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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PPY KOREA] (22)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 문화마을’

    [HAPPY KOREA] (22) 경기 안성시 ‘안성맞춤 문화마을’

    아파트단지를 둘러싼 담장은 흔히 외부와의 단절을 상징한다. 폐쇄성 때문에 ‘아파트 단지는 있어도, 아파트 문화는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경기 안성시 보개면·금광면 일대 ‘안성맞춤 문화마을’은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경계를 허물며 도시와 농촌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한적한 농촌 지역인 이곳에 1700여가구,4400여명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것은 2005년. 안성시내로부터 3∼4㎞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리적 이점으로 당초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학생 수요가 줄어들면서 아파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청량산 자락에 20층 높이로 솟아있는 아파트 외관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는 아파트단지 안팎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문화’를 간과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아파트 주민과 인근 농민간 농산물 직거래가 대표적이다. 현재 직거래는 쌀과 콩 등 곡류를 비롯, 배추·고추·파 등 채소류까지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 등 판매가 수월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농산물 재배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중간 유통마진이 없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가격 측면에서 10∼20% 이상 이득이다. ●농산물 직거래로 ‘소통의 물꼬’트다 김윤백(58)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입주자들의 70∼80% 정도는 외지인들이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필요했으며, 농산물 직거래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면서 “직거래 활성화를 위해 상설매장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직거래가 가져온 부산물도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공원·놀이터·게이트볼장·레크리에이션장 등 단지내 시설·프로그램을 단지 밖 이웃에게 모두 개방하고 있다. 때문에 단지 밖 6개 자연마을 1300여명의 주민들은 농촌 속에서 도시민들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있다. 복거마을 이임섭(55)씨는 “아파트단지를 제외하면 공원 하나 없고, 병·의원 역시 단지내 상가에 위치해 있을 정도로 기초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교류 활성화가 아파트와 농가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브 등 경관작물 재배로 화답 올 초부터는 천편일률적인 농촌 경관을 바꾸는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다. 이곳 농민들이 한경대와 손을 잡고 13만 2000㎡(4만평) 부지에 경관농장을 조성했다. 도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 제공과 농민들을 위한 새로운 소득원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에서다. 농장에는 계절에 따라 허브, 유채, 해바라기 등의 경관작물을 심었다. 아파트단지 앞, 경제성이 떨어지는 계단형 농지 등으로 경관작물 재배를 확대할 구상이다. 또 경관작물이 일반작물에 비해 아직은 소득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 소득 증대 방안에 대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경섭 한경대 교수는 “경관농장을 농촌 체험의 장으로 활용, 농지에서 얻는 직접소득보다는 농장 운영을 통한 간접·파생소득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초기단계인 만큼 주민들을 위한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고,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시민·농민·문화예술인 ‘한 울타리 생활´ 특히 마을 주변에는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안성 최대 종합운동장과 레포츠공원, 정구 돔구장, 실내체육관, 문예회관, 시립도서관 등 문화·체육시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때문에 외지인들이 마을을 보다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안성시내와 마을을 잇는 조령천 5㎞ 구간에 자전거도로를 연결하는 사업도 올 초부터 추진하고 있다. 이씨는 “안성시내와 멀지 않은 전형적인 도농복합지역”이라면서 “도시민과 농민,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성 김병철·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이동희 안성시장 “문화가 살아야 농촌도 살아나” “농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화·복지 차원의 접근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동희 안성시장은 “농촌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농업정책적 시각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시장은 “60세 이상 노인층이 대부분인 농촌은 양로원과 다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농촌 문제를 다룰 때 갈수록 줄어드는 소득을 어떻게 보전해 줄지에 대한 고민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복지·문화 차원의 접근은 극히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안성 특산물인 배·포도 등을 테마로 개최되던 농산물축제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2001년부터 남사당놀이를 앞세운 문화축제인 ‘바우덕이축제’를 열고 있다. 남사당놀이는 풍물(농악), 버나(대접 돌리기), 살판(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덜미(꼭두각시놀음) 등으로 구성된 대형 전통종합예술이다. 영화 ‘왕의 남자’ 흥행을 계기로 축제 방문객만 50만명에 이를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올 축제는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열린다. 이 시장은 “농산물 특화 생산만으로는 지역발전이나 소득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문화가 살아야 주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이고, 지역이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살기좋은 지역만들기’ 대상지역도 전통항아리마을, 음악인촌, 경관농장 등 문화가 숨쉬는 공간으로 가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안성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김병준 담당관, 중앙정부에 ‘쓴소리’ “‘살기좋은 지역만들기’는 책상 앞에 앉아 머리로 그리는 게 아니라, 주민들과 막걸리 마시고 싸워가며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김병준 안성시 안성맞춤마케팅담당관은 “살기좋은 지역만들기가 하향식 정부 지원사업 방식에서 탈피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통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담당관은 “지역의 특성을 살려야 하는 일을 중앙정부가 일일이 관리하려고 하면 100%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관리하려 들면 지방정부나 주민 입장에서는 시키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 믿고 맡겨야 열심히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책임은 지방정부와 주민들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중앙정부는 결과에 대한 평가를 보다 엄격히 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 담당관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데 이유가 있겠지만, 평가 결과가 나쁘면 지원을 중단하면 된다.”면서 “주민들에게도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으면 지원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중앙정부 관련 예산을 하나로 묶는 ‘정책 패키지’가 차츰 축소되면서 지원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부처 이기주의를 넘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성공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패키지 지원 방안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안성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산이좋아 산으로] 경북 봉화 청량산

    [산이좋아 산으로] 경북 봉화 청량산

    사통팔달 잘 뚫린 포장도로가 전국 구석구석 닿지 않는 곳이 없는 요즘,‘오지’라는 단어조차 무색하지만 경북 봉화는 개발의 광풍을 살짝 비켜간 덕에 오히려 전통마을의 미덕과 청정한 자연을 오롯이 간직한 땅이다. 여기 청량산(淸 山·870m)이 있다. ●12개 빼어난 바위 봉우리가 인상적 경북 봉화군 재산면 남면리와 명호면 북곡리, 안동시 도산면, 예안면에 걸쳐있는 청량산은 1982년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청량산 육육봉’이라 불리는 12개의 빼어난 바위 봉우리들 때문에 주왕산, 월출산과 함께 한국의 3대 기악으로도 불린다. 특히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바위 절벽에 어우러진 단풍빛이 고와 가을철 관람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청량산은 퇴계 이황의 산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어린시절부터 산에 들어와 학문을 닦던 산으로 스스로 ‘청량산인’이란 호를 썼을 정도다. 훗날 그가 공부하던 자리에 제자들이 세운 청량정사를 ‘오산당(吾山堂)’이라 부르는 것도 퇴계가 ‘나의 산(吾山)’이라 부르며 사랑한 탓이다. 청량산은 규모와 높이만으로 따지면 별로 내세울 게 없다. 하지만 아담한 산세에 비해 독특한 모양을 자랑하는 12개의 봉우리와 봉우리마다 전망 좋은 대(臺)가 있고, 산자락에는 8개의 굴과 4개의 맑은 샘이 있다. 한때 30여개의 암자가 있었다는 산에는 현재 청량사와 청량정사만 남아있고 청량사에는 두 가지 보물인 공민왕의 친필 현판 ‘유리보전’과 종이 부처인 지불이 있다. 산행 들머리는 청량폭포, 선학정, 입석 세 군데. 선학정에서 청량사까지는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시멘트 포장도로가 힘에 부친다. 그 밖의 길은 대체로 편안하고, 안내판과 표지기가 많아 길 찾기에 어려움이 없다. ●풍혈대·어풍대서 바라보는 절경 압권 산행 시작은 입석에서 오르는 길이 가장 편안하고 경치가 좋은 편이다. 각자의 산행 여건에 따라 짧게는 2시간, 길게는 7시간까지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입석에서 출발해 금탑봉∼경일봉∼자소봉을 거쳐 정상인 장인봉에 오른 후 병풍바위∼청량사에 들러 선학정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청량산의 면모를 두루두루 볼 수 있는 적당한 코스로 약 5시간 소요된다. 청량산 열두 봉우리 가운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 곳은 경일봉, 자소봉, 연적봉, 장인봉, 축융봉 등. 그 중에서 자소봉, 연적봉, 장인봉은 철계단을 올라갔다 다시 되돌아 내려와야 한다. 경일봉으로 오르는 길이 가파르고 정상인 장인봉을 향하는 막바지 오르막은 가파르고 미끄러운 데다 낙석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 청량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로는 청량산의 이름난 기암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축융봉과 입석에서 금탑봉을 오르는 길의 풍혈대와 어풍대가 있다. 자소봉에서는 첩첩 산중인 봉화 일대의 동북쪽 산세를 볼 수 있다. 장인봉 정상은 수풀에 가려져 답답하지만 대신 정상 50여m 아래쪽에는 멋진 전망대가 숨어 있어 청량산 바위 벼랑 아래 굽이쳐 흐르는 낙동강의 풍광을 내려다볼 수 있다. # 청량산의 볼거리 ◇청량사 산사음악회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청량사 산사음악회가 10월6일 늦은 7시에 열린다. 연꽃의 수술 자리에 앉았다는 청량사, 봉우리들이 에워싼 도량 안 천연무대에서 ‘장사익의 별빛나들이’가 펼쳐진다.1986년 29세에 청량사 주지로 부임해 등짐을 나르며 절을 가꿔온 청량사 주지 지현스님은 최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도 길은 있다’라는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www.cheongryangsa.org ◇청량산박물관 봉화 지역의 역사와 전통 문화 속에서 청량산을 조명한 의미 있는 곳으로 청량산집단시설지구 내에 있다. 인근 지역의 향토역사자료와 민속자료, 각종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료는 무료. ◇산꾼의 집 청량정사의 요사채 건물에 있는 산꾼의 집에서 주인 이대실씨가 무료로 제공하는 9가지 약초를 달여서 만든 구정차를 맛봐야 청량산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차를 마시고 찻잔을 씻어놓기만 하면 된다. 이대실씨는 달마를 그리고 도자기를 구우며 청량산 바람과 함께 대금과 가야금을 즐기는 예인. 글 정수정 남영호(월간 MOUNTAIN 기자)
  • 조선선비 학 타고 금강산 오르다

    “다시 4500 걸음을 가서 비로봉에 올랐다. 사방을 빙 둘러보니, 호호만만(浩浩漫漫)하여 그 끝까지 나아간 곳이 어디인 줄 알지 못할 정도이다. 표표(飄飄)하기가 마치 학을 타고 하늘 위로 오르는 듯하여 아무리 날아가는 새라고 하여도 나보다 위로 솟구치지는 못할 듯하다.” 29세에 요절한 조선 중기의 학자 홍인우가 금강산에 오른 감흥을 적은 ‘관동록(關東錄)’의 한 대목이다. 산중 신선이라도 된 듯, 그 흥이 사뭇 도도하다. 조선 선비에게 산행(山行)은 가슴 속의 티끌을 씻어내는 행위였다. 산놀이를 하나의 유흥으로 즐기되, 산에 올라가서는 세상에 대한 욕심을 잊고 산이 빚어내는 고요함을 사랑했다. 고려대 한문학과 심경호 교수가 쓴 ‘산문기행’(이가서 펴냄)은 이황의 ‘소백산 유람록’, 정약용의 ‘수종사 유람기’, 허균의 ‘원주 법천사 유람기’, 김만중의 ‘첨화령기’ 등 조선 선비들의 대표적인 산중 유람록을 엮은 책이다. 우리 조상은 이미 신라시대 때부터 산에서 노닐며 풍류도를 익혔다. 화랑이 그 한 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산천 유람이 정착된 것은 조선시대부터다. 조선 중기에 이르면 산천 유람에 유흥적인 요소들도 등장하기 시작한다. 주세붕은 청량산에 오를 때 인근 현감과 속관, 사족과 함께 늙은 기생, 피리쟁이, 노래하는 재인, 거문고 타는 여종, 아쟁 켜는 여종까지 이끌고 갔다. 그러나 조선 선비들은 기심(機心), 즉 세상에 대한 욕심을 잊으려는 청유(淸遊·맑은 놀이)의 방편으로 산천 유람을 택한 측면이 강하다. 조선 선비들의 산사랑은 남달랐다. 그들은 별도로 ‘마음에 드는 산’을 하나씩 뒀을 뿐 아니라 바쁜 공무 중에도 틈만 나면 산을 찾았다. 몸이 불편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산에 오르지 못할 때는 유람록이나 산수화를 보면서 마음을 달랬다. 그것이 바로 누워서 즐기는 ‘와유(臥遊)’다. 책에는 우리 조상들의 산행준비와 등산방법, 유람록 작성요령 등이 부록으로 실렸다. 오늘날의 여행지침서격인 ‘수친서(壽親書)’, 좁은 길을 지날 때 쓰는 임시상여인 견여(肩輿)와 나귀 등 산행 때 사용한 교통수단, 옷차림 등 흥미로운 인문학적 지식을 전해 준다.2만 98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22)국내 유일의 정사각형 교회 ‘봉화 척곡교회’

    [김성호 전문기자의 종교건축 이야기] (22)국내 유일의 정사각형 교회 ‘봉화 척곡교회’

    이 땅의 초기 교회는 대부분 외국 선교사들에 의해 지어졌다는 공통점을 갖는다.100년 안팎의 역사를 자랑하는 초기 교회들이 몇몇 남아있지만 그나마도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훼손되어 원 형태를 온전히 갖춘 것이 드물다. 경북 봉화군 법전면 청량산 자락의 산골마을 척곡리에 서있는 척곡교회(등록문화재 제257호)는 그래서 도드라진다. 선교사가 아닌 일반신도가 세운 뒤 100년의 풍상을 견뎌내며 옛 모습을 지켜온 흔치 않은 자생 신앙터. 초기 예배당이 대부분 기역(ㄱ)자나 일(一)자 형태로 지어졌던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정사각형을 띠고 있고, 예배당과 함께 세워진 교육시설인 서당(명동서숙)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일한 교회다. 봉화군 법전면 내에서 좁은 산길을 타고 10여분쯤 차를 달리면 오른쪽 산 아래에 십자가를 인 허름한 집이 눈에 들어온다. 함석 지붕 한쪽에 아담하게 올린 십자가와 예배당 앞쪽 허술한 철제 종탑에 매달린 종이 아니라면 교회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낯설다. 마을이래야 고작 5채 남짓한 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고 휴대전화 통화도 제대로 되지 않는 산골. 좁은 산길에 노선버스 같은 대중교통은 기대하기도 어려운 만큼 면내까지 가려면 일일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 깊은 산마을에 어떻게 이런 ‘하나님의 집’이 들어설 수 있었을까. 선교사들이 지었다면 대부분의 초기 교회들처럼 응당 인총 많은 요지나 높은 구릉의 터를 택했을 터. 그런데 하필 이 첩첩산중의 오지에 교회가 세워진 데는 깊은 사연이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한제국 탁지부(지금의 재경부) 관리(당시의 주사)를 지낸 김종숙(1956년 소천) 장로. 당시로선 일종의 외교관 양성소인 외국어학원 일본어 과정을 마치고 참의 승진이 예정되어 있던 김 장로는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언더우드 선교사의 설교에 감흥을 받아 인생의 항로를 바꿨다고 한다. “일제의 사슬을 끊고 나라가 독립하기 위해선 야소교를 믿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던 터에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모든 것을 내던지고 처가가 있던 봉화 유목동으로 낙향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전국 어디서건 기독교 총회는커녕 노회도 조직되기 전.30리 길을 걸어 문촌교회를 다니다가 몇몇 신도들과 기도실을 만들어 신앙생활을 하던 중 1907년 5월17일 마침내 척곡교회를 세웠다. 지금의 자리에 예배당이 세워진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1909년 3월29일.9칸짜리 정방형 기와집 예배당과 6칸짜리 초가 명동서숙이었다. 예배당은 원래 맨 마루바닥에 기와 지붕이었지만 나중에 긴의자들을 놓았고 함석지붕으로 교체했다. 출입문은 지금은 남쪽으로 나있지만 처음엔 동서쪽에 각각 문을 따로 내 남녀의 출입을 구분했다. 남녀석 가운데엔 광목을 쳐서 목사들만 남녀 신자들을 모두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예배당 안에 들어서면 북쪽 중심공간인 아치형 강단 장식과 강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방형의 공간이 퍽이나 이채롭다. 궁벽한 산골에서 신자들이 헌금을 내기 어려웠을 것은 뻔한 일. 신자들이 집에서 가져온 쌀을 십시일반으로 교회 살림에 보탰는데 지금도 예배당 양쪽 벽엔 성미(誠米·기도미) 자루가 걸렸던 못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예배당 앞의 명동서숙은 신자들을 교육하던 학교다. 성경과 국어, 산수, 한문을 가르쳤는데 당시 이 지역의 웬만한 주민들은 모두 이곳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1칸은 여학생 기숙사, 나머지 5칸은 교실로 사용되었는데 당시 그 깊은 산골에서 기숙사까지 갖춘 것이 놀랍기만 하다. 명동서숙과 예배당 사이엔 자연석 돌담이 둘러쳐졌는데 지금도 낮은 담장 부분이 남아 옛 모습을 짐작케 한다. 헌신적으로 목회에 나섰던 김 장로의 이름이 알려지면서 1918년 무렵엔 한꺼번에 120명이나 모여 예배를 보았으며 김 장로는 봉화지역 6개 교회의 시무를 맡을 정도로 척곡교회는 번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야소교 믿음의 뿌리가 나라 독립에 있었던 때문일까.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독립운동 자금 모금에 앞장섰던 김 장로가 독립운동가들을 숨겨주면서 일경들의 탄압을 받았고 명동서숙이 폐교된 뒤 결국 신자들도 흩어지게 되었다. 해방후 몇몇 목회자의 인도로 부분적인 건물증축과 보수작업이 있었지만 워낙 산골인데다 신자들도 모두 도심으로 이전해 옛 신앙터의 명성은 되찾지 못했다. 척곡교회가 세워진 지 올해로 100년.70∼80대의 촌로 10여명만이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스러진 교회가 되었지만 경북 지역에선 또렷하게 남아 있는 ‘믿음의 고향’이다. 김 장로의 장손인 김영성(82) 장로 부부가 교회를 버티고 있는 주인공이다. “척곡교회를 잊지 말라.”는 부친의 유언을 받들어 교장 선생님으로 정년퇴직후 지난 2004년 낙향해 여전도사 1명과 함께 교회를 지키고 있다. kimus@seoul.co.kr ■ ‘교장서 교회지킴이로’ 김영성 장로 할아버지 김종숙 장로로부터 시작된 기독교 집안의 모태신앙을 받은 김영성 장로는 신앙보다는 교육에 한평생을 바친 교육자다. 어릴 적 명동서숙에서 공부하면서 할아버지의 신앙과 독립운동을 지켜봤지만 목회보다는 교육을 택했던 그였다. 그런 그가 인천 모 여고 교장을 끝으로 평생 몸담았던 교직을 정년퇴직한 뒤 부인 안난희(77)권사와 이곳에 내려왔다. 같은 교육자의 길을 걸었던 아버지의 유언 때문이었다. 이민을 가 외국에서 살고 있는 자손들이 “함께 살자.”고 거듭 권유했지만 “척곡교회를 잊지 말라.”는 유언이 귀에 맴돌아 결국 교회 지킴이가 된 것이다. 17년 전부터 가끔씩 내려와 쓰러져가는 예배당이며 명동서숙을 보수하면서 교회 85주년 행사도 치르곤 했지만 지난 2004년 낙향한 뒤부터는 아예 예배당 옆 고택에 살면서 새벽예배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를 인도하고 있다. 주일예배 찬송 때에는 직접 피아노 반주를 하고 예배가 끝난 뒤엔 인근 법전교회로 달려가 피아노 반주와 가스펠을 하며 신자들과 어울린다. 예배당에 남아 있던 초기의 당회록이며 교적부, 면려회록 같은 문서들을 정리하면서 척곡교회의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한국 교회사엔 척곡교회 창립일이 1908년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1907년 당시 척곡교회 교적부에 신도 두사람이 학습교인으로 기록된 점을 발견해 교단 총회에 알린 것이다. 그런 노력으로 척곡교회는 총회사적 교회와 영주노회 사적 제1호로 등록됐고 지난해엔 등록문화재 리스트에도 올랐다. “지금이라도 내가 떠나면 교회가 금세 허물어질 것 같아 떠나지 못한다.”는 김 장로. 그의 마지막 바람은 교회 개척자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할아버지와 신앙 선열들의 역사를 담은 기념관을 세우는 것이다. 특히 일제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봉화경찰서장 앞에서도 주먹으로 책상을 치면서 소신을 굽히지 않아 구속됐다가 해방 후에야 풀려났던 독립운동가 할아버지의 국가유공이 인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인왕산 산성화 가장 심해

    우리 산의 14%가 강산성 토양으로 조사됐다. 토양이 산성화되면 양분이 부족해 식물의 생육 부진과 미생물 감소, 종의 다양성 저하 등 건강성이 떨어지게 된다. 28일 한국산지보전협회에 따르면 전국 주요산 46곳을 대상으로 산림건강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토양 산성화가 평균 pH4.97로 나타났다. 수목의 생육에 적합한 산성지수인 pH 5.5에 비해 산성화가 많이 진행됐음을 보여준다. pH4.5 이하 강산성 지역은 청주 상당산, 전주 모악산, 서울 인왕산·도봉산, 인천 청량산, 광주 무등산·금당산, 광양 가야산, 서울 한강 주변 산림 등이다. 특히 인왕산 침엽수림은 pH 4.00으로 측정돼 산성화가 가장 심했고 제주 활엽수림(pH 5.85)은 가장 낮았다. 강산성 산림 토양 분포는 도시지역 산림이 25%로 일반 산지 산림(13%)의 2배에 달했다. 나무 외형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 수관활력도를 통한 숲의 건강지수는 51%가 1등급인 ‘건강’으로 판정됐다.2등급(경쇠퇴)은 30%,3등급(중쇠퇴) 10%,4등급(심쇠퇴) 2%,5등급(사망) 7% 등이었다. 류광수 산림청 산림정책팀장은 “교토의정서 발효로 산림의 건강성 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면서 “민·관·학계가 참여하는 과학적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30일 서울 aT센터에서 미국·유럽의 산림건강 모니터링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산림건강 모니터링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양반문화의 진수를 체험하러 오세요.” 국내 ‘유교문화의 메카’인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지역이 국내외 관광객들로 북쩍이고 있다. 이들 지역의 각종 문화·관광자원에 대한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27일 경북도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11년간 안동 등 북부지역 11개 시·군에 총 사업비 1조 8681억원(국비 4207억, 지방비 4595억, 민자 9879억원)을 투입하는 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토 균형개발과 이들 지역에 산재된 유교문화자원과 자연자원을 연계 개발해 관광명소 육성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1단계로 지난해 말까지 총 167개 사업 가운데 7428억원을 들여 ▲안동 국학진흥원 건립 ▲영주 소수서원 정비 및 선비촌 조성 ▲문경 도자기전시관 건립 ▲영양 선바위 분재·야생화 전시관 건립 ▲울진 불영사 응진전 보수 등 54개를 완료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추진될 2단계 사업에는 1조 1253억원이 투입돼 ▲안동 숙박휴양거점단지 조성 ▲문경 진남교반 휴양단지 조성 ▲예천 충효테마공원 조성 ▲봉화 청량산 도립공원 정비 등 나머지 사업이 추진될 계획이다. 이런 노력으로 이들 지역의 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사업 첫 해 이들 지역을 찾은 전체 관광객이 1233만여명이었으나 2005년에는 2374만명으로 92.5%나 급증했다. 2006년엔 3.4분기까지 2793만명이 다녀가는 등 연말까지 400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도 관계자는 내다봤다. 특히 지난 2004년 9월에 문을 연 영주 선비촌은 이후 매년 50만명 이상이 찾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 사업으로 종전 단순히 보고 스쳐가던 유교문화 관광에서 벗어나 머물고 체험하며 유교정신을 정신을 배우고 느끼는 한차원 높은 관광이 되고 있다.”면서 “‘경북방문의 해인 내년에는 5000만명 이상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책꽂이]

    ●초콜릿 다이어트(구스타 에리코 지음, 정선희 옮김, 고려원북스 펴냄) 초콜릿은 카카오나무 열매 속에 있는 카카오콩에서 뽑아내 만든다. 카카오의 학명 ‘테오브로마 카카오’는 18세기 식물학자 린네가 붙여준 것으로,‘신들의 먹을거리’라는 뜻이다.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 카카오 함량이 70%인 초콜릿을 먹도록 한 뒤 체내 지방조직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 물질인 렙틴의 혈중 함유량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9500원.●노벨상 수상자 36인의 학습법(탄샤오위에 엮음, 오성실 옮김, 문학수첩 리틀북 펴냄) 아인슈타인은 세살이 다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다. 비록 남보다 말은 늦게 시작했지만 아인슈타인에게는 독특한 언어습관이 있었다. 말할 때 반드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구사한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현대에서 문맹의 개념은 글을 모르거나 지식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을 뜻한다.9500원.●세계적 인물은 어떻게 키워지는가(빅터 고어츨 등 지음, 박중서 옮김, 뜨인돌 펴냄) 열한살 때까지 글을 읽지 못한 우드로 윌슨,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루이 암스트롱, 먼저 죽은 누나를 대신해 여자처럼 자라야 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 미혼모에게서 버림받은 뒤 권위적이고 오만한 할머니 밑에서 자란 오프라 윈프리, 젊은 시절 반항아였던 넬슨 만델라…. 이 책은 역사적 인물들의 교육과 성장배경을 살핀다. 자기 주장이 강한 부모, 싸고도는 어머니 등 유명인사 부모들의 성향을 열가지로 나눠 설명한다.1만 5000원.●청소년을 위한 길가메쉬 서사시(김산해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기원전 2812년부터 126년간 수메르의 도시국가 우르크를 통치한 길가메쉬의 일생을 다룬 ‘길가메쉬 서사시’를 쉽게 풀어쓴 책. 길가메쉬는 폭행을 일삼는 난폭한 임금이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신들은 길가메쉬와 맞설 수 있는 존재인 엔키두를 만든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나 히브리족의 창세기 ‘베레쉬트’보다 길게는 1700년 이전에 씌어진 작품.1만 3000원.●仙道 공부(정재승 등 엮음, 솔 펴냄) 소설 ‘단’으로 한국 선도의 실체를 증명한 봉우 권태훈 선생의 한국 선도 이야기. 선도 혹은 선교(仙敎)는 중국 도교와는 달리 독자적으로 발전해 온 우리 고유의 사상체계. 최치원의 ‘난랑비서’에 표현된 현묘지도, 풍류도, 화랑도를 의미하며 상고시대 단군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봉우 선생과 여러 학인들이 나눈 대화록이다. 정신수련법의 형태로 우도, 즉 자신의 역량만으로 도를 닦는 방법인 조식호흡법(고르게 숨쉬는 법)을 강조한다.4만 5000원.●나루를 찾아서(박창희 지음, 서해문집 펴냄) 청량산의 광석나루는 퇴계 이황이 공부하며 건너던 곳이요, 고령 개포는 팔만대장경이 옮겨진 나루, 합천 밤마리(율지)는 오광대의 발상지로 큰 장이 섰던 곳이다. 함안 악양은 ‘처녀 뱃사공’의 사연이 깃든 나루, 양산 가야진은 신라 때부터 국가 제의로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다. 민중의 삶의 터전이자 선비들의 독특한 풍류가 살아 숨쉬는 나루에 관한 보고서.1만 3500원.
  • 儒林(723)-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4)

    儒林(723)-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4)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4) 퇴계가 실질적인 유계(遺戒)를 내린 것은 다음 날인 12월4일이었다. 이날은 마침 퇴계의 병세가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자 퇴계는 주위를 물리치고 조카 영(寗)을 불러 자신의 곁에 앉게 한 다음 지필묵을 준비토록 하였다. 이때의 장면이 ‘퇴계언행록’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12월4일. 병이 조금 덜해진 틈을 타서 좌우를 물리치시고 조카 영에게 유계를 받아 적게 하셨다. 기침 소리가 심하였는데, 좌우를 물리치고 말씀하실 때에는 문득 질병이 몸에서 떠난 듯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쓰기를 마치자 직접 한번 읽어보시고는 영에게 봉하고 서명하라고 지시하셨다. 그런 뒤에야 기침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하였다.” 물론 퇴계의 유계는 그가 죽은 후에야 밀봉이 뜯기고 공개되었다. 퇴계가 남긴 유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국장(國葬)을 쓰지 말라. 해당 관청에서 규례에 따라 국장을 청하면 반드시 유명(遺命)이라 말하고 상소하여 고사토록 하라. 2. 유밀과(油蜜果)를 쓰지 말라. 과일은 넉넉지 못할 것이니 간소하게 한 단씩만 차리고 그 외에는 일절 쓰지 말도록 하라. 3. 비석(神道碑)을 세우지 말라. 다만 작은 돌에다 그 앞면에는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라고만 쓰고, 그 뒷면에는 향리(鄕里)·세계(世系)·지행(志行)·출처(出處)의 대략을 ‘가례(家禮)’에 언급된 대로 간략하게 순서대로 기록해라. 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짓게 하면 기대승처럼 서로 잘 아는 사람은 반드시 실속 없는 일들을 장황하게 늘어놓아서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일찍이 뜻한 바를 스스로 적고자 하여 먼저 자명문(自銘文)을 지었으나 그 나머지는 미루다가 마치지 못했다. 그 초고가 여러 원고들 중에 섞여 있을 것이니 찾아서 쓰도록 하라. 4. 선세(先世)의 묘갈(墓碣)을 세우는 일을 마치지 못하고 이렇게 되니 영원한 한이 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이 이미 갖추어져 있고, 형편도 어렵지 않으니, 반드시 문중 사람들과 의논하여 새겨서 세워라. 5. 동쪽의 작은 집은 본래 너(퇴계의 맏아들 준을 가리킴)에게 주려했고, 적(寂)을 위하여 따로 작은 집 한 채를 짓고 있었는데, 반도 못 짓고 이렇게 되었다. 적의 모자는 가난해서 반드시 완성하지 못할 것이니, 네가 맡아서 집을 완성해주면 정말 좋겠다. 만약 형편이 어려우면 차라리 네가 그 재목과 기와 등의 물자를 가져다가 재실(齋室) 등에 사용하고 적 모자에게는 이 집을 그대로 주는 것이 좋겠다.” 퇴계의 유계는 지금도 엄격히 지켜지고 있다. 도산의 동쪽 끝자락인 청량산 쪽으로 달려 나와 온계에서 흘러내린 퇴계의 물이 하계마을에 이르러 낙천물과 합쳐지는 지점을 직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지산 기슭에 묻힌 퇴계의 묘소 앞 비석에는 다만 다음과 같은 10자의 비문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도산으로 물러나 만년을 숨어산 진성이씨의 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
  • [책꽂이]

    ●카메라를 던져라!(신미식 엮음, 푸른솔 펴냄) 여행사진작가인 엮은이와 블로그를 통해 만남을 이어오던 아마추어 사진애호가들이 함께 펴낸 포토 에세이집.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천지만물의 다양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감동이 오기 전에 셔터를 누르지 마라’에 이은 엮은이의 두번 째 사집집.1만 6500원.●채근담이 일러주는 삶의 가르침(동방문예 지음, 남종진 옮김, 다산미디어 펴냄) 옛 선현이 이르기를 “사람이 살면서 나무뿌리를 씹는다면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공명에 급급한 자가 이를 복용하면 청량산(淸凉散)이 될 것이고, 의기소침한 자가 복용하면 익지고(益智膏)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채근담’의 글은 그윽하면서도 우아하고, 그 뜻이 순박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일반 독자들이 알기 쉽게 친절한 해설을 곁들였다.1만 2000원.●영화와의 커뮤니케이션(전영범 지음, 비엘프레스 펴냄) 영화는 어떤 매체보다 정서적 파괴력이 큰 문화텍스트이자 문화상품이다. 프랑스의 기호학자 크리스티앙 메츠가 지적한대로 보는 사람의 눈높이에 따라 같은 내용이라도 해석이 다를뿐 아니라 불완전한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미디어로서의 영화를 해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명화부터 제3세계 영화까지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1만 2000원.●훌륭한 어머니들(홍은희 지음, 예담 펴냄) 28년간 여성관련 기사를 써온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가 어머니의 위대함을 밝혀내기 위해 썼다. 한국사회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어머니와 자녀를 직접 인터뷰해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추적했다. 조수미, 이세돌, 정운찬, 박원순, 이명박, 정동영, 박근혜, 김정태, 오연호의 어머니가 그 대상. 이들의 공통점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가능성을 열어줬으며, 자식을 전폭적으로 신뢰했다는 것이다.1만 1000원. ●달라진 현실을 이용하는 여자가 돼라(최정아 지음, 올리브M&B 펴냄) 미국의 자기개발가 맥스웰 몰츠는 이렇게 말했다.“현명한 사람은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고 미련한 자는 그 노예가 된다. 내가 나를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지름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외쳐보라, 내가 허락하지 않는 한 나는 상처받지 않는다.” 헤드헌터로 일해온 저자는 그의 말을 인용하며 만사에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임을 강조한다.1만원.●행복 디자이너 최윤희의 유쾌한 행복사전(최윤희 지음, 나무생각 펴냄) 앙드레 지드는 “결혼이란 날마다 새롭게 건축해야 하는 가건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몽테뉴는 “결혼이란 3개월 사랑하고 3년 싸우고 30년 참는 것이다.”라고 했다.“할 수 없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뜻이다.”라는 스피노자의 말도 있듯 죽기 살기로 해서 안되는 것은 거의 없다. 이 책엔 이런 촌철살인의 경구들이 가득하다. 행복을 만나기 위해 어느 쪽으로 가야할지 일러주는 행복 내비게이션이 담겼다.1만원.
  • [책꽂이]

    ●네 인생을 껴안고 춤을 춰라(쉬이밍 지음, 장연 옮김, 고려원북스 펴냄) 자신의 진실한 내면을 ‘각찰’(깨달아 살핌)해야 참다운 자신을 발견하고 타고난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언이 담겼다.‘생명의 잠재능력 개발’ 분야의 선구자인 저자는 “자신의 결함에 감사하라.”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던진다.‘해야 한다.’는 강박을 독자에게 주입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특징.“억지로 봄을 잡지 말고 여름의 화려함을 만끽하라.”는 자연, 인생의 순리를 강조할 뿐이다.9500원.●지방정부간 갈등과 협력(강성철 등 지음, 한국행정DB센터 펴냄)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드러난 지방정부간 갈등과 협력의 양상을 분석. 제도·행태·환경의 세 측면에서 분석모형을 제시한다. 이론과 실제편, 연구사례집편 등 두 권으로 구성됐다. 각권 1만 8000원,2만 6000원.●마음을 다스리는 산행(이석암 지음, 에세이 펴냄) 전국의 명산을 답사한 뒤 쓴 산행후기. 닭머리 형상의 용이 누워 있는 계룡산,‘영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청량산,‘경기 5악’ 중 으뜸인 운악산, 야생화 천국인 방태산,‘남한의 금강산’이라는 용봉산, 부처님 오신 날만 개방되는 희양산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등산코스의 지형을 상세히 밝힌 것이 특징.1만원.●뇌를 잠깨우는 음식(이쿠타 사토시 지음, 정명숙 등 옮김, 그루 펴냄) 만일 뇌 속에 포도당이 충분하지 않으면 신경세포가 생존할 수도, 성장해 시냅스를 형성할 수도 없다. 그렇게 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기분도 침울해진다. 지방분과 당분, 칼로리는 높지만 비타민과 미네랄은 극히 적은 정크 푸드를 계속 먹으면 어떻게 될까. 효소가 충분히 작용하지 못해 뇌 속의 전달물질이 부족하게 돼 머리가 잘 돌지 않고 무기력해지며 칼로리가 피하지방에 쌓여 살이 찌게 된다. 뇌에 필요한 영양소의 비밀을 밝혔다.9300원.●2% 부족한 나를 채워주는 인맥의 힘(순따웨이 지음, 이선아 옮김, 미래의 창 펴냄) 중국 속담에 “복숭아를 주고 살구를 받는다.”는 말이 있다. 당신이 상대방을 도와주면 상대방 또한 당신에게 기꺼이 도움을 준다는 뜻으로, 남에게 도움을 청할 때 지켜야 할 도리나 덕목을 가리키는 말이다.‘윈-윈’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남을 도울 줄 알아야 한다. 책은 지금 당신이 만나는 사람이 ‘저평가된 우량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9500원.
  • [Book Review] 이땅 풍류주인들 전기적 초상

    16세기 조선의 문인 농암 이현보의 집은 도산서원 앞으로 흐르는 분천(汾川) 강가에 있었다. 그곳에서는 퇴계 이황이 우리집 산이라고 한 청량산이 바라다 보였다. 그런데 집 앞에 소나무가 하나 있어 시야를 가렸다. 주위 사람들은 소나무를 베라고 했지만 농암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소나무가 있는 곳에 작은 집을 짓고 그곳에서 청량산을 바라봤다. 인간의 망령된 생각을 막는다는 뜻으로 두망대(杜妄臺)라는 근사한 이름까지 지어 붙였다. 이처럼 아름다운 산과 물이 한데 어우러진 조선시대 집이나 누정, 사찰 같은 문화공간에는 하나같이 문학과 예술, 풍류정신이 살아 숨쉰다. 서울대 국문과 이종묵 교수가 10여년에 걸쳐 쓴 ‘조선의 문화공간’(전4권, 휴머니스트 펴냄)은 조선시대 문인들의 문화공간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태평성세와 그 균열’‘귀거래와 안분’‘나아감과 물러남’‘내가 좋아 사는 삶´ 등 각각의 부제가 암시하듯 조선 문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한 편의 생생한 서사시 혹은 격조있는 풍경화로 그려낸다. 태평을 구가하던 시절, 도성 안이나 근기(近畿)지방의 명가들은 원림(園林)과 가산(假山)을 경영하며 집안에 산수를 끌어들였다. 태평성세를 누린 대부분의 유명 문인들은 사산 아래 아름다운 집을 짓고 살았다. 인왕산 앞뒤에 산 안평대군과 성임은 자신과 벗들의 글로 인왕산을 아름답게 꾸몄고, 백악은 맑은 선비 성수침이 있어 세상에 그 이름을 드리웠다. 또 낙산에는 신광한, 남산에는 김안로가 살면서 글을 지어 그 주인이 됐다. 조선 초기부터 풍광이 아름다운 한강에는 이름난 문인들의 정자가 들어섰다. 한명회의 압구정과 월산대군의 망원정은 시회(詩會) 공간으로 널리 알려졌다. 조선 초기 한강에서 가장 유명한 시회 공간은 단연 박은과 이행이 시를 즐긴 잠두봉. 부귀영화를 맛본 뒤 한강이 좋아 아예 강가에 집을 짓고 산 사람들도 있었다. 양성지와 강희맹이 그들이다. 강호로 물러난 사대부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그들이 그저 농사를 짓고 산 것은 아니다. 호미와 쟁기 대신 붓을 잡고 고향에서의 안분자적하는 삶을 그려냈다. 조선의 문화공간은 아름다운 사람과 글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조선 후기 위항시인 장혼은 “미불자미(美不自美) 인인이창(因人而彰)”이라고 읊었다.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해 드러난다는 뜻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과 물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뛰어난 인물을 만나고 또 그들이 남긴 글이 있어야 한다. 예컨대 인왕산 자락의 옥류동은 지금은 주택가로 변해 흔적조차 사라졌지만, 장혼이 남긴 아름다운 글이 있기에 당시 눈에 띌 수 있었고 지금도 상상 속에서나마 옥같이 맑은 개울을 그려볼 수 있다. 옛 사람들은 이렇듯 빛나는 글로 아름다운 땅의 주인이 됐다. 풍월주인(風月主人)인 셈이다. 진정한 선비라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조선후기 실학자들이 바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홍대용은 목천에 자신의 과학정신을 담은 농수각을 세워 새로운 학문을 열고자 했다. 또 박지원은 현감으로 나간 안의에 ‘실학의 집’을 세우고 중국여행에서 깨달은 실학정신을 구현하려 애썼다. 책은 이들을 ‘내가 좋아 사는 삶’이라는 항목에 묶어 다룬다. 우리 옛 조상들은 와유(臥遊), 즉 누워서 유람하며 노니는 것을 즐겼다. 옛 글을 읽으면서 산수유람을 대신한 것이다. 저자는 옛 사람들의 와유처럼 이 책을 읽으며 마음 속에 상상의 정원을 꾸며보라고 권한다.‘그림의 떡’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저자는 조선 후기 대학자 성호 이익의 말을 답으로 들려준다.“마음은 불빛처럼 순식간에 만리를 가므로 사물에 기대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기억의 단서가 없으면 이것이 불가능하다.” 아무 것도 본 것이 없는 선천적 맹인은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권당 2만∼2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도심하천 생명과 희망이

    도심하천 생명과 희망이

    안양천에서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습니다.60대 중반의 이 할아버지는 개천물을 양손에 담아 냄새를 맡아 보시더니 빙긋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어린 시절 이곳에서 친구들과 멱 감고 물고기를 잡으며 놀았다는 할아버지는 “악취를 풍기고 구정물이 흐르던 이곳이 점차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이곳에 오면 그 옛날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합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떠밀려 방치됐던 서울의 하천들이 속속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36곳에 이르는 서울의 하천들이 복원사업을 통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생태 하천으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청계천과 양재천, 안양천, 중랑천, 탄천, 불광천, 성내천, 홍제천 등은 이미 안락한 주민쉼터로 탈바꿈했습니다. 둔치에는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 인라인스케이트장, 축구장, 농구장, 피크닉장 등 멋진 운동시설들이 생겨나고, 개천에는 물이 맑아지면서 각종 동·식물들도 돌아오고 있습니다. 주말에 멀리 가지 않아도 됩니다. 가까운 하천을 찾아 가족과 함께 건강을 챙기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세요.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kdaily.com ■ 202개 시설 ‘레포츠 만물상’ 일요일인 지난 21일 오후 3시 서남권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안양천을 찾았다. 오랜만에 찾은 안양천은 ‘상전벽해’를 실감할 만큼 크게 달라졌다. 안양천 좌우 양측을 따라 깔끔하게 정돈된 자전거도로가 길게 나 있고, 둔치에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축구장, 야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등 스포츠시설과 함께 그늘막과 피크닉장 등 주민 쉼터가 마련돼 시민들을 반겼다. ●자연이 살아있는 도심 속 쉼터 목동교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안양천 탐방에 나섰다. 가슴이 시원하다. 아파트 촌을 벗어나 시원스레 흐르는 물길을 보자 답답함이 사라진다. 도심 속에 복원된 청계천과 비교해 이곳에는 무엇보다 자연미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한강으로 흘러가는 물길 사이로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왜가리 한 마리가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도 물가에 나와 한층 여유있는 모습으로 휴일을 즐겼다. 자연 그대로의 잡풀이 오히려 단정한 도심의 꽃길보다 정겹게 다가온다. 토끼풀(클로버) 잎 사이로 둥그렇고 하얀 꽃이 활짝 피어 둔치에 하얀 융단이 깔린 듯했다.‘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잎 클로버를 찾느라 분주한 아이의 모습도 정겹다. 꽃 반지를 만들기에 안성맞춤인 토끼풀 꽃 향기는 라일락 향기를 닮았다. 목동교와 양평교 사이에 있는 인라인스케이트장에는 인라이너들이 코스를 돌고, 코스 가운데에는 가족끼리 배드민턴을 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어 자전거도로에는 멋스러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다리 밑에는 때아닌 무더위를 피해 나온 사람들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담소를 나누고,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도 많았다. 개천 너머 뚝방길 역시 나들이객들로 북적였다. 이어 목동교와 오목교 사이에 있는 궁도장과 양궁장이 눈길을 끈다. 인근 그늘막에는 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오목교를 지나자 넓은 축구장과 농구장, 피크닉 광장이 나타났다. 신정교와 오금교 사이에도 인라인 스케이트장, 축구장, 그늘막, 족구장 등의 풍경이 펼쳐졌다. 하이킹을 즐기던 김은성(41·회사원·금천구 시흥동)씨는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안양천 변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 나면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린다.”고 즐거워했다. ●금천·구로·영등포·양천구 주민들 주로 이용 안양천은 삼성산과 백운산 등에서 흘러 나온 물이 안양시 석수동에서 만나 북쪽으로 흐르는 개천이다. 물길은 광명시와 서울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양천구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삼성산의 안양사에서 발원했다고 해서 ‘안양천’으로 불린다. 조선시대에는 대천·기탄이라 불렸다. 길이가 34.8㎞에 이르는 국가하천이다. 안양천 둔치에는 각 자치구에서 마련한 체육공원과 쉼터가 많아 휴일이면 많은 주민들이 이용한다. 안양천에는 야구장과 축구장 15곳, 농구장 29곳, 인라인광장 30곳, 배드민턴장 50곳, 게이트볼장 22곳, 자연학습장·초지 5곳, 휴식공간 51곳 등 모두 202곳에 휴식공간 및 운동시설이 마련돼 있다. 서남권 최대의 휴식처인 셈이다. 특히 둔치에는 국제규격 인라인스케이트장이 설치돼 인라이너들의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안양천 좌우 양측에 58㎞가량의 자전거도로가 나 있어 주말이면 하이킹이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크게 붐빈다. 안양천에는 540여종의 식물과 18종의 어류,94종의 텃새와 철새, 족제비와 두더쥐 등 12종의 포유류가 살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꽃물결·자전거길·철새 ‘삼합’ 노란 물결이 중랑천을 뒤덮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자전거와 인라인을 타며 늦봄을 만끽하고 있다. 장평교∼월릉교 사이 5.15㎞구간에는 노란 유채꽃이 절경을 이뤄 황금 물결을 이루고 있다. 중랑천은 한강, 안양천과 함께 서울의 3대 하천으로 꼽힌다. 길이 20㎞, 강폭은 최대 150m. 경기도 양주에서 시작해 의정부시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든다. 이곳은 자전거도로가 일품이다. 노원교에서 용비교까지 전 구간에서 동부간선도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적갈색 아스팔트에서 자동차와 경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탄천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이 없어 초보자가 타기도 편하다. 서울 한강의 지류 가운데 가장 긴 하천인 중랑천은 모두 8개구를 감싸고 흐른다. 도봉·노원·성북·동대문·중랑·광진·성동구 등이다. 덕분에 체육·휴게시설과 꽃길이 경쟁적으로 조성돼 볼거리가 많다. ●개나리꽃 제방길 중랑천의 시작점은 노원교 부근. 생활체육 공간이 마련돼 가족끼리 느긋하게 나들이하기 좋다. 윗몸일으키기, 허리돌리기, 오금펴기 등 간단한 체육시설이 갖춰져 있다. 소나무 그늘 아래 놓인 정자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겨보자. 도봉산 아래 석양이 드리워진 중랑천을 바라보는 것도 일품이다. 왜가리, 오리, 갈매기 등 철새를 만날 수도 있다. 자전거도로 옆에 조, 수수, 메밀 등 곡식류와 코스모스, 영산홍, 봉숭아, 황아 등 화초가 심어져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된다.4월에는 노란 개나리꽃을 물리도록 감상할 수 있다. ●유채꽃 물결이 넘실넘실 장평교∼월릉교 구간에선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다. 강바람을 시원하게 가르며 꽃향기에 취한다.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연인과 다정히 꽃길을 걸어보자. 가을에는 갈대와 코스모스가 유채꽃을 대신한다. 직장인 박승미(27)씨는 “꽃내음을 맡으며 자전거길을 달리니까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크고 작은 공원이 곳곳에 자리해 쉬어가기 편하다. 중랑교 부근엔 면목체육공원이, 이화교 부근엔 중화체육공원이 있다. 동대문구 쪽에도 공원 5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초봄에는 중랑교∼군자교 구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여의도만큼이나 아름다운 벚꽃터널을 만든다. 낚시꾼이 자주 눈에 띈다. 악취를 풍기던 물이 3급수로 바뀌면서 이화·중랑·장안교 주변에서 붕어, 잉어, 밀어가 잡히고 있다. 살곶이다리 주변에선 청둥오리, 백로, 논병아리가 노닌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도모(35)씨는 “청계천과 이어지는 중랑천 초입에 가로등이 없어 밤에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자전거 대여료는 1시간당 2000원. ●중랑천 가는 길 유채꽃이 만발한 중랑천을 둘러보려면 면목동이나 중화동, 묵동으로 진입하면 편리하다. 주변 주차장이 대부분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면목5동 까르푸 맞은편(동이로) 중간집하장 통로로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장안교와 면목 2동 한신아파트 뒤편 면목체육공원, 중화동 이화철교 남단을 통해서도 들어갈 수 있다. 묵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옆 중화체육공원에 중랑천을 잇는 보도 육교가 놓여 있고, 월릉교 부근 제방 계단으로도 진입할 수 있다. 최근 동대문구 이문3동 이화교와 휘경1동 중랑교, 장안2동 장평교 부근에도 진입육교가 생겨 중랑천 이용이 한결 편리해졌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송사리 벗삼아… ‘물놀이 천국’ 양재천에 가면 시골에 온 느낌을 받는다. 지난 21일 잉어떼가 출현해 화제를 모은 양재천을 찾았다. 양재천에 발을 처음 디딘 순간 첫 느낌은 도심 속의 전원이라는 것이었다. 이날 방문한 ‘영동 6교∼대치교’. 주위 5∼10분 거리에 미도와 은마, 대치 등 고층아파트가 있다. 낮 기온 28.3도. 올해 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한 이날 양재천에 오는 동안 속옷에 땀이 배었다. 하지만 계단에 진입해 양재천에 내려온 순간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아들과 함께 찾은 양순선(37)씨는 “아∼시원하다.”를 연발했다. 아들 이민수(6)군은 “엄마 나 물에 빠뜨려줘.”라고 하자, 양씨가 민수를 안고 물가에 다가갔다. 민수군이 “싫어∼싫어∼”라고 외치며 활짝 웃었다. ●몇 분만 발담그면 전신이 시원 이날 오후 영동대교 다리 아래. 가족과 연인, 나홀로 산책나온 사람이 70여명이나 됐다. 한 남자는 여자친구의 무릎에 머리를 괴고 누워 있다. 징검다리 위엔 5∼6살 정도 된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이들은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긴 사람이 징검다리를 하나씩 건너는 게임을 했다. 징검다리에서 신을 벗고 직접 물 속에 들어간다. 먼저 물 속에 들어간 김지희(15)양은 “여름이 다가오는 느낌이에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냇물이 종아리까지 차 오르는 순간 속옷에 젖었던 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모래를 밟고 서니 폭신폭신한 느낌이 전해져 ‘해수욕장에 온 건 아닐까.’하는 착각이 일어났다. 다시 징검다리에 올라 ‘가위 바위 보’를 하는 꼬마들을 보는 사이 5분도 안돼 물기가 말랐다. 선선한 바람 덕택이다. 함께 발을 말렸던 김형선(40)씨는 “쉬는 날 여기 오면 삶이 재충전되고, 누구보다 아들 수민이가 즐거워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잉어떼를 볼 수 있는 학여울로 가자.”면서 일어섰다. 학여울로 가는 길에 갈대와 억새 군락이 펼쳐졌다. 드문드문 물 속에 종이컵을 담아 송사리와 올챙이를 잡는 아이들이 보였다. 문득 유치원 여름방학 때 시골 외할머니댁 냇가에서 개구리 잡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은 아파트 촌이지만 폭이 20m쯤 되는 양재천변은 그야말로 시골이다. 가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일정에 막혀 시골에 못 가는 회사원 친구가 있다. 다음엔 그 친구와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양재천과 탄천이 만나는, 잉어떼를 볼 수 있다는 학여울에 이르렀다. 다리 밑에 잉어 새끼들이 떼를 지어 나타났다. 꼬마들이 숨을 죽인 채 잉어떼를 내려다보았다. 잉어 등에는 옅은 황금빛이 감돌았다. 저 멀리엔 팔뚝만한 잉어떼가 돌아다녔고 오리 떼와 고니도 보였다. 학여울엔 잉어 외에도 두꺼비 산란장소인 저습지도 있다. 비가 내린 22일 저습지에서 두꺼비 수만 마리가 뛰쳐나와 주변 숲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수질 정화시설등 자연학습장 즐비 학여울 외에 양재천엔 여기저기 볼 거리가 많다.‘영동2교∼영동3교’엔 하천 수질을 정화하는 수질정화시설과 아이들 놀이천국인 물놀이장이,‘영동3교∼영동4교’엔 원두막이,‘영동4교∼영동5교’엔 계류시설과 벼농사학습장이,‘영동5교∼영동6교’엔 곤충과 어류가 사는 생태관찰원 등이 있어 그야말로 자연학습장이다. 해당 구청인 강남구청은 양재천에 이어 양재천과 이어지는 탄천도 지난해 10월 복원 작업을 시작, 올 8월까지 마칠 예정이다. 또 하나의 자연하천인 탄천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악취 가셔내고 자연을 되살린다 서울시 하천들이 복원 및 공원화 사업을 통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악취가 풍기던 하천들이 지역주민들의 휴식처와 레포츠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탄천 옥황상제의 사자가 동방삭을 잡기 위해 숯을 물에다 씻었다는 전설이 숨어 있는 탄천이 오는 8월 복원돼 시민의 곁으로 돌아온다. 양재천 복원에 성공한 강남구가 106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서동 광평교에서 한강 합류부에 이르는 5.4㎞를 생태하천으로 바꾸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서 시작하는 탄천의 총연장 35.2㎞ 중 하류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상류에 고도하수처리시설을 가동해 5등급인 수질등급도 2등급까지 만들 계획이다. 잡목이 무성했던 제방로에는 산책로 및 자전거 길을 만들고, 양 옆에는 ‘벚꽃 십리길’을 만들 예정이다. ●불광천 최근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 부근 불광천에 잉어떼가 나타나면서 주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불광천이 2002년 오수 방지시설 설치와 수초 조성 등 정비사업을 통해 자연하천으로 탈바꿈하면서 길이 40㎝가량의 잉어 10여마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불광천에는 현재 8곳의 체력단련시설과 2곳의 전망 관찰대, 분수대 1곳이 설치돼 있다. 아울러 은평구는 현재 하루 1만t 정도의 지하수가 흐르는 불광천에 추가로 2만t의 유수량 확보를 위해 신흥상가교 상류에 라바댐 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원이 설치되면 사시사철 물이 흐르게 된다. 천변에는 추가로 프로그램분수와 저협수로, 저수호안 자연석 쌓기, 관람석계단, 수생식물식재 등을 만들어 구민의 휴식공간과 여가공간의 창출 등 친수하천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성내천 청량산에서 시작해 송파구 마천동과 오금동, 풍남동을 지나 한강으로 흐르는 총 연장 8.82㎞의 성내천은 지난해 6월 준공됐다. 성내천은 축구장 2곳, 테니스장 2곳, 물놀이장 1곳, 휴게광장 2곳, 분수대 4곳, 화장실 2곳, 편의시설 2곳 등의 시설을 갖춘 종합 레저시설로 거듭났다. 하천에는 수생식물을 심고, 어도와 여울을 만들어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장 역할을 하게 했고, 하천 길을 따라 한강까지 이어지는 자전거도로, 우레탄 조깅로 조성과 항아리 풀장, 불빛 분수 등을 설치했다. 성내 4교 주변 ‘벽천분수대’와 지하수를 활용한 어린이용 ‘항아리 풀장’은 구민들의 인기시설로 자리잡았다. ●홍제천 내부순환로 설치로 건천화가 심화되고 있는 홍제천 복원공사가 지난 3월 시작됐다. 공사는 한강 합류부부터 홍지문까지 8.52㎞구간으로 2007년 12월까지 자연 생태하천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현재 3㎞가량의 송수관로가 부설됐다. 홍제천에는 자연 초지와 함께 보행동선, 체육시설, 휴게시설, 수경시설 등 주민이용시설을 신설·보완하며, 제방은 전망휴게시설과 진입로가 만들어진다. 사천교∼연가교 구간은 수변휴게데크, 휴게광장, 다목적운동장, 연가교∼홍남교 구간은 하천분수, 보도, 전망데크, 물놀이장, 얼음 썰매장이, 홍연교∼백련교 구간은 안산의 기암절벽과 하천의 굴곡부가 만나는 절경구간으로 인공폭포, 특화벽면, 카페테라스, 친수데크, 야간 경관조명이 설치된다. 상류구간인 포방교∼옥천2교 구간은 제방에 녹지대가 조성되고, 하천 내에는 자전거 도로와 자연석 식생호안을 조성한다. 현재 홍제천에는 농구장 5곳과 배드민턴장 5곳, 체력단련시설 6곳이 마련돼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36개 ‘실핏줄’… 모두 잇대면 230㎞ 서울시내에 36개의 하천이 실핏줄처럼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상당수의 하천이 일부 또는 전부 복개돼 주차장이나 도로 등으로 쓰여 사실상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과 함께 시내 하천들이 시와 자치구들의 하천 복원사업을 통해 속속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상당수가 이름뿐인 하천 서울에는 한강과 중랑천, 안양천 등 3개의 국가하천을 포함해 ‘법정하천’만 36개나 된다. 길이로 따지면 모두 230㎞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60% 이상 복개된 13개 하천을 포함해 24개의 하천이 복개돼 있다. 대부분 이름뿐인 하천이다. 서울 동북지역 하천으로는 중랑천이 큰 내를 이루며 지천으로 우이천과 방학천, 도봉천, 수락천, 당현천이 있다. 청계천과 만나는 하천으로는 정릉천과 월곡천, 성북천 등이 있다. 또 월곡천 위로는 대동천과 가오천, 화계천 등이 흐른다. 서북지역에는 홍제천과 봉원천 등이 있다. 동남지역에는 고덕천과 성내천, 탄천, 세곡천, 여의천, 양재천 등이 있고, 서남쪽에는 안양천을 중심으로 도림천과 삼성천, 오류천, 목감천 등이 흐른다. 이 가운데 전농천과 면목천, 월곡천 등 11곳은 완전 복개돼 있고, 우이천과 방학천, 도봉천 등 13곳은 부분적으로 복개돼 있는 상태다. ●2012년까지 매년 800억원 하천 복원에 투자 서울시는 올해 362억원을 자연친화적인 하천 정비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는 등 2012년까지 매년 800억원 이상을 하천 복원에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에 복개하천 복원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마쳤다. 내년까지 성북천과 정릉천, 홍제천 등은 부분적으로 나마 복원돼 시민의 품에 안긴다. 도림천의 경우 내년 6월까지 실시설계를 끝낸 뒤 2008년 하천이 복원된다. 녹번·불광·봉원천은 차로 축소시 주변 도로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세부교통영향 평가 등을 분석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선자령·오대산 겨울 끝자락…

    신(神)들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눈가루 내려앉은 나뭇가지마다 영롱한 다이아몬드처럼 피어난 설화(雪花).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맞닿아 금방이라도 파란색으로 변할 것만 같은 눈부신 설원(雪原). 단순함과 여백의 미를 한껏 드러낸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겨울산을 떠도는 매 한마리는 화룡점정. 계절은 입춘을 지나 봄을 향해 가는데, 선자령(대관령 능선) 등 강원도 산간지역엔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다. 지난 7일 내린 폭설로 다시 절정을 맞고 있는 느낌이다. 회색빛 건물들 속에 갇혀 지내는 도시인들에게 순백의 설산(雪山)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 흰눈에 쌓인 채, 오는 봄을 마다하고 있는 강원 산간지역을 둘러보았다. 글 사진 평창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1 선자령 눈꽃 트레킹 한발짝 내디딜 때마다 뽀드득∼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눈알갱이. 적막한 설산속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더없이 정겹다. 백두대간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간간이 내뱉는 소리는 추임새로 손색이 없다. 하늘에서 선녀가 가족까지 데리고 내려와 노닐고 갔다는 선자령. 강원도를 영동과 영서로 가르는 대관령의 능선상에 있는 봉우리다. 겨울철 대표적인 눈꽃 트레킹 코스로 많이 알려져 있다. 등산로가 완만해 초보자나 가족단위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로 무척 높은 편이다. 하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대관령휴게소가 해발 840m이기 때문에, 실제 표고차는 317m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도상거리는 약 6㎞가량.4시간 정도면 왕복이 가능하다. 산행코스는 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시작된다. 양떼목장을 지나 대관령 기상관측소 방향으로 30여분 정도 걷다보면 왼쪽에 이정표와 함께 선자령 등산로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고 오르는 편이 수월하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국사성황당을 지나 산불감시탑까지 약 1.5㎞의 오르막코스가 다소 힘겨운 구간. 입에서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단내가 풍겨나온다. 머리에선 술·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절규부터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까지 별별 생각들이 떠오른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산불감시탑 능선에 오르니 발아래로 눈덮인 대관령이 펼쳐져 있다.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더 멀리는 강릉시내와 동해의 쪽빛바다. 해무(海霧)가 낀 탓인지 다소 검푸레했지만, 가슴이 탁 트일만큼 시원하고 아름다운 풍광이다. 능선 왼쪽으로는 삼양 대관령목장의 구릉지가 마치 여인의 가슴처럼 옹긋봉긋 솟아있다. 아늑(?)했던 숲길은 여기가 끝. 이곳부터 선자령 정상까지 평지처럼 완만한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바람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거세다. 관목이 드문드문 서있는 초원지대를 지날 때, 갑자기 광풍이 몰아닥친다. 휘잉∼하는 소리가 마치 내 땅에 왜들어왔느냐는 호통처럼 들린다. 얼마나 차고 세찬지, 살갗이 칼로 베이는 듯한 느낌이다. 고개를 숙인 채 한시간 남짓 걷다보니 어느새 산자령 정상. 살얼음이 언 물로 목을 축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깨를 맞댄 채 끝없이 펼쳐진 백두대간의 험산준령들. 한눈에 담기에 벅차다. 남쪽의 발왕산, 서쪽의 계방산, 서북쪽의 오대산, 그리고 북쪽의 황병산이 눈부신 파란 하늘아래 펼쳐져 있다. 선자령 산행의 백미라 할만하다. 하산길에 즐기는 눈썰매 타기는 산행의 또다른 재미. 강릉 초막골 방향 하산로에는 바람에 몰린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 경사가 완만해 눈썰매에 적합한 코스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나이도 잊은 채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마대자루를 준비한 사람도 있지만 그냥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들이 대부분이다. 준비물 : 아이젠과 스패츠 착용은 필수다. 장갑과 방한모도 마찬가지. 모자의 경우 털로 짠 것보다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 진 것이 좋다. 바라클라바(안면가리개)나 목도리, 고글 등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옷은 가벼운 것을 여러벌 준비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입는 것이 좋다. 스틱은 특히 하산할 때 도움이 된다. 기타 보온병이나 비상약, 그리고 초콜릿 등 비상식량도 지참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 선자령 산행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산악회를 따라 관광버스 등을 타고가는 것이 편하다. 서울 상봉터미널(02-435-2122∼8)이나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고 횡계까지 간 다음, 대관령까지는 택시를 이용한다. 횡계에서 대관령까지 택시요금은 3000원정도. 강릉까지 가서 대관령휴게소행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하루 3차례 운행된다.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대관령북부휴게소까지 가면 된다. 자세한 현지상황 문의는 대관령휴게소 매점(033-335-2049). #2 오대산 상원사 - 고즈넉한 겨울 산사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를 나서면서 펼쳐진 눈부신 은빛 세계는 진부IC에 이를 때까지 계속된다. 거리는 무려 60여㎞. 속사 등의 시골마을을 지날 때는 눈속에 파묻인 농가가 심심치 않게 눈에 띄기도 한다. 진부읍내를 벗어나 천천히 차를 몰아가기를 10분 남짓. 눈덮인 시골길 너머로 오대산의 준봉들이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이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의 화려했던 가을단풍을 벗고 온통 흰색차림이다. 청량산이 오대산의 또다른 이름이라던가. 월정사입구에 들어서자 가슴에 와닿는 청량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매표소 직원의 으르딱딱대는 말투 때문에 상했던 기분은 어느샌가 날아가 버렸다. 일주문에서 월정사 경내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은 겨울엔 눈꽃터널로 유명하다. 비록 며칠째 계속된 바람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 화려한 눈꽃터널을 볼 수는 없었지만 숲이 주는 청량감은 아쉬움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9㎞정도 떨어져 있다.‘부운종일행(浮雲終日行)’-뜬구름이 흘러 가듯 그렇게 산길을 걷는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새끼손가락만한 고드름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를 따서 먹어 보았다. 오도독 소리를 내며 부서지는 얼음조각들이 제법 갈증을 없애준다. 한시간 정도 걸었을까. 눈속에 파묻힌 고색창연한 사찰이 나온다. 바로 월정사의 말사인 상원사.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과 국보 제221호 목조문수동자좌상이 보존된 유서깊은 사찰이다. 부처의 정골사리가 봉안된 상원사 적멸보궁은 전국의 5대 적멸보궁 중 하나. 천천히 경내를 둘러본다. 병풍처럼 둘러싼 오대산 자락에 등을 기댄 채,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선원에서 동안거 중인 스님들만 눈에 띌 뿐, 적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따금 들려오는 풍경소리는 적막감을 더해준다. 주지인 나우(懶牛)스님께 가르침을 청했다.“산은 우리의 마지막 보배지요. 요즘엔 점점 산에 대한 경외감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일부 등산객들이 벌이는 무분별한 환경파괴행위를 꾸짖는 말이다. 산삼동호회나 산나물동호회 등의 회원들이 와서 산을 헤집어 놓고 가면, 복구되는 데 몇년이 걸릴지 모를 만큼 피해가 크단다. “탐내는 감정의 실체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알기 위해 스스로가 조금만 노력하면 그런 마음이 사그라집니다. 많은 생명들이 함께 잘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작설차를 따라주는 나우스님의 표정 어디에서도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는 다소 아쉬움이 묻어 있는 듯하다. 한때 유행했던 ‘웰빙’선식으로 점심공양을 마친 다음, 천천히 산을 내려온다. 수려한 풍경을 담아 눈이 즐거웠고, 단아한 음식은 입을 즐겁게 했다. 이에 더해 주지스님의 가르침마저 머리에 담았으니 이런 호사로운 산행이 따로 없다. “헛된 생각을 버리면 지혜가 깃들게 됩니다.”주지스님의 가르침이 하산길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찾아가는 길 : 승용차의 경우, 영동고속도로 진부IC~국도 6호선~446번 지방도로 순으로 진행하면 된다. 주차요금 4000원을 내면 상원사앞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진부터미널에서 상원사까지 하루 6회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 상원사 (033)332-6666. 평창운수 (033)335-6963. # 가볼 만한 곳 양떼목장-대관령 북부휴게소에서 도보로 5분거리. 넓게 펼쳐진 눈덮인 구릉들이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양들에게 건초주기와 추억의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등이 주요 놀거리. 입장료에 양들에게 줄 건초꾸러미 요금이 포함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2500원, 학생 2000원,5세이하는 무료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의 (033)335-1966. 빙등대축제(etoobee.com)-올해로 3회째인 빙등대축제는 횡계리 대관령 종고 별도부지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기간은 오는 28일까지. 얼음터널 체험, 대형 얼음미로 등 체험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빙등관에는 얼음속에 등을 넣어 제작한 각양각색의 빙등이 전시되어 있다. 화려한 오색 미끄럼틀도 설치돼 있다. 매일 오후 3시와 7시에는 평양예술단이 공연을 펼친다. 입장료는 성인 1만 5000원, 청소년(18세미만)1만 4000원, 어린이(4세∼13세 미만)1만 3000원. 주변식당이나 행사장 입구에 비치된 행사안내 리플렛을 가져가면 50% 할인된다. 삼성, 롯데,BC 등의 신용카드와 KTF,TTL 등 통신회사 카드도 50%할인된다. 운영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저녁 8까지다. 어린이 단체의 경우엔 오전 11시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문의 (033)336-1187. 승용차는 영동고속도로 횡계IC에서 횡계시내 방향으로 3㎞정도 진행하면 왼쪽편에 행사장이 보인다. 시외버스는 동서울과 상봉터미널에서 강릉행 버스를 타서 횡계에서 내리면 된다. 횡계터미널(033-335-5289)에서 도보로 10분거리.
  • 청량산성 일부 복원 완료

    경북 봉화 청량산 일대 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31일 봉화군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착공한 청량산성 일부 복원공사가 2년여 만인 이날 완공됐다. 복원된 구간은 봉화군 명호면 동문지에서 밀성대까지 340m이며 모두 18억원이 투입됐다. 봉화군은 올해도 8억원을 들여 청량산성 복원공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청량산성은 길이 5220m에 이르며 봉화군 명호면에서 안동 도산과 예안면까지 이어진다. 고려 공민왕 16년인 1361년에 10만 홍건적이 압록강을 건너 쳐들어오자 공민왕은 청량산 축융봉 아래 청량산성을 쌓고 1년간 숨어 지냈다. 축융봉 주변에는 공민왕이 숨어 지냈던 오아대와 군장의 흔적이 있다. 그 뒤 이 마을 주민들은 이 곳에 왔던 공민왕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아 공민왕당을 짓고 위패를 모셨으며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봉화군은 공민왕당 주변을 정비하고 맥이 끊긴 제사도 부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닭실마을 정비, 전통문화체험마을 조성 등 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청량산성은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며 “문화재위원들의 기술자문을 거쳐 원형대로 복원하겠다.”고 말했다.봉화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퇴계 오솔길’에 오세요

    퇴계 이황 선생이 거닐던 오솔길이 새 단장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됐다. 11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도산면 단천리∼가송리 3㎞에 걸친 ‘퇴계 오솔길’ 준공식을 가졌다. ‘가던 길’이라는 뜻의 우리 옛말 ‘예던 길’로 불렸던 이 길은 퇴계 종택에서 봉화 청량산 방향으로 뻗어 있다. 퇴계 선생이 산책을 하거나 학문 수양을 위해 청량산을 오가던 길로 전해지고 있다. 안동시 관계자는 “퇴계 오솔길은 퇴계 사상과 시 작품이 형성된 역사적인 장소”라며 “도산서원 등 인근 관광지와 함께 경북북부지역의 볼거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안동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발언대] ‘봉화송이’ 지리적 표시 등록 서둘러야/남영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봉화출장소 유통팀장

    제9회 봉화춘양목 송이축제가 9월24일부터 4일간 경북 봉화군 봉화읍 체육공원과 송이산 일원에서 개최된다. 봉화송이는 청정 고을의 맑고 깨끗한 공기와 마사토 토양 아래 태백산 자락의 춘양목(적송)에서 자라 다른 지역의 송이보다 수분함량이 적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 송이는 항암효과가 뛰어나고 위와 장의 기능을 도와 혈액순환을 촉진하며 고단백·저칼로리의 건강식품으로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향이 뛰어난 봉화송이는 전국 최고의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봉화 송이 생산량은 80t 정도로 전국 송이버섯 생산량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봉화군의 대표적인 특산물이다. 근래 들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제생활 향상 및 웰빙(참살이) 열풍으로 송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송이밭은 자식에게도 위치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봉화송이를 비롯한 국산송이가 생산량에 비해 소비가 많고 비싼 값에 팔리자 최근 중국·북한·러시아 등 외국산 송이가 많이 수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송이축제로 봉화 송이의 명성이 높아지자 봉화군 이웃 시·군에서도 송이가 많이 유입되어 원산지가 봉화로 둔갑하는 사례가 빈번한 실정이다. 봉화송이의 명성을 보존하고 원산지 허위표시·위장판매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봉화송이의 지리적 표시 등록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리적 표시제도는 지리적 특성을 가진 우수농산물 및 가공품의 품질향상, 지역특화 산업으로서 육성 및 소비자정보 제공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1999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등록절차는 신청·심사·등록신청공고·이의제기 및 심사·등록공고·표시사용 및 사후관리 등의 절차를 거쳐 등록된다. 현재 보성 녹차를 비롯하여 하동 녹차, 고창 복분자, 영양 고춧가루, 의성 마늘이 우리나라 지리적 표시로 등록되어 있다. 봉화 춘양목 송이는 지리적 표시 신청대상 품목에 해당할 뿐 아니라 품질의 우수성이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품질등급이 최상급이고, 명성, 품질, 기타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지역의 자연환경적 요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품목이다. 또 당해 품목이 지리적 표시의 대상지역 안에서 생산되므로 등록기준(시행령 제15조)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봉화는 청량산과 고선계곡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이루고 있어 전 지역이 청정지역이며, 세계적인 젊은 영화감독 김기덕의 고향(봉화 춘양)이기도 하다. 지리적 표시 등록이 된다면 봉화송이 명성보존 및 송이생산 농가의 소득보전은 물론이고, 이와 연관하여 송이채취 체험행사 등으로 자연경관의 비경과 절경의 관광코스는 열악한 봉화군의 재정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봉화군과 송이채취 농가 및 작목반에서는 이제라도 지리적 표시 등록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통해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봉화송이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남영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봉화출장소 유통팀장
  • 36번국도-국토를 가로지른다

    36번국도-국토를 가로지른다

    국토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아직 없다. 그래서 충남 보령∼경북 울진을 잇는 36번 국도에는 멋과 맛이 남아있다. 시발점은 보령, 점점이 박힌 섬과 아스라한 낙조에 누구에게나 고향같은 푸근한 곳이다. 숨가쁘게 내달린 36번 국도가 내륙의 바다 충주호에서 긴장을 푼다. 푸른 하늘을 담은 충주호를 따라 단애절벽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다. 연이어 36번 국도는 국토의 등뼈 백두대간으로 내달린다. 클라이맥스는 봉화. 인간의 발길에 의해 유린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를 온전하게 간직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석천계곡,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계곡과 바위를 굽이치며 휘돌아 백두대간을 넘은 36번 국도는 울진 불영계곡을 따라 동해로 곧장 치닫는다.289㎞ 대장정은 환호성을 내지르다, 자연의 경외에 고개를 숙이게 되고 결국엔 겸허한 인간의 자세까지 가르친다. ■ 초록이 넘실대는 보령·충주 ●대천해수욕장과 다보도 무더운 한여름이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대천해수욕장이 기다린다. 서해안에서 백사장 길이(3.5㎞)가 가장 길다. 특히 조개껍데기 가루가 모래와 섞인 패각해수욕장이 자랑거리다. 석양이면 백사장이 반짝반짝 빛난다. 해수욕장앞 4㎞쯤에 있는 무인도인 다보도는 바다낚시터로 이름난 돌섬. 유람선이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대천해수욕장에는 생선회와 꽃게탕, 홍합구이 등으로 유명한 충남수족관(041-933-8077)과 부산횟집(041-933-9898) 등이 있다. ●성주사지와 보령냉풍욕장 성주산은 석불과 최치원, 신도비와 성주사지, 백운사, 휴양림, 활공장 등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한낮에도 깜깜할 정도로 울창한 산림과 맑고 깨끗한 화방골, 삼연동계곡 등이 어우러진 절경이다. 성주사는 백제 법왕 때 창건돼 신라시대에는 9대 선문 가운데 하나로 번창하였다가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 지금은 석탑, 석등, 돌계단 등만이 옛날을 말해준다. 인근의 보령냉풍장(041-934-8154)은 폐광을 이용한 것으로 한여름에도 섭씨 영상 12도의 찬바람이 불어나와 땀방울을 식혀준다. ●칠갑산과 한치고개 보령에서 36번 국도를 따라 쉬엄쉬엄 한 시간가량 나오면 칠갑산이다.‘충남의 알프스’로 불린다. 칠갑산자연휴양림(041-943-4510)은 맑은 공기와 울창한 숲이 자랑이다. 휴양림에서 7㎞ 남짓 떨어져 있는 냉천계곡은 아무리 더운 여름날에도 발을 담그면 채 5분을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시원하다. 청양에서 공주로 넘어가는 한치고개는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주통로였다. 꾸불꾸불한 옛길을 따라가는 드라이브코스로 그만이다. 산책하기에도 좋다. 정상에는 구한말 의병장 만암 최익현선생과 콩밭 매는 아낙네 상이 있다. 별미로 칠갑산장(041-942-3298)에서 멧돼지 숯불구이를 먹을 수 있다. ●충주호 남한의 중심부에서 굽이치는 산줄기를 따라 나라의 강줄기 맥이 모인 곳이다. 백두대간의 장엄한 산자락과 유유한 물줄기가 잠시 긴장을 놓는 곳이다. 충주호는 청명한 하늘을 담고 푸른 산을 닮아 더없이 푸르다. 낙조 하면 서해를 떠올리지만 충주호 유람선에서 맞는 일몰도 그만이다. 하늘에 맞닿은 산자락을 붉게 물들이고 강물을 고스란히 붉게 물들이다가 슬며시 사라지는 해를 품는다. 대형 유람선을 타고 뱃길을 따라가면 옥순봉, 구담봉, 만학천봉, 제비봉 등 호수를 둘러싼 수많은 기암괴석들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충주호는 충주, 제천, 단양을 연결한다. 면적은 97㎢. 국내에서 담수 면적이 가장 넓다. 댐 나루터에서 운행하는 쾌속관광선을 이용해 단양권을 관람할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충주호의 수상관광을 즐기는 이들이 끊이질 않는다. 충주호유람선(043-851-5771) ●단양팔경 단양군 남쪽에 위치한 상·중·하선암을 비롯해 사인암 등 8곳의 절경이 영동의 관동팔경과 쌍벽을 이룬다. 으뜸은 한폭의 동양화와 같은 도담삼봉. 예부터 시인묵객들이 많은 시와 그림을 남겼다. 단양에서 북쪽으로 12㎞지점에서 남한강 수면을 뚫고 솟은 세 봉우리.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이곳에서 은거하며 도담삼봉에서 자신의 호를 본떠 삼봉이라고 했다고 한다. 삼봉 중에서 가운데 봉이 남편봉이고 그 옆에 다정한 작은 봉이 첩봉, 좀 떨어진 곳에 딸들을 품에 안고 돌아앉듯 자리한 봉이 처봉이란다. 남편이 딸만 낳은 아내를 내쫓고 첩과 다정히 앉아 있는 모습이라는 옛날이야기도 전한다. 단양관광협회(043-423-5044,421-7114). ●탄금대 신라 진흥왕 때 가야에서 망명한 악성 ‘우륵’이 망국의 한을 달랬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충주에서 서북쪽의 3㎞에 있으며 달천이 남한강과 합류하는 곳에 있다. 임진왜란 때 신립장군이 배수진을 치고 왜적과 격전을 벌였던 곳. 탄금대의 12대는 당시 계속된 전투로 뜨거워진 활의 열기를 식히고자 12번이나 오르내렸다는 바위들이다.30∼40분 발품을 팔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 절로 넘어가는 봉화·울진 ●석천계곡과 닭실마을 36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 봉화읍에서 조금만 빠져가면 석천계곡이다. 울창한 소나무 원시림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맑고 시원하다. 기암괴석으로 자연경관은 수려하다.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물소리, 산에서 부는 솔바람소리에 잡념이 확 씻기는 듯하다. 계곡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바로 옆에서는 봉화의 춘양목(금강송)으로 조선 중종때 문신 청암 권동보(1518∼1592)가 지은 석천정자가 계곡과 절경을 이루고 있다. 석천계곡을 들어서면 바로 나오는 절벽 바위에 신선이 사는 곳 이란 뜻의 ‘청하동천(靑霞洞天)’이란 글이 새겨져 있다. 석천계곡에서 나와 36번 국도를 따라 울진방향으로 2㎞정도 가다보면 왼쪽에 단아한 한옥마을이 나온다. 마을이 풍수지리상 금닭이 알을 품은 형상 즉 ‘금계포란’이라 하여 닭실마을(酉谷里)로 불린다. 닭실마을의 압권은 청암정. 충재가 도학연구에 몰두했던 곳으로 특이하게도 머리가 동쪽으로 향한 거북 형상의 바위 위에 세워져 있다. 청암정을 지어 방에 불을 넣자 바위가 울었단다. 지나던 스님이 “거북 등딱지 위에 불을 피우면 거북이 죽는다.”며 “거북에겐 물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뒤 아궁이를 모두 막고, 둘레에 인공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정자에는 퇴계 이황의 글도 남아있다. 닭실마을엔 이외에도 유적지와 박물관도 있다. 개인 박물관인 까닭에 잠긴 경우가 많다. 한국전쟁때 집안에 전해오던 각종 자료들을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몰래 묻어 보관해왔던 것들이다. 박물관과 청암정 등을 들어가는 입장료는 없다. 닭실마을에는 식당은 없다. 하지만 가을이나 겨울에는 전통방식대로 만드는 한과를 살 수 있다. 여름철엔 한과가 쉬 눅눅해져 만들지 않는 게 아쉬움이다. 봉화문화원(054-673-2350) ●청량사와 청량산 봉화에 갔다면 들를 만한 곳으로 청량산을 들 수 있다. 봉화읍에서 40분 정도 걸린다.918번 국도를 따라 가는 드라이브 코스도 그만이다. 논길을 가다가 운곡천을 따라간다. 운곡천이 깨끗해 수달이 사는 수달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계곡이 낙동강과 만나는 곳은 천애절벽의 장관이 파노라마친다. 청량산은 12개 봉우리들이 있다. 정상에서 거대하게 솟아오른 암봉으로 수려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일명 ‘소금강’이라고도 부른다. 청량산 일주 산행은 4시간 정도. 청량사 일주문을 지나자 나오는 청량폭포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청량산도립공원(054-679-6321) 봉화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인 재래종 검은 돼지로 만드는 돼지구이. 봉성면 가는 초입에는 돼지구이를 하는 집이 20여집 몰려있다. 이 가운데 원조는 아니지만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상봉숯불회관(054-672-9783)이다. 숯불구이(180g·5000원)는 돼지고기에 소금만 뿌리고 솔잎을 얹혀 찌듯이 구워냈다. 기름기가 쪽 빠지고 솔향이 은근히 배였다. 텃밭에서 기른 야채에다 돼지구이를 싸 먹으면 정말 일미다. 매콤한 맛을 원한다면 양념구이(6000원)도 괜찮다. 이외에도 봉성숯불식당(054-672-9130)도 유명하다. 불고기가 조금 곁들여 나온다. ●불영계곡과 불영사 36번 국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불영계곡이 아찔하다. 올려다 보면 천애 같은 절벽과 그 위에 곧게 뻗은 소나무가 위태위태해 보인다.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하다. 물은 너무 차서 발이 금방 시려진다. 더위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불영계곡이 끝날 즈음이면 불영사(054-783-5004)가 나온다. 진덕여왕 5년(651년)에 의상대사가 세운 고찰이다. 대웅전 앞 연못에 부처님의 그림자가 비친다고 하여 불영사라 이름지었다고 전한다. 뒤로는 오밀조밀한 경관이 펼쳐져 있다. ●소수서원과 부석사 봉화를 조금 못미친 영주시 풍기에서 시간이 있다면 유·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수서원과 부석사가 있다. 울창한 숲속의 소수서원(054-633-2608)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 이곳 출신 유학자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주세붕이 세운 최초의 사액서원이다. 입장료는 어른은 3000원, 어린이는 1000원. 주차료는 없다. 소수서원에서 10분 남짓이면 부석사(054-633-3464)에 닿는다. 풍기에서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나라 전통 건물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사찰.‘부석’이란 돌이 떠 있다는 뜻으로 무량수전 뒤편에 실제로 땅과 약간 떨어져 있는 바위인 뜬돌 즉 부석이 있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최해국기자 seaworld@seoul.co.kr
  • 儒林(348)-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儒林(348)-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제3부 君子有終 제3장 慕古之心 연보에 의하면 퇴계는 12살 때 평생 화두인 ‘이(理)’를 얻음으로써 문리를 터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사우(師友)는 얻지 못하였으나 대철학자로서의 기틀을 얻은 것이다. 14세가 되자 퇴계는 호학지인(好學之人)으로 성장하였으며, 그 무렵 도연명(陶淵明)의 시에 심취하였다고 한다. 그의 인격을 흠모하여 도시(陶詩)를 모작하여 지어보기도 하였으며,15세 봄에는 송재공을 따라 형과 함께 청량산에 가서 독서를 하였고,6월에 송재공이 안동부사로 부임하자 겨울에 안동으로 가서 친구들과 함께 수렵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이 수렵에서 퇴계는 뼈아픈 교훈을 얻는다. 언행록에는 퇴계가 스스로 고백한 실수담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내가 젊었을 때에 숙부 송재공을 따라 안동에 가 있었다. 하루는 여러 사람들과 들에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술에 취하여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술이 깨자 어찌나 마음이 아픈지 견딜 수가 없었고, 그 후부터 스스로 술을 경계하는 생각을 잠시도 잊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여도 두려운 마음이 마치 어제 일과 같다.” 16세 때에는 봄에 사촌동생과 함께 안동의 천등산(天燈山)에 있는 고찰 봉정사(鳳停寺)에 들어가서 수학하였다. 이 해에 송재공은 집안 젊은이들의 공부장소로서 안동의 자성(子城) 서북쪽에 애연정(愛蓮亭)을 세워 그곳에서 공부하였다. 17세 되던 8월에는 순찰하러 온 경상감사 김안국(金安國)의 강연을 형과 함께 가서 경청하였다. 향교의 학생 모두가 참가한 일종의 ‘시국강연회’였는데, 퇴계는 김안국의 강연을 통해 견문을 넓힐 수가 있었다. 김안국은 조광조와 함께 지치주의를 주장하였던 진보적인 문신이었으나 조광조와는 달리 급진적인 개혁은 반대하였던 온건한 성리학자였다. 성리학적 이념을 바탕으로 한 통치강화에 힘쓰는 김안국의 강연은 퇴계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김안국은 ‘소학(小學)’을 관내 향교에 권함으로써 자라나는 유생들에게 생활 속에서 유교의 실천을 널리 권장하였는데, 퇴계가 평생 동안 소학의 내용과 일치한 행실로서 살았던 것은 이때의 깊은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무렵 정신적 스승이었던 숙부 송재공은 별세하였고, 퇴계는 마침내 독자적으로 연곡에서 오도송을 읊음으로써 12세 되던 해 ‘이(理)’를 통해 문리를 얻은 후 6년 동안 줄곧 머릿속으로는 주자의 사상에 천착(穿鑿)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퇴계의 오도송은 제자들의 평가대로 주자가 쓴 ‘관서유감(觀書有感)’, 즉 ‘책을 읽으며’란 시에서 깊은 영향을 받았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주자는 두 개의 연작시를 지었는데, 그 첫 번째 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그만 네모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떠 있네./무엇일까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은/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지.(半畝方塘一鑑開 天光雲影共徘徊 問渠那得淸如許 爲有源頭活水來)” 연작시의 두 번째 시는 다음과 같다. “지난 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떠올랐네./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다니네.(昨夜江邊春水生 蒙衝巨艦一毛輕 向來枉費推移力 此日中流自在行)”
  • [15일 TV 하이라이트]

    ●신비한TV 서프라이즈(MBC 오전 11시10분) 죽은 자들의 영혼을 불러다 주는 섬으로 알려진 태국 꼬따혼 섬 이야기,199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느 병원에서 있었던 죽음의 병실 사건,1993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자신의 무관심으로 반 학생이 자살한 사건으로 인한 오사무 선생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이고 또 거짓일까. ●인사이드 월드(YTN 오전 10시25분) 유럽 중심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은 18개 국을 거쳐 흐르는 국제적인 강이다. 유럽공동체가 동유럽까지 확대되면서 다뉴브강은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교역과 개발을 하는 문제가 과제로 등장했다. 다뉴브강은 운송·농업단체와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환경론자들의 격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삼색토크 여자(EBS 오후 8시) 경북 봉화면 청량산 자락에 위치한 ‘비나리 산골미술관’은 아방궁 프로젝트로 유명한 여성주의 화가 모임 ‘입김’의 멤버 류준화가 운영하는 곳이다. 틈틈이 농사도 짓고 미술관도 운영하며 여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농촌을 만들어 가고 있는 류준화, 송성일 부부를 만나본다. ●결정!맛 대 맛(SBS 오전 10시50분) 칼국수와 보리밥의 한 판 대결! 통통한 바지락과 박속을 넣은 육수와 낙지가 일품인 박속낙지칼국수를 먹으러 섬으로 떠나 본다. 자박자박 졸인 강된장에 12가지 나물을 넣고 싹싹 비빈 고향의 맛 보리비빔밥도 음미한다. 사미자 정원관 김효진 이재원 양미라 문세윤 등이 출연한다. ●부모님 전상서(KBS2 오후 7시55분) 상대가 형표라는 것을 안 옥화는 그 집 소문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켜하지 않지만 안 교감은 언제나처럼 성미의 결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축하해 준다. 옥화는 금주에게 새 사람을 만나보라며 자꾸 부추겨보지만 금주는 혼자 사는 게 속이 편하다며 요지부동, 흔들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KBS스페셜(KBS1 오후 8시) 봉정암은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의 한 곳이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천년 고찰이다. 이 땅의 불자라면 생애 한번은 꼭 오르고 싶어하는 곳. 봉정암의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봉정암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순수한 불자와 수행자들의 모습을 HD영상으로 담았다.
  • 몰려드는 등산인파에 청량산 ‘신음’

    몰려드는 등산인파에 청량산 ‘신음’

    ‘청량산이 허덕이고 있다.’ 등산은 요즘 많은 이들에게 취미가 아닌 일상의 일부다. 새벽같이 운동복 차림으로 북한산이나 관악산 등 집 근처에 있는 산을 찾는 중·노년층의 모습은 어느새 익숙한 풍경이 됐다. ‘웰빙 열풍’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남한산성을 품고 있는 청량산이 숨이 막힐 정도로 앓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경단체인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은 6일 무분별한 등산객들의 산행으로 수목이 고사하는 것은 물론, 성곽이 무너져 내릴 위험에까지 처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웰빙’이 청량산과 남한산성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무분별한 등산객… 자연발생 등산로 천지 남한산성은 행정 구역상으로 경기도 광주시와 성남시, 하남시에 속해 있다. 전체 36.4㎢ 가운데 대부분인 25.6㎢가 광주시 관할이다. 남한산성에는 동·서·남·북 모두 4개의 문이 있다. 성 내에 있는 동문과 남문 등을 제외하고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은 서문 쪽이다. 대부분 송파구 마천동에서 시작, 청량산의 하남시 구역을 거쳐 오른다. 지난해 남한산성을 찾은 유료 관광객 수는 11만여명에 달했다. 성곽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숫자까지 합치면 20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서문 쪽으로 올라왔다. 청량산이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도 바로 하남시 구역이다.3000여명의 등산객이 정상까지 3㎞남짓 되는 짧은 거리를 매일같이 오고가다 보니 큰 등산로만 무려 6개나 생겼다. 작은 등산로까지 합치면 하남시 구역 전체가 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나무 등 상당수 훼손… 필수 등산로외엔 폐쇄를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은 반 벌거숭이가 됐다. 수도권 최대의 소나무 밀집지역으로 손꼽히는 청량산의 소나무도 등산객들에 의해 상당수가 훼손됐다.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 이세걸 사무국장은 “등산객들의 발길에 흙과 나무가 차이면서 하남시 구역의 수십년된 소나무, 참나무 등은 대부분 뿌리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결국 뿌리에 힘을 못 받아 대부분 쓰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성곽 기울어 장마철 오면 붕괴 위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남시 구역은 청량산의 다른 곳보다 경사가 급하다. 나무가 없어지다 보니 흙이 평지로 급격히 쓸려 내려가고, 남한산성을 받치고 있는 청량산 정상 부분도 점차 낮아지면서 성곽이 아래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 사무국장은 “수십년 동안 약화된 서문 쪽 청량산의 지반이 장마철에 한꺼번에 꺼지게 되면 산성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면서 “필요한 등산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폐쇄하거나 청량산에 휴식림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동송파환경운동연합은 이번 달까지 2차 조사를 마친 뒤 청량산 훼손 실태를 담은 보고서와 훼손 지도를 만들어 해당 기관에 청량산 보호를 촉구하고, 생태문화역사기행 등을 개최해 남한산성의 중요성을 홍보할 계획이다. ●남한산성은… 남한산성은 1963년 사적 제57호,8년 뒤에는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주소는 광주시 중부면 산성리. 광주시가 14명의 직원으로 관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성곽 길이만 11.76㎞에 달한다. 남한산성의 유래는 깊다. 백제는 국조인 온조왕을 모신 사당인 숭렬전을 이곳에 지을 정도로 성스러운 대상으로 여겼다. 신라 문무왕 때인 672년 토성으로 축성된 뒤 서울을 지키는 요충지로 자리잡았다. 조선 시대인 1621년 광해군에 의해 후금의 침입을 막고자 석성으로 개축,1626년에 완공됐다.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청의 군대에 머리를 조아린 치욕의 장소이기도 하다. 주봉인 청량산은 해발 497.9m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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