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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포기한 책들의 성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포기한 책들의 성

    독자들이 절대 만날 수 없는 책이 있다. 모든 원고는 편집자의 손을 거치는데, 이때 어떤 이유에서인지 통과 못하는 원고들이 생겨난다. 내용과 수준 미달의 글들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수준급인 데다 주제가 기존 책들과 겹치지 않으며, 어떤 이들이 간절히 원해 왔을 법한 책들을 말한다. 100여년 전 프랑스의 고고학자 P는 자국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등에 업긴 했지만 아시아 고고 발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냈고, 그의 업적은 지금도 기릴 만하다. 한 성실한 학자가 그의 책을 번역해 투고했고, 우리는 그 책을 진지하게 검토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최소한의 독자를 확보하는 데 자신이 없어서였다. 일본 학계의 한 거두는 에도시대 사람들이 독서에 유난히 몰두했던 걸 주제 삼아 흥미로운 책을 펴냈다. 일본어 고어를 옮기기 까다로웠을 텐데 번역은 좋았고, ‘스스로 배우는 독자’의 탄생은 되짚어 볼 만한 주제였다. 그러나 한 실력 있는 소장학자가 옮긴 이 원고는 안타깝게도 편집자의 결단에서 비껴났다. 에도의 독자들이 열성적으로 읽었던 건 유학 경전인데, 이걸로 지금 우리 독자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이 외에도 최근 두어 달 사이에 제안받은 원고 중 아일랜드 역사를 다룬 것은 한국 현실이랑 너무 멀어서, 박물관 관련 원고는 전문적이어서, 프랑스 이론가 책은 이론이 점점 죽어 가는 독서 시장과 동떨어져서 과감히 배제됐다. 그 훌륭한 책들이 어쩌면 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편 죄책감을 불러일으켰고, 다른 한편 판단 오류일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자아냈다. 출간되지 못한 책은 누구 탓이 클까. 저자와 번역자는 편집자를 설득하려 하고, 편집자는 독자의 심기와 상태를 살핀다. 그러면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로 향하게 된다. 왜 독자들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변덕까지 심해 편집자가 양질의 책을 포기하게 만드는 걸까. 하지만 독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이 질문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은 언제나 생업과의 사투 속에서 책 읽을 시간을 어렵게 마련하는 존재이고, 책 읽는 습관도 스스로 길러야 할 만큼 큰 임무를 자기에게 부과하고 있으니 말이다. 편집자가 중간 역할을 잘 못하는 것인가. 그렇기도, 아니기도 하다. 그들이 때로 눈앞의 이익에 함몰되는 것은 사실이다. 겉으론 뚝심 있을 것 같지만 많은 경우 영향력 있는 방송에 매달리고, 대중추수주의자처럼 행동하곤 한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편집자 ‘이’와 ‘고’만 봐도 웬만한 잔바람에는 옷깃도 여미지 않은 채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그들이 이뤄 내는 일들은 빛나진 않더라도 지난 세월 한국 사회가 대충 가려 놓고 지나쳤던 구멍들을 성실히 메우고 있다. 종합하자면 들뜨고 휙휙 바뀌는 시장, 좋은 책은 안 팔린다는 편집자들의 내재화된 체념, 두텁지 않은 독자층이 양서들의 탄생을 가로막는다. 그러면 성처럼 쌓인 외면된 글들은 무얼 말하는가. 어쩌면 이론을 공부하지 않음으로써 공부의 얕음을, 먼 타자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음으로써 코즈모폴리턴의 사고감각을 놓칠 우려를, 세부 학문에서 쌓아 온 역사에 관심 갖지 않음으로써 디테일에 대한 감각의 결여를, 비인기 작가에게 관심을 갖지 않음으로써 많은 작가가 무덤 속으로 들어가게 됨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더 깊이 몰입하고 추구할 생각이 없다면 소비와 향락의 차원에서 독서를 해도 괜찮을 것이다. 개인의 선택 문제이고 탓할 수 없다. 하지만 편집자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독자는 표면적 욕구 말고, 깊은 욕구를 캐내 주길 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독자들은 어차피 편집자가 내놓은 책밖에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편집자는 좀더 과감해져도 된다. 어렵다고 집어 들길 그만두는 독자들은 아마 삶에 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나의 잠재 욕구를 읽어 달라는 독자를 향해 한 번도 교양으로 완전히 무장된 국가에서 살아 보지 못했으니 좋은 책을 많이 내달라는 독자에게도 자주 시선을 던지는 건 어떨까.
  • 문정인 “지금의 일본, 고압적이고 일방적…지도자 간 불신”

    문정인 “지금의 일본, 고압적이고 일방적…지도자 간 불신”

    아사히신문 인터뷰…“북한·경제협력 통해 서로 필요성 인식해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14일 “일본도 한국도 상대를 공격하면 인기를 얻는 구조로 돼 있다”면서 “상대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 국내 정치에서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그래서 강경한 자세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는 이날 자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최악의 상황에 갇힌 한일 관계의 배경에 “(양국) 지도자 간의 불신도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역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과의 협력은 어렵다는 주장을 반복하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피로감을 느끼고 체념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문정인 특보는 또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둘러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절차에 한국 정부가 응해야 했다는 일본 측 입장을 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초부터 청구권 협정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를 내세워 외교 협의, 제3국 참여 중재위 설치, 제3국만의 중재위 가동 등 3단계 절차를 차례로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문정인 특보는 “일본 측은 일방적으로 첫 번째 절차가 안 된다고 보고 다음 절차를 밟았다”면서 “한국은 지난 6월에 대응안(한일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청구권 협정에 따른 분쟁 해결) 첫 절차인 외교적 협의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는 “그러나 일본 측은 그 안과 함께 (외교 협의를) 거부했다”면서 “(아베 정부는) 한국인의 심정을 생각해 형식적으로라도 협의에 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정인 특보는 “한일 간에 예전에는 상대방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일본은 고압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의 대법원장은 정권의 뜻을 받아들여 강제동원 소송 진행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도 사법부와 협의하면 불법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박 대통령 탄핵의 민의에서 태어났다”면서 “이러한 법적, 정치적 민감성을 일본이 조금이라도 이해해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해결을 위해 협력한다면 공통의 대체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정인 특보는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에서는 ‘사죄 피로’ 현상이 나타나고, 한국에서는 “진심이 담긴 사과가 없었다”는 인식이 강한 것에 대해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문정인 특보는 세대가 바뀌면 달라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일본에선 수정된 교과서로 역사를 배운 세대도 있고, 한국에선 민족주의가 강해지는 추세라며 “반일, 반한이 젊은 세대 쪽에서 강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문정인 특보는 복잡하게 악화한 한일 관계를 개선할 방법에 대해서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북한 문제와 경제 분야의 협력 등으로 양국 국민이 서로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신입사관 구해령’ 신세경, 외국인 등장에도 당당 “유학파 출신”

    ‘신입사관 구해령’ 신세경, 외국인 등장에도 당당 “유학파 출신”

    ‘신입사관 구해령’ 신세경이 난데없는 외국인의 등장에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뿜어낸다. 갑작스러운 몸수색에도 의연함을 보이는 가운데 때아닌 외국인의 출현에 궁엔 혼란이 찾아온다. MBC 수목극 ‘신입사관 구해령’ 측은 28일 외국인의 등장에 혼비백산인 궁궐에서 혼자 호기심 가득한 신세경(구해령)의 모습이 그려진다. 신세경이 호기심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고 있다. 반면 그녀 주위의 궁인들은 모두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하며 술렁이고 있고, 왕세자 박기웅(이진) 또한 심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의 시선 끝에는 어느 외국인이 동궁전 마당 한가운데 몸이 묶인 채 꿇어앉아 있어 이목을 집중시킨다. 생전 처음 보는 외국인의 낯선 모습에 궁인들이 수군거리는 가운데 신세경은 청나라 유학파 출신답게 그가 어쩌다 조선 궁궐에 들어오게 된 것인지 흥미롭게 쳐다보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신세경이 이예림(오은임), 장유빈(허아란), 선배 사관들과 함께 예문관으로 돌아가던 중 깜짝 놀라며 주위를 경계하고 있다. 특히 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려워하는 선배 사관들의 모습을 통해 궁궐을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음을 짐작하게 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만 아니라 사관들이 예문관에 갑자기 들이닥친 관리들에게 몸수색을 당하고 있는 현장까지 공개돼 긴장감을 조성한다. 덤덤하게 팔을 벌리고 있는 신세경, 체념한 듯 한숨 쉬며 수색당하고 있는 허정도(양시행)와 달리 이지훈(민우원)은 수색을 거부하는 듯 자리에 굳게 서 있다. ‘신입사관 구해령’ 측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외국인의 등장에 궁 전체가 혼돈에 빠진다. 과연 궁인들은 외국인의 등장에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그의 등장이 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방송을 통해 확인해 달라”고 전했다. 신세경, 차은우, 박기웅이 출연하는 ‘신입사관 구해령’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차은우 분)의 ‘필’ 충만 로맨스 실록. 오늘(28일) 오후 8시 55분에 25, 26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선미 ‘날라리’ 베일 벗었다 “발칙한 곡”

    선미 ‘날라리’ 베일 벗었다 “발칙한 곡”

    가수 선미가 신곡 ‘날라리’로 5연속 히트를 노린다. 2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천면로 예스24라이브홀에서는 선미 새 싱글 ‘날라리’(LALALAY)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선미는 “1년 만에 공식적으로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다. 사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는 건 당연하고, 긴장이 되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첫 무대는 긴장됐다”면서 “‘날라리’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곡이다. 이전에는 무거웠다면 ‘날라리’는 발랄하고 발칙한, 밝은 분위기의 곡이다. 대중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고 컴백 소감을 전했다. ‘날라리’는 선미의 자작곡이다. 댄스홀(Dance-hall)과 라틴(Latin) 풍의 이국적인 사운드 위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가사가 인상적인 ‘날라리’는 강렬하게 인트로를 압도하는 태평소 가락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만의 바이브(Vibe)를 믹스 매치한 곡이다. 그는 지난 3월 진행된 북미와 멕시코 투어 중에 영감을 얻어 곡을 작업했다. 선미는 “DJ 프란츠와 공동 작업을 했다. 하나의 곡을 완성하려면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나는 그 중 멜로디와 가사를 담당하고, 프란츠는 트랩을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선미는 ‘가시나’, ‘주인공’, ‘사이렌’, ‘누아르’ 등의 솔로곡을 발표해 모두 히트시켰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느냐는 질문에 선미는 “너무 긴장이 된다. 어제까지 너무 떨려서 잠을 못 잤다. 그런데 오늘이 되니까 체념하고 놓게 되더라. 긴장감이 나를 억누르면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무대인데도 그 긴장감 때문에 다 못 보여드릴 거 같아서 내려놨다. 지금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래도 음원 순위가 잘 나오면 좋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선미는 “새로운 곡으로 여러분 앞에 섰다. 앞의 곡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둬서 사실 ‘날라리’ 활동이 부담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 많은 것들을 궁금해 해주시고 잘될 것 같기도 하다”며 “앞으로 더 성장하는 선미가 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선미는 27일 오후 6시 새 싱글 ‘날라리’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오후 8시에는 팬 쇼케이스를 개최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열여덟의 순간’ 옹성우X김향기, 빗속 ‘손우산’ 엔딩 “심쿵”

    ‘열여덟의 순간’ 옹성우X김향기, 빗속 ‘손우산’ 엔딩 “심쿵”

    열여덟 ‘Pre-청춘’의 가슴 뜨거운 순간들이 감성과 공감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연출 심나연, 극본 윤경아, 제작 드라마하우스·키이스트) 3회는 시청률은 전국 3.2%, 수도권 3.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자체 최고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어갔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스터리 전학생 최준우(옹성우 분)의 강제 전학에 얽힌 사연이 밝혀졌다. 자신의 견고한 철옹성을 흔드는 준우를 어떻게든 쫓아내려는 마휘영(신승호 분)의 꿍꿍이로 절친 신정후(송건희 분)와 재회하게 된 그에게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 준우가 학교로 돌아왔다. 그의 등장에 휘영의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자신을 견제하는 휘영을 향해 “나 건들지 마. 그냥 내버려 두면 아무 짓 안 해, 귀찮아서”라며 경고를 날린 준우. 하지만 그 말들은 오히려 휘영을 자극할 뿐이었다. 준우가 한 번 더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학교를 떠나야 하는 ‘조건부 전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휘영은 기태(이승민 분)를 앞장세워 그를 쫓아낼 계획을 세웠다. 이에 ‘병문고’ 일진 주현장(이승일 분), 임건혁(최우성 분)과 접촉한 기태는 준우가 학교에서 잘리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 봉투를 건네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수빈(김향기 분)을 사이에 둔 준우와 휘영의 삼각 구도에도 불씨가 지펴졌다. 영어 수행평가 과제인 프리토킹 파트너를 정하기 위해 제비뽑기에 나선 아이들. 준우와 휘영은 이름을 적은 쪽지에 수빈이 알아차릴 만한 ‘시그널’을 보냈다. 수빈이 고른 것은 콩알 그림이 그려진 준우의 쪽지였다. 들뜬 설렘도 잠시, 준우를 찾아온 휘영은 “유수빈 영어 1등급이야. 너 때문에 망치면 그 책임 어떻게 질래?”라며 정곡을 찔렀다. 이어 “내가 도와줄 수 있는데. 널 위해서가 아니라 수빈이를 위해서. 내 여친이니까”라고 해 준우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다음 날, 등굣길에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본 준우는 “영어 파트너, 바꾸고 싶으면 바꿔”라며 다시 벽을 세웠다. 하루 만에 달라진 준우의 반응에 수빈도 서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준우가 먼저 수빈에게 다가갔고 그의 노력에 수빈의 마음도 금세 누그러졌다. 그리고 자연스레 두 사람은 수행평가 준비를 핑계로 방과 후 만남까지 약속했다. 사소한 말과 행동 하나에 파도치듯 넘실대는 감정의 높낮이가 열여덟의 순수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풋풋한 설렘을 자아냈다. 하지만 정후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준우는 수빈과의 약속도 뒤로한 채 그에게 달려갔다. 그곳에는 주현장 패밀리에 둘러싸인 정후가 있었다. 준우를 불러내기 위해 정후를 미끼로 삼았던 것. 엄마(심이영 분)의 눈물이 떠올라 참으려 했지만, 정후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그들을 향해 결국 준우는 몸을 던졌다. 그때 멀리서 순찰차 사이렌이 울려오고, 두 사람은 무작정 뛰었다. 준우는 “너 이렇게 살라고 내가 강전(강제전학) 당한 줄 알아?”라고 입을 뗐다. 사실 ‘병문고’ 시절 준우는 절도 사건에 휘말린 정후의 누명을 대신 뒤집어쓰고 강제 전학을 오게 됐던 것.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 자신을 원망하는 정후에게 준우는 “너도 딴 데 가서 다시 시작하라고 했잖아”라고 타일렀지만, “우리 같은 새끼들한텐 어딜 가든 지옥인데, 뭘”이라는 체념 섞인 말과 쓴웃음만 돌아올 뿐이었다. 한편, 방송 말미에는 슬픔에 잠겨 빗속을 걷던 준우와 수빈의 만남이 풋풋한 설렘을 자극했다. 눈빛만으로 서로의 감정을 모두 헤아리는 듯한 두 사람. 닿을 듯 가까이 다가가 수빈의 머리 위로 ‘손우산’을 만들어 씌워주는 준우와 그를 바라보는 수빈의 눈빛은 시청자들의 설렘 지수를 높이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모았다. 준우에 대한 믿음을 내비치며 그가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준 수빈, 그리고 그 믿음으로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용기를 얻은 준우. 예고 없이 내리는 소나기처럼 고달픈 현실 속, 우연히 발견한 작은 우산 하나처럼 서로를 지켜주고 위로하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더했다. ‘열여덟의 순간’ 4회는 오늘(30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무심히 앉아 있는 절망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무심히 앉아 있는 절망

    카페에 한 쌍의 남녀가 앉아 있다. 나란히 앉아 있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지도, 쳐다보지도 않는다. 여자는 압생트잔을 앞에 놓고 초점 잃은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남자는 담뱃대를 문 채 화면 바깥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다. 숙취 해소용 냉커피가 앞에 놓여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체념의 분위기가 떠돈다. 뒤쪽 거울에 비친 검은 그림자가 우울함을 더해 준다. 왼쪽 아래 사선으로 잘린 테이블엔 신문과 성냥갑이 놓여 있다. 이 사선 구도가 이 그림에 우연히 포착된 스냅숏 같은 느낌을 불어넣는다. 압생트는 향쑥에서 추출한 엑기스에 허브를 혼합한 싸구려 증류주를 말한다. 옅은 녹색을 띤 시큼하고 쓴 음료로 도수가 엄청 높았다. 19세기 파리 노동자들은 값싸게 빨리 취하는 이 술을 ‘초록 요정’이라 부르며 즐겨 마셨다. 더 빨리 취하려고 소량의 아편을 섞기도 했다. 1915년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지만, 이미 많은 사람과 가정을 망가뜨린 뒤였다. 이 한 쌍의 남녀는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1876)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을 연상하게 한다. 실업과 가난, 병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압생트에서 유일한 낙을 구하다가 알코올 중독이 돼 죽어 간다. 실제로 졸라는 드가의 그림에서 힌트를 얻어 소설의 몇몇 장면을 구성했다고 고백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지만, 소설가와 화가의 처지는 달랐다. ‘목로주점’은 성공해 졸라에게 전원주택을 마련할 만한 돈을 안겨 주었다. 드가는 ‘압생트’를 제2회 인상주의 전시회에 냈지만, 인상주의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었고 그림은 헐값에 영국인 수집가 헨리 힐에게 팔렸다. 1893년 런던 전시에서 이 그림을 둘러싸고 소란이 벌어졌다. 관객들은 매춘부와 알코올 중독자가 해장술을 마시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불쾌감을 느꼈다. 비평가들의 의견은 둘로 갈라졌다. 한쪽은 드가가 아무런 교훈적 의도를 내비치지 않고 이 장면을 범상하게 묘사한 데 분개했다. 다른 한쪽은 바로 그 점 때문에 걸작이라고 치켜올렸다. 전시회가 끝나고 이사크 드 카몽도 백작이 작품을 사들여 파리로 되돌아오게 됐다. 카몽도 백작은 1908년 자신의 컬렉션을 정부에 기증한 후 세상을 떠났다. 미술평론가
  • [서울광장]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 사회가 울타리 돼야/이순녀 논설위원

    [서울광장] 가정폭력 피해 이주여성, 사회가 울타리 돼야/이순녀 논설위원

    한국인 남편의 베트남 아내 무차별 폭행 사건을 계기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결혼이주여성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두 살배기 아들이 울면서 도망치는데도 남편이 아내를 계속해서 폭행하는 동영상은 경악스러웠다. 이번 사건은 시각적 충격이 워낙 강해 공분이 빠르게 확산됐지만, 사실 결혼이주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7년 조사 결과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한다. 언어적 폭력은 80%, 신체적 폭력 위협은 38%였다.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응답도 28%였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경남 양산에서 50대 남성이 부부싸움을 하던 중 필리핀 아내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남편의 폭력 때문에 숨진 이주여성은 21명에 이른다. 이번 사건은 말로는 다문화사회, 포용사회를 내세우면서 여전히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후진적인 법·제도와 차별적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표출시켰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항서 열풍으로 어느 때보다 한국에 우호적이던 베트남 국민의 실망과 분노도 안타깝다. 정부가 사태 수습과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민갑룡 경찰청장이 방한 중인 베트남 공안부 장관에게 깊은 유감을 전달했고,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 위로했다. 여가부는 그제 외교부, 법무부, 행안부, 경찰청 등과 범정부 차원의 이주여성 인권보호 대책 회의를 열기도 했다. 가정폭력은 속성상 타인이 알기 어렵다. 언어가 다르고, 사회적 관계망이 부족한 이주여성의 가정폭력은 외부에서 파악하기가 더욱 어렵다. 이주여성이 처한 이중삼중의 약자적 지위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는 것조차 망설이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이주여성이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남편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체류 자격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주여성에게 불리한 법과 제도가 꾸준히 개선돼 왔다지만 아직도 이주여성이 체류 자격을 인정받는 데 배우자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이혼 시 이주여성에 귀책사유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연장 허가를 못 받으니 체념하고 견디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런 상황에서 그제 나온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크다. 한국인 남편과 이혼한 베트남 여성 A씨가 서울남부출입국관리소장을 상대로 낸 체류 기간 연장 소송에서 A씨가 패소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원심은 이혼 귀책사유가 100% 한국인 배우자에게 있는 경우에만 체류 자격이 인정된다며 A씨의 체류 자격을 불허했다. 또 A씨에게 이혼 귀책사유가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국인 배우자의 이혼 책임이 크면 체류 연장이 가능하고, 이혼 귀책사유가 A씨에게 있다는 점을 출입국 당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체류 자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감내해 온 이주여성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뜻깊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주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과 다양한 지원책들이 활발히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결혼이주여성이 13만명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안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인식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편견과 차별 없이 대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온라인에서 퍼지는 베트남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는 우려스럽다. “남편과 이혼한 뒤 아이 양육권을 갖고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살고 싶다. 베트남에 있는 엄마를 한국에 초청하고 싶다”는 베트남 현지 언론 인터뷰가 공개되자 “한국 국적을 얻으려 일부러 가정폭력을 유발하고, 증거를 남긴 것 아니냐”는 추측성 비난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국 국적 취득을 반대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국인 남편의 전 부인이 제기한 불륜설까지 사실인 양 확산하면서 인신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샌드백처럼’ 아내를 때리는 반문명적 폭행은 용납될 수 없다. 결혼이주여성의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비본질적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무책임한 행위는 사회적 폭력이나 다름없다. 법과 제도가 개선돼도 구성원의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성숙하고 포용적인 사회는 요원하다. coral@seoul.co.kr
  • 20세 인도여성, 맨발로 목욕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이유

    20세 인도여성, 맨발로 목욕하지 않는 삶을 선택한 이유

    자이나교 청년들, 세상을 포기… 수도승 생활 선택 늘어인도 자이나교에 속한 청년 수백명은 물질 세계를 비판하며 항상 맨발로 걷고, 자선 의연품으로 받은 것만 먹으며, 목욕을 절대 하지 않거나 현대 기술을 쓰지 않는 승려가 되고자 합니다. 이들이 왜 그렇게 할까요. 영국 공영방송 BBC가 7일(현지시간) 심층보도한 내용을 살펴봅니다. “나는 다시는 딸을 안을 수 없어요.” 인드라바단 싱히가 잠긴 목소리로 말합니다. 그는 말하는 동안 감정이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나는 다시는 그애의 눈을 마주칠 수 없어요.” 체념한 듯, 그는 딸이 세상을 포기하고 여자 승려 생활에 들어가는 것을 축하하고자 황금과 핑크 술로 거실을 장식하는 친구들과 가족을 봅니다. 이런 의식을 하기 수일 전에는 이 가족은 딸이 즐길 수 있는 것을 하면서 돌아다니며 ‘마지막 날들’을 같이 보냈습니다. 그동안 공원에서 크리켓을 하고, 음악을 듣고, 딸이 좋아하는 식당에서 외식도 하였습니다. 이런 것을 그녀는 다시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20세가 된 드루비는 비구니가 되면서 다시는 “엄마, 아빠”라고 부르지 못할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숱을 뽑고, 항상 맨발로 걷고, 의연품으로 받은 것만 먹을 것입니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목욕도 하지 않고, 선풍기를 틀고 않고, 휴대폰으로 결코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싱히는 고대 자이나교 단체 소속입니다. 종교적으로 450만명 전후의 신도를 둔 비교적 소수입니다. 독실한 자이나교도들은 수도승의 영적 안내 하에서 종교적 교리를 따릅니다. 이러한 영적 안내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하며, 언제 먹어야 하는지 등의 일상을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부모인 인드라바단 싱히와 부인은 지난 5년동안 찢어진 청바지 입기를 좋아하고, 인도 아이돌쇼의 리얼리티 가수경연에 나가 우승을 꿈꾸는 외동딸이 점점 더 종교적이고, 내향적으로 변하는 과정을을 지켜봤습니다. 자이나교의 세상포기 의식인 딕샤를 수행함으로서 드루비는 그녀가 알던 생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혼자가 아닙니다. 자이나교 젊은이 수백명이 같은 길을 걷습니다. 그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뭄바이대학교에서 자이나교 철학을 가르치는 비핀 도시 박사는 “수년 전에는 한해에 많아야 10~15번의 딕샤가 있었습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도시 박사는 지난해 그 숫자가 250번에 이르렀고, 올해에는 약 400번에 달할것 같다고 이야기 합니다. 자이나교 지도자들은 이런 증가가 세가지 이유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현대 세계에서 압박을 받는 젊은이들의 각성 증가, 종교적 아이디어를 더 쉽게 전파하는 현대 기술, 청년들이 수도승 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종교적 피정(避靜)을 허용하는 상부구조를 이유로 분석합니다. #현대 생활의 압박 ‘초연결’ 세계의 경제적·사회적 스트레스가 이런 현상의 원인이 된다고 도시 박사는 진단합니다. “지금 뉴욕에서 발생하는 것이나 유럽에서 일어나는 것을 여러분도 동시에 봅니다. 이전에는 우리의 경쟁은 우리가 머무르는 거리로 제한되었습니다. 지금은 전세계와 경쟁합니다.” “일단 여러분이 딕샤, 즉 세상을 포기하면, 정신적 수준, 사회적 위치, 종교적 위치가 고양되면 가장 부자일지라도 내려와 당신에게 고개 숙입니다.”고 그가 말합니다. 지난달 딕샤를 행한 물리치료사 푸자 비나키야는 그녀의 생활이 비구니가 된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그녀의 일상이 가족 친구 아름다움 경력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찼지만, 지금은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여기는 우리는 영혼, 영혼, 영혼에 관해서만 생각합니다.”고 그녀는 평온하게 말합니다.#소셜미디어 구루 딕샤를 수행하기 수일 전에 드루비아는 그의 스승이 “나의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스승은 나의 세계입니다. 스승님이 말씀하시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이전에는 금욕주의자들은 훨씬 더 내향적이었고, 자신의 정화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도시 박사는 지금은 금욕주의자들이 더 많이 개입하고, 특히 젊은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려고 한다고 바뀐 분위기를 전합니다. “그들은 좋은 설교자이며, 젊은이들에게 길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끌리는 거죠.” 약 10년 전, 자이나교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로 쓰인 문헌에 의존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종교적 문헌은 많은 다수의 언어 특히 영어로 제공됩니다. “자이나교에 관한 스토리는 짧은 영화로 만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됩니다.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짧은 이야기를 1분이나 2분만에 보는 것은 실제로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도시 박사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런 동영상들은 영광스럽게 세상을 포기하고, 심지어 때때로 수도승을 슈퍼히어로 묘사합니다. 이런 잘 만들어진 동영상은 대개 왓츠앱을 통해서 돌아다닙니다. 자이나교 수도승인 무니 진바트살야 비제이 마하라즈사헤브는 과거 수년동안 자이나교 NGO가 만든 영화가 젊은이들이 종교에 접근하는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고 말합니다. 그 자신도 수백만뷰의 유튜브 동영상 몇편을 발행했습니다. “만약 젊은이들에게 다가서고 싶다면 그들을 여기로 데려올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더 쉽습니다. 유튜브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어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출가 생활 드루비는 5년전 48일간 출가 생활을 한 웁?에 대해 “내가 수도승 생활을 고려하게 한 불꽃”이었다고 말합니다. 피정하는 동안 스승의 안내로 신발도 전기도 목욕도 없는 정식 자이나교 수도승 생활을 경험합니다. 대다수 초심자들은 힘든 출가생활을 수도승이 되고자 마음먹는 순간으로 들먹입니다. 출가생활을 하는 동안 스승은 그들에게 “슬품으로 가득찬” 세상을 포기하도록 권유합니다. 그러나 이런 출가는 하루 밤에 수행되지 않습니다. 뭄바이에서 딕샤를 조직한 히테시 모타는 대다수 참석자들은 일련의 짧은 출가 과정을 겪어 “천천히 그래, 나도 다음에는 더 길게 생활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고 그 과정을 소개합니다. “수도승 생활의 공포, 모든 것을 포기하는 공포를 알지요.그 공포가 출가 생활을 하는 동안 없어집니다. 이것이 첫 걸음이고, 수도승이 되게 하는 일종 수련회입니다.” 지난달 서부도시 니식에서는 반짝이는 의상을 걸친 600명을 실어나르는 축하 마차행렬로 출가가 끝났습니다. 대다수가 25세 이하였으며, 이들 가운데 수백명이 딕샤 수행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됩니다. 이들 가운데 12살짜리 헷 도시도 있습니다. 총명한 학생이자 스케이트 챔피언인 헷은 스케이트 대회 3개와 학교를 몇주간 빼먹고 이 출가에 참석했습니다. 그의 발은 물집이 불어 터졌고, 종기가 덕지덕지했으며 몸무게는 18kg이 빠졌습니다. 그러나 헷은 그의 가슴에 불꽃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제 스승님은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는 자신이 말하는 것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말합니다. “저는 이 물질 세계의 어떤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의 업보와 죄악에서 해탈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딕샤를 겪고자합니다. 스승님은 제가 더 늦기 전에 조만간 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15살이 되기 전에 딕샤를 하려 합니다.” 그의 부모는 그를 대견하게 바라봅니다. 그러나 세상을 포기하려는 어린이들의 열정에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드루비는 부모님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엄청나게 열심히 일합니다. “제가 말씀드렸을 때 우리 가족은 매우 낙담했습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강하게 빨리 밀어붙이면 스승과의 여행하는 자유가 위험해질 것을 의식해 2년동안 전략적으로 딕샤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의 반대에 점점 지쳐갔지만, 두려움은 가까이 있습니다. 드루비의 포기 의식을 하는 날 아침, 아버지는 딸이 수도승복의 입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껴안았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엔 슬픔이 새겨졌습니다. 아버지가 말합니다. “이 모든 의식은 별개야. 2년이 지나서 돌아서 어떻게 됐는지 보자구나.”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성훈 빚 고백 “‘신기생뎐’ 이후 잘 안 풀려”

    성훈 빚 고백 “‘신기생뎐’ 이후 잘 안 풀려”

    배우 성훈이 ‘한밤’에 출연한다. 18일 SBS 예능프로그램 ‘본격연예 한밤’ 측은 본 방송에 앞서 성훈의 스틸을 공개했다. 성훈은 최근 화보 촬영 현장에서 ‘한밤’ 제작진을 만났다. 화보면 화보, 드라마면 드라마, 먹방이면 먹방, 어느 분야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한 성훈. 자신의 몸매를 보고 감탄하는 ‘한밤’의 큐레이터를 향해 그는 두 달 동안 운동을 안 한 몸매라며, 뒤이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한 마디를 남겼다. 점심시간, 남은 촬영 일정으로 인해 식사를 할 수 없던 그는 남은 의상의 사이즈를 직접 확인해보는 등 식사를 하기 위해 강한 집념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체념을 하는가 싶더니, 스태프가 음식을 가져다주자 눌러놨던 먹방 본능을 깨운 그가 한밤 카메라 앞에서 화려한 먹방을 선보였다고 전해져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평소 식사량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그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배가 부른 상태였다고 한다. 먹성으로 인해 회사 대표로부터 욕을 먹은 적도 많다는 성훈은 거침없는 입담을 자랑하며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드라마 ‘신기생뎐’ 이후, 연기자의 삶이 잘 풀리지 않았다는 그는 빚이 생긴 후,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연기를 그만두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빚을 많이 갚았다고 얘기한 성훈은 최근 해외 팬미팅들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대세 스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노래를 불러 달라는 요청에 성훈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두 곡을 연달아 부르며 노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시키면 다 해주는’ 털털한 매력을 뽐낸 그는 “먹고살려면 해야 되더라”라려 유쾌함까지 보여줬다. 한편, SBS ‘본격연예 한밤’은 18일 오후 8시 55분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취존생활’ 아이즈원 권은비 “먹는 것 너무 좋아해” 고민 토로

    ‘취존생활’ 아이즈원 권은비 “먹는 것 너무 좋아해” 고민 토로

    아이즈원 리더 권은비의 귀여운 고민이 공개된다. 오는 4일 방송되는 JTBC ‘취향존중 리얼라이프–취존생활(이하 ‘취존생활’)에서 권은비는 이시영의 일상 속 엄청난 식사량에 감탄하며, 몸매관리 비법에 대해 궁금증을 내비쳤다. 최근 진행된 ‘취존 생활’ 녹화에서 이시영은 “사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운동을 더 하게 된다”며 대식가의 애환을 토로했다. 이에 권은비 역시 폭풍 공감하면서도 “이시영의 운동량은 따라잡지 못할 것 같다”라는 체념의 눈길을 흘리며 군침만 삼켰다. 또한 권은비는 이어 나온 음식 장면에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아쉬움 가득한 표정 변화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취미 유목민’으로 불리던 채정안이 드디어 첫 동호회에 출격했다. 지인의 추천으로 사진 동호회에 가입한 채정안은 설레는 마음으로 나간 첫 모임에서부터 러브라인을 조성하여 기대감을 모았다. 특히 첫 출사에 나선 채정안은 동호회 회원들의 인생 사진을 남겨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섰지만, 시작부터 난항을 겪어 여기저기 탄식의 소리가 쏟아졌다는 후문. 한편, JTBC ‘취존생활’은 4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봄밤’ 정해인, 한지민 만나며 다시 느끼는 사랑의 감정 ‘안정적 연기’

    ‘봄밤’ 정해인, 한지민 만나며 다시 느끼는 사랑의 감정 ‘안정적 연기’

    배우 정해인이 ‘봄밤’을 통해 캐릭터 변신에 성공했다. 어색함 없이 작품에 녹아들었다. 22일 첫 방송된 MBC 새 수목극 ‘봄밤’에서 정해인은 강직하고 따뜻한 약사이자 대학 때 만난 여자친구와의 사이에 생긴 아들을 홀로 키우는 싱글대디 유지호로 등장했다. 그는 아들 하이안(유은우)을 홀로 책임지게 된 후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한 채 체념하며 살아왔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약국에서 처음 만난 한지민(이정인)을 통해 감정의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며 멜로의 서막을 알렸다. 처음 한지민을 만났을 때는 아이가 있는 자신의 상황들 때문에 주저했지만, 한지민과 우연히 계속 마주치며 정해인은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첫 방송부터 정해인은 잔잔한 말투, 움직임이 크지 않은 행동 등 정적일 수밖에 없는 유지호의 상황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안정적인 감정연기로 한지민에게 점차 빠져가는 캐릭터의 심리를 차곡차곡 쌓았다. 정해인은 ‘봄밤’에서 결이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낳았다. 전작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속 재치 발랄했던 연하남의 이미지를 벗고 묵직하면서도 책임감 강한 어른 남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전까지 절제했던 감정이 한지민을 통해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며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MBC 새 수목드라마 ‘봄밤’은 23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In&Out] 대만은 어떻게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인정 국가가 됐나/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In&Out] 대만은 어떻게 아시아 최초 동성결혼 인정 국가가 됐나/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동성결혼이 인정된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대만이다. 2017년 5월 24일 대만 최고법원은 동성혼인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규정이 국민의 혼인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입법원(국회)이 이를 법제화해야 하고, 2년 내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동성 간 혼인신고가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만 입법원은 지난 17일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성소수자 정책과 관련해 대만이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 나가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대만의 정치, 종교, 사회문화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겠지만, 대만의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들은 교육의 영향을 중요하게 꼽았다. 대만은 2004년 성평등교육법을 제정했다. 그 배경에는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남학생이 학교에서 숨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경각심을 느낀 대만 사회가 성평등교육법을 제정해 초·중·고교에서 성평등교육을 실시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2001년 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서울, 경기 등의 학생인권조례는 교육 영역에서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후적, 소극적 구제라는 한계가 있는 데다 그마저도 현장에 제대로 홍보되지 않은 까닭이다. 기본적으로 성소수자를 포용하는 교육 정책 자체가 부재하고, 교과 과정이나 교사 연수교육 등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2014년 인권위의 연구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98%가 학교에서 교사나 다른 학생으로부터 혐오 표현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다른 학생으로부터 괴롭힘을 경험한 학생도 전체의 54%나 됐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은 자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게 두려워서 괴롭힘을 당해도 교사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별과 괴롭힘을 경험한 학생들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학습 의욕 저하, 자해나 자살 시도가 뒤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은 접촉 빈도와 반비례한다. 성소수자 집단은 비가시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학교, 직장에서 당신의 동료가 성소수자여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적대적이고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든 학생에게 안전하고 평등해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조차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혐오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별 고정관념이 강한 사회일수록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강하다. 학교가 소수자에 대한 일상적인 불평등과 체념을 심어주는 곳이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자존감과 포용심을 길러줄 수 있도록 인권을 기반으로 한 성평등 교육 정책이 시급히 필요한 이유다.
  • [서울광장] 로스쿨 캐슬, 그 무시무시한 경고/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로스쿨 캐슬, 그 무시무시한 경고/황수정 논설위원

    올해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 10년인데 너무 조용하다. 묘한 침묵 사이로 고약한 통계들이 불거진다. 올해 서울대 로스쿨 신입생 10명 중 9명(93.4%)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출신. 지방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정말 고약하다. 머리카락도 들키고 싶지 않았을 로스쿨의 현실이 커밍아웃되는 중이다. 10년 전 장밋빛 깃발을 높이 들었던 사람들, 다 어디 가 있나. 왜 지금은 일언반구도 없는지 그 사정 알 만하다. 온갖 우려와 잡음을 뚫고 로스쿨은 출발했다. 다양한 배경과 전문 지식의 법률인을 양성해 법조 카르텔을 부수자는 취지가 핵심이었다. 앞서 나온 수치는 그러니 심각하다. 스카이 학부 출신들이 스카이 로스쿨에 직행하고, 스카이 로스쿨생들이 변호사시험(변시)에 거의 고스란히 합격하는 ‘로스쿨 공식’만 공고해졌다. 스카이 캐슬의 장벽은 대놓고 높아졌다. 스카이 학교별, 변시 기수별 카르텔은 시간문제다. 여러모로 허약한 로스쿨이 사시와의 경쟁에서 완패할세라, 그저 존치만 해달라 매달리던 사시를 완전히 폐지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변시 합격률이 이 와중에 문제다. 첫 시험 때 무려 87.15%였던 합격률이 올해 시험에서는 50.78%로 떨어졌다. 누적 응시생들로 합격률이 해마다 떨어지니 로스쿨생들은 합격률을 크게 더 늘려 ‘변시 낭인’ 만들지 말라고 읍소한다. 변시를 운전면허처럼 자격시험으로 하자고 한다. 속칭 ‘오탈자’(5회 제한에 걸려 응시 기회가 박탈된 로스쿨 졸업생)가 없도록 일정 점수를 넘기면 전부 변호사 자격증을 달라는 것이다. 세간의 시선은 따갑다. “대한민국 어느 자격증의 경쟁률이 2대1이냐. 그것도 높다고 떼를 쓰느냐”고 쏘아붙인다. 로스쿨 청춘들에게 보내는 시선에는 연민이 섞이지 않는다. 3년에 1억원인 학비만으로도 보통의 서민들에게는 먹지 못하는 신포도인 지 오래다. 부모 경제력을 등에 업은 ‘금수저 리그’ 깊숙이 들어가 있다. 사교육에 의존해야 변시에 합격하는 것은 공공연한 현실이다. ‘아버지 기량’이 뛰어나면 대형 로펌들이 서로 모셔 간다는 업계 뒷말은 여전히 정설처럼 통한다. 질시와 반감이 범벅된 복합감정의 결정체. 태생적 배경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10년째 수그러들지 않는다. 항거불능, 체념 단계에 들어갔을 뿐이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부처 국장급 이상 ‘파워 엘리트’ 가운데 64.2%가 스카이 출신이다. 지난주 한 진보 신문의 분석자료가 그렇다. 박근혜 정부 초기(50.5%)보다 스카이 쏠림현상은 문재인 정부에서 심해졌다. 학벌주의는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는 신랄한 방증. “강남 우파가 해먹든 강남 좌파가 해먹든 학벌 엘리트들이 한국 사회를 요리한다”던 입바른 어느 진보 지식인의 말은 맞아떨어졌다. 정부 엘리트의 학벌에 신경이 곤두서는 현실을 살고 있다. 미래에 정치 엘리트가 될 SKY 재학생의 절반은 이미 고소득층 자녀로 채워졌다. 지난해 장학금 신청자 중 소득 9·10분위의 고소득층 자녀는 46%였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등 스펙을 따지는 입학전형이 늘면서 가속화했을 현상이다. 먹고살기들 바빠서 귓등으로 흘리지만, 실은 정말 무서운 이야기다. “부모 잘 만나 깜깜이 학종으로 대학 가서, 깜깜이 로스쿨로 법조인이 되는 세상.” 능력주의 논리에 가려져 불평등 요소들이 묵살된 채 굴러가는 현실을 이렇게들 자조한다. 출발선이 기울어진 능력주의 사회는 위험천만하다. 그 징후는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최근 개각 과정에서 몇 번이나 감지했다. 장관 후보자 아들의 호화 유학, 수십억 주식 투자와 부동산 증식에 청와대 인선 책임자들은 “뭐가 문제냐”고 되물었다. 50억원 재산가인 인사 책임자는 자신이 기득권이라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는데, 그에게 서민 감수성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서민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진보 엘리트 재력가들이 왜 서구에서 ‘리무진 리버럴’(limousine liberal)이라 그토록 꼬집혔는지 알 만하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 판단할 수 없는 ‘가용성 편향’ 이론이 우리 엘리트들에게만 비켜갈 리 없다. 변시 낭인보다 무서운 것은 사회 엘리트 집단을 향한 총체적 불신이다. 많은 사람이 착각해서 단념한 진실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시 폐지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 사시 부활이 위헌이라고 하지 않았다. 뭐든 어디든 크게 치열하게 손을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이 10년 전 로스쿨 도입의 일선에 있었다. 함께 답을 해야 할 순간이다. sjh@seoul.co.kr
  • [글로벌 In&Out] 최악의 한일 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최악의 한일 관계, 어떻게 할 것인가/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4월 한미 정상회담을 놓고 한국과 일본의 입장이 갈라졌다. 북미를 중개하려는 노력에 회의적인 기류가 한국에 있었지만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은 한결같았다. 일본에서는 한국의 중개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공할 리 없다는 비관론을 넘어 성공해서는 안 된다는 논조마저 있었다. 본래라면 비핵화 실현에 협력해야 하는 한일이 서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오는 6월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일관계는 바닥을 치기는커녕 바닥 없는 늪에 빠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일 관계를 어떻게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요즘은 체념한 듯한 분위기다. 아무도 ‘불 속의 밤’을 줍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과 아베 신조 정권의 궁합이 문제지, 양국에서 정권 교체만 되면 관계가 좋아질 거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한일 관계는 어쩌다가 악화된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구조적이다. 한마디로 ‘비대칭적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대칭적 상호경쟁적 관계’로 변화했는데도 그 변화에 맞게끔 한일이 잘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냉전기 한일은 질적·양적으로 비대칭적 존재였다. 냉전 종식이후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민주화에 따라 한일은 대칭적 관계가 됐다. 한일이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서 상대적 우위를 찾아 경쟁하는 관계로 바뀐 것이다. 게다가 같은 방향을 놓고 겨루기보다는 다른 방향을 향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방해하는 관계가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관계에 대한 대응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다소 긴장관계에 있는 미중 관계 속에서 미일 동맹 강화로 중국의 대국화에 대응한다. 한국은 그다지 긴장관계에 있지 않은 미중 관계를 전제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위해 미중의 협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방향성이 다르다. 한국은 북한에 어느 정도 양보해서라도 북한을 비핵화 프로젝트에 끌어들이고 미중 등 여러 나라의 관여를 확보하려 한다. 반면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인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조차 비판적이다. 그 근저에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완전하고, 최종적인 해결’이라는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한국은 역사와 안보는 별개라는 투트랙을 말하지만, 일본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냉전체제에서 자유주의 진영이나 미국과의 동맹관계 공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한일이 이런 외적 제약이 약화하면서 협력의 유지·관리가 어려워졌다. 잠복했던 갈등이 가시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은 불가피한 일인가. 서로 외교 전략에 차이는 있지만,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중일은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미중 간 긴장이 격화돼 지역 평화가 위협받는 것이 최악이다. 미중의 패권이 강해지고, 한일의 발언력이 억제돼 버리는 것이 차악(次惡)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한일은 이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다. 대립하는 이웃이 아니라 ‘보통 이웃국가’로서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내버려두면 저절로 협력관계가 형성된다는 환상을 버리고 이해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보통 이웃나라로서 어떤 관계를 구축하면 국익에 보탬이 될지, 어떻게 하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대의 협조를 받을지를 생각하는 외교를 구상해야 한다. 한일에 식민지 지배·피지배의 과거가 있지만, 1965년 이후 협력해 상호이익을 누려 왔다는 역사적 경험은 중요하다. 나를 위해 얼마나 상대가 필요한가, 그 냉철한 계산을 바탕에 둔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화하는 한일 정부는 이제 그 경험을 꺼내 서로 껴안을 때가 아닌가.
  • [박록삼의 시시콜콜] WTO 1심 패소, ‘짜고 친 고스톱’(?)

    [박록삼의 시시콜콜] WTO 1심 패소, ‘짜고 친 고스톱’(?)

    12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에서 타전된 ‘역전 승소’ 소식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WTO 위생·식물위생(SPS) 협정 분쟁에서 1심 판정을 뒤집은 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던 대다수 시민들은 사실상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이 불가피하다고 체념하고 있던 차였다. 그간 크고작은 외교적 실수를 노출시켰던 문재인 정부에서 모처럼 전한 ‘외교 쾌거’라는 찬사도 쏟아졌다. 외교적 쾌거 뒤 다시 부각된 과거 정부 민낯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전세계에 충격과 공포를 안겼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공포는 여러 ‘괴담’으로 떠돌았다. 세 마리가 붙어서 한 몸에 있는 개구리, 눈세포가 부풀어 오른 아기 고양이, 귀 없는 토끼, 얼굴 형체를 알 수 없는 소,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서 자라는 토마토와 해바라기 등 후쿠시마 주변의 기형적 동식물 사진이 시중에 떠돌면서 괴담은 현실 속 공포가 됐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이 있는 국내의 공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농수산물은 물론, 화장품, 분유, 기저귀, 장난감, 과자 등까지 일본산이라면 아예 기피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하지만 당시 이명박 정부의 대처는 달랐다. ‘방사능 괴담’을 잠재우기 바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괴담 유포자를 처벌하겠다”고 하는가하면, 전문가를 앞세워 방송 등 언론을 통해 “편서풍 덕분에 우리는 피해 없다”고 장담하기만 했다. 또 방사능 영향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발견된 방사능 측정치도 기준치 이하의 미량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그 덕인지 방사능 오염의 찜찜함이야 가실 수 없겠지만 일본산에 대한 집단적 기피 현상은 사그러들었다. 예컨대 생태의 97%가 일본산임에도 전날 숙취에 시달린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로 생태탕이 여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데서도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는 사고 발생 후 2년이 지난 2013년 9월 9일에서야 후쿠시마현 및 8개현의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는 특별조치를 시행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고, 여전히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해서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는 뒤늦은 고백으로 집단 공포가 다시 일면서다. 수입 금지하자마자 “곧 해제, 법적 근거 부족” 운운한 외교부 하지만 일본은 집요했고 한국 정부는 무력했다. 또 의아하기 짝이 없는 입장만 연신 반복했다. 특별조치를 시행한 지 보름 남짓만인 2013년 9월 26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기시다 외무상에게 “방사능 오염수 문제로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염려가 한국에 확산되어 수산물 매출이 감소한 점과 관련해 어쩔 수 없이 취한 예방적이고 잠정적인 조치며 국민의 불안이 해소되면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2015년 1월에는 외교부 당국자가 “올해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므로 부담되는 사항을 빨리 털자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라면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는 법적 근거가 약한 조치이기 때문에 해제하는 방향으로 한일간 의견을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발끈했지만, 행동이 아닌 그냥 말에 불과했으므로 비판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조성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는 향후 ‘뭔가‘를 진행하기 위한 일종의 분위기 확인용 발언이었다. 소극적 불성실 대응으로 패소 자처한 한국 정부 그해 5월 일본 정부는 한국의 후쿠시마 등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가 부당하므로 “조기 철폐를 요구한다”며 한국 정부를 WTO에 제소했다. 한국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거나 불성실했다. 일본이 제소하기 한 해 전 박근혜 정부는 일본의 방사능 누출 위험과 관련해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위원회’를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하려 했지만, 두 차례의 현지조사에서 수산물 샘플 7건 가량을 채취하는 데 그쳤다. 당초 조사 예정이었던 후쿠시마 해저토와 심층수에 대한 조사는 일본의 요청대로 제외시켰다. 또 2015년 이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위원회 활동을 아예 중단시켰다. WTO 1심 패소는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해 2월 WTO는 1심 판결에서 “한국 정부가 왜 후쿠시마 수산물 위험보고서 작성 최종 절차를 중단했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안전 위험성 지속적 재평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판결 근거로 사용됐다. 1심 판결의 핵심 패소 원인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먹거리 안전에 대해서는 지극히 소극적이었지만, 일본과는 꽤 호흡이 잘 맞았다. 과거 정부의 소극적이고 불성실한 태도는 ‘수입금지를 해제해주기 위해 일본과 짜고 친 고스톱 아니냐’는 음모론적 비판이 나오는 주된 배경이다. 의문스러웠던 소극적 대응을 해명하지 못한다면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역사의 기록에 또 하나의 적폐가 더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수입 농수산물 방사능 검출 여부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어쨌든 다행스럽게 후쿠시마산 생태, 고등어가 우리 밥상 위에 오를 것이라는 걱정은 당분간 접어둘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방사능 기준치 이하면 일본산 농수산물이 제한 없이 유통, 판매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역명 표기 없는 일본산 수산물은 계속 들어오고 있으며, 원산지 허위 표기에 대한 우려 또한 여전히 남아 있다.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미량의 방사능이라도 검출된다면 유통, 판매를 금지하는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국가에 있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더 앞서는 가치는 없다.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 美원폭에 日 항복했지만… 광복 직전 ‘독립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美원폭에 日 항복했지만… 광복 직전 ‘독립작전’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은 오늘 정오를 기해 미국에 항복한다.” 1945년 8월 15일 일왕 히로히토(1901~1989)가 떨리는 목소리로 종전을 선언했다. 광복을 기뻐하는 국민의 만세 소리가 거리에 가득했다. 그러나 이날 저녁 중국군으로부터 일본의 항복 소식을 전해 들은 김구(1876~1949)는 크게 낙담했다. 그는 회고록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본의 항복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일이었다.” ●일본 항복 받아낸 미국의 ‘리틀보이’ 이날 히로히토가 발표한 종전 방송은 “짐은 제국정부(일본)로 하여금 미·영·소·중 4국에 대해 공동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하게 했다”로 시작한다. 히로히토가 말한 ‘공동선언’이란 1945년 7월 26일 발표한 독일 포츠담 선언을 가리킨다. 연합군이 일본에 항복을 권고한 이 선언에는 전후 일본 처리 문제 등이 담겼다.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은 이미 연합군에 항복했다. 포츠담 선언 당시 일본은 혼자서 연합군과 싸우고 있었다. 사실상 승패는 정해져 있었다. 일본이 항복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을 뿐이다. 결국 미국은 일본 도심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코드명 ‘리틀보이’가, 9일 나가사키에 ‘팻맨’이 투하됐다. 10일 일본은 스위스에 있던 국제연맹(유엔의 전신) 본부에 포츠담 선언 수락 의사를 전달했다. 일본이 항복한 직접적 이유는 원자폭탄이라고 할 수 있다. 히로히토가 발표한 종전 방송에도 “적국은 잔학한 원자폭탄을 사용해 수많은 국민들을 살상하고 있다. 그 참상의 범위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이상 교전을 계속한다면 결국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하고 인류의 문명까지 파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폭탄의 위력을 짐작할 만한 구절이다. 민중운동가 함석헌(1901~1989)은 원자폭탄 투하 뒤 찾아온 광복에 대해 “도둑같이 뜻밖에 왔다”고 했다. 그만큼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뉴라이트’ 계열의 일부 학자는 “우리의 광복은 미국의 원자탄 두 발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는 미국의 폭탄이 없었다면 나라를 되찾지 못했을까. ●독립단체 “광복 위한 결정적 시기 온다” 확신 1930년대 후반부터 국내외 독립운동 세력은 일제가 패망하고 한국이 독립하는 ‘결정적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느꼈다. 1941년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며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자 이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을 상대로 국외 무장운동 세력과 연합군이 한반도에 진격하고 동시에 국내에서도 폭동과 무장봉기에 나서면 충분히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32년 윤봉길(1908~ 1932)의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 의거 뒤 중국 각지를 떠돌다가 1940년 충칭에 터를 잡았다. 김구는 이때부터 한국광복군을 훈련시키며 국내에 진입할 준비를 했다. 광복군은 지청천(1888~1957)을 총사령관으로 1940년 9월 결성된 임정 최초의 정규군이다. 초기에는 장교 30여명으로 이뤄진 ‘사병 없는 부대’였다. 1942년 김원봉(1898~1958)이 조선의용대 300여명을 이끌고 합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광복군은 1945년 4월쯤 340여명, 같은 해 8월 700여명 정도였다. 아무리 많아도 1000명을 넘지는 않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일본군은 군속을 포함해 최대 750만명으로 추산된다. 임정이 일대일로 맞붙어 이길 상대가 아니었다. 일부 언론에서 “원자탄이 없었어도 김원봉 등 걸출한 혁명가들이 일본을 몰아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우리의 역량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다. 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수석 연구위원은 “광복군의 규모와 전투 능력을 아무리 높게 쳐도 일본을 몰아내기는 어려웠다. 광복군은 그저 항일투쟁의 상징적 존재였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일본군 750만… “광복군이 몰아내긴 힘들어” 그렇다고 임정이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체념에만 빠져 있었을까. 아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 지위를 확보해 우리 스스로 독립을 얻어내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1944년에는 버마(현 미얀마) 임팔전투에 참가해 1945년 7월 일본군이 패배해 철수할 때까지 영국군을 도왔다. 1945년 8월 중국에 있던 미국 정보기구 육군정보전략본부(OSS)에서 광복군 38명이 특수요원 훈련을 마치고 국내 잠입을 기다렸다. 미군과 함께 한반도 진공 작전도 추진했다. 역사소설 전문 이원규(72) 작가는 “일본이 일주일만 늦게 항복해 광복군이 한반도에서 독립전쟁을 수행했다면 대한민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43년 11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전후 일본 처리 문제를 두고 국제회담이 열렸다. 여기서 장제스(1887~1975) 중국 국민당정부 총통은 프랭클린 루스벨트(1882~1945)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1874~1965) 영국 총리의 반대를 물리치고 한국의 독립을 명문화했다. 김구 등 임정 수뇌부의 간절한 청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애초 한국은 카이로 회담의 논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장제스가 예외 조항까지 만들어 우리를 도왔다. 독립을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염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인도의 독립운동가로 훗날 총리가 되는 자와할랄 네루(1889~1964)는 한국을 “아시아 식민지 국가 가운데 열강에게 독립을 보장받은 유일한 나라”라고 부러워했다. 장 연구위원은 “미국이 원자폭탄을 투하하지 않았어도 일본은 소련의 참전 등으로 결국은 패했을 것이다. 어찌됐든 당시 한반도는 (임정의 다각적 노력 등이 맞물려) 광복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연합국 덕에 해방? 독립노력 폄하해선 안돼” 일부 학자들은 “연합국이 해방을 가져다줬다”고 말한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일제를 이길 힘이 없었고 국제사회도 임정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제패를 꿈꾸며 전 세계로 세를 넓혀 가던 강대국 일본을 우리 혼자 막지 못했다고 해서 독립을 위한 선조들의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연합국이 임정을 승인하지 않았던 것은 일본이 항복한 뒤 전리품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이기도 하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시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한시준(65)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해방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어느 나라보다도 오래 그리고 치열하게 일제와 싸웠다. 대한민국은 임정이 중심이 된 독립운동 세력의 길고 긴 투쟁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복 이후 우리를 기다린 것은 ‘한반도 분단’이었다. 당시 소련은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한 뒤 거침없이 한반도로 진격했다. 당시 미군은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어 한반도로 바로 들어오기 어려웠다. 결국 미국은 소련에 “북위 38도선을 경계로 한반도에 나눠 들어오자”고 제안했다. 당시 임시로 친 철조망이 지금까지도 한반도를 반으로 갈라놨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우리가 좀더 주도적으로 독립을 얻어냈다면 해방 이후 한반도 분단과 전쟁, 이념 갈등 등은 없었을 수도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구속, 수갑 찬 모습 포착 “망연자실”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 구속, 수갑 찬 모습 포착 “망연자실”

    ‘닥터 프리즈너’ 남궁민이 구속된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 이틀만에 시청률 15%를 돌파하며 압도적인 수목극 최강자로 우뚝 선 KBS 새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연출 황인혁, 송민엽, 극본 박계옥, 제작 지담)측이 오늘 밤 5회 방송을 앞두고 수갑을 차고 구속된 남궁민의 스틸컷을 공개해 충격을 안겼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나이제(남궁민 분)가 양손에 수갑을 찬 채 교도관과 사복형사의 손에 이끌려 교도소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넋이 나간 듯한 나이제의 망연자실한 표정이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절망적인 상황임을 암시하고 있는 가운데 그 곁을 스치듯 엇갈려가는 선민식(김병철 분)의 위풍당당한 실루엣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무엇보다 나이제의 구속 장면은 지금껏 그가 보여준 치밀한 두뇌플레이와 사이다 응징행보와 대비되며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앞서 지난 4회 방송에서 나이제는 선민식과 관련이 있는 하은병원에 외래환자를 몰아준 비리 정황이 담긴 자료로 선제 공격을 날렸다. 그러면서 나이제가 원한 것은 단지 의료과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를 신임 의료과장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뿐. 궁지에 몰린 선민식이 회식자리로 향하려던 찰나, 의료과장 후임자로 내정돼 있었던 최동훈(채동현 분)이 초췌한 얼굴로 나타나 자신이 납치당했음을 알렸다. 이에 역공의 실마리를 쥔 선민식이 “이재환이 교통사고, 자네가 계획한 거지?”라며 기습적인 질문을 하자 그대로 굳어버린 나이제와 승기를 잡은 선민식의 비릿한 웃음으로 엔딩을 맞았던 상황. 이제까지 이재환(박은석 분)이 타고 있던 호송차 사고를 기획한 것은 모이라(진희경 분)측이 꾸민 일로 알려져 있었는데, 어째서 선민식이 갑자기 나이제를 그 범인으로 지목한 것인지, 또 상춘파 보스 김상춘(강신일 분), 넘버 투 태춘호(장준녕 분)가 나이제와 협력관계임을 어떻게 눈치 챈 것인지 궁금증을 높였다. 무엇보다 신임 의료과장이 복역중인 조직폭력배와 결탁하고 범죄를 공모했다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면 나이제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타가 될 것으로 보여 오늘 밤 5회 방송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시청자들의 촉각을 곤두서게 만들고 있다. 한편, ‘닥터 프리즈너’가 CJ ENM 이 26일 발표한 3월 3주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296.2점으로 방송 첫 주부터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청률 고공행진에 이어 화제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방송에 대한 높은 관심과 인기를 입증했다.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사활을 건 수싸움을 펼쳐가는 신개념 감옥x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 5회는 오늘(27일) 밤 10시 KBS 2TV를 통해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양육거부 부모에게 4년간 404억 받아냈다

    양육거부 부모에게 4년간 404억 받아냈다

    권리 확보 하고도 10명 중 7명 못받아 관련법에 이행 강제성 없어 개선 필요 일각 정부 선지급·후구상권 청구 제시#1. A씨는 2012년 협의 이혼을 한 후 이혼한 전 배우자 B씨로부터 자녀 양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B씨가 미지급한 양육비는 총 2700만원. A씨는 참다못해 양육비이행관리원에 도움을 신청했다. 이후 B씨는 미지급 양육비 2700만원 중 1000만원을 준다고 약속했고 매월 70만원의 양육비도 지급하기로 했다. #2. C씨는 D씨와 교제하던 중 임신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왔던 만큼 C씨는 D씨에 이 사실을 알렸지만, 이후 D씨와의 연락이 끊겼다. 결국 C씨는 양육비를 지원받고자 이행 지원 서비스를 신청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D씨에게 과거 양육비 600만원과 장래 양육비 월 60만원을 청구했다. 재판 결과 C씨의 청구가 모두 인정됐다. 한국건강가정진흥원 내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지난 4년간 비양육부모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한부모 가족을 지원해 총 3722건, 404억원의 양육비를 돌려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양육비 상담부터 협의, 소송, 추심, 불이행 때 제재, 점검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양육비이행관리원의 이런 노력에도 A씨 사례처럼 양육비를 제대로 받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또 도움을 받더라도 C씨의 사례처럼 오랜 시간 법정 싸움을 거치곤 한다. 법적 구속력이 약해 비양육 부모가 ‘배째라식’으로 버티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해 2월 ‘양육비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양육비 채무자의 동의 없이도 소득과 재산 조회가 가능하 게 됐지만, 이행 강제성이 빠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기준 양육비를 받을 권리를 확보한 한부모 10명 중 7명이 아직도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의 요구에 따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고의로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명단을 공개하고 운전면허정지와 출국금지 등 제재를 강화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선 양육비를 지급하고, 비양육 부모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육비이행관리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인 한계가 있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보해도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는 강제적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양육비 이행 과정에서 체념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종잡을 수 없는 전개에도 “갓준상”

    ‘왜그래 풍상씨’ 유준상, 종잡을 수 없는 전개에도 “갓준상”

    KBS2 드라마 ‘왜그래 풍상씨’에서 이풍상 역으로 열연 중인 유준상이 종잡을 수 없는 전개에 힘을 보태며 ‘갓준상’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27일 방송한 ‘왜그래 풍상씨’ 29-30회에서는 간 이식 여부를 둘러싸고 풍상의 아내 간분실(신동미 분)과 동생 진상(오지호 분), 화상(이시영 분) 간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 와중에 풍상은 “나 때문에 싸울 거 없다”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풍상의 간암 투병 사실을 알게 된 분실은 자신을 위해 일부러 이혼까지 결심했던 풍상의 진심을 깨닫고 다시 풍상의 곁으로 돌아왔다. 풍상을 지켜주고 위로하는 것은 물론 진상과 화상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진상은 자신을 정신병원에 넣은 풍상에게 큰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고, 화상은 본인의 간을 이식받으려고 풍상과 정상이 함께 간 검사를 계획한 것으로 오해하여 간 이식을 계속해서 거절했다. 이에 풍상은 “동생들 키운 것도 어쩌면 날 위해, 내 마음 편하자고 한 게 아닌가 싶어”라며, 간 이식을 해주지 않는 동생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간이고 쓸개고 다 내 줄 거라던 풍상의 말과는 달리 각자의 이유로 간 이식을 해주지 않는 동생과, 그런 동생들을 이해하는 동생 바보 풍상, 동생들이 아닌 다른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는 분실 등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갓준상’의 진정성 넘치는 연기는 이풍상이라는 인물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며 ‘왜그래 풍상씨’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후반으로 치닫고 있는 ‘왜그래 풍상씨’가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BS 2TV ‘왜그래 풍상씨’는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단독] 온라인 성폭력 경찰 신고 9%뿐

    피해자 25% “아무 대처하지 않았다” 미신고 여성 31% “처벌 안 될 것 같아”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 스마트폰 앱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들이 성희롱·성폭력에 수시로 노출되지만 피해자 중 2~3명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응해 봤자 처벌받지 않을 것 같다”는 체념이 깔려 있다. 이 같은 내용은 17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온라인 성희롱·성폭력 및 여성혐오 실태조사’에 담겼다. 인권위 의뢰를 받은 한국방송학회 연구진이 온라인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을 경험했거나 목격한 20~40대 여성 6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조사한 결과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유형으로는 ▲성적 욕설 메시지 또는 원치 않는 음란물을 받거나 ▲원치 않는 성적 대화나 사적 만남을 강요받고 ▲특정 신체 사진을 전송받거나 성관계·성매매를 제안받는 행위 등이 있다. 직간접적 피해자 중 24.5%는 ‘(피해 이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해당 사이트·앱의 아이디를 새로 만들거나 한동안 이용하지 않았다’(38.5%·복수응답)거나 ‘해당 서비스를 탈퇴했다’(38.0%) 등 상황을 회피하는 수준의 소극 대처가 많았다. ‘상대방에게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다’(19.2%)거나 ‘여성가족부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상담·접수했다’(5.7%), ‘경찰에 신고했다’(9.0%) 등 적극 대응한 사례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성들은 사법당국을 불신했다. 피해 신고를 안 한 이유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31.3%)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대처 방법을 잘 몰라서’(24.5%), 신고나 처벌 절차가 번거로워서(17.0%) 순으로 답했다. 또 조사 응답자 중 37.7%는 온라인상 성희롱 또는 성폭력을 직접 경험했다고 답했고, 97.0%는 여성 혐오 표현을 봤다고 했다. 이번 조사가 성희롱·성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여성만 대상으로 진행했기에 전체 여성이 같은 비율로 피해받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여성 혐오 표현 등이 일상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여성 대부분이 겪는 온라인 성희롱·성폭력이나 혐오 표현 문제가 반복되면 온라인에서 여성 소외 현상이 커질 수 있어 정부의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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