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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전벽해’ 상암동 명암/ “”강남 안부러워””, “”내쫓기는 신세””

    오는 31일 밤 월드컵 개막전이 열리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지구인의 이목이 집중된다.월드컵 축구대회는 ‘저주의 땅’으로 불렸던 난지도 일대를 ‘노른자위 땅’으로 바꿔 놓았다.반듯한 도로가 시원스럽게 뚫렸고지하철 노선도 생겨났다.야트막한 구릉은 고급 택지로 바뀌었다.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신흥 갑부들도 생겨났다.오랜 세월 악취 속에 시달렸던 주민들은 “강남이 부럽지 않다.”며 즐거워한다.하지만 빛이 밝은 만큼 그림자도 짙다.많은 세입자들은 하루 아침에 철거민으로 전락,정든 마을을 떠나야 했다.개발에서 제외된 구시가지 상권은존폐 위기에 놓였다.월드컵 경기장 주변의 상암동이 지닌 빛과 그림자를 조명해본다. ◇ 明-“강남 안부러워” “마을에 차량이 이처럼 많이 몰리기는 처음입니다.몰려드는 관광객만큼이나 땅값도 많이 올랐어요.이럴 줄 알았으면 커피점이라도 미리 차리는 건데….” 난지도 월드컵공원 개장식이 열렸던 지난 1일 상암동 토박이 박상규(57)씨는 몰려든 15만 인파에 벌어진 입을다물지 못했다.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마포구 난지도 일대 성산·상암지구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지난해 말 경기장이완공되고 2년여에 걸친 공사 끝에 난지도가 생태공원으로바뀌자 주민들은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난지도 일대에 터를 잡고 살아온 많은 주민들이 택지개발과 함께 거액의 보상금을 챙겼다.지난 96년 서울시는 농지는 평당 50만∼60만원,택지는 평당 360만원까지 보상금을지급했다. 이곳에서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K씨 일가 가운데는 ‘벼락부자’가 적지 않다.100억원대 재산가로 변신했는가 하면,4500cc짜리 외제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마포구가 고시한 올 2월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상암동의 땅값은 1년 전보다 12% 남짓 올랐다.서울지역의 평균 공시지가 상승률에 비해 최고 6배 가량 높다.부동산업자들은 “월드컵 경기장과 인접한 성산2동의 22평짜리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30% 오른 값에 거래된다.”면서 “지난해부터 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과 주요 도로가 잇따라 개통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진(31·주부·성산 2동)씨는 “널찍한 8차선 도로가 뚫리고 근사한 공원도 생겨 강남 아파트촌에 살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교육 여건만 좋아지면 강남·분당도 부럽지않다.”고 자랑했다. 주민들은 내년 7월 난지도 월드컵공원에 들어설 골프장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최명일(51)씨는 “최경주가 미 프로골프투어(PGA)에서 우승한 뒤 골프장 이용가격 등을 묻는 주민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3월말현재 마포구의 지방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늘었다.마포구청 관계자는 “난지도에 월드컵 경기장이들어서면서 자동차세 수입은 118%,부동산 취득세와 차량등록세는 각각 36%,54% 늘었다.”고 밝혔다. 난지도 일대에 내리쬘 ‘빛’은 아직도 많다.현재 마포구청 자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며,다세대주택 재건축 사업에 뛰어든 건설업체들의 수주경쟁도 뜨겁다. 박모(34·주부·성산2동)씨는 “2007년쯤 제2성산대교가완공되면 강건너 수색아파트 지구와 곧바로 연결돼 이곳은 ‘제2의 강남’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연세대 도시공학과 김홍규(46) 교수는 “상암동 월드컵지구 개발은 버려진 땅을 쾌적한 주거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세계적인 모범사례”라면서 환경문제나 이주민 보상문제등이 제대로 마무리되면 주민들의 삶의 질은 더욱 나아질것으로 내다봤다. ◇ 암-“내쫒기는 신세”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우리더러 ‘떼부자’가됐다고 하지만 돈을 번 사람은 땅을 가졌던 사람들뿐입니다.십수년간 정 붙이고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는 마당에 살기 좋아지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난지도 주변의 화려한 변신 뒤에는 수많은 주민의 고통과 절망이 감춰져 있다.개발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고향을 잃은 토박이,한뼘의 땅도 없이 살아온 세입자들에게는 수십억원의 보상금을 챙겼다는 이웃의 얘기가 딴 세상의 일처럼 여겨진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 96년 택지개발예정지에서 제외된상암동 일대를 구시가지로 부른다.구시가지에는 아파트 건립을 위해 철거된 지역과 허름한 판자촌이 공존하고 있다. 18년간 난지도에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온 김모(48)씨는 지난 99년 아파트 건립공사가 시작되면서 무허가 판잣집이 강제 철거당한 뒤 고양시 덕은동의 보증금 200만원,월세 23만원짜리 집으로 이사갔다.김씨는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받기는 했지만 하루벌이 생활로는 임대보증금 2000만원을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들어 살던 집이 헐리면서 이사비용 30만원만 달랑 쥐고 2년 전 상암동을 떠났던 정철진(34·고양시 덕양구)씨는지난 5일 상암동 월드컵 공원을 찾았다.파지 재생공장에서 일하는 정씨는 “이웃에 살던 집주인들은 요즘 3000cc짜리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더라.”면서 “논밭이 택지개발지구로 편입되는 바람에 수십억원을 챙긴 사람이 많다.”고푸념했다. 구시가지의 철거지역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옷가게를 열고 있는 양모(38·여)씨는“하루 10명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면서 “월세도 내기 힘들어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탄식했다. 월드컵 경기장 주변 도로공사를 이유로 노선버스 배차가줄어들면서 구시가지의 교통사정도 급격히 나빠졌다.지하철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이 개통됐지만,출구가 월드컵 경기장과 성산동쪽으로만 나 있는데다 구시가지쪽으로는 차량전용 터널이 가로막혀 있어 주민들은 월드컵 경기장역의 두배 거리인 수색역까지 20분을 걸어야 한다.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주변 ‘상암동 2통’ 주민 700여명은 도심과 월드컵 경기장을 잇는 5∼6m 높이의 ‘월드컵로’가 신설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김현경(45·여)씨는 “구시가지의 모습이 외국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월드컵로’와 마을 사이에 2m 높이의 차단벽이 설치됐다.”면서 “햇빛이 막혀 한낮에도 전등을 밝혀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지난 3월 빗물이 주변 도로 공사장을 통해 마을로 쏟아져 들어와 침수피해를 입은 이후 올 여름 장마 걱정이 태산이다. 철거민을 돕고 있는 목양교회이청산(40) 목사는 “20년동안 악취와 먼지에 시달려온 대다수의 주민들은 개발의혜택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먼지와 소음공해로 고통받고있다.”면서 “개발에서 소외된 이들의 사정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난지도 '流轉 30년' 여류 소설가 정연희씨는 지난 84년 펴낸 소설 ‘난지도’에서 70년대 초반의 난지도를 ‘예쁘게 가꾼 시골여인과도 같은 모습’으로 묘사했다.당시 난지도는 갈대가 무성하고 사시사철 철새가 날아들어 학생들의 소풍장소와 청춘남녀의 데이트 코스로 사랑받던 섬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78년부터 쓰레기를 매립하면서 난초(蘭草)와 영지(靈芝)의 ‘난지도(蘭芝島)’는 악취가 진동하는 ‘난지도(亂地島)’로 전락했다.잠실과 장안동,상계동의 쓰레기 매립장을 용량 초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서울시가 시내 외곽지이면서 교통이 편리한 난지도를 새로운 매립지로 선택한 것이다.난지도에는 93년까지 9200만㎥의 각종 폐기물이 매립됐다.그 결과 인접한 상암동과 성산2동은 난지도가 초래한 ‘삼재(三災)’,즉,악취와 먼지·파리에 시달리는 ‘저주의 땅’으로 불리게 됐다.서울시는 93년 쓰레기 매립량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쓰레기의 추가 반입을 막는 한편,쓰레기 더미 위에 1m 높이로 흙을 쌓는 복토작업에 들어갔다.그후 월드컵 공동유치에 성공하면서 난지도는 지층 안정화공사와 대규모 조림사업을 거쳐 지난 1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과 연계된 ‘월드컵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늘공원,노을공원,난지천공원 등 5개 공원으로 이뤄진 이곳에는 생태녹지와 자연학습장 등이 마련돼 있다.내년 7월에는 9홀짜리 대중골프장이 들어서 서울 시민의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자리잡게 된다. ◆ 특별취재반 이창구기자 window2@ 이세영기자 sylee@ 정은주기자 ejung@
  • [사라지는 것을 찾아] 함진아비

    땅거미가 내릴 무렵 마을 어귀에서 요란하게 들려오던 ‘함(函) 사려∼! 함 사려∼!”라는 함진아비들의 소리를요즘은 별로 들을 수 없다.선남선녀들이 백년가약을 맺는결혼시즌이 되면 으레 등장했던 함진아비들이 자취를 감춰가기 때문이다. 우선 주거형태가 순후한 인심으로 가득했던 단독주택에서 살풍경스러운 공동주택 중심으로 바뀐 것이 그 이유다.배필의 인연도 예전처럼 인근 동네가 아닌 전국 팔도에서 맺어져 혼사에서 함은 불필요한 존재가 돼 버렸다. 하지만 세상 인심이 훈훈했던 시절,청춘남녀가 혼례를 치를 무렵에는 함진아비들의 시끌벅적했던 함팔이 행진이 아름답기도 했다.원래 혼례때면 결혼식 절차의 하나로 혼인전날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채단과 혼서지(婚書紙)를 담은 함을 보냈다.이때 신랑의 친한 친구 대여섯명이 함을날라다 주는 함진아비로 나섰다. 함을 짊어질 ‘말’은 함진아비들 중 가장 허우대가 좋은 친구의 몫이었다.물론 말이 결혼해 첫아들을 낳고 금실이 좋으면 금상첨화였다.말은 얼굴에 숯검댕을 칠하고 마른오징어로 가면을 만들어 썼다.행렬을 이끌고 신부집으로가 흥정을 벌일 ‘마부’는 입심이 좋은 친구가 맡았다. 징과 꽹과리,장구 등과 함께 청사초롱은 나머지 함진아비들 차지였다.물론 지방에 따라서는 다소 다를 수도 있었다. 말이 보자기로 싼 함을 무명필로 질빵을 만들어 어깨에걸어 메면 함잡이 놀음이 시작됐다.함진아비들은 신부집으로 가는 내내 작전을 짰다.‘함을 과연 얼마에 팔지,신부집에 애를 어떻게 먹일 건지,몇시간을 끌 건지 등등 …’ 산을 넘고 들판을 지나 마침내 신부집이 있는 동네에 다다르면 연신 고함을 지르며 징 등을 두들겨 댔다.“함 사려∼! 함 사려∼!”“쾌지나 칭칭나네,쾌지나 칭칭나네” 어느새 동네 사람들이 구경꾼으로 몰려나와 왁작지껄해졌다.그때 한 아주머니가 “신부네 집은 저 산 밑인데 온동네가 시끄럽게 벌써부터 난리들이냐.”며 슬쩍 농을 건넨다.어떤 아저씨는 “이 동네 사람들,성질이 더러우니 조용히 조심들 하라.”고 협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함진아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동네를 누비고 다닌다.이윽고신부집에서 술과 떡,안주 등으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린 푸짐한 술상을 날라온다.다들 목이 터져라 고함을 치는 바람에 목들이 칼칼해져 술잔을 쭈욱 들이켠다. 하지만 말만은 각본대로 갖은 푸념과 떼를 쓰며 술 마시기를 거절한다.신부네 집은 함을 빨리 받아내려고 애간장이 타지만 말은 막무가내다. “먼 길을 오느라 지쳐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거나“노자가 떨어져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고 엄살을 부린다.잠시 뒤 흥정이 붙고 큰소리가 오가는 협상 속에 몇번의 술상이 더 나온다.마침내 신부측에 의해 돈봉투들이땅에 깔리며,드디어 함진아비들의 행차는 대문 앞에 이른다.여기서 마지막 흥정이 벌어지자 신부측에서는 남은 노자 봉투를 모두 땅에 깐다. 잠시 뒤,행렬을 집안으로 이끄는 마부의 함성.“자,청사초롱아 길을 밝혀라,함들어가신다!” 말이 대문을 들어서자,마침내 지루하고도 흥겨웠던 함들이기는 막을 내린다. 어쨌든 경사스러운 혼례때마다 등장했던 함진아비들의 괴상한 익살과 화상,신부집과의 함값 흥정 실랑이는 우리의혼례풍습에 깃든 따뜻한 인정미라 할 수 있었다. 김상화기자 shkim@
  • [해외사설] 중국에 부는 韓流열풍

    중국 및 동남아에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韓流’)이 괄목할 정도로 증대된 가운데 중국 인민일보는 지난 4일사설을 통해 중국의 한류 열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바람(韓風)이 분 후에’란 제목의 사설을 소개한다. 최근 몇년간 한국문화가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TV에서는 한국드라마를 즐겨 방송하고 영화자료관에서도 한국영화전 행사를 가졌으며,극장에서는 한국 연극,음악,무용을 공연하고 있으며 체육관도 한국의 유명 미남·미녀 연예인들의 자유분방하거나 아름다운 목소리들로 가득하며,이들에대한 갈채와 성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관계자들은 이를 ‘한국바람’‘한국물결’‘한류’ 등 다양하게 부르고 있으며,이는 최근 베이징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무대’위의문화경관이 되었다. 중국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문화는 대부분이 대중문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이는 어떤 면에서는 이웃나라문화의 자랑할 만한 성공을 말해주는 것이며,우리도 이를기쁘게 생각한다.한국문화의 열기는 한·중 양국문화교류의업적을 나타내주는것이기도 하므로 우리도 이에 축하를표하는 것은 물론 의심할 바 없다.그러나 이 ‘한국바람’이 분 후 관중들은 중국의 당대예술은 어떠냐고 묻지 않을수 없다.최근 몇년간의 ‘한국바람’은 확실히 사람들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들을 적지 않게 남겼다. 한국문화 열기는 표면적으로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신선감,혹은 신비감을 감상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한국문화의 인기는 이국적 생활장면,아름다운 청춘남녀의 모습과 화려한 예술적 화면에 의존하고 있다기보다는 사회에 대한 관심,인생에 대한 관심에 뿌리를 둔 농후한 생활의 맛을 시종일관 표현해 내고 있다는점에 있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특출한 매력이 내재된 부분이다.이밖에 민족적 멋의 재현과 민족전통문화 자원의 발굴은 칭찬할 만한 ‘한국바람’의 또 다른 부분이다.한국은전형적인 동양전통문화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로 한국 드라마에서 나타난 유행과 휴머니즘,세태의 반영 및 문화적 취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확실히 동방문화 특유의 멋과 끝없는매력을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한국바람’열기가 중국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한 원인이다.
  • 맨손 등반 레포츠 ‘캐니어닝’

    ‘계곡을 거슬러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맨손으로 계곡을 따라 이동하는 신종 레포츠,캐니어닝(canyon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서로 힘을 합쳐 바위와 바위 사이를 건너고, 걸어갈 수 없는 곳은 로프에 의지해 이동하며자연경관을 함께 즐긴다.전문가 2명이 행렬의 앞뒤에서 안내하고 참가자들의 산행 실력 등을 감안,코스를 변경할 수있으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헬멧,구명조끼,보호대,장갑 등을 착용하므로 안전에도 별 걱정이 없다는게 전문업체들의 자랑이다. 차가운 계곡에 한참동안 들어가야 하므로 긴팔 긴바지는필수이고 젖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옷을 준비해야 한다.안경을 착용하는 이들은 안경을 귀에 묶을 수 있도록 끈을 준비하거나 고글을 착용하면 좋다. 주로 여름에 즐길 수 있는 레포츠이지만 겨울에는 설빙(雪氷)을 미끄러져야 하므로 아이젠이 필수. 현재 개발된 코스는 대략 서너군데.가장 널리 이용되는 곳이 강원도 영월 동강.넷포츠 21(www.netports21.com) 등은정선 가리왕산과 함께 이곳을 자주 찾고 있다. 참가자들은 산악자전거(MTB)를 탄 채 30분 정도 달린 뒤계곡 입구에서 전문가들로부터 안전교육을 받는다.넘어질때 머리를 보호하는 방법,물에 쓸려 넘어질 때 관절부위를보호하는 방법 등을 익힌다.물에 쓸려갈 때는 바위를 등에진 채 만세를 부르듯 팔을 벌리며 빠져나가야 한다. 계곡에서 바위를 부여잡고 구슬땀을 흘리다보면 어느새 1∼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은다.이때손을 잡아주며 이끄는 남성과 여성 사이 애틋한 감정이 싹터 캐니어닝은 청춘남녀들의 ‘특별한’ 기대를 부채질한다. 이 코스는 또 원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동굴 탐사까지 겸할 수 있어 특히 사랑받고 있다.서울 잠실쪽에서 아침 8시출발해 하루 일정으로 캐니어닝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왕복교통비,중식,보험료 포함 1인당 3만5,000원에 판매되고있다.다만 25명 정도가 참여해야 캐니어닝을 즐길 수 있다. (02)3013-7008 경호강레저클럽(www.k-club.co.kr)은 지리산 마천계곡을주로 찾는다.마천계곡에서 원정마을을 거쳐 마천면 추성리까지이르는 3.5㎞ 구간은 3시간 30분이 소요되는 초급자코스로,마천계곡과 용유담,원정마을,추성리를 통과하는 5㎞도 4시간30분 정도 걸리는 중급자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1박2일로 계곡에서 야영을 하며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캐니어닝의 매력. 역시 20인이상이 참여해야 하고 앞 코스는 청소년용으로 1인당 1만2,000원,뒤 코스는 성인용으로 1만5,000원.(055)974-0800∼1 276-3941 이상혁 넷포츠21 실장은 “알프스와 같은 험난한 계곡을오르는 전문가 코스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기업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보급되는 단계”라며 “협동심을 고취하려는 기업단위 연수에 아주 적격”이라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한강 그곳에 가면] 여름철 인기 유람선

    시원한 강바람을 가르며 강물을 따라 유유히 미끄러지는유람선.그 위에서 감상하는 도심의 야경과 도회 탈출의 여유로움. 때이른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유람선을 찾는 연인과 가족들의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한강유람선 김정호(金正鎬) 홍보과장은 “즐겁거나 특별한 일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유람선에 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요즘 한강의 온도는 도심보다 5∼6도 낮다.때문에 시속 9노트(약 18㎞)로 운항하는 유람선의 갑판에서 느끼는 강바람은 일상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줄 듯, 시원하게 불어온다. 유람선을 처음 탔다는 회사원 전원배(田圓培·33)씨는 “더위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같다”고 즐거워했다. 한강 주변의 각종 볼거리도 승객들에게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밤섬 주변에서는 갓 태어난 새끼오리와 어미오리가 떼를지어 유영하는 모습과 왜가리 등도 종종 볼 수 있다. 성산대교 너머로 보이는 석양의 새빨간 노을과 세찬 강바람을 맞으며 잠실에서 남산쪽으로 바라보는 석양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올림픽2호 고고한(高高韓·53) 선장은 “봄철의 개나리·유채꽃·벚꽃과 가을의 코스모스를 유람선에서 보는 것도일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여의도와 잠실을 순회하는 저녁시간대(오후 7시30분,8시30분)의 유람선은 매일 라이브 연주 등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남녀 가수들이 통기타와 팝송을 연주하며 우리 대중가요와 낯익은 외국 팝송을 들려준다. 승객들의 신청곡과 생일 및 결혼기념일 축하노래도 불러주고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면 승객과 가수들이 하나가 된다. 프로포즈를 받아들이면 축하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청춘남녀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도 열린다. 요즘 가장 인기가 높은 코스는 여의도∼한강대교∼양화∼여의도를 순환하는 코스다.밤섬·국회의사당·남산타워·한강철교·63빌딩 등 주변에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운항되고 있는 유람선은 450t급 올림픽1호와 올림픽2호,260t급 무궁화호 아리랑호,130t급 21세기호 아이리스호등 모두 6대.450t급에는 600명,130t급에는 250명 정도가 탈 수 있다. 운항코스는 ▲여의도∼잠실 ▲잠실∼여의도 등 편도 코스와 ▲여의도∼한강대교∼양화∼여의도 ▲양화∼여의도∼한강대교∼양화 ▲잠실∼한남대교∼잠실 순환코스가 있다. 운항시간은 편도·순환코스 모두 1시간이며 승선요금은 어른 7,000원,어린이(만4세∼초등학생) 3,500원이다. 유람선을 타려면 여의도(02-785-4411∼3),양화(02-675-3535),잠실(02-41-8611) 등 3곳의 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편도코스의 첫 출항은 오전 11시,마지막 출항은 오후 8시이며 순환코스는 오전 11시30분과 9시30분이다. 기타 자세한 문의는 (02)785-4411∼3. 최용규기자 ykchoi@. * ‘올림픽 2호’승무원 서은영씨. 한강유람선의 현장학습 담당인 올림픽2호 여승무원 서은영(徐恩瑛·28)씨. 그녀는 한강은 역사·문화유적이 산재한 살아있는 학습장으로 보고 느낄 것이 많다고 강조한다.하루 12시간 정도 일하지만 피곤하다기보다는 한강과 함께 하는 생활이 오히려즐겁기만 하다.유람선에 오르는 순간 스트레스가 확 풀리기 때문이다. 서씨는 배가 출발하기가 무섭게 승객들에게 한강의 이모저모를 술술 풀어놓는다.학교에서 책으로 배웠던 사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배워갈 것을 당부한다. 특히 굴욕적인 역사의 현장인 삼전도 부근을 지날때면 승객들에게 호국의지를 다지도록 강조한다. 또한 한강에 얽힌 이야기와 한강주변의 역사에 대해 알기쉽게 전해주는 유람선 비디오도 학생들이 꼭 보도록 하고있다. 서씨는 “한강에서 즐기는 서울의 야경도 좋지만 낮에 역사현장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가 크다”며 “한강을 떠난 삶은 이제 생각하기 어려워 꼭 한강과 결혼한 느낌”이라고웃었다.
  • [씨줄날줄] 난지도의 ‘선택’

    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변의 난지도가 또 세상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게 됐다.서울시가 19일 환경단체의 반발을 고려해 시민공원도 조성하면서 골프장을 만들기로 했기 때문이다.몇년째 끌어온 사안인지라 논의의 여진은 이어질 것같다.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난초와 지초가 유난히 많았다해서이름 붙여진 난지도의 역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본래 홍수로 한강물이 범람하면서 운반되어온 토사가 반복적으로쌓여 만들어진 것.여의도보다 조금 작은 82만3,000평으로7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갈대숲이 울창해 청춘남녀들이 즐겨찾던 데이트코스였다. 경관이 뛰어나다 보니 시샘을 샀었나 보다.서울시는 1978년부터 생활 쓰레기를 매립키로 했고 난지도는 하루아침에 쓰레기산으로 전락하게 된다.수난의 세월 15년.파리와 먼지 그리고 악취로 뒤덮이며 삼악도(三惡島)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자연의 이치는 사람들의 허물조차도 감싸안았다.1993년쓰레기 매립을 마치면서 은은한 향기를 흩날리던 본래의생태계로 돌아왔다.모두들 기적이라고 했다.8.5t트럭 1,300만대분의 쓰레기가 쌓이며 만들어진 약 100m 높이의 낙타봉같은 두개의 평탄면에는 푸르름이 짙어지며 새들이 날고 풀벌레가 찾아들었다. 기적같은 생태계 복원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너도 나도 활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2002년의 월드컵 경기장이 바로 옆에 들어서면서 5만8,000여평의 제2매립지에는 생태공원을 조성하기로 일찌감치 매듭지어졌다. 그러나 이보다 두배쯤 넓은 제1매립지의 활용방안에는 생각들이 달랐다.먼저 한해에 8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골프장을 만드는 방안이 제시됐다.최근 골프인구의 급증을 당위성으로 들었다.환경단체는 반대했다.잔디가 자란다해서친환경적 접근이 아니라며 농약 등의 사용으로 생태계가또다시 파괴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서울시는 골프장을 선택했지만 이제라도 난지도의 역사를 한번쯤 더듬어 보기 바란다.23년전의 쓰레기 매립 결정을 지금의 눈으로 평가해 보라는 것이다.그리고 미래상을 그려봐야 한다.난지도는 환경보존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현장’이어야 하지 않은가.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모든 남자들의 꿈 이루어지다

    기묘하다 못해 엽기적인 상상이 난무하는 영화들에 질릴라치면,문득자잘하고 유쾌한 이야기가 간절해지곤 한다.그닥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 공식에 빤한 기법이 영원히 반복된다 해도 결코 질리지 않을 장르,할리우드 발 로맨틱 코미디 2편이 13일 나란히 극장가 간판작으로뜬다. ■멜 깁슨,마침내 여자를 읽기 시작했다?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왓 위민 원트’(원제 What Women Want)에서 주인공 멜 깁슨이 부여잡은 오직 하나의 화두이다. 굴지의 광고기획사 부장 자리를 향해 일로매진하는 닉(멜 깁슨).그는왜곡된 여성관을 가졌다.어려서부터 쇼걸인 어머니를 따라 화류계를떠돌아다녔기 때문이라고 영화는 애써 변명해주지만,그보다는 천성인 것같다.13세짜리 딸을 둔 이혼남이되 삶을 심각하게 고민하진 않는다.그런 그가 ‘임자’를 만난다.광고계를 주름잡는 경쟁사 여직원달시(헬렌 헌트)가 뜬금없이 상사로 스카웃돼 온 그날부터 갈팡질팡하는 그에게 거짓말같은 일이 벌어진다.여자 마음을 거울처럼 읽어내는 재주가 생기다니…. 지난해 여름,넘치는 부성애를 주체하지 못해 총검을 메고 숲속을 누빈(패트리어트-숲속의 여우)멜 깁슨이 어째서 로맨틱 코미디로 급선회했을지 감잡힌다.할리우드 신예 여성감독 낸시 마이어스는 작정하고 그를 위해 멍석을 깔아줬다.코팩을 붙이고,매니큐어를 칠하고,딸아이 앞에서 팬티스타킹 차림으로 호들갑떠는 그의 엉뚱함에 여성팬은 머릿속이 환해질 거다.최신 팝에서 재즈 명곡까지 두루 포착한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도 감상포인트. ■로버트 드 니로도 떴다! 장인어른될 양반은 이름날리던 전직 정보국 요원.맘만 먹으면 언제든 사윗감의 사생활을 낱낱이 들춰볼 수 있는데다 진맥만으로도 거짓말 탐지를 척척 해낸다.거기다 딸의 애인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기까지. 이쯤되면 남자에겐 최악의 시나리오이다.‘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카메론 디아즈의 순진한 상대역이던 벤 스틸러가 시련의 주인공이 되어 스무고개를 넘는다.간호사인 그렉(벤 스틸러)은 용기를 내 여자친구 팸(테리 폴로)의 집에 결혼승락을 받으러 간다.하지만 꼬장꼬장한 장인감의 비위를맞춘다는 게 번번이 꼬이기만 한다. 전직 CIA 심리치료사인 장인 역을 로버트 드 니로가 맡았다.영화가청춘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 건 도입부 잠깐뿐.두 남자가 주축이돼 벌이는 엇박자 코미디가 이야기의 얼개이다.말끝마다 ‘가족 믿음공동체’를 들먹이며 딸의 남자를 기죽이는 드 니로는 벤 스틸러와똑같은 무게중심으로 영화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좀 과장되긴 했지만,한 여자를 놓고 아버지와 애인이 시소게임하는소재는 충분히 흥미롭다.생색안나고 묻혀버릴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의 위험을 걷어낸 건 두 남자의 ‘개인기’와 재치 번뜩이는 대사들이다.콧소리 섞어가며 “뮤 뮤”(장인의 애완고양이를 찾아다니며)를연발하는 벤 스틸러의 애교연기는 일품이다. 황수정기자 sjh@
  • 연말연시 16편 개봉

    연말연시 알토란같은 연휴가 기다린다.블록버스터급은 없지만 이번연휴에는 모두 16편(30일 개봉작 포함·서울 기준)이 개봉관에 걸린다.“시간없어서”내지는 “볼만한 게 없어서”란 말은 핑계가 안될것 같다.어떤 분위기에 어떤 영화가 어울릴지,포인트만 찍어 소개한다.“이거야,이거!”■온가족이 함께 양적,질적으로 가장 풍성한 쪽이 가족용 영화다.애니메이션 4편을 포함해 무려 7편이 선보인다.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저패니메이션 간판작 두편, ‘바람계곡의 나우시카’(30일 개봉)와‘포켓몬스터’.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의 출세작‘바람계곡…’은 ‘합법적’으로 국내상영되는 그의 첫 작품이다.산업문명이 붕괴되고 천년 후 곰팡이숲의 위협에 유일하게 안전한 바람계곡.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으로 계곡을 지키려는 소녀 나우시카의 모험담을 그렸다.비디오로 봤더라도 대형스크린으로 보는 재미는 또 다를 법.지난 23일 개봉된 ‘포켓몬스터’도 방학을 맞은 꼬마관객들에게 이미 인기를 확인받고 있는 터다. ‘웰레스와 그로밋’같은점토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고민할 것도없이 ‘치킨런’이다.자유를 꿈꾸는 닭들의 유쾌한 반란에 배꼽을 쥔다.30일 국내 처음 개봉되는 프랑스 애니메이션 ‘키리쿠와 마녀’도놓치기 아깝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꼬마 키리쿠가 마녀에 맞서는 이야기는 환상에 푹 빠졌다 나오기 제격이다.디즈니의 ‘102달마시안’과,짐 캐리가 크리스마스에 마구 딴지를 거는 ‘그린치’는 실사영화지만 상상력은 애니메이션 빰친다. ■사랑이야기,코미디,혹은 감동의 드라마 우선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이 30일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수위에 오를 것같다.외형이 폭발력있는 건 아니다.하지만 나른한 눈빛에서 모처럼 벗어나 가족의 참의미와 인생의 소중함을 놓고 ‘현실적으로’ 저울질하는 니콜라스의 연기 변신이 볼만하다.그의 새 역할은 월스트리트최고의 투자가 잭.재력을 과시하며 플레이보이처럼 살던 그는 크리스마스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거짓말처럼 다른 세상에 던져진 자신을발견한다.출세를 위해 버렸던 옛 애인(티아 레오니)의 남편이자 두아이의 아빠,별볼일 없는 타이어가게 영업사원.인생이 준 가장 큰 선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따뜻한 드라마다.부부나 오래된 연인에게 아주 근사한 선택이 아닐까.‘머니토크’의 브렛 래트너 감독. 로맨스에 점수를 더 준다면 박중훈·송윤아가 주연한 ‘불후의 명작’도 좋다.삼류 영화감독과 무명 시나리오 작가의 따뜻하지만 엇갈린사랑이야기. 크리스마스 연휴 개봉 이틀동안 전국 관객 10만명을 동원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색다른 이국적 사랑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천커신(陳可辛)이 제작한 홍콩 멜로 ‘십이야’(12夜·30일 개봉)가 있다.한국영화 ‘파이란’에캐스팅돼 화제인 장바이쯔(張栢芝)가 나와 청춘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을 열두밤에 나눠 펼쳐놓는다.일본산 시츄에이션 코미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도 개운한 코미디로 소문이 짜하다.끝으로 ‘공동경비구역 JSA’.아직도 못봤다면 서두르자.신정 연휴가 끝나고‘쉬리’기록을 깨고나면 곧 막내린다. ■뭐니뭐니해도 SF·액션·스릴러가 최고? 이번 연말연시의 대표 SF물은 ‘레드 플래닛’(30일 개봉)과 ‘6번째날’이다.‘레드 플래닛’은 2025년 인류 이주계획을 세우고 개척중이던 화성에 산소 증산활동이 갑자기 멈추자 5명의 비행사가 원인 규명차 그곳을 찾고,뜻밖에맞닥뜨린 미지의 생물체와 사투하는 줄거리.진부한 설정이 흠이지만,발 킬머와 캐리앤모스의 정교한 연기가 좋다.지난주말 개봉한 아놀드 슈워제너거의 ‘6번째날’.한창 논란중인 인간 복제를 소재로 다뤘으니 멀잖은 미래에 있음직도 한 이야기다. 한달넘게 간판을 건 할리우드 코믹액션 ‘미녀삼총사’나 충무로의유쾌한 범죄액션 ‘자카르타’,브루스 윌리스가 여전히 불사조의 영웅인 스릴러 ‘언브레이커블’도 기다리고 있다. 황수정기자 sjh@
  • “우리사랑 눈빛으로 말해요”

    일찌감치 찾아온 강추위가 매섭다.이런 때일수록 소외계층은 더 추운 법.꽁꽁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을 녹이고도 남을만한 따뜻한 사랑잔치가 펼쳐진다. 14일 중구 장충동 소재 자유센터 웨딩홀에서 서울지체장애인협회 중구지회 및 중구청 장애인상담실 주관으로 열리는 ‘장애인 밀레니엄미팅’이 그것. 전국에서 미혼남녀 장애인들과 가족 수백명이 모여킹카·퀸카 선발대회 등 각종 게임을 즐기면서 마음에 맞는 상대를고르는 행사다. 이미 200여명의 장애인 청춘남녀가 참가예약을 끝내는 등 사랑을 얻기 위한 열기가 뜨겁기만 하다.특히 여성참가자가 50여명 뿐이어서짝을 얻기 위한 150여 남성들간의 경쟁은 엄청 치열할 듯. 이날 오전 11시 시작되는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커플이맺어지는 ‘선택의 시간’ 프로그램.각종 게임을 하면서 마음속에 점찍어둔 상대의 번호나 이름을 선택지에 적어 내 서로 일치하는 상대가 있으면 커플이 탄생하게 된다. 선택의 시간에 앞서 축하공연과 함께 장애인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진행된다. ‘킹카·퀸카’ 선발대회 및 음악에 맞춰 춤추기,재치퀴즈·깜짝퀴즈대회,수화노래자랑,영화음악에 맞춰 포즈취하기 등이 진행되며,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 발표회도 갖는다. 또 테이블별로 합창경연과 즉석 장기자랑,‘우리는 할수 있어요’란 함성대결도 펼쳐진다. 축하공연에서는 인기 듀엣 수와진이 출연,사랑을 주제로 주옥같은 화음을선보인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중구 장애인결혼상담실은 지난 5월개관한후 지금까지 350여명의 장애인에게 결혼상담을 하는 등 장애인짝찾아주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상담실을 통해 처음으로 결혼커플이 탄생했으며,현재10여쌍이 열애중이라고. 서정숙 상담실장은 “장애인 여성들이 선뜻 나서기를 꺼려해 만남이쉽지 않다”며 “이번 행사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짝을 찾아 사랑을이룰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 中國 고전문학사 상식의 벽 깨뜨린 ‘중국 고전이야기’

    중국 명대의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연의’의 주인공은 누굴까.우리는 흔히 중원을 정족삼분(鼎足三分)의 형세로 나눠 호령했던 유비와 조조,손권을 이야기한다.그러나 한편에선 신의의 상징인 관우와지략의 대명사인 제갈량,그리고 간교함의 화신인 조조를 삼절(三絶)로 꼽는다.제갈량에 대한 지나친 신격화나,후덕한 인물로 통하는 유비가 자신의 갓난아기를 땅에 집어던지고 인심을 얻은 일 등은 ‘삼국연의’의 인물묘사에 있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중문학자 송철규 한국외국어대 강사가 펴낸 ‘중국 고전이야기’(도서출판 소나무)는 이런 중국 고전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상식의 벽을 깨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은 원시시대부터 당대의 시문학까지를 다룬 ‘중국 고전 이야기’ 1권에 이어 송대부터 청대까지의 고전을 다룬 제2권 완결편이다.구체적인 작품과 문인들의 삶의 역정을 한편의 드라마처럼 엮어낸저자의 입담이 고전의 흥취를 더해준다. 저자는 ‘삼국연의’‘수호전’‘서유기’‘금병매’등 4대 기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을 먼저 밝힌다.‘삼국연의’의 바탕이 된 ‘촉한정통론’을 나관중이 살았던 시대인 원말 명초의 분위기와 연관지어설명하며,‘수호전’을 완전한 구어체에 가깝게 쓴 언어의 보물창고로 본다.‘서유기’는 비록 신화를 다루고 있지만 봉건사회의 다양한 현실을 반영한 작품으로,‘금병매’는 도시생활을 소재로 한 순수소설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4대 기서에 ‘금병매’ 대신 ‘홍루몽’을 넣는 경향이 있다.저자는 이런 점을 감안,중국 고전 백화소설 중 최고로 꼽히는 ‘홍루몽’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홍루몽’은 봉건사회 청춘남녀의 사랑과 결혼의 비극을 그린 작품.이 소설에서 남자주인공 가보옥 가문의 흥망성쇠는 몰락해가는 봉건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다.저자는 이를 “나무가 넘어지면 원숭이도 흩어진다”는옛말을 인용해 설명한다. 이 책에는 이밖에 문단 안팎의 감춰진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TV드라마 ‘판관 포청천’으로 잘 알려진 포공의 이야기가 원대 잡극의 법정드라마라는 점,중국판 ‘사랑과 영혼’인 ‘천녀이혼’ 이야기 등이 눈길을 끈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
  • 월화드라마 방송3社 시청률 경쟁 ‘재격돌’

    방송 3사가 수목드라마에 이어 월화 드라마에서도 불꽃튀는 시청률전쟁을 벌인다.MBC와 KBS2는 18일부터 각각 ‘아줌마’와 ‘가을동화’를 시작한다.‘도둑의 딸’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SBS는 이들보다2주 늦은 다음달 2일부터 ‘천사의 분노’를 내보낸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아줌마’의 압승을 점친다.‘아줌마’는 원미경 강석우 심혜진 등 중견 연기자들의 농익은연기와 ‘장미와 콩나물’의 작가 정성주의 일상적이고 편안한 대사가 배시시 웃음을 자아낸다. 삼숙(원미경)은 고졸 학력에 잘나지 않은 친정,혼전임신 등으로 시댁에서 월급없는 파출부 신세나 다름없다.그러다 하늘같이 떠받들던남편 진구(강석우)가 교수자리를 돈으로 사는 등 자신과 별반 다를게 없고 때론 더 비열하다는 것,남편이 옛 애인 지원(심혜진)과 데이트를 즐긴다는 사실 등을 알아채고는 남편과 시댁에 한판 복수전을펼친다.채널권을 쥐고 있는 30,40대 주부들의 카타르시스를 정확히겨냥하고 있다. KBS2 ‘가을동화’는 10대와 20대가 주시청자층이다.그림같이 예쁜화면구성에 뛰어난 윤석호 PD가 원빈 송승헌 송혜교 등 신세대 연기자를 등장시켜 ‘시(詩)같은 멜로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벼른다. 은서는 오빠 준서와 유달리 친하다.그러나 교통사고가 나면서 은서가 병원 신생아실에서 뒤바뀌었다는 것이 드러나 친부모에게 돌아간다.10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우연히 다시 만나 순탄치 않은 사랑을나누게 된다.가슴아픈 사랑,여주인공 은서(송혜교)의 시한부 인생,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은서를 사랑하는 호텔 재벌 아들 강민(원빈)으로 상징되는 백마 탄 왕자 등 순정만화의 고전적 구도를그대로 가져왔다. 한편 SBS는 ‘도둑의 딸’의 실패 이후 숨을 고르고 있다.‘도둑의딸’은 ‘서울의 달’의 김운경 작가와 ‘옥이이모’의 성준기 PD의결합,주현 손현주 등 출연진의 절제된 연기에도 10%에 못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해 조기종영이라는 찬서리를 맞았다.후속으로 준비된 ‘천사의 분노’는 벤처기업을 배경으로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그러나 이달초 연출자가 최윤석PD에서 정을영PD로 갑자기 바뀌는등 주요 출연진이 대거 교체되면서 시작 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따라서 방송가에서는 월화드라마에서는 SBS가 MBC와 KBS2에 비해 다소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
  • 한국식 발렌타인데이 칠월칠석 백화점마다 이벤트 풍성

    6일은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이다.외제 발렌타인데이는 떠들썩하게 치르고,국산 발렌타인데이는 외면한다는 비판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올해는 유난히 기념 행사가 풍성하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이날 오후 4시부터 4시간 동안 압구정점 패션관 앞 광장에서 카페식 이벤트를 개최한다.연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칠월칠석 퀴즈쇼와 서바이벌 커플게임이 준비돼있다. 짝없는 청춘남녀를 위해 ‘오작교를 놔드립니다’라는 즉석미팅 행사도 있다.연인들의 캐리커쳐를 무료 제작해주며 즉석 궁합조사를 통해 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커플에게는 초콜릿 대신 ‘사랑의 떡’을 준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 지하 2층에서 ‘커플 팬티 찾기’ 대회를 연다.응모고객중 총 10쌍을 추첨해 커플 팬티를 준다. 한신코아는 오후 3시에 ‘칠월칠석맞이 n세대 연인을 위한 썸머 댄스 페스티발’을 개최한다.칠월칠석 ‘이브’인 5일에는 구매고객 연인에게 영화초대권 2장을 준다. 인터넷쇼핑몰 LG이숍(www.lgeshop.com)은 6일까지 구매고객중 400명을 추첨,커플카드를 무료로 제작해주는 ‘견우직녀 축하이벤트’를 실시한다.커플카드는 앞면에 연인 두사람의 사진과 이름을,뒷면에 연인 서약을 새겨넣은 카드로,커플클럽 가맹점 이용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미현기자
  • [굄돌] 순수예술의 딜레마

    몇 달전 예술의전당에서 해프닝이 있었다.‘밸런타인데이 콘서트’와 함께‘청춘남녀 경매’라는 이색이벤트를 열었던 것.연주 1시간전 음악당 1층 로비에서 입장권을 구입한 관객 가운데 미리 신청한 미혼남녀가 한 사람씩 ‘미팅 경매’에 나온다.사회자는 출연자의 간단한 신상명세를 공개한다.로비의 관객들은 출연자를 요모조모 살피며 “3만원”“5만원” 베팅을 한다.하한가는 1만원.출연자는 최고가를 부르는 이에게 낙찰된다.낙찰가격은 주말데이트 비용.주최측은 낙찰커플이 콘서트를 나란히 앉아 관람하게 좌석을 배치한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온 어느 클래식 공연기획자는 “미국 대학가댄스파티 때 보는 ‘미팅경매’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클래식 공연의 마케팅 일환으로 ‘재미있는’ 경매방식을 결합시키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반응은 “예술의전당에서 어찌 그런 행사를 할 수 있느냐”는 비판으로 나타났다.지나친 상업주의 아니냐는 지적에 기획자는 “그냥 재미로 봐 달라”고 했다. 클래식 연주장에 젊은 관객을 모으려는 기획자의 의도,자신을 상품화하면서까지 ‘튀는 재미’를 즐기는 일부 젊은이들의 풍속도가 반영된 하나의 양상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순수예술과 예술의전당을 아끼는 분들의 전화항의는이어졌고,결국 경매 베팅방식을 돈 대신 장미 꽃송이로 바꿔 진행하게 되었다. 현상적으로는 예술의전당과 ‘돈 베팅방식’의 불협화음으로 나타났지만 본질은 순수예술 또는 고급예술은 상업주의와 손잡을 수 없다는 강한 거부감이 깔려 있다.한편 작년부터 정부는 공공문화예술기관이 마케팅을 활성화시켜적자를 면하는 운영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기획예산처를 통해 ‘민간위탁’ 방침을 확대하고 시장원리에 의한 경영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고급예술의 순수주의를 지키라고 하고,또 한쪽에서는 시장원리의 경영방식을 도입하여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준다는 ‘순수예술’은 지금 이렇게도 저렇게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우리 사회는 지금 그 딜레마를 더욱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닌가? [박승현 문화기획자 다움연구소 기획실장]
  • 평양 리포트(중)컴퓨터 열풍

    기자 일행이 평양에 도착한 4일 아직 꽃은 피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움직임엔 봄기운이 완연했다.대동강변에 위치한 고구려시대 평양성의 동쪽 장대 연광정 부근에서는 인민학교 여자아이들 너댓명이 줄넘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꼬마야 꼬마야 땅을 짚어라’하는 노래에 맞춰 차례로 줄을 넘어 들어왔다가 나가는 놀이 방식은 우리와 같은데 노래를 ‘미미솔 미미솔 미솔 파미레’하는 식으로 계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특이했다.한참 재미나게 돌아가던 줄넘기 줄이 별안간 멈췄다 했더니 한 남자아이의 훼방 때문이었다. 취재중 점심식사를 위해 보통강 구역에 있는 평양프로그램센터(재일동포와 합작으로설립된 소프트웨어개발연구소) 식당에 들렀을 때 10여명의 젊은 남성들이 포켓볼을 즐기고 있었다. 모란봉공원의 아름다운 숲속에는 청춘남녀들이 다정히속삭이고 있었다. 통일부는 99년 북의 경제가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평가했다.국내외 여러 전문기관에서 북의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평가도 나왔다. 지난해 9월 이후 꼭반년만에 다시 찾은 평양에서 기자는식량부족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운 경제사정의 징후는 전기로부터 왔다.그러나 이번 방북때는 첫날 저녁식사 때부터 정전이 되었다.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듯 곧 촛불이 들어왔다.안내기자들은 “각종 공장의 조업이 정상화되어 전기수요는 늘었는데 갈수기라서 수력발전소의 전기생산량이 떨어져 전력사정이 긴장하다”고 했다.약 1분 후에 전기는 다시 들어왔다. 기자가 이번 방북취재에서 주요 초점으로 삼았던 문제중 하나가 바로 ‘북의 컴퓨터 및 인터넷정책’이었다.인터넷 벤처산업이 동북아시아 전체를 이끌어 나가고 이른바‘신경제’가 21세기 초 세계경제의 최대 화두로 대두하고 있는 현실에서 북은 어떠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했다.어떤이들은 북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케이블망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나라라는 점과 현재의 경제난 등을 들어 북에 컴퓨터 인터넷정책이 거의 없는 것으로 단정한다.그러나 세계에서 미국 국방성 인터넷사이트에 가장 많이 접속하는 나라가 북이라는 통계 등을 놓고 볼 때 이는 성급한 판단이다. 기자는 방북취재 첫 날인 5일 만경대구역 선내동에 위치한 조선컴퓨터센터를 방문했다.조선컴퓨터센터는 최근 삼성과의 소프트웨어 공동개발사업 추진에서 알 수 있듯이 북의 컴퓨터기술 발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지난 90년 문을 연 후 4,500명의 컴퓨터프로그램 연구개발 일꾼들이조선어처리부문,다매체프로그램(CD)개발부문,경영업무 프로그램화부문,전문가체계부문,게임프로그램 부문,인민경제부문공정조정 부문 등 6개 센터에서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고 있다.조선컴퓨터센터가 개발했거나,개발중에 있는소프트웨어들은 매우 다양했다.‘내나라’라는 워드프로세서를 비롯해 CD로는 ‘우리 강산’‘조선역사유물’‘아리랑’이 있다.또 컴퓨터바둑프로그램인 ‘KCC(조선컴퓨터센터)바둑’은 99년 호스트컵 세계 컴퓨터바둑대회에서우승을 차지하고 세계 최초로 공인 2급을 수여받았다. 지난해 만났던 백철진 생산기술사업처장이 기자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백 처장은 평양리과대학 출신의 컴퓨터전문가이다.그에게북의 컴퓨터 보급및 사용 실태에 대해 들어보았다.“각급 기관,기업소에 거의 컴퓨터가 보급돼 사업을 컴퓨터로 처리하고 있습니다.일꾼들은 문서를 작성하고 엑셀을 이용해 사업상 필요한 프로그램을 짤 수 있는 정도까지 컴퓨터를 익히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일꾼들에 대한 컴퓨터교육은 직장에서 자체로 강의를 마련해 가르치거나 야간대학,인민대학습당 같은 사회교육기관이 담당하고 있다.백 처장은 “김정일 총비서가 ‘컴퓨터를 안하면 무지몽매에서 벗어날 수 없다.온 나라를 컴퓨터화 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하라’고 교시했다”며 김 총비서가 컴퓨터분야에 대해 뛰어난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또 “온 나라를 컴퓨터화하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방향은 우리식으로 프로그램 기술을 발전시킨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컴퓨터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세계적 보편성이라 할 수 있다.그런데 이같은 보편성과 호환성을 놔두고 굳이 ‘우리식으로 프로그램을 발전’시켜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외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들을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일부프로그램을 들여다가 참고하기도 합니다.하지만 대부분은 자체기술로 새로만들고 있습니다.자기 힘으로 안 만들면 진정으로 자기것이 못됩니다.특히프로그램 개발도구(툴)들을 우리식으로 다시 제작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제를 북의 인터넷정책 쪽으로 돌렸다.북은 과연 언제쯤 인터넷망에 접속할 계획일까. “우리도 인터넷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요해하고 인터넷망 연결에 대한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넷망에 접속하면 해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한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해커가 잘 들어올 수가 없다고 보고 네트에 관련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측이 중국에 인포뱅크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남에서는 남북 인터넷교류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그 문제에 대해 백 처장의 의견을 물었다.“우리도 그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인터뷰 마지막에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우리 컴퓨터센터에 대한 국가적 배려가 대단히 큽니다.사업에 필요한 설비나 제반 조건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빠른시간 내에 우선적으로 보장되고 있습니다.이는 모두가 강성대국 건설 노정에서 과학기술,정보산업이 반드시 활성화돼야 한다는 국가적 관심 때문입니다”.북에서도 첨단 지식기반산업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신경제’를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7일에는 인민대학습당 최희정 총장(53)과 인터뷰를 가졌다.인민대학습당은우리의 국립중앙도서관에 해당하는 기관이자,대학을 나오지 못한 근로자들이대학졸업 수준의 강의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교육의 전당으로 알려져있다.최 총장은 금속재료부문을 전공한 과학자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3년째 인민대학습당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최 총장과의 인터뷰에서기자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인민대학습당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를 누가 먼저 쥐고 그것을 어떻게 자기생활에 적용하는가가 대단히 중요합니다.우리 인민대학습당은 서지 형태의 정보는 물론 컴퓨터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보 및 과학기술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의 컴퓨터망은 어떤 범위에서 구축되어 있으며 누가 사용하고있는 것일까.“독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내각,성,중앙기관,공장기업소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정연한 사회 체계망이 구성되어 있습니다.예를 들어 낙원기계공장기업소의 기사장은 자기 기업소에서 인민대학습당 홈페이지에 들어와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통신망으로 제공하는 곳은 인민대학습당만이 아닌듯 했다.각 도·시·군 도서관은 물론,중앙과학기술통보사,김일성종합대학,의학과학원,발명국 등 여러 곳이 ‘자료기지를 축성’(데이터베이스화)해서 독자들에게 봉사하고 있다는 얘기였다.이처럼 북에서는 현재‘전사회의 컴퓨터화’ 사업이 상당히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남에서도 나이든층일수록 컴퓨터 인터넷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워 하는데 북에서는 그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 것일까.“우리는 내각의 상,부상,책임일꾼,공장기업소의 지배인 등 간부들부터 컴퓨터를 배워주기 시작해 점차 노동자교육으로확산했습니다.새로운 것을 들이밀자면 우선 간부들부터 무장시켜야 합니다”. 지난해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의 컴퓨터학부가 컴퓨터과학대학으로 확대 승격되었고 각 대학에 컴퓨터학부가 신설되었다고 한다.여기서 배출된 인력들은향후 북의 정보통신산업 부문에 집중 투입될 것이다.양상은 다르지만 동북아를 휩쓸고 있는 인터넷 벤처열풍에서 북한 역시 무풍지대가 아니었다. 신준영기자 junyoung@
  • 영호남·서울 청춘남녀 맞선

    영·호남과 서울을 잇는 청춘남녀 혼사가 자매결연한 기초자치단체들에 의해 추진돼 지역갈등 해소에 청량제가 되고 있다. 6일 전남 해남군(군수 閔化植)에 따르면 해남과 경북 영덕군,서울 송파구가선남선녀의 맞선을 주선했다. 이들 지역에서 지역신문과 반상회 등을 통해 모집한 맞선 보기에 참가를 신청한 주민은 43명.23∼35세로 해남에서 남자 11명,여자 6명,영덕에서 남·녀각 10명,송파구에서 남자 6명이다. 이들은 오는 4월17일 영덕군 삼사면 해상공원에 마련된 ‘커플 만들기’ 행사에 참석,마음을 터놓고 사랑을 속삭인다.이들중 결혼으로 골인하는 남녀는 10월쯤 영덕군청에서 결혼식을 치르며영덕군으로부터 혼수비용으로 커플당 120만원씩을 지원받는다.해남군과 송파구는 신혼살림에 필요한 혼수품 일체를 사줄 계획이다. 민 군수는 “영·호남 갈등의 벽을 허물기 위해 민간단체 교류에 이어 이같은 행사를 마련했다”며 “젊은이들이 지역감정을 훌훌 털어내고 21세기로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남 남기창기자 kcnam@
  • MBC 시트콤 ‘세 친구’ 틈새전략 적중…시청자 반응 좋아

    SBS ‘이홍렬쇼’가 아성처럼 버티고 있는 월요일 심야시간대에 지각변동의조짐이 일고 있다.지난달 14일부터 방영된 MBC 주간시트콤 ‘세친구’(송창의 기획·연출)가 심야시간대에 보기드문 시청률 19%로 선전하고 있기 때문. 본격 성인시트콤을 표방하고 나선 ‘세친구’의 28일 장면.헬스클럽에서 ‘손님 안녕하십니까’를 연발해 눈길을 모은 안연홍이 평소 흠모하던 정웅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갖은 모략을 꾸민다.친구를 소개해준다며 불러내 바빠서못온다는 내용의 거짓통화를 한 뒤 데이트를 즐기고 용돈으로 포섭했던 자기 동생이 따지고 들자 이단옆차기를 날리는 등 뻔뻔하고 극악한(?) 일을 저지른 것. 상큼한 이미지에 갇혀있던 안연홍이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눈알을 데굴데굴굴리는 장면에 포복절도했다는 이들이 많았다.너무 웃겨 죽는 줄 알았다며“MBC를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는 이도 있었다. ◆재미있는 캐릭터 의리파며 완고한 보수주의자로 등장하는 정신클리닉 원장정웅인, 누나의 의상실에 빈대붙어 용돈이나 뜯어내지만 한없이 착하기만 한박상면, 헬스클럽 매니저로 여자 밝힘증 환자 윤다훈이 기둥인물.이들의 솔직한 연기는 또래들로 하여금 ‘내 얘기’로 여기게 했다. 정통극에서 갈고 닦은 이들의 연기력은 정말 오랜만에 연기의 조화란 이런것이구나 느끼게 한다. ◆틈새전략의 적중 SBS ‘순풍 산부인과’가 가족의 일상사를 다루고 후속시트콤들이 청춘남녀들의 연애담에 초점을 맞춘 것과 ‘세친구’는 차별화된다.성인들만의 이야기 마당을 갈구해왔던 시청자들의 기호에 영락없이 맞아떨어졌다. 직장 상사와 불륜에 빠진 여자의 연애를 다루고 젊은 처녀 의정과 나이 지긋한 중년남자(김용건)의 연애를 다룬 것도 이런 틈새전략의 산물이다. 어쩌면 성인들은 이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키득키득” 웃어가며 즐기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를 바꿔라 성인만 보기 아깝다며 시간대를 바꾸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저녁 7시대에 방영되는 시트콤 ‘가문의 영광’이 그 표적. 그러나 조금은 표현에 삼가야 할 대목도 있다.의상실 주인 반효정이 동생 상면에게 “남들보다 두배는 처먹는다”고 상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나 아무리동창들이라고 하지만 ‘임마’‘짜식’ 등 거친 언어들이 여과없이 전파를타고 있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야할 대목이다. 임병선기자 bsnim@
  • 한·중·일 합작 ‘춘향전’ 무대 오른다

    3국(國)3색(色)의 춘향전. 고전 ‘춘향전’이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 공동으로 제작돼 서울 무대에 오른다.한국ITI(대표 양혜숙)와 베세토위원회(위원장 김의경)는 오는 10월 19∼22일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3국이 각각 고전극 스타일로 만든 다국적 ‘춘향전’을 공연키로 했다. 전 3막 가운데 1막은 중국의 월극(越劇),2막은 일본의 가부키(歌舞伎),3막은 한국의 창극(唱劇)으로 구성한다.한 작품안에 3명의 춘향과 몽룡이 등장하는 셈.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그릴 1막은 중국을 대표하는 월극단인 절강소백화월극단이 맡는다. 중국에서는 이미 54년과 78년 두차례에 걸쳐 춘향전이 월극으로 소개돼 현지에서는 그다지 낯설지 않은 작품이다.경극이 북경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고전극인데 비해 월극은 20세기초 항주·상해 지역에서 탄생한 지방 전통극으로 30년대부터 모든 연기자들을 여성으로 제한한 것이 특징.연출을 맡은 양샤오칭은 배우 출신으로 국가1급 연출가 칭호를 받았다.배우 15명,악사 11명 등 모두 40명이 내한할 예정이다. 2막은 춘향의 옥중 장면으로,105년 역사의 가부키극단 쇼쿠치가 참가한다.가부키는 17세기 중반 형성된 고전극으로 초기에 ‘여자 가부키’‘소년 가부키’등의 과도기를 거쳐 남자만 출연하는 형식으로 굳어졌다.‘월극’과 정반대인 셈. 춘향전은 1945년 일본에 처음 전해진 뒤 현대극과 오페라로 무대에 오른 적이 있으나 가부키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아름다운 여자역을 잘 소화해내는 배우로 유명한 나카무라 시바자쿠가 춘향으로 등장한다. 어사출도와 두 청춘남녀의 재회 등 스펙터클한 장면이 많은 3막은 국립창극단이 공연한다.한국측 연출 겸 총연출을 맡은 손진책은 “3국이 각기 독자성을 살리면서도 일관된 흐름을 갖도록 세심히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본공연 전후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3국 배우와 악기가 모두 출연하는 화합의 장으로 연출할 계획이다. 김의경위원장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개최기간에 때맞춰 각 나라 고전극의 특성을 한눈에 비교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일의 문화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94년 조직된 베세토위원회는그동안 세나라를 번갈아가며 연극제를 열어오다 올해 처음으로 합동공연을 갖게 됐다. 이순녀기자 coral@
  • ‘돈키호테’ 3년만에 관객 찾는다

    국립발레단이 최고의 성공작이라고 자부하는 고전발레 대작 ‘돈키호테’를다시 무대에 올린다.26∼31일 국립중앙극장 대극장. 발레극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의 유명한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그러나 돈키호테의 무용담은 뒷전이고,원작에 없는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바질 등 청춘남녀를 앞세워 유쾌한 사랑이야기로 풀어나간다. 키트리와 바질은 사랑하는 사이지만 키트리의 아버지는 딸을 멍청한 부자 가마슈에게 시집보내려고 한다.이들의 밀고당김에 돈키호테와 하인 산초 판자가 끼어들어 엉뚱한 소동이 잇따라 벌어진다는 줄거리. 원래 ‘고전발레의 아버지’마리우스 프티파가 1869년 처음 발표한 것을 알렉산드르 고르스키가 3막7장으로 재구성,현재 볼쇼이발레단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만들었다.국내에서는 국립발레단이 지난 91년 처음 공연했고 92년‘춤의 해’특별공연,96년 앙코르공연으로 이어졌다. 경쾌한 리듬에 흥겹고 관능적인 스페인춤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조연들의 마임도 수시로 곁들여 ‘유쾌한,코믹한 발레’의 첫손가락에 꼽힌다.특히 1막과 3막 키트리·바질의 그랑 파드되(2인무)는 압권.남자무용수가 여무용수를 한손으로 머리 위까지 들어올리며,발레리나는 32회전의 푸에테를 선보이고,남녀가 함께 대도약하는 등 고난도 기교가 망라된다. 6일동안 8번 공연하는 이번 무대에는 김지영-김용걸,김주원-이원국,김은정-김창기 커플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선다.세 팀 모두 ‘돈키호테’전막공연에서의 주역은 처음이지만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이제 세계적 수준에 오른국립발레단의 여섯 스타들이 한국발레사상 가장 완성도 높은 ‘돈키호테’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김지영-김용걸,원숙함과 신선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김주원-이원국,국립발레단이 제3의 주역으로 선택한 김은정-김창기(99 룩셈부르크 국제발레콩쿠르 듀엣 3등상)커플가운데 누구의 춤을 보아야하는지는 즐거운 고민이 될듯.이밖에 뮤지컬 ‘명성황후’로 성가를 드높인무대미술가 박동우가 발레무대에 처음 도전한다든지,바체슬라브 오쿠네프와엄규선이 함께 마련한 의상도 관심거리이다. 공연일정은 △김지영팀이 26·29일 오후7시30분과 31일 오후4시 △김주원팀이 27·31일 오후7시30분,30일 오후4시 △김은정팀이 28·30일 오후7시30분이다.(02)2274-3507∼8. 이용원기자 ywyi@
  • 방송3사 가을프로 대대적 개편

    방송3사가 18일부터 시행할 가을 개편안의 뚜껑이 열렸다.KBS가 채널별 차별화 전략을,MBC가 일부 시사프로그램의 전진배치를,SBS가 토론과 국악 프로그램의 신설을 이유로 내세워 공영성을 강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미지수다. ■ 겉으로는 공영성 강화 KBS는 1TV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광고채널인 2TV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공영방송만이 할 수 있는 ‘그린드라마’와 민방과 차별화되는 ‘질적 오락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이를 명분으로 봄개편때 폐지했던 아침드라마를 반년이 채 안돼 부활시켰다. MBC는 노조의 공영성 요구 주장에 부응해 ‘정운영의 100분 토론’(목요일밤 11시)을 신설했고 ‘MBC스페셜’(금요일 밤 9시55분)을 프라임시간대로이동시켜 이채롭다. SBS는 외부압력설로 노조 등의 반발을 불러왔던 토론 프로그램 ‘오늘과 내일’(목요일 밤 10시55분)을 신설하고 ‘뉴스추적’을 일요일 아침 8시로 옮기고 ‘국악천년’(일요일 아침 6시)을 신설해 생색을 냈다. ■ 속으론시청률 강화 KBS2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쌍방향 프로그램의 효시 ‘생방송 퀴즈 크래프트’(토요일 오후 7시)가 눈길을 끈다.전화와 PC를통해 4만여명의 시청자가 동시에 참여할 수 있어 가족오락물의 새지평을 열겠다는 의욕이다.대학생 탐험대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그곳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격출동 도시대탐험’(화요일 오후 8시 55분)도 신설된다. 그러나 일요일 밤 9시 청춘남녀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시트콤 ‘오 해피데이’를 내는 등 싼값에 높은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장삿속도 함께 드러냈다. MBC는 현금이 걸린 퀴즈프로 ‘생방송-퀴즈가 좋다’(토요일 오후 7시)와 인체의 신비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메디컬쇼-인체는 놀라워’(일요일 오후5시 10분),소시민의 소원풀이를 엄청난 물량을 동원해 대신해주는 ‘일상탈출-야호!’(일요일 오후 6시) 등 오락물을 전진배치했다. SBS는 월요일 ‘이홍렬쇼’(밤 10시55분)로 기선을 잡고 화요일엔 ‘스타쇼’(오후 7시15분),토요일엔 ‘토요 스타클럽’ 등 스타를 활용한 시청률 잡기에 치중했다. IMF를 탈출했다며‘힘내세요 사장님’(KBS1)을 폐지시키고 노인 프로그램이일요일 꼭두새벽으로 밀리는 등 소외계층에 대한 방송사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음도 여전하다. 임병선기자 bsnim@
  • [대한광장] 붕괴되는 틀

    외국여행에서 젊은 남녀의 키스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 웬 횡재인가싶어 동공이 벌어지고 심장이 컹컹 뛰었었다.공항의 출영구에서 헤어지기 기막혀 상체를 부르르떨며 격정적으로 나누는 키스장면은 아무리 못본 척 고개를 돌리려해도 의지만 그러할 뿐 시선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영화에서만 볼수 있었던 진한 애무장면을 바로 코 앞에서 향유할 수 있음에 머리 몸 함께어지럼을 탔지만 그러나 흥미로운 기분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불과 10여년이 경과한 지금,전철 안이나 공원,해변 등에서 우리는 드물지 않게 우리 청춘남녀의 애정표현을 목격하게 된다.주위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그들의 적극적인 포옹이며,입맞춤이며 얼켜드는 서로의 몸짓을 슬금슬금 훔쳐보면서 아슬아슬 위태롭고 심히 민망스런 기분이 된다.10여년 전 외국 젊은이들의 행위에서 느끼던 흥미로운 기분은 결코 아니다. 이런 모순적인 감정의 변화는 눈 앞의 그들이 남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자녀들이라는 점과 아직은 뭔가 시기상조일 것같은 느낌,혼전의 남녀가 만인중시리에 저래선 안된다는 뿌리깊은 고정관념탓으로 스스로 분석도 해보지만민망스런 기분은 가셔지지 않았다.소설에서 가상의 세계를 창작할 때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무한한 포용의 척도가 실생활에서 납덩이처럼 굳어질 때 느끼던 괴리감처럼 혼란을 겪으면서도 그들을 향한 민망스러움은 가셔지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전 TV에서 미혼남녀의 동거에 대한 주제를 아침시간에 방영하는 것을시청했다.주목할 사실은,혼전남녀 동거자가 적지 않은 숫자이고 그들의 동거경험이 1회 이상이면서 동거자와 결혼으로 이르는 숫자보다 그렇지 않은 비율이 높고 이별을 하면서도 아기를 낳아 기르기도 하는,그러면서도 피차가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동거의 목적이 좋은 결혼상대자를 탐색하기 위해서,너무나 사랑해서,한 순간이라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서,또는 부모의 틀을 따르지 않고 자기식 삶의 방식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출연한 동거자들은 말했다. 필자의 귀를 세우게 한 것은,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냉소하면서 과감히 그 고정관념의 틀을 당당하리만큼 거침없이 깨트리고 있는 일부 동거자들의 주장이었다.고정가치관이 틀 속에 갇혀있는 한 혼전동거는 부정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는 서두로 시작하여 동거를 하는 목적 등을 자기나름대로 논리를 전개하는 그들에게서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혼전남녀의 육체적인 순결을 중시하던 시대는 이미 아닌 줄은 모두 알고있지만 이토록 급속도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실제 많지 않으리라 혼자 바보처럼 중얼거려도 보았다. 전철속 젊은 남녀의 거침없는 애무행위가 사랑스럽기보다 그토록 민망스러웠던 것은 그들이 남이 아닌 우리의 자녀들이고 역시 틀 속에 갇혀사는 기성인들의 경직된 고정관념 탓이라 하더라도 두손놓고 구경만 하고있어야 될 입장인지 새삼 가슴이 답답해졌다. 최근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고 젊은이들이 오기부리듯 그 책을 찾고 있다고 서점종업원이 전했다.이 땅의 독서인구는 20대로 거의 한정돼있는데 이들의 심증기저에 도사린 유교적인 고정관념·고정가치관 즉 ‘틀’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책의 제목만 보고 무작정 그 책을 구입케 한다는 말도 그 종업원은 덧붙였다. 장년 이후의 기성세대에게는 진정 어리둥절한 시대이다.인성을 잃지 않으면서,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발전적인 창조의 기쁨을 누리면서 한 생을구사하는 데는 분명한 기둥철학(틀·질서)이 서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즈음의 세태는 경악,그 자체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변화의 물살이막을 수 없는 대세로 세상에 범람한다 쳐도 이 난제의 해결사는 역시 씨를뿌려놓은 기성인일 수밖에 없다. 모두가 머리 싸매고 젊은이들이 그럴 수 있도록 모판을 만들어 조성해준 우리의 과거를 되짚어보면서 해결점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金芝娟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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