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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다시 전진할 힘 찾자”… 60대 “똑똑히 지켜보겠다”

    20대 “다시 전진할 힘 찾자”… 60대 “똑똑히 지켜보겠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당선 예측 1위는 문재인 후보(41.4%)로 나타났습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일인 9일 오후 8시 투표 종료와 동시에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에 서울역에 모여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며 박수를 쳤고 일부는 탄식을 내뱉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직장인 조재형(25)씨는 “문 후보의 당선으로 우리나라가 다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으면 한다”며 “공약들을 충실히 이행해서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허모(62)씨는 “보수 세력이 분열하는 바람에 선거에서 졌다. 제대로 하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시민들도 문 후보의 당선을 기뻐했다.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 설치된 대형 LED 화면에 문 후보의 감사 인사가 나오자 300여명의 시민들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강민준(21)씨는 “무엇보다 청년 취업 문제가 꼭 해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의 술집에서 만난 직장인 신문경(38·여)씨는 “대선 결과에 축배를 들러 왔다”며 “편 가르기보다 사회를 통합하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말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한 친박(친박근혜) 단체들이 조성한 서울광장 천막은 적막이 흘렀다. 10여명에 불과한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스마트폰만 쳐다봤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김초원 단원고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48)씨는 “문 당선인이 딸의 순직 인정을 공약했었는데 당장은 어려워도 꼭 실천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세월호 침몰 당시 제자들을 구하려다 희생됐지만, 기간제 교사여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다. 교육·인권·노동계도 문 당선자에 대한 기대감과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지난 정부에서 국정교과서를 비롯한 교육 문제가 정치 다툼의 희생양이 됐다”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교육 문제가 정치 공학이 아닌 진정한 교육의 관점에서 다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는 청년 세대가 겪는 주거, 교육 등의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문 당선인은 청년을 독립적인 사회보장정책의 대상으로 삼아 적극적인 복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단체들은 문 당선인이 성소수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좀 더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부탁했다. 문 후보는 앞서 동성애 반대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의 나라 사무국장은 “문 당선자가 선거 기간 성소수자 인권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가 다른 시민들이 누리는 권리를 평등하게 누리는 과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새 정부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 강도 높은 혁신을 당선인에게 주문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이번 대선은 ‘통합과 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의 결과인 만큼 촛불과 태극기로 갈라진 사회를 봉합하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새 정부의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4차 산업혁명을 비롯한 급격한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개혁과 노동개혁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대기업에 치우친 성장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혁신을 통한 성장, 일자리 중심의 성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공정, 혁신, 통합의 가치로 경제사회 분위기를 일신해 창의와 의욕이 넘치는 ‘역동적인 경제의 장’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한무역협회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는 믿음하에 정부 역할의 기본을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하게 하고, 기업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데스크 시각] 나와 당신의 가치를 지켜줄, 오늘/최여경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나와 당신의 가치를 지켜줄, 오늘/최여경 사회부 차장

    9년하고도 5개월 전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아마 우리는 몇 가지 단어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녹조라테, 큰빗이끼벌레, 불도저정부, 명박산성, 종일편파방송?. 아마도 도심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한 용산참사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중고생 1만명이 두 달 동안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야 했던 촛불집회를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소통하는 대한민국’을 외친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불통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집권 첫해 치열하게 독재정권과 싸우며 민주주의를 외쳤던 6·10민주항쟁 기념일에 청와대 주변과 광화문광장에 컨테이너 박스로 ‘명박산성’을 쌓았다.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혈세 22조원을 쏟아부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여름마다 금강 공주보와 백제보에선 지독한 녹조를 겪고, 환경유해 생물이 심각하게 증가했다. 그때 선택이 달랐다면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과 상하이임시정부 정통성 부정, 4·19혁명 폄하 등 역사 왜곡을 시도하려는 세력도 등장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공정 보도와 거리가 먼 ‘종일편파방송’이라는 말도 존재하지 않고, 워치독(감시견)이 아닌 랩독(애완견),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얻는 언론을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 4년하고도 5개월 전,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난겨울을 어떻게 보냈을까. 주말마다 차디찬 바닥에서 촛불을 쬐는 대신 따뜻한 실내에서 가족, 친구를 만나면서 가는 한 해를 아쉬워하지 않았을까. 대통령 집권 이듬해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슬픔에 빠질 일은 피할 수 있었을까. 참사를 피할 수 없었다 치자. 적어도 304명의 희생을 두고 “지겹다”거나 “그만하라”고 매몰차게 입을 막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먹는 파렴치한 행태를 볼 일은 없지 않았을까.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확산으로 ‘감염자 186명, 사망 38명’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조류인플루엔자(AI) 발발 석 달 만에 닭과 오리 3300만 마리를 살처분하고 피해 수습에 수천억원을 쓰는 허망한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까. 역대 최고의 1분기 15~29세 청년실업률(10.8%), 1433조원 국가부채와 1344조원 가계빚,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인 노인빈곤율(63.3%)과 자살률(10만명당 25.8명)이 조금은 떨어졌을까. 전 정권에서 호시탐탐 역사왜곡 기회를 찾던 세력들이 국정 역사 교과서 발간을 시도할 수도, 피해자들이 생생 증언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일 간 밀실합의로 처리할 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국민 합의는커녕 국민 설명도 하지 않은 채 경북 상주에 자리잡을 수도 없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40년 지기 평범한 주부’에게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넘기는 미증유의 국정 농단을 맞닥뜨리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역사는 ‘만약에’라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과거를 바꾸면 현재의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 ‘시간여행의 역설’은 상상일 뿐이다. 그래도 자꾸 ‘만약에’를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아쉬울 때,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와 민주주의 진일보 아니던가. 그래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선택할 수 있는 오늘이 더없이 의미 있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인 나라, 내 능력이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든든한 나라, 노동이 당당한 나라, 변질되지 않은 자유가 보장된 나라, 무엇이든 좋다. 나서자. 오늘 우리가 가야 할 곳으로 가자.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와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cyk@seoul.co.kr
  • 문재인 “어버이날 법정공휴일로 지정, 효도하는 정부 만들 것”

    문재인 “어버이날 법정공휴일로 지정, 효도하는 정부 만들 것”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7일 “5월 8일 어버이날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문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해마다 많은 국민이 5월 가정의달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어버이날을 꼽지만, 쉬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어버이날은 죄송한 날이 되고 있다”며 이같은 공약을 밝혔다. 문 후보는 “자식이 부모에게, 청년이 어른에게,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워내는 5월 8일을 만들겠다. 모든 어른을 우리 모두의 어머니, 아버지라 생각하고 ‘효도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2020년까지는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차등 없이 25만원을 드리고, 2021년부터는 30만원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어르신 일자리를 5만개 늘리겠다. 치매치료비의 90%를 국가가 보장하겠다. 틀니와 임플란트 본인 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일이나 보청기 건강보험 적용 확대도 조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저는 피난민의 아들로, 어머니는 제가 갓난아기일 때부터 저를 업고 다니며 달걀을 머리에 이고 팔러 다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있는 힘껏 자식을 길러낸 우리 부모들의 삶이 모두 고단하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식을 위한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오다 어느새 인생의 황혼을 맞이한 부모님들,수많은 고난을 이겨낸 부모님들, 우리는 그런 분들을 어른이라 부른다. 새로운 대한민국이 어른 한분 한분을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문 후보는 “늙음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효(孝)는 모두의 미래에 대한 든든한 약속이다. 효의 가치로 나라의 근간을 굳건히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일제에 희생된 조선인 가미카제, 그 눈물의 아리랑

    [그 책속 이미지] 일제에 희생된 조선인 가미카제, 그 눈물의 아리랑

    불편한 진실에 맞서 길 위에 서다/홍성담 지음/나비의활주로/308쪽/1만 6800원박근혜 전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이 가고시마 치란을 찾았을 때다. 그는 일본이 ‘평화박물관’으로 둔갑시킨 가미카제 특공 박물관을 들렀다. 일본 제국주의의 향수에 취한 이들이 주로 찾는 그곳에서 화가는 아무도 찾지 않을 한 이름만을 좇았다. 교토약학전문대를 졸업한 조선인으로 1945년 5월 11일 가미카제로 출격해 오키나와 상공에서 산화한 탁경현.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다가 출격 전날 밤 부대 앞 식당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아리랑’을 불렀다는 청년의 넋이 화가에게 붓을 들게 했다. 시대의 폭력과 야만, 나라의 비운에 휩쓸려 공중으로 흩어진 청년의 비애가 짙은 보랏빛으로 흩뿌려졌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북핵 위기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는 문재인

    북핵 위기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는 문재인

    오는 15일 발매예정인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 아시아판의 커버스토리 인물로 선정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영문기사의 한글번역본이 나왔다. 타임은 5일 인터넷으로 공개한 기사에서 문 후보가 “북한 김정은 정권을 상대로 공격이 아닌 ‘신중한 포용(measured engagement)’ 태도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타임은 특히 문 후보를 ‘협상가’라고 표현, 북한의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 문 후보의 협상력을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음은 한국국방개혁연구소의 권영근 소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이 기사를 번역해 올린 내용이다. 1976년 8월 18일 이른 아침 2명의 미군 병사가 비무장지대에 있던 미루나무를 절단할 목적으로 출발했다.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지속되던 6.25 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인해 효과적으로 종료된 이후 대한민국 수도 서울과 공산 국가인 북한을 분리시키는 비좁은 비무장지대에 위치해 있던 이 나무가 유엔군과 북한군 경계초소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유엔군과 북한군 측은 이 나무의 절단에 동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미루나무 절단 작업을 중지시킬 목적으로 병사를 보냈다. 미군 대위 보니파스(Arthur Bonifas)와 바렛(Mark Barrett) 중위가 북한군의 저지에 저항했다. 그러자 북한군은 곧바로 이들을 도끼로 살해했다. 유엔군사령관이던 스틸웰(Richard G. Stilwell) 대장은 유엔군의 결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로 이 나무의 완벽한 절단을 명령했다. 이 나무 절단을 지원할 목적으로 파견된 병사 가운데에는 문재인이란 이름의 나이 어린 한국군 병사가 있었다. 당시 긴장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며 문재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북한군이 당시의 미루나무 절단 작업을 방해했더라면 곧바로 전쟁이 발발했을 것입니다.” 재차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곧바로 문재인은 한반도 전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의 64세의 문재인은 부정부패 스캔들로 인한 박근혜 탄핵 때문에 있게 될 5월 9일 선거에서 분명히 말해 선두주자다. 대한민국은 아태지역에서 빈부격차가 최악이며, 청년 실업과 저성장을 포함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19대 대선은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는 김정은을 최상의 방식으로 다루기 위한 방식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4월 15일에 있었던 현란한 군사퍼레이드에서 김정은은 새로운 세대의 탄도미사일을 선 보였으며, 4월 29일 일련의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는 트럼프가 말한 미 해군 타격함대의 한반도 도착 예정 시점으로부터 불과 몇 시간 이전이었다. 중국 외무장관 왕이는 “한반도에서 항상 분쟁이 발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은 걸핏하면 화를 내는 독재자인 김정은과 지정학(地政學)의 초보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립하고 있는 등 깊어만 가는 위기를 물려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2012년 대선에서 근소한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 약간 진보적인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은 70년 분단 이후 남한과 북한을 보다 가깝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고 있다. “거의 5,000년 동안 남한과 북한은 동일 언어와 문화를 공유했던 한 민족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재차 통일되어야 합니다.”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월남한 가족의 아들인 문재인은 김정은 정권을 무력 침공이 아니고 적절한 형태의 포용정책을 통해 다루는 등 남북통일 문제와 관련하여 ‘자신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상태다. 현재의 반복되는 적대감정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장기간 동안 고통을 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보다 그러하다며 문재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나의 아버지는 공산주의가 싫어 남하했습니다. 나 또한 북한 공산체제를 혐오합니다. 그렇다고 국민을 억압하는 정권 아래 북한 주민들을 고통 받도록 방치해야 한다고 제가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은 6.25 전쟁의 흔적이 짙게 드려져 있던 시기에 출생했다. 그의 부모는 수천 명의 피난민들과 함께 1950년 12월 유엔군 보급선에 탑승한 상태에서 북한을 탈출했다. 문재인은 그 후 2년 뒤 거제도에서 출생했다. 전후 대한민국은 보다 풍성한 삶을 누렸던 북한과 달리 산업시설도 기름진 옥토도 갖고 있지 않았다. “가난이 나의 어린 시절을 지배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나의 친구들과 비교하여 나는 보다 독립심이 있었으며 보다 성숙했습니다.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인지했습니다.”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문재인이 성인이 되었을 당시 대한민국에 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수출 주도의 과학기술, 자동차 및 선박 붐으로 인해 1960년대 이후 한국경제가 고속 성장한 것이다. 1980년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문재인은 민주화 운동가로 명성을 얻었다. 저명 변호사 활동 이후 문재인은 노무현 행정부에 합류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오늘날 문재인이 주도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GDP를 기준으로 지구상 12번째 규모다. 반면에 북한은 소련 유형의 계획경제 아래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2천 5백만 인구의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통일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안게 될 것임을 문재인은 잘 알고 있다. 남북통일의 첫 단계가 남북 경제협력이 되어야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그는 인건비가 저렴한 북한에 남한 기업들이 접근하고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문화적 교류가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남북한 경제통합은 북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제공해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경제가 활기를 되찾게 될 것입니다.”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점진적인 남북통합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도전 이외에 생존 측면에서의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오늘날 비무장지대는 두 개의 불균형한 국가, 즉 고도 소비국가인 대한민국과 성장이 멈춘 병적인 북한이란 국가를 분리하는 지역인 것만은 아니다. 지구상 어느 국가도 그처럼 인접해 있으면서 그처럼 차이가 나는 국가는 없다. 지구상 어디에도 김정은과 같은 불량 독재자, 중무장한 상태에서 대립을 일삼고 있는 독재자가 통치하는 국가는 없다. 대한민국의 모든 지도자가 변함없이 직면하게 될 주요 도전은 김정은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것일 것이다. 남북한 관계는 단순히 나쁜 것이 아니다. 오늘날 남한과 북한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있다. 남한과 북한 간의 마지막 정상회담은 10년 전에 있었다. 2013년 이후에는 비무장지대에서 공식적인 대화조차 없었다. 그런데 북한 측과 대화를 원했던 2013년 당시 유엔군은 비무장지대 사이로 메가폰을 이용하여 의사를 전달했다. 문재인 입장에서 이는 수용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김정은이 비합리적인 지도자인 경우에서조차 우리는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김정은과 대화해야 합니다.”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김정은이 ‘통제의 고삐’를 약화시키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몇몇 징후가 있다. 아직도 이단자들을 가혹하게 진압하지만 김정은은 시장이 자리잡도록 해주었으며, 국가의 배급체제를 허물었다. 평양에 새로운 건물이 지속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평양에 평판 TV와 가라오케 머신은 매우 흔하며 평양 시민들이 러시아워를 말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남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조차 했다. 이 같은 대화 측면에서 아직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북한 핵 문제다. 북한이 기댈 부분이 너무나 미약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김정은은 북한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문재인 입장에서 보면 북한 핵 프로그램 동결 또는 폐기와 같은 가시적인 결과가 보장된다면 남북대화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문재인은 이 같은 유형의 협상이 이전에 가동되는 모습을 목격한 바 있으며, 이들 협상이 재차 가동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노무현의 비서실장으로서 문재인은 2007년 당시 노무현과 김정일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그리고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된 6자회담을 지원한 바 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로 6자회담이 종료되었다. 문재인을 비평하는 사람들은 햇볕정책이란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에 흘러들어간 45억$로 인해 북한 핵무기 개발이 가속화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모든 핵무기 폐기, 북미 평화협정과 북미외교관계정상화를 망라하고 있던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문재인은 그 후 10년 동안의 고립 및 비난과 비교하여 햇볕정책이 보다 좋은 정책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핵 원자로의 냉각탑을 폭파하기조차 했습니다. 동일한 접근 방안이 아직도 가능합니다.”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의 핵무기 거래를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경멸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트럼프가 상대방에게 양보하지 않고자 하는 김정은 정권과 유사한 협정을 추구할 것으로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핵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작이었다는 점에 자신과 트럼프가 이미 동의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분명히 말해 색다른 접근 방안을 택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문재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 트럼프가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가 실용주의자라며 문재인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같은 의미에서 저는 우리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으며, 보다 잘 대화하고 보다 잘 협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5월 1일 트럼프는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면 영광일 것이라고 불룸버그 통신에 말한 바 있다. 오늘날 트럼프는 평양에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 및 은행에 조치를 취하라고 북한 무역의 90%를 감당하고 있는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습니다”고 트럼프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북중관계는 불신으로 점철되어 있다. 중국은 2017년 잔여기간 동안 북한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그 전례가 없는 유엔 제재에 서명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부분이 없지 않다. 예를 들면 매년 중국이 북한에 제공해주는 50만 톤의 원유를 차단한 결과 2003년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도 한계가 있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는 경우 북한 난민이 중국으로 대거 진입할 것임이 분명할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2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남북이 통일되는 경우 이들 미군이 한만국경에 주둔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김정은은 북한 붕괴를 초래할 정도로 중국이 자국을 압박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상대방 플레이어가 귀하의 카드를 볼 수 있는 포커 판에서 호들갑떠는 것과 동일합니다.”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의 한국학 책임자인 John Park은 말하고 있다. 미국이 군사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대항한 북한의 보복 가능성 외에도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는 경우 한미동맹에 금이 갈 것이며, 아태지역 국가들이 보다 중국과 가까워질 것이다. “미국의 북한 공격을 통해 득을 볼 국가는 어디인가?” 용산에 있는 트로이 대학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Daniel Pinkston은 말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 공격은 미친 짓입니다.” 이들 모두를 고려해보면 문재인의 대북 포용정책이 성공할 여지가 있다. 5월 9일 선거에서 문재인의 주요 경쟁자인 과학기술을 통해 억대 부자가 된 안철수는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나오도록 할 목적에서 보다 군사적인 접근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이 자국을 모욕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포함된다. 4월 29일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와 비교하여 21% 앞서고 있는 문재인은 사드에 대해 보다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는 사드의 한반도 전개 문제를 차기 행정부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과 안철수 모두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할 당시 대한민국이 소외되는 현상을 묵인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군사적 대립의 최초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는 북한과 동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보다 연로한 세대들은 문재인이 그처럼 열망하고 있는 통일을 원하고 있다. “나의 어머니는 어머니 가족 가운데 남한으로 내려온 유일한 분입니다. 어머니는 90살입니다. 어머니 여동생이 아직도 북한에 생존해 있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은 여동생을 재차 보는 것입니다.”고 문재인은 말하고 있다. 이는 남한과 북한에 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소원이다. 전쟁을 딛고서 평화가 우뚝 서기를 원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소원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재인, ‘국민 10대 공약’ 선정…1번은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제도’

    문재인, ‘국민 10대 공약’ 선정…1번은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 선대위는 5일 국민에게서 제안받은 정책 공약을 정리해 ‘국민이 만든 10대 공약’을 선정했다. 문 후보는 지난 3월 21일부터 휴대전화로 ‘내가 대통령이라면’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이날까지 12만 5000여 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선대위 전략본부팀은 15명의 모니터 요원을 투입해 접수된 문자 메시지를 정리해 문 후보에게 매일 보고했으며, 이 가운데 10대 공약을 선정했다. 10대 공약 가운데 1번은 ‘어린이 병원비 국가보장제도’가 선정됐다. 15세까지 아동·청소년의 입원진료비와 6살까지의 이른둥이 치료비를 국가가 책임지는 공약으로, 발표일이 어린이날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문 후보 측은 설명했다. 2번 공약으로는 아동보호정책 컨트롤타워 지정 및 아동학대 신속 대응체계 구축을 꼽았다. 3번 공약은 ‘교복 표준디자인제 도입’으로, 중고등학교 교복을 기성복화해 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상시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이다. 몰카 판매·소지 허가제 실시 및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헤어진 연인에 대한 복수심에서 사생활 영상을 유출하는 것)’ 처벌 강화가 4번 공약으로 선정됐고, 취업 및 인사평가 시 학력증명서 제출이나 학력기재를 금지토록 하는 학력차별 금지 공약이 5번 공약으로 선정됐다. 또 ▲ ICT 청년 창작자, 디지털 스토리텔러 육성 ▲ 사업화되지 못한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공공특허로 관리하는 ‘청년 특허은행’ 설립 ▲ 청년들의 월세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청년 도미텔(공공 연합 기숙사)’ 설립 ▲ 지하상가 공기 개선책 마련 등이 공약에 포함됐다. 특히 선대위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들의 순직이 인정되도록 입법을 통해 보장하는 방안도 10대 공약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선대위는 “이날 발표한 국민공약은 문 후보가 당선될 경우 기존에 발표한 공약들과 함께 새 정부에서 바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 “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흙수저들의 마지막 탈출구 공무원… “최소한의 삶 살고 싶어요”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김광균, ‘와사등’ 중에서) “노량진 거리를 걸으면 ‘와사등’이란 시가 생각나요” 강석진씨는 말했다. 이제 스무 살, 만으로는 열아홉이다. 그는 노량진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몇 분을 흘려보내는 것조차 아까워 책을 펼친다. 공무원 수험서다. 그는 원래 뮤지션을 꿈꿨다. 아직 세상에 내보내지 못한 자작곡이 여럿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에 참가한 적도 있다. 그러나 집안 사정 탓에 가수의 꿈은 일찍이 접었다. 그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공시생 대열에 합류한 까닭이다. 가능한 한 빨리 합격해서 경제적으로 자립해야만 한다. ● 노량진의 스톱워치는 쉬는 법이 없다 김유진(25·가명)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량진으로 왔다. 전공을 살려 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1년쯤 되니 회의감이 들었다. 몸을 많이 쓰는 일이라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40~50대가 되어도 계속할 자신이 없어 그만뒀다”고 말했다. 보건행정직을 지망하면 관련 자격증이 있는 김씨는 가산점이 붙는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지만, 다른 직렬인 교육행정을 준비 중이다. 학교는 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방학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언젠가 누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오늘을 희생한다. 문제집 옆에 놓인 스톱워치가 쉼 없이 돌아갔다.1.8%의 성공률.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대학내일20대연구소, 청년유니온과 조사한 결과,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1.8%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1~2명꼴이다. 지원자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데 비해 임용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러니 합격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는 것이다. 2016년 7·9급 국가공무원 지원자 수는 약 29만 명이었다. 같은 해 신규 대졸자 수 51만여 명의 절반 수준에 이른다. 이 중 합격자 수는 5천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8만여 명은 시험을 포기하거나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극소수만이 살아남는 구조다. ● “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청년들은 왜 이토록 어려운 시험에 매달리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는 것은 물론, 자기계발을 하거나 취미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있다. 3년 차 일반행정직 공무원 이미현씨(32)는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 졸업 후 온라인마케팅회사에서 4년간 경력을 쌓았다. 일이 제법 익숙해지자 주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업계 수명은 너무도 짧았다. 선배들은 마흔을 못 넘기고 치킨집을 열었다. 그것은 곧 이씨의 미래였다. 그날이 오기 전에 사표를 내고 노량진으로 발길을 돌렸다.“나라가 망할 일은 없잖아요” 공시생들끼리 하는 우스갯소리다. 기업의 존립도, 개인의 생존도 불안한 사회에서 공무원만큼은 나랏밥 먹으니 안전할 거란 뜻이다.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전공 교수는 공무원 시험 열풍에 대해 “사회 전반적인 일자리의 질이 낮아져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거니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40대 중반이면 은퇴하는 게 현실이다. 그에 비해 공직사회는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 교수는 “난민들이 복지제도가 잘 구축된 유럽으로 떠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라고 비유했다. 그러나 원하는 사회로 모두가 진입할 수는 없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만큼 값을 치러야 한다. 이주연(30·여·가명)씨와 김선욱(27·가명)씨는 연애를 포기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는 가까운 사이”라고 소개했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공부에는 방해가 된다는 것에 둘 다 동의했다. 같은 공무원 학원에 다니고, 쉬는 시간엔 도시락도 함께 먹지만 딱 거기까지 선을 긋는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만날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한 사람만 합격하거나 둘 다 불합격할 경우엔 관계가 불편해진다. 인간적인 삶의 모든 조건은 합격 이후로 미뤘다.노량진역 3번 출구 맥도날드는 이른바 공시생들의 ‘성지’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거나 스터디모임을 가진다. 노량진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찾기 힘들다. 주머니 가벼운 수험생에겐 커피 한잔도 사치인 셈이다. 그래서 1000원이면 충분한 패스트푸드점을 찾는다. 고정민(27)씨는 3월에 치렀던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남은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스터디그룹을 만들었다. 한상준(25)씨와 김근영(27)씨가 모집 글을 보고 맥도날드를 찾았다. “경찰공무원은 대규모 채용이라 그나마 사정이 낫죠” 한고비 넘긴 그들의 얼굴엔 안도감이 돌았다. 그 옆엔 뷔페식 고시식당이 하나 있다. 공시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이다. 한 끼 식사에 4500원이다. 다량의 식권을 구매하면 할인된다. 사장 이상규(48)씨는 단골이 합격해서 막걸리 한 병 사 올 때 가장 기쁘다고 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공시생 자체는 늘어도 노량진을 찾는 이들은 점점 줄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준비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고시원비가 평균 월 40만~50만 원이다. 과목당 15만~20만 원씩 하는 학원비도 부담이다. 요즘은 자구책으로 저렴한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는 추세다.● 공정한 경쟁의 마지막 탈출구 청년들은 이 모든 정신적, 경제적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흙수저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마지막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불공정한 사회 안에서 다른 대안이 없으므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것”이라며 “이에 시민 모두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분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점차 ‘안정추구형’으로 변해간다”면서 “과거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시대이기에 안정적인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생들에게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냐고 물으면 대부분 아니라고 답한다. 한때는 저마다의 꿈이 있었다. 다만 꿈꾸는 대로 이룰 수 없기에 세상과 타협할 뿐이다. 오찬호씨는 “공무원 시험만이 희망인 현 세태가 10년 뒤엔 과거 속 추억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택광 교수는 “기업문화가 ‘인간 중심’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안정된 일자리에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면 지금의 기현상은 사그라질 것이라고 봤다. 대안을 좇는 청년들을 탓하기보다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먼저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홍준표 유세 돕는 장기정 누구? “방망이 시위·일베 치맥파티”

    홍준표 유세 돕는 장기정 누구? “방망이 시위·일베 치맥파티”

    지난 2월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야구방망이로 협박 발언을 쏟아낸 장기정(40) 자유청년연합 대표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유세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1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홍 후보와 나란히 걷고 있는 장기정씨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속 모습은 홍 후보가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로 장씨는 홍 후보 캠프에서 유세지원본부 특별유세단 부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직접 자신의 SNS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이런 거 뿐”이라며 홍준표 후보 캠프로부터 받은 임명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장씨는 10여 년을 보수단체에서 활동해오며 지난 2014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투쟁을 폄훼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간베스트의 회원들을 초대해 ‘치맥 파티’를 주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지난 2월 27일 주옥순 엄마부대 봉사단 대표, 박찬성 반핵반김국민협의회 대표, 신혜식 신의 한수 대표 등과 함께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과격시위를 벌였다. 당시 장씨는 야구방망이를 들고 연단에 올라 “말로 하면 안 된다. 이XX들은 몽둥이 맛을 봐야 한다”며 협박성 발언을 쏟아냈고, 이날 집회로 박영수 특검의 부인이 혼절하기도 했다. 장씨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의 SNS에 “내가 잘못되더라도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말라, 인생은 원래 그런거다”라며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19대 대선과 철학 없는 정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19대 대선과 철학 없는 정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 공원인 야무나공원에는 평소 간디가 주장했던 7가지 악덕이 적혀 있다. 그 첫째가 ‘철학 없는 정치’요, 둘째가 ‘도덕 없는 경제’다. 나머지 다섯 가지 악덕은 ‘노동 없는 부(富)’,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그리고 ‘헌신 없는 종교’다. 하나같이 마음을 울리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지지율 40%를 넘나들며 자신도 대세임을 인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부터 생전 처음 보는 후보까지 다들 뭔가 할 말이 많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수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모두 보았지만 도대체 후보들이 내세우고 실천하려는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 그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 길이 없다. 북핵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후보 5명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설득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할 뿐 안보 위기를 해결할 구체적 비전이나 대안을 고민해 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예산 부족으로 아직 민간업자들의 동전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는 군을 비난하면서도 사병 월급은 대폭 인상하겠다고 약속한다.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면 병장 월급이 현행 20만원에서 80만원대에 이른다. 문제는 이렇게 군 장병에게 보편적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나 군 전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가를 선택하는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지만 경제주체 간 대립과 갈등을 조장할 뿐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파생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구체적 비전이나 대안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저 법인세 인상과 재벌개혁, 그리고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제민주화만을 강조할 뿐이다.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이전에 ‘도덕감정론’을 집필해 경제주체들의 도덕성을 강조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도덕성 회복이야말로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의 핵심이 돼야 함에도 이를 위한 실천적 대안은 없다.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해소라는 대증요법만을 제시할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으로서 공동체의 도덕성 회복에 기초한 나눔과 공생의 가치는 외면한다. 그뿐인가.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 왔지만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대학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악화돼 왔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교육 관폐가 이토록 심화된 것은 인격을 갖추게 해야 할 교육을 입시와 입신양명의 도구로만 보고 있는 학부모들의 잘못이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라의 교육철학 부재 때문이다. 복지나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약이라도 기본적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동의하고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자본주의의 지속적 발전과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원칙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들은 그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무엇이 유리한가만을 고민했을 뿐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한 자본주의, 복지 수혜자와 청년들의 도덕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가치와 철학이 없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해고한 것으로 해달라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어떤 분배 정책도 공정할 수 없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근본 문제는 철학 없는 정치와 도덕 없는 경제, 인격 없는 교육에 있다. 문재인이 집권하면 안철수가 집권하는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홍준표나 유승민, 심상정이 집권하면 대한민국의 모습은 진정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집권한 대한민국과 다를까. 그들이 과연 철학 있는 정치를 실현하고 도덕 있는 경제, 그리고 인격 있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가.
  • “팩트 체크 등 수준 높은 대선 후보 검증… 선택에 도움 줘”

    “팩트 체크 등 수준 높은 대선 후보 검증… 선택에 도움 줘”

    제94차 서울신문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박재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가 25일 서울신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박재영 위원장을 비롯해 김광태(온전한 커뮤니케이션 회장), 김영찬(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위원이 참석했다. 다음은 지난 1개월간 서울신문 보도에 대해 독자권익위에서 제기한 의견이다.-대선 보도에 있어서 흥미 위주의 경마식 보도보다 후보들의 철저한 검증에 무게를 둔 수준 높은 보도를 했다. 4월 13일자 1, 2, 3면을 할애한 ‘대선후보 공약 대해부’ 기사는 후보 간 외교·통일분야 공약의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줬다. 4월 20일자부터 시작된 ‘대선후보에게 바란다’ 기획 시리즈는 상대적 취약계층 관련 공약을 분석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현주소를 꼼꼼하게 따져본 기사였다. 4월 21일자로 보도된 팩트 체크 ‘TV토론서 쏟아진 후보들의 말말말…진위는’ 기사는 토론회 속 후보들의 말을 사실과 거짓으로 분류해 후보 선택에 많은 도움을 줬다. 대선 관련 핵심 이슈를 주권자의 시각에서 선별 제시하는 의제 설정 기능을 통해 미래지향적이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겠다. -대선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감정 싸움이 난무하는 가운데 재미있는 대선 기사들도 발굴해 시선을 모았다. 4월 15일자 ‘별명 안에 민심 있다’ 정치 뒷담화 기사는 제목대로 각 후보들의 별명에서 민심의 속뜻을 풀어내 해학과 풍자가 읽히는 감칠맛 나는 기사였다. 4월 22일자 ‘대선 후보 5인의 롤모델’ 정치 뒷담화 기사도 각 후보들의 롤모델을 통해 대권 철학을 엿볼 수 있어 아이디어가 좋은 기사였다. -한반도 위기와 관련된 보도에서 미·중 정상회담과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분석 보도는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개별적인 기사에서는 각종 이슈를 선점해 발빠른 처방책을 제시하는 순발력이 돋보였다. 4월 15일자 ‘탄도미사일 단계별 요격 체계, 사드만 알고 있나요?’ 기사는 최근 사드 문제에 관심 있어 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보기 좋게 제공했다.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 미수습자 가족들의 입장에서 가슴 저린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4월 1일자 ‘또다시 주저앉은 엄마 매일 선체 보며 기다리는 것도 고통’, 4월 4일자 ‘유류품 있을 수 있는 펄, 사람·장비가 밟고 다닐 텐데’, 4월 7일자 ‘미수습자 가족 길어지는 고통’, 4월 10일자 ‘부두로 올라온 세월호…오열한 미수습자 가족들’ 기사는 독자들에게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전달하는 성의 있는 보도였다. 4월 12일자 문화면 ‘잊지 않겠습니다’ 기사도 세월호 심벌 마크와 함께 헤아릴 수 없는 아픔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끌어안는 행사 보도로 기존의 행사 안내 기사와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4월 11일자로 보도된 ‘외면받는 장애 여성 모성권’ 기사는 평상시 관심을 가질 수 없는 장애 여성에 대한 이슈를 조명했다. 장애 여성들이 2세를 가질 때 이를 저지하고 낙태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여성 장애인들에게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핵심적인 내용만 알뜰하게 잘 보도해 줬다. -퍼블릭IN 지면을 항상 기대하며 재밌게 읽는데, 4월 17일자 ‘부부 공무원들의 허와 실’ 커버스토리 기사는 다시 한번 기대를 뛰어넘은 흥미로운 기사였다. 단순히 청년 취업준비생들이 공시에만 몰리는 것이 문제다라는 식의 무책임한 보도가 아니라 실제 부부 공무원들의 삶이 어떤지 상당히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4월 17일자 ‘꽃보다 미화원…벚꽃축제 쓰레기와의 하루’ 공직 체험 기사도 축제를 즐기고 난 문화 시민들의 이면을 들춰 보게 해 독자의 시선을 끌었다. -4월 5일자 ‘긴 불황에 잡화점 호황’ 기사는 KB국민카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편집을 잘해 일반인들이 잘 포착하지 못한 것을 수치로 보여 줬다. 4월 10일자 ‘벚꽃놀이는 중장년보다 청춘’ 기사도 신한카드 트랜드연구소 데이터를 이용해 요즘 봄나들이에 젊은층들이 더 잘 움직인다는 것을 빅데이터 수치로 보여 준 점이 돋보였다. -4월 17일자 문화면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덕후 프로젝트: 몰입하다 전’ 기사는 소재 선정 자체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쉽게 어필할 수 있는 트렌디한 전시 기사였다. 다른 매체에서도 별로 다루지 않은 내용을 흥미롭고 내실 있게 소개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장삼이사’ 희생으로 꽃피운 한국 민주주의

    ‘장삼이사’ 희생으로 꽃피운 한국 민주주의

    민주주의 잔혹사/홍석률 지음/창비/308쪽/1만 5000원대중은 사회적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역사의 길목에서 흐름을 바꾸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서 이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새 책 ‘민주주의 잔혹사’는 바로 그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제목은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탄압, 국가폭력 등만 뜻하는 게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부차적인 존재로 물러나 앉아야 하는 수많은 사례들이 민주주의의 잔혹한 측면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거다. 책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국가권력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았던 도시 빈민 박영두 등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현대사의 8가지 사건들을 그늘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책은 특히 여성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이야말로 한국현대사에서 주목하지 않은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땅에 보통선거가 도입된 이후 처음(1972년)으로 여성 노동조합장을 탄생시킨 동일방직의 여성노동자들, 4·19혁명 뒤에 가려진 마산의 할머니들과 여대생 등이 그 주인공이다. 같은 이유로 저자는 6월 항쟁 때의 기자와 의사, 한국전쟁 당시 외공리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 해방 직후 돌아온 학병들 모두에 골고루 시선을 준다. 이 가운데 경남 진주 외공리 소정골에서 벌어진 양민 학살은 강자들 사이의 갈등이 약자들에게 이전되고 증폭되는 양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고 했다. 저자는 “한반도가 여전히 분단돼 있는 한 강대국이 조성한 갈등이 약소국 내부의 다양한 갈등을 걷잡을 수 없이 증폭시키는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의 주변국 처지를 벗어나지 못한 한반도 해역으로 미국의 항공모함이 결집되고 중국 역시 서해로 이지스함을 출동시키는 등 요란을 떨고 있는데, 우리는 손 하나 까딱 못 하거나 혹은 이념을 앞세워 갈등만 증폭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5·16군사정변과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등이 민주주의 잔혹사로 다뤄진 것은 다소 의외일 수 있다. 저자는 이에 대해 5·16을 일으킨 군인들이 당시 한국 군부에서 주류가 아닌 주변부에 머물렀던 청년 장교들이었고, 푸에블로호 사건은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지위가 주변부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내일 세월호 3주기] “떠오른 세월호 보며… 공정한 사회 희망을 다시 찾았죠”

    [내일 세월호 3주기] “떠오른 세월호 보며… 공정한 사회 희망을 다시 찾았죠”

    선체 인양 포기하지 않은 국민 대단 청년과 기성세대 소통할 창구 필요 돈 안 빌려도 살 수 있는 나라 소망 직접 정치 참여해 세상 바꾸고 싶어“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면서 처참했습니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나가면서 우리에게도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대한민국에 기대를 품고 싶어졌습니다.”-음식점 매니저 오세희(21·여)씨 세월호 참사 3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학생(1997년생)들과 비슷한 연령대인 ‘세월호 세대’(1995~1999년생) 31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200자 원고지 300장 정도로 정리된 인터뷰에서 세월호(183회)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다름 아닌 ‘사람’(136회)이었다. 동년배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로 어떤 세대보다 많은 아픔을 느꼈던 이들은 선체 인양까지 1073일간 포기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다시 희망을 찾았다고 전했다. 조금이나마 나은 대한민국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싶다고 했다. 비슷한 연령대지만 미래에 대한 인식차는 뚜렷했다. 대학생 임지우(22·여)씨는 “세월호 참사를 내 일처럼 아파하고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준비생 정모(21·여)씨는 “참사 이후 한국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다.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직장인 박하진(20)씨는 “민주주의라는 것 자체가 조금씩 함께 발전시키는 것 아니냐. 언젠가 교육, 정치 등의 분야에서 공정한 출발선이 지켜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성세대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온건한 평가를 내렸다. 연극배우 지망생 이호준(22)씨는 “기성세대를 싸잡아 비판할 수는 없다. 적폐를 쌓아 온 쪽이 있는 반면에 민주화를 위해 싸운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이명오(21)씨는 “참사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기성세대에 불만이 많았는데 촛불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어른들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여송(22)씨는 “어른들의 판단력이 좋을 수는 있지만 청년도 나름의 생각이 있다. 청년을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직장인 정경연(21)씨는 “앞으로 청년과 기성세대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래의 죽음에 대해서는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보건소에서 근무 중인 현지수(21·여)씨는 “참사 이후 지하철이 멈칫하기만 해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지희(20·여)씨는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전철 선로에 불이 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세월호가 떠올라 너무 무서웠다”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 이수연(18·여)씨는 “세월호 참사가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불안하다.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텐데 내가 그 대상자가 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세월호 참사는 청년들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생 원현우(22)씨는 “사업을 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는 게 목표였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을 보면서 단순히 노란 리본을 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정치를 해서 세상을 바꿔 보고 싶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현기(20)씨는 “철도기관사를 준비 중인데 세월호 선장을 보면서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결심한다”며 “나 혼자 살자고 수백명을 죽이는 것보다 내가 희생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이정인(21·여)씨는 “원래 꿈이 뮤지컬 연출가였는데 세월호 때문에 바뀌었다. 법조인이 돼 국가의 무능함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큰 불신을 드러냈다. 직장인 김지은(19·여)씨는 “서로 헐뜯는 데만 열을 올리는 대선 후보들을 보면서 누굴 찍어야 할지 판단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건우(21)씨는 “유력 후보들이 네거티브에 집중할 뿐 적폐를 어떻게 청산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아 불만”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거창하지 않았다. 대학생 최진혁(22)씨는 “돈을 안 빌려도 먹고살 수 있는 나라였으면 좋겠다. 북유럽에서 페인트공이 의사와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것처럼 좀더 평등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조은영(19·여)씨는 “경제 성장보다는 국민 안전이 우선시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대학생 김예송(22)씨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희생타 포퓰리즘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희생타 포퓰리즘

    3대에 걸쳐 가뭄과 기근을 겪은 우간다 이크족은 적대적이고 이기적이며 비열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을 속이며 쾌감을 느꼈다. 노인에게 음식을 주는 것은 낭비, 아이의 죽음은 행운으로 여겼다. 집에 홀로 둔 아이를 표범이 잡아먹자 엄마가 눈물 흘리긴커녕 배부른 표범은 멀리 가지 못했겠다며 기뻐하고, 즉각 표범 사냥에 나선 일도 있었다. 1970년대 2년여 동안 이크족과 생활한 인류학자 콜린 턴불은 사랑이 인간의 기본적인 자질이 아니라, 풍족할 때 누리는 사치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이크족과 같을까. “아니다”란 답을 찾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마주치던 마을버스 푸시맨을 떠올렸다. 첫 수업에 맞춰 전철역에서 쏟아져 만원 마을버스를 타는 일은 학생과 운전기사 모두에게 고역이었다. 고육지책으로 학생이 몰리는 30분 동안 푸시맨이 투입됐다. “같이 갑시다”란 외침에 발 디딜 여유가 조금 생긴다. 더이상은 무리라고 생각할 때쯤 “이 학생 못 타면 3학기 연속 학사경고로 제적된대요”란 외침이 들리면 매달려 갈 틈이 또 생긴다. 그 하얀 거짓말에 몇 년을 속았다. 우린 어쩌면 생각보다 더 많이 다른 사람이 곤경을 피하길 바라고 있는지 모른다. 여론조사를 봐도 우린 이크족과 다르다. 흔히 기초노령연금을 이른바 부모 세대를 겨냥한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 마련을 자식 세대 정책으로 가른다. 그런데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2015년 10월 1500명에게 물어 ‘표심의 역습’이란 책에 게재한 조사 결과는 통념과 달랐다. ‘젊은층에 부담이 돼도 노후 연금을 줄여선 안 된다’는 의견에 자식 세대 동의가 더 많았다. 반대로 ‘젊은층 일자리를 위해 나이 든 사람이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부모 세대 지지가 더 높았다. 다른 집단에 일방적 양보를 요구하는 데 영 불편해하고, 서로 적절하게 배려하고 연대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조사다. 야구 경기 중 자신의 출루 기회를 포기하고 주자를 살리기 위해 희생타를 칠 때가 있다. 가정, 직장, 조직에서도 희생타가 종종 나온다. 그 희생타는 실상 결정타가 될 때가 많다고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성적장학금을 폐지하고 형편에 맞춰 장학금을 지급해 저소득층 학생들이 성적을 올릴 계기가 된 고려대의 새 장학금 제도에 보내는 찬사도, 전업맘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에 “편 가르지 말라”던 워킹맘들의 반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이 중 워킹맘들이 반발한 배경엔 ‘전업맘이라고 애 키우는 게 쉽나’라는 이타적인 마음에 더해 ‘전업맘 자녀가 먼저 귀가하면 워킹맘 자녀들만 쓸쓸하게 어린이집에 남나’란 이기적 동기도 작동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옛 사람들은 미덕과 영광, 오늘날엔 공정성과 권리가 중시된다”고 했다. 꼭 공정성이 남에 대해서만, 권리가 나를 향해서만 작동하진 않을 터다. 내가 받는 혜택이 공동체 전체의 득과 일치할 때, 어떤 혜택을 내가 아닌 나와 조우하던 다른 누군가 받아 사회가 더 건강해진다고 확신할 때 많은 이들이 한 타석쯤의 희생타를 기꺼이 감내할 것이라고 믿는다.
  • [전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전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먼저 우리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주신 많은 국민들, 당원동지들, 그리고 아름다운 경쟁 끝에 제게 힘을 모아주신 안희정, 이재명, 최성 후보와 지지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69년 전 오늘, 제주에서 이념의 의미도 모르던 양민들이 이념의 무기에 희생당했습니다. 이념 때문에 갈라진 우리 조국은 그에 더해 지역이 갈리고, 세대가 갈리고, 정파로 갈리는 분열과 갈등과 대결의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69년 후 오늘, 이제 우리 대한민국에서 분열과 갈등의 시대는 끝나야 한다고 저는 선언합니다. 국익보다 앞서는 이념은 없습니다. 국민보다 중요한 이념도 없습니다. 이 땅에서 좌우를 나누고 보수-진보를 나누는 분열의 이분법은 이제 쓰레기통으로 보내야 합니다. 우리 마음과 머리에 남은 대립과 갈등, 분열의 찌꺼기까지 가차없이 버려야 합니다. 저는 오늘,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역사를 시작합니다. 분열의 시대와 단호히 결별하고 정의로운 통합의 시대로 나아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 우리에게 승자와 패자는 없습니다. 승자가 있다면 그건 바로, 촛불을 밝혔던 우리 국민들입니다. 국민주권시대를 요구하는 온 국민의 승리입니다. 역사는 명령합니다. 국민도 명령합니다. 국민이 집권해야 정권교체다! 국민의 삶이 달라져야 새로운 대한민국이다! 시대를 바꿔라! 정치를 바꿔라! 경제를 바꿔라! 문재인, 그 명령을 받들어 국민대통령시대를 열겠습니다.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 아닙니다. 정의냐 불의냐의 선택입니다. 상식이냐 몰상식이냐의 선택입니다. 공정이냐 불공정이냐 선택입니다. 과거 적폐세력이냐 미래개혁세력이냐 선택입니다. 적폐연대의 정권연장을 막고 위대한 국민의 나라로 가야합니다. 제가 정치를 결심한, 목표도 바로 그것입니다. 대한민국 주류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제, 정치의 주류는 국민이어야 합니다. 권력의 주류는 시민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의 정신으로 가야 합니다. 저와 경쟁한 세 동지의 가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안희정의 통합 정신! 이재명의 정의로운 가치! 최성의 분권의지! 이제 저의 공약입니다. 이제 우리의 기치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 이번에 우리 당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경선을 했습니다. 저는 자부합니다. 이것이 민주주의입니다! 세분 동지들 덕분에 우리당이 더 커졌습니다. 덕분에 저도 배웠습니다. 안희정 동지에게서 당당하게 소신을 주장하고 평가 받는 참된 정치인의 자세를 보았습니다.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바꿔보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담대했습니다. 이재명 후보에게서 뜨거운 열정을 배웠습니다. 그의 패기와 치열함은 남달랐습니다.  최성 후보의 도전정신도 아름다웠습니다. 끝까지 멋진 완주,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경쟁과 승복을 보여주신 세 동지의 모습을 뜨거운 박수와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세 동지와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저에게 커다란 행운이었습니다. 세 동지가 저의 영원한 정치적 동지로 남기를 소망합니다. 세 동지가 미래의 지도자로 더 커갈 수 있게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민주당 정부가 다음, 또 다음을 책임지고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제가 반드시 정권교체의 문을 열겠습니다. 저는 정권교체의 희망이 되고 있는 우리 더불어민주당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특히 무려 214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경선 참여로 정권교체 희망이 더욱 단단해졌습니다. 5월 9일, 반드시 승리해서 보답하겠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부터 더불어민주당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입니다. 국민의 열망과 당의 열망을 모두 끌어안고 제가 해야 할 모든 노력과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우리당의 모든 국회의원들, 모든 당원동지들에게 요청드립니다. 모두, 함께 해 주십시오. 그동안 어느 캠프에 있었든 누구를 지지했든 이제부터 우리는 하나입니다. 다 같이, 함께 해 주십시오. 함께 할 때 우리는 강합니다. 우리가 함께 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저는 오늘,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들께 세 가지를 약속드립니다. 첫째, 경제와 안보 무너진 두 기둥을 기필코 바로 세우겠습니다. 피폐해진 민생을 보듬고,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고, 구멍난 안보를 세우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것이 진짜 경제다! 이것이 진짜 안보다! 피부로 느끼고 눈에 보이게 성과를 보여드릴 것입니다. 이미!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둘째, 불공정 부정부패 불평등 확실히 청산하겠습니다. 국민을 좌절시킨 모든 적폐, 완전히 청산하겠습니다. 누구를 배제하고 배척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자는 것입니다. 불공정한 시스템을 공정한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모든 적폐는 적법 절차에 따라 청산될 것입니다. 이미!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셋째, 연대와 협력으로 통합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겠습니다. 국민은 상식과 정의로 통합되길 갈망합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 마음이 모아지길 희망합니다. 국민의 요구는 간명합니다. 정상적인 나라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문을 활짝 열어 많은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이미!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 새로운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 이런 국민들이 주역이고 주류가 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반문연대’ ‘비문연대’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겁내고 저 문재인을 두려워하는 적폐연대에 불과합니다. 저는 어떤 연대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와 우리당의 뒤에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국민과 같이 하는 정치, 미래로 가는 정치여야 합니다. 저와 민주당은 국민과 연대하겠습니다. 오직 미래를 향해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쓴 위대한 국민들입니다. 국민들은 준비되어 있고, 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영남, 호남, 충청 전국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지역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청년과 중년, 노년층에서 고르게 지지받는 세대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보수 진보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일자리를 반드시 해결해서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깨끗해서 자랑스런 대통령 공정해서 믿음직한 대통령 따뜻해서 친구같은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위대한 국민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대한민국 영광의 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그 위대한 여정을 오늘 시작합니다. 함께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그룹 해체 18년…다시 뭉친 ‘대우맨’들

    그룹 해체 18년…다시 뭉친 ‘대우맨’들

    참석자들 옛기억 떠올리며 눈시울 “운 따랐으면 지금도 전세계 호령” 대우그룹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 “대우를 떠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무엇보다 가슴에 사무칩니다.”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은 22일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를 무대로 함께 뛰어준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은 언제까지나 대우의 주인이며, 여러분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대우는 영원할 것이고 우리는 명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이 그룹 행사에서 기념사를 한 것은 1999년 그룹 해체 이후 처음이다. 그는 행사 직전까지도 기념사 내용을 계속 다듬을 정도로 이번 행사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대우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대우 정신’만큼은 여전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기념사 도중 잠시 울먹이기도 했던 그는 한때 재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에 대해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기와 운이 따랐으면 대우는 지금도 전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우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갑작스러운 외환위기로 그 과업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대우)가 이룩한 성과들은 반드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1967년 단돈 500만원의 자본금을 들여 대우실업을 설립한 뒤 한국기계공업(대우중공업),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옥포조선소(대우조선), 대한전선 가전 부문(대우전자) 등을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세계 경영을 외치며 해외로 나갔다. 국내 기업 최초로 남미, 아프리카 등에 진출했다. 41개 계열사에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린 ‘공룡’ 기업을 일군 그에게 사람들은 ‘김기즈칸’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듬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그룹은 32년 만에 해체됐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그였지만 기회는 더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너는 장사를 해라”는 부친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평소 “장사의 기본 원칙으로 이윤의 50% 이상 가질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익을 나누는 마음이 사업의 기본이라는 철학에서다. 김 전 회장은 “리더는 솔선수범과 희생 위에서 탄생한다”면서 ‘희생’을 사훈(창조, 도전, 희생 정신)의 하나로 정했다. 이제 남은 생은 ‘글로벌 청년 창업가’(GYBM)를 키우는 데 올인한다는 생각이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려면 젊은이들을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는 일념에서다. 그는 “GYBM 사업은 대우 정신의 산물이며, 모든 대우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 모인 500여명의 전직 대우맨들은 행사 말미에 서로 ‘대우 배지’를 달아주고 ‘사가’(社歌)를 부르며 18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일부는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현장 행정] “남의 발 씻겨 주면 내 손도 깨끗”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同·幸’론

    [현장 행정] “남의 발 씻겨 주면 내 손도 깨끗” 김영배 성북구청장의 ‘同·幸’론

    “봉사를 통한 나눔은 행복을 가장 빨리 확산시키는 길입니다. 우리 성북에서는 ‘동행(同幸) 릴레이 봉사활동’이 앞장섭니다.”서울 성북구는 지난 7일 구청 아트홀에서 자원봉사자 등 지역 주민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동행 릴레이 봉사활동 발대식을 가졌다. 이달부터 지역 주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봉사하고 다시 다른 단체를 지정해 오는 10월까지 지속적으로 자원봉사를 이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봉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8개월간 수십개의 팀이 이어서 하는 릴레이 방식을 채택했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이날 “행정의 힘만으로는 늘어나는 복지 수요와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단상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나와 나눔, 돌봄, 문화예술, 주거환경, 환경보호 등 봉사 분야를 적은 노란색 깃발을 손에 들고 흔들며 릴레이 봉사단의 공식 출범을 선포했다. 릴레이 봉사활동은 성북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동행’ 정신을 담고 있다. 동행은 2015년 지역 내 동아에코빌 아파트가 경비원들과 체결한 계약서의 이름에서 나왔다. 당시 임금 인상으로 관리비 부담이 늘면서 경비원을 해고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주도로 전기료 절감 등을 통해 경비원 고용을 보장했다. 용역 계약서에서도 자신들과 경비원을 갑·을이라는 말 대신 동·행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며 상생 의지를 확실히 한 것이다. 이후 성북구는 지역 내 행정의 요소마다 상생을 통해 주민 모두가 함께 행복하자는 의미인 동행 정신을 가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봉사자들의 연령대는 청년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나눔 분야에서 대학생 15인으로 구성된 꿈꾸는사람들팀은 지역 내 저소득층 중학생들의 멘토 역할을 자처하는 봉사 계획안을 냈다. 이 분야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식사 제공, 목욕 봉사, 네일 케어 등 서비스 제공에 대한 신청도 줄을 서고 있다. 돌봄 분야에서는 이야기 할머니 10여명이 어린이집을 방문해 동화 구연을 하겠다는 신청서가 들어왔다. 다른 분야에서도 정릉천 청소, 집수리, 벽화 그리기, 음악공연, 웃음치료 등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들이 이어질 예정이다. 성북 자원봉사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최종원씨와 가수 김반장도 활동에 참여한다. 김 구청장은 “남의 발을 씻겨 주면 내 손이 깨끗해진다는 말처럼 봉사는 희생이지만 보람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면서 “성북은 릴레이 봉사활동을 통해 사람다운 가치가 있는 공동체로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 “먼 친척이라도 찾습니다”… 독립운동가 3인 후손 못 찾아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분들인데, 후손이라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국가보훈처 울산보훈지청은 울산에서 3·1독립만세운동으로 45명이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았지만, 이들 중 3명은 아직도 후손을 찾지 못해 보훈처에서 훈포장을 보관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주인공은 엄준(1885∼1919)과 최원득(1900∼1930), 송명진(미상)이다. 엄준은 ‘병영만세운동’을 주도한 인물로 비밀청년회 활동을 했다. 자신의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고 비밀리에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태극기를 제작했다. 만세운동으로 동지들이 체포되자 선두에서 석방을 요구하다가 일제의 총탄에 순국했다. 1991년에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그는 부모와 처자가 없다고 기록돼 관련 후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최원득도 병영 만세운동에 참가했다가 일본 경찰에 체포돼 태형을 받았다. 울산보훈지청과 병영삼일사봉제회는 1987년 중구 동동 삼일사당에 병영만세운동 독립운동가의 위패를 모신 이후 두 사람의 후손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특히 최원득은 부인과 1남 1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송명진 선생은 울산이나 부산의 3·1운동과 관련해 활동했다고 추정할 기록만 있어 정보 자체가 부족하다. 울산보훈지청 관계자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먼 친척이라도 나타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주수 병영삼일사봉제회 회장은 “어르신들의 넋이라도 후세의 위로를 받아야 할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병영삼일사봉제회는 매년 4월 5일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단독] 안희정 “文 이길 수 있어… 총통처럼 군림하는 대통령 문화 바꿔야”

    [단독] 안희정 “文 이길 수 있어… 총통처럼 군림하는 대통령 문화 바꿔야”

    ‘안희정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1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율(19%)은 1주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문재인 전 대표(29%)와의 격차를 10% 이내로 좁혔다. 그에게 고무적인 대목은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도 그를 ‘문재인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대체재’로서 궁금해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처음으로 지난 주말 목포와 광주에서 ‘호남민심’을 확인한 안 지사는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다닌다.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이 있는데 계산 없이 진심으로 지르고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충남도청 도지사실에서 이종락 정치부장과의 대담으로 90분간 이어졌다. 그는 시종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총통처럼 군림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문재인 대세론을 깰 자신이 있나. -문재인 대세론은 정확한 단어가 아니다. 후보가 대세론이 되려면 당 지지율보다 높아야 하는데 그 어떤 후보도 당의 지지율보다 높지 않다.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저의 도전이 승리할 수 있다. →경선에서 진다면 5년 뒤 기회가 있을까. -미래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다만 언제 어느 때나 정당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5년 뒤 기회, 저는 모르겠다. 미래가 모두를 위해 기다려주는 것은 아니다.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도전,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전도 그렇고 모두 무모하다고 했지만 그런 도전을 통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돈·공천으로 수렴청정 黨패권주의 없어 →20% 지지율이면 ‘본선 직행’ 유혹도 있을 법한데. -선거 때마다 후보자 중심으로 급조된 정당으로는 책임 정치가 이뤄지지 않는다. 소비자는 브랜드 신뢰도로 상품을 소비하게 되는데 상품이 나올 때마다 브랜드가 바뀌면 리콜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 시장이 죽어버리지 않겠나. 당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했고, 고난과 시련의 시간을 겪었다. 스스로 배신의 정치로 만들지 않고 충성과 의리의 정치로 버텼다. 그 이유는 제가 정당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탈당은 없다. →야권, 당내에서도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말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에 패권이라는 게 돈과 공천을 주고 수렴청정하는 당내 헤게모니 질서를 말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친문 패권주의는 보이지 않는다.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좋아하는 분들은 정권교체가 꼭 필요하고 문 전 대표가 앞서니까 몰아주자는 것이다. 정권교체 가능성과 새로운 정치 비전, 능력에 따라 지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기성 질서(대세론)에 도전하려면 기존 소비자(유권자)에게 전혀 다른 맛으로 돌풍을 일으킬 만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그걸 만드는 게 도전자의 의무다. 저도 마찬가지다. 대연정 제안이 공격받는데 어쩔 수 없다. 그런 매도 안 맞고 어떻게 도전하겠나. 반복해서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 귀에 내 이야기가 꽂히면 다시 판단할 것이다. 몇 대 맞아서 내가 삐치면 어떻게 하나(웃음). →박근혜 대통령 탄핵 헌재 판결에서 기각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너무 끔찍한 일이라 그걸 전제로 어떤 말도 못하겠다. →야권과 지지층에선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을 배제하지 않은 대연정 구상으로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의회 내 압도적 다수파를 형성하자는 원칙을 말했을 뿐이지 새누리당과 연정까지 연동시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언제까지 국민이 촛불광장에서 소리 지르게 만들 것인가. 국가 개혁과제를 시행하고 헌법을 작동시키려면 겨우 다수파로는 안 되고 압도적 다수파를 위한 대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마치 당 정체성과 소신을 팔아먹는 사람처럼 됐다.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서 솔직하고 정직하게 당원, 국민에게 보고한 것이다. 당장 혼나는 말이라도 예선과 본선 계산을 따지지 않았다. 유불리를 따져서 표를 얻을 생각 자체가 없다. 그런 계산법은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가 아니다.●사드 배치 한·미 합의 바꾸면 불안 요소 →친박(친박근혜)이 건재한 새누리당에 동아줄을 던져줄 수도 있지 않을까. -국가 개혁과제에 합의한다면, 원론적으로 대화와 타협은 열려 있다. 누구와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면 의회정치는 할 수 없다. 새누리당을 용서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심판하려면 다음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선거 외에 도리가 없다. (대연정을) 곡해하시는 분들의 정서적 부대낌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게 되면 2~3개월 안에 정권을 출범시켜야 하고 안정적 다수파로 의회가 구성되지 않으면 차기 정부 출범은 어렵다. 무조건 포용하고 화합하겠다는 게 아니다. 국회가 총리를 인준하는 방식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헌법의 의미는 대통령이라고 쓰고 총통처럼 운영하라는 게 아니라, 협치를 하라는 것이다. →민감한 현안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길 꺼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예를 들어 국방개혁이라고 하면 대통령으로서 다뤄주길 바라면 여러 방안이 올라올 것이고 여기서 토론이 이뤄지고 집단지성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현명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지휘자이자 대통령이다. →어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대북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도발이 수시로 있는데 일희일비하지 말자. 유엔 제재 결의로서 국제 공조를 꾸준히 하고 이면에는 다양한 루트로 대화채널을 가동시키자. 협상만 하다가, 또 북한이 일을 벌이면 대화를 단절하는 쏠림 자체가 북에 말려드는 것이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제가 박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안 했다. 하지만 우리 안보는 한·미연합 안보체계다. 합의한 내용을 바꿔버리면 불안 요소가 된다. ●日과 경제·외교 협력… 역사 진실 밝혀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위안부 문제에 관한 정부 간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당사자들이 ‘사과받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 다시 사과를 받는 게 맞다. 정부가 전쟁범죄 피해자들과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민간인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 경제·통상과 외교·안보 등 협력관계는 유지하되 진실을 밝히는 것, 투트랙으로 해결하자.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불거진 재벌 개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불공정 거래를 깨고 민주주의 원칙을 실현하는 게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다수가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칙으로 개혁해야 한다. 금산분리법 등 기존 제도를 공정하고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부정행위가 잡힌다. ●일자리 양극화… 노조·中企 역량 강화를 →청년 일자리가 심각하다. 복안은. -(한숨을 쉰 뒤) 정말 많은 전문가에게 이야기를 들어도 답이 안 나온다. 다만 일자리 수 자체가 부족하기보다 가고 싶은 일자리가 없는 양극화가 심각하다. 서울에만 좋은 일자리가 몰린 ‘인서울패권’,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적용되지 않게 대기업이 노동시장의 법칙을 깨는 게 문제다. 노동조합의 교섭력을 높여야 하고 중소기업의 독자적 기술력을 높여줘서 가격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대기업 투자로는 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규제프리존은 엉망이다. 규제를 풀어주는 게 정부의 간접적 역할이기도 하지만 그게 기업의 경쟁력은 결코 아니다. 전쟁 때도 기업은 필요하면 투자하지 않나. 정부가 할 일은 사회안전망과 소득재분배를 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문 전 대표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했는데. -정부의 사회적 서비스 기능 강화를 말하는 거면 이해되겠는데 그렇게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드는 게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되겠는가란 비판도 가능할 것 같다. →김종인 전 대표와 함께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김 전 대표와 함께한다는 것은 논의해본 적 없다. 그분과 행사장에서 왔다 갔다 하며 보고 이야기하고 그랬을 뿐이다. 김 전 대표는 제가 귀담아듣고 지혜를 빌려야 하는 원로 중의 한 분이다. →집권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잠시 침묵하더니)대통령 경호·의전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 미 대통령 경호팀에서 ‘양탄자를 깔아놓고 경호하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란 말이 있다. 경호란 존재 자체가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 대통령과 여러 공식행사에 참여했는데 내빈 중 노인분들이 많이 있는데도 대통령이 입장하니 일어서달라더라.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의전문화 자체가 대통령이라 쓰고 총통 혹은 임금님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 아니겠나. →캠프에서 ‘안깨비’(안희정+드라마 ‘도깨비’) 마케팅을 많이 한다. ‘충남엑소’(충남+아이돌그룹 ‘엑소’)란 별명도 있다. 스스로 잘생겼다고 생각하나. -자랑을 좀 해도 될까. 어렸을 때부터 동네 아줌마들로부터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그런데 꼭 외형을 가지고 예쁘다고 하진 않을 것 같다(웃음). 홍성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홍성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佛 트럼프’ 르펜 돌풍… 4월 대선까지 삼키나

    ‘佛 트럼프’ 르펜 돌풍… 4월 대선까지 삼키나

    “2016년은 앵글로색슨 세계(영국과 미국)가 깨어난 해였습니다. 2017년은 유럽 대륙 국민이 깨어나는 해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6월 영국에서 실시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예상을 뒤엎고 탈퇴 쪽으로 가결됐다. 같은 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는 공직 경험이 전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9) 대표도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독일 코블렌츠에서 열린 유럽 극우 성향 정당들의 모임에서 자신이 트럼프의 뒤를 이을 이변의 주인공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대세론 피용 前총리, 비리 의혹에 ‘흔들’ 오는 4월 23일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반(反)이민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를 주장하는 르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브렉시트에 이어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면 브렉시트로 상처를 입은 EU의 위상이 더욱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르펜은 세계화의 흐름에서 낙오되고 실업과 빈곤에 시달리는 소외계층에 호소하면서도 트럼프처럼 반감을 살 극우 포퓰리스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전략을 통해 집권을 꿈꾸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63) 대통령이 이끄는 현 사회당 정부는 경기 침체와 10%에 달하는 평균 실업률(청년 실업률은 26%), 잇단 테러, 이민자 증가 등으로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대선 구도는 르펜과 우파 성향의 제1야당인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 무소속인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장관, 사회당 브누아 아몽(50) 전 교육장관의 4파전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프랑스 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르펜은 24%의 지지율로 1위, 피용은 21%로 2위, 마크롱은 20%로 3위를 기록했고 아몽은 18%에 그쳤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한 후보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오는 5월 7일 실시하게 되는 결선투표에서 르펜과 피용이 맞붙으면 피용이 60%의 득표율로 40%를 얻은 르펜을 이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오독사의 결선투표 예측 여론조사 결과가 피용 71%, 르펜 29%였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상당히 좁혀지고 있는 추세다. 무엇보다 피용은 지난해 12월까지 여론조사 1위를 달렸으나 최근 비리 의혹으로 일부 조사에선 마크롱에게도 뒤진 3위로 나타날 만큼 흔들리고 있다. 피용은 지방 하원의원 시절 자신의 아내를 보좌관으로 위장 취업시키고 80만 유로(약 10억원)를 급여로 지급한 의혹이 최근 불거져 당 안팎에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표면상으로 중도 성향의 마크롱이 약진하는 모양새라 프랑스 대선은 예측 불허의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에르베 모랭 전 프랑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25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마크롱에게 집중돼 르펜 후보에 대해서는 잊고 있다”면서 “(군소 정당이던) 국민전선이 2015년 지방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했던 저력을 잊으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원조 극우는 아버지 장마리 르펜 2015년부터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에서 잇달아 일으킨 테러는 르펜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호재가 됐다. 프랑스 국립통계청(INSEE)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프랑스인들이 가장 크게 불안을 느끼는 요소 1위는 실업(30.9%), 2위는 테러(30.4%)로 나타났다. 2015년 같은 조사에서 테러를 불안 요소로 꼽은 응답자가 17.7%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아진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실업자 수가 300만명이 넘고 지난 18개월간 테러 희생자가 230여명에 달하는 프랑스의 현 상황은 국가 안보를 강조하고 무슬림 이민자 유입에 부정적인 르펜이 표를 얻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르펜은 앞서 국민전선을 이끌던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89)의 딸이지만 2002년 대선에서 낙선한 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트럼프와 같은 일방통행식 행보는 피하고 있다. 르펜은 지난달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프랑스가 EU를 완전히 떠날 수는 없지만 프랑스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EU와 재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통령이 되면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기존 주장에서 다소 후퇴한 발언이다. 르펜은 대신 EU에 불만을 품은 다른 회원국과 함께 유로존을 탈퇴하고 2002년 이전에 사용하던 프랑화를 부활시켜 궁극적으로는 프랑화가 유로화를 대신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EU의 긴축 프로그램을 이행하느라 진통을 겪은 그리스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며 유로존이 유럽 각국을 옥죄는 도구로 사용됐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6월 프랑스 국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EU 탈퇴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45%가 동의했고 탈퇴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의견은 33%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프랑스가 EU로부터 더 많은 자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개진한 주장이 55%에 달했다. 르펜이 EU 탈퇴에는 불안해하지만 EU의 간섭에서는 벗어나고 싶다는 프랑스 국민의 이중적인 심리를 읽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외된 민심 파고들며 무슬림까지 포용 르펜은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경제적으로 소외된 서민계층을 파고들며 프랑스 기성 주류 정치권을 비판해 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 총리를 지낸 피용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50만명 감축하고 주 35시간 노동을 39시간으로 연장하겠다는 등 친기업적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좌파 진영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다. 반면 르펜은 피용의 신자유주의 기조를 비판하고 주 35시간 노동, 공공부문 일자리를 사수하겠다고 강조해 전통적 사회당 지지층의 표심도 끌어들이고 있다. 가디언은 “국민전선이 노동계층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표심을 대거 흡수하고 있으며 경찰과 군인의 절반 이상이 국민전선을 지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르펜은 2010년에는 프랑스 인구의 7.5%를 차지하는 무슬림을 ‘프랑스를 점령한 나치’에 비유해 비난받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과격한 발언은 하지 않는다. 미국 스탠퍼드대 세실 올두이 교수는 지난해 4월 르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과 딸 마린 르펜의 연설 500여건을 분석한 결과 “딸은 아버지가 즐겨 썼던 ‘인종’이나 ‘진정한 프랑스인’ 같은 자극적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르펜은 1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옹호했지만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조치를 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프랑스는 EU 때문에 더이상 국경이 없으므로 바짝 경계해야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르펜은 지난해 11월 국민전선 좌담회에서 “파리에 집중된 투자를 이민자가 많이 사는 외곽으로 확대해야 한다. 프랑스인인 이민자 2세 어린이들이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맡겨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반이민 노선과 배치되지 않는 선에서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민자 출신을 최대한 포용하겠다는 메시지다. 500만명이 넘는 프랑스 무슬림 사회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지난달 23일 무슬림이 많이 사는 파리 인근 도시 오베르빌리에의 주민을 인용해 “프랑스 무슬림들이 당연히 르펜을 반대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프랑스 좌파나 우파 정치인들은 모두 입에 발린 말만 하는 데 반해 르펜은 최소한 솔직하다”고 평가했다. 이 주민은 “르펜이 대통령이 돼도 이미 프랑스 국민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스노든’

    [지금, 이 영화] ‘스노든’

    그때 남자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미국 정보기관에서 핵심 실무자로 일하는 그의 미래는 창창했다. 남자와 같은 출중한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미국 정보기관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였다. 마음만 먹으면 그곳에서 그는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직급을 높여 가면서 막대한 권력을 거머쥐는 코스에는 자연스럽게 부와 명예도 따라올 것이었다. 그런 앞날이 보장돼 있는데 이를 걷어찰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만약 그리한다면 엄청난 바보짓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똑똑한 남자는 바로 그 멍청해 보이는 선택을 했다. 그는 미국 정보기관이 자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말을 엿듣고, 행동을 엿본다는 사실을 언론에 제보했다.남자는 내부 고발자가 됐다. 러시아로 망명한 그는 여전히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귀국 즉시 남자는 당국에 체포돼 국가 안보를 위협했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타국에서 이제 그는 서른세 살이 됐다. 남자가 언제쯤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미국에 다시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버락 오바마 정부도 그를 국가 반역자로 규정했다. 하물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대에 남자는 미국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그의 행동이 시민이 누릴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 줬다고 옹호한 정치인은 버니 샌더스뿐이었다.미국 정보기관의 핵심 실무자에서 미국의 적이 돼 버린 남자. 그의 이름은 에드워드, 성은 스노든이다. ‘스노든’은 그의 이런 실화를 스크린으로 재현한 영화다. ‘플래툰’, ‘7월 4일생’, ‘JFK’ 등 예리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뛰어난 영화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로라 포이트러스 감독은 스노든이 미국 정보기관의 초법적 행태를 폭로하는 과정을 실제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티즌포’를 선보였다. 동어 반복을 하지 않기 위해 스톤은 포이트러스와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스노든이 무엇 때문에 고발자가 됐던 걸까? 폭로에 어떤 희생이 따를지 알고 있었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그래서 ‘스노든’은 조지프 고든 레빗이 주연을 맡아 극영화로 제작됐다. 내부 고발자가 되면 본인에게 닥칠 위험을 분명히 알면서도 내부 고발자가 되기를 자처한 동기와 결정을 해명하려면 스노든의 전사(前事)를 상세하게 다뤄야 했다. ‘시티즌포’의 실제적 리얼리티가 보여 주지 못하는 부분을 ‘스노든’은 재현적 리얼리티로 보완한다. 이리하여 우리는 스노든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한번 해 볼 수 있게 됐다. 그는 파멸을 각오하고 그 길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라도 지켜야 할 권리가 마땅히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포기하는 순간 스노든은 자기 자신을 포함한 미국이 진짜 끝장나리라고 예감했다. 그는 원칙을 따르는 애국자였다. 스스로 몰락함으로써 스노든은 그가 믿는 숭고한 대상―가치의 몰락을 막았다. 9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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