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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뮤지컬·환경·건강… ‘창의 인재’ 키우는 금천 체험학교

    과학·뮤지컬·환경·건강… ‘창의 인재’ 키우는 금천 체험학교

    #1. 서울 금천구 시흥동 동일여고 2학년 성은서(17)양은 지난해 7월 말 금천구 청소년 국제자원활동의 하나로 5박 7일 동안 몽골 바양노르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성양을 비롯한 청소년 23명은 현지에 조성된 ‘금천희망의 숲’에 사막화를 막기 위한 나무를 심고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려 주는 문화 교류 활동을 펼쳤다. 참가자들은 6~7명씩 조를 이뤄 출국 3주 전부터 매일 4시간씩 모여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성양의 조는 아이스크림 막대를 재활용한 걱정인형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성양은 당시의 경험이 금천구의 창의인재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 자치활동의 일환으로 지역 마을버스 노선을 파악하고 이를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으로 대체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환경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몰랐는데 활동을 통해 성인이 돼서도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 나갈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2. 대학생 노용원(21)씨는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7년 2월 금천구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4기의 주인공 장 발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안양예고 시절 연극 연출을 전공했던 노씨는 뮤지컬로 전공을 바꿔 대학교 수시에 합격했지만, 이전부터 뮤지컬을 준비해 온 친구들에 비해 실전 경험이 부족해 고민하다 참여하게 됐다. 30여명의 또래 학생들과 함께 2016년 12월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원어로 진행되는 공연 특성상 영어수업을 비롯해 당시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인문학 수업을 받고, 공연 한 달 전부터는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했다. 합창곡 ‘원 데이 모어’를 연습하다가 한 학생이 ‘이렇게 공연하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털어놓으면서 눈물을 흘려 다 같이 울음바다가 된 적도 있단다. 노씨는 “당시의 시대상과 이 공연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갖는 의미 등에 대해 공부하면서 무대에 설 때 인물에 진심으로 이입하는 방법을 배운 게 이후에도 뮤지컬 전공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금천구가 과학학교, 환경학교, 건강학교, 뮤지컬학교 등 4대 체험학교를 중심축으로 각종 체험형 교육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선 7기 ‘살고 싶은 교육도시 금천’ 비전을 구현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과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청소년들이 직접 체험해 보고,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게 단련해 자신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그려 나갈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20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제조업·정보기술(IT)·지식기반산업 기업 8000여개가 모인 국가 산업단지 ‘G밸리’가 있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각종 과학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밸리 소재 기업과 학교를 연결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꿈나무 과학교실’, 한국과학창의재단,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이화창의교육센터와 협력해 일상에 접목한 과학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는 ‘마을 속 생활과학교실’ 등이 있다. 지난달에는 구청광장과 금나래공원 일대에서 ´제1회 금천 청소년 과학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거점공간 마련을 위해 내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시흥2동 무한상상스페이스에 ‘금천형 과학관’을 조성한다.또 2013년부터 매년 개최하는 청소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외에 체계적인 뮤지컬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독산동 가산중학교에 2021년 2월 개관을 목표로 ‘금천뮤지컬스쿨’(가칭) 건립을 추진한다. 지상 4층, 연면적 1680㎡ 규모로 연습실과 강의실, 공연장, 장비실 등을 갖출 예정이다. 전국 최초의 공공 뮤지컬 교육기관이자 문화시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서남권 및 경기지역의 문화예술교육 거점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구는 설명한다. 이곳에서는 직접 제작부터 공연까지 진행하는 청소년 뮤지컬단을 운영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강의 및 체험 프로그램도 열린다. 환경 문제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교육 사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속발전교육(ESD) 금천창의인재학교의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청소년 국제자원활동’이다. ESD 금천창의인재학교는 공정무역, 기후변화, 문화다양성 등 환경 및 사회적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체험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ESD 공식프로젝트로 운영되고 있다. 이 밖에도 금천구는 올해 전국 최초로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건강습관을 형성하는 서울형 건강증진학교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정심·가산초등학교 두 곳을 시범학교로 선정해 전교생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운동을 실시한다. 개인별 건강측정 및 상담을 위한 전담인력을 확보해 학생들의 비만도 및 건강체력 평가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향후 구는 비만, 체력, 영양 등 건강관련 지표와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등 표준화 모형을 만들어 지역 청소년들의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지식을 획득하는 단순 학습에서 벗어나 청소년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창조적인 학습능력을 키워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다양한 분야의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교육지구’를 넘어선 ‘금천형 미래교육’을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방글라 가정부 “사우디 주인이 성학대…끓는 기름으로 고문”

    방글라 가정부 “사우디 주인이 성학대…끓는 기름으로 고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가정부가 고용주에게 성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고 호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동 전문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와 알자지라 등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여성 수미 아크터(25)가 지난달 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아크터는 해당 영상에서 “주인이 나를 때리고 고문했다. 보름 동안 감금하고 끓는 기름에 내 팔을 집어넣었다”며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제발 도와달라”고 눈물을 쏟았다. 또 고용주에게 성 학대까지 당했다면서 “고문을 당한 곳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녀는 한 달 전에도 정부와 인력소개소에 본국으로 귀환할 뜻을 밝혔지만 부정적 답변을 얻었다며 도움을 구한 바 있다. 그러나 아크터가 이미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나돌면서 혼란은 가중됐다. 아크터의 남편 시라줄 이슬람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방글라데시 구호단체 BRAC은 아크터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고용주와 함께 있으며 논란 후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생사를 알 수 없었던 그녀가 한 달여 만에 다시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방글라데시 시민사회가 들고일어났다. AFP통신은 지난 1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아크터 송환과 함께 해외 근로 여성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파문이 일자 방글라데시 정부는 아크터를 학대하고 다른 브로커에게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채용회사를 단속하는 한편, 국영 인력수출사무소에 그녀의 송환을 지시했다. 1991년 이후 외화벌이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넘어간 방글라데시 여성은 약 30만 명이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송금하는 외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하는 많은 방글라데시 여성이 열악한 처우와 성폭력을 포함한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브로커들에게 속아 넘어가는 일도 다반사다.사우디아라바리아에 이주노동을 갔다 지난달 말 귀국한 시리나 베굼(29)은 8일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요리만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떠났지만, 가족 6명의 청소와 세탁 등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다. 월급도 처음 약속과 달리 235달러(약 27만 원) 수준이었다”고 하소연했다. 또 “매일 14~15시간씩 쉬지 않고 일했다. 지팡이로 맞기 일쑤였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매우 힘들었다”고 밝혔다. 병든 남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주 노동을 하러 갔던 그녀는 가족 중 장남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털어놨다. 살아 돌아온 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함께 송환된 나즈마 베굼(42)은 죽어서야 고국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현지언론은 병원 관리직을 약속받고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던 이 여성이 가정부로 일하다 고용주의 학대에 시달려 사망했다고 전했다. BRAC에 따르면 올해만 48명의 방글라데시 여성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서울 노원구, 대형 생활폐기물 배출 신청 모바일로 간편하게 한다

    서울 노원구, 대형 생활폐기물 배출 신청 모바일로 간편하게 한다

    서울 노원구가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대형 생활폐기물 배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청소행정시스템을 개선하고 본격 운영에 나섰다고 8일 밝혔다. 구 대형 생활폐기물 배출 건수는 2017년 8만 875건, 2018년 9만 7755건, 2019년 10월말 기준 9만 7499건으로 대형폐기물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구는 스마트폰으로 가전, 가구류 등 대형폐기물 신고와 수수료 결제가 가능하도록 대형폐기물 배출 신청 홈페이지를 개편해 주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민원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청 모바일 홈페이지(mw.nowon.kr)에 접속해 대형 폐기물 배출 항목을 선택한 후, 폐기물 종류와 배출날짜 등 배출 정보를 입력하고 카드나 계좌이체로 수수료를 납부하면 간편하게 대형폐기물을 배출할 수 있다. 배출품목을 스마트폰 사진 촬영 후 모바일 홈페이지에 등록할 수 있어 배출과 수거가 정확하게 이뤄 질 수 있게 됐다. 구 관계자는 “동 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하거나 구 홈페이지에서 납부필증을 출력해 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컴퓨터, 전자레인지 등 소형 폐가전 제품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해 배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품목이 없어 배출 신청 시 불편했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유아용 장난감 등 배출 신청 품목을 대폭 늘렸다. 한편 구는 지난 7월부터 대형 생활폐기물과 혼합 재활용품 수거체계를 개선했다. 총 19개조 57명으로 환경미화원 인력을 보강하고, 전 지역 대형 생활폐기물과 혼합 재활용품 수거일을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회로 확대했다. 일반주택지역의 경우 종량제봉투와 음식물폐기물 등 생활쓰레기를 매주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6회 수거하는 등 새로운 청소행정시스템을 구축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간편하게 대형폐기물 배출신고가 가능하도록 이번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앞으로도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청소행정체계를 적극 개선해 주민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4차 산업혁명시대 도서관,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마을 작은 도서관이었다”고 말했다. 지식의 보고인 도서관은 시대를 막론하고 소중한 인류의 자원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성인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은 2013년 30.3%, 2015년 28.2%, 2017년 22.2%로 하락 추세다. 도서관의 위기라 할 만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대표 도서관이자 ‘도서관의 도서관’으로 불린다. 변화와 도전에 직면한 국립중앙도서관의 첫 개방형 수장으로 서혜란(64) 관장이 취임한 지 31일로 꼭 두 달이 됐다. 사서로 일했고, 34년간 대학 강단에 서는 등 현장과 정책에 두루 능한 대표적 전문가인 서 관장에게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첫 전문가 국립중앙도서관장이다. 밖에서 보던 것과 비교해 어떤가. “학자 입장에서 그간 굉장히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왔다. 막상 안에서 일해 보니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가령 시대적 흐름에 맞춰 왜 빨리 변화하지 못할까 답답했는데, 효율적이지 못한 조직 관리와 인력 운용 등 구조적인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 해결이 쉽지 않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의 위상 제고를 위한 근본적 문제인 만큼 최선을 다해 바꿔 보려고 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던 비판적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 내부의 시각을 조화시켜 발전 방향을 모색하겠다.” -임기(3년) 내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가장 큰 임무는 국가 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다. 1945년 28만권의 장서로 출발해 현재 1240만권의 오프라인 자료, 1600만건의 온라인 자료를 소장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1965년부터 납본 제도를 통해 모든 출판물의 수집을 법적으로 보장받고 있으나 아직 100% 이뤄지는 건 아니다. 2016년에 납본이 법제화된 전자책과 전자저널 등 온라인 자료 수집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美 등 선진국보다 인력·예산 지원 부족 핵심은 1965년 이전 근현대 자료와 고문헌 수집이다. 1910년 이전 자료를 고문헌으로 규정하는데, 현재 보유한 고문헌 장서는 28만권이다. 한국국학진흥원 51만권, 서울대 규장각 25만권인 점을 감안하면 부족한 측면이 있다. 1911~1965년 출판된 근현대 자료들도 많이 빠져 있다. 해외에 흩어져 있는 한국 관련 자료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한국 자료 소장 현황을 파악해 보니 14개국 130여개 기관으로 집계됐다. 우선 미국 국가기록원 소장본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이어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원본을 달라고 할 순 없고, 디지털로 복제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디지털 자료의 체계적 구축이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95년부터 소장 자료의 디지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디지털화 사업은 국가 문헌의 영구 보존과 정보의 적극적 활용을 통한 지식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단순히 스캐닝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료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예산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현재 원문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비율이 27%에 그치고 있다. 단행본뿐 아니라 악보, 도록, 비매품 자료 등을 망라해 디지털화 사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디지털 자료의 보존도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첫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IT 강국이라지만 디지털 자료 구축과 보존 등 기초적인 연구와 투자가 많이 부족하다.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서고의 수장 비율이 84%에 달해 2023년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별도의 국가문헌보존관 건립이 시급하다. 평창동계올림픽 때 국제방송센터로 쓰였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국가문헌보존관을 짓기로 올 초에 결정하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최적의 시설과 환경을 갖춰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원의 보존에 힘쓰겠다.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감소하고 있다. “도서관의 전통적인 역할은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를 단순히 매개하는 통로였다. 이제는 정보기술 환경의 변화로 생산자와 이용자의 경계가 깨졌다. 이용자의 기호에 맞춰 도서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찾는 발길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관이 스스로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 생산자와 이용자, 이용자와 이용자들이 서로 소통하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있나. “우선은 디지털도서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려고 한다. 이용자들이 컴퓨터에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수준을 벗어나서 1인 미디어나 유튜버 등 예비 창업자를 위한 소규모 스튜디오를 10여개 만드는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역삼동에 있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1층에 창작공간을 시범적으로 열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코딩 같은 정보기술을 체험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에 보급해 정보생산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겠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용자 맞춤형 추천 정보 서비스 등도 고민하고 있다. 도서관이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용자를 찾아가는 동적인 기관으로 변모해야 한다.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사서 교육과 연구 기능도 중요한데. “전국의 사서 교육과 역량 강화를 담당하는 임무가 있지만, 현실적 여건이 쉽지 않다. 자체 교수 인력이 없어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형편이다. 전담 연구 인력도 없다. 앞으로 교육과 연구 기능을 확대해 온라인 교육 강화와 양질의 콘텐츠 제공 등을 통해 전국 도서관의 사서 역량을 키우는 데 매진하겠다. -해외 국립도서관은 어떤가. “미국은 의회도서관이 국립도서관 역할을 한다. 직원이 3000명으로 우리 도서관의 10배다. 인력도 풍부하고, 예산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해도 아직은 선진국에 비해 지원이 부족하다. ●“도서관 서비스 격차 줄이는 데 힘쓸 것” -국가의 도서관 정책이 왜 중요한가. “정책 결정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막상 기본에는 소홀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크게 성장했지만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한다. 1957년 미국이 ‘스푸트니크 쇼크’를 겪고 나서 펼쳤던 정책 가운데 도서관진흥법이 있었다. 소련이 자국보다 먼저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뼈아픈 실패를 다시 경험하지 않기 위해 도서관 지원책을 생각한 발상이 놀라웠다. 독서와 도서관은 창의력을 키우는 기본 인프라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8년간 대학도서관장을 지냈다. 대학의 위기를 가장 체감하는 곳이 도서관이다. 예산과 인력이 제일 먼저 감축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가치는 교육과 연구에 있는데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이 국가대표 도서관으로서 대학도서관과 협력할 수있는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역별, 소속 기관별 도서관 서비스의 격차를 줄이는 데도 힘쓰겠다. coral@seoul.co.kr ■서혜란 관장은 ▲연세대 문헌정보학 석·박사 ▲신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1985~2019) ▲대통령 소속 정보공개위원회 위원(2004~2008) ▲한국기록관리학회 회장(2013~2014)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2015~2017)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6기 위원(2018~2019)
  •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세계 유일 ‘야생식물의 방주’ 될 것”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 세계 유일 ‘야생식물의 방주’ 될 것”

    “수목원은 살아 있는 생물체(생체)의 최후 피난처이고, 백두대간수목원에 설치된 ‘시드볼트’는 세계 유일의 야생식물 종자의 방주(方舟)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김용하 한국수목원관리원 이사장 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생태계 유지 및 생물자원 전쟁 등에 대비한 생물종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토 면적의 64%가 산림이고, 90%가 넘는 육상 생물자원이 산림 내에 서식하는 우리나라의 산림정책은 식물정책이자 생물종 보존과 직결돼 있다”며 “수목원은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고산 식물과 각종 개발로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종을 증식, 복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연구 결과를 공유해 자원화·산업화뿐 아니라 문화·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지금은 조성을 우선하고 있지만, 수목원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산림자원정책에서 수목원이 왜 중요한가. “수목원은 야생식물 등 다양한 식물종을 수집·분석·재배하고 희귀 특산식물 등을 보존하며 신품종 개발 등 자원화를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이기에 정부의 산림자원정책과 뗄 수 없다. 연구시설뿐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자연학습장이자 휴양 등 복합적 기능에 대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 총생산 및 국민 삶의 질이 높은 국가일수록 인구 대비 수목원의 수가 많다는 통계도 있다. 향후 산림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수집해 현지 외 시설에서 보전하기 위한 기후대·식생대별 등 차별화된 수목원 조성이 필요하다.” -국내 수목원 현황은. “국내에 총 62곳이 조성돼 있다. 광릉수목원 등 국공립이 30개, 사립수목원 27개, 서울대 등의 학교수목원이 운영 중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홍릉수목원은 전시, 관악수목원은 문서화, 광릉수목원은 식물원 역할을 수행했다. 1999년 광릉수목원이 국립수목원으로 독립기관이 되면서 수목원 정책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2018년 5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개원을 시작으로 2020년 국립세종수목원, 2026년 국립새만금수목원이 조성된다. 국립난대수목원 조성과 비무장지대(DMZ) 자생식물원 이관 등도 예상된다.” -국립수목원별 특징이 있다면. “광릉수목원은 자생식물부터 곤충·버섯·지의류 등 산림생물표본관으로서 자료가 방대하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시드볼트 등 생물자원 수집, 보존 기능이 강화돼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구상나무 등 고산식물 보존, 증식이 최우선 역할이다. 고산지역과 유사한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했다. 세종수목원은 도시숲과 정원이 연계된 도시정원형 수목원으로 뉴욕식물원이 모델이다. 정원에 대한 체계적 기술 전수뿐 아니라 지역 참여, 위성공원 조성 등 새로운 형태를 시도하게 된다. 새만금수목원은 염분이 많은 땅에서 자라는 ‘염생식물’을 연구한다. 130여종에 달하는 국내 염생식물을 보존, 연구할 수 있는 토양 조건을 갖춰 산업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와 해외 수목원 간 차이는. “우리의 수목원 역사는 선진국에 비해 매우 짧다. 2000년대 초반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면서 수목원 조성과 운영·관리 체계를 갖추게 됐다. 수백년 역사를 지닌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수목원별 특성화와 주제정원의 질적 수준, 관리 인력의 전문성, 운영재원의 다양화 등을 비롯해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산업화 등 실용적인 연구에서 격차가 크다. 다만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 생물종의 피난처나 야생 식물종자의 보전 및 연구, 청소년을 위한 교육, 치유 프로그램 운영 등에서는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드볼트’의 역할은. “전 세계 식물 40여만종 중 7만종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백두대간수목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종 보존이다. 야생식물은 식량작물보다 종류가 많고 향후 식량과 약물, 산업자원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안전하게, 장기간 보관할 곳이 없다. 시드볼트는 기후변화, 자연재해, 핵폭발 등 재난에 대비해 식물 유전자원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지하 46m, 길이 130m에 4300㎡ 규모의 터널형으로 조성됐다. 엑스레이 촬영과 영양분 분석, 활력도, 발아 실험 등을 거친 우수한 종자만 보존한다. 연꽃은 1000년, 소나무는 200년 이상 보관하는 등 수종별 보존 기간을 달리해 관리하고 있다. 실내 온도를 영하 20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현재 26개 기관에서 제공한 종자 5만 880여점이 있다. 2023년까지 전 세계 식물 종자 30만점 확보가 목표다.” -호랑이숲을 조성한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 “태백산과 소백산 인근에서 호랑이에 물려 죽은 사람의 묘인 ‘호식총’이 160여개 발견됐다. 백두대간이 호랑이의 주 서식처였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호랑이숲은 역사적 상징성이다. 5179㏊에 달하는 수목원에 축구장 7개 크기(4.8㏊)로 조성된 호랑이숲에서는 뛰어다니는 호랑이를 볼 수 있어 방문객 유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1920년대 이후 사라진 백두산호랑이의 종 보존도 준비 중이다. 현재 5마리가 사는 데 호랑이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추가 수컷 호랑이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자생식물 활용 성과는. “2017년 나고야 의정서가 국내 발효되면서 생물자원이 주권 차원에서도 중요해졌다. 국내외 시장 현황과 수요 분석을 통해 시장성이 높은 자생 식물종을 선발하고, 대량 증식에 나서고 있다. 자생식물과 관련한 특허가 9건이다. 가래나무의 보습·진정 효과를 확인, 기술 이전해 제품화했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신품종 녹차나무와 지역 특산품으로 ‘는쟁이 나물’ 인공 증식에도 성공했다. 자생식물의 유용한 성분 확인을 통해 산업화도 필요하지만 약용식물인 회화나무 열매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대신 국내에서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중요하다.” -봉자페스티벌은 어떻게 시작됐는지. “지난 1년간 백두대간수목원 방문객이 21만명이다. 개원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서울에서 4시간, 대전에서 3시간 걸려 오는 것이 쉽지 않다. 봉자페스티벌은 봉화를 알리고 식물종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역과 함께하는 축제다. 봉자는 봉화지역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을 의미한다. 다른 지역에서 가져오거나, 외래종이 아닌 지역 농가에서 재배한 자생식물을 활용해 환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역 소득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아 전국적인 확산이 기대된다.” -향후 계획은.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자생식물 5000여종에 대한 정보 구축이 시급하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와 연구 인력 확보 및 연구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외 식물에 대한 조사와 종자 수집사업을 통해 전 세계 야생식물 종자의 중복 보존을 추진할 계획이다.” 봉화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김용하 이사장은 1960년 강원 삼척 출신으로 강릉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기술고시(18회)에 합격해 1985년 산림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뒤 2017년 5월 차장으로 퇴직하기까지 32년 2개월간 자리를 지킨 정통 ‘산림맨’이다. 산림청 정책·자원·국유림과장을 거쳐 산림항공관리소장, 동부지방청장, 국립수목원장, 해외자원협력관, 산림자원국장 등 정책과 현장을 두루 섭렵했다. 산림자원화에 관심이 높은 ‘원칙주의자’로 평가받는다. 국내 수목원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조성을 주도했다. 운명처럼 2018년 2월 초대 한국수목원관리원 이사장 겸 백두대간수목원장에 임명됐다. 산림 공무원 재직 시 깔끔한 외모와 일 처리로 ‘신사’로 불렸다. 좌우명인 ‘일신우일신’이듯 수목원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직원들과 혼연일체 현장을 누비고 있다.
  • 年 18명 질식사하는데… 색깔·냄새 없다고 오늘도 “괜찮겠지”

    年 18명 질식사하는데… 색깔·냄새 없다고 오늘도 “괜찮겠지”

    지난 추석을 앞두고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위험한 작업 환경에 내몰린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작업 수칙을 지키지 않아 생겨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오후 2시 30분쯤 경북 영덕군의 한 수산물 가공업체의 저장탱크를 청소하고자 외국인 노동자 4명(태국 3·베트남 1)이 안으로 들어갔다. 오징어 등을 손질하고 남은 내장 등이 쌓여 탱크가 제 기능을 못하자 이를 꺼내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탱크 안 물질이 장기간 썩어 인체에 치명적인 황화수소가 대거 발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한 명씩 들어가려다가 질식해 3m 아래로 차례로 떨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를 위해 탱크 안으로 가장 먼저 들어가려던 노동자가 쓰러지자 이를 구하려고 2명이, 또 1명이 따라 들어가 모두 질식했다”고 설명했다.소방당국은 탱크 안에 있던 노동자들을 밖으로 구조한 뒤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28세와 42세 태국인 노동자와 베트남 출신 직원(53) 등 3명이 숨졌다. 또 다른 태국인 노동자(34)는 닥터헬기로 안동 지역 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들이 변을 당한 저장탱크(가로 4m·세로 5m·깊이 3m)는 1998년 수산물 업체가 지하 공간에 임의로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들었다. 저장소를 만든 뒤로 단 한 번도 내부 청소를 한 적이 없었다. 해당 업체에는 산소농도 측정 장비도 없었다. 밀폐공간 작업 전에 이뤄져야 할 안전조치 역시 전무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들이 폐 손상 등을 일으키는 황화수소를 들이마셔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한다. 구조 당시 노동자들은 마스크 등 안전 장구를 쓰지 않았다. 그저 수건 한 장으로 입과 코를 막고 저장탱크로 들어갔을 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밀폐공간 작업 시 호스를 통해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송기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규정해 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의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코리안드림’을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을 질식사고라는 비극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9월 경기도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이를 통해 질식사고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다. 질식사고는 대기 중 산도 농도가 옅거나 유독가스의 농도가 짙을 때 나타난다. 대부분 현장에서는 별다른 색깔이나 냄새가 없어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부터 질식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3대 위험영역을 중심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밀폐공간 작업장은 공공하수처리시설 5042곳, 맨홀 등 지자체 발주 공사현장 1946곳, 양돈농장 3288곳, 건설공사 양생현장 8326곳 등이다. 올해에는 개인하수·폐수처리업체(7040곳)를 대상으로 밀폐공간 보유 여부를 파악 중이다.●최근 6년간 질식사고 118건, 사망107명 최근 6년(2013~2018)간 통계를 보면 질식사고 118건, 사망자가 107명이었다. 연평균 18명 정도다. 사고를 당한 이들 가운데 52.5%가 사망했다. 일반 사고 사망률의 40배에 달한다. 특히 여름인 5~8월 사이에 정화조나 맨홀 등 밀폐시설에 대한 정비가 많이 이뤄지다 보니 질식사고 발생 가능성도 이에 비례해 커진다. 올해에는 이달까지 12건의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사망했다. 지난 5년(2014~2018)간 질식사고를 분석하면 주로 기계설비 내부작업(14건)과 오폐수처리시설·정화조(13건), 저장용기 내부(11건), 맨홀 작업·청소(9건) 도중 변을 당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사망률이 50%를 넘는다. 한 번 발생할 때마다 매우 치명적이고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질식재해 예방사업은 매우 미흡하다. 여기에 책정된 예산이 연간 4억여원에 불과하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질식위험업종 실태조사 및 위험도 평가와 고위험 사업장 밀착기술지도, 질식재해 예방 대여 장비(복합가스농도 측정기, 환기팬, 송기마스크) 구매까지 해야 한다. 밀폐공간 작업장과 노동자 현황 파악도 쉽지 않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밀폐공간 현황에 대한 신고의무가 없고 밀폐공간 내부작업이 대부분 임시적이고 간헐적이기 때문이다. 밀폐공간으로 들어가서 일하는 인력 상당수가 하청업체 직원이라는 점도 실태파악을 어렵게 한다. 이에 대해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보건공단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의 역할이 절실하다”면서 “전수조사에 가까운 작업장 실태점검과 관련 안전 예산 확보, 전문인력 확대, 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안맑은물복원센터, 수시 훈련·정기점검 지난 17일 기자가 찾아간 경기 광주시의 경안맑은물복원센터는 질식사고 예방 관리를 철저하게 진행하기로 유명하다. 하루 4만㎡의 하수를 처리하는 이곳에서는 수시 훈련과 정기 점검을 통해 질식 사고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자 노력한다. 하수처리장에서는 주로 집수정 바닥에 쌓인 부패된 슬러지 등에서 발생한 메탄 등 유독가스가 질식을 일으키곤 한다는 것이 센터 측 설명이다. 최근에는 하수를 체계적으로 모을 수 있게 되면서 폐수의 오염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그만큼 정화 과정에서 유독가스도 더 많이 나오게 된다. 특히 여름에는 기온이 올라 밀폐 공간 미생물 번식이 늘고 철재도 산화해 산소가 쉽게 부족해지곤 한다. 환기가 이뤄지지 않은 공간에 불활성가스나 일산화탄소가 존재해 질식사고가 발생한다. 이곳 관리자인 안광암 센터장은 “센터 점검 등을 위해 하청업체 인력이 들어올 때 (질식사고 관련) 장비를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을 때가 많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면서 “아직 질식사고에 대한 인식이 저변에까지 퍼지지 않아 생겨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밀폐공간 질식사고는 일반 사고보다 빠르게 진행된다. 심하면 순간적인 실신이 온 뒤 5분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4일 경기도의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가 발생했다. 재해자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국회의원들의 주장이 나왔다. 사내 자체소방대가 재해자를 늦게 발견해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10월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자체소방대의 대응을 지적했다. 자체소방대가 모니터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누출 여부를 확인한 시각은 오후 1시 59분이다. 자체소방대는 2분 뒤에 출동해 기흥공장 전기실 1층과 3층을 수색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현장은 기흥공장 지하 1층이다. 자체소방대가 정확한 사고현장을 찾아 재해자를 발견한 시각은 사고 인지 뒤 19분이 지난 오후 2시 18분이었다. 자체소방대가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재해자 3명 모두 의식불명 상태였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산화탄소 유출 등에 의한 질식사고는 ‘골든타임’이 5분”이라고 강조했다. 자체소방대의 초동대응이 늦어져 사상자가 늘어났다는 게 의원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는 질식사고 대응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귀찮고 지겹더라도 ‘밀폐공간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15분 이상 충분히 환기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 상관없죠, 해봐야 잘할 수 있어요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 상관없죠, 해봐야 잘할 수 있어요

    “기술과 그를 활용한 작업은 여전히 남성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 속에서 주체성과 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이어 나가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기술’이 ‘모두의 기술’이 되길 바랍니다. 비단 여성뿐만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영역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과 ‘일’에 주목하며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자 합니다.”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과 여성들의 네트워킹을 주도하는 ‘여기공 협동조합’(이하 여기공)의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이 팀의 모토다. 지난해 8월 ‘여성기술자 네트워킹 플랫폼 여-기’라는 프로젝트 팀으로 활동을 시작한 여기공은 현재 협동조합 법인화 과정에 있다. 여기공의 ‘여기’는 ‘여성 기술자’의 줄임말이다. ‘공’은 물건을 만드는 공작의 공(工), ‘함께’를 뜻하는 공(共), 공공성의 공(公), 공간의 공(空)을 아우른다.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주체는 남자’라는 고정관념을 바꾸고 여성들이 기술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기술을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판’을 마련한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담겼다.지난해부터 여기공이 기획한 워크숍의 면면을 보면 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여기공이 그간 해 온 프로젝트는 헌옷을 이용해 타피스트리라는 직조 방식으로 직물을 만드는 ‘일상 속의 직조: 직조 속의 일상’ 워크숍을 비롯해 나무 장작을 연료로 사용하는 오븐을 직접 만드는 ‘화목 오븐 워크숍’, 용접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배우고 실습하는 ‘용접의 기술-시작하는 용기’, 드라이버, 전동드릴, 망치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도구의 사용법을 배우는 ‘공구 사용법 워크숍’ 등이다. 20대 후반 여성 5명으로 구성된 여기공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다(이현숙·26)와 세모(민재희·29) 이사를 지난 4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하자센터)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수평적인 관계 형성을 위해 외부에서 활동을 하거나 워크숍에서 만난 수강생, 외부 강사들과 대화할 때도 닉네임을 사용한다. 2017년 두 사람은 하자센터가 설립한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작업장’ 과정 중 만났다. 도시에서의 생태적이고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는 이 학교에서 두 사람은 내 삶에서 필요한 것을 나 스스로 만드는 ‘적정기술’을 배웠다. 적정기술 장인들로부터 직조, 목공, 용접, 흙미장 등을 배운 두 사람은 손에 잡히지 않는 최첨단 기술이 아닌 일상의 구체적인 기술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여기공이 생각하는 ‘기술’은 무엇인가요. 인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그 과정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많이 멀어지게 되죠. 자본주의 시대에서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려 들거나 ‘발전주의’ 시각으로 기술을 대할 때 기술의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고 결과만 중시하는 풍토에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기술의 과정을 이해하고 일상의 문제를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적정기술을 배우면서 그 철학에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생각하는 기술을 적정기술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저희의 기술에는 ‘젠더’에 대한 고민도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보다 기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공은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세모 “기술을 접하면서 늘 궁금했어요. ‘어딘가에 여성 기술자들이 많을텐데 그 기술자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여성 기술자들이 모여서 한목소리를 낸다면 안전한 기술 터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재미있는 상상이 이뤄지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기술을 다루는 현장에 가면 50~60대 남성이 대부분이거든요. 그 분들을 만나면서 저희가 고민했던 건 ‘기술판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젠더 문제나 인권 감수성 이슈를 어떻게 풀어 갈 수 있을까’ 였어요.” 인다 “실제로 기술을 배우러 갔을 때 현장에서 ‘여자가 이런 걸 할 수 있나’, ‘여자 얼굴에 흠집 나면 어떡하려고’ 이런 말들을 종종 들어요. 이런 불편함이 없는 기술 워크숍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고 관련해서 공부를 했습니다. ‘기술 영역 내 젠더 갈등’이라는 소재는 여기공 내 연구 커뮤니티인 ‘여기LAB’에서 계속 연구할 예정입니다.” 두 사람이 여성 기술자를 양성하는 교육 활동에 나서게 된 건 본인들이 직접 기술을 배우면서 경험한 삶의 변화가 바탕이 됐다. 두 사람은 기술이 “생각보다 든든한 자립의 동반자이자 고민을 실체감 있게 풀 수 있는 도구”라고 입을 모았다. 삶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면 많은 것을 ‘소비하는 인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두 사람은 주변에 있는 공구를 직접 손에 쥐어 보면 그 순간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거라고 자신했다. -기술을 직접 배우고 난 뒤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세모 “하자센터 청년작업장 과정을 마친 직후였던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간 경남 진주로 귀농을 했었어요. 생태적이고 자립적인 삶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때 저와 비슷한 고민과 목표를 지닌 청년 동료들과 농사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하고 작업복을 만들기도 했어요. 재미있게도 모두 의식주와 관련된 일이고, 무언가를 짓는 행위더라고요.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들이고 소비적 관점에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 보니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공간이 입체적으로 보였어요. 도시에서는 모든 것을 소비할 때 항상 피로하고 불안했었거든요. 이제는 조금 달라졌어요. 짓는 행위가 실체감 없이 붕 떠 있었던 제 삶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어디서든 굶어 죽진 않겠다는 근본적인 자신감, 예전보다 더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더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이런 무모한 일들을 가능하게 했던 건 드릴을 사용해 보는 아주 사소한 계기들이에요. 그동안 도시에서, 직장인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거의 한번도 주어지지 않은 경험이었죠. 처음 드릴을 잡았을 때, 용접을 해 봤을 때 정말 짜릿했어요. 사소한 기술 하나로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엄청 많아졌으니까요.”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다 “용접 수업에 참여했던 한 친구가 인상적이었어요. 선천적으로 불을 두려워해서 불꽃놀이도 못 봤대요. 근데 막상 해 보니 저희보다 용접을 잘할 정도로 실력이 좋더라고요. 그 친구가 용접이라는 기술을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자신의 능력을 알 기회도 없었겠죠. 이런 분들을 만날 때 참 반가워요. 워크숍에 40~50대 여성도 한두 분씩 꼭 계시거든요. 한 50대 여성이 본인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데 늘 마지막에 용접 부분만 남자에게 부탁하셔야 했대요. 어느날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내가 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는데 정작 배울 기회가 없어서 저희 워크숍에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세모 “해 볼 기회가 있어야 앞으로도 직접 할 수 있잖아요. 누가 ‘이거 고칠 수 있는 사람 있냐’고 질문했을 때 제일 많이 나서는 건 경험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은 조금 더 경험이 많은 남성일 확률이 높고요. 그런 의미에서 용접 워크숍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남성들도 배우지 않으면 쉽사리 하기 어려운, 문턱이 가장 높은 영역이니까요. 용접이라는 기술을 익히면 그 아래 단계에 있는 기술은 어렵지 않게 마음 내서 도전할 수 있거든요.”-워크숍을 할 때 여기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요. 인다 “최근 공구 워크숍 때도 수강생들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워크숍 한 번으로 전문가가 되길 바라는 것보다 ‘나도 이걸 할 수 있다’는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해요. 기술은 숙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번에 어떤 근육이 완성되기는 어렵지만 삶의 물꼬를 트는 용기를 내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워크숍 때 비중 있게 합니다.” 여기공은 기술 워크숍뿐 아니라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 감수성 교육을 중요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 건설 산업 현장만 보더라도 여성 노동자는 남성의 보조 역할에만 머무르거나 남성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는 편견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의 신체 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근무 환경 역시 ‘기술 노동자’라는 범주 안에서 여성을 배제한 결과다. 두 사람은 “기능을 익히기 위한 숙련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다루는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기술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얼마나 열악한가요. 인다 “저희가 최근에 기획한 ‘여기의 기술자들을 위한 젠더스쿨’이라는 강좌에서 강연자로 모셨던 김경신 타워크레인 기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셨어요. 건설 현장에 보조인력으로 투입된 사람들은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2년 정도 보조 기간을 거친대요. 이후 남자는 현장에서 기술을 전수받고 기능공으로 올라가지만 여성에게는 배움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안전관리 같은 보조적 업무만 하게 된다고요. ‘여성은 기능공을 잘할 수 없다’는 오래된 업계 내 성차별적 인식 때문이죠.” 세모 “최근까지만 해도 건설 현장에 여성을 위한 탈의실이나 샤워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대요. 휴게실도 따로 없어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여자 혼자 쉬어야 한다든지 현장에서 여자들이 옷을 갈아입을 여건이 되지 않으니까 아예 집에서 작업복을 입고 왔다가 그대로 퇴근을 하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기술을 일상에서 향유할 수 있다면 기술자의 성평등에도 도움이 될까요. 인다 “건설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남성과 임금을 동등하게 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가 남자보다 기술에 대한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성인식 때문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차별 없이 기술을 향유한다면 이런 인식은 바뀔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민주노총 건설노조에서 매년 기술자 대회를 여는데 작년에 최초로 출전한 여성 목수가 2등을 하셨어요. 처음 출전한 것도 의미가 있는데 2등까지 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어요. 기술의 숙련은 성별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기술을 어떻게 숙련하고 이어 가는지가 더 중요하죠. 사람들이 일상에서 이런 장면을 더 많이 마주한다면, 그리고 스스로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봐요.” 세모 “그런 점에서 저희는 우선 작업 현장의 기존 기술자들이 새로 진입하는 여성 기술자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젠더 감수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 을 함께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인다 “올해 저희가 여성기술자 인터뷰 잡지 ‘그리고’를 제작하면서 여성 기술자 7명을 인터뷰했어요. 다양한 영역의 기술자들을 발굴하면서 이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여성 기술자들이 모일 수 있는 네트워킹 파티와 이들이 자신의 기술을 통해 다른 여성과 연대할 수 있는 협업 프로젝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내년에는 경북 의성으로 활동 공간을 확장할 예정이에요. 저희 팀이 서울시에서 하는 지역연계형 청년 창직·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넥스트 로컬’에 선정됐거든요. 내년 4월까지 의성에서 여성 기술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4월 이후에는 여성 친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를 조성할 계획입니다. 여성 기술자들의 거점 공간이자 도시 여성과 지역 여성이 만날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가나다’에서 시작된 차별… ‘다문화’ 소외·학폭·혐오 키운다

    ‘가나다’에서 시작된 차별… ‘다문화’ 소외·학폭·혐오 키운다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5>느린 아이를 기다려주지 않는 교실학교 교실 문을 열어보면 한국이 얼마나 급격히 이주 사회로 접어드는지 체감할 수 있다. 국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자녀(국제결혼 및 외국인 자녀)는 올해 13만 7225명으로 2012년(4만 6954명) 이후 7년 새 3배 증가했다. 전체 학생 중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2.5%로 7년 새 1.8% 포인트나 뛰었다. 저출산 탓에 늘어난 빈 책상을 이 아이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느린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 한국의 교실이다. 입시 속도전 앞에서 말조차 서툰 다문화 학생들은 혼란과 소외감을 느낀다. 더딘 학습 속도와 다른 생김새 때문에 또래들의 따돌림에 시달리는 일도 적지 않다. 우리 사회 미래 주역 중 한 축이 될 다문화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정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고르는 무슨 음식을 제일 좋아해요?”(교사), “갈비…탕이요. 우즈베크에서 먹어봤어요.”(학생) 지난 4일 충남 아산 신창중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이고르 이브라모비치(가명·15)와 4명의 친구들을 위한 ‘느린 수업’이 열렸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자란 이고르는 한국의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게 된 아버지와 함께 1년 전 한국에 처음 왔다. 애초 한국어를 전혀 못했지만 이젠 발음만 다소 서툴 뿐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다. 학교가 그를 지원하며 기다려준 덕이다. 이 학교에서 외국 출생 학생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전체 재학생(229명) 중 이주 배경 학생이 37명(16.1%)이나 된다. 아산 시내 공장 등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온 부모를 따라 입국한 아이들이 많다. 학교 측은 이주 학생 수가 늘자 한국어학급을 따로 만들어 우리말과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영어나 수학 등 다른 주요 과목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한국어부터 따라잡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 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이제희 교사는 “한국이 낯선 외국 학생과 외국 친구들을 처음 접하는 한국 학생들이 서로 잘 어울리도록 다문화 교육을 시작한 것”이라면서 “낯선 경험이지만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 난감한 학교 사실 이고르는 운이 좋은 편이다. 국내 모든 다문화 학생들이 ‘기다려주는 교육’을 받지는 못한다. 이주 배경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일일이 챙길 여력이 없다. 올해 기준 전국 1만 1943개 초중고 가운데 한국어학급이 설치된 다문화 중점학교는 211개뿐이다. 방치된 다문화 아이들은 언어장벽에 막혀 혼란을 겪는다. 6년 전 우간다의 군부독재 정권을 피해 부모와 함께 한국으로 온 난민 고교생 아드로아 오챙(가명·18)에게 칠판 위 한글은 외계어와 다를 게 없었다. 영어 수업만 겨우 알아들을 뿐 국어와 수학, 과학 등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을 담당하는 이규배 교사는 “학생 1~2명을 두고 따로 다문화 학급을 운영하긴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다문화 학급이 있는 학교로 외국 학생이 몰려 그곳의 교육 여건도 악화된다”고 전했다. 가나다를 배우는 속도에서 생긴 차이는 다른 과목의 성취도 격차로 이어진다. 또, 말이 안 통하면 또래와 어울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소외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그 이유로 ‘학교 공부가 어렵다’(63.3%)거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53.5%) 등을 가장 많이 들었다. 강은이 다누리지역센터장은 “학교는 지식을 얻는 곳일 뿐 아니라 또래나 교사와의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곳”이라며 “한국어가 안 되면 힘들 때 상담을 요청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에 서툰 다문화 학생들에겐 한국인의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표현이 크게 와닿을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실 안에서 배제된 다문화 학생들은 차별은 물론 따돌림이나 학교폭력까지 경험한다. 여가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 자녀의 8.2%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3년 전 조사(5.0%)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최근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외국인 혐오 정서가 교실에까지 스며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해 인천에서 러시아 다문화 학생 A군이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를 피하려다가 추락사한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일부 다문화 아동·청소년들은 끝내 학교를 그만두기도 한다. 여가부 조사에 따르면 학교를 그만둔 다문화 아이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냥 다니기 싫어서’(46.2%)가 가장 많았고 친구와 선생님과의 관계 때문에(23.4%), 편입학 및 유학 준비(14.1%), 학비 문제 등 학교 다닐 형편이 안돼서(12.9%) 순이었다. #예산 늘지만… 여전한 사각지대 중앙 정부나 각 시도교육청들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서울신문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다문화 교육 예산을 전수분석해보니 다문화 교육 예산(교육청 본예산+교육부 특별교부금)은 2016년 224억 1120만원에서 꾸준히 늘어 올해는 371억 4320만원이 됐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조금 더 세세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실이 각 시도교육청에 다문화 학생 관련 사업 추진 때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었더니 교육청들은 인력 부족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다문화 교육을 전담하는 전문 교사가 부족해 다른 업무를 하는 교사들이 떠맡다 보니 업무 부담이 커져 다문화 학생은 물론 다른 학생 교육도 충실히 준비하기 어려워진다. 다문화 학생이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 수요 예측조차 안 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한 다문화교육 담당 교사는 “초·중학교 과정이 의무교육인 한국인 학생과 달리 다문화 학생은 따로 관리가 되지 않기에 당장 내일 몇 명이 입학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훨씬 많은 다문화 학생이 입학하면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 원활히 이뤄지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다문화 학생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산, 전담인력 등 지원이 시급하다”며 “특히 학생의 지역, 소득, 사회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교육부, 여가부, 법무부, 지자체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산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서울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위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서울신문과 베트남 국영통신 VNA가 공동 취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 김포골드라인운영사, 개통전까지 36억원 수익났다

    김포골드라인운영사, 개통전까지 36억원 수익났다

    경기 김포도시철도 골드라인 운영사가 설립하고 개통 전까지 총 36억원 수익이 난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오강현 김포시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30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정지권 의원이 김태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의회 속기록에는 정 의원이 자회사인 김포골드라인에 대해 “자회사가 적자를 보면 서울교통공사에서 예산을 더 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그런 것 없다. 구조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 김포시뿐만 아니라 지금 자회사들은 적자가 생기지 않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사장은 “운영비용을 받아서 한도내에서 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자회사가 적자를 기록한 적은 없다”면서 “청소나 ENG같은 경우에 적자가 있지만 운영회사는 적자를 설계하고 자회사를 만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정 의원은 “그러면 사장님이 그것을 확실하게 장담할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사장은 “네. 보통 저희가 운영비의 2~3% 이윤을 본다. 골드라인 운영비는 5년동안 1013억원이고 수익률은 2~3%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사장은 “수익률이 연 2~3%로 설립부터 개통전까지 골드라인 수익은 연36억원 가량”이라고 답변했다. 또 정 의원은 “편마모로 인한 1만㎞당 바퀴 교체유지비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권형택 김포골드라인운영사 사장은 김포시가 책임지는 것이다. 저희 귀책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확실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김포시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고 재차 지적하자 권 사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지금 답변한 내용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6월 30일 작성된 ‘차량롤링현상 해소를 위한 김포시와 운영사간 합의서’에는 개통전 대책과 개통후 대책으로 추가삭정을 비롯해 점검주기 단축과 대수선 주기단축, 인력 및 제반비용 등 5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으로 인력 및 제반 비용은 김포시가 부담한다고 돼 있다. 부담금액은 적혀 있지 않았다. 오강현 김포시의원은 “골드라인 36억원 수익사실은 서울시의회 속기록을 확인해 봤는데 지난 8월 30일 김태호 서울교통공사장이 정지권 의원한테 대답한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2일 열린 도시철도개통지연 특별조사위원회에서 “김포골드라인운영사가 개통전 36억원 이익을 보고 있다고 보고한 내용이 있는데 이게 사실이냐”고 묻자 권 사장은 “사실이 아니다. 김태호 사장이 잘못 발언한 것”이라고 부정했다. 서울신문은 김태호 사장에게 발언 사실확인을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협력수업에 팟캐스트 방송까지… 수업 혁신 이뤄지는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에 팟캐스트 방송까지… 수업 혁신 이뤄지는 학교도서관

    “아침을 못 먹은 친구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없을까?” “교복은 왜 이렇게 불편할까?” 경기 가평 청평중학교 3학년 사회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내놓은 질문들이다. 학교생활 속에서 느끼는 불편함들을 ‘협동조합’을 만들어 해결한다는 게 수업의 목표다. ‘실업과 경제생활’이라는 단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실업 관련 대책들을 다루고 있지만, 청평중 수석교사인 고선화 사회교사와 이연희 사서교사는 ‘청소년이 학교 안에서 협동조합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수업에서 펼쳐 보기로 했다.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죽은 경제학자의 이상한 돈과 어린 세 자매’(추정경 지음/돌베개)라는 책을 건넸다. 부모를 잃은 세 자매가 컨테이너촌과 낯선 경제공동체, 휴대전화 공장을 거치며 겪는 가난과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를 담아낸 작품이다. 학생들은 책 속 주인공들의 삶 속에서 협동조합이 갖는 가치를 이해하고 학교에서 운영할 만한 협동조합을 제안한다. 사회 교과수업에 독서와 정보 활용이 맞물린 ‘학교도서관 협력수업’ 사례다.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은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수업의 계획부터 마무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협의한다. 책 선정과 활동지의 설계, 평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교과교사와 사서교사가 충분히 고민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해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청평중에서는 이 교사와 고 교사가 1년 내내 머리를 맞대고 사회 교과에 독서와 정보 활용을 녹여 내는 방법을 고민한다. 두 교사의 협력을 통해 주입식, 강의식 수업에 머물기 쉬운 사회 수업이 한층 입체적이고 풍요로워졌다. 학생들은 사회 교과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배우면서 청평면을 살기 좋은 곳으로 설계하는 도시계획 전문가로 변신한다. ‘기후’ 단원에서는 브라질의 열대우림 파괴와 같은 세계 곳곳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학교도서관에 있는 책과 신문 등 모든 자료가 문제 해결의 바탕이 된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책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소통과 협업 능력도 쌓아 간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면서 학생들은 강의식 수업에서는 하기 힘든 몰입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청평중은 사회 교과뿐 아니라 수학과 기술·가정, 국어, 미술 등 다양한 교과에서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을 진행한다. 기술·가정 교과의 ‘건설기술의 세계’ 단원에서는 세계의 유명 건축물에 대한 자료를 찾아 ‘아름다움’, ‘친환경’, ‘스마트’ 등의 주제에 따라 탐구하고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들어 보는 활동을 했다. 수학 교과의 ‘통계’ 수업 일환으로 도서관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통계 포스터를 그리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서교사는 ‘비(非)교과’ 교사여서 이 같은 협력수업을 진행해도 수업 시수를 인정받지 못한다. 수업을 받은 학생에 대해 평가하는 권한도 없다. 사서교사는 ‘숨은 조력자’인 셈이다. 이 교사는 “학교 현장에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내 수업처럼 임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협력수업뿐 아니라 독서교육 자체도 활발히 이뤄진다. 학생들이 직접 독서를 주제로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은 청평중 독서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방송국 라디오 스튜디오를 방불케 하는 녹음실인 ‘미디어 스페이스’가 도서관 한편에 마련돼 있어 학생들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한다. 학생들이 직접 책을 선정해 읽고 방송 대본도 스스로 쓰며 ‘자발적인 또래 독서’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게 독서 팟캐스트의 효과라고 이 교사는 설명한다.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에서는 책이나 신문 같은 인쇄 매체뿐 아니라 인터넷 뉴스와 유튜브 동영상 등 모든 미디어가 정보의 원천이다. 결국 미디어를 제대로 읽어 내고 이해하는 역량을 키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학교도서관에서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다. 청평중 학생들은 뉴스를 통해 접한 사회 이슈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 마을의 이야기를 취재해 기사를 쓰며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역량도 키운다. 청평중의 학교도서관에서 이뤄지는 수업 혁신은 올해부터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경기교육청에서도 손꼽히는 혁신 사례 중 하나다. 경기교육청은 지난 3월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로 ‘도서관정책과’를 신설했다. 또 올해부터 도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도서관에 사서교사를 배치하는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개정된 학교도서관진흥법은 모든 초·중·고교 도서관에 전담 인력을 1명 이상 반드시 배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기교육청은 한발 더 나아가 모든 학교도서관을 교원자격증을 보유한 사서교사가 담당하도록 한 것이다. 교사 정원은 정부가 관리하고 있어 교육청은 예산을 확보해 정원 외인 기간제 사서교사를 배치하기로 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도내 2080개 학교가 사서교사를 채용해 지난해 30.8%에 머물렀던 사서교사 배치율을 89%까지 끌어올렸다.학교의 교과 수업에 독서와 정보 활용 교육을 융합하는 사서교사는 학교도서관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다. 그러나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도서관 1만 66곳 중 사서교사나 사서가 있는 도서관은 4424곳(43.9%)에 그친다. 특히 교원 자격증이 있는 사서교사를 둔 곳은 885개(8.8%)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제3차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서 전국 학교도서관의 사서교사 배치율을 2030년까지 5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올해부터 12년간 사서교사를 총 4000명 이상, 매년 300명 이상 늘려야 하는 셈이다. 사서교사 정원은 지난 2017년까지 500명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839명, 올해 962명으로 늘었다. 그나마 학교도서관을 육성하려는 체계적인 계획보다 정부의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에 기댄 측면이 크다. 청평중에서처럼 학교도서관을 십분 활용한 수업 혁신은 사서교사 확충과 더불어 교원의 전문성 강화와 학교 및 교육당국의 인식 변화 등이 맞물려야 가능하다. 이 교사는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은 시스템보다 개별 교사들의 역량에 의지하는 편”이라면서 “이렇다 할 매뉴얼이나 체계가 부족해 교사들이 각개전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과교사와 사서교사들 간 협력수업이 강조되지만 교사들 사이에 협력수업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게 이 교사의 설명이다. 학교도서관의 고정관념이 여전해 협력수업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같은 학교도서관의 다양한 기능이 주목받지 못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하기로 했다. 제3차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은 학교도서관의 역할을 “미래인재의 핵심 역량인 ‘4C’(비판적 사고·창의성·의사소통·협력)를 기르는 곳”이자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고 공동체로 확산하는 장(場)”으로 정의한다. 학교도서관이 학생들 간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지식을 공유하는 학교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각 학교들이 연간 교육계획에 ‘학교도서관 활용교육’을 포함하도록 하고 교수학습 자료와 매뉴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교사들의 수업연구 등 전반에 걸쳐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창작과 정보 공유가 가능한 ‘미래학교도서관’(가칭) 모델도 개발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서교사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면서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수업 혁신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대 학생식당에 4일부터 ‘밥 냄새’

    서울대 학생 식당이 다시 문을 연다. 노동 환경 및 처우 개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노조원들은 지난달 30일 자정을 기해 파업을 철회하고 2일부터 다시 출근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 교내 식당 5곳과 카페 5곳은 청소, 식자재 준비 작업을 거쳐 오는 4일부터 정상 운영된다. 지난달 19일 부분적으로 파업을 시작한 뒤 보름 만에 정상화되는 셈이다. 서울대 내 식당과 카페를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 노사가 합의한 주요 내용은 ▲전 매장 휴게 시간 1시간 보장 ▲휴게·샤워시설 개선 ▲기본급 3% 인상 ▲1호봉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상하는 등 호봉체계 개선 ▲명절휴가비 신설 등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내 식당과 카페 등이 문닫은 사이 라면과 빵, 삼각김밥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왔다. 생존을 위해 나섰던 파업이지만 노조원들은 “마음 한쪽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식당 조리원으로 일하는 박승미(51·여)씨도 “지나가면서 응원해준 학생들 덕분에 힘내서 파업했다”면서 “돌아가면 맛있는 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이어진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19일 파업에 돌입했다. 당초 하루만 파업하려고 했지만 생협 사용자 측이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자 같은 달 23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파업은 끝냈지만 노동 환경 개선 등 사용자 측이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잇단 문제 제기로 서울대 내 노동 환경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일부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관 앞에서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대 기계전기분회 임민형 분회장이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 학교가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해줬지만 임금과 노동 조건은 예전보다 못하다”며 8일째 단식 천막 농성 중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서울대생들 다시 따뜻한 밥 먹는다…학내 식당 노사 극적 합의

    서울대생들 다시 따뜻한 밥 먹는다…학내 식당 노사 극적 합의

    서울대 생협 노사, 휴게시간·시설·임금 등 처우 개선 합의2일 업무 복귀하면 4일 식당·카페 정상 운영될 전망식당 노동자, “맛있는 밥으로 불편 겪은 학생들에 보답”한동안 구내 식당이 문닫아 어려움을 겪었던 서울대 학생들이 다시 따뜻한 밥을 먹게 됐다. 식당과 카페 운영을 맡은 생활협동조합 노조와 사용자 측이 다퉈왔던 쟁점 사안을 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1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노조원들은 지난 30일 자정을 기해 파업을 철회하고 2일부터 다시 출근을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파업 기간인 지난 23일부터 문을 닫았던 서울대 교내 식당 5곳나 카페 5곳은 청소, 식자재 준비 작업을 거쳐 4일부터 정상 운영된다. 생협 노사가 합의한 주요 내용은 ▲전매장 휴게시간 1시간 보장 ▲휴게·샤워시설 개선 ▲기본급 3% 인상 ▲1호봉 기본급을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상하는 등 호봉체계 개선 ▲명절휴가비 신설 등이다. 서울대 학생들은 학내 식당과 카페 등이 문닫은 사이 라면과 빵, 삼각김밥 등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왔다. 생존을 위해 나섰던 파업이지만 노조원들은 “마음 한켠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하는 박승미(51·여)씨도 “지나가면서 응원해준 학생들 덕분에 힘내서 파업했다”면서 “돌아가면 맛있는 밥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5월부터 이어진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달 19일 파업에 돌입했다. 당초 하루만 파업하려고 했지만 생협 사용자가 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자 지난달 23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창수 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파업은 끝냈지만 노동 환경 개선 등 사용자 측이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약속들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잇단 농성으로 서울대 안 노동 환경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일부 노동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관 앞에서는 기계 전기 노동자가 “용역업체 소속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3월부터 학교가 직접고용 형태로 전환해줬지만 임금과 노동 조건은 예전보다 못하다”면서 8일째 단식 천막 농성 중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서울대 기계전기분회 임민형 분회장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고 다른 조합원들이 하루씩 동참하고 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결혼·출산 올바른 가치관 교육”… 저출산 극복 힘 쏟는 광진구

    “결혼·출산 올바른 가치관 교육”… 저출산 극복 힘 쏟는 광진구

    지난해 가을 무렵 김선갑 서울 광진구청장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가족과 결혼·출산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심어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게 골자였다. 김 구청장의 제안에 대해 조 교육감은 “좋은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며칠 뒤 다시 돌아온 대답은 “서울시에서 일괄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는 김 구청장이 구 차원에서 ‘가족 역할 정립과 결혼·출산의 중요성 인식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마음먹는 계기가 됐다. 김 구청장은 곧바로 지역 관할인 성동광진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만나 “교육 관련 비용은 구 예산으로 지원하겠다. 교육 내용과 방법론은 교육계에 위임하겠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진전은 올해 초에 이뤄졌다. 김 구청장은 지난 1월 16일 지역 내 초등학교장 12명을 구청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결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 교육’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구와 교육청, 초등학교가 협력해 초등학생에게 특화된 교재를 개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이처럼 김 구청장이 저출산 극복에 힘을 쓰는 이유는 광진구의 출산율이 지난해 기준 0.71명으로 서울시 평균(0.76명)에 못 미치고 25개 자치구 중에서도 하위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에 구는 올해 서울시 자치구 중 처음으로 별도 예산(1억원)을 투입해 초등학교 5~6학년을 대상으로 가족 역할 정립과 결혼·가족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은 지역 내 19개 초등학교 가운데 12곳 5~6학년을 대상으로 전문강사가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에서 실시한 저출산 관련 교육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5월부터 10월까지 지역 20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구교육 교과과정’을 개설해 ‘인구정책과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 등을 실시했다. 총 134회 진행해 1400여명이 참여했으며, 당시에는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발간된 교재를 활용했다. 그러나 이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 확립을 위한 교육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에 김 구청장이 올해부터 구 예산을 별도로 투입해 교육청과 초등학교가 참여하는 특화된 교재 개발에 나섰다. 이와 함께 구는 10월에 주민들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저출산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저출생 대책 민관 협의회’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구는 저출산 해소를 위해 ‘아이 키우기 좋은 광진’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정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이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다. 현재 지역 내 어린이집은 총 188곳으로 구립 49곳, 민간 87곳, 가정·직장어린이집 52곳이다. 이 중 구는 지난해 총 9곳을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전환하고 3곳을 신축 개원했다. 올해는 총 6곳을 전환하는 등 최근 3년간 22곳의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했다. 또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과중한 업무를 경감하고 보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린이집 키즈클린과 대체조리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키즈클린 사업은 신청한 어린이집에 한해 화장실과 계단, 유희실 등 공동이용 공간을 청소해 쾌적한 보육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체조리사는 어린이집 조리사의 휴가 등 공백이 있을 경우 조리인력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보조조리사가 없는 소규모 민간·가정어린이집을 우선으로 한다. 구 관계자는 “특히 두 사업은 50대 이상 주민을 채용해 ‘50플러스세대’(50~64세) 일자리 창출까지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자연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구가 지역 대표 명소인 아차산 생태공원 내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숲 어린이집은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숲 어린이집은 2~5세 아동을 대상으로 매주 월~금 1일 2회 오전(10~12시)과 오후(2~4시)로 나눠 2시간씩 진행된다. 프로그램은 ▲35종의 꽃과 풀, 열매 관찰 ▲숲에 서식하는 곤충 및 동물 탐색 ▲자연물을 활용한 악기 만들기 ▲나뭇잎을 활용한 놀이체험 등으로 구성된다.도심 속 아이들이 현장에서 생생한 도시농업과 자연생태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어린이 꿀벌체험 및 텃밭투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광장동에 있는 도시양봉장과 양봉장 옆에 위치한 자투리 텃밭에서 이뤄진다. 대상은 지역에 거주하는 5세 이상 어린이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회차당 20명 이내다. 구는 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장난감도서관을 확장 이전했다. 이곳에서는 특히 서울시 자치구 중 유일하게 안전카시트 대여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올해 처음 시행되는 것으로, 지난해 9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영유아의 카시트 장착 의무화 법령이 강화되면서 영유아의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카시트 대여는 광진구에 거주하는 6세 미만 영유아 가정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연 2회 진행한다. 대여 기간은 5개월이며 보증금 3만원을 내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보증금은 반납 시 돌려준다. 내년에는 취학 전 영유아와 부모가 모여 공동육아 품앗이를 할 수 있는 ‘열린 육아방’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안전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이 진행된다. 이 밖에도 협소한 장소로 주민 이용에 어려움이 있던 육아종합지원센터를 내년 하반기 중곡동 의료복합단지 3층으로 이전한다. 광진구 청사 이전 후 구 청사 부지에 동북권 대표 여성종합복지센터인 ‘광진 맘센터’가 유치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날로 심해지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17명 부상’ 울산 석유제품운반선 화재… 18시간여 만에 꺼져

    ‘17명 부상’ 울산 석유제품운반선 화재… 18시간여 만에 꺼져

    선원 등 17명이 부상한 울산 동구 염포부두의 석유제품운반선 화재가 18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29일 오전 5시 25분쯤 케이맨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호(2만 5881t급)에서 일어난 불을 완전히 껐다고 밝혔다.소방당국과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염포부두에 정박한 이 배에서 지난 28일 오전 10시 51분쯤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옆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에도 옮겨붙었다. 외국인 선원 25명과 불꽃이 번진 인근 배의 선원 21명은 모두 구조됐다. 이 불로 선원 3명과 바우달리안호에서 작업하던 한국인 하역사 근로자 등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소방관 1명과 해양경찰관 5명도 다쳤다. 한 근로자는 “바우달리안호가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로부터 석유화학제품을 넘겨받기 위해 질소로 배관 찌꺼기를 청소하는 퍼지 작업 중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불이 났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62대, 인력 186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고 해경은 방제정과 소방정 등을 투입했다. 큰불은 화재 발생 5시간 30여분 만인 오후 4시 30분쯤 잡혔으나 선박이 뜨겁고 내부에 위험 물질이 많아 잔불 정리에 시간이 걸렸다. 이 배에는 화재 당시 석유화학제품 30종 2만 3000t가량이 실려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소방당국은 폭발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탱크 중 1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당시 선박 내 탱크 34기 중 28기에 제품 30종이 적재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배는 24일 일본 고베에서 출항해 26일 울산항에 들어왔다. 바우달리안호에 일부 제품을 옮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선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울산 석유제품운반선 화재... 18시간여만에 완전 진압

    선원 등 17명이 부상한 울산 염포부두 석유제품운반선 화재가 18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29일 오전 5시 25분쯤 케이맨 제도 선적 석유제품운반선인 ‘스톨트 그로이란드( 2만5881t급)’호 불을 완전히 진압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과 해양경찰 등에 따르면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이 배는 전날인 28일 오전 10시 51분쯤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은 옆에 정박해 있던 석유제품운반선 ‘바우달리안’호에도 옮겨붙었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진화에 힘입어 다행히 외국인 선원 25명과 불꽃이 번진 인근 배 선원 21명이 모두 해양경찰과 소방당국에 구조됐다. 하지만 구조된 선원 중 3명이 다치고 한국인 하역사 근로자 등 8명이 부상을 입었다.하역사 근로자들은 바우달리안호에서 작업하다가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번진 불꽃과 연기에 부상을 당했다. 또 진화 작업과 구조활동을 하던 소방관 1명과 해양경찰관 5명도 다쳐 치료를 받았다 부상을 입은 한 근로자는 “바우달리안호가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로부터 석유화학제품을 받기 위한 사전 작업인 퍼지(질소로 배관 찌꺼기를 청소하는 것)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스톨트 그로이란드호에서 불이 났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장비 62대,인력 186명을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고,해경도 방제정과 소방정 등을 투입해 불을 껐다. 큰불은 화재 발생 5시간 30여분만인 오후 4시 30분쯤 잡혔으나 선박이 뜨겁고 내부에 위험 물질이 많아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배에는 화재 당시 석유화학제품 30종 2만3000t가량이 실려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진화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오염물질 누출 등에 대비해 불이난 선박 주변에 오일펜스 600m를 이중으로 설치했다. 소방당국은 폭발이 스톨트 그로이란드호 탱크 중 1기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 선박 내 탱크 34기 중 28기에 제품 30종(2만3천t가량)이 적재돼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배는 이달 24일 일본 고베에서 출항해 26일 울산항에 들어왔다.바우달리안호에 일부 제품을 이송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선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한국인 일자리 뺏는다고요? 이 친구들 없으면 공장 문 닫아야”

    “한국인 일자리 뺏는다고요? 이 친구들 없으면 공장 문 닫아야”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2) 두 얼굴의 한국이주노동자는 공장과 농장, 어선과 식당 등 일손이 부족한 곳이면 어디든 존재한다. 취업비자를 받아 현재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은 모두 104만 58명(재외동포 포함). 여기에 정부 추산 불법 체류자 수(36만 2931명)를 더하면 전체 이주노동자 규모는 130만여명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국내 영세 업계의 구애와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혐오 시선 사이에 서서 이미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친구들 없으면 공장 문 닫아야 해요.” 지난 17일 경기 김포시 하성면의 침대 매트리스 공장에서 만난 고광윤 대표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 회사 전체 직원 16명 중 6명은 스리랑카인이다. 1997년 공장 문을 연 고 대표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채용공고를 몇 번씩 내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오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김포의 한 병원에서 만난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고 대표는 “당시 사정이 너무 급해 뽑아 쓴 건데 생각보다 적응이 빨랐다”며 “만족스러워서 이후 이주노동자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12년간 이 공장을 거쳐 간 스리랑카 노동자만 17명이다. 1명을 빼고는 모두 비전문취업비자(E9) 기간(현재 4년 10월)을 꽉 채워 일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고 대표도 편견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동남아 노동자들은 게으르다”, “일을 하다가 힘들면 도망간다”, “업무 역량이 한국인의 절반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하지만 선입견은 며칠 일해본 뒤 깨졌다. 지금은 매트리스 제조 공정의 시작인 스프링 작업부터 누비기, 봉합 작업은 물론 포장과 출고까지 이주노동자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과정이 없다.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소기업이 외국인을 쓰는 주요 이유는 낮은 인건비 때문이었다. 김포 매트리스 공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월급여는 2007년 80만원 정도였고, 현재 190만원 수준이다. 보통 월 최저임금(174만 515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임금이 결정된다. 잔업·주말근무 등 초과근무를 하면 매달 250만~300만원까지 받는다. 고 대표는 “인건비는 둘째치고, 일단 사람을 써야 공장이 돌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내국인이 오지 않는 험한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8 외국인력 고용 관련 종합 애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 고용 사유는 ‘내국인을 구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80%로 가장 많았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법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면 우선 내국인 채용 노력을 1~2주간 해봐야 한다. 고용·이주민 전문가들도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일각의 시선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수를 직접 관리하는 ‘고용허가제’를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네팔·인도네시아·베트남 등 16개 참여국별로 데려올 이주노동자 수를 매년 정하는데, 주로 영세 제조업과 농축산·어업, 건설업 등에서 부족한 인력을 반영한다. 불법 체류자 일부가 건설업이나 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를 두고 한국인과 경쟁할 수 있지만 제한적이다. 강동관 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하는 수준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갈 이주노동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면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중소업체가 겪는 만성적 구인난 앞에선 설득력을 잃는다. 직원의 약 25%가 외국인인 공조기 제조업체 ‘서진공조’의 한창열 전무는 “이주노동자만 쓰면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알지만, 이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은 이 친구들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뿌리산업 종사자 중 40대 이상은 전체의 61.2%, 이주노동자는 7.9%를 차지한다. 도시보다 빠르게 인구절벽을 맞이한 농촌은 이주노동자 없는 논밭과 농장을 상상할 수 없다. 전북 완주군에서 축산업을 하는 임용현씨는 “수도권의 제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면서 “젊은 사람이 아예 없는 이곳에서는 외국인마저 없다면 농사를 접어야 한다”고 했다. 농가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맡는 일은 단순하지만 힘들고 지루하다. 소에게 여물 주고, 정리정돈이나 청소를 하고, 축사 퇴비를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 임씨는 “한국인도 써봤지만 일이 워낙 고되다 보니 갑자기 안 나오거나 한 달 일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2013년부터는 네팔 출신 노동자 3명만 뽑아 함께 일한다. 경남 밀양시에서 깻잎 농사를 짓는 이설희씨도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2명을 고용했다. 두 사람은 다른 농가에 비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정식 비자를 받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고용허가제 인원 중 농축산업 할당 인원은 5820명에 불과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농축산업 분야에서 필요한 이주노동자 인력은 2만 6299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불균형 탓에 농가 다수가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고 대표는 “결국은 똑같은 사람”이라며 “특별히 잘해주는 건 없지만, 절대 욕하거나 고함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회사와 이주노동자 간 이해관계가 맞아 고용하긴 했지만, 아무도 안 오려는 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고맙다”고 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목표·방향 잃은’ 청소년 금융교육…학교도 금융사도 실효성은 ‘글쎄’

    ‘목표·방향 잃은’ 청소년 금융교육…학교도 금융사도 실효성은 ‘글쎄’

    금융감독원이 2015년 7월부터 전국 금융회사 점포와 인근 초·중·고교를 연결하는 ‘1사 1교 금융교육’을 운영한 지 4년이 넘었다. 그러나 금융교육 내용이 부실하거나 단편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교육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기관마다 산발적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사 1교 금융교육을 통해 금융회사나 협회사와 결연한 학교는 모두 7540곳으로 집계됐다. 2016년 5373개교, 2017년 6678개교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학생수는 되레 줄고 있다. 2015년 16만 6023명에서 2016년 44만 6224명으로 늘었다가 2017년 43만 5269명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40만 4539명으로 내려앉았다. 다만 총금융교육 시간은 2017년 6482시간에서 지난해 7208시간으로 늘었다. 금융교육의 질을 높이기보다 학생 숫자 늘리기에 집중한 한계가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6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조윤미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일선 현장에서는) 금융교육의 머릿수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금융 당국의 취지와 달리 학교에서는 진로 관련 교육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결연을 맺은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진로 관련 교육에 도움이 될까 싶어 1학년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면서 “업무 부담이 늘어났는데 활동 시간은 짧아 금융교육에 크게 도움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결연을 맺지 않은 대전 소재 고등학교의 교사는 “꾸준히 학교에 관련 공문이 오지만 다들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기본 교육과정을 소화하기에도 벅차다”고 말했다. 교육 시간도 부족한 편이다. 금감원은 1사 1교에서 한 학기에 적어도 4시간 이상을 교육하도록 권한다. 그러나 4시간은 학생이 아니라 금융사를 기준으로 계산한다. 4개 학급을 1시간씩 가르쳐도 4시간으로 인정된다. 실제 우수 사례로 꼽힌 학교에서도 한 학기에 한 차례, 학급별로 2시간씩 교육한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짧은 교육 시간으로 인해 교육 과정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대개 1시간은 화폐나 금융에 대한 이론교육을 하고, 다른 1시간은 금융사 직원이 진로교육을 하거나 예금통장을 개설하는 식이다. 반면 영국에서는 6월 둘째 주쯤을 ‘금융교육 주간’(my money week)으로 지정하고 학교에서 각종 금융교육을 한다. 해외에서는 거창하지 않아도 청소년에게 생활 밀착형으로 금융 습관을 길러 주도록 한다. 핀란드 헬싱키의 실업계 고등학교인 헬싱키비즈니스칼리지 1학년 담임교사는 “한 달 동안 가계부를 쓴 뒤 발표하게 하고, 1년에 한 번씩 신용회사 등의 소개로 파산자나 신용불량자를 직접 만나 학생들이 인터뷰하도록 해 경각심을 심어 주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금융사 점포를 통해 청소년 금융교육을 도울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았다. 은행, 증권, 보험사 등 저축은행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지점이 2만개가 넘으니 전국 초·중·고교 1만 1000여개를 충분히 연결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하게 금융사와 학교를 연결하는 청소년 교육이 적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등 외부 기관에 위탁해 강의를 운영하거나 영업점이 아닌 금융사 본사가 별도로 금융교육 담당 기관을 세워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자매결연을 한 뒤 금융교육 체험 시설을 이용하려면 따로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금융사 인력 문제도 큰 이유다. A은행 관계자는 “초창기엔 일반 직원들이 참석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전체 인력과 점포가 줄어들면서 참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감원에서도 어디에 몇 명이 교육을 나갔는지가 아니라 해당 학교에 교육을 했는지 정도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정착으로 영업점 직원이 업무 시간에 학교에서 강의하는 게 어려워져 본점 지원을 늘리고 있다”면서 “영업점에는 고객이 있어 청소년들의 방문 교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국가 차원에서 학년별 금융교육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못해 교육 내용이 중구난방이거나 이론적으로 치우친 경우도 많다. 한 회사와 결연을 맺는 것만으로는 금융 전반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카드사는 신용 관리, 은행은 예금이나 대출, 보험사는 보험의 이해, 증권사는 주식회사 등 특화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각 학교가 여러 금융업권과 자매결연을 맺도록 독려했지만 그런 사례는 많지 않다. 오히려 한 업권의 금융사와 여러 번 결연을 한 학교도 있다. 금감원이 금융교육에 필요한 교재를 개발했지만 현장에서 금융사들은 대부분 각자 개발한 교재를 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교재는 일반적인 내용이어서 업권별로 특화된 내용을 넣고 있다”고 밝혔다. C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강의용 자료를 개발하고 매년 업데이트를 하다 보니 자체 개발 교재를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1사 1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교육이 강조되자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여러 기관이 각자 금융 교재를 우르르 내놨다. 그러나 국가가 공인한 금융 교재는 없고 서울시교육청 인정도서만 있다. 선진국은 금융 이해도에서 지식보다 태도나 행동을 강조하지만 개발된 교재마저도 이론적인 내용이 많고 천편일률적이다. 관련 강사 인증도 여러 기관에서 시행해 중복된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교육의 목표가 체계적으로 정해지지 않다 보니 현장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1사 1교 프로그램 중 고등학교로 강의를 나갔던 한 금융사 직원은 “학교에서는 재밌게만 해 달라고 해서 강의 목표를 어느 정도로 잡을지,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며 “학생들이 이론적인 답은 잘하지만 실제 행동이 바뀌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금융 이론의 경우 우등생이지만 실천은 열등생이다. 금융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한은과 금감원이 발표한 지난해 전 국민 금융 이해력 조사 결과 한국 성인(만 18~79세)의 금융 이해력 점수는 62.2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4.9점(2015년)보다 낮았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지난해 10월 한국갤럽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금융 소비자 보호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43.9%나 됐다. 금융 당국은 금융교육의 컨트롤타워인 금융교육협의회 회의를 지난해 말까지 3년 동안 한 차례 여는 데 그쳤다. 뒤늦게 올 3월까지 금융교육 태스크포스(TF)를 열고 오는 12월 금융교육 종합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사 1교 금융교육에 대한 현장 만족도 조사는 있었지만 실제 학생들의 금융 행동에 긍정적 영향을 줬는지는 조사한 적도 없다”며 “다음달까지 일선 학교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현재 금융교육 전반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해외처럼 공교육에 금융교육을 포함해야 해결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은 2014년부터 만 11~16세 학생에게 금융교육을 의무화했고, 미국은 표준교육과정에 경제교육을 넣었다. 금융교육 TF도 “현행 교육은 생애주기별 금융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역량을 키워 주기에 부족하다”면서 “정규 교과과정에서 금융교육이 실시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금융교육협의회를 금융교육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로 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영등포구 거푸집, 정리수납 등 이색 기술로 취업문 뚫는다

    영등포구 거푸집, 정리수납 등 이색 기술로 취업문 뚫는다

    서울 영등포구가 형틀목공(거푸집) 기술자, 정리수납 전문가 등 전문 인력 양성 과정으로 청년·중장년·경력단절여성 등 구직자의 막혀있던 취업길을 확 터준다. 20일 구에 따르면 이번 교육과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취업난에 대비하기 위해 취업준비생과 재취업 희망자를 전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재로 양성시켜 안정적인 취업 및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 형틀목공 기술자는 건설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붓기 위한 틀을 짜는 작업과 해체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말한다. 최근 건설공사의 발달과 증가로 형틀목공 기술이 가능한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구는 다음달 7일부터 11월 4일까지 20일간 ‘형틀목공 기능인력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수업을 이수한 교육생은 취업과 연계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교육대상은 만 20세부터 58세 영등포 거주 구민을 우선으로 15명을 모집하며, 사전 상담을 통해 구직에 확고한 의지가 있는 자로 선발한다. 교육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80시간이다. 실기교육 70%, 이론 및 교양 30%의 비율로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 위주로 진행한다. 수강생은 목공 기초와 거푸집 제작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배우게 된다. 교육기간 중에는 주말에도 실습장을 개방해 수강생이 배운 내용을 토대로 개인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또한 구는 다음달 21일부터 11월 22일까지 ‘정리수납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최근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바쁜 생활 패턴으로 주거환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전문적 청소 및 정리수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정리수납 전문가는 소자본, 무점포 창업이 가능한 유망 직종이다. 이번 교육은 ‘정리수납 전문가 1급 자격증’ 을 취득할 수 있는 과정으로 매주 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23회 진행한다. 교육대상은 미취업 경력단절 여성 20명이다. 교육은 이론교육과 실습교육으로 구성한다. 이론교육에서는 정리수납 전문가의 취·창업 전망과 냉장고·의류·화장대 등 정리 전반, 수납용품 고르는 방법, 공간배치법 등을 교육하고 실습교육으로 현장에 나가 배운 내용을 토대로 경험을 쌓는다. 교육 이수 후에는 협력사를 통한 인턴 활동을 지원하고 취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연계할 계획이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취업난은 점차 심화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기술을 가진 인력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번 교육을 통해 자신만의 기술을 쌓고 연마해 사회가 원하는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그 농부가 찾은 쇳덩이는 청동상’ 판정하고…암시장 소문 쫓아 희귀지도 도둑 잡아내고

    ‘그 농부가 찾은 쇳덩이는 청동상’ 판정하고…암시장 소문 쫓아 희귀지도 도둑 잡아내고

    ’문화재 발굴’이라면 그럴듯한 발굴 현장부터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우연히 발견한 문화재도 상당수다. 도난 문화재를 회수하는 일도 발굴만큼 어렵다. 문화재를 받고, 되찾는 문화재청의 ‘고군분투’는 오늘도 이어진다. ●국민이 찾은 매장문화재 25% 보상금 받아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문화재를 발견하면 7일 이내에 시·군·구 등 담당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90일 동안 공고한 뒤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가가 보관·관리하고, 가치에 따라 신고자에게 보상금이나 포상금을 준다. 매장문화재는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사례가 많다. 밭을 갈거나 비닐하우스 공사를 하다가, 염소 사육장을 청소하다가 혹은 하천에서 물놀이하다가 발견하는 사례도 있다. 2014~2018년 5년 동안 일반 국민이 찾아내 신고한 매장문화재는 모두 32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75건이 보상금을 받았다. 확률로 따지자면 4건 중 1건 정도쯤 되는 셈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 국립고궁박물관이나 문화재청 산하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전문직이 현장에 나가 조사한다. 이어 문화재청이 상반기와 하반기에 도자, 회화, 조각 등 각 분야 5명 안팎의 전문가로 구성한 위원회를 열어 금액을 결정한다.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높은 보상금을 받은 문화재는 2016년 발견한 고려시대 희귀 청동상과 탑 부재다. 충남 천안시에서 한 시민이 밭을 경작하다 발견했다. 이 시민은 보상금으로 1050만원을 받았다. 같은 해 경기 남양주시 한 시민이 밭을 갈다 호미에 걸린 돌판을 신고했는데 조사 결과 조선시대 희귀 석함이었다. 문화재청은 보상금을 800만원 지급했다. 지난해에는 경기 양주시 한 시민이 산에서 토사를 옮기다 화강암 1기를 찾았는데, 조선 성종 10번째 왕녀인 정혜옹주의 태실석함으로 추정돼 보상금 500만원을 받았다. 보상금이 개별 유물에 관해 지급한다면, 포상금은 이후 추가 발굴로 나오는 유물에도 지급한다. 김미란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사무관은 “개별 유물이 나온 지역을 조사하고, 그곳에서 유물이 잇따라 나오면 이에 관한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5년 동안 329건 가운데 3건에 불과하다. 문화재로서 가치가 낮은 경우 보상금이나 포상금을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매장문화재가 존재하는 곳인 ‘유존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는 가치가 높다 하더라도 받지 못한다. 김 사무관은 “유존지역은 문화재가 이미 매장된 게 확인돼 문화재청이 발굴 중인 곳”이라며 “이런 곳에서 문화재를 발견한 주민이 보상금을 기대하며 신고하지만 받지 못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도난 문화재 신고 이후 실제 회수율 57.7% 도난당한 문화재를 되찾는 일도 만만찮다. 문화재청 안전기준과 사범단속반이 전담한다. 이들은 문화재청 소속이지만 경찰과 마찬가지로 사법권이 있다. 주로 내사를 통해 조사에 나서고 경찰과 함께 공조 수사를 펼친다. 한상진 사범단속반장은 “문화재 도난·도굴 행위라든가 문화재 불법거래 제보 전화(080-290-8000)가 있지만, 신고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도난 문화재는 대부분 장물이어서 문화재 관련 종사자들의 제보나 업체 탐방 등에서 나온 기밀 정보를 토대로 조사를 시작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수사는 대개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한 반장은 “1년에 굵직한 사건은 평균 5건 정도로, 수사를 완료하고 검찰에 송치되기까지 1년이 넘는 사례가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2014~2018년 5년 동안 도난 신고는 3181건으로, 이 가운데 회수된 게 1836건이다. 회수율로만 따지면 57.7%에 이른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사건으로 보물 제1008호 ‘만국전도’ 사례가 꼽힌다. ‘만국전도’는 조선 현종 때인 1661년 서양 선교사 알레니가 들여온 소형 세계지를 본떠 확대해 제작한 국내에선 가장 오래된 서양식 세계지도다. 현대 지도와 똑같이 오대양 육대주를 배치하고, 남북회귀선 등 서양식 지도표기법을 따라 그렸다. 1994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함양 박씨 문중에서 지도를 도난당한 뒤 25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사범단속반이 지난해 ‘만국전도’가 암거래 시장에 나온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만국전도’를 팔려고 시도했던 A씨의 경북 안동시 주거지 압수수색에 나섰고, 한 반장이 A씨를 설득해 벽지 속에 숨긴 ‘만국전도’를 찾을 수 있었다. 중요도가 높은 업무지만 일이 고되기로 유명하다. 한 반장을 포함해 2명이 이 일을 전담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력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내년에 1명 더 늘어난다. 한 반장은 이와 관련, “1년에 150일 이상을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이들은 꺼리는 업무”라며 “대형 문화재를 회수하면 주목받지만, 그때만 반짝 눈길을 끌 뿐, 인력 충원은 이에 비해 더딘 편”이라고 토로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시론] ‘길 위의 추석’ 보낸 비정규직 노동자들/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시론] ‘길 위의 추석’ 보낸 비정규직 노동자들/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추석 연휴가 끝났다. 예년에 비해 짧은 기간과 혼잡한 고향길이었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추석 때마다 반복돼 들려오는 체불 임금과 농성 노동자들의 소식은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추석 직전에는 경북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 폐수처리장을 청소하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올 추석 연휴 기간 언론에 집중 보도된 노동 사건은 한국도로공사 요금 수납원들의 농성과 KTX와 SRT 승무원들의 파업이었다. 이 노동자들은 공공부문 소속으로 정부가 실질적인 사용자이므로 정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 출발했으며, 이 정책은 노동계와 일반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가위 명절에 극한 투쟁에 나서게 됐는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사업은 지난 20여년 동안 맹목적으로 추진됐던 아웃소싱 인건비 절감 정책을 바로잡는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 배경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비용절감, 탄력적 인력 운용을 목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이것이 고용불안과 차별 등을 야기하는 등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사회 양극화 완화 및 고용ㆍ복지ㆍ성장 선순환 구조를 위해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정규직 전환과 차별 개선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지난 2년 동안 추진된 정규직화 사업(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 중 90.1%인 18만 5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 가운데 84.9%인 15만 7000명이 실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따라서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규모나 계획 대비 추진 상황을 볼 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 약 20만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 고용 불안에서 벗어났고, 부족하지만 처우도 개선됐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지난 20여년 동안 곪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한순간에 해결될 수 없었다. 정규직화 추진 과정에서 공공부문 노사 간, 노정 간, 노노 간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정규직화 추진 시 직접고용의 대상 유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의 타당성, 정규직화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등이 주요 갈등 사안이었다. 대다수 공공부문 사업장들은 정규직화에 따른 갈등을 잘 마무리해 성과를 냈으나, 일부 사업장의 갈등은 극한 대립 양상으로 사업장 바깥으로 터져 나왔다. 한국도로공사 250명의 요금 수납원들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확정을 받는 사람만 직접고용하겠다는 회사 측 방침에 맞서 지난 9일부터 일주일 넘게 김천혁신도시 본사를 점거 농성하고 있다. 요금 수납원들은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명 모두 직접고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식 논리상 도로공사 경영진의 주장도 타당해 보이지만, 그 속살을 곱씹어 보면 대법원 판결을 교묘히 피한 편법이다. 도로공사는 499명의 요금 수납원을 직접고용하겠지만 이들에게는 요금 수납이 아니라 버스정류장과 졸음쉼터, 환경정비 같은 업무를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신설된 자회사인 한국도로공사서비스에 요금 수납 업무를 모두 넘겼기 때문에 직접고용 대상자가 요금 수납 업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요금 수납 업무를 하고 싶으면 자회사로 가라는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 널리 악용돼 왔던 부당노동행위다. 요금 수납 업무 특성상 여성이나 고령자가 많고, 장애인도 다수 있어 요금 수납 업무가 아닌 환경정비 등 다른 일을 맡기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도로공사는 복귀자의 근무지도 사측 기준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사업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과단성 있게 추진된 성공적인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책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의도가 좋다고 결과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그치지 말고 상시·지속적인 업무는 정규직 사용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사업장의 부정적인 사례는 정부의 정책 의지를 훼손하고 효과성을 떨어뜨린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을 막아야 한다. 이 정책의 최종 목표는 민간부문의 비정규직 남용 규제와 차별 완화에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이 민간부문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추진 정책의 과정 관리가 엄격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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