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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권 단체장 집단 상경… 특위무산 비난/ 최대표 “어쩌나”

    “충청도 어찌하오리까?” 국회 신행정수도특위 구성이 무산된 후 충청권의 비난여론이 한나라당에 쏠리자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25일 아침 8시40분 한나라당 대표실에는 살벌한 분위기마저 감돌았다.대전·충청지역 단체장과 시도의회 의장들이 새벽 차로 전원 상경해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총무를 에워쌌다.지역 언론사 보도진들도 대표실을 가득 메우고 지도부의 반응을 예의주시했다. 이원종 충북지사는 “이 시각에 올 만큼 절박하다.”면서 무례(?)를 사과한 뒤 “이번 회기에 (수도이전법을)꼭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같은 시각 삭발식이 진행되는 등 지역의 ‘험악한’ 여론도 가감없이 전달됐다.심대평 충남지사는 “국회 반대로 비쳐서 모양이 나쁘다.”면서 “최 대표는 개인적으로 찬성한다 했는데 당론으로도 찬성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복구 충남도의회 의장은 “통과만 된다면 모든 과정은 사라지고 공(功)은 한나라당으로 가지 않겠느냐.”며 은근한 회유작전도 병행했다. 최 대표는 “당론으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 부담이 있다.”면서 “서울시의회 의원들과 수도권 주민들이 결사 반대하는 등 거기도 격앙된 분위기”라고 고심을 털어놨다.최 대표는 그러나 “전체적으로 통과시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전날 건교위원들을 만나 극렬반대 의원 2명을 비롯,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염홍철 대전시장이 “의견이 모아졌다고 봐도 되겠느냐.”며 거듭 확답을 요구했다.최 대표는 “말씀드린 대로”라며 “총무를 믿어보자.”고 공을 넘겼고 홍 총무는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에서 또 재미보게 하지는 않겠다.”며 겨우 무마를 했다.이날 대표실에는 지방분권포럼 관계자들도 찾아와 같은 민원을 제기했다.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을 겨냥,“처음부터 정략적으로 하더니 지금도 정략적”이라며 ‘샌드위치’가 된 심경을 털어놨다. 박정경기자 olive@
  • 소싸움경기장 유치경쟁 ‘팽팽’/ 경남진주·의령군 접점못찾아

    소싸움장을 서로 유치하기 위한 경남 진주시와 의령군의 치열한 경쟁이 경남도의 중재에도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23일 경남도와 해당 시·군에 따르면 진주시와 의령군은 지난 6월 소싸움 경기장 허가를 농림부에 잇따라 신청했다.그러나 농림부는 지난 7월3일 인접한 두 시·군이 제각각 경기장을 건설하는 것은 사업성 등 문제가 많다며 도의 중재를 요구했다. 도는 두 차례 실무협의회를 열고 경계지점 공동설치와 지분참여 공동운영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을 제시,의령군은 최근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진주시는 단독 유치를 고수하고 있다. 한우상 의령군수는 지난 19일 도의회 농수산위원회의 행정사무감사반 현장 방문에서 “관련 법률 취지 등으로 볼 때 의령군 유치가 타당하나 두 지역의 행정력 낭비 방지나 우애관계를 위해 공동유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정영석 진주시장은 “단독 유치를 위한 준비가 모두 끝났으며,의령과의 경계지점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지방도를 확장해야하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4개월여에 걸친 두 지자체의 유치전은 원점으로 돌아갔다.도는 도의회의 조사 결과를 지켜본 후 전문가들로 심의위를 구성,연내에 자체 의견을 첨부해 농림부의 최종 결정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경북 청도와 전북 정읍이 이미 소싸움 경기장 허가를 받은 상태지만 너무 서둘러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채용때 학벌 묻지않고 능력뽐낼 기회를 주죠”/‘학벌타파 실천’ 기업가 성완종 대아건설 회장

    최근 몇몇 공기업들이 학력·학벌을 묻지 않고 신입 사원을 뽑는다고 해 화제가 됐다. 민간 기업도 비슷한 방법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가 있지만,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홍보용’‘깜짝쇼’에 불과하다. 그런데 1985년부터 직원을 채용하면서 학력·학벌 철폐를 고집해 온 최고경영자가 있다.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착실하게 성장한 중견 건설업체인 대아건설의 성완종(52) 회장이 오랫동안 이 원칙을 지켜오고 있다. ●사람을 학력으로 평가해선 안돼 학력·학벌을 묻지 않는다고 외치는 회사는 많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알게 모르게 학력을 따진다.나아가 특정 학벌을 중심으로 한 파벌이 만들어지는 것을 용인하는 것이 현실이다.기업이라면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을 갖춘 사람을 우대해야 한다.인간 관계를 맺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견되는 일류대 출신자를 뽑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그래서 사내에 특정 학벌이 조성되는 것조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그런데 성 회장은 학력·학벌 철폐를 다르게 해석한다.그는 “학벌 철폐가 곧 학력무시로 비쳐져서는 안된다.”고 말한다.그가 말하는 학력·학벌 철폐는 이력서 한 장으로 사람의 전부를 평가하는 잘못된 관행을 버리자는 것이다.채용에 있어 누구에게나 똑같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성 회장이 일군 대아건설은 건설업계에서 알아주는 알짜 회사다.그러나 81년 성 회장이 인수했을 때는 충청도 서산에서 지역 관급공사를 수주,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보잘것없는 건설사였다.사업장을 대전으로 넓혔지만 담합과 비리가 판치던 시절인 데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 때문에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82년 서울로 입성한 뒤 95년부터 민간공사까지 손댔다.브랜드 가치가 조금씩 쌓여 지금은 토목·건축·주택·플랜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발전했다. 얼마 전에는 자신보다 덩치가 큰 경남기업을 인수,두 회사를 합칠 경우 12∼13위권에 드는 회사로 성장했다.고속성장에 대해 오해도 많았다.일부에서는 정치권과 손잡고 일감을 따낸다거나,성 회장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그러나 성 회장은 이를 부인한다.워낙 낙천적이고 감추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기업인·정치인 가리지 않고 만났던 것이 오해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직원 70%는 꼭 지방대 출신 뽑아 경남기업 인수 당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며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성 회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유를 묻자 “경남기업 인수를 단순히 회사의 볼륨을 키우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반을 마련하고,젊은이들에게 많은 일터를 제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그는 대아건설이 성장하는 밑거름은 지방 출신 직원들이었다고 스스럼없이 말한다.이 회사는 85년 공채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하나는 직원의 70%를 지방대 출신으로 채우는 것이다.또 다른 하나는 직원들이 ‘베스트’할 때까지 기회를 주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성 회장의 ‘튀는’인사 원칙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성 회장 자신이 어릴 때 불우한 생활을 하면서 정규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에 그쳤기 때문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생각이 다르다.그는 시골에서 어렵게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야말로 건설사를 잘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다.겉으로는 다소 세련미가 부족하고 어리숙한 것처럼 보이지만 건설업계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궂은일 마다않고 뛰어들며,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2가지 원칙을 지킨 결과는 대만족.건설업 특성상 환경·산재·공정거래·납품비리는 끊이지 않는다.그런데 대아건설 출신으로 이런 비리에 걸려든 사람이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단다. ●장학사업으로 인재육성에도 앞장 그러나 그에게도 아픔은 있었다.외환위기 때 눈물을 머금고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일감이 없는 개발사업 파트 직원 80여명을 내보내야 했다.그러나 그는 “경제가 회복되면 다시 부르겠다.”고 약속했고,2년 뒤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약속을 지켰다. 그는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인재를 소중하게 키워야 한다는 철학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90년에 만들어진 장학회의 기금은 100억원이 넘는다.지금까지 4000여명의 젊은이에게 70억원을 지원했다. 성 회장의 뜻을 이해한 몇몇 유지들이 장학회에 동참했지만,장학기금 조성의 대부분은 성 회장의 몫이다.개인 재산을 넣기도 하고 기업의 이윤을 돌리기도 했다.다른 장학회와 다른 점은 무조건 공부 잘 한다고 주는 돈이 아니라는 것.성적우수 30%,서민층 자녀 70%를 골라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장학사업 동기를 묻자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었을 뿐”이라며 쑥스러워했다.그의 모친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25년간 교회 새벽종을 치던 ‘종지기’였단다.성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모친의 첫 마디가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기업가가 되라.”는 당부였고,그래서 시작한 것이 지금의 서산장학재단이라고 한다. 성 회장은 “대아건설을 세계 일류 기업으로 키워 젊은 사람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주는 것이 꿈”이라며 최근의 심각한 취업난을 안타까워했다.다음달 한국언론인연합회가 주는 2003 자랑스러운 한국인 대상(장학사업 부문)을 받는다. 류찬희기자 chani@ 성완종 회장 약력▲ 51년 충남 서산 출생 ▲ 91년 미국 퍼시픽 웨스턴대학 졸업 ▲ 92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 96년 한양대 경영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 99년 목원대 명예 경영학 박사 ▲ 85년∼현재 대아건설 대표이사 회장 ▲ 92년∼현재 서산장학재단 이사장 ▲ 03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
  • KCC, 신주발행 가처분신청/엘리베이터 임원 직무정지 신청 준비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 1000만주 유상증자안에 대해 KCC(금강고려화학)가 20일 수원지법 여주지원에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KCC는 이어 이번주중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 신청도 낼 방침이다.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법정으로 옮겨간 것이다.법원의 판결여하에 따라서는 분쟁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가 ▲증권거래법과 회사정관 위배 유무 ▲지배구조의 변화를 꾀했는 지 ▲주주의 이익을 침했는 지 여부가 3대 쟁점이다.법원이 이 부분을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현대그룹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통해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빼버려 꼬투리를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영 KCC명예회장은 20일 금강산 사업과 관련,김윤규 사장과 협의를 하겠다며 당초 ‘수익이 나지 않으면 재고하겠다’던 입장을 번복했다. ●증권거래법과 회사정관 위배 유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다.KCC는신기술 개발이나 재무구조 개선시에만 신주를 발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들 두가지 이유 외에도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경우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정관에 규정돼 있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현대엘리베이터는 또 신주발행 목적에 신기술 개발항목도 넣었다. ●주주이익 침해여부 KCC의 가처분 신청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주주이익의 침해여부다.KCC는 이를 이유로 이사진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낼 예정이어서 중요한 항목이다.유상증자를 실시하면 주식의 가치가 분산돼 주가가 떨어지고 이는 곧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게 이 가처분 신청의 골자다. 그러나 현대엘리베이터는 다르게 해석한다.유상증자 이후에 28%를 무상증자해 지분율에 따라 기존주주에게 배정하는 만큼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주주는 큰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법원의 판단이 쉽지 않은 대목이다. ●지배구조 변화 의도했나 외견상 지배구조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현대그룹은 당초 실권주 발생시 이를 제 3세력에게 배정한다는 방침을 변경,19일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 방식을 바꿨다.이렇게 되면 대주주의 지분율 순위에는 변화가 없다.그런만큼 지배구조의 변경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우리사주에 배정하는 20%는 대부분 기존 경영진의 우호지분으로 간주된다.하지만 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어 법원도 판단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유럽 경기회복 ‘청신호’/獨·佛 이어 伊도 3분기GDP 플러스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로권의 2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에 이어 G7(서방선진 7개국)의 일원인 이탈리아도 올 3분기에 소폭의 플러스 경제성장률을 달성,역내 경기회복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탈리아 통계청은 15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예상외로 0.5% 증가해 2001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고 밝혔다.이탈리아 정부는 3분기의 경제성장은 세계 경제의 회복 추세를 신속하게 흡수한 결과라면서, 비록 국내 경기의 회복이 미국만큼 강력하진 못하겠지만 내년 1분기에는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독일 통계청은 지난 13일 GDP 성장률이 올 3분기 0.2%를 기록,전분기의 마이너스 0.2% 성장을 반전시켰다고 발표했다.프랑스 통계청도 같은 날 발표한 잠정 보고서에서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GDP 성장률이 3분기에 0.35% 상승했다고 밝혔다. lotus@
  • [열린세상] 정당들 거듭나야 미래있다

    열린우리당 중앙당이 창당되었다.새로운 정당의 창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착찹하다.항상 새로운 정당이 신선한 화두를 던지면서 화려하게 창당되었으나,한국정당정치를 발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으로 몰고 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민주화 이후의 한국정당의 평균수명이 2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95년에 창당된 자민련이 제일 오래된 정당인 데서 보듯이 한국정당의 영속성은 지극히 짧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열린우리당의 창당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은 것 같다.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은 야당이 되고 신생정당이 여당이 되는 이러한 정당정치는 세계사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열린우리당 창당을 바라보면서 몇가지 의문을 제기해 본다.왜 정치개혁은 민주당내에서는 할 수 없었다는 말인가? 열린우리당의 창당 자체가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전락시키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탈지역주의라는 것의 정체가 민주당을 전라도당,한나라당을 경상도당,자민련을 충청도당으로 각인시켜 놓고열린우리당만 탈지역주의정당이라고 자랑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가?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중·일 3개국 대학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 결과 ‘국내 정치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국 4.7%,일본 10.5% 중국 47.6%로 나타났다고 한다.한국 대학생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다는 것이다.이러한 정치불신은 한국 사회에서 오직 젊은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왜 한국정치가 이처럼 국민들로부터 불신받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민주정치의 근간이 되어야 할 정당이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국내정치의 중심인 정당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당이 비생산성의 껍데기를 깨고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한국정치의 미래는 없다.대선자금비리,대통령측근비리 등이 온 사회를 비탄에 빠지게 하고 있음도 한국정당정치의 파행성과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다.비생산적이며 퇴행적인 정당정치를 생산적인 정당정치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이를 위한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각 정당은 자발적으로 당비를 내는 당원에 의해 운영되는 진성당원체제를 확립해야 한다.이를 위해 그동안 허수당원만을 양산하는 데 주력해 왔던 지구당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현행 지구당제도는 자발적 국민참여보다는 피동적인 국민참여를 강요함에 의해 민주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어 가고 있다.지구당을 폐지하는 대신 선거 때마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선거관리 및 운동을 하는 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지구당 폐지시 예상되는 개인 사조직의 불법선거운동 문제는 선거공영제의 확대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원내 중심 정책정당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지구당 폐지와 함께 중앙당을 대폭 축소하고 정당조직의 상당부분을 국회로 흡수해야 한다.이와 함께 정당국고 보조금의 대부분을 원내정당의 정책개발비로 전환해야 한다.현행 정치자금법에 국고보조금의 20%를 정책개발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정당이 없다. 따라서 정책개발비사용에 대한 항목을 세부적으로 명확하게 하고 그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토록 해야 한다.차제에 국고보조금 사용내역에 대해서도 중앙선관위와 감사원의 철저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원외정당 대표직을 폐지하고 원내대표가 명실공히 정당을 포괄적으로 대표함으로써 정당의 중심이 국회로 옮겨져야 한다.그래야만 정당의 정책활동이 직접 의정활동과 연결될 수 있다.원외의 비대한 중앙당이 국회의원을 지배하는 현행 정당제도는 결과적으로 입법부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이 정당 개혁으로 연결되어 정당정치가 국민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그래야만 정당정치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국민의 참여와 사랑속에서 국민을 위해 기능하는 한국정당정치를 기대해 본다. 이 남 영 숙명여대 교수 정치학
  • 다시 태어난 경복궁 민족의 정기 세우다

    조선왕조의 임금이 직무를 보던 정전(正殿)이자 경복궁의 상징인 근정전(勤政殿·국보 제233호)이 3년 10개월간의 긴 보수 끝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재청(청장 노태섭)은 14일 오후 고건 국무총리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등 정부 및 문화예술계 인사들, 시민등 3만 8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0년 1월부터 총 72억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진행해온 근정전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경복궁 근정전은 국가의식을 거행하거나 외국 사신을 영접하기 위해 1395년(태조 4년) 세워졌으나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1867년(고종4년) 흥선대원군이 다시 지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궁궐 건축물.대원군이 중건한 이후 130여년간 개·보수 없이 유지돼오다 지난 90년부터 민족정기 회복 차원에서 추진 중인 경복궁 복원사업의 하나로 보수를 해 이날 온전한 모습을 드러냈다.복원된 근정전은 기존 건축물의 원형을 최대한 살려낸다는 원칙에 따라 원래 사용됐던 목재 그대로 국내 육송을 썼고 단청도 기존 문양을 모사해 원형을 그대로 재현했으며,시멘트로덮여 있던 바닥의 시멘트를 모두 제거하고 옛날 바닥재인 전돌을 다시 깔았다.그러나 건물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인 고주(高柱)만 국내에서 높이 11.5m,지름 67㎝의 육송을 구하지 못해 미국산을 사용했다. 문화재청은 당초 이 근정전의 보수공사를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에 맞춰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훼손과 부식상태가 심해 준공일자를 늦췄다.새로 단장한 근정전에서는 당시 왕의 집무 모습이 재현되며 조선 후기 정조 때 창덕궁 인정전(仁政殿)에서 열렸던 대조회 의식을 그림으로 기록한 ‘정아조회지도(正衙朝會之圖)’의 모습도 재현돼 상시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문화재청이 오는 2009년까지 총 1789억원을 투입해 20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 경복궁 복원사업은 이날 근정전 복원 완료로 50%의 공정을 마쳤다.현재 어진 봉안과 제사를 지내던 태원전 권역의 4단계 공사에 들어가 있으며 마지막 단계인 광화문과 기타 권역공사를 남겨놓고 있다. 글 서동철기자 dcsuh@ 사진 손원천·안주영기자 angler@
  • 盧측근비리 특검법 국회재적 2/3 찬성 통과/ 檢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비리 관련 특검법’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됐다.이에 대해 검찰이 특검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정치권과 검찰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특검법안은 국회 재적의원 272명 중 193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84,반대 2,기권 7표로 통과됐다.이에 따라 법안은 이르면 11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며,노 대통령은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 또는 거부권 여부를 결정토록 돼 있다. 법안은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됐으며,이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시 국회의 재의결 조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이미 충족시킨 것이다.특히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이 당론으로 특검 찬성 입장을 정했고 자민련 의원도 가세하는 등 야권 3당의 공조가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전망이다.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표결에 앞서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 한편 대검의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 특검법이 추진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면서 국회의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문 기획관은 “수사팀에서는 이 기회에 특검법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권한있는 기관에 가이드라인을 구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과 함께 특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출할 예정이지만,헌재에 대한 청구 여부와 관계없이 특검이 정식 출범하면 수사범위에 해당하는 자료를 넘겨주고,나머지 비리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법무부도 “국회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입법에 의해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려는 것은 행정에 속하는 검찰의 수사·소추권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헌재측은 “권한쟁의 심판 자체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다툼에 대해 사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자는 제도이기 때문에 원래 취지에 부합한다.”면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심의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개인이 아닌 국가기관간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 다툼이 생겼을 경우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해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헌재에 지금까지 접수된 권한쟁의 사건은 모두 18건으로 이중 2건은 인용됐고,5건은 기각,6건은 각하,2건은 취하됐으며 3건은 심리 중이다. 이지운 홍지민기자 jj@
  • 폐교위기 학교 ‘세일즈’로 살렸죠/최일성 경기도 마장초등학교 교장

    10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마장 2리.차를 타고 서울에서 북한강을 따라가다 가평읍을 만나 북쪽으로 5분쯤 달리자 산자락에 자그마한 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학교 살리기’의 모범 사례로 알려진 마장초등학교다.교정 한쪽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깨끗한 교사(校舍)와 아담한 운동장.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시골 초등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낯선 손님을 반긴 것은 돌하르방 한 쌍.우직하고 작달막한 하르방을 쳐다보고 있는 사이 최일성(62) 교장이 나와 인사를 건넸다.최 교장은 지난 여름 4·5·6학년 제주 수학여행 때 현지에서 조각을 해 공수해 왔다고 알려주었다. ●99년 신입생 2명서 전교생 146명으로 최 교장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지난 99년 부임한 뒤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운 뒤 ‘학교 살린 교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그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교사와 교육청 관계자부터 지방자치단체 직원들,언론사 취재진에 이르기까지 방방곡곡에서 찾아온다.학교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그의 성과는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사교육비 문제로 들끓고 있는 사회의 이면에서 최 교장의 공적은 유난히 두드러져 보였는지도 모른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99년 3월.교장으로서 처음 부임한 이 학교는 당시 신입생이 달랑 2명이었다.‘입학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겨우 입학식을 마친 뒤 학생 수도 늘리고 교육의 질도 높여 학교를 부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주민들을 모아 “학교를 살리겠다.”고 말했다.그러나 주민들은 “젊은 사람들이 다 떠나는데 어떻게 살리느냐.”며 믿지 않았다.최 교장은 “이곳에서 정년퇴임을 하겠다.나는 떠나지 않는다.”는 말로 주민들을 설득했다.오기가 발동했다.오기는 열성과 어우러져 점차 마을 전체를 변화시켰다.시골학교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영어와 중국어 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외국어를 가르쳤고,학생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수영과 피아노를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장기적으로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병설 유치원을 개설하고,학부모를 상대로 외국어 강좌까지 열면서 이웃 마을까지 ‘학교 세일즈’에 나섰다.그의 열성에 관할 교육청인 가평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도 돕기 시작했다. ●병설유치원 등 좋은 교육환경만들기 최선 지난 2000년 32명까지 줄었던 학생 수는 그의 노력으로 차츰 늘기 시작했다.지금은 전교생이 5배 가까이 늘어 146명에 이른다. 최 교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방문객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조언한다.“이곳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우리는 학교 사정이 달라서 안된다.’고 합니다.그럴 때면 정말 답답해요.머리속에 ‘안된다.’는 생각이 박혀 있으면 일이 될 리 없지 않습니까.‘하면 된다.’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똑같은 감기 환자도 병원에 가면 처방전이 다르게 마련입니다.하물며 수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학교 살리는 방법이 학교마다 달라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최 교장은 이 학교의 노하우를 자신의 학교에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교사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 교장은 아이들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이젠 늙어서인지 새벽잠이 없어요.새벽에 일어나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줄까 고민합니다.최근에는 아이들이 관심 있는 인라인스케이트를 가르칠 방법을 찾고 있어요.” 항상 아이디어 짜내기에 고민한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린다.고민의 결과는 ‘이런 것은 어떨까요.’라는 말과 함께 온갖 아이디어로 쏟아진다.그는 요즘 사교육비가 늘고 공교육이 부실해지는 원인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간의 신뢰감이 사라져가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남이 변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합니다.시간이 걸리더라도 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주면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 것입니다.” ●“교사가 먼저 변해야 학부모도 신뢰” 학부모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학부모들도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지금 아이들을 사교육으로만 내몰고 있는 것은 스스로 하지 못했던 공부를 자식들에게 대신 시키려는 한풀이 교육 때문이지요.” 그는 전주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와 아이를 전학시키겠다는 학부모를 한사코 말렸다.“아빠는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고 아이는 이 학교에 보내겠다는 것이었습니다.말이 안 되지요.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의 행복인데 가족이 흩어져서 행복하겠습니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도 가정의 행복이 전제돼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내년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는 최 교장은 후배 교사들에게 간곡히 당부했다.“교육을 잘 시키지 못했다면 이는 잘못이 아니라 죄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가르치되 무서운 선생님이 아니라 엄한 선생님이 되어야지요.” 가평 김재천기자 patrick@ ●최일성 교장 약력▲1942년 함경남도 원산 출생 ▲1961년 춘천사범학교 졸업,강원도 철원 청량초등학교 교사로 첫 부임 ▲94년 경기도 가평 상천초등학교 교감 ▲99년 3월 경기도 가평 마장초등학교 교장 부임(현)
  • 비구니 도량 운문사 ‘동안거’ 르포/ 3개월 긴 話頭… 불 밝히는 산사

    동안거(冬安居) 결제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경북 청도군 운문면의 비구니 사찰 운문사.호랑이가 걸터앉은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호거산(虎踞山) 자락에 고즈넉히 자리잡은 천년고찰에 비구니와 사미니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곳 운문사에서 비구니와,공부하는 학승 사미니들은 일년 365일 어느 한 날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고된 수행과 공부를 이어가지만 동안거는 이들에게도 다른 수행 납자들 못지 않게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8일부터 3개월간 산문을 나서지 않고 오로지 수행에만 정진하는 동안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몸가짐이 어느때보다 조심스럽다. ●300여명 하루 평균 12시간 용맹정진 올해 동안거에 참여하는 스님은 이곳 강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사미니 270명과,다른 사암에서 동안거를 나기 위해 문수선원으로 찾아든 비구니 28명 등 300여명.평소 하루 8시간씩 수행에 정진하지만 동안거 기간엔 평균 12시간에서 길게는 18시간씩 참선에 드는 용맹정진을 강행한다. 새벽 3시에 기상해 4시25분까지 아침 예불을 마치고 1시간 가량 입선(入禪).아침 공양에 이어 7시20분까지 청소,9시30분까지 강의를 마치면 아침 일정이 끝난다.오후2시까지 울력 등 자유시간을 가진뒤 1시간 가량 입선에 들고 저녁공양 뒤 밤 9시까지 다시 입선정진한뒤 취침에 든다. 현재 국내에는 비구니들을 교육하는 강원 5곳이 있지만 운문사 강원은 마치 ‘군대식’의 엄격한 질서와 규율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최대의 비구니 도량이다.수행 정신의 핵심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一日不作 一日不食’.공부와 일이 따로 있지 않다는 정신아래 모든 스님들이 각자 맡은 소임을 철저히 수행한다. 강원에 소속된 270여명의 학인 스님들은 어느 순간도 자기 소임을 소홀히 할 수 없다.공양에 드는 쌀만 해도 하루 한 가마.김장에는 배추 1만2000포기가 필요하다.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스님들이 손수 쌀농사를 지어 모내기며 벼베기,탈곡까지 했지만 지금은 소작을 준채 밭농사를 지어 먹거리들을 자체 해결하고 있다.물론 공양과 청소같은 살림살이는 모두 스님들의 몫이다.공양시간 때만 되면 공양간에서 밥이며 반찬 짓기 소임을 맡은 스님들은 비지땀을 쏟기 일쑤.그시간 곳곳에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 청소며 울력이 착착 진행된다. ●공양에 드는 쌀만 매일 한 가마 저녁 공양을 마친 스님들이 금당과 요사채에서 엄숙한 회의를 갖는다.동안거 한 철 맡을 소임과 수행시간표를 짜기 위한 모임이다.옛날과 달리 스님들의 소임도 각양각색.‘종두’라고 불리는 1학년에겐 설거지며 허드렛일이 맡겨지고 2학년 ‘원두’에겐 채소가꾸기,3학년 ‘미화’에겐 부엌살림이,4학년 ‘화엄’에겐 절 살림을 총괄하는 일이 주어진다. ‘추승구족’.가을 스님은 다리가 아홉이라고 한다.가뜩이나 가을철엔 할 일들이 많은데 동안거의 수행정진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그래도 이들의 동안거 준비는 어김없이 마무리됐다.저녁 입선까지 모두 마친 밤9시,산사는 비구니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던 한낮과는 달리 쥐죽은듯 고요하기만 하다.동안거가 공식 시작하는 입제까지는 12시간.그러나 환하게 불을 밝힌 금당이며 인근 문수선원에서 스님들은 너 나 없이 화두를 잡고 참선에 들었다. 글 사진 운문사 김성호기자 kimus@ ■천년고찰 운문사는 조계종 제9교구 본사인 동화사의 말사.신라 진흥왕대인 557년 한 신승(神僧)이 3년간 수도끝에 큰 깨달음을 얻은 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600년 원광국사가 중창해 귀산,추항 등 두 화랑에게 세속오계를 전수했으며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1955년 금광 스님이 비구니 초대주지로 부임한 뒤 비구니 전문강원이 개설됐고 현 회주 명성 스님이 주지로 취임하면서 도량의 면모를 크게 바꾸었다.운문승가학원이 1987년 4년제 운문승가대학으로 개칭,지금까지 2000여명의 비구니를 배출했으며 현재 270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경학을 연구하고 정진하는 국내 최대의 비구니 교육기관이자 수행도량이다.
  • 대한매일 제정 제23회 농어촌청소년대상/ 공로상

    ●농업부문 곽영호씨 경북 청도 출신의 부농이다.4H 활동을 통해 농촌발전에 이바지했다.그는 1986년 경북 경산시에서 남들이 기피하는 4H 활동을 자원한 뒤 17년 동안 청소년 교육에 앞장섰다.90년부터는 147개 중·고교에 4H를 조직해 과제활동 지원을 300여회나 했다.700여명에게 1억원 상당의 장학금도 후원했다. 특히 해마다 4H 회원 20∼30여명을 일본,유럽 등에 자비로 연수를 시켜 선진농업과 비교체험 할 수 있도록 알선했다.지난 97년엔 1150여평 규모의 농업인회관 건립을 주도했다. ●수산부문 이군승씨 1982년부터 흑산도에 거주하며 어류양식장을 개발해 12곳,120㏊의 전국 최대 볼락 양식단지를 조성했다.양식종묘를 해상가두리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이웃들에게 배포,가구당 5000만원씩 연간 60억원의 경영비를 절감했다.비단가리비 양식장을 개발,5억원의 외화 절감효과를 거뒀다. 특히 이씨는 KBS 사회교육방송과 연계해 흑산도 총각과 중국동포 처녀 5쌍의 국제결혼을 성사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형편이 어려운 어업인 3명의합동결혼식도 주선했다.
  • “부처 가판신문 국감중 구독” 이병완 ‘왜곡된 보고’

    ‘대통령의 열린 귀’ 역할을 해야 할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이 각 부처의 신문 가판구독 실태에 대해 잘못된 보고를 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수석은 3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부 부처가 가판을 본다.’는 한 일간지 보도와 관련,노 대통령에게 “일부 부처에서 국정감사 당시에 본 적이 있다.”고 보고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그러나 그의 보고는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예로 총리실은 국정감사 기간 전에도 가판을 보고 있었다는 기자들의 증언이 끊이지 않는다.국정감사 기간에는 삼청동 총리공관에서도 가판을 구독했다고 한다.경찰청도 청사 내부에서는 가판을 보지 않지만,별도의 장소에서 가판을 구독한 뒤 스크랩까지 만들어 온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때문에 이 수석이 노 대통령에게 ‘국정감사 당시’로 일부 기관의 가판 구독시점을 한정한 것은 각 부처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거나,아니면 정보를 왜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부터 “언론과 당당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주문,참여정부가 출범한 뒤로 청와대를 비롯한 각 부처는 “신문 가판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판을 보고 불리한 기사에 미리 대응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세웠다.그러나 일부 부처는 민감한 기사에 대해 언론사로 직접 전화,협조를 요청하는 등 ‘눈가리고 아웅식의 가판 대응’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문소영기자
  • 한나라 “영남텃밭 안심 못해”/10·30 재보선 무소속 강세에 당혹

    자민련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열린우리당도 한껏 어깨가 올라갔다.반면 한나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민주당은 침통에 잠겼다.10·30재·보선 성적표를 받아든 4당의 표정이다. 기초단체장 4곳 중 충북 증평 1곳만 승리하고 아성인 경남 통영을 무소속 후보에 내준 한나라당은 아연 긴장한 모습이다.“SK비자금사건에 따른 민심이반이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권철현 부산시지부장은 31일 “PK(부산·경남)지역도 이제 한나라당 간판만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라고 평했다.두차례나 거푸 무소속후보가 당선되자 지역구 의원인 김동욱 의원은 “(내년 총선 출마를)좀더 두고 봐야겠다.”며 곤혹스러워했다.한나라당은 다만 진의장 당선자가 당초 한나라당 입후보를 희망했었던데다 당선 직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또 대구 수성구 시의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를 이기자 대구·경북(PK) 민심도 변화조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열린우리당은 광주 기초의원선거에서 민주당 지원 후보를 제치고 2명이 당선되자 “호남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기뻐했다.박양수 의원은 “최근 광주 여론조사 결과,노무현 대통령 재신임 의견이 78%,현역의원 물갈이 의견이 58%나 됐다.”며 “이런 표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장전형 부대변인은 “공교롭게 ‘우리당’ 내천자들의 기호가 모두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기호였던 ‘2번’(나번)이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주장했다.유종필 대변인은 “민주당 분당과 신당 창당이 결국 신지역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리의 경고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권 3개 단체장 중 충남 계룡과 충북 음성에서 승리한 자민련은 오랜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모습이다.정당지지율이 2%대로 추락하면서 내년 총선을 걱정해야 했던 상황에서 기사회생의 전기를 잡았다는 판단이다.김종필 총재는 이날 밝은 얼굴로 당사에 나와 “충청인들의 민심을 잘 읽어 앞으로 충청도민을 대변하자.”고 당직자들을 격려했다. 진경호기자 jade@
  • 광역·기초의원 당선자 명단

    ●광역의원▲대구 수성구 제4선거구=정기조(42·무소속)▲인천 중구 제2선거구=노경수(53·민주당)▲인천 동구 제2선거구=최석환(55·한나라당)▲인천 연수구 제1선거구=이성옥(37·여·한나라당)▲충북 음성군 제2선거구=이필용(41·한나라당)▲전북 무주군 제2선거구=송병섭(50·무소속)▲경북 울진군 제1선거구=임원식(48·한나라당)▲경남 하동군 제2선거구=박영일(48·한나라당)▲제주 서귀포시 제3선거구=김용하(51·한나라당) ●기초의원(서울)▲종로 창신3동=서순보▲마포구 동교동=전완수▲금천구 독산1동=장창식▲관악구 남현동=이일영▲강남구 삼성2동=김치열▲강남구 대치1동=박남순(부산)▲동래구 명장1동=홍표한▲남구 용호4동=김동환▲금정구 장전2동·금정동=김연호▲연제구 연산2동=김충사▲사상구 감전2동=백승택(대구)▲동구 불로봉무동=윤영혁(광주)▲서구 화정4동=임명재▲북구 오치2동=신운식(대전)▲중구 유천2동=김두환(울산)▲울주군 온양읍=이순걸▲울주군 범서읍1=최인식(경기)▲수원 팔달·남향=권오규▲부천 범박·괴안=강일원▲부천 역곡3동=윤병권▲화성 태안읍2=조주병▲이천 설성면=정인혁▲포천시 일동면=최병덕▲포천시 관인면=김종용▲가평군 외서면=홍태석(강원)▲원주시 중앙·학성=박호빈▲원주시 태장2동=권영익▲횡성군 강림면=정해준(충북)▲단양군 어상천면=허수일▲증평군 증평읍=박인석 김선탁 김재룡 홍성열 ▲증평군 도안면=연규송(충남)▲계룡시 도마면=이우재 이정기 이지응 김정순▲계룡시 남선면=이기원 정형식▲계룡시 금암동=강흥식(전북)▲익산시 평화동=이영수▲정읍시 장명·시기=이홍로▲남원시 주천면=노경환▲김제시 청하면=안길보▲김제시 황산면=박봉규(전남)▲여수시 소라면=박평근▲여수시 여천동=오병선▲고흥군 봉래면=고철웅▲고흥군 동강면=송재효▲보성군 조성면=이국성▲신안군 임자면=주장배(경북)▲김천시 아포읍=최원호▲청도군 금천면=이병태▲군위군 효령면=정백찬▲칠곡군 왜관읍2=신민식▲청송군 부남면=고두종▲청송군 현동면=남종식(경남)▲마산시 문화동=김용구▲마산시 봉암동=유구림▲진주시 사봉면=유계현▲고성군 마암면=정임식▲거제시 하청면=신점상▲창녕군 이방면=강춘태▲양산시 상북면=정병문
  • 대전 미분양아파트 123채 100만원씩 가계약/ 한채당 1000만원 받고 되팔아

    최근 행정수도 이전 계획으로 아파트 값이 급등한 대전 지역에서 부동산업자가 미분양 아파트를 일괄 매입한 뒤 웃돈을 붙여 팔아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내사를 벌이고 있다. 31일 대전지검에 따르면 한 부동산업자가 올해 초 대전 서구의 모 아파트 123채를 1채당 100만원 정도에 싹쓸이 가계약한 뒤 1000여만원의 웃돈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검찰이 내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선착순으로 분양해야 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가계약이라는 편법을 동원해 특정인에게 무더기로 넘긴 것은 주택 공급 질서 교란 행위에 해당된다.”고 지적하고 “아파트업체와 부동산업자를 가중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지방경찰청도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히는 충남 공주시 장기면의 임야 1만여필지를 평당 1만원대에 매입한 뒤 이를 여러 필지로 분할해 평당 3만원에서 최고 80만원까지 받고 되파는 수법으로 180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올린 업자를 적발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전 연합
  • 각국 이라크파병 철회 잇따라

    이라크에서 잇따라 테러공격이 터지면서 치안부재 현상이 심화되자 그동안 이라크 파명을 검토해온 국가들이 파병방침을 철회하고 있다.한국 등 일부 국가들은 최종 결심을 미루고 있으며,태국 상원은 이미 파견된 자국 부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나섰다. USA투데이는 28일(현지시간) 그간 미국으로부터 이라크 파병 압력을 받아온 방글라데시와 포르투갈이 이라크에서 최근 유혈테러가 빈발함에 따라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함께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약속한 한국이 면밀한 검토를 위해 최종 결심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고위 외교 관리는 최근 수일새 이라크에서 동시 다발 테러가 발생하는 등 유혈 폭력사태가 계속됨에 따라 병력 파견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리는 자국내 파병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이라크의 요청도 없는 상태에서 이슬람 국가인 이라크에 방글라데시의 이슬람교도 병사들을 파견하는 데 대해 많은 정치인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120명의 경찰병력을 이라크에 파견해 놓고 있는 포르투갈은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면 제한된 수의 병력을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이라크에서 테러공격이 빈발하자 파병불가 쪽으로 선회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현재 터키가 1만명 규모의 병력파견에 동의했으나 쿠르드족의 파병 반대와 미 국방부와 파병 시점과 파병 대상지를 놓고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터키는 미국이 쿠르드족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 보장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병력을 파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신문은 한국과 방글라데시가 각각 5000명의 병력 파견을 검토해 왔다고 보도했다. 한편 태국 상원과 야당은 28일 이라크에 주둔한 태국군 장병 443명이 희생될 수 있다며 즉각적인 전면 철수를 탁신 치나왓 총리에게 요구했다고 태국 신문들이 29일 보도했다.앞서 인도와 파키스탄 역시 미국의 강력한 압력에도 불구,대규모 병력 파견 요청을 거부했다. 김균미기자 외신 kmkim@
  • 중기 대금 못갚아… 소액 요금 못내…‘IMF형 소송’ 사상최대

    서울 마포구 창전동 다가구 주택에 사는 세입자 김모(45)씨는 전세보증금 7000만원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계약이 만료됐지만 집주인은 새로운 세입자를 찾지 못했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김씨는 ‘보증금 반환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내 승소했다.집주인이 그래도 보증금을 주지 않으면 김씨는 가압류를 신청할 계획이다. ●경기침체…소액사건 20% 늘어 경기침체로 법원에 소액사건·가압류·가처분 사건이 쏟아지고 있다.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소액사건 수는 8월말 현재 81만 501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에 가까운 13만건 정도 늘어났다.이런 추세라면 올해 사상 처음으로 100만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서 카드회사 등 금융기관이 대여금 청구소송을 무더기로 접수하고 있는 탓이다.또 물품·광고대금을 갚지 못한 중소기업도 많고,젊은 층에선 인터넷 정보이용대금을 내지 못해 법정에 서는 경우도 허다하다.IMF 외환위기 때인 98년에는 1년 동안 69만 6000여건,99년에는 62만 8000여건이었다. 대학생 권모(22)씨는 지난 6월 집으로 날아온 소장을 받고 깜짝 놀랐다.온라인게임 등 유료 통신서비스를 사용한 뒤 인터넷 정보이용대금 120여만원을 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전화요금과 합산 청구되기 때문에 집전화도 끊겼다.권씨가 연체금을 갚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자 인터넷 업체가 소송을 낸 것이다.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금융기관은 물론 인터넷 업체들도 최근 채무자들을 압박,빌린 돈을 받아내기 위해 소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가압류·가처분 164만건… 작년 2배 개인간의 재산 관련 분쟁도 크게 늘었다.가압류·가처분 등 보전처분 신청건수는 올해 164만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이는 지난해 88만 6000여건의 2배에 해당하며 IMF 때인 지난 98년 158만 3000여건보다 오히려 늘어난 수치다. 특히 가압류 신청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지난해 8월 말까지 48만 6111건이었는데 올해는 81만 3974건으로 67%나 늘었다.서울지법 신청사건 담당판사는 “지난해부터 누적된 경기불황이 올해 소송·보전처분 급증으로 이어지고있다.”고 말했다. ●심리강화 등 대책마련 고심 법원은 가압류·가처분 신청을 줄이고 소송남용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전국 법원 신청담당 판사 30여명은 지난달 22일 대법원에서 회의를 갖고 가압류 등 보전처분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채무자 압박용’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심문제도 등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부산지법은 이달부터 보전처분에 앞서 가압류 진술서를 신청서와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또 금융기관에 대해 무담보제도를 폐지,개인과 마찬가지로 담보제공을 의무화할 방침이다.가압류 등에 대한 이의신청도 본안 재판부로 이송하지 않고,가능한 한 신청 재판부에 배당,신속하게 심리하기로 했다. 본안소송 판결 때까지 이의소송이 지연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다.이기중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는 “보전처분을 강화하면 보전처분 인용률은 낮아지고,사후구제는 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십이동파도 고려청자’가 던지는 의문점들/ 어디서 어디로 운반했나 서해서 최상급 인양안돼

    전북 군산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고려청자 운반선은 알려지지 않은 고려시대 역사의 상당 부분을 밝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도자사와 상업사,선박사 등에 걸쳐 두루 의문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십이동파도 침몰선은 그러나 당장은 더 많은 의문을 학계에 던지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발굴조사를 벌이고 있는 십이동파도 침몰선에는 최소한 1만점 이상의 청자가 실려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러나 수량은 엄청날지 모르지만 대부분 중·하급품인 이 그릇 자체에 미술적 가치를 크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학계는 말한다.지난해 비안도 앞바다에서 어부가 인양한 청자는 평가액이 한 점에 평균 25만 8000원 정도였다.십이동파도 청자도 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십이동파도 침몰선은 고려 청자의 생산 및 공급체계를 밝히는데 상당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그 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이 배가 어디에서 청자를 실어,어디로 가고 있었는지부터가 미술사학자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윤용이 명지대 교수는 “왕실 청자를 생산하던 강진이 아니라,전남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 가마터에서 만들어 개경으로 운반하는 과정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김영원 국립제주박물관장은 “당시에는 해로를 통한 수요공급이 원활했다.”면서 “이 청자가 전라도에서 만들어졌다면 수요처는 충청도 지역 호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종의 ‘도자기 도매상’이 배로 여러 곳을 돌며 물건을 한데 모아 수요처를 찾아갔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구일회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도자기를 조창에 모아 한데 올려보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다. 포개놓은 대접 사이를 지푸라기와 갈대로 채우는 포장방법이 밝혀진 것도 주목할만하다.그러나 최상급 왕실용 청자도 이렇듯 거칠게 포장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신안유물선의 송·원대 도자기는 나무상자로 포장됐다.지금까지 최상급 청자가 서해에서 인양된 적이 전혀 없다는 것도 관심거리다.신안 해저발굴 이후 도자기가 그물에 걸려 나왔다고 신고된 지역은 서·남해안에서 모두 200곳이 넘는다. 지금으로서는 ‘선박의 크기’의 문제로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일종의 관요(官窯)의 성격을 가진 강진 등의 가마에서 개경으로 최상급 청자를 운송하던 배는 왕실에 소속된 대형선박이었을 가능성이 크다.자연히 거친 풍랑에도 중·하급 도자기를 취급하는 소형 장삿배 보다는 사고를 당할 가능성이 훨씬 낮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십이동파도 침몰선은 길이 10m,폭 3∼4m 정도의 작은 배다.1984년 발굴되어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복원되어 있는 길이 10m,폭 3.5m의 10t급 완도유물선과 거의 같은 크기다.반면 최상급 도자기 무역선인 신안선은 길이 34m,폭 11m에 적재중량이 200t에 이른다. 학계는 십이동파도 침몰선에서 ‘의문을 밝혀줄 그 무엇’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를 걸고 내년까지 이어질 발굴작업을 주시하고 있다. 결국 십이동파도 침몰선이 ‘보물선’인 것은 고려 청자가 가득 실려 있기 때문이 아니라,고려시대 선인들의 삶을 재구성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서동철기자 dcsuh@
  • [먹고 사는 이야기] 사과 하루에 한개씩

    인류 역사에서 사과 만큼 자주 등장하는 과일도 없다.성서에 나오는 ‘아담의 선악과’,고대 도시국가 트로이를 멸망으로 몰아넣은 ‘파리스의 사과’,14세기 약소국의 독립운동에 불을 지핀 스위스의 명사냥꾼 ‘빌헬름의 사과’,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해 준 ‘뉴턴의 사과’….사과는 인류 역사의 변곡점을 이루는 물건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인류와 친숙한 사과의 계절이 돌아왔다.사과 집산지인 경북과 충청도 일대에서는 지금 능금미인 뽑기,사과 빨리 깎기,사과 탑 쌓기 등의 이벤트로 사과의 계절을 즐기고 있다.태풍 ‘매미’로 인해 작황이 예년보다 못하다고는 하지만 산비탈 과수원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는 바라만 보아도 사람의 마음을 넉넉하게 해준다. 사과는 장미과에 속하는 온대성 과일로 분류된다.말레이시아나 태국 같은 열대지방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나 수분과 당분이 적고 조직이 단단해 맛이 떨어진다.우리나라와 같이 일조량과 기온차가 적당한 지역에서 자란 것이 수분도 많고 당도와 신맛이 조화를 이뤄 사과 본래의 맛을낸다. 사과는 85% 정도가 수분이고,당질이 일부 들어있다.단백질이나 지방의 함량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적다.사과 한 개의 열량은 약 82㎉에 달하나 당질의 혈당지수는 35 정도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식이 섬유소도 적당히 들어있고 항산화 기능성 물질 ‘퀘르세틴’을 함유하고 있어 뇌졸중이나 동맥경화증 같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사과가 몸에 좋다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결과가 입증하고 있다.핀란드 국립보건원이 9208명의 핀란드인을 대상으로 28년간 추적조사한 결과,사과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혈전성 뇌졸중 발생률이 60% 정도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사과뿐만 아니라 사과주스도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동맥경화증의 위험도를 낮춰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과는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실제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의 올리베라 박사 연구팀은 식이섬유소·칼로리 등의 함량이 비슷한 사과와 귀리과자를 비만환자에게 먹여 체중감소 효과를 측정한 결과 사과가 더 효과적이었다며,사과의 다이어트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주었다. ‘아침에 사과’라는 말이 있듯이 사과는 아침에 먹는 것이 특히 좋다.사과에 들어있는 포도당과 과당은 아침 나절의 에너지원으로는 아주 적격이지만,활동량이 적은 저녁시간에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체지방 합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사과는 그냥 깎아서 날로 먹어도 좋지만 오븐에 살짝 구워 먹는 것도 일품이다.계핏가루를 살짝 뿌리면 향이 은은해져 더욱 좋다. ‘하루에 사과 한 알이면 의사가 필요없다.’고 했다.사과 한 입 베어물고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다짐한 스피노자를 생각해 보는 것도 이 가을에 몸과 마음을 살찌우는 방법일 터이다. 임경숙 수원대 교수 식품영양학과
  • 등대지기 하려면 고독과 친구돼야/소청도 등대원 김종환씨

    ‘외로운 사람이 등대를 찾는다.’라는 시구가 있다.그럼 등대지기는 어떨까. “등대는 낭만과는 거리가 먼 일터이자 삶의 현장일 뿐입니다.” 우리나라 최북단 등대인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등대(항로표지관리소)의 등대원 김종환(金宗煥·46·기능 7등급)씨.그는 등대와 낭만을 결부시키는 것을 경계했다.낭만을 좇아 등대원이 된 사람은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씨의 매형 이성배(55)씨도 등대원이다.현재 소청등대 소장이다.처남 매부가 팔미도·선미도에 이어 세번째 좁디좁은 공간에서 같이 근무하고 있는 것이다.옹진 관내 유인 등대가 4개에 불과하고 순환근무 주기가 2∼3년이기 때문에 등대원을 그만두지 않는 한 돌고돌아 다시 만나기 마련이다. 그런 김씨도 등대원이 된 데에는 어느 정도 감성이 작용한 것 같다고 했다.아니 숙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그는 지난 1982년 매형이 등대원으로 있는 소청도를 찾았다.경관이 뛰어나다는 소청 등대와의 첫 만남이었다.그는 이씨에게 등대원이 되는 방법을 물었고,만류하던이씨도 마침내 길잡이가 돼 줬다.87년 인천지방해운수산청에서 실시하는 공채를 거쳐 등대원이 됐다.김씨는 팔미도·소청도·선미도·부도 등대를 거쳐 지난 7월1일 소청등대에 다시 부임했다.91,97년에 이어 세번째다.그는 고독한 것은 사실이지만 고독에 ‘중독’되면 고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뎌진다고 한다. 등대원은 등대 옆 관사에서 생활한다.자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관사에서 함께 기거하기도 하지만 취학 연령이 되면 섬을 떠난다.가족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한번꼴인 휴가 때뿐이다.“한번은 휴가차 인천에 갔다가 푹풍 때문에 20일간 발이 묶였는데 그 고독한 등대가 너무 그리워 연안부두로 나가 바다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래도 등대에서 유일한 낙은 사람보는 것이다.일과 후 문득 사람이 그리워지면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과 어울린다.200여가구가 사는 소청도에서 김씨는 공무원이 아닌 이웃이다. 등대원들에게는 특이한 습관이 있다.같은 관사에 기거하지만 식사를 같이하지 않는다.이씨 역시 동료 등대원과 형제 이상으로친하게 지내지만 밥상만큼은 따로 차린다.한 집에 사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밥을 따로 차려 먹는 ‘제주도식’이다.이씨는 “좁은 곳에서 같이 생활하는 독신끼리 너무 각박하지 않으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업무의 연속성과 서로 다른 식성 등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등대의 업무는 생각과는 달리 적지 않다.언뜻 보기에는 등댓불만 켜면 되는 것 같지만 일이 많다.축전지와 발전기 등 동력기관을 늘 점검해야 하고 구름·풍향·풍속·파고 등 기상상황을 하루에 다섯번씩 체크해 인천기상대와 인천항운항관리실에 통보한다.이 때문에 현대의 등대는 ‘디지털’ 등대다.컴퓨터는 물론 파고측정기,기상측정기,위성항법장치 등의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씨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인다.그러나 자식들이 등대원이 되겠다면 말리겠다고 한다. 그는 “평생 고독 속에 지내는 일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소청도 글·사진 김학준기자 kim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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