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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당 해체’ 주장한 김세연 “내부 쓴소리 사라졌다”

    ‘한국당 해체’ 주장한 김세연 “내부 쓴소리 사라졌다”

    전날인 지난 17일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47·3선)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 해체와 소속 의원 전원 총사퇴를 촉구한 이유에 대해 “변화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이 누군가로부터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세연 의원은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수 정당 혁신이나 보수권 내에서의 통합 논의는 너무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대로 계속 가면 (내년) 총선까지 갔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눈에 뻔히 보이는 시점에서 저라도 내부에서 충격을 가해서라도 어떤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은 전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한국당은 이제 수명을 다했다. 이 당으로는 대선 승리는커녕 총선 승리도 이뤄낼 수 없다”면서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의 어떤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세연 의원은 “지난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청와대 권력이 막강했을 때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들이 보고 계시는 시선 그대로를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강력한 소장 개혁파가 존재했다. 지난 19대 국회 때는 그것이 상당 부분 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20대 국회 들어와서는 그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게 되었다”고 지적했다. 소장파의 목소리가 자유한국당 안에서 들리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당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인적 구성이 같은 집단 안의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한쪽을 다른 한쪽이 공격”했다면서 “이런 식이면 내부에 건강한 균형이나 다양성이 깨진다”고 밝혔다. 전날 김세연 의원은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아무리 폭주를 거듭해도 자유한국당은 정당 지지율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을 넘어서 본 적이 없다. ‘조국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오히려 그 격차가 빠르게 더 벌어졌다”면서 “엊그제는 정당 지지율 격차가 다시 두 배로 벌어졌다. 이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버림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나라를 사랑하고 나라를 살리는 마음으로 우리 다 함께 물러나자.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열악한 상황에서 악전고투하면서 당을 이끌고 있는 점, 정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정말 죄송하게도 두 분이 앞장서고 우리도 다같이 물러나야만 한다. 미련 두지 말자. 모두 깨끗하게 물러나자”고 강조했다. 김세연 의원이 당 지도부와 당 소속 의원 전원 총사퇴를 주장하자 자유한국당 안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세연 의원은 “어떤 형태의, 아주 제한적인, 지엽적인 비판을 하더라도 내부 총질이라는 말을 조건반사적으로 계속해 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안타깝다”면서 “불출마까지 선언하면서 이런 주장을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으로 했다는 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김세연 의원은 자유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직은 유지한다. 그는 “저의 불출마와 관계없이 당에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이 원장직을 열심히 수행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세연 의원은 부산 금정구에서 18·19·20대 총선에 당선된 자유한국당 최연소 3선 의원이다. 자유한국당에서 3선 의원 중 불출마를 공식화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초선의원인 유민봉 의원, 재선의원인 김성찬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김세연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해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에서 당시 유승민 대선후보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지내다가 지난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그의 부친인 고 김진재 전 의원은 부산 금정구에서 5선 의원을 지냈다. 김세연 의원의 장인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與 PK의원들, 윤건영에 양산을 출마 요청

    與 PK의원들, 윤건영에 양산을 출마 요청

    “성윤모·정용기 가상대결 여론조사 실시” 유민봉, 윈지코리아컨설팅 녹음파일 입수 윈지코리아 측 “의뢰자 확인 못 해준다”더불어민주당 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이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에게 내년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을에 출마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부산·경남(PK)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부·울·경 국회의원들의 뜻을 모아서 윤 실장 본인에게 양산 출마 요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양산을은 부산의 젊은 사람들이 거주지를 옮겨 (당에서) 많이 챙기고 있는 지역”이라며 “문 대통령이 퇴임한 뒤 돌아오시는 지역구로 출마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실장은 이 같은 PK 지역 의원들의 출마 요청에 대해 거절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이 입수한 녹음파일에 따르면 최근 윈지코리아컨설팅은 대전 대덕구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민주당 후보 출마를 가정한 뒤 해당 지역 현역인 한국당 정용기 의원과의 가상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밖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제기한 판사 출신 이탄희 변호사 등에 대해 현역 한국당 의원 지역구에 출마했을 때를 가정하고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실 측은 윈지코리아컨설팅은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몸담았던 회사로 민주당이 의뢰했다고 주장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 측은 의뢰자를 밝히지 말아 달라는 요청에 따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86그룹’ 대표주자 임종석 불출마… 민주당 중진 용퇴론 불붙나

    ‘86그룹’ 대표주자 임종석 불출마… 민주당 중진 용퇴론 불붙나

    재선 출신… 대통령 비서실장 지낸 ‘중량급’ 페북에 “제도권 정치 떠나 원래 자리 갈 것” 당내 “전혀 몰라… 중요자원 손실” 당혹감 86그룹 연쇄 불출마·험지 출마 파급 예상 40여명 청와대 출신 출마자 영향 받을 듯 임종석, 통일장관·서울시장 등판 가능성도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예고 없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넘어 정계 은퇴까지 시사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안팎에 충격을 던졌다. 임 전 실장은 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재선 의원 출신으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지내 정치적 무게감이 남달라 그의 불출마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민주당 중진들 중 첫 공개 불출마인 임 전 실장이 용퇴론이 제기되는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대표주자로서 86그룹의 연쇄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이제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먹은 대로 제도권 정치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앞으로의 시간은 다시 통일 운동에 매진하고 싶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또 “제 인생에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고 싶다”며 사실상 정계 은퇴까지 언급했다. 임 전 실장은 올해 1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 종로로 주소지를 옮기며 정세균 전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종로 출마 여부를 타진해 왔다. 일각에서는 정 전 의장의 내년 출마 의지가 강해 임 전 실장의 지역구 준비가 애매해졌고 험지에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도 있었다. 임 전 실장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넘어 정계 은퇴 가능성까지 밝힌 데는 그의 오래된 고민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임 전 실장은 그동안 측근들 및 가까운 의원들과 만나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구했다고 알려졌다. 임 전 실장 측 관계자는 “총선 출마나 입각 모두 안 한다는 이야기”라며 “애초 정치의 목적이 통일운동과 한반도 평화인데 지금 정부의 남북 관계 의지는 확고하지만 제도권에서 (임 전 실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보고 민간 영역에서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지역구 고민은 아주 소소한 부분”이라며 “정치를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커 보였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민간 영역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꿈을 펼쳐 보겠다고 한 데 따라 이사장을 지냈던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의사에 대해 민주당 측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해식 대변인은 “너무 갑작스럽다. 전혀 (관련한 의중을) 듣지 못했다”며 “상당히 중요한 자원인데 어떻게 보면 손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기자간담회에서 “학생운동 할 때도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더니…”라며 “저도 잘 모르는 상황이다.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불출마 결정을) 이 대표와 이야기를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리 상의를 해서 결정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있지만 정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한 것 같아 만류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정치권은 임 전 실장의 불출마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당내 쇄신 요구가 커질지 주목하고 있다. 그간 이해찬 대표와 초선인 이철희·표창원 의원 등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중진들은 없었다. 보수 통합 움직임에 맞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내 기득권을 쥔 86그룹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도 분명히 있다. 여권 관계자는 “누가 보더라도 임 전 실장의 불출마 의사는 총선 승리를 위해 86그룹들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도 깔린 게 아니겠느냐”고 했다. 당내에서 40여명이나 되는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가 너무 많다는 불만이 나온 상황이어서, 임 전 실장의 불출마가 이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출신 한 관계자는 “불출마가 서운하고 아쉽지만 본인의 뜻이 확고한데 존중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조한기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페이스북에 “그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임 전 실장이 정치권을 완전히 떠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꽉 막힌 남북 관계,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총선 등판론 등으로 임 전 실장의 역할론이 다소 흩어졌지만 현 정부의 필요에 따라 통일부 장관, 서울시장 출마 등으로 등판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불법파견 판결받은 ‘道公 톨게이트 수납원’ 직고용하는 것이 맞다”

    “불법파견 판결받은 ‘道公 톨게이트 수납원’ 직고용하는 것이 맞다”

    공공부문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다. 노동계는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지나면서 ‘무늬만 정규직화’라는 울분이 터져 나온다.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동자 대량 해고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기관들은 노무관리가 수월한 자회사 전환을 선호한다. 이에 노동자들은 ‘또 다른 간접고용’이라면서 기관이 직고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62) 원장은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의 층위를 두 단계로 나눠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이 나온 만큼 직고용을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모든 공공부문에서 직고용을 하는 것은 새로운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배 원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워릭대에서 노사관계(석사)·산업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노사관계 전문가다. 연구원에서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을 지냈고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 원장으로 임명된 뒤 임기를 이어 오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자회사 전환 방식을 두고 노사 갈등이 심각하다. “논란을 두 가지 층위로 나눠서 봐야 한다. 먼저 가장 갈등이 극심한 한국도로공사 사태를 보자.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은 대법원에서 이미 불법파견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노동자들이 도로공사에서 업무 통제를 받았다는 것이다. 불법파견 판정을 받았거나 그럴 소지가 큰 사람들은 회사가 직고용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모든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직고용 방식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앞으로 만만치 않은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인가. “‘절차적 공정성’이다. 예컨대 서울교통공사는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고용 세습’ 의혹을 받기도 했다. 엄격한 공개 채용으로 정규직이 된 이들 중에서는 이 과정에 환멸을 느끼고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관 내에서도 서로 다른 의식과 갈등이 있다. 정규직 전환을 하면서 이런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똑같은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차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차등’은 필요하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이 “톨게이트 노동자는 ‘없어질’ 직업”이라고 발언했다가 노동계의 뭇매를 맞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등 급속한 기술의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직업훈련이 필요한 이유다. 새로운 기술로 기존의 업무가 줄거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이 있으면 다른 업무로의 재배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교육이 필요하다. 적응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노사가 논의해서 명예퇴직 등을 고민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기업의 임금 수준과 지불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과거보다 직업훈련이 더욱 중요해진다. 현재 자기가 하는 일이 계속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개인적인 학습과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정년 연장’이 우리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년 연장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60대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정년은 60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정년 연장을 논의할 때가 되긴 했다.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조건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년만 연장하면 이를 누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누가 정년 연장의 혜택을 누리는가. “정년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예컨대 대기업 노조 생산직이나 공공부문 종사자 등 일부에게만 국한된다. 나머지는 더욱 열악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근속 연수가 6.6년이다. 6년마다 직장을 옮긴다는 뜻이다. 10년 이상 근속자는 21%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민간의 좋은 직장이 적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현재 법적인 정년의 혜택을 보는 사람들은 임금도 높고 복지 혜택도 잘 누린다. 그러나 60이 넘어서도 일해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은퇴를 대비하지 못한다.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50만원 언저리다. 이것으로는 도저히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정년 연장만으로는 이들을 포용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다수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동시에 청년 채용도 방해하지 않아야 하기에 복합적인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정년 연장에 앞서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나이·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것)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공임금제를 깨고 직무의 성격에 따라서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 도입은 꼭 필요하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심지어 공공부문에서도 직무급제 도입은 쉽지 않다. 그러나 준비해야 한다. 공공부문의 직무급제 도입은 앞으로 우리 사회 임금체계의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일이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 직무급제가 필요하다고 말로만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이 나서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직무급제와 관련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직무급제 도입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은. “연공적인 승진·승급 체계도 깨야 한다. 능력에 따른 인사관리가 절실하다. 직급은 과장, 부장인데 하는 일은 단순한 결재만 하는 등 생산성은 대리와 다를 것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하고 있는 직무에 걸맞은 임금체계를 짜려면 이런 승급·승진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 업무의 내용과 숙련도를 적절하게 설계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노동력이 거래되는 ‘플랫폼 노동’이 새로운 화두다. “앞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사업주, 노동자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플랫폼 노동자가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하는 일은 근로자와 별다른 점이 없는데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이른바 ‘가짜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이다. ‘종속적인 자영업자’도 존재한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현행 근로기준법만으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노동법 전체를 뜯어고치는 것 역시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노동법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기존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들을 포용하는 방법이 있다. 고용보험이나 산업재해보험 등 사회안전망 제도를 손질하면 된다. 현재 이런 제도들은 기존의 표준화된 고용 모델을 중심으로 돼 있다. 이것을 바꾸면 된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포섭하는 것부터 고민하자. 비슷한 문제에 직면한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단결권을 포함한 노동3권 등을 보장하는 문제는 아직 논란이 있다. 사회안전망에 이들을 포함하는 것부터 해결하고 나서 앞으로 다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세월호 유가족들 “책임자 52명 1차 고소·고발”

    세월호 유가족들 “책임자 52명 1차 고소·고발”

    박근혜 전 대통령·황교안 전 총리 포함될 듯유가족 측 “고소장 접수 뒤 검찰 만날 것참사 당일 의혹을 집중 수사해줬으면”세월호 유가족 모임인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가 참사에 책임이 있는 1차 고소·고발 인원을 52명으로 정리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13일 전원회의를 열고 “구조 헬기가 희생자가 아닌 해경간부를 태웠다”는 헬기 구조 지연 의혹을 검찰에 수사의뢰하는 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장훈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2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에) 특정해서 책임자로 지명한 122명 중에서 52명이 (첫 고소·고발) 대상”이라면서 “15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중앙지검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소시효의 문제, 피해자가 인지한지 6개월 내 고소해야 하는 모욕죄의 조건, 같은 혐의로 책임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문제 등을 검토한 결과다. 고소·고발 대상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총리(현 자유한국당 대표)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인 오민애 변호사는 “처음 발표했던 참사 책임자 명단에 오른 122명은 법적 책임이 있는 사람만 추렸다기 보다는 여러 책임 있는 사람들이었다”면서 “우리가 분류한 6가지 혐의(직권남용, 미필적고의에 의한 살인, 명예훼손 등) 중에서 수사와 처벌이 필요한데 제대로 수사받지 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52명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우선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명단을 정리했으며 향후 추가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전날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의 임관혁(53·사법연수원26기) 단장(경기 수원지검 안산지청장)은 “빠르면 이번 주라도 (세월호 유가족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를 만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아직 나에게 연락 온 건 없고, 실무진 차원에서 접촉이 있었다. 우선 고소장을 내고 만나는 게 맞다고 본다”면서 “참고인이나 피해자로 만나는 것과 고소인으로 만나는 것은 차이가 크다. 250명 아이들과 304명 돌아가신 것에 대해 당당하게 만나서 수사 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장 위원장은 “2014년 4월 16일 당일 왜 배가 침몰했고, 아무도 구하지 않았고, 이번 사참위 발표처럼 제대로 된 구조도 안 됐는지 부분에 수사가 집중됐으면 좋겠다”면서 “모두 분노하는 지점이 그 시간 동안 왜 아무도 안 구했느냐인데 그게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협의회는 13일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민고발인 참여 서명을 받는다. 5만명 이상이 서명한 고발 대상은 ‘박근혜 청와대와 정부책임자’, ‘해경 현장 구조, 지휘세력’, ‘세월호참사 조사 방해세력’, ‘세월호참사 희생자 모욕, 왜곡, 망언 전·현직 국회의원 정치인’, ‘언론인’, ‘세월호참사 비방, 모욕 극우보수세력’이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통일부 “北주민 추방, 靑안보실 단독결정 아냐…긴밀히 협의”

    통일부 “北주민 추방, 靑안보실 단독결정 아냐…긴밀히 협의”

    통일부는 11일 16명의 동료를 살해하고 남측으로 도주한 북한 주민 2명에 대한 추방조치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직권결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과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의·소통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관계에서 전례가 없었던 문제인 만큼 여러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었다”며 “국가안보실은 국가안보 컨트롤타워로 북한 선박 북방한계선(NLL) 월선 시 처리 관련 매뉴얼을 바탕으로 초기 대응 단계부터 최종 결정단계까지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소통하면서 필요한 대응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추방된 2명은 상황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고,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다른 옵션을 고려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일부 언론은 이날 정부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주민 2명의 강제북송은 통일부와 국정원이 북송 관련 의견을 내길 주저하자 (청와대) 안보실이 직권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북한 주민 2명은 판문점에 도착해 안대를 벗고 나서야 자신들이 북송될 것이란 사실을 알았으며, 이들의 자해 가능 등에 대비해 경찰특공대가 호송 차량을 에스코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따. 이 대변인은 ‘북한 주민 2명이 추방 전까지 북송 사실을 몰랐다는 보도내용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에는 “통일부로서는 호송과정 등을 따로 확인할 만한 사항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번 북송 조치를 놓고 대북인권단체들 사이에서 비판 성명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우려가 있고, 또 흉악범죄자로서 국제법상 난민으로도 인정할 수 없다는 그런 판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기본적으로 이번 북한 주민들은 도주 과정에서 나포된 사람들”이라며 “통상적인 남한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히신 분들에 대해서는 북한주민정착지원법 보호 신청 규정에 따라 검토해 보호결정과 비보호결정을 하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오늘 서울 시내 집회·행진…여의도·청와대 등 교통혼잡 예상

    오늘 서울 시내 집회·행진…여의도·청와대 등 교통혼잡 예상

    토요일인 9일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등 도심에서 여러 건의 집회와 행진이 열려 교통이 혼잡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오늘 하루 시내에서는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하고 부득이하게 차량을 운행할 경우 집회 장소를 미리 파악해 우회로를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남단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맞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면서 ‘노동법 개악 반대’, ‘노동기본권 쟁취’ 등의 구호를 외칠 계획이다. 참가자들은 마포대교 남단에서 본 집회를 개최한 뒤 여의대로 편도 모든 차로를 이용해 국회 방향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낮 12시 30분부터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외노조 통보 직권 취소와 해고자 원직 복직 등을 정부에 촉구한다. 백화점·면세점 판매 서비스 노동조합은 같은 시간 중구 신당역 주변에서 노조 출범식을 열고 화장품 판매 노동자들의 휴식권 보장과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오후 1시 종로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당 노동행위를 규탄할 예정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오후 1시 30분 종로구 효자치안센터에서 ‘2019 철도 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가 ‘KTX-SRT 통합 운영·인력 충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할 계획이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이날 정오부터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사람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부근에서 검찰 개혁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0시 30분까지 여의도 일대에서는 현대자동차·머니투데이가 공동 주최하는 달리기 대회 ‘2019 아이오닉 롱기스트런’이 열린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시내에서는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해달라”며 “부득이하게 차량을 운행할 경우 집회나 체육대회가 열리는 곳은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文대통령, “어느 누가 검찰총장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반부패 시스템 정착돼야”

    文대통령, “어느 누가 검찰총장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반부패 시스템 정착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대해 “공정에 관한 검찰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하다”면서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검찰에 대한 국민 요구가 매우 높다. 국민들이 공권력 행사에 대해서도 더 높은 민주주의, 더 높은 공정, 더 높은 투명성, 더 높은 인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셀프 개혁에 멈추지 않도록 법무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개혁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을 특히 당부드린다”면서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서는 상당수준 이루었다고 판단한다. 이제 국민들이 요구하는 그 이후의, 그 다음 단계의 개혁에 대해서도 부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검찰개혁으로 요구가 집중되어 있는 것 같지만 다른 권력기관들도 같은 요구를 받고 있다고 여기면서 함께 개혁 의지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1시간 50분 가량 이어진 회의에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김오수 법무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특히 ‘조국 사태’ 이후 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창총장이 첫 대면하는 자리로 더욱 주목됐다. 청와대에선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김조원 민정수석 등이 참석했다. 주요 안건은 법조계 및 고위공직자 전관예우 근절 대책을 비롯해 공공기관 채용비리 방지 대책, 사교육 시장 불공정성 해소 대책 등이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고 운을 뗀 뒤 “적폐청산과 권력 기관 개혁에서 시작해 생활적폐에 이르기까지 반부패정책의 범위를 넓혀왔다. 권력 기관 개혁은 이제 마지막 관문인 법제화 단계가 남았다”며 “공수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정의로운 나라도 한발 더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 갑질, 사학비리, 탈세 등 고질적인 병폐를 청산하면서 우리 사회는 좀 더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달라지고 있다”며 “한때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부패인식지수가 다시 회복 되어 역대 최고 수순으로 상승했고, 공공기관의 청렴도도 매년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면서 “여전히 사회 곳곳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이 국민에게 깊은 상실감을 주고 있고 공정한 사회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 명칭을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 정책협의회’로 확대 개편한데 대해서도 “부패를 바로 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 공정의 가치를 뿌리 내리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각오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위법 행위 엄단은 물론, 합법적 제도의 틀 안에서라도 편법과 꼼수, 특권과 불공정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안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한 사회로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당면 과제로,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고, 범부처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들”이라고 지목한 뒤 실효성있는 방안을 총동원하는 고강도 대책 마련 및 부처간 협력을 주문했다. 주요 안건인 전관 특혜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그동안 공직자 윤리법 개정 노력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전관 유착의 소질을 사전에 방지하고, 공직자들의 편법적인 유관기관 재취업을 차단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전관예우에 대해 “퇴직 공직자들이 과거 소속되었던 기관과 유착, 수사나 재판, 민원 해결까지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힘있고 재력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어 평범한 국민들에게 고통과 피해를 안겨준 전관 특혜를 공정과 정의에 위배되는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하고, 이를 확실히 척결하는 것을 정부의 소명으로 삼아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전관특혜로 받은 불투명하고 막대한 금전적 이익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공정 과세를 실현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며 “퇴직 공직자들이 전관을 통한 유착으로 국민생활과 직결된 민생과 안전은 물론, 방위산업 등 국가 안보에 직결된 분야까지 민생을 침예하고 국익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사교육 불공정 분야에 대해서는 “입시 학원 등 사교육 시장의 불법과 불공정도 바로 잡아야 한다””며 “관계부처 특별점검을 통해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불법행위는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원가의 음성적인 수입이 탈세로 이어지지 않도록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을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사교육비 부담이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불신도 높은 만큼 교육불평등 해소와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채용의 공정성 확립에 대해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한다는 원칙을 앞으로도 더욱 엄격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는 채용제도를 안착시켜 나가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수요자의 수용성이다. 당사자인 취업준비생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길 때까지 채용제도를 끊임없이 보완하고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부문이 앞장서고 민간부분도 함께 노력하여 공정채용문화가 사회전체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라며 “조합원 자녀 우선 채용 의혹 등 국민들이 불공정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불신을 해소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李총리 ‘강기정 논란’ 사과에 주광덕 “아름다운 광경”

    李총리 ‘강기정 논란’ 사과에 주광덕 “아름다운 광경”

    이낙연 국무총리가 7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국회 답변 태도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자 야당 의원이 이 총리를 극찬하는 이례적 장면이 펼쳐졌다. 이 총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부 대표로서 사과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부에 몸담은 사람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국회 파행의 원인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 것은 온당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멋지고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했다. 총리가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스마트하게 죄송한 마음을 표현해 주셨는데 야당인 저에게도 감동이 온다”고 했다.이 총리는 “정부 사람들이 국회에 와서 임하다 보면 때로는 답답하고 화날 때도 있을 것이나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군다나 그것이 국회 운영에 차질을 줄 정도로 됐다는 것은 큰 잘못이었다”고 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이 총리, 강기정 대신 사과…한국당도 “진심어린 사과 감동”

    이 총리, 강기정 대신 사과…한국당도 “진심어린 사과 감동”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기정 정무수석 태도 논란과 관련해 “정부에 몸담은 사람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국회 파행의 원인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 것은 온당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추궁하며 “그렇게 우기시지 말고요”라고 하자 답변석 뒷줄에 있던 강 수석이 일어나 “우기다가 뭐요, 우기다가 뭐냐고”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한국당 의원들이 고성으로 맞받으며 생긴 마찰이다. 6일 예결위는 야당이 강 수석 태도 문제를 지적하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예결위 전체회의 출석 및 사과도 요구하면서 파행했다. 강 수석은 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에 이 총리는 이날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정부 대표로서 사과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당사자가 이미 깊이 사과드린 것으로 알지만 제 생각을 물으셔서 답한다”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몸을 낮췄다. 이 총리는 ‘진심어린 사과에 감동했다’며 소회를 묻는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말에 “국회, 정부 사람들이 국회에 와서 임하다보면 때로는 답답하고 화날 때도 있을 것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절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부에 몸담은 사람의 도리”라며 “더군다나 그것(논란)이 국회 운영에 차질을 줄 정도로 됐다는 것은 큰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자영업자 몰락에도 ‘구조 탓’만… 거꾸로 가는 일자리 정부

    자영업자 몰락에도 ‘구조 탓’만… 거꾸로 가는 일자리 정부

    1억 미만 종잣돈 쥔 창업 4%P 늘어 열악 준비기간 3개월도 안돼… ‘억지창업’ 증가 “구직 단념 늘며 실업률 낮아지는 기현상”“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오히려 늘었다. 고용 악화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지난해 8월 22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는 정부가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 부문에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근거로 쓰였다. 실제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8월 기준으로 2017년 158만명에서 이듬해 165만 1000명으로 늘었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15만 3000명에서 403만명으로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일자리가 타격을 입었다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폐업해 수가 감소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해야 하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논리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축사에서 이와 같은 근거로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올 들어 ‘8·9월 취업자가 두 달 연속 30만명을 상회했다’며 ‘일자리 부진이 해소됐다’는 논지도 펼쳤다. 하지만 5일 통계청의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고용 현실이 여전히 엄혹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고용이 있는 자영업자가 지난해보다 11만 6000명이나 감소했다는 것은 기존 직원을 내보내거나 아예 직원 없이 창업하는 자영업자가 그 숫자만큼 늘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이 높을 정도로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동시에 2년 연속 최저임금의 두 자릿수 증가와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구조 탓’만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통계청 결과에 대해 “온라인쇼핑 성장 등 구조 변화와 자영업자 포화 등으로 비임금근로자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구조 등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서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식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창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열악하기만 하다. 최근 1년 내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중 자본금이 1억원 미만인 사람의 비중은 올해 90.7%로 지난해(86.7%)보다 4.0% 포인트 늘었다. 1억원 이상의 밑천을 들고 사업을 시작한 비율은 지난해 13.4%에서 9.3%로 감소했다. 사업 준비 기간이 3개월에도 못 미치는 비중도 절반 이상인 52.3%였다. 1년 전보다 2.5% 포인트 늘었다. 일자리 부족으로 ‘억지 창업’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는 동시에 쉬고 있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는 것은 잘못된 노동시장 정책으로 고용이 줄고,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니 구직을 단념한 숫자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실업률은 낮아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가장 어려운 계층이 노동자도 자본가도 아닌 자영업자”라면서 “이미 오른 최저임금은 어쩔 수 없더라도 주 52시간제 적용 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세종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정은 12월 북미정상회담 목표로, 이르면 이달 중순 실무회담 열릴 듯”

    “김정은 12월 북미정상회담 목표로, 이르면 이달 중순 실무회담 열릴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중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을 목표로 잡아놓고 이르면 이달 중 실무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이 4일 밝혔다.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은 이날 국정원을 상대로 연 비공개 국정감사 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12월에 잡혔다고 말한 이전 브리핑이 잘못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정보위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중간 브리핑을 통해 “김정은은 12월 (북미) 정상회담을 정해놓은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야 간사 브리핑을 토대로 북미가 다음 달 중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는 식의 보도가 이어지자 이 위원장이 국정원과 협의를 거쳐 ‘정정 브리핑’을 자청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북한 입장에선 북미 정상회담을 (12월 개최로) 목표로 잡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니까 북미회담 전에 실무협상을 하려면 12월 초까지 하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추측이었다”며 “(12월 정상회담 개최) 전망이 아니고, 그게 그 사람들(북측)의 목표일 거라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위원장은 올해 안에 중국을 다시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1·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중했던 전례에 비춰서다. 또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11월 중, 늦어도 12월 초에는 실무회담이 열릴 것으로 국정원은 예상했다. 국정원은 김평일 주(駐) 체코 북한대사가 교체돼 조만간 귀국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김평일 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선친인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이다. 김 대사의 누나 김경진의 남편인 김광섭 주 오스트리아 북한대사도 동반 귀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능력과 관련해 국정원은 “결국은 이동식 발사”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동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서훈 국정원장의 답변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이은재 의원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북한의 ICBM은 기술적으로 이동식 발사대(TEL)로 발사하기 어렵다’고 한 발언과 배치된다는 해석을 낳았으나, 이혜훈 위원장은 이 역시 와전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이 위원장은 “과거엔 이동식 발사대에서 발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 이동식 발사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이동식 발사대는 이동하는 데만 쓰고, (발사) 장소까지 끌고 가서는 거치대에 올려 쏜 적은 있다는 게 팩트”라고 말했다. 이어 “이동식 발사대는 미사일(ICBM)을 옮기는 데만 쓰고, 장소까지 가서는 고정된 시설물(거치대)에 올려놓고 쏜 것”이라며 “국방정보본부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ICBM을 쏠 능력을 북한이 갖춘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 둘이 모순되지 않는다는 게 국정원장의 답변”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달 시험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관련해선 “신형 잠수함을 진수하게 되면, (그)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해 5월 폭파 이후 갱도 입구에 잔해들이 방치된 상태로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풍계리 경비부대 쪽은 지난 8∼9월 태풍으로 도로·교량 유실 등 피해가 커 복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오는 22일 자정을 기해 파기되는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복구 가능성에 대해 “알 수 없다”면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답변했다. 국정원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회담을 예로 들면서 “어쨌든 (지소미아 복구) 가능성이란 것을 배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걷기 좋은 영중로·퓨처밸리 육성… 미래도 ‘탁 트인 영등포’

    걷기 좋은 영중로·퓨처밸리 육성… 미래도 ‘탁 트인 영등포’

    서울 영등포구의 얼굴인 영등포역 앞 영중로가 천지개벽했다. 지난 50여년간 인근 건물의 1층 간판까지 모두 가릴 만큼 빽빽이 들어선 불법 노점이 보행도로를 대거 점유하면서 지저분하고 꽉 막힌 이미지였지만 모두 철거하고 환경을 정비해 지난 9월 25일 산뜻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970년대 강남 개발 여파로 낡은 공장, 주택, 그리고 상가가 밀집된 낙후 지역으로 발전이 정체된 영등포구가 영중로 정비를 시작으로 현대적이고 깨끗한 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취임한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있다. ‘탁 트인 영등포’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그는 보행로, 청소, 주차 등 환경 정비를 시작으로 영등포 로터리 고가차도 철거, 대선제분 부지 복합문화공간 개장, 경인로 ‘퓨처밸리’ 조성 등 사업을 완성해 ‘한강의 기적’을 이끈 정치·경제·산업·교통의 중심인 영등포 본래의 위상을 되찾는다는 목표다. 지난 1일 반세기 만에 불법 노점들을 물리적 충돌 없이 정비해 화제가 된 영중로에서 그를 만났다.-‘탁 트인 영등포’라는 슬로건대로 영중로의 변신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회자될 정도인데. “영중로는 영등포역 앞의 중앙거리라는 뜻으로 영등포의 상징성을 지닌 곳이다. 그 중앙에 노점 75개가 50여년간 있었다. 영세한 노점의 생존권도 중요하지만, 노점 때문에 보행권이 방해받고 버스 환승도 힘들다는 민원이 많았다. 미관 저해와 위생 문제도 있었다. 민선 7기 취임 후 영등포 신문고의 첫 번째 청원이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이었고, 8일 만에 1297명이 공감했을 정도로 구민들의 바람이자 지역 숙원사업이었다. 이에 주변 상인들, 노점 대표들,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지난 8개월 동안 현장조사, 주민설명회, 공청회 등을 100여 차례 개최했다. 이를 바탕으로 모두 공감할 상생방안을 만들었고, 지난 3월 25일 단 두 시간 만에 충돌 없이 정비했다. 이후 서울시 예산 24억원을 포함해 총 27억원을 투입해 보도와 버스정류장을 넓히고 녹지공간을 만들어 주민에게 깨끗하고 탁 트인 거리를 돌려줬다. 새롭게 디자인한 거리가게 26개도 설치해 노점상인이 정당하게 일할 수 있게 했다.”-추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처음에는 반대가 많았다. 하지만 노점을 쾌적하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중요했다. 노점은 엄밀히 말해 불법인데 관습적으로 허용했던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아예 거리가게도 허가하지 말라고 했지만, 노점상분들의 양보가 없었으면 영중로 정비가 안 됐을 것이라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처럼 상인의 생존권과 주민의 보행권 사이에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 재산 3억 5000만원(부부 합산은 4억원)을 기준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거리가게 허가제를 추진했다. 철거 당일에 수십년에 걸쳐 노점을 하셨던 노인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떡볶이 장사를 하시는 할머니 한 분에게는 꼭 거리가게를 허가해 줄 테니 걱정 말라고 손을 잡으면서 말씀드렸다. 그분은 지금 거리가게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다.”-보행 환경 정비 이외에 청소 분야 개선도 눈길을 끄는데. “살기 좋은 동네의 기본은 쾌적함이다. 그 핵심이 청소, 주차, 보행환경이다. 이 세 가지는 민생의 기본이기 때문에 철저히 하고 있다. 청소 시스템을 완전히 바꿨다. 평일에만 운영하던 청소시스템을 주말에도 운영할 수 있도록 청소기동대를 만들었다. 구청장이 아침에 직접 청소를 하니까 주민들 인식도 바뀌었다. 두 번째로 기존의 클린하우스 시스템을 정비하고, 의류수거함과 재활용수거함도 깨끗하고 보기 좋게 새로 만들었다. 올해 초부터는 당산동, 문래동 상가번영회에서 담배꽁초수거함도 설치했다. 서울시 최초로 여의도 증권가 흡연골목 사유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민간기업과 협약을 맺어 별도의 흡연부스를 짓는다.” -불법 주차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주차 문제도 현실에 맞게 바꾸고 있다. 영등포구의 주차장 확보율이 101.9%지만, 실제로는 80%다. 대형 교회나 기업체 주차공간이 텅 비어 있고, 나머지는 불법 주차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그래서 대형 교회, 성당, 기업체들과 주차장 공유 협약을 맺고 있다. 또 하나는 사유지 자투리 공간 활용이다. 땅 주인들을 설득해 사유지 자투리 공간을 개방하면 재산세 면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영등포는 마포와 함께 ‘쌍포’로 불릴 만큼 입지와 교통이 좋아 부동산 기대감도 크다. 예정된 개발 계획은. “영등포는 2014년 서울시가 발표한 ‘2030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광화문, 강남과 함께 3대 도심축이다. 지역 사업도 많다. 영등포역 앞 경인로와 문래동을 중심으로 ‘퓨처밸리’를 조성해 지역 일대를 4차 산업의 전진기지로 육성한다. 또 밀가루 공장이 있던 대선제분 부지는 서울시 최초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내년 하반기에 문화, 전시, 공연, 카페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다. 타임스퀘어 인근 GS주차장 부지에는 지상 20층 규모의 청년희망복합타운이 2022년까지 조성된다. 서울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영등포로터리는 서울시와 협의해 고가차도를 철거하고 평면교차로로 전환해 영등포 진입로 일대 교통혼잡을 해소하고 영등포와 여의도 지역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문래동 공공용지에는 제2 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한다. 영등포에 척추, 화상 등 전문 병원이 많아 2017년 영등포구가 ‘영등포 스마트메디컬 특구’로 지정된 만큼 향후 의료관광산업의 메카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진행 주현진 부장 jhj@seoul.co.kr 정리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그가 걸어온 길 국회·서울시·靑 거치며 차근차근 쌓은 내공 ‘사람’ 생각하는 정책 펼치는 최연소 구청장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가장 젊은 구청장이다. 최연소 타이틀로 인해 굴곡 없이 단숨에 현재 자리에 올랐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차근차근 준비하고 단단하게 내공을 쌓으며 뚝심 있게 정치인으로서의 발판을 다져 왔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군부정권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며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정치·사회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법대 진학을 바라는 아버지의 뜻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꿈꾸던 정치인의 길을 가고자 서울대 정치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졸업 후 국회 비서관으로 입문하면서 정치인으로서 기본기를 다졌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인연으로 서울시 정무보좌관으로 일하며 ‘반 발자국 앞선’ 행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으로 발탁되면서 국정의 큰 틀을 보며 정치인으로서의 시야를 넓혔다.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딸아이를 키워 온 삶의 터전이자 가족의 보금자리인 영등포에 출마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의정, 행정, 국정을 두루 거친 경험이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의 행보에는 항상 ‘사람’이 보인다. 지방선거 출마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써 준 ‘사람이 먼저다’는 문구는 정책결정의 근간이다. 국회, 서울시, 청와대의 소중한 인연은 구정에 대한 지원과 협조로 이어지고 있다. ‘초심이 끝까지 한결같은 구청장, 진심이 있는 구청장으로 항상 겸손하게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지론이다. ▲광주 출생(1970)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국회보좌관(2007~2015) ▲박원순 서울시장 정무보좌관(2016~2017) ▲문재인정부 청와대 행정관(2017~2018) ▲민선7기 영등포구청장(2018~) ▲부인 이희경씨와의 사이에 1녀.
  • 광화문에선 태극기, 여의도에선 촛불 들고 주말 집회 이었다

    광화문에선 태극기, 여의도에선 촛불 들고 주말 집회 이었다

    11월 첫 주말에도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와 문재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여의도와 서초동, 광화문 광장에서 각각 열렸다.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국회 인근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제12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고 국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요구했다. 주최 측은 “이번 촛불문화제는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신속처리대상 안건의 입법 촉구와 최근 문제가 되는 ‘내란음모 계엄령 문건 특검 촉구’를 위한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여의도공원 11번 출입구에서 서울교 교차로까지 여의대로를 가득 채웠다. 집회가 끝난 직후 ‘내란음모 계엄령 문건 특검하라’, ‘응답하라 국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자유한국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루리웹’ 회원들로 구성된 ‘북유게사람들’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부근에서 검찰 개혁, 공수처 설치 등을 요구하는 시민참여 문화제를 진행했다.한편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열고 문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세종대로 광화문 방면 6개 차선과 광화문 남측 광장,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 등에 모였다. 이들은 집회 후 “문재인 하야”, “공수처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태극기를 든 채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우리공화당과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 단체들도 서울역과 대한문 앞 등 도심 곳곳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 단체 ‘공정추진위원회’는 오후 6시부터 광화문역 앞에서 ‘우리가 원하는 공정한 대한민국’ 집회를 진행했다. 또 자유연대,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등은 국회의사당 대로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수처 반대, 문재인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신군부 관통한 1세대 스타 PD의 비망록

    신군부 관통한 1세대 스타 PD의 비망록

    1980년대 신군부가 3S(Sports, Screen, Sex) 정책으로 국민을 우민화하려던 시절. MBC가 중심이 돼 프로야구단을 창설하고, VTR이 가정에 보급되면서 포르노 필름이 기승을 부렸다. 자극적인 기사들로 가득 찬 황색 언론도 범람했다. 권력이 언론을 통제하니 정론은 숨죽이고 가십이 판을 쳤다. 그렇게 엄혹했던 시절에 권력과 맞서며 드라마를 제작해 온 이가 있다. ‘1세대 스타 PD’로 꼽히는 고석만 PD다. 새책 ‘나는 드라마로 시대를 기록했다’는 드라마 ‘수사반장’, ‘제1공화국’, ‘땅’ 등으로 1980~90년대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던 고 PD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천생 연출가다. 밋밋한 자서전은 성에 안 찼던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몰입으로 이끌려는 ‘연출가적 기교’를 책 여기저기 흩뿌려 놓았다. 책은 숱한 억압과 중단의 역사로 점철됐다. 땅 투기를 조명한 드라마 ‘땅’은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청와대에서 비상대책회의가 소집되는 역사를 남겼다. 최초의 정치드라마로 꼽히는 ‘제1공화국’을 만들 때는 국가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고초를 겪었고, 당대 재벌들을 소환했던 ‘야망의 25시’는 “정경유착의 힘” 탓에 조기 종영되는 비운을 겪었다. 소설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 일대기를 담아내려던 시도는 기획 단계에서 좌절되기도 했다. 저자는 당시 방송심의위원회 등에 참여해 권력의 손을 들어줬던 인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옷깃을 여미는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책이 묵직한 주제의식만 담고 있지는 않다. 지각 버릇이 있었지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드라마에 대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개진했던 ‘영원한 수사반장’ 최불암 이야기, 황당한 간계로 갓 데뷔한 탤런트 이미영, 정애리 등과 저자와의 스캔들을 ‘기획’했던 일부 매체의 기자 이야기 등이 맛깔스러운 조미료 노릇을 한다. 저자가 드라마 PD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도 담겼다. 전북 전주의 ‘할리우드 키즈’가 MBC에 입사해 열정을 불사른 시절, 프리랜서 시절과 드라마 PD 이후의 삶 등이 소개됐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서울광장] 위기는 ‘거울 속 내 모습’ 이다/장세훈 논설위원

    [서울광장] 위기는 ‘거울 속 내 모습’ 이다/장세훈 논설위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와 검찰개혁을 매개로 온 나라가 벌집을 쑤신 듯 혼란스럽다. 마치 ‘양립 불가’인 사안처럼 간주된다. 표현이 폭력으로, 의견은 선동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고 했지만 요즘 여야를 보면 정치적 인간이 동물처럼 느껴진다. 언어의 품격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각종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을 밀려 정치 행위와 국민 생활이 유리된 지 오래다. 경제가 곤두박질치지만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변명으로 일관하니 듣기 민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는 사이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수많은 갈등 과제가 쌓이고 있다. 갈등은 언제쯤 눈 녹듯 사라질까. 현재로선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탓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에 따르면 설득의 핵심은 ‘맥락’이다. 사람들은 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메시지 내용보다 맥락 세팅이 더 중요한 이유다. 기업들이 브랜드를 중시하는 것도 일종의 맥락 세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갈등 이슈로 자리를 잡으면 합의 이슈로 바꾸는 게 쉽지 않다는 의미도 된다. 사람들은 또 객관적인 사실보다 자신의 신념을 더 중시한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쓴 ‘열두 발자국’을 보면 사회심리학자인 울릭 나이서는 지난 1986년 미국의 우주 왕복선 챌린지호가 폭발할 당시 이 소식을 누구와 들었는지 쓰도록 하고 2년 6개월 뒤에 다시 묻는 ‘기억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설명이 일치하는 비율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다. 25%는 전혀 다른 설명을 했고, 기억이 증거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비율도 높았다. 기억은 쉽게 왜곡될 수 있음에도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신념과 맞닿은 갈등 과제가 산적한 현 상황은 그래서 위기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리더십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무수한 사례에서 증명된다. 예를 들어 검찰 조사나 재판을 앞둔 재벌 총수나 유력 정치인 등이 일반 국민을 상대로 사과하는 데 인색한 게 대표적이다. 법리(무죄 추정)와 심리(유죄 추정)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보다 법적 책임을 더 신경쓰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을 신경쓴다고 이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론 관리에 실패하면 크나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직언이 필요한 시점에서 직언을 들을 수 없다면 더 큰 문제다. 한때 총수가 사회적 논란에 휘말렸던 한 재벌그룹의 임원은 미숙한 대응 방식을 의아해하는 질문에 “해법을 모르는 게 아니라 말할 수 없는 게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 내 주요한 의사 결정이 청와대 중심으로 이뤄지는 ‘청와대 정부’라는 지적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부처와 정책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교의 신’이라고 불리고 미국 닉슨 대통령 시절 국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헨리 키신저는 “무시된 이슈가 위기를 부른다”고 했다. 청와대는 “경제 위기론은 근거가 없다”면서도 정작 국회에는 경기 대응이 시급하다며 513조 5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들이밀고 있다. ‘두더지 잡기’ 식으로 쏟아내는 후행적 규제가 주거 안정이라는 부동산 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 선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이 12년 만에 최고를 찍은 원인이 통계 조사 방식 변경 때문이라는 정부 해명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등 편 가르기에 기반한 정책이 여전히 주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데, 경제의 막혀 있는 혈을 뚫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정부가 수많은 갈등 과제를 일시에 해결할 수 없다면 적어도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 이슈부터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을 다른 데서 찾는 ‘창밖 풍경’처럼 여길 게 아니라 ‘거울 속 모습’으로 간주해야 한다. 위기를 딛고 빠르게 다시 올라서는 ‘실패 회복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자기 확신부터 버려야 한다. 정책 전환에 따른 매몰비용에 대한 걱정도 접어야 한다. 곧 문재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위기를 더이상 낭비해선 안 된다. shjang@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각하, 레슬링은 쇼인데 왜…”

    [그때의 사회면] “각하, 레슬링은 쇼인데 왜…”

    1964년 5월 20일 밤 서울 마포의 어느 만홧가게가 와장창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2층에서 프로레슬링 경기를 구경하던 어린이 80여명 중 19명이 다쳤다(경향신문 1964년 5월 21일자). 1960년대에 프로레슬링은 전 국민을 TV 앞에 끌어모은 최고의 스포츠였다. 박치기왕 김일이 스승 역도산이 사망한 다음해인 1964년 일본에서 귀국, 한국 헤비급 챔피언인 장영철과 함께 레슬링 붐을 일으키자 이 과격한 ‘서양 씨름’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TV가 보급되던 때에 맞춰 등장한 거구들의 육탄전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막 정권을 잡은 박정희도 마니아가 됐다. 일본에 있던 김일을 부른 이도 박정희였다. 박정희는 한국 선수가 일본 선수를 이기자 “거, 쇠고기 값이라도 좀 줘서 격려해 주라”며 기뻐했다고 한다(동아일보 1964년 2월 15일자). 그러다 보니 청와대가 “높은 분이 본다”며 레슬링 중계를 하도록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 프로레슬링은 쇼 논쟁에 휘말렸다. “벽돌을 두서너 장씩 거뜬하게 부수는 억센 힘 앞에 견디기 어렵다는 것은 레슬러 자신들도 시인하고 있다. 결국 프로레슬링은 승부를 가리기보다는 관중들에게 좀더 흥미를 갖도록 시합을….”(경향신문 1964년 2월 18일자) 진실은 1965년 11월 25일부터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회에서 드러났다. 장영철이 일본 오쿠마와 1대1을 만든 다음 마지막 날에 오쿠마가 져 주기로 약속했는데 오쿠마는 질 생각이 없었는지 계속 ‘새우꺾기’ 공격을 했다. 그러자 링 밖에 있던 장영철의 제자들이 뛰어들어 오쿠마에게 뭇매를 가했다. 경찰이 출동해 제자들을 연행해 조사했고 한 명은 구속됐다(동아일보 1965년 11월 29일자). 조사 과정에서 프로레슬링에 각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장영철은 “레슬링은 쇼다”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한다. 프로레슬링은 내리막길을 걷다가 1970년대에 부활했다. 김일은 일본의 이노키와 양국을 오가며 진검승부를 벌여 쇼 논쟁을 불식시켰다. 거기에도 박정희의 지원이 있었다. 박정희는 김일을 위해 ‘하사금’을 내려 문화체육관(김일체육관)을 지어 주었다. 김일도 거액을 투자했다. 그러나 1980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두환은 프로레슬링을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전두환은 프로레슬링 중계를 보던 박정희에게 “각하, 레슬링은 쇼인데 뭐 하러 보십니까”고 했다가 혼이 난 적이 있다고 한다(‘월간조선’ 2005년 10월호). 이런 이유로 프로레슬링은 1980년대 전두환이 집권하면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나는 59세,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단 하루라도 정규직으로 살고 싶다

    나는 59세,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단 하루라도 정규직으로 살고 싶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언니의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 24일 밤 10시,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 농성장에는 생일 축하 노래가 나지막이 퍼졌다. 주인공은 만 59세가 된 톨게이트 수납원 조미경씨. 동료들이 정성껏 준비한 케이크와 치킨, 음료수까지 받아 든 조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20년 가까이 전북 진안톨게이트에서 일하다 해고된 그는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차가운 바닥에서 몇 달째 쪽잠을 청하고 있다. 조씨는 “이제 농성장이 내 집 같고 동료가 가족 같다”면서 “복직해도 내년이면 정년퇴직해야 하는 나이지만 하루라도 좋으니 정규직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 도공 본사를 점거하고 벌이는 농성이 28일이면 50일째다. 지난여름 내내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지난달 9일 이곳으로 왔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지붕처럼 생긴 구조물)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이들도 합류했다. 도공은 외부인의 접근을 엄격히 막고 있다. 정문은 경찰 수십명이 지키고 있고 주차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는 사원증 확인을 거친 직원만 드나들 수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조건부 직접고용 중재안을 받아들인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떠난 뒤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150여명만 남았다. 90% 이상이 여성, 평균 연령은 55세인 해고 노동자들은 ‘외딴 섬’에서 싸우고 있었다. 남인천영업소에서 근무한 김미숙(50)씨는 “청와대 앞 천막에 비하면 벽도 있고 지붕도 있는 도공 본사는 호텔 수준”이라면서도 “실내에만 있으니 너무 갑갑하다”고 말했다.농성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꿉꿉한 냄새가 환영하는 듯했다. 곳곳에 주렁주렁 널려 있는 셔츠, 속옷, 양말, 수건 등 눅진한 빨랫감이 풍기는 냄새였다. 출입문은 물론 창문까지 막힌 건물 안은 햇볕이 들지 않고 환기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허용된 공간은 잠을 자는 2층과 화장실로 쓰이는 3층, 그나마 운동할 수 있는 4층이 전부다. 이모(48)씨는 “4층 벽을 따라 걸으면 한 바퀴에 400걸음, 25바퀴를 걸으면 1만보”라고 전했다. 농성장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 20분 조회, 10시 아침 식사, 오후 2시 집회, 5시 저녁 식사, 6시 집회와 종례로 이뤄진다. 저녁 집회로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자 목욕 바구니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서 익숙하다는 듯 옷을 벗은 사람들이 바가지로 물을 받아 몸에 끼얹었다. 기자 옆에서 기다리던 한 여성이 “늦게 오면 찬물만 나온다”고 귀띔했다. 줄이 길어 결국 샤워를 포기하고, 침낭에 몸을 밀어 넣었다. 바닥에는 박스와 돗자리가 겹겹이 깔려 있었지만, 어디선가 계속 찬 기운이 올라와 등과 허리가 시렸다. 김씨는 “농성 첫날에는 어렵게 구한 박스조각에 새벽 내내 엉덩이를 댔다가, 허리를 댔다가 하면서 버텼다”면서 “더 추워지면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벽 6시, 눈이 저절로 뜨였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도 잠을 방해했다. 장미화(46)씨는 “환기가 안 돼 모두 기침을 많이 한다”면서 “기침이 터져 나올 것 같으면 입을 틀어막고 참는다”고 말했다. 식사도 여의치 않다. 하루 두 끼가 외부에서 반입되지만 늦게 가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날은 양상추, 콩나물무침, 김치에 된장국이 나왔다. 기자가 배식받을 차례가 됐을 땐 된장국은 국물만 남아 있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나경화(57)씨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금방 복직할 줄 알았다”면서 “사람들이 ‘떼쓴다’고 비난하거나 투명인간 취급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이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수납 노동자들의 용역업체 근무는 불법 파견으로 봐야 하고 도공의 직원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도공은 “남은 재판에선 대법원 판결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며 일부 노동자만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들이 계속 싸우는 이유는 하나다. 여성 노동자로서의 삶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전남 담양에서 근무한 정모(52)씨는 “수십년간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살았는데 이제는 내 인생을 찾아 멋있게 살고 싶다”면서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건 노동자로서 더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싶은 당당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좁은 농성장에서 우울함을 이겨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씨는 “대충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아침마다 화장도 하고 조회 때는 동료들과 ‘출근하자’고 말한다”면서 “모두 힘들지만 서로를 보며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아(46)씨는 “농성 이후 이강래 사장과의 교섭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대법원 판결은 따르지도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안만 ‘중재안’이라고 제시하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칠 만하면 법원에서 우리 주장을 뒷받침하는 판결이 나온다. 최근에도 서울고법에서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면서 “결국 우리가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천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9회] “유치하고 말 안 되는 것도 모두 담아”···심의관들에게 보고서란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9회] “유치하고 말 안 되는 것도 모두 담아”···심의관들에게 보고서란

    ‘통합진보당 TF’ 작성 보고서에 “통진당 행정소송 각하는 부적절”‘민변 우군화’ 문구에 前심의관 “조금 오버했지만 정보 전달한 것”변협 압박 검토 보고서엔 “행태가 도 넘어서” 임종헌 표현 그대로강제징용 재상고심 외교부 의견 반영 위해 새 제도 신속 도입 정황 “구체적인 소송에 대해 유불리를 전제하며 법원의 판단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사법행정을 검토하는 한계를 넘고 재판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질책하지는 않았습니까”, “검토하는 자체가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는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행정의 본질을 망각한다는 질책을 받을 것이라는 염려를 하지 못했습니까”. 여러 차례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반복하던 검찰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사법행정에 대해 검사와 인식이 다른 것 같은데, 증인에게는 당시 문제의식이 없었다고 보면 됩니까?”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8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김종복 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그동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 줄곧 논란이 되고 있는 심의관(판사)들의 각종 보고서를 과연 어떻게 봐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했다. 지난 16일 증인으로 나온 문성호 판사의 전임자로 2013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행정처에서 일한 그는 이후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를 지낸 뒤 올해 초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의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징계대상으로 거론되기도 하고 정의당 등이 추진한 탄핵법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재상고심 진행 과정에서 외교부의 의견을 대법원 재판부에 전달하기 위해 행정처가 추진한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와 관련,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지시를 받아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2014년 12월 13일자)’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또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산결정 이후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의 의원직 지위확인 소송 등이 예상되자 행정처가 꾸린 ‘통진당 행정소송 태스크포스(TF)’에서 간사를 맡으며 관련 재판의 방향을 전망하거나 진행상황을 검토하는 내용의 각종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이 담긴 보고서도 썼다. 검찰은 김 전 부장판사가 쓴 각종 문건들에 등장하는 여러 표현이나 문구들이 일선 법원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으로 보이거나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러나 김 전 부장판사는 시종일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고 있는, 심의관을 지낸 여러 전·현직 판사들이 자신들의 보고서를 ‘과소평가’하며 아이디어를 담은 것 뿐이라고 한 것은 공통적인 모습이지만 김 전 부장판사는 더욱 적극적으로 보고서의 의미를 줄이고 또 줄였다. ●‘통합진보당 TF’ 작성 보고서에 “통진당 행정소송 각하는 부적절” 2014년 12월 19일 헌재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위헌정당 해산 결정을 하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비례대표 지방의원 등이 의원직 상실과 퇴직 결정을 다투는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행정처에서는 12월 말쯤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 TF’가 꾸려졌는데, 검찰은 이와 관련 양 전 대법원장 등의 공소사실을 통해 “헌재 결정에 대해 법원이 사법심사를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대법원의 최고 법원성을 선언함과 동시에 헌재에 대한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한 헌재가 대법원보다 청와대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법원보다 우월한 지위를 다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전 부장판사가 간사로 참여한 통진당 TF는 2014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활동하며 10건의 보고서를 완성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2015년 1월 7일자 ‘통진당 행정소송 검토’ 보고서 등을 작성했는데 ‘현 상황이 법원에 미칠 영향은 유·불리가 공존하므로 위 소송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음’,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법률상 권한 없는 결정이므로 현행 헌법과 법률 해석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더 큼’이라는 문구와 함께 ‘각하는 부적절하고 기각이나 인용 결정을 하는 경우에도 위헌정당해산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 소속 의원의 직위 상실 여부에 대한 판단 권한이 헌재에 있다는 이유 구성은 부적절하며, 사법부에 위 사항에 대한 판단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이유 설시 필요’ 등의 ‘법원행정처가 수립한 판단 방법’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각 문구를 기재한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다”, “질문이 너무 길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TF에서 작성한 보고서들이 당시 TF를 꾸리는 데 승인한 박 전 대법관(당시 법원행정처장)에게 보고가 됐을 것이라는 추측만 언급했다.“이런 인식을 통진당 TF가 갖고 있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김 전 부장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인식을 갖는 것과 정보를 갖는 것 자체는 다르기 때문에 저런 상황들이 있다는 것을 쭉 나열하고 연구보고서로 만든 것이다. 꼭 저렇게 해야한다거나 어떻게 해야한다는 게 아니고 연구 기초보고서라는 측면이 있다.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어떤 측면이 있는지를 양가적으로 제시해 놓아야 특정 상황에서 의사결정이나 질의답변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초 정보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렇게 행한다는 차원이 절대 아니었다.” 그러자 검찰은 “검토보고서에 기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인가?” 물었고 김 전 부장판사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에 활용하는 문건을 심의관이 작성한다는 게 맞나?”(검사), “재판에 활용한다는 게 아니다.” (김 전 부장판사) “검토하는 자체가 사법행정의 한계를 넘는다고 생각 안 했나?”(검사), “그 당시엔 아니었다.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뿐 저게 사법행정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 당시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인식으로 출발한 건 아니었기 때문에··· (김 전 부장판사) “증인은 통진당 행정소송을 헌재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것에 대해 (상급자였던) 이진만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고 사법행정의 본질을 망각한 것이라는 질책을 받을 염려는 하지 않았나”(검사), “네.” (김 전 부장판사) ●‘민변을 우군화’ 문구에 前심의관 “조금 오버했지만 정보 전달한 것일 뿐” 특히 이 보고서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당시 행정소송을 낸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소송 대리를 맡은 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겼다. 민변이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헌재에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송에서 유리한 절차를 적용해 법원의 ‘우군’이 되도록 포섭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매우 부적절해 보이는데 이 전 상임위원이나 박 전 대법관으로부터 질책받을 염려는 없었나”라고 물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그 부분에 대해서 오버한 것 아니냐는 생각은 있었을 건데, 그런(재판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취지는 절대 아니고 현재 상황이 그렇다는 거고 원고 측에 유리한 결과를 내린다 이건···”이라며 말 끝을 흐렸다.“민변을 우군화한다는 내용을 기재하면서 상부에 보고했을 때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우리가 기재할 내용이 아니라는 질책을 들을 것을 염려하지 않았는지 묻는 것”(검사), “저건 조금 오버했다고 생각했지만, 정보를 드리는 거라서···” (김 전 부장판사) “이 부분에 대해 질책받은 것이 있나?”(검사), “그런 거 없다. 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연구가 끝나기 때문에 질책을 받거나 그런 건 없다.”(김 전 부장판사) “이런 연구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증인과 검사의 전제가 다른 것 같은데 질책을 받은 적은 없다는 건가?” 검찰이 재차 확인을 요구해도 김 전 부장판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각하는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재판의 결론을 예측한 듯한 내용에 대해서도 김 전 부장판사는 “법원 입장에서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이고, 경우의 수를 각각의 유·불리에 따라 전부 망라한 것”이라며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극구 부인했다. 일선 재판부에 보고서의 내용이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다만 이처럼 특정 사건을 주제로 결론의 방향까지 구체적으로 다룬 보고서는 자신의 기억 속에는 통진당 행정소송 사건 외에 없다고 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재판부에 전달하려는 취지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상급자들에게) 우려를 표명했을 것”, “실제로 재판개입이 있었다면 (자신이 쓴 보고서가) 그 단초가 된 것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고 진술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법정에서 검찰이 이러한 내용의 진술조서를 소개하며 김 전 부장판사에게 “일선 재판부에 보고서가 전달된 게 일부 확인됐는데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고 묻자 김 전 부장판사는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말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2014년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한변호사협회를 압박하기 위한 방안을 세우게 된 과정과 내용도 이날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4년 8월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23회 법의지배를 위한 변호사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이 참석해 있는 그 자리에서 대한변협이 대법관 증원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하는 공식적인 의견을 밝힌 것이다. 대법원장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당시 “(대한변협이) 약속을 어겼다, 있을 수 없을 일”이라며 매우 격앙됐다고 김 전 부장판사는 기억했다. 임 전 차장은 그날 곧바로 김 전 부장판사에게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지시했고 김 전 부장판사도 그날 바로 보고서를 작성해 오후 9시 21분쯤 임 전 차장에게 메일로 보냈다. 문건에는 ‘대한변협 법률구조 예산지원(공탁지원금 5억원) 중단, 대한변협신문 광고 게재 중단, 대법원 각종 외부교류행사 시 대한변협 초청 중단, 대한변협 초청행사 전면 불참, 변호사 평가제도 전면도입 검토’ 등과 함께 당시 대한변협 회장이던 위철환 변호사 개인을 겨냥해 ‘사법부 주관 각종 행사에 대한변협 회장 초청 중단, 선거 당시 회장 공약사항에 대한 반대 또는 비협조’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임 전 차장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다 모아보라”고 지시해 정말 모든 방안을 다 담은 것이라고 김 전 부장판사는 말했다. ●대한변협 압박방안 검토 보고서엔 “행태가 도를 넘어서” 임종헌 표현 그대로 사법정책지원심의관으로 대법원과 대한변협의 소통창구 역할도 했던 김 전 부장판사는 “(대한변협 간부들과) 사이가 좋았고 잘 지내보자고 그랬다. (보고서 내용이) 상당히 유치한 것도 있었고 사소한 것도 방안에 있었다”면서 “그런데 아이디어가 없어서 기조실이나 여기저기에 의견을 많이 물었던 것 같고 다만 모아두고 보니 너무 이상해서 그 보고서를 보면 알겠지만 굳이 그걸 시행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런 걸로 이익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의 지시가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부담스러웠다”면서도 “그냥 취지에 따라 다 모아봐라 했기 때문에 실제로 저걸 시행해서 사이가 나빠질지는 생각 못했다. 변호사 평가제도에 대해서는 곧바로 시행될 것처럼 말하길래 변호사나 재판장의 의견을 물어보고 반영돼야 한다고 하는 등 (임 전 차장에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거나 하면 대한변협과 소통을 해야하니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한다고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대한변협과 임원진의 일련의 행태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보임’이라는 문구는 임 전 차장이 자주 사용하는 “도를 넘어섰다”는 표현이 그대로 들어간 것을 봐서 임 전 차장의 워딩을 그대로 적은 것이라고도 했다.행정처는 다음해 1월 대한변협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하창우 변호사가 후보 공약사항으로 대법관 증원 및 상고법원 도입 반대 의사를 밝히자 앞서 검토한 대한변협 압박방안을 비롯해 하 변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압박방안을 다시 검토했다. 보고서는 역시 김 전 부장판사가 작성했다. 대한변협과 직접 소통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어땠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김 전 부장판사는 “기억 안 난다”면서도 “불안한 것보다는 저는 잘 지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관계가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여러 아이디어를 다 모은 ‘기초 보고서’이기 때문에 실제로 실행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그해 12월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 과정에서 외교부의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보고서도 작성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한승 당시 사법정책실장으로부터 대법원 규칙 개정업무를 지시받으면서 대법원에서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제도의 신설을 요청했다고 전달받았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참고인들도 재판부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검찰은 그해 11월 열린 이른바 ‘2차 소인수회의’ 직후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이 외교부의 의견을 강제징용 사건 재판부에 전달해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고 대법원 규칙인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 참고인 의견제출 제도’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강제징용 재상고심에 외교부 의견 반영 위해 ‘참고인 의견 제출제도’ 신속 도입 정황 김 전 부장판사는 2014년 12월 13일자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 반영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민사소송법에 따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또는 소부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소송대리인을 통한 의견 제출, 재판부가 소송지휘권 행사의 방안으로 외교부에 의견서 제출 요청, 외교부의 일방적인 의견제출 등의 방안들이 있다고 적으면서 각각 공개변론이 필요한데 ‘이미 대법원이 결론을 낸 사안에 대해 부담이 있을 수 있음(외부에 잘못된 사인을 제공할 우려)’이라고 기재했다. 이미 결론이 정해진 파기환송심 사건인데 공개변론을 연다는 것은 결론을 뒤집기 위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참고인 의견서를 활용할 소송자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장판사는 또 한 전 실장으로부터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를 다음해 1월 대법관회의에서 의결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빠른 시간에 제도를 마련해야 하다 보니 김 전 부장판사는 소송관계에 큰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국회를 통해 민사소송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원칙이지만 신속하게 도입하려면 법률 개정으로는 어렵고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김 전 부장판사는 2015년 1월 2일자 ‘이해관계자 의견제출 제도 도입을 위한 대법원 규칙 일부 개정안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법원의 요구 없이 국가기관 등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규정을 둘 것인지’에 대해 ‘필요성 낮음’으로 검토한 뒤 ‘국가기관에만 한정할 것인지 일반 사인(私人)도 포함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필요성 있음(국가기관에 한정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법원의 제도운용 폭을 불필요하게 제한하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이라는 검토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실제로 개정된 민사소송규칙은 법원의 요구 없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뿐이고 그 밖의 참고인은 법원의 요구가 있을 때만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됐다. 결국 강제징용 사건에 외교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서둘러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김 전 부장판사는 이러한 검토과정과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직접 보고하지는 않았고, 박 전 대법관에게도 보고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박 전 대법관에게 직접 보고했을 것이며 대법관회의에 올라가는 안건이니 양 전 대법원장에게도 보고됐을 것”이라고 법정에서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사령탑·철학·체계 없는 ‘3無 교육’… 정치에 휘둘리는 백년대계

    文대통령, 교육관계장관회의 직접 주재 교육수석 없는 靑 ‘사교육 큰손’ 입김 우려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으로 교육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지만 이를 수습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은 당정청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컨트롤타워도, 철학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협의의 틀조차 없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24일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이 “더이상의 정시 확대는 없다”던 교육부의 입장을 뒤엎고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정책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수립할 거버넌스 구조가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정권과 정파에 영향받지 않는 ‘교육 백년대계’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이 표류하는 사이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논의를 주도하면서 교육 정책의 방향키를 쥐게 됐다. 대통령은 25일 전례 없는 ‘교육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하고 직접 주재할 계획이다. 교육계 전반에 파장을 몰고 올 정책이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급작스럽게 언급되면서 혼란을 부추기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당정청 협의회가 2025년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대표적이다. 고교체제 개편은 교육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할 예정이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교육)은 “교육 정책은 교육부가 정책의 시안(試案)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 계획과 일정을 공개해 추진해야 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방식은 밀실 논의”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교육부 사이의 ‘컨트롤타워’ 부재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재 청와대에는 교육분야 수석 비서관 없이 사회수석 산하 교육비서관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교육부와 사전 교감이 없는 정책이 청와대에서 나올 때마다 이러한 한계가 지적된다. 여당이 구성한 ‘교육 공정성 강화 특위’에 교사나 학부모는 없는 대신 ‘사교육계 큰손’이었던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이 포함되면서 “청와대가 사교육업계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제기된다.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주무 장관이나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도 모르는 내용이 연설문에 나간 것은 이른바 ‘정권 실세’가 개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면서 “세간에 도는 ‘비서실 정부’라는 풍문이 사실일 수 있다는 의심을 살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맹점은 뚜렷한 철학과 방향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등 영향력을 축소하고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 각자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 과정을 이수한다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그러나 집권 3년 만에 ‘정시 확대’를 선언하면서 이러한 방향을 전면 재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대통령은 “고교 서열화 해소”를 강조했지만 정시 확대로 인해 위협받는 고교학점제는 일반고의 수준을 높이는 핵심 정책이다. 교육계에서는 정시 확대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시 비중 같은 대입제도를 대통령이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교육부의 설명에 따르면 대통령이 언급한 ‘정시 확대’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입시전형을 둘러싼 것으로,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이해관계에 국한된 것이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는 칼럼을 통해 “대통령이 할 일은 교육이 추구해야 할 철학과 방향을 제시하고 유지시키는 것”이라면서 “‘학벌 차별 해소’, ‘모든 학생의 잠재력 실현’ 같은 말을 시정연설에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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