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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판 덤보의 비극...‘강제 공연’ 태국 아기코끼리 사망

    현실판 덤보의 비극...‘강제 공연’ 태국 아기코끼리 사망

    ‘현실판 덤보’가 결국 숨을 거뒀다. 더 타이거와 푸껫 뉴스 등 태국 언론은 17일(현지시간) 점보라는 이름의 아기코끼리가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태국 국립코끼리연구소가 운영하는 태국남부코끼리전문병원은 지난달 20일 아기코끼리 점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푸껫동물원장 피차이 사쿤손에 따르면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점보는 사망 일주일 전 진흙탕에서 일어나다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소식을 접한 농축개발부 푸껫사무소는 지속적인 치료와 보호관찰을 명령했지만 점보의 건강은 점점 악화됐고, 푸껫동물원은 점보를 태국남부코끼리전문병원으로 이송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점보가 처음 이송됐을 때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영양실조도 심각했고 뒷다리도 부러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점보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시름시름 앓던 점보는 이틀 뒤부터는 식음을 전폐했고 지난달 20일 새벽 3시쯤 숨을 거뒀다.동물원 사육사들은 그러나 점보가 병원에 옮겨지기 전까지 다리가 부러진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피차이 사쿤손 동물원장은 “앞다리가 진흙탕에 빠진 점보가 마른 땅에 디디고 있던 뒷다리로 일어서려다 골절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육사들이 점보의 골절상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맞지만 병원으로 옮겨 적절한 치료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도 골절상 방치가 점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점보를 진료한 태국남부코끼리전문병원 수의사는 “점보는 새끼에게는 치명적인 코끼리 헤르페스바이러스(EEHV)에 감염돼 있었다. 소화관에 염증이 생겨 계속 설사를 했고, 그 결과 몸이 영양분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쇠약해졌고 각종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단 음식을 좋아한 나머지 섬유질이 풍부한 먹이를 거부한 것과 조산한 것도 점보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이에 대해 농축개발부 푸껫사무소장 마나스 테파룩은 점보 사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또 푸켓동물원이 농축개발부 허가 아래 점보를 각종 쇼에 동원한 것은 맞지만, 동물원은 코끼리를 철저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점보의 죽음이 뒤늦게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테파룩은 “점보가 코끼리 병원으로 옮겨진 사실은 보고를 받았지만, 사망 사실은 한 달이 지나서야 취재진의 전화를 받고 알게 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푸껫동물원장은 점보의 사망 소식을 즉각 사무소 측에 전달했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한편 귀여운 외모로 ‘현실판 덤보’로 불리던 점보는 태국 푸껫동물원에서 하루에 3번씩 코끼리 쇼에 동원됐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뼈가 드러날 만큼 앙상하게 마른 아기코끼리 점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커다란 자전거를 타는 등 묘기를 부려야만 했다. 이에 동물권단체 무빙 애니멀스는 “아기코끼리 ‘덤보’를 연상시키는 점보가 쇠사슬에 묶여 학대성 공연을 펼치고 있다”며 국제적 관심을 호소했다. 또 올해 초부터 점보의 보호소 이송을 위한 청원을 진행해 22만 명의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점보가 지난달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이 단체는 “점보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태국 정부에게 구시대적인 동물 공연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애도를 표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왕좌의 게임’ 시즌 8 다시 만들자 온라인 청원에 71만명 넘어서

    ‘왕좌의 게임’ 시즌 8 다시 만들자 온라인 청원에 71만명 넘어서

    이런 얘기 왜 안 나오나 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 8을 다시 만들어달라는 온라인 청원에 17일 오후 2시 40분(한국시간) 현재 71만 8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슬로건 ‘겨울이 온다’를 빗대 제작진에 진짜 겨울이 시작됐다고 영국 BBC는 16일(현지시간) 빈정거렸다. 널리 알려져 있듯 조지 R R 마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소설과는 완전히 다르게 작가진이 드라마 줄거리를 독자적으로 쓰고 있다. 모든 얘기를 마무리하는 시즌8의 5편이 지난 주말 미국에서 방영됐고, 국내에서는 17일 밤 방영된다. 시즌8은 여섯 에피소드로 이제 국내에서는 딱 두 회 방영만 남았다. 그런데 시즌8의 5편이 방영된 뒤 체인지 닷 오르그(change.org) 청원 페이지에는 능력있는 작가들이 완성도 높은 각본을 다시 집필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와 시즌8에 만족하지 못하던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들은 매회가 끝난 뒤 제작진 에피소드를 들려주는 작가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B 바이스가 “끔찍할 정도로 능력 없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또 두 작가가 마틴이 책을 마저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될 “어떤 소스도 제공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마틴의 여덟 번째 책 ‘겨울바람(The Winds Of Winter)’이 아직도 집필 중이기 때문에 드라마는 작가들 마음대로 흘러가고 있다. 청원 글은 “이 시리즈는 마지막 시즌을 조금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야 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며 “HBO, 너네가 기대를 저버렸고 이런 일이 벌어지게 했어!”라고 덧붙였다. 미국 CBS 뉴스는 시청자들이 줄거리 등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는 열 가지 대목을 소개했다. 예를 들어 3편을 통틀어 바친 전쟁 장면은 너무 어두워서 전투를 제대로 볼 수 없고, 아리아 스타크가 존 스노우 대신 밤의왕을 죽였는데 허망하리만큼 밤의왕이 한방에 나가 떨어진 점 등이 꼽혔다. 서명에 동참한 이들은 댓글을 통해 시리즈 전체가 “망가지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작가들을 도저히 존중할 수가 없다”거나 8년 동안 키워온 캐릭터들을 “하수구에 버리고 있다”고 적고 있다. 한 서명 동참자는 조금 더 신랄하다. “이번 시즌은 시리즈 전체를 통해 구축해온 모든 것을 파괴해 스토리텔링을 망가뜨렸고, 캐릭터는 빈약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보살핌도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편당 제작비가 1500만 달러(약 178억 5000만원)이나 들어 HBO가 온라인 청원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더 궁극적으로는 시청자들이 여전히 드라마를 쳐다보고 있어서다. 1840만명이 온갖 플랫폼을 통해 5편을 시청했다고 HBO는 소개했다. 베니오프와 바이스도 역시나 마무리가 논란 거리가 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베니오프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터뷰를 통해 “엔딩이 나쁘면 좋은 스토리는 좋은 스토리가 아니게 된다. 물론 우리도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BBC는 그래도 HBO가 이런 시청자 불만에 뭔가 한 마디 해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국회의원, 무보수 명예직으로” 일부, 지역민 항의에 외유 취소

    “세금 아깝다” “최저임금으로 시작을” 비판 “의원, 무노동 무임금 실시” 靑 국민청원 정치권 “비공개 해외체류 의원도 있어” ☞ ‘無노동 월급 1140만원’ 뻔뻔한 의원들 ‘동물국회’ 정쟁 끝에 국회 문을 닫아놓고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월 1000만원이 넘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는 국회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무노동 유임금’ 실태를 고발한 16일자 서울신문 보도에 민심의 분노가 폭발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비판 여론이 쇄도했다. 특히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정치권이 겉으로는 나라를 위한 충정인 것처럼 온 나라가 싸우면서도 뒤로는 그 틈을 타 지역구 관리와 외유성 출장에 혈안이 된 것으로 드러나자 “국회의원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쏟아졌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실시합시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일하지 않고 딴 짓거리 하는 의원들, 모범적이지 못하고 솔선수범 못하는 국민의 대변인 호의호식을 더이상 못 본다”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을 주장했다. 이 청원엔 오후 10시 현재 1243명이 서명했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진짜 세금이 아깝다”(rhrh****) 등의 성토가 줄을 이었다. 지난 12~13일 이틀 사이 고강도 장시간 근무 여건에 3명의 집배원이 과로사한 것을 거론하며 “집배원 업무 등 노동 형태와 대비되는 뉴스다. 안타까운 현실 반성 좀 하라”(hoin****)는 일침도 나왔다. 특히 “저런 짓을 하는데 안 잘릴 수가 있다니. 회사였으면 일주일 안에 잘렸지”(dews****)라는 댓글은 직장인들의 많은 공감을 샀다. ‘선양’이라는 네티즌은 “전 국민의 70%가 200만원 이하 월급자인데 해도 너무한다”고 성토했다. 네티즌 ‘교관’은 “공무원은 해당 기관에, 사기업은 해당 기업에 근무태도 및 업무실적을 평가 받는다”며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했으니까 회의출석, 출장, 지각, 결석 등 자료와 업무실적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해병’은 “국회의원도 최저임금으로 시작하라”며 “국민이 준 특권이기에, 국민이 국회의원 소환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국민청원 동참을 촉구했다. 국회 휴업을 틈타 해외 출장을 잡은 의원들의 일정이 서울신문 보도로 공개되자 해당 의원실에는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의원실은 출장 취소 등 일정 조정 검토에 들어갔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많이 들어왔다”며 “의원외교 일정이라 불가피하지만 될 수 있으면 취소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특히 당에 알리지 않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난 의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의원외교 차원으로 출장을 가서 공식 일정이 공개된 국회의원은 그나마 확인할 수 있지만 당 사무처에 출국 언질도 없이 해외 체류 중인 의원들도 있다”며 “이러다 갑자기 국회가 열리면 즉시 귀국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성남 특례시를 잡아라

    성남 특례시를 잡아라

    성남특례시 지정 시민이 나섰다. 성남시는 16일 오후 시청 온누리에서 ‘특례시 지정을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 발대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은수미 시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국회의원, 김병관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신상진 국회의원, 성남시의회 박문석 의장과 여야 시의원, 시민 등 700여명이 참석해 한 목소리 특례시 지정을 외쳤다.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지난달 1일 성남시가 개최한 ‘특례시 지정을 위한 토론회’ 때 뜻을 함께한 정계·학계·경제계·유관단체·시민단체 관계자 138명으로 구성됐다. 추진 위원장은 장동석 성남시주민자치협의회장·원복덕 성남시여성단체협의회장·이영균 가천대 법과대학장·박용후 성남상공회의소 회장·곽덕훈 아이스크림미디어 부회장 등이 공동으로 맡았다.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이날 결의문을 통해 행정안전부와 국회에 특례시 기준으로 단순한 인구수가 아닌 행정수요 등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행안부는 지난 3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 기준으로 정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로 보냈고, 성남시는 96만명으로 4만여명이 모자라 특례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와 관련 김병관·신상진 국회의원이 특례시 기준에 행정수요 등도 반영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범시민 추진위’는 이날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가 행정수요에 맞는 특례시 지정 기준 법제화 청원과 서명운동 등을 벌인다. 청원문과 서명부는 6월 중 행정안전부와 국회를 직접 방문해 전달한 예정이다. 은 시장은 “성남시에는 하루 차량은 100만대, 사람은 250만명이 이동하고,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고양·용인시보다 예산, 여권발행, 민원제기 및 해결 건수 등 모든 분야에서 수치상 압도적으로 앞선다”며 “판교테크노밸리 등을 품고 있는 성남시가 모든 면에서 특례시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문소영 칼럼] 독재란 무엇인가

    [문소영 칼럼] 독재란 무엇인가

    ‘독재’의 사전적 의미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행정·입법·사법의 삼권분립을 부인한 채 한 개인이나 그의 측근이 통치하는 전제정치를 말한다. 고대 로마가 내란이나 외침 등 위급한 상황에서 원로원이 집정관에게 법을 초월한 독재권을 행사하도록 한 데서 유래한다. 그렇다면 독재에서 시민의 삶은 어떠한가. 한국의 대표적인 독재인 ‘박정희 개발독재’와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을 살펴보면 되겠다. 박정희 시대 독재는 ‘긴급조치’로 대변된다. 긴급조치는 유신헌법 제53조항으로, 대통령이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중대한 위협을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일시 정지하는 것이다. 고대 로마의 의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적용은 완전히 달랐다. ‘긴급조치 1호’를 보면 “유신헌법을 부정, 반대, 왜곡, 비방하는 일체의 행위, 유신헌법 개정이나 폐지를 주장, 발의, 청원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과 긴급조치를 비방한 사람”은 “법관의 영장 없이 체포, 구속하여 비상군법회의에서 재판하여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했다. 즉 대통령에게 반하는 정치적 소신을 밝힌다는 이유로 대학생과 지식인들을 탄압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정치적 반대자들을 날조된 반국가단체 조직 활동으로 엮어 재판하고 사형하는 등 ‘사법살인’이 횡행했다. ‘인혁당 사건’이나 ‘민청학련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막걸리에 취한 김에 대통령 욕을 했다고 불잡혀 가던 엄혹한 시절이다. ‘없으면 나라님 욕도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시대였다. 전두환 군사독재의 일부는 체험담으로 증언할 수 있다. 12·12 군사반란 이후 1980년 서울의 봄을 짓밟고 5·18 광주시민 학살로 정권의 토대를 잡은 전두환 정부는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을 ‘호헌’으로 응수하며 탄압했다. 자의적으로 거동이 수상하다며 불심검문하고 가방에 혹여 ‘해방전후사의 인식’ 같은 교양서적이 들어 있으면 불온서적 소지죄로 경찰의 “함께 가시죠”에 응해야 했던 시절이다. 1986년 부천경찰서의 문귀동 경사는 여대생을 잡아다가 성고문을 했는가 하면, 1987년 1월에는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뺌한 박종철 물고문 사망사건이, 6월에는 직격탄을 맞고 사망한 이한열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운동권들을 ‘녹화사업’하는 중에 의문사가 늘어나던 시절은 노태우 정권 때로도 이어졌는데, 1989년 이철규 조선대 학생의 의문사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야당의 정치인들이 자유롭게 “독재자”라고 저격하며 어떤 위협도 느끼지 않는다면, ‘막걸리 긴급조치’라던 박정희 시대와 비교해 과연 독재라고 할 수 있는가 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표현의 자유가 넘쳐 흐르다 보니 ‘달창’과 같은 여성 비하적인 혐오 발언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입에서 나오고, ‘태극기 집회’ 등에서 대법원이 부인한 ‘5·18 북한군 침투설’과 같은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시민사회를 교란하는 지경이 됐다. 386세대의 대표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이 집회에서 흘러나올 때에는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다소 부조리해 보이는 이런 풍경 탓에 지난 50~60년 동안 민주주의를 열망한 세력들이 군부독재를 극복하고 민주주의 사회를 바꿔 놓았더니 ‘죽 쑤어서 개 줬다’며 분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런 수준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감내할 만하다. 문제는 한국당이 극우인 태극기 집회 세력과 거리를 두지 않고, 이들과 연대하거나 오류적 행태를 방치할 때다. 한국당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극우들의 준동을 정치적 이해관계 탓에 내버려두었다. 대단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독일 나치의 등장은 제도권 정당들이 극우들을 정치권 진입을 어리석게도 막지 못한 탓에 발생했다고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레비츠키와 지블랫은 밝히고 있다.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극단적인 세력을 배제하며 억제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좌파 포퓰리즘에 대해 지적질하면서 한국당이 지지율을 올리려고 극단적 세력과 거리 두기에 실패한다면, 수십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온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 독재정권의 여당이던 공화당·민정당·민자당의 후신인 한국당이 정권만 잡는다면 극우세력이 끼어들어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식의 착각을 하지 않길 바란다.
  • 경찰 ‘버닝썬 촉발’ 김상교씨 성추행·폭행 등 혐의로 검찰 송치

    경찰 ‘버닝썬 촉발’ 김상교씨 성추행·폭행 등 혐의로 검찰 송치

    ‘버닝썬 사태’를 촉발한 폭행사건에 연루된 김상교(28)씨를 경찰이 성추행·폭행 혐의 등을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과 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에서 소란이 있었을 당시 버닝썬 직원을 폭행하고 클럽 집기를 집어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여성 손님 3명을 성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은 “피해자·목격자들의 증언과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김씨가 소란 행위를 저지하는 클럽 가드(보안요원)를 폭행하고 클럽 여성 손님 3명을 추행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버닝썬 직원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클럽 직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경찰에 신고했더니 출동한 경찰관들이 오히려 피해자인 나를 제압한 뒤 입건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에게도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버닝썬과 경찰의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찰은 김씨가 사건 현장에 출동한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 경찰관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영상 분석과 해당 경찰관 4명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등을 종합할 때 폭행 등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를 체포할 당시) 체포 요건 일부가 충족되지 않았고 경찰관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가 발견돼 감찰기능에 통보할 예정”이라면서 “김씨의 경찰관 모욕·공무집행방해 사건도 항의 차원으로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김씨가 제기한 ‘순찰차 블랙박스·지구대 CCTV 편집·조작’ 의혹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역삼지구대 경찰관들과 클럽 간 유착을 의심할 만한 통화내역이나 계좌거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아울러 경찰은 버닝썬의 영업이사 장모씨 등 2명에게 폭력행위처벌법(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혐의를, 김씨를 최초로 폭행한 최모씨에게 폭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영업이사 장씨와 보안팀장 장모씨, 최씨는 지난해 11월 24일 김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최씨는 집단 폭행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해 폭력행위처벌법이 아닌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체육교사 고소한 중학생의 사연 “맘대로 자리 바꿨다고”

    체육교사 고소한 중학생의 사연 “맘대로 자리 바꿨다고”

    중학생이 교사에게 폭행과 위협을 당했다면서 고소해 경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15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서구 한 중학교에 재학중인 A(14)군이 학교 체육교사 B(35)씨를 상대로 지난 4일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수업시간에 친구와 자리를 바꾸었더니 체육 담당인 B씨가 아이의 머리를 세게 때리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나갔다거나, 강당 안쪽 물품보관 창고 같은 데로 아이를 데리고가 욕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수업이 끝난 뒤에 다시 불러 망치를 던지면서 위압감을 주었다고도 주장했다. 경찰은 아동학대 전문기관에서 A군의 피해 사실을 청취한 뒤 B씨를 불러 사건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A군의 부모는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학교내 선생의 학생 폭력 말이 됩니까’라는 내용으로 폭행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불협화음만 커지는 서울광장 퀴어축제

    불협화음만 커지는 서울광장 퀴어축제

    서울시공무원 17명 개최 반대 성명 보수 기독교도 대한문서 맞불 예고 퀴어축제측 “시민에 열린 인권행사”‘시민 모두에게 열린 인권 행사’ ‘천부의 질서와 사회 근간을 뒤흔드는 악행’.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서울광장에서 열릴 ‘서울 퀴어 문화축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축제 주최 측은 성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인권 축체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이에 반발하는 보수 기독교단체와 시민들은 일탈의 선정성과 상업성을 지적하며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퀴어 축제의 맞불 행사를 열겠다고 선언해 행사 당일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퀴어 축제는 2015년부터 서울광장에서 서울시의 승인 아래 매년 열리고 있는 행사. 올해 다섯 번째인 이번 축제와 관련해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서울 퀴어 문화축제’의 핵심 행사인 서울핑크닷과 퀴어 퍼레이드의 서울광장 개최를 허용했다. 서울핑크닷은 성소수자와 지지자들이 함께 분홍색 불빛으로 커다랗게 빛나는 점을 만들어 사랑과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 행사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참가자들이 다양한 복장 차림으로 거리를 행진하는 행사를 말한다. 서울시의 행사 허용으로 예정대로 퀴어 축제가 열리게 됐지만, 보수 기독교단체를 포함한 일부 시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도 퀴어 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동의해 청와대의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서울광장 사용 여부는 서울시 소관”이라며 “사실상 (청와대가) 할수 있는 일은 없다”는 답변을 냈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서울시 공무원 17명이 퀴어 축제 개최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보수 기독교단체들이 맞불 행사 성격의 대규모 국민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행사 반대 공무원들은 “지난 4년간 서울광장의 퀴어 행사가 광장의 사용 목적과 규칙을 위반했다”며 “앞으로 퀴어 행사 및 유사 행사의 사용 신고 시 불수리할 것을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및 서울시에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퀴어 퍼레이드가 시민에게 혐오감을 주고 모금 판매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보수 기독교단체들은 축제 개최에 강력한 반대를 선언하고 퀴어 축제 이틀째인 다음달 1일 오후 1시부터 대한문광장에서 맞불 행사인 국민대회를 연다고 밝혔다. 보수 기독교단체들로 구성된 국민대회준비위원회는 “퀴어 문화축제는 동성애자의 인권 보호와 평등이라는 슬로건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인권과 문화라는 이름으로 위장한 선정적이고 음란한 공연과 행위들이 남녀노소 서울시민들의 쉼터인 서울광장에서 온종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정면으로 겨냥해 눈길을 끈다. 국민대회 대회장을 맡은 이주훈 목사는 “동성애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건강한 가정은 파괴될 것”이라며 “이를 한국교회가 막지 못한다면 모든 책임이 목회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대회 준비위는 퀴어 문화축제를 앞둔 5월을 ‘한국교회 특별기도기간’으로 선포하고 교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퀴어 축제 주최 측은 “퀴어 퍼레이드 철만 되면 음란한 축제라는 프레임을 씌운 비판 목소리가 분출하지만 원래부터 성 정체성과 무관하게 시민 모두에게 열린 인권 행사”임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서울녹색당은 “혐오는 오히려 17명의 서울시 공무원이 내뿜고 있다”며 퀴어 축제 주최 측을 편들고 나섰다. 서울녹색당은 “다수의 시민이 퀴어 행사에 반대하기 때문에 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소수자를 억압하려는 혐오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류상태 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대표는 이와 관련해 “개신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회에선 동성애를 용납하지 않는 성경의 메시지를 문자 그대로 믿는 속성이 지나치다”면서 “어렵겠지만 퀴어 축제도 약자에 대한 보편적 권리 인정과 수용 측면에서 사회적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래도 교권의 추락을 개탄할 때마다 내뱉고들 한다. 옛적 시골마다 교사는 흔치 않는 존재였다. 말 그대로 스승이었고, 지식이었다. 노유(老幼)를 떠나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컸다. 거기에 내 아이의 교육을 맡겼다면 가없는 감사의 마음까지 보태졌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원래 교사들끼리의 자조적 표현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좀 쉬운 일인가. 교육에 애간장을 태우고 노력해야 하는 게 숙명임을 스스로 잘 알기에 이를 에두른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에 경멸의 시선이 담긴다. 사회적으로 존중은커녕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자괴감이 더 커지고 있다. 늘 뭔가 요구하는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이듯 학부모들 또한 교사에게 존경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데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격이다. 지난 3월 서울교대 남학생 11명이 단체 채팅방에서 후배 여학생들을 단체로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지난 10일 유기정학 2~3주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스케치북에 여학생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담고 얼굴, 몸매에 대해 등급을 매기기까지 했다. 4학년 몇몇은 교생실습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졸업이 1년 늦춰지게 됐단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뜨거웠던 국민의 분노에 비하면 경미한 징계다. 초등학생을 가르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성과 자질을 가진 이 교대 졸업예정자들은 시간이 조금 늦어질 뿐 교사가 될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서울교대 졸업생인 현역 교사들까지 집단 성희롱 대열에 등장했다. 서너 명의 교사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을 들먹이며 음담패설을 시시덕거렸다. 정상적인 교사나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입에 담기도, 글로 옮기기도 불쾌한 표현을 가감없이 써 가며 말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수사 당국이 철저히 진실을 밝히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느 학교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절대다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몇몇 미꾸라지 같은 이들 말고 다수의 교사, 혹은 다수의 예비교사는 여전히 묵묵하게 헌신과 열정을 앞세워 스승의 길과 참교육의 길을 고민하며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분노와 불안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스스로 교사의 자격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들이 솎아내지지 않는다면 이런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필 스승의날이 목전이다.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또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도 참 고약한 풍경이다. youngtan@seoul.co.kr
  • 뜬금없는 ‘이승만·박정희 국부론’… 71년 정쟁 ‘우율 문묘종사’ 닮았다

    뜬금없는 ‘이승만·박정희 국부론’… 71년 정쟁 ‘우율 문묘종사’ 닮았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8일 뜬금없이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부론’을 다시 꺼냈다.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와 선진화의 아버지가 그것이다. 국부론이 성립하려면 1948년 8월 15일은 건국절이 돼야 하고 상하이임시정부의 법통은 부정돼야 한다. 상하이임시정부 법통론을 두고, 그가 북한 정권 수립을 옹호하려는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제기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부화는 이른바 사이비 보수주의자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 관변 학자들이 나서서 ‘8월 15일은 건국절’이라고 주장했다. 건국절이 된다면, 이승만은 자연스럽게 건국의 아버지가 된다. 박근혜 정부는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통해 역사를 아예 정부가 관장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끝내려 했다.‘국부화’는 이들에게 찍힌 친일과 독재의 낙인을 한 방에 지울 수 있는 수단이었다. ‘대한민국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이 나라의 정통성의 원천으로 공인받는 것으로 그 후예들은 이 나라의 적통이 된다. 역사적 정통성은 현실 정치에서 집권의 정당성으로 이어진다. 이들을 거부하면 체제 부정 세력이 된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모 인사가 제기하고 가짜 보수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민주화의 아버지 이승만’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들은 한국 현대정치의 흑역사를 열어 놓은 이승만의 ‘부산정치파동’(1952년 5월 25일 계엄령 선포부터 같은 해 7월 7일 제1차 개정헌법 공포까지 이어진 정치적 소요)을 한국 최초의 민주화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건국, 산업화는 물론이고 민주화까지 혈통 속으로 끌어들여 ‘한국판 백두혈통’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국부화’ 논란은 조선의 문묘종사 정쟁에 연원을 두고 있다. 조선 중기 등장한 붕당은 제각각 자파의 영수를 문묘에 종사하기 위해 대를 이어 가며 정쟁을 벌였다. 문묘에 종사된다는 것은 조선의 이데올로기인 성리학의 법통을 승계했음을 공인받는 것이다. 집권의 정당성은 이념적 정통성 위에서 가능하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부화는 대한민국 역사의 문묘 맨 윗자리에 그 위패를 안치하려는 것이니, 조선의 문묘종사와 다르지 않다. ‘아버지 운운’하는 것이 조선의 ‘현인’ 논란보다 훨씬 더 유치하고 구리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인조 13년(1635년) 성균관(지금의 국립서울대학교에 해당한다)에 난리가 났다. 유생들이 수업 거부, 동맹휴학, 제적, 자퇴, 가투까지 벌였다. 시위대가 대궐 앞까지 진출했으니 왕조 사회에서는 보기 드문 난리였다. 5월 11일, 송시형을 소두(상소의 대표자)로 하여 유생 270여명이 서인의 종장인 율곡 이이와 우계 성혼을 문묘에 종사하라는 상소를 올렸다. 이른바 ‘우율 문묘종사 상소’다. 그러자 남인 유생 57명이 채진후를 소두로 하여 맞섰다. 농성장인 동학(관립 4부학당 중 하나. 지금의 동대문 옆 옛 이화여대부속병원 자리에 있었다)으로 가면서 지름길인 지금의 대학로를 놔두고 굳이 창덕궁 앞으로 돌아갔다. 대궐 앞 시위를 위해서였다. 인조는 우율 문묘종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인조반정의 공신들이 들고일어났다. 12일 영의정 윤방, 우의정 김상용이 중신 회의에서 우율 문묘종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13일엔 송시형이 다시 상소를 올렸고 오윤겸, 조익 등 대신들이 두둔했다. 점입가경이었다. 서인은 채진후 등 남인계 유생 6명에게 정거(과거를 보지 못하도록 하는 벌) 처분을 내렸고 남인계 유생 50여명은 수업 거부에 해당하는 권당에 들어갔다. 조정에서는 이조판서 최명길이 성균관 관련 직책인 대제학과 지성균관사의 사표를 걸고 3명에 대한 정거를 주장했다. 지방에서도 황해도, 경기도, 평안도, 전라도, 충청도의 서인 유생들이 릴레이 상소를 했다. 인조는 불쾌했다. 최명길이 낸 대제학, 지성균관사 사표를 수리했다. 지방 유생들의 상소에는 “유생의 본분이나 지킬 일이지 알지도 못하는 일을 거론해 남의 비웃음을 사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우율 문묘종사 청원이 시작된 것은 인조반정 직후였다. 반정에 성공하고 불과 13일 만인 1623년 3월 27일, 서인 유순익이 율곡 이이의 문묘종사를 청원했다. 이에 민성징, 이민구, 유백증 등 반정공신들이 인조에게 윤허를 청했다. 인조는 점잖게 거부했다. ‘중차대한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인조는 문묘종사의 민감성을 잘 알고 있었다. 42년의 논란 끝에 광해군 초 결말이 난 5현 문묘종사의 전말을 지켜봤고 이언적과 이황의 위폐를 문묘에서 빼는 문제(회퇴변척)를 놓고 벌인 북인과 남인의 정쟁도 지켜봤다. 서인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조정을 장악한 것도 모자라 학문과 이데올로기의 정통성까지 독점해 항구적인 집권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 아닌가. 재위 기간 내내 상소는 계속됐지만 인조는 외면했다. 정쟁이 다시 불붙은 것은 효종 즉위년이었다. 서인은 왕이 어리숙할 때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1650년 1월 성균관 유생 홍위 등 수백 명이 문묘종사를 청원하는 상소를 했다. 긴장한 남인 유생들은 2월 경상도 진사 유직을 소두로 900여명이 반대 상소를 올렸다. 영남의 거의 모든 읍이 참가했다. 그러자 성균관의 서인 유생들은 유직에게 삭적과 부황의 처벌을 내렸다. 유생 명부에서 이름을 지워버리고 그의 이름을 쓴 종이를 큰 북에 붙이고 북을 치며 장안을 도는 처벌이었다. 흉악범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과 같은 조처였다. 남인 유생들은 공관으로 맞섰다. 일종의 동맹휴업이었다. “과거를 보기 위해 구차스럽게 반궁에 남아 있을 수 없다.” 서인 유생도 염치가 없었던지 공관을 했다. 효종은 속이 끓었지만, 자신의 즉위를 기념해 치르는 증광시가 무산될 수 있어 걱정이었다. 영의정 이경여와 우의정 조익이 부황 처벌만 면제하는 수습책을 냈다. 그러나 서인 유생들은 막무가내였다. ‘선현을 모욕한 자들에 대한 처벌을 철회할 수 없다.’ 효종은 역정을 냈다. “너희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러자 서인 유생들은 “‘불학무도한 놈’이 어떻게 성균관에 들어갈 수 있느냐”며 다시 수업을 거부했다. 손을 든 것은 효종이었다. 7월 3일 ‘군왕으로서 거친 말을 한 것은 잘못’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훗날 소론의 영수가 되는 박세채 등이 우율 문묘종사 청원과 함께 부황 처벌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효종이 상소의 수용을 거부하자 이번엔 승정원에서 치받았다. ‘유생의 상소에 답하지 않는 것은 선비를 대우하는 바른 도리가 아닙니다.’ 효종은 다시 사과를 해야 했다. ‘유생들에게 불평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 내 자신이 매우 부끄럽다.’ 성균관 공관 사태는 이것으로 일단락됐다. 6년 뒤 서인의 두 영수가 직접 소두로 나섰다. 송준길은 1657년 10월, 송시열은 이듬해 12월에 우율 문묘 종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상소를 올렸다. 효종은 거부했다. 서인의 의도와 집요함에 넌더리가 났다. 현종이 즉위하자 서인들은 다시 공세에 들어갔다. 즉위년(1659년) 관학 유생 윤항 등이 5차례 상소를 올렸고 부제학 유계 등 대간들도 차자를 올렸다. 효종 3년엔 강원도, 평안도, 함경도, 충청도, 전라도 유생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상소했다. 현종 역시 거부했다. 우율 문묘종사 정쟁은, 당쟁을 왕권 강화에 이용한 숙종 때에야 끝났다. 경신환국(1680년·숙종 6년)으로 남인을 남김없이 쓸어버린 뒤 숙종은 서인의 요구에 따라 1682년 우율 종사를 윤허했다. 처음 청원이 있고 59년 만이었다. 숙종은 그러나 1689년 기사환국을 통해 서인을 숙청한 뒤 남인의 주장에 따라 우율의 위패를 문묘에서 철거(철향)했고 1694년 갑술환국으로 남인을 숙청한 뒤 위패를 복향했다. 무려 71년 만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이와 성혼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학문적 정치적 궤적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서인의 권력 기반은 확고부동해졌다. 서인의 노론 소론 분당 이후엔 김장생, 송시열, 송준길 등 노론의 종장이 차례로 문묘에 종사됐다. 조선은 노론의 천하가 되었다. 조선이 불가역적인 쇠락의 길을 걷던 조선 말(고종 20년)에는 김집의 문묘 종사가 이루어졌다. 참으로 집요했다. 그 집요함은 지금 ‘대한민국 아버지’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택시기사 동전폭행 사망’ 30대 구속영장…검찰 “패륜적 범행”

    ‘택시기사 동전폭행 사망’ 30대 구속영장…검찰 “패륜적 범행”

    지난해 동전 뭉텅이를 택시 요금이라며 70대 택시기사에게 집어던지고 욕설을 한 30대 승객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택시기사는 해당 승객과 말다툼 도중 쓰러졌으나 승객은 그대로 가버렸고 기사는 한 시간 만에 숨졌다. 인천지검 강력범죄·과학수사전담부(정진웅 부장검사)는 13일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피의자 A(30)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8일 오전 3시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택시기사 B(70)씨에게 요금을 지불하겠다며 동전을 던지고 욕설과 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당시 A씨와 말다툼을 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가량 만에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검찰은 노인 택시기사를 상대로 한 패륜적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한 점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숨진 택시기사의 며느리가 지난 2월 청와대 게시판에 “엄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는 글과 영상을 올리며 청원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이유 있는 1·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

    수도권 3기 신도시로 고양시 창릉지구와 부천시 대장지구가 지정되면서 일산과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3기 신도시 발표 직후 일산 주민 등이 주도해 만든 온라인 카페 ‘일산신도시연합회’는 어제 파주시 운정행복센터 사거리 앞에서 촛불집회를 가졌다. 연합회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 선고’ 청원글엔 어제 오전 기준 1만 4000여명이 참여했다.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1·2기 신도시는 아파트값 하락과 함께 지역 노령화, 슬럼화가 심각해지고, 베드타운화는 더 심화된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실제로 정부 발표 후 일산과 파주, 인천 서구 등 3기 신도시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지역은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한다. 3기 신도시 추진이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한 것인 만큼 이들의 반발은 이해할 만하다. 지난해 서울과 과천, 분당의 아파트값이 폭등할 때 일산·운정신도시 집값은 변동이 없거나 일부 하락했다. 게다가 운정신도시는 아직도 분양 중이고, 검단신도시는 올 들어 분양을 시작했다. 이 지역들과 서울 사이 요지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분양에 악영향을 끼칠 게 뻔하다. 결국 일산·운정·검단 등 2기 신도시 주민들은 3기 신도시 발표로 집값 하락과 교통 불편 등의 피해만 떠안게 된 셈이다. 정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트램 건설 등 2기 신도시 발표 때 약속했던 교통망 구축에 속도를 내 주민들의 불편부터 덜어 줘야 한다. 또한 기존 신도시가 자족 기능을 갖춰 서울 인구의 분산 효과를 내도록 기업 분산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3기 신도시 건설은 운정과 검단 등 2기 신도시들의 분양 상황을 봐 가면서 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이 지역민들이 분양가보다 낮아진 집값의 추가 하락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7월부터 건강보험 의무 가입…보험료 7배 상승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7월부터 건강보험 의무 가입…보험료 7배 상승

    오는 7월부터 한국에 6개월 이상 머무르는 외국인 유학생은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현재 대다수 외국인 유학생이 민간보험사의 유학생 맞춤형 보험에 가입해 1년에 10만~11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면 보험료 부담이 6~7배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유학생의 외국인 건강보험 당연 가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1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7월부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된 유학생은 보통 한 달에 건강보험료로 5만 6530원을 내게 된다. 1년이면 67만 8000여원으로 민간 유학생 보험보다 부담이 크다. 전반적인 의료 혜택 수준은 민간보험보다 건강보험이 높지만 병원을 잘 가지 않는 젊은 층 유학생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지난해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2205명으로, 이 중 학위과정 유학생 8만6000여명과 장기 어학·직업 연수생을 포함하면 건강보험 의무가입자가 될 유학생은 10만명이 넘을 전망이다. 주요 손해보험사 중엔 유학생 사망 시 시신을 본국에 이송하는 비용이나 가족이 한국에 오는 비용까지 부담해 주는 곳도 있다. 유학생 처지에서는 보험료가 싸고 유학생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는 민간 보험이 유리할 수도 있다. 교육부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외국인 당연 가입에서 학생은 예외로 해달라고 복지부에 요청할 예정이지만, 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하지 않은 내용을 시행령에서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법 시행령 입법예고와 의견수렴은 지난달 5일 시작됐지만, 교육부는 지난 7일에서야 대학 담당자들을 불러 관련 설명회를 여는 등 늦장 대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판깨스트] “최시원 사건에 왜 우리 개 사진을“ 반려동물 업체 대표, 언론사에 패소

    [판깨스트] “최시원 사건에 왜 우리 개 사진을“ 반려동물 업체 대표, 언론사에 패소

    2017년 10월 중순, 서울의 한 유명 한식당 대표가 목줄을 하지 않은 개에게 물려 치료를 받다 패혈증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개의 주인이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최시원씨로 알려져 더욱 논란이 됐죠. 최씨가 반려견인 프렌치 불도그의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과 함께 당시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외출 시 반려견에게 목줄과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자는 이른바 ‘최시원 특별법’의 입법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지난달 1일 “저와 관련된 모든 일에 더욱 주의하겠다”면서 “많은 분들께 심리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법원에서 당시 사건에서 비롯된 판결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최씨도, 한식당 대표도 아닌 전혀 아니었는데요. 프렌치 불도그 견종을 포함해 반려동물의 분양과 관련 도·소매업을 하는 김모씨는 지난해 1월 A신문사와 B종합편성채널 방송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한식당 대표의 사고를 당시 많은 언론들이 보도를 했는데 A사와 B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동물 업체 대표 “프렌치 불도그 사진 저작권 침해·영업방해” 김씨는 A사의 ‘이웃집 반려견<프렌치 불도그>에 물린 50대 여성, 3일 만에 사망’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B사의 한 프로그램에서 관련 사고를 방송하면서 자신이 촬영한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을 내보낸 점을 문제삼았습니다. 분양사업을 위한 프렌치 불도그 사진을 방송에 내보내 자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영업을 방해했으며 마치 자신이 분양하는 개들이 이 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김씨는 A사와 B씨가 각각 3000만원의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각각 정정보도문을 내야 한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정정보도를 하지 않을 경우 매일 300만원씩을 줘야 한다는 조건도 덧붙였죠. 그러나 법원은 김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선 A사의 기사에 대해서는 “해당 보도가 원고의 저작권, 영업권, 인격권을 침해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는데요. A사의 기사에 김씨가 찍었다는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은 물론이고 아무런 사진이 첨부되지 않았고, 프렌치 불도그의 일반적인 특성을 설명했지만 김씨의 분양사업에 관련된 개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B사의 방송에 사용된 프렌치 불도그 사진은 김씨가 촬영한 것이 맞다고 인정이 됐는데요. 그러나 A사와 마찬가지로 B사의 방송 내용으로 김씨의 저작권이나 영업권 등이 침해되고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원 “프렌치 불도그 사진 저작물로 볼 수 없다” 판결을 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이동욱)는 “이 사건 사진을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사진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창작성이 필요합니다. 특히 사진저작물은 피사체의 선정이나 구도의 설정, 빛의 방향과 양의 조절, 카메라 각도의 설정, 셔터의 속도, 촬영기회의 포착, 기타 촬영방법, 현상과 인화 등의 과정에서 촬영자의 개성과 창조성이 인정되어야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저작물에 해당된다는 게 판례입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사진에는 아무 것도 착용하지 않은 프렌치 불도그가 정면 내지 측면을 응시하고 있을 뿐 별다른 소품이나 장치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촬영 및 인화 등의 과정에서 개성과 창조성이 드러나는 기법을 사용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사체인 프렌치 불도그 견종 자체만을 충실하게 표현해 광고라는 실용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임이 인정될 뿐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B사의 방송 내용에 김씨의 이름이나 김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상호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에 등장하는 개들의 이름이나 소유자가 누구인지도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명예훼손에 의한 불법행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특정돼야 합니다. 그런데 방송 어디에서도 김씨나 업체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지 않았으니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B사의 방송 내용은 “최근 반려견에 의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그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그 과정에서 비춰진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은 단순히 프렌치 불도그라는 견종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예시사진이었던 만큼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가해행위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프렌치 불도그의 사진을 보여준 것만으로 김씨 업체의 영업을 방해했다고 볼 여지도 없다고 재판부는 밝혔습니다. 결국 김씨의 모든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고 패소로 결론이 났습니다. 판결은 지난 3월 선고됐고 김씨는 항소를 하지 않아 지난달 초 최종 확정됐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문 대통령 “진행자 태도? 불쾌하지 않아…더 공격적 공방 해도”

    문 대통령 “진행자 태도? 불쾌하지 않아…더 공격적 공방 해도”

    청와대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출연한 KBS 특집 대담에서 진행자의 태도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불쾌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진행자였던 송현정 전문기자에게 과도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비난 여론에 대해 청와대가 판단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면서 “문 대통령은 오히려 ‘더 공격적인 공방이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라고 전했다. 앞서 전날 생방송 종료 후 온라인과 KBS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송 기자의 진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올라왔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담은 검증된 실력을 가진 대담자와 하도록 해달라’라는 제목의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한편 전날 대담에서 방송사 측과 사전 질문 조율 여부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어떤 것도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초반에 25분가량 북한 관련 질문만 진행된 점을 보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조율이 됐다고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조율을 제대로 했다면 그렇게 시간을 배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노영민 비서실장을 비롯한 수석들은 한 자리에 모여서 TV로 대담을 시청했다고 한다.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아 국정성과를 홍보하는 특별 페이지(www.president.go.kr/event)를 공개했다. 이 페이지에서는 문 대통령이 2년 간 소화한 정책일정, 경제투어, 정상회담, 해외순방 등 사진과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다. 남북관계, 국민안전, 복지, 교육, 문화·여가, 일자리, 노동 등 분야별 정책을 알리는 카드뉴스, 정책성과를 정리한 ‘숫자로 보는 2년의 기록’도 함께 소개됐다. 문 대통령 취임 2주년 공식 홍보영상 ‘함께 걸어온 길, 함께 걸어갈 길-100년을 만드는 2년’도 이날 오후 페이지에 공개됐다. 또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청와대 직원들, 출입 기자들에게 정부 출범 2주년을 기념해 수박, 딸기, 방울토마토 등으로 구성된 과일 도시락을 선물했다. 문 대통령 부부는 도시락에 “우리가 가는 길이 역사입니다. 2년간의 열정과 헌신에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말을 써넣었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선물 외에 참모들에게 당부한 바가 있는지에 대해 문 대통령의 대담 발언을 언급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정부, 평범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정부’를 이야기하며 그 뜻을 이어받겠다고 했다”며 “이는 국민에게뿐만 아니라 같은 길을 걸어야 하는 참모들에게도 하는 말이라 본다”고 했다. 이어 “축하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지만 ‘촛불 국민’에 대한 마음을 잃지 않고 새싹이 언 땅을 뚫고 올라오듯 상황이 어려워도 그 길을 가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으로 참모들도 대담을 지켜봤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장관들 ‘세종 공동화’ 원천 차단… 명실상부한 행정수도 만든다

    대통령 지적에도 서울 근무 관행 여전해 세종 공무원 “우리 장관 얼굴 TV서나 봐” 회의 방식 안 바꾸면 다시 ‘원위치’ 우려 스마트워크센터 늘려야 혼란 줄어들 것 정부가 9일 세종청사 부처 장차관들에게 “서울 집무실을 없애라”고 지시하며 ‘초강수’를 둔 것은 2012년 정부세종청사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서울 위주의 업무 진행이 바뀌지 않아 비효율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간 세종 부처 장차관들은 회의 참석, 국회 대응 등을 이유로 세종보다는 서울에서 더 많이 근무했다. 이로 인해 실무자들의 서울 출장도 급증해 의사결정 지연, 내부 소통 부족 등 다양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장관들의 ‘세종 공동화’ 현상을 원천차단해 세종 중심 업무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앞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내부 보고를 위해서도 세종에서 서울까지 올라와야 한다. 부총리뿐 아니라 차관, 국장도 세종에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꼬집은 바 있다. 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도 “정부 부처마다 ‘우리 장관 얼굴을 TV에서나 볼 수 있다’고 푸념하는 이들이 많다”며 “대통령과 언론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비판하지만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정부 주요 회의가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대책으로 부처 장차관이 세종에서 더 많이 근무하는 업무시스템을 정착해 나갈 것”이라며 “세종시를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회의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청와대가 ‘세종을 지키라’고 요청해도 따를 수가 없다. 공무원들이 잠시 따르는 척 할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회부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의 회의는 청와대나 국회, 정부 부처 관계자들과의 회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책 관련 전문가나 단체 등 민간인들과의 교류도 많다”면서 “장관 서울 집무실을 철수하면 민간인과 협의할 일이 있어 서울에 가더라도 대기할 곳이 마땅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민간인들에게 매번 세종으로 내려오시라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정부세종청사 고위 관계자는 “서울 집무실을 없애려면 공유오피스인 스마트워크센터부터 늘려야 한다. 그래야 서울 일정이 있을 때 공무원들이 장관의 보고도 받으며 업무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서울청사에서 스마트워크센터 예약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국가기밀 사안을 들고 인근 커피숍에서 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언제라도 예약이 수월한 정도로 스마트워크센터를 늘려야 혼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군인권센터 “박찬주 갑질이 무혐의라니…항고하겠다”

    군인권센터 “박찬주 갑질이 무혐의라니…항고하겠다”

    검찰이 공관병에 대한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불기소 처분하자 군인권센터가 검찰에 항고하겠다고 밝혔다. 항고란 검사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해당 검사가 속한 검찰청의 상급기관인 고등검찰청에 이의를 제기하는 제도다. 군인권센터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를 공개하면서 박 전 대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한 검찰의 결정을 비판했다. 앞서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김욱준)는 군 검찰로부터 이첩된 박 전 대장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혹행위 혐의 등의 고발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했다. 박 전 대장은 2013~2017년 공관병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텃밭 관리를 시키는 등 가혹한 지시를 일삼은 혐의를 받아 왔다. 박 대장은 공관병들에게 골프공을 줍게 하거나 곶감을 만들게 하는 등 등 의무에 없는 일을 시킨 혐의도 받았다. 군형법상 ‘가혹행위’란 ‘직권을 남용하거나 위력을 행사해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대법원은 군형법에서의 가혹행위가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를 말한다”면서 가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 및 그 피해자의 지위, 처한 상황, 그 행위의 목적,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결과 등 구체적 사정을 검토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박 전 대장의 지시가 사령관의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없어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 전 대장을 기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검찰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입장에서 직무 범위를 따져 직권남용 성립 여부를 결정했다”면서 “직권남용 법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관병들은 박 전 대장의 지시 때문에 직무와 관계없는 일을 한 것이고, 이는 강요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대장의 행위가 군형법상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가혹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검찰의 관점은 일반 국민의 상식과는 동떨어진 관점”이라면서 “가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검찰이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불기소 이유서는 박 전 대장의 변론요지서나 다름없다. 직권남용의 한정적 해석으로 갑질을 저질러도 직권남용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박 전 대장의 국립묘지 안장과 연금 수령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를 법정에 세워 갑질 행위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진행하고 다음 주 검찰에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만통작설] 정당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경고‘ vs ‘북한배후’ 국민들 생각은?

    [만통작설] 정당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경고‘ vs ‘북한배후’ 국민들 생각은?

    자유한국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한 인원이 8일 180만 7000여명을 넘어섰습니다. 맞불 차원에서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는데요. 마감시한은 이번 달 말이지만 여당과 제1야당 해산 요구에 답해야 하는 청와대의 고심이 벌써 깊어 보입니다.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는 분위기입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 행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결집한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이 보인 불법적이고 무리한 방식에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에서 한국당 해체가 정답이라고 말한 이후 청원이 올라왔다”면서 “보수궤멸을 위한 가짜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허심탄회한 만통들의 작설! 개그맨 노정렬의 맛깔스런 성대모사와 지금 함께하세요. 소셜미디어랩 slab@seoul.co.kr * ‘만통작설’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성대모사를 통해 현안을 짚어봅니다. ‘노정렬의 시사정렬’은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팟캐스트(www.podbbang.com/ch/1769670)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 [만통작설] 정당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경고‘ vs ‘북한배후’ 국민들 생각은?

    [만통작설] 정당해산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경고‘ vs ‘북한배후’ 국민들 생각은?

    자유한국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한 인원이 8일 180만 7000여명을 넘어섰습니다. 맞불 차원에서 올라온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는데요. 마감시한은 이번 달 말이지만 여당과 제1야당 해산 요구에 답해야 하는 청와대의 고심이 벌써 깊어 보입니다.정치권의 공방도 가열되는 분위기입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한국당 행태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결집한 것”이라며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이 보인 불법적이고 무리한 방식에 경고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에서 한국당 해체가 정답이라고 말한 이후 청원이 올라왔다”면서 “보수궤멸을 위한 가짜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허심탄회한 만통들의 작설! 개그맨 노정렬의 맛깔스런 성대모사와 지금 함께하세요. 소셜미디어랩 slab@seoul.co.kr * ‘만통작설’에서는 전직 대통령들의 성대모사를 통해 현안을 짚어봅니다. ‘노정렬의 시사정렬’은 매주 화요일 오전 8시 팟캐스트(바로 가기)에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 [사설] 민생 내팽개친 국회, 의원 정수 확대 말할 자격 없다

    여야 4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화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정한 가운데, 느닷없이 의원 증원론이 튀어나왔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그제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나라의 300명 국회의원은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적은 숫자”라며 “국민도 이제 많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석수 300석에 대해 “여야가 30석을 증원하자고 했는데 느닷없이 한국당이 ‘줄이자’, ‘동결하자’고 해 그 선에서 합의된 것”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의원 정수를 현행처럼 300석으로 하지만, 지역구 의석은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정당 지지율과 연동한 비례대표 의석은 현행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다당제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표의 등가성을 강조한 ‘선거제 개혁안’으로, 국회의원수 동결은 증원에 부정적인 국민 여론 등에 떠밀린 개편이라는 게 기초적인 인식이다. 그런데 지난 2일 평화당 주체로 열린 ‘선거제도 개혁: 패스트트랙 이후의 전망과 과제’라는 국회 토론회에서는 의원수 10% 확대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으로 잠재우자는 대안도 나왔다. 이에 패스트트랙 지정에 저항했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어제 “선거법에 대해서 모두들 의석수 늘려야 된다고 주장한다”면서 “밥그릇 늘리기 위한 주장, 원천 무효로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가세했다. 지역구를 현행보다 28석을 줄인다고 했지만, 현직 국회의원들이 논의하는 만큼 이 문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은 정치에 관심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관 상임위(180일)와 법제사법위원회(90일), 본회의(60일) 등 최장 330일 동안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질 것도 예상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다고 해도 해당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곧바로 의원수 증가를 주장하는 등 밥그릇 챙기기 행보를 한단 말인가. 염치가 없지 않은가. 특권국회와 반칙국회인 데다 7년 만에 재현된 ‘동물국회’에 염증을 느낀 국민이 정당 해산 청원까지 하는 마당이다. 매출 부진으로 고통받는 등 민생경제가 어렵다. 지진과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포항시민들과 강원도민 지원 등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도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장외 정치투쟁할 때가 아니다. 임시국회를 열어 추경과 민생입법 처리에 집중하고, 굳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싶다면 ‘국민소환제’ 신설 등 획기적인 방안을 제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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