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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톡톡 다시읽기] (54) 이기영 ‘고향’

    [고전톡톡 다시읽기] (54) 이기영 ‘고향’

    1930년대 조선의 농촌은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를 맞는다. 하지만 대공장, 철도, 전신은 ‘농민’을 ‘개명(開明)’하게 한 것이 아니라, 소작농과 임노동자로 전락시킨다. 이러한 계급분화와 함께 일본에서 건너온 ‘사회주의’는 3·1운동 이후 식어 버린 혁명의 열기를 다시금 점화시키고 있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기영의 ‘고향’(1933)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했다. ●계몽의 꿈은 스러지고 ‘원터’는 조선의 여느 마을과 다름없이 가난하다. 그곳의 농민들은 수백년간 대대로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 왔지만, 술지게미로 보릿고개를 연명하고, 한낮의 볕조차 피할 수 없는 움막에 살고 있다. 그곳으로 도쿄 유학을 마친 ‘김희준’이라는 청년이 귀향한다. 그는 ‘금융조합 서기나 면서기와 같이 돈냥 깨나 되는’ 직업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고토(苦土)에 진리의 경종을 울린다.”는 거창한 ‘계몽의 꿈’을 안고 돌아온 것이다 희준은 곧장 기미년 이후 놀이터로 전락해 버린 청년회를 재건하고, 노동야학을 세워 농민들에게 한글과 산수를 가르친다. 혹자는 별 소득도 없는 일에 힘을 쓰는 그를 “식자의 우환”이라며 비웃지만, 매사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희준은 곧 마을의 구심점이 된다. 심지어 인동과 같은 젊은 농군들은 ‘실천을 동반한 그의 이론’에 감화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나날이 몰락해 가는 집안과 조혼(早婚)으로 인한 아내와의 불화가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농민들은 여전히 ‘숙명적 인생관’이라는 묵은 사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임노동’의 확산으로 인해 굳건히 세워진 사람들 간의 ‘울타리’였다. 화폐 법칙이 지배함에 따라 두레, 쥐불놀이와 같은 공동체의 장은 사라져 갔고, 사람들은 자신의 잇속을 채우기에 급급했다. 콩 몇 포기에 생사를 오가는 싸움이 일어나고, 돈 몇 푼을 빌려 주지 않아 마을 사람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적 결핍’ 속에서 희준은 ‘계몽의 선각자’가 아니라 단지 ‘주의’가 다른 별난 사람이 되었고, 그의 행동은 ‘동정의 산물’로 치부되었다. 심지어 희준에게 가장 우호적이었던 김선달까지 청년회 일을 부잣집 자제들의 심심풀이라며 폄하해 버린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농민과의 거리를 실감하게 된 희준은 자신의 인텔리 근성을 자책함과 동시에 농민들의 무기력과 청년 회원들의 이기심을 탓하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계몽의 길’이었건만 그 길은 마침내 자신에게도, 타인들에게도 상처와 깊은 골만을 남긴 채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두레, ‘되라’에서 ‘되기’로 그 와중에 희준은 ‘두레’라는 재래의 풍속과 마주친다. 그동안 언제나 ‘제안하던’ 희준이 농번기로 인하여 청년회가 중단된 순간 거꾸로 두레를 ‘제안받은’ 것이다. 그러자 희준은 곧장 청년회와 야학 활동을 통해 형성된 인맥을 활용하여 두레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축제에 필요한 장구·징·꽹과리 등을 장만한다. 이 속에서 희준은 기존의 만남과는 전혀 다른 만남을 경험한다. 야학과 청년회에서 희준은 언제나 그 장을 주도하는 ‘선도자’였다. 하지만 두레에서 희준의 역할은 선도자가 아닌 만남을 조직하는 ‘매니저’가 되었다. 청춘남녀의 중신아비가 되어 주기도 하고, 숨은 재주꾼을 찾아내 두레라는 축제의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것이다. 그렇다고 대열을 이끄는 중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다쟁이에 불과했던 김선달은 상쇠잡이가 되어 신나게 풍물패를 이끌었고, 마을 최고의 얼뜨기 쇠득이는 신명 나는 춤으로 춤판을 주도한다. 악기를 든 이, 심지어 음식을 마련하는 이까지 앞을 다투어 두레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느닷없이 벌어진 흥겨운 축제는 삽시간에 서로의 울타리 속에 갇혀있던 이들을 화해하게 만든다. 희준 역시 그 속에서 ‘희생’과 ‘헌신’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사람들과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춘다. “두레가 난 뒤로 마을 사람들의 기분은 한껏 통일된다.” 그 결과 마을 사람들과 ‘인텔리’ 희준의 관계는 삽시간에 좁혀지고, 희준은 비로소 그들에게 자신이 품었던 꿈과 이념을 자연스레 토로할 수 있었다. 그제야 원터 사람들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두레를 통하여 희준과 농민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계몽의 ‘되라’에서, 변신의 ‘되기’로의 변화. 희준은 이제 농민을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농민들 속에서 그들과 어우러져 매순간 새롭게 변신하는 ‘살아 움직이는 인물’이 된다. ●일상, 축제, 그리고 혁명 두레를 통한 연대의 힘은 수해를 맞아 다시금 폭발한다. ‘소작료’를 두고 마름과 한판 ‘소작쟁의’가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굳건해 보였던 연대감은 먹을 것이 떨어지고, 변통할 돈이 사라지자 곧 깨어진다. 그러자 희준은 두레 때와 같이 인맥을 적극 활용하여 지주를 만나 소작료 협상에 나서는 한편 농민들과 마름을 설득하러 다닌다. 사심 없는 열정과 친화력에 촉발 받아서일까? 곧 소작쟁의를 포기할 듯 보였던 마을 사람들이 각자의 관계와 능력을 발휘하여 공동의 연합전선을 구축한다. 공장에 취업한 노동자들은 임금을 농민들에게 기꺼이 내놓고, 비교적 넉넉한 농민들은 분배받은 자신의 몫을 양보한다. 심지어 마름의 수족이었던 이까지 연락책이 되어 농민에게 힘을 보탠다. 결정적으로 지금은 어엿한 노동자가 된 마름 댁 딸 갑숙이가 철없는 시절 저지른 부적절한 ‘혼전 관계’를 희준에게 무기로 내놓는다. 이는 여전히 양반 행색을 하며 사는 자신의 아버지, 마름 안승학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이로써 길고 긴 소작쟁의는 농민들의 승리로 끝이 난다. 원터 사람들이 소작쟁의를 통해 얻은 것은 단지 소작료 감면만이 아니었다. 두레의 신명에 힘입어 소작쟁의에서 모든 사람들은 중심이자 배경이 되었다. 그 속에서 공동체적 유대감은 되살아났고, 서로가 서로를 변화시키는 경이로움을 체험한다. 일상과 축제, 그리고 투쟁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비로소 혁명은 이념도, 판타지도 아닌 ‘현실’이 된다. ‘고향’이 사회주의와 리얼리즘을 동시에 성취하는 혁명 소설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우준 수유+너머 연구원
  • “깜깜한 객석의 그 처절함… 무대만의 매력”

    “깜깜한 객석의 그 처절함… 무대만의 매력”

    연극계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국립극단 창단 멤버인 배우 백성희(86)씨와 장민호(87)씨가 다음달 자신들의 이름을 단 ‘백성희 장민호 극장’에서 개관작으로 공연되는 연극 ‘삼월의 눈’ 무대에 오른다. ●1시간 20분 연습내내 팔팔한 ‘팔순 청춘’ 연극 ‘삼월의 눈’ 은 극작가 배삼식과 국립극단 예술감독인 연출가 손진책이 최고령 현역인 두 선배를 위해 직접 쓰고 연출한 헌정 공연이다. 전통 한옥을 지키며 살아온 노부부의 하루를 애잔하게 그렸다. 주인공인 두 사람의 호흡이 관건이다. 이 작품을 연습 중인 백씨와 장씨는 팔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1시간 20분가량 이어지는 해당 연극에서 대부분 극을 이끌어 간다. 대사 한번 까먹는 법 없고, 발성도 젊은 배우 뺨치게 낭랑하다. 두 원로 배우는 공연 연습 과정에서 힘든 게 하나도 없단다. 백씨는 “평생 훈련된 상태로 살았는데 새삼스럽게 힘들 게 뭐가 있겠냐.”면서 “계속 해 왔던 걸 하는 건데, 대사 외우는 것도 상황에 놓이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부담스럽다는 생각은 지금까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장씨도 “무대에 같이 선 세월이 60년이다. 부부로 출연한 것만 20편 가까이 된다.”면서 “이번 무대에서는 ‘혈육이 무엇인가’ 하는 한국적 정서를 짙게 그려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백씨와 장씨는 20대 초반 연극 무대에 데뷔해 각각 400여편, 23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여든살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어 연극계의 ‘살아 있는 역사’로 통한다. ●“부부로 출연한 작품만 20편” 두 배우가 무대를 지켜온 원동력은 무엇일까. 장씨는 그 힘으로 깜깜한 객석을 꼽았다. 그는 “3시간짜리 공연에서 모든 걸 쏟아내고 커튼콜을 마친 뒤 분장을 지우고 무대로 돌아온다.”면서 “깜깜한 객석엔 아무도 없다. 그때의 처절함, 그런 매력을 다른 어디에서 맛보겠냐.”고 물었다. 백씨는 “60년간 무대에서 살았다. 완벽하게 극중 인물이 돼 나 자신은 사라져 버린 것”이라면서 “평생 연극을 한다는 건 자기 인생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데 그래도 좋다.”며 웃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돈이 뭔지 알고 개처럼 버는 겁니까?”

    “돈이 뭔지 알고 개처럼 버는 겁니까?”

    설날 뒤끝이다. 아이들이 가장 풍요롭게 흥청거리는 때다. 연 2조원에 이른다는 풍성한 세뱃돈이 세상에 돌아다니는 때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두둑한 주머니를 앞세워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PC방 등에서 게임머니를 구입한다. 부모들은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소비를 통한 잠시의 일탈을 만끽하도록 허용한다. 굳이 설날이 아니라도 평소 제대로 돌보고 대화 나누지 못하는 미안함을 돈으로 보상하곤 한다. 전통사회에서 부모의 농사를 돕고, 소 여물 베며 노동의 주체로서 경제활동에 참여하던 아이들은, 현대사회에서 철저히 소비의 주체로 우뚝 선다. 한국투명성기구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응답한 중고생이 17.7%를 차지했다. 또한 어느 설문조사는 ‘아버지에게 원하는 것은 재력 뿐’이라는 대학생이 44%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데이트할 때마다 포기된 아르바이트 시급 4000원이 떠올라 결국 연애를 포기한 ‘88만원 세대’의 서글픈 청춘의 풍경들도 있다. 이런 풍경도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결혼식장을 폭격해 무고한 민간인 50여명의 목숨을 빼앗아갔다. 그 보상금은 가족당 200달러였다. 9·11테러 희생자들에게 지급한 보상금의 6800분의1에 불과하다. 가까운 예도 있다. 회사가 보너스를 줬다. 아싸! 그런데 동료들은 100만원을 받았는데, 나만 90만원을 받았다. 기분이 심히 울적해진다. 하지만 이 경우는 어떤가. 동료들은 모두 70만원을 받았는데, 나만 80만원을 받았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른다. 이렇듯 우리네 삶은 쉼 없이 돈을 욕망하고, 돈에 상처받고, 돈과 관계를 맺고, 많은 가치들을 돈으로 환산한다. 대체 돈이 무엇이기에. ‘돈의 인문학’(김찬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어온 돈의 실체에 둘러 쳐진 껍데기를 한 꺼풀씩 벗겨낸다. 부자되는 법, 대박 터뜨리는 법 등을 다루는 재테크 책이 난무하고, 책과 신문, TV, 그리고 퇴근 뒤 술자리에서도 돈에 대한 궁상과 허세가 함께 떠들어진다. 그러나 정작 돈이 나에게 무엇인지는 얘기되지 않고 있다. ‘돈은 최상의 하인이고, 최악의 주인’이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아포리즘까지 굳이 언급할 필요없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우리 속담만 상기해도 돈이 갖고 있는 양면성은 명확하다. 정승처럼 쓰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개처럼 버는 법만 부지런히 좇는 시대이니 더욱 그러하다. ‘거리의 인문학자’로 통하며 강단 안팎을 오가면서 강의하는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는 눈 부릅뜬 채 인문학과 사회학의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돈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인문학적 접근을 한다고 해서 어려운 이론을 앞세우지 않는다. 재미있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누구나 삶 속에서 쉽게 사유할 수 있도록 했다. 돌돈-크고 무거울수록 가치가 높았다-을 썼던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캐롤라인 군도 야프 섬 사람들 이야기, 농담이나 불법, 사기가 아니라 진지하게 달의 토지를 분양해 떼돈을 번 미국 남자 이야기, 영화와 시, 소설이 곳곳에서 적절하게 불쑥불쑥 등장한다. 그는 “인문학적 사유가 지금 닥친 금전적 어려움에 직접적 해결책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성찰의 끈을 놓아버리면 우리는 더욱 무기력하게 돈의 위력에 휩쓸리고 빨려들게 된다.”면서 “인문학은 돈과의 관계를 리모델링하는 지혜와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진다. 자녀(혹은 남)에게 돈 이외에 주고 있는, 줄 수 있는 ‘그것’이 있는가. 자녀(혹은 남)도 ‘그것’을 감사하게 받고 있는가. 그리고 대답하며 결론짓는다. 당신의 삶에 ‘그것’이 있다면 당신은 아주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1만 30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책꽂이]

    ●우등생 자기주도 학습법(백종화 지음, 아주좋은날 펴냄) 엷은 귀로 조바심내는 부모는 무관심한 부모만 못하다. 아동학 박사인 저자는 아이를 땅속에서 성장하다가 4년이 지나서야 죽순으로 삐죽 솟는 대나무에 비유하면서 꾸준하게 즐기며 공부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부모 스스로 갖출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이와 신뢰관계 갖기, 좌절하지 않도록 도움주기, 효과적으로 칭찬하기 등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습관을 갖도록 도울 수 있는 ‘자기주도 학습 5단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1만 2000원. ●인도, 끓다(이재강 지음, 지식의숲 펴냄) 여행과 명상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는 인도의 정치사회적 실체를 보여준다. 뭄바이 테러, 칸다말 학살 등을 직접 취재한 생생한 기록이 담겼다. 정치적 대립, 종교 갈등, 카스트제 차별 등 신비한 영적 이미지 안에 들어 있는 인도의 생생한 실체를 가감 없이 전달하고 있다. 인도가 신의 나라만이 아닌, 사람이 사는 나라임을 확인시켜준다. 1만 3500원. ●구글 완전 활용법(강재욱·김응석·신호승·양재봉 지음, 이지스퍼블리싱 펴냄) 외국어를 못해도 일본, 러시아, 중국, 미국의 사업 파트너와 번역 로봇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내 인트라넷도 무료로 만들 수 있다. 웹사이트 만들기도 클릭 네번이면 충분하다. 외국 사이트 검색 기능도 척척이다. 제목 그대로 구글을 제대로 쓰는 법에 대한 설명서다. 1만 6000원. ●가위이야기(최정아 지음, 고즈윈 펴냄) 20년 동안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져온 이가 쓴 산문집이다. 오랜 시간 한 직업에 천착한 이가 보여줄 수 있는 핍진함이 문장마다 서려 있다. 때로는 미용 가위의 입을 빌려, 때로는 매만져지는 머리카락을 빌려 삶과 사랑, 유년의 기억과 가족의 얘기를 풀어간다. 소박한 생활의 아름다움이 잔잔히 전달된다. 9500원. ●사랑을 디자인하다(김희성 지음, 금빛날개 펴냄) 군산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이며 한국디자인산업 1세대인 저자가 쓴 자전적 소설이다. 청춘 시절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여러 형태를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버무려 풀어간다. 40대에 문득 찾아온 사랑, 육촌 동생에게 품었던 연심, 교수와 제자의 사랑, 마도로스와의 사랑 등이 풋풋함과 금기의 영역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1만 5000원.
  • [서울신문 STV]

    06:00 미스터리 X파일 07:00 생활의 달인 08:00 이경규의 복불복 09:00 명랑히어로 10:00 무한도전 11:00 창업의 신 11:30 사랑과 전쟁 12:30 전국 TOP10 가요쇼 13:30 청춘불패 14:30 부자가 되는 비법 15:00 체험 삶의 현장 16:00 명랑히어로 17:00 빅히트! 성공스토리 17:30 생활의 달인 18:30 러브파이터 19:30 TV쏙 서울신문 20:00 사랑과 전쟁 21:00 미스터리 리얼다큐 터 22:30 체험 삶의 현장 23:30 명랑히어로 24:30 별순검 02:00 이경규의 복불복 03:00 싸이킥 커넥션
  • [서울신문 STV]

    06:00 엑소시스트 07:00 떴다 그녀 08:00 2010 TV특종 놀라운 세상 09:00 생활의 달인 10:00 위험한 동영상 SIGN 11:00 부자가 되는 비법 11:30 별순검2 12:30 전국 TOP10 가요쇼 13:30 꼭 한번 만나고 싶다 14:30 창업의 신(神) 15:00 청춘불패 16:00 무한도전 17:00 빅히트 성공스토리 17:30 명랑히어로 18:30 2010 TV특종 놀라운세상 19:30 떴다 그녀 20:30 생활의 달인 22:00 사랑과 전쟁 23:00 무한도전 24:00 청춘불패 01:00 명랑히어로 02:00 엑소시스트
  • [서울신문 STV]

    06:00 생활의 달인 07:00 무한도전 08:00 청춘불패 09:00 체험, 삶의 현장 10:00 달콤한 밤 11:00 부자가 되는 비법 11:30 생활의 달인 12:30 전국 TOP10 가요쇼 13:30 무한도전 14:30 창업의 신 15:00 사랑과 전쟁 17:00 빅히트 성공스토리 17:30 황금어장 18:30 놀러와 19:30 체험 삶의 현장 20:30 미스터리 리얼다큐 터 21:00 별순검 22:00 생활의 달인 23:00 싸이킥 커넥션 24:00 사랑과 전쟁 01:00 황금어장 02:00 놀러와 03:00 엑소시스트
  • “배움의 소중함·조국애 일깨우는 표상 되었으면”

    6·25전쟁 당시 학업을 채 마치지 못했던 강원 춘천고 학도병들이 백발의 노인이 돼 10일 제83회 졸업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는다. ●297명 참전… 26명 전사 주인공은 신동식(79)씨를 비롯한 7명의 학도병들. 신씨는 1950년 7월에 입대, 이듬해 3월까지 국방부 병기행정본부 조병창문관으로 복무한 뒤 다시 공군에 입대했다가 1956년 전역하는 바람에 복학할 기회를 잃었다. 신씨 이외에도 60년 만에 명예졸업장을 받는 춘천고 24회 동문은 하경호(78), 박승모(77), 이인호(81), 윤주원(78), 변흥석(81), 김명재(79) 씨 등이다. 춘천고 2학년이었던 이들은 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참전했으며 정전 이후에도 군 복무와 가정 형편 등으로 학업을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최근 졸업심의위원회에서 관련 자료와 규정을 검토한 뒤 이들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6·25전쟁 당시 춘천고에서는 학생 297명이 학도병으로 참전해 이 가운데 26명이 전사했다. 학교는 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8년 교정에 학도병 참전기념비를 건립했다. ●백발노인돼 졸업장 받으니 감개무량 민경창 춘천고 24회 동기회장은 “교정에서 청춘의 꿈을 나누던 학우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가 팔십 노인이 돼 졸업장을 받게 되니 감개가 무량하다.”면서 “후배들에게 배움의 소중함과 조국 사랑의 정신을 일깨우는 표상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네티즌 움직인 母情 경찰도 움직였다

    두 달 전 발생한 딸의 ‘의혹투성이 자살’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한 어머니의 글이 설 연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수천명의 청원에 힘입어 상급기관의 재수사 결정까지 이끌어냈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달 2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네티즌 ‘큰소망’의 ‘아침에 웃으며 나갔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우리딸’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다. “두달 전 죽은 딸의 사망경위가 자살이라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믿을 수 없으니 재수사해 달라.”는 한 어머니의 글이었다. 네티즌 7000여명이 6일 오후 8시까지 이 글에 경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댓글 서명을 달았다. 결국 이날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수서경찰서의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빠른 시일 내에 제기하신 의문사항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여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모(29)씨는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있는 남자 친구인 재일교포 2세 K씨의 오피스텔에 갔다가 다음날인 10일 오전 2시 그곳에서 사망했다. 이날 K씨는 김씨가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목도리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을 담당한 수서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원의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일단락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을 죽은 여성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글을 통해 “하루아침에 29세 청춘인 딸을 잃고,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이해도 되지 않을뿐더러, 경찰의 수사과정이 억울하고 답답해서 이 글을 쓰게 됐다.”며 “납득이 되지 않는데 경찰은 자살일 것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초지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은 단순한 자살로 처리했는데, 현장 확보 및 알리바이 검증도 하지 않고, 타살이라는 의심은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네티즌은 “민중의 지팡이가 치우침이 없는 조사를 해 사건이 유족들의 억울함이 없이 처리되기를 바란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사망자 어머니 심정은 이해하지만 (경찰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적은 없다. 부검 결과와 수사를 통해 사망경위를 자살로 판단했다.”면서 “참고인 조사·휴대전화 조사 등 관련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글의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면서 이 네티즌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서울신문 STV]

    05:00 엑소시스트 06:00 미스터리 X파일 07:00 떴다 그녀 08:00 위험한 동영상 SIGN 09:00 생활의 달인 10:00 청춘불패 11:00 창업의 신 11:30 달콤한 밤 12:30 전국 TOP 10 가요쇼 13:30 생활의 달인 14:30 부자가 되는 비법 15:00 시네마 스토리 16:00 무한도전 17:00 빅히트 성공스토리 17:30 별순검 18:30 청춘불패 19:30 달콤한 밤 20:30 미스터리 X파일 21:30 체험 삶의 현장 22:30 무한도전 23:30 생활의 달인 24:30 떴다 그녀 02:00 엑소시스트 03:00 달콤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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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리뷰] ‘환상의 그대’

    [영화리뷰] ‘환상의 그대’

    우리에겐 한국인 아내 순이 프레빈과의 결혼으로 더 친숙한 우디 앨런 감독. 그가 연출한 40번째 장편 영화 ‘환상의 그대’(27일 개봉)는 앨런 감독의 인생과 사랑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토리만 놓고 보면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리게 되지만, 비슷한 내용이라도 거장이 만들면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인생은 헛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고, 결국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는 ‘맥베스’의 대사를 인용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각자 삶의 위기와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는 여덟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어느 날 죽음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하고 ‘제2의 청춘’을 찾아 40년간 함께 지낸 조강지처를 버리고 삼류 여배우와의 결혼을 발표하는 알피(앤서니 홉킨스). 그런 남편 알피의 배신으로 절망에 빠진 헬레나(젬마 존스)는 신경안정제와 정신과 치료에 의존하던 중 그녀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려는 점쟁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헬레나의 딸인 샐리(나오미 와츠·오른쪽)의 결혼 생활도 결코 평탄하지 않다. 남편 로이(조시 브롤린·왼쪽)는 소설가 데뷔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반백수 상태다. 갤러리에 취직한 샐리는 부유하고 지적인 직장 상사 그렉(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매력을 느끼고, 로이 역시 건너편 집 창가의 붉은 옷을 입은 신비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지난해 프랑스 칸영화제 비경쟁부문 초청작인 이 영화의 매력은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이 운명적인 로맨스를 꿈꾸고, 보다 나은 삶을 갈망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매우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겉으로 보기엔 모두 자신의 행복을 위해 현명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하고 여전히 환상을 쫓아 헤매고 있다. 하지만 감독은 시종일관 유쾌한 어조로 인생은 언제나 예측불허이고 결정적인 순간에 아이러니하게 돌아가게 마련이지만 사랑의 환상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샐리가 어머니인 헬레나에게 “가끔은 환상이 신경안정제보다 낫다.”고 말하는 대목은 관객들을 향한 우디 앨런 감독의 작은 위로인지도 모른다.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짜임새 있게 전개되던 중반부에 비해 뚜렷한 결론 없이 끝나버리는 결말이 다소 힘이 빠지고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관록 있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 향연은 영화의 진가를 충분히 느끼게 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파라다이스목장’ 이연희 ‘말똥녀 ’굴욕

    ‘파라다이스목장’ 이연희 ‘말똥녀 ’굴욕

    SBS 새 월화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의 이연희가 ‘말똥녀’ 굴욕을 당했다. ‘돌싱녀’ 다지로 분한 이연희는 기존의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에 코믹함을 더하며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24일 방송된 ‘파라다이스 목장’은 19살 다지(이연희 분)와 21살 동주(최강창민 분)가 불같은 사랑 끝에 결혼식을 올리고 단 6개월 만에 이혼한 이후 각자의 삶을 사는 시점부터 시작됐다. 극중 이연희는 이혼에 부동산 사기까지 당하는 등 험난한 삶 속에서도 엉뚱 발랄한 성격을 잃지 않는 다지로 분했다. 또한 목장의 말똥 무더기에 얼굴을 박는 굴욕은 물론, 테이블에 흘린 맥주를 빨대로 마시는 등 황당한 코믹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파라다이스 목장’을 통해 연기자로서 신고식을 치른 그룹 동방신기의 최강창민(심창민)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는 평이다. 한편 국내에서는 드물게 전편을 사전 제작한 ‘파라다이스 목장’은 19살 때 결혼 후 전격 이혼해 철부지 돌싱이 된 청춘들의 뻔뻔하고 발칙한 러브 스캔들을 유쾌하게 그려나갈 전망이다. 사진 = SBS ‘파라다이스 목장’ 화면캡처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 위로… 문단 보듬은 ‘큰 나목’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 위로… 문단 보듬은 ‘큰 나목’

    늘 수줍어하던 문학소녀였다. 가까운 후배들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늘 그를 찾곤 했다. 친정 어머니 같고, 큰누이 같던 그의 마음 씀씀이 한 자락을 살며시 내비친 것이 빈소 입구에 붙여진 ‘부의금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귀다. 생전에 했다는 “나 죽으면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이 뒤늦게 전해지며 후배들을 더욱 사무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들을 위로해 주던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80세. 지난해 뒤늦게 발견된 담낭암으로 투병해 오던 그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뒤 꼬박 40년을 한결같이 써온 글쓰기도 함께 끝냈다. 지난해 여름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와 같은 박완서 특유의 넉넉한 성찰과 위안의 글은 이제 활자로만 남게 됐다. ☞[포토]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박완서 타계●“6·25 없었으면 선생님 됐을 수도” 한국현대사의 굴곡은 그 시대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그에게도 굵직한 생채기를 남겼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그는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져 곧바로 중퇴해야 했다.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는 부상을 입고 돌아온 지 여덟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중퇴 이후 미8군 PX에서 일하다 박수근 화백을 만나 등단작 ‘나목’(裸木)의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상처는 쉬 가시지 않았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박완서는 일관되게 한국전쟁을 들여다봤다. 전쟁이 보통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떻게 억압이자 상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였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계간문예지 ‘문학의문학’과 나눈 대담에서 그는 “6·25가 없었으면 글을 쓰지 않고 선생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쟁·참척의 고통까지 관조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부드럽고 다독이는 문체 속에 급속한 산업화 속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문단으로 본격 호출한 것이다. 1988년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석달 뒤 외아들마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었다.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을 통해 개인적 상처마저 관조하는 힘을 보여 줬다. “경인년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 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다. 노구지만 그 안의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깊은 상처 속에서도 늘 글 속에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는 가장 최근에 쓴 ‘내 식의 귀향’이란 글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남편과 아들이 잠들어 있는 천주교 공원묘지를 다녀왔다.…비석엔 내 이름도 생년월일과 함께 새겨져 있다. 다만 몰(沒)한 날짜만 빠져 있다. 멀지 않은 곳에 김수환 추기경의 묘소가 있는 게 저승의 큰 ‘빽’이다.” 이어지는 글. “다만 차도에서 묘지까지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 것이 걱정스럽다. 운구하다가 관을 놓쳐 굴러떨어지면 늙은이가 살아날까 봐 조문객들이 혼비백산(하겠지)…실 없는 농담 말고 후대에 남길 행적이 뭐가 있겠는가.” ●유니세프 활동 ‘한국의 오드리 헵번’ 그는 소설 바깥의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다. 199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은 이래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을 찾아다녔다. 암을 발견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부산까지 내려가 유니세프 후원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유니세프 한국위 직원들은 “한국의 오드리 헵번 모습을 발견했다.”며 그 웅숭깊은 속내를 기렸다. 이제 지상에서 글쓰기는 끝났다. 그는 천상으로 자리를 옮겨 또 다른 소통과 위로의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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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00 엑소시스트 06:00 미스터리 X파일 07:00 떴다 그녀 08:00 위험한 동영상 SIGN 09:00 생활의 달인 10:00 청춘불패 11:00 창업의 신 11:30 달콤한 밤 12:30 전국TOP10 가요쇼 13:30 생활의 달인 14:30 부자가 되는 비법 15:00 시네마 스토리 16:00 무한도전 17:00 빅히트 성공스토리 17:30 별순검 18:30 청춘불패 19:30 달콤한 밤 20:30 싸이킥 커넥션 21:30 체험 삶의 현장 22:30 무한도전 23:30 생활의 달인 24:30 미스터리 X파일 02:00 엑소시스트 03:00 달콤한 밤
  • “부의금 받지 마라” 가는 길까지 ‘서민과 시대의 작가’

    “부의금 받지 마라” 가는 길까지 ‘서민과 시대의 작가’

      늘 수줍어하던 문학소녀였다. 가까운 후배들에게조차 제대로 곁을 주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하지만 마음 속엔 살가움 한가득임을 알기에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늘 그를 찾곤 했다. 친정 어머니같고, 큰 누이같던 그의 마음 씀씀이 한 자락을 살며시 내비친 것이 빈소 입구에 붙여진 ‘부의금을 정중히 사양한다.’는 글귀다. 생전에 했다는 “나 죽으면 가난한 문인들에게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이 뒤늦게 전해지며 후배들을 더욱 사무치게 했다.  세상의 모든 상처받은 것들을 위로해주던 ‘영원한 현역 작가’ 박완서는 그렇게 먼 길을 떠났다. 80세. 지난해 뒤늦게 발견된 담낭암으로 투병해오던 그는 지난 22일 새벽 서울삼성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1970년 불혹의 나이에 늦깎이로 등단한 뒤 꼬박 40년을 한결같이 써온 글쓰기도 함께 끝냈다. 지난해 여름 펴낸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와 같은 박완서 특유의 넉넉한 성찰과 위안의 글은 이제 활자로만 남게 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유해는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른 뒤 25일 오전 경기 용인 천주교 묘지에 안장된다.    ● 분열의 문단 어머니처럼 보듬어 안던 ‘큰 나목’  한국현대사의 굴곡은 그 시대 누구에게나 그러했듯 그에게도 굵직한 생채기를 남겼다. 서울 숙명여고를 졸업한 그는 1950년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이 터져 곧바로 중퇴해야 했다. 의용군으로 나간 오빠는 부상을 입고 돌아온지 여덟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학교 중퇴 이후 미8군 PX에서 일하다 박수근 화백을 만나 등단작 ‘나목’(裸木)의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상처는 쉬 가셔지지 않았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박완서는 일관되게 한국전쟁을 들여다 봤다. 전쟁이 보통의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어떻게 억압이자 상처로 작용했는지에 대한 탐구였고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지난해 계간문예지 ‘문학의문학’과 나눈 대담에서 그는 “6·25가 없었으면 글을 쓰지 않고 선생님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1980년대에는 ‘살아있는 날의 시작’(1980), ‘서 있는 여자’(1985),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1989)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특유의 부드럽고 다독이는 문체 속에 급속한 산업화 속에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감과 상실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문단으로 본격 호출한 것이다.  ● 전쟁·참척 고통까지 관조“내 나이 새삼 징그럽다”  1988년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 석달 뒤 외아들마저 떠나보내는 참척(慘慽)의 고통을 겪었다. 가톨릭에 귀의한 그는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1994),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1995), ‘너무도 쓸쓸한 당신’(1998) 등을 통해 개인적 상처마저 관조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줬다.  “경인년 꽃다운 20세에 6·25전쟁을 겪고 어렵게 살아남아 그 해가 회갑을 맞는 것까지 봤으니 내 나이가 새삼 징그럽다. 더 지겨운 건 육십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물 줄 모르고 도지는 내 안의 상처다. 노구지만 그 안의 상처는 아직도 청춘이다.”  늘 내면의 상처에 주목해왔기에 그의 문장은 섬세한 감정의 결을 놓치지 않았다.    ● 암 발견 직전까지 유니세프 한국위 친선대사 활동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호암상 예술상, 보관문화훈장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은 소설가로서 삶에 내려진 작은 상일 뿐이다. 소설 바깥의 활동도 소홀하지 않았다.  1993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를 맡은 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몽골, 인도네시아 등 곤경에 처한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따뜻하게 품어주었다. 몸 속의 깊은 병을 확인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부산까지 내려가 유니세프 후원행사에 직접 참석했다.  유니세프한국위 평직원들은 ‘한국의 오드리 헵번 모습을 발견했다. 고귀한 이상을 가지신 분임을 새삼 확인했다.’라며 그 웅숭깊은 속내를 기렸다.  이제 지상에서 글쓰기는 끝났다. 그는 천상으로 자리를 옮겨 밤하늘 별로 반짝거리며 또 다른 소통과 위로의 글쓰기를 시작할 것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영화리뷰]‘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영화리뷰]‘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

    키아누 리브스, 줄리언 무어, 모니카 벨루치, 위노나 라이더. 전성기를 조금 지나 티켓 파워는 떨어졌지만, 연기력만큼은 주연으로 손색없는 배우들이 한 영화에 조연으로 무더기 출연했다. 미국 드라마 ‘가십 걸’에서 뉴욕 맨해튼의 고등학생 패셔니스타 역을 맡아 차세대 스타로 떠오른 블레이크 라이블리까지 합세했다. 감독이나 제작자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 터.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The private lives of Pippa lee) 얘기다. 감독은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극작가 아서 밀러의 딸이자 명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아내인 레베카 밀러다. 배우로 출발해 각본가와 감독으로 영역을 넓혀 간 밀러 감독은 미국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퍼스널 벨로시티’(2002)와 ‘안젤라’(199 5)를 통해 여성의 삶과 독특한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에 선 중년 여성의 심리를 다룬 이 영화로선 딱 맞는 ‘셰프’를 만난 셈. ‘시간여행자의 아내’와 ‘킥 애스: 영웅의 탄생’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로 제작 재미에 푹 빠진 브래드 피트가 제작을 맡은 점도 흥미롭다. 삼촌뻘쯤 되는 나이와 심장마비 병력이 다소 걸리지만, 피파 리(로빈 라이트 펜·왼쪽)의 남편 허브(앨런 아킨)는 유능한 출판업자다. 변호사와 종군 사진작가로 성장한 두 아이까지 피파에게는 남부러울 것이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부엌이 난장판 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건조한 삶에 균열이 생긴다. 처음에는 남편이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지 의심도 해 보지만, 폐쇄회로(CC) TV에서 확인한 모습은 몽유병에 걸려 밤마다 부엌을 뒤집어엎는 자신이었다. 하지만 웬걸. 몽유병 덕에 윤기도 생긴다. 한밤중에 잠옷 차림으로 넋 놓고 찾아간 슈퍼마켓에서 매력적인 점원 크리스(키아누 리브스·오른쪽)를 만난 것. 중반 이후 영화는 피파의 젊은 시절과 현재를 부지런히 오간다. 지극히 평범한 중산층 가정주부인 피파는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항상 약 기운에 취해 사는 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집을 나온 뒤 자신도 마약에 빠져 긴 방황을 했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피파의 젊은 시절은 라이블리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연기했다. 자유롭던 젊은 시절과 건조한 현재의 삶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이 조금씩 곪아갈 무렵 ‘절친’ 산드라(위노나 라이더)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면서 피파의 삶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원작인 동명의 베스트셀러 역시 밀러 감독의 작품이다. 우연히 참석한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에게 힌트를 얻었다. 과거 무책임한 행동을 했던 여자가 훌륭한 엄마이자 아내가 된 것을 보고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하다가 탄생했다고 한다. 밀러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너무나도 편안하게 배역을 소화해낸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호흡에 93분이 훌쩍 지나간다. 새달 1일 개봉. 18세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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