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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 전 만난 위안부 할머니 기억한 프란치스코 교황

    4년 전 만난 위안부 할머니 기억한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에서 4년 전 한국을 찾았을 때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바티칸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한 뒤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해 세월호 유가족과 위안부 할머니, 꽃동네 주민 등 우리 사회 약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황은 “당시 한국에서 미사를 집전할 때 위안부 할머니들이 맨 앞줄에 앉아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4년 8월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밀양 송전탑·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등 사회적 약자를 만나 그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졌다.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서적으로 교감했다. 방한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 명동성당에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제대 맨 앞줄에 앉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았다. 김복동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금색 나비 배지를 교황에게 건네자, 교황은 그 자리에서 배지를 제의 왼편 가슴에 달았고 그대로 미사를 집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 “일본 제국주의 침략에도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며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한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한국민은 침략의 치욕을 당하고 전쟁을 경험한 민족이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다”며 “오늘 할머니들을 만났을 때 이분들이 침략으로 끌려가 이용당했지만 인간적인 품위를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교황은 할머니들을 보며 전쟁의 잔혹함을 생각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할머니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다”면서 “이들이 이처럼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했다”고 말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세기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왼쪽 가슴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리본 배지를 달고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만큼이나 교황은 세월호 유족을 각별히 챙겼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가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보다 교황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교황은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희생자를 마주했다.프란치스코 교황은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주었고, 방한 마지막날에는 가족의 시신을 찾지 못해 진도 팽목항에 머물던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자필로 서명한 위로편지를 보냈다. 교황은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생명을 잃은 모드 이들과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며 “이 비극적 사건을 통해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한국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교황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 의사를 문 대통령에게 전해듣고는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 “공식 초청장을 보내준다면 무조건 응답하고 갈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방북 요청을 수락했다. 교황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바라는 평화의 메시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지난 2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4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일 열릴 때마다 남북 평화를 축원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2014년 한국을 찾았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에도 남북은 같은 언어를 쓰는 자매이자 형제라며 남북관계 진전을 바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당시 전세기 기자회견에서 교황은 “분단으로 많은 이산가족이 서로 상봉하지 못하는 것은 고통”이라면서도 “남북은 자매처럼 같은 언어를 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어머니가 같다는 말”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앞서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를 찾아간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정에 없던 한반도 평화에 대한 즉흥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한반도에도 언젠가 평화가 찾아와 두 형제·자매는 하나로 뭉칠 것”이라며 “한 형제, 한 가족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 위원장의 방북요청을 수락했으나 방북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른 시일 안에 김 위원장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전달해 공식초청장을 교황청에 보내는 등 공식 절차를 밟도록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광주 간 김병준 “통합의 끝장토론 안 할 수 없다”

    광주 간 김병준 “통합의 끝장토론 안 할 수 없다”

    5·18 민주묘역 참배 후 조선대서 강연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다. 애초 김 위원장의 광주행은 당내 취약점인 ‘호남 민심’ 달래기 차원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현장에선 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당내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놓고 끝장토론을 하자는 전원책 변호사의 제안에 대해 “안 하고 넘어갈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토론은) 통합을 위한 것이어야지 분열을 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끝장토론은 전 변호사만의 생각이 아니고 내가 비대위원장이 되자마자 당내에서 그런 기회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안 했던 이유는 새로운 생각을 공유하면 통합성을 유지할 수 있는데 끝장토론을 하는 순간 분열 구조가 강화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결국 시간의 문제인데 한번은 어떤 형태로든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민주화의 성지에서 이 나라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합니다’라고 적었다. 방명록에 쓴 글의 의미에 대해 그는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민주주의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뜻에서 썼다”고 설명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조선대를 방문, 학생들에게 ‘희망 버리기와 희망 찾기’란 주제로 강연하는 등 한국당의 약세로 평가받는 호남과 청년 다잡기 행보를 이어 갔다. 강연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1시간가량 진행됐다. 5·18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일부러 늦추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추천할지 당내 여러 이견이 있다”며 “야당은 위원회에서 소수이기 때문에 누가 우리 입장을 가장 잘 반영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제주도를 방문해 원희룡 제주지사와도 만날 예정이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을 접촉해 온 한국당 지도부의 보수 대통합 추진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광주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서울광장] 망국의 부동산 공화국, 국토보유세로 잡아라/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망국의 부동산 공화국, 국토보유세로 잡아라/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부동산 투기는 다수의 희생을 딛고 극소수가 웃는 승자 독식의 게임이다. 토지(부동산)는 일반 상품과 달리 재생산이 불가능하다. 한정된 자원을 특정 계층이 독점하게 되면 다른 계층은 쪽박을 차게 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 사회 불평등의 근본 원인이 바로 토지, 부동산 문제에서 비롯되는 이유다.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지만 토지는 무려 3000배 올랐다. 토지 ㎡당 전국 평균가격은 1964년 19원 60전에서 2013년 5만 8325원이었다. 서울 지가 상승은 지방의 119배로 무려 1만배가 올랐다. 그동안 땅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 6700조원 가운데 상위 1%가 무려 38%(2551조원), 상위 10%가 83%(5546조원)를 가져갔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의 실체다. 공동체 전체에 주어진 공공재 성격의 토지를 일부 계층이 독점하면서 생긴 폐해는 너무도 심각하다. 갈수록 악화되는 빈부 격차는 대한민국을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간의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었고, 흙수저 청년들은 헬조선을 외치는 지경이다.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1위가 불로소득으로 떵떵거리고 사는 건물주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기업이 연구개발 등 생산적 투자를 외면하고 비생산적인 부동산 투자에 몰두, 경제성장 자체를 저해하는 망국병이 됐다. 이런 망국병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 성격의 부동산 보유자가 사회 전체에 전가한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부동산의 과다에 따라 매기는 보유세는 공평과 효율 측면에서 따라올 세금이 없다. 망국병인 부동산 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잡고 토지 독점에 따른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등 자본주의 경제학의 태두들도 토지 독점과 불로소득의 폐해를 비판했고 100년 전 제정된 독일 바이마르 헌법에서도 토지공개념을 도입했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자본주의 선진국들이 오래전부터 토지와 이에 파생된 건물에 무거운 세금을 매기는 것도 이런 이유였다. 주요국의 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부담률을 보면 미국이 2.88%, 일본이 2.16%,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이 1.07%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 보유세는 0.79%에 그친다. 2013년 기준 서울 주택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12%로 미국 주택(도심 지역 1.5%)의 10분의1도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꾼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유다. 보수 정당·언론에서는 ‘실현되지도 않는 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찬찬히 따져 보면 어불성설이다. 불로소득을 통해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은 외면하고 세금만을 강조하는 것은 불공정하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불로소득을 통한 부의 독점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유세 강화의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발상으로 공격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19세기 천민자본주의로 후퇴시키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대 정권이 부동산 투기를 잡지 못한 것은 본질을 외면한 처방에 있다. ‘9·13 부동산 대책’ 역시 단기적으로 투기 열기를 잡았을지 몰라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대기업과 대자본가들이 소유한 토지와 빌딩, 상가는 손도 대지 못했다. 주택 대상 종부세만 강화하는 ‘핀셋 증세’였다. 2016년 종부세 대상자(27만 3555명)는 전체 주택 소유자의 2%에 불과하다. 그중 74%는 과세표준 3억원(실거래가 18억원) 이하다. 인상폭도 연 10만원 수준이다. 최근 보수 정당과 언론들이 부추기는 세금폭탄 프레임은 상위 2% 부자들을 변호하는 정치 공세에 불과한 것이다. 여론조사(리얼미터 9월 12일)를 보면 보유세 강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56.4%로 반대(30.7%)를 압도한다. 정부의 9·13 대책에 대해서도 미흡하다(39.4%)는 여론이 과도하다(19.8%)는 응답의 두 배에 달한다. 부동산 망국병을 잡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울분이 담겨 있다.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고 토지공개념이 강화된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세수 순증분은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돌려주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 공공재 성격의 부동산에서 파생된 불로소득을 어느 개인이 독점하는 것은 사회정의나 공정경제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 작금의 천민자본주의를 하루빨리 종식하고 균형 잡힌, 건강한 자본주의로 발전해야 한다. 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교토 우지, 윤동주 시비를 찾아서/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열린세상] 교토 우지, 윤동주 시비를 찾아서/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부교수

    일본 교토부 우지시(宇治市)는 우지차와 겐지 이야기(源氏物語)로 유명한 곳이다.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우지 강변에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뵤도인(平等院)이 있다. 오사카 출장차 이곳을 들른 것은 태양이 작열하던 지난여름이었다. 역에 내리자 곤타니 노부코(紺谷延子) 부부가 밀집모자를 건네며 반갑게 맞이했다. 곤타니는 시인 윤동주 기념비건립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주부다. 우리 외교부의 도움으로 센다이에 김기림 기념비 건립이 결정돼 공부가 필요했다. 일본 기자의 소개로 곤타니에게 메일을 보냈더니 시비 건립의 긴 경위를 두어 줄에 요약한 회신 메일이 금방 왔다. 역경을 이겨 내고 시민의 손으로 건립한 자부심이 묻어났다.이곳에 시민의 손으로 윤동주 기념비를 세운다는 계획이 만들어진 것은 2005년이었다. 2002년에 발족한 ‘시인 윤동주를 기리는 교토의 모임’을 중심으로 기념비건립위원회가 설립되면서다. 기념비의 이름은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 평화학자 안자이 이쿠로(安齋育?)의 글씨로 새겼다. 그 안에도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통해 화해에 이르고자 하는 시비 건립운동의 정신이 담겼다. 기본적 인권을 부정당한 청년 윤동주를 기억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평화요, 화해에 이르는 출발점이었다. 곤타니는 윤동주의 시를 읽는 모임에 참가해 그가 체포되기 두 달 전에 도시샤(同志社)대학의 동기생들과 우지 강변에 소풍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이후로 그때 찍은 사진의 배경을 찾아 그의 마지막 행적을 기리는 것이 곤타니의 숙제가 됐다. 치안유지법에 희생된 윤동주를 기리는 것이 다시는 그러한 일이 일본에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길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우지 강변에는 야마센(山宣)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야마모토 센지(山本宣治)의 묘가 있다. 역시 치안유지법에 반대하다가 우익에 희생당했다. 우지에는 우토로 마을도 있다. 인권침해에 민감하게 반응해 저항하는 정신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윤동주의 생애 마지막 소풍지였다는 사실이 우지 시민을 움직였다. 역에서 택시로 5분 정도 달려 시비가 있는 우지 강변 신핫코다리(新白虹橋)에 도착했다. 지역 신문 기자들도 도착했다. 마침 일본은 히로시마, 나가사키, 패전으로 이어지는 기간이었다.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이 미흡한 한계가 있으나 전쟁에 대한 반성이 이 시기 일본 신문들의 주조를 이룬다. 지방 신문의 취재에 ‘올해 시작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일본이 적극 합류하는 것이 식민지 지배와 전쟁의 과오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시비 건립운동은 건립위원회 발족 후 2년 만에 시비가 제작될 때까지 순조로웠다. 교토의 조각가 다무라 다카시(田村隆)의 작품이다. 한국에서 날라 온 석판과 일본에서 채취한 석판을 나란히 세우고, 두 석판을 윤동주를 표상한 원기둥이 잇고 있다. 두 석판에는 각각 우리말과 일본어로 ‘새로운 길’을 새겨 넣었다. 윤동주의 대표시 ‘서시’의 일본어 번역이 일으킨 논란을 피한 것이나, 그 선택은 탁월했다. 그가 걷고자 했던 새로운 길에 일본 제국주의가 남긴 상처가 더 선명히 드러난다. 기념비가 제작된 뒤 때마침 불기 시작한 혐한류의 광풍이 우지시에도 미쳐 어려움을 겪었다. 건립 부지를 제공할 교토부 당국은 윤동주와 우지시의 연고를 증명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 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념비 제작을 위한 모임은 건립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운동 조직으로 바뀌었다. 교토부 지방검찰청에서 윤동주와 그의 사촌 송몽규의 판결문을 새로 발견한 것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였다. 모금 활동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를 모태로 건립위원회는 연구와 서명 활동을 전개했다. 과거를 지우려는 일본 우익의 준동 속에서 숨을 죽이는 일본인들이 있는 반면, 우지 시민처럼 과오의 기억을 새롭게 새기며 인권과 평화의 의지를 단련시키는 일본인도 있다. 기념비건립위 발족부터 12년, 2017년 10월 시비는 건립됐다. 체포되기 직전 25세의 청년 윤동주가 우지 강변을 배경 삼아 수줍게 웃는 사진을 보니 시비에 새긴 윤동주의 글귀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 [월드피플+]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 치우는 24세 청년의 무한도전

    [월드피플+]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 치우는 24세 청년의 무한도전

    아름다운 물의 행성 지구가 21세기 들어 '플라스틱 행성'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마구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 태평양에 한반도 몇 개 크기의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었다. 북태평양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이 태평양 해상의 ‘거대 쓰레기 섬’(The Great Pacific Garbage Patch)은 점점 커져 올해 초 한반도 면적(22만3천㎢)의 7배 크기인 약 155만㎢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무려 1조 8000억 조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구상 인류가 1인당 250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바다에 버렸다는 계산이다. 일회용 플라스틱은 분해하는 데에만 450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러한 플라스틱은 매년 800만 톤 이상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물고기와 물새들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먹고 죽어가고, 엄청난 생태계 파괴가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쓰레기 덫은 매년 10만 마리 이상의 고래, 돌고래, 물개 등을 죽인다. 바다표범과 다른 해양 생물들의 위에 플라스틱 조각들이 가득 찬 채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있다. 인간이 전 행성적으로 자기 행성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무서운 실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레기를 배출한 어떤 나라나 어떤 국제기구들도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 거대한 쓰레기 섬에 도전한 젊은이가 나타나 뭇사람들에게 크나큰 감동을 주고 있다. 24살의 네덜란드 청년 보얀 슬라트가 자신이 개발한 해양 쓰레기 수거 장치를 지난 8일(현지시간) 태평양에 투입한 것이다. 이 해양 쓰레기 수거장치는 총 600m 길이의 ‘U’자 모양으로, 수면 위에 떠다니면서 여기에 수면 아래 3m 길이로 부착된 막(screen)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그물 대신 막을 쓴 것은 물고기들의 희생을 막기 위한 것이다. 슬라트가 18살 때 설립한 ‘오션 클린업’(The Ocean Cleanup)이 이번에 태평양에 처음 띄우는 이 장치는 태평양 쓰레기 섬을 떠다니는 1조 8000억 조각의 플라스틱 쓰레기 일부를 수거할 예정이다. 장치에는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는 조명과 카메라, 센서, 위성 안테나 등이 부착됐으며, 이를 통해 태평양 해상 어느 지점에 있는지 상시 추적이 가능하다. 오션 클린업은 몇 개월에 한 번씩 이 장치로 지원 선박을 보내 그동안 모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해 육상으로 옮겨 재활용할 예정이다. 이 단체는 사업을 위해 3500만 달러(약 393억원)를 모금했으며, 주요 기부자는 고객관계관리(CRM) 기업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대표와 온라인 결제서비스업체 ‘페이팔’의 공동설립자 피터 틸 등이다. 16살 때 지중해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다 바닷속에 물고기보다 비닐봉지가 더 많이 떠다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이 단체를 설립한 슬라트는 “플라스틱은 매우 질기며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행동을 취해야 할 때는 지금”이라고 강조하면서 “우리의 목표 중 하나는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의 50%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슬라트는 2020년까지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 청소장치 60개를 태평양 해상에 띄운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지구에서 플라스틱이 사라지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존주의 세대] 싫밍아웃 우리는 왜

    “싫어!”는 말을 익힌 유아가 처음 뱉는 몇 가지 단어 중 하나다. ‘엄마’가 관계맺기에 관한 생애 첫 단어라면, 유아에게 ‘싫어’는 주변 위협요소를 차단시킬 가성비 높은 무기다. 강간죄 기본 구성요건인 ‘싫다면 싫은 것(노민스노·No means no) 규칙’은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으로서 지켜내야 할 금기를 규정한다. 이민을 모색하는 청춘을 그린 소설 ‘한국이 싫어서’는 ‘극복할 수 없는 싫음’이 결국 익숙한 터전에서 떠나야 할 숙명으로 작동하는 의식 흐름을 설명한다. ‘싫어’란 말이 ‘집단’이나 ‘낙인’이란 말과 결합해 ‘혐오’란 말로 진화하기도 한다. 20대가 선택한 ‘싫존주의’는 이처럼 복잡한 싫음의 여러 단계 중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모두의 마음속에 있지만 사회적으로 대놓고 공표되지 않던 단어 ‘싫어’를 커밍아웃시킨 20대에게 ‘싫음의 이유’를 들었다.싫다고 말하기…나를 깨우다 그저 싫어서 싫다고 했을 뿐인데 개설 하루 만에 페이스북 팔로어 3만명을 모으며 ‘싫존주의’를 세상에 알린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모임) 회원들에게 싫음은 “싫어!”란 한마디에서 멈추지 않는다. “냉면에 들어간 오이도 참을 수 없다”, “오이향이 싫어 오이 비누도 못쓴다”, “숫자 5와 2도 싫다”, “셜록에 나오는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오이 닮았다니 싫더라”며 꼬리를 문다. 그러다 돌연 소비자 취향대로 오이나 피클을 빼 주는 S샌드위치 체인점 예찬으로 빠지거나, 보기도 싫은 오이를 오자이크(오이+모자이크)한 페이스북 관리자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10대 땐 급식에서, 20대 땐 군대에서, 더 커선 직장 상사 앞에서 싫다고 말 못한 ‘오.이.’를 품평하며 이들은 ‘오이와 결별한 나’란 존재감을 드러냈다. “회식 좀 그만”… 관행을 바꾸다 여전히 관행대로 작동하는 직장에서 회식이 싫다고 공개 선언하기는 쉽지 않다. 큰 맘 먹고 ‘회식이 싫다’고 했다 무위에 그친 직장인 박모(29)씨와 같은 사례는 흔했다. 박씨는 딱 한 번 용기를 내 “원래 술을 싫어하는데다, 오늘은 유독 몸이 좋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상사에게서 돌아온 건 “몸이 안 좋으면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마셔라”는 지시였다. 그날 술에 취해 상사 등에 업혀 집에 돌아간 이후 박씨는 “싫다”고 말하는 대신 회식에서 요령껏 술을 피한다. 3년차 직장인 임모(27·여)씨는 회식에 앞서 “술을 잘 못 마시고, 마시면 바로 얼굴이 빨개진다”고 돌려 말했다. 상사들은 “그래도 첫 잔은 원샷”이라고 대꾸했다. 그렇다고 ‘회식 싫존주의’ 선언이 꼭 공허한 것만은 아니다. 직장인 차민영(23·여)씨는 응답을 받은 경우다. 첫 회식자리에서 용기 내 “구운 고기를 싫어한다”고 하자, 상사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차씨는 “첫 회식에서 말하기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 말해야 앞으로가 편할 거란 생각에 그냥 질렀다”면서 “그다음부턴 회식 장소를 정하기 전에 미리 ‘이 메뉴는 어떠냐’고 물어봐 준다”고 전했다. 올해 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이후 직장 회식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비혼·비출산 선언… 관습을 벗다 결혼이나 육아처럼 때 되면 해야 되는 숙제처럼 치부되는 관습의 영역에서도 ‘싫존주의’가 작동했다. 자의에 의해, 혹은 사회에 떠밀리듯, 자포자기하듯 ‘결혼 싫어’나 ‘출산 안 해’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디자인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최희석(29)씨는 오랜 고민 끝에 비혼을 선택했다. 최씨는 “가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대학원을 마치고 늦게 취업을 하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면서 “책임질 수 없는 미래라면 ‘싫어’ 선언을 하는 게 현실에 대한 예의 같았다”고 했다. 아직 주변에 이 결심을 털어놓지 못했다. 가끔 부모님께 “혼자 살 거야”라는 장난 섞인 진심을 내비치지만 최씨의 어머니는 “그래도 남들 하는 건 다 해 봐야 하지 않겠니”라며 넌지시 결혼을 권한다. 반면 대학생 박도연(21·여)씨는 고등학교 시절 일찌감치 비혼을 선언했다. 멋있게 살겠다는 꿈을 결혼이란 제도가 해친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박씨는 “부모님이 제게 했던 희생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도 비혼을 결심하게 된 큰 이유가 됐다”고 했다. 박씨는 “비혼 선언에 아빠는 ‘네 인생 살아라’고 응원해 주셨지만, 엄마의 반응은 지금도 좋지 않다”면서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랑 난 다른 사람이야. 내가 엄마일 필요는 없어’라고 자꾸 말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엄마상(像)과 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아직 닮고 싶은 삶의 모델은 찾지 못한 박씨는 일단 싫어하는 것을 추려내는 데 열중한다. 그는 “싫은 것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내가 완성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혼 적령기도 아닌데) 반복해서 ‘결혼이 싫다’고 말하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나에게 익숙해지게 만드는 과정”이라면서 “반복적으로 내 가치관을 말해 말의 무게가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도 힘든데”… 내 것을 지킨다 그동안의 진보·보수 이념 구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싫은 감정’이 집단적으로 표출될 때도 있다. 선거나 여론조사 등에서 이주민·난민 등에 대한 ‘혐오 감정’이 발현되는 게 대표적이다. 난민 반대 시위를 하는 ‘난민대책 국민행동’ 스태프의 40~50%는 20대로 알려졌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싫음은 ‘이주민 자체’가 아니라 ‘이주노동자와 내국인 간 일자리 경쟁’에 초점을 맞춘 양상도 보인다. 난민대책 국민행동 관계자는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 부양 등 안 그래도 젊은층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산더미인데 자기들 세금으로 외국인까지 거둬야 하느냐는 식의 본능적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고 청년층의 인식을 설명했다. 취업준비생인 박모(26·여)씨는 “요즘엔 최저시급이 올라서인지 알바 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는다”면서 “이 상황에서 난민까지 받아들이는 건 솔직히 싫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나 제 마음이 이기적이란 것을 안다”면서도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 현실을 보면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남들도 그래”… 익명에 기대다 온라인은 기존 관례를 신경 쓰지 않고 ‘싫음’을 발산할 수 있는 장소다. 오프라인에서 ‘싫음’이나 ‘혐오’를 드러내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면, 온라인 게시판에선 ‘지지’를 드러낼 때 별종 취급을 받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뉴스 기사나 영상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78.5%, 온라인 혐오 표현 가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6.5%였다. 가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41.6%는 ‘다들 그렇게 하니까’ 혐오 표현을 했다고 대답했다. 표현에 대해 입증·행동 책임을 잘 지우지 않는 온라인 게시판의 속성이 ‘싫음’의 속성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좋음’을 일단 표현하면 그 대상과 계속 관계맺기를 이어가야 하는 반면, ‘싫음’을 일단 선언한 뒤엔 관계를 단절해도 무방하게 여겨진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싫음’이 빈번하게 표현되는 이유에 대해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은 “익명의 지지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내가 자유롭게 의사표현을 해도 안전한 곳’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선 상대가 온전한 인격체가 아닌 내 감정과 의견을 전달하는 하나의 객체로서만 간주된다”면서 “소통에 부담이 없으니 ‘싫다’ 혹은 ‘혐오한다’ 등의 감정이 더 잘 노출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애국페이는 현실 ‘내 돈 쓰는 예비군’

    [밀리터리 인사이드] 애국페이는 현실 ‘내 돈 쓰는 예비군’

    훈련장 거리 멀어질수록 부담 커져동원훈련 보상금 헐어도 비용 부족“최저임금으로 지급해야” 31% 정부가 ‘동원훈련 보상금’을 올해 1만 6000원에서 내년 3만 20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히면서 열악한 예비군 훈련비 실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럼 실제 우리 예비군들의 훈련 여건은 어떨까. 8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국방부 의뢰로 작성한 적정 예비군 훈련비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2000여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 연령대를 통틀어 예비군 훈련비가 ‘충분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10명 중 1명에 그쳤습니다. 그럼 ‘내 돈 쓰고 받는 훈련’은 실체가 있을까. 그렇습니다. 교통비를 받고도 많게는 1만원 넘게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야 훈련장까지 갈 수 있는 예비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비군 훈련비 부족하다 63.9% 연구소는 예비군 훈련비 적정 보상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월 9일부터 20일까지 현역장병 402명, 동원훈련 예비군 653명, 일반훈련 예비군 609명, 민방위대원 189명, 입대 전 청년 176명 등 20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습니다. 육·해·공군을 모두 선별해 연구진이 직접 의견을 물었습니다. 예비군 훈련비에 대해 ‘적정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11.9%에 불과했습니다. 현역을 제외하면 일반예비군(8.8%), 동원예비군(8.3%), 민방위(7.9%), 입대 전 청년(7.9%) 등이 모두 10%에도 못 미쳤습니다. 반면 ‘부족하다’고 여기는 비율은 평균 63.9%나 됐습니다. 민방위(69.8%), 동원예비군(66.2%), 입대 전 청년(64.8%), 일반예비군(62.9%) 등의 순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예비군 일당 적정수준은 최저임금 수준인 ‘6만원’(31.4%)과 보통인부 노임단가 수준인 ‘10만원’(31.7%)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교통비, 식비 합해도 훈련장까지 못 가 동원훈련 예비군 635명을 조사했더니 훈련과정에 실제 부담한 비용은 왕복교통비 평균 1만 5270원, 식비 4780원으로 평균 2만 40원이었습니다. 현재 동원훈련 보상금 1만 6000원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군에서 교통비를 따로 지급하지만 합해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일반훈련 예비군 609명을 조사했더니 하루 지출액은 왕복교통비 9400원, 식비 8840원으로 총액이 1만 8240원이나 됐습니다. 역시 식비 6000원, 기본교통비 7000원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예비군들은 동원훈련 교통비와 식비로 평균 3만 8960원, 일반훈련은 2만 5120원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교통비를 지급하지 않는 ‘작계훈련’은 184명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는 교통비로 평균 1만 3872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동원훈련과 일반훈련을 모두 포함한 예비군들의 직업은 회사원(25.9%), 학생(19.0%), 전문직(17.2%), 서비스업(12.7%), 자영업(6.5%), 공무원(1.5%) 등의 순이었습니다. 평균일당은 8~10만원(34.1%), 11만~13만원(18.7%), 5만~7만원(16.8%), 14만원 이상(15.8%) 등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실제 거리별 교통비를 측정해봤더니 도시지역인 ‘52사단 훈련장’은 서울 강서구 방화1동에 사는 예비군이 대중교통만 왕복해도 21㎞ 거리에 교통비 8100원이 필요했습니다. 동원훈련을 예로 들면 입영장소까지 30㎞ 이하일 때 3500원을 주는데 한참 모자란 수준입니다. 일반훈련비인 7000원에도 미달합니다. 결국 1만 6000원인 동원훈련 보상금을 헐거나 일반훈련 식비 6000원을 줄여 감당해야 합니다. 택시는 편도 비용만 2만 1100원이어서 아예 불가능합니다.거리가 멀어지면 부담은 더 커집니다. 강원 홍천군 내면에 사는 예비군이 ‘36사단 홍천훈련장’으로 가려면 무려 86㎞를 이동해야 합니다. 대중교통으로 왕복교통비만 3만 8400원입니다. 1㎞당 116.14원인 동원훈련 교통비 9988원과 훈련 보상금 1만 6000원을 합해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일반훈련은 식비 6000원, 동원훈련과 같이 1㎞당 116.14원인 교통비 9988원을 합해도 절반도 충당하지 못합니다. 택시비는 편도만 7만8800원입니다. ●군구조 개편 뒤 교통비 부담 더 커질 듯 앞으로 교통비 부담은 더 늘어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국방부가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군구조 개편계획’에 따라 여단이나 연대 단위의 예비군훈련대가 창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187개 대대급 훈련장을 2023년까지 40대 연대급 훈련장으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인데, 개편이 완료되면 예비군 입·퇴소 거리는 평균 2~5배가 늘어날 전망입니다. 결국 동원훈련 보상금이라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열악한 현실을 개선할 방법이 없습니다. 연구소는 “생업을 포기하고 훈련에 참여하는 예비군에게 국가는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실비보상만이 아닌 일당수준의 보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동원훈련 보상금이라도 올해 1만 6000원, 내년 3만 2000원 수준으로 인상한 뒤 2022년까지 9만 1000원까지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계획일 뿐 실현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열악한 예비군들의 현실에 눈을 감아버릴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예우를 할 지는 국회, 국민이 선택해야 합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왜 한국 예비군 훈련비는 세계 최하위인가

    [밀리터리 인사이드] 왜 한국 예비군 훈련비는 세계 최하위인가

    동원훈련 보상금 3만 2000원 인상 예정미국 등 해외선 현역과 동등한 수준 보상“왜 내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야 하나”예비군 예우 위해 적정보상 반드시 필요 정부가 ‘동원훈련 보상금’을 올해 1만 6000원에서 내년에는 2배인 3만 200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일당이 아닙니다. ‘2박 3일’에 1만 6000원인 것을 2배로 올려주겠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남성, 특히 갓 군대를 제대한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물론 정부 예산안일 뿐이고 아직 국회 의결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시점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동원훈련 보상금은 제대군인에 대한 ‘예우’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도 또다시 생업을 포기하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분들을 우리는 과연 제대로 예우하고 있을까요. 알아보려면 비교대상이 있어야 하겠지요. 마침 ‘한국전략문제연구소’가 얼마 전 국방부 의뢰로 외국의 예비군 훈련비 적정 보상에 대한 상세 보고서를 냈습니다. 8일 자료를 입수해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우리나라 예비군 훈련비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간략히 설명해보겠습니다. 예비군 훈련은 ‘동원훈련’과 ‘일반훈련’으로 나뉩니다. 동원훈련은 2박 3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현역과 마찬가지로 군 병력으로 ‘동원’돼 막사에서 기상하고 훈련하는 것을 말합니다. 2007년 처음으로 동원훈련 보상금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금액은 3000원이었습니다. ●택시타면 ‘합승’해야 하는 열악한 훈련비 보상금은 2008년 4000원, 2010년 5000원, 2014년 6000원, 2016년 7000원으로 조금씩 오르다 지난해 1만원, 올해 1만 6000원이 됐습니다. 교통비는 집에서 입영장소까지 30㎞ 이하일 때 기본 3500원에서 거리에 따라 점차 높여 61㎞ 부터는 1㎞당 116.14원을 지급합니다. 100㎞라면 1만 1614원을 준다는 뜻이지요. 버스비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아마 많은 분들이 부족하다고 느낄 겁니다. 교통비도 2008년 처음으로 1㎞당 92.55원을 주다가 점차 높여서 그나마 이만큼 올라간 것입니다. 하루치를 주는 일반훈련비는 더 열악합니다. 보상금은 없고 식비는 6000원, 교통비는 30㎞ 이하일 때 기본교통비 7000원, 31㎞부터는 동원훈련처럼 1㎞당 116.14원을 지급합니다. 급해서 택시라도 타려고 하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방법은 불법인 ‘합승’을 선택하는 것 뿐입니다.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처음 만난 4명이 택시에 함께 타는 경험도 종종 해보셨을 겁니다. 생업을 포기하는 대가도 가혹한 수준입니다. 실제로 동원훈련 참가자 653명을 조사했더니 생업을 할 때 평균 일당 8~10만원이 35.4%로 가장 많았고 11만~13만원(19.9%), 14만원 이상(19.3%), 5~7만원(17.0%) 등의 순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동원훈련 보상금의 인상을 막은 것은 예산당국이었습니다. 이미 소속직장에서 ‘공가’ 처리하고 급여를 받기 때문에 추가 보상하는 것은 ‘이중 수혜’라는 겁니다. 또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국방의 의무’에 해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격한 인상은 어렵다”고 제동을 걸었습니다. ●예산당국 “국방의 의무를 왜 추가 보상하나” 이 과정에 ‘애국페이’라는 비난이 나왔습니다. 왜 부족한 교통비와 식비는 문제 삼지 않느냐는 것이지요. 지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아마 화를 삭히기 어려우실 겁니다. 나와 내 자식 또는 친구, 동생이 오로지 국가를 위해 희생만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냐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식비와 교통비를 왜 내 호주머니에서 추가로 내면서까지 훈련을 받아야 하느냐”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해마다 예산당국은 소액 인상을 고수했습니다. 참다 못한 국방부가 “청년실업이 증가하고 있어 실비 변상이 아닌 일당 수준의 보상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맞서면서 결국 내년 동원훈련 보상금을 2배로 인상하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부족한 교통비와 식비 문제는 다음 기사에서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대신 우리 제대군인 예우를 위해 먼저 외국의 사례부터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우선 ‘미국’을 가봤습니다. 2~4년간 예비군으로 복무하는데 ‘주말 소집훈련’이 월 1회 2일(16시간), ‘연례훈련’은 2주간 동원훈련 형태로 진행됩니다. 연례훈련은 ‘지역 예비군 훈련센터’에서 주특기 위주의 개인훈련을, 동원소집훈련은 지정부대에서 집체훈련을 합니다. ‘마일즈’ 등 과학화 장비를 활용한 사격, 전술훈련 위주입니다.남녀 모두 병역의무가 있는 ‘이스라엘’로 가보겠습니다. 남자는 부사관 또는 병사로 32개월, 여자는 24개월을 복무하고 남녀 모두 38~44세까지 예비군으로 편성됩니다. 예비군은 지상군훈련소(NGTC)에 입소한 뒤 마일즈 등을 활용한 전술훈련을 해 훈련강도는 비교적 높습니다. 그렇지만 하루 8만~14만원의 훈련비를 주고 기본급, 특별급, 보조금, 세금 공제 등 다양한 혜택을 줍니다. 1개월 복무 기준으로 최소 181만원, 5일 이내로 복무하면 생업 일당의 140%를 줍니다. 여기에 훈련기간에 따라 10~37일까지 무려 40만 5000~162만 2000원의 보조금도 지급합니다. 그렇지만 예산 부담은 많지 않습니다. 전 국민이 매월 소득의 1.5~5% 수준의 보험금을 납부하고 1개월 미만 복무자는 보험기금으로, 1개월 이상은 세금으로 봉급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훈련비 세계 최하위인데 지급규정도 불분명 ‘독일’은 ‘부대예비군’과 ‘지역예비군’으로 나뉘는데 1년에 최대 30일을 훈련합니다. 사격, 구급법 등 다양한 훈련을 받는데 기본적으로 현역에 준하는 봉급을 주고 동원기간 생업을 못해 수입이 줄어들면 100% 보상해주는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우리와 가까운 ‘대만’은 어떨까요. 1994년 1월 1일 이전 출생자는 12개월, 이후 출생자는 4개월로 현역 복무기간이 매우 짧습니다. 그리고 1년에 예비군 훈련 기간은 평균 7일 정도인데 일당 개념으로 훈련비를 주고 2일 이상 복무하면 해당 계급에 준하는 수당을 지급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동원훈련은 식비, 교통비를 제외한 보상금이 2박 3일 1만 6000원, 일반훈련은 보상금 없이 하루 교통비 7000원, 식비 6000원을 제공하니 격차가 크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예비군 훈련비나 보상금에 대한 법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예비군법 제11조(실비변상)는 ‘예비군부대의 지휘관 및 동원 또는 훈련소집된 예비군 대원에게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급식과 그 밖의 실비 변상을 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오로지 책임만 있을 뿐 변변치 않은 훈련비조차 ‘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조항으로 묶여 있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방부는 늘 예비군 훈련비 편성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예비군 훈련 강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일즈 장비 등을 활용한 첨단 전술훈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적정 수준의 보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다행히 정부는 2022년까지 동원훈련 보상금을 최저임금의 50%인 9만 1000원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습니다. 당장 2배 인상을 앞두고 있는데, 국회에서 어떤 결정을 할 지 제대군인과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질 전망입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울광장] 경제정책, 읍참마속의 결단 필요하다/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제정책, 읍참마속의 결단 필요하다/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 압승 직후 ‘등골이 서늘하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민심의 파도, 그것은 한순간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반대로 뒤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한 것이다.이제 그 민심의 향배는 서서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향하고 있다. 집권 이후 최고 80%대를 오르내렸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50%대로 주저앉았다.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틀을 마련하고 군과 사법 개혁 등 과감한 적폐청산으로 국민적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경제문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국정 사안을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관심사가 먹고사는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먹는 것(食)이 하늘(天)’이라는 명제가 바로 민심의 요체다. 민심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올해 역대 최대로 오른(16.4%) 최저임금이 도화선이 됐다는 시각이 많다. 내년에도 두 자릿수(10.1%) 인상이 결정됐다. 지난 2분기(4~6월) 하위 40% 가계 소득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감소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용직과 임시직 등 하위 계층의 노동자들이 대거 고용시장에서 퇴출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연일 거리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나서는 와중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빈부격차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로서 참으로 아픈 대목이다.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를 소득주도성장 무용론으로 확산시키려는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이다. 한가지 쟁점을 다른 영역으로 확대하는 이른바 ‘전략적 주도’ 전략이다. 과거 보수세력들이 노무현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사용한 수법이었다. 최근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을 중심으로 경제위기·망국론 프레임이 확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역대 정권을 괴롭혔던 가계부채나 소득분배, 부동산 문제 등에 속 시원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현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소득주도성장의 탄생은 한국 경제의 모순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재벌·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우리나라를 미국 다음으로 빈부격차가 심각한 나라로 만들었다. 노인 빈곤율 1위가 말해주듯 저소득층은 절망의 상황에 봉착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 소비와 내수를 진작해서 궁극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내용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당위성과 큰 방향에 대해서 반대보다 찬성이 많은 이유다. 정부로선 미·중 무역전쟁이나 고령화, 청년층 인구 감소 등 구조적 문제, 조선업 등 제조업 붕괴 등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설명을 귀담아들으려는 국민들이 점차 줄고 있다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경제위기 프레임이 작동하는 한 그 어떤 해명도 먹히지 않는다. 되레 정부의 무책임성만 부각시키고 역효과를 낳는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인 국민들과 시장이 냉담한 반응을 한다면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 정책은 이제 출구전략을 찾아야 할 시기에 와 있다.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만 하루벌이로 먹고살아야 하는 많은 국민들에게 할 소리는 아니다. 정교한 보완책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 기간이라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움직이는 시장의 원리에 유연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폭과 속도를 조절한다고 해서 소득주도성장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우리의 정책이 맞다’는 자세는 불통의 정신과 정권의 경직성만 부각하는 꼴이 된다. 무엇보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결단이 필요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제갈량의 의지를 배워야 할 것이다. 빌 클린턴(재임기간 1993~2000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보자. 재임 초기 건강보험 개혁 등에 실패하면서 199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크나큰 패배를 당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심기일전해 1990년대 최장기 경제 호황을 이끈 주인공으로 역사에 자리매김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속결하려는 조급증과 경직성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최고의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아야 한다”(上善若水)는 대목을 되새길 때다. oilman@seoul.co.kr
  • “논평형 아닌 실무형 최고위원 될 것”

    “논평형 아닌 실무형 최고위원 될 것”

    지지율 28.4% 1위… “끝까지 가봐야”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45) 후보는 16일 국회사무처가 국회 특수활동비 중 의장단 몫은 남기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원과 대의원을 만나면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이기더니 교만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후보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당원들은 특활비 등에 대해 왜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못하느냐는 말을 한다”며 “특활비를 완전 폐지하고 필요한 부분은 정상적인 예산 항목에 편성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현재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의 위상이 약화됐다”며 “단지 회의에 참석해 논평하는 최고위원이 아닌, 실질적 역할을 나눠 맡고 책임지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이 민생, 경제, 소통교육 등 각 분과를 나눠 맡아 확실하게 끌고 나가자는 데 박 후보 등 최고위원 후보 8명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변호사 시절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며 법률 지원을 해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저는 초선이자 청년 의원이지만 박정 후보가 초선, 김해영 후보가 청년을 먼저 기치로 들어서 제가 이를 내세우기 죄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 분에 비해 현장성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이날 리얼미터가 민주당원 34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5.3% 포인트)를 한 결과 지지율 28.4%로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제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대의원 투표 비율이 45%인데 대의원은 전통적으로 지역위원장의 투표 경향을 따른다. 제가 정당 경험이 짧고 조직이 없다 보니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을 안정적으로 올리면서도 부담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위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민주당 교만해졌다는 말 많이 들어”

    ‘세월호 변호사’ 박주민, “민주당 교만해졌다는 말 많이 들어”

    더불어민주당 8·25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박주민(45) 후보는 16일 국회사무처가 국회 특수활동비 중 의장단 몫은 남기겠다고 밝힌 데 대해 “당원과 대의원을 만나면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이기더니 교만해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후보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당원들은 특활비 등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왜 보이지 못하느냐는 말을 한다”며 “특활비를 완전 폐지하고 필요한 부분은 정상적인 예상 항목에 편성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지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현재 지도부에서는 최고위원의 위상이 약화됐다”며 “단지 회의에 참석해 논평하는 최고위원이 아닌, 실질적 역할을 나눠 맡고 책임지는 최고위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이 민생, 경제, 소통교육 등 각 분과를 나눠 맡아 확실하게 끌고 나가자는 데 최고위원 후보 8명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변호사 시절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와 용산 참사 희생자 유가족,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현장에서 함께 투쟁하며 법률 지원을 해 ‘거리의 변호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저는 초선이자 청년 의원이지만 박정 후보가 초선, 김해영 후보가 청년을 먼저 기치로 들어서 제가 이를 내세우기 죄송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두 분에 비해 현장성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이 돼서도 현장에 있었다”며 “민주당이 열세인 지역을 자주 돌아다니면서 당원을 찾아뵙고 어려움을 청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원(348명, 95% 신뢰수준에 ±5.3% 포인트·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서 지지율 28.4%로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제가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대의원 투표 비율이 45%인데 대의원은 전통적으로 지역위원장의 투표 경향을 따른다. 제가 정당 경험이 짧고 조직이 없다 보니 끝까지 가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은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을 안정적으로 올리면서도 부담이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등 입법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경기도 1회추경 23조 6035억 편성…1조 6270억 증액

    경기도 1회추경 23조 6035억 편성…1조 6270억 증액

    경기도는 16일 일반회계 20조 5933억원, 특별회계 3조102억원 등 모두 23조 6035억원 규모의 1회 추경예산안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 21조 9765억원보다 1조 6270억원(7.4%) 늘어났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선7기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첫 결과물인 제1회 추경예산안을 도민의 권리와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편성했다”고 밝혔다. 도지사가 직접 나서 예산안을 도민에게 보고하고 밝힌 것은 경기도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 지사가 도민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재정 운용에 있어서도 공정하게 집행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도는 밝혔다. 추경안 편성은 취득세 등 지방세 6148억원, 순세계잉여금 5524억원, 국고보조금 1739억원 등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증액된 예산은 시군·교육청 전출금 등 법정경비(6915억원), 국고보조사업(2291억원) 등에 쓰이며 자체사업에도 2867억원을 투입한다. 분야별로 보면 동북부 균형발전과 평화통일 기반조성에 역점을 둬 모두 3691억원을 반영했다.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 지사의 의지에 따라 추경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 도로건설 등 인프라 개선 1266억원, 남북협력기금 200억원, 캠프그리브스 군 대체시설 설치 130억원 등이다. 자연재해와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도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안전 관련 예산으로는 580억원을 세웠다. 소방장비 등 소방안전강화 150억원, AI·구제역 등 가축방역 286억원 등이다. 폭염 피해를 본 축산농가를 위해 예비비 8억 2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전통상인, 소상공인, 청년 일자리 등 지역경제 활성화 예산으로는 969억원을 담았다. 이 지사의 핵심공약인 지역화폐 확대와 관련한 경기시장상권진흥원 설립 용역비 등 예산으로 1억 3000만원을 반영했다. 보육료 지원, 어린이집 확충,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등 민생복지에 1372억원을 투입하며 군 복무 청년들의 상해보험 가입 지원을 위해 2억 70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이 지사는 “민선 7기 한 달 반 동안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세부 실행방안을 꼼꼼히 준비했고 그 첫 번째 결과물이 1회 추경예산안”이라며 “도민의 권한과 예산이 오로지 도민을 위해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회 추경예산안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12일까지 열리는 도의회 임시회에서 심의된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인권 운동·법치주의 헌신 홍남순 선생 정신 기리다

    인권 운동·법치주의 헌신 홍남순 선생 정신 기리다

    광주지방변호사회가 제헌절인 17일 광주 동구 동명동 광주변호사회관 1층에서 ‘인권의 대부’로 불리는 홍남순(1912~2006) 선생 흉상을 세우고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 제정을 의결했다. 제막식 행사엔 유가족을 비롯해 5·18광주민주화운동 단체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흉상 기단석 정면에는 ‘나는 살만치 살았고, 저기 있는 분들은 불의에 항거하고 올바르게 살았는데 무슨 죄가 있나. 청년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다 석방해야 한다’는 글을 새겼다. 선생이 1980년 5·18 직후 항쟁수습위원 16명과 함께 시민 희생을 막기 위한 ‘죽음의 행진’에 나서 ‘광주사태 폭도 수괴’로 지목돼 군부에 의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2월 육군고등군법회 항소심에서 밝힌 최후진술 내용 일부다. 선생은 1년 7개월 복역 뒤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 광주구속자협의회 회장 등을 지내며 줄곧 5·18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활동에 힘썼다. 최병근 광주변호사회장은 “창립 70돌을 맞아 총칼에도 기개를 잃지 않고 인권운동, 법치주의에 헌신한 정신을 기리고자 회원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이렇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남 화순 출신인 선생은 1948년 제2회 조선변호사 시험에 합격에 법률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광주지법 판사 등을 거쳐 1963년 광주 동구 궁동 가옥에 변호사 사무실을 열고 각종 긴급조치 위반 사건 등 양심수 변론에 집중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희생만 강요하던 시절은 끝났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예비군, 희생만 강요하던 시절은 끝났다

    6.25 전쟁 발발 68주년이 되던 지난 25일, 국회에서 작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국회에서 정책토론회나 세미나가 열리는 것은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이 세미나는 그다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기관이 주최했고, 정부나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마이너한 주제를 다루었음에도 많은 참석자들이 몰려들어 성황리에 치러졌다. 관련 없어 보이는 주최 기관은 국회 상임위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실과 국방안보 분야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자주국방네트워크였다.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기관이 주최한 이 날 정책토론회의 주제는 ‘예비군’이었다. 예비군은 대한민국 신체 건장한 남성 대부분이 피해갈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군대를 어떻게 갔다왔느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예비역으로 편입되며, 전역 후 예비군 6년차가 될 때까지 좋든 싫든 예비군 훈련에 입소해 소정의 시간을 이수해야만 법적 처벌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청년 남성들이 엮여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예비군은 정치권이나 정책결정론자, 언론의 관심사에서 항상 벗어나 있었다. 창설된지 반 세기에 달하는 오랜 역사와 27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예비군이지만, 정치인이나 고위 정책 결정권자, 언론, 심지어 군 관계자들조차 이 예비군에게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도 젊은 시절 예비군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이 조직이 얼마나 형편없고 무기력한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예비군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군사조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다. 예비군 대원들에게 지급되는 무기와 장비는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서나 쓰였을 법한 낡고 낙후된 것들이다. 예비군 훈련에 입소하면 여름에는 푹푹 찌고 겨울에는 추운 막사에서 생활하며 고시촌의 싸구려 백반 수준의 급식을 제공받는다. 훈련시간이 되면 분대, 소대 단위로 몰려다니면서 별 의미 없는 ‘했다치고’식의 훈련을 받고, 일정이 끝나면 장비 반납 후 최저임금의 1/12 수준의 짠내 풀풀나는 훈련보상비를 받고 귀가한다. 현행 법령이 예비군 유지와 훈련을 못막아두고 있으니 예비군 소집과 훈련은 매년 반복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군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진다. 장비를 새 것으로 바꿔주고 막사와 급식을 개선해주고 싶어도 예산이 없다. 예비군 주무부서인 육군본부 동원참모부 관계자들이 예산 편성 시즌만 되면 발에 땀이 나도록 기획재정부나 국회를 드나들며 예산 증액을 읍소해도 돌아오는 것은 예산 삭감의 칼날 뿐이다. 예비군 훈련부대 조교와 교관 1명당 담당 예비군이 수백명에 달하다보니 내실 있는 훈련은 언감생심이다. 예비군 대원들도 복장이 터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학업이나 취업준비, 생업으로 1분 1초의 시간이 아까운 마당에 매년 끌려가는 예비군 훈련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훈련에 입소하면 형편없는 시설과 처우에 또 한번 분을 참고, 퇴소 후 훈련보상비랍시고 주는 푼돈에 또 한번 화를 참아야 한다. 인생의 가장 황금기인 2년의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 것도 억울한데 매년 짧게는 하루, 길게는 3일씩 무려 6년의 희생을 강요하니 예비군 훈련이 달가울 수가 없다. 사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지만, 지난 오랜 세월동안 문제제기만 있어왔을 뿐 누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이가 없었다. 군 내부에서는 예비군 업무를 담당하는 ‘동원’ 분야가 비주류이자 마이너로 취급되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고, 정치권이나 언론 역시 북핵문제나 3축 체계와 같은 굵직한 다른 이슈들에 매몰되어 예비군 분야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예비군 분야는 국방정책 이슈에 있어서 언제나 후순위였다. 무려 270만에 달하는 거대 조직에 투자되는 예산은 전체 국방예산의 0.3%, 연간 1200억 원 수준이고, 2박 3일 동원훈련을 마친 청년들에게 보상비랍시고 쥐어지는 돈은 고작 1만 6000원이다. 그렇게 지난 수십년간 예비군은 낡은 장비를 지급받아 했다치고식의 훈련을 마친 뒤 푼돈을 쥐고 퇴소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사실상 사회 통념처럼 굳어져 갔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시간적·경제적 희생도 어쩔 수 없는, 그리고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기 시작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에 의해 예비군 개혁의 불씨가 기적적으로 되살아날 수 있었다. 예비군 개혁의 불씨를 지핀 사람은 현재 동원전력사령관을 맡고 있는 구원근 육군소장이다. 그는 지난 2016년 육군본부 동원참모부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개혁 구상에 몰두했다. 구 소장의 개혁 구상은 역대 가장 개혁적인 육군참모총장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김용우 총장의 취임과 함께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김 총장의 적극적인 개혁 의지 속에 구 소장은 예비군 제도의 환골탈태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예비군 관련 업무를 총괄할 컨트롤 타워로 동원전력사령부의 창설을 준비하고, 기존 예비군 관련 조직의 과감한 구조 개혁을 단행했다. 예비군 훈련 보상비의 현실화, 처우 개선을 위해 기재부와 국회의 문지방이 닳도록 뛰었다. 예비군 관련 예산 증액과 제도 개선 부분에서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25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군 밖에서의 선봉장을 자처했고, 정치권에서는 평소 군 장병과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조경태 의원이 ‘화력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전후방 각지의 예비군 훈련장을 찾아 현장에서 제기되는 민원을 청취하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25일 국회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조 의원은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관심을 갖고 다녀왔던 상비사단과 달리 동원사단의 예비군 대원들은 터무니없이 불비한 여건 속에서 희생하며 묵묵히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과 예산 증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발제를 맡은 신인균 대표 역시 “우리 청년들에게 싸울 수 없는 무기를 주고, 노예페이에 가까운 돈을 보상이라고 주면서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제도 개선과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는 △예비군 편성 기간 8년→6년 단축 △연간 예비군 훈련시간 2박 3일 → 4박5일 연장 △최저임금 1.5배 훈련보상비 지급 및 예비군 처우 개선 △예비군 장비 현대화 △연 30일 훈련 / 480만원 수령하는 지원제 정예예비군 제도 도입 △정예 동원사단 개편 △예비역 간부 상근·비상근 복무제도 도입과 같은 파격적인 제도 개혁 방안들이 제시됐다. 이 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예비군 정예화를 추진하되, 더 이상 우리 청년들이 애국심을 명분으로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고 성토했다. 예비군 정예화와 제도개선은 인구 감소에 따른 상비군 병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미래 국방개혁의 핵심과제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국가안보와 애국심이라는 명분 아래 대가 없는 희생과 봉사를 강요받아온 청년들의 권리를 찾아주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제 이 과제 해결을 위해 270만 역전의 용사들이 보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이일우 군사 (자주국방네트워크 ) finmil@nate.com
  • “빨리 나와” 아버지 절규에도 못 빠져나온 아들…세종시 화재 안타까운 사연들

    “빨리 나와” 아버지 절규에도 못 빠져나온 아들…세종시 화재 안타까운 사연들

    세종시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로 숨진 희생자 중 20대 청년이 아버지와 함께 아르바이트를 나온 첫날 변을 당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7일 세종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A(25)씨는 전날 아버지와 함께 새종시 새롬동(2-2 생활권 H1블록) 트리쉐이드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장에 하청업체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러 갔다. 용돈을 벌기 위해 공사장에 나간 첫 날이었다. 아버지는 건물 지상에서, 아들은 지하에 배치돼 작업을 이어가던 중 오후 1시 10분쯤 ‘펑’ 소리와 함께 큰 불이 났다. 아버지는 가까스로 빠져나와 아들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빨리 튀어나와 OO야! 아빠 들어갈 거니까 빨리 뛰져나와”라고 외쳤지만 아들은 끝내 빠져나오지 못했다. 아들은 화재 발생 5시간 여만에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와 함께 지하 1층에서 노동자 B(53)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7개월 전까지는 버스 운전대를 잡았던 B씨는 대학생 딸의 자취방 마련을 위해 직장을 바꿨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다른 사망자 중국 국적의 C(34)씨는 중국에서 아직 가족이 도착하지 못해 현재 빈소에 시신만 안치된 상태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김응교 교수-작가의 탄생] 더 낮은 곳으로… 순례하는 여행자, ‘손’보다 ‘발’로 먼저 쓴 서울 이야기

    정말 칠십대 노인일까. 너무 젊게 보이는 그가 다가왔다. 낮게 웃는 편한 얼굴을 대하자 190㎝ 정도의 큰 키가 주는 위압감은 금세 사라졌다. 2013년 10월 12일, 동국대 정각원에서 그와 대담하기로 한 날이었다.“김 선생 작품 중 영어로 출판된 책이 있어요? 읽고 싶어요.” 만나자마자 상대의 책을 읽고 싶다고 묻는 외국 작가는 처음이었다. 후에 알았는데 그는 만나기로 한 작가가 있으면, 되도록 그의 작품을 읽고 만난다고 한다. 상대의 책을 읽고 만나려는 예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날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모두 겸손하게 받아줬다. ●“서울은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 간직”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78)는 1940년에 프랑스 니스에서 영국계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소개할 때 그는 프랑스혁명 때 공포정치를 피해 모리셔스 섬에 정착한 이민자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말하곤 한다. 태어나자마자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에서 빈궁한 생활을 경험했고,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지냈던 체험은 그의 소설 곳곳에 나온다. 오랫동안, 나는 어머니가 흑인이기를 꿈꿔 왔다. 아프리카에서 이 나라, 이 도시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이방인이 되어 있었다. 그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난 어떤 이야기를, 어떤 과거를 혼자 지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은퇴할 나이가 되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프리카인은 바로 그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나는 과거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이해해 봐야만 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담아 이 작은 책을 썼다. (르 클레지오, ‘아프리카인’, 문학동네, 2005, 7~8쪽) 1960년 젊은 시절, 알제리 민족해방운동에 대항하는 프랑스군에 참전해야 할지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태국에서 지내며 유교, 도교, 불교적 가치를 익히기도 했다. 그는 늘 순례하는 여행자였다. 그의 노마드적 삶은 고독한 구도자의 순례길이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한 인물이 성숙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외된 사람들, 제3세계의 시각에서 그는 글을 써 왔다. 단순한 이국인의 눈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소설 속에 들어가 그늘진 등장인물의 말을 대신해 주려고 한다. 작중인물에 작가가 거의 빙의(憑依)된 상태라고나 할까. 어릴 때 아버지가 보는 잡지에서 한국전쟁 사진을 처음 봤던 그는 2001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독학으로 한글을 공부한다. 2007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지내며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김소월 시 ‘진달래꽃’, 윤동주 시 ‘별헤는 밤’, 황석영 소설 ‘삼포 가는 길’, 이청준 소설 ‘예언자’를 좋아합니다.” 그가 좋아하는 한국문학 작품도 대부분 여행이나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담은 작품들이다. 지난해에 낸 중편소설 ‘빛나’를 읽으면 그가 서울을 샅샅이 몸으로 체험하며 썼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에서는 유리창에 비친 사람들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 영상은 흐릿하기 일쑤다. 게다가 내가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도 금방 들킨다. 모든 사람이 유리창을 향해 있기에, 그들에게도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이 잘 보인다. 그런 면에서 버스가 훨씬 쉽고 편하다. 낮에는 창문으로 거리의 사람들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르 클레지오, ‘빛나’, 서울셀렉션, 2017, 14쪽) 그는 손으로 쓰기 전에 발로 쓴다. 몸으로 세포로 체험해 보고 쓴 글이다. 이 소설에는 어떤 길이 있을까. “흥미로운 서울을 저는 ‘깨진 거울’로 생각합니다. 전체보다는 깨진 조각으로 빛나고 있는 유리 같아요. 그래서 서울은 다양한 인상을 줘요. 판타지가 넘치고, 다양한 상상력이나 감성이 충만합니다. 아름답게 반짝이는 깨진 유리를 서울은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깨진 유리처럼 조각조각 이야기들이 나온다. 주인공 ‘빛나’는 전신이 마비된 다른 여성에게 서울에서 본 다섯 가지 이야기를 해 준다. 이야기들은 전혀 관계가 없으면서도 각기 나름의 빛을 반사한다. 처음엔 집중해서 읽기가 어렵다. 너무도 어려운 퍼즐 맞추기와 비슷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서로 연결된다. 지하철 같은 칸에 탔던 사람들이 언젠가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 운명이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빛나’, 190쪽)조금 맞추기 시작하면 조각난 이야기끼리 연결되면서 헤어나기 힘들 정도의 흡인력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첫째, 열아홉 살 주인공 ‘빛나’는 전라도에서 자라다 서울로 왔다. 반지하방에서 쥐와 고군분투하던 빛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여인 살로메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알바를 맡는다. 고단하게 살아가는 ‘빛나’는 청년실업시대의 청년이다. ‘빛나’는 얼굴 없는 스토커를 통해 대도시의 공포를 체험하기도 한다. 딸이 둘 있는 르 클레지오는 여성을 소설 주인공으로 쓰길 좋아하는데 이 소설 역시 여성이 주인공이다. 둘째, 희귀한 병에 걸려 전신마비가 된 채 죽어가는 40대 환자 살로메와의 만남이다. 대도시 서울에 사는 몸과 마음이 병든 ‘부서진 주체’의 모습이다. 병든 그녀는 더 재밌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빛나’를 따라다니는 스토커를 고용하기도 한다. 셋째, 비둘기를 키우는 조한수씨 부부 이야기다. 38선을 넘어오던 어릴 때, 조씨 어머니는 비둘기 한 쌍을 데려왔다. 나이가 든 조씨는 비둘기에게 북녘 고향땅으로 편지 나르는 훈련을 시킨다. 북쪽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분단국가에서 살아가는 슬픈 실향민의 모습이다. 넷째, 미용실에 홀연히 나타난 키티라는 고양이 이야기다. 키티 목에 걸린 작은 가방에 쪽지를 넣으면서 주민들은 대화를 한다. 키티가 전해주는 신비한 이야기를 미용실 원장은 기다린다. 메신저 고양이의 역할에 어두운 동네에 작은 빛이 드리운다. 아파트에 고립된 사람들을 따뜻하게 이어 주던 키티는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다섯째, 나비라는 아이돌 가수의 길이다. 교회에서 찬양하면서 행복했던 나비는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다. 아픔을 이겨내고 가수의 길을 걷던 나비는 마침내 탐욕스러운 사내의 희생양이 되어 모든 걸 빼앗기고 목숨을 끊는다. 아이돌 스타의 성공과 슬픔, 그 그늘진 뒷골목이다. 여섯째, 부모에게서 버림받는 아이와 몰래 그 아이를 키우는 간호사 이야기다. 보육원에서 양부모를 기다리는 아기들과 달리 자란 나오미는 성장하면서 이상한 능력을 보인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 영혼이 병든 환자들, 분단으로 고통받는 실향민, 소비사회에서 소비되는 아이돌,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 작가가 조명하는 여섯 가지 순례길은 외면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주변인 곁으로 다가가는 그의 관심은 제주도 해녀를 담은 소설 ‘폭풍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2011년 명예 제주도민이 됐다. 작가는 방배동 서래마을, 신촌, 당산동, 오류동 등 서울 곳곳을 조명한다. “서울에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살아요. 다채로운 이야기와 신화가 창조되는 서울은 ‘다층성’이 두드러지는 공간이지요. 풍부한 상상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서울의 다층성을 강조하는 그의 말대로, 이 작품에는 다양한 계층의 인물이 등장한다. 대도시의 풍광, 분단 문제, 종교 문제, 대중문화의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녹아 있다. 상황 설정이나 섬세한 묘사가 자연스러워 읽다가, 가끔 한국인이 쓴 소설로 착각하기도 했다. 그의 소설은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황금물고기’ ‘라가’ ‘빛나’에는 비극적인 운명에 견디며 맞서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를 나누던 살로메가 세상을 등지고 ‘빛나’는 단독자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강남에는 비가 내리고, 인천 쪽에는 태양이 빛난다. 비를 뚫고 북한산이 북쪽에서 거인처럼 떠오른다. 이 도시에서 나는 혼자다. 내 삶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빛나’, 237쪽) ‘빛나’라는 이름은 ‘빛나다’에서 만든 이름이다. 화려한 도시 이면에 울적한 어둠을 담아낸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빛나’라는 제목처럼 빛나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처음 만났던 6년 전 그날, 그는 넘어져 팔을 크게 다쳐 병원에 들러 일곱 바늘을 꿰매고 왔다. 오랜 강연과 대담을 마치고 사람들이 그 곁으로 와서 사진 찍으려 했다. 붕대를 감은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계속 사인해줬다. 사진 찍기를 바라는 분들을 외면치 않고 나직하게 웃으며 받아주셨다. 사진 찍다가 옆에 앉은 나에게 또 “김 선생의 비평이든 작품을 읽고 싶다”고 또 말했다. 나는 선생님 귀에 가까이 대고 소곤대듯 말씀드렸다. “선생님 저는 수준이 낮은 작가예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내 오른쪽 어깨에 손을 올렸다. 힘내라는 뜻일까. 그 미소와 큰 손길이 고마웠다.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가다가 광화문에서 시위대를 만났다. 그는 저 시위는 어떤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세세히 물었다. 그날, 왜 그가 모리셔스 섬을 점령한 영국을 부당하게 생각하여 아버지의 모국어인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작가 언어’로 택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날, “이민자들은 사회를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존재”라고 했던 그의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촛불혁명을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으로 평가하는 르 클레지오는 소설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모든 사람, 특히 낮고 상처받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는 문사다. 시인·숙명여대 교수
  • [6·13 판세 분석-영등포구청장 후보] “43년 토박이… 도시재생 사업·교육환경 개선할 것”

    [6·13 판세 분석-영등포구청장 후보] “43년 토박이… 도시재생 사업·교육환경 개선할 것”

    “43년간 영등포의 변천사를 지켜봤습니다. 저를 희생하면서 지역 주민을 돌보겠습니다.”김춘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29일 자신이 ‘영등포 토박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20대 청년 시절부터 생활정치를 하며 지방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을 갖춰 왔다는 것이다. “1980년 민주정의당 창당을 앞두고 영등포 지역에 선거 조직을 만드는 조직부장을 했습니다. 동네 곳곳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보수 정당에서 한 번도 이탈하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 왔습니다. 지방정치인은 지역 주민들과 슬픔, 고통, 권한 등 모든 것을 함께 나눠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울타리에서 살아오지 않은 사람은 지방정치인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3선 시의원 등 영등포와 함께한 경험으로 지역을 살리겠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43년 토박이’ 김 후보가 내다보는 영등포의 미래는 뭘까. “문래동, 당산동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주거 환경의 변화를 위해 도시재생 사업을 제대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교육환경도 개선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은 학교의 수준도 점차 떨어지고 있고, 학부모들의 불만도 높습니다. 문래동, 당산동 등에 명문 입시학원을 유치하겠습니다.” 실제 김 후보는 선거용 명함에 자신을 ‘교육구청장’, ‘건설구청장’으로 명명해 넣었다. 마지막으로 ‘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우려하지 않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대뜸 2010년 지방선거 얘기를 꺼냈다. “제가 당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후보 중 유일하게 당선됐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아니고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인물과 경험을 보고 저를 선택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In&Out] 한국에서 25명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서정숙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목포우리집 원장

    [In&Out] 한국에서 25명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서정숙 한국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목포우리집 원장

    나는 25명의 엄마다. 직장을 다니는 청년부터 초등학생 막내까지 지난 12년 동안 우리집에서 살아온 ‘목포우리집 그룹홈’ 아이들의 엄마이자 사회복지사로 살고 있다.돌 무렵 막둥이로 가족이 된 아이는 벌써 12살이 됐다. 11년 전 엄마, 할머니와 있었지만 돌봄을 받지 못했다. 기저귀를 한 번 차면 2~3일은 갈지 않아 엉덩이가 짓무르길 여러 번, 보다 못한 어린이집의 신고로 우리 집에 오게 됐다. 무표정으로 입을 꾹 닫고만 있던 아이는 일주일이 지나자 웃기 시작하고, 옹알이도 했다. 안을라치면, 업을라치면, 한 치의 공간도 없이 아이 몸과 내 몸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달라붙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사랑을 받아야 할 그 나이에 방임된 아이에게 엄마가 되기로 했던 그날을 난 잊을 수가 없다. 우리집 같은 ‘아동그룹홈’은 상처받은 아이들의 집이다. 전국에 510곳이 있다. 학대·방임·가정해체 등으로 만 0~18세 아동 2758명이, 사회복지사 1514명과 지역사회 안에서 일반 가정집과 같이 가족을 이루고 살고 있다. 1970년대 민간에서 시작된 아동그룹홈은 2004년 아동복지시설로 법제도화됐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화문 농성을 시작했다. 아동그룹홈에 보내진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고, 상처를 쓰다듬으며 24시간 365일을 살아왔지만 지금 내 월급여는 약 170만원이다. 호봉이나 직급 적용 없이 처음 시작하는 사회복지사나 수십년 일한 시설장이나 똑같다. 2명이 나와 함께 교대근무를 해도 초중고 아이들 7명을 돌보기에는 늘 역부족이다. 먹이고 입히고 학교 보내는 일상부터 가끔 사고를 쳐 경찰서와 학교, 법원을 오가고 전문기관에서 상담받고, 아프면 병원을 가고, 때로는 직접 아이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야 하기에 지난 12년간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다. 사회복지사로 기본적인 행정 회계 업무뿐 아니라 부족한 운영비와 양육비를 채우기 위해 후원자 개발까지 동분서주하는 나는 보건복지부가 정한 사회복지사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적용은커녕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간신히 받고 있다. 종종 지인들은 이렇게 힘든데 왜 이 일을 하냐고 묻는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그저 비빌 언덕이 돼 주고 싶어 아이들만 생각하고 두 눈 딱 감고, 두 귀 딱 막고, 입을 꾹 다물며 여기까지 왔지만 앞으로 이 아이들을 품고 갈 후배 사회복지사들을 위해서라도 더이상 국가 책임을 개인의 희생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내게는 사회복지사인 딸이 있다. 다른 아이들은 무난하게 대학을 보낼 수 있지만, 내 딸아이는 학자금 대출로 공부를 해왔다. 그런 아이가 부모가 어렵게 아동그룹홈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절대 아동그룹홈의 사회복지사는 되지 않겠다고 한다. 부모로, 그리고 사회복지사로 정말 가슴이 아팠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국가예산을 쥐는 기획재정부와 국회가 얼마나 예산을 편성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내가 만약 대형 양육시설에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대우와 급여를 받았을 것이다. 노인과 장애인 그룹홈은 시설의 규모가 작다고 해서 지원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대형 양육시설과 자격조건도 같고 지도, 감독, 감사와 처벌까지 똑같이 관리하면서 아동그룹홈만 차별적인 처우를 받아야 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지금의 아동그룹홈에 대한 차별적 대우와 지원은 보호대상 아동을 가정적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동들이 행복한 사회가 희망이 있다. 아이들은 행복하게 성장할 때 우리는 미래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순천대학교 교수 77명,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순천대학교 교수 77명,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여순사건 발발 70주기를 맞아 순천대학교 교수 77명이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여순 사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순천대학교 교수 일동’은 23일 순천대 박물관 회의실에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과 특별조사기구 설치,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서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교수들은 지난달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민족적 분열과 갈등의 역사가 종언을 고하고, 통일과 세계적 도약의 희망찬 미래를 확신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세계사적 전기를 맞아 ‘불행한 이데올로기 대립과 냉전체제의 산물’인 여순사건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여순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명예회복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난달 전남도의회에서 의결된 ‘여수순천 10·19사건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희생자 위령지원사업에 관한 조례’가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이다”며 “미래의 주인이 될 청년 학생들에게 진리와 정의를 가르치는 교수로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재차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순천대 여순연구소장 최현주 교수는 “이번 성명서 발표는 비극적인 역사에서 비롯된 지역민의 상처를 하루빨리 치유하고자 하는 교수들의 역사적·사회적 소명의식과 교육자적 책무에서 비롯된 것이다”면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촉구 움직임이 학계나 전문 연구기관으로 파급돼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여순사건을 학문적으로 재조명할 수 있는 각종 간담회와 학술대회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여순사건 특별법이 국방부 반대로 제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역 시민단체, 유족회 등과 협의해 국방부에 공개토론회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날의 이야기…‘5.18 힌츠페터 스토리’ 관람 포인트

    5.18 광주민주화운동, 그날의 이야기…‘5.18 힌츠페터 스토리’ 관람 포인트

    다큐멘터리 영화 ‘5.18 힌츠페터 스토리’가 3가지 관람 포인트를 공개했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택시운전사’에도 등장해 화제가 되었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 민주화 운동 현장을 생생히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다.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영화의 배경이자 주제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는 많은 영화가 존재하지만,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각색되지 않은 진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지닌다.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1980년대 뜨거웠던 민주화 열기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후, 태어난 2030세대들에게 당시 광주를 간접경험 하게 할 수 있는 좋은 자료다. 세 번째 관람 포인트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한 지 38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3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거짓 정보가 난무한다. 영화는 외국인 기자 힌츠페터의 객관적인 시선을 따라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생각해보게 한다. 여기에 38년 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청년들의 모습과 그 당시를 회상하는 현재의 인터뷰 장면은 이 시대를 사는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 ‘5.18 힌츠페터 스토리’는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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