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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비천무’ 막바지 촬영 한창

    [중국 절강성 김종면기자] 삿갓을 눌러쓰고 뚜벅뚜벅 저자거리를 걷는 진하(신현준).날카로운 눈매에 비장함이 넘친다. 그 앞으로 늘어선 옷가게의 천들이 바람에 펄럭인다.진하의 얼굴은 순간 회한에 젖는다.설리(김희선)에게 옷이라도 한벌 지어 주었으면….카메라는 멀리서부터 진하의 동선을 집요하게 따라잡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남쪽으로 420㎞ 떨어진 저장성(浙江省)횡디엔(橫店)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세트장.한국영화 ‘비천무(飛天舞)’를 찍고 있는 이곳은온통 “슛”“안찡(安靜·조용)”“액션”소리로 왁자하다. ‘비천무’는 산천을 떠도는 고려 유민의 자식 진하와,몽골 장군과 한족 첩의 딸인 설리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무협멜로. 몽골인과 한족,고려인이 뒤얽혀 숙명적인 갈등을 거듭한 14세기 중엽 중국원나라가 무대다.김혜린의 무협순정만화 ‘비천무’를 원작으로 했다. 한국 영화사상 최대인 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100% 중국 현지에서 쵤영한다.청명상하도를 거점으로 삼은 것은 이곳이 원나라와 건축양식이유사한 송나라 모습을그대로 재현했기 때문.모두 9구역으로 나눈 청명상하도는 저마다 북송의 문화를 대변한다. ‘비천무’팀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준광(정진영)의 거처인 남궁세가,진하의 생가인 호북유가장,호북성 무한의 소흥 저자거리 장면 등을 이곳에서 찍었다. 메가폰을 잡은 김영준감독(32)은 지난 93년 단편영화 ‘섬타임 섬웨어’로금관영화제 촬영상 등을 받으며 일찌감치 충무로의 주목을 받아온 기대주.태권도 3단·합기도 3단의 무술실력을 갖춘 액션영화광이기도 하다. “홍콩영화가 현란하고 아크로바틱한 무술에 치중한다면,일본 사무라이영화는 정적이면서 긴장감이 감도는 단칼승부를 강조합니다,반면 한국검법은 문헌에 잘 나와 있지 않아 고증이 어려워요.역동성과 비장미를 갖춘 한국적 무협의 틀을 만들고 싶습니다.”‘비천무’무술지도는 ‘동방불패’‘천녀유혼’의 정소동 무술팀에서 일한마옥성감독이 맡았다.배우의 몸에 줄을 매달고 고공연기를 펼치는 ‘와이어액션’같은 고난도 장면은 거의 다 찍은 상태다. 광활한 중국 대륙을 무대로 호쾌한 액션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6월 초 개봉할 예정이다. *北宋의 수도 '변경' 고스란히 재현 청명상하도는 원래 북송시대 화가인 장택단이 그린 그림 이름이다.북송의 수도인 변경의 문화와 풍속을 고스란히 담았다. 영화 촬영지 청명상하도는 장택단의 그림을 보고 당시 모습을 재현해 놓은곳으로 한국 경복궁 크기의 3배에 달하는 초대형 오픈 세트장이다. 건물이 120여채에 이르며 6군데 다리와 부두 9곳,각종 석상과 정자가 위용을자랑한다. 청명상하도에서 ‘청명’은 청명절을,‘하’는 변경성을 관통하는 가장 큰강인 변하를,‘상하’는 변하에 올랐음을 뜻한다.요컨대 청명상하도는 변경의 번창함을 나타난 그림이다. 하루 1만명이상 관광객이 찾는 유명 관광지이기도한 이곳에서 촬영한 대표적인 영화는 첸 카이거 감독의 ‘풍월’과 공리·장이모 주연의 ‘진용’.‘진용’의 인상적인 오프닝 장면은 바로 이곳 진(秦)황궁터에서 찍었다.
  • [인터뷰] 이탈리아 활동 테너 이영화씨

    “한국에 돌아와 보니 오페라 여건이 정말 열악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어려운 상황에서 30년 넘게 오페라단을 이끌어 온 고 김자경선생님께더욱 존경심을 갖게 됐습니다”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테너 이영화(37)가 김자경오페라단이 7·9일 서울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주인공 알프레도역으로 초청을 받아 일시 귀국했다. 그는 이번 공연이 한국오페라계의 대모였던 김자경여사를 추모하는 무대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열악한 여건’과 ‘어려움을 극복한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라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단국대 출신으로 지난 94년 이탈리아로 건너간 뒤 산타 체칠리아 국립아카데미에 다니며 로마 국제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각종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지난 97년 로마 국립극장의 ‘라 트라비아타’로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뒤 98년에는 ‘라 트라비아타’와 푸치니의 ‘라보엠’,지난해는 베르디와 로시니,생상,야나첵의 오페라에 출연하는 등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럼에도그는 국내에서의 첫 오페라 무대가 되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무척 긴장된다”고 털어놓았다.국내 팬들은 성량이 풍부한 가수에 높은 점수를주는 데 자신처럼 감정표현과 가사전달, 곡 해석을 강점으로 하는 가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겁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음색에는 “양론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산타 체칠리아 시절의 스승인 세계적인 성악가 레나타 스코토는 “호수처럼 청명한 소리”라고 평한 반면 지난해 ‘멕베스’연주 때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회색빛 목소리”라는 평을 들었다.요컨대 배역의 성격에 맞는 목소리를 낼줄아는 성악가라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그는 서울공연을 마치면 2월에는 모나코 왕립극장,6월에는 베니스 라 페니체극장 등에 출연일정이 잡혀있고,내년에도 볼로냐 극장의 초청을 받아놓고 있다.여기에 노래 못지않게 힘을 기울이고 있는 지휘분야에서도 현재 베니스의한 콘서트홀에서 음악감독직을 제의받는 등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어떤 음악가가 되고자 하느냐’고 물음에 “어느 분야든 순수함과대중적인 것은 공존하게 마련”이라면서 “나는 항상 순수의 정 중앙을 뚫고나갈 것”이라고 거침없이 밝혔다. 서동철기자 dcsuh@
  • [2000년 뉴스캘린더] 절기 단오 칠석 복(伏)

    1월 ◆소한(6일) ▲대한(21일) 2월 ◆입춘(4일) ▲우수(19일) 3월 ◆경칩(5일) ▲춘분(20일) 4월 ◆청명(4일) ▲곡우(20일) 5월 ◆입하(5일) ▲소만(21일) 6월 ◆망종(5일) ▲하지(21일) *단오(6일·음력 5월5일) 7월 ◆소서(7일) ▲대서(22일) *초복(11일) *중복(21일) 8월 ◆입추(7일) ▲처서(23일) *칠석(6일) *말복(10일) 9월 ◆백로(7일) ▲추분(23일) 10월 ◆한로(8일) ▲상강(23일) 11월 ◆입동(7일) ▲소설(22일) 12월 ◆대설(7일) ▲동지(21일)
  • 본사 金相淵기자‘지구 최동단’뉴질랜드 기스본市 현지르포

    [기스본(뉴질랜드) 김상연특파원] “와,드디어 해가 떴다…”. 2000년의 태양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뜨는 뉴질랜드 북섬 동쪽 끝 기스본시 지역에 29일(현지시각)부터 선명한 해가 떠오르면서 시민들이 가벼운 흥분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기스본에는 최근 1주일동안 청명했던 예년과 달리 비바람이 계속되는 궂은날씨가 계속됐다.이 때문에 “2000년 첫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들이 많았다.하지만 최근 다시 날씨가 좋아지면서 ‘밀레니엄 해돋이’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존 클라크 기스본시 시장은 “일출을볼 확률이 현재로서는 78% 이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구상에서 날짜변경선과 가장 가까워(동경 178도) 새 천년 해가 맨 먼저뜨는 지역인 기스본.밀레니엄의 해가 맨 먼저 떠오를 미드웨이 비치에는 수천명의 관광객이 이미 야영에 들어갔다.기스본시 측은 현지 주민(3만명)의 6배를 훨씬 넘는 20만명 가량의 관광객과 취재진이 몰릴 것으로 보고 1년 전부터 치안과 교통,숙박시설 마련에 만전을 기해왔다.숙박업소는 이미 2년 전에 예약이 거의 끝났다.관광객이 몰리면서 방값은 평상시보다 10배 이상 뛰었다.그나마 남은 방들도 부르는 게 값이다. 그러나 밀레니엄 일출에 들떠있는 이곳에서도 축제분위기와는 달리 Y2K에대한 우려가 높다.뉴질랜드는 새해를 가장 먼저 시작하는 만큼 세계에서 Y2K문제가 가장 빨리 일어날 수도 있는 곳이다.따라서 뉴질랜드 정부는 Y2K와관련된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침입할 수 있다고 보고 그동안 만반의 준비를해왔다. 동물원 교도소 등 주요 시설물도 Y2K에 대비해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오클랜드 동물원은 Y2K에 따른 정전사태로 전기담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평소 야외에 방치해놓는 사자 등 맹수들이 뛰쳐나갈 우려가 있다고 보고 31일저녁부터 동물들을 우리 안에 가둬놓는다. 밀레니엄 해돋이 맞이 행사의 흥분이 절정으로 향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 환경운동에 대한 경각심이 고취되고 있는 것이 이색적이다.21세기에는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각국의 환경관련 비정부기구(NGO)관계자들이 모여‘ECO2000’환경운동을 신명나게 펼치고 있다.
  • 일교차 커‘감기 조심’

    태풍으로 얼룩졌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27일부터는 청명한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하지만 당분간 아침과 낮의 기온 차가 섭씨 10∼15도나 될 것으로 보여 일교차에 따른 감기 등 환절기 질환이 우려된다. 기상청은 26일 “제18호 태풍 ‘바트’가 한반도를 비켜간 뒤 비가 그치고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27일부터는 대체로 맑고 일교차가 큰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고 예보했다. 27일은 강원도 철원과 대관령지역 아침기온이 9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아침기온은 9∼18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조현석기자
  • [사설] 추석절 재해대책 철저히

    추석을 앞두고 ‘가을태풍’이 잇따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귀성길 교통대란과 대형사고,수확기(收穫期) 농사피해가 우려된다.태풍 ‘앤’의 영향으로 이미 200㎜이상의 비가 내린 경기·강원도와 남부지방에서 농경지가 침수돼 피해가 늘고 있고 북상중인 18호 태풍 ‘바트’가 22일까지 200㎜ 이상의많은 비를 더 뿌릴 것으로 예상돼 추석연휴를 불안케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걱정되는 것은 귀향길 교통대란과 침수·산사태 등 대형 재난(災難)이다.가뜩이나 추석연휴때는 교통대란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어 왔는데 이번 추석은 폭우까지 예상돼 걱정부터 앞선다.산사태 위험진단이 내린 전국 고속도로변 위험절개지 26곳과 붕괴위험이 있는 전국 461개 아파트에 대한 보수와 예찰(豫察)이 철저히 이뤄져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연휴기간중 긴장감 해이로 인한 대형 안전사고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여객선 운항과 고속도로 소통등 추석교통대책의 보완이 요구되며 귀성객들도 상황변화에 맞춰 가급적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겠다.또차량점검을 철저히 하고 서로 교통질서를 지켜 악천후로 인한 사고예방과 함께 교통체증최소화에 적극 협조해야 할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수확기 농작물 피해이다.20일까지 폭풍우로 인해이미 논 2,586㏊의 벼가 쓰러져 10%안팎의 감수가 예상된다.특히 지난달초집중호우로 30만섬 가량의 감수 피해를 보았던 경기북부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손실규모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는 벼이삭이 여무는 등숙기(登熟期·8월20일∼9월중순)의 고온청명한날씨 덕분에 일조량이 많아 3,500만섬을 크게 웃도는 대풍작이 예상되었으나 태풍으로 인한 감수가 불가피해졌다. 요즘과 같이 이삭이 익어가는 황숙기(黃熟期)에 접어든 벼가 쓰러지면 10% 정도의 수확량 감소가 발생한다.그나마 쓰러진 벼를 빨리 일으켜 세워주지 않으면 낟알이 썩거나 싹이 터 생산량은더욱 감소하게 된다. 우선 더이상 농경지가 침수되지 않도록 하천의 물길과 논두렁·둑을 보강하는 일이 시급하다.행정기관은 공무원과 공공근로자·군인들의 협조를 받아침수 취약지역 보강공사를 서두르고 가능하면 농민들로 하여금 추석전 조기수확하도록 서둘러야 할것이다.또 일단 벼가 쓰러진 논은 배수로를 정비한다음 쓰러진 벼를 4∼6포기씩 묶어 세워주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힘써주기를 당부한다. 어렵사리 고향을 찾은 귀성객들은 가급적 가족과 함께 수확기 논밭을 돌보는 데 동참해 추석의 참뜻을 살리고 보람스런 연휴를 보내는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 청명한 9월…한차례 태풍

    9월에는 대부분 맑은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일전망이다. 기상청은 31일 ‘9월 기상전망’에서 “9월은 대체로 맑고 일교차가 큰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보이겠지만 중순에 기압골의 영향으로 1∼2차례 많은 비가 내리겠다”고 내다봤다. 기온은 평년보다 조금 높아 19∼22도 분포를 보이겠고 태풍은 한차례 정도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현석기자 hyun68@
  • [대한광장] 찐고구마·열무김치의 향수

    뜰의 나무들이 죽은 듯 서 있다.하얗게 이글거리는 태양 속에 몸통을 내맡긴 채 차라리 죽여줍시사,열사 직전의 순간처럼 보인다.스쳐가는 헛바람조차한가닥 없고 끝 없는 적막만이 뜰 안 가득 드리워져 있다. 실제 독오른 매미소리가 진작부터 귀청을 뚫고 있는데도 미동이 없는 나뭇잎들 때문인지 사위가 숨을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손가락 하나 꼼짝 않고 마루의 대자리에 등을 누인 채 살인적인 한낮의 폭염을 마당의 나무들과 함께 맞고 있다.눈을 감는다.잦아드는 나른한 의식을곧추세우고 찬 샘물의 물을 퍼올리듯 소년적 고향으로 내닫는다. 벼가 알을 맺는 중복 전후의 한여름이다.수초가 일렁이는 도랑물에서 텀벙텀벙 멱을 감는다.새까맣게 그을은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깔깔거리며개헤엄·개구리헤엄을 닥치는 대로 휘젓는다.그러다 문득문득 수초 사이로물뱀이라도 미끄러져 나올까 겁먹은 큰 눈을 휘번득이며 샅을 오므리기도 한다.발 밑의 새까만 물고동도 잡고 물방개도 잡고 물 위에 띄워놓은 개똥참외를 한입 가득 우적우적 깨물어허기를 채우기도 한다.햇살이 뜨거운지도,한낮이 기우는지도 모르고 도랑가·천변가·강가에서만 온 낮을 보내고 으스름녘에사 배가 고파 집으로 돌아간다.감자·고구마 으깬 보리밥 한 그릇에 멸치물 우려낸 된장 한 뚝배기,콩밭 열무김치 한 사발,생된장에 풋고추가 전부인 밥상이 순식간에 바닥이 난다. 어쩌다 장날 저녁 밥상에 댕기머리 같은 새끼갈치 토막이라도 밥상에 오르면 남는 뼈가 없다.삽짝의 검둥이가 뼈까지 부숴 먹는 비린내에 걸신들린 주인가솔들을 조소하며 눈을 흘긴다. 으스름이 스러지고 별이 하나둘 반짝이기 시작하면 흙마당에 모깃불이 지펴지고 집안은 매캐한 쑥향·잡풀향으로 넘친다.어른들이 하나 둘 담뱃대를 물고 혹은 창호지 부채를 흔들며 마당으로 내려선다.마당에는 대여섯명의 가족들이 쉴 수 있는 시원한 대(竹)평상이 있고 도시에서 친척들이라도 내려오면커다란 멍석이 펼쳐진다. 이웃집 아재 아지매들도 마실을 나온다. 그때부터소박한 화제의 꽃이 핀다.동네소식이며 가족들의 하루 일과 개인신상 이야기가 풀어지면서 좁게는 가족회의,넓게는 동네 사랑방의 정보센터가 된다. 별빛이 좀더 청명해지고 달이 하늘 가운데로 다가들면 어머니와 누나는 김이 무럭무럭 솟는 찐 옥수수와 고구마를 열무김치 한 뚝배기와 내오고,사람들은 담소하면서 그것들을 서둘러 집어든다.꾹꾹 눌러담은 보리밥 한 그릇을언제 먹었느냐는 듯 찐고구마에 열무김치 곁들여,아니면 구수한 옥수수를 입귀가 아프도록 먹어댄다. 그때사 어머니와 누나는 수건 챙겨들고 뒷개울로 멱감으러 나가고 할머니의무릎을 베고 부채바람을 받던 막내는 새근새근 잠이 든다. 이렇게 고향집 하루는 저물고 정이 많은 소박한 사람들은 깊은 잠 속으로 하루의 휴식을 취한다. 눈을 떠본다.여전히 뜰의 나뭇잎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작렬하는 태양 외에사위는 괴괴로울 만큼 적막하다.감나무에 붙은 도시의 매미는 어구차게 울어대도 생명 있는 것의 소리로 가슴에 닿지 않는다.기계의 소음으로만 한결같을 뿐 사방이 시종 막막한 느낌이다. TV를 켜본다.피서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굴러 30여명의 사상자가 나고,승용차와 트럭이 충돌하여 승용차 속의 다섯명이 즉사했다는 보도가 화면 가득펼쳐지고 있다. 물난리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어느 단체회장의 할복(割腹)광경이 화면에비쳐지더니 벌써 옛일이듯 흘러가고 새로운 사고가 줄을 잇는 것이다. 전율스런 사실은,그런 엄청난 사건들에 별다른 잡음이 일어나지 않는 점이다.중추신경 마비나 정신쪽의 별다른 장애도 갖고 있지 아니한데 무감각의증상이 시종되는 것이다. 독오른 매미가 피맺히게 울어대도 사방이 적막할 만큼 고요하게 느껴지던반응과 유사한 것일까.짬만 나면 소년적의 향수를 철따라 떠올린다.그런 향수를 가진 세대인 것을 진실로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납덩이처럼 무디어지는심성을 건져올리려 애를 쓰고 있다.바람 한 점 없는 폭염 속의 이날 한낮처럼.[김지연 작가]
  • [외언내언] 土地문화관

    원로작가 박경리(朴景利)씨가,새로 장만한 설빔을 입고 자랑하기 위해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면 외람된 말이 될 것이다.그러나그렇게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들떠 있었다.‘토지문화관’이 완공된 후 그곳을 찾은 문단 후배와 친지·독자들 앞에서 우리 시대의 대표적작가로 꼽히는 그는 소녀처럼 행복해하며 빨리 건물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그래서 일행은 토지문화관 옆에 아담하게 지어진 작가의 처소에 들어서자마자다시 일어서야 했다. 토지문화관을 둘러보며 우리도 작가의 행복에 전염되고 말았다.대지 3000여평,연건평 800평 규모의 4층 건물인 토지문화관은 첨단 영상·음향시스템과관람석 및 국제회의를 위한 3개의 동시통역실 등을 완비한 대회의장(70명 수용)을 비롯,작은 학술 모임을 위한 3개의 세미나실,도서실,자료실등을 갖추고 있는데다 세미나 참석자와 학자의 연구 및 작가의 창작·저술 집필을 위해 장기 투숙이 가능한 숙소(26개 방)까지 별채에 꾸며놓아 감탄을 자아냈다.야외무대와 식당,체육시설과 휴게실등 부대시설도 훌륭했다.정겨운 시골풍경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 오봉산 자락에 터를 잡아 방마다 시원하게 열린 창을 통해 들어오는 풍경은 그대로 한폭의 그림이었다.토지문화재단 안내 팸플릿이 쓰고 있듯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오봉산 다섯봉우리의 수려한 경관,숲의 청명함과 상쾌한 산바람은 사색과 만남을 더욱 깊게 할것”이 분명해서 일행은 이곳에서 모임을 열 궁리에 바빴다. 토지문화관은 朴씨가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하며 17년간 살아왔던 원주시 단구동 자택이 택지지구로 수용되면서 토지공사에서 받은 보상금(7억5,000만원)을 종자돈으로 해서 세워졌다.토지공사가 40억원의 건축비를 또 내놓아 토지재단이 설립되고 97년 광복절에 기공식을 가졌다.작가는 토지문화재단과 토지문화관의 설립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사고(思考)하는 것은 능동성의 근원이며 창조의 원천입니다.그리고 능동성이야말로 생명의 본질인 것입니다.하여 능동적인 생명을 생명으로 있게 하기 위하여 작은 불씨,작은 씨앗 하나가 되고자 하는것이 토지문화재단 설립의 뜻입니다.이 뜻을 위하여마련된 토지문화관에서는 숲속의 맑은 공간에서 일과성이 아닌 지속되는 토론으로 문제를 다루려 합니다….” 작가는 토지문화관이 소설 ‘토지’를 기념하는 건축물이 아니라 말기 자본주의 파괴상을 보이는 우리 사회가 21세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새로운이념을 잉태하는 집으로 마련됐다는 점을 강조한다.이 문화관이 오늘(9일)개관한다.우리 사회가 아무리 비틀거려도 문화라는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이 곳에서 깊은 사색과 토론과 창작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임영숙논설위원
  • 한나라 李총재 예산 先塋 방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휴일인 11일 충남 예산군 상구마을에 있는선영을 찾았다.지난 1월 10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이총재는 먼저 조부모 산소에서 간단하게 차례를 지낸 뒤 선영을 둘러보았다.이총재는 최근 쇠말뚝이 발견된 5,7대조 할아버지 산소에 각별한 관심을보였다.이총재는 쇠말뚝을 파낸 흔적이 흉물스럽게 남아있자 친지들에게 “여기를 팠느냐” “얼마나 팠느냐”고 꼬치꼬치 물었다. 친지 한명이 지난 7일 뽑아낸 쇠말뚝을 보여주자 “주술을 믿는 건 아니지만 후손 때문에 선조께 폐를 끼쳐 죄송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이총재는또 “선영 앞으로 길이 난다고 하던데 언제 결정된 것이냐”며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이총재는 한참동안 쇠말뚝을 뽑아낸 자리를 손으로 어루만지며 다독거렸다. 성묘를 마친 이총재는 인근 한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겨 친지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이총재는 이 자리에서 “청명에 성묘를 못해 한 주 늦춰 오늘왔다”고 설명했다.쇠말뚝과 관련해서는 “후손이 부덕(不德)해 생긴 일이라 알려지지 않기를 바랐는데 어쨌든 친지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 송구한 생각이 든다”고 머리를 숙였다. 선영 입구에는 ‘이회창총재님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100여명의 친지들이 이총재를 맞았다.이번 방문에는 양정규(梁正圭)부총재,이부영(李富榮)총무,하순봉(河舜鳳)비서실장,맹형규(孟亨奎) 조진형(趙鎭衡)의원 등이 동행했다. 앞서 이총재는 10일 오후 서울 근교 I골프장에서 미국 보스워스대사,유흥수(柳興洙) 조웅규(曺雄奎)의원과 골프를 치며 대북정책 등 정국현안을 논의했다. 예산 박준석기자 pjs@
  • 4대강 수질오염 351개업소 적발

    한강 등 4대 강의 수질을 오염시킨 351개 업소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환경부는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검찰 등 28개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4대 강 상수원 유역 수질오염 행위를 단속,적발된 351개 업소 가운데 141개 업소를 당국에 고발했다고 11일 밝혔다.나머지 위반업소는 배출부과금 또는 과태료 부과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유형별로는 오·폐수처리시설 부실 운영 등 환경관련 법규위반 222개 업소,건축법 위반 56개 업소,식품위생법 위반 38개 업소,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관한 법률 위반 35개 업소 등이다. 경북 성주군 선남면 소학리 경원종합식품은 배출시설을 가동하지 않은 채오염물질을 가지배출관으로 내보내다 조업정지와 함께 고발됐다.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한 경북 구미시 동양전지화학 등 162개 업소는 개선명령,배출부과금 부과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불법건축물을 축조한 경남 양산시 청명화학 등 56개 업소는 고발됐으며 각종 관계법령을 위반한 경남 밀양시 ㈜태금 등 48개 업소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 4차례 걸쳐 一家탈북 朴相雲씨, 사촌들 상봉

    “사촌형제들까지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3일 인천시 남동구 간석1동 朴相喆씨 집에서는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들이모여 단절된 50년을 잇기 위해 기억을 되살렸다. 일가족이 네차례에 걸쳐 모두 북한을 탈출,화제를 모았던 朴相雲씨(61) 일가가 사촌들을 찾아 상봉하는 자리.相雲씨의 사촌인 相基(74) 相喆(66) 相實(62) 相福(60) 相勳(58) 金女씨(55·여)는 연신 相雲씨의 손을 잡으며 안쓰러워했다. 맏형인 相基씨는 “작은아버지의 외아들인 相雲이를 이렇게 만나보니 죽어도 한이 없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相雲씨는 “어릴적에 객주업을 하던 큰집 사랑채에서 살았기 때문에 형님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형님들을 따라 냇가에서 고기잡이를 하고산에서 밤을 따던 때가 엊그제같다”고 회상했다. 相基씨가 “우리는 죽산朴씨 문헌공파 32대손”이라고 하자 相雲씨의 아들秀現씨(33)는 “지금까지 밀양朴씨인 줄만 알았다”고 해 웃음이 터져나왔다. 相雲씨는 자신의 아들들과 相勳씨 아들인 聖吉씨(31)를 가리키며 “한집안마당에서 팔촌까지 난다더니 저 애들이 벌써 육촌간이 되는군요”라며 세월의 무상함을 아쉬워했다. 이들은 38선 이북인 강원도 인제군 인제면 관대리에 함께 살았으며 해방 후 相基씨 형제들은 모두 월남했으나 相雲씨만 북한에 남았었다. 相雲씨는 지난 49년 함북으로 이주,경성·길주군에서 광산노동자로 일하다지난 93년 처음으로 북한을 탈출한 차남 秀現씨의 도움으로 지난해 11월 부인 韓貞玉씨(59),막내아들 世現씨(24)와 함께 귀순했다. 장남 起現씨(35)와 셋째 泰現씨(29)도 秀現씨와 정부의 노력으로 지난해 9월과 올해 1월 각각 탈북에 성공했다. “마침 5일이 청명이니 사촌형들과 함께 할머니·할아버지 산소를 찾아뵐까한다”며 활짝 웃는 相雲씨의 얼굴에는 50년만의 여유가 듬뿍 배어 있었다.
  • [대한광장]화사한 웃음이 그립다

    4월이 온다.정말로 봄이다.춘분이 지났으니 청명에 한식이 아닌가.봄비가축축이 내리더니 화창한 봄볕이 가슴을 설레게 내리쬔다.모진 추위와 설한풍을 이겨낸 인내와 끈기의 힘으로 땅 밑에서 버텨온 초목의 뿌리,그 뿌리의생명력으로 푸른 잎과 붉은 꽃들이 준비되고 있다.그래서 ‘참고 견디는 자에게는 복이 있느니’라고 했으리라. ‘겹겹이 싸인 산(山)이라도 봄바람 오는 길 막지 못한다’(峯未碍春風路,茶山詩)라는 시가 있다.그렇다.아무리 깊은 산속,은자가 숨어사는 산골짜기에도 봄은 오고 마는 것이다. 직장을 잃은 실업자의 아우성이 요란하고 파산한 기업가들의 서러움이 복받쳐 오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자연은 말 없이 제 기능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다.나무 끝이 푸르러지고 화사한 꽃은 피어나고,벌과 나비들은 찾아오고 새가 울고 개울물이 철철대는 봄은 와버렸다. 이런 섭리를 누가 막으랴.이렇게 자연은 헌사롭고 찬란하건만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은 너무도 소란하다.너무도 각박하고 매몰차다.웃음과 여유의틈새도 안 보인다.IMF의 어려움을 누가 느끼지 않으리오마는,돈 때문에 제몸뚱이의 일부를 싹둑 잘라내는가 하면 귀염둥이 남의집 자식을 유괴하여 죽이고,자신의 혈육이나 배우자까지도 서슴없이 죽이며,심지어는 남의 조상 묘소까지 파헤쳐 시체까지 유괴하는 그런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너무도 살벌하다.어려운 형편에 동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죽했으면 그런 짓을 했겠느냐고 생각은 하면서도 거기까지 가서야 인간이 할 일인가라는 한숨을 짓지 않을 수 없다.너무 무섭다. 봄이 오는 뜨락에 서서 인내와 마음의 여유를 회복해보자.‘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녀보라.그러면 단번에 너의 얼굴은 미인이 될 것이다’라는 어떤 시인의 글이 생각난다.백목련·자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진달래와 철쭉개나리까지 꽃사태를 이룰 이 봄만이라도 화사한 웃음을 웃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떠리.아름다운 자연의 조화에 감화라도 받듯이,아름다운 새들의 노랫소리에 흥을 타서라도 얼굴에 웃음을 띠고 여유로워질 수 없을까. 추운 겨울을 견디고 새 생명을 잉태하는 초봄처럼 우리도 참고 견디면서 IMF의 어려운 터널을 뚫고 나갈 수는 없을까.괴롭고 불편하고 짜증나고 서러워도 억지로라도 이웃에게 화사한 웃음을 보내고 따뜻한 인사말을 전할 수는없을까.그래서 이 아름다운 봄에 훈훈한 인간사회가 봄동 자라듯이 복원되기를 기원해본다. 공자께서 정말로 어려움에 처한 때가 있었다.제자가“훌륭한 위인에게도 그렇게 곤란한 경우가 있는 겁니까”라고 물었다.그러자 공자께서“그렇다.그러나 훌륭한 사람은 그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끝까지 지키며 극복해 가지만어리석은 사람은 어려움에 직면하면 못 견디고 도(道)에 지나친 길로 일탈해 버리는 것이다”고 답변하였다.원문으로 말하면 ‘군자(君子)는 고수기궁(固守其窮)이요 소인(小人)은 궁사람(窮斯濫)’이다.군자는 진실로 그 궁함을 지키고 소인은 궁하면 거기에서 넘쳐 버린다는 내용이다. 천금 같은 말이다.보험금을 타려고 제몸을 자르고 혈육을 죽이는 것이야 지키지 못하고 넘쳐버림이다.남의 조상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유괴함도 넘쳐버린 일이다.이 어려운 시대에 넘치지 않는것이 쉽지야 않겠지만 인간의 도리로서 참고 견디어야지 어쩔 것인가.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려운 것이다.서로 돕고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궁함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그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실직자 노숙자 걸식자 궐식자,모두가 우리의 동포요 이웃들이다.함께 하는어려움은 극복하지만 혼자 하는 어려움은 더욱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다.이봄,이 화사한 꽃의 계절에 이웃과 손을 잡고 함께 가고 밝은 미소를 서로 간에 나누면서 이 어려운 세상을 이겨내야 한다.살벌함·각박함·넘침 같은 일을 모두 줄이고 새롭게 기지개를 켜면서 함께 가보자. 박석무 한국학술진흥재
  • 인터뷰/계간 ‘통일시론’ 창간 한학자 임창순옹

    “통일운동에 디딤돌 놓는 마음으로 발간” 계간 학술지 ‘통일시론’이 98년 겨울호로 창간됐다.발행처는 청명문화재단 .이 재단은 원로 한학자이자 금석학의 대가인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86 )옹이 지난해 6월 설립한 것이다.90을 바라보는 한학자가 통일관련 잡지를 창간한 것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지만 임옹은 일찌기 60년대에 통일운동과 인 연을 맺은 적이 있다.임옹이 도시의 속진(俗塵)을 털고 25년째 둥지를 튼 채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태동고전연구소(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리 11의 1)를 찾아 그 인연과 근황을 들었다. ?같疵?이신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재작년부터 기관지가 좋지않아 외출을 삼가고 있습니다.주 1∼2회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도 중단했습니다.건강이 좋아지면 다시 시작할까 합니다만 어떨 지 모르겠습니다. ?걋枋藪? 선생님의 아호를 딴 ‘청명문화재단’을 설립한 것으로 알고있습니 다.재단설립 목적이 궁금합니다. 우선 제가 해온 한문학 연구를 계승하고 아직 손길이 닿지 않은 고전(古典) 국역을 통한 민족문화 창달이 주목적입니다.하나 더 욕심이 있다면 통일운동 에 디딤돌 하나를 놓고 싶습니다.이번에 ‘통일시론’을 창간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한 겁니다. ?걋?으실 때 통일운동에 관여했다가 고생을 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4·19 직후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면서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열기가 뜨거웠 습니다.젊은 학생들이 피를 흘리며 독재타도와 조국통일을 외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가 없더군요.그래서 당시 각계각층의 진보적 인사들로 구성된 민족자주통일중앙협의회 산하 통일방안 심사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했지요. 그런데 그것이 화근이 돼 5·16후 혁신교수로 몰려 강단에서 쫓겨났습니다. 반년 가량 교도소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걋譴貶? 창간하신 ‘통일시론’은 기존 통일관련 잡지와는 어떤 차별성이 있습니까? 정부나 관변단체의 통일관련 간행물 가운데는 보수적인 것들이 많습니다.대 부분 반공이데올로기에 기초한 것으로 오히려 현실을 왜곡하고 남북간에 긴 장과 적대감만 심어준 감이 없지 않습니다.‘통일시론’은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민간주도의 ‘통일토론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거育臼諍오? 첫걸음을 뭘로 보십니까? 우선 남북한이 한 민족임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미국이나 일본· 중국이 북한을 보는 것과 우리가 북한을 보는 것은 달라야 합니다.우리는 북 한의 통치체제 문제를 너무 강조한 나머지 북한동포들이 마치 우리 핏줄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남북이 한 뿌리임을 절실히 인식 할 때 통일은 가깝게 다가온다고 봅니다. ?걀윷㏊옛? 한학을 공부해오셨는데 이 시대에도 되새길 만한 교훈을 한가지 소개해 주십시오. 사서(四書)의 하나인 ‘맹자(孟子)’에서는 ‘의(義)’를 강조하고 있는데 ‘의’의 반대는 ‘이(利)’라고 할 수 있습니다.요즘 사람들은 지나치게 이 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이어서 이(利) 때문에 의(義)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 다.그러나 크게보면 이(利)는 작은 것이고 의(義)가 사람사는 기본입니다. ?갚流옛? 배출하신 한학 제자들 자랑을 좀 해주십시오. 3년과정을 마친 제자가 140여명 정도 됩니다.그들중 박사가 60여명,대학의 전임 이상이 40명 가량 됩니다.초창기에는 인문분야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다 가 요즘은 정치학·건축학·유전공학·미학 등 입소생들의 전공분야가 다양 해지고 있습니다.반가운 일이지요.앞으로 국악·한의학·서지학 분야에서도 입소자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태동고전연구소는 한림대 부설로 돼 있으며 입소생 전원에게 3년간 장학금( 월25만원)과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1914년 충북 옥천출생.독학으로 한학 공부.해방후 대구사범·동양의약대학 (경희대 한의대 전신)에서 한문 강의.??55년 성균관대 국사학과 교수.61년 해직.??63년 태동고전연구소 설립.85년 소장 한적(漢籍) 1만여권 한림대에 기증, 연구소 한림대 이관.??89년 문화재위원장.?가?당시정해(唐詩精解)’‘ 한국의 서예’‘한국금석집성’ 등 저서 다수. 鄭雲鉉 jwh@ [李昌淳 jwh@]
  • 금강·봉래호 승객 함께 관광/금강산관광 이모저모

    ◎북측 따뜻한 국·물 제공 호의/천선대·상팔담 인기코스로 ●4박5일간의 일정을 끝내고 21일 오후 7시 장전항을 출발하려던 금강호가 예정보다 2시간10분 늦은 오후 9시10분쯤에야 떠나는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이는 관광증을 반납하지 않은 일부 관광객의 출국수속이 늦어지면서 시간이 걸린 때문이라고 현대측은 설명. 현대는 오후 9시까지도 금강호가 예정대로 출발했다고 발표한 뒤 지연경위에 대해서는 “금강호가 외항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출발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궁색하게 답변하는 등 횡설수설. 현대는 그러나 군사분계선을 넘는 자정 이후 배의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동해항 도착시간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강호의 마지막 날 관광일정과 봉래호의 첫 관광일정이 겹치는 21일 장전항과 금강산에서 두 유람선 관광객들이 서로 만났다. 오전 7시30분쯤 봉래호가 입항을 위해 장전항에 들어오자 금강호에 타고 있던 鄭夢九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관광객들은 일제히 손을 흔들며 봉래호를 맞았다.이들은 큰소리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으며 북한땅에서 만났다는 ‘역사성’ 때문인지 상기된 모습으로 뱃전을 떠날 줄 몰랐다. ●금강산 일대의 아침기온은 영상 3도를 웃도는 포근한 기온에 청명해 관광하기에 적합한 날씨를 보였다고 현대측은 설명. 한편 鄭周永 명예회장은 이날 관광에 나서지 않고 배에 머물면서 실무진들과 함께 미비점 등에 관한 선상회의를 주재. ●북한측은 이날 금강산 관광객들을 위해 식사시간에 종전과는 다른 호의를 보여 눈길. 북한측은 구룡폭포 코스의 봉란각,만물상 코스의 금강원,해금강 코스의 단풍관에서 각각 이뤄진 점심식사 시간에 따뜻한 국과 물을 제공하는 등 예상치 못한 호의를 보였다는 것. ●봉래호의 최종 탑승자 숫자를 놓고 현대측은 여전히 오락가락. 운항에 관련된 실무사업을 총괄하는 현대상선측은 승무원 293명,순수관광객 641명,관광조장 32명,연예인 15명 등 모두 981명이라고 밝혔으나 언론 창구인 PR사업본부는 990명이라고 고집. 승무원 숫자는 물론 관광객의 숫자도 차이가 나 관광도중 불의의 실종 등의사고가 날 경우에 대비한 공식적인 숫자 파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 ●금강호 관광객중 최고령인 沈재린옹(97)은 삼일포의 봉래대와 충성각을 오른 데 이어 만물상코스의 절부암까지 오르는 등 노익장을 과시. 금강산 일정 중 만물상코스의 천선대와 구룡폭포 코스의 상팔담이 최고의 인기.
  • 建軍 50돌과 DJ의 軍 신뢰(청와대 취재수첩)

    제9호 태풍 ‘얘니’가 물러가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드러낸 1일은 건군(建軍) 50주년을 맞는 날이다. 이날 아침 金大中 대통령은 우울함과 기쁨이 교차했다. 남부지방의 태풍피해 소식으로 착잡해하면서도 건군 50주년 행사를 번듯이 치를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 무척 기분이 좋아보였다고 朴智元 대변인은 설명했다. 金대통령의 마음 속에는 건군 기념행사를 보기좋게 끝냈으면 하는 바람이 깔려있다. 태풍우(颱風雨)때문에 군부대의 오랜 준비가 무위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우려를 했었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50주년 행사를 준비한 장병들의 허탈감을 어떻게 할 것인가’­아마 지난 사나흘동안 金대통령의 뇌리를 떠나지 않은 고민이었으리라. 작은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서 군에 대한 金대통령의 신뢰의 싹을 찾을 수 있다. 군은 오래전부터 金대통령과 ‘미묘한 관계’로 인식되어 왔다. 지난 87년 대선 당시 YS(金泳三 전 대통령)와 야권후보단일화 협상 때도 金대통령을 짓누른 것은 군의 향방이었다. 金壽煥 추기경도 군의 반발을 고려,이번에는YS가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낸 적이 있다. 선거 때면 기다렸다는 듯이 기승을 부리던 ‘북풍(北風)’도 그와 무관치 않은 공작이었다. 심지어 몇해 전 계룡대에서 거행된 3군본부 이전 기념행사 때는 ‘그렇게 부탁을 했는데도 단상에 앉지 못한 수모’를 참아야 했던 金대통령이다. 金대통령은 이날 국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사열과 분열식에서 89차례나 거수경례로 답례했다. 군에 대한 金대통령의 인식 변화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다만 “이제 더이상 서울을 쳐다보지 말라”는 언급에서 보듯이 공정한 인사와 정치적 인사 배제 의지만은 분명하다. 지난 28일 육군 모부대 화력시범을 참관하고 난뒤 “정말 든든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육군 중령과 대령 인사 때도 “千容宅 국방장관과 군 수뇌부에게 모든 것을 맡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외교안보수석실의 관계자는 “심지어 林東源 외교안보수석에게도 일체의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 “하루 땡볕에 쌀 10만섬 는다”/고맙다 더위야

    ◎올 3,400만섬 수확 전망 초가을 땡볕이 열흘 이상 지속되면서 황금빛 들판에 풍년의 꿈이 영글고 있다.올해 쌀 작황은 지난 여름내내 계속된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등으로 큰 피해가 예상됐으나 이 달 들어 유례없이 덥고 맑은 날씨가 이어져 평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14일 “지난 달 집중 호우와 일조량 부족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벼 생육상태는 양호하다”면서 “최근의 덥고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면 올해 쌀 작황은 평년작인 3,400만석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농림부는 하루 땡볕이 쪼이면 쌀 10만석 가량이 증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적인 게릴라성 호우가 끝난 지난 달 1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2일동안 전국의 평균 일조시간은 158시간으로 3,784만석의 유례없는 대풍을 낸 지난 해보다 21시간 적지만 예년보다는 35시간이 많았다.이달 상순의 평균기온도 섭씨 24도로,평년보다 1.3도 높았다. 벼 이삭이 여물어 가는 등숙기(登熟期:8월20일∼9월 말)의 이같은 고온청명한 날씨는 벼 작황에 더없이 좋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농업과학기술원 尹성호 박사는 “우리나라 쌀 품종은 등숙기의 일교차가 섭씨 8도,평균기온이 섭씨 22도 수준을 유지할 때 잘 자라고,일조량이 많을수록 수확량이 많다”며 “최근 날씨가 이런 기후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올 쌀 작황은 그러나 병해충 발생면적이 평년보다 78% 증가한 49만㏊에 이르고 있어 추수기까지 남은 기간 병해충 방제가 시급한 실정이다.농림부 관계자는 “본격 추수가 시작되는 다음달 초까지의 병해충 피해정도가 올 작황을 좌우할 것”이라며 “남은 기간 인력과 장비,예산을 집중 투입해 병해충억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달 집중호우에 따른 전국 농경지 피해면적은 8만3,620㏊로 이 가운데 8,225㏊가 유실·매몰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의 맑은 날씨는 과일 농사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농림부 朴炳元 과수원예과장은 “최근의 일조량 증가로 이번 추석에는 어느 때보다 달고 빛깔이 좋은 햇과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朴과장은 “사과와 감귤은 생산량이다소 줄겠지만 배 단감 포도의 생산량은 예년 수준을 웃돌 전망이어서 전체적으로 올 가을 과일가격은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재충전 위한 건전휴가를(사설)

    청명한 하늘에 가을같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8월부터는 찌는 듯한 불볕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그러나 경제불황으로 움츠러든 마음은 휴가계획을 세우기엔 왠지 답답하고 여유가 없다. 휴가기간동안 정리해고 대상에나 오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샐러리맨들을 보면 우리가 처한 현실이 얼마나 가파른지 짐작되고도 남는다. 이럴때 한가하게 휴가 운운하는 것은 남의 아픔을 외면하는 야박하고 이기적인 처사같아 스스로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근심 걱정만으로 이 여름을 보내기엔 일상사가 자칫 짜증스러움의 연속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피서휴가로 머리를 식히면서 숨가쁘게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깊은 사색과 지혜를 모아보는 것도 건전한 휴가의 한 의미일 수가 있겠다. 한국도로공사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집에서 가까운 산이나 강을 찾아 1박2일 정도로 다녀오는 ‘알뜰 휴가’가 특징이라고 한다. 호텔이나 콘도보다는 민박이나 캠프로 자녀들에게 피서겸 자연학습의 기회를 주는 것이 그 방법이다. 또 가족끼리 집에서 나누지 못한 대화를 자주 갖고 가족의 화목과 결속을 다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피서지에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일과 낭비버릇을 고치는 일이다. 나라가 빚투성이인데 고급호텔 투숙 등으로 돈을 물쓰듯 한다든가 무신경하게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얼마나 부끄러운가. 남이야 불편하든 말든 나만 즐기면 된다는 식은 해이하고 방만한 전근대적인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일이다.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각오로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없도록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켜야 한다. 자녀들이 보고 배울 수 있게 어른들이 먼저 쓰레기 치우는 일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해마다 피서와 관련하여 질서의식·쓰레기투기 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지만 변함없이 달라지지 않은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휴가란 먹고 마시고 흥청망청 노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정신의 휴식이라는 차원에서 휴가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많이 달라진 감이다. 각박한 시대상황에 맞물려 쓸데없는 거품이제거되는 것같아 여간 다행스럽지가 않다. 휴가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철저히 쉬는 것을 원칙으로 삼되 앞으로의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신무장과 재충전의 기회다. IMF한파 속의 휴가는 한가하고 사치스러웠던 지난 날과는 달리 내일을 위한 힘의 비축이라는 점에서 건전하고 생산적인 휴가문화로 정착시킬수 있는 좋은 계기다. 비록 1박2일의 짧은 휴식이라도 ‘다시 뛰기’위한 긴 충전이 될수 있도록 새로운 시민의식과 각오를 보여야 할 때다.
  • 원자재난 中企 조달청 노크를

    ◎값싸게 저리로 공동구매·현물대여 지원 IMF시대를 맞아 중소기업의 원자재난이 극심하다.값이 비싼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물건 자체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조달청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실효성있는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마련,운영중이다.지원책은 △원자재 직접 방출 △공동 구매 △수입신용장 대리 개설△현물상환 대여 등 4개 방안으로 나뉜다. 특히 금융기관 등에서 담보로 받지 않는 어음도 신용보증기금의 보험에 가입해 있을 경우 담보로 인정해준다. 다음은 구체적인 지원 내용. ■직접 방출=알루미늄 아연 니켈 등 원자재 8종을 시중보다 5∼20% 싼 값에 공급한다.수시로 무제한 물량을 방출하며 요청하는 즉시 인도한다. 최장 5개월까지 외상이 가능하며 이자는 연 7.5%이다.공급요청서에 품목과 수량을 적어 해당 물자를 확보하고 있는 지방조달청 업무과에 제출해야 한다.현금이면 즉시 물건을 내준다.외상이면 보증보험,기술신용 보증보험,신용보증기금등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한다.국·공채나 보증 사채를 담보로 하면 액면가액의 70%를 인정해준다. ■공동구매=기업의 요청에 따라 물건을 대신 구입해주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업체 몇 군데에서 공동으로 구매코자 하는 품목과 수량을 정해 조달청에 구매해 줄 것을 요청하면 조달청이 직접 공급업체와 계약을 맺어 물건을 사주는 것이다.기업들은 나중에 조달청에 물건 값을 내면 된다.물론 외상도 가능하다.물건 구입시 공급 가격의 1%(폐지 고철 등 재활용 자재는 0.3%)를 수수료로 뗀다.다만 공동구매 업체들은 중소기업 협동조합 등에 가입해 있어야 한다. ■신용장 대리 개설=최근 은행들이 신용장 개설을 기피하는 데 따라 조달청명의로 신용장을 개설해 주는 제도이다.개별 기업은 원자재 공급업자와 수입계약을 맺은 뒤 본청에 수입신용장 개설 대행 요청을 하면 된다.일람불은 수입대금의 20%,연지급은 110% 이상의 지급보증이 필요하다.수수료는 수입대금의 0.1%. ■현물상환 대여=알루미늄 등 8종의 비축 원자재를 내준 다음 최장 5개월뒤 현물로 돌려받는 방법이다.대여금액의 1%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문의 조달청 비축1과 (02)533­8782,비축2과 533­8963
  • 시인 김상옥(이세기의 인물탐구:160)

    ◎시·서·화 3절의 시조문학 거두/글자 한자한자마다 ‘도자기의 자해’ 닮은 품격/조춘·옥적·백자부 등 명편 중고교과서에 실려 ‘무거운/덧문을 열고/뜨락을 한참 내다본다/ 이 아침/매연 속에/목련꽃 차츰 벙글어/ 사노라/때묻은 눈에도/봄은 이처럼 부신가!’(조춘) 초정 김상옥 시인의 시는 어느 시를 읽어도 절조를 울리지만 그중에서도 중고 교과서에 실린 ‘조춘’‘옥적’‘백자부’등은 ‘시상의 간명한 처리,아무나 생각할 수 없는 사고의 반전,멋들어진 은유와 섬세한 언어구사’로 더이상의 시를 생각할수 없게 만드는 명편들이다.마치 적설에 파묻힌 보석이 눈이 녹자 자태를 드러내듯이 말속에 숨겨진 온오와 시적 함축은 글자 한자한자마다가 옥구슬처럼 영롱하다.성격도 그렇다.그의 눈에 거슬리고 싫으면 싫은 것이다.이를 두고 소설가 김동리는 ‘인은 곧 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의 결곡하고 강개한 인품은 족히시에 반영되어있다’고 평한 바 있다. ○초판 1천부 모든 매진 ‘완벽을 기하려는 영악(영오)한 조사와 중속을 떠난 고매한 시혼은 우리문단의 한 이채’로써 ‘전통적 정서나 시인의 인식은 시대가 흐르거나 나이가 들어도 그 광채는 시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자신의 시작에 대해 얼마나 까다롭게 선별하는가는 지난 89년 고희기념시집인 ‘향기남은 가을’을 낼 때 시집 8권과 그동안 써두었던 1천여편중에서 103편을 고른 것만봐도 알수 있다.‘이미 활자화된 것은 어쩔수 없지만 그냥 써두었던 것’중에서 시집 30권에 해당하는 엄청난 분량을 며칠동안이고 찢어버린 것이다.그리고 시집의 서문에다 ‘세상에 시는 넘치도록 흔하지만 정작 시는 드물다’고 자탄하고 ‘한 구절이라도 후일 남을 수만 있다면참으로 분외의 보람이겠다’는 겸양은 후학들의 문학에 대한 자세에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경고가 아닐수 없다. 그의 인생역정은 ‘사환에서 점원, 연독이 자욱하던 시골인쇄소의 인쇄공과 도장장이’에 이르기까지 안해본 일이라곤 없다.해방직후 출판된 그의 첫번째 시집 ‘초적’은 편집 교정 문선 조판에서 인쇄 장정의 전과정을 손수해냈고 초판 1천부는 즉시 매진되어 고서점에서도 구할수 없는 희귀본으로 유명하다.고향에서 오랫동안 중고교교사로 봉직하다가 60년초에 서울에 올라와 골동상인 아자방을 경영한 것은 실은 ‘서화 골동을 감식하고 부자도 못한다는 연적 콜렉션’에 가까이 하려는 의도였으며 실제로 그의 서와 전각실력은 의재필선에 이르는 경지다. ○한때 고향서 중고교사로 지난 70년초 신세계미술관초청 ‘시·서·화전 이후 일본 교토초청 전시등 10여차례의 전람회를 가진바 있고 미술평론가 이경성씨와 그의 작품을 구입했던 작가 박완서씨는 ‘이것은 단지 문학의 여기가 아니라’고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이른바 ‘시·서·화 삼절’로 지칭되는 그의 글과 그림은 고루한 화풍에서 벗어나 진취적인 파격성과 독창성,소쇄한 여백처리로 도자의 품격을 흐트리지 않는다.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일화로는 지난 74년 당시 국립박물관장이던 최순우씨의 초청으로 ‘시와 도자’에 관한 특강에서 ‘시는 언어로 빚은 도자기라면 도자는 흙으로 빚은 시’라는 말을 남겼고 이는 지금까지도 ‘도자’나‘시’를 말할 때마다언제나 인용되는 명구다.그는 참으로 시를 사랑하고도 자를 사랑한다.‘일호의 작위도 없는 우리 고도를 나의 시로써 시못지않게 사랑’하여‘나의 치아보다 먼저 이빠진 항아리에게 순금의 의치를 만들어 끼워주는’ 자세이고 시에서도 ‘이빠진 자욱이 눈에 띠면’ 이만하면 되겠다고 마음에 찰 때까지 몇밤을 지새워 퇴고를 거듭한다. 초정은 경남 충무시에서 기호 김덕홍씨와 진수아씨 사이의 6녀1남중막내로 태어난 귀하디 귀한 외독자이다.6세때부터 동네에 있던 한문서당 송호재에서 수강하여 최연소자로서 ‘괴’를 받았고 일찍이 ‘동필’소리를 들었으며 역시 소년시절인 17세에 문단에 등단후 그가 18세때 쓴 ‘청자부’를 읽은 가람은 ‘글이 너무 절정에 올라가 있어 이런 글을 쓰면 단명하다’고 걱정스러워할 정도였다. ‘우기를 머금은 달무리/시정은 까마득하다//맵시든 어떤 품위든/아예 가까이 오지말라//이 적막/범할수 없어 꽃도 차마 못꽂는다’한평생을 그가 사랑해 마지않은 ‘백자’처럼 살아온 초정은 최근에는 금아 피천득과 만나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이따금 인사동에 나가 그가 좋아하는 골동품을 보는 기쁨이 낙이다.그런중에도 그가 보여주는 최근의 시는 누에고치에서 청명한 비단실이 뽑혀오르듯이 ‘밤마다 밤이 이슥토록/묵을 갈다가/벼루에 흥건히 괴는 먹물/먹물은 갑자기 선지빛으로 변한다/사람은 해치지도 않았는데/지울수 없는 선지빛은 온 가슴을 번져난다’고 노래부른다. ○한국시조사의 한획 그어 이미 ‘시’니 ‘시조’니 하는 경계에 묶여있지 않은 ‘무위자연인’으로서 그는 ‘시인의 말은 오직 시일뿐’이라는 것이며 ‘속세의만사는 한낱 군소리에 지나지 않다’는 말로 자신의 삶을 압축해 보인다.부인 김정자씨와의 사이에 3남매,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용산구 이태원동청화아파트에서 자녀들은 출가하고 부부만이 살고 있다. 그의 제자이던 시인 박재삼은 생전에 ‘스승의 시는 도자에 그려진 한송이 백매와 같다’고 찬사해 마지않았다. ‘기막힌 위치에 자리잡고있어 한치도 움직일수 없이 완벽하다’는 것이 이유다.평자들로부터 ‘가람·노산을 뛰어넘어 한국시조사의 한 획을 그어놓은 시조시인’으로 받들어진 것도 이러한 과정에서 얻어진 곡진한 결과일 것이다. 그의 시적 자존심은 사우세풍을 지나 ‘예술 속으로 뚫고 들어간 사람’이라는 찬사와 함께이 시대 고고특절한 품성을 지닌 존재로서 언제까지나 찬연히 빛나게 될 것이다. □연보 ▲1920년 경남충무출생 ▲1926년 한문서당 송호재 수강 ▲1930∼35년 진산 이찬근 완선 김지옥 노제 장춘식사사 ▲1936년 시지 ‘아’동인 ▲1937년 시지 ‘맥’ 동인 ▲1938년 문예지 ‘문장’·동아일보에 시·시조·동요 추천,당선 ▲1945년 해방기념제전 시부 장원,삼천포문화동지회 창립,통영문협회원 ▲1946∼62년 중학교교사 봉직 ▲1947년 시조집 ‘초적’(수향서헌)출간 ▲1948년 시집 ‘고원의 곡’(성문사)출간 ▲1952년 문교부편수국 자문위원 ▲1954년 충무공 시비건립,통영문협재건,‘참새’지 복간 ▲1972년 일본 경도에서 서화화전개최,서울·부산·대구·대전·마산등 개인전 10여 차례 ▲1973년 삼행시집 ‘삼행시’출간▲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초청 ‘이조도자’에 관한 특별강연 ▲1977년 육필 몰자귀비 건립 ▲1986년 산청에 시비건립 ▲1989년 고희기념시집 ‘향기남은 가을’(상서각)출간 시집 ‘이단의 시’(49년)·‘의상’(53년)·‘목석의 노래’(56년)‘묵을 갈다가’(80년), 동시집‘석류꽃’ (52년)·‘꽃속에 묻힌집’(58년) 산문집‘시와 도자’(75년)등 12권 제1회 중앙시조대상·제1회 노산문학상·제2회 충무시 문화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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