 해 봐야겠어요.역할을 잘 할 수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혹시 지금까지 좌절을 겪어본 일이 있습니까. 좋은 부모와 시댁을 만나 어려움 겪지 않고 살았습니다.감사한 일이지요.그만큼 사회에 돌려 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올’이란 단체에서 문화재 보존 활동을 하고 있다는데요. 외국 손님이 오면 뭔가 짧은 시간에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데 그런 장소를 찾는 데 아쉬움이 많았어요.훌륭한 문화재가 많은데도 통역 인프라가 부족하고 보존이 제대로 안 돼 있어 부끄러웠죠.아이들 교육도 급하지만 문화재야말로 대대손손 물려줘야 하는 거잖아요.주부들이 주축이 돼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앞으로 많은 단체가 협력해 좋은 정책이 나오도록 여론조성 작업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울산 사택에서 12년째 운영하고 있는 ‘정신지체아동 주간보호시설’은 김여사가 세웠다는데요. 대단한 건 아니고, 아이들에게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아 좀더 나은 놀이시설을 주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정치관 - ‘상식 통하는 사회' 만들어야 ◆재벌가 출신이면서 노동자들 표로 당선됐는데 유권자들이 거리감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요. 처음 출마했을 때는 선입관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로 지역구에 내려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니까 많이 사라졌어요.서로 마음을 열고 애로점 듣고 아이들 교육 문제,지역 생활 개선점 등을 얘기하면서 가까워졌죠. ◆부인께서는 아주 좋은 인상을 주는 한편 너무 귀족적인 이미지라는 지적도 있습니다.과연 서민들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도 있고요. 인터뷰를 하니까 이렇게 화장도 더 하고 옷도 신경 써서 입은 거지 저도 보통 주부들처럼 시장도 다니고 그래요.남편이 후보가 되기 전에는 아무도 못 알아봤을 거예요.염려를 많이 해 주시는데 좋은 말씀이라 생각하고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에 계신 분들을 만나뵙고 모르는 부분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이 여성들에게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선거에 50% 공천을 할당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여성들의 능력은 남성들도 다 알고 있을 거예요.사실 여자축구도 남자축구만큼 투자했더라면 벌써 월드컵4강에 갔을 거라고 하더라고요.아무리 능력이 있다 해도 그만큼 투자나 보살핌이 없으면 안 되는 거죠.정 후보는 그런 데 대해 마음이 열려 있습니다.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우리보다 못한 나라도 여성들의 지위가 높은 걸 보고 많이 느꼈나봐요. ◆왜 정 의원이 꼭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세계는 많이 변하고 있어요.국내 정서나 상황도 이해해야 하지만 우리가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만큼 세계를 이해하고 맞춰 살아야 할 필요도 있거든요.지도자들도 다 젊어지고 있어요.정말 이번이 21세기 첫 대선인데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 건지 잘 생각하고 지도자를 뽑아야 될 것 같아요.우리가 월드컵 때 느꼈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무한한 능력을 드러내 줄 수 있는 대통령이 됐으면 해요.항상 국민들 발목을 잡았던 게 정치였잖아요.국민들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지도자가 되길 바랍니다. ◆정 의원의 대통령 출마를 만류한 적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 까닭은 무엇이었습니까. 한 엄마와 아내로서는 만류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공직이란 많은 희생을 가족에게 요구합니다.평범한 가장으로 있길 바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제게 자주 하였습니다.그런 사회만이 우리 아이들에게,또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가족이나 개인의 희생은 따르겠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열심히 도와야지요. 박정경기자 olive@ ■김영명씨는 누구/ ‘스마일 월드컵'… 영·일·스페인어 능통 김영명씨에겐 애칭이 있다.‘미스 스마일 월드컵’.정몽준 의원이 월드컵유치를 위해 뛰어다닐 때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정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을 때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다른 것은 몰라도 부인만큼은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170㎝가 넘는 키와 미모에 더해 재벌가 며느리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그리고 모나지 않은 행동에서 비롯된 평가다. 주일·주미대사와 외무장관 등을 지낸 김동조(金東祚)씨의 2남4녀 중 막내.혜화초등학교 3학년 때 서울을 떠나 2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살았다.덕분에 영어와 일어,스페인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영어로 작성한 정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을 감수해 준 일은 잘 알려진 일.국제감각도 지녀 남편의 해외활동에 적잖은 도움을 주었다.다만 오랜 외국생활로 학창시절 친구가 없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정 의원과는 1978년 여름 미국 보스턴에서 정 의원의 넷째 형수인 이행자씨 소개로 만나 1년간 연애 끝에 이듬해 정동교회에서 결혼했다.정 의원은 당시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김씨는 웰슬리대에서 국제정치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었다.이곳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이 나온 명문여대다.김씨는 “정 의원이 과묵하고 심지가 굳어 끌렸다.”고 한다.정 의원이 기숙사로보내온 장미꽃은 지금도 가슴에 담겨 있다. 김씨의 큰 키는 경남여고 농구선수였던 어머니에게서 비롯된다.자매들도 마찬가지.맏언니 영애(57)씨는 미국 모건스탠리 부사장이고 셋째 형부는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으로,LG그룹 공동창업주인 허준구씨 조카다.허 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사돈관계.한국외대 교수인 오빠 민영씨는 정 의원 캠프에서 자문팀을 이끌고 있다. 바쁜 사회활동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자녀양육에 더 심혈을 기울였다.장남기선(20)씨와 장녀 남이(19)양은 연세대 경제학과와 철학과를 각각 다닌다.차녀 선이(16)양은 유학 시절 낳아 미국 시민권자로,현재 미국에서 고교를 다닌다.올해 세검정 초등학교에 입학한 늦둥이 예선(7)군은 얼마전까지 차범근 축구교실에 나갔다. 남편의 출마선언 이후 김씨는 매일 새벽기도를 나간다.그리곤 재래시장 방문과 봉사활동,각종 인터뷰 등으로 숨가쁜 하루를 보낸다.대선 출마가 가족과 주변에 몰고올 변화가 지금도 두렵다는 김씨.그러나 앞에 놓인 일정표는 더이상 고민할 겨를조차 주지 않는다. 박정경기자
  • [대선후보 부인에 듣는다] (1)노무현후보 부인 권양숙씨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한매일은 종합일간지 중 처음으로 주요 대선후보 부인들의 본격 인터뷰를 포함,특집시리즈를 시작합니다.대선후보들의 인간적 면모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후보 부인들입니다.또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있어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대선후보 부인들의 이야기는 또 하나의 중요한 후보 평가 요소가 될 것입니다.인터뷰는 대한매일 신연숙(辛然淑) 문화에디터와 본사 명예논설위원인 김경애(金慶愛) 동덕여대 교수가 함께 주관했습니다.게재 순서는 특별한 기준 없이 인터뷰 요청에 응한 시점에 따라 결정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노무현(盧武鉉) 민주당 대통령 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55)씨는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에’ 언론 인터뷰를 안 하기로 유명하다.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먼저 사진 촬영부터 하자고 하자 “선거운동은 하겠는데 사진 찍는 것은 정말 어렵다.”며 어색해 했다.그러나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통해 조심스러우면서도 뚜렷하게 생각을 털어 놓았고 안정감 있는 태도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다음은 일문일답. ■남편평가 및 자녀교육 ◆노 후보께선 평소 부인께 60∼70점짜리 남편밖에 안돼 부인이 무섭다고 하던데요. 그냥 평범한 가정이면 남편이 가정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텐데 남편은 지금까지 생활 그 자체가 힘든 선택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가정에 많은 시간을 내거나 인자하고 자상할 여건이 못됐습니다.가족들은 서운할 수밖에 없고,노후보는 항상 그 점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자기 점수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실제로 저는 점수를 후하게 안 주는데,아들과 딸은 아버지에게 후하게 줍니다.(노 후보에게는)원군(援軍)이 두 명이 있는 셈이죠.(웃음) ◆자녀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을 보니 노 후보께선 좋은 아버지였나 봅니다.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아침식사는 꼭 함께 했습니다.아침을 같이 먹으면서 식탁에서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주고,본인 얘기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아이들은 제가 공(功)을 많이 들였는데도제 편이 안되더라고요. ◆부부간에 호칭은 어떻게 하십니까. “여보”“당신”이라고 합니다.처음에는 친구처럼 이름을 그냥 불렀습니다.같이 자랐으니까요.“여보”“당신” 소리가 잘 안 나와서 약간 반말로 ‘어∼’라고 할 때도 있었죠.(웃음) ◆노 후보께선 집에서 가사를 도와주거나 쇼핑을 같이 하는지요. 노 후보가 재야활동을 하기 전에는 저 혼자 나가서 쇼핑한 일이 별로 없습니다.하지만 재야활동을 시작하면서 평범한 삶과 가정을 꾸리기가 어렵더라고요.지금은 거의 못한다고 해야 하죠. ◆노 후보께서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로 비치는데 집안에서 가부장적이거나 그런 여성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노 후보가 여성문제에 보수적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하고 질문도 받는데 사실은 아닙니다.어쩌면 그것은 순전히 제 탓이기도 합니다.제가 활동을 많이 안 하니까 ‘혹시 노 후보가 부인의 사회활동을 못하게 막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는 것이죠.하지만 제 성격이 어려서부터 나서서 하는 것을 잘 못합니다.실례로 지난 88년부터저희들 선거만 여섯 번을 치렀는데,저는 후보와 같이 움직이면서도 소리없이 표나지 않게 했습니다. ◆노 후보께서 부인에게 사회활동을 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나요. 결혼 당시 경희대 한의대가 설립 초기였습니다.그때 노 후보가 제게 “한의대를 가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또 다른 쪽으로도 공부를 해보라고 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어리고 항상 다른 식구들이랑 같이 살다 보니까,주부가 제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어렵더라고요.집념과 의지도 있어야 하는데 제 능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딸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손자·손녀를 봐줄 의향이 있습니까. 아들하고 딸에게 “며느리 될 아이와 딸이 계속 일을 할 것 같은데 내가 다 키워주겠다.”고 했습니다.지금도 허락이 된다면 아이는 키워주고 싶습니다.제가 가장 잘하는 분야거든요. ◆자녀들이 바르게 잘 커준 것 같은데요. 아이들이 아주 밝습니다.특출나게 우수하진 않지만 아이들을 밝게 잘 키웠다고 칭찬받은 적이 있습니다. ◆자녀들에게 체벌을 한 적은 있습니까.저는 가끔씩 야단을 칩니다.용돈을 끊기도 하고,큰아이의 경우 밥을 먹지 않기에 굶기기도 하면서 버릇을 고쳤습니다.그러나 노 후보는 (아이들을)큰소리로 야단치는 것을 못 봤습니다.그런데도 아이들은 아버지를 무서워하더군요. ◆시댁 일은 많지 않았는지요.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아무래도 항상 마음을 많이 쓰고,가능하면 어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했지만,(노 후보가)정치인이 돼 서울에 오고부터는 제대로 못했습니다.노 후보도 (이 점을)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노 후보께서 변호사였을 때는 고소득자였는데,정치인이 된 이후에는 경제적 변화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점수를 못받는 것입니다.(웃음)한번 늘린 것을 줄이는 건 힘듭니다.경제소비 규모도 그렇고,키운 것을 줄이려고 하면 고통이 따릅니다.그렇게 풍족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생은 안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두 분께서는 “작은 별장을 갖고 멋있게 살아보자.”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그 꿈은 안 이뤄진 셈인데요. 변호사를 계속 했더라면 그런 희망을 남편에게 많이 닦달했을 것입니다.(웃음)그러나 남편이 재야활동에 들어서면서부터 식탁에 앉으면 정치·사회 얘기를 계속했고,저도 들으면서 은연중에 물이 들었나 봐요. ■정치관 ◆노 후보께선 사실상 정치적으로 순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습니다.좌절의 고비 때 심정은 어땠습니까.남편이 정치를 그만뒀으면 하는 생각은 없었는지요.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렵기도 하고,정치하는 분이 주위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좀 반대를 했습니다.그런데 낙선한 이유가 사람의 자질이 모자라서기보다 민주당 간판으로 부산에 가니까 ‘호남당’이라고 안 찍어주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선거 때마다)‘만약에 이번에 낙선하면 정치를 그만두면 되지 않는가.’란 각오로 선택을 따랐습니다.솔직히 선거에서 떨어지면 나는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지난번 국민경선에서 노 후보가 승리했을 때 기분은 어땠습니까. 노 후보가 1등을 하리라고 생각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그런데 경선기간 동안 민주당원들의 마음,노사모의 마음,일반 국민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마음을 보게 되면서 벅찬 감격을 느꼈습니다.‘우리 남편이 정치 개혁에 큰 몫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 때문에 힘들어도 힘든지 몰랐습니다. ◆지금은 노 후보의 지지율이 많이 떨어졌는데요. 저는 (지지율이 치솟을 때도)인기가 끝까지 최상으로 가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민주당이 보궐선거,지방선거에서 일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했고 노 후보의 실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지만,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대선 본 게임이 시작되면 노 후보를 바라보는 마음들이 다시 돌아오리라 생각합니다. ◆노 후보의 대선 출마를 만류한 적은 없었습니까. 노 후보는 제 남편이기도 하지만,그 이전에 많은 분들과 이념과 정치성향을 같이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제가 ‘하라,하지 말라’는 생각은 접었습니다.이제는 남편이 결정한 대로 따르고 협조할 것입니다. ◆노 후보의 책 가운데 제목이 ‘여보 나 좀 도와줘.’가 있던데요.남편의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요. 사실은 지금도 책 제목 때문에 “사모님 지금도 안 도와주시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제가 안 도와줘서 도와달라는 뜻으로 제목을 그렇게 한 것이 아니고,94년 당시 재정이 어려워 책 제목이라도 재밌게 하면 책이 좀 팔릴까 해서 노 후보가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역시 그 예상이 적중해서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웃음) ◆노 후보에게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 집에서 제 별명이 ‘뉴스 중독자’입니다.하루종일 방송뉴스와 신문을 보거든요.노 후보에게 필요하면 스크랩은 아니지만 그날그날 내용을 전하기도 하고,노 후보 관련 기사나 좋은 사설이 있으면 보여주기도 합니다.대중연설 때에는 청중들의 반응을 살펴 전하기도 하고,노 후보의 제스처를 모니터해 주기도 하지요. ◆바람직한 퍼스트 레이디로 육영수(陸英修) 여사를 꼽았는데요.어떤 이미지가 맘에 와 닿았습니까. 우리 국민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나 그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육 여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청와대 안의 야당’이고,그 다음 봉사활동 아닙니까. ◆앞으로 퍼스트 레이디가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으십니까. 기본적으로는 남편이 초심을 잃지 않고 국정을 잘 다스리도록 내조를 잘해야 하지만,거기에만 머물러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여러 학자나 여성계에서 제게 모델을 줬으면 고맙겠지만,기본적으로 영·유아 탁아문제,방과후 어린이 프로그램,노인문제 등 약하고 소외된 쪽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 후보께서 대통령이 된다면,자녀 관리는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노 후보는 제도나 감시보다 문화가 바뀌어야 된다고 말합니다.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대통령 아들에게 생길 것이 없다면 (부정부패의)연결고리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다행히 아들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사회생활을 출발했고,딸도 그냥 예전대로 직장생활을 할 것 같습니다. ■가정생활 - 가족들 모두 독서 즐겨 ◇가족끼리 평소 즐기는 문화생활은 무엇입니까. 아들이나 남편이나 저나 주로 책을 많이 봅니다.운동도 좋아합니다.등산도 좋아하고….예전에 부산에 있을 때는 제가 수영을 굉장히 잘 했습니다.◇노 후보의 건강을 위해 특별히 챙겨주는 것이 있나요. 별로 없습니다.노 후보는 식사를 안 가리고 골고루 잘 합니다.생활도 규칙적으로 참 잘 합니다.자기관리가 철저한 분이죠.아침 5시면 일어나서 맨손체조하고 과식을 절대 안 합니다.건강의 비결인 것 같더라고요. ◇어려웠던 성장기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요. 자기가 몸소 체험한 부분하고 그냥 밖에서 사물을 봤을 때 하고는 느낌과 판단에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노 후보는 사법시험이라는 관문을 통과해 신분은 상류층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성장기나 자신의 관심분야는 일반대중의 삶입니다.다른 분보다 대중의 정서와 생활상,어려움을 이해하는 데는 가장 많은 자산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 후보께서 국민경선에 참여한 이후 사생활이 낱낱이 공개됐는데요.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출되는 느낌이었습니다.본인이나 가족뿐만 아니라 죽은 사람들까지….몰랐던 사실까지 알아내 주고,그런 부분이 힘이 들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막상본인의 일이 되니까 견디는 과정이 아주 힘들더군요. 정리 김소연 홍원상기자 purple@ ■권양숙씨는 누구 - 평범한 주부… 독실한 불교신자 권양숙씨는 ‘그림자 내조’를 해온 평범한 가정주부다. 집안은 평범하다 못해 불우한 편이었다.어린 시절 아버지 권오석(權五石)씨가 좌익 혐의로 구속돼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1971년 아버지가 옥사하면서 어머니 박덕남(朴德南·82)씨는 일찍 혼자가 됐다. 권씨는 경남 김해시 진영 대창초등학교,부산 혜화여중을 거쳐 부산 계성여상 3학년 때 중퇴했다.수업료를 못 낼 정도로 가세가 기울었기 때문이었고,곧 부산서 직장생활에 들어갔다. 노무현(盧武鉉) 후보와는 고향 친구사이로 직장생활 중 할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고향에 갔다가 군에서 막 제대한 노 후보를 다시 만나 연인사이로 발전했다.연좌제를 걱정한 노 후보 집안이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두 사람은 2년간 열애 끝에 1973년 결혼식을 올렸다.이때 4년여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고시공부하던 노후보를 도와 함께 합격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 슬하에 아들 건호(建昊·30·LG전자)씨와 딸 정연(靜姸·28·주한 영국대사관)씨가 있다.둘 다 미혼으로 권씨 명의로 돼있는 서울 종로구 명륜동 45평짜리 빌라에서 모두 함께 살고 있다. 권씨는 독실한 불교신자다.어려서부터 절에 다니는 모친의 영향으로 불교와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었다. 김해 봉화산 정토암을 자주 찾았으나 1988년 서울에 올라 온 뒤 삼성동 봉은사,능인선원 등을 가끔 찾는다. 권씨의 언니 창좌(昌左·57)씨는 남편과 일찍 사별했다.남동생 기문(奇文·48)씨는 부산지역 모은행 간부이며,여동생 진애(珍愛·52)씨는 가정주부다. 이춘규기자 ta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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