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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기농메카에 의료폐기물소각시설 못들어와유”

    “유기농메카에 의료폐기물소각시설 못들어와유”

    유기농 메카를 꿈꾸고 있는 충북 괴산군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이 추진돼 군과 지역주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30일 군에 따르면 한 기업이 괴산읍 신기리 일원에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을 설치한다는 사업계획서를 지난 12일 원주지방환경청에 접수했다. 원주환경청은 다음날 괴산군에 관련법 검토를 요청했고, 군은 법률검토 및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지난 26일 소각시설 설치 불가 입장을 회신했다. 이어 이차영 괴산군수와 신동운 괴산군의회 의장은 지난 29일 원주환경청을 방문해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건립 반대 입장을 재차 전달했다. 이 소각시설은 요양원 침구나 환자복 등 일반의료폐기물과 소독주사기와 알코올 솜 같은 위해의료폐기물을 하루 최대 86.4t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예정지는 신기리에서 철근조립공장을 운영중인 업체의 부지로 전해졌다. 군이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청정 괴산 이미지 추락과 주민피해가 우려되서다. 군은 2015년 세계유기농엑스포를 개최한데 이어 현재 아시아유기농지방정부협의체 의장국까지 맡는 등 유기농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예정지 인근에 주민 집단취락지역과 중원대학교, 학생군사학교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군 환경위생과 김주석 팀장은 “가장 가까운 주민 거주지는 50m, 군사학교는 700m 정도로 가깝다”며 “주거 및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기리 마을주민들은 지난 25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괴산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설치 반대’라는 글을 올려 정부 도움도 호소하고 있다. 원주환경청은 다음달 12일까지 검토 결과를 업체에 통보해야 한다. 괴산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살려달라 애원하자 재밌다고 계속 때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살려달라 애원하자 재밌다고 계속 때려”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하다 추락해 숨진 A군(14)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망 경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A군은 이달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가해 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한 뒤 당일 오후 6시 40분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피의자 진술·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종합해 B군이 폭행을 피해 달아나려다 이날 오후 6시40분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국적의 A군 어머니는 서툰 한국어로 인해 지인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28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A군 어머니는 “키가 작은 아들이 몇시간에 걸쳐 폭행을 당한 후 힘이 어디 있어서 자신의 키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난간을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가해 학생들은 A군의 집에 놀러온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집에 없는데도 집 안으로 쳐들어온 적도 있다. 한번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다가 나를 보고 달아났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평소 A군이 새 옷을 사줘도 잃어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A군의 몸에 상처가 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A군이 성질을 내며 아무 일 아니라고 해서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고 지인을 통해 이야기했다. 추락사 사건이 발생한 당일 현장 증언도 나왔다. MBC ‘실화탐사대’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당시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두 명의 여학생을 만났다. 여학생들은 “새벽 2시에 피해 학생을 끌고 가면서 수차례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뺨을 때리는 모습을 봤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데도 계속 때렸다. 코피랑 입에서는 피 같은 게 완전 물처럼 뚝뚝 흘렀다.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나는 이럴 때가 제일 재밌다’라면서 계속 괴롭히며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숨진 A군의 패딩을 가해 학생이 입은 사실은 러시아 국적의 A군 어머니가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사진을 보고 “내 아들을 죽인 살인범, 저 패딩도 내 아들들의 옷”이라고 러시아어로 글을 남기면서 알려졌다. 가해학생들은 경찰조사에서 “빼앗은 것이 아니라 교환했다”고 진술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피의자 중 한 명은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다른 3명에게 “도망가면 더 의심받을지 모르니 자살하기 위해 뛰어내린 것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연수경찰서는 23일 상해치사 및 공동공갈, 공동상해 혐의로 구속 상태인 가해 학생 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차 집단폭행에 가담한 여중생 2명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송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한편 소년법 폐지와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아파트 차별현상 지적과 대안 돋보여…KT 화재, 차분한 시각 필요”

    “아파트 차별현상 지적과 대안 돋보여…KT 화재, 차분한 시각 필요”

    서울신문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과 KT 서울 서대문구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여야정 상설협의체 운영 등을 다룬 지난 한 달간의 보도를 놓고 지난 27일 제111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었다. 객관적이고 차분한 접근을 주문했다. 1면 기사 편집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위원장과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손정혜(법무법인 혜명 변호사),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정성장(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홍영만(서울여대 초빙교수) 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화재 사건을 1면 메인 기사로 올리고 큰 재난이 일어난 것처럼 했는데 언론이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진정(Calm down)을 시키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KT 화재 원인을 분석하면서 ‘위험의 외주화’가 있다고 표현했는데 단정적, 편파적이 아닌가 싶다. 아직 화재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또 KT의 반론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 기사는 배경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 부족해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또 참여연대 목소리가 주로 반영됐는데 한쪽 목소리만 대변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삼성바이오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전문가 의견을 듣는 장을 마련하면 좋겠다.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를 은행이 컨설팅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향후 이것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알고 보면 사소한 것들을 몰라서 실패하는 사람들이 많다. 흩어져 있는 정보들은 다시 모아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면 굉장히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사안별로 정리를 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아쉬운 점은 실제 협치가 가동될 수 있는지, 협치의 지점이 어디에 있는지, 청와대가 야당의 비판적인 주장을 수용할 여지는 있는지 등을 알려주면 좋은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 -대통령 비서실장 논란과 관련해 칼럼이 있었다. 그런데 비서실장의 원래 역할이나 바람직한 상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기사는 없었다. 중요한 소재로 다뤄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남용되고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은데 이 부분을 크게 뽑아 장단점을 분석했다. 청와대가 게시판을 개편한다는데 기사를 보면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아파트 차별 현상에 대해 아이들이 서열을 매기고 신조어를 만들어 놀림거리로 삼는 부분을 지적한 기사는 고민할 부분을 던져줬다. 특히 대안으로 소셜믹스를 제시하면서 차별적인 인식을 희석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고해야 한다고 썼는데 새로운 대안이다. -특히 문화 기사를 흥미롭게 보고 있다. 서울미래유산과 관련해 영화 ‘오발탄’ 등을 소재로 다룬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각각 할당된 사사건건, 마주보기, 퍼블릭인 기사들도 눈에 확 들어온다. -1면 편집에서 주제목과 사진이 매치가 잘 안 된다. 예를 들어 1면 톱 제목이 ‘NLL까지 전투기 없는 평화 하늘길 연다’인데 사진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관련된 것이다.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11월 1면 17번 중 11번이 주제목과 관련 없는 사진이 걸렸고 5번 정도가 관련이 있었다. 또 1면 제목에 말줄임표가 많다. 말줄임표가 많으면 주관적인 느낌을 준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단독]‘초등생 김지영’의 눈물…성차별 벽은 높았다

    [단독]‘초등생 김지영’의 눈물…성차별 벽은 높았다

    초등학교 6학년생들 靑게시판에 청원글 인근 중학생 “너흰 찍혔다” 사이버테러 학부모까지 불이익· 따돌림 등 피해 우려 주민대상 서명운동 등 계획했다가 중단 전문가 “10대마저 차별적 인식에 젖었다”‘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차별적으로 고착화된 성 역할을 깨려는 시도가 일선 교육현장에서도 계속되고 있지만, 공고하게 자리잡은 성차별의 벽에 막혀 좌절하고 있다. 최근 경기 지역의 한 초교 6학년생들은 “여학생이 다니는 학교만 여중·여고로 부르는 건 차별”이라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주위의 비난과 어른들의 우려 탓에 ‘도전’을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성차별을 깨려는 작은 시도조차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기의 혁신학교인 A초교 6학년생 28명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성차별 없는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청원글을 올렸다. “여학생만 다니는 학교는 여중·여고라고 부르지만, 남학생만 다니는 학교는 그냥 중·고라고 부른다. 이는 차별적이기에 남중·남고라는 용어도 쓴다면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는 제안이 담겼다. A초교 측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내년 자신들이 진학할 중학교에 대해 토론하다가 여중·여고라는 용어에는 차별 인식이 담겼다는 의견을 나눴다.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학생이 참여했다. 학급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공개 청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담임교사에게 조언도 구했다. 학생들은 지역주민에게 학교 명칭 개정을 위한 서명을 받기도 했다. 거리 캠페인도 기획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차별 깨기 시도는 곧 중단됐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이 일을 확산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해서다. 학부모들은 “청원 사실이 공개된 뒤 주변 중학생 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을 공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A초 6학년 아이들이 개념이 없다. 너흰 찍혔다’거나 ‘초교 6학년 여학생이 학교명 변경 서명운동을 하는 걸 보니 여혐(여성 혐오) 감정이 생길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 학교 교장은 “(캠페인이)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봤지만 학부모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학급회의를 열어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초교의 좌절은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 수준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일부 중학생들이 A초 학생들을 비난한 것은 10대들도 이미 성차별적 인식에 젖어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학교 현장에 뿌리내린 성차별적 용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진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는 “많은 학교가 여전히 출석번호를 붙일 때 남학생은 1번부터, 여학생은 남학생 번호 이후부터 부여한다”면서 “또 일선 교육청이 ‘학부형’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는 ‘학생의 아버지와 형’이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잘못된 성역할을 강요하는 급훈, 여학생들은 바지를 입을 수 없는 교복,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고정시켜 보여 주는 교과서 내용 등도 바뀌어야 할 문화로 꼽힌다.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생들의 도전이 무산돼 안타깝지만, 이 좌절 자체가 사회를 배우는 교육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피해배상 요구하면 “의도 있냐” 의심받는 성폭력 피해자들

    피해배상 요구하면 “의도 있냐” 의심받는 성폭력 피해자들

    ‘피해자다움’, ‘돈이 목적’ 프레임 씌우는 사회소멸시효·배상책정은 성폭력 특수성 반영 못해“소멸되지 않는 성폭력 고통엔 시효도 없어야”피해자는 20년 전 초등학생 때 학교 테니스부 코치 A씨로부터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 끔찍한 기억을 지우려고 오랫동안 애썼지만, 최근 자신의 피해 경험과 유사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때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피해자는 지난 3월 A씨를 고소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갔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한 달 뒤 피해자는 A씨가 여전히 학교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관할 교육청에 신고했고, A씨는 곧바로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A씨는 학교를 떠나더니 자신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관리 책임이 있는 학교는 A씨가 이미 교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했다. 오래 전 일이라 민사소송 과정도 쉽지 않다. 피해자는 “성폭행은 당사자가 스스로 용기내서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알 수 없는 범죄”라면서 울먹였다. “당시 성폭행과 구타를 당한 트라우마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판정까지 받았지만,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해 터무니없이 짧은 소멸시효를 적용하고 있어 죄를 물을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에요.” 범죄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피해자의 당연한 법적 권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회적 편견과 법의 한계 등 현실의 여러 장벽들로 그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와 국회 아동·여성·인권정책포럼 주최로 28일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성폭력 피해자, 민사소송을 제기하다’ 토론회에서는 무엇이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어렵게 만드는지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피해자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문화가 피해자들이 직면하는 장벽 중 하나다. 김재희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유독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만 피해자가 금전적 배상을 요구하면 ‘돈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고소했다’는 프레임이 작동한다”면서 “‘성폭력 피해자는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 외에 피해에 대해 어떤 보상도 요구하면 안 된다’는, 완전무결한 피해자상을 요구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성폭력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도 “성폭력이라는 위법행위를 통해 입은 손해를 배상하고자 하는 노력은 ‘가짜’ 성폭력 피해자의 다른 의도로 해석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배상 요구는 심지어 성폭력 무고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어렵게 민사소송 제기를 결심해도 성폭력 피해자들은 소멸시효라는 벽에 부딪힌다. 현행 민법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범죄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범죄발생일로부터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소멸시효는 ‘범죄발생일로부터 20년’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범죄 발생 후 즉각적인 형사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보다는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20~30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피해사실을 인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1985년부터 2005년까지 교사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2011년 PTSD와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면서 소를 기각했다. 김 변호사는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보완되고 있지만 “민사상 소송에 있어서 소멸시효 제도는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형사소송에서 중형이 확정돼도 소멸시효가 지나 민사상 피해배상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3년부터 개정·적용된 성폭력 관련 법률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한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과 장애인에 대한 성범죄, 그리고 모든 연령에 대한 강간살인죄는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이렇게 형사소송상의 공소시효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민사소송상의 소멸시효는 여전하다. 낮은 손해배상액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상해나 사망으로 이어진 성폭력을 제외한 다른 성폭력 사건 손해배상액은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와 치료비 등이 전부다. 일반적으로 적게는 100만원, 많아야 4000만원 정도다. 박윤숙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성폭력 피해로 인한 시간적·물리적 피해뿐만 아니라 수치감과 자책감으로 시달린 시간, 주변인을 경계하고 긴장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시간, 두통과 불면, 좌절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지만 아직 사회적 합의는 미흡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현실도 민사소송 제기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성폭력 범죄 형사소송 과정에서 피해자는 가명으로 조서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보호규정이 있지만, 민사소송 절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보복범죄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피해자가 가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을 때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그대로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소송의 장기화에 따른 비용 부담, 또 가해자가 재판 중에 이미 재산을 처분해 형사소송 이후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손해배상액을 받을 수 없는 점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PTSD나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을 진단받은 시점부터 소멸시효를 산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피해에 부합하는 손해배상액을 책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소멸되지 않은 고통과 배상받을 권리를 법이라는 이름으로 소멸시키는 것 자체가 법의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대법원장 겨눈 화염병…테러당한 ‘법의 권위’

    대법원장 겨눈 화염병…테러당한 ‘법의 권위’

    김명수 원장 출근길 승용차 습격당해 재판 앙심 품은 70대 “화나서” 투척 청원경찰들 진화…인명 피해는 없어 “독립성 훼손한 사법부가 자초한 일”김명수 대법원장의 출근 승용차가 대법원 앞에서 화염병에 습격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대법원장의 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일은 있었지만 대법원장에게 직접 테러를 가하려고 한 사건은 처음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7일 김 대법원장이 탄 승용차에 화염병을 던진 남모(74)씨를 붙잡아 특수공무집행방해, 현주건조물등방화,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씨는 김 대법원장 차량이 청사로 들어오는 순간 인화물질이 든 500㎖ 페트병에 불을 붙여 던졌다. 불은 대법원장의 승용차 오른쪽 뒷바퀴와 남씨 손에 옮겨붙었으나 현장에서 근무하던 청원경찰들이 소화기로 진화하고 남씨를 제압했다. 경찰은 인화물질이 들어 있는 500㎖ 페트병 4개를 더 발견해 압수했다. 경찰은 28일 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남씨는 경찰 조사에서 “민사소송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내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서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남씨는 취재진에 “권익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강원 홍천에서 유기축산물 사료를 제조·판매하던 남씨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친환경 부적합 처분을 내려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패했고, 대법원도 심리불속행기각 처리했다.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 신변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에 수원지법 안산지원을, 오후에 수원지법을 방문하는 등 예정됐던 전국 지방법원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법조계에선 초유의 대법원장 습격 시도가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증폭된 사법 불신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화염병으로 대법원장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헌법에 의해 부여된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한 의혹을 받는 사법부가 이번 테러를 자초했다는 해석도 있다”는 성명을 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숨진 학생 패딩…“서열 1위가 뺏어 4위에 입혔다”

    숨진 학생 패딩…“서열 1위가 뺏어 4위에 입혔다”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또래 학생을 집단폭행하다 숨지게 한 중학생들이 서열을 정해 피해학생의 패딩을 뺏고, 입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요신문 24일 보도에 따르면 한 피의자는 “숨진 A군(14)의 베이지색 패딩은 서열 1위인 애가 뺏어 입고 있었는데 뉴스에 보도된 사진을 보니 서열 4위인 애가 입고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13일 오후 5시2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A군을 집단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군은 1시간 20여분 뒤인 당일 오후 6시 40분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A군의 패딩을 가해 학생이 입은 사실은 러시아 국적의 A군 어머니가 인터넷에 “내 아들을 죽인 살인범, 저 패딩도 내 아들들의 옷”이라고 러시아어로 글을 남기면서 알려졌다. 가해학생들은 경찰조사에서 “빼앗은 것이 아니라 교환했다”고 진술하면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피의자 중 한 명은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하기 전 다른 3명에게 “도망가면 더 의심받을지 모르니 자살하기 위해 뛰어내린 것으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연수경찰서는 해당 점퍼를 압수해 유족에게 돌려주기로 했으며, 절도죄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3일 상해치사 및 공동공갈, 공동상해 혐의로 구속 상태인 가해 학생 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차 집단폭행에 가담한 여중생 2명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송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하는 한편 소년법 폐지와 개정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계속해 올라오고 있다. 인천시는 A군 어머니에게 장례비 300만원을 지원하고 6개월간 월 53만원의 생활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A군 어머니는 자신의 SNS에 “물질적인 지원에 감사드린다. 그(아들)의 마지막 여행을 보냈지만 더이상 상처를 입지 않는다. 내 천사가 안식하게 합시다.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살려달라” 외쳤던 70대 경비원 사망에 검찰 “가해주민 살인죄 적용”

    “살려달라” 외쳤던 70대 경비원 사망에 검찰 “가해주민 살인죄 적용”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주민의 무차별 폭행으로 뇌사에 빠졌던 70대 경비원이 결국 숨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검찰은 앞서 살인미수로 기소된 가해 주민의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하기로 했다.26일 검찰·유가족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23일 사망한 경비원 A(71)씨 사건 가해자 최모(45)씨의 공소장에 적시한 혐의를 기존 ‘살인 미수’에서 ‘살인’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오전 최씨를 살인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같은 날 오후 1시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부검을 진행했다. 이번 부검에서는 기존에 나왔던 소견에 더해 코뼈 골절, 안구 손상 등 신체 피해 내용이 구체적으로 더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주민 최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이 거주 중인 아파트 경비원 A씨를 손과 발 등으로 마구 때린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됐다. A씨는 최씨에게 폭행을 당하는 동안 112에 신고해 “살려달라”고 수차례 호소했지만 결국 뇌사 상태에 빠져 소생 불가능 판정을 받았다가 지난 23일 병원 교체를 위해 이송을 준비하던 중 끝내 숨졌다. 경찰은 최씨 검거 직후 중상해죄를 적용해 그를 구속하고, 지난 7일 최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이후 “A씨가 층간 소음 문제를 들어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최씨에 대해 주취 감형을 적용해선 안된다’며 여론이 들끓었다. 경비원 A씨의 아들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아버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이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게 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한편,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23일부터 경비원 A씨의 부고장을 아파트 내에 게시하고 유가족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이젠 돈뭉치 없이 불안해” KT화재 후폭풍, 너도나도 ‘현금인출 러시’

    “이젠 돈뭉치 없이 불안해” KT화재 후폭풍, 너도나도 ‘현금인출 러시’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시민들은 이번 통신 참사로 놀란 가슴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화재로 통신장애 직격탄을 맞은 시민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본 시민까지도 이번 상황을 국가 재난처럼 느끼면서 너도나도 비상용 ‘현금인출 러쉬’에 나섰다.시민들은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가 하나 둘 복구되자 만약을 대비해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 비상금’을 공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KT 화재 사건으로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과 카드만 믿고 있다간 큰코다치겠구나 교훈을 얻어 불안한 마음에 ATM기에서 현금 비상금 50만원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취준생 김모(26)씨도 “요즘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에선 현금 없는 매장같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 최근에 현금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화재로 카드가 먹통 되는 걸 보니 현금을 쟁여두는 게 꼭 필요하다 싶어 현금을 찾았다”고 전했다. 광화문 인근 회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안모(37)씨도 “최근에 카드 지갑만 가지고 다녔는데 언제 또 통신장애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오랜만에 돈뭉치를 만졌다”고 했다. 불안감에 현금 인출에 나선 것은 가게 영업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도 “요즘 손님도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게에 현금을 많이 두지 않았었는데, 화재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번 부분이 생각보다 취약하구나 싶어 비상시에 쓸 가게 자금을 현금으로 보험 삼아 찾아뒀다”고 전했다.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0)씨도 “가게는 오늘부터 다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복구됐지만, 한번 크게 데이고 나니까 불안해서 현금부터 찾았다”면서 “이번엔 잠깐이라 망정이지 며칠 갔으면 물건 떼오는 것부터 대금 치르는 것까지 카드가 안되면 어쩔 뻔 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번 화재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괴담까지 성행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통신사 핵심 시설의 지하 광케이블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자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북한이 우리의 대비 태세와 통신 마비 시 한국 사회가 어떤 혼란에 빠질지 시험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애초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일어난 것부터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피해의 규모를 떠나 이번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지 않으면 대체 이번 혼란을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6일 오전 10시쯤부터 KT 아현지사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날 오전 기준 무선회선은 84%, 인터넷은 98% 복구됐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부모 죗값을 왜” “남의 피눈물로 성장”… 마이크로닷 ‘연좌제’ 논란

    “부모 죗값을 왜” “남의 피눈물로 성장”… 마이크로닷 ‘연좌제’ 논란

    부모가 거액을 빌려 잠적했다는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5)에 대한 방송 하차 요구와 함께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연좌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모 죄를 아들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치다”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맞선다.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21일 ‘마이크로닷이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마닷이 4살일 때 부모의 사기 사건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부모가 아닌 마닷이 책임을 지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부 ‘현대판 연좌제’라고 동의하는 댓글도 있지만 비난의 글이 많았다. 한 네티즌은 “그때 나이가 잣대가 돼야 하나. 아들이 연예계로 나간다면 부모가 먼저 사죄하고 죗값을 치러야 했다. 부모는 사기 치고 이민 가고, 그 자식은 고국에 와서 돈벌이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남의 피눈물로 성장하고 공인이 된다?”며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연좌제는 범죄인과 특정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제도다. 6·25한국전쟁 때 인민군에 부역했거나 납북됐던 인사의 가족·친지 등이 이 제도로 공무원 진출을 못하거나 해외여행을 제한받는 등 불이익을 받았다. 이 제도는 1981년 헌법이 개정되면서 사라졌다. 최근 인터넷상에는 20년 전 제천에서 목장을 운영한 그의 부모가 친척과 이웃 등에게 거액을 빌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마이크로닷은 논란 초기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다 과거 방송에 나와 부를 과시하는 듯한 태도로 네티즌들의 공분이 커지는 상태다. 변호사들은 “부모가 저지른 범죄에 도의적 책임은 질 수 있지만 개입하지 않는 한 민·형사상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만취 주민에 폭행당한 70대 아파트 경비원 결국 사망

    만취 주민에 폭행당한 70대 아파트 경비원 결국 사망

    아파트 경비실에 부고장…가해자 “층간소음 민원 해결 안 해줘서 불만”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취한 입주민으로부터 폭행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던 70대 경비원이 23일 결국 숨졌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실에 붙인 부고장에서 이곳에 근무했던 A(71) 씨가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병원 중환자실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부고장에 따르면 장례식장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발인은 25일이다. A씨는 지난달 29일 만취한 상태로 경비실을 찾은 주민 최 모(45)씨에게 폭행을 당한 직후 직접 경찰에 신고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다가 조사 결과 최씨에게 살인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이달 7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가 숨진 만큼 검찰은 최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경찰에서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술이 깬 뒤 “경비실에서 층간소음 민원을 해결해주지 않아 불만이 있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A씨 자녀라고 밝힌 사람이 이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씨를 엄벌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최씨가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법망을 빠져나가려 한다”고 호소했고,현재까지 청원에 3만3000여 명이 참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카풀 앱 남성 운전자가 성추행” 청와대 국민청원...경찰 수사 나서

    “카풀 앱 남성 운전자가 성추행” 청와대 국민청원...경찰 수사 나서

    차량 공유인 카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여성이 남성 운전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23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5시쯤 “카풀 앱을 통해 이용한 차에서 운전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피해를 신고한 여성은 차량 운전자가 강제로 자신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신고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강제로 키스하는 그사람을 제가 밀쳐내고 차에서 황급히 내리려는 저를 힘으로 제압하고 목을 빨고 팬티속에 손을 넣었습니다”며 “어떻게 이런 사람이 드라이버로 등록돼 일을 할 수 있는지 앱과 시스템 자체 안전성이 의심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남자 드라이버가 앱을 악용해 여성을 성추행하고 성폭행까지 저지를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이 몰려온다”고 했다. 이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도와주시기를 바란다”며 “몰상식한 그 운전자가 앱을 재밋거리로 악용하지 않도록 엄중히 처벌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경찰은 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피해자와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 운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해바라기센터에도 피해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피해자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신고 내용과 청와대 청원 글을 토대로 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풀 사업은 출·퇴근 시간대에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으나 최근 이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됐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대다수 카풀 앱의 경우 운전자로 등록하려면 운전 면허증, 보험 관련 서류, 자동차 등록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편집된 팩트가 진실을 속인다

    편집된 팩트가 진실을 속인다

    한 여성이 ‘뼈가 보일 만큼 폭행당해 입원 중인데 피의자 신분이 되었습니다’라는 글을 지난 14일 온라인에 올렸다. 이 글에는 남성들이 “말로만 듣던 ‘메갈X’ 실제로 본다. 얼굴 왜 그러냐” 등의 인신공격을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수역 폭행사건’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2명이 남자 5명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은 하루 만에 30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15일 사건 당사자로 추정되는 여성 2명이 옆 손님들에게 욕설과 남성 비하 발언을 하는 영상이 퍼지며 상황이 반전했다. 여기에 16일 경찰이 중간 브리핑을 발표하며 “여성이 남성 테이블로 가서 남성의 손을 먼저 쳤다”는 주점 내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를 내놓으며 논란은 확산됐다. 사건의 흐름은 글을 올린 이들이 고의로 어떤 진실을 생략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바뀌었다. 경찰 발표를 볼 때, 피해자가 주장한 진실마저 왜곡됐을 가능성도 나온다.●불리한 진실은 말하지 않는 ‘생략’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은 이야기하지 않고, 유리한 진실만 강조하는 ‘생략’ 기법은 흔히 사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자산 관리사가 손해 본 일은 감추고 성공한 건만 강조한다든가, 높은 수술 성공률을 내세우는 병원이 의료사고 건수는 감추는 일이 그렇다. 신간 ‘만들어진 진실’은 진실을 편집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앞서 거론한 생략과 같은 방법부터 시작해 단어 비틀기, 통계 수치 선택적 활용, 부정적 별명 붙이기, 상상의 적 만들기 등 모두 31가지 방법을 담았다. 저자는 진실에 관해 ‘아흔아홉 가지의 얼굴을 지녔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수많은 진실을 ‘경합하는 진실’이라 이름 붙이고, 진실을 어떻게 편집하는지 각종 사례로 풀었다. 진실 이외에 이미지, 맥락, 스토리를 활용하는 방식까지 다양하게 다룬다. 예컨대 우리가 건강을 위해 ‘천연소금’을 사지만, 과학적으로 ‘천연’이든 ‘합성’이든 소금은 그저 염화나트륨일 뿐이어서 별 차이가 없다. 미국 보수층이 ‘반(反)낙태’(anti-abortion)란 용어를 ‘생명 옹호’(pro-life)로 바꿔 쓰는 것은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100여개 ‘진실의 편집’ 사례 보여줘 이처럼 책은 문화권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례를 내세우고 있어 누구나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일본의 편향적 역사 교육과 닮은 이스라엘의 교과서 논쟁, 수십년간 이어진 마약 묘사의 변천사, 페미니즘을 정의하는 방법 등도 흥미롭다. 학술적인 이론 대신 내세운 100여개의 사례는 그 자체로도 읽을 만하다. 저자는 진실을 편집하는 방법을 소개한 뒤 ‘경합하는 진실’ 가운데 선택한 진실이 호도한 것인지, 조작한 것인지 가려내는 시각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시각을 기르는 데에 ‘끊임없이 의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모호하게 생각만 하던 진실을 나름 체계적으로 분류했다는 점에서 가짜뉴스를 다룬 그저 그런 책보다 인상적이다. ‘부분적 진실’, ‘주관적 진실’, ‘인위적 진실’, ‘밝혀지지 않은 진실’ 등 4부로 나눈 뒤 각 부마다 진실을 편집하는 방법을 수록했다. ‘가짜뉴스를 근절하겠다’며 어설픈 대책을 발표하려다 대통령에게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관계자들이 읽는다면 좋을 터다. 다만 책을 읽은 뒤 ‘소개하기에 조금 위험한 책’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협잡꾼이 책에 나온 전략을 모두 익힌다면 사람들을 더 손쉽게 현혹할 수 있을 듯해서다. 어쨌거나 온갖 가짜뉴스, 오보가 떠도는 지금 상황에서 이 책이 진실을 정확히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데 손색이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조두순, 포항교도소로 이감…법무부 “성폭력 방지 심리치료 위해”

    조두순, 포항교도소로 이감…법무부 “성폭력 방지 심리치료 위해”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성폭행한 흉악범 조두순이 포항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경북북부제1교도소(옛 청송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조두순은 지난 7월 심리치료를 위해 포항교도소로 이감됐다. 법무부 측은 “성폭력 방지를 위한 심리치료 심화과정을 위해 교도소를 옮겼다”고 전했다. 포항교도소는 2013년부터 성폭력범 재범방지교육을 위한 교정심리치료센터를 두고 있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경기 안산에서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감경, 징역 12년형을 받고 2020년 12월 출소를 앞두고 있다.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여론이 들끓으면서 조두순 사건을 재심에 부쳐 그의 출소를 막아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지만 청와대는 재심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인천 중학생 추락사’ 누구를 위한 소년법인가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인천 중학생 추락사’ 누구를 위한 소년법인가

    지난 13일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한 중학생이 동급생 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끝에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연이은 10대 범죄에 소년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또 다시 높아지고 있는데요. 소년법의 취지는 1조를 보면 잘 나와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적응 못하는 소년의 품행 교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다.’ 대략 이런 내용인데요. ‘처벌’ 보다는 ‘교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소년은 만19세 미만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성인이 아닌 만19세미만이 일을 저지르면 최대한 품행을 바로 잡아서 사회로 다시 보내고자 소년법을 만든 겁니다. 형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일반법이라면 소년법은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법인거죠. 그럼 소년법이 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지 살펴볼까요. 소년법에는 ‘죄를 범한 소년’이라고 나오는데, 보통 언론에서 ‘범죄소년’이라고 하죠.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을 가리킵니다.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의 가해자들이 여기에 해당하는 데요. 그런데 소년법상 범죄소년들은 처벌보다 교화가 목적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저질러도 사형과 무기징역은 받지 않습니다. 대신 최대 15년 형까지 징역형을 받게 됩니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는데요. 특정강력범죄는 징역 20년까지 가중 처벌되긴 합니다. 포인트는 일반 성인들과 달리 기한이 없는, 그러니까 무기형은 받지 않고 형이 있는 유기형만 받는 겁니다. 그리고 무기형이 아니라 유기형, 기한이 있는 형을 선고할 때도 있잖아요. 그때는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판사가 “장기 9년, 단기 4년을 선고한다.” 이렇게 선고 하는 데요. 단기 4년만 지나면 수감생활을 얼마나 잘했냐에 따라 바로 사회 내로 복귀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촉법 소년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이것 역시 범죄소년처럼 법률에 있는 용어는 아닙니다. 법에는 이렇게 돼 있습니다. ’형법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 여기서 저촉의 ‘촉’, 법령의 ‘법’을 따서 촉법이라고 부르는데 법조계에서나 쓰는 말입니다. 여하튼 형법 그러니까 처벌을 규정한 법률에 나오는 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처벌 대상은 아닌 애들인데요. 잘 구분하셔야 하는 게 앞서 말한 범죄소년은 형법상 벌을 받기는 받았잖아요. 형을 낮춰주긴 했지만요. 근데 이들은 아예 형법상 처벌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럼 아예 처벌을 안 받느냐? 그건 또 아닙니다. 보호처분이라고 해서 우리가 소년들에게는 교도소를 안 보내고 소년원을 간다고 그러잖아요. 그러니까 소년원 가는 것이 이 소년법에 나온 보호처분입니다. 죄질에 따라 1호부터 10호 처분까지 있는데, 10호라는 게 소년원에 2년까지 입소하는 경우고 1호는 가장 낮은 단계로 경고나 훈방이죠. 그래서 몇몇 가해자들이 반성의 기미없이 “길어야 소년원 2년”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교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국민들 법 감정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거죠. 그래서 “소년법을 폐지하라,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국회에도 촉법 소년의 상한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춰 처벌할 수 있는 연령을 확대해야 한다는 법안들이 발의돼 있고 정부 측도 13세까지는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금 있는 소년법을 실효성 있게 적용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짧게 한 가지만 짚어보면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에 보면 청소년 보호법과 소년법을 헷갈리시는 분도 있는데요. 청소년보호법은 말 그대로 청소년을 유해 환경(게임, 영화, 술, 담배, 약물, 술집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입니다. 미성년자의 범죄 행위를 처벌하는 법인 소년법과는 차이가 있죠. 소년법이 만들어 진 게 1953년입니다. 그때는 촉법 소년이 12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규정돼 있었는데요. 2007년에 10세 이상에서 14세 미만으로 바뀝니다. 무려 50년 넘는 시간이 걸린 겁니다. 그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죠. 앞으로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들이 한 데 모여 심도 깊은 논의를 해나가야겠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범수의 시사상식설명서> 팟캐스트는 ‘팟빵’이나 ‘팟티’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 팟빵 접속하기 - 팟티 접속하기
  • 경찰, ‘여친 인증’ 일베 압수수색해 접속기록 확보

    경찰, ‘여친 인증’ 일베 압수수색해 접속기록 확보

    경찰이 22일 ‘여자친구 인증사진’이라며 여성의 신체 부위를 찍은 사진 등이 잇달아 올라온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를 압수수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촬영) 위반한 혐의를 받는 일베 서버를 압수수색해 회원정보와 접속기록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현재 상당수 삭제된 상태다. 그러나 경찰은 미리 채증해놓은 자료와 서버 기록을 비교·분석해 불법 촬영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린 게시자들의 IP 추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베에는 이달 18일부터 ‘여친 인증’이라는 제목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찍은 사진이 잇달아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게시물 중에는 여성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나체 사진도 있었다. 일부는 상대의 동의를 받고 찍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 몰래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19일 ‘경찰은 ‘일베 여친, 전 여친 몰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서 범죄자들 처벌하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날까지 약 15만명 이상이 청원에 동의했다. 청원인은 “피해자들은 성희롱당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여자들도 참을 만큼 참았다. 몰래 사진 찍어서 올리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말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청와대 국민청원 7000여명도 못채워 무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무산됐다. 전남 동부지역 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범국민연대가 지난달 19일부터 시작한 청원 동의는 1만명도 채우지 못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달동안 20만명이상 동의를 얻어야 요건이 성립된다. 1948년 10월 19일 발생한 여순사건은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에 여수 주둔의 국군 14연대가 출동 지시를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전남동부지역 주민 1만 1131명(1949년 전남도 집계)이 무고한 희생을 당한 일이다. 범국민연대는 지난달 18일 순천역 앞에서 국민청원 선포식을 갖고 “여순사건의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의 출발은 ‘여순 10·19 특별법’ 제정이다”며 “더이상 후손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물려줄 수는 없고, 국회가 외면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청원운동을 전개한다”고 강조했다. 범국민연대는 “제주는 4·3사건 관련 특별법이 제정돼 대통령이 제주도를 방문해 국가의 잘못된 폭력에 사과까지 했다”며 “국가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순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진상규명, 희생자 피해보상, 부당한 국가 폭력 등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처음으로 시민들이 주도해 의욕적으로 시작한 국민청원은 지난 18일 마감 결과 6645명이 참가하는 초라한 결과를 보였다. 이때문에 많은 희생자를 낸 여수 순천 광양시 등 전남 동부권 지자체들의 소극적인 처사도 비난을 받고 있다. 올해 70주년을 맞아 각 지자체들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를 강조하면서도 실상 행동은 나서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민들은 “수십년동안 여순반란 사건으로 불린 오명을 벗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호응이 너무 적어 실망스럽다”며 “해당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 점도 원인이다”고 말했다. 범국민연대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시작한 부분도 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이 너무 적어 아쉽다”면서도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서명 명단을 제출하는 등 계속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한편 바른미래당 주승용(여수을) 의원은 지난 19일 동료 의원 105명과 함께 ‘치유와 상생의 여순사건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특별법은 여순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희생자와 그 유가족의 명예회복을 위해 ‘치유·상생을 위한 여순사건특별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설치하도록 했다.이 법안과는 별도로 지난해 4월 정인화·이용주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여순사건 특별법안은 국방위원회에서 심사가 보류됐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서울광장] 호남 대망론/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호남 대망론/이종락 논설위원

    아직 섣부른 얘기다. 차기 대선 주자를 거론한다는 것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3년 이상이나 남은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권력의 속성상 차기 대권에 대한 관심은 늘 있다. 요즘도 그렇다. 그런데 최근 주로 회자되는 것은 ‘호남 대망론’이다.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남 장흥생인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호남 출신이 대권을 움켜쥔다는 호남 대망론은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유권자 수를 따지면 그렇다는 얘기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광주광역시, 전라남북도를 합친 호남 인구수는 518만 2682명이다. 반면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북도를 아우르는 주민수는 1312만 1179명이다. 호남 인구는 영남 인구의 39.4%에 불과하다. 물론 상당수의 호남 출신 사람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에 거주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숫자로는 열세다. 어쨌든 출신 후보에 따른 표 대결에서는 호남 대망론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 실제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전북 순창 출신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26.1%를 얻는 데 그쳤다. 호남을 기반으로 대선에 성공한 정치인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호남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치가 골동품 취급을 받고, 이념과 정책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조정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 유권자에게 여전히 지역 기반이 유효하지만 머릿수만 계산하는 옛날 방식의 정치 셈법은 사실상 끝난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 통일이나 성장, 분배 등 확실한 프레임을 지니고 행동하는 실용주의 정치인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부상은 예사롭지 않다. 중도 보수까지 포용할 수 있는 이 총리는 확장성과 안정감이 최대 강점이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정대철 상임고문, 무소속 서청원 의원과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같은 날 오찬에서는 시중은행장들과도 회동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 하는 등 각 분야의 인사들과 접촉하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최측근인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천거하고, 광주제일고 후배인 노형욱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국무조정실장에 승진시켜 앉히는 등 임명제청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책임총리’의 위상도 굳힌 듯하다. 정치 이력상 친문(친문재인)과 공유할 부분이 두드러지지 않는 것은 약점이었다. 하지만 최근 친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이니’라고 부르듯 이낙연 총리를 ‘여니’라고 부르는 등 호의적으로 보기 시작한 점은 이 총리에게 플러스 요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52세라는 젊은 나이에 문재인 정권 2인자로서 또 다른 호남 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는 유력 주자다. 친문 본원은 아니지만 신친문 주류로서 문재인 정부 1기를 무난히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비서실장으로서 민감한 현안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국정 운영 능력으로 문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는 점은 최대의 강점이다. 또한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을 세 차례나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준비위원장으로서 차기 대권 주자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국회를 한창 뜨겁게 달궜던 ‘DMZ 선글라스’ 논란은 임 실장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 준 사례다. 임 실장도 청와대에서 나오면 급을 낮춰 통일부 장관을 희망할 정도로 ‘남북 문제 최고 전문가’라는 브랜드로 다음 대선을 준비할 태세다. 이 총리와 임 실장의 쾌속질주에 대해 “현재의 여론조사는 아무 의미 없다”고 폄하하는 시각도 만만찮다. 역대 대선이 있는 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조차 1등한 주자들 중 그 누구도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박찬종(1997년), 이회창(2002년), 고건(2007년), 안철수(2012년), 반기문(2017년) 등이 ‘김칫국만 마셨던’ 후보들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총리와 임 실장은 너무 빨리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역 구도보다는 세대 구도가 강해지고 있는 점도 이들에겐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역설적으로 ‘호남’을 버리고 자신만의 시대정신을 보여야 호남 대망론을 쟁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jrlee@seoul.co.kr
  • [생각나눔] 성차이 vs 성차별…경찰·소방·군인 체력검정 ‘남녀 평등’ 논란

    [생각나눔] 성차이 vs 성차별…경찰·소방·군인 체력검정 ‘남녀 평등’ 논란

    경찰대 女선발 12%제한 폐지로 재점화 소방청, 여성 만점 男의 65→80% 검토 3군 사관학교는 기존과 같은 기준 적용 “시험·채점 남녀 똑같이 해야” 靑청원 “신체적 차이… 남성이 표준체냐” 반론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 군인 등이 공채에서 치르는 체력검정 시험을 두고 ‘남녀 평등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경찰대에서 여성 입학생 선발 비율(12%)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경찰대는 선발 인원 100명 가운데 여성 입학생 선발 인원을 1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경찰대에서 여학생 선발 비율을 제한하는 기준이 사라지자 ‘체력검사 기준도 같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을 더 늘려도 좋으니 남녀시험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필기시험도 같이 보고 체력시험도 같이 봤으면 한다”면서 “남성에게 적용되는 정자세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을 여성도 똑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청도 여성 소방대원 지원자를 위한 새로운 체력검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번 논란이 체력검정을 실시하는 모든 공직으로 퍼지고 있다. 소방청은 현재 여성 수험생 만점 기준이 남성의 65% 수준인데 이를 80%까지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반면 각 군 사관학교는 지난해와 동일한 체력검정 기준이 올해도 적용됐다. 해군사관학교의 경우 올해부터 여성 생도 비율을 10%에서 12%로 올렸지만 체력검정 기준은 그대로다. 오래달리기는 삼군 사관학교 모두 남성 1500m, 여성 1200m가 기준인데, 해사에서 오래달리기를 통과하려면 남성은 7분 43초, 여성은 7분 36초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 윗몸일으키기 최저기준은 남성 13회 여성 4회, 팔굽혀 펴기는 남성 8회 여성 2회 이상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남성과 여성 간 존재하는 신체적 차이를 차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논란은) 어떤 신체적 차이도 인정하지 않아야 평등해질 수 있다는 논리”라며 “남성의 체력을 기준으로 체력검증을 만들고 여기에 여성이 맞추라는 것인데 이는 남성을 유일한 표준체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성차이 vs 성차별… 경찰·소방·군인 체력검정 ‘남녀 평등’ 논란

    성차이 vs 성차별… 경찰·소방·군인 체력검정 ‘남녀 평등’ 논란

    경찰공무원과 소방공무원, 군인 등이 공채에서 치르는 체력검정 시험을 두고 ‘남녀 평등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20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경찰대에서 여성 입학생 선발 비율(12%)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경찰대는 ‘경찰대학의 학사운영에 관한 규정’에 이런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현재 경찰대는 선발 인원 100명 가운데 여성 입학생 선발 인원을 1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경찰대에서 여학생 선발 비율을 제한하는 기준이 사라지자 ‘체력검사 기준도 같게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경을 더 늘려도 좋으니 남녀시험을 나누지 말아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필기시험도 같이 보고 체력시험도 같이 봤으면 한다”면서 “남성에게 적용되는 정자세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을 여성도 똑같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방청도 여성 소방대원 지원자를 위한 새로운 체력검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이번 논란이 체력검정을 실시하는 모든 공직으로 퍼지고 있다. 소방청은 현재 여성 수험생 만점 기준이 남성의 65% 수준인데 이를 80%까지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여성가족부에서도 체력검정 기준을 빨리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으로 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각 군 사관학교는 지난해와 동일한 체력검정 기준이 올해도 적용됐다. 해군사관학교의 경우 올해부터 여성 생도 비율을 10%에서 12%로 올렸지만 체력검정 기준은 그대로다. 오래달리기는 삼군 사관학교 모두 남성 1500m, 여성 1200m가 기준인데, 해사에서 오래달리기를 통과하려면 남성은 7분 43초, 여성은 7분 36초 이내에 들어와야 한다. 윗몸일으키기 최저기준은 남성 13회 여성 4회, 팔굽혀 펴기는 남성 8회 여성 2회 이상이다. 이번 논란에 대해 ‘남성과 여성 간 존재하는 신체적 차이를 차별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반박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이번 논란은) 어떤 신체적 차이도 인정하지 않아야 평등해질 수 있다는 논리”라며 “남성의 체력을 기준으로 체력검증을 만들고 여기에 여성이 맞추라는 것인데 이는 남성을 유일한 표준체로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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