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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엔 열차타고 北고향 가겠지요”

    “이 열차를 타고 30분만 달리면 내 고향 금천이야.철마가 다시 달리면 맨먼저 잡아 타려고 문산에서만 살았어.” 18일 역사적인 경의선 복원 기공식이 열린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에는 수많은 실향민들이 몰렸다.이들중에서도 백발이 성성한 세노인은 전시된 증기기관차에 오르면서 기차를 처음 타는 아이처럼 유독 더 기뻐했다. 지난 51년 1·4후퇴때 꽁꽁 언 임진강을 혈혈단신 건너온 이호철(李豪哲·82·문산읍 문산4리)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필남(李弼南·88)·김기화(金基華·67)씨와 함께 녹슨 철길을 만지고 또 만졌다. “문산 다음이 장단이야.그 다음이 봉동이고 봉동 다음은 개성,토성,계정,내 고향 금천,한포,평상…해주…신의주까지 올라가지.” 임진강 너머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반세기 동안 문산을 떠나지 않은이들은 경의선 역 이름을 줄줄이 외웠다.호철씨와 필남씨는 금천 출신으로 금천 백마보통학교 선후배 사이.이웃에 살았던 두 사람은 고향에 남겨둔 처자식을 잊지 못해 고향에서 가장 가까운 문산에 정착했다. 장단역에서 조금떨어진 경기도 개풍이 고향인 기화씨는 이웃에 사는 호철씨와 필남씨를 친형처럼 따르며 고향생각이 날 때면 함께 임진각을 찾아 소주잔을 기울였다. 기화씨는 “50년 동안 500번 이상 임진각을 찾았지만 매번 가슴이아팠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며 활짝 웃었다. “호철이,검은 연기를 뿜으며 달리는 열차를 타고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게 생각나는가.” “나다마다요,해주 친척집에 갈 때도 경의선만 탔지요.”“형님들,저는 경의선 타고 개성중학교까지 통학한사람입니다.옆자리에 여학생이 앉았을 때면 장단과 개성이 왜 그리가깝게 느껴지던지….” 호철씨와 필남씨가 경의선의 추억을 꺼내자 기화씨도 이에 질세라기억의 조각들을 쏟아놓았다. 남쪽에 내려와 다시 가정을 꾸린 호철씨와 필남씨는 양쪽의 처자식들에게 미안해 아직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지 않았다. 두 노인은 “끊겼던 철길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북쪽의 아내와 자식생각이 더 간절하다”면서 “조만간 상봉신청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열차는 사람의 마음까지 실어 나르는 이상한 힘이 있어.이 놈이늙은 우리들의 한을 싣고 북으로 달리다 보면 곧 통일도 되겠지.” 자유의 다리 너머 길게 뻗은 철길을 바라보던 세 노인은 못내 아쉬운 듯 머뭇거리다 기관차에서 내렸다. 임진각 이창구기자 window2@
  • 2차 적십자회담 현안 뭔가

    이산가족 방문단 후속 교환 일시와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방법,면회소 설치 시기 및 장소 등이 오는 20일 금강산 개최 예정인 제2차 적십자회담의 주의제다.회담의 주요 현안과 쟁점을 살펴본다. ◆ 생사확인 및 서신 교환. 원칙은 합의된 만큼 시행 속도가 쟁점이다. 정부는 10월중 ‘8·15상봉가족’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편지교환을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상봉을 신청한 9만3,000여명에 대한 서신교환을 어떻게 시행하느냐도쟁점이다. 한꺼번에 상봉신청자 명단을 전부 교환한 뒤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을시행하는 방법이 있고 숫자를 정한 뒤 그 안에서만 명단을 교환하고단계적으로 진행시켜 나가는 방안도 있다.북측은 제한된 숫자에 한해단계적인 진행을 선호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인적으로 제3국을 통해 생사·주소를 확인한 이산가족들의 서신교환을 먼저 시작하게 해 달라는 요청도 있으나 공식통로를 통해 확인한 뒤 서신교환을 시작한다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고 설명한다.정부는 17일 모든 이산가족들에게 사진 제출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하도록 결정했다가 일단 유보했다. 남북은 ‘모든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생사확인된 가족들부터편지를 교환한다’는 원칙에는 이미 합의했다. ◆ 상봉 면회소. 장소와 설치 시기가 쟁점.남측의 판문점 설치를 희망하나 북측은 꺼리고 있다.유엔군의 관할아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 3층은 상봉을 위해 설계돼 있다. 최소 100명이상 한달에 1∼2번 상봉을 갖고 편지 및 물품을 전달하도록 하자는 게 우리 정부의 생각이다. 생사 및 주소확인이 우선 필요조건이다.적십자회담의 수석대표인 박기륜(朴基崙)적십자사 사무총장은 “북측이 금강산지역을 공식 거론한 적이 없다”며 “판문점 설치 가능성이 낮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 방문단 교환시기. 10·11월 각각 1차례씩 열릴 것으로 보인다.실내행사위주로 진행되지만 방문단이 70·80대 고령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11월안에 마치겠다는 생각이다. 방문단의 규모확대는 어려울 전망이며 행사도 8·15교환방문 당시의합의를 준용하자는 것이 북측 입장이다.시내 관광 등은 줄이고 상봉횟수와 시간을 늘리는 것은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석우기자 swlee@
  • 감청 올들어 큰폭 감소

    올 들어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제공한 감청협조 및 통신자료제공건수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 통화내용에 대한 감청협조가 한건도 없었다. 정보통신부는 올 상반기중 통신사업자들이 수사기관에 협조한 일반감청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1,782건)보다 37.4% 줄어든 1,115건이며 긴급감청도 96건에서 68건으로 29.2%가 줄었다고 14일 밝혔다. 통신자료 제공건수도 지난해 9만3,181건에서 올해 7만4,451건으로 20.1% 감소했다. 감청은 검사 및 수사·정보기관장의 요청으로 법원이 발부한 감청허가서에 의거해 특정가입자의 통화내용이나 음성사서함·문자메시지의내용을 녹음하거나 발·착신 전화번호를 추적하는 것이며, 통신자료제공은 가입자의 주소·성명 등 인적자료나 통신일시·전화번호 등통신사실의 확인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감청을 요청한 기관은 경찰이 48.6%(575건),국가정보원 31.9%(377건),검찰 11.4%(135건),군수사기관 8.1%(96건) 등이었다. 유형별로는 유선·PC통신사업자가 협조하는 통신내용 녹취가 86.5%(1,024건)로 가장 많았고 음성사서함·문자메시지 녹취 8.9%(105건),유선·이동전화 착·발신번호 추적 4.6%(54건) 순이었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전북 섬주변 해저 폐기물 오염 심각

    전북도내 서해안 섬지역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14일 군산시와 군산지방해양수산청 등에 따르면 어청도 등 사람이사는 군산지역 16개 도서(1,300여 가구)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는연간 1만6,000여t. 또 각종 폐어구 등 어로작업 폐기물도 연간 수천∼수만t에 이르는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섬 가운데 선유도와 개야도,장자도 등 3곳에만 소규모의 소각장이 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차수막 등 위생시설이 없는상태에서 대부분 땅에 묻거나 일부는 바다에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어장이 마구 망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여객선과 어선들이퇴적물에 걸리는 등 안전 운항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해양부가 전국의 중·대규모 어항 15개를 대상으로 폐기물에의한 해양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어청도항의 바다 밑 36.7㏊에서 1,089t의 폐기물이 버려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산 남항(1,640t)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것이다.폐기물은 폐로프나 폐어망,닻 등 쓰다버린 어구를 비롯해 폐비닐 등생활쓰레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올 연말까지 어청도항 주변 해저의폐기물을 준설해 시가 운용하는 매립장에서 처리할 계획이나 준설과운반 등 처리비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각 도서지역에 폐기물집하장과 소각시설 등을 제대로 설치,운용하지 않을 경우 상당량의 폐기물이 바다로 버려져 해양오염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처리시설들을 조기에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산 조승진기자 redtrain@
  • 한가위 祝詩/ 추석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자갈들이 일어서서 우는 이 나라의 시골길을 너와 지붕의 돌담길과 깨어진 비석을 미루나무가 서 있는 냇가,서낭당 버려진 무덤을 찾아서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힘있게 흐르는 강물이 천리 강산을 달려와서 몇 평의 모래 밭을 만드는 것을 산에 마음 주며 네 자랐던 곳 서울서 기차를 타고 여섯 시간 하늘 가까이 내려오다 멈춘 동네 백로의 날갯짓과도 같이 때에 절고 한숨에 전 동네 오랜만에 저 빈 집 빨랫줄에도 기저귀 널리고 애기똥풀꽃이 피어 웃음소리 화안하구나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황토와 자갈과 그리고 말오줌내 엎질러져 이따금 하얀 질경꽃들이 피어 흔들리는 길 천 년을 그렇게 살아온 나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뒷모습… 우리들 흙 속에 바람 속에 잠들어 있는 그윽한 숨결을 찾아서 추석에는 교외선을 타자 남끝동 초록저고리 옥색치마의 한 주름에도 서러운 이 나라의 역사와 한숨이 배인 여인아 너와 나는 이슬 묻은 어느 산자락 항아리처럼 누워서 가을볕 아래 질펀히 흘러가는 저 모래톱이며 강물을 보자 추석에는 우리 다 함께 교외선을 타자 저 허공 위에 빗장구름 펄펄 날리며 도라지 풀 초롱꽃 더윗술 걸러 마시고 어느 여울물에 손발을 씻자 손발을 씻어 새 힘으로 뭉쳐서 돌아오자. 송수권. *한가위 祝詩·祝畵 작가. ◆축시 송수권 시인 송수권(宋秀權·60) 시인은 전남 고흥 출생으로순천사범학교와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1975년 월간 ‘문학사상’에 ‘산문(山門)에 기대어’외 4편으로 등단했으며 이후 시집 ‘산문에 기대어’ ‘꿈꾸는 섬’ ‘초록의 감옥’ ‘수저통에 비치는 노을’ 등을 발간했다.소월시 문학상,정지용 문학상,김달진 문학상 등을 수상.현재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박대성 화백 소평(小平) 박대성(朴大成·55) 화백은 경북 청도에서 출생했으며 1974년 대만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1979년 ‘상림(霜林)’으로 제2회 중앙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북한 화문(畵文)기행을 다녀왔으며 최근 가나아트센터에서 초대전을 열었다.동양회화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혁신적인 감각을 아우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부산-울산등 5개 대도시 내년 광역 교통체계 구축

    앞으로 수도권에 이어 부산·울산권,대구권,광주권, 대전권 등 5개대도시도 광역교통체계를 갖추게 된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4월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수도권에 이어지방 5대 도시도 오는 2001년부터 광역교통 계획을 마련토록 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광역교통 계획은 해당 지역의 입지 특성과 통행량 및 교통수단별 이용률 등을 면밀히 검토,효율적인 교통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종합교통계획이라고 건교부는 설명했다. 권역별 광역교통 계획 대상지역은 ▲부산·울산권 부산·울산·양산·김해·진해 ▲대구권 대구·경산·영천·군위·청도·고령·성주·칠곡·창녕 ▲광주권 광주·나주·담양·화순·함평·장성 ▲대전권대전·공주·논산·금산·연기·청주·보은·청원·옥천군 등이다. 전광삼기자 hisam@
  • “휴대폰 황금알시장 터진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13억 인구를 잡아라’ 중국이 이동통신기술로 우리나라가 쓰고 있는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을 채택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국내업체들의 중국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중국은 이동통신 가입자가 현재 6,000만명(세계 2위)에이르고,연간 7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하고 있어 국내 서비스 및 장비업계에는 최대의 시장으로 꼽힌다.2003년이면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중국 CDMA,발표만 남았다 중국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는 이달말이나 다음달초쯤 CDMA 도입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한국은 CDMA기술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해외업체에 배타적인 중국이지만 철저하게한국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처지다.정부와 업계는 올초부터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온갖 ‘공’을 들여왔다.지난 3∼4월 남궁석(南宮晳) 전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정빈(李廷彬) 외교통상부 장관이 직접 나서 중국의 CDMA채택을 위해 뛰었고,국내 사업자들의 방중 및 중국인사 초청도 이어졌다. ■잇따르는 통신 거물 방한 이달 중 중국 이동통신업계의 거물급 인사들이줄지어 한국을 찾는다.우선 이달 중순 중국 최대 이동통신 장비회사인 중싱퉁신(中興通信)의 허우웨이꾸이(候爲貴)사장이 LG정보통신의 안양연구소와 구미·청주·서울공장을 둘러볼 예정이고,차이나유니콤의 양시엔주(楊賢足)사장도 삼성전자 등을 들러 협력방안을논의한다.상하이벨의 시궈화 사장도 방한한다. ■합작법인 봇물 SK텔레콤 손길승(孫吉丞) 회장과 조정남(趙政男) 사장은 지난달 28일∼31일 중국을 방문,차이나모바일과 차이나유니콤및 중싱퉁신과 합작사 설립 등을 논의했다.특히 차이나유니콤과는 조인트벤처 설립을 추진중이다. LG정보통신은 이미 지난 6월 중싱퉁신과 자본금 3,00만 달러로 CDMA시스템 합작법인인 ‘중싱-LG이동통신유한공사’를 세웠다. 현대전자,코오롱정보통신,텔슨정보통신,스탠더드텔레콤,델타콤,맥슨텔레콤,와이드텔레콤,세원텔레콤,기가텔레콤 등도 각각 CDMA시스템및 휴대폰 등 분야에서 합작 제조회사나 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협력 한국과 중국은 다음달 ‘제1차 한·중 CDMA 전문가그룹회의’를 연다.유영환(柳永煥) 정통부 국제협력관은 “한국의 기술을중국 현지 사정에 맞게 개량하는 작업 등이 공동 연구될 것”이라면서 “중국이 CDMA채택을 공식 발표하고 나면 다양한 양국간 기술 및사업협력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 일산 55층 주상복합건물 건축허가 검찰, 특혜의혹 내사

    주민들의 반발 속에 추진돼온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백석동 출판문화단지내 초고층(55층) 주상복합건물 신축계획에 대해 검찰이 내사에 들어가고 감사원도 감사에 착수했다. 서울지검 의정부지청은 7일 고양시로부터 주상복합건물 사업내용과추진경위,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내용 등에 대한 자료를 넘겨 받아내사를 벌이고 있다. 의정부지청 관계자는 “시가 당초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불허하다 이를 번복해 허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특혜 의혹이 제기돼 이에 대해내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감사원도 이날부터 고양시로부터 동일한 내용의 자료를 제출받아 적법성 및 타당성 여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이에 앞서 지난 4일부터 감사관 5명을 고양시에 파견,일산신도시내 러브호텔 및 대형건물 신축과 관련한 광범위한 난개발 감사도 벌이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95년 한국토지공사가 낸 출판문화단지(3만3,000여평) 용도폐지 및 공동주택 건설 요청을 반려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토공으로부터 문제의 땅을 사들인 ㈜요진산업이 낸 주상복합건물신축 요청도 거부해오다 지난해말 갑자기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꿔 ‘출판문화단지 용도폐지 및 주상복합건물 신축 허용 상세계획 변경안’을 마련,시의회 의견청취 등 절차를 거쳐 지난 7월 경기도에 승인을신청했다.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신축 허용안은 지난달말 경기도 제2청이 교통대책과 환경성 검토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반려한 상태다. 고양 한만교기자 mghann@
  • 김영남위원장 訪美 취소사태/ 美 테러지원국에 어떤 불이익

    [워싱턴 최철호특파원] 미국은 국제테러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세계 27개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분류하는 한편 북한,쿠바,이란,이라크,리비아,수단,시리아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State Sponsor)으로 분류해 특별관리해 오고 있다. 테러지원국이라는 명칭은 공식적으로 1993년부터 쓰고 있으며,여기에 해당된 나라들은 각종 제약을 받는다.우선 최근 북한의 경우에서볼 수 있듯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의 금융거래는 물론 금융지원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미국내 해당국가의 자산은 동결돼있다. 각종 수출입과정에서도 품목을 제한받으며 특히 군사용품과 군사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이중용도 품목은 이들 나라로의 수출이 안된다. 또 테러단체 일원은 평소에도 행동이 미국 외에서는 CIA(중앙정보국)는 물론 국무부 직원들에 의해 관찰되며 혐의 내용이 있는 자는 거주국 당국의 협조를 받아 언제든 체포할 수 있도록 돼있다. 테러지원국 국민들의 경우도 ‘준테러리스트 자격’(?)을 지녀 항공기나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국경을 통과할 경우 외교관이더라도 철저한 몸수색을 당해야 한다.특히 프랑크푸르트공항처럼 일반인들도 가방속 검사와 몸수색을 받아야 하는 곳에서는 소지품의 내역과 소지경위,접촉인사 등에 대한 진술은 물론 몸속까지 수색을 하도록 내부 규정이 마련돼있다. 이 때문에 미 국무부는 지난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피델 카스트로의 입국을 거부한 바 있다.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아프가니스탄의 통치자 모하마드 무자헤딘,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 등은 이번 회의에 초청도 받지 못했다. hay@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5)낯선 땅에서

    *제주도 '톨냉국'은 차디찬 바다 마시는 느낌. 고등학교 적에 무전여행 길로 제주도를 처음 갔는데,목포에서 연락선을 타고 밤새껏 멀미에 시달리면서 제주해협을 건너 새벽녘에야 먼바다 저편에 섬이 나타나던 것이 생각난다.물 위에 떠 있는 삿갓 같은 땅이라던 말을 들은 게 틀리지 않아 보였다.섬 전체가 한라산이라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수평선을 기준으로 바라보면 세모꼴의산만 보인다.정상에서부터 비탈을 따라 바닷가에 이르기까지 목초지와 중산간 마을과 경작지와 읍내와 맨 아랫쪽에 해변 어촌이 있는 셈이다.섬 전체가 화산이라 바위와 돌과 흙과 나무며 풀이며 꽃이며가육지와 전혀 달라서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다. 나는 그 뒤로 아마도 전라도로 내려가 있던 칠십년대 무렵부터 그곳젊은이들과 인연이 생겨서 한 해에 한 두차례씩은 드나들었다.어느해에는 몸이 좋지 않아서 겨울 한철을 요양하며 보낸 적도 있었고,팔십년에 광주에서 참사가 벌어진 뒤에는 일년 반쯤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했다.가족과 떨어져 나 혼자 장 보고 취사하고 아니면 이곳 저곳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서 골목과 시장 어귀를 드나들었으니이 고장의 맛에 대하여는 고향처럼 잘 아는 사람이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여기서 문화패와 소극장을 만들고 민란을 중심으로한 향토사나무속이나 민요를 조사하는 연구소를 구성하고 하는 동안에 가까운 후배들이 많이 생겼다.그래서는 관광객들이 다니지 않는 작은 본바닥술집이나 기이한 음식점들을 알게 되고 명절 때면 그들의 집에 놀러가서 낯선 음식도 먹어보게 되었다.그들은 이제 제주 사회의 중추가되어 있다. 술꾼들에게는 아침 속풀이 음식이 우선이니 먼저 국 이야기를 해야겠다.여기서는 해물이며 푸성귀며가 모두 집 주위에서 얻은 싱싱한 것들이라 양념이 귀하기도 했겠지만 별다른 맛을 내려고 애달캐달 하지 않아도 원초적인 맛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육지에서처럼 고기나멸치로 다시를 내어 국을 끓이는 법이 없고 싱싱한 해물을 무나 채소와 함께 끓여서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할 뿐이다.처음에 갈치로 끓인 미역국을 보고 속으로 조금 놀란적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맛을 들이게 되었다.갈치와 단호박을 넣어 국을 끓이기도 하고 무를 넣기도한다. 제주도를 다녀간 신혼부부들이 거의 다 아침거리로 먹게 되는 ‘해물 뚝배기’는 사실은 해물을 넣고 된장에 끓이는 제주도의 몇가지 아침 속풀이가 합쳐진 것이다.보말(고동의 일종),구쟁기(소라),오분재기(작은 전복의 일종),조개,성게알 등속의 어패류로 각기 시원한 된장국을 끓이는데 이를 종합하여 개발해낸 것이 해물 뚝배기라고 할수 있다. 내가 맛을 들인 속풀이로는 ‘몸’ 국이 있다.몸은 파래,톳,감태 따위처럼 해초인데 비교하자면 전라도 남해안의 매생이처럼 가늘고 여린 해초다.제주에서는 예로부터 형편상 쌀 대신에 잡곡이 주식이었다.보리나 조팝을 주로 먹었고 이밥은 일년에 한 두 번 명절이나 제사때에 먹어서 지금도 쌀밥을 고운 밥이라 하여 ‘곤밥’이라고 부를정도다.고기도 쇠고기는 드물고 돼지고기를 위주로 경조사에 쓴다.돼지고기 음식이 많기도 하지만 먼저 몸국은 돼지의 ‘족잡뼈’라고 하는 갈비 옆의 가느다란 뼈를 오랫동안 푹 끓여서 국물을낸다. 흔히 여기 식의 순대를 만들 때에 몸국도 끓이게 되는데 순대도 육지와는 달라서 속에 돼지 피와 보릿가루를 넣는다.몸국은 돼지의 작은창자와 막장을 썰어 넣고 돼지뼈 우려낸 국물에 해초인 몸을 넣고 끓이는데 술국으로 그만이다. 옥돔으로 끓이는 ‘오토미 국’이 있다.몸이 붉으스레 하고 머리가둥글게 혹이 튀어나온 듯한 옥도미를 귀하게 여겨 제주 사람들은 이것만을 생선이라고 부르고 다른 것들은 제 이름을 부른다.따라서 오토미국은 그저 생선국으로 불려지기도 한다.옥돔을 간하여 말린 것이 관광객들에게 팔려 나가기 시작하면서 육지에서는 영광굴비에 버금가는 비싼 생선이 되어 있다.옥도미를 굽고 지지고 튀겨 먹기도 하지만,미역국에 넣거나 무를 넣어 담백하게 끓이기도 한다.심지어는 싱싱한 고등어를 토막 쳐서 어린 배추를 넣어 국도 끓인다. 여름철 ‘톨냉국’은 맑고 차디찬 바다 그 자체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든다.톨은 육지에서 톳이라고 부르는 해초를 말한다.톳을 물에 담가 불려서 풋고추며 부추와 가늘게 썬 오징어를 갖은 양념하여 버무린 뒤에 찬 생수를 부어 낸다. 제주 사람들이 즐겨 먹는 것으로 돼지고기와 함께 ‘자리’를 빼놓을 수가 없다.자리는 오분재기처럼 이 고장 특산의 이름이라 타관 사람들이 알아듣기 쉽게 도미 새끼의 일종이라고 설명을 하지만,자리나오분재기는 도미와 전복과는 생김새가 비슷할 뿐 전혀 다른 종족이다. 그렇기는 하여도 어른 손바닥 반 만한 크기의 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도미의 생김새다.그래서 육지 사람들을 위해서도 ‘자리돔’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을 정도다.자리는 비늘을 긁어내고 어슷어슷 썰어서 된장과 깻잎에 싸서 먹고 초장에 찍어 강회로 먹기도 하지만,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칼로 다져서 부추,미나리,깻잎,풋고추,오이,등속에 된장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하여 생수를 부어 얼음을 띄운 ‘자리 물회’를 만들어 먹는다.토속대로 하자면 머리와 꼬리도 자르지 않고 간간히 뼈가 씹힐 정도로 칼로 난도질을 쳐서 산초 잎을넣어야 한다.제주에서는 모든 어패류가 싱싱한 횟감이라서 일일이 거들 수가 없지만 전라도나 충청도 지방의 홍어 무침이나 찜처럼 가오리를 양념에 버무려 경조사에 낸다. 덥고 습한 지방이라 요새처럼 냉동이 안되던 시절부터 제주의 음식은 끓이고 조리지 않으면 소금으로 짜게 절여 두었다.바람이 거세지고추워져서 바다에 나갈 수 없는 겨울철에는 ‘촐레’가 맞춤한 밑반찬이 되었다.보리밥과 조밥이 꺽꺽해서 잘 넘어가지 않을 적에 비리고간간한 반찬으로 ‘촐레’를 해먹는다.소금에 절인 자리젓을 뚝배기에 오랫동안 졸여서 국물이 된 것이 촐레인데 채소와 곁들여서 먹는다.고등어를 소금에 진하게 간하여 독에 두었다가 겨울철에 꺼내어물에 담가 소금기를 빼고 나서 뚝배기에다 무를 넣고 오래 조려서 먹기도 한다.이런 건건이들이 모두 거친 잡곡을 먹는데 입맛을 돋우기때문이란다. 제주의 돼지를 말하자면 꼭 떠오르는 일이 있다.칠십년대 말인가 민속조사를 하던 학생들 몇 사람과 아직은 민속촌이 되기 전이던 성읍마을에서 민박을 한 적이 있었다.지금은 관광객들의 볼거리로 변하여 모두 사라져버렸지만 그때만 하여도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받아 물을모으는 독이며 뒷간이 예전 그대로였다.아침에 뒷간이 어디냐고물으니 주인 아줌마는 빙그레 웃을 듯 말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집 뒤꼍으로 돌아가 보라고 손짓해 준다.그래서 집 모퉁이를 돌아가보니 앞에 판자를 얼기설기 가로지른 돼지우리가 보인다.그때 내가무엇과 마주쳤겠는가.울타리 사이로 하얀 털이 숭숭한 주둥이와 함께 영리하게 반짝이는 돼지의 눈과 마주쳤다.어쩐지 이건 돼지가 아니라 무슨 유인원이나 개처럼 영리하게 보이는 귀염성 있는 돼지의 눈이었다.제주도 토종 돼지는 그 지방 특산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육지에서 우리의 토종돼지가 수입종 때문에 거의 멸종하는 동안에 그나마 벽지라서 종을 보존한 그것이다.몸집이 다른 돼지들 보다 조금 자그마하고 멧돼지 같이 검은 털이 부스스하며 주둥이가 조금 흰 편이다. 제주에서는 이것을 ‘돋통시’(똥돼지)라고 부른다.그것 참 인상이영리한 돼지도 있다고만 여기고 아무 생각없이 울타리 옆에 붙은 변소로 들어갔다. 황석영.
  • 소‘뒷다리 마비’전염병 아니다

    올봄 구제역이 휩쓸고 지나갔던 충청도 등지에서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앉은뱅이 소’가 늘어나고 있어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구제역이나 광우병 등의 전염병이 다시 도는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소들은 뒷다리 통증으로 걷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전혀 일어나지못하고 있다. 5일 전국 시·도에 따르면 충남의 경우 젖소 152마리와 한우 14마리 등 83 농가에서 166마리가 감염됐고,충북 44마리,전북 19마리,경기남부지역 16마리,강원도 40마리 등 전국적으로 285마리가 일어서지못하는 증세를 보여 괴질이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들 소의 혈청과 가검물을 통해 1차 조사를한 결과,구제역이나 광우병·광견병 등의 전염병은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검역원 김기석(金基錫)병리진단과장은 “혈청검사 결과,구제역 말고도 소 유행열 등 15가지 전염병에 모두 음성반응이 나타났다”면서 “신경계통에 염증을 일으키는 ‘산발성 뇌척수염’이나 대사성 질환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과장은 “구제역 발생 지역에서 신고가 많은 것은 농가들이 그만큼 불안했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매년 비슷한 일이 있는데 올 여름은 유난히 고온다습해 스트레스에 약했던 소들이 많이 주저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전염병으로 볼 수 없는 것은 발생농가당 ‘앉은뱅이 소’의 비율이 1∼3마리에 불과하고 계속적으로 증가하지 않는 점,열스트레스에 약한 젖소에 이 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점을 들 수 있다. 농림부 이주호(李周浩) 가축위생과장은 “전염병이 아닌 만큼 일선농가는 동요할 필요가 없다”면서 “‘앉은뱅이 소’가 발견되면 즉시 격리 사육하고,방역과 소독을 철저히 해야한다”고 당부했다. 김성수·대전 이천열기자 sskim@
  • 독자의 소리/ 특기·적성교육 일반과목 위주 운영

    3년 전부터 시행중인 특기·적성교육이 최근 일선고교에서 파행 운영되어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2002학년도의 새 대학입시에대비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며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꾀하기 위해 도입된 특기·적성 교육이 어느새 국어·수학·영어 위주로 변질되어학생들의 소질과 특기,적성개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게 됐다.교육부에서 현 고2학년생부터는 추천제와 비교과영역 활성화를 위해 도입해 놓았음에도 이미 일선고교에서는 비교과영역은 거의 없고 일반교과목 위주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학생들의 불평불만도 대단하다.교육부나 교육청의 홈페이지에는 현행 파행적인 특기·적성교육을 비난하는 글들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오고 있다.“국·영·수도 특기냐”는항의성 글이 많다.일선학교장들은 변칙·파행을 학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불법을 가르치는 셈이며 이런 잘못된 행위를 보고도 아무 제재를 가하지 않는 교육부와 교육청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학생들에게 부끄러운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지 않길 바란다. 우정렬[부산 중구 보수동]
  • 金대통령,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주재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8·30 전당대회는 공정하고 질서있게 치러져 당내 민주주의와 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한 뒤“최고위원 선출이 당을 한층 활기차게 하고 국민의 신망을 높이는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월 1회 이상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필요하면 더 하겠다”고 밝혀 최고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을 이끌어나갈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은 최근의 국회파행에 대해서도 언급했다.화두는 원칙을지키고 국회법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윤철상(尹鐵相) 의원 발언과 관련한 야당측의 특검제 도입과 국정조사 요구는 이런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서영훈(徐英勳) 대표가 전한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대화록. ◆김중권 최고위원 원외위원장들의 당무 참여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사무부총장·정책부의장 등을 늘려 원외위원장을 참여시키면 좋겠다. ◆박상천 촤고위원 당운영의 총력체제를 위해 그동안 당3역,당6역선에서 주요 안건을 전결하는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최고위원회와협의토록 해주시는 것이 좋겠다. ◆김 대통령 앞으로 주요 안건을 최고위원회에 보고,협의토록 하고주요 안건은 의총을 거치도록 하겠다.정책위의장을 통해 지시하겠다. ◆김근태 최고위원 최고위원회를 대통령께서 정기적으로 주재해주면좋겠다. ◆김 대통령 월 1회 이상 정례회를 주재하고,필요하면 더 하겠다. ◆김근태 최고위원 원외위원장과 당의 활력을 위해 당에 고충처리위를 설치하고 이를 위한 공간과 담당자를 배치하면 좋겠다. ◆한화갑 최고위원 충청도의 소외감이 크다.임명직 때 고려해야한다. 지구당 보조도 원외를 더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특히 최고위원이 없는 부산·경남지역과 당원들의 소외감에 잘 대처해야 한다. ◆정대철 최고위원 지방의원 유급제를 실시해야 한다.지구당 당직자를 유급직으로 해야한다. ◆신낙균 최고위원 여성 소외대책이 필요하다.지명직(임명직)에 배려해주면 좋겠다. ◆김 대통령 원외위원장 고충처리위 제안은 최고위원회에서 협의해만들면 좋겠다.최고위원들이 원외위원장과 대화도하고,원외지구당을순회도 하라. ◆정동영 최고위원 특히 영남지역 65개 원외위원장에 대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민원·정책·예산·법률 등의 문제를 야당이 독점하고있다.영남지역 위원장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부산·경남,대구·경북지역 지구당위원장단 회의를 격주로 최고위원들이 같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네티즌,사이버 홍보대책,방송토론 지원,미디어 대책기구 설치 등 당 시스템의 현대화가 필요하다. ◆장태완 최고위원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이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김 대통령 내일 이뤄지는 비전향 장기수 송환은 당당한 인권국가의이미지를 세계에 심어주게 될 것이다. 강동형 주현진기자 jhj@.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좌석 배치. 1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좌석 배치는 앞으로 당에서 열리는 최고위원회의 좌석 배치에 준용될 것 같다. 청와대는 직사각형 테이블이고,당은 원탁과 ‘ㄷ’자형 테이블이어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 대통령 맞은 편의 서영훈(徐英勳) 대표를 중심으로 경선 득표순위와연령,선수(選數) 등을 감안해 좌석을 배치한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의전 배치 서열을 감안하면 12명의 최고위원 서열은 서 대표를 선두로 한화갑(韓和甲)·이인제(李仁濟)·권노갑(權魯甲)·김중권(金重權)·박상천(朴相千)·장태완(張泰玩)·신낙균(申樂均)·장을병(張乙炳)·정동영(鄭東泳)·김근태(金槿泰)·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 순으로 점쳐볼 수 있다.김 대통령이 월 1회 이상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최고위원회의는 계속 이같은 좌석배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동교동계 맏형인 권 최고위원이 다소 밀리는 형국인게 부담스런 대목이다. 당에서 이를 어떤 식으로 고려해 최고위원 좌석을 배치할 지 주목된다. 강동형기자 yunbin@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4)낯선 땅에서

    *고소하고 쫀득한 영암 '어란' 술안주로 그만. 동섭이는 그 무렵에 생업에는 뜻을 잃고 서화를 모은다 수석을 주으러 다닌다 분재를 가꾼다 하면서 유신시대를 보내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농민회 일도 뒷바라지를 하게 되었다.하여튼 그가 연말에 내게 작은 단지 두 개를 보내왔는데 이것이 기가막힌 전라도 특산품들이었다. 그 훈제 소시지처럼 생긴 것은 바로 그 유명한 영암 ‘어란’이었다. 영암은 예로부터 영산강이 내륙 깊숙히 들어오는 영산포를 끼고 있고 서쪽에는 너른 갯벌을 지니고 있었다.바다에서 잡히는 숭어가 아니라 갯벌에서 잡히는 숭어를 참숭어라고 따로 부르는데 영양이 풍부한 갯벌에서 잡힌 숭어는 특히 아랫배가 축 처질 정도로 큼직한 알집을 배고 있기 때문이다.거의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의 한 뼘만한 크기의 알이다.보통 숭어는 바다에서 그물로 잡지만 참숭어는 물이 들면서갯벌의 생물을 먹으러 들어오기 때문에 물때를 맞춰 미리 나가 기다리다가 낚시를 띄워 잡는다. 숭어의 알을 내어 우선 맛 좋은 간장에 하루 이틀 담가 둔다.장이배면 건져내어 한식경쯤 찬물에 담가 두었다가 다시 건져서 보름쯤 그늘에서 말린다.그것을 무거운 돌로 눌러 두었다가 다시 말린다.말리는 동안에 틈틈히 참기름을 바른다.바르고 말리고 하기를 다시 한 스무날쯤 하고나면 전라도 말로 ‘짠닥짠닥’한 진갈색의 어란이 완성된다.어란은 예전부터 궁중 진상품이었을 정도로 귀한 식품이었다.어란을 칼로 얇게 저며서 술상에 안주로 내는데 고소하고 감칠맛 있고쫀득거리는 것이 소주에도 좀처럼 속이 패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항아리에 들었던 것이 ‘토하젓’이었다.토하젓은 장성것이 옛적부터 으뜸이라 하는데 민물새우로 담근 젓이다.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을 모아둔 저수지에서 채로 떠내는데 내장이 비칠 정도로 말가서 가뭇가뭇 눈의 검은 점들로만 분간을 할 수가 있을 정도다.이것들을 소금 넣고 저리면 익힌 것처럼 이내 붉은 색으로 변한다. 요즘은 도시 사람들에게도 알려져서 토하젓이라고 유리병에 조금씩넣어 판매하고 있는데 새우의 몸집이 모조리 분해되어 뭉그러져 있다.진짜배기 토하젓은 새우의 몸체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야 싱싱한 향내가 난다.젓갈이 콤콤하겠지 같잖게 향내라니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토하젓을 집어 씹어보면 몸이 탁탁 터지면서 향긋한 흙냄새가 난다.그래서 토하젓이다. 흙냄새가 나지않는 토하젓은 일반 새우젓이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이 토하젓을 한 젓가락씩 집어다 밥에 살살 비벼 먹으면 기가 막힌데 얼른 먹어야지 비벼서 잠깐 놓아두면 이내 밥알이 삭아 버린다. 그래서 소화제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당시의 모 기관 지부에서 내게 말썽부리지 말라고 설에 보내온 것이 있었다.멸치 한 상자였다.한 포대도 아니고 라면 박스 반만한 크기의 종이함에 들어있던 것이다.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볶아 먹고 국에 넣어 먹고 했는데 식구가 하는 말이 ‘내장 따내기가 어쩐지 아깝다’는 것이었다.뭐가 아까우냐,했더니 좀 보라고 하며멸치를 내밀길래 들여다보니 모두가 똑같이 알을 배고 있었다.그것도 그냥 통통한 게 아니라 미어져 터질 듯이 알을 배고 있었다. 나중에 여기 사람들에게서 들으니 이게 바로 ‘칠산멸치’라는 것이다.목포 건어물 시장에 가서 이것을 찾으면 주인이 아주 특별한 단골이나 기관장들에게만 겨우 한 상자씩 내어다 준다고 하였다.이것을통째로 몇 마리만 넣으면 국이나 찌개 맛이 감칠맛 있게 깊어진다고하였다.대개 잡는 철이 보통 멸치와는 다른데 언제가 적기인지는 오래전 일이라 잊었다.다만 알을 낳으러 조기처럼 칠산 앞바다에 몰려올 제 잡는데 거의 모두 알을 배었지만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 나중에 다시 선별을 한다는 것이다. 광주 같은 도회지에서도 한 두 집 볼 수가 있지만 읍내 장터 모퉁이의 ‘짱뚱이 탕’도 강원도와 충청도의 곰치 또는 물텀벵이 탕처럼해변에서 흔한 허드레 물고기로 끓이는 아침 해장국이다.짱뚱이는 경기도 해안 지방에서 ‘망둥이’라고 부르는 그 놈이다.망둥이는 주로 갯벌에 사는데 바닷물이 빠지면 구멍을 파고 들어가 밀물이 들어올때까지 은신한다.어떤 때에는 갯가의 부들이나 왕골 줄기에 으젓하게 올라가 바람을 쐬기도 한다.두 눈이 퉁방울처럼 솟아올라 뒤룩거리고 생명력이 강해서 내장을 다 빼고물에 담가 두어도 한나절을 아가미를 펄덕거리며 살아 있다.숭어가 뛰니까 무엇도 뛴다는 그 망둥이요 짱뚱이다.나는 고등학생 때에 어느 여름방학에 대부도에 외가가있는 친구와 함께 놀러가서 일주일 동안 질리지 않고 망둥이 낚시질을 한 적이 있었다.망둥이 낚시는 찌고 뭐고 아무 필요가 없다.그냥낚시에 갯지렁이를 아무렇게나 꿰어 무릎에 찰랑찰랑한 바닷물에 담그면 정신없이 물어댄다.낚아 올리고 떼어내어 옆구리에 찬 바구니에 넣고 또 던지고를 되풀이 한다.잠깐 오후에 나가서 사오십마리씩을낚을 수가 있었다.이 짱뚱이를 추어탕 끓이듯이 푹 고아서 거의 가루가 된 것을 체에 걸러 씰가리(우거지) 넣고 얼큰하고 구수하게 끓인게 짱뚱이 탕이다. 어디 한 두 가지 뿐이겠는가.이 고장의 웬만한 한정식 집에 가서 얼른 상 위를 한바퀴 둘러보노라면 맛깔스런 음식이 좌악 깔렸다.그중에 다른 지방에는 없는 고기 요리가 있으니 바로 ‘떡갈비’다.창평엿으로 유명한 담양 떡갈비가 맛이 좋다고 하는데 아마도 우시장이커진 뒤의 일일 것이다.떡갈비는 효도 음식이라고도 하며 그 이유는노인들도 자시기가 좋아서라고 한다.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갈비살을 말끔하게 발라내어 칼로 존다.다진 것은 아니지만 조아 놓은 갈비살을 배며 갖은 양념에 재었다가 뭉쳐서 굽는데 뼈나 힘줄이 붙어있지 않아서 이가 좋지 않은 이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다. ‘죽순 백숙’은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은 영계백숙이다.삶아서 쓴맛을 우려낸 죽순을 닭의 뱃속에 찹쌀 마늘과 더불어 넣고 푹 곤 것인데 닭살과 죽순이 어우러져 구수하고 맵고 짜지 않아서 아이들 보양식으로도 좋다. 이제 젓갈 얘기나 하고 그쳐야지 이러다가는 온통 전라도 음식 자랑만 거들다가 말겠다.젓갈을 주 반찬으로한 한정식 집도 읍내마다 많을 정도니까 전라도가 가히 젓갈의 고장임을 알겠다.멸치 황새기 젓은 어디나 있는 것이고 갈치 속젓이나 돔베젓은 전라도 특유의 것이다.토하젓은 이미 나왔고 전어 밤젓은 그 고장 사람들뿐만 아니라 타관 사람들도 한 젓가락 맛을 보면 우리나라 이밥 반찬의 진수를 깨닫게 된다.또한 참게장은 앞에서도 나왔지만논이나 방죽에서 잡아다가 항아리에 다진 쇠고기를 넣어 며칠간 먹인 다음에 그대로 장을 부어 담근다.참게 뚜껑 하나로 고봉 밥을 먹어 치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밥 도둑놈’이다.대구아가미젓은 무와 같이 담가서 아삭이는 맛이 좋고 갈치젓은 담가서 무쳐 먹기도 하지만 전라도에서는 멸치 젓국과 함께 김장에도 넣는다.서산 어리굴젓이 신선하게 속성으로 발효 시켜서 먹는다면 전라도 굴젓은 보다 맵고 짜게 담가서 오랫동안 발효 시킨다. 설록이니 작설이니 하는 차로부터 모과차니 유자차니 하는 것들이며,항아리에 닭고기 뼈를 넣어 두어 지네를 모은 다음에 그대로 담그는지리산 오공주며,쌀로 내린 소주에 진달래를 담가 오래 묵힌 진도 홍주며,독하지만 얼른 깬다는 영광 토주며,하는 마실 것들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황석영
  • 근무이탈 감추려 허위처방전 공중보건의 4명 구속

    전주지검 군산지청은 24일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고 처방전을 허위로작성한 김제시 보건소 이모(25),정읍시 보건소 김모(27)씨 등 공중보건의 4명을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해 군산 선유도와 어청도 등 섬지역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각각 20일,66일씩 결근한 뒤 이를 감추기 위해 10∼200장의 처방전을 결근 날짜에 발부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한 혐의다. 전주 조승진기자 redtrain@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13)낯선 땅에서

    *우연히 맛 본 '홍탁' 오감 뒤흔든 맛의 혁명.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퍼지게 된 데에는 다 그럴만한 유래가 있다.생물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되,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홍어는 ‘되다만 물고기’라고 한다.즉 물고기와 파충류의 중간치기라는 것이다.오래 전에 홍도에 갔을 때 섬 주위를 배를 타고 돌아보다가 물 밑 저 아래로 지나가는 거대한 물고기를 본 적이 있었다.그것은 거의 돗자리 한 장만한 크기였는데 유유히 물 밑으로 헤엄쳐 지나갔다.아마도 가오리일 거라고 뱃사람이 말했다.하여튼 가오리와 홍어는 얼핏 보아 구분이 잘 안간다.아마도 바닷 속 생물중에서는 한통속일 거라고 생각한다.홍어는 대개 방석 한 장만한 크기가 제일 맛있다.다시 ‘홍어 거시기’ 이야기로 돌아가서 홍어를잡으면 암놈과 수놈은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난다. 수놈 홍어는 암놈에 비하면 헐값이고 쳐주지도 않는다.실제로 찜해 놓은 것을 먹어보면 암놈은 지느러미 부근이나 속뼈가 흐물거리고오돌오돌 씹히건만 수놈의 것은 뻣뻣하고 딱딱해서 발라내야만 한다. 그리고 살 맛도 부드럽고 쫄깃하지 못하고 어딘가 퍽퍽한 느낌이다. 사가는 사람이야 겉모양만 보아서는 어느게 암놈이고 수놈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이 때에는 생선을 뒤집어 배 아래쪽을 보면 된다.물론암수의 성기가 다르기 때문이다.아니,물고기에 성기라니.홍어는 다른물고기들처럼 난생이 아니라 태생이다.따라서 다른 물고기들처럼 암놈이 알을 낳으면 그 주위에 정액을 뿌려서 수정 시키는 게 아니라직접 교미를 통하여 수태하고 새끼를 낳는다.어부들이야 그러지 않겠지만 중간상인들은 홍어가 들어오면 배를 뒤집어 살피고나서 수놈 홍어의 ‘거시기’부터 얼른 떼어낸다.암놈과 같은 가격을 받아내려는속셈에서다.그래서‘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가 되어 버렸다. 전라도 사람들은 홍어의 맛 중에 ‘목포 홍탁’을 제일로 친다.칠십년대 초반엔가 우연히 ‘홍탁’을 맛보고 진저리를 쳤던 적이 있었다.무슨 날고깃점 같은 것을 두툼하게 썰어 내오고,그와 크기가 비슷하게 돼지고기 삶은 것 몇점이 곁들여졌는데,묵은 김치가 찢어 먹기 좋도록 썰지도 않은 채로 한접시 따라 나왔다. 술은 주전자에 넘칠 듯 가득 들어있는 탁주 막걸리였다.상대방의 하는 짓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데 우선 날고기 비스무레한 것에 돼지 삼겹살을 겹쳐서 손으로 찢은 김치에 둥글게 싸서는 입 안에 넣었다.한 입 씹자마자 그야말로 오래된 뒷간에서 풍겨 올라오는 듯한 개스가 입 안에 폭발할 것처럼 가득찼다가 코를 역류하여 푹 터져 나온다.눈물이 찔끔 솟고 숨이 막힐 것같다.그러고는 단숨에 막사발에 넘치도록 따른 막걸리를 쭈욱 들이켠다.잠깐 숨을 돌리고나면 어쩐지 속이 후련해진다.참으로 이것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혀와 입과 코와 눈과 모든 오감을 일깨워 흔들어버리는 맛의 혁명이다.말 그대로 어리떨떨하다가 정신이 번쩍 나는 것이다.이들 홍어,돼지 삼겹살,묵은김치를 전라도 사람들은 ‘삼합’이라고 부른다.‘홍탁 삼합’을 처음 먹는 사람들은 어찌나 독한지 입천정이 홀라당 벗겨져 버리기도한다. 이 지독한 별미는 홍어를 발효 시켰기 때문이란다.싱싱한 홍어를 사다가 그대로 뒤란 두엄더미속에 던져 둔다.다른 생선이나 육류 같으면 대번에 썩어 문드러질텐데 두엄 더미 속에서 사나흘 삭으면 홍어는 적당히 발효가 된다.살은 아직도 먹음직한 선홍색이다.이것을 두툼하게 썰어서 자연 그대로 먹기도 하고 얇게 저며서 고춧가루 섞은소금에 찍어 먹기도 한다.그뿐 아니라 찜을 하여도 맛이 독특하다.발효시킨 홍어찜은 날 것 보다는 덜해도 개스는 여전해서 코를 탁 쏘는 맛은 여전하다.삭힌 홍어를 갖은 양념하여 다른 물고기 찜을 하듯이 뭉근하게 쪄서 내는데 살과 뼈를 모두 함께 먹을 수가 있다.잔뼈가많이 들어있는 지느러미께는 마치 중국요리의 샥스핀처럼 부드럽고아작거리는 맛이 그만이다. 그냥 가자미처럼 잘게 썰어서 갖은 양념과 채썬 무에 미나리 등속과 버무린 홍어무침은 흔히 경조사의 주요 음식으로 나온다.충청도에서도 홍어찜을 쳐주는데 발효 시킨 것은 아니다.도회지 사람들, 특히서울 사람들은 거의가 삭힌 홍어를 처음 먹을 때에는 ‘다시는 먹지않겠노라’고 혼자서 속으로 은근히 결심을 하지만,십중 팔구는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슬슬 조심하면서 먹게되고 한번 맛을 들이면 아예요즈음 말로 ‘마니아’가 되어 버린다.제법 맛을 아는 고참이 되면홍어찜을 먹다가 더욱 냄새가 고약한 홍어애를 서로 먹겠다고 다투게된다. 옛날에도 홍어는 가짜가 많았다.흔히 조기를 말린 굴비가 그렇듯,칠산 앞바다에서 잡은 굴비를 영광 법성포에서 말린 것이 영광 굴비이듯이 홍어도 흑산도에서 잡은 것이 진짜 노릇을 하는 셈이다.흑산 홍어는 지느러미에 부드러운 가시가 있고 몸빛이 조금 더 진하고 검붉은 기가 도는데 살이 단단하고 차지다고 한다.뾰족하게 솟아난 코를둥글게 구부려 보면 다른 홍어는 쉽게 부러지지만 흑산 홍어는 유연하게 구부러질뿐 부러지지 않는다. 요즈음에는 흑산도는 물론이고 인근 서해에서 홍어가 잘 잡히지 않으니 진짜배기 흑산 홍어는 부르는게 값이라고 한다.그래서인지 저 남반구의 반대편쪽에서 잡힌 칠레산 홍어가 흑산 홍어로 둔갑을 하게끔 되었다.외국산 홍어는 날개살의 뼈를 씹어보면 딱딱하고 거세어 대번에 알아차릴 수가 있다.그래서 부드럽게 하려고 온갖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모양이다.회는 살만 저며내니 그렇다치고 통째 찜으로 낼때에도 잘 삭히고 오래 쪄내면 구별이 안되기도 한다. 요즈음 진짜 홍어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시정의 뒷말이 있다.모모 당의 원로 되시는 이가 진짜 흑산 홍어를 전문으로 취급한다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를 먹어 보고는 자신있게 ‘이건 진짜’라고 점수를 매겼다.그는 한 고장 출신으로 홍어를 좋아하는 대통령에게 자랑하려고 포장해달라며 다시 한 접시를 주문했더라고 한다.사정을 알게된 주방장이 급해졌는지 달려나와 속내를 털어놓는데 진실을 밝히자면 ‘이건 가짜’라는 것이다.즉 아무리 높은 어른도 구해먹기가 어려워졌다는 농담일 것이다. 내가 해남 가서 처음으로 후배를 사귀어 선물을 받은 것 두 가지가있으니 그중 첫 번째가 ‘어란’이다.작은 항아리에 무슨 훈제 소시지 같은 것이 채곡채곡 들어 있었다.큰 아이가 아직도 해남 토박이인 그를 부를 때면 동섭이 삼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살구 아저씨’라고 부르는 연유가 있다.해남 내려가서 자리를 잡았던 집 안에 수백년묵은 느티나무와 동백나무가 있었다는 얘기는 나왔는데 백 오십여평남짓한 마당 안에 또한 살구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해마다 가지가휘도록 살구가 열려서 초여름만 되면 내 아이들이바구니 가득 따고는 했다.동섭이는 병원 집 장남인데 도시에 나가 직장 생활을 하다가 뜻을 잃고 낙향해서 집안 일을 거들던 청년이었다. 그가 집에 올 때마다 아이들에게 ‘내 살구 내놓으라고’ 엄포를 놓아서 농담 치고는 좀 괴이쩍게 생각했더니 한참 뒤에 내가 물으니 그는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성님이야 유명한 사람이고 나는 촌 구석 사람인디 금방이사가뿔면 저놈들이 내를 알것소.내가 이렇게 해둬야 낭중에 날 기억하지 않것소,하는 것이 그럴듯한 그의 대답이었다. 황석영. @
  • 민주 최고위원 경선…중진‘엎치락 뒤치락’

    민주당 8·30 전당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최고위원 경선 후보들의 우열이 드러나고 있다.절반을 넘긴 합동연설회가 변수가 되고 있다.일부 소장파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중진들과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선두다툼과 연대논쟁] 한화갑(韓和甲)후보와 이인제(李仁濟)후보가대의원 지지율 60%대에서 불을 뿜는 1위 경쟁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다.당초 한후보의 낙승이 기대됐으나 이후보의 추격세가 맹렬하다. 한후보측은 아직도 이후보를 안정적으로 앞서고 있다고 주장한다.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번도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후보측에서는 한후보와 오차범위내에서 추격전을 펼치고 있으며역전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양진영의 신경전도 치열하다.한후보측은 “당 핵심인사(權魯甲상임고문)의 이후보지원이 지나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이후보측에서는 “영남지역에서 김중권(金重權)·김기재(金杞載)후보와 한화갑 3자연대는 불행한 사태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비난했다. [중상위권 다툼과 연설효과] 김중권 김근태(金槿泰) 박상천(朴相千)후보의 3자 구도에 40대 기수론을 주창하고 있는 정동영(鄭東泳)후보가 가세,4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당안팎에서는 이들이 30∼40%대의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김중권 후보는 설득력있는 연설로 대의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영남권을 대표하는 후보라는 점도 강점이어서 상대후보의 견제를 받고있다. 정동영후보는 합동연설회의 덕을 가장 많이 본 후보로 꼽힌다.지지율이 거품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정후보측은 선거혁명을 기대하고 있다.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3위에 올랐다. 김근태후보는 후보연설회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은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솔직하고,연설 내용이 좋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개혁성향의 원내외 위원장 등 조직력이 발판이 되고 있다. [7위 혼전] 당선권 마지막 턱걸이 한자리를 놓고 혼전양상을 보이고있는 느낌이다.김민석(金民錫)·추미애(秋美愛)후보와 김기재 정대철(鄭大哲)이협(李協)후보가 대의원 지지율이 15∼25%대에서 경쟁하고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경쟁이 치열해 우세를 점치기가 어렵다.‘소장파 강세’에 역점을 두는 측에서는 김민석·추미애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보고 있다.그러나 영남권후보인 김기재후보의 선전을 꼽는인사들도 많다. 당 중진들은 그러나 “정대철후보를 눈여겨 보라”고 주문한다.합동연설회에서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 연설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협후보도 마찬가지다.이밖에 조순형(趙舜衡)김태식(金台植)안동선(安東善)김희선(金希宣)후보 도 7위 안착을 나름대로자신하고 있다. 강동형기자 yunbin@. * 민주 경선 충청 합동연설회. 23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충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상위권후보들은 ‘강한 여당’과 ‘정권재창출’을 거듭 강조한 반면,중하위권 후보들은 ‘경륜’‘동지’ 등을 내세운 구애 전략을 펼쳤다.특히 일부 후보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자민련과 결별하는 계기로 삼자고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김중권(金重權)한화갑(韓和甲)후보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대화록과 인연을 소개하며 자신이 진정한 ‘대통령의 적자(嫡子)’임을강조했다. 이인제(李仁濟)후보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일대일로 붙으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온다”면서 “충청도에서도 탁월한 지도자가 나오면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충청도 대통령론’을 역설했다. 정대철(鄭大哲) 후보는 “DJP연합에 너무 의존해 당이 정체성을 잃었다”며 “JP와의 작별 의식을 예비하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의원들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한 눈물겨운 호소도 이어졌다.“대권을 겨냥한 사람들은 대선후보전에 나가지 왜 여기 나와서 중도 약세 후보들을 울리느냐”(李協 후보),“전북출신 세 후보 가운데 가장고생 많이 하고 빨리 죽을 맏아들인 내가 먼저 당선되는 게 도리”(金台植 후보),“개혁파니 여성파니 하며 별 사람이 다 나오는데 여당은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安東善 후보),“나처럼 항상 지도부에 직언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趙舜衡 후보)는 등 다양했다. 추미애(秋美愛) 후보는 “한나라당 부총재 경선에서 2등을 한 박근혜(朴槿惠)의원은 엄밀히 말해 1.5선”이라고 전제,여성의원 가운데여야 통틀어 재선의원은 자신뿐이라며 민주당의 대표적 여성 기수로뽑아달라고 호소했다. 청주 주현진기자 jhj@. *민주 정당사상 첫 전자투표. 민주당 8·30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정당 사상 처음 도입되는전자투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민주당은 23일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여의도 당사에서 공개시연회를 열었다. 이에 따르면 전국 대의원 9,484명은 신원 확인절차를 거쳐 전자투표권을 지급받는다.이어 대의원들은 기표소에 들어가 전자투표 단말기에서 자기가 선택한 후보 4명의 사진에 터치버튼 형식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전자투표권을 단말기에 넣는다→후보자15명의 이름과 사진이 나타난다→후보 4명을 선택하고 이를 확인한다→전자투표권 회수 및 투표 완료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자연히 기존의 수기형 투표방식보다 투표시간이 크게 단축된다. 투표와 동시에 개표가 진행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투표 종료 즉시개표결과가 집계됨으로써 투·개표시간의 대폭 단축과 함께 선거비용및 선거 관리인력의 감축 효과도 기대된다. 또 종전처럼 투표를 위한 대기행렬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대의원들의투표참여 분위기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개표화면은 최고위원 당선자,순위별 득표현황,막대그래프를 이용한 후보자별 득표현황 등 3가지로 구성된다. 이처럼 전자투표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투·개표현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선거문화의 커다란 전기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선거문화는 궁극적으로 전자국민투표와 연결된다. 한종태기자 jthan@
  • [해외 항일전적지를 찾아서](6) 孫貞道목사 활동지 吉林

    중국 길림성의 성도(省都) 장춘(長春)에서 ‘장길(長吉)고속도로’를 타고 동쪽으로 45분쯤 달리면 길림(吉林)에 도착한다.길림은 중국의 동북지방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도시 가운데 하나로 만주국 시절일본인들은 길림을 일본의 고도 경도(京都)에 빗대 ‘소경도(小京都)’라고 불렀다.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하여 길림 도심을 ‘S자’로 휘감아 도는 송화강(松花江)은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는다.이는 근처에풍만(豊滿)발전소가 있기 때문이다.겨울철 송화강에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찬공기와 어우러져 강 주변의 나무에 은백색의 얼음꽃을 피우는데 이는 길림의 대표적인 겨울 풍물로 꼽힌다. 길림은 일제강점기 우리 항일투사들이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곳이기도 하다.특히 정의부 계통의 독립운동가들은 이곳을 본거지로 삼았고참의부나 신민부의 거두들도 이곳에서 활약했다.독립운동가들이 길림에 운집하게 된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당시 길림은 북만주 일대에서 우리 동포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곳이었다.일제의 탄압을 피해 고국땅을 떠나 만주행에 오른 동포들은 대개 길림선을 통해 만주오지로 들어갔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길림에 주저앉았다. 또 하나는 길림이 심양,장춘,연길 등으로 통하는 교통의 요충지이면서도 남만주철도와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외부의 영향이 덜미치는,소위 ‘소왕국’과 같은 곳이었다.길림이 한 때‘비적(匪賊)의 소굴’로 불린 것은 이 때문이다.게다가 이 지역의 중국 군벌들은일제에 항거하는 조선인 독립운동가들에게 호의를 갖고 있어서 독립운동가들에게는 ‘천혜의 요지’이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1924년 11월 만주 길림성 유하현(柳河縣)에서 조직된 정의부의 간부 가운데 상당수는 이곳 길림에서 활동하였다.집행위원회 위원장 현익철(일명 현묵관)을 비롯해 지방부 위원장 김리대,군사부 위원장 이웅,그리고 별동대 대장 이동훈,경무과장 김구(金球)등이 모두 길림에서활동하였다. 길림은 또 1919년 11월 창립된 의열단(단장 金元鳳)의 창립지이자고려혁명당 역시 1926년 4월 이곳 길림에서 창립됐다.의열단의 창립지인 길림성 파호문(把虎門)밖 중국인 농부 반(潘)씨집은 이미 헐린상태며,고려혁명당 창립지인 길림성성(城) 영남반점은 현재 길림시북경로 179번지 길림시건축설계원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김이삼(金利三) 기자가 피살된 동아여관은 현재 정춘집단공사 길림시 분공사(分公司,길림시 회덕가 90호 소재)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길림에서 활동한 항일운동가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해석 손정도(孫貞道·1872∼1931) 목사를 들 수 있다.평남 강서출신인손 목사는 평양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1910년 선교사로 만주에파견된 이후 1931년 길림에서 병사할 때까지 일생을 오점없이 독립운동에 투신한 애국자다.1912년 선교활동을 벌이던 하얼빈에서 일제가조작한 ‘가쓰라(桂太郞)공작 암살모의사건’에 연루돼 전남 강진에서 ‘거주제한 1년’의 유배형을 산 손 목사는 1919년 3·1의거에 참여하였다가 상해로 망명하였다.그 해 4월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이 구성되자 이동녕 초대 의장에 이어 의장에 선출되었으며,21년에는 임시정부 임시국무원 교통총장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손 목사는 임시정부가 여러 파벌로 나뉘어 세력다툼이 치열해지자 이듬해 임정을 박차고 나와 북만주 길림으로 향하였다. 길림시내 우마항(牛馬巷) 서광(曙光)골목에 예배당을 건립한 손 목사는교회를 거점으로 선교사업과 함께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였다.당시 손목사는 길림지역 조선인들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그의 예배당·자택은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아지트나 마찬가지였다.취재팀이 손 목사의 집터와 예배당을 찾았을 때 이들은 모두 헐린 뒤였으며, 일대는 아파트단지 공사가 한창이었다.(예배당은 인근에 새로 건립돼 있음)현재의주소로는 길림시 선영구(船營區) 청도가(靑島街) 춘광호동(春光胡洞)일대로 동네이름마저 서광호동에서 춘광호동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주민에 따르면,“2년전 서광호동 골목이 헐리면서 동네이름도바뀌었다”고 했다. 손 목사의 길림 시절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하나 있다. 바로 북한의 김일성(본명 김성주) 주석이다.당시 손 목사는 ‘소년김성주’의 후견인이자 그를 항일운동의 길로 안내한 정신적 스승이었다고 할 수 있다.1926년평양의 창덕학교(소학교)를 졸업한 김성주 소년은 민족주의 단체인 정의부가 화전(樺甸)에서 설립한 화성의숙(華成義塾)에 입학했다.당시 숙장(塾長)은 천도교도이자 항일운동가인 최동오(崔東旿)선생이었는데 최 선생은 86년 월북한 최덕신(崔德新) 전외무장관의 부친이다.(금년 8·15 이산가족 상봉때 북측 단장을맡은 류미영씨는 최 전장관의 부인이다.)그러나 그해 6월 부친의 갑작스런 별세의 충격으로 학업을 중단한 그는 이듬해 길림으로 건너와 육문(毓文)중학에 입학했는데 그는 당시 부친의 친구인 손 목사의지도와 후원을 받으며 생활하였다. 특히 공산주의 성향의 독서회를 이끌던 그가 중국 군벌에 체포되자손 목사는 감옥으로 사식과 침구를 제공하는 한편 군벌에게 뇌물을주면서까지 그의 석방을 위해 노력하였다.그 덕에 그는 감옥에 들어간지 7개월만인 30년 5월초에 출감했다.김 주석은 생전에 남긴 자신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제2권첫머리의 ‘손정도 목사’편에서 “손 목사의 도움으로 제 때에 감옥에서 석방되지 않았더라면 10년쯤 감옥생활을 더 했을 것”이라며 “손 목사는 내 생명의 은인”이라고 회고했다. 길림시내 송화강변에 위치한 육문중학에는 그가 다닌 옛 육문중학의 구지(舊址)가 신관 뒷편에 원형대로 보존돼 있다.길림시는 92년 이곳을 ‘중점 문물 보호단위’로 지정,관리하고 있다.350평 규모의 ‘구지’에는 당시의 교사(校舍)·온실 등이 거의 원형대로 남아 있다. 마당 한가운데는 92년에 건립한 김 주석의 동상이 서 있다.동상 뒷편에 위치한 교사에는 당시 김 주석이 공부하던 교실이 ‘김일성동지독서기념실’로 꾸며져 있다.‘구지’ 관리자인 왕쑹린(王松林·52)주임은 “김일성 동지는 1927∼30년 이곳에서 공부를 했으며 당시 키가 작았던 탓인지 자리가 제일 앞줄이었다”고 말했다.왕 주임은 취재팀에게 “중국에 파견나온 북한 공직자들이 더러 방문하는 예는 있지만 남한 국적자가 방문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한편 손 목사의 후손들은 해방후 김 주석과는 ‘서로 다른 길’을걸었다.장남 원일씨(元一·작고)는 초대 해군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지냈으며,3녀인실씨(仁實·작고)는 YWCA 회장,통일원 고문,한국적십자사 부총재 등을 지냈다.길림시절 김 주석과 형제처럼 지낸 차남 원태씨(元泰·86)는 의대 교수출신으로 현재 미국 네브래스카주오마하에 거주하고 있는데,그는 지난 91년 방북해 김 주석과 60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바 있다. 길림(중국) 정운현기자 jwh59@
  • 8·15후 이산상봉 신청 폭주

    “가족은 살아있다면 반드시 만나야 한다” 8·15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2,3차 상봉을 위한신청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산가족들이 15∼18일의 1차 상봉을 지켜보면서 남북 이산가족의만남이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데다 추석을 전후한 2차 상봉과 면회소 설치,편지교환 등도 곧 성사될 것으로 굳게 믿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2층 이산가족 상봉신청 접수창구는 신청자들이 복도에서 신청서를 작성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에만 200여명이 찾아 신청서를 작성했으며,신청 방법 및신청 확인 등을 묻는 전화도 300여통이 걸려왔다.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오는 9월 상봉단에는 내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제대로 신청이 됐느냐” 등의 질문에 답을 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아침 일찍 적십자사를 찾은 평북 영변 출신 문광희(文光熙·78·서울 동작구 상도동)씨는 “8·15상봉 때는 1회성 만남으로 끝날 것 같아 신청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북에 두고온 어머니와 아내,자식들을 꼭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면서 “직계 가족인 만큼9월 상봉단에는 내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함남 함주가 고향인 이을녀(李乙女·76·여·부천시 원미구 중동)씨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북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쉬쉬했었다”면서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게 돼 조카들을 찾기로 했다”며 신청서를 꼼꼼히 작성했다. 적십자사에 따르면 8·15상봉이 있기 이전까지는 하루 평균 상봉 신청건수가 200여건에 불과했다.하지만 지난 16일에는 360건,17일 445건,18일 580건 등으로 급증 추세다. 이북5도청이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 역시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하루 30여건이었던 신청 건수가 50건 이상으로 늘었다.이 센터의 주업무는 이북5도민의 동향 파악이었으나 상봉신청이 폭주하자 상봉신청 접수 및 관리도 맡는다. 이북5도청의 상봉신청 담당인 김대열(金大烈·39) 계장은 “직접 방문하는 것 말고도 우편이나 인터넷 신청도 가능하며,구청에서도 신청을 받는다”면서 “2차 상봉단 선정과 생사 확인,면회,편지 교환 등도 상봉 신청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신청을 해놓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창구 이동미기
  • 2단계 규제개혁 어떻게/ 대상과 방향

    국민의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추진중인 2단계 규제개혁은 한마디로‘체감되는 규제개혁’이라 할 수 있다.그동안 상당한 규제개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느끼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개혁의 대상은 하위규정과 유사행정규제.법적 근거가 희박하고 자의적으로 운용되면서 실질적으로 국민을 옭아매고 있는 것들이다.그동안 워낙 광범위하게 생활 주변에 산재해 있어 현황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하위규정] ‘국유철도내에서 구내영업을 충실히 수행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자나 병역미필자는 영업을 할 수 없다’ 구내영업 자격을 규정한 철도청의 고시 내용이다.우선 영업을 제한하는 기준이 자의적이기도 하지만 병역미필자까지 제한하는 것은 분명 지나친 규정이다.이처럼 정부 부처의 고시,공고 등은 규제내용이 지나칠 정도다. 불합리한 경우도 많다. 그나마 행정규제기본법상 정해진 훈령·예규·고시·공고는 좀 나은편이다. 부처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내규와 지침,요강,요령은 훨씬 심하다. 고시나 공고 등은 발표와 함께 순번이매겨져 관보에 게재돼 관리가가능하다. 그러나 내규 등은 아예 내용을 알 수도 없고 언제 어떻게제정됐는지 해당 내규에 제한을 받는 사람들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부처 멋대로 규정을 양산하더라도 이를 거르거나 심사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법령근거가 희박해 ‘규제 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은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지난 5월 36개 중앙행정기관이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관 하위규정은 8,408개다.하지만 규제개혁위는 이 수치를 믿지 않는다.각 부처가 적극적으로 발굴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위는 법령 형태를 갖추지 않은 내규·지침 등에 대해서는‘상향 규정화’를 추진하고 있다.상위법령과의 합치여부 등을 명확히 따져 관리하겠다는 뜻이다.법령 형태를 갖춘 고시·공고라도 불합리한 것들은 폐지하거나 개선토록 하고 있다. [유사행정규제] 행정기관의 업무가 아니면서도 국민으로서는 실질적인 규제로 여겨지는 업무이다.중앙부처의 산하 기관이나 단체들이 자체 규정으로 운용하는 것들이다.산하 기관·단체들의 자체규정은 해당 부처의 규제보다 많게는 10배가 넘기도 한다.‘배보다 배꼽이 더큰’ 현상이다.국민들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주범인 셈이다.이 가운데 상당수는 아예 법령근거도 없다. 이런 유사행정규제를 양산하는 기관은 각종 공단이나 공사에서부터협회,박물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관리공단은 가입자내역 등을 변경할 때 반드시 주민등록등·초본을 첨부토록 하고 있다.재정경제부 산하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신용조사자료 접수때 보증관련 서류를 지나치게 많이요구하고 있다.이런 단체들은 행정관청도 이미 없앤 불필요한 서류를특정기간내에 반드시 제출할 것 등을 규정한다. 여러 박물관들이 열람품목을 근거없이 제한하거나 관람료 환불을 금지하는 것도 관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규제로 꼽힌다. 산하단체들의 각종 규정을 파악,불합리하거나 법적근거가 없는 것들을 폐지·개선토록 하는 것이 규제개혁위의 방침이다. 이지운기자 jj@. *규제완화 수범기관 노동부. 노동부는 올해 규제완화 수범기관으로 선정됐다.노동부 및 산하단체가 각종 규정을 통해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약해온 규제 2,702건가운데 55.6%에 이르는 1,502건을 폐지 또는 정비하기로 한 ‘실적’때문만은 아니다. 규제완화 지침이 시달되면 각 국·실이 공급자 입장에서 취합해 올린 안을 적당히 얼버무려 보고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순수 민간인으로‘규제정비 특별위원회’를 구성, 수요자 입장에서 모든 규제의 타당성 여부를 걸러냈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특별위원회 구성,운영방식은 수범사례로 채택돼 지난 3월20일 국무총리 지시로 전 부처에 확산토록 공문이 시달되기도 했다.또지난 5월22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열린 ‘하위규정 및 유사행정규제정비 규제개혁담당관회의’에서 이채필(李埰弼) 노동부 행정관리 담당관이 노동부의 수범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노동부는 지난 3월 특위에 참여할 민간인 검토위원 18명을 선정,위촉한 뒤 고용정책,능력개발,노정·근로기준·근로여성,산업안전,산업보건 등 5개 분과로 나눠 3개월간의 검토작업을 거친 끝에 ▲단순폐지 595건 ▲산하단체 규정을 정부규정으로 변경 408건 ▲상위법령에위임근거 마련 또는 규제의 품질 개선 443건 등 총 1,502건의 규제를1년내 정비하기로 의결했다. 주요 개선사례를 들면 여성가장실업자 취업훈련 예규는 직업능력개발훈련 실시상황을 ‘매분기 다음달 10일까지 보고’토록 돼 있는 상위법령인 근로자직업훈련촉진법 시행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훈련과정 종료후 5일 이내’보고토록 했으나 이를상위법령과 일치시켰다. 또 일하는 여성의 집 사업주체의 자격,운영관련 각종 보고,운영실적이 극히 저조한 경우 운영비 차등지원 및 삭감 또는 취소 등을 규정한 ‘일하는 여성의 집 설립운영지침’은 상위법령의 법적 근거없이운영된 것으로 드러나 상위법령에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법적 근거도 없이 연예인 공급사업자들로 구성된 협의체가 국외취업 희망 연예인들에게 소양교육을 시키도록 규정한 ‘연예인 국외공급업무 처리지침’은 폐지키로 했다. 이밖에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근로복지공단이 임의로 의무를 부과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처리규정’과 비제조업 근로자의성수기 콘도 이용을 제한한 ‘중소기업 여가활동지원 운영규정’ 등은 삭제키로 했다. 우득정기자 djwootk@. *현황과 문제점. 2단계 규제개혁은 97년 8월부터 준비됐다.행정규제기본법이 제정돼법적 근거가 생긴 뒤부터다. 그후 98년 2월 시행령이 만들어졌고 부칙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따라서 지난해 2월까지는 하위규정과 유사행정규제에 대한 정비는마무리됐어야 했다. 하지만 시한이 1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 2단계 규제개혁은 별 진전이 없다.정부 각 부처는 올 초 규제개혁위원회에 정비가 마무리됐다고 보고했지만 규제개혁위의 조사결과 형식적인 정비였음이 드러났다. 우선 많은 기관이 정비대상 규정과 규제를 누락했다.하위규정은 철저한 전면 재검토를 거쳐야만 발굴이 가능하다.체계적이고 심도있는점검을 거치려면 별도의 정비작업단을 구성해야만 한다.하지만 상당수의 부처가 최근에서야 작업단을 구성했다.그나마 규제개혁위로부터수차례에 걸친 독촉이 나온 뒤의 일이다. 경찰청 같은 기관은지금까지 단 1차례만 회의를 열었다. 이러다 보니 유사행정규제를 갖고 있는 산하단체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당연히 유사행정규제의 정확한 수도 알 수 없다. 정비작업이 지지부진한 데는 부처 기관장들의 의욕 부족이 큰 몫을차지한다.규제개혁위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된 정비를 위해서는 기관장의 열의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하위규정과 산하단체의 규제는 해당 부처가 아니면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부처가 비협조적이면 정비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유사행정규제는 각 부처가 지도감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으면 정비할 수 없다.특히 부처의 지원을 받지 않는 각종 협회가 부처의 권고사항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기로 나온다면 별 도리가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하위규정 등에 대한 정비는 연내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지운기자. *산하단체 규제 사례. 유사행정규제의 대표적인 예가 각종 협회,협동조합들의 규제다. 회원들이 반드시 협회를 경유하거나,거쳐야 하는 절차를 두고 회원들을 통제하고 불필요한 부담금을 물리는 내용등이다. 지방의 한 법무사회는 합동사무소 가입을 강제하고,사무원을 채용할 때는 지부 소속 전원의 동의서를 첨부토록 하거나 특정지역에서만 사건을 수임하게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병원협회의 휴업 및 휴진 요구권은 개별의사·병원의 영업활동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로 꼽힌다. 정관을어겼을 때에는 3년 이하의 회원권리를 정지시키는 등 ‘왕따’시키기도 한다.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특별회원과 일반·정회원을분리,일반회원 등의 협회 탈퇴를 제한하고 있다.사업자 수를 제한,비회원의 승단심사를 거부하는 서울시태권도협회,가격경쟁을 제한해 연회비의 하한선을 준수토록 요구하는 한국등산중앙회 등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협회는 생산·출고·거래를 비롯,사업활동·사업자수·사업내용 등을 제한해 경쟁을 가로막고 가격을결정·유지하며 판매조건을 결정해 불공정거래를 강요한다. 중앙부처의 산하기관을 모두 합치면 632개다.이 모든 기관이 저마다규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여기에는 순수한 연구기관이 포함됐고,국민들에게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나 단순히 예산만을 집행하는 기관도 있다. 법무부 산하 법률상담소나 재정경제부 산하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은 봉사기관이다. 대체적으로 규제성 규정이나 지침을 갖고 있는 기관은 부처로부터업무를 위임받은 공사나 협회,중앙회 등을 꼽을 수 있다.각종 사업단이나 재단 등도 규제를 갖고 있을 수 있다.아직 파악이 안됐을 뿐이다. 2단계 규제개혁의 애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어떤 단체가 어떤 식으로 규제를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지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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