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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수의 종횡무진] ‘운동부 아이들’의 빛이 되어주세요

    홍명보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청소년(20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의 감독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비행기 안에서 잠시 동석해 몇 마디 나눈 ‘인연’밖에 없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축하 편지를 드립니다. 지난 20년 동안 한국축구의 대들보였던 선수 출신으로 곧바로 청소년 대표팀의 사령탑이 된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명선수가 반드시 명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고언도 들려옵니다. 감독 경험과 나이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그리 걱정할 것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히딩크 감독은 41세 때 에인트호벤 사령탑에 올라 곧장 리그 우승을 했고, 레이카르트 감독도 36세 때 네덜란드 대표팀을 맡아 유로2000에서 4강을 이뤘습니다. 40세의 홍 감독이 청소년 대표팀을 맡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홍 감독님의 등장으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감독님은 김태영, 서정원 같은 한 살 아래 후배들과 팀을 구성해보고 싶다고 밝혔지요. 이미 지난해부터 황선홍 감독이 부산을 맡아 원만히 팀을 이끌어왔습니다. 90년대 이후 세대의 등장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잠시 다른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흔히 우리나라를 ‘스포츠 강국’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현실은 그리 밝지 않고 그 미래는 더욱 어둡기만 합니다. 몇몇 종목의 뛰어난 스타들은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대다수 무명 선수들의 현실은 씁쓸합니다. 냉혹한 프로 세계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자라나는 학생 선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학업성취도 평가 때 고교 선수들 대부분이 시험에서 배제되었다고 합니다. 운동 선수는 학교 구성원에서 배제되는 현실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요. 선수들이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이처럼 이 사회의 구조로부터 철저히 ‘배제’ 당하는 폭력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일선 지도자와 선수들은 공허한 분노와 깊은 체념에 빠져 있습니다. 홍 감독님 역시 이런 현실이 개선되기를 누구보다 절실히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교육과 문화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운동 기계’처럼 취급받는 현실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여기리라 믿습니다. 저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체육계의 책임 있는 인사들과 선수들이 한 목소리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차범근, 이충희, 선동열, 홍명보, 황선홍, 송진우 같은 빛나는 스타들이 앞장서서 일선 지도자와 학생 선수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위로하고 이 나라 체육 행정이 올바르게 개선되기를 호소하는 모습 말입니다. 그 호소의 목소리는 정당한 분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홍 감독이나 여러 스타들이 누구보다 이 문제를 체육인 모두의 명예와 자존심과 어린 선수들의 미래의 문제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여건이나 위치 때문에 생경하게 발언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도 해봅니다. 홍 감독님이 홀로 이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 청소년 팀을 이끌게 된 감독으로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운동부 애들은 머리도 나쁘고 학교 평균이나 깎아먹으니 시험도 볼 필요가 없다.’고 하는 이 사회의 야만적인 사고 방식은 큰 문제입니다. 학생 선수나 일선 지도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너무나 야박하고 취약합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홍 감독님처럼 이 사회의 빛나는 스타들이 후배 선수들을 위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스포츠맨 모두의 자존심을 위하여 ‘장외의 그라운드’에서도 더 많은 일을 해주기를 부탁합니다. 스포츠 평론가 prague@naver.com
  • [Healthy Life] (10) 火病

    [Healthy Life] (10) 火病

    분노나 절망의 극한 상황에서 느끼는 보편적 감정을 일반인들은 ‘미칠 것만 같다.’거나 ‘환장하겠다.’고들 말하곤 한다. 이처럼 정상적인 심리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분노나 절망, 극한의 스트레스가 앙금처럼 가슴에 쌓여 생기는 건강상의 문제가 바로 화병(火病)이다. 우리 민족, 특히 여성들은 화를 겉으로 표출하고 풀어내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사고와 행동을 제한했던 가부장적 사회의 영향에다 모든 문제를 내면으로 삼키려는 유교적 사회정서가 작용한 결과이다. 이런 감내의 문화는 화병을 일상적 질환으로 만들었다. 쏟아내지 못하는 절망과 분노감이 응축되어 화석처럼 흉금에 병을 만들고 만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병은 병명이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학자들의 보고에 따라 국제적으로 공인된 틀림없는 질환이다. 1996년 미국 정신과협회는 화병을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정신질환의 일종인 ‘문화결함 증후군’으로 공인했다. 물론 국제적인 명칭 표기도 ‘Hwabyung(화병)’이다. 이런 화병의 실체를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함봉진 교수로부터 듣는다. ●화병을 의학적으로 규정해 달라. 화병은 예전부터 민간에서 흔히 통용된 개념이다. 주로 대인관계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거나 그에 대한 분노반응으로 표출되는 심리·신체적 증상을 일컫는 말이다. 이러한 한국인 특유의 심리·신체적 증후군을 1977년 무렵부터 일부 의학자들이 의학적 실체로 보기 시작했고, 국내·외에 발표하면서 국제 의학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질병을 ‘자신의 통상적 상태에서 벗어나 개인의 행복과 안녕이 파괴되는 특수한 상태’라고 정의한다면 화병은 넓은 의미에서 질병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 국제적으로 합의된 진단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엄격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특성과 예후, 치료법 등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온전한 의학적 질병이라고 말하기에 주저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흔히 화병을 병이라기보다 강한 스트레스에 노출된 상태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 정도로 이해하는데…. 그런 점에서 화병은 우울증과 유사하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우울감은 한 개인에게 생긴 어려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 때 발생하는 자연적인 정신증상이다. 하지만 의사가 우울증이라고 진단한 경우라면 그 심각성과 유병 기간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며, 개인의 행복과 직업·대인관계·사회생활에서 특정 수준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통상의 화병은 억울하거나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이 없는 경우에 흔히 나타나는 정신 또는 신체증상으로, 주관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직업·사회적 영향이 미미하며, 스트레스가 제거되면 금방 소멸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인식과 달리 정신과에서 말하는 화병은 심각성과 기간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며, 개인·사회생활에 명백한 장애를 가져오는 경우이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사람 중에는 자해·자살 같은 극단적 행동을 하거나 지속적이고 심각한 심리적·신체적 증상으로 인해 사회생활에서 많은 장애를 겪게 된다. 물론 화병과 스트레스로 인한 정상적인 심리반응을 일반인이 구별하기는 힘들므로 강한 심리적 고통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화병의 일반적인 증상은 무엇인가. 화병은 분노·불안·우울·건강염려증·강박증 등의 정신과적 증상에 답답함·열기·입마름·치밀어오름·두근거림과 목이나 가슴의 덩어리 뭉침·한숨 등과 같은 신체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런 증상은 우울증, 신체형 장애,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장애에서 흔히 관찰되기 때문에 화병은 기존의 정신과적 장애와 관련이 많은 증후군으로 본다. ●의학적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일반적인 증상은 제시할 수 있으나 진단기준은 아직 없다. ●화병의 원인을 세분화해 제시할 수 있을까. 감정표현을 절제하고, 참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우리 문화에서 우울증 등의 정신과적 장애가 화병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편·시부모와의 관계, 가난과 고생, 사회적 좌절 등 성장 이후 또는 결혼 이후의 외적 요인에 의해 주로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 발병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규명되지 않고 있다. ●원인을 규정할 수 있다면 발병 경로도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화병은 충격기-갈등기-체념기의 과정을 밟아 진행되는데, 이러한 단계는 연쇄적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여러 단계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보통 충격기에는 불안증상이, 체념기에는 우울증상이 주를 이루며, 갈등기에는 불안·우울증상이 비슷한 빈도로 나타난다. ●화병으로 사망에 이르거나 신체·정신적으로 치명적인 병증 또는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는가. 화병이 우울증처럼 치명적 증후군은 아니나 불안·우울 등의 증상으로 인해 자해나 자살 같은 심각한 문제는 당연히 발생할 수 있다. 운동 등 건강을 유지하려는 활동이 줄고, 흡연·음주 등에 의존하게 되며,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질환을 통제하지 못해 신체적 악영향을 초래할 수도 있다. ●화병의 종류와, 각 종류에 따른 임상적 특성은 무엇인가. 원인에 따른 특징적인 증상은 제시되기도 하지만 체계적으로 분류가 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임상적 특성도 특정하기 어렵다. ●일반인을 위한 자가진단법이 있는가. 자가진단법 역시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앞서 언급한 증상이 참고가 될 것이다. ●국내 유병률과 발병 추이는 어떠며, 또 발병 추이에 나타난 특이성은 무엇인가. 화병의 유병률은 4.2% 정도이고, 중년 이상의 여성에게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연구가 2000년 이전에 수행돼 정확한 발병 추이를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 ●치료는 어떻게 하는가. 항우울증 약물 치료 등에 일부 반응한다고 알려져 있어 발병 기전 또한 우울증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 치료와 유사하게 약물치료와 인지치료를 비롯한 정신치료가 효과적이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연애시의 두 형식,기쁨의 윤리와 슬픔의 윤리 - 이병률과 김행숙의 시/박슬기

    1 잘못 보내진 연애편지 - 소통 불능이라는 아픔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 있어서 나는 그에게 편지를 쓴다.날씨 이야기이거나 나의 일상 이야기이거나하는 내용의 편지다.그런데 편지는 며칠 후 수신자 부재라는 빨간 도장을 얹고 되돌아온다.혹은 망설이고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는데 잘못된 번호라는 안내 방송만이 내게 대답해 줄 때,나는 망연히 슬퍼진다. “면아 네 잘못을 용서하기로 했다”(‘별’)라고 어느 날 문자메시지 하나가 도착한다.그런데,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다.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제가 아닙니다, 제가 아니란 말입니다.”라고 문자를 보낸다.이번엔 감옥에 면회를 와 달라는 내용을 담은 “어느 먼 지방 우체국 사서함번호가 적힌 편지”(‘아무것도 아닌 편지’)가 나에게 배달된다.봉투에는 버젓이 내 주소가 적혀 있지만,내 이름이 아니기에 나는 답장을 보낼 수가 없다.어찌할까 망설이며 오래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가,나는 “새 봉투에 또박또박 그의 주소를 적고 편지를 밀어넣고 풀칠을 하”여 되돌려 보낸다. 며칠 뒤 편지는 되돌아온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편지를 보낸 이가 출옥했거나 아니면 그가 편지를 받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나는 “그가 출감한 것으로 치자”라고 생각한다.편지를 받을 사람이 사라진 일로 그가 “모두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문자는 잘못 보내지고,편지는 받을 사람이 없다.당신이 떠났거나,죽었거나,혹은 나의 말을 거부하기 때문이다.나는 그래도 열심히 쓴다. 그러므로 이병률(‘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2003),‘바람의 사생활’(2006))의 시는 붉은 도장을 얼굴에 찍고 울먹이는 편지다.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을까? 나는 당신이 보고 싶고,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정성껏 썼다.답장이 오기는 왔는데 거기에는 비웃음과 냉소만 가득하다.전화를 걸었는데,그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그럴 때 나는 당신이 미쳤다고 생각해서 무서워지거나,당신에게 상처를 받아서 화가 날 것이다. 소년이 손에 칼을 꽉 쥐어서 피를 낸 다음에,은밀히 그것을 소녀에게 보여준다.자해하는 사람이 대개 그러하듯 다만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인데 소녀는 “연필이나 깎지 그러니?”(‘칼-사춘기 3’)라고 비웃어버린다.소년은 “아무것에도 놀라지 않는” 소녀가 무서워진다. 아이들이 울자 “공기가 가시처럼 찌르나봐요”(‘우는 아이’)라고 무심히 말할 때,“우수수 이별 눈물/ 받아도 마음의 용수철은 움직이지 않”(‘정석가’)을 때, 건네진 마음의 신호는 당신의 표면에서 미끄러져버린다.김행숙의 시집 ‘사춘기’는 당신의 표면에서 튕겨 나와 당신과 나 사이에서 떠도는 언어들이다.귀신들과 여자들과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무수한 ‘사.랑.해.요.’와 ‘&.%.*.#’,그 어디로도 스며들지 못하고 떠도는 독백이자 대화.여기에는 내가 미쳤는지 당신이 미쳤는지 혹은 둘 다 미쳤는지 알 수 없지만,하여간에 서로가 존재하는 양식이 너무 달라서 결코 서로를 알아 볼 수 없는 사태가 있다.“우편물을 잘못 배달했을지도”(‘다섯 살을 떠나며’) 모르지만,무슨 상관이랴.어차피 전달되지도 못할 말인 것을.그래서 “그뿐입니다.언제나 그뿐이에요.그뿐.”이라고 털어버릴 수밖에 없는 체념이 여기에 있다.그래도 나는 열심히 신호를 보내고 모르는 신호를 받는다.그러니 김행숙(‘사춘기’(2003),‘이별의 능력’(2007))의 시는 외계어로 쓰인 편지다. 한 편에서 편지는 도달점을 찾지 못하고 영원히 떠돌고 있고,한 편에서는 누구도 해독하지 못할 내용을 담은 편지가 마구잡이로 보내지고 받아진다.즉,둘 다 편지를 잘못 보낸 것이다.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의도는 다르지 않은데,결코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둘은 소통 불능이라는 아픔에 빠져 있다.그러나 타인에게 건네는 말이란,늘 잘못 보내지는 편지가 아닌가? 소통 불능의 아픔은 애당초에 해결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그래도 이들은 또 다시 편지를 보낸다.어떻게 하면 당신의 응답을 들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그러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이들의 시는 연애편지다. 잘못 보내진. 2 김행숙, 기이한 변신담 - 함께 사라져 희미해지기 당신이 미쳤거나 귀신들이어서,즉 나와 전혀 다른 존재 방식을 가진 존재들일 때 나는 그에게 도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그러나 그에게 도달하고자 한다면,존재를 겹쳐 놓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이러한 방법을 동일화라고 부르되,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하나는 내가 그들이 되는 방법이고,또 하나는 그들로 하여금 나를 닮도록 만드는 방법이다.전자의 방법을 취하는 자가 있어,그가 귀신의 언어로 말하고 귀신의 흉내를 낸다면 우리는 그를 광인이라고 부른다.그러나 광인은 아직 ‘인간’,즉 미쳤을 뿐인 인간이기에 귀신의 존재 형식을 따르지 못한다.그는 다만 ‘흉내’만을 낼 뿐이다.만일에 정말로 전자가 되고자 한다면,죽는 길밖에 없다.죽어서 귀신이 될지 어떨지는 알지 못하므로,여기에는 존재를 건 도박이 있다.그러나 존재를 걸고 도박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오랫동안 후자의 방법을 취해왔다.그것을 ‘계몽’이라고 부르거니와,계몽이란 나와 다른 존재 형식을 가진 타자들로 하여금 나의 존재 형식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다.그것은 ‘귀신들린 남자에게서 귀신 쫓기’다. 예수가 귀신들린 남자에게서 귀신을 쫓아내려 할 때,그들은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귀신들을 불쌍히 여겨,예수는 그들로 하여금 근처에 모여 있던 돼지떼들 속으로 들어가게 했다.귀신들이 돼지떼 속에 들어가자,남자는 살았으되 미친 돼지떼는 스스로 바다에 빠져 죽고 말았다.복음서가 전하는 이 이야기는 계몽이 미신을 몰아낸 서사이자,예수라는 동일성이 어떻게 “미친 것”들을 세상 밖으로 몰아내었는가에 대한 서사이다.그런데, 돼지의 몸 속에 들어가 스스로 바다에 빠져 죽었던 그 미지의 타자들이 “목욕하는 여인”에게 돌아와서,뻔뻔하게도 “그대와 내가 복수이니 우리네”(‘귀신 이야기 3’)라고 말한다. 귀신이 말하는 이야기란,이런 식이다.“너는 십 년 만에 비춰보는 내 거울이야.난 그때 네가 꼭 죽을 줄만 알았는데,그래서 유감없이 탈출했는데,같이 죽기에는 피차 지겨웠으니깐,이해해?”(‘귀신 이야기 1’) 귀신은 나에게서 10년 전에 탈출했다.아니 정확하게 10년 전엔 귀신과 나는 한 몸이었다.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해할 수 없다.또한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나는 “등을 구부릴 때,나는 의문형”(‘귀신 이야기 8’) 이 되는 방식으로 말한다.나는 왜 귀신의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으며,왜 귀신에게 내가 아는 언어로 대답할 수 없는가? 그것은 귀신이 나에게서 쫓겨난 존재이므로,그로 인해 그와 나의 세계가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김행숙의 시에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들이 각각 다른 세계에 존재한다.그들은 결코 만날 수 없고 서로 소통할 수 없다.내가 보는 것은 “그를 비껴간 것”일 뿐이고,라디오에서 웃긴 이야기를 떠들어도 그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나는 “왜 웃는지 알 수 없”(‘타일’)다.마치 우리가 함께 모여 있는 공간에 여러 겹의 층이 있는데,우리는 각각 다른 층에 있어서 결코 만날 수 없는 것과도 같다.우리가 서로를 “총총히 관통해”도 “아무도 흔들리지 않”는 세계,이 세계에서 나는,그리고 당신은 다만 “분명히 장애물이 아니다.”(‘사소한 기록’)라는 정도의 인식만을 할 수 있을 뿐이다.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귀신들’인 것이다. 남자에게서 쫓겨나 울며 사라졌던 귀신들은 복음서의 명령을 어기고 돌아와 몰래 속삭인다.‘너와 나는 하나이니라’.돼지떼 속에 몰아 넣어 그들을 쫓아버린 계몽의 역사가 있었다.이를 니체를 따라 역사적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내가 이 분리의 아픔을 넘을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그것은 망각이되,아픔을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는 역사적 기억을 잊는 일이다.너와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태를 망각하고,나아가 나에게 혹은 당신에게 붙여진 이름들,계몽의 전략이 구사한 ‘이름붙이기’의 역사를 망각하는 일이다. “매일 밤 나는 눈을 감으면서 세상이 감기는 걸 느끼”고,“이렇게 간단히 세상이 바뀌는 걸 뭐,”(‘기억은 몰래 쌓인다’)하고 중얼거린다.망각을 통해 세상은 눈을 감는 것과 함께 도르르 감긴다.물론 이러한 망각은 백치의 그것이 아니다.당신과 내가 결코 만날 수 없다는 조건 자체를 망각함으로써 아픔의 기원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이 기원은 이미 ‘나’라는 주체의 존재 조건이 되었기 때문에 망각이란 나의 존재 자체를 망각하는 일과 동일해진다.나의 차원을 망각하고,당신의 차원을 망각해서 당신과 나 사이에 놓인 무한한 거리를 마치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버릴 때 비로소 나와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잊음,망각은 새로운 행위를 위한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눈사람에 대한 애정과 관심 때문에 나는 점점 이상해진다는 말을 들었다.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자세히 좀 말해줄래? 요즘은 거울도 내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나는 아직 남아 있는데 마치 다 녹았다는 듯이.(‘눈사람’) 밤의 정원.저녁의 정원에도 정혜,은혜,미혜 같은 명찰이 붙여진 나무들이 잎사귀,그림자,잎사귀,그림자를 드리우나.정원의 여자들은 어디로 다 흩어졌나.//우리들은 어디에 모여서 한 사람이 되었나.우리는 이곳까지 달려오면서 많은 이름들을 붙였다,뗐다,붙였다,투명테이프처럼.안녕.안녕.금방 버려진 이름들과 함께하였던 우리의 유머와 블랙.사랑과 블랙.우리들은 사랑스럽고 드디어 모호해진다.(‘한 사람3’) 눈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에 눈사람을 닮아 가는 화자는 눈사람에 한없이 가까이 가고 있는 중이다.눈사람이란 태양이 비치면 녹아버리는 것,눈사람이 녹아서 사라지자 그에게 가까이 가 있는 나는 “마치 다 녹았다는 듯이” 거울이 얼굴을 비춰주지 않는다.눈사람과 나는 이런 식으로 만난다.나는 녹아내려서 눈사람이 되고,나의 정체성의 상징인 얼굴은 사라지지만 여전히 나는 “남아 있는” 존재다.그러나 나로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눈사람들에게 얼굴을 나누어 준 형태로,즉 눈사람들 속에 남아 있다.이 눈사람들은 “은혜,정혜”와 같은 이름표들을 달고 있는 “나무”와도 같은 존재들이고,우리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 달려온다.붙였던 이름표들은 떼어도,붙여도 상관없는 얼굴들일 뿐이다.우리는 우리의 얼굴과 이름을 다 갖다 버리고서 서로에게 “달려오”고,그렇게 만나서 “우리들은 사랑스럽고 드디어 모호해”진다. 이 모호해짐,이것이 김행숙의 시에서 만남의 사태다.여기에는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혀 버리는 시도가 있다.그러나 이 만남의 사태는 내가 당신-사물을 끌어당겨서 나를 닮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내가 당신-사물들에게 가서 나를 버리고 당신-사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다만 이미 녹아내려 주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들,타자라고도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 서로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 한없이 다가가”서 “함께 희미해”지는 일(‘다정함의 세계’)일 뿐인 것이다. 함께 희미해지는 방법,당신과 내가 동시에 사라지는 일이 망각의 능동적 행위와 결부될 때,이는 “어쩌면 포개질지도 모를”(‘귀신이야기 8’) 가능성을 겨냥한다.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포개진다는 것,그것은 둘이자 하나이고 하나이자 모든 것이 되는 방법이다.나는 점점 작아지고 점점 사라져서 아이들의 말을 끝까지 다 들을 수 없는 상태로 그리고,“끝까지 다 듣지 못했”다는 말조차 완결할 수 없는 상태로 사라지지만(‘더 작은 사람’) 나는 소멸되지 않는다.나는 “더 작은 사람,더 작은 개,더 작은 도마뱀”에서 “파동의 굴절,만져지는 빗방울,빗방울”이 되다가 “돌풍과 함께 지나가는 소나기”가 되는 변신의 끝에 모든 것이 되어 세계를 뒤덮어 버린다.이러한 만남의 사태에서 사람과 사물의 존재 형식의 구별이란 없다.끝없이 그 존재 형식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그러니 한 사람은 한 “개찰구”도 되고,“안내 방송”도 되고,“주차장”도 되고, “기둥”도(‘한 사람 2’) 된다.그리고 ‘고양이’가 된다. 어쩜 너는 고양이처럼 생겼구나.죽은 고양이 미미,죽은 고양이 샤샤,죽은 고양이 쥬쥬,저 골목과 함께 사라지면서 그림자가 되는 고양이 라라를 정말이지 군데군데 닮았어.그런 고양이는 불멸의 이름이야.그들은 희미하게 사라졌기 때문이지. (‘소녀 고양이군을 만나다’) 고양이가 되겠다고 집을 뛰쳐 나온 ‘고양이군’은 한 고양이이면서도 여러 고양이이다.죽은 고양이 미미,샤샤,쥬쥬,라라를 “군데군데” 닮은 고양이이기 때문이다.이 고양이는 고양이들이 서로 달려와 함께 희미해졌을 때 나타나는 고양이이다.고양이군은 미미이자 샤샤이고, 쥬쥬이며 라라인 동시에 그 어느 고양이도 아니다.이 고양이들을 합쳐 놓는다고 해서 고양이군이 되지도 않는다.즉,고양이군은 고양이군이면서도 다른 모든 고양이인 것이다.이러한 ‘변신’은 그러므로 한 고양이의 변태 양상이 아니다.애당초에 ‘고양이군’이라는 변신의 원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고양이군이 고양이가 되기 위해 집을 뛰쳐 나오기 전에도 “원래 고양이 새끼”(‘고양이군의 수업시대’)였던 것처럼 하나의 변신의 원천이 있어서,그것이 끊임없이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것이 아니라,하나에 여럿이 덧붙여져서 나타나는 고양이인 것이다.그러므로 고양이군이 “불멸의 이름”(‘고양이군의 25시’)이 된다고 했을 때,이는 고양이를 초월하여 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고양이의 존재를 덮어씀으로써,덮어쓴 채 사라지면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흔적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므로,사라지면서 생성되는 많은 것들은 오직 그 ‘흔적’들일 뿐이다.그것은 나의 흔적이자 나에게 덧붙여진 타자의 흔적이고,동시에 타자에게 덧붙여진 나의 흔적이다.나와 타자는,이 둘은 서로의 기원이 혼종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결코 같지 않다.이는 실로 변신하되 변신하지 않는 변신,기이한 변신담인 것이다.김행숙의 시에서 이 기이한 변신의 최종 형태는 “해변의 얼굴”이다. 이 얼굴은 “코는 한없이 옆으로 펴지고”,“귀는 늘어져 늘어져”(‘얼굴의 몰락’) 있는 이상한 얼굴이고,녹아내렸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얼굴의 높이”를 회복할 수 없는 얼굴이다.“녹아내리는,끝없이 다가오는,웅웅웅웅 끓어오르는,” 얼굴(‘소수점 이하의 사람들’)은 이렇게 녹아내려서 한없이 펼쳐진 평면이 된다.이는 “얼굴로부터 넘친 얼굴”이자,우리 모두가 밟고 지나가고 그 위에서 휴가를 보내는 “해변”(‘검은 해변’)인 것이다.이 얼굴은 나의 얼굴이 깨어지는 순간,즉 사라지는 순간 나타나는 얼굴이고 ‘다른 모든 것’이 들어 있는 해변으로서의 얼굴이다.그것은 나의 얼굴이자 다른 모든 것의 얼굴이다. 우리의 현재를 구성해 온 과거의 역사를 접어버리면,새로운 미래가 열린다.세계를 깜빡 “정전”(‘정전’)시켜 버리고 당신과 나는 그 암흑의 거리를 넘어서 만난다.마구 달려와 잠깐 숨 죽였다가 팡!팡! 터져서 조각조각 떨어지는 얼굴들의 축제.분리의 사태라는 아픔의 기원을 망각하고,기어이 서로를 만나려는 열정에 찬 기쁜 얼굴들이 밤하늘의 폭죽처럼 마구 터져 쏟아져 내리는 것이다. 3 이병률, 바람의 삶 - 당신에게 가지 않는 방랑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이 세계가 아예 마치 없는 것처럼 깜빡 잊어버릴 수 없다면,아니,서로 다른 언어로 떠든다는 사실은 모른 체하더라도,나의 말을 전할 수 있는 당신이 ‘거기’에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번 어느 가을날,/저는 열차를 타고/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편지를 띄웠습니다//5시 59분에 도착했다가/6시 14분에 발차합니다//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겨울이 왔고/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장도 열차’) 나는 당신에게 편지를 보냈다.“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쓴 편지에는 아마 이런 내용이 덧붙어 있었을 것이다.‘부디 나와 주길 바랍니다’라고,혹은 ‘안 나와도 괜찮지만,혹시 시간이 된다면’.이 편지를 당신이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당신은 나오지 않는다.나는 오지 않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당신을 기다린다. 5시 59분에서 6시 14분까지,15분 동안 길게 뺀 삶 위로 가을이 내리고 겨울이 내려 마음이 어둑어둑해진다. 이병률에게 삶은 온전히 한 사람을 만나고 잊는데 바쳐진다.“만나는 데 삼십 년”,“잊는 데 삼십 년”(‘생의 절반’)이 걸린다면,생의 절반은 “홍수이거나 쑥대밭”이어서 이 삶이란 온전히 슬픔의 삶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신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할 것이다.혹시 당신이 그 자리에 없어서 나의 편지를 받지 못했을지도 모르니,당신을 찾아 내 편지가 도달하는 곳에 앉혀 놓아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병률의 시는 전혀 다른 방식을 택한다. 당신을 향해 가는 열차가 아니라,당신을 지나치는 열차를 탄 것처럼,그는 당신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가급적 피한다. 그는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치자 “뒷걸음질”(‘累(루)’)을 치고,“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라고 말을 건네는 당신에게 가지 않는다.낯선 타국에서 만난 동양 사내가 말을 건네자 “고개를 저을 뿐 그에게 왜 혼자냐고 묻지 않”(‘동유럽종단열차’)음으로써 대화를 거부한다. 나는 당신과의 거리를 좁히기를 원하지 않는다.당신과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오히려 당신이 더 “멀리 먼 곳으로 갔으면 하고”(‘겹’) 그래서 “어디 더 더 먼 곳에서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고 했으면”하고 바란다.행여나 약속을 하더라도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가 “한 한 시간 돌처럼 앉아 있다 돌아온다면/여한이 없겠다”면서,“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화분’)라고 고백한다.당신과 이별한 사태,멀리 있는 당신을 더 멀리 보내고 당신을 결코 만날 수 없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화자는 당신과의 거리를 점점 더 벌려 놓는다.이러한 방식을 아픔에 대한 ‘승인’의 방식이라도 해도 좋겠다.당신과 내가 이별한 상태,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론적 조건 자체를 승인함으로써 출발하는 것이다.여기에 걸려 있는 것은 오지 않는 당신에 대한 그리움과 이후의 만남의 약속에 대한 열망을 무한히 확대하는 것이다.그러니 이러한 방식은 아픔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다.아픔에 복종하는 자는 아픔의 원인을 설정해 놓고 끊임없이 여기에 비난을 가하는 자이기 때문이다.비난은 아픔을 낳고,아픔은 다시 비난을 낳으니,이 사람은 결코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아픔을 ‘승인’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수용하려는 자세,당신의 어떠한 존재 조건도 받아들이겠다는 일종의 결의가 있다.나는 당신과 나의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당신을 내가 원하는 자리에 놓겠다는 것은 당신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존재하도록 만들겠다는 폭력이기 때문이다.나는 당신을 그렇게 다루기를 원하지 않는다.그러나 이는 내가 당신에게 한량없이 베푸는 호의가 아닌데,당신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존재하기 때문이다. 애초 내가 맡은 일은 벽에 그려진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여 도화지에 옮겨 그리는 일이었다(…)처음 한 일은 붓으로 벽을 터는 일이었다 벽에다 말을 걸듯 천천히//도저히 겹치지 않는 다른 그림이 나왔다(…)벽을 찔러 조심스레 들어내어 박물관으로 옮기면서 육백여 년 동안 그려진 그림이 수십 겹이라는 사실에 미어지는 걸 받치느라 나는 가매지고 무거워진다 책 냄새를 맡는다 살 냄새였던가 (‘별의 각질’) 한 오만 년쯤 걸어왔다며 내 앞에 우뚝 선 사람이 있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른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이 걸어왔다는 오만 년이, 오만 년 세월을 지켜온 지구의 나무와 무덤과 이파리와 별과 짐승의 꼬리로도 다 가릴 수 없는 넓이와 기럭지라면 그때 문득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갈 수 있겠느냐 (‘인기척’) 벽에 그려진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여 옮겨 그리는 일을 맡은 한 사람이 있다.그는 오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먼지 밑에 숨어 있는 그림의 원본을 조심스레 드러내고 싶었기에,“벽에다 말을 걸듯 천천히” 붓질을 한다.이토록 당신을 만나고 당신의 깊은 곳까지 알기 위해서는 조심스럽게,천천히 말을 걸어야 하는 법이다.그런데 이렇게 말을 걸자,예기치 못하게 “도저히 겹치지 않는 다른 그림이” 출현한다.한 그림 밑에 그림이 있고,또 그 그림 밑에 다른 그림이 있어서 벽에 그려진 그림은 “수십 겹”인 것이다.여기서 그림의 원본을 추적하는 일은 불가능하다.애초에 원본이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이러한 수십 겹의 그림을 무시하고 하나의 원본을 찾아내어 도화지에 옮겨 그린다면,그림은 파괴되어 버릴 것이다. 당신을 아는 일이 그러하지 않겠는가.당신은 오랜 세월 동안 겹겹이 쌓여 온 존재이니,섣불리 ‘이것이 당신이오’라고 말할 수 없다.말할 수 없기에,당신을 일러 수십 겹의 각질을 가진 ‘별’이라고 부른다.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다만 별을 둘러싸고 있는 ‘각질’일 뿐이다.그러니 화자는 그림을 도화지에 옮기지 못하고 벽 전체를 들어내면서 “미어지는 걸 받치느라” “가매지고 무거워진다”.당신을 알 수 없는 상태,결코 당신을 만날 수 없는 사태에 대한 슬픔의 무거움이 여기에 있다. 당신은 도저히 내가 알 수 없는 존재로 나에게 모습을 드러낸다.육백여 년 동안 겹이 된 그림처럼 “한 오만 년쯤 걸어”서 나에게 온다.당신은 나에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르지만,나는 망설이고 망설인다.당신이 짊어진 그 오만 년의 세월이 온 세상을 다 걸어도 가릴 수 없는 “넓이와 기럭지”를 가졌기 때문이다.내가 당신의 제안에 혹하여 냉큼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나는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가”는 일을 떠맡아야 한다.그 죄란 당신이 걸어온 오만 년을 한순간에 없애버리는 일을 가리킬 것이며,그 죄를 속죄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나에게 걸어 온 오만 년의 시간 동안을 다시 거슬러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오만 년의 세월과 육백 여년의 시간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당신과의 온전한 만남은 완전히 불가능하다.그것은 당신의 존재 조건이 그러하기 때문이며,그런 한에서 나는 이 이별의 사태를 나 자신의 존재 조건으로 받아들인다.이병률의 시가 이 이별의 아픔을 ‘승인’한다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능하다.이 무한한 거리,만남의 불가능성을 온몸으로 승인할 때,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당신의 주변을 끝없이 배회하는 일 뿐이다.그것은 당신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나아가는 여행이 아니고,당신을 나의 목적지에 데려다 놓는 일도 아니다.차라리 당신을 지나치는 ‘방랑’이라고 부를진대,그 방랑은 “무심히 당신 앞을 수천년을 흘렀던”(‘바람의 사생활’) 바람의 삶이다.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떠도는 이 거대한 방랑은 마치 “서너 달에 한 번쯤 잠시 거처를 옮겼다가 되돌아오”(‘여전히 남아 있는 야생의 습관’)는 것처럼 사소해 보이는 일이지만 “한 대접의 붉은 물을 흘려야 하는 운명”이되 “자신을 타이르는” 일이다.그렇지 않고서는 당신과 만날 수 없다는 이 아픔을 도저히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뿐만 아니라 끝없이 당신을 지나치는 방랑이,당신과 나의 거리를 끝없이 벌려 놓는 방랑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의 경로”이자,“문득 부닥친 한 목숨에게/뼈가 아프도록 검고 차가운 피를 채워넣는 일”(‘피의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내가 알고자 하는 자리에 있지 않을 때,그래서 결코 도달할 수 없을 때 오히려 나는 당신에게서 점점 더 멀리 가고자 한다.그것은 당신을 떠나고자 하는 방랑이자 아주 먼 곳에서 당신을 만나고자 하는 방랑이어서,오직 당신을 스쳐 지나갈 뿐인 바람의 방랑인 것이다. 4 연애편지 전하기 - 사랑을 실현하는 윤리적 주체들 아픔의 사태가 있다.당신에게 전해지지 않는 편지를 열심히 쓰고 있는 자의 삶이 매달려 있는 고통이다.나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데,마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나의 사랑은 수신자를 찾지 못해 영원히 허공에서 떠돌거나,결코 응답받지 못한 채 당신의 마음을 비껴나간다.결코 만날 수 없는 당신과 만나고자 하는 노력,이를 두고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주체들은 결코 사랑을 실현할 수 없다는 고통과 마주친다.고통을 벗어나고자 하는,사랑을 실현하고자 하는 주체들 앞에는 두 가지의 방법이 놓일 것이다. 당신과 내가 분리되어 있다는 사태를 수긍하고,아픔의 사태를 ‘승인’하는 방식과 아픔의 기원을 망각하여,아픔의 사태를 ‘거부’하는 방식이 그것이다.이병률의 시를 아픔을 승인하고 당신의 주변을 떠도는 바람의 삶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김행숙의 시는 아픔을 거부하고 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변신담의 세계다.그러나 그것은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두 가지 방식일 뿐이다.그러므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이들의 시는 연애시다.당신을 향한 사랑을 실현하는 방식인 것이다. 김행숙의 시에서 사랑은 오직 ‘사랑하라’라는 내면의 명령을 끝까지 추구할 때 실현된다.당신과 나의 거리를 극단적으로 좁혀서,당신과 만나고 싶다는 주체의 욕망을 끝까지 추구하기 때문이다.이러한 주체는 당신을 향해 가는 길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파괴적인 주체다.내가 거주하는 세계를 접어 버리고,그 동안 나라고 믿어 왔던 나의 정체성인 얼굴마저도 없애버린다.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그것이 나에게 어떤 이득을 줄 것인지도 생각하지 않는다.그것이 나에게 어떤 파멸을 가져다 줄 것인지도 고려하지 않는다.이런 주체에게는 ‘사랑’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것이 있어서,이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다.그리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희생함으로써 사랑을 실현한다.그러므로,‘사랑하라’라는 마음의 명령만을 향해 달려가는 이 주체는 윤리적이다. 그러나 당신에게 달려가 만나고 싶지만 당신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 자 역시 사랑을 실현한다.이 사람에게도 ‘사랑’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것이 있다.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이 ‘사랑’이라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도 포함된다.나는 모든 것과 함께,사랑마저도 포기하면서 역설적으로 사랑을 실현한다.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자에게 사랑만은 최후에 남는다.그것은 그가 가진 마지막 것이자 유일한 것이다.그러나 이 사랑마저 버리는 자에게는 사랑마저도 남지 않는다.그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그러나 바로 이 자리에서 사랑이 솟아오른다.사랑의 ‘절대성’을 포기함으로써,부정적으로 사랑을 실현하는 이 주체 역시 윤리적이다. 이 두 윤리적 주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아픔의 사태를 넘어선다.당신을 향해 달려가는 자의 내면에는 오직 열정적 기쁨만이 자리하기 때문에 아픔에 포섭되지 않는다.또한 모든 것,결코 버릴 수 없는 것마저도 버린 자에게는 무한한 슬픔만이 있지만 그 슬픔을 기꺼이 받아들이기에 그는 아프지 않다.이를 두고 각각 기쁨의 윤리와 슬픔의 윤리라고 부를 수 있다면,이 윤리적 주체들은 아픔의 밖에 거주하는 자들이다.이들은 ‘도덕’적이지는 않지만,윤리적이다.이는 새로운 ‘감정 윤리’라고도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윤리적 주체들은 자신들의 기쁨과 슬픔으로 우리 시의 지도 위에 뚜렷한 기압도를 그려 넣는다.소통 불능의 언어를 주고 받는 모든 ‘포스트 모던’한(이렇게 이름붙일 수 있다면) 시들이 그려 넣는 것은 아마 기쁨의 기압도일 것이다.자신의 욕망을 결코 양보하지 않는 시,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당신과 만나고자 하는 시들이 거칠고 파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마도 우연한 일은 아닐 것이다.그들은 결코 다른 것들을 되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다른 한편에 한없이 슬퍼하는 시들이 있다.그들은 체념하고,그 체념으로 인해 슬퍼한다.그러나 이 체념은 패배적이지 않다.그들은 기쁨을 포기함으로써,당신과 만나는 사랑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이들은 기쁨의 기압도 옆에다 슬픔의 기압도를 그려넣는다.그러니 그 기쁨과 슬픔의 강도와 모양에 따라 크거나 작거나 네모나거나 동그랗거나 하는 다양한 기압도가 지금,현재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 [공교육 길을 잃다] 소통부재로 교육현장 이념싸움만

    “교육현장이 이념싸움의 장이 된 것은 ‘소통의 부재’ 때문입니다.” 일제고사를 보지 않겠다는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가 해임된 서울 강북구 유현초등학교 설은주(29·여) 교사는 일요일이었던 지난 21일에도 학교를 찾았다.텅 빈 교정을 하염없이 거닐던 설 교사는 “교육당국은 인성교육을 뒷전에 놓고 1등을 향한 줄세우기만 강요하고 있고,대다수 교사들은 이미 체념한 상태”라고 되뇌었다.“교육의 3주체인 학생·학부모·학교가 서로 대화하지 않는다.”는 말도 수차례 읊조렸다.그는 “인사를 무기로 교육청은 교장을 통제하고,교장은 일선교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공교육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반 학부모·교사·학생들도 최근 불거진 교육 문제를 착잡하게 바라보고 있었다.이들은 “교육을 이념의 문제에서 해방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일제고사 거부 교사 중징계,역사교과서 수정 논란,학교 자율화,대입 자율화 등 잇따른 논란에 대해 ‘정치’가 아닌 ‘교육’으로 접근해달라고 주문했다. 일제고사를 거부한 교사들을 해임·파면한 것은 너무 심하다는 반응이 현장에서는 주를 이뤘다.경기 성남 S초등학교 학부모 김모(36·여)씨는 “정치적 배경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학기말에 아이들로부터 선생님을 빼앗은 것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박모(33) 교사는 “비록 전교조 소속이 아니지만 일제고사를 거부하도록 허락한 선생님들을 파면·해임시킨 것은 부당하다.”면서 “학부모에게 일제고사에 대한 의향을 물어보는 것도 교권의 하나일 텐데 교육당국이 스스로 교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은 교사가 가르치는 대로 배우는 게 아니라 교사의 삶에서 배운다는데,소수의 의견이 무시되는 정책을 보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라고 말했다. 역사 교과서 수정 논란에 대해선 “교육 문제가 이념 문제로 변질됐다.”는 의견이 많았다.경기 안산의 한 중학교 윤모(31)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라 정치권과 일부 언론이 나서서 만든 이슈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고 전했다.서울 D고등학교 학부모 정모(45)씨는 “교과서에 좌파·우파 딱지를 붙이는 현상 자체가 공포스럽다.”고 밝혔다.고등학생 이모(16)군은 “어차피 이념 문제는 입시에 나오지도 않을 텐데 우리는 논란에 관심없다.”며 학생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경쟁만을 강조하는 공교육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대구의 한 중학교 교사인 김모(27·여)씨는 “경쟁이 꼭 필요하긴 하지만 국·영·수만 잘하는 인간이 경쟁력 있는 인간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면서 “1등을 위해 나머지가 들러리를 서는 것은 절대 공교육이 아니다.”고 주장했다.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한모(48·여·서울 강서구)씨는 “국제중학교나 외고를 못가면 유학이라도 보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과연 교육인가하는 회의가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경주 박창규기자 kdlrudwn@seoul.co.kr
  • 대동맥판막협착증 어르신 환자 급증

    대표적인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고령자 수술비율도 급증하고 있다.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박표원 교수팀은 1996∼2007년 중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1996년 46명이던 것이 2007년에는 309명으로 6배 이상 늘었다고 최근 밝혔다. 조사 결과,이 병원 심장외과에서 대동맥판막치환수술을 받은 345명의 연령대는 60세 미만이 30%(103명),60∼69세 40%(137명),70∼79세 27%(94명),80세 이상 3%(11명) 등으로 60세 이상 고령 환자가 전체의 70%에 달했다.특히 2000년 2명뿐이던 70세 이상 고령 환자가 2008년에는 10월 현재 25명으로 무려 10배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박표원 교수는 “평균수명이 늘면서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급증하는 추세”라며 “대동맥판막치환수술은 안정성이 높고,수술후 정상 생활이 가능해 70∼80대의 고령자도 별 부담없이 수술을 선택한 결과”라고 말했다.그는 “고령자들이 주요 대상인 대동맥판막치환수술은 지금까지 수술 사망자가 1명도 없을 정도로 안전하며,우려되는 관상동맥 협착이나 심근경색 등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일본의 80세 이상 고령자 대동맥판막치환수술률은 전체 수술환자의 15%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3%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진단 후 2년내 사망률이 50%에 이를 만큼 치사율이 높고,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지만,고령 환자들의 경우 지금까지는 “살만큼 살았다.”는 체념적 생각 때문에 수술을 꺼리는 경향이 강했다고 의료팀은 분석했다. 심장판막은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하는 기관으로,여닫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협착증이나 폐쇄부전증 등이 온다.최근 고령화로 급증세에 있는 퇴행성 심장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대동맥판막의 석회화로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 질환이다.이 질환을 가진 사람은 운동시 호흡곤란,심부전,흉통,실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노건평 구속] 노건평씨 구치소 독방 배정

    4일 오후 6시35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민원인실 입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씨가 지친 표정으로 걸어나왔다.검은색 코트에 쥐색 양복을 입고 보라색 넥타이를 맨 말끔한 모습이었지만 얼굴은 어두웠다.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앞에서 그는 체념한 듯 허공을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지난 1일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10시간 이상 조사를 받고도 당당히 무혐의를 주장하던 때와 사뭇 달랐다. 앞서 건평씨는 낮 12시쯤 서울중앙지법 318호 법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100여명의 취재진이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하자 마지못해 “법정에서 무혐의라는 것을 소상히 말씀드렸다.”고 대답했다. 한편 건평씨는 이날부터 법원에서 형을 확정할 때까지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생활하게 된다.‘거물급’ 피의자다 보니 ‘독방’을 배정받았다.6.5㎡(1.98평) 넓이의 방으로 소형 TV와 수세식 화장실,세면대,식탁 겸용 책상이 있다.구속 기간(20일)에는 날마다 서울 서초동 대검 중수부를 오가며 출퇴근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면회는 하루 1회 7∼8분밖에 안 되지만,변호인 접견은 제한 없이 할 수 있다. 건평씨에 대한 ‘특별 대우’는 검찰 소환에 이어 이날도 계속됐다.오전 10시쯤 조카사위이자 변호인인 정재성 변호사와 동행해 대검에 도착한 건평씨는 법원 정문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법원 지하 주차장을 통해 법정으로 들어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운전사 치고 주저앉은 아가씨 강도(强盜)

    운전사 치고 주저앉은 아가씨 강도(强盜)

    벽돌로 운전사의 뒤통수를 치고는 팔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멍해져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렸다는 「택시」강도. 지난 2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양재동에서 일어난 여자「택시」강도 제 1호의 전말기. 소녀티가 채 가시지 않은 얼굴, 서글서글한 눈매, 이따금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다 고개를 떨구는 모습이 도무지 「택시」강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수강도미수」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으로 서울 노량진 경찰서에 구속된 이 아가씨의 이름은 이경숙(李京淑)양(19·가명). 범행동기를 묻는 취조형사에게 그녀가 말한 첫마디는 『그이한테만은 제발 연락하지 마세요. 너무나 착한 그이는 이 소식을 들으면 까무러칠 거예요』라는 것이었다고. 아니나 다를까, 기자에게도 「그이」걱정을 앞세우는 李양이었다. 그녀가 걱정하는 「그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동거해온 사이라는 남상태(南相泰)씨(27·가명·성북구 불암동). 막벌이로 연로한 조모를 모시고 근근히 살아가는 남씨를 돕고 싶어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 이양이 남씨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함께 서울 성북구에 있는 불암산에 놀러갔다가 불암사에서 잔심부름을 해주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이 할머니가 남씨의 조모. 이양과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할머니가 『아가씨가 우리 손자며느리 되어 주었음 좋겠소』하고 말을 꺼낸 것이 동기가 되어 맞선을 보게 됐고, 두 남녀들 첫눈에 서로 좋아해 버렸다는 것. 국민학교밖에 나오지 못한 남씨는 고등학교까지 다닌 이양을 지극히 사랑해 주었다. 그리고 이양은 이미 「과거가 있던 몸」인지라 남씨의 순진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더욱 더 사랑을 쏟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공무원인 아버지 밑에 4남2녀중 막내로 태어난 이양은 부모와 형제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국민학교와 여중을 졸업했다. 그러나 이양이 S여고에 입학하던 16살 때 아버지는 간암으로, 곧이어 어머니마저 홧병으로 숨을 거두어 이양은 이때부터 오빠와 시집간 언니집 등을 전전하는 고아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학교를 야간으로 옮기고 낮에는 모부대 인사처에서 사환일을 했다. 이때 (여고1) 박모라는 청년을 알게 되었다. 환경의 탓인지 나이에 비해 조숙한 이양은 2학년이 되자 학교를 그만 두고 박씨와 서울 창신동에 「아파트」방 하나를 얻어 살림을 시작했다. 한 6개월을 살다가 박씨와 헤어지고 다시 오빠집에 얹혀 살았다. 이미 임신 6개월의 무거운 몸이었다. 얼마 후 사내아기를 낳은 이양은 박씨와 타협, 다시 면목동에 살림을 차렸으나 곧 박씨는 아들과 함께 자취를 감춰버렸다. 오갈데 없는 이양은 또 언니집과 오빠집에서 신세를 지며 불량소녀들과 어울려 다녔다. 불암사에 놀러 간 것은 이때의 일. 『그분들(南씨와 할머니)은 정말이지 법이 필요없는 사람들이에요. 하루 품일을 못 가는 일이 있어도 남을 도우려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그러나 생활은 말이 아닐 정도로 가난한 것이 이들 남씨네의 집안형편이라는 것. 할머니는 너무 연로해서 이젠 절에서 잔일도 거들 수 없을 정도이며 남씨가 하루하루 막벌이를 해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양은 다만 얼마의 돈이라도 마련해서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다고. 『집에 가서 돈 만원쯤 얻어 오겠다』며 남씨집을 나선 것이 지난 1월 29일. 그러나 오빠집에서도 언니집에서도 돈을 얻지 못했다. 범행을 저지른 2일 아침 10시쯤 영등포구 양재동에 사는 언니집을 빈 손으로 나선 이양은 마포구 도화동으로 언니 친구 김(金)모양(23)을 찾아갔다. 그러나 김양은 얼마 전에 시집을 가버리고 집에 없었다. 『그 언니만 시집가지 않았어도 1~2만원쯤은 얻어 올 수 있었어요. 2만원 정도 빌려 친언니한테 1만원정도 주고 1만원 정도 갖고 가려했는데…』 김양집을 나선 것이 하오5시반쯤. 이젠 더 가볼데도 없어 철길을 따라 정처없이 걸어가다 벽돌 한 장이 눈에 띄었다. 무심코 그것을 집어든 이양은 마침 철길 옆을 지나는 「코로나·택시」를 세워 탔다. 싸지도 않고 그대로인 벽돌 한 장을 손에 든채. 『양재동으로 갑시다』언니집 3백m앞까지 「택시」가 왔으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이고만 있었다. 「미터」기를 보니 요금이 8백여원이나 나와 있었다. 호주머니에는 단돈 2백원 밖에 없었다. 『길을 잘못 들었으니 돌아나가자』고 한뒤 운전사 바로 뒷자리로 옮겨앉아 눈을 딱감고 운전사 머리를 벽돌로 내리쳤다. 운전사가 까무러치자 이양도 정신이 없었다. 팔다리가 떨리고 머리가 멍해졌다. 그 자리에 앉아 엉엉 울어 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이양도 운전사도 몰랐다. 어쨌든 한참만에 깨어난 운전사는 이양을 쉽게 잡아 경찰에 넘겼다. 이양은『내가 벽돌을 쥐고 타는걸 운전사가 보기만 했더라도 이런 어리석은 일은 안저질렀을텐데…』 하며 정말로 어리석은 후회를 했다. 『교도소에 가서 소설을 쓰겠읍니다. 모두에게 사죄하고 특히 그이에게 용서를 비는 마음에서 글을 쓰겠습니다』 학교 때 몇 번인가 소설을 써서 상을 타보기도 했다는 문학소녀 이양은 눈물을 닦으며 체념한 듯 이렇게 말 끝을 맺었다. [선데이서울 72년 2월 13일호 제5권 7호 통권 제 175호]
  • 창비장편소설상 한재호씨

    창비에서 제정한 창비장편소설상의 제2회 수상자로 한재호(30)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슬로우 잼’. 창비 측은 “우리 시대의 첨예한 사회적 현안 가운데 하나인 청년실업 문제를 재기발랄한 착상과 경쾌한 어조로 그려낸 작품”이라며 “초월과 구원의 가능성이 봉쇄된 요지부동의 현실에 섣불리 분노하거나 쉽게 체념하지 않으면서도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 승인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전유해내는 능력은 이 작품만의 개성적인 미덕”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20일 오후 7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 두산-삼성 마운드 딜레마 “KS 나가도 선발이 없다”

    두산-삼성 마운드 딜레마 “KS 나가도 선발이 없다”

    산 하나를 넘어도 또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두산 김경문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해도 선발투수가 마땅치 않다”며 고민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이미 선발진이 무너진 탓에 한국시리즈에서 마운드를 맡길 투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전반적으로 ‘선발투수 품귀 현상’을 겪었다. 5선발까지 로테이션을 정할 수 있는 팀이 별로 없었다. 승리를 책임질 ‘원투펀치’까지 갖춘 팀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었다.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이런 상황이 더욱 두드러졌다. 5차전까지 양팀 선발 10명 중 5이닝 이상을 막은 투수는 3차전의 삼성 윤성환(5이닝)과 두산 이혜천(5이닝). 5차전의 두산 맷 랜들(5.1이닝) 뿐이었다. 양팀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투수의 의미가 없다”며 체념하는 모양새다. 두산은 올시즌 불펜을 든든하게 책임진 이재우가 팀내 최다승(11승 3패) 투수다. 외국인 투수 맷 랜들이 페넌트레이스에서 9승(9패)으로 선발투수 중 가장 많은 승리를 거뒀지만 방어율이 4.48로 좋지않다. 김선우. 김명제 등 시즌 중 주로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들이 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구위는 불안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1차전과 5차전 선발로 나섰던 배영수는 8.1이닝 8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투수 존 에니스는 2차전 3이닝(3실점)을 던지고는 팔꿈치 통증으로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반면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SK는 7차전까지 간다해도 세 게임 정도는 책임져 줄 수 있는 ‘16승 투수’ 김광현이 있다. 게다가 막상막하 전력으로 혈전을 치르며 달려온 두산과 삼성에 비해 휴식으로 체력을 비축해 온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두산과 삼성 투수들보다 우위에 있다. 박영길 스포츠서울 객원기자는 “에이스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단기전에서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선발투수 한 명이 갖는 의미는 상상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동열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뒀던 지난 21일 “만신창이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선발투수 부재에 따른 고민을 드러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도 전에 선발투수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두 감독은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다. 기사제휴/ 스포츠서울 김정란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0일 TV 하이라이트]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자신의 안면 장애를 숙명처럼 체념하며 살았던 태엽씨는 ‘닥터스’ 제작진의 설득으로 용기를 얻어 28년 만에 처음으로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고난이도의 수술이라 수술 시간은 장장 10시간을 넘어서고, 수술실 밖에서 태엽씨를 기다리는 어머니와 여동생은 속이 타 들어 간다. ●백세 건강 스페셜(SBS 오후 2시10분) 손은 인체의 축소판이어서 손에 침을 놓고 뜸을 떠서 온 몸의 질병을 다스릴 수가 있다.1975년 유태우 회장이 창안한 수지침과 뜸은 그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받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다. 유태우 회장이 출연해 감기, 퇴행성관절염, 치매, 변비, 부인병 등의 수지침 치료법을 직접 알려준다.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세계여성법관회의 부회장 김영혜를 초대해 세계여성법관회의의 역할, 부회장으로서의 포부와 부회장이 되기까지의 특별한 노력 등에 대해 듣는다. 또한 아직도 어려운 여성의 고위직 진출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재판과정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서아프리카 기니와 말리, 세네갈 등지의 금광에서 일하는 어린이가 25만 명에 이른다. 이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온갖 중금속 먼지를 뒤집어쓰고 수은을 만지며 일하고 있다. 자석처럼 금가루를 끌어 모은다는 수은은 뇌와 장기를 파괴하고 종양과 실명까지 야기한다. ●60분-부모(EBS 오전 10시) 골수염이 생겨 한 학기를 꼬박 병원에서 보낸 초등학교 2학년 하영이.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지금은 여느 아이들처럼 신나게 뛰어놀 수 있게 됐지만, 그동안의 학습 공백은 너무도 컸다. 하영이의 하루를 들여다보고 학습 해결책을 들어본다. 또한 과중한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위한 해결책도 찾아본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 조기 진단이 어려운 데다 부지불식간에 손쓸 수 없는 단계로 치닫게 되는 위암. 요즘에는 젊은 층에서도 위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포의 번식이 빠른 젊은 사람일수록 암의 진행속도가 빨라 더욱 위험하다. 위암을 일으키는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 [캐릭터뷰] ‘막돼먹은 영애씨’,그를 만나다

    [캐릭터뷰] ‘막돼먹은 영애씨’,그를 만나다

    어느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저 작품 속 주인공의 심정은 어떨까?” ‘캐릭터뷰’는 이런 사소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코너로,작품 속 캐릭터들을 만나보는 아직은 생소한 기획물입니다.앞으로 캐릭터뷰에서는 영화·드라마·만화·소설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그 첫 얘기는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본좌’인 ‘막돼먹은 영애씨’의 이영애씨를 만나 풀어봤습니다.‘영애’라는 이름이 본명보다 더 친숙한 배우 김현숙(31)을 만나 영애씨로서 현숙씨로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당연한 응징을 했을 뿐 막돼먹은 게 아니다” 영애씨를 만나기로 한 25일 저녁 여의도의 한 음식점.그를 기다리면서 들었던 가장 큰 걱정은 ‘혹시 중간에 멱살이라도 잡히면 어떡하지?’였다.가뜩이나 막돼먹은 그는 최근 애인에게서 이별을 통보받고,대기업 출신 신임 과장에게 업무적인 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당신은 막돼먹은 사람인가.”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도 영애씨는 “변태·소매치기 등 벌 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응징한 것이지 막돼먹은 게 아니다.”고 항변했을 뿐 밥상을 뒤엎지는 않았다.. 이날 영애씨는 ‘까칠하지’ 않았다.오히려 사랑에 치이고 일에 지쳐,조금은 보기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원준씨에 집착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워….어느 정도 체념한 상태” 요새 몰라보게 살이 빠져 더 안쓰럽게 보였다.영애씨는 ‘애인에게 여자로서 더 이뻐 보이고 싶어서’ 다이어트를 강행했다고 한다. 영애씨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모를 지닌 연하 훈남 최원준씨와 사내 커플로 알콩달콜 사랑을 만들어 나갔다.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신이 초라해보였기 때문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둘이 길을 가다 보면 “여자가 남자한테 돈 빌려줬나봐.”라는 소리를 듣기까지도 했다.이렇게 생긴 자격지심은 그의 매력인 당당함을 잃게 만들었고 결국은 이별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함께 갔던 장소,같이 찍은 사진,처음 본 영화의 티켓 등 추억이 쌓인 것들만 봐도 눈물이 절로 난다.”는 그는 “왜 그렇게 사소한 것에 집착했을까.”라고 후회했다.하지만 “이성적으로는 ‘또 하나 힘든 산을 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별이라는 상황을 어느 정도 담담히 맞이하고 있다는 뜻이다. ●“장동건 과장 질책에 자극…매너리즘 벗어날 것” 영애씨는 그동안 원준씨 때문에 회사일에 소홀히 한 측면도 있다고 털어놨다.하지만 이제는 일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전 새로 부임한 장동건 과장이 “동네 사소한 간판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프로”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고 말했다.영애씨는 “6년을 근무한 자신도 평사원에 머물러 있는데,갑자기 굴러들어온 돌이 ‘과장’ 직함을 달고와 장 과장에 적대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지만,충고는 잘 새겨듣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영애씨는 현재 광고회사에서 상점 간판 등을 디자인하는 일을 맡고 있다.그의 꿈은 ‘이영애’라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한 ‘귀인’의 도움으로 재테크에도 눈을 떴다고 한다.그 방법으로 재개발 예정지의 연립주택을 ‘전세끼고’ 사놨다고 은근히 자랑했다.하지만 5년은 기다려야 한다고,그동안 쫄쫄 굶고 살아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못 생겨도 좀 살아보겠다는 데 왜?” 이처럼 새 삶을 살겠다는 영애씨.그에게 대한민국에서 서른 한살 노처녀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영애씨는 이 질문에 대해 한마디로 “외모가 빼어난 사람들에게 조금은 편한 세상”이라고 말했다.외모가 곧 능력이라고 인식하는 사회의 통념에 가하는 일침이었다. 그래도 그는 당당하게 기죽지 않고 살 것이라며 ‘정당하게 막돼먹은’ 또다른 삶에 대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최영훈기자 taiji@seoul.co.kr
  • [길섶에서] 양이재 회상/최태환 논설실장

    가을 볕이 매섭다. 성공회 서울성당을 찾았다. 회사 건너 정동쪽에 있다. 이따금 들른다.1920년대 건축물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이다. 단아한 표정이 늘 편안하다. 화강암과 붉은 벽돌의 조화가 따듯하다. 연전에 찾았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죄없는 자의 쉼터’가 생각난다. 고아원이다. 르네상스시대 첫 로마네스크 양식 건물이란다. 말발굽 모양 아치의 나열이 인상적이었다. 벤치에 혼자 앉았다. 성당과 어깨를 맞댄 경운궁 양이재를 바라본다. 해체·복원작업이 한창이다. 미국으로 떠난 친구가 떠오른다.10여년 전 이곳서 작별했다. 지금은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다. 종종 메일을 주고받는다. 때론 여유가, 때론 고단한 심상과 체념이 묻어 있다. 얼마나 변했을까. 다시 만나면, 세상에 지친 서로에 놀라지 않을까. 문득 양이재가 성공회 건물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내려졌던 기와가 다시 올라갔다. 빛바랜 서까래와 기둥도 옷을 갈아입었다. 우리의 삶도 가끔은 가을 햇살의 양이재처럼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순 없을까. 최태환 논설실장 yunjae@seoul.co.kr
  • 아빠가 너무 좋아 「도깨비」가 된 새댁

    아빠가 너무 좋아 「도깨비」가 된 새댁

    밤마다 장독대에 오물이 뿌려지고 『이사 가지 않으면 가족을 몰살 하겠다』는 협박장이 날아 들었다. 때로는 고무신짝이 가위로 싹독 잘려 있기도 하고. 여느 협박사건과는 달리 목적마저 뚜렷치 못한 이 도깨비 장난은 누구의 짓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는 놀랍게도 범인이 바로 그집 주부라는 것. “이사 안가면 가족을 몰살” 밤마다 협박장 사건의 무대는 충북 청주시 문화동의 한식집. 기성복 행상을 하는 홍(洪)모씨(51) 가족과 공무원인 윤(尹)모씨(30) 가족등 두집이 세들어 사는 이집에 도깨비가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달 26일 밤. 고추장, 된장독에 개똥이 들어 있고 뜰에 벗어놓은 고무신짝이 가위로 잘려 있는데다가 울타리에는 「노트」쪽지에 적힌 협박장이 꽂혀 있었다. 협박 내용은 『술도 못마시는 놈이 이 동네에 살 자격이 없다. 이사가지 않으면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르겠다』는 것. 처음 홍씨와 윤씨는 동네 불량배들의 못된 장난질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다음날 밤에도 또 그 다음달 밤에도, 그러니까 28일밤까지 비슷한 협박편지가 마루에 까지 날아들고 장독대에는 오물이 뿌려져 있지 않은가. 결국 소문은 마을에 퍼졌고 두집 식구들 뿐만아니라 온마을 사람들이 이 불길한 협박장때문에 떨었다. 마을사람들의 신고로 경찰에서 수사에 착수하자 29일밤부터는 이 도깨비장난이 딱 그쳐버렸다. 경찰은 처음 형사를 잠복시켜 현장에서 범인을 잡으려 했지만 범인이 눈치를 챘는지 나타나지 않아 실패, 다른 각도에서 수사를 다시 시작했다. 홍씨와 윤씨집에선 각각 사나운 개를 기르고 있었다. 그러나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으례 짖어야할 이 개들이 짖은 일이 없었다고 했다. 수상한 일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협박장 울타리에만 꽂아놓았다면 몰라도 마루에 까지 가져다 놓았고 고무신을 가위로 잘라놓은 것을 보면 여유있게 한 일. 경찰은 도깨비의 정체가 이집을 자주 드나드는 사람이거나 집안사람일 것이라는 심증을 굳힐수 밖에는 없었다. 우선 집안 사람들과 이웃주민들 10여명의 필적을 받아내어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에 협박장 글씨와의 대조를 의뢰했다. 이것이 지난 4일의 일. 신혼의 단꿈 침입 안받고 행복한 보금자리 꾸미려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협박장이 그쳤다곤 하지만 협박장을 받은 사람의 심정이 편안할 리는 없었다. 사건의 해결을 못본채 홍씨는 협박장의 명령대로 이사를 했다. 그런데 또 이날밤 도깨비가 나타났다. 협박장과 함께 홍씨집에서 이사가면서 남겨놓고 간 「프라이·팬」으로 이번에는 마룻바닥에 사람의 똥까지 퍼붓고 새로 사 신은 윤씨네 고무신을 또 싹독 싹독 잘라 놓았다. 온동네에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은 다시 불안에 떨었다. 횟가루부대 종이에 쓴 협박장등 현장검증을 하던 경찰은 참고삼아 윤씨네 방안을 살피다가 다락에서 「노트」 1권을 발견했다. 「노트」는 22장 가운데 16장이 찢겨있었다. 울타리와 마루에 던져졌던 협박장 용지와 대조해본 결과 지질이 같은 것. 경찰은 도깨비가 윤씨 가족, 그 중에서도 윤씨의 아내 신(申)모여인(27)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이 그런 눈치를 보이려하면 신여인이 펄쩍 뛰는데다가 윤씨마저 『협박당하는 것도 분해 죽겠는데 내 아내를 범인으로 몰아 세우느냐』고 화를 내곤하여 확증이 될 필적감정결과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10일 마침내 과학수사연구소에서 회신이 왔다. 윤씨의 입회하에 개봉해본 결과 협박편지 필적의 주인은 신여인. 경찰이 예측한 대로지만 윤씨나 이웃사람들에게는 놀라운 사실이었다. 필적 감정나자 “아빠 용서하세요” 흐느껴 왜 그녀는 자기집에 도깨비장난을 했어야만 했던가? 필적감정결과를 보고는 체념한 듯 눈물을 흘리며 범행을 순순히 자백한 그녀의 진술에 따르면 - 청주 S국민학교를 졸업, 집안 일을 도우다 지난 3월 윤씨와 결혼했다. 결혼후 지금 사는 집에 방2간을 18만원에 전세들어 신혼 살림을 차렸다. 딸까지 낳았다. 그지없이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고민거리는 시갓집이 이웃이어서 불편할뿐 아니라 한집에 세든 홍씨가 술이 고래라 윤씨에게도 술을 먹이는 것이었다. 홍씨는 술이 취하면 남편을 데려가 술을 먹일 뿐만아니라 걸핏하면 소주병을 차고 신혼의 보금자리를 침범하기 일쑤였다는 것. 술이 취하면 자기 부인에게 마구 욕설을 퍼붓기도 하여 남편이 닮지않을까 두렵기도 했다는 것. 신여인은 홍씨가 그지없이 미웠다. 그래서 궁리끝에 결국 도깨비 노름을 생각해냈다는 것인데 좀 「드릴」있게 연극을 꾸미기 위해 장독에다 개똥을 퍼붓고 고무신을 가위질 했다는 것. 여기까지가 제1막. 과연 홍씨는 그녀의 뜻대로 이사를 가 버렸는데 남편은 이사갈 꿈도 꾸지 않는게 아닌가. 사실 그녀는 홍씨와 떨어지는것도 문제였지만 실은 이웃에 사는 시가에서도 멀리 떠나고 싶었던 것. 그래서 홍씨네가 이사간 날 밤에 제2막을 연출했다. 11일 협박·재물손피혐의로 구속이 집행된 그녀는 『아빠 용서하세요』라며 후회의 눈물을 뿌렸지만 시댁의 식구들은 경찰에 달려가 『너때문에 아들 망쳤다』고 아우성을 치기도. <청주(淸州)=황규호(黃圭鎬)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11월 28일호 제4권 47호 통권 제 164호]
  • [02일 TV 하이라이트]

    ●시사기획 쌈(KBS1 오후 10시) 역대 최다 금메달을 획득한 베이징 올림픽은 우리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줬다. 선수들이 금메달을 향해 도전할 때마다 국민들은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올림픽 특집 기획 ‘슬픈 금메달’을 통해 우리 사회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올림픽 금메달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가?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민자는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애자에게 혹시 범만에게 채린의 출생에 대해 이야기했느냐고 물어본다. 그러자 애자는 체념한 듯이 그가 다 알고 있는데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에 민자는 직접 듣는 것과 짐작하는 건 다른 건데 왜 그랬냐고 화를 내는데, 애자는 모든 걸 각오하고 있다고 푸념한다.   ●에덴의 동쪽(MBC 오후 9시55분) 동철은 면회를 온 춘희와 가족을 통해 장남으로서의 책임을 다짐하지만, 기순에게서 춘희의 병을 알게 된다. 소년원을 탈출한 동철은 춘희의 수술비를 마련하다 결국 뒷골목 세계로 편입되고, 챙이라는 정보원 출신 밑에서 인천지역의 밀수와 오락실 사업에 손을 댄다.3년 뒤 신태환 일행은 동욱을 납치하는데….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중국과는 거리가 먼 남아메리카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페루. 이곳에도 중국인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미 백년도 훨씬 더 전에 중국 이민자들은 이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영향으로 요즘 페루에서는 중국 요리의 인기가 높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는 중국 음식점이 약 4000개나 몰려 있다.   ●세계테마기행(EBS 오후 8시50분) 스리랑카 사람들의 몸은 아름답다. 노동으로 다져진 강인한 근육과 탄력있는 검은 피부는 신성한 느낌마저 준다. 높은 장대 위에 앉아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기를 낚는 모습은 스릴 넘친다. 마구잡이 조업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갈 최소한의 생선만 잡는다는 원칙을 세운 어부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20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명희씨는 켈리라는 새 이름을 얻고 좋은 집, 예쁜 옷에 좋은 음식을 먹으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의 가족들을 잊을 수가 없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남편 브래드의 노력으로 한국의 가족을 찾았건만 충격을 감출 수가 없는데….
  • [‘수도권규제 갈등’ 도지사 인터뷰] “인지도 높이기와 무관…”

    [‘수도권규제 갈등’ 도지사 인터뷰] “인지도 높이기와 무관…”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김 지사가 연일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며 날선 비판을 해대고,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과도 각을 세우는 이유를 적지 않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 정부의 ‘선 지방 균형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지만 과연 그 이유뿐일까. 김 지사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싶어 27일 오후 인터뷰를 요청했다. 김 지사측은 다음날 저녁에 예정된 일정과 약속 두 개를 취소하고 인터뷰에 응했다. 그만큼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다음달 1일에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놓고 김 지사와 정면 충돌하고 있는 이완구 충남도지사를 인터뷰할 예정이다. 28일 저녁 6시10분. 수원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경기도청 2층의 지사실에 도착했다. 퇴근시간을 넘긴 시간대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지사실은 직원들 말고도 10명이 넘는 내방객으로 북적거렸다. 인터뷰는 수도권의 지도와 위성사진, 세계지도가 벽을 장식한 지사의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김 지사는 보좌진들이 인터뷰를 위해 준비한 10쪽이 넘는 답변자료를 책상 앞에 놓고 있었다. 그러나 50분 넘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김 지사는 한번도 답변자료를 들춰보지 않았다. 경기도 출입기자들도 많은데, 굳이 정치부 기자가 수원까지 와서 인터뷰를 하는 의미를 김 지사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어떤 답변을 해야 할지도 이미 머릿속에 넣고 있었다. ●현대사박물관은 논란많아 못할것 ▶선 지방균형 발전 정책에 대해 유독 김 지사의 반대 목소리만 크다. -다들 비판하는 것 아닌가. 경기도에서는 모두가 비판적으로 얘기한다. ▶노동운동 시절의 김문수로 돌아간 것 같다는 말까지 있다. -저는 국회의원 때부터 수도권 규제완화 폐지안을 제시해 왔고, 경기도지사 선거 공약으로도 내놓았다. 지난 대선에서 저와 경기도가 이 대통령을 지지한 것도 규제완화 때문이다.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키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까지 한 셈이다. (김 지사는 자신과 경기도가 이 대통령에게 속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김 지사의 답변 가운데는 다소 과격하거나 거칠게 느껴지는 말도 섞여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차분한 편이었다.) ▶김 지사의 발언에 찬동하는 경기도 출신 의원들이 있다. 이들과 후속적인 움직임을 계획하나. -아직 특별한 것은 없다. 그들은 경기도 출신이니까 사정을 아는 것이다. 전국에 국립박물관이 24개인데 경기도는 하나도 없다. 제주도에도 있는 국립종합대학도 경기도에는 없다. 로스쿨 정원도 서울은 1000명, 우리는 50명. 법원이 서울보다 경기도에 많은 것을 아는가. ▶서울과 인천도 규제를 받지 않나. -서울과 인천이 느끼는 것은 경기도와 다르다. 특히 인천은 요즘 표정관리 중이다. 송도 등을 개발하면서 한국의 두바이가 된다고 하지 않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놓고 협의해봤나. -오 시장이야 해피한데 무슨 대응을 하겠나. 서울에서 규제받는 것은 과밀 규제뿐이다. 서울에는 이제 국립현대사박물관도 짓는다고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이승만이 친일파냐,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했느냐 등등. 현대사박물관은 결국 못할 것이다. ●법원 서울보다 많지만 로스쿨 정원 50명 ▶최근 발언 등과 관련해서 청와대에서 연락이 왔을 것 같다. -청와대에 늘 사실대로 얘기한다. 이 대통령 당선 뒤에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자료 만들어서 여러번 전달했다. 이 대통령과 독대해서도 몇번 설명했다. ▶그런 대화 채널이 있는데 왜 이렇게 공개적으로 이슈화했나. -오래 전부터 같은 말을 해왔다. 그런데 예전에는 안 쓰던 언론이 최근들어 기사를 많이 쓰는 것뿐이다. 대학 못 짓게 하는 것은 공산당도 안하는 짓이라는 말 같은 것은 늘 노래하듯이 해왔다. ▶한나라당에서도 김 지사를 비판하는 얘기가 나왔었다. -당이 그럴 이유가 없다. 제가 당을 비판한 것도 없다. 단지 이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라는 얘기를 한 것뿐이다.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비판을 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대통령은 하나밖에 없다. 경제를 살리면 성공한 대통령, 못 살리면 실패한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하고 돈 안드는 방법이 바로 규제완화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계속할 거다. 대통령이 규제완화의 방망이만 두드리면 끝난다. ▶최근 지방 균형발전 쪽을 대변하는 이완구 충남지사와 토론회도 가졌다. 그쪽 입장을 이해하게된 측면은 없나. -충남은 상대적으로 지역 실정이 좋다.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전국 1위다. 물론 충남도 어려운 점이 많기는 하다. 행정복합도시를 못하면 굉장히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지사를 이해한다. 그러나 경기도에서 볼 때는 과천 것(정부종합청사)을 들어다가 충남으로 가는 것, 그것을 꼭 해야 하나 싶다. 차라리 과천이 서울로 가는 것은 찬성이다. 정부 청사가 한 데 모아지니까. 모아놔야 공무원도 편하고 국민도 편하다. ▶오세훈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어떻게 할 건가. -현직에 충실하다가 선거 1년 전에나 그런 얘기를 해야 안 맞겠나. 제가 볼 때는 (오 시장의 발표가) 너무 이른감이 있다고 본다. ▶지사 선거에 다시 나오면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갖고 평가받을 생각인가. -그것은 기본이고, 밑반찬이다. ▶최근의 발언으로 경기도에서 지지도가 올랐나. -지지도 조사는 두 세달 전에 했기 때문에 최근 것은 아직 모른다. 요즘 이런 얘기들을 해서 인기가 있겠나. 대통령도 불편해하고, 당에서도 저러니. 지방에서도 친한 지사들 이런저런 얘기들을 한다. (그러나 최근 한 신문이 조사한 정치인 영향력 평가 조사에 따르면 김 지사의 영향력은 지난 5월 조사에서 3.9%였다가 지난 4일 조사에서는 5.7%로 1.8%나 뛰었다. 이 수치에 대해 이 지사는 “지지율이 올랐다면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박근혜는 반듯… 정몽준은 국제감각 갖춰 ▶최근의 발언들로 인기가 올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분명하다. 그런 효과도 계산했나. -사실 국회의원 때보다 인지도가 더 떨어졌다. 왜냐면 여기(경기도에) 있으니까 신문이나 TV에도 잘 안 나온다. 그러나 인지도 높이려면 이런 위험한 발언을 할 필요가 없다. 별로 득 될 것도 없고 나도 개인적으로도 얼마나 고달프겠나…. 대통령에 대해 한말씀 한다는 것이. 의원들도 안하는데 하물며 단체장은 얼마나 대통령에 대해 의존도가 높나. 사실 우린 중앙부처 서기관만 봐도 납작 엎드리는데. ▶그래서 대권을 염두에 둔 차별화라는 말도 나온다. -대권을 염두에 두면 특히 충청도 유권자들에게 원만하게 서비스를, 하다 못해 립서비스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사방에서 저에게 비판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 고향인 경북 영천에서도 전화가 와서 ‘경기도만 생각하냐. 경북도 생각해달라.’는 말을 할 정도다. ▶같은 당 박근혜·정몽준 의원에게 정치적 라이벌 의식을 느끼나. -박 전 대표야 워낙 탁월하신 분이고, 지지도가 높은 분이 아니냐. 정 최고위원도 거물이고. 아무튼 우리 셋이 동갑이고 같은 학번이다. ●‘김문수 사단´은 커녕 ‘분대´도 없다 ▶박·정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나. -박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굉장한 인기가 있고, 반듯하신 분이다. 훌륭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정 최고위원은 6선의 관록에다 축구협회회장도 하고, 국제적인 감각 있는 훌륭한 분이다. ▶여의도에 ‘김문수 사단’이란 말도 있다. 캠프를 운영하나. -(웃으며)뭐가 있나. 그게 누구인가. 사단은 고사하고 분대도 없지 뭐. ▶경기도에서 느끼는 이 대통령의 체감 지지도는 어느 정도인가. -청와대에서는 지지율이 상승했다고 좋아하지만, 경제 민생 측면에서 많은 분들이 체념상태다.‘저 분은 해낼 것’이라는 생각 많이 약해졌다. ▶이 대통령의 ‘녹색 성장’ 비전에도 비판적인가. -그 발표 나고 청와대에 전화를 해봤다. 저는 그것이 적어도 5년은 걸리기 때문에 임기 내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는 30년이 돼야 성과가 나온다고 하더라. 지금 굉장히 민생이 어려운데, 다 죽겠다는데 30년 뒤에 것을 가지고 얘기하나. 중장기적인 비전도 좋지만 단기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국가 경제에 관심이 많은데, 가정 경제에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가.(김 지사가 신고한 재산은 2억 8965만원이다) -(쑥스러워하며)제가 가난하니까 경제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공인의 길을 걷기로 한 다음에 사적으로 돈 버는 것은 안하기로 했다. 사실 돈 벌 기회도 많았다. 그러나 제가 그 기회를 선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돈 없이 나이가 드니 불안한 면도 있지만 (노년에)너무 비참해지기야 하겠나. 사회보장 제도도 있는데. 우리 일가는 모두 나보다도 가난하다. 그 분들을 못도와 주는 것을 늘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수도권규제 풀릴때까지 MB 비판”

    “수도권규제 풀릴때까지 MB 비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선 지방 균형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과 관련,“이명박 대통령이 (수도권 규제완화의) 방망이를 두드릴 때까지 비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28일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우선순위에서 미룬 것은 대통령 선거 전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규제완화 없이는 경제 발전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발표한 ‘녹색 성장’ 전략에 대해 “청와대에서도 30년 뒤에나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당장 어려운 민생 경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제안한 현대사박물관 건립에 대해서도 “이승만 전 대통령이 친일파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했느냐 등의 논쟁을 해소하지 못해 결국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또 “경기도에서 느끼는 이 대통령의 체감 지지율은 ‘체념 상태’”라면서 “최근 지지율이 몇 퍼센트 올랐다고 청와대에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오는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년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며 지사 선거에 나갈지 다른 선거에 나갈지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해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도운기자 dawn@seoul.co.kr
  • “재교육 들으나 마나… 우린 조직개편 희생양”

    “내일 모레면 끝이네요. 서운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나가라는데 나가야죠.” 오는 31일 퇴직이 불가피한 한 별정직 고위공무원은 체념 섞인 목소리로 28일 이같이 말했다. ●‘무늬만 교육생’으로 이 공무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부 대접을 받으며, 이른바 ‘잘나가는’ 전문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조직 개편으로 보직이 없어진 뒤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이뤄지는 초과인력 재교육 통보를 받고 상황은 돌변했다. 신분은 여전히 국토해양부 소속 고위공무원이지만,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재교육자 명단에만 이름을 올렸을 뿐,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는 ‘유령 교육생’인 셈이다. 그는 “단순히 퇴직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대기 기간인데,(재교육에는) 뭐 하러 출석하나요.”라면서 “아직 재취업 계획을 세우지 못했으니, 다음달부터는 일단 집에서 쉴 수밖에 없다.”고 씁쓸해했다. 재교육 대상인 다른 별정직·계약직 공무원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중 실제 교육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민간의 전문영역에서 활동하다 공직에 발탁된 인물인 만큼 기본소양 중심으로 이뤄지는 교육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오히려 새 일자리를 찾는 게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중앙공무원교육원 관계자는 “(별정직·계약직이) 처음에는 왜 교육장에 왔는지도 몰랐다.”면서 “어차피 옮길 수밖에 없으니, 준비하라는 배려 차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재교육이 시작될 때 300여명으로 가득 찼던 중앙공무원교육원 강의실이 지금은 썰렁하다. 처음에는 교육생이 많아 넓은 강의실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소규모 강의실로도 충분하다는 것. 재교육을 받던 5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216명은 이미 해당 부처로 복귀하거나 타 부처로 전출돼 제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원 소속 부처로 복귀한 한 일반직 공무원은 “일시적인 자리 부족으로 인한 건데, 힘들게 뭐가 있냐.”면서 “교육도 투자이니 시간이 해결해 준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결국 별정직·계약직만 조직 개편의 ‘희생양’이 된 셈이다. 다만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일반직 공무원 등은 부처로부터 ‘부름’을 받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교육 현장 분위기 ‘어수선’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수는 “퇴출 대상 공무원이라는 인식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얘기도 안 하고, 가족에게 알리기조차 꺼렸다.”면서 “2∼3개월이 지나 좀 나아지나 싶었더니, 지난 6월부터 부처 복귀가 본격화되면서 처한 상황에 따라 다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고 전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글로벌 시대] 오늘을 뛰어넘는 희망/간노 도모코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글로벌 시대] 오늘을 뛰어넘는 희망/간노 도모코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오늘을 뛰어넘는 희망.” 지난 6월10일 서울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두고 일본의 어느 저널리스트는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의 말을 빌려 이렇게 표현했다. 그날 집회 현장에 나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촛불 행렬에는 중·고등학생부터 유모차를 끈 30대 부부, 넥타이족까지 있었다. 서울시청에서 광화문 사거리까지의 차도를 가득 메운 광경은 압권이었다. 이들은 차분하게 내게 분노를 말해줬다. 행진 대열을 뒤따르면서 일본인은 언제부터 분노하기를 포기했을까,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다. 일본에서 시위가 정점에 올랐던 것은 1960∼70년대다. 최대 규모는 60년의 신(新) 미·일안보조약에 반대한 ‘안보투쟁’ 때였다. 국회의사당 앞에 약 65만명이 모여 많은 부상자를 내고 학생 1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다. 당시 기시 내각을 총사퇴시킨 시위가 ‘국가 권력에 대한 투쟁’이란 무정부주의로 변모하자 시민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쇠퇴해 버렸다. 지금 일본에서도 고용문제, 고령자 의료문제 등으로 분노가 솟구치고 있다. 하지만 그 분노가 하나로 뭉쳐 겉으로 드러나는 일은 없다. 한 일본인 기자의 탄식이다.“불만의 목소리가 가득 차 있지만 언젠가는 사라진다. 과거 같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체념 분위기는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만 해도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은 대선 후 일본에 쇠고기 수입조건의 폐지 압력을 가해 올 것인데, 일본은 과연 먹거리 안전을 놓고 한국처럼 국민이 궐기해 반대할 수 있을까.” 일본에서 미국산 쇠고기는 1977년부터 3차례 교섭을 거쳐 91년 수입을 시작했다. 싸고 부위별로 수입할 수 있어 업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돼 수입이 처음으로 중단됐다. 남녀노소가 즐겨 먹던 ‘쇠고기 덮밥의 위기’가 닥쳤다. 쇠고기 덮밥 체인점이 미국산 쇠고기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서 2001년 9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광우병 소가 발견돼 열도를 공황 상태에 빠트린 적이 있다. 당시 일본에서 기자생활을 하던 나는 여성이 주름을 없애기 위해 주입하는 콜라겐도 소에서 추출한 것이어서 위험하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일본산 소에 대한 전수검사가 시작됐다. 일본은 미국에도 전수검사를 요구했으나 미국은 20개월령 이하의 소에서는 광우병 발병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오히려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검사가 필요없다는 완화된 조건을 제시하고 일본 정부가 수용하는 형태로 수입이 재개됐다. 그런데 2006년 1월 나리타 공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검역하면서 SRM에 해당하는 척수가 섞여 있는 사실이 드러나 다시 수입이 금지됐다. 같은해 7월 일본 시찰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안전성이 확인된 시설에 한해 수입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는 등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중단과 재개가 몇차례 되풀이됐다. 국민들이 전전긍긍할 때 저명한 경제평론가가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쇠고기 덮밥’에 대해 “덮밥을 먹고 광우병에 감염돼 죽는 게 교통사고로 사망할 확률보다 낮다.”고 지지발언을 한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대형 마트에 미국산 쇠고기가 깔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또 SRM이 포함된 쇠고기가 발견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은 꼬리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미국은 수입소의 월령을 30개월 미만으로 하도록 일본에 이미 요구해 놓은 상태다. 게다가 올 들어 미국이 복제 소의 수출을 일본 측에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이러한 사태 전개에 일본인은 어떻게 대처할까. 분노를 잊은듯한 일본인에 “오늘을 뛰어넘는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간노 도모코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 [굿모닝 닥터] 내시엔 없는 병 ‘전립선비대증’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왕과 나’에서 주목받았던 내시 김처선을 기억할 것이다. 그동안 주로 조연으로 등장했던 내시가 주인공으로 나와 왕과 왕비 사이에서 삼각 로맨스를 만들면서 화제가 됐다. 우리는 김처선과 같은 내시가 임금 수발이나 궁중의 제사, 왕실의 재산 관리 등 궁 안의 각종 대소사에 관여한다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 잘 알고 있다. 내시들은 궁중의 많은 여인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데서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거세’를 받는다. 남성의 상징이자 남성 호르몬의 생산 공장인 고환을 제거하는 것이다. 때문에 내시들은 요즘 50대 이후 중년 남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전립선 비대증’을 경험하지 않는다. 전립선은 반드시 남성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존재해야 자라기 때문이다. 전립선 비대증은 이름 그대로 전립선이 비대해지는 질환이다.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 소변이 잘 안나오거나, 성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중년 이후 밤에 자다가 한두번 이상 일어나 소변을 보는 ‘빈뇨’ 증상이 나타나면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립선 비대증은 노화에 따라 전립선이 커져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엄밀히 따지면 병이라기보다 정상적인 노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전립선 비대증 환자들은 불편한 배뇨 증상을 그저 나이 탓이라고 여겨 방치하기 일쑤다. 그러나 이 병이 생기면 바지에 소변을 지리고 빈뇨증으로 한 밤 중에 잠을 이루지 못하며 혈뇨·신우신염·방광염·결석생성·허리통증 등의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다. 요즘엔 약물치료만으로 잘 낫기도 하지만,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성 혈뇨, 재발성 요로감염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즘도 필자는 소변을 보지 못해 방광이 거의 터질 듯이 커져서 병원을 찾는 노인들을 만나곤 한다. 고통스러운 배뇨 증상을 오랫동안 경험했지만 나이 탓으로만 돌리고 체념한 채 지내는 노인이 적지 않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나면 대부분은 ‘왜 진즉 병원을 찾지 않았는가.’라고 후회할 것이다. 오늘도 배뇨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남성분들,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찾아 편안한 밤과 상쾌한 아침을 되찾으시라! 이형래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교수
  • [길섶에서] 자유영혼/최태환 논설실장

    퇴근길이 회색 빛이다.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다. 도입부가 쓸쓸하고 황량하다. 갈망과 체념이 교차하는 듯하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타라의 테마’분위기를 연상케 한다.‘왼손’은 라벨이 왼팔의 피아니스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만들었다.1차 세계대전이 촉망받던 피아니스트의 한 쪽 팔을 앗아갔다. 눈을 감았다.18분 동안 안개 속을 걷는 것 같다. 안개속에서 기억을 끄집어낸다. 지난 주말 만난 ‘위대한 모험, 척 클로스전’이다. 음각판화의 기법이 독특하다. 척 클로스는 미국 화가다. 전신마비 뒤 재활 끝에 다시 붓을 잡았단다. 사람 얼굴만 그린다. 날카롭게 세상을 응시하지만 표정이 별로 없다.‘더는 절망할 것 없는’ 무심함의 표현일까. 작가는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눈물 괸 눈으로 휘파람을 불었다.”고 했다. 삶의 굴곡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단련을 거듭했을까. 누군가가 세상은 상처 많고, 흉터 많은 이들의 것일지 모른다 했다. 불굴의 자유영혼은 시대를 넘어 언제나 감동적이다. 최태환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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