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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실업률 다시 7%대/38세 명퇴 확산 여파

    정부의 ‘경기 바닥’ 선언에도 불구하고,청년실업률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삼팔선’(38세 명예퇴직)이 확대되면서 30대 실업자수도 3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한창 왕성하게 일할 ‘2030’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경기회복 낌새와 무관하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고통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 결과다.취업시즌이 시작된 덕분에 통상 고용사정이 호전되는 달(月) 치고는 성적표가 초라하다.우선 15∼29세의 청년실업률이 7.3%(35만 6000명)로 3개월 만에 다시 7%대로 올라섰다.한달새 3만 6000명이 늘었다.30대 실업률도 3.1%로 3개월째 오름세다.숫자로 따지면 19만 1000명으로,2001년 4월(20만 6000명) 이후 최고치다. 직장을 잃은 지 1년이 채 안 된 실업자 가운데 명퇴 및 정리해고자는 3만 2000명으로 1년 전보다 60%가 늘었다.30대 명퇴시대가 현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직장 휴·폐업으로 인한 실업도 90%나 증가해 좋지 않은 경기상황을 반영했다. 이 탓에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전체 실업률은 3.7%(76만 5000명)로 2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권오술(權五述) 통계청 사회통계과장은 “지난달보다 취업자 수가 15만여명이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오른 것은 취업을 체념했던 사람들이 다시 구직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38선이라는 신조어가 공공연히 오르내리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고용불안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는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미현기자 hyun@
  • [나의 건강보감]연기자 송재호

    그는 얼른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만에 입을 열었지만 말은 단속적으로 끊겨 토막이 났다.얼핏 ‘묻지 말았어야 했나.’하는 생각이 스쳤다.“아,사람이 이래서 미치기도 하고,삶을 포기하게 되는구나.이런 생각도 들고….뭐랄까….암튼 미치겠더라고요.일에 몰두하면서 잊으려고 애를 쓰지만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여기까지 말한 그는 이내 눈을 내리깔았다.눈자위에 눈물이 맺혔다.그러고는 겨우 “다시 그 일을 말하자니…”라며 잠겨드는 소리로 말했을 뿐이다. ●3년전 교통사고로 막내아들 잃고 충격 송재호(64).배우로든,탤런트로든 연기 마당에서 그는 기둥이다.기둥도 각을 잡아 군살 쪽쪽 발라내 허여멀건 사각기둥이 아니라 아름드리 나무를 다듬어 세운 통나무 기둥이다.그렇게 완강하고 견실하다.울긋불긋 단청으로 치장한 서까래나 들보와 달리 얼른 눈에 들지는 않지만 그는 중심이다.기둥 빼고 집을 말할 수 없듯,그를 빼고 연기를 말하는 것은 왠지 궁색하다.그런 그가 지난 2000년 1월 교통사고로 애지중지하던 막내아들을 잃었다.결혼을앞둔 스물 여덟,세상이 마냥 아름다웠을 그 나이에. 그 때의 충격으로 그는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아들을 잃은 아픔의 충격은 그렇게 컸다.부실한 고속도로 관리와 국산 승용차의 엉성한 품질이 빚은 참사였던 까닭에 그에 대한 분노까지 겹쳐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었다.“그때 심혜진씨와 KBS2의 ‘여비서’란 드라마에 출연중이었는데,고작 두줄짜리 대사가 외워지지 않는 거예요.삼성의료원 신경과 나덕렬 교수로부터 진찰을 받았는데,뇌세포가 급속하게 사멸되고 있다고 그래요.충격이 심했나 봐요.” ●총 잡은 지 27년…국제심판 활동도 그는 건강한 체질이었다.그가 클레이사격에 일가를 이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호형호제했던 박종규 전 경호실장과의 인연이 계기가 돼 지난 78년 처음 총을 잡아 올해로 경력 26년째다.“세계사격연맹 회장이었던 그 분이 그때 세계사격선수권대회를 서울에 유치했어요.가깝게 지내던 터라 뭔가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마땅치 않아 내 8㎜ 카메라로 7시간 30분짜리 대형 개인기록 영상물을 만들어 전달했어요.그때 태릉사격장을 드나들며 클레이사격에 반해 결국 사격 없인 못사는 마니아가 됐죠.”뭐든 시작하면 끝을 보는 천성 탓에 그때부터 틈만 나면 사격장으로 달려갔다. 그가 사격에 일가를 이뤘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85년부터 내리 3년동안 전국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는가 하면 세계사격연맹에 등록된 국제심판으로,88올림픽 때는 결승전 주심을 맡아 세계사격사에 이름을 남겼다. 또 대한사격연맹 최장기 이사였는가 하면 서울시 사격연합회장,대한수렵연합회 부회장 겸 밀렵감시단장도 맡고 있다.사격에 대한 그의 열정을 웅변하는 이력이다.“사격,매력적인 스포츠예요.하늘로 날아오른 클레이접시가 총성과 함께 산산히 깨어져 비산(飛散)할 때 느끼는 쾌감은 압권입니다.도시인,특히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운동입니다.” 그렇게 사격에 빠져 산 세월이지만 그는 단 한번도 살상 목적으로 총을 들지 않았다.“저는 기독교도지만 독실한 불교도셨던 어머니로부터 ‘미물이라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교육을 받았는데,그 영향이 컸지요.” 그뿐이 아니다.요즘도 수렵철이면 짬을 내 밀렵 단속에 나선다.‘밀렵이야말로 생태환경을 위협하는 만행’이라는 그다.“말이 단속이지 정말 위험합니다.한번은 밀렵꾼을 덮쳤는데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밀렵꾼이 방아쇠를 당겨 일행이 죽을 뻔하기도 했어요.더러는 쫓기면서 총을 난사하기도 하고요.그거 맞으면 죽는거지요.” ●살상 목적으로 총 안들어…수렵철 밀렵단속 지금은 독실한 기독교도로,금욕이 몸에 배어 ‘은총’같은 건강을 얻었지만 60∼70년대부터 연기마당을 누볐던 이들이 그렇듯 그도 따로 건강을 챙길 계제가 아니었다. “먹고 살기 버거운 때였지요.그나마 돈 좀 쥐면 술먹기 바빴는데,조니워커 2병쯤은 앉은 자리에서 해치웠어요.담배요?허허.” 그는 연예계의 내로라하는 골초였다.81년 교회 금식기도로 끊기 전까지 체인스모커였다.“조훈현 국수보다 많이 피웠을 거예요.하루 네댓갑이 보통이었으니까요.당시 KBS본관 입구에 커피숍이 있었는데,제가 방송국에 들어서면 아가씨가 담배 5갑을 꺼내 건네곤 했어요.그것도모자라 나중엔 다른 사람들한테서 얻어 피울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죠.” 그런 그가 사흘간의 금식기도로 담배를 딱 끊었다.지금은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다. ●하루 5갑 피던 담배 끊고 술 안마셔 이런저런 수상 경력을 들먹이며 지금 그의 연기사를 들추는 일이 새삼스럽다.39년 평양생으로 부산에서 자라 동아대 국문과를 졸업했다.지금도 “언젠가는 영화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가방에 활동사진 카메라를 넣고 다녔다.부산에서의 성우 생활을 정리하고 64년 상경해 충무로에 첫 발을 내디뎠다.그곳에서 친구의 소개로 김기영 감독을 만나 “신성일 같은 쌍꺼풀도 없는 네가 배우가 되겠다고?”라는 핀잔에 오기가 발동,다음날 바로 쌍꺼풀 수술까지 받을 만큼 영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고,그 열망이 오늘의 그를 낳았다. 그러나 이런 상식적 인과론으로 그의 중량감을 다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그의 매력은 주어진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진력(盡力)에 있다.“기력을 다해 제 일에 혼을 불어넣어야지요.저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더도 덜도 말고 그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를 만난 태릉의 산그늘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글 심재억기자 jeshim@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 ■송재호의 사격건강론 연기자 송재호,그의 삶은 치열했다.지난 64년 영화계에 데뷔해 67년 영화 ‘아로운’의 주인공 공모에서 무려 8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이후 일견 탄탄대로처럼 보이는 그의 연기행로 이면에는 끊임없이 자기완성을 추구한 한 ‘연기 장인’의 고뇌와 자기연민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사격은 여기에 힘을 보탠 원동기 같은 에너지원이었다. 그가 말하는 사격의 첫째 매력은 스트레스 해소.총탄에 접시가 산산조각나는 순간 가슴에 두껍게 쌓여있던 일상의 앙금이 샘물에라도 씻긴 듯 사라진다.“도시생활은 사방이 막혀 있잖아요.직장인이든,사업가든 한두번쯤 누군가 죽이고 싶은 맘 안들겠어요?그렇게 스트레스는 층층이 쌓이는데 그걸 어떻게 풉니까.이런 사람들에게 사격만한 스포츠가 없다고 봐요.” 집중력도 사격의 기본.날아오르는 접시를 보며 “넌걸렸어.”하고 득의만만하게 총탄을 날리는 일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여기에 숙련되면 민첩한 순발력과 함께 다른 일에도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했다.그뿐이 아니다.그는 사격을 통해 승부근성을 터득했다고 고백했다.“원래 급한 성미여서 처음엔 한발이라도 빗나가면 팔짝거리곤 했죠.그러다 사격 연륜이 쌓이자 매사에 미리 대비하며 상황에 끈질기고 침착하게 맞서는 습관이 체질화되더라고요.이런 습관이 연기생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어요.” 170㎝ 안팎의 키에 20년 동안 62㎏이던 몸무게가 담배를 끊은 덕에 72㎏으로 늘었지만 아직도 몸매는 군더더기없이 탄탄해 최근에는 ‘올해의 베스트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다.나이 들면서 혈압약을 먹고는 있지만 아직 맵고 짠 음식을 가릴 정도는 아니며 식성도 소탈하다. “처음 상경해 충무로 스타다방 골목을 쭈욱 훑어 보는데 배우들 다 눈이 익은 사람들이야.그런데 한 사람도 아는 이가 없어요.전 그때도 ‘그래 한번 해보자.안될 것 없다.’고 생각하고 도전했어요.지금도 그때처럼모든 것을 ‘가능하다.’거나 ‘안될 게 없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생활합니다.체념하고 포기하기엔 삶이 너무 짧고 또 고귀하지 않습니까?” 심재억기자
  • [마당] 골품제와 강남 아파트

    몇해 전 서울의 K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하며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한국 사회에서 학벌 문제는 분명히 존재한다.이것은 신라시대의 골품제도와 다를 바 없다.서울대 출신은 성골이다.연세대나 고려대 출신이면 진골이다.자네들은 6두품이나 5두품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발언을 한 이유는 학생들에게 자극을 주어 더 노력하라는 취지에서였다.학기말 시험 때 한 학생이 답안지 말미에 나의 골품제 발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그 요지는 “교수님의 진의는 알겠다.그러나 우리 부모님들은 중학교밖에 못 나오고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살지만 행복하다.교수님조차도 우리 사회의 욕망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니냐.”는 것이었다.그 학생의 말이 백번 옳다. 그러나 요즘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학벌 문제는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발목을 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가장 비근한 예가 최근 다시 불거진 강남부동산 가격의 급상승 문제이다.강남 아파트 가격 폭등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고여러 전문가들은 말한다.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한 정책을 거듭 내놓았지만 그 모든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보유세를 중과하고,아파트 담보 대출을 줄이겠다는 경제부총리의 발표가 있었지만,그것으로 강남 부동산의 가격 상승 추세가 멈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강남 아파트 문제의 근본은 교육에서 비롯한다. 강남에 산다는 것은 자녀들의 좋은 대학 입학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다.좋은 대학에 입학시키는 것은 학벌 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자녀들의 미래에 보다 안락한 삶을 담보해주기 위한 부모들의 가장 큰 자식 사랑이다.그러니 강남으로 강남으로 모여들려고 하는 것이다.이러한 세태를 이용해 투기꾼도 한몫 거든다.자연히 강남의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근본적으로는 물론 학벌 사회 타파에 있겠지만,그것이 어디 하루이틀에 해결될 일이고,단기적인 정책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강남구와 서초구의 인구는 대략 서울시 인구의 10%이다.서울시가 8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시장을 포함한 3급 이상 간부 50명(구청 소속 제외)중 15명(30%)이 강남 서초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002년 1월 자료를 보면 서울시 거주 국회의원 170명 중 62명(37%)이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다.(여기에는 한나라당 대표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장·차관 44명 중 17명(39%)이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었다.이것은 물론 지난 정부의 통계지만 현 정부의 고위 관료들의 실제 거주지를 조사한다면 대략 30% 정도는 강남 서초구에 살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가를 움직이는 핵심 세력인 국회의원과 고위 관료의 30%이상이 강남 서초구에 거주한다는 한 가지 사실만 가지고도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이 왜 상승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아이러니컬하게도 강남 서초구에 주로 사는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 값을 잡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형국인 것이다.이들을 강북으로,신도시로,지역구로 강제 이주시킨다면 강남 서초구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의외로 쉽게 멈출지도 모른다.거주의 자유에 반한다는 위헌 문제가제기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왜 이런 허무한 농담을 하는지,왜 이런 농담이 체념과 분노의 갈림길에서 돌출하는지,그 까닭을 나의 골품론에 반기를 든 그 순수한 학생은 이제야 이해할 것이다. 하 응 백 문학평론가
  • 토지공개념 발언...시장 후폭풍/ 다주택자 공황 늦기전에 팔자

    주택시장이 급속히 공황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특히 1가구 다주택자는 넋을 잃은 채 손을 놓은 표정이다.‘토지(주택)공개념 도입 검토’라는 초메가톤급 대책이 시장을 강타한 탓이다.그러나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과세가 강화되기 전에 팔고 이사를 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급매물이 출회될 조짐도 엿보인다. ●다주택자들 공황상태 노무현 대통령이 토지공개념 도입 가능성을 거론한 이후 1가구 다주택자들은 마땅히 대응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있다.사실상 체념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그래서 당장 매물을 내놓기보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정된 뒤 매각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대치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과세강화 이전에 매각하겠다는 1주택자들의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그러나 가격을 낮추기보다 현재의 시세대로 팔아달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초동 D공인 관계자는 “매물은 쑥들어가고 현재 거래는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면서 “다만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있으면 사겠다는문의는 있다.”고 전했다. ●가격은 하락세 거래가 끊긴 가운데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매도·매수세가 모두 실종됐지만 값을 낮춰서라도 팔겠다는 문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송파지역 일부 아파트는 지난 6일 이후 이틀 만에 가구당 3000만∼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급매물 출회도 다주택자들이 아직 매물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대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러면서도 다주택자 중과세나 자금추적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 거래허가제 등이 도입되면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이들은 정부의 방침이 정해지면 시장에 급매물을 대거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건축 아파트 관계자들도 개발이익 환수와 다주택 중과,거래허가제 등이 거론되면서 자칫 매도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있다. 대치동 G공인 관계자는 “앞으로 강남의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면서 “곧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파구에서는 급매물도 출회되고 있다.H공인 관계자는 14일 “정부의 강공책으로 시세보다 10%가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매수세는 실종돼 앞으로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토지시장도 ‘꽁꽁’ 토지시장도 얼어붙었다. 특히 전국 땅 거래를 주로 하는 서울 강남의 큰 업소는 아예 문을 닫았다.투자자들의 문의에도 당분간 기다려보자는 말만 할 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김형선 공인중개사는 “며칠 전까지 거래가 활발했던 서울 뉴타운개발 예상지역,천안·평택 등 땅값 오름세가 눈에 띄었던 곳도 거래가 끊겼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제·투기지구 지정 등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땅값 하락 기미가 없었던 대전·충청지역도 노 대통령의 토지공개념제 도입 언급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중개업소에는 계약 취소 문의가 잇따르고 부르는 값이 떨어지고 있다.오진우 벤처부동산 사장은 “지역 주민들과 투자자들이 정국 불안으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이 흔들리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토지공개념 같은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거론되면서 부동산 거래가 ‘올스 톱’ 됐다.”고 밝혔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盧대통령 ‘재신임’ 선언 / 영호남 반응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이 발표되자 영호남 지역 주민들은 국민의 신뢰회복 없이는 국정운영에 한계가 있다는 대통령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는 반응을 보였다.특히 북핵문제,내년 총선 등 굵직한 국정 현안이 많은데다 가뜩이나 경제마저 어려운 시점에 나온 충격적인 선언에 당혹스러워 했다. ●호남 지난 대선때 노무현 대통령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광주,전남지역 주민들은 “노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나 성급한 결정”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대 오수열 교수(정치학과)는 “너무 경솔하다.부패척결에 대한 의지의 표시라고 받아들이고 싶으나 ‘재신임’을 묻겠다고 한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대통령이 이럴 때일수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40·사업·광주시 서구 염주동)씨는 “장기간 불황과 함께 북핵문제,내년 총선 등 굵직한 현안이 많은데 대통령이 흔들려서야 되겠느냐.”며 “재신임 여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서민생활 챙기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자치21 박광우 사무처장은 “최측근의 수뢰 의혹,지지율 하락,지지부진한 개혁 등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취임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스스로 재신임을 받겠다고 나선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며,이로 인해 국정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남 부산경제살리기 박인호 상임의장은 “내각책임제도 아닌 대통령제 아래서 일국의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발표한 것은 상식밖의 행동”이라며 “총선을 앞둔 ‘선거용’이라는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박 의장은 “어려운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이 우선인데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 손병윤 부의장은 “대통령이 그동안 즉흥적으로 말을 자주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말도 다분히 즉흥적 정치적으로 들린다.”면서 “만약 재신임을 묻는다면 현실적으로 국민투표가 어려운 만큼 내년 총선을 통해 재신임을 물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참여연대 윤종화 사무국장은 “도덕적 리더십을 강조하는 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하나 재신임 발언은 상당히 당혹스럽다.”면서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시대적인 요구에 대한 정치권의 반성과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표정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은 조용했다.노 대통령 취임 초기에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던 봉하마을에는 요즘들어 주말이 아니면 외지인을 구경하기조차 힘들 정도다.주민들은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겠느냐.”며 화살을 언론과 야당에 돌렸다.마을이장 조용호(46)씨는 “고뇌에 찬 결단으로 생각하며,앞으로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짧게 말했으며,진영읍 번영회장 박영재(48)씨는 “적법하게 뽑은 대통령인 만큼 임기는 보장돼야 한다.”면서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이므로 국민들이 힘을 보태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는 “동생의 발언에 별로 관심이 없다.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지만 목소리는 침울했다.건평씨는 이날 오전 진영읍내에서 발언을 전해듣고,노 대통령과의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건평씨는 직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만약 통화했다면 ‘잘 한 것이다.촌에 내려와 농사나 같이 짓자.’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모든 걸 체념하고 마음 편히 살자고 말하고 싶다.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국민들에게 미안한 생각도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통령의 속내는 전혀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 상황에서 왜 건평씨가 나오나.감정적으로 국민을 호도하려는 것”이라는 등 10여건의 의견을 올렸다. 전국
  • SK ‘체념’ LG‘휴~’/부당내부거래조사 희비

    공정위의 6개 그룹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예상보다 적은 과징금이 부과된 기업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반면 일부 기업들은 반발하고 나섰고,287억원의 최대 과징금을 물게 된 SK는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체념하는 모습이었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과 SK해운 비자금 파문에 이어 또 다시 기업이미지가 크게 추락한 SK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충격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두달간의 공정위 조사기간에 최대한 협조한 사실을 들며 결과를 원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관계자는 “공정위 조사때 해명할 것은 충분히 해명했지만 납득하지 못할 내용이 나왔다.”고 말했다. SK는 해명할 것은 다시 해명하고,이의제기 할 부분은 공식 절차를 거쳐 이의제기할 계획이지만 내용이 대부분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조사 내용때 드러난 것이어서 결과는 미지수다. SK의 다른 관계자는 “과징금의 대부분을 물게 된 SK해운의 재정 상태가 열악해 이의제기 등을 통해 감액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일단 공정위의 잣대에 동의하면서도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감안치 않은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6800만원의 최소 과징금을 물게 된 LG는 “지주회사가 됐기 때문에 이제는 계열사간 부당내부거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산업부
  • 백령도 현지어장 르포/남북 빠진 NLL 꽃게어장 中어선 ‘싹쓸이’

    가을 꽃게철을 맞아 중국어선들이 백령도 앞바다를 휩쓸고 있다.남북 관계 등을 고려해 우리 어선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아래 어로한계선을 넘지 못하는 반면 중국어선들은 맘대로 돌아다니는 것이다.이같은 중국어선은 지난 5∼6월 한 번에 수백척씩 나타났다가 자취를 감추더니,가을 꽃게철이 돌아오자 이달 들어 다시 부쩍 늘고 있다. “저 놈들 또 나타났구먼.북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자우.”,“중국 배들이 어로한계선 위쪽에 있어 가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그래도 갈 데까지는 가 봐야지.왜 여기까지 오는 거야.에이….” 26일 오후 3시,북위 38.03도 동경 124.38도 백령도 두문진 북서쪽으로 채 1㎞도 되지 않는 해상에 중국 어선 2척이 눈앞에 들어왔다.해군·해경과 함께 백령도 어로해상을 지키는 옹진군 어업지도선 인천 227호의 항해사 김원국(42)씨의 손놀림이 금세라도 쫓아갈 듯 빨라졌다. 그러나 잠시 뒤 해병대 레이더 기지에서 “어로한계선을 이탈하지 말라.”는 지시가 무선을 통해 전달됐다.해군 소속 함정을 제외한 어떠한 선박도북위 38도 부근인 어로한계선을 이탈할 수 없기 때문이다.김 항해사는 “눈 앞에서 중국 배들이 우리 물고기들을 다 잡아가고 있는디….”라고 아쉬워하며 선수를 남쪽으로 돌렸다. ●중국 어선들이 북쪽으로 도망가면 손쓸 수 없어 이날 오전 6시 하루 일과를 시작한 42t급 인천 227호 어업지도선에는 아침부터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가을 꽃게철을 맞아 중국 어선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백령도 해상에 출몰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수십척에서 많게는 400∼500척씩 일렬로 몰려 다니며,백령도와 대청도,소청도 해상에서 바닥까지 긁는 저인망그물로 꽃게,광어,멸치,고둥 등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인다.심지어 북쪽 땅인 황해도 해주 해상 NLL을 따라 연평도까지 내려온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단속은 쉽지 않다.어업지도선이나 해군 경비정이 다가가면 NLL 북쪽으로 달아나기 때문이다.인천 227호 주용진(29) 기관사는 “중국 배들은 10t 정도 소형 선박이 대부분이고 낡은 탓에 최고 속력이 7,8노트(1노트는 시속 약 1.8㎞)로 느리다.”면서도 “다들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어 우리가 20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다가가면 NLL을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하듯 북쪽 해상으로 얼른 달아난다.”고 털어놨다. 인천 227호는 이날 이틀째 중국에서 우리 해상으로 들어오는 길목인 백령도 북쪽과 서쪽 대청서방 어업구역을 순찰했다.김 항해사는 “해군이 ‘외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 배를 단속하지 않아 우리 어민들만 죽어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그는 “오늘은 그믐이라 물살이 거세고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중국어선이 적지만 물살이 잔잔해 지면 수십 수백척씩 온다.”고 말했다. ●생존 위협 겪는 백령도 어민들 120가구가 넘는 백령도 어민들의 불만은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중국 어선들에 의해 지역 어장의 ‘씨’가 말라 생계 유지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지역 특산품인 까나리액젓을 만드는 까나리 어획량은 지난해 7.5t에서 10분의1인 0.75t으로 줄었다. 이번 달부터 조업 허가가 난 꽃게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웠다. 이날 오후 6시 백령도 옹기포로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뉴코리아호 선장 김만양(45·진촌5리)씨는 “꽃게 제철인데도 하루에 10㎏도 못 잡아 20만원 벌이도 못했다.”면서 “매일 기름값과 인건비도 못 건지는 판이니 고등학교 다니는 애들 학비를 어떻게 댈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심정순(47·진촌5리)씨는 “중국 배들이 어장을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 올해만 해도 300만원짜리 어구 5개를 망가뜨리는 바람에 이래저래 1억원 가까이 빚을 졌다.”면서 “고교 3년생인 아들이 ‘내가 빚갚아야 돼?’라고 물어올 때마다 가슴이 무너진다.”고 하소연했다. 심씨는 “정부가 태풍 수해를 입은 수재민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우리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수수방관을 꼬집었다. 지역 관계자들은 정부가 중국과의 직접 협상 등으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옹진군청 관계자는 “남북 긴장관계 등을 고려해 북방한계선 근처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을 단속할 방법이 없다면 외교적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현재의 어로한계선 구역을 북쪽으로 더 올리거나,2개월로 한정된 대청도 서쪽 해상의 어로 제한을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령도 이두걸기자 douzirl@ ■최종남 연화리 어촌계장의 한탄 이미 체념한 탓일까.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도에서 가장 큰 어민단체인 연화리 어촌계 최종남(사진·56) 계장은 쉽사리 말문을 열지 않았다.“아무리 뭍 사람들에게 중국배 얘기를 해도 소용없시다.”라며 담배 연기만 연거푸 내뿜었다. 백령도 주민들이 중국 어선 때문에 겪는 시름은 최 계장의 얼굴에 깊이 팬 주름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최 계장은 백령도 부근 해상에서만 32년째 고집스럽게 ‘물질’을 해오고 있다.등허리가 꼬부라지며 겨우 자식들을 대학 공부까지 시켰다. 최 계장의 한탄은 계속됐다.백령도 앞바다를 밤마다 훤히 밝히는 중국어선 불빛만 보면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는 그는 “중국 사람들은 ‘새끼는 잡지 않는다.’는 바다 사람의 불문율도 지키지 않는다.”면서 “꽃게 어장에서 나오는 게 멸치,고둥,놀래미 등으로 주산물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멸치잡이를 주로 하는 최 계장만 해도 중국 어선들 때문에 올해 큰 손해를 봤다.멸치 평균 어획량이 2만 4000㎏선에서 올해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게다가 ㎏당 7000원 안팎의 단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바람에 창고에 그냥 쌓아둔 것도 많다.최 계장은 “중국 어선들이 어망까지 찢어놓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면서 “두문진에서 조업을 하는 80여가구 어민들 대부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지경이 되다 보니 최근에는 어민들이 어선을 관광선으로 개조해 불법 관광영업에 나서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주민들이 호구지책으로 관광객 1인당 7만∼8만원씩 받고 5척의 임시 관광선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 계장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불법 관광 영업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나 중국 어선에 대한 강경 대응이 없다면 백령도에는 조만간 ‘대한민국 국민’이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며 관광객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령도 이두걸기자 ■中어선 불법조업 왜 잦나 2001년 6월 한·중 어업협정 이후 배타적경제수역(EEZ)인 동경 124도를 넘나들며 조업하던 어선들이 요즘은 북방한계선(NLL)을 타고 백령·대청도 동쪽 해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남북한 완충해역이어서 어족자원이 풍부한 데다 단속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NLL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은 6·25 정전 이후부터 계속돼 왔으나 한·중 어업협정 이후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불법조업을 하다 해경에 나포된 중국어선은 2000년 29척,2001년 39척,2002년 25척에 달하다가 올해는 9월25일 현재 82척으로 급증했다.중국어선들은 해경이 단속하면 NLL 이북해역으로 도주,추적가능거리가 2∼3마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검거에 어려움이 따른다.이들은 검거해도 골칫거리다.영해법이나 배타적경제수역법을 적용해 1000만∼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중국어선 대부분이 영세해 80%가량이 벌금을 못낸다.이 경우 선장을 구속시키고 선원들은 공해상으로 추방한다.당국은 여러 차례 중국측에 어선 단속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어선 대부분이 개인에게 임대해준것이어서 실질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오피니언 중계석/‘폭력의 골짜기를 넘어‘ 요약

    9·11사태 이후 세계 각 분쟁지역의 상황이 급박하다.특히 북핵을 둘러싼 한반도 사태는 자칫 최악의 상황을 몰고올 수도 있어 앞으로의 협상에 세계의 관심이 쏠려있다.이같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평화세력의 연대가 필요하며 그 중심추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지난 22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주최로 조계사에서 열린 화엄광장에 발표된 박성준(평화학) 성공회대 교수의 발제 ‘폭력의 골짜기를 넘어 평화의 너른 들녘으로’를 요약한다. 미국적 가치관과 문화에 길들여진 우리는,9·11 충격 이후 사태 전개를 보는 데서도 미국과 서방측의 잣대와 관점에 따라 이해하고 판단하기 일쑤이다.미국식 시각이 내면화된 우리는 많은 부분을 미국의 시각으로 보고 있고,이것은 큰 병이다.감정이 앞선 채로 사태를 바라보는 데 머물러서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물론 그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온 인류는 테러리즘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야 하고 거기에 대한 깊은 반성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특히 미국이 그렇게 해야 한다. 9·11 사건과 더불어 기술적·경제적 낙관론이 의문의 여지없이 통하던 시대는 이제 끝장났다.‘신세계질서’,‘신경제’운운하면서 마치 우리가 무한정 성장하는 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전제 위에 서있던 낙관론은 이제 무너지고 있다.지금 전세계적으로 ‘경제의 비집중화’‘생태적 책임’을 위한 노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이대로 무한경쟁 자유무역의 지구경제시스템을 계속 밀고 나갈 것인지,아니면 다른 방도를 찾을 것인가의 선택이다. 전쟁 상인들의 이익과 연관되어 있는 미국 경제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안된다.미국식 삶의 방식,미국식 자본주의,신자유주의 시장제도를 세계의 모든 지역과 나라에 전파하고,심지어는 이슬람권과 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다른 종교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까지 강요하는 방식은 반성하고 근본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인류가 안고 있는 질병들-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 자체를 직접 공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평화의 방법이 필요하다.전인류적인 평화운동이 지금의 ‘반평화’ 흐름보다 더 거대한 물결로 일어나야 인류가 이러한 질병들을 치유할 수 있고,폭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지금 미국에 대한 무력감,우리가 미국을 움직일 수 없을 것이라는 체념적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창조적 상상력이 필요하다.이 폭력의 악순환,보복의 악순환을 끊고,평화의 새 문명을 여는 열쇠꾸러미 중 가장 큰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그들이 스스로 엮어놓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전 세계 반전 평화 연대세력의 힘으로 선의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 금후 ‘테러와의 전쟁’의 전개양상에 따라서 세계적인 폭력의 고리에 한반도가 걸려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최근 미국과 일본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북한 위협론을 볼 때 반테러 전쟁의 전개양상에 따라 불길이 한반도에 옮겨 붙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우리는 결단코 이런 불행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우리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만 가지고,그 데이터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생각해서는 이 복잡한 모든 문제에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는다.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기적 같은 전환이 있지 않으면 안된다.미국을 포함한 온 세계 각 나라의 평화세력이 일제히 떨쳐 일어나게 해야 한다.각종 기발한 평화 교육프로그램,다종다양한 평화행사 같은 평화 캠페인의 거대한 전 인류적 물결을 이룩해야 한다.세계의 평화세력이 연대하여 이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한반도에 사는 우리들이 주역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세계평화를 위한 기여에서 우리의 몫은 매우 크다. 정리 김성호기자 kimus@
  • [길섶에서] 뒷모습

    어린 시절 친구 한 녀석은 뒷모습 예찬론자다.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그의 버릇이다.뒷모습은 어색한 시선이 부딪혀야 하는 곤혹에서 벗어날 수 있고,숱한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것이다.가끔 뒷모습에서 삶의 이력이 확인되기도 한단다.그리고 관찰 결과,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훨씬 많다고 자신한다. 오늘도 낯익은 얼굴들이 간혹 어색한 표정으로,때로는 억울하다는 시늉을 지으며 구치소행 승용차에 오른다.좌석에 기댄 이들의 뒷모습에는 체념과 불안의 기운이 짙게 배어 있다.또 한번도 얼굴을 마주친 적이 없는 이들은 앞으로 온갖 나쁜 짓을 하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뒷모습을 내세운다.어떤 시인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은 늘 한결같았던 사람이었다.’고 노래했다.그는 ‘유난히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을 본다는 것은 여름날 석양의 지는 해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친구와 시인의 뒷모습 예찬론은 먼 나라 얘기처럼 느껴진다. 우득정 논설위원
  • 편집자에게/ “언론과의 전쟁은 민주주의 위협”

    -‘盧 신문에 법대로 예고’기사(대한매일 8월4일자 1면)를 읽고 미국 제퍼슨 대통령은 “언론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고 했다.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언론을 매도하고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상당한 위협이다. 언론의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할 정부가 직접 인터넷언론을 만들어 언론 역할을 하겠다는 것도 모자라 앞으로 언론에 사사건건 대응하려 한다면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과 행정부의 잘잘못은 누가 감시하란 말인가. 이번 발언은 대통령 최측근의 향응 파문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파문이 언론보도 탓으로 일어난 것이란 인상마저 주고 있다.공직자의 처신은 문제삼지 않고 “후속 보도가 두려워 아랫사람 목 자르고 싶지 않다.”며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못함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나친 피해 의식에서 언론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언론이 정부를 비판해서 정부가 인기가 없는 것이 아니라 집권당과 정부가 지금의 국가 혼란을 자초해 국민들이 실망하고 체념한 데 따른 것이다.먼저 대통령부터 ‘내 탓’이란 인식이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현재 ‘언론과의 싸움’보다 더 중요한 국정 현안이 얼마나 많은지를 노 대통령은 좀 알았으면 좋겠다. 김승균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과정
  • [젊은이 광장] 대학인 의식에 뿌리박힌 성폭력

    “대학 내 여성운동이 활발해질수록 성폭력 사건 신고가 늘어난다.” 학내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역설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법칙이라고 한다.언뜻 듣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들의 얘기를 경청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과연 어떤 실상이 숨겨져 있을까. ‘XX와 성폭력 사건에 부쳐’,‘XX의 공개사과를 요구한다’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대자보들이다.1990년대 중반 이후 조심스럽게 나붙기 시작한 이 같은 대자보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성폭력 문제를 공개적인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냈다.그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연세대의 교수 성폭력 사례 공개 토론회를 비롯해 최근에는 곳곳에서 학내 여성단체 등이 마련한 성폭력 관련 행사와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성폭력 사건을 쉬쉬하고 감추려 했던 과거와 달리,이제 대학에서도 성폭력을 둘러싼 침묵의 벽이 많이 허물어졌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변화의 이면을 조심스럽게 들춰보면 아직도 성폭력이 대학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새내기 배움터와 모임 등의 술자리에서 공공연히 벌어지는 성적 발언과 행동,그리고 학점과 학위·논문 심사 등을 미끼로 제자에게 가해지는 교수의 성폭력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선후배와 사제라는 관계 속에 합리화되고 방치되는 것은 행위로서 벌어지는 성폭력만은 아니다.명백한 사실로 존재하는 행위는 그에 대응하는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오히려 문제는 피해자의 행동거지를 문제삼아 피해자를 가해자로 자리바꿈시키는 ‘2차 가해’,혹은 단순한 언행에서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기는커녕 농담거리로 희화화시켜 유야무야 만들어버리는 ‘어쩔 수 없는’ 분위기이다. 이는 대학내 하나의 문화로서,의식 속에 존재하는 성폭행이다.그것은 어느 조직보다 인간관계가 중시되고 남성중심의 문화가 잔존하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쉽게 체념되고 묻혀지는 부분이다.당연히 성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진다면 이를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신고되는 성폭력 사건 수가 많아지는 것도 자명한 일이다. 올바른 성의식을 가져야 할 중·고등학교 시기에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케케묵은 관습을 떠받들었던 우리에게 대학은 모처럼 억압과 통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제의 자유를 누리게 해주었다.그러나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채 억눌려있던 욕구를 제대로 표출할 줄 모르는 대학생들은 성폭력 문제에 더욱 쉽게 노출되었다.그리고 이를 제대로 해결해낼 문화나 제도도 아직은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은 준(準)사회이다.사회로 나가는 길목에 서있는,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가장 진보적인 공간 속의 대학인이 건강한 성문화를 만들어 갈 수 없다면 이 사회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 성폭력을 뿌리뽑기란 무리일지 모른다. “성폭력이 뭘까요.”라고 물으면 개념이나 정의에 대해서는 상식이나 교양처럼 알고 있지만 진지하게 자기 행동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 같다는 한 여성운동가의 고충 섞인 푸념은 ‘지식’만이 대학을 대학다운 공간으로 만들지 않음을 말해준다.지식이 한 개인의 의식과 전체의 문화 속에 녹아들어행동으로 이어질 때 진정한 지성인을,진리의 상아탑을 쌓아나갈 수 있지 않을까. 염 희 진 성균관대 신문사 前 편집장
  • Q&A로 미리 보는 터미네이터3 / 돌아온 ‘그’ … 혈투상대는 ‘女’

    터미네이터가 돌아왔다. 1991년 2편이 나온 지 12년 만에 만들어진 ‘터미네이터 3’(Terminator3:Rise of the machines)가 오는 25일 국내 개봉된다.강산이 변했을 세월이니 터미네이터도 달라졌을 법하다.그러나 외모나 성능은 예전 그대로다.극장에서 1,2편을 보고 열광했던 30대 ‘터미네이터 세대’가 10여년 전 추억을 복기할 정도다. 대신,터미네이터를 둘러싼 환경은 화려해졌다.할리우드가 12년 만에 벼르고 별러 내놓은 후속작이니 물량 공세가 오죽했을까. 극의 주요 설정은 어떻게 달라졌나. -2편에서 어머니의 도움으로 천신만고끝에 살아 남은 미래의 지구영웅 존 코너(닉 스탈)는 이제 어엿한 청년이 됐다.하지만 정상적인 삶의 소유자는 아니다.미지의 위협에 대한 불안감으로 진정제에 의지한 채 외부와의 접촉을 일체 끊고 막노동판을 전전한다. 영화의 정확한 시간배경은 코너가 암살기계 ‘T-1000’의 위협에서 벗어난 10년 뒤.2편에서 살벌하게 경고했던 ‘심판의 날’은 다행히 아직 오지 않았으며,코너는 학창시절 친구이자 미래의 동반자인케이트 브루스터(클레어 데인즈)를 만난다. ●액션·특수효과등 한층 업그레이드 터미네이터는 2편에서처럼 여전히 ‘인간편’인가.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변함없이 연기한 터미네이터는 이번에도 인간,정확히는 존 코너의 목숨을 지켜주려 미래에서 온 기계인간이다.3편에서 눈이 확 뜨이는 캐릭터 설정은 ‘악당 터미네이터’가 여성이란 점.미래인류의 지도자인 코너를 암살하라는 기계집단의 특명을 받고 미래에서 파견온 살인병기 ‘T-X’(크리스타나 로켄)다. 1,2편과 감독이 다른 만큼 전반적인 분위기도 달라졌을텐데. -3편의 감독은 재난액션 ‘U-571’을 통해 블록버스터 제조에 재능을 인정받은 조나단 모스토.제임스 카메론 감독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그는 장기를 십분 살려 영화를 ‘스펙터클 액션 버라이어티쇼’로 특화시켰다.코너를 보호하는 터미네이터와 T-X의 도입부 추격신은 통쾌한 스피드액션 그 자체다.슈워제네거가 가장 힘들게 촬영했다고 고백한,터미네이터가 크레인에 매달려 달리는 장면도 볼 만하다. 액션의 규모나 화면 묘사력은어느 정도인가. -컴퓨터그래픽이나 특수효과 등의 볼거리는 확연히 업그레이드돼 누가봐도 블록버스터급이다.T-X가 동력에 녹아내리는 장면 등은 탄성이 터질 만큼 정교하고 사실적이다.액션팬들에게 더욱 반가울 대목.특수효과가 가미된 기계인간의 맞대결이 한순간도 멈추지 않을 만큼 액션의 강도가 높다. ●메시지는 어두운 운명론적 분위기로 여자 터미네이터의 등장이 아무래도 눈길을 끈다. -터미네이터가 10여년전 단종된 구식모델이어서 능력이 제한된 것과는 달리 여자 터미네이터 T-X는 주변기계들을 파괴하고 조종하는 가공할 능력까지 지녔다.모델 출신의 무명배우 크리스타나 로켄이 1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는데,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빼어난 미모에 감정표현이 전혀 없는 기계인간의 얼굴,로봇처럼 미세하게 규격화된 몸놀림 등이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2편에서는 지구 ‘심판의 날’까지도 인간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낙관론을 폈는데. -3편의 메시지는 한결 어두운 운명론적 분위기로 돌아섰다.“미래는 인류가 스스로 기록하는 역사”라며 능동적으로 인류운명을 개척하던 2편때와는 사뭇 다르다.끝내 핵전쟁이 일어나고 ‘스카이넷’(인간을 멸망시키려는 기계 네트워크)과의 한판 결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체념적 결론에는 가슴이 서늘해진다. ●55세 슈워제네거 투혼 박수받을만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활약상은 여전한 지. -슈워제네거의 올해 나이는 55세.열심히 몸을 날리지만 얼핏얼핏 주름살이 도드라져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어뵌다.상대역인 크리스타나 로켄(23)과 무려 32세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박수를 보내야 할 투혼이다.상영시간 1시간 48분. 황수정기자 sjh@
  • [씨줄날줄] 공무원 억대 연봉

    샐러리맨의 꿈은 고액 연봉이다.이 때문에 억대 연봉자는 샐러리맨의 ‘지존’이자 ‘신기루’로 비유된다.하지만 대다수의 샐러리맨들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일상사에 짓눌려 신기루를 한낱 허황된 망상인 양 체념해 버린다.그러나 주변에서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인물들이 거론될 때면 한없는 자괴감과 함께 무기력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스포츠 스타에서 출발된 억대 연봉이 샐러리맨의 화두가 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였던 것 같다.연공서열형 급여구조가 붕괴되면서 능력급·성과급 등 ‘능력에 따라 일하고 능력에 따라 보상받는’ 임금체계가 도입되면서 억대 연봉자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벤처 열풍과 함께 터져나온 ‘대박 잔치’도 이 무렵에 생겨난 신 풍속도다.어떤 경제학자는 이때 생겨난 벼락부자를 ‘스톡 리치(Stock Rich)’라는 말로 표현했다.증권사 애널리스트,투자자문사,펀드매니저 등 억대 연봉자들이 모두 증시 활황을 배경으로 생겨났다는 사실을 빗댄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근로소득 과세자료를근거로 분석한 결과,임금 근로자 1100여만명 가운데 연봉 1억원 이상은 0.19%인 2만 1000여명이었다.1999년의 0.1%에 비해 2년만에 2배 늘어난 것이다. 억대 연봉자가 ‘신기루’에서 어쩌면 이뤄질지도 모르는 ‘꿈’으로 한발 다가서면서 ‘억대 연봉자의 7가지 성공비결’이라는 비법서가 유행한 것도 이때다.이 책은 ‘가정에 충실하라’‘꿈을 포기하지 말라’‘자신부터 구조조정하라’ 등 누구나 알 수 있는 7가지를 열거하면서 ‘실천이 성공의 열쇠’라고 거창하게 결론을 내렸다.억대 연봉자가 되지 못한 것은 죽도록 노력하지 않은 당신 탓이라는 것이다. 억대 연봉자가 되고 못 되고는 자신의 책임이다.또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만큼 스트레스도 많다.중앙인사위원회가 최근 장관보다 연봉 2100여만원을 더 받는 1급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산림청 서승진 임업연구원장도 지난해보다 19.5% 오른 연봉 1억 70만원을 받는 대신 끊임없이 실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듯이 연봉 순도 아니라고 말한다면 한가한 샐러리맨의 지나친자위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 [씨줄날줄] 점치는 수사

    경찰이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역술인 점괘를 참고 자료로 활용했다 해서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가장 과학적이어야 할 경찰 수사가 요행을 기대하며 점괘에 매달렸다니 왜 얘기가 아니 되겠는가.경찰의 시련은 지난달 22일 공무원인 40대 중반의 주부가 서울 서초동의 자기 아파트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한 달이 다 되도록 실마리도 찾지 못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역술인 힘을 빌리기로 했다는 것이다. ‘용한 역술인’이 있다는 피살자의 직장 동료 말을 듣고 점괘를 녹취해 줄 것을 넌지시 부탁했다고 한다.직접 찾아가 보고 싶었겠지만 자칫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계했을 것이다.한 달 전쯤 서울 삼전동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역술인을 직접 찾아가 점괘를 물었다 해서 비웃음 샀던 터다.문제는 역술인이 언론 보도를 보았는지 모르지만 점괘가 전혀 엉터리는 아니었다는 것이다.질식사 당한 것이며 면식범일 가능성을 말하고 희생자가 죽은 뒤 거액이 왔다갔다 할 것이라며 점쳤다고 한다. 피해자는 경찰이 역술인의영감에 매달리는 일은 간혹 있는 일이다.그 유명한 ‘개구리 소년’ 사건에서도 역술인들이 등장했다.‘삼풍 사고’에서도 매몰자를 찾기 위해 몇몇 영적 세계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기도 했었다.합리적인 사고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체념이 들면 한번쯤 신통력에 기대는 것이리라.경찰을 대신해 역술인을 찾았던 피살자의 직장 동료는 ‘범인을 잡지 못할 것’이라는 점괘가 나오자 ‘죽은 사람의 귀신을 불러내 범인을 찾아 보라.’고 부탁했다고 한다.한편의 괴기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 질 뻔했다. 신통력이나 요행의 횡행은 그 사회의 병리 지수일 것이다.이성적인 판단이 지탄받고 합리적인 행동이 엉뚱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기승을 부리는 법이다.과거 왕조가 바뀔 때마다 풍수설이 난무하고 민생이 도탄에 빠졌을 때마다 도참설이 풍미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세상에 아직도 ‘용한 역술인’을 맹신하는 풍조가 있다면 안타까운 일이다.세상 일이 마땅히 되어야 하는 방식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행여 경찰이 점괘를 맹신한 나머지 과학 수사를 뒷전으로 제쳐 두지나 않았나 자꾸 마음이 쓰인다. 정인학 논설위원
  • [길섶에서] 한 우물

    우물을 잘 파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다른 사람이 실패한 곳에서도 우물을 성공적으로 파곤했다.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당신은 어쩌면 그렇게 우물을 잘 팝니까?”.그의 대답은 간단했다.“저는 우물을 파며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우물을 잘 파는 비결은 꼭 하나입니다.물이 나올 때까지 파는 것입니다.”우물을 파더라도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을 우리는 흔히 들어왔다.집념을 갖고 전력투구하면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 ‘로빈슨 크루소’도 작가의 집념으로 빛을 보게됐다.대니얼 디포는 작품을 갖고 20군데의 출판사를 찾아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21번째 출판사가 마침내 그의 작품을 출판하기로 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소설의 내용도 절망하지 않는 인간의 도전정신을 잘 보여준다.로빈슨 크루소는 표류하다 무인도에 도착한다.그러나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는다.끊임없이 도전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좌절과 실패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데 인간의 위대함이 있다. 이창순 논설위원
  •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生과死 생각하는 場되길”/ 장례역사박물관 짓는 임 준씨

    “장례와 제례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습니다.외형적인 변화가 문제가 아닙니다.고인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내용이 퇴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장례역사박물관을 세우고 있는 임준(林駿·53)씨는 “요즘 사람들은 사람이 죽어도 제대로 슬퍼할 줄을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예전에는 장례를 ‘모신다,’했지만,요즘은 장례를 ‘치른다.’하는 것도 그런 변화의 하나라고 했다.인본적(人本的)인 부분이 사라지는 증거라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도 제대로 슬퍼할 줄 몰라” 그는 서울보건대 장례지도과에서 후학들에게 장례문화를 전수하는 현직 교수이자,장례용품 제조회사의 대표다.또 한국민속박물관회(회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의 이사로 국립민속박물관을 후원하는 데도 한몫을 거든다. 마당극 연출가이자 창작 판소리꾼인 임진택씨에게 ‘통과의례페스티벌’을 열도록 부추기기도 했다.임진택씨와는 사촌간.지금도 후원회장으로 페스티벌을 돕고 있다. 그런 임씨가 이번에는 박물관을 세우는 데 사재를 털고 있다.장례역사박물관은 ‘죽음’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한국 최초의 박물관이다.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 대지 7000여평,건평 1000평 규모로 짓고 있는 박물관은 전시실과 수장고가 완성되는 오는 9월 1차 개관한다. “‘초혼’은 사람이 죽었지만,죽음을 바로 인정하기가 아쉬워 생시처럼 여기는 것입니다.입관할 때 비로소 죽음을 인정했지요.옛날의 장례는 이처럼 죽은 사람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그런데 요즘은 경제성과 편리만 따지다 보니 산 자가 장례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습니다.가정문화의 뿌리가 약해졌기 때문이지요.” 이런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바로잡겠다는 것이 박물관을 세우는 이유이다.우리 상장례의 역사에 전시의 중점을 두지만,각국의 장례문화를 보여주는 데도 힘을 기울인다.세계 4대 문명의 장례문화도 비교전시한다. ●정주영·최종현 회장 장례도 직접 지휘 “우리만 허례허식으로 상장례에서 불편을 겪고,옛날 의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요.그러나 한국만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지금도 우리보다 더 정중하게 상장례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박물관을 세우는 본질적인 이유는 죽음이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그러나 죽음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옵니다.죽음을 가까이해야 합니다.그래야 욕심을 부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빨리 깨닫지요.죽은 다음을 생각하면 스스로를 가다듬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가 처음부터 ‘죽음’과 맞닥뜨린 것은 아니었다.대학에서의 전공은 지질학이었지만 풍수지리에 빠져들었다.풍수지리에도 과학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공부가 깊어지면서 1988년 ‘자연과학으로 입증된 풍수사상과의 만남’이라는 글을 한 경제신문에 연재했고,‘좋은 땅 좋은 집’을 비롯해 책도 몇 권 펴냈다. 그는 현재 최고의 장례 전문가로 인정받는다.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과 최종현 전 선경그룹 회장 내외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장례를 지휘했다. “대기업의 조직이 아무리 방대해도 장례만은 자신있게 치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그만큼 어렵게 생각하고,전통을 모르기 때문이지요.돌아가신 분을 장지까지 보내는 과정이 산 자와의 관계를 매듭짓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가 경기도 광주에 관과 수의 등을 만드는 장례용품 제조업체를 차린 것은 1991년.그의 표현대로 “불황을 타지 않는 사업”이었다.2001년 삼포실버드림이라고 이름을 새로 짓고,회사를 용인으로 옮길 때는 주민들의 반대도 없지 않았다.그러나 박물관을 짓기 시작하면서 동네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주민들도 호의를 갖게 됐다. “제례 체험관도 만듭니다.전통이 잊혀졌거나,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제사를 지내지 않았지만,되살리고 싶어하는 젊은층이 적지 않습니다.이런 사람들에게는 제사의 모델이 필요하지요.” ●장사법 선택할 수 있도록 모델 제시 야외전시장에서는 묘지의 변천과정도 보여준다.어른이 자식들에게 “죽거든 알아서 장사지내라.”고 체념하기보다,함께 찾아와 장례의 방식을 ‘합의’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장사지내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돕겠다는 뜻이다. “장례분야에서 돈을 벌었으니,장례문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앞으로 장례용품회사는 박물관에 기증할 겁니다.박물관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각종 문화사업을 펼칠 수 있으려면 경제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장례역사박물관은 20만평 규모로 최근 문을 연 한택식물원에서 가깝다.문·무인석 등 한국 최대의 석물(石物) 컬렉션을 자랑하는 세중옛돌박물관도 멀지 않다.독특한 문화벨트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는 더욱 크다. 최근에는 경사스러운 일도 있었다.일본에서 1900년대에 만들어진 상여를 기증받은 것.앉은 자세로 시신을 안치하는 좌식(座式)이다.이를 포함하여 발리 상여와 중국 상여,배모양의 인도네시아 상여,태국상여,지붕모양으로 꾸민 일본의 영구차 등 2500여점의 유물을 확보하고 있다.이 가운데 1000여점을 1차 개관 때 선보인다. 그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유물 기증이었다.종교적 이유 때문에 처치가 곤란하게 된 상장례나 제사도구가 있다면 버리지 말고꼭 박물관에 기증해달라는 당부였다. 글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강성남기자 snk@
  • 기고 / 제자와 교육을 생각하는 ‘스승의 날’

    오는 15일은 40회째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다.보성초등학교 서 교장 자살사건으로 교직사회의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맞는 스승의 날은 이전의 스승의 날과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백화점과 꽃가게가 성시를 이룬다.선생님께 감사의 표현으로 카네이션 또는 작은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스승의 날은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감사를 표현하는 날이지만,나를 포함한 모든 교육자들에게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요즘 선생님들은 자신이 더이상 존경이나 감사의 대상이 아니고 단순히 가르치는 직업인일 뿐이라고 자조 섞인 말들을 하고 있다.선생님들을 무시하는 가정·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란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선생님들의 교권에 도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고 체념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이렇게 교권이 실추되는 상황에서 교직사회조차 분열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선생님들이 제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단체를 만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충분히 있을 수 있다.그러나 문제는 많은 기업의 노동조합과 사(使)측이 제 주장만을 하며 투쟁으로 치닫다가 결국은 회사 문을 닫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는 것이다.여기서 교육계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우리 교육계의 노동운동은 회사의 노동운동보다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띤다.젊고 진보적인 성향의 교사들이 주로 가입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비교적 역사가 짧은 한국교원노동조합(한교조),대부분의 교장선생님들과 보수적인 성향의 교사들이 가입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합법적인 교원단체로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스승의 날이 들어 있는 5월은 교육계가 더욱 어수선할 전망이다.특히 전교조와 교장협의회 간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이에 참다 못한 학부모 단체들까지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교직단체 간의 갈등으로 야기되는 모든 불이익이 다 국민과 학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회사에서 노사간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공장 문만 닫으면 된다.그러나 교직단체간의 갈등은 교육을 중단시키고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이 점을 선생님들은 기억해야 한다.교직단체들은 한국의 교육과 학생들을 위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학생을 인질로 하여 주도권과 권익을 확보하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진정한 교권 회복은 학생들의 존경 회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가정이 붕괴되고 부권이 추락하는 요즘 아버지의 역할을 재정립하자는 ‘아버지 학교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이 운동에서 가정 붕괴의 원인을 아버지 자신들의 태도에서 찾고 있듯이,교실 붕괴의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교직단체가 진정 우리 교육을 살릴 수 있다.부부의 금슬이 자녀교육의 기본 바탕이듯,교직 단체간에 서로 화목하고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일 때,선생님들의 진정한 교권과 권위가 회복될 것이다. 선생님들이 전문직으로서의 권익을 강조하면 수요자인 학생들은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주장하게 되어 둘 간의 관계는 실리적으로 타락하게 될 것이다.이런 관계 속에서 교사의 가르침은 상품 이상의 것이 될 수 없으므로 선생님에 대한 존경은 기대하기 힘들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육신을 낳아준어버이보다 더 귀한 사람이 영혼을 낳아 키워주는 교사’라고 말했다.선생님들이 교육의 본질인 학생들의 영혼을 일깨우는 일로 돌아갈 때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15일은 전문직 교사들이 자신의 권익을 위해 결의하는 날이 아니라 제자의 장래와 우리의 교육을 생각하는,진정한 ‘스승’의 날이 되길 바란다. 이 병 석 경민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 매맞는 여성 보호시설 르포 / 가정폭력 ‘집안 일’ 아니다

    5월은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이 든 ‘행복한 달’이지만 여성단체가 정한 ‘가정 폭력없는 평화의 달’이기도 하다.가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내가 남편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면서 유지하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흔히 가정 폭력을 ‘숨겨진 범죄’라고 한다.그러나 이제 그것은 더이상 부부간의 ‘내밀한 일’도 ‘집안 일’도 아니다.“맞을 짓을 했을 것”이란 피해자에 대한 선입견도 잘못된 것이지만 폭력이 ‘술김에’‘홧김에’휘두른 실수로 용서받아서도 안된다.가정 폭력은 피해자인 여성은 물론 가해자인 남성,그리고 아이들까지 모두 병들게하는 사회적인 병이다.특히 국내의 가정 폭력 발생률(31.4%)은 미국(16.1%),일본(17.0%)의 2배 가까이 되는 등 그 심각성을 인식해야할 때다. ‘그곳’은 멀지 않았다.남편의 폭력에 병든 여성들이 몸과 마음을 누이기 위해 잠깐 찾아드는 곳,그 ‘쉼터’는 서울의 주택가에 있었다.팻말도 없었고,끝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아 담당 사회복지사의 휴대전화에의지,물어물어 찾아갈 수 있었다. ●피해 여성들의 친정같은 ‘쉼터’ 23일 오전,‘쉼터’에 들어서자 가지런히 책이 꽂힌 서가와 정돈된 분위기는 여느 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러나 어제 집을 나왔다는 김영자(가명·45)씨의 시퍼렇게 멍든 눈두덩과 그늘진 얼굴에선 고단한 삶이 단숨에 읽혀졌다.쉽게 말문을 열지 못하던 김씨는 22년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조금씩 털어놓았다. “…내가 이렇게 맞다가 죽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그래서 누군가 듣고 경찰에 신고라도 좀 해주길 바라며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어요.”김씨는 결국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하면서 집을 나왔다고 했다.“경찰은 피해자인 나를 보호해 주기는커녕 ‘우리가 할 일은 끝났다.’면서 남편과 함께 집으로 가라고 했어요.경찰에 신고한 나를 남편이 더 심하게 때릴 게 겁나 그길로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그런데 왜 피해자인 내가 이렇게 숨어야 하나요?”숨죽인 그녀의 울음은 처연했다.더욱이 우울증을 앓기도 했던 딸을 염려하면서 울음은 오열로변했다. 마주앉은 여성,양윤정(가명·38)씨의 양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남의 일이 아니라는 침묵은 강한 긍정의 표현이었다.양씨는 13년간 맞고 살았던 자신을 되돌아보면 “벌레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난생 처음 집을 떠나 ‘쉼터’에 여윈 몸을 맡긴 지 2개월,“난 많이 변했다.”며 “무엇이든 트집 잡는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면 가슴이 너무 뛰어 어지러울 정도였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남편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지난날의 자신은 ‘노예였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아무리 청소를 열심히 해도,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도 남편은 단 한번도 만족해하지않고 다른 것을 트집삼았고,상을 뒤엎으면서 그 지긋지긋한 일은 시작됐어요.” 맨몸으로 뛰쳐 나왔지만 보모 교육을 받았고 난생 처음으로 돈을 벌었다는 양씨는 “나도 사람이라는 사실,그걸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털어놓지 못할만큼 가슴 속 상처가 큰 또다른 여성들도 ‘남의 일같지 않은 슬픔’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 분위기는 참 무거웠다. ●학력·재산·나이와 무관 피해 여성과 24시간을 함께 기거하며 상담을 맡고있는 사회복지사 김성숙씨는 “눈물은 아픔을 씻어내는 정화기능을 한다.”며 “남편의 마음에 맞도록 자신을 바꾸려고 10∼20년씩 노력했던 여성들이 ‘더이상 남편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렸을 때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또한 이곳을 이용하는 피해 여성은 30∼50대가 주류를 이루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 구별이 없고,학력과 재산 유무와도 관계없다고 설명했다.김재엽 연세대 교수는 “소득이 전혀없는 집단의 27.5%,월 300만원 이상의 소득자 28.3%에서 가정폭력이 일어난다.”며 항간의 저소득,저학력층에서 가정 폭력이 있다는 오해에 대해 꼬집었다. 24일,여성의 전화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두 피해여성은 ‘쉼터’에 머문 지난 2개월동안 “나 자신을 찾았다.”고 말했다.의외로 밝아 보이는 얼굴에 안도감이 느껴졌지만,한켠에서는 ‘이렇게 밝은 성격인데 당하기만 했을까?’라는 피해여성에 대한 편견이 떠올랐다.이런 속마음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듯 동행한 사회복지사 배인숙씨는 “폭력에 노출돼 무기력했던 여성들이 쉼터에서 함께 피해자들과 지내면 자신에게만 있었던 일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서서히 치유돼 예전의 밝은 성격을 되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험회사의 교육담당자였다는 이정희(가명·43)씨는 “밖에서는 당당했지만 ‘남편을 무시한다.’며 던진 밥그릇에 이마가 터져도 남편의 마음만 풀어주려고 비굴하게 노력했던 약한 여성이었다.”고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너무 맞으니까 ‘차라리 빨리 때려라.’는 식으로 체념하게 됐지요.어차피 내가 맞아야 끝날 일이라면 빨리 끝나는 게 낫다는 식으로 생각이 길들여졌어요.”.그는 중학생인 아들이 “옥상에서 아버지를 밀어버리고 싶다.”는 말을 듣고서야 더이상의 불행을 막기 위해 이혼할 것을 결심했다. 때로 피해 여성들은 ‘내 얼굴에 침뱉기’라거나 ‘남편을 고발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움에 젖기도 한다.자신이 가정을 떠남으로써 ‘가정이 깨어졌다.’는 현실은 더 큰 죄의식을 안겨준다. 그래서 피해자들이 함께 만나고,자신들을 추스르는 과정이 어떤 전문가의 상담보다 더 효과적이라 한다.‘쉼터’를 통해 자신과 남편,가정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 여성들은 성큼 성장하게 된다.그래서 쉼터에 머물렀던 여성들 중 35%는 집으로 복귀,가정에 변화를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전국 32곳뿐… 세대별 보호시설 늘려야 87년 처음으로 쉼터의 문을 열었던 여성의 전화연합은 90년 구타 남편이 ‘인신매매집단’이라고 경찰에 고발,실무자 3명이 경찰에 연행·조사를 받기도 했었다고 한다.또한 쉼터가 집안에 머물렀던 아내들을 집밖으로 유도한다거나 이혼을 부추긴다는 엉뚱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쉼터는 현재 서울 8곳,전남·경남 3곳,부산 2곳 등 전국 32곳에서 운영되고 있다.대부분 10명 내외를 보호할 수 있는 작은 규모라 다 합쳐도 한꺼번에 332명밖에 보호할 수 없다.더욱이 아이들을 데리고 입소할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2∼3개월 머무르면 퇴소해야 하기 때문에 피해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거처가 되지는 못한다. 여성부는 올해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세대별 보호시설’을 충북에 시범적으로 설립,15세대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허남주기자 hhj@ ■가해자 위탁상담 프로그램 “나도 처음부터 폭력 남편은 아니었다.”고 폭력의 원인을 아내의 잘못으로 돌리는 40대 남편,“때려서라도 고쳐서 데리고 살려고 했다.”며 가부장적인 의식을 내세우는 30대 남편,하물며 “때리는 것도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고 강변하는 남편.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그러나 가정폭력은 성격장애이자 분노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가정법원으로부터 가정보호사건 처분을 받은 가정폭력사건 중 일부는 상담위탁을 명령받는다.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등 상담기관에서는‘가정폭력 행위자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단,잘못을 인정하자 곽모(45·공무원)씨는 술을 마시면 상습적으로 행패를 부리고,아내를 폭행했다.참다못한 아내가 경찰에 고발하자 “공무원 신분인 나를 망신시켰다.”며 처음엔 아내를 원망했다.그러나 3개월간의 위탁상담을 받은 후 술을 끊고,아내와 원만한 관계를 회복했다.“진작 이렇게 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고까지 말했다. 박모(37·대학강사)씨는 결혼 2년,오히려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못해 펄펄 뛰는 아내를 밀쳤을뿐인데도 고발,상담을 받게 되자 처음에는 분노가 치밀었다한다.“12살 연하의 아내는 불같은 성격에 걸핏하면 친정으로 달려갔다.화가 나면 벽에 자신의 머리를 찧을만큼 극단적인 성격이었는데 임신중 아이를 잃으면서 결국 결혼생활은 금이 갔다.”고 아내 탓을 했던 그가 상담이 거듭되면서 “나 자신의 책임도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어떻게해서라도 아내를 달래지 않고 가만히 있어서 아내의 화를 돋웠던 것같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상담을 받으면서 남의 결혼생활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고,결혼생활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말하는 박씨는 이혼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때,내가 조금이라도 노력했다면…”이란 생각만으로도 지난 결혼이 준 상처가 치유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부부간 대화법과 스트레스 해소법도 가르쳐 위탁상담은 개인·집단상담은 물론 1박2일의 부부캠프를 실시한다.일정이 끝나면 대체로 폭력을 인정하고,가정폭력방지법을 이해할 뿐 아니라 부부간의 의사소통법 등을 알게 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박소현 상담위원은 “상담을 받았다고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새롭게 가정을 이끌지는 못한다.어쩔 수 없이 이혼에 이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었음을,조금더 노력했으면 달라졌을 것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허남주기자
  • 책꽂이

    ●더러운 책상(박범신 지음,문학동네 펴냄)작가가 등단 30주년을 기념하여 내놓은 장편.감성이 예민한 열여섯살부터 스무살까지 작가의 체험이 날 것처럼 퍼덕이는 성장소설이다.특히 작가로서의 의식이 형성되는 모습을 다뤄 평론가 류보선은 “하나의 위대한 예술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소설”이라고 평가.9500원. ●멀리 보이는 마을(최하림 지음,작가 펴냄)시와 시론,신문 사설 등 다양한 성격의 글을 쓴 저자의 산문집.70년대부터 2000년까지 발표한 48편의 산문을 엮었다.전남일보 논설위원 재직시절의 칼럼을 비롯, 시인과 시작(詩作)에 대한 사색 등이 담겨 있다.9800원. ●사르트르는 세명의 여자가 필요했다(박숙희 지음,한숲 펴냄)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성으로 유명한 사르트르의 사랑을 소재로 한 소설.“보부아르와의 정신적 사랑이 너무 교과서적”이라고 느낀 작가가 돌로레스 바네티와의 만남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8500원. ●작은 사건들(롤랑 바르트 지음,김주경 옮김,동문선 펴냄).기호학자로서 문화에 대한 폭넓은글쓰기를 시도한 저자의 수필·일기 모음집.모로코 여행을 소재로 ‘소설적인 것’이라는 글쓰기를 실험한 ‘작은 사건들’ 등을 싣고 있다.1만4000원.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위한 기도(임레 케르테스 지음,정진석 옮김,다른우리 펴냄)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운명’ 3부작의 완결편.지난해 국내 번역된 ‘운명’이 인간의 체념·순응적 자세를 비판한 것이라면 이 작품은 ‘운명 없음’을 이야기한다.8500원. ●나무 동화(미셸 투르니에 등 지음,전대호 옮김,궁리 펴냄)프랑스의 대표적 작가 미셀 투르니에와 르 클레지오,독일의 베르톨트 브레히트,이탈리아의 칼비노 등 12명이 나무를 소재로 쓴 창작·전래동화 24편을 모은 것.9000원. ●밤(발터 뫼어스 지음,귀스타브 도레 그림,안영란 옮김,문학동네 펴냄)프랑스의 유명한 판화가의 작품 21편을 모티브로 독일 작가가 지은 소설.12세 선장과 일행이 난파된 뒤 겪는 다양한 모험담을 통해 삶의 의미와 본질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9000원. ●새(박성웅 지음,문학마을사 펴냄)82년 등단한 뒤 왕성한 시작활동을 해온 시인의 시선집.다섯권의 시집에서 표제시 등 100편을 골랐다.시인은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드러내고,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이면을 탐구하려 했다.”고 말한다.6000원.
  • “납치이유 알았던듯 저항없어”여대생살해범 “하양, 10억 줄테니 놔달라 사정”

    “하양도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당하는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저항이 없었습니다.” 여대생 하모(당시 22세)양을 납치,공기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김모(40)씨는 14일 경찰조사에서 납치 당시 하양의 모습 등을 털어놓았다. 지난해 3월6일 오전 5시37분쯤 하양의 아파트 정문 앞에서 일당 4명과 함께 김씨는 수영장에 가려고 집을 나온 하양을 미리 대기시켜 놓은 승합차에 강제로 태웠다.하양은 ‘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빠져 나가려고 안간힘을 쓰다 김씨에게 “아저씨 10억(원)을 줄테니 나 그냥 놔줘요.”라고 말했다. 김씨가 “괜찮으니까 걱정하지마.”라며 안심시키자 잔뜩 겁에 질린 하양은 뒷좌석 의자에 기대앉아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는 것.김씨가 손발을 결박하고 입을 테이프로 막는 동안 하양은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그대로 있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당시 하양이 무슨 이유로 자신이 이런 일을 당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저항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기도 광주경찰서는 하양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된 윤모(41),김모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15일 실시한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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