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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공각기동대’ 한국 상륙

    재패니메이션 마니아들이 한때 일본으로 ‘원정’까지 가서 보고 왔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 작 ‘공각기동대’(功殼機動隊)가 12일 국내 개봉된다.‘제5원소’‘매트릭스’‘코드명 J’ 등 할리우드 SF 대작들이 교과서로삼았던 작품으로도 유명하다.덕분에,CD 복사본으로 이미웬만한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은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애니메이션이라고 만만히 봤다간 큰 코 다친다.철학적 내용의 무게는 실사 영화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배경은 인간과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가까운 미래.인간이필요에 따라 몸을 사이보그 형태로 대체할 수가 있는 때다.경찰 공안9과의 사이보그 경찰 쿠사나기 소령은 사이보그의 기억을 해킹해서 조작하는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를 쫓는다.그 해커의 이름은 ‘인형(人形)사’.9과의 테러진압부대인 공각기동대는 인형사의 정체가 6과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형사에게 기억을 조작당한 한 청소부는 10여년을 독수공방했으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딸과 부인에 대한 기억을갖고 산다. 인간의 정체성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영화는 곳곳에선문답같은 대사를 깔아놓았다.고민없이 즐길 수 있는 녹록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다.‘전뇌’(電腦),‘고스트’,‘감압계’ 등 전문용어들을 이해하며 감상할 준비를 해야한다. 황수정기자
  • [CLEAN 3D] ‘클린사업장 구직투어’ 성공사례

    ■부천남부자동차서비스 이병태씨. 지난 15일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1급 자동차 정비공장인 부천남부자동차서비스.지난달 말 경인지방노동청이실시한 ‘클린사업장 구직투어’에 참가했던 이병태(25)씨가 기름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도장일을 배우느라여념이 없었다. 아침 8시30분에 출근하면 정비소 청소부터 잔심부름까지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하지만 이씨는 “언젠가는 ‘열처리 도장실’에서 스프레이를 쥐고 자동차에 ‘새 옷’을 입혀주는 날이 올 것”이라며 활짝 웃고 있었다. 새로 칠을 해야 할 자동차 문짝을 ‘사포’로 다듬는 일등 이씨가 맡은 일은 자칫 하찮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학교에서 배운 이론과 현실은 차이가 많다.”며 정성을 기울였다. 남부차서비스는 지난해 한국산업안전공단의 지원을 받아시멘트 바닥에 ‘에폭시 수지 코팅’을 하고 ‘차량용 미션잭’ 등을 구입해 ‘클린사업장’에 선정됐다.윤활유 등이 스며들어 지저분했던 정비소 바닥은 산뜻한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수십㎏짜리 엔진을 들어내는 일을 도와주는 이씨에게 동료들이 “미션잭이 없을 때는 2∼3명이 엔진을어깨로 밀어올려 작업을 해야 했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충남 당진에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온 이씨는지난 1년간 인천 남동공단에서 선반공으로 일했지만 자동차 정비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전직을 시도했다.하지만 그에게 기술을 가르쳐줄 만한 수준의 정비소를 찾기란쉽지 않아 적금을 깨뜨려 생활비를 충당하며 몇달을 보내야 했다. 친척집에서 신세를 지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용안정센터에 구직등록을 한 뒤 노동부의 ‘클린투어’에 참가하게 됐고,남부차서비스를 둘러본 후 일해 보고 싶은 욕심이생겼다. 이씨를 직접 면접한 이기철(51) 전무는 “이직률이 높은자동차 정비분야에서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성실한 사람이 우선”이라며 “이씨가 판금이나 정비분야에 자격증이 있으면서도 ‘도장일을 배우고 싶다.’고 말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이 전무는 “정비업계가 일은 고되고 임금은 낮아 ‘신 3D’업체로 부각되는 바람에 사람 구하기가쉽지 않다.”면서 “클린사업에 참가해 작업장 환경도 개선하고 좋은 직원도 구하게 된 셈”이라고 기뻐했다. 지난달 22일 전국 6개 노동청에서 일제히 실시된 ‘클린구직투어’에는 이씨 등 구직자 136명,‘클린사업장’ 41곳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지만 취업이 확정된 사람은 11명에 그쳤다.대구청 관할인 세정기공,건화정공 등에서 40대근로자 7명을 채용해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 경인청에서만 37명이 구직을 원했으나 취업된 사람은 이씨를 포함해 3명.그나마 나머지 둘은 며칠 근무한 뒤 조건이 맞지 않아 그만둔 상태다. 부천 소사 고용안정센터 송지선(28) 직업상담원은 “구인업체들은 당장 일할 수 있는 기술 경력자를 선호하는 반면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의 근무환경에 만족하기 어렵다.”면서 “그렇지만 ‘클린사업장’들은 신뢰를 갖고 취업을 추천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취업률이 높아질 것”이라고기대했다.노동부 이수영 고용관리과장도 “임금,장래성 등이 열악하다 보니 작업환경 개선만으로 구인난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하지만 상당수 업체들이 ‘3D’업체를 탈피,거듭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천 류길상기자 ukelvin@ ■“클린사업 더욱 알차게”.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이 중소기업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인력난까지 해결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클린 3D사업’이 18일 노동부의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화제에 올랐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방용석(方鏞錫)노동부장관의 보고가 끝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송지태(宋智泰) 산업안전국장에게 “산업재해와 직업성 암,피부질환,천식 등 직업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관련 대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송 국장은 “지난해 업무상 질환자는 5500명으로 이를 줄이기 위해 유해 사업장 1300개를 선정,작업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밝힌 뒤 “문제는 작업환경 개선 능력이 없는 50인 미만 사업장인데 이들이 산업재해나 안전사고,직업병을 줄일 수 있는 설비를 할 때 최고 45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클린사업장’ 운동을 전개중”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통령은 “건강관리카드제도,사업장별 주치의제도 등은 좋은 아이디어로 보이니 꼭 실천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이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직업성 질병을 줄이는정책에 내실을 기해달라.”면서 “실업대란 시대에 중소기업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데 이들을 깨끗한 사업장으로 만들어서 취업률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해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 獨총리 동생 관광안내원 취직

    [베를린 연합]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동생인 로타 포셀러(54)가 관광안내원으로 취직함으로써 지난 7개월간의 실업자 생활을 청산하게 됐다고 독일 일간지 빌트가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배관공사 회사의 하수구 청소부로 일해온 포셀러가 지난해 6월부터 일자리를 잃고 실업수당으로 생활해왔으나 최근 스페인 휴양지 마요르카에서 관광안내원으로일하게 됐다고 밝혔다. 포셀러는 2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관광용 잠수선에서 바닷속 풍경을 안내하는 일을 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슈뢰더 총리와 포셀러는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달라성이 다르다.그러나 이들은 어린 시절 20년 가까이 한 집에서 지낸 둘도 없이 친한 형제로 알려져 있다.포셀러는마요르카에서 일자리를 얻기 전까지 어린 시절 형과 함께살았던 독일 중부의 작은 도시 데트몰트에서 의약품 배달,컴퓨터 판매업을 하기도 했으며 4년 동안 실업자 생활을하기도 했다. 슈뢰더가 1998년 총리가 된 뒤에도 포셀러의 생활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그는 자신의 힘으로 일자리를구했고 가족을 부양해 왔다. 포셀러는 이번에도 형의 도움을 받지 않고 일자리를 구했다.
  • 에듀토피아/ 학부모 “’학원과외비’ 방학이 괴로워”

    겨울방학을 앞두고 학원이 문전성시다.학생 한사람의 학원비는 많게는 수백만원에 이른다.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일도 마다하지 않는 학부모들은 ‘무슨 대책이 없느냐’고하소연하고 있다. 일산에 사는 주부 임모씨(42)는 요즘 허리가 휠 지경이다. 큰 아들의 겨울방학 학원 등록금과 과외비로 100만원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학원비는 사회탐구 과목이 22만원이며 과학탐구가 24만원.여기에 대학생 수학과외비가 50만원이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사는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43)는 아이들 학원비와 과외비로 한달 월급을 다 쓰다시피했다.중학교 2학년이 되는 맏아들이 겨울방학을 맞아 등록한 학원만 5군데.종합반 수강료 33만원은 또래들 사이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고,단과반 사회과목 10만원,수학과 영어 개인과외로80만원,영어회화 학원 20만원,미술 4만5,000원,글짓기 8만원,축구 4만원 등 한달에 총 160만원이 들어간다. 서울 중계동에 사는 세 아이의 엄마 조모씨(38)는 학원비를벌기위해 식당일, 파출부 등 일을 가리지 않고 하고 있다.내년고교에 진학하는 딸의 학원비에 50만원,중1년생 딸 학원비에 27만원이 들었다. 학부모들은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불안해서과외공부를 시키지 않을 수 없다”면서 “보충수업을 부활하든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는 각종 수행평가와 특기적성교육이 실시되면서 더 심각해졌다.서울 지역의 웬만한 가정에서 중학생은 한달에 100만∼150만원,고교생은 200만∼300만원을 사교육비로 지출하고 있다. 중학생은 10여 과목,고등학생은 20여 과목에 일일이 내신,수행평가를 챙기면서 동시에 수능 공부도 따로 해야한다.거기다 토플,텝스,경시대회,논술,심층면접까지 준비해야 뒤쳐지지 않는다.공교육에서 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믿는학생과 학부모는 없다. 보통 가정의 한달 수입을 뛰어 넘는 사교육비를 마련하기위해 주부가 파출부나 청소부로 나서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회사원 김모씨(경기도 성남시 분당·46)는 “파출부를 새로 고용했는데 자식들의 과외비를 벌러왔다고 했다”고 말했다.학원비와 과외비를 대기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가정도 부지기수다. 난이도가 들쭉날쭉한 수능 시험도학생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국영수 90만원,사탐과 과탐이 각각 50만원인 강남구 삼성동 J학원의 고2 방학특강엔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수강생이 몰렸다.학원 관계자는 “올수능시험을 보고 많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는어림도 없다’생각을 하게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복잡한 대입 전형과 ‘카멜레온식’ 입시 정책도 사교육을부추긴다.경시대회 수상 경력이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하자각종 경시대회가 난무하고 이를 겨냥한 학원들이 속속 등장했다.수학 경시대회를 전문으로 하는 대치동의 D학원엔 일요일 강의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학생도있다.논술,면접과외도 고3이 되는 학생들에겐 겨울방학 필수 코스다. 주부 배모씨는 “고2인 아들이 내년에 수시모집을 준비하려면 심층면접,구술시험 등의 과목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다니지 않을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학부모들은보충수업의 부활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과거처럼 일률적인 수업대신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면 부담을 좀 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학부모들은 또한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고입을 모은다.학부모 최혜정씨(서울 청담동·43)는 “학원에선 영어과목 하나도 말하기,듣기,쓰기,읽기,문법으로 나눠전문적으로 가르치는데 학교가 따라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소연기자 purple@. ■초중고생 과외비 年 7조원.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교육인적자원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이 과외비로 지출한 총액이 7조1,276억원으로 추정된다.교육재정 총 규모의 31.4% 수준이다.지난 99년에는 6조7,720억원이었다.과외를 한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133만5,000원,1가구당 185만원을 과외비로쓴 셈이다. 하지만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기업정보 분석업체 코네스는 사교육비 규모를 30조원으로 추산했고한국교육개발원은 98년에 이미 연간 과외비 총액을 12조원으로 보았다. 수행평가와 다양한 입시전형에 따라 사교육 시장도 내부도변하고 있다.학원가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종합적으로모든 과목을 다루었던 기존의 학원들은 국어,영어,수학,논술학원 등 전문학원으로 바뀌었다.서울 강남구 대치동엔 이런단과 전문학원 160여개가 밀집해 먼 곳에 있는 학생들도 이곳까지 찾는다. 대형 입시학원들도 프랜차이즈 형태의 전문학원으로 변신하고 있다.97년 9월 종로학원은 재수생 전문학원의 노하우와명성을 이용,‘종로엠스쿨’이란 이름으로 분원을 세우고 지금까지 전국 190개 지역에 약 4만여명의 학생을 확보했다.이에 뒤질세라 대성학원도 지난해 12월 ‘대성엔스쿨’을 만들어 현재 전국 96개 지역에 분원을 세웠다.지난해 말에만 20여개의 입시학원이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이런 대형학원의 분원화는 동네 학원의 변신을 꾀하게 만들었다. 중학생 황모군(13·서울 반포동 원촌중 1)은 “대부분 친구들은 대형 입시학원에서 종합강의를 듣고 부족한 과목이나따로 배우고 싶은 과목은 전문 단과학원에서 배운다”면서“학원 2∼3곳을 다니는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화는 온라인교육 시장의 급성장이다.대형학원들은 유명 강사들의 강좌를 그대로 동영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사회탐구 강사로 유명한 손주은씨가 운영하는 메가스터디는 7만여명의 유료회원을 확보,지난 1년간 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12월 매출은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었다. 온라인 강의는 싼 값에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어 이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김소연기자.
  • 인생참의미 발견 ‘책과의 결혼’

    ▲'엑스리브리스-서재 결혼시키기(패디먼 지음/지오 펴냄). 친구에게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듯 부담없이 독서의즐거움을 전하는 책이 어디 없을까. ‘엑스 리브리스(Ex Libris)-서재 결혼시키기’(지호 펴냄)는 그런 읽을거리가아쉽던 독자들에게 꼭 맞춤인 책이다.지은이 앤 패디먼은미국의 유명 매체에 꾸준히 글을 실어오면서 이름을 얻은여성 칼럼니스트.통신판매용 전단까지 탐독할 정도의 독서기벽이 있는 저자는 깜짝 놀랄만큼 독특한 화술로 ‘독서예찬론’을 편다. ‘엑스 리브리스’의 사전적 의미는 ‘책 소유자의 이름이나 문장(紋章)을 넣어 책표지 안쪽에 붙이는 장서표’. 도입글 ‘책의 결혼’에서부터 지은이의 살뜰한 책사랑이감지된다.“결혼한 지 5년째지만 몇달전 ‘나의 책’과 ‘그의 책’을 섞어 ‘장서 합병’을 하고서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결혼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수필 형식으로 전개되는 책의 갈피갈피에서 독서의 참 의미를 문득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이 색다르다.소설을 읽듯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건,사소한 경험이나먼 기억들까지멋진 글감으로 이끌어낸 지은이의 재주 덕분이다. 이를테면 ‘너덜너덜한 겉모습’이란 소제목의 글은 열한살 때 여행길의 작은 추억을 재료삼아 책을 아끼는 다양한 모습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케 한다.책을 거꾸로 엎어놓았다는 이유로 ‘책벌레’ 오빠를 나무랐던 호텔 청소부는과연 정당했을까.책의 내용을 넘어 물성(物性)까지 숭배하는 것이 옳은 독서자세인지,천진할만큼 참신한 질문을 던진다. 다독(多讀)의 해박함이 곳곳에서 느껴지면서도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은 경쾌한 글들이 계속된다.집안의 책꽂이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가치를 고민하기도 한다.18편의 에세이 속에서 애서가들의 독서기벽을 들춰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황수정기자 sjh@.
  • 동화같은 비언어 연극 ‘강아지똥’ ‘Once’

    동화같은 분위기의 비언어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극단 모시는사람들이 3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동숭홀에서 공연하는 ‘강아지똥’(각색·연출 김정숙)과러시아 극단 데레보가 5일부터 8일까지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선보이는 ‘Once’(안톤 아다진스키 연출).이 가운데 ‘강아지똥’이 권정생의 베스트셀러 그림동화를 무대화한 ‘움직이는 그림동화’라면 ‘Once’는 연극의 분위기와 구성이 마치 한 편의 동화를 보는듯한 슬픈 사랑 이야기다. ‘강아지똥’은 그림동화의 장면들을 대사없이 5명의 배우들이 표정연기와 신체 움직임만으로 표현하는 구성.세상의가장 낮은 존재를 강아지똥으로 비유해 존재의 이유와 희생을 강조한다. 사람들의 발길에 채이고 병아리가 쪼아대는,쓸모없는 강아지똥이 비관하다 자신의 몸을 녹여 민들레꽃의 거름이 된다는 그림동화의 감동을 아크로바틱과 마임으로 풀어나가는흐름이다.극중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남사당 놀음’이 삽입되며 타악과 해금 첼로 연주로 강아지똥의 애환을 실감나게 표현한다.그림이 위주가 되는 동화인 그림동화를 무대화하는 이색적인 시도가 관심을 모으는 공연이다. 한편 러시아 극단 데레보의 ‘Once’는 한적한 바닷가 카페에서 일하는 젊은 웨이트리스를 흠모하는 늙고 못생긴 청소부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나가는 작품.절절한 청소부의 사랑은 비참하게 깨지고 웨이트리스는 결국 카페의 단골신사를 택해 결혼하게 되는 결말이다. 이 연극 역시 대사없이 몸짓과 춤,소리,빛 만으로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를 표현한다.서정적인 음악과 독특한 무대배경이 아름답고 애절한 동화 한 편을 보는 듯한 기분에 젖도록 한다.러시아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프라하 드레스덴 등유럽에서 공연돼 호평받았고 지난 97·98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수상하며 국제적인 레퍼토리로부상한 작품이다. 김성호기자 kimus@
  • [씨줄날줄] 신인류 출현

    공상과학은 미래의 예언이다.그래서 때로는 영화를 보면 미래가 보이기도 한다.조르주 멜리에가 ‘달세계 여행’을 만든 것은 1902년. 그 후 67년만인 1969년 인간은 정말로 달에 발을 디뎠다.공상은 대부분 현실화된다.그것이 인간의 탁월한 점이다.하늘을 날고 싶은 욕구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게 했고 마침내 비행기를 발명했고 물속을 헤엄치고 싶은 꿈이 잠수함을 만들었다.이처럼 인간의 상상은 욕구를반영하고 기술은 그 욕구를 실현시켜 왔다. 21세기 인류는 어떤 모습일까.1990년대 이후 나온 공상과학 영화들은 이미 21세기 인류의 모습을 예시하고 있다.‘6번째 날’과 ‘가타카’가 그 대표적인 영화들이다.헬리콥터 조종사 아담 깁슨은 자신의생일날 퇴근길에 집에서 또 다른 자신이 가족들과 파티를 열고 있는것을 발견한다. 그는 바로 복제된 아담.그 때부터 아담과 복제된 아담간의 쫓고 쫓기는 혈투가 벌어진다(6번째 날).비슷한 소재지만 ‘가타카’는 좀 더 비판적 상상력이 가미됐다.심장질환에다 범죄 가능성까지 있는 유전인자를 타고난 항공회사 청소부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큰 키에 잘생긴 우주 비행사로 다시 태어난다는 줄거리다. 미래 세계에서는 섹스와 임신을 통해 재래식으로 태어난 사람은 열등인에 속할지 모른다.누구든지 유전자 조작으로 원하는 외모,원하는재능을 가진 아이를 인공자궁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신인류가 탄생하는 것이다.영화소재가 아니라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59) 박사의 예견이다.앞으로 1,000년 안에 유전자 조작으로 보다 진보된 신인류가 탄생할 것이며 이 신인류는 다른 행성을 지배한다는 것이다.농작물은 이미 유전자 조작을 동원한 식품이 나왔고복제 양, 복제 소까지 등장했으니 스티븐 호킹박사가 예견한 1,000년이라는 기한은 오히려 너무 멀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호킹 박사의 예언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대목이 있다.즉“앞으로 100년 안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단서다.이단서는 지금 인류가 자멸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셈이다. 즉 인류는 멸망하거나 멸망하지 않더라도 뭔가 괴물(지금 인류의기준으로는)로 변종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끔찍한일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 [외언내언] 魚의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그래서 지구상에서는 하루에도 수백개 직업이 명멸(明滅)한다.그리스시대에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같은 철학자가 인기를 끌었다.로마에서는 군인이 선망의 대상이었다.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 맹위를 떨치던 13세기에는 천문학자가 유망했다.상인들이 광활한 대륙을 횡단하려면 날씨를 미리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도자기 문화가 번창한 명나라 시대는 도자기공이 으뜸으로 꼽혔으며,프랑스 루이 14세 때에는초콜릿이 사랑을 받으면서 제과사가 인기를 모았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1980년대 서울시내에만 7,000개에 달하던주산학원은 이미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시내버스 안내원과 타자수,굴뚝청소부,양철공,대장장이도 이제는 좀처럼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다.대신 ‘체커’(영화 개봉관에서 관객 숫자를 체크해 회사에 보고하는 사람)나 ‘미스터리 샤퍼’(손님인양 대리점을 방문해 매장의업무 효율성이나 친절도에 대한 평점을 매기는 사람)와 같은 이색 직업이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미국은 ‘매트리스 워커’(침대의 부드러움을 조사하기 위해 맨발로 요 위를 밟고 다니는 사람)와 ‘수염닦이’(지하철 광고 모델로 등장한 미녀의 수염을 지우는 직업)라는 직업이 성업중이다.일본에서는 이른바 ‘귀용실’(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이용한 귓속 손질 전문점)까지 생겨났다고 한다.현재 전세계 직업수가 13만개로 추정되고 있으니 하나의 직종이 정상에 군림하기 위해서는 13만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 직종을 잠재워야 할 판이다. 오는 2003년 우리나라에는 ‘어(魚)의사’라는 다소 희귀한(?) 직종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대학에서 수산질병학을 전공한 사람에게국가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준 뒤 어패류 질병을 전문 관리·치료토록하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해서 물고기를 치료하는 직업이라니 좀 유별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해양수산부는 “근해 환경악화로 양식어종의 대량폐사가 빈발하고,한·일,한·중 어업분쟁을 계기로 ‘기르는 어업’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어의사 제도 도입이 불가피하다”고강조한다.반면 농림부와 수(獸)의사 단체는 “현행법상 물고기 병을치료하는 일은 수의사 몫”이라며 어의사제 도입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진료영역을 빼앗길 운명에 놓인 수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그렇더라도 시대 변화에 따라 직업군이끊임없이 소멸·생성하고 세분화하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기는 힘들지 않겠는가. 박건승 논설위원 ksp@
  • [김삼웅 칼럼] ‘위기’의 본질을 아는가

    ‘위기’ ‘총체적 난맥’ 등 어지러운 용어가 신문지면을 뒤덮는다. 제2의 경제위기라는 경보도 들린다. 이에 대한 여러가지 해법과 주문도 쏟아지고 대통령의 여론수렴 작업도 활발하다. 그런데 정작 ‘위기의 본질’에 대한 원인규명과 분석작업은 피상적이거나 미흡한 것같다.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지 않은 대책은 임기응변의 처방일 뿐이다. ■외부적 요인. ▲DJ정권은 강고한 수구기득세력에 포위된 소수정권이다. 여기에 과거와 같은 정보정치나 강압적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무장해제’된상태의 약체정권이다. ▲원내 다수당인 거대야당은 마치 정권을 빼앗긴 것처럼 인식하면서정부를 뒤흔들고 2002년의 정권쟁탈에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실질적대권경쟁에 돌입했다. ▲전통적인 반DJ 성향의 수구언론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론기능을넘어서 감정적 비판과 과장·허위보도로 정부신뢰성을 추락시킨다. ▲DJ의 노벨평화상 수상까지도 사시적으로 볼 만큼 심화된 지역갈등이 정부의 시책에 반발을 불러왔다. ▲민주화 진척과 더불어 강화된 노동운동과이익단체들이 초법적인집단행동을 자행하면서 국가기강이 해이해졌다. ▲개혁의 과정에서 퇴출되거나 구조조정의 피해자들이 적대세력으로돌변했다. ■내부적요인. ▲인사정책이 개혁성보다 전문성을 중시하여 집권초기의 국정개혁에진전을 보지 못했다.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 국정의 총체적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누수현상을 불러왔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이나 독도문제와 같은 국민감정에 민감한 문제를 서투르게 대처하여 지식인들의 이반현상을 가져왔다. ▲청와대비서실이나 내각,민주당 등 정권의 핵심포스트가 유기적 협력관계를 갖지 못하고 각개 플레이를 벌여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했다. ▲‘원칙없는 관용주의’가 법질서와 사회기강 그리고 정의로운 가치관을 깨뜨렸다. 상을 줄 사람과 벌을 받을 사람은 구별돼야 했다. ▲집권당의 무능과 무기력이 정치력을 상실하면서 야당에 주도권을넘겨주고 날치기,국회의장 연금 등 볼썽사나운 행동을 서슴지 않아집권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 ▲대통령 측근을 포함하여 주요인사들이 여론의 표적이되거나 비리의 혐의를 받고 돌출언동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 민심을 악화시켰다. ▲일반적 금융사고도 정권핵심과 연계시키려는 외부세력의 음해를차단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가 부족했다. 또 청와대 청소부의 거액 사취와 같은 내부관리가 허술했다. ■경제위기 불러온 집단. 오늘의 총체적 난맥과 경제위기를 불러온 데는 4개 집단의 책임이크다. 하나,경제관계 장관들의 안이한 자세와 구조조정을 소홀히 해온 관계책임자,그리고 공기업 개혁을 하는 척하면서 자리에 연연한 관계책임자들. 둘,국가운명보다 정파싸움에 눈이 먼 여야 정치지도자들과 근거없는폭로전 그리고 정쟁으로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사회를 불안케 하는국회. 셋,3년 전 IMF 위기때는 제대로 알리지도,알지도 못했던 일부 언론이 최근에는 지나치게 위기의식을 과장하여 국민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외국에까지 한국의 경제위기를 확산시키는 수구언론. 넷,국가공권력의 핵심인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거나 ‘권력의사병’ 노릇을 하면서 경제사범 하나 제때에 체포하지 못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타이밍을 놓쳐 민심을 악화시키고 있다. ■김대통령의 결단. 김대중대통령은 50년 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남북화해협력의 물꼬를 텄으며 노벨평화상의 수상으로 한 인간이나 정치지도자로서 모든 것을 성취했다. 이제는 국정개혁과 경제회복을 통해 남북관계를 더욱 튼실하게 만들어 통일의 기반을 달성하고 2년후 퇴임하면된다. 따라서 정파나 지역,친소관계를 떠난 초연한 위치에서 국내문제를풀어야 한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땜질처방으로는이반된 민심수습이나 개혁이 불가능하다. 또한 지금과 같은 여야구도나 사주 지배의 언론행태로는 국정개혁이쉽지 않다. 정의와 정도의 원칙에서 정치와 언론개혁을 단행하고 개혁인사로 진용을 새로 짜고 검찰로 하여금 ‘정의의 사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더 이상 시간이 없다. 김삼웅 주필 kimsu@
  • 11.30 남북이산상봉 화제의 인물/ 北남편 기다리는 유순이 할머니

    “50년 만에 남편을 만나게 된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하겠어…” 지난 18일 제2차 이산가족 북측 방문단 명단에 남편 김중현씨(68)가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들은 유순이씨(70·여·서울 강서구 신월동)는 아들 영우씨(49)의 손을 붙잡고 기쁨과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유씨가 남편과 헤어진 것은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난 직후.충북청원군 남일면 신송리에서 두살 연상의 유씨와 꿈 같은 신혼생활을하던 남편 김씨는 “형님 대신 의용군으로 나가게 됐다”는 말만 남기고 떠난 뒤 연락이 끊겼다. 모진 난리를 겪으면서 영우씨를 낳은 김씨는 채소장사,청소부,식모살이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아들을 키워냈다.주변에서 “이제 남편은 다시 못 볼 사람이니 재혼하라”는 권유도 많이 했으나 오직 아들을 훌륭히 키우며 남편을 기다린다는 마음으로 혼자 살아왔다. “북에서 보낸 사진을 보니 훤했던 얼굴이 쭈글쭈글해져 있어 마음이 아팠다”는 유씨는 “1차 상봉 명단에서 빠진 뒤 꿈 속에 남편이나타나 미안해 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마음이 아팠다”고애틋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아직도 ‘젊은 남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는 유씨는 “50년 만에따뜻한 밥이라도 지어 먹여 보냈으면 좋을 텐데…”라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전영우기자
  • [현장] 火魔에 빼앗긴 청년 소방관의 꿈

    “조금만 더 고생하면 나하고 같이 살 수 있다고 했잖니” 25일 낮 12시 서울 이대목동병원 영안실. 화재 현장에서 아들이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도 성남에서 부랴부랴 달려온 박순자씨(55·여·청소부)는 아들 임은종씨(25)의 영정을 붙들고 “2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청소부 등 허드렛일을 다하면서 키운 막내아들이 이렇게 먼저 갈 수 있느냐”며 통곡했다. 서울 강서소방서 119구조대원인 임씨는 25일 새벽 4시50분쯤 동료소방관 7명과 함께 강서구 화곡동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불이 난 집은 지은 지 17년이 된 허름한 2층 벽돌집이었다. 임씨는 불길을 잡은 뒤 인명 확인작업을 위해 동료 3명과 함께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던 중 1층 천장이 무너지면서 건물더미에 깔렸다.임씨는 동료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6시40분쯤 숨을 거두고 말았다.2층에서 잠자던 주민 3명은 긴급 대피해 무사했다. 박씨는 2남2녀 중 막내인 임씨가 지난해 10월 소방관이 되자 “위험하다”며 그만두라고 말렸다.임씨는 그러나 양천구 신월동에서 자취하면서 “열심히 일해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98년 특전사 중사로 제대하고 지난해 10월 소방관으로 특채된 임씨는 동료들에게도 ‘성실한 막내’로 인정받았다. 한 소방대원은 “임씨는 어머니 걱정을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성남의 단칸 셋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임씨의 누나 종향씨(31)는 “어젯밤 꿈에 1년 전 교통사고로 숨진 남편이 나타나 누구를 데리고 가더니 그게 너였느냐”며 울음을 터트렸다. 조태성 사회팀기자 cho1904@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창조적 사고와 지식기반경제

    1990년대 중반 이후 선진국들은 지식과 정보의 활용에 기반을 둔지식기반경제(knowledge-based economy)의 실현을 위하여 인적 및 물적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지식기반경제하에서는 우선 지식과 정보가 축적 유통될 수 있는 인프라와 함께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과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지적인력이 필요하다.우리나라의 경우 전자는컴퓨터와 인터넷 시스템의 급속한 확충으로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으나 후자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단순히 몸으로 열심히 일하여 양적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소위 마당발이 우대받고 출세하는 시대는지났다.빌 게이츠는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 최고의 거부가 되었고 수십명 또는 수명의 소수인원을 보유한 벤처기업의 시장가치가 수천명또는 수만명을 보유한 거대기업보다 큰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창조적인 사고나 지식은 빌 게이츠 같은 세계적인 경영인이나정치인,관료,거대한 발명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얼마전 우리나라에서 어느 농부가 끊임없는 개선의 노력으로슈퍼고추의 생산에 성공하여 화제가 된 것과 같이 농업을 포함한 모든 산업,모든 사회분야에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창조와 혁신적인 지식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미국의 경영평론가 톰 피터스가 신지식인의 전형으로 제시하는 사람은 학자나 과학자,기업경영인 같은 저명인사가 아닌 예상외의 엉뚱한 사람이었다.리츠칼튼 호텔의 청소부 아주엘라가 바로 그주인공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일(객실청소 및 침대시트 정리)을 끊임없이 개선-개발-혁신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신지식인이라는 것이다. 보통근로자는 평생직장을 생각하는 반면 지식근로자는 평생직업을생각한다.항상 자기계발을 지속하며,능력을 갖춘 근로자라면 현재의직장뿐만 아니라 어디서든지 정년을 넘어 평생동안 직업을 가질 수있기 때문이다. 특히 21세기 대표적인 지식정보산업으로 불리는 금융산업에서는 창의와 새로운 지식의 활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과 직결되는 사항이다.우선 정보통신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사이버금융거래가 일반화되고있다.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기관은 종전의 예금과 대출 등단순한 자금중개업무 중심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종합정보서비스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금융환경 변화 속에서는 창의적인 금융서비스 개발과 새로운지식 정보의 활용능력이 곧 금융기관간 또는 직원 개개인간 우열을결정하는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이근영 금감위원장
  • [조약돌] 어머니 16세 딸 소년원 수감 탄원

    40대 어머니가 말썽 많은 딸을 소년원에 수감시켜 달라며 전주보호관찰소에 탄원서를 냈다. 전북 전주시 중화산동에 사는 전모(42·여·병원청소부)씨는 보호관찰처분을 받은 딸 박모(16)양이 가출,여러 남자들과 동거하는 등 속을 썩이자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중단된 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소년원에 수감시켜달라”는 탄원서를 냈다. 전씨는 또 “어린 딸 다섯만을 남겨 놓고 아이들 아버지가 일찍 죽어 온갖 궂은 일을 하며 혼자 키워왔으나 둘째 딸이 속을 차리지 못하고 비뚤어져 늦기전에 소년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주지법은 박양이 보호관찰 명령을 어기고 주거지 상주 의무를 위반하고 보호관찰소의 소환에 불응한 점과 어머니 전씨의 뜻을 존중,박양을 소년원인 송천중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자기로부터 ‘철학과외’ 받기

    철학의 모험(푸른숲)은 재기발랄하고 재미있고 그래서 더 실제적 가치가 큰철학교양서다.‘철학과 굴뚝 청소부’로 이미 대학가에서 난해하지 않은 철학서 쓰기로 정평을 얻고 있던 이진경씨가,상상력과 구성력을 다시금 발휘해 펴낸 근현대철학 입문서는 어렵지 않아 뭣보다 눈길을 끈다.“철학은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에게 직접 열린 문”이라고 주장하는 지은이다. 책은 ‘스스로 철학하기’를 독자들에게 권유한다.철학자의 사유나 개념에얽매이지 말고 개념의 용법을 직접 익히라는 주문이다.근현대 철학을 평면적인 해설이 아닌 논쟁의 형식을 빌려 경쾌한 템포로 이해시키려 한 건 그래서다. 4부로 나뉘어진 책에서는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뒤엉켜 논쟁을 벌인다.철학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역사속 인물들이 등장하는 가상논쟁은 한편의 판타지영화를 보는 느낌마저 선사한다.장자와 데카르트,스피노자,사르트르가 염라국에서 만나 장자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근대철학의 핵심을 천착하고 들어가는가 하면(1부),우화작가 이솝이 환생해 영국 경험주의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2부).지은이는 서울시립대·성공회대 강사,‘진보평론’편집위원이다.1만2,000원황수정기자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6)잃어버린 먹거리

    *피란시절 동태탕은 가족 결속시키고... 전쟁 전이나 휴전 뒤에 생활이 다시 안정 되었을 때에 우리가 고기 대신 먹었던 여러 가지 생선들이 생각난다.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사라져버린 물고기들이 많은 것 같다.또한 있다고 하여도 다른 먹거리가 많아서 찾지않게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아침 저녁 무렵이면 동네 골목마다 장사꾼들이 차례로 등장하기 마련이었는데 호객하는 소리도 독특해서 재미가 있었다.콩나물이나 무 배추 따위의 채소장수들에서부터 새우젓 어리굴젓 장수들 그리고 생선장수들은 모두들 팔려는 물건 뒤에다 ‘사료’나 ‘사우’를 부쳐서 목청을 높였다.두부장수는 자루가 달린 놋쇠 요령을 가지고 다니면서 딸랑 딸랑 하고 흔들었다.나중에 쓰레기차가 오면 청소부들이 그런 손 종을 치곤 했다. 비웃드렁 새,하는 소리는 청어를 사라는 생선장수의 소리였다.전쟁 전에는청어가 서울 인근에서는 가장 좋은 비린 반찬이었고 주점에서도 어른들이 제일로 쳐주는 안주감이었다.청어는 생선도 있고 소금에 절인 것도 있으며 꾸덕꾸덕 말린것도 있었다.숯불 풍로에 철사로 얼기설기 엮은 석쇠에다 굵은천연 소금을 뿌려서 구운 청어는 기름이 자르르 하고 고소하며 살집이 푸짐했다.집집마다 담장을 넘어서 골목길에까지 청어 굽는 냄새가 가득찼다.생선은 찌개도 끓이고 찜도 하고 소금에 절인 것은 조리기도 하며 그냥 숯불에굽기도 하고,꾸덕꾸덕 말린 것은 갖은 양념하여 재어 두었다가 북어나 조기처럼 구었다. 아지라는 생선도 많이 먹었는데 나는 무어니 무어니 하여도 어머니가 뼈를발라 간장과 설탕과 양념을 섞어서 장을 내어서는 아지 생선 위에다 바르면서 천천히 구워낸 아지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그 맛이 생선 중의 으뜸이라는 준치도 굽거나 조림이 고작인 셈인데 나는 가시가 많아서인지 별다른 기억이 없다.다만 그 맛이 남도 사람들이 친다는 전어와 비슷하지 않았는지.전어는 소금 뿌려 놓았다가 기름에 지지거나 구어 먹는 것이 제일 좋은데 봄철 나물과 번갈아 먹는 맛이 그럴 듯 하다. 이면수와 가자미는 살이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다.이면수는살갗이 꺼칠하고두꺼운 느낌이 들어서 별로 맛들이지 못했고,다만 가자미는 손바닥 두어배되는 큰 놈을 소금 뿌려서 태우지 않고 껍질이 바짝 마를 정도로 숯불에 구워서 통째로 먹는 맛이 기막히다.일본에서 그렇게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전혀 비리지 않고 무슨 바다의 감자를 먹는 느낌이었다.그러나 어려서는 별로맛있는 줄 몰랐다. 소학교 때까지만 하여도 어머니는 해마다 봄철이 되면 인천에서 들어온 조기를 몇판씩 사들여다가 뒷마당에서 이모와 같이 김장 때처럼 법석대며 손질을 했다. 소금에 절이고 자잘한 놈은 젓갈을 담기도 했는데 메주 말리던 넓다란 대나무 채반을 몇 개씩 늘어놓고 소금에 절인 조기를 말렸다.당시에는 집집마다담장에 널어 말리는 조기를 볼 수가 있었다.바싹 마르면 굴비가 되었고 장사꾼들은 굴비의 대가리를 새끼로 줄줄이 꿰어서 팔러 다녔다.요새처럼 ‘영광 굴비’가 특상품이라고 하지는 않고 ‘연평 굴비’라고 외쳤다.연평 굴비는 수백년 동안 서울 사람들의 여름철 반찬이었다.굴비를 두었다가 구어 먹는것이 보통이지만통째로 여러 마리를 고추장에 박아 두었다가 몇 달이 지나서 꺼내어 살을 잘게 찢어서 저장한다.살이 쫄깃하고 암갈색이 되는데 쇠고기 장조림의 열 배는 더 맛이 있었다.무더운 여름날 먼길을 걸어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배가 고픈데도 당장 점심을 먹기도 지겹고 할 적에 어머니가 구운 굴비를 찢어서 열무김치와 함께 밥상을 차려 준다.찬물에 밥을 말아서 굴비와 열무김치로 먹기 시작하면 그제사 식욕이 왕성해지던 것이다. 조기철에 뒤이어 초여름 무렵부터는 꽃게가 들어왔다.꽃게는 어머니와 누나들이 마당의 수돗가에서 손질을 하려면 사방으로 달아나 어떤 놈은 장독대뒤의 독 사이로 숨고 어떤 놈은 판자 담장 아래로 빠져서 행방불명이 되기도 한다. 게장을 담그는데 시골에서는 오종종하게 작은 밤게를 쓰지만 사실은 물산의왕래가 불편하던 옛날의 일이고 기생충도 많고 다리는 살이 적고 몸통마저도 먹잘 것이 없어서 귀찮기만 할 것이다.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나 바닷가에서는 꽃게를 많이 썼다.또 요즈음 식당에 가면 시뻘겋게 양념을 해서 꽃게장을 담아 즉석에서 먹어 치우기에 간편하지만 최근의 남도 식이지 옛날 식은 아니다. 꽃게를 솔로 박박 문지르며 소금물에다 깨끗이 닦아서 털 같은 아가미와 세모의 등딱지며 모래주머니를 모두 떼어내고 발가락 끝을 잘라내어 손질을 한다. 간장에 생강 마늘 고추 등속을 넣고 끓여서 붓는 것은 얼추 같은데 여기에맛의 비방이 첨가 되어야 한다.기름기 없는 쇠고기 다진 것을 넣고 물 대신에 사이다를 부으면 짜지도 않고 깊은 맛이 생겨난다.팔팔 끓인 양념 장을식혀서 손질하여 채곡채곡 항아리에 담은 게 위에 붓는다.사흘쯤 지나서 다시 장을 따라내고 끓여 붓기를 모두 세 차례쯤 하고 나면 먹을 수 있게 된다.알과 내장이 맛깔스러운 게딱지는 물론이고 살이 푸짐하고 쫄깃한 다리와집게발마저 먹을 것이 많다.그리고 남은 간장 또한 밥에 비벼 먹을만 하다. 남도에서는 밤게를 담을 적에 항아리 밑에다 다진 쇠고기를 두고 게를 깨끗이 씻어 넣어 하룻밤 재운다고 하였다.그러면 게들이 밤 사이에 쇠고기를 모두 먹는다는데 여기에다 간장을 붓는다고 한다.중세 유럽의 서민들을 살린 것은 난류와 한류가 합치던 대서양의 대구와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감자였다고 한다.당시만 하여도 고기는 특권층의 먹거리였고 대구는 엄청나게 잡혔다.인구의 팽창과 곡물의 흉작은 전쟁과 굶주림으로 이어졌는데 감자가 주식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거의 신의 은총이라고 여겨졌다고도 한다. 우리에게도 다른 맛있는 생선들이 근해에서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거나 희귀해져서 값비싼 생선이 되어갔지만 가난한 시절부터 지금까지 서민들의 영양을 담보해준 것은 꽁치와 고등어였다.한때 갈치가 많이 잡힐 적에는 그 신세도 많이 졌는데 이전에는 갈치가 탐스럽게 커서 두툼하게 썰어놓은 식빵만했다.역시 소금구이와 조림이 주종이었고 무를 반달형으로 큼직하게 썰어 넣고 풋고추와 고춧가루를 벌겋게 버무려 지진 호남의 갈치 조림은 입맛을 돋군다.나중에 여행지 이야기를 하면서 제주 갈치의 여러 가지 조리법이 소개가되겠지만 지방마다 생선의 조리는 조금씩 다르다. 장에 갔던 가장이 어스름한 달밤에 막걸리 한 잔으로 거나해져서타령 한 소리 읊조리며 영을 넘어올 제 새끼에 꿰어 들고 오던 것이 간고등어 한 손이다.산지가 많은 영남 사람들은 지금도 평야 지방의 그들먹한 한정식 보다도경상도 막장으로 끓인 찌개와 구운 간고등어 한 토막을 더 쳐줄 정도가 아닌가.고등어 역시 생선 조림이나 양념하여 꾸둑꾸둑 말린 것을 무를 넣어 조리거나 굽는다. 꽁치는 또한 그 무렵의 사철 고기반찬이었다.소금 뿌려서 연탄 화덕에 구운것을 질리지도 않고 거의 하루 걸러서 먹었다.나중에 통조림이 쏟아져 나와등산길에서도 군대에서도 콩나물 국에 고기 대신 왕건이가 되어서 다투어 건져 먹곤 했다. 지금은 그러한 신문기사를 찾으려고 눈을 씻고 보아도 없지만 그 시절에는버려진 복어알을 주워다 온 가족이 끓여먹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신문에 오르내렸다.전쟁 때 피란 시절에는 어쩌다 먹는 동태 탕이 식구들을따뜻하게 결속 시켰다.당시에는 저 먼 남의 나라 바다에 나가서 잡아오는 참치 같은 맛들일 수 없는 고급 생선은 존재하지 않았다.이제는 허드레가 되었거나 희귀해져서 최고급이 되어버린 생선 대신에,나는 오늘도 지금까지 내가 맛나게 먹은 고등어의 놀란 눈을 떠올리며 슬며시 웃는다. 황석영.
  • [김삼웅칼럼] 언론의 알권리와 역사의식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 몇차례 절망적인 ‘고비’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일이 남한의 언론보도였다고 한다. 지구상의 유일한 ‘냉전의 섬’인 한반도가 화해와 협력시대로 탈바꿈하려는 남북정상회담의 걸림돌이 남한의 군대나 경찰, 정보기관이나 법제가 아니라 동족간의 화해와통일을 선도해야 하는 언론때문이었다는 것에 한없는 비애와 자괴감을 갖는다. 그런데도 정상회담은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역사적 만남을 통해 5개항의 합의를 도출하여 국민 90%이상이 지지하는 큰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일부 언론의 문제점은 여전히 남는다. 언제 다시 악재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북한의 남한언론관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다. 언론의 기능과 인식에 너무 큰 차이점이 있다. 그렇지만 이와는 별도로 결코 일부 언론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다시 비틀어지거나 해빙무드가 결빙되어서는안된다는 대명제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부끄러운 노릇이지만 우리의 민족적 대사에는 반드시 훼방꾼들이 준동했다. 예컨대 기미년3·1항쟁때 이완용 무리는 수차례에 걸쳐 이른바 ‘경고문’을 발표했다. 온 민족이 생명을 내걸고 나선 항쟁을 가리켜 “지각없는 동배(童輩)가 망동하고 다음에는 각 지방인이 문풍역동(聞風亦動)하여 끝이 없다. 일인은 강경책을 쓰게되니, 되지도 않을 독립은 고사하고 동도의 사상을면하기 위하여 진정할 것을 경고한다”고 시위민중을 협박했다. 친일파들에의한 이런 류의 협박이 연일 신문지면을 도배질했다. 망국10년만에 궐기한 3·1항쟁은 외세에 좌초되었지만 분단 55년만에 온겨레가 힘을 모아 한반도의 냉전을 종식시키고 화해협력으로 가는 통일운동은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이러한 민족적 대사에 훼방을 놓거나 딴죽을 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유취만년(遺臭萬年)의 ‘반통일’로 기록돼 마땅하다. 통일국가 언론(인)의 ‘국익과 알권리 대립’따위는 어느 측면 행복한 갈등일지 모른다. 하지만 분단국가의 경우는 달라야 한다.화해협력과 통일에 저해되는 기사(논평)는 가급적 절제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알권리와 역사의식의 갈등이 따른다. 언론인으로서의 고뇌와 내부의 압력도 물리치기 쉽지않을 것이다. 최근 ‘김정일신드롬’이 확산되는 데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않다. 그동안 김정일위원장의 ‘허상’만 보도하다가 ‘실체’가 드러나면서나타난 현상아닌가. 그러나 올 6월12일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주적의 괴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6·15선언 이후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대화협력,평화공존 그리고 통일과정에 함께 가야할 동반자요 반쪽 동포를 대표하는 ‘정상’이기 때문이다. 분단시대 서독언론인들은 동독에 파견되어 무엇보다 ‘동족의식’의 대전제에서 언론활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중국과 대만의 어선이 공해나 영해상에서 충돌하게 되면 중국언론은 가급적 수습이 된 이후에 이를 보도한다고 한다. 국민간의 적대감정을 줄이려는 배려인 것이다. 언론의 ‘알권리’는 소중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 언론(인)이 ‘알권리’에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의문이다. 군부독재의 헌정파괴나 양민학살에 대해 ‘알권리’의 책임을 다했는가. 사주들의 비행이나 언론내부의 비리를 ‘알권리’차원에서 제대로 알렸는가. 정작 알리고 밝혀야 할 때는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반쪽 동포와 화해협력의 과제는 시시콜콜 파헤치고 어깃장을 놓는 것이 과연 바른 언론(인)의 자세일까. 사자 소리에 벌벌 떨다가 사자시체에는 가장 먼저 덤비는 하이에나가 초원의 청소부 역할에는 충실할지 몰라도 대접받는 짐승축에 끼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걸핏하면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건 관료들의 행태가 정당하다는 것은 아니다. 관리들은 취득한 국가정보를 지키는 것이 본분이고 언론은이를 알리는 것이 책임이다. 문제는 이 대칭점의 어디쯤에서 접점을 찾느냐이다. 분단국가 언론(인)의고뇌이고 갈등이다. ‘6·15남북선언’이후 한때 대세에 편승하던 수구언론이 다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골수에 젖은 냉전의식의 발로이거나 DJ가 잘하는 꼴은 못보겠다는 ‘놀부 심보’다. 냉전의식이 변해야 하고 놀부심보를 버려야 한다. 그런 연후에 ‘알권리’를 내세우면 설득력을 갖게된다. 통일시대 언론(인)의 역사의식이 아쉽다. 김삼웅 주필.
  • 부처 올 사업추진계획 공개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과 농림부의 농촌개발국,문화관광부 산하 국립국악원등 16개 정부부처 부서 및 산하기관이 올 한해 추진할 사업을 일반에 공개,그 성과에 대해 국민의 검증을 받게 된다. 기획예산처는 17일 성과주의 예산제도 도입을 위해 시범기관으로 지정한 이들 16개 행정기관의 사업 성과계획서를 홈페이지(www.mpb.go.kr)를 통해 공개했다.이들 부서나 기관들은 내년 초 성과계획서에서 밝힌 사업목표의 달성도와 원인 등을 분석,성과보고서를 작성해 국민에게 공개하게 된다. 또 이 보고서는 기획예산처가 이듬해 예산을 편성하는데 있어서 재정지출의효율성을 측정하는 주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행정의 투명성과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국민에게 행정기관의 성과목표를 밝히고 그 결과까지 공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예산처는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조기 정착하기 위해 내년부터 조달청과산림청,특허청,국립의료원 등 12개 기관을 성과주의 시범대상기관으로 추가지정할 계획이다. ◆성과주의 예산제도란. 투입(input) 중심의 현행 예산제도와 달리 예산집행의 성과(output)를 평가해 이듬해 예산을 짜는,결과 중심의 예산체계다.거리청소사업을 예로 들면지금은 청소부 인건비,청소차량 유지비 등 예산(투입요소)이 제대로 쓰였는지가 관심이다.그러나 성과주의 예산제도에선 거리가 얼마나 깨끗해 졌느냐(성과)에 따라 이듬해 예산이 달라진다.영국이 만성적 재정적자를 해소하기위해 도입했으며 현재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대다수 국가가 도입했거나 도입하려 하고 있다. 진경호기자
  • [대한광장] 환경미화원 이야기

    동네 앞 큰길을 10년 넘게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있다.어느날 아침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를 함께 들며 평범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많이 힘드시죠?” “견딜만 합니다” “자제분들은요?” “아들 딸 둘입니다” “장성했겠군요” “그럼요.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했구요.딸은 대학 2학년에 재학중입니다” 제조업에 손댔다가 실패한 이후 살길이 막막하던 그가 고향 선배의 소개로 환경미화원이 되었고,박봉이긴 하지만 일터가 있다는 보람으로 지금껏 일해왔다는 것이다. 환경미화원인 아버지를 둔 두 자녀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해해주는 것도대견하지만 남매를 대학에 보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했다.그러면서 그는 요즘 사람들,특히 청소년들의 공중도덕이 한심스럽다며 길바닥에 씹던 껌이며 담배꽁초 버리는 것은 다반사고,가래침 뱉기,달리는 차창 밖으로 휴지 던져버리기,휴지통이 바로 곁에 있는데 땅바닥에 쓰레기 버리는 일 등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엉망이라는 것이었다. 朴 鍾 淳 충신교회 담임목사 니체가 말했던가.“진정한 애국은 내 집 앞을 쓰는 것이라”고.손에 들고있는 쓰레기를 자기 주머니에 슬며서 넣었다가 쓰레기통을 찾아 버릴줄 아는 사람이라야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다.민주주의란 합의된 질서를 전제로 시행되는 정치행태이기 때문에 지극히 작은 질서 하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민주적 지도자도 될수 없고 민주주의를 주창할 수도 없다. 다시 환경미화원 얘기.한번은 초등학교 2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잔뜩 사가지고 나오다가 과자봉지를 뜯어 과자를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태연스럽게 빈 봉지를 길바닥에 버렸다.마침 청소중이던 미화원은 “얘야,쓰레기는 길바닥에 버리지 말고 쓰레기통에 버리렴”하고 말했더니 곁에 섰던 엄마가 화를 벌컥 내며 “아저씨,남의 아이 간섭 말고 아저씨 일이나 잘 하세요.청소는 청소부 소관 아니에요?”라며 턱을 치켜드는데 기가 막혀 말을 못했다는 것이다. 편견이긴 하지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그런 정도의 시민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중산층을 형성하고 있다든지 민주주의 견인세력임을 자처한다면 “아직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황제가 어느 날 잔치를 열고 많은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다.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황제와 황후 사이에 앉게 하고 큰 상을 내리겠노라고했다.사람들은 저마다 황제의 눈에 띄기 위해 온갖 자태를 다 보이며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드디어 황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만지기 시작하더니 가장 손이 거친 환경미화원을 그 자리에 앉히고 큰 상을 베풀었다.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황제와 청소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그날 뽑힌 미화원의 기쁨은 형언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그를 뽑아 상을 내린 황제야말로 현군이 아닐 수 없다. 자기 딸의 잘못을 감싸고 할아버지뻘인 미화원을 몰아세우는 그 엄마의 가정교육 아래서 자라는 그 아이가 장차 뭐가 될지 걱정스럽다.환경미화원의이야기는 계속되었다.“저는 비록 고등학교밖에 못나온 소시민입니다.환경미화원으로 10년 넘게 일해왔습니다.그러나 저는 제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지않았습니다.지금도 제 아들은때로 쓰레기 실은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는가하면 빗자루를 들고 길바닥을 함께 쓸곤 합니다.돈 있으면 뭐합니까? 차 굴리면 뭐합니까? 사람이 바로 돼야지요”라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다. 부모와 어른의 책임은 자녀와 우리네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인생과 올바른가치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가르쳐주는 것이다.배울 것도 없고 보여줄 것도 없는 부모나 기성세대라면 이미 지도력을 상실한 흘러간 세대일 뿐이다.흔히 우리시대는 영웅이 없다고 한다.따르고 존경할 만한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그래서일까. 요즘 젊은이들의 영웅은 고작 HOT라고 한다.공연도중 멤버 하나가 부상했다고 집단졸도를 하는 아이들,그리고 별나게 따라다닌다는 꾸중에 목숨을 끊는 아이들,저네들에게 누가 어떻게 해맑은 비전을 보여주며 묵직한 가치관을심어주어야 할지 생각할수록 머리가 무겁다.그리고 그날 이른 아침 만났던환경미화원의 이야기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박종순 충신교회 담임목사
  • [굄돌] 솔잎혹파리처럼

    솔잎혹파리가 지나가고 나면 숲 전체가 잿빛으로 타들어가 처참하기 이를데 없다.그러나 솔잎혹파리 못지 않게 숲이나 산을 휩쓸어가는 무서운 존재가 있다.바로 인간의 손이다.필요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뽑아가고 꺾어가고 주워가는 데에는 계절이 따로 없다. 봄이나 여름에는 산나물 뜯으러 오는 사람들로 산은 몸살을 앓는다.그 일을 생업으로 삼는 사람까지는 그렇다 해도 요즘은 산채관광이라는 상품까지 생겨 산마다 사람들을 풀어 놓으니,산에서 나물 찾아보기란 도심에서 별보기만큼 어려워져 간다는 말도 그리 과장은 아닐 것이다.가을에는 밤이나 도토리때문에 또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데,그냥 재미삼아 한두 개 줍는 게 아니라나무를 뒤흔들어 덜 여문 것까지 싹쓸이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심지어 인간의 손이란 배고프지 않아도 그 위력을 발휘하곤 한다.검고 예쁜 돌이 많기로 유명한 어떤 해수욕장에서는 피서객들이 돌을 하도 주머니에넣어가는 바람에 종일 사람이 지키고 서 있어야 할 정도라고 한다.머지 않아 그 해변에서 검은 잔돌을 구경할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흔히 개미나곤충을 지구의 청소부라고 부르지만,인간의 싹쓸이 실력이 이쯤되면 개미들도 두 손 들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청소란 싹쓸이가 아니다.있어야 할 것은 제 자리에 남겨두고 없어야 할 것을 깨끗하게 치우는 일,그것이 제대로 된 청소일 것이다.인간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남는가.쓰레기와 폐허뿐이다.있어야 할 것은씨가 마르고 없어야 할 것만 가득한 숲을 보며 나는 솔잎혹파리가 지나간 폐허를 떠올린다.예쁘고 좋은 것은 모두 쓸어다 아랫배와 주머니를 채우기에바쁜 인간의 손,그 부지런함은 결코 미덕이 아니다. 산나물은 산에서 좀더 자라 씨를 퍼뜨려야 하고,도토리의 얼마쯤은 땅 속에 묻혀 다람쥐의 양식이 되어야 한다.저 남쪽 바닷가의 검은 잔돌들은 파도에 쓸려 차르륵 차르륵 소리를 내며 굴러다녀야 한다.거기가 원래 그들의 자리다. 나희덕 시인
  • [기고] 우리역사속의 신지식인/金孝錫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며칠전 방송통신대 졸업식에 金大中대통령이 참석했다.개교 이래 처음이라한다.좋은 여건에서 남으로부터 주어지는 ‘교육’에 의해 졸업장을 받은 게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 희망을 잊지 않고 스스로 ‘학습’에 의해 결실을맺게 된 만큼 졸업생 모두 감회가 남달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일류대학 졸업장이 마치 출세의 보증서처럼 여겨져왔다.이제는 이런 허울을 벗어던져야 한다.빌 게이츠는 대학을 졸업하지않고도 세계 소프트웨어 황제 자리에 오르지 않았는가.다행스런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학력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디어 하나로 창업하는 용기 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학교에 다니지 않는다고 가정,또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굴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아이디어 하나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정부는 제2건국의 정책과제로 ‘창조적 지식기반의 국가건설’을 천명한 바 있다.지식기반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하고 정부와 기업의 경영도 지식화해야 한다.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지식인으로 변모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지식인을 ‘좋은 대학을 나오고 학식이 높은 사람’으로 이해하여지식인이 하나의 신분상의 계급인 것처럼 여겨 왔다.그러나 미국의 저명한경영학자인 톰 피터스는 지식근로자의 예로 청소부 아주머니를 들었다.학력,직업에 관계없이 삶의 현장에서 자기가 하는 일을 끊임없이 개선하여 생산성을 높여가는 사람을 우리는 ‘신지식인’으로 정의해 발굴을 계속하고 있다. 농부,근로자,가정주부,교사 할 것 없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와같은 신지식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앞에서 정의한 신지식인의 행동특성에 유의하면 우리 역사에서도 선구적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우리 역사상 집합적인 수준에서 신지식인의 인간형에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집단을 들자면 조선 후기 실학파 지식인과 중인 기술관 집단을 들 수 있다.실학은 조선 후기 사회적 모순과 그것을 지탱해온 기존의 성리학 사상을 비판하면서 사회체제의 개혁을 지향한 새로운 학풍을 가리킨다.즉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방법으로 실용지학(實用之學)을 연구하여이용후생(利用厚生)의 목적에 도달하려는 학문을 일컫는다.중인 기술관은 조선시대에 행정기술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중앙관청의 특정부처에서일했던 관료를 가리킨다.당시 사회는 창의적인 능력과 활동을 수용하지 못한 사회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당시 사회가 신분사회였으며 지배적 이데올로기인 유교는 실용적 지식보다 추상적 정신문화를 존중했던 사실이 이들의 활동과 성취에 근본적 제약으로 작용했다.바로 이 점이 조선사회가 스스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는 동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요인의 하나가 됐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 교훈을 거울삼아 창조적 신지식인의 출현과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일류대,특정직업,신분상의 위치보다 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중심으로 인정받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채용과 승진에 있어서도 학력과 지연을 중심으로 한 연고주의를 배격하고 능력과 실적에 따른 보상을확산해야 한다. 교육에 있어서도 암기 위주의 교육보다는 창의성 위주의 교육과 자립적 학습능력을 기르는 데 주안을 두어야 할 것이다.국민 개개인이 자기 업무에서지식을 창출하고 혁신하는‘아래로부터의 지식화’가 필요한 시대이며 이런신지식인이야말로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주역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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