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철 기자의 쇼핑 트렌드] ‘결혼의 계절’ 달라진 풍속도
올해 유난히 결혼이 많다. 입춘이 두번 든 쌍춘년(雙春年)인 까닭이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부부가 평생 금실 좋게 잘 산다는 속설이 있다.
통계청은 올해 모두 30만쌍이 결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결혼시장도 덩달아 함박웃음이다. 결혼 관련 시장 규모는 연간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평소 감히 생각지도 못했던 거액을 과감히 쓰기 때문이다.
요즘은 결혼하는 신랑·신부 모두 직장에 다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바쁜 직장 일을 제쳐두고 결혼 준비만 전념할 수가 없다.
# 바쁜 예비 부부의 ‘천사 같은 존재’ 웨딩 플래너
이럴 때 나타난 구세주가 바로 웨딩 플래너이다. 결혼식장 예약부터 예복, 화장, 사진촬영, 신혼여행, 신혼살림 준비물까지 다양하게 취향에 맞게 준비해준다. 일정도 관리하고 필요 이상으로 비용이 지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정보를 수집, 제공해준다. 단순히 결혼식을 진행하는 차원을 넘어 한 부부가 탄생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당한다.
지난달 26일 결혼한 김진경(28·여)씨는 결혼 직전 직장을 옮겨 결혼 준비를 일일이 하기가 어려웠다. 부모·친구들도 모두 직장인이라 부탁할 수가 없었다. 웨딩 플래너에 의뢰하니 사진, 미용실, 예식장, 혼수까지 모두 척척 해결해주었다. 김씨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웨딩 플래너가 반품하거나 환불하는 등 해결사 역할을 해 줬다.”며 “사진 촬영과 드레스 선택 등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항상 같이 있으면서 챙겨줘 친구보다 더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 자매 웨딩플래너가 말하는 3대 트렌드
자매 웨딩 플래너로 주목받는 차세영(30)·명희(28) 마리에 실장으로부터 결혼 트렌드를 들어봤다. 언니 차세영 실장은 “요즘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호화롭게 하거나 아니면 아주 실용적으로 한다.”며 말머리를 열었다.
# 결혼은 럭셔리하거나 아주 실용으로
새침해 보이는 동생 차명희 실장은 “고급 호텔이나 해외에서의 채플(교회) 웨딩은 물론 해외 명품 브랜드를 위주로 최고급의 혼수, 나만의 맞춤 청첩장 등 럭셔리한 결혼도 많다.”고 말했다. 차세영씨는 “실용적인 커플들은 시계나 반지 같은 예물·예단 등을 거부하고, 현금을 들고 신혼생활을 시작한다.”며 “현금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내집마련을 통해 생활기반을 다지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과거 ‘있는 집’은 주위의 눈치를 살펴 눈높이를 낮춰 보통 수준으로 맞췄는데 이젠 굳이 눈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떠들썩한 결혼은 No, 우리만의 결혼
소규모 결혼식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들 자매의 공통 의견이다. 차세영씨는 “호텔 등에서 열리는 소규모 결혼식에는 초대 리스트에 오른 하객만 참석이 가능하다.”며 “주로 가까운 가족과 친구 위주로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신혼 부부들은 주로 외국 생활을 오래한 고학력에 전문직 종사자들이란 게 이들의 귀띔이다. 그러면서 ‘그들만의 결혼’을 위한 다양한 장소를 줄줄이 꿰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작은 파티 풍은 서울 평창동 아트 브라이덜, 전통 혼례는 삼청각, 영화에서와 같은 채플 웨딩은 제주 하얏트 리젠시호텔에서 가능하다며 예를 들었다.
# 오붓한 첫날 밤은 시내 호텔에서
짓궂은 장난이 가득한 피로연도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결혼식 후 시내 호텔에서 1박을 하며 피로를 풀고 신혼여행을 다음날 떠나는 신혼부부가 많아졌다. 어찌보면 특급호텔에서의 첫날밤이 진정한 허니문인 셈이다. 특급 호텔들은 신혼부부를 다양한 방법으로 유혹하고 있다. 와인과 과일 선물을 비롯해 풍선과 장미꽃을 장식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선물부터 면세점 쇼핑, 결혼 1주년 챙기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chuli@seoul.co.kr
■ 유통업체 “결혼상담 백화점서 하세요”
‘혼수시장을 잡아라!.’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혼수시장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가 뛰어들었다. 백화점들이 웨딩플래너 등 전문 상담요원을 채용해 웨딩센터를 두는 등 예비 신혼부부 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웨딩센터를 국내 최초인 2004년 8월 압구정점에 설치한 이후 롯데와 신세계, 갤러리아백화점 등도 잇따라 마련했다.
김정윤 롯데 웨딩센터 매니저는 “웨딩 행사가 전에는 봄·가을에만 진행하던 백화점의 1회성 이벤트였으나 올해에는 1년 내내 상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업체들이 혼수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신혼부부들이 결혼해 살면서 필요한 물건을 다시 사러 오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혼수를 산 예비 부부들에게 일정 금액을 적립, 재구매를 하게 하는 ‘웨딩 마일리지’ 제도를 공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진아 신세계 웨딩 매니저는 “웨딩 마일리지 적립금 사용기한을 다른 적립금보다 긴 6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마케팅팀 최광보씨는 “외부의 웨딩 플래너는 영리 목적인 반면 백화점의 경우 상담이 무료인 고객서비스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외부 웨딩 플래너는 드레스와 턱시도, 사진촬영과 화장, 신혼여행, 한복과 예물을 알선하는 정도이지만 백화점은 가구·가전·예단·예복까지 100% 다한다.
신세계는 본점 12층에서 웨딩 살롱을 설치했다. 강남점은 14일까지 ‘LG전자 혼수 가전 특가 기획전’을, 영등포점도 14일까지 ‘레체퍼니처 혼수기획전’을 각각 연다. 또 9월 말까지 웨딩 마일리지 적립행사를 계속한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다음달 말까지 자사 웨딩 카드 소지 고객을 대상으로 ‘웨딩 스페셜 세일 쿠폰’을 발송한다. 상품을 살 때 갤러리아 웨딩 카드를 제시하면 참여 브랜드별로 5∼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다이아몬드에 올인할까
결혼 트렌드가 변화면서 예물도 많이 바뀌고 있다. 불과 몇년 전 예물을 준비할 때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순금 3세트가 기본이었다. 동시에 예물 세트가 많으면 ‘시집 잘 간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실용화 바람이 강한 최근에는 부부가 반지로 다이아몬드 커플링을 고급스럽게 사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인 삼신다이아몬드의 이정은 팀장은 “세팅의 완성도와 디자인의 질이 좋은 1캐럿(0.2g) 다이아몬드 제품이 인기”라고 말했다. 다이아몬드는 캐럿 다이아몬드 광산이 고갈되는데다 희소성 때문에 ‘미래의 투자’ 대상으로도 매력적이다. 결혼 생활 5년 뒤,10년 뒤에도 가치가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3500만원이었던 최고 품질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는 2006년 8월에는 6670여만원이다. 삼신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를 구입한 사람으로부터 시세의 80%에 되사고 있다.
■ 향기 나는 조명 달아볼까
신혼 집에서 조명은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소홀하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감각적인 공간을 위해서는 조명도 잘 생각할 필요가 있다.
흔하지 않은 디자인의 특별한 조명을 가지고 연출하고 싶다면 향기조명제품을 이용해보면 어떨까. 꽃모양의, 섬세하게 제작된 외관도 눈길을 끌지만 조명이 향기까지 뿜어낸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톡톡 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나 때론 분위기를 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
건강까지 생각하는 조명도 있다. 미미라이팅의 내추럴시스템조명 시리즈 중 건강제품 ‘심플 UV’는 오염도 감지 센서가 달려 있다.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살균조명으로 살균한다. 또 바이오세라믹 입자가 조명기구에 내장돼 있어 공기탈취의 기능도 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