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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명예 바닥에…” 뒤늦게 사과한 김수남

    “檢 명예 바닥에…” 뒤늦게 사과한 김수남

    “최근 일부 구성원의 연이은 비리로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께 실망과 충격을 안겼습니다. 검찰의 명예도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합니다.” 진경준(49·구속 기소) 전 검사장에 이어 최근 5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김형준(46·구속) 부장검사까지 구속되면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30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7월 진 전 검사장 구속 직후 “국민께 실망과 분노를 안겨 드려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으나 자료와 대변인을 통한 것이어서 국민에 대한 공식 사과로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으로 평가된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청렴 서약식’에서 “많은 국민은 검찰이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스스로도 내부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는 검찰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어 “공정과 청렴은 검찰 조직의 존립 기반”이라며 “공정하지 않으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고,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후배 검사들에게 강조했다. 김 총장은 특히 진 전 검사장과 김 부장검사의 비위를 겨냥한 듯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 비밀이 없어서 청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청렴해야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일선 검사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김 총장의 사과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검사 개인의 일탈은 총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다. 개별 검사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수뇌부가 일일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반성 없이 권위적인 태도를 고집한다’는 각계각층의 비난 여론이 일었고, 이에 김 총장은 일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청렴 서약식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전면 시행을 맞아 대검을 포함한 전국 64개 검찰청에서 일제히 열렸다.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1만명의 직원이 참여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권위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수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에서 만들어진다”며 “검찰이 다시 신뢰받는 기관이 되기 위한 변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란 권익위원장 내가 임명”

    이명박 전 대통령 “김영란 권익위원장 내가 임명”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입법의 주역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자신이 임명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임명 배경과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임명된 대한민국 1호 여성 대법관”이라고 소개한 뒤 “2010년 9월 대법관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그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수여하며 퇴임 후 계획에 대해 물었더니 변호사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만 해도 대법관을 그만두면 대형 로펌에 가거나 변호사 사무실을 내는 것이 관행이었고 그로 인한 전관예우 문제도 있었는데, 이를 마다한 김 전 위원장의 생각이 우리 정부의 공정사회 철학과 일치한다고 느꼈고, 권익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 역시 해외에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접고 권익위원장으로서 부패 척결의 책임을 기꺼이 맡아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김영란법은) 반부패·청렴의식의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면서 “각계 각층의 활발한 토론을 거쳐 어렵사리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이어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오랜 시간 관례화된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해석과 세부 적용 사례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문제 또한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 역시 우리 사회가 성숙해 가는 과정으로 겪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해와 공감대가 부족해 과잉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안정되면 합리적인 일처리가 가능해지고 그간 느껴왔던 부담도 크게 줄 것”이라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감한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실행해야 한다. 당장의 현실을 부정적으로 탄식하기보다 건전한 소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새로운 방식의 수요가 창출되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또 금요일…사드배치·검찰총장 사과 그리고 우병우 ‘무혐의’

    또 금요일…사드배치·검찰총장 사과 그리고 우병우 ‘무혐의’

    또 금요일이었다. 정부의 국가 중대 사안 발표와 검찰 수장의 대국민 사과 그리고 대통령 최측근 인사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흘리기’가 하루에 이어졌다. 아직 금요일이 끝나기 전까지 “또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출입처별 기자들의 걱정 또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주말이 시작되면서 언론 주목도가 낮은 금요일에 민감하거나 불편한 발표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김수남 검찰총장 “검찰 명예 바닥 떨어졌다” 사과 30일 오전은 검찰 출입 기자들이 바빴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리는 ‘청렴서약식’에서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진경준(49) 전 검사장이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넥슨 주식과 차량 등을 뇌물로 받아 지난 7월 구속기소됐고,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인 김형준(46) 부장검사도 고교동창 김모(46)씨로부터 5000여 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지난 29일 구속되면서 “검찰총장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다. 김 총장은 이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면서 “최근 일부 구성원의 연이은 비리로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께 실망과 충격을 안겼고, 검찰의 명예도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과 청렴은 바로 우리 검찰조직의 존립 기반”이라면서 “공정하지 않으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고,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장은 진 전 검사장 구속 당시에는 비공개로 진행된 고검장 회의에서 사과했을 뿐 언론에 공개된 자리에서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두 사건 모두 ‘개인적 비리’인 만큼 검찰 조직의 수장이 공개사과 할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도 많았다. ●국방부 ‘뜨거운 감자’ 사드 배치, 성주골프장 발표 후보지로 거론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 등의 거센 반발로 진통을 겪어 온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지역은 결국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골프장 부지로 확정됐다. 황인무 국방부 차관은 이날 오전 10시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찾아가 사드배치 지역을 기존의 성산포대 대신 성주골프장으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런 내용을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등에게도 통보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가 안보 관련 중대 사안을 발표하면서 정작 국방부를 출입하는 기자들과는 마찰 끝에 결국 ‘보도자료 배포’ 형식만 취했다. 국방부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공식 브리핑’이 아닌 비공개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식으로 부지 결정을 발표하기 하면서 기자단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검찰, ‘우병우 부동산 특혜’ 무혐의를 흘리다 오후 2시 23분.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우병우 수석 처가-넥슨 땅 거래,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한 줄짜리 속보가 나왔다. 우 수석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이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 낸 것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위 의혹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직무 기밀 누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 관계자는 이날 오후 2시쯤 “(우 수석 관련 거래와 관련된) 팩트만 놓고 보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의 성격은 거의 파악이 됐으며, 자유로운 사적인 거래로 보고 있다”면서 “금품 거래라든가 다른 특별한 점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 수석 처가는 2011년 3월 강남역 근처에 있는 3371㎡(약 1020평) 토지를 1365억원(국세청 신고 기준)에 넥슨코리아에 팔았다. 넥슨코리아는 이듬해 1월 바로 옆 땅 134㎡(약 40평)를 100억원에 추가 매입한 뒤 그해 7월 두 토지를 합쳐 1505억원에 부동산 개발 업체에 되팔았다. 거래 외형만 따지면 140억원의 차익을 냈지만, 양도세 등 세금과 거래 비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우 수석 처가 쪽에서 넥슨코리아에 땅을 팔기 전 1100억원대에 땅을 내놨다는 부동산 업자의 광고까지 알려져 넥슨코리아가 이 땅을 고가에 사 줘 결국 우 수석 측에 경제적 이익을 안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참고인 조사를 다 했다”면서 “특별히 의미 있는 진술이 현재로선 없다”고 덧붙였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검찰총장, 검사 비리 대국민 사과…“검찰 명예 바닥 떨어졌다”

    검찰총장, 검사 비리 대국민 사과…“검찰 명예 바닥 떨어졌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검사 비리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김형준(46) 부장검사 사건에 대해서다. 김 총장은 30일 대검찰청 소속 검사·수사관 전원이 참석한 ‘청렴서약식’에서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최근 일부 구성원의 연이은 비리로 정의로운 검찰을 바라는 국민들께 실망과 충격을 안겼다”며 “검찰의 명예도 바닥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은 검찰이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저 스스로도 우리 내부의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서는 검찰이 제대로 설 수 없다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총장은 “공정과 청렴은 바로 우리 검찰조직의 존립 기반”이라며 “공정하지 않으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고, 청렴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부장검사의 비위에 개인 일탈 성격이 있는 만큼 검찰총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김 총장이 사과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이 이날 대국민사과를 한 청렴서약식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전면 시행을 위해 대검찰청 등 전국 64개 검찰청에서 동시에 열리는 행사다. 김 총장은 준비해온 발언을 끝낸 뒤 대검 직원들로부터 청렴 선서를 받고 청렴서약서를 제출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법조비리 사과하는 김수남 검찰총장

    [서울포토] 법조비리 사과하는 김수남 검찰총장

    김수남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청렴서약식에서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에 대해 국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최해국 기자 seaworld@seoul.co.kr
  • [사설] 소비 위축에 벌써 보완 논의 나오는 ‘김영란법’

    내수 위축 조짐, 성장률 하락 우려 사회 혼란 커지면 개정 서둘러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사회 풍속도가 확 바뀌고 있다. 고급 식당은 손님이 없어 썰렁하다. 식사값 상한선인 3만원 이하의 밥을 먹으면서도 불필요한 의혹을 살까 각자 부담하는 이들도 많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관행과 거품이 일시에 제거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법의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인한 혼란도 많다. 자칫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내수가 위축되지나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인다. 고급 음식점은 하루 매출이 30% 이상 하락했고, 선물용 난도 주문량이 80%나 뚝 떨어졌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이례적으로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 골프에 장관들이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도 그만큼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에 대한 고심이 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이 법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이 어느 정도가 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내년과 후년 경제 전망치를 추정해 발표해야 하는 한국은행마저도 시뮬레이션을 하고도 정확성을 자신하지 못해 고민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실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 등의 매출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문화행사의 큰손이던 기업들이 후원을 줄이면서 문화예술계 등 예상치 못한 곳곳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기업의 각 재단에서 운영하던 해외연수·저술지원 등도 중단 상태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하던 지원마저 ‘금품제공’으로 매도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 사회가 ‘동토(凍土)의 왕국’이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도 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김영란법은 부패의 먹이사슬 선상에 있는 공직사회와 기업뿐 아니라 전 국민이 사실상 법 적용에 포함되다 보니 모든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하다. 지갑을 열지 않으니 ‘소비절벽’이 나타나고, 경제 활력이 떨어져 성장률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JP모건 등이 최근 보고서에서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회적·경제적 손실 등 부작용을 외면할 수 없다. 각종 투서·고발·고소 사건으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와 불신사회 조장도 걱정이다. 더구나 법은 사회적 룰을 정해 사회의 혼란을 없애는 것인데 지금 김영란법은 법원의 판결이 없으면 위법 여부를 몰라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면서 사회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대법원의 지적처럼 직무 관련성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고 모호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국회는 법안을 손질·보완하자는 개정안을 6건이나 발의했다. 사회를 과도한 혼란에 빠뜨리는 법이라면 개정을 서두르는 게 마땅하다.
  • [사설] 김영란법 안착하려면 내부고발 보호해야

    오랜 산통을 거쳐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어제 시행됐다. 청탁과 연줄에 얽매인 우리 사회의 묵은 체질을 바꿔 줄 낯선 법에 국민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낯선 제도는 당장은 거치적거리고 불편하게 마련이다. 그래도 조금씩 익숙해지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사회의 토양이 몰라보게 바뀔 것으로 많은 이들이 낙관하고 있다. 국가 청렴도가 높아져 대외적 신뢰도 또한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점쳐진다. 김영란법은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지만 출발선에서 새로 받아 든 숙제는 여러 가지다. 부패 척결의 법 취지를 십분 살리기 위해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히 돌아볼 과제는 내부고발자 보호 문제다. 내부 고발을 활성화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요란하게 변죽만 울린 법으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최근 잇따라 사회적 충격을 던지고 있는 법조계의 스폰서 관행만 봐도 그렇다. 외부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영역의 부정부패는 내부 고발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형체조차 더듬기 어렵다.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밀실 청탁의 유혹과 폐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에는 부정부패 신고자에게 보상금과 포상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김영란법 위반 사건에서 국고로 환수되는 돈이 있을 경우 신고자는 최대 2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 포상금은 최대 2억원까지 지급된다. 이런 두둑한 보상금을 노린 이른바 ‘란파라치’ 육성 학원들까지 성업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약에 부패척결의 기반이 다져질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정부기관과 기업 등의 고질 부패가 뿌리 뽑히지 않는 이유는 간명하다. 공익 내부고발자를 백안시하는 인식과 턱없이 미흡한 보호 대책 탓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마련돼 있지만 실제로 내부고발자들이 보호받은 사례는 드물다. 보호는커녕 고발 이후 심각한 정신적 피해로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이가 많다. 내부 공익신고자의 60%가 직장에서 파면이나 해임을 당했다는 통계도 있다. 내부고발을 배신행위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주변 부조리를 눈감아 주는 것이 더이상 미덕일 수 없다는 인식을 함께 다져야 한다. 누구도 예외가 아닌 우리 모두의 몫이다. 아울러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존의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신고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지 못했다. 구석구석 되돌아보고 정부 차원에서 보완책을 강구할 일이다.
  • [김영란법 시행 첫날] “내가 잠재적 범죄자라도 되나” 서약서 강요에 반발

    “김영란법의 취지야 당연히 공감합니다. 이 법이 없을 때도 교사로서 청렴의무 교육을 받았고요. 그런데 서약서에 서명하라는 건 다른 문제 아닌가요? 반성문에 서명하라는 것 같아 불쾌합니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김모(29·여)씨는 28일 학교로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 서약서’에 사인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 법에 대한 내용을 철저히 숙지하고 준수하겠으며,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서약서에는 ‘나는 어떠한 부정청탁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다섯 가지 서약이 적혀 있고, 맨 밑에는 자필로 서명할 수 있도록 직위와 서명을 하는 공간이 비어 있었다. 김씨는 “서약서를 강요하는 건 대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면서 “요즘 학생들에게도 반성문이나 서약서를 강요하지 않는데, 국가가 나서서 서약서를 강요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에 명시된 서약서 의무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가 나서 개인에게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양심의 자유’에 위배되며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란법 시행령 제19조에 보면 공공기관장은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 금지법을 정기적으로 교육해야 하며 이를 지킬 것을 약속하는 서약서를 받도록 명시돼 있다. 헌법학자들은 서약서 강요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2002년 수형자의 가석방 시 준법서약서 작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만큼 서약서 강요 자체가 위헌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약서를 강요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며 인권침해적 요소는 분명해 이 의무조항을 없애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인권침해 요소를 고려하지 못했는데 향후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검토해 수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연일 ‘뇌물검사’ 나오는 때에 “우리는 청렴”…현실인식 떨어지는 검찰 조직

    연일 ‘뇌물검사’ 나오는 때에 “우리는 청렴”…현실인식 떨어지는 검찰 조직

    검찰에 대한 청렴도 평가가 수년째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정작 검찰 구성원들은 ‘조직이 청렴하다’고 스스로 평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에 검찰 조직이 외부 시각에 둔감하고 현실 인식을 잘 하지 못하는 ‘갈라파고스’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청의 청렴도는 18개 중앙행정기관 중 16위에 그쳤다. 특히 검찰청 업무를 경험한 외부인이 ‘부패행위를 하지 않고 투명하고 책임 있게 업무를 처리한 정도’를 평가하는 외부청렴도는 18개 기관 중 18위로 최하위였다. 그러나 검찰 소속직원이 ‘기관의 내부업무와 조직 문화의 청렴도’를 스스로 평가한 내부청렴도는 18개 기관 중 4위로, 조직 외부의 시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괴리는 2011년 이후 매년 계속되는 현상이다. 해당 기간 ‘벤츠 여검사 사건’, ‘김광준 검사 뇌물 사건’ 등 굵직한 비리가 연이어 터졌지만, 검찰 내부에선 이를 조직 청렴의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는 셈이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뇌물 사건 이후 검찰이 내놓은 조직 개혁안 역시 미흡하다는 시각도 있어 외부로부터의 개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 역시 나온다. 정 의원은 “과거 수차례 검찰의 내부단속 강화 처방이 실패로 증명됐다”며 “검찰 권력 견제와 비리 근절을 위한 적절한 외부견제 장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영란 법 시대…靑 “청렴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환점 될 것”

    김영란 법 시대…靑 “청렴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환점 될 것”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청렴사회를 만들고 우리의 국가 청렴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연국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명하고 청렴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지난해 3월 제정된 청탁금지법이 오늘부터 시행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영란법은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중앙·지방행정기관, 시·도교육청, 일선 학교, 언론기관 등 4만 919개에 이르고, 적용대상 인원이 400여만 명에 달한다. 김영란법은 크게 ▲인·허가 및 인사개입 등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의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법령을 위반해 청탁하면 부정청탁으로 간주해 처벌을 받으며,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향한 첫발 떼다

    오늘 0시부터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공식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법 적용 대상자인 공직자·교원·언론인과 그 배우자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청탁과 금품을 받을 수 없다. 자신 및 배우자가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한 차례 100만원, 연 300만원 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된다. 공직자 등이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위해 받을 수 있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상한선은 각각 3만·5만·10만원이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는 400만명에 이른다. 굳이 인구학적 분포를 따지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친지를 비롯해 주변의 누군가는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오늘을 기해 대한민국 국민은 인식과 행동의 대변혁 시대에 접어든 셈이다. 다소 과장되게 말해 이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그 어떤 종류의 청탁이나 금품수수 등과 담을 쌓아야만 한다. 그것이 김영란법의 취지다. 누군가는 가혹하다고 말한다. 어떤 이는 “냉혈사회를 만드느냐”며 항변한다. 그러나 김영란법을 잉태한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일상적인 접대와 청탁, 거기서 싹튼 끼리끼리 문화가 우리 사회의 불공정을 심화시킨 것 아닌가. 인허가를 받기 위해 관련 공무원을 접대하고, 미래의 이익에 대한 보험 성격으로 친구인 검사의 스폰서를 자처하는가 하면, 자녀의 학생부 평가를 좋게 받으려고 담임교사에게 상품권을 건넸던 것이 불과 어제까지의 우리 사회 풍경화다. 뇌물과 배임수재 등으로 일벌백계해도 ‘스폰서 검사’는 진화했고, 공무원·교사 비리는 종종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다. 기업들이 룸살롱·단란주점 등에서 누군가를 접대하며 결제한 법인카드 총액이 매년 1조원에 이른다. 물론 새 옷을 입었을 때처럼 거북살스러울 수 있다. 식사를 한 뒤 서로 자기 카드로 자기 몫을 결제하는, 익숙하지 않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화훼·축산 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아우성을 치고, 골프장들은 당장 이번 주부터 주말 부킹이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비해 20% 정도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렴·공정사회를 향한 인식·행동의 대변혁 시대를 맞아 다소의 불편함과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을 감내 못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앞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대 여론은 8%에 그쳤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 국민 대부분은 청탁과 접대가 사라진 청렴·공정사회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는 그 첫발을 뗐다. 당분간 단속 기관이나 국민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미래의 대한민국에서 자랄 우리 후손들을 위해 우리 모두 당장의 불편과 혼란을 참아 내고 극복해야만 한다.
  • 김영란법 위반 관련 인지수사 최소화하기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인지수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무분별한 신고를 막기 위해 신고자가 실명으로 서면 신고하는 사안에 한해 수사하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27일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검찰 조치’를 통해 이 같은 김영란법 수사 기준을 제시했다. 윤웅걸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은 “다른 혐의 없이 김영란법 위반 여부만을 밝혀내기 위해 수사권을 발동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김영란법 위반 신고를 받고 수사를 벌이다 다른 혐의가 나올 때에는 수사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품수수가 김영란법 위반뿐 아니라 뇌물죄나 배임수재죄에도 해당될 경우 양형에 대해서는 구성요건이 엄격하고 법정형이 더 높은 뇌물·배임수재죄를 우선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뇌물죄와 배임수재죄는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으로 3년 이하 징역인 김영란법보다 처벌이 무겁다. 검찰은 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수수 행위는 직무관련성에 상관없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100만원 이하 금품수수 중 과태료 부과에 그치는 사안은 소속기관에 통보해 자체적으로 처리하도록 할 계획이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이번 기회에 ‘비리 검찰’ 오명을 씻고 청렴문화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청별로 ‘청탁 방지 담당관’을 지정, 관련 업무를 감독하도록 하고 감찰인력을 보강해 비위 행위에 대한 감찰을 강화할 예정이다.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될 법원은 수도권 지방법원 과태료 재판 담당 법관들을 중심으로 연구반을 구성, 과태료 부과 관련 재판에 대한 세부 절차 등을 마련하고 나섰다.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보다는 과태료 부과 사안이 더 많을 것으로 보여지는 만큼 관련된 재판 수요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법원은 보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판단 및 수사의 주체로서 직원들에 대한 행동기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법원의 경우 특히 직무관련성 인정 가능성이 큰 변호사와의 접촉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내부 지침서에서 ‘자신의 재판에 선임된 변호사뿐 아니라 선임되지 않은 변호사와도 식사비를 각자 부담하고 3만원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 수사 관련 청탁이 많이 들어올 수 있는 만큼 부정청탁에 대한 각별한 주의를 일선 검사들에게 당부했다. ‘사건을 법대로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부탁했을 경우 외관상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정황상 의미와 내심의 의사에 따라 법령 위반이 이뤄진다면 부정청탁이 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부정청탁 금지가 말하는 것

    [김일수 樂山樂水] 부정청탁 금지가 말하는 것

    28일부터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이를테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여기까지 왔다.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 이 법률의 다른 중요한 한 축이었던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잘려 나갔다. 나무의 큰 가지 하나가 잘린 셈이다. 하지만 용케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에서는 손상 하나 입지 않고 잘 견뎌 내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해관계 있는 업계나 단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70%가 훨씬 넘는 민의의 지지를 받는 이 법률을 저지하거나 발목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법률에서 획기적인 것은 종전 공무원, 공직자에게만 적용되던 청렴과 투명성의 의무를 사립학교 교원 및 학교법인 임원 그리고 언론사의 대표와 그 임직원 등에게도 부과했다는 점이다. 이것을 놓고 과잉 입법이 아닌가, 평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느냐는 이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투명성기구나 반부패기구들은 민간 영역에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머지않아 이와 유사한 적용 대상 기관으로 게임도박산업, 소셜미디어 부문, 스포츠문화 부문, 노조시민단체 부문 등이 추가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법률의 규율 대상은 부정청탁 금지와 금품 등의 수수 금지다. 먼저 부정청탁과 관련해서는 인허가, 인사, 병역, 시험, 선발, 포상, 입찰, 계약, 행정지도, 평가, 중재, 수사, 재판 등 다양한 공공업무가 열거돼 있다. 하지만 부정청탁 금지가 핵심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법령을 위반해 이들 역무를 수행하지 말라는 데 있다. 준법정신과 정상을 추구하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법률이 없더라도 법령에 따라 일을 성실히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이고, 법령을 틀어쥐고 일을 비틀지는 않을 것이다. 정의감과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런 유의 부정청탁 시비에 휘말릴 틈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금품 등의 수수, 약속 등의 금지 부분이다. 이것은 전통적으로 이미 형법과 형사특별법이 규율해 온 영역이다. 물론 형법상 뇌물죄는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같은 조건을 필요로 하는 데다 수사와 재판에서도 처분 불가능한 인신보호제도와 증거법상의 대원칙들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뇌물 수수를 단죄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판례에서 발전해 온 포괄적 뇌물 개념은 대가성을 완화하는 기제로 작용해 왔고, 최근 외국의 법제는 형법 개정을 통해 직무와 관련 없는 금품 수수를 뇌물의 일종으로 하여 그 외연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또 민간 부문과 관련해 우리나라도 올해 5월 말 형법 제257조(배임수증재)를 개정해 제3자를 위한 배임수재까지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부정청탁금지법은 이 법률 적용 대상자들에게 직무 관련 여부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 이상 금품을 수수, 요구, 약속하면 비록 형법상 수뢰죄의 형보다는 낮지만 비교적 중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접대 식대를 3만원, 선물을 5만원, 경조 시 부조를 10만원으로 제한한 시행령 때문에 이 법률의 권위가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 비슷한 위상에 빠져들어 가는 것 같아 보기에 안됐다. 오늘날 우리의 생활문화 수준과 어울리지 않는 이런 유의 기준은 실효성이 떨어질 공산이 크다. 행여 법률을 통해 이 땅에 서구식 더치페이를 조기 정착시킬 요량이라면 현명한 법 정책은커녕 ‘개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다. 이 법률상 주목할 또 다른 제도로 신고제를 들 수 있다. 신고제도의 대상에는 공직자나 공무수행사인(私人) 자신이 부정청탁이나 금품 등을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포함한다. 국가보안법에 있는 불고지죄 규정의 정신과 유사한 취지의 제도가 이 법률에 들어와 있어 이 법률의 기능이 과도하게 부풀어질 위험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족의 비위를 신고해야 한다는 것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법률로 강제하기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벌써 이 법률의 취지를 피해 가기 위해 국토부가 공항 귀빈실 운영 규칙을 서둘러 손보았다고 한다. 이런 꼼수 개발이 공직자들 머리에 꽉 차 있는 한 청렴과 투명성은 아직도 멀어 보인다. 고려대 명예교수
  • 로마 올림픽 유치 포기, 엄마 시장은 낙마 위기

    로마 올림픽 유치 포기, 엄마 시장은 낙마 위기

    이탈리아 로마의 첫 여성 시장인 비르지니아 라지(38)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사면초가에 몰렸다. 기성 정치권에 몸담지 않아 깨끗한 시정을 펼칠 것으로 기대됐지만, 오히려 행정능력 부족과 소통 부재 등으로 로마를 더 큰 혼란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세 아이를 둔 엄마이자 변호사인 라지는 지난 6월 로마 시장 선거에서 67%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경력이라고는 2013년 로마 시의원에 당선돼 활동한 게 전부지만 “마피아와 결탁한 시 행정부를 쇄신하겠다”며 민생 위주 공약을 내세운 그에게 로마 시민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3개월이 흐른 지금 로마는 ‘혼돈’과 ‘마비’ 그 자체라고 현지 언론 라레퍼블리카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직을 맡은 지 채 석 달도 되지 않아 재무국장과 예산국장·교통국장 등 시 고위직 5명이 그와의 불화 등을 이유로 잇따라 사퇴해 인사 난맥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 행정도 마비돼 로마의 만성적 골칫거리이자 그의 핵심 공약인 쓰레기 수거와 교통체증 개선 등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온라인에서 로마 어린이들이 길거리 쓰레기 사이로 다니는 쥐를 세는 동영상까지 떠돌며 그가 속한 정당인 오성운동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지도부가 직접 나서 라지 시장의 무능을 토로했다. 여기에 그가 시장에 취임하면서 고위직에 임명한 측근 2명의 부패 전력까지 드러나면서 청렴한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났다. 일각에선 그의 처지가 “백인 중심 사회이던 미국에서 당선된 첫 흑인시장과 같다”며 기득권에 물든 정치 질서와 언론 환경 속에서 ‘왕따’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한 아마추어 정치인이 상황을 얼마나 나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동정론을 일축했다. 라지는 21일 하계 올림픽 로마 유치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로마는 1960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진 빚을 아직도 갚고 있다. 부동산 투기꾼들을 위한 올림픽에 반대한다”며 2024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올림픽을 계기로 국가 부흥에 나서려던 이탈리아 정부도 큰 암초를 만났다. 라지 시장은 올림픽 유치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조반니 말라고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사전 통보 없이 약속을 깼다. 이를 두고 ‘수도 행정을 책임진 시장의 행보로 부적절하다’는 비난도 받았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김영란법 너무 어려워 간부들도 컷오프 걸려”

    “김영란법 너무 어려워 간부들도 컷오프 걸려”

    “아시다시피 가뜩이나 복잡한 법안인 데다 한 문제의 지문이 길고, 주어도 대여섯개씩이나 걸쳐지니 아주 어렵더라고요.” 이정렬 인사혁신처 인사관리국장은 21일 이렇게 말하며 살짝 웃었다. 인사처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퀴즈대회를 두고서다. 이 국장은 “첫날 일종의 컷오프(75점)에 걸리고 말았다. 직원들에게 좀 창피하지만 더 높은 직급에서도 더러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인사처는 지난 8일부터 유형·사례별로 구성된 사지선다형 20개 문항을 온라인 내부망인 ‘인사로’ 팝업창에 띄워 평가했다. 1차에 탈락하면 2차, 3차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된다. 결국 510명 중 열외 1명도 없이 통과했다. 만점도 뜻밖에 많았다고 한다. 박제국 인사처 차장은 “운영 사실을 미리 공지한 데다 워낙 관심을 끈 사안이라 자료집을 공부한 덕분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인사처는 상위 득점자 3명에겐 ‘청렴 챔피언’ 타이틀을 선물했다. 상금도 지급했다. 인사처는 권익위 퇴직자를 초청해 강의도 들었다. 부패 방지 관련 업무만 15년이나 다룬 이상범(62) 전 권익위 신고심사심의관이 주인공이다. 이 전 심의관은 “복잡다단하고 내용 자체가 많으니 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법 취지를 보아 두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전통적인 ‘마당발’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예전엔 넓은 인맥을 자랑하는 제3자가 “해결을 맡기라”며 청탁을 자청해 받아들이는 게 안전하면서도 능력으로 여겨졌지만 이젠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는 바로 ‘더치페이 생활화’다. 특히 식사, 선물, 경조사비 가액기준을 가리키는 ‘3·5·10(만원)’을 가능한 한 지키는 게 신상에 좋다고 권장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수요 에세이] 김영란법으로 사회변혁 이루자/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김영란법으로 사회변혁 이루자/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시행 과정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많이 흐리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한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 비용 기준이 너무 엄격하여, 이를 완화하고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를 국회와 사회단체 등에서 공개적으로 내놓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는 우리 사회에 일정 수준의 부정이 관행화되어 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건이 터지면 의례히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등 비리사건이 함께 달려 나왔다. 최근에도 대우조선 관련 비리 사건을 포함한 몇몇 대형사건에서 판검사와 언론인까지 연관되었다는 보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운동경기에 비유하자면, 일반 선수들만이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심판들까지 부정행위를 하게 되어 막장까지 도달한 심각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나 지도자들의 모습이 참으로 형식적이고 관행적이어서 더욱 절망감을 느낀다. 정말 이것은 아니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운용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실컷 후보자의 비리와 무능을 온 국민들 앞에서 공격하고 증명하듯이 해놓고서는, 심지어 국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아도 임명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처음 제도를 시작하던 때의 추상같던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래서 국민들은 고위층이 다 그렇고 지도자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라고 실망하고 비난하며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에 비리의 논리와 관용성을 파급시키고 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더 심하다는 얘기도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부조리가 더 커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공직자의 반부패 시책과 청렴운동이 강력하게 시행되어 왔는데, 참으로 실망스럽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기술 면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이고 민주화도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한류를 통해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고, 올림픽 등 스포츠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국가청렴도는 세계 40위 내외를 오르내리면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점수로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라 한다. 청백리를 숭상하던 우리 선조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한때 미래에 발전할 4마리의 용으로 지칭될 때 4마리에는 싱가포르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 수준으로 동양의 1위는 물론이고, 세계 선두그룹에 속하고 있다. 우리는 반도 못 따라가고 있다. 싱가포르의 장점은 공직자나 국가의 청렴도가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청렴한 국가를 만드는 데 그 어느 나라보다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부패한 집권세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나라에 투자를 하고 거래를 하더라도 집권층에 많은 뇌물을 주어야 한다. 공직의 자리도 돈으로 거래가 된다. 그 돈들은 선진국에 개설한 개인 은행구좌로 들어간다. 실력이 있어도 발탁되지 못하고, 경쟁력이 있어도 채택되지 못한다. 그러니 발전할 기력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잘 발전되어 왔다. 부정부패도 어느 정도는 잦아들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이제 한 번 더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연이나 지연 등 비합리적인 인맥사회에서 실력 중심의 경쟁사회로 완벽하게 전환해야 하고, 적당히 봐주고 적당히 눈감아주는 감성적 사회에서 엄격한 합리적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의 무서운 눈초리가 필요하다. 그 핵심이 공직자의 청렴성 문제이다. 이번 김영란법은 그래서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한다. 오히려 정부와 모든 국민들이 함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 교통위반을 하면 교통경찰관에게 의례히 면허증과 일정한 돈을 주었다. 그러면 눈감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현상은 볼 수 없다.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문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큰 부정을 잉태하는 것이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함께 노력하여 제2의 싱가포르를 만들자.
  • “응답하라, 권익위”

    “응답하라, 권익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민권익위원회에는 이른바 ‘시범 케이스’가 되고 싶지 않은 정부 각 부처들로부터 유권해석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 질의서는 쌓여 가는데, 권익위의 답은 좀체 나오지 않고 있다. 부처 관계자들은 권익위가 법률의 해석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아예 대답 자체를 미루고 있어서 불안과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가운데 권익위의 내년 예산은 공익신고자보상금의 증가로 올해보다 6%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해석 잘못했다 된서리 우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국장급 간부는 20일 “요즘 권익위에 대한 각 부처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이라면서 “김영란법에 따라 각 부처의 청렴담당관을 맡게 된 감사담당관실에서 여러 부서의 질의 가운데 명확한 판단이 어려운 사항을 모아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있는데, 권익위가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의 한 감사담당관은 “업무 관련성의 판단이 애매한 여러 가지 상황에서 기존에 하던 대로 했을 때 법에 저촉되는지를 문의했는데 회신 자체를 해 주지 않고 있다”면서 “너무 응답이 없어 답답한 나머지 로펌들에 문의를 해봤는데 로펌마다 합법과 위법이 나뉘어서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매년 열어 온 간부들과 기자단의 등산대회나 친목 도모 동아리 활동 등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권익위가 아예 회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처의 감사담당관은 “권익위도 유권해석을 함부로 했다가 법원 재판에서 뒤집히면 책임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익위 “문의 많아 회신 늦어진 것뿐” 이렇다 보니 정부 부처들은 간부회의에서 최대한 엄격하고 보수적으로 법을 해석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경제부처의 국장급 간부는 “‘시범 케이스로 걸리기 싫으면 알아서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면서 “28일 이후의 모든 외부 약속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정부 부처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체 및 일반국민들까지 끊임없이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면서 “질의에 대한 회신을 최대한 서둘러 하려고 하지만 워낙 양이 많아 처리가 늦어지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신고보상금 증가로 권익위 예산 6%↑ 한편 내년도 권익위의 예산이 736억원으로 올해보다 41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지난 4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재량지출을 10%씩 감축해 예산이 줄어든 것에 비춰 보면 지난해 649억원에서 올해 695억원으로 7%가 늘고 내년에도 또 늘어나는 권익위는 특별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권익위의 내년 예산에서 주요 사업비가 22억원이 늘어난 283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억 8600만원이었던 공익신고제도 운영 예산이 10억원 가까이 늘어난 20억 300만원으로 배정되는 등 신고 관련 예산이 증액된 게 주된 이유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보상금 규모가 커질 것에 대비해 기존에 미지급 보상금이나 곧 확정될 보상금을 서둘러 정리하려다 보니 관련 예산이 늘거나, 늘어난 예산이 유지됐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주식 관련’ 검사·수사관, 주식거래 전면 금지

    검찰에서 주식 관련 정보를 취급하거나 수사하는 부서의 검사와 수사관, 직원의 주식 거래가 전면 금지됐다. 대검찰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의 ‘금융투자상품 거래 금지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지침은 대검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법조 비리 근절 및 내부 청렴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다. 적용 대상은 대검 반부패부와 감찰본부·범죄정보기획관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각 지방검찰청의 특별수사부·금융조세조사부·첨단범죄수사부·공정거래조세조사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등 주식 관련 정보를 취급하는 부서의 검사와 검찰공무원이다. 특수부가 없는 지검은 특수 전담 검사실 소속 검사와 검찰공무원이 해당한다.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공정거래위원회 및 산하기관에 파견된 검사와 검찰공무원도 마찬가지다. 거래 금지 대상에는 검사와 검찰공무원 본인만 해당된다. 거래 금지 기간은 해당 부서 근무나 파견 시작일부터 종료일까지다. 또한 검찰은 변호사의 선임서 제출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고,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을 하는 변호사는 감찰 담당 검사에게 신고하도록 했다. 감찰 담당 검사는 해당 변호사에 대해 징계 사유를 발견하면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신청할 예정이다. 선임서를 낸 변호사라도 전화로 변론하거나 검찰청을 방문해 구두 변론을 하는 경우에는 변론 취지를 기록해 5년간 보관한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열린세상] 디케의 안대와 배리스터의 가발/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열린세상] 디케의 안대와 배리스터의 가발/김승열 변호사·카이스트 겸직교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 디케(Dike)는 한 손에 저울을 또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이는 공평무사한 판단과 엄정한 법의 집행을 표상한다. 그런데 정의의 여신은 눈을 왜 안대로 가린 것일까. 원래 신화상으로는 눈을 가리지 않았으나, 중세에 독일의 풍자극에서 눈을 가린 모습으로 묘사한 데서 유래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그 이유는 주관적인 편견과 선입견이 없도록 하는 데 있다. 이에 반해 혹자는 오히려 눈을 똑바로 뜨고 정의와 진실을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우리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뜨고, 서 있지 아니하고 앉아 있으며, 또한 칼 대신에 법전을 들고 있다. 법대에 앉은 판사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영미법계 국가의 법정에서 변호사(Barrister)가 착용하는 가발도 유사한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가발을 쓴 변호사들이 서로 비슷하게 보이도록 함으로써 판사로 하여금 차별이 없는 공정한 재판을 도모하고자 한다. 반론도 물론 있다. 원래 가발은 프랑스의 국왕이 착용한 것인데 영국의 왕실, 귀족 및 법정 변호사가 하나의 패션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퇴임 판사인 변호사, 즉 소위 전관 변호사의 불공정 개연성 논란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법 제도화를 정착시킨 대표적인 나라가 홍콩이다. 홍콩법원에서는 법관 임용 시 변호사 개업 포기 각서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경력 변호사들의 판사 임용 지원은 자못 신중하다. 일단 판사로 임명되면 이후 법관 경력이 도움 될 변호사로의 활동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호주도 홍콩과 유사하나 법관 임관 1년 이내에 퇴직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허용하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영국 등에서는 사법문화 전통의 일환으로 전관 변호사의 소송 관여가 금기시된다. 모두 다 전관 변호사의 재판부와의 과거 친분 등에 따른 불공정성 개입 또는 의혹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는 법 제도 또는 사법문화를 공고하게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성숙한 선진 법제도와 사법문화는 법관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의 표시와 동시에 상응하는 철저한 헌신과 자기 희생도 함께 요구한다.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는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모두 엄격하다. 미국의 ‘경영판단의 법리’는 참조할 만한 좋은 사례가 된다. 통상적으로는 회사의 임원진이 내린 경영 판단은 최대한 존중되고 사후적인 사법 심사는 가급적 자제된다. 그러나 임원진의 이해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입장이 완전히 돌변한다. 그 경우 경영 판단 사항은 더이상 이 원칙에 따른 보호 자체가 불가능하고 더 엄격한 기준에 의한 사법 심사와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만이 문제 된다. 최근의 충격적인 공직자 비리 문제 등으로 공정, 형평 그리고 엄중한 법 집행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이에 부응하려면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스스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전관예우 등의 문제는 사법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그리고 사법부 자신의 문제라는 점을 철저하게 인식하고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어쩌면 아직도 전관예우 등에 관한 논란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 사법문화의 후진성을 반증하는 셈이다. 또 전관예우가 가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결코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이 문제 해결을 더 미루면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와 권위도 잃을 것이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전관예우 등의 문제 해결에서부터 시작해 바로 사회 전반에 걸친 엘리트 카르텔 형태의 부패와 비리를 근원적으로 척결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초 토양 자체는 김영란법으로 이미 어느 정도 준비돼 있다. 이제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법부 자신의 가혹할 정도의 자성과 반성, 확고한 실천 의지, 그리고 강력한 추진과 실천이다. 범사회적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감독이야말로 청렴하고 모범적인 선진 사법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데 가장 주요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 ‘스폰서 검사’ 본격 수사 나선 특별감찰팀…계좌·통신내역 추적

    ‘스폰서 검사’ 본격 수사 나선 특별감찰팀…계좌·통신내역 추적

    대검찰청은 9일 특별감찰팀이 ’스폰서·사건청탁‘ 의혹을 받는 김형준(46) 부장검사의 계좌 및 통신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김 부장검사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이달 2일 감찰에 나선 지 1주일만이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 계좌추적,통신기록·내역 확인,압수수색은 물론 구속영장 청구까지 김 부장검사와 주변 인물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가 시작됐다. 특별감찰팀은 이를 통해 김 부장검사가 ‘스폰서’ 김모(46·구속)씨와 기존에 알려진 1천500만원을 포함해 어떤 식으로 금전거래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있다. 특히 김 부장검사가 다른 사람 명의의 은행 계좌로 김씨의 돈을 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본인 계좌 이외에 다른 제3자의 계좌를 이용했거나 차명 계좌를 이용한 거래는 없는지도 살피고 있다. 검찰은 김 부장검사가 김씨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있다면 그 명목은 무엇인지 들여다볼 방침이다.이를 통해 그가 받은 뇌물성 금품·향응의 실체를 규명하고 뇌물수수 혐의 적용을 검토할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특수통‘ 검사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돼 ’친정‘ 검찰에서 후배 검사들에게 조사를 받고 구속기소됐다. 홍 변호사 사건이 남긴 씁쓸함이 잊히기도 전에 현직 검사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구속·기소되는 사건도 일어났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이후 ’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였던 진경준 전 검사장은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에게서 종잣돈을 받아 넥슨재팬 주식을 매입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그는 68년 검찰 역사상 최초로 비리 혐의로 해임된 현직 검사장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홍 변호사와 진 전 검사장 사건,상사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던 서울남부지검 평검사의 자살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진 것을 계기로 검찰은 평검사부터 고등검사장까지 모든 직급 검사가 소속된 ’검찰 개혁추진단‘을 꾸렸다.제도 전반과 조직문화,의식 변혁 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당시 구성된 태스크포스(TF) 중 청렴문화 확산 TF는 가장 먼저 지난달 31일 ’검찰 간부 비위 전담 특별감찰단‘ 도입을 포함한 ’법조비리 근절 및 내부청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나온 대책들을 제대로 가동해 보기도 전에 요직을 거친 현직 부장검사가 비리 사건으로 감찰을 넘어 수사를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간 위기 때마다 발표한 ’셀프 개혁안‘이 번번이 ’헛말‘에 그치면서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이 각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이번 수사는 검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 신뢰가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 가운데 수사기관의 비리에 대해 어느 때보다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며 “나아가 검찰 제도 자체에 대한 반성과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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