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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낙관주의/구본영 논설고문

    우리 사회가 바야흐로 늙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 현황과 전망’에서 읽히는 기류다. 15년 뒤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니 초고령 사회가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하긴 서울교동초등학교의 올해 신입생은 겨우 21명이었단다. 저출산의 심각성을 알리는 징후다. 1894년 개교해 우리나라 초등학교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의 명맥이 자칫 끊길 판이니 말이다. 이런 출산율 저하 추세는 과다한 사교육비 등 자녀 양육에 따른 부담감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물론 그 근저에는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배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젊은이는 희망에 살고, 노인은 추억에 산다”는 프랑스 격언이 있다. 꿈을 먹고 살아야 할 청년 세대가 지나친 비관주의에 젖어드는 건 자신들의 인생을 위해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독일의 어느 시인은 “요람과 무덤 사이에 고통이 있다”고 했지만, 영국 시인 브라우닝은 “가장 좋은 일은 미래에 있다”고 했다. 설령 삶이 고달프다 할지라도 우리네 청춘들은 비관보다는 낙관을 벗 삼는 게 좋을 듯싶다. 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 한달동안 살인사건 641건 발생한 나라 어디?

    한달동안 살인사건 641건 발생한 나라 어디?

    한 달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이 무려 641건에 달하는 엘살바도르가 심각한 인권문제로 국제사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뉴욕타임즈 등 해외 언론이 보도했다. 엘살바도르 국립 법의학 연구소(Institute of Legal Medicine)가 현지시간으로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6월 엘살바도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총 2965건에 달하며, 이중 641건은 5월 한 달 동안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동일한 기간 동안 발생한 살인사건은 1840건이며, 1992년 내전 종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현지 경찰은 살인사건이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 2013년 맺은 정부와 범죄단체간의 휴전 협정이 지난 1월 깨지면서 치안이 약화된 것을 꼽고 있다. 범죄단체는 2013년 이후 꾸준히 무기를 구비해 중무장을 하는 등 세력을 강화해왔다. 현지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1만 2000명에 달하는 범죄조직원을 체포했지만, 조직원의 수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경찰관들은 버스로 귀가하다가 범죄조직원들에게 보복성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귀가하지 않고 지구대에서 생활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내전 이후 회복되지 않은 경제로 인해 빈곤층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데다 청년 취업난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한다. 꿈이 없는 젊은이들은 스스로 ‘젊은 범죄조직원’이 돼 막막한 살길을 타파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1월 이후 내전 수준의 치안상태로 살인사건이 급증한 가운데, 현지에서는 여성들이 ‘머리카락 색깔’까지 유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엘바살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는 한 범죄조직이 “조직원의 여자친구가 아니라면 빨간색 머리 또는 금발을 금지한다”고 ‘선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성들은 서둘러 미용실을 찾아 검은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하는 소동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이러한 ‘선포’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지난 달 말쯤에는 버스터미널을 지키던 군인 2명이 범죄조직으로 추정되는 세력에 살해당하는 등 흉흉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중앙아메리카 남서쪽에 위치한 엘살바도르는 한반도의 약 10분의 1 크기로 인구는 600만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중 수도인 산살바도르에만 약 200만 명이 거주하며 백인과 인디오의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가 인종 구성의 대다수인 91%를 차지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새로운 50년을 열자] 교역 390배 증가… 정경분리로 日 활용 ‘잃어버린 20년’ 넘어야

    [새로운 50년을 열자] 교역 390배 증가… 정경분리로 日 활용 ‘잃어버린 20년’ 넘어야

    한·일 수교 50주년인 요즘 이젠 추격을 멈추고 일본을 넘어서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을 따라가다가 주요 세계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관계에까지 이르렀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구조나 경제발전 단계상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크다. 이젠 반면교사와 정경분리를 통해 일본을 적극 활용해 동아시아 경제통합과 우리 경제의 추가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끼리밥솥, 소니 워크맨. 1970∼80년대 일본에 여행을 가면 반드시 사 와야 할 물건 목록이었다. 이젠 잊혀진 이름이 됐다. 국내에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유커)은 쿠쿠밥솥을 사 가고, 음악이나 어학공부는 워크맨 대신 갤럭시로 듣는다. 일본을 따라가던 우리가 거둔 성과다.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양국 간 무역은 연평균 13.6% 성장했다. 1965년 2억 2000만 달러였던 무역 규모는 지난해 859억 5200만 달러로 390배가 됐다. 수교 당시 일본은 우리나라의 2위 수출국이자 수입국이었다. 현재 수입은 여전히 2위국이지만 수출은 3위로 한 단계 내려왔다. 미국과 함께 무역의 중요한 파트너인 것이다. 그만큼 우리 경제에서 일본은 중요하다. 일본과의 무역 확대는 우리에게 대일 무역적자라는 딜레마를 안겼다. 소재부품 수입이 많아서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대일 무역적자가 커지는 구조였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품목이 일본은 186개이지만 우리가 65개에 그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다. 지난 50년간 누적된 대일 무역적자는 5164억 달러(약 581조원)다. 50년 동안 한 번도 대일 무역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그나마 최근 들어 무역적자가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은 것 같지만 기초 실력 측면에서는 한참 뒤인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은 일본이 4조 9196억 달러(2013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4배에 가깝다. 일본의 외환보유액 또한 1조 2605억 달러(2014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3.5배다. 양국 간 무역은 2011년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1년 1080억 달러였던 무역 규모가 2013년 946억 9000만 달러, 2014년 859억 5000만 달러로 빠르게 줄고 있다. 여기에 최근의 혐한(嫌韓) 분위기까지 겹쳐 올 1~4월 무역규모가 250억 9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현재 수준의 속도가 유지된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무역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무역협회가 지난 4월 일본 바이어 26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과의 거래가 감소했다는 응답이 46.7%, 한·일관계가 개선된다면 한국과의 거래를 확대하겠다는 응답은 64%였다. 정경(政經) 분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양국 간 관계에 못지않게 한국과 일본은 동아시아의 맹주다.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에서 추가되는 세 나라는 우리와 일본, 그리고 중국이다. 또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의 외환위기 이후 동아시아의 금융안정을 위해 구성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의 주요 활동국가이다. 두 나라가 지역 공동체 관련 국제기구에서 활동하는 것은 서로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CMI의 큰 틀에서 2001년부터 유지되던 한·일 통화스와프(맞교환)는 지난 2월 종료됐다. 통화스와프는 작동된 적은 없지만 위기 상황 발생 시 교환하기로 한 돈의 액수 자체로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양국 관계 악화에 따른 정치적 요인으로 종료됐다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됐지만 한·일 FTA는 2004년 11월 6차 협상을 끝으로 10년간 협상조차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농산물이 우위인 우리나라와 제조업체가 우위인 일본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FTA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협상도 진행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아세안과 싱가포르와는 FTA가 발효 중이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일본과는 전혀 진척이 안 된 ‘볼썽사나운’ 상태인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TPP 참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TPP의 개방 수준은 양국간 FTA보다는 차원이 높은 수준이 될 거라는 예상이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TPP 협상이 시작되면 양국 간의 특징이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요소 등을 담아낼 여지가 사라진다”며 “한·일 FTA 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정서는 나쁘지만 두 나라는 많이 닮았다. 두 나라는 세계사에서 보기 드물게 고도 성장을 했고 그 결과 소득불균형이 심하다. 노인층의 빈곤율이 높고 고용 불안과 청년 실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도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프리터’(자유와 아르바이트의 합성어) 등 비정규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산업구조의 공동화 현상도 비슷하다. 우리는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 넘어선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1970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14% 이상)도 넘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에 2006년 진입했다. 다만 우리는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간이 일본보다 훨씬 짧을 전망이다. 일본은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각각 24년과 12년이 걸렸다. 한국은 18년과 8년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수출을 중시하던 정책으로 발달한 제조업은 국내 임금의 상승을 견디다 못해 해외 공장 건설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은 그나마 1억 2천만명이라는 내수 시장이 있다. 우리 인구 5000만명은 내수 시장만 바라보기에는 규모가 어중간하다는 분석이다. 두 나라가 직면하는 공통점 문제에서 일본은 우리보다는 조금 사정이 낫거나 경험해봤기 때문에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 김 교수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한 투 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채권단 “협상은 없다”… 치프라스 “국민투표서 반대표 던져라”

    그리스 위기는 사흘 앞으로 다가온 국민투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그리스가 예상과 달리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하자 국제 채권단도 국민투표 이전까지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1일(현지시간) 긴급 연설을 통해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5일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의장은 “그리스가 국민투표 철회를 거부한 상황에서 협상을 더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이 국민투표 이후로 협상을 미룬 속셈이 다 있다.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를 통해 나타난 반대 민심을 등에 업고 채권단을 더욱 압박할 작정이다. 그는 연설에서 “다가오는 월요일, 그리스 정부는 국민을 위해 더 좋은 조건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라며 반대표를 던지라고 호소했다. 채권단은 찬성표가 나오면 치프라스를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리스 언론과 서방 언론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판이했으나 반대 여론이 다소 우세해지는 형국이다. 현지 언론이 채권단 안에 대한 반대가 46%, 찬성이 37%라고 전한 반면 블룸버그 통신 등은 찬성이 47.1%, 반대가 43.2%였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9일 자본통제 시행 이후 은행에서 돈을 찾지 못한 연금 수급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모양새다. 그리스에서 연금은 민감한 이슈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정권의 존립마저 흔들 수 있는 ‘뇌관’인 셈이다. 그리스가 국가부도까지 맞으며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에 합의하지 못한 것도 연금 문제 때문이다. 채권단은 협상 내내 그리스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연금개혁이 필수라고 요구해 왔다. 그리스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20.5%로 이탈리아, 독일에 이어 유럽연합(EU)에서 세 번째로 고령화된 사회다. 이 때문에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5%로, EU 국가 중 가장 높다. 연금 운용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GDP의 9%로 독일보다 3배나 높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경제가 그나마 연금에 기대 돌아간다는 것이 문제다. 노인을 포함한 전체 연금 수급자가 인구의 약 24%를 차지하며 그리스 가계의 절반이 연금에 의존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여기에 연금 수급자의 약 45%가 빈곤선인 월 665유로(약 75만원) 이하를 받는다. 가디언은 이런 경제적 이유 때문에 그리스 정부가 연금을 함부로 삭감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노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적 구조도 연금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지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회가 고령화될수록 연금을 삭감하기보다는 세금과 사회보장비를 인상해 청년층을 착취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상숙 기자 alex@seoul.co.kr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열린세상] 대학, 고령화에 대비한 인재 양성해야/이용걸 세명대총장·전 기획재정부 차관

    [열린세상] 대학, 고령화에 대비한 인재 양성해야/이용걸 세명대총장·전 기획재정부 차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정 연설에서 미국의 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교육을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여러 장소에서 한국의 교육 경쟁력이 높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발전에는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적 자원이 기반이 됐다는 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뚜렷한 물적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우수한 인적 자원 확보에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라는 엄청난 태풍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1.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지금은 근로자 5.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3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출산율 제고, 여성 및 고령자의 노동시장 참여율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와 꼭 병행해야 할 정책이 국민 각자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정책 강화다.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효율적 방법은 교육이다. 초중등학교는 저출산으로 인한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태풍 속에서 거의 빠져나오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지고,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지원되는 교육 재정이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교육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반면 대학은 몇 년 후 저출산의 쓰나미가 덮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대학 교육을 논의할 때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대학 진학률이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과잉 투자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꼭 필요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대학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정부는 대학 진학률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대학 교육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대학 교육을 시킬 필요는 없지만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적극 대응하려면 오히려 대학 교육 기회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경공업에서 벗어나 중화학공업으로 또 전자산업으로 발전하게 된 것도 대학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력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 아닌가 반문해 본다. 특히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결혼하기도 어려운 우리 사회 분위기와 대학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각종 경험과 학문을 탐구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고려해 볼 때 교육 기회를 축소하기보다는 대학 교육의 질을 대폭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앞으로 5년 내에 대학은 양적 측면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어떻게 대학의 초과 정원을 축소할 것인가. 대학 교육은 자기 책임하에 이루어지므로 시장원리에 따라 학생의 선택에 의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으나 이는 대학 및 인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화할 뿐 아니라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되는 지방 대학을 고사시킬 우려가 크다. 지방 대학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공급, 지역 문화, 지식공동체의 중심 역할에 더해 청년을 지역사회에 유지시켜 주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 수도권 인구 분산, 지역균형 발전을 촉진하는 데 대학의 지방 분산, 특히 명문 대학의 지방 이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 60년간 우리 사회가 급속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측면이 간과되고 대학 설립이 수도권에 집중됨에 따라 불균형 성장이 가속화됐다. 이제 대학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점에 이러한 우(愚)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수도권 대학은 우수 인재 및 연구능력 향상에, 지방 대학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력 양성 및 지역 문화 육성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추진돼야 한다. 대학의 교육 내용도 인생 100세 시대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 교육과 다양한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인성,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한다. 인생 이모작, 삼모작에 필요한 지식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도 대학에 주어진 새로운 역할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위기에 빠진 우리의 미래는 우수한 인력 양성으로 돌파가 가능하다. 초중등 교육뿐 아니라 마무리 교육인 대학 교육에 대한 재정지원과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구본영 칼럼] 모두가 지는 ‘거부권 정국’ 속히 끝내야

    [구본영 칼럼] 모두가 지는 ‘거부권 정국’ 속히 끝내야

    월드컵 열기로 뜨거웠던 2002년 여름의 ‘연평해전’을 영화로 봤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 포격으로 시작된, 31분간의 교전 신에서 자꾸 눈물이 났다. 처절하게 피 흘리며 응전하다 승조원 여섯 명이 희생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괴감 탓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대통령은 희생자들의 영결식에 앞서 월드컵 폐막식을 보러 도쿄로 떠나고, 금강산 관광객들도 안전하게 돌아왔다는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당시 참수리 357호는 적선이 우리 해역을 침범하더라도 선제 포격을 하지 말고 ‘밀어내기 기동’만 하라는 교전수칙을 하달받았단다. 그래야 남북 화해 무드를 깨지 않는다는 정치적 오산에 이름 없는 민초였던 수병들의 생사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연평해전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요즘 민생과 동떨어진 명분 다툼에 올인하는 한국 정치의 고질이 되살아난 건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이후 국정은 마비 상태다. 새누리당에서는 유승민 원내대표 퇴출을 놓고 ‘밀당’이 한창이다. 야당은 그제까지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했다. 가뜩이나 여당의 친박·비박이 부딪치고, 야당의 친노·비노가 드잡이를 하던 터였다. 이제 청와대와 여야의 3각 갈등이 폭발하면서 조선시대 4색 당쟁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당파 싸움의 주된 특징이 뭔가. 국상을 맞아 왕이 상복을 입는 기간을 놓고 벌인 ‘예송 논쟁’처럼 민초들의 삶과 유리된 공리공담을 다퉜다는 점이다. 입법부에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요구권을 준 국회법 개정안이 촉발한 ‘거부권 정국’이 그런 양상을 띠고 있다. 애당초 공무원연금법에 국회법 개정안이란 혹을 단 게 잘못 끼운 첫 단추였다. 국회가 법을 만들면 변화무쌍한 민생 현장의 수요에 맞춰 시행령을 만드는 건 정부의 몫이다. 시행령이 모법에 어긋나는지는 사법부가 가리고, 정부의 자의성이 의심되면 국회는 모법을 고치면 되는 것이다. 이번에 여야가 이런 삼권분립 정신을 거스르는 국회법을 합작해 낸 형국이다. 공무원연금 협상에는 소극적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이 위헌 소지가 큰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은 이면에 국정 발목 잡기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는 별개로 치자. 여당 원내대표가 야당 이종걸 원내대표의 전략에 동조한 건 실책이었다. 유 원내대표는 뒤늦게 개정안에 강제성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김무성 대표의 말처럼 “똑똑하지만 까칠한” 그답지 않게 스타일을 구긴 꼴이다. 강제성이 없다면 괜히 평지풍파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강제성이 있다면 위헌이란 얘기가 아닌가. “여당 원내 사령탑이 ‘자기 정치’에는 열심이면서 민생 현안 처리엔 소극적”이라는, 박 대통령의 비판을 자초한 배경이다. 어떻게 발단이 됐든 거부권 정국이 오래 이어져선 안 된다. 지금이 어느 땐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문명사적 전환기다. 어찌 보면 요즘 청년들도 저 참수리호 갑판에서 사투를 벌이던 박동혁 상병이나 한상국 하사에 버금갈 만큼 절박한 처지다. ‘청년실신’(졸업 후 실업자·신용불량자가 된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자 90%가 논다)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나. 더욱이 지금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고 서민 경제에도 큰 주름이 잡혔다. 그런데도 정치권이 민생과 무관한 권력 투쟁을 벌인다면? 여·야·청(靑) 모두를 루저로 만들고, 종국엔 국민을 최대 피해자로 만드는 제로섬 게임일 뿐이다. 청년 일자리나 노인 복지 등 실질적 정책을 놓고 싸워야 진정한 승자가 가려진다. 박 대통령이 진작에 여당 지도부와 머리를 맞대며 소통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왔겠는가. 유승민을 찍어 낸다고 정국이 말끔히 정리될 리도 없다. 성공한 정부로 기억되려면 지시보다 대면 설득으로 공감대를 이루도록 대통령의 리더십부터 바뀌어야 한다. 국정 마비의 또 다른 원인 제공자인 새정치연합도 “만년 야당처럼 행동한다”(대니얼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는 제3자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가 꼬집은 건 대안 없이 국정의 발목만 잡는 야당의 구태였다. 경제활성화법들을 가짜 민생법안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본격적 토론과 심의는 차일피일 미루는 게 딱 그런 증상이다. 논설고문
  • 제천, 기업 80곳 대상 고용장려금 제도 도입

    충북 제천시가 청년 실업난 해소와 인구유출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고용장려금 제도를 도입한다. 16일 시에 따르면 이 제도는 상시고용인원 20인 이상인 관내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다. 현재 80여곳이 해당된다. 고용장려금은 이들 기업이 졸업한 지 1년이 안 되는 세명대와 대원대 출신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했을 때 신청할 수 있다. 제천에 위치한 대학은 세명대와 대원대 두 곳이 전부다. 지원금은 월 급여액의 50% 범위에서 최대 100만원까지 매달 현금으로 지원된다. 지원 기간은 취업한 날로부터 1년까지다. 고용장려와 관련해 다른 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제외된다. 시는 이와 관련, 올해 1억 6000만원의 예산을 마련했다. 시가 정규직 고용만을 지원 대상으로 못 박은 것은 단기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일 경우 대학졸업자들의 안정적인 취업과는 거리가 있어서다. 정규직이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직장을 찾아 제천을 떠날 가능성도 크다. 졸업한 지 1년이 안 되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삼은 것은 청년 실업난 해소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시 관계자는 “세명대와 대원대에 타 지역 출신 학생들이 많은 데다 관내에 취업할 만한 기업도 적다 보니 대학졸업자들의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올해 첫 시행 후 예산을 늘리는 등 제도를 보완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류상으로만 취업해 장려금을 수령하는 등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를 차단하기 위해 기준을 까다롭게 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청년실업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과 산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편 세명대와 대원대의 한 해 졸업자는 총 3000여명이다. 제천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31만 청년일자리 창출”

    “임금피크제 도입하면 31만 청년일자리 창출”

    3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는 가운데 정년 연장과 더불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기업이 약 26조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동계는 ‘현행 58세 정년도 못 채우는 근로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는 임금만 삭감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임금피크제의 비용절감 규모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업이 정년 연장에 따라 2016년부터 2020년까지 107조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현재 55세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297만원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월급을 낮추면 같은 기간 25조 91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연도별 절감액은 2016년 9500억원, 2017년 2조 6900억원, 2018년 4조 9300억원, 2019년 7조 3800억원, 2020년 9조 96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어 한경연은 “절감액을 청년 고용에 사용하면 5년간 모두 31만 3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일자리를 두고 나타나는 세대 간 갈등과 청년고용절벽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우광호 한경연 선임연구원은 “현재 정년 60세 연장은 법으로 보장됐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권고 사항처럼 제시해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정년 연장은 정치적 포퓰리즘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또 “현행법상 노조 동의 없이는 임금피크제가 어렵지만 개인 동의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은 ‘임금체계 개편’ 여부에 대해서 ‘노사가 합의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수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경영계는 ‘정년 연장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 연장을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정년 연장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 라며 임금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통계청의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를 인용해 내년에 56세가 되는 1960년생 근로자부터 차례로 정년 연장 대상자를 산출한 뒤 이들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반영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열린세상] 노인은 없고, 경제만 있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노인은 없고, 경제만 있다면…/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정책 당국자의 제안이 아니라 정책대상 인구를 이끄는 대표적 노인단체의 제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책대상 집단은 대체로 요구하는 데 급급하고 양보하는 데는 인색한 것이 보통인데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여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어른 모습을 보는 듯하여 짠한 느낌마저 든다. 청년단체에서도 환영한다고 밝혀 일자리를 두고 가끔씩 벌어지는 세대 간 갈등을 넘어 세대 간 화합의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 조정하면 변해야 할 노인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걱정이다. 빈곤층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제공되는 특성을 가진 기초연금의 수령 시기가 현재 65세에서 70세로 조정될 수 있다. 지하철이나 박물관 등 공공시설 무료이용도 70세 이상의 노인에게만 적용하도록 하자는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양한 공적연금의 지급 시기도 70세로 하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다.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으로 변해야 할 모든 정책은 하나같이 노인의 양보와 희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50%에 이른다. 노인 연령 70세 상향 조정으로 노인복지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노인의 희생이 뒤따른다면 적지 않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단체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이고, 그중에서 반대하는 노인단체도 있어 이들의 요구 사항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 연령 조정이 필요한 이유는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100세 시대가 목전에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노인 연령 70세 상향 조정의 안착을 위한다면 적어도 다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65세에서 70세 사이의 인구계층이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이 갖추어져야 한다. 현재 이 연령층을 위한 노동시장은 대부분이 경비나 주유 업무와 같은 단순노무직이다. 정규직이라기보다는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임금피크제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정년연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시장이 갖추어지면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을 통하여 노인복지와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노인의 희생으로 경제를 살리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둘째, 노인 연령 70세는 정년 연령 70세와 맞물려야 한다. 현행 우리 사회의 정년 연령은 직종마다 다르다. 교수는 65세, 교사는 62세, 공무원은 60세가 정년이다. 이상의 직종은 65세에 가깝기라도 하지만 민간기업의 정년 연령은 60세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해 놓은 정년 연령은 60세라고 하더라도 실질 정년 연령은 길어야 50대 중반이다. 노인 연령이 70세가 되면 50대 중반부터 70세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연금도 없고, 일자리도 없는 고단하고 처절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정년 연령을 70세로 연장하지 않고 노인 연령만 70세로 상향 조정한다면 노인이 겪어야 할 희생이 너무나 크다. 셋째, 노인 연령 70세로 상향 조정 전에 종합적인 노인빈곤 해결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도 높지만, 정년 전 중산층이 정년 후에 빈곤층으로 하향 이동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보험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은퇴 후 6년 내에 빈곤층으로 이동하는 중산층의 비율은 무려 52.9%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산층 절반 이상이 은퇴 후 10년도 되지 않아 빈곤층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 하향 이동의 고리를 끊을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노인 연령 70세는 노인 빈곤을 더욱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의 노인정책은 가장 중요한 사회정책 중 하나이다. 사회정책에는 사람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어야만 성공이 가능하다. 노인의 희생을 바탕으로 경제를 살린다는 노인정책은 설득력을 잃는다. 노인정책의 중심에는 노인이 있어야 한다. 대표적 노인단체의 제안이라고 하더라도 그 제안에 노인은 없고, 경제만 있다면 그것은 노인정책이 아니다. 경제정책일 뿐이다.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노인 기준 나이 상향’ 공론화 물꼬 튼 대한노인회 이심 회장

    온 나라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비상이 걸리기 전까지만 해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이슈가 몇 가지 있다.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 공무원 연금법 개정, 여기에다 바로 몇 살부터 노인인가 하는 문제다. 법적으로 각종 복지지원을 받는 경로우대의 기준은 현재 만 65세다. 하지만 의학기술의 발달과 기대수명의 연장으로 65세는 더이상 노인 축에도 끼지 못한다. 현재 노인의 70%가 매달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을 받고 있고, 전철과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며 고궁 박물관, 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이용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 눈치 살피느라 누구 하나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자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차에 대한노인회가 지난달 말 노인 기준나이 조정을 공론화하자며 먼저 물꼬를 터주었다. 2011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인 기준 나이를 올리는데 반대했던 대한노인회의 입장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결단을 내린 이심(76)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집무실에서 만났다.→메르스 사태로 노인 기준 나이 상향 조정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대한노인회도 화두만 던져 놓고 뒷선으로 물러난 건 아닌지요. -노인들 눈치 보느라 문제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으니 우리가 길을 터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서 결정했다. 우리는 길만 터주고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정부와 전문가들이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 당사자인 노인이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노인 기준 나이 조정 문제를 포함해 노인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자며 국회의장이 초청을 했다. 15일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원내대표 등과 만나 대한노인회의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18일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소속돼 있는 포럼이 주최하는 조찬세미나에 참석한다. 언제든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입장을 알릴 것이다. →지난달(7일) 열린 이사회에서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제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들었습니다.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회원들이나 이사 등 내부에서 반대는 없었습니까. -없었다. 이사회에 안건을 제출하기 전 상당 기간 지방을 돌면서 회원들 의견을 수렴했고, 바뀐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 앞서 2011년 일부에서 노인 기준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 또는 75세로 올리자고 주장해 공론화된 적이 있다. 당시 65~70세 노인이 170만명이다. ‘당장 노인에 대한 복지혜택을 줄인다고 하면 세상이 뒤집히니 20~30년을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취지의 반대 기고문을 썼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현재 노인 인구는 650만명이다. 이대로 가면 3년 후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곧 노인 1000만명 시대가 온다. 서울의 경우 지난 4월 말 기준 노인 인구가 15세 미만 유소년 인구를 처음 넘어섰다. 현재는 노인을 부양대상으로만 보고 예산을 지원하는데 그 돈을 다 어디서 충당하겠나. 100세 시대에 맞는 복지정책의 틀을 짤 때다. 2013년 기초연금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때도 노인 전체가 아니라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고 소득별로 액수를 차등화하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대한노인회다.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면 된다. →4년마다 1세씩 늘려 20년에 걸쳐 70세로 조정하거나 2년에 1세씩 늘리는 방안 등을 제시하셨는데. -논의된 여러 방안들 가운데 몇 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지금 시행하고 있는 복지를 빼앗자는 얘기가 아니다. 기득권은 인정해줘야 한다. 우리는 공론화 길을 터줬으니 정책 당국이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고 노인들은 교육을 통해 의식을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부양받는 노인에서 책임지는 노인으로. →대한노인회와 정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결정은 지난 달 7일 이사회에서 내렸고, 8일 어버이날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인사차 찾아왔길래 이사회 결정을 알려줬다. →노인의 나이 기준이 올라가면 일을 더 오래 해야 하는데, 일자리를 놓고 청년층과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 심하게 말하면 청년들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 노인과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는 다르다. 노인은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을 하거나 오랜 경험을 토대로 도와주는 일들을 주로 한다. 최소한의 경비만 받고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추가 교육을 받고, 별도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택배기사가 왔다가 집이 비어 있고 경비실이 따로 없으면 돌아갔다 다시 오는 경우가 많다. 물류비용이 많이 든다. 하지만 동네 경로당에 택배를 맡겨 놓고 노인들이 배달해주면 서로에게 이득이다. 그런대 이런 동네 택배일을 젊은이들이 하겠나. 또 매년 노인 3만명이 제주도 감귤 따는 일을 한다. 젊은이들이 없기 때문이다. 유기농을 하게 되면 노인 일자리도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노인회에서 취업만 알선해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직접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 한다. →노인들 일자리가 늘어났지만 좋은 일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재교육을 받아야 하고, 결국 청년층과 충돌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노인의 70%에게 매달 최고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준다. 노인들에게 2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20만원을 받으면 노인들 행복지수가 높아질 줄 알았는데 자체 조사 결과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놀랐다. 혼자 괜찮아졌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내 아들이 취직을 못하고, 손자가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는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노인 일자리가 생기면 사고(四苦)가 해결된다고 한다. 생활고, 병고, 자존고, 고독 등 네 가지다. 이 네 가지 고통만 해결해도 엄청난 행복을 주는 거다. 할아버지가 아들, 손자의 일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라 분담하는 거다. →젊은이들과 직접 만나 세대 간 벽을 더 낮출 의향은 없으신지요. -그렇지 않아도 강서구에서 젊은이들과 토크쇼를 하자고 제안해 검토 중이다. 노인회 차원에서 젊은이들이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듣고 자서전을 써주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젊은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여럿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앞서 노인들 의식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렇다. 대한노인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노인들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충북 충주에 교육원을 지을 예정이다. 약 2만 5000평의 국유지에 1000억원을 들여 짓는다. 정부에 기부채납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2017년부터 매년 3만명씩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노인 인문학 교육을 할 생각이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노인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줄 것이다. 둘째 일하는, 책임지는 노인이 되도록 교육할 생각이다. 경로당 책임자들이 먼저 교육을 받고, 이들이 돌아가 회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노인회의 근간이 전국에 있는 6만 4000개의 경로당이다. 경로당하면 노인들이 모여 소일하는 곳으로 생각하는데 어떤가. -노인사회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힘없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경로당이었다면 지금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주러 가는 곳이다.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분들이 많다. 동네 청소도 하고, 아이들도 돌봐주고, 책도 읽어준다. 함께 고구마도 심고 생산적으로 활동하는 곳이 많다. 경험을 나누면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지하철 무임승차는 복지정책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잘 된 정책이라고 본다. 지하철은 한마디로 효자다.무료가 아니라고 생각해봐라. 노인이 꼼짝 안 하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고 가정해봐라. 가정이 무너진다. 고부 간 갈등은 물론, 조손 갈등도 커진다. 노인 무임승차 때문에 지하철공사 적자가 누적된다고들 하는데, 지하철공사에서 노인들을 위해 전용칸을 운행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배차를 늘리는 것도 아니다. 그냥 다니는 지하철을 이용할 뿐이다. 그리고 노인들은 러시아워를 피해 이용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공사나 지자체 적자가 누적되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자구 노력을 강도 높게 실시하는 것이 답이다. →지난해 4년 임기의 대한노인회 회장에 재선됐는데 임기 중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노인 기준 나이 공론화 물꼬도 텄고, 교육원을 짓고 있다. 노인복지청을 만드는 것이다. 노인복지청은 노인 복지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 10여개 부처에 흩어져 있는 노인 관련 예산을 한곳에 모아 효율적으로 집행하자는 것이다. 132만명이 서명한 청원서를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행안위에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안다. 국회의원 180명, 지방자치단체장 230명도 서명했다. 한 가지 더한다면 노노() 케어사업 확대다. 연금을 받지 않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노인이 연금을 받는 노인을 돌보는 것이다. 지난해 10개 지회에서 시범 실시했는데 자살은 25.9%, 실종은 30%가 각각 줄었다. 성과가 좋아 올해는 작년보다 예산이 29억원 늘어나 133억원이 책정됐다. 10만원 지원받아 10시간 봉사를 한다. 앞집에 허리가 아파 연탄을 갈지 못해 추위에 떨고 밥도 못해 먹는 노인이 살고 있었다. 이웃에 사는 할아버지가 그걸 알고 연탄불을 갈아주는 봉사를 해 추위와 식사를 해결했다. 연탄불 하나로 할아버지·할머니가 행복해진 경우다. 어떤 분은 10만원 받고 자기 돈 50만원을 썼지만 행복하다는 수기를 남기기도 했다. →일부에서 노인이라는 호칭을 시니어 시티즌 등 다른 것으로 바꿔보자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서는 노인이라는 용어 대신 다른 것을 사용한다고 들었다. 노인이라는 용어가 어때서 그러나. 노인이라는 말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건 초등학교 때부터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 불쌍한 사람으로 각인돼 있어서 그렇다. 노인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게 바로 대한노인회가 할 일이다. 어떤 용어로 바꿔도 노인은 노인이다. 불쌍해 보여도, 훌륭해 보여도 노인은 노인이다. 인식의 문제다. 노인이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김균미 기자 kmkim@seoul.co.kr >> 이심 회장은 ▲1939년 경북 상주 출생 ▲건국대 법학과,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수료 ▲에스콰이어 상무이사 ▲주택문화사 대표이사, 월간 전원속의 내집 발행인 ▲한국잡지협회 회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한국광고단체연합회 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제15~16대 대한노인회 회장(2014.2~ ) >> 대한노인회는 대한노인회는 1969년 경로당 회원을 주축으로 창립됐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연합회와 1개 직할지회, 그리고 244개 시·군·구 지회를 비롯해 6만 4000여개의 경로당, 6개 해외지회를 두고 있다. 회원이 300여만명에 이른다.
  • 5월 취업자 수 깜짝 반등했지만… 메르스 때문에 6월 ‘걱정’

    5월 취업자 수 깜짝 반등했지만… 메르스 때문에 6월 ‘걱정’

    5월 취업자 수가 깜짝 반등했다. 1년 전보다 37만 9000명가량 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그러나 ‘세월호 기저 효과’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겹치면서 6월에는 취업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618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만 9000명 증가했다. 지난 4월(21만 6000명)보다 16만명가량 늘어난 것이다. 5월 경제활동인구는 2721만 1000명으로 1년 전보다 44만 9000명(1.7%) 늘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63.3%로 0.3% 포인트 상승해 1999년 6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면서 고용률과 실업률이 모두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6.1%로 1년 전보다 0.5% 포인트 뛰었다. 198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고치다. 전체 실업률은 3.8%로 0.2% 포인트 올랐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9.3%로 전월보다 0.9% 포인트 떨어졌지만 5월 기준으로는 1999년 5월(11.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 실업자 수는 40만 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 대비 4만명 증가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청년 고용 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7월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감안한 ‘체감실업률’은 11.0%였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지난 4월에 영향을 미쳤던 날씨 요인이 사라지고,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취업자 수가 줄었던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환욱 기재부 정책기획과장은 “전반적인 고용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르스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창신동] 세상의 모든 동네 창신동 꿰매기

    국내여행 | [Village in Seoul 창신동] 세상의 모든 동네 창신동 꿰매기

    창신동의 어깨가 무겁다. 제1호 뉴타운 재개발 해제구역. 싹 밀어 버리는 방법 대신 느린 재생을 선택한 창신동에 쏠린 시선들은 기대 반, 의심 반이다. 그러니 눈치 없는 관광객으로 말고, ‘아니 오신 듯 가만히’ 다녀오시라. 우리가 잃어버린 것, 그래서 지켜 주어야 할 것들이 아직 창신동에는 남아 있다! 첫 마을을 주시하라 창신동은 성 밖 첫마을이다. 사대문과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던 한양에서 흥인지문(동대문)을 넘어서면 그곳이 창신동이다. 혹은, 혜화동 낙산공원에서 동대문 방향으로 이어지는 서울 성곽길을 걸어 본 적이 있는가? 그 너머가 바로 창신동이다. 아마도,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재개발을 포기한 창신동은 낙후된 산동네, 달동네다. 길이 오죽 휘고 가파르면 ‘회오리길’이 있을까? 그 비탈에 축대를 쌓고 올린 집들은 대부분 노후 주택이다. 아랫마을 신당동이 대형 패션타운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 눈부신 발전(?)을 해 오는 사이 창신동은 여전히 20년 전 풍경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타운 재개발 계획은 주민들의 투표를 거쳐 2013년 해제됐다(일부 구역은 다시 서울시에 정비사업 추진을 신청했다). 투기꾼들을 실망을 안고 물러갔고, 이어서 도시재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고민하여 ‘000간(공공공간)’을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 러닝투런, 공연예술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창신동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극교육을 위해 ‘뭐든지 예술학교’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아트브릿지가 있으며, 어반하이브리드는 디자이너와 생산자를 연결해서 브랜드를 만드는 ‘창신테이블’을 운영 중이다. 도심재생 선도지역 사업을 위해 신숭인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치되고 국비와 시비 200억원이 책정됐으니, 성패를 주시하는 눈들이 쏠리고 있다.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이들의 작업은 창신동 주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창신동은 한국 의류산업의 메카인 동대문의 배후기지다. 주문을 넣으면 하루 만에도 뚝딱 옷이 만들어지는 곳.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1~2인의 소규모 작업장까지 합하면 3,000여 개의 봉제공장이 창신동에 밀집해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에 들어서면 주택 1층마다 자리잡은 공장 작업실에서는 기계음에 섞인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오고 불투명 시트지를 붙인 샷시 문 틈새로 호스들이 꼬리를 빼고 쉭쉭 연기를 뿜어 올린다. 10대, 20대에 기술을 배우기 시작한 여직공이 이제 창신동의 아줌마, 할머니가 되었다. 70년대 당시 직공의 40%가 18세 미만의 여성들이었고, 그들이 견뎌야 했던 열악한 노동환경, 가난한 쪽방촌 생활을 떠올리면 창신동에 위치한 전태일추모재단 앞에서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봉제산업은 쇠락하고 있지만 이미 자리잡은 문화의 뿌리는 깊다. 쉼 없이 골목을 질주하는 원단 배달 오토바이만 해도 그렇다. 시끄럽고 위험하고 불편하지만 창신동에서는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좁은 골목길을 질주하며 원단과 제품을 배달하는 오토바이의 소음은 ‘돈 버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공장마다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도 소음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일자리를 찾아온 해외이주민들도 불청객이 아니다. 현재 창신동에는 2,000여 명의 조선족과 동남아 이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들을 끌어안기 위해 동네 교회는 외국어 현수막을 설치하고 창신시장에는 인도, 네팔, 중국 식당들이 유명하다. 그리하여 창신동은 ‘마을’과 ‘공동체’ 재생을 위한 중요한 시험무대다. 지켜 내고 싶은 것들은 오히려 소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다. 이를테면 평상이다. 마을 공터마다, 골목 끝마다 할머니 두세 명이 모여 앉아서 남편 흉도 보고, 해진 양말도 꿰매고, 수박도 나눠 먹는 그 평상이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과 골목이 만나는 지점마다 기가 막히게 자리잡은 골목슈퍼는 또 어떤가? 런닝셔츠에 파자마 차림으로 ‘하드’를 사러 나온 꼬맹이는 몇십년 전의 나였다. 세상 모든 꼬마들을 키워 낸 오래된 동네를 지켜 주는 일. 이미 잃어버린 박수근과 백남준의 집터의 전철을 밟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이고, 우리가 창신동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성저10리, 창신동의 시작 조선시대 두 마을인 인창방仁昌坊과 숭신방崇信坊이 합쳐져 1914년부터 창신동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낙산 주변에 양반들의 별장이 있기는 했지만 성저10리城底十里, 묘도 쓸 수 없고 벌목도 금지된 도성 밖 약 4km 구역, 즉 한양의 그린벨트 같은 곳이어서 거주 인구가 적었다(지금 창신동은 종로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다). 일제강점기에는 창신동 일대에서 채석한 돌로 조선총독부, 서울시청 등을 건축했으며 동대문 일대 광장시장에는 대규모 포목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이주민과 피난민들이 판잣집을 지으며 몰려들었고 1970년대부터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이 이전해 오기 시작하면서 창신동은 의류산업의 배후기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낙후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2013년 주민투표를 통해 추진 지역 중 처음으로 재개발을 포기하고 도시재생 시범지역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mini interview 창신숭인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신중진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소통’하려면 ‘배려’하라 재개발 해제를 위해 앞장서 온 그가 센터장이 된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11개월이 흐르는 동안 그가 가장 주력한 일은 도로를 넓히고 주택을 개조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니라 동네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일이었다. 50m마다 방문객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파악했다는 그와 함께한 창신동 투어는 드라마틱한 시선의 확장이었다. 소위 ‘정비되지 않았다’고만 표현되던 골목과 집들이 ‘그러한 연유’도 알게 되고 오토바이 소리, 라디오 소리도 정겨워졌다. 도시재생을 향한 이 실험의 장에서 애당초 정해진 ‘답’이 없으므로 같이 고민해 보자는 접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은 분명하다. “소통하려면 배려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말은 창신동을 소개하는 여행기자에게 작은 팁이 되어 주었다. 배려하는 여행. 창신동을 ‘구경’하지 말고 ‘살펴’달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천소현 기자의 창신동 그곳? Exhibition DDP에서 만나는 박수근과 창신동 5월6일은 박수근(1914∼1965년) 작고 50주기다. 그의 대표작 50여 점이 DDP에 걸리고 창신동의 문화예술적 자원을 재조명하는 기획전도 함께 열린다. 가장 한국적인 화가로 꼽히는 박수근은 창신동에 10년을 살았다. 그림이 빼곡하던 마루 화실은 지금 사진으로만 남아 있지만 그의 DNA 속에 녹아 있는 창신동의 모습은 젊은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이 함께 고민한 동행 행사 <창신·길>에서 만날 수 있다. DDP 이간수문전시장 4월30일~6월28일 8,000원 www.ddp.or.kr 창신동 둘러보기 동대문역이나 종묘역에서 시작해 오르막길을 천천히 올라가는 방법도 있고, 종로03번 마을버스를 타고 낙산 종점에서 하차해 창신시장 방면으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물론 내려오는 코스가 쉽겠지만 가파른 비탈에 아무래도 속도가 빨라지면 시선에서 놓치는 것들도 많아진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창신동의 현주소 봉제거리박물관 봉제‘산업’이 아니라 ‘문화’라고 부르자 시선은 ‘돈’에서 ‘사람’으로 옮겨졌다. 현재 창신동에는 1,100여 개의 봉제소가 있고, 30인 이상이 근무하는 곳이 150여 곳이다. 특히 647번지와 42번지 일대에 패턴부터 재봉까지 도맡는 종합공장들이 밀집해 있어서 거리박물관이 조성됐다. 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창신동을 한층 깊이 이해하게 된다. 창신동 647 일대 이래저래 안타까운 비우당과 동망봉 비우당庇雨堂은 ‘비를 가리는 집’이라는 뜻으로 실학자 이수광1563~1628이 한국 최초의 백과사전 형식의 책인 <지봉유설芝峰類設>을 집필한 곳이다. 복원이 되긴 했지만 아파트에 갇힌 모습이 안타깝다. 보문역쪽으로 내려가면 정순왕후가 영월로 유배간 단종을 그리워하며 매일 동쪽을 바라보았다는 동망봉이 있다. 폐위된 정순왕후가 비우당의 샘에서 빨래를 하면 자주색으로 물들었다는 슬픈 이야기도 전해진다. 창신동 9-471 창신동의 활력소 아트브릿지+뭐든지도서관+창신동라디오 ‘덤’ 부모가 일하는 동안 방치되는 아이들을 모아 연극교육을 하는 것이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아트브릿지’의 역할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전문배우양성소인 ‘조선배우학교’가 1925년 창신동에 있었다. 지역아동센터와 학부모들이 함께 만든 ‘뭐든지 도서관’은 아이들의 사랑방이고, 창신동라디오방송국 ‘덤’은 창신동 지역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출연하는 마을미디어로 인터넷이나 팟캐스트에서 창신동라디오로 검색해 들을 수 있다. 아트브릿지 www.artbridge.or.kr 창신동을 고민하는 청년들 복합문화공간 OOO간 창신동을 기반으로 공공 커뮤니티 디자인을 고민하는 청년 사회적기업인 러닝투런Learning to Learn은 창신동의 변화를 주도한 곳이다. 이름 없던 봉제공장에 간판을 제작해서 달아 주는 사업을 시작으로 자투리 원단과 버리는 부재료를 얻어서 만든 셔츠, 가방 등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등 주민들과 협업, 청년활동가 육성 프로그램 등의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주)러닝투런 000간(공공공간) www.000gan.com 여기가 거긴가 미스테리한 촬영 명소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길라임여자주인공, 하지원역의 집은 당고개 공원 주차장에서 내려다보이고,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남자주인공, 임시완역의 집은 달카페 뒤편 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조정석역가 열변을 토하던 골목도 멀지 않다. 영화 <숨바꼭질>의 촬영지였던 동대문아파트창신동 328-17는 1965년 건축되어 지금은 다 낡아 버렸지만 2013년에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귀여운 마을사랑방 달커피+달퀼트 달동네 커피집이어서 달커피다. 카페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성곽의 일몰풍경에 반해서(원래 낙산은 일몰이 좋은 산으로 유명하다) 두어 해 전에 창신동 주민이 된 이강혁 사장이 내려 주는 핸드드립 커피의 맛도 일품이지만 그와 나누는 커피 이야기, 창신동 이야기가 더 맛있다. 세트처럼 나란히 자리잡은 옆집 달퀼트의 이진영 선생과는 친구 사이. 달동네와 커피, 그리고 퀼트는 묘하게 잘 어울린다. 창신6가길 48 070-4119-9682 큰대문집 막내아들 백남준 옛집터 부유한 포목상 집안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가 된 백남준1932~2006은 6세부터 18세까지 어린시절을 창신동에서 보냈다. 실제 그가 거주했던 주택은 불타 없어졌지만 한국 최초의 재벌가답게 ‘3,000평’이나 되는 솟을대문의 ‘큰대문집’이었다고 한다. 부지에는 현재 교회, 가옥, 상가들이 들어서 있으며 백숙집 벽에 기념 표지판이 남아 있다. 창신동 197(종로53길 21) 한번 맛보면 중독되는 창신시장의 먹거리들 동네 탐방의 마무리는 창신시장에서의 한 끼다. 낙산에서 흘러내렸던 복자천의 흔적을 따라 형성되어 길이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그만큼 이색적이다. 창신동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창신동 매운족발’이 부담스럽다면 푸짐한 수원갈비집도 있고, 순대국밥집, 떡볶이 분식집 혹은 아예 이색적으로 네팔음식점인 ‘에베레스트’나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요리점들도 있다. 1호선 동대문역 2번 출구 문화재만 2,700여 점 보물 같은 안양암 안양암은 서울시 전통사찰 가운에 문화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다. 전각, 불화뿐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1,500개의 불상이 모셔져 있기 때문.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제작했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889년에 창건된 절은 왕실의 원당으로 기록에 의하면 시주자의 70%가 창건 당시의 왕실 관계자들이었다고. 창신5길 61 글·사진 천소현 기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글로벌 시대]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부장

    [글로벌 시대] 네팔의 살아 있는 여신 ‘쿠마리’/이에스더 아리랑TV 글로벌네트워크부장

    지난 4월 네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최소 8000명이 숨지고 중요 유네스코 문화유산 4곳이 파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지만, 살아 있는 여신으로 알려진 ‘쿠마리’의 거처는 멀쩡해 눈길을 끌었다. 카트만두 더르바르 광장의 문화 유적지가 파괴됐지만 올해 아홉 살의 쿠마리가 거주하는 사원은 대지진은 물론 계속되는 여진에도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마리는 ‘처녀’를 뜻하는 말로 힌두교 여신의 환생으로 믿어진다. 관례상 네 살에서 일곱 살 사이의 소녀 중 경전에 적힌 32가지 신체 조건을 심사해 여신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선별한다. 보리수 같은 몸, 사슴과 같이 가는 허벅지, 소 같은 눈꺼풀 등의 조건을 충족한 쿠마리 선별의 마지막 관문은 소, 돼지, 양, 닭, 버팔로의 시체와 피가 놓인 어두운 방에서 하룻밤을 울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고 버텨 내는 것으로 이 과정을 통과하면 여신의 분신으로 추앙받게 된다. 쿠마리는 왕보다 높은 직급으로 대우받으며 신성시되다 보니 웃거나 울거나 본인의 발로 땅을 밟아서는 안 되며 교육도 받지 못한다. 초경이 시작되면 쿠마리 자리에서 물러나는데, 쿠마리였던 여자와 결혼하면 단명한다는 속설과 부정한 여자라는 인식 때문에 결혼도 못 하고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하다 보니 생존을 위해 창녀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최근 쿠마리를 소재로 한 웹툰 ‘시타를 위하여’가 인기다. 시타는 싯다르타의 네팔식 발음이며 쿠마리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이름에 들어가야 하는 글자다. 이 웹툰은 2013 대학만화 최강자전 8강 진출작으로 탄탄한 스토리와 아름다운 그림체를 자랑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작가 ‘하가’는 네팔에 봉사활동을 갔다가 쿠마리의 존재를 알게 됐고 사람들의 사랑과 추앙을 받지만 그 끝이 너무 슬픈 쿠마리의 삶을 소재로 한국인 청년과 전직 쿠마리의 운명적 사랑을 그려 냈다. 우리에게 낯설고 납득하기 어려운 네팔의 문화는 힌두 신앙과 깊은 관련이 있다. 네팔은 힌두교를 국교로 인정하던 유일한 국가로 인도와 함께 대표적인 힌두교 국가다. 2008년 신헌법이 발효돼 국교를 폐지했으나 현재 전 국민의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고 있다. 수도 카트만두에는 2500여개의 사원과 신전이 있고, 1년에 50여개의 힌두교 관련 축제도 개최하는 등 종교성이 상당한 나라다. 2008년 네팔 대법원은 쿠마리의 교육, 행동, 식사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후 지금은 쿠마리에 대한 미신이 많이 사라지고 쿠마리의 공교육 필요성, 은퇴 후 지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생겼다고 한다. 현재 네팔에는 약 11명의 쿠마리가 있다. 왕실 소속인 카트만두와 파탄 지역 쿠마리는 땅을 밟지 못하고 외출도 제한된 것에 반해 카트만두에서 약 10㎞ 떨어진 붕그마티 쿠마리는 걸어서 학교에 다닌다. 지진 발생 후 임시 숙소인 텐트에서 생활하던 초등학교 1학년 붕그마티 쿠마리가 5주 만에 등교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최근 현지 신문에 공개됐다. 인구 3000만명의 약 30%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나라.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히말라야 트레킹 등 관광산업이 주산업인 네팔은 강진 이후 수입이 끊긴 채, 우기를 앞두고 50만 이재민의 피난처 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재건을 위한 모금도 목표의 20%에 그쳐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촉구되고 있다. 다음 여행지를 네팔로 정해 그 땅을 밟아 보는 것은 어떨까. 이달 15일부터 일부 유적지가 재개장한다고 하니 끊겼던 관광객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길 기원한다.
  • [씨줄날줄] 감염/문소영 논설위원

    코로나바이러스(Corona Virus)는 포유류와 조류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물질 RNA의 바이러스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2003년 중국에서 발병한 사스(SARS) 즉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바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 탓에 발생했다. 개기일식 때 새까만 태양 주위에서 후광처럼 하얗게 빛나는 부분이 코로나인데, 바이러스 표면 모양이 태양의 코로나와 비슷해 코로나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서 시작돼 개·돼지·조류 등에서, 1960년대에는 사람에서도 발견됐다. 인류가 가축을 키우면서 감염은 일상이 됐다.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콧물, 기침, 고열 등 감기에 걸린 증상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보통 가까운 종끼리 감염된다고 알려졌지만, 사스를 일으킨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는 사람에서 원숭이, 개, 고양이 등 다른 포유류에게도 전염된다고 알려졌다. 2003년 사스 감염자는 전 세계 8000명으로 이 중 약 10%가 사망했다. 최근 한국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메르스’(MERS)는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돼 중동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호흡기 질환으로 역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사스보다 치명적이어서 치사율이 40%나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5월 30일 현재 사우디의 확진 환자 1010명 가운데 442명이 사망했다. 낙타가 메르스의 숙주로 추정된다. 보건복지부가 국내 메르스 예방법으로 ‘낙타와 밀접한 접촉을 피하세요’라거나 ‘멸균되지 않은 낙타유 또는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 섭취를 피하세요’라는 안내문을 제작한 이유다. 하지만 한국에 낙타는 에버랜드와 서울대공원밖에 없고, 낙타 고기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중동 4개국 순방 때 아랍에미리트에서 대접을 받았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년들에게 중동에 가라고 할 때 메르스를 몰랐을까. 인류는 과학기술과 의술의 발달을 맹신하며 바이러스성 질병을 완전 정복할 수 있다고 자만했다. 그러나 그 망상을 버리고 이젠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영국의 청교도나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남북아메리카를 접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세균이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서 원주민을 몰락시킨 것은 총이 아니라, 유럽인의 홍역이나 천연두 등이었다고 했다. 이 병원균에 대한 무방비였던 원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인구의 90% 가까이 잃었고 유럽인은 무혈 입성했다는 것이다. 영화 ‘우주전쟁’에서 외계인이 우세한 전력으로 지구를 거의 점령했다가 세균 감염으로 몰락한 것을 상상하면 되겠다. 낙타가 가축이 아닌 한국에서 낙타가 숙주로 발병하는 메르스 확진 환자가 전 세계 3위라는 사실에 아찔하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OECD “한국 청년, 최고 교육수준에도 상대 실업률 1위”

    한국 청년층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이지만 실업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7일 발표한 ‘OECD 직업역량 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핵심생산인구(30∼54세) 실업률 대비 청년(16∼29세) 실업률은 한국이 3.51배로 22개 OECD 조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이는 청년 실업률이 핵심생산인구인 중장년 실업률보다 3.51배나 높다는 뜻이다. OECD 평균은 2.29배였다. 이 비율이 3배를 넘는 회원국은 한국을 포함해 스웨덴(3.16), 노르웨이(3.05), 이탈리아(3.00) 등 4개국에 불과했다. 독일(1.58)은 가장 낮은 비율을 보였다. 한국의 청년층 가운데 일하지도 않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지 않는 ‘니트족’(NEET)의 비중은 18.5%로 OECD 국가 중 5위였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스페인(26.8%), 이탈리아(26.1%), 아일랜드(19.2%), 슬로바키아(19.1%)뿐이었다. 반면 한국 청년층의 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였다. 고교 졸업 뒤 대학 및 직업교육을 이수한 25∼34세 청년 비율은 한국이 67.1%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위였다. OECD 평균(42.7%)보다는 무려 25% 포인트가량 높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평균 초혼 연령 男 32.8세 女 30.7세…‘삼포세대’ 증명

    평균 초혼 연령 男 32.8세 女 30.7세…‘삼포세대’ 증명

    평균 초혼 연령 男 32.8세 女 30.7세 ‘삼포세대’ 증명 ‘평균 초혼 연령’ 평균 초혼 연령 증가가 숫자로 확인됐다.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지난 27일 서울시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 혼인·이혼 및 가치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민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8세, 여성 30.7세로, 20년 전(1994년)에 비해 각각 4.2세, 4.9세 늦어졌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해도 남성 1.9세, 여성 2.4세 늦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취업난에 청년층의 경제력이 떨어지면서 연애는 물론 결혼까지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혼인건수는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수준이었다. 2014년 혼인건수는 6만4823건(남편기준)으로, 2004년 7만1553건보다 9.4% 줄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도 2004년 6.5건에서 2014년 7.0건으로 감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평균 초혼 연령 男 32.8세 女 30.7세…청년층 취업·연애·결혼 포기

    평균 초혼 연령 男 32.8세 女 30.7세…청년층 취업·연애·결혼 포기

    평균 초혼 연령 男 32.8세 女 30.7세 ‘삼포세대’ 증명 ‘평균 초혼 연령’ 평균 초혼 연령 증가가 숫자로 확인됐다. ‘취업·연애·결혼’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통계로 증명된 셈이다. 지난 27일 서울시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 혼인·이혼 및 가치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민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2.8세, 여성 30.7세로, 20년 전(1994년)에 비해 각각 4.2세, 4.9세 늦어졌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해도 남성 1.9세, 여성 2.4세 늦어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취업난에 청년층의 경제력이 떨어지면서 연애는 물론 결혼까지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혼인건수는 1990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수준이었다. 2014년 혼인건수는 6만4823건(남편기준)으로, 2004년 7만1553건보다 9.4% 줄었다.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도 2004년 6.5건에서 2014년 7.0건으로 감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소득분배 나아졌지만 은퇴자 살림살이는 더 팍팍

    소득분배 나아졌지만 은퇴자 살림살이는 더 팍팍

    최근 우리 사회의 ‘부(富)의 불평등’ 문제가 전체적으로는 개선되고 있지만 은퇴한 66세 이상 노령층의 살림살이는 오히려 더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지니계수는 지난해 0.302로 2006년(0.306) 이후 가장 낮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을 0~1 사이로 나타내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완만한 경기 개선 흐름에 따라 가계소득 증가세와 소득분배 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해 은퇴연령 인구(66세 이상)의 지니계수는 0.397로 연령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0.393)보다 0.004 높아졌다. 66세 이상의 지니계수는 2012년 0.430으로 정점을 찍은 뒤 2년 연속 하락세이지만 여전히 소득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근로연령 인구(18~65세)의 지니계수는 지난해 0.281로 2006년(0.295)에 비해 0.014나 낮아졌다. 중위 소득의 50% 미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 빈곤율도 은퇴연령 인구는 지난해 48.8%로 2006년(43.9%)에 비해 4.9% 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근로연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같은 기간 11.1%에서 9.3%로 1.8% 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노인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34개 회원국 중 1위라고 발표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7세 이하, 18~65세 등은 OECD 평균보다 낮았지만 66세 이상은 49.6%로 OECD 평균(12.6%)의 4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중장년층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원 고려대 경영대학장은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정년이 짧고, 은퇴 후에 자영업이나 단순 노동직이 아니면 일할 곳이 없다”면서 “청년 실업 해결을 위해 단순히 고령층 일자리를 줄이기보다는 임금피크제 등 서로 조화를 이룰 방안을 만들고 노인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노동시장 개혁 앞서 해고 없다는 점 분명히 해야”

    “노동시장 개혁 앞서 해고 없다는 점 분명히 해야”

    2000년대 초반 독일 노동개혁을 이끈 페터 하르츠 박사는 ‘노동시장 개혁에 앞서 해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르츠 박사는 21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주최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독일 노동개혁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위원회 15명 가운데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위원은 3명이었다”며 “당시에도 노조 내부적인 갈등을 비롯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원회는 ‘경영상의 이유로 인한 해고는 없다’고 노조에 약속한 뒤 협상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하르츠 박사는 “노조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해고”라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 이후에야 파견근로 확대, 시간제 일자리 도입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한 협상이 진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독일은 노조가 강해 사측과 대등한 지위를 갖고 있으며, 노동자의 권리 또한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기업도 수익이 나면 노동자에게 나눠 주는 등 노사 간의 공동체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장기 실업, 청년 실업, 고령 인구 취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위원회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창출 가능한 일자리가 있는지를 찾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를 실업자들의 재능진단 결과와 접목해 장기, 청년 실업자를 필요한 곳에 보냈다”며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 한국에서도 관심을 둘 만한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르츠 박사는 2003년 독일 사민당 총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시행한 사회복지와 노동 정책인 ‘어젠다 2010’에서 노동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하르츠 개혁이라는 별칭이 붙은 당시 독일의 노동개혁은 미니잡 등 단기직·시간제 근무를 도입하고 실업 수당 수혜 자격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최경환 “잘못하면 뛰는 일본·기는 한국 신세 될 수도”

    최경환 “잘못하면 뛰는 일본·기는 한국 신세 될 수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자칫 잘못하다가는 뛰어가는 일본, 기어가는 한국으로 신세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아베노믹스 성장전략 주요 내용 및 시사점’에 대해 논의한 뒤 “일본은 경제·사회적으로 한국과 유사한 구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의 규제개혁 방식을 반면교사로 삼을 점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관계장관회의의 주요 안건으로 아베노믹스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구조개혁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은 규제 개혁과 대외 개방을 두 축으로 하고 있다”며 “특히 농업, 의료, 관광 등의 분야에서 ‘암반규제’(덩어리 규제의 일본식 표현)의 개혁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의 구조개혁은 이해집단 간의 갈등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해 큰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라고 말했다. 이미 아베노믹스는 구상 단계를 벗어나 법제화와 실천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의에서 주제 발표를 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측은 “일본은 각종 회의와 기구 설치를 통해 성장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특히 규제 개혁을 통해 농업과 신약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생산가능인구의 급감과 노동시장 양극화, 기업의 투자 의욕 감소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아베노믹스 한계’도 지적했다. 그럼에도 “아베 내각의 성장 전략은 제도 설계와 실행 체제 구축, 법제화 등에서 본받을 만하다”고 총평했다. 최 부총리는 청년고용 문제 해결과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급함도 환기했다. 그는 “모든 부처가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는 각오로 청년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청년 신규채용과 연계한 임금피크제 시행에 과감한 재정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공공 부문이 이를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법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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