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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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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원청명주 전수관 완공

    충북 충주시는 지역 특산주인 중원청명주 계승을 위한 전수관이 오는 6월 준공돼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시는 현재 노후화된 충주시 가금면의 청명주 생산공장을 철거한 뒤 그 자리에 7억원을 투자해 지상 2층 연면적 370여㎡ 규모의 생산공장과 전시관 건립공사를 추진 중이다. 시는 전수관을 관광객 술빚기 체험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충북도 무형문화재 2호인 중원청명주는 24절기 중 청명(淸明)에 사용하기 위해 빚은 전통주로 누룩과 찹쌀죽을 이용해 만든다. 조선시대에는 궁중 진상주와 사대부 집안의 손님 접대용으로 널리 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명주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만들어진 것으로 향토사학자들은 보고 있다. 충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황홀하고 시적인 모차르트

    황홀하고 시적인 모차르트

    노르웨이가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40)가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다. 안스네스와 노르웨이 체임버는 2000년 세계 최고 권위의 그라모폰상 협주곡부문 최고 음반상을 수상, ‘찰떡호흡’을 과시한 바 있다. 2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안스네스는 무대 중앙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피아노를 연주한다. 2003년부터 이 오케스트라의 객원 지휘자로 활동해온 그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24번을 협연한다. 그리그의 ‘홀베르크 모음곡’, 모차르트 교향곡 35번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이사벨 반 쾰른의 지휘로 연주된다. 안스네스가 국내 무대에서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것은 2005년 이후 두번째다. ‘북유럽의 청정함’으로 표현되는 특유의 음색으로 잘 알려진 안스네스는 노르웨이 출신으로는 드물게 국제적 명성을 얻은 피아니스트다. 최고의 연주자를 집중 조명하는 뉴욕카네기홀 ‘퍼스펙티브 시리즈’에 2004년 역대 최연소로 초대받는 등 일찍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그리그·슈만 협주곡집’으로 그라모폰상을 받았으며 디아파종상, 독일 음반비평가상, 독일 에코 클래식상 등 음악계의 여러 권위 있는 상을 받아 이름을 알렸다. 현재 노르웨이의 ‘리소르 실내악 페스티벌’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특히 그의 모차르트 해석은 정평이 나 있다. 2005년과 2008년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젊은 감각으로 다양한 음악적 해석을 이끌어내고, 관객들에게는 이전의 피아니스트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영혼에 다가서는 섬세하고 청명한 타건, 황홀한 음색에 시적인 해석이 더해진 순도 높은 피아니즘은 그를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로 만들었다. 노르웨이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1977년 창단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실내악 앙상블이다. 서울 공연에 앞서 24일에는 통영시민문화회관, 25일에는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공연한다. 5만~13만원. (02)541-3183.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인사]

    ■통일부 ◇서기관 승진 △남북회담본부 남북연락과 한상학△정세분석국 경제사회분석과 한건섭 ■농림수산식품부 △감사관 한현철 ■지식경제부 ◇과장급 전보 <파견>△대통령실 강감찬△주미 실리콘밸리 한국무역관 최남호△주미 시카고 한국무역관 원영준 ■중소기업청 ◇부이사관 승진 △창업진흥과장 김형영◇서기관 승진△중소기업정책국 권수용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국장 심상돈△기획조정관실 운영지원담당관 안석모<조사국>△조사총괄과장 최재경△침해조사〃 한병일△인권상담센터장 김대철 ■국회사무처 ◇부이사관 전보 △인사과장 정성희△국회운영위원회 입법심의관 김승기 ■충북도 △청원부군수 이상헌 ■경남도 ◇2급 △기획조정실장 박재현△행정과 이병호◇3급△건설항만방재국장 김정강△도시교통〃 민경섭△김해시 부시장 박종규◇4급△공보관 천성봉△예산담당관 강원호△밀양시 부시장 박성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본부장급 △경영전략본부장 박상언△예술진흥〃 양효석△문화사업〃 황치준◇부장급△경영인사부장 이용진△기획예산〃 이용훈△지원심의실장 박두현△사업전략부장 송시경△교류협력〃 이성겸△아르코미술관장 김찬동△기금마케팅부장 장정진△문화나눔〃 양경학△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장 오양열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박규은△서울병원장 박윤기 ■ MBC △비서팀장 정경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장 김윤철△전통예술원장 민의식△한국예술연구소장 나경아△여성활동연구〃 강태희△학생상담센터〃 최상철△천장관장 박승률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학생실장 장내성 ■서울아산병원 ◇과장 △내과 이규형△혈액내과 이제환△위장관외과 육정환◇소장△암센터 이영주△전립선센터 김청수◇담당△학생임상교육 채희동 ■코스닥협회 ◇승진 △조사기획부 부장 정진교△회원사업부 부장대우 김준만△조사기획부 기획팀장 김구△회원사업부 회원업무〃 김동혁◇전보△경영지원부 홍보·IR팀장 노수찬△회원사업부 회원지원〃 진성훈△경영지원부 경영관리〃 정의송 ■한국장학재단 △사업부문총괄 상임이사 김은섭 ■대한주택보증 ◇신규영입 △영업본부장 박화동◇전보△관리본부장 이상훈 ■한국채권평가 △C&I본부·S&S본부 상무 강민석◇본부장△일반채권평가본부 김신근△파생상품평가본부 김영훈◇실장△시스템서비스실 양계연△경영관리실 김경섭◇팀장△경영관리실 박삼근△비상장주식평가본부 장수연 김기욱 ■포스코건설 ◇승진 <부사장>△플랜트사업본부장 김성관<전무>△개발사업본부장 이동만△건축사업〃 시대복△에너지사업본부 사업지원그룹·그린에너지그룹 담당 금영수<상무> [실장]△경영지원 최진호△경영전략 조청명△인력개발 안광호[담당]△제선사업그룹 이성규△제강사업그룹 최춘행△개발사업본부 마케팅·디자인·건축설계그룹 김철수△토목기술영업그룹 영업5팀(환경공단) 김인호△토목견적그룹 홍재문△해외사업그룹 임재신△도시정비영업팀 박철훈△프로세스기술그룹 이용일△에너지견적그룹 문병일△토목사업그룹 최용석△토목기술영업그룹 영업3팀(철도) 신현곤△송도개발영업팀 임용빈△해외건축영업팀 황귀남◇신규영입 및 승진 <전무>△경영기획본부장 윤동준△발전사업그룹담당 안병식 ■포스코 출자사 ◇신규선임 <포스코특수강>△상무 윤기목 김인배△상임감사 문태현<포스코파워>△상무이사 김재석△상무 한성규△상임감사 이우규<포스틸>△대표이사 부사장 장인환△상무 심요석<포스코플랜텍>△상무 강영찬 박근호<포스에이씨>△상무 민병운<포스메이트>△대표이사 부사장 공윤찬△상무이사 김진욱<포스코터미날>△상무이사 노진형<포스코아>△대표이사 사장 장병효△상무 박성권△상무이사 양재필◇승진 <포스코플랜텍>△대표이사 사장 조창환△전무이사 김도근△전무 조병군△대표이사 사장 이상홍 ■KT&G <수석전무>△전략기획본부장 이영태<전무>마케팅본부장 함기두△제조본부장 이재헌△지원본부장 이상기△원주제조창장 강주원<상무>△부동산사업단장 최성관△인재개발원장 김산겸△재무실장 백철만△신탄진제조창장 이광훈△영주〃 박성훈△인쇄창장 강희룡[본부장]△글로벌 허업△원료 장재식△R&D 민병한△남서울 최정원△북서울 권봉순△부산 김대성△대구 이수영△인천 이관주△경기 김준기<상무보>△담배연구소장 최윤주△신탄진제조창 생산실장 박재민△원주제조창 〃 유영동△광주제조창장 이문수△김천원료공장장 최상철[실장]△전략기획 강철호△지속경영 유준수△홍보 조성인△마케팅 백복인△브랜드 박창현△영업 김재수△주력시장 허남득△신시장 황석윤△생산관리 차영언△품질관리 권순철△원료관리 김영기△SCM신현록△R&D기획 김영회△제품개발 곽재진△인사 최명열△신사업 전장호△투자 이동근△개발 이진희△윤리경영 김흥렬[본부장]△전남 전준영△충남 민병환△경남 이권성△충북 박종선△전북 김창렬△경북 이갑수△제주 이하형<1급>△비서실장 이정진△정보〃 김용덕△스포츠〃 김현진△중국지사장 권순택△러시아공장장 강훈구△터키〃 오경래△스포츠2팀장 정익화[부장]△전략기획 박만수△경영조정 김진한△사업관리 한광환△IR 강경보△CA 김태섭△법무 윤종빈△사회공헌 박정환△홍보기획 서정일△홍보1 강민서△홍보2 김대영△마케팅기획 오치범△시장관리 도학영△인사이트 주섭종△브랜드기획 박성식△브랜드관리 이창우△브랜드개발 이문봉△디자인 박현경△영업기획 강동수△법인영업 왕승재△광고관리 김대근△해외기획 박진영△주력시장 최재영△법인지원 윤한△아태 허병철△구미 김정호△투자 최민진△브랜드 박명덕△제조기획 곽익원△공장관리 선지섭△공정개선 맹경호△해외생산관리 신성식△제품품질 문성열△재료품질 조종철△해외원료 문호은△국내원료 한용환△SCM 권영민△구매 이정상△R&D기획 김도훈△기술규제대응 김효근△연구관리지원 강호익△제품개발 이영택△기술개발 이선우△재료연구 나도영△교육기획 문봉주△운영 김정길△위탁교육 양기훈△인사 이순형△노무 김효성△총무 김종훈△정보기획 김삼수△정보기술 이준기△바이오사업 이유희△투자기획 신동걸△투자관리 김종무△개발사업 김지연△재무 김광근△회계 전난구△세무 백종화△윤리경영 서영진△감사 장영길[남서울본부]△영업부장 박찬성△강남지사장 남중범△영등포〃 원성희△강동〃 박정욱△강서지점장 이재삼△관악〃 송인철△성동〃 주우섭△남양주〃 이흥주△동대문〃 김판규[북서울본부]△영업부장 나종국△종로지사장 성기현△북부〃 고경찬△서부지점장 전형순△고양〃 강지형△의정부〃 윤용식△포천〃 황인선△파주〃 김태곤[부산본부]△영업부장 정남식△울산지사장 강만형△부산진〃 김병두△중부산지점장 이승휘△동래〃 박광일△남부산〃 황광진△북부산〃 최창근△양산〃 문왕열△김해〃 신기현[대구본부]△영업부장 김태중△대구지점장 김진민△남대구〃 최부영△동대구〃 박운용△달성〃 홍영식△구미〃 김창호△경주〃 서영원△포항〃 박동관[인천본부]△영업부장 김계수△안산지사장 우제세△북인천지점장 박복수△인천〃 현석준△남인천〃 김호연△부천〃 고상윤△김포〃 이양범△광명〃 이현호[경기본부]△영업부장 노충익△수원지점장 유원식△안양〃 고재영△성남〃 장정식△용인〃 정금석△화성〃 황근주△평택〃 양상범△이천〃 문영동△광주〃 이병태[전남본부]△영업부장 범순규△광주지점장 류종주△서광주〃 정성교△순천〃 최규영△여수〃 송영하△목포〃 황광연[충남본부]△영업부장 박경준△서대전〃 한문철△동대전〃 배성복△서산〃 이곤수△아산〃 임승일△천안〃 조병학[경남본부]△영업부장 정석순△창원지점장 이정오△마산〃 최한수△진주〃 김태성[강원본부]△본부장 변원균△영업부장 이병수△춘천지점장 정연국△원주〃 김영대△강릉〃 이완희[충북본부]△영업부장 한상진△청주지점장 김광범△충주〃 윤기한[전북본부]△영업부장 김재동△전주지점장 황정순△군산〃 이해복△익산〃 이승신[경북본부]△영업부장 이영철△안동지점장 라군섭[제주본부]△영업부장 오영수[신탄진제조창]△원료가공부장 박봉용△제품〃 김중겸△MAC〃 정락훈△품질〃 임무수△정비〃 김영제△지원실장 주재경[영주제조창]△생산실장 민경화△원료가공부장 백세흠△제품〃 권수근△품질〃 박진우△지원실장 윤여대[원주제조창]△원료가공부장 심재식△제품〃 김봉섭△품질〃 최달옥△지원실장 윤봉길[광주제조창]△생산실장 봉필홍△원료가공부장 이호기△제품〃 이기문△품질〃 조창현△지원실장 정헌영[인쇄창]△인쇄실장 이상무△기술부장 이윤희△지원〃 김재철[김천원료공장]△원료생산실장 박이락△중부원료사업소장 노선호△경북〃 백병조△서부〃 신송호△가공부장 선병순△STS〃 심영구△지원〃 박영배 ■삼성증권 ◇부장 승진 △삼성타운 강정구 남택진 정명철 차순옥△수원 김대경△관악 김종령△김해 김종문△포항 김진웅△수유 김홍배△대구 박구락△원주 박상율△서초 박선화△대치 여인모△익산 오성근△부천 우용하△갤러리아 이민영 최문희△여수 이승욱△구로디지털 이창섭△방배 이철원△광주중앙 정승△마산 제양겸△전주 조만구 조명호△대전 최일신△상인 황성태△역삼지점개설위 강두식△대청역지점〃 강상민△판교지점〃 김종희<본사>△VOC팀 김경애△신규사업추진팀 김범구△노동조합 김용일△영업추진팀 김장우△해외주식기획팀 김형준△동경사무소 민경세△FI솔루션팀 서상춘△Equity Finance팀 이주상△자금팀 장재호△Retail 채권팀 정범식△정보기술팀 조용철△상품개발팀 조한용△투자컨설팅팀 허정준◇Director 승진△기업금융2팀 최철희◇수석변호사 승진△법무팀 황은아◇부서장 승진△투자정보팀 김성봉△FI솔루션팀 서상춘◇부서장 전보△리서치센터 오현석 ■LIG투자증권 ◇신임 <전무>△지원총괄 이호영 ■한국투자증권 ◇승진 <상무>△호남지역본부장 박원옥<상무보>△리서치센터장 이준재△영업지원부서장 노성환△잠실지점장 김영대△명동〃 도덕재△서면〃 이승영◇신임 <본부장>△고객자산운용 문성필<담당>△eBusiness(eBusiness기획부 겸임) 이석로△퇴직연금지원(퇴직연금연구소장 〃) 강성모△퇴직연금2 박진수△파생영업(선물옵션영업부 부서장 겸임) 최진국△기업금융 조양훈<부서장>△총무 문영춘△자산컨설팅 박진환△FX마진/해외선물 박태홍△기업금융1 배영규△기업분석 양종인△안수영업2 이현규<지점장>△상무 김동갑△강릉 김병모△도곡 김용훈△이촌동 류재형△제주 박재범△강동 이계영△지산 이상보△부평 조수현△금천 최서룡△영통 최형엽 ■흥국증권 △리서치센터장 조인갑 ■피닉스자산운용 ◇승진 △마케팅본부 전무 안재덕 ■미스터피자 ◇부사장 신규선임 △경영기획본부장 박태준
  • [뉴스다큐 시선] 저는 ‘사랑의 빨간냄비’입니다

    [뉴스다큐 시선] 저는 ‘사랑의 빨간냄비’입니다

    저는 ‘빨간냄비’입니다. 무슨 냄비가 빨간색이냐구요? 겨울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저를 두고 ‘자선냄비’라고도 부릅니다. 이제 조금 감을 잡으셨다는 반응이 오네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30년 전부터 봤다고 하고, 누구는 40년 전부터 봤다고들 합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한국에 처음 도착한 것은 1908년입니다. 손가락으로 꼽아 보니 와우! 벌써 100년이 넘었군요. ‘구세군(The Salvation Army)’들이 저를 데리고 와서 이웃사랑의 대명사로 만들었죠. 제 하루 일과에 대해 궁금하신 분이 많으신 것 같은데요. 저를 따라 오세요. 오늘(8일), 저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 2번 출구 앞길에 나왔습니다. 강남역 부근에만 저와 똑같은 냄비가 5개나 있군요. 행인이 많은 지역이라 냄비도 많이 나왔나 봅니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달 하루에만 전국에서 600여개 자선냄비들이 활약한다고 합니다. 낮 12시. 박상식(40), 한영희(29·여) 사관학생이 삼각다리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저를 행인들에게 선보였습니다. 박 사관학생은 “일반 신학교에 다니다가 우리 시대 어떤 곳에 나눔이 필요하고 몸으로 뛰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고민하다가 입교했다.”고 합니다.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분인지라 선한 웃음 뒤에 후광이 비치는 듯하네요. 보통 날씨가 쌀쌀하면 기부금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추워지면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해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죠. 오늘도 어제보단 날씨가 쌀쌀한 것 같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관학생이 나를 인도에 내려놓자마자 한 중년 아저씨가 5000원을 넣습니다. 하루에 얼마나 많이 들어오냐구요? 정확하게 숫자를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보통 한 냄비에 60만~70만원입니다. 부유한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할 때도 있지만 주로 기부하는 분들은 중년 아주머니랍니다. 구세군 냄비가 이분들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합니다. 부디 오늘은 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100만원이 넘기를 기도해 봅니다.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소중한 물건을 기부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어떤 할머니가 손자의 패물을 정성스럽게 싸와서 기부하기도 했구요. 백화점 상품권 수백만원어치를 받은 어느 회사원이 하나도 빼지 않고 우리 냄비에 전달한 사연도 있습니다. 빨간냄비만 보면 쪼르르 달려와 기부하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종교를 초월해 모두 하나가 된다고나 할까요. 저는 가슴시린 차가운 냄비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마음이 찡해져 옵니다. 오늘은 마침 서봉원(28) 서울신문 수습기자가 체험을 하러 왔다고 하네요. 종을 부여잡는 손길이 다부져 보입니다. 그는 사관학생들이 입는 제복보단 격이 떨어지지만 등에 분명히 ‘구세군’이라는 단어가 적힌 빨간 점퍼를 입고 천천히 종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종은 길이 25㎝, 무게 320g 정도이지만 청명한 소리를 내려면 숙달된 기술이 필요해 다루기가 만만치 않답니다. 처음부터 “따르릉~” 소리가 날리가 만무하죠. “땡그르르~” 소리만 계속 이어지자 서 기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20분 정도 흔들자 드디어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손목 스냅을 이용해 가볍게 흔들어야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죠. 하지만 아름다운 소리가 나게 하려면 손목이 너무나도 아프기 때문에 몇시간 동안 계속 종을 흔들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서 기자는 “30분 정도 흔들었는데 벌써부터 팔이 아프다. 쉽지 않은 일”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 계속 종을 흔듭니다. 역시 종을 제대로 흔들기 시작하자 따뜻한 손길이 이어집니다. 오후 2~5시에는 기부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고, 저녁 시간대에 많아진다고 합니다. 서 기자는 태어나서 처음 잡아 보는 종을 계속 흔드느라 보기 안쓰러울 정도이지만 이번에는 옆에서 마이크까지 전달됩니다. 박 사관학생이 말하기를 “힘들어도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해야 사람들이 한번이라도 더 쳐다보고 반응이 좋다.”고 거듭니다. 매일 2시간마다 한번씩 교대하면서 저녁 8시까지 활동하는 사관학생에 비할 바 아니지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래도 제 몸속으로 기부금이 한푼, 두푼 전달될 때마다 마음이 더 가벼워진다나요. 10분이 지나도 한명도 기부하지 않을 땐 그의 어깨가 더 쳐져 보이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의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13세 아이부터 40대 중년 아저씨까지, 500원짜리 동전부터 5만원까지 기부금이 계속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나 해가 저물고 강남역을 찾는 행인들이 늘어나면서 제 몸은 더욱 더 따뜻한 온기를 머금습니다. 서 기자는 이날 일정이 마감되는 8시까지 “구세군은 우리나라에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앞장섰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도웁시다.”라고 목청껏 외쳤습니다. 또 기부금이 들어올 때마다 허리를 깊이 숙이며 감사를 표했습니다. 종과 마이크만 들면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마음이 경건해진다고 합니다. 그도 이제 기부의 참뜻을 이해한 것이겠지요. 마지막 돌아가는 길에 직접 지갑에서 돈을 꺼내 냄비에 돈을 넣는 선한 모습까지 보입니다. 서 기자의 노력 덕분일까요. 오늘은 기부금이 무려 80만원이나 모였습니다. 평균 기부액을 넘어서니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대략 30분에 20명이 기부했다고 박 사관학생이 설명하네요. 1만원부터 1000원까지 기부액이 다양하지만 2000~3000원을 넣고 가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한 사람이 기부하면 뒤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계속 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이 기부하도록 하려면 누군가 먼저 발걸음을 떼야 한다는 말이죠.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립니다. 주방용품 업체인 휘슬러코리아가 성금 1억원을 모아 구세군에 2.5t ‘사랑의 밥차’를 기부했다고 하네요. 구세군과 이 회사는 서울역에서 이 차량을 이용해 오전 11시부터 인근 노숙인들에게 400명분의 식사를 제공했답니다. 휘슬러코리아 직원 60명과 구세군 자원봉사자 40여명이 참석해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이 회사는 매년 우리 빨간냄비를 지원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식사를 대접받은 몇몇 할아버지들은 “구세군하면 빨간냄비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따뜻한 식사까지 대접하는 줄 몰랐다.”면서 연신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저는 내일을 위해 제자리로 돌아가야 겠습니다. 실물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뉴스가 많이 들리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어려운 이웃이 줄기는커녕 점점 늘어난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립니다. 추운 날씨에 바닥에 불을 지피지 못해 독감에 걸리는 독거노인들의 애타는 마음도 전해져 옵니다. 마음과 마음이 전해지는 따뜻한 기부가 더욱 필요한 계절입니다. 우리 모두 기부에 참여합시다. 글ㆍ사진ㆍ동영상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구세군의 역사는 1908년 국내 첫발… 20년뒤 자선냄비운동 추진 세계 구세군 창시자는 영국의 윌리엄 부스(William booth). 그는 1865년 런던의 동쪽 끝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다가 기독교 선교회를 창립, 1878년 ‘구세군’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매춘부나 가난한 부랑자는 당시 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퇴출된 단순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구제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부스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과 기부 사업 등을 추진했고 이것이 오늘날의 구세군 사회봉사 체계로 이어져 내려왔다. 구세군 교회 구성원들은 ‘병사’로, 성직자들은 모두 ‘사관’으로 불린다. 사관은 일반 교회의 목사와 같은 일을 한다. 제일 위쪽에는 대장이 있고, 각 나라에는 사령관이 있다. 사관과 사관학생들을 이끈다. 전 세계 108개국에 구세군 교회가 건립돼 활동 중이다. 구세군의 해외선교는 1880년부터 시작돼 유럽과 캐나다, 미국 등에 전파됐고, 1895년에는 일본에 처음 알려졌다. 이후 부스 대장이 일본 순회 집회 때 참석했던 조선유학생의 요청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구세군이 들어왔다. 1908년 영국의 로버트 호가드(Robert Hoggard)가 국내 최초의 구세군 교회인 ‘서울 제일영’을 건립한 것. 호가드는 우리 이름으로 ‘허가두’로 불렸고 8년 동안 사관 87명, 교인 2753명을 만들고 교회 78곳을 개척하는 등 맹활약했다. 구세군은 1918년 한 독지가의 기부금으로 서대문구 충정로에 아동구제 시설인 ‘혜천원’ 설립을 시작으로 1926년 윤락여성을 위한 ‘여자관’과 사관학교를 잇달아 세웠다. 1928년부터 자선냄비운동을 전개해 국내 기부문화 확대에 앞장섰다. 일제 치하에서 탄압을 받아 1941년 ‘구세단’으로 명칭이 바뀌고 일본 구세군에 의해 운영되다가 1943년에는 전쟁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쇄조치 당했다. 광복 이후 1947년 새로운 사령관이 부임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종교단체이긴 하지만 ‘자선냄비’를 통해 우리 사회 기부문화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부고]

    ●장철규(속초시 부시장)씨 모친상 13일 속초의료원, 발인 15일 오전 8시 (033)633-4044●홍현호(태준제약 이사)현(멘토스파트너 부장)씨 부친상 서쌍교(SBS 보도국 차장)씨 빙부상 12일 원자력병원, 발인 14일 오전 5시30분 (02)970-1546●이석주(대한항공 기장)영애 학순씨 모친상 신순철(신한은행 서초남부터미널금융센터장)씨 시모상 김일산씨 빙모상 13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5일 오전 7시 (02)2258-5979●박연수(고등기술연구원 부장)연대(솔트앤슈거커뮤니케이션즈 대표)경희(삼성증권 지점장)씨 부친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11시30분 (02)3410-6902●홍종길(전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씨 빙부상 12일 광주 보훈병원, 발인 14일 오전 9시 010-8668-5503●이현수(드림자산투자 사장)씨 모친상 13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5일 오전 5시 (02)3410-6916●김사흥(토우건설 회장)사백(토우산업 대표)사철(목도공업사 사장)사만(청명건설 대표)사석(토우건설 대표))씨 부친상 13일 괴산군 동부장례식장, 발인 15일 오전 8시 (043)832-0995●유순상(충청투데이 경제부장)씨 부친상 13일 청주 참사랑병원, 발인 15일 오전 (043)286-9536●강신창(선문대 명예교수)씨 별세 민석(서울대 교직원)호석(프롬투정보통신 대리)유선(덕수화랑 대표)씨 부친상 안태용(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씨 빙부상 13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6일 오전 8시 (02)3010-2231●성태용(건국대 교수)재용(양평동 우체국장)혜완씨 모친상 13일서울 건국대병원, 발인 16일 오전 6시 (02)2030-7909
  • 가을 스크린 3色 한국영화로 물든다

    가을 스크린 3色 한국영화로 물든다

    10월 둘째 주. 극장가에선 어떤 한국영화들이 관객을 맞이할까.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가오위안위안(高圓圓)이 주연한 ‘호우시절’이 일찌감치 주목을 받은 가운데, 나머지 영화들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민의 여지는 크지 않을 듯 하다. 가을다운 청명함을 느끼고 싶다면 로맨스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를, 복잡한 머리를 비우고 싶다면 스릴러 ‘정승필 실종사건’이나 멜로물 ‘헬로우 마이 러브’를 택하면 되겠다. 세 편 모두 8일 개봉했다. 1> 가을 청명함 느끼고 싶다면 ‘푸른 강은 흘러라’ ●풋풋한 옌볜 하이틴 로맨스 주인공은 옌볜 고등학교에 다니는 숙이(김예리)와 철이(남철)다.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는 둘은 ‘두만강처럼 푸르게 살자.’고 날마다 다짐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서울에서 보내온 돈으로 철이가 오토바이를 사면서부터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다. 인기가 높아진 철이는 점차 숙이와 멀어지면서 일탈의 길을 걷는다. 그런 그를 숙이는 따끔하게 질타한다. ‘푸른 강은 흘러라’는 영혼을 정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강미자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제작지원을 했다. 총제작비는 4억 3000만원. 조선족 작가 량춘식·김남편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는 옌볜 아이들의 꿈과 낭만을 그야말로 신록처럼 ‘푸르게’ 담고 있다. “푸르디 푸른 두만강처럼 쉼 없이 출렁출렁 흘러가야지.”, “그래, 흐르자! 쉼 없이 바다로 흘러 들자!” 등 문어체 대사는 1960~70년대 한국영화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대사들이 내뿜는 발랄한 청춘의 생기는 묘한 중독성을 발한다. 그렇다고 하이틴 로맨스물에 머물지는 않는다. 자본주의의 가치를 수용하며 옌볜 사회가 맞는 혼란, 돈 벌러간 철이 어머니가 겪는 한국사회의 몰인간성 등에서 이 시대 자화상에 대한 묵직한 화두를 던져준다. 피멍 같은 아픔을 안겨주는 엔딩도 영화를 허투루 볼 수 없게 만든다. 철이 역을 맡은 남철은 실제 옌볜대학 예술학부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숙이 역의 김예리는 무용가이자 배우로 ‘기린과 아프리카’,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등에 출연한 바 있다. 2> 복잡한 머리 비우고 싶다면 ‘정승필 실종사건’ ●2%부족한 코미디+스릴러 500억원대 자산관리사 정승필(이범수)이 홀연히 사라졌다. 약혼녀 미선(김민선)과 차를 타고 가다, 편의점에 잠시 들른다며 내려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정승필 실종사건을 맡게 된 김형사(손창민)는 의욕적으로 수사를 시작한다. 주변 인물들의 조사를 토대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날 때마다 실종을 위장한 공금횡령, 원한에 의한 납치, 보험금을 노린 치정살인 등 사건 추정이 달라진다. 결정적 단서는 다름아닌 동네 대표 사고뭉치 노숙자(이한위)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코믹수사극을 표방한 ‘정승필 실종사건’은 코미디와 스릴러의 조합이 얼마나 어려운 시도인지를 보여준다. 기본 얼개는 나쁘지 않다. 한 인물의 실종으로 드러나는 사회의 총체적 부조리를 블랙 코미디로 그려보겠다는 발상은 훌륭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실종의 진실을 공개해 놓고 시작해 미스터리물로서의 매력이 반감된다. 이를 만회해야할 코믹 요소들은 허를 찌르지 못한 채 얕은 수로 일관한다. 실종 상태로 방치된 정승필의 고군분투는 잔재미만 안겨준다. 이범수, 김민선, 손창민, 이한위 등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그들의 연기는 절실함이 2%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지난 3월 자살한 배우 고 장자연이 요가강사로 잠시 모습을 비춘다. ‘해바라기’(2006년),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년)을 연출한 강석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비는 23억원이 들어갔다. 3>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헬로우 마이 러브’ ●동성애 소재 가벼운 터치로 연애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라디오 작가 겸 DJ 호정(조안)에겐 파리 유학 중인 남자친구 원재(민석)가 있다. 10년째 연애해온 둘은 결혼을 약속한 사이. 원재가 귀국할 날이 되자, 호정은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다. 그런데 그의 곁에는 파리에서 만난 후배라는 동화(류상욱)가 있다. 별 의심없이 봐넘기지만, 날이 갈수록 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맞닥뜨린 두 사람의 키스 장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말에 호정은 경악하며, 한달간의 유예기간을 달라고 원재에게 매달린다. ‘헬로우 마이 러브’는 성정체성의 혼란, 동성애자의 사랑과 결혼 등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다. 조안은 갈등의 한복판에 선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투입된 제작비는 3억 7000만원. 그러나 영화는 자극적인 재료만을 끌어모아 식상하게 조리한 요리를 떠올리게 한다. “알고 보니 직장동료가 레즈비언, 알고 보니 남자친구가 게이”라는 설정 뒤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은 충격요법마냥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동성애와 그에 대한 편견으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를 잔뜩 늘어놓지만, 진지한 성찰이나 메타적 비판은 찾아보기 어렵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김아론 감독이다. 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라라 선샤인’도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경남 남해군 요트학교

    경남 남해군 요트학교

    난데없지만, 퀴즈다. 이것은 최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잠깐 화제에 올랐던 레저 스포츠다. 또한 십수년 전부터 한 개혁적 대통령 후보를 집요하게 공격했던 것이기도 하다. ‘호화 사치스러움, 반 서민적’이라는 이유 등에서였다. 너무 쉽나? 정답은, 바로 요트 세일링이다. 귀족 호사 취미 혐의를 받았던 두 사람 사이에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검찰총장 후보자는 요트가 아닌 다른 숱한 위법, 탈법의 결격 사유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낙마했고, 대통령 후보는 수구 언론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집요하게 ‘개혁을 말하며 호화 요트를 즐기는 이중성’이라며 물고 늘어졌음에도 국민적 지지 속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점이다. 어쨌든 애꿎은 요트만 중간중간 인구에 회자되며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요트는 단언컨대, 결코 호사 취미가 아니다. 그저 대중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태양은 가득히’나 ‘에덴의 동쪽’같이 진짜 호화 요트가 등장하는 영화를 너무 많이 봤거나 혹은 진실을 애써 외면한 채 정치적 파당에 요트를 때로는 이쪽, 때로는 저쪽 당원으로 가입시켰을 뿐이다. ●요트, 호화·귀족 레포츠 편견을 깨다 전 검찰총장 후보자와 전 대통령 후보자가 즐겼던 요트는 모두 1~2인용으로 ‘딩기 요트(Dinghy Yacht)’라고 부르는 것이다. 엔진 없이 바람의 힘만으로 움직이는 요트다. 이 요트 1척의 가격은 ‘고작’ 550만원이다. 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초고가의 골프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 등산 장비, 마라톤 장비, 낚시 장비 등을 제대로 갖출 때 역시 수백만원이 훌쩍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보통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전직 대통령 후보에게 요트를 가르치기도 했던 국가대표 요트 선수 출신의 오종렬씨는 “귀족 스포츠니 호화 레저니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도 안타까웠다.”고 답답했던 그간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게다가 딩기 요트는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이미 부산에서 요트 관련 교육, 상담 회사(더 위네이브)를 운영하고 있던 오씨는 지난 3월 경남 남해군과 손을 잡고 삼동면 물건리에 요트학교를 열었다. 요트가 얼마나 대중적인 스포츠인지, 세 면이 모두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에게 요트가 얼마나 적합한 스포츠인지 증명하고, 그래서 사회적 편견에 뒤덮여 있는 요트를 대중 레포츠로서 당당하게 복권시키겠다는 의지였다. 남해군민들은 이곳에서 무료로 요트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일반인들은 4시간 남짓의 교육 및 체험을 하는 데 4만원이면 된다. 3~4인이 함께 세일링할 수 있는 요트는 역시 4시간 교육·체험에 6만원이다. 80시간의 기본교육(56만원)을 이수하면 요트 세일링은 언제든지 무료다. 어쨌든 덕분에 남해군에는 마을별 요트클럽만 벌써 3개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요트가 널리 퍼지고 있다. ●내일부터 사흘간 보물섬 요트축제 어떤 필설도 체험을 대신하기는 어렵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서 스윔슈트, 구명조끼, 슈즈 등을 갖춰 입는다. 그리고 일단 가장 기본적인 테이킹 동작을 반복해서 배운다. 테이킹은 바람을 거슬러서 전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딩기 요트의 왼쪽 오른쪽에 번갈아 앉으며 돛의 방향을 바꾸면 지그재그로 역풍을 뚫고 나아갈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바람은 초속 1.5~4m 정도. 시속 1~4노트 정도 속력이 나와 초보자들이 딩기 요트를 즐기기에 딱 좋겠다는 오종렬 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뭍 위에서 반복했던 훈련은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우선 러더(방향을 전환하는 키)를 밀고, 뒷발을 내민 뒤 몸을 요트 가운데로 옮겨 웅크렸다가 돛이 머리 위로 지나가면 반대편 뱃전에 앉는 것을 반복해야 하는데 바다 위에 몸을 띄운 순간부터 순서가 엉키고, 줄을 잡은 손과 러더를 잡은 손이 꼬이며 허둥지둥 제멋대로였다. 나중에는 그저 요트에 퍼질러 앉아 바람이 부는 대로 움직이거나 제자리를 맴도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 교장과 강사들이 모터보트를 타고 초보자들 주변을 돌며 요령을 거듭 알려주니 조금씩 익숙해진다. 두 시간쯤 지나 조종이 제법 익숙해졌다 싶으면 드디어 진짜 출항이다. 물건항을 벗어나는 것. 참새떼처럼 늘어앉아서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이 있는 방파제 테두리를 벗어나 망망한 바다로 나간다. 군청색 남해 바다는 푸른 하늘의 흰 구름과 어우러져 숨이 턱 막힐 듯한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여기에 해질녘 물건항 뒷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황금빛 햇살이 남해 바다를 물들이면 남해군 딩기 요트 체험의 정점을 찍는다. 이곳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물건항에서는 9일부터 사흘 동안 ‘2009 보물섬 요트축제’가 열린다. 사실상 처음 열리는 이번 축제에서는 제2회 보물섬컵 전국 동호인 요트선수권 대회의 체육행사와 함께 요트 모형 만들기, 해양레저체험뿐만 아니라 숲속음악회, 시월愛 가을 소나타, 바다영화제, 문학기행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문의 남해군 요트학교 070-7755-5278. ●힐튼 남해골프·스파 리조트에서 럭셔리한 하룻밤 요트학교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는 국내 최고급 리조트임을 자부한다. 가장 작은 스튜디오형 객실(35평)에서 하룻밤 묵는 비용이 40만원을 훌쩍 넘어서니 엄청 비싸다. 그러나 그에 걸맞은 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남해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바다를 바라보는 11개홀, 바다에 접한 7개홀 등 환상적 골프코스는 승부에 연연하는 ‘쩨쩨한 샷’을 떨쳐내 주는 호방함을 안겨준다. 이 밖에 골퍼들을 위해 특화시킨 마사지 등 최고급 스파 시설인 ‘더 스파’ 역시 해외 최고 휴양지 리조트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다. 힐튼 남해 골프&스파 리조트는 개관 3주년을 맞아 다음달 14일까지 디럭스 스위트에서의 하룻밤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개관 3주년 기념 패키지를 선보인다. 하지만 이 리조트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미덕은 현지와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이다. 생뚱맞은 초호화 리조트가 아닌, 고기잡는 어부의 통통배가 리조트 앞바다를 지나고, 해가 뜨기도 전 농군들은 리조트를 가로질러 논밭을 갈러 간다. 보통 리조트에서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낯섦’이 있다. ●여행수첩 ▲먹을 거리 멸치쌈밥의 진짜배기 맛은 오직 남해에서만 맛볼 수 있다. 제철은 4~5월이지만 요즘은 사철 맛볼 수 있다고 한다. 멸치쌈밥은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쳐 놓은 정도의 굵은 멸치 수십 마리와 우거지를 듬뿍 넣고 자작자작 조린 뒤 초마늘과 함께 상추, 깻잎에 싸먹는다. 퍽퍽한 고등어조림과 차원이 다르며 뼈를 발라야하는 갈치조림의 번거로움도 없다. 우리식당(055-867-0074)이 유명하다. 물건항 근처의 햇살복집(055-867-1320)은 남해 멸치만 한 크기의 졸복으로 팔팔 끓인 졸복탕이 유명하다. 졸복과 미나리, 콩나물을 건져 밑반찬과 함께 비벼 먹도록 큰 대접도 함께 내놓는다. 남해 마늘과 함께 복어 튀김도 아주 맛있다. 글 사진 남해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산악자전거 마니아 화천으로 몰린다

    산악자전거 마니아 화천으로 몰린다

    강원 화천군이 전국적인 산악자전거(MTB) 명소로 뜨고 있다. 화천군은 22일 화천읍~평화의 댐 40㎞ 구간 자전거길을 완주하는 MTB코스에 전국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의 방문이 잇따르며 산악자전거 전국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청명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면서 이달 들어서만 굵직굵직한 자전거대회가 열려 동호회원 수백명이 찾았다. 다음달에도 전국 규모의 산악자전거 대회가 예약돼 있다. 지난 19~20일에는 강원지역 MTB 동호회원 30여명이 화천 비무장지대(DMZ) MTB코스를 자전거로 답사하며 북한강 절경을 만끽했다. 이날 ‘자전거 여행’의 저자인 소설가 김훈씨와 동호회원들도 함께했다. 지난달 15일에는 광복 64주년을 기념하고 녹색강원 만들기 의지를 다지는 ‘그린 강원 퍼레이드’ 화천자전거행진이 펼쳐졌다. 이날 퍼레이드에는 서울·인천지역 동호회원 등 200여명이 참가해 화천군청~오거리상징탑~미륵바위~딴산~풍산초~해산터널~평화의 종 공원에 이르는 40㎞ 구간을 달렸다. 지난 7월18일에는 강원지역 시·군 MTB 리더 170여명이 참여하는 자전거코스 팸투어 행사가 치러져 화천읍~평화의 댐 구간을 달렸다. 올 2월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눈길 산악자전거 동호인대회도 펼쳐져 겨울 MTB대회 명소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했다. 정갑철 화천군수는 “다음달에도 전국 규모의 산악자전거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천혜의 자연자원을 간직한 화천이 산악자전거의 메카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인천세계도시축전 일정 절반 지나… 제대로 즐기려면

    ‘80일간의 도시 이야기’ 인천세계도시축전(8월7일∼10월25일)이 18일 반환점을 돌아섰다. 신종 플루의 영향으로 한때 위축되기도 했지만 청명한 가을 날씨와 함께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한 고등학생의 축전 방문기를 시간대 별로 구성했다.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고? 이제부터 하루에 도시축전을 즐기는 방법을 소개할까 한다. 나를 따르라. #1. 오전 10시 입구에서 바로 왼쪽을 보면 세계도시관이 눈에 띈다. 여러 나라를 한번에 보여주는 백과사전 같은 곳이다. 각 나라들이 구분된 칸칸에 축소돼 있다. 하나하나 들어가 보면 흥미로운 세계사 공부터가 된다. #2. 오전 11시 넓은 광장을 지나 걸어가면 테디베어관이 나타난다. 입구부터 이색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세계 모든 것이 테디베어로 표현돼 있다. 뭉툭한 팔다리로 묘사한 게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넋을 놓고 이 귀여운 곰에 빠져들 정도다. #3. 오후 1시 점심을 먹었으니 걸어야 한다. 테디베어관 너머는 외국 거리 같은 느낌을 준다. 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물건을 진열해 놓고 판다. 거리에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건을 구경하면서 걷기 좋은 곳이다. #4. 오후 2시30분 특이한 그림들이 그려진 건물이 보이면 그대로 들어가라. 고대 도시관이다. 고대 도시에서 사용했을 법한 진기한 물건들이 전시돼 있다. 고대도시관을 나와 걷다 보면 그리스·로마신화 책에 나오는 트로이목마를 만난다. 나무로 된 이 모형은 실제로 올라타 볼 수도 있다. #5. 오후 4시 미술관은 항상 새로운 느낌을 준다. 인천도시축전에는 국제디지털 아트페스티벌(INDAF)이 있는데 이것도 미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한 작품이 많다. 이름에서도 보여주듯이 디지털 예술도 있다. #6. 오후 6시 행사장의 끝쪽으로 가면 로봇사이언스 미래관이 있다. 미래의 로봇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 최초의 로봇테마파크라는 이름을 걸고 선보인 곳이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로봇동물원이 있다. 그 안엔 기계로 만들어진 동물들이 움직이고 있다. #7. 오후 7시 저녁 식사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외국 거리에 있는 나폴리레스토랑이다. 가족과 함께 왔다면 이곳을 ‘강추’한다. 외국 거리와 같은 분위기에서 음식을 먹는다면 분위기가 더 살지 않을까. #8. 오후 8시 이제는 축전의 하이라이트다. 행사장 중앙에 있는 미추홀분수에서 펼쳐지는 멀티미디어 워터쇼와 불꽃놀이다. 분수와 영상, 불빛이 이루는 하모니를 본다면 쇼가 끝날 때까지 발을 뗄 수 없을 것이다. 폐장 시간인 9시까지 펼쳐지는 이 쇼는 폭죽과 함께 끝이 난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지방시대] 제주 마(馬)산업, 신성장 동력으로 거듭난다/고태우 한라대 교수

    [지방시대] 제주 마(馬)산업, 신성장 동력으로 거듭난다/고태우 한라대 교수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 계절의 풍요로움만큼이나 우리 국민의 가계도 풍성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말도 살찌고 제주 마산업도 함께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청명한 초가을, 제주 하면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가 ‘말(馬)’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라.”는 옛말도 있지만, 말과 제주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제주도는 육지보다 일년 중 온도나 강수량 변화가 적어 목초지 형성이 쉽고, 특히 겨울 작물의 월동이 가능해 마산업의 경쟁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아주 높다. 특히 제주는 관광지이다. 볼거리도 다양하지만 먹거리도 그만큼 풍부하다. 언제부터인지 말고기 전문식당에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사실 말고기는 맛이 담백하고 고기가 연하며, 인·철·아연의 함량이 다른 육류에 비해 높아 빈혈·당뇨병 등에 효험이 있다. 또 리놀렌산은 콜레스테롤 저하와 동맥경화·고혈압·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메가3 지방산과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이 적절해 인체 생리를 활성화하며, 열을 내리고 근육을 기르며 허리와 등을 강하게 한다. 말고기 육포는 힘이 없고 저리는 현상을 치유하며 장내 열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말고기는 궁중에서도 즐겨 먹었고, 육포는 조정에 바치는 제주의 소중한 공물이었다. 식용뿐만 아니라 말기름을 이용한 화장품과 말의 뼛가루 성분을 활용한 건강기능 식품 및 진액 등의 가공산업이 활성화되고 있다. 또 경주마와 승마 등 레저 문화의 다양화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런 말이 제주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같은 흐름은 제주에 대단히 희망적인 일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농산물 개방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제주의 입장에서 마산업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주에서도 제주 말의 다양한 쓰임새를 연구하고 개발해 FTA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축산업과 가공산업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FTA에 대응해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수립, 2017년까지 19개 사업·954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제주마 클러스터사업’을 전국 최초로 추진, 마산업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있다. 제주에서 말은 더 이상 단순한 가축이 아니다. FTA 등에 따른 농업의 개방과 무한 경쟁시대에 대비해 미개척 분야인 마산업을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육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제주도에서 사육되고 있는 여러 종(種)의 말 중에서 ‘제주마’는 1986년에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어 현재 축산진흥원이 관리, 보호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식용은 물론 말기름을 이용한 화장품과 약품 등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제주마산업도 제주도의 틀을 벗어나 세계적인 마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젠 우리 국민이 제주에 오는 이유가 하나 더 늘게 될 것 같다. 관광만이 아니라 말고기 요리를 먹고, 승마를 즐기며, 말기름을 이용한 화장품 등을 사기 위해서 그렇다. 제주에서 관광도 즐기고 다양한 마산업의 혜택도 누려 보길 기대한다. 고태우 한라대 교수
  • [떠나볼래요-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자유로는 염원을 달리고 돛배는 낭만을 물결치고

    [떠나볼래요-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자유로는 염원을 달리고 돛배는 낭만을 물결치고

    휴일에는 외곽의 이정표에서 나를 잊는다. 길게 뻗어가는 자유로, 북으로 향하는 갓길은 문득문득 부재의 연결망이다. 4차선 곁 엉켜 이어지는 철조망은 상흔이라는 단어에 그물을 씌운다. 분단. 냉정과 이념의 갈등이 그어놓은 그 횡축을 우리는 종종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자유로의 끝에는 우회로만 있을 뿐이다. 책장을 휙휙 넘기듯 가로수들은 둥근 나이테에 이 길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상념이 끝없이 차창 밖에서 휘감기는 동안, 자동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다. 무의식은 그렇게 내가 없어도 여전히 나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임진각 이정표를 따라 광장에 와 있다. 평일에 맞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의 휴일은 적요롭다. 다만 햇볕이 광장과 내통하며 드넓은 능선을 따라 반짝거린다. 멀리 임진강역에는 신의주까지 가야할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 아닌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은 그래서 3만 평의 고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고즈넉한 음악처럼 편안해진다.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언덕에 색색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수천 개의 파랑, 빨강, 노랑이 각각의 동심원을 그린다. 바람은 그 중심을 가볍게 터치하며 플라스틱의 날개를 그려준다. 귀퉁이가 찢겨진 바람개비도 섞여 있다. 얼마나 바람을 감아야 이 언덕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름에서 내려다보면 바람개비들은 고단한 한반도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 행사를 기점으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잔디 언덕과 복합문화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진각이 그동안 갖고 있는 분단의 상징을 초월해 화해와 평화,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이 공원의 조성취지이다.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대나무로 엮어놓은 조형물이 북녘을 굽어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4개의 사람 형상이 마치 땅에서 솟아나고 있는 듯하다. 언덕 가장자리 가장 큰 조형물 아래에 서서 나는, 그처럼 북녘을 바라본다. 북의 고향을 그리다 땅에 묻혔을 사람의 표정이었을까. 대나무 엮인 틈틈 바람이 깁은 어느 영혼의 초상일까. 어쩌면 우리의 육신도 이 대나무처럼 스스로를 옭아온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당신에게 깃드는 길은 나의 틈틈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바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평화누리공원 옆 임진각에는 경의선 증기기관차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1953년 휴전 때 남북의 포로 교환이 있었던 ‘자유의 다리’ 끝에는 통일을 염원한 천조각들이 신성하게 매달려 있고, 실향민의 제사 장소인 망배단도 숙연하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 줄기의 아름다움과 울창한 숲, 도라산역으로 향한 철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화석정과 자운서원, 반구정도 가보기 좋은 곳이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이 벼슬 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정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면 임진강이 탁 트인다. 자원서원은 율곡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서원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묘와 가족묘들이 모셔져 있다. 율곡 기념관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도 유명하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더불어 여생을 보냈다고 해서 반구정(伴鷗亭)이라고 한다. 우거진 송림과 임진강의 아름다움이 정자 주변에 펼쳐진다. 임진각을 뒤로 하고 37번 적성 방면 국도를 달린다. 자유로에서 이정표로 마주친 ‘황포돛배’를 보기 위해서이다. 황톳물에 우러난 누런 광목의 돛이 바람에 부풀듯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다다른다. 60여 년 전만 해도 두지나루터는 서해 해산물이나 각종 지역 농산물이 크게 왕래되었다고 한다. 황토빛 돛배들로 붐비는 나루터를 상상해 보니 강물이 유난히도 평온하다. 뱃길에서 청명한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두 척의 돛배가 정박한 작은 포구. 돛배 안을 들여다보니 유선형의 좌석에서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즐기는 감흥이 묻어난다. 2004년부터 운행된 이 황포돛배 유람선의 코스는 자장리석벽을 풍경 삼아 3km를 내려가다 수심이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돌려 40여 분 만에 돌아온다. 이때 펼쳐지는 임진강 수직바위벽은 최고 40m까지 절경을 드러낸다. 적벽의 재질은 현무암으로 60만 년 전 철원지역 화산으로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예로부터 임진강 적벽은 양반들의 뱃놀이 8경 중에 하나로 꼽아 왔다. 유명한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저녁놀이 물들어 가는 서녘 임진강은 가히 황금색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두지리에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같은 간판의 ‘임진강 한우마을’이 있다. 이 간판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이다. 방앗간이 있고 그 옆 철물점도 보인다. 전깃줄이 높은 곳에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마리오네트처럼 상점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적성면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감악산 인근으로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시골마을에 ‘한우’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매장과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 임진강 한우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한우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직거래정육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해소와 더불어 인기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역 경기의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연계된 주변 관광 및 상권들도 소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임진강 한우마을의 고기는 부안과 안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를 직거래로 연결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고기를 사서 인근 구이매장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주말에는 조용한 이 시골마을 좁은 2차선 도로가 서울, 일산 등에서 몰려온 차들로 북적이며 사람들로 붐빈다. 휴일은 속도로 기념되곤 한다. 일상에 벗어나 있다가도 한정된 시간 안에 되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자유로를 따라 37번 국도 여행길은 이렇게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 방식이다. 그래서 때론 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 길 윤성택 밤이 길을 보낸다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먼지로 흩어진다 길의 끝에는 내가 기억하려 한 저녁이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生은 위태로우나 그저 쓸쓸한 점멸로 길 위를 추억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는 것이다 글·사진_ 윤성택 시인
  •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평화누리 바람 타고 황포돛배에서 한우마을까지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평화누리 바람 타고 황포돛배에서 한우마을까지

    휴일에는 외곽의 이정표에서 나를 잊는다. 길게 뻗어가는 자유로, 북으로 향하는 갓길은 문득문득 부재의 연결망이다. 4차선 곁 엉켜 이어지는 철조망은 상흔이라는 단어에 그물을 씌운다. 분단. 냉정과 이념의 갈등이 그어놓은 그 횡축을 우리는 종종 깨닫지 못한다. 아직도 자유로의 끝에는 우회로만 있을 뿐이다. 책장을 휙휙 넘기듯 가로수들은 둥근 나이테에 이 길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다. 상념이 끝없이 차창 밖에서 휘감기는 동안, 자동차는 방향지시등을 켜고 속도를 줄인다. 무의식은 그렇게 내가 없어도 여전히 나처럼 살아간다. 어느덧 임진각 이정표를 따라 광장에 와 있다. 평일에 맞는 임진각 평화누리에서의 휴일은 적요롭다. 다만 햇볕이 광장과 내통하며 드넓은 능선을 따라 반짝거린다. 멀리 임진강역에는 신의주까지 가야할 기차가 더 이상 가지 못하고 멈춰 있을 것이다. 종착역이 아닌 드넓은 평화누리공원은 그래서 3만 평의 고요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잘 가꾸어진 잔디와 흙길을 걷다보면 마음은 고즈넉한 음악처럼 편안해진다. 부채꼴 모양으로 뻗어 있는 언덕에 색색 바람개비가 눈에 띈다. 가까이 가보니 수천 개의 파랑, 빨강, 노랑이 각각의 동심원을 그린다. 바람은 그 중심을 가볍게 터치하며 플라스틱의 날개를 그려준다. 귀퉁이가 찢겨진 바람개비도 섞여 있다. 얼마나 바람을 감아야 이 언덕을 날아오를 수 있을까. 구름에서 내려다보면 바람개비들은 고단한 한반도 형상으로 배치되어 있다. 2005년 세계평화축전 행사를 기점으로 조성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잔디 언덕과 복합문화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임진각이 그동안 갖고 있는 분단의 상징을 초월해 화해와 평화,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 이 공원의 조성취지이다. 연중 다양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평화누리공원 언덕, 대나무로 엮어놓은 조형물이 북녘을 굽어본다.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4개의 사람 형상이 마치 땅에서 솟아나고 있는 듯하다. 언덕 가장자리 가장 큰 조형물 아래에 서서 나는, 그처럼 북녘을 바라본다. 북의 고향을 그리다 땅에 묻혔을 사람의 표정이었을까. 대나무 엮인 틈틈 바람이 깁은 어느 영혼의 초상일까. 어쩌면 우리의 육신도 이 대나무처럼 스스로를 옭아온 껍질일지도 모른다. 그리움은 나를 벗어나는 순간 다가갈 수 있다. 그러니 나를 버리고 당신에게 깃드는 길은 나의 틈틈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바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평화누리공원 옆 임진각에는 경의선 증기기관차와 반세기 전 한국전쟁의 흔적이 간직되어 있다. 1953년 휴전 때 남북의 포로 교환이 있었던 ‘자유의 다리’ 끝에는 통일을 염원한 천조각들이 신성하게 매달려 있고, 실향민의 제사 장소인 망배단도 숙연하다. 특히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 줄기의 아름다움과 울창한 숲, 도라산역으로 향한 철도를 조망할 수 있다. 아울러 인근 화석정과 자운서원, 반구정도 가보기 좋은 곳이다. 화석정은 율곡 선생이 벼슬 후 여생을 보낸 곳으로 정자에 걸터앉아 바라보면 임진강이 탁 트인다. 자원서원은 율곡 선생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세운 서원으로 신사임당과 율곡의 묘와 가족묘들이 모셔져 있다. 율곡 기념관은 학생들의 교육장소로도 유명하다. 반구정은 황희 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와 더불어 여생을 보냈다고 해서 반구정(伴鷗亭)이라고 한다. 우거진 송림과 임진강의 아름다움이 정자 주변에 펼쳐진다. 임진각을 뒤로 하고 37번 적성 방면 국도를 달린다. 자유로에서 이정표로 마주친 ‘황포돛배’를 보기 위해서이다. 황톳물에 우러난 누런 광목의 돛이 바람에 부풀듯 적성면 두지나루터에 다다른다. 60여 년 전만 해도 두지나루터는 서해 해산물이나 각종 지역 농산물이 크게 왕래되었다고 한다. 황토빛 돛배들로 붐비는 나루터를 상상해 보니 강물이 유난히도 평온하다. 뱃길에서 청명한 날이면 개성 송악산까지 뚜렷하게 보인다. 두 척의 돛배가 정박한 작은 포구. 돛배 안을 들여다보니 유선형의 좌석에서 강줄기를 따라 유유히 즐기는 감흥이 묻어난다. 2004년부터 운행된 이 황포돛배 유람선의 코스는 자장리석벽을 풍경 삼아 3km를 내려가다 수심이 낮아지는 고랑포 여울목에서 배를 돌려 40여 분 만에 돌아온다. 이때 펼쳐지는 임진강 수직바위벽은 최고 40m까지 절경을 드러낸다. 적벽의 재질은 현무암으로 60만 년 전 철원지역 화산으로 형성된 것이라 한다. 예로부터 임진강 적벽은 양반들의 뱃놀이 8경 중에 하나로 꼽아 왔다. 유명한 겸재 정선의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 등의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이다. 저녁놀이 물들어 가는 서녘 임진강은 가히 황금색이라 할 정도로 아름답다. 두지리에서 적성면으로 가다보면 같은 간판의 ‘임진강 한우마을’이 있다. 이 간판을 제외하면 여느 시골마을 풍경 그대로이다. 방앗간이 있고 그 옆 철물점도 보인다. 전깃줄이 높은 곳에서 이곳저곳을 가로지르며 마리오네트처럼 상점들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적성면은 비무장지대와 가까운 감악산 인근으로 청정지역으로 불린다. 이런 시골마을에 ‘한우’라는 하나의 아이템으로 매장과 식당이 들어선 것이 신기하다. 임진강 한우마을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보고 싶은 한우마을’로 지정되기도 했다. 직거래정육식당 프랜차이즈 사업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해소와 더불어 인기 있는 마을로 자리 잡았다. 비즈니스적인 마인드로 시작된 것이지만 지역 경기의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연계된 주변 관광 및 상권들도 소비가 증대되기 때문이다. 임진강 한우마을의 고기는 부안과 안성에서 사육되는 한우를 직거래로 연결하여 시중가보다 저렴하다. 고기를 사서 인근 구이매장에서 바로 구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다. 주말에는 조용한 이 시골마을 좁은 2차선 도로가 서울, 일산 등에서 몰려온 차들로 북적이며 사람들로 붐빈다. 휴일은 속도로 기념되곤 한다. 일상에 벗어나 있다가도 한정된 시간 안에 되돌아오기 위해 우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 자유로를 따라 37번 국도 여행길은 이렇게 풍경의 과감한 생략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여행지에서의 상념은 시간을 부재시키며 존재를 깨닫게 한다. 그렇게 눈으로 본 것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인간의 오랜 기록 방식이다. 그래서 때론 휴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멀리 가 있을 수 있다. 누구의 시간도 아닌 나만의 시간에게. 길 윤성택 밤이 길을 보낸다 속도와 속도의 빛줄기는 텅 빈 시간 속에서 쉴 새 없이 먼지로 흩어진다 길의 끝에는 내가 기억하려 한 저녁이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生은 위태로우나 그저 쓸쓸한 점멸로 길 위를 추억할 뿐이다 나는 멀리서 이 밤을, 이제 막 당신을, 통과하는 것이다 글·사진_ 윤성택 시인
  • 장마끝≠무더위 8월초 ‘無더위’

    장마끝≠무더위 8월초 ‘無더위’

    일주일 넘게 청명한 초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21~28일 전국 평균기온은 23도로 평년(25.6도)보다 2.6도 낮았다. 원래 7월말쯤이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요즘 날씨를 보면 ‘장마 끝=무더위’라는 기존 공식이 무색해진다. 28일과 29일에도 중부지방은 맑았지만 제주도 등 남해안은 강풍과 폭우로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은 최근의 선선한 날씨가 8월 상순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는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북쪽 찬 기단에 북태평양고기압 확장 못해 변덕스러운 이같은 날씨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들도 올여름은 참 특이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마전선이 소멸하려면 찬 성질을 띤 북쪽의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약화돼 8월초부터 더운 성질을 띤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상해야 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30도가 넘는 폭염이 시작되는 것이 전형적인 공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북쪽의 찬 기단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어 북태평양 고기압이 좀처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선선한 날씨를 유지하는 동시에 장마전선이 남해안과 일본 열도 쪽에 머물러 있다. ‘장마 끝=무더위’ 공식이 깨진 것은 사실 오래됐다. 이미 1970년대 중반부터 겨울철 삼한사온 공식이 깨지는 등 이상기온 현상을 보였다. 본격화된 것은 98년 여름부터다. 세계적으로 ‘20세기 최대의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면서 장마철을 불문하고 집중 폭우가 내렸다. 그 뒤에도 아열대 기후처럼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보였다. ●국지성 폭우·강풍도 빈번 주의를 진기범 기상청 예보국장은 “8월에도 오호츠크해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만나면서 강한 소나기를 뿌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지난 23일 발표한 예보에서 8월 하순에는 동쪽에서 오는 상층 한기의 영향으로 기온이 예년보다 낮고 강수량도 많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장마는 아시아대륙 땅덩어리의 더운 성질과 태평양의 차가운 성질이 충돌하면서 비가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중국, 우리나라, 일본에 걸쳐서 길게 형성된다. 중국에서는 장마를 ‘메이유(梅雨)’라고 하고, 일본에선 ‘바이우(梅雨)’라고 한다. 매실이 노랗게 익어갈 무렵에 내리는 비라는 뜻이다. 일본 기상청은 최근 오키나와 등 4개 구에서 ‘장마 종료’를 선언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장마 종료 선언 후에 오히려 더 많은 비가 내려 인명 피해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박정규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최근 장맛비도 불규칙해지면서 장마 시작과 끝을 예보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테마 스토리 서울] (2) 남산 케이블카

    [테마 스토리 서울] (2) 남산 케이블카

    “오늘은 비가 내려서인지 서울 하늘이 조금 컴컴하구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서울에 큰 빌딩이 적어 하늘이 더 맑고 청명해 보였는데…” 난 남산의 케이블카다. 1962년 5월12일에 태어나 빠르게 변해 온 서울의 모습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켜본 마흔일곱살의 서울 토박이다. 난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용 케이블카다. 당시 돈으로 3억환(1962년 화폐개혁 이후 3000만원)이나 주고 모셔온 ‘귀한 몸’. 처음엔 사람들이 나를 ‘삭도차(索道車)’라고 불렀다. 아직도 몇몇 노인들은 나를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회현동~남산 꼭대기 605m 운행 난 개통 후 사람들을 태우고 회현동 승강장에서 남산 꼭대기 사이(605m)를 오가는 일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해왔다. 그렇게 50년 가까이 일하니, 어느새 한해 60만명을 나르는 국내 최장수 케이블카가 되었다. 난 서울의 발전상을 직접 보여주는 ‘모더니즘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비록 3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하늘을 날며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경이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40~50대 중년인 친구들이 코흘리개였던 시절, 엄마·아빠 손에 이끌려 와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세운상가, 삼일빌딩 같은 고층건물에 놀라 소리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나는 영화에도 출연했다. 86년 ‘돌아이2’(이두용 감독)라는 영화에서 당시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가수 전영록이 남산으로 향하던 나를 타고 지붕 위에서 악당들과 싸우다, 옆으로 지나가는 다른 케이블카 지붕 위로 뛰어 넘던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명장면으로 남은 것 아닌가. 하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나를 그리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외국 여행이 자유로워진 뒤로 시큰둥한 표정으로 “서울 야경이 홍콩이나 도쿄만 못하다.”며 투덜대는 소리를 듣곤 한다. 그래도 서울은 그런 도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유구한 전통을 갖고 있다. ●2011년엔 에어카 도입 최근에는 나를 더 쉽게 탈 수 있도록 서울시가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남산오르미’를 만들어 주었다. 남산3호 터널 앞에서 남산오르미를 타고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나를 갈아타면 된다. 어린 친구가 생긴 셈이다. 2011년이 되면 나보다 훨씬 편리하게 남산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동생인 ‘에어카(곤돌라 리프트)’도 들어온다고 한다. 물론 그 때도 나는 일할 것이다. 남산 ‘터줏대감’ 자리를 동생에게 물려줄 게 뻔해 서운하긴 하지만, 서울시의 남산 르네상스 계획을 통해 역사와 전통을 복원해 가는 서울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내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도움말 서울 남산르네상스담당관 백현식 과장
  • [女談餘談] 내조여왕 전상서/이재연 사회부 기자

    [女談餘談] 내조여왕 전상서/이재연 사회부 기자

    ‘내조의 여왕’께서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소문난 살림꾼인 막내이모가 지난달 청명한 주말 아침, 부엌에서 의식을 잃었다.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라고 했다.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우리 자매에게 이모와 엄마는 동의어였다.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같이 살면서 교사였던 엄마 대신 ‘풀타임 베이비시터’를 해준 분이셨다. 지금도 그렇지만 80년대 초·중반만 해도 제대로 된 보모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당시 이모는 결혼하기 전 신부수업을 한 셈 치겠다고 했다. 아무리 외조카가 각별하다고 해도 애틋한 마음만으론 할 수 없는 일을 기꺼이 맡으셨다. 워킹맘을 대신한 이모는 완벽한 엄마였다. 조카들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게 일과였다. 이모의 손만 거치면 부스스한 모습의 떼쟁이 조카는 금세 양갈래 머리를 한 단정한 소녀로 변신하곤 했다. 이모의 결혼식날 나는 왠지 모를 섭섭함에 잔뜩 부은 얼굴로 그녀를 떠나보냈다. 결혼 후 당신은 또다시 내조의 여왕으로 거듭났다. 남편과 두 딸 뒷바라지에 옹골찬 살림솜씨, 아픈 손윗동서를 대신해 시어머니 수발까지. 이모의 쉰넷 평생은 조카들의 대모이자 아내, 엄마, 며느리의 인생으로 가득 찼다. 이모가 없었다면 교사, 기자, 프로그래머 같은 워킹우먼들의 탄생도 불가능했다. 이제야 본인의 인생을 좀 사시려니 했는데 덜컥 쓰러지다니. 3일만에 깨어난 이모는 삶의 전부였던 가족마저도 알아보지 못했다. 식당이나 술집에 가면 서빙하는 분을 곧잘 이모라고 부르지만 난 아직도 그 호칭이 설다. 내겐 이모와 엄마가 동격인데 어찌 그네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난 여태껏 이모의 병실 머리맡 한번 지키지 못했다. 출장에 야근에 세상 혼자 바쁜 것처럼 핑계를 대며 그저 전화통화로 면피만 해왔다. 이번 주말엔 꼭 내조의 여왕께 달려가 짧은 하루지만 곁에서 모셔야겠다. 더 이상 늦기 전에. 이재연 사회부 기자 oscal@seoul.co.kr
  • [단신]

    송자별집총간 출판기념회 참석 임동철 충북대 총장 19일 청주박물관 청명관에서 열리는 ‘송자별집총간 출간기념회’에서 축사할 예정이다. 도시생활개선 회장단 수련회에 이완구 충남지사 18일 보령 한화리조트에서 열린 도시생활개선 회장단 수련대회에 참석해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녹색도시 만들기 특강 정종득 전남 목포시장 18일 나주 중흥골드스파에서 시청 직원 130여명을 대상으로 녹색도시 만들기 특강을 했다.
  • 송자별집총간 출판기념회 참석

    임동철 충북대 총장 19일 청주박물관 청명관에서 열리는 ‘송자별집총간 출간기념회’에서 축사할 예정이다.
  • 청명해진 서울

    올 상반기에 서울지역의 대기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한결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올해 1~5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PM10)가 ㎥당 64㎍(마이크로그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보다 2㎍ 줄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4월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 최저 수치인 55㎍/㎥보다 낮은 52㎍/㎥를 기록한 날이 14일간이나 지속됐으며, 지난달 말에는 시정 거리가 남산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내다볼 수 있을 정도인 최대 27㎞를 기록했다.지난해 서울시내 대기의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55㎍/㎥로 1995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는 봄철 미세먼지 농도가 황사 등으로 인해 연평균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초 이상고온과 기온역전 현상으로 연무가 자주 발생했는데도 미세먼지가 줄었다.”면서 “악조건 속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낮게 나타나 대기질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종욱 월드포커스] 톈안먼 사태와 장례식의 정치역학

    [정종욱 월드포커스] 톈안먼 사태와 장례식의 정치역학

    자오쯔양(趙紫陽)의 회고록이 출판되었다. “국사범 - 자오쯔양의 비밀 기록”(Prisoner of the State - Secret Journal of Zhao Ziyang)이 제목이다. 국사범이란 반국가 행위에 해당하는 중죄를 지은 사람이다. ‘국사범’ 자오는 1989년 6월4일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6·4 사태에 책임을 지고 중국 공산당 총서기 직에서 쫓겨났고 그 후 베이징의 자택에 연금되어 있다가 지난 2005년 1월 폐렴으로 사망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 인생의 마지막 16년을 보낸 그는 틈틈이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육성으로 녹음했고 이것이 해외로 몰래 반출되어 이번에 미국과 홍콩에서 책으로 출판된 것이다. 국사범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자오는 중국 최고의 지도자였다. 진짜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수렴청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는 공식 직함이 없는 8대 원로 중의 한 명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자오는 덩이 가장 아끼던 측근이었다. 쓰촨성(四川省) 당서기로 있던 자오를 베이징으로 불러 올려 총리를 거쳐 총서기까지 시킨 것도 덩이었다. 개혁과 개방만이 중국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던 덩이 자오가 쓰촨성에서 일궈낸 경제기적에 감동하여 그를 중국 근대화의 상징으로 만들려 했었다. 그런 자오가 하루아침에 국사범이라는 죄명을 쓰고 몰락하고 말았다. 그냥 몰락한 게 아니라 쓰촨성 경제기적의 주인공이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의 우상이 되어 몰락하고 만 것이다. 톈안먼 광장은 중국 정치사의 산증인이다. 현대 중국의 크고 작은 사건들이 모두 이곳에서 일어났다.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을 선포한 곳도 이곳이었고 문화혁명 때 그 공화국을 붕괴 직전의 위기로 몰아갔던 홍위병들이 광란의 질주를 벌렸던 곳도 같은 장소였다. 또한 4인방에 맞서 사회 질서를 회복하고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애쓰다가 끝내 숨지고 만 저우언라이를 추모하는 청명절 행사가 열렸던 곳도, 그 결과 부도옹 덩샤오핑이 또다시 권좌에서 밀려난 것도 톈안먼 광장에서 벌어진 일들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개혁에 저항하는 강경파에 몰려 실각한 후야오방 총서기의 추모행사가 열렸고 자오쯔양을 국사범으로 만들어 버린 사건이 시작된 곳도 모두 이곳 톈안먼 광장이었다. 톈안먼 광장은 장례식이나 추모식을 중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무덤으로 바꾼 특이한 역사의 현장이라 할 수 있다. 자오의 실각을 초래했던 6·4 톈안먼 사태는 올해로 건국 60년을 맞는 공산당 집권 이후의 중국 역사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기록들은 국가기밀로 분류된 채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공산당의 입장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톈안먼 사태는 국가체제를 전복시키려는 폭도들이 일으킨 동란(動亂)이다. 톈안먼 사태를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몰아간 4월26일자 인민일보 사설과 똑같은 입장이다. 중국에서 동란은 단순한 소요사태가 아니다. 그것은 반국가적 음모를 의미한다. 이 동란을 진압하기 위해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군대가 동원되었다. 5월19일 새벽 5시 자오쯔양이 톈안먼 광장에 나타났지만 이미 사태를 평화적으로 수습하기에는 그의 말대로 너무 늦었다. 자오쯔양의 회고록이 톈안먼 사태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자오의 회고록은 개혁과 민주화를 양립시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자오는 개혁과 민주화의 동시 추진을 주장했고 이것이 초래할 사회적 혼란을 우려한 보수파들이 그를 국사범으로 만들었다. 물론 덩샤오핑도 자오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개혁의 동지였지 민주화의 동지는 아니었다. 개혁과 민주화는 앞으로 중국이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오는 시대를 앞서 간 이상주의자였다. 정종욱 전 서울대 교수ㆍ외교안보 수석
  • [도시와 산] (8) 광주 무등산

    [도시와 산] (8) 광주 무등산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죽음과 죽음 사이에/ 피눈물 흘리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김준태 시인이 5·18민주화운동 직후 지방 일간지에 발표한 시의 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해당 신문은 폐간되고, 그는 엄청난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 이후 무등산은 고은·김남주·황지우·문병란·양성우 등에 의해 저항문학의 단골 소재가 됐다. 5월의 무등산은 신록이 눈부시다. 장불재 부근엔 철쭉이 산허리를 불태우고 있다. 도심에서 ‘광풍’이 몰아치던 1980년 5월에도 그랬다. 그 이후 매년 정월 초하루 수만명의 인파가 중머리재에 몰려 새해를 맞았다. 하고 싶은 말과 가슴 속에 숨겨둔 무언가를 외쳐댔던 곳이다. 원효·나옹 등 고승들의 발자취가 서린 사찰과 암자도 즐비하다. 무등산은 숱한 국난과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수천년간 지켜본 산증인이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능선은 인구 150만 도시를 품고 있다. 그래서 어머니로 자주 비유된다. 시민들에겐 ‘산’이란 장소성을 뛰어넘어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유이다. ●불교와 민속의 중심 무등산(1187m)은 광주광역시의 동쪽 가장자리와 전남 담양·화순에 걸쳐 우뚝 솟아 있다. 무진악, 서석산, 무당산 등으로 불리다가 ‘고려사’에 처음 무등산이란 기록이 나온다. 노산 이은상은 무등산이 불교적 용어인 무유등등(無有等等·부처님은 중생과 같지 않다)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걸맞게 곳곳에 사찰과 고승들의 전설이 서려 있다. 증심사·약사사·원효사·관음암·규봉암·석불암·문빈정사 등 현존 사찰 이외에 서봉사지·개선사지·백천사지 등 문헌상으로 전해지는 절터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증심사~중머리재 구간에 있는 천제단과 송풍정 등은 나라가 어렵거나 백성이 도탄에 빠졌을 때 하늘에 제를 올린 곳이다. 이나라(32·여) 광주 동구문화원 사무국장은 “무등산은 예부터 기우제, 당산제, 철쭉제, 억새제 등 각종 산제사를 모시는 신령한 곳으로 여겨졌다.”며 “산제사는 시민들의 화합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무등산은 남북 주능에서 뻗어난 몇개의 가지 능선으로 이뤄졌다. 북서릉은 정상~중봉~바람재~향로봉~장원봉~잣고개를 넘어 국립5·18민주묘지가 위치한 망월동쪽으로 이어진다. 남서릉은 정상~장불재~백마 능선까지는 남북 주릉과 함께 달리다가 화순과 광주의 경계를 이루는 너릿재로 가지를 낸다. 그러나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한 덩어리처럼 육중하게 보인다. ●빼어난 풍광 예부터 수많은 시인과 묵객들이 무등산의 ‘경승’을 노래했듯이 각 지점마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꼭대기는 천왕·지왕·인왕봉 등 ‘정상 3봉’으로 이뤄졌다. 이 중 천왕봉(1186.7m)이 가장 높다. 현재 정상 3봉 일대는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현장 접근은 불가능하다. 이 부근에 오르면 남서쪽은 나주평야와 월출산이 지척이다. 청명한 날이면 다도해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인다. 이보다 조금 낮은 서석대(1100m)와 입석대(1017m)는 가히 절경이다. 이들 봉우리는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주상절리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석대는 저녁노을이 물들 때 햇빛이 반사되면 수정처럼 빛을 발해 ‘수정병풍(水晶屛風)’이란 별명도 갖고 있다. ‘천만년 비바람에 깎이고 떨어지고/ 늙도록 젊은 모양이 죽은 듯 살아 있는 모양이/ 찌르면 끓는 피 한줄 솟아날 듯하여라.’ 시인 이은상이 입석대를 노래한 시구이다. 억겁의 풍상을 겪는 동안 쪼개지고, 깎이면서 고통을 견뎌냈다. 이들 두 봉우리는 2005년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 제645호로 지정됐다. 10년 넘게 산을 오르내린 이길용(47)씨는 “철 따라 주변 환경이 환상적으로 변하는 입석·서석대는 신령스런 분위기를 풍긴다.”고 말했다. ●도시의 허파이자 쉼터 무등산은 도시의 허파이자 생태계의 보고이다. 진달래, 철쭉, 산나리 등 1000여종의 온대성 식물들이 철따라 변신하며 장관을 연출한다. 천연기념물인 붉은배 새매·황조롱이를 비롯해 삵·멧돼지·고라니 등 100여종의 조류와 포유류가 둥지를 틀고 있다. 시민들은 무등산을 동네 공원쯤으로 여긴다. 도심과 맞닿아 있어 맘만 먹으면 언제나 오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등산 코스 역시 산책로 수준인 1시간 대에서부터 6~7시간 정도의 코스까지 선택할 수 있다. 문현석(48·북구 용봉동)씨는 “산행을 할 때마다 친구나 직장 동료 등 한두 명의 지인을 꼭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서남쪽인 증심사를 출발, 약사사~새인봉 삼거리~중머리재~장불재~정상 구간이지만 ‘증심사지구 자연환경 복원 사업’으로 최근 잠정 폐쇄됐다. 대신 북쪽인 원효사 지구에서 출발, 꼬막재~규봉암~장불재~정상 코스 등으로 등산객이 많이 몰린다. 요즘은 철쭉철이라서 관광버스를 동원한 외지 등산객의 발길도 줄을 잇는다. 5월 초부터 해발 400~500m 능선인 토끼등·바람재 일대에서 철쭉이 피기 시작, 20일 이후이면 장불재 등 정상 구간까지 만발한다. 주말과 휴일엔 2만~3만명이 산을 찾는다. 공원관리사무소측은 최근 동구 산수동~충장사~원효사~서석대에 이르는 11.87㎞의 옛길을 복원하고 일부를 개방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실개천옆 정자엔 임을 향한 행진곡~~ 무등산의 북동쪽 줄기는 원효계곡을 따라 지실마을을 거쳐 전남 담양군 봉산면으로 이어지면서 평야지대를 이룬다. 지금은 지실마을 부근에 광주호가 생겼지만 예전엔 무등산 계곡으로부터 발원한 물길이 남면·봉산면 일대 들녘을 관통했다. 계곡 양 안은 무등산 줄기에서 뻗어 나온 야트막한 산과 그런 야산에서 갈라져 나온 실개천이 여럿 있다. 이 일대에 조선 초·중기부터 유학자·유배자·풍류 가객들이 몰려들었다. 자연스레 정자들이 들어섰다. 이를 중심으로 지체 높은 양반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나름대로 ‘누정 문화’가 탄생했다. 개인적 수양이나 후학의 교육, 현실도피적 은둔 등 정자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무등산권 정자들이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는 이유는 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조선조 ‘가사문학’이 꽃피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이 광주호 상류 소나무 숲에 있는 식영정이다. 서하당 김성원이 그의 장인이자 스승인 임억령을 위해 1560년(명종 15년)에 세웠다. 송강 정철이 25살 때 이곳에 머물면서 무등의 4계절과 강호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성산별곡을 지었다. 이곳으로부터 1㎞쯤 상류에는 양산보(1503~1557)가 건축해 은둔생활을 했던 소쇄원이 자리한다. 소쇄원은 한국 정원의 전형으로도 꼽힌다. 이곳을 찾아 시를 남긴 인물로는 김인후·김성원·기대승·고경명·정철 등이 있다. 식영정과 불과 250여m 건너편에는 김윤제(1501~1572)가 지은 환벽당이 있다. 정철이 청소년기를 보내면서 학문을 닦기도 했다. 광주호 아래쪽인 담양군 봉산면 제월리엔 송순(1493~1583)이 지은 면앙정이 있다. 국문학사에 주옥 같은 ‘면앙정가’가 탄생한 곳이다. 무등산 원효계곡과 맞닿은 담양군 고서면 원강리에는 송강정이 자리한다. 송강이 1585년 대사헌으로 지내다가 당쟁에 휘말려 3년간 머물던 장소이다. 연군지정(戀君之情)을 읊은 ‘사미인곡’이 탄생했다. 광주 북구 충효동과 원효계곡 하류엔 취가정과 풍암정이 있는 등 조선조 때 이 일대가 풍류를 아는 시인과 묵객들의 쉼터였다. ‘무등산’의 저자 박선홍씨는 “무등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이 권력에서 소외되거나 당쟁에 휘말린 선비들을 자연스레 모이게 했을 것”이라며 “이들 정자를 잘 보존해 후세 교육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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