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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전원일기] 쪽파, 외길 인생…대박, 쪽파 인생

    [新전원일기] 쪽파, 외길 인생…대박, 쪽파 인생

    어릴 적 살았던 시골집 마당에는 텃밭이 있었다. 저녁 준비를 하던 어머니가 “마당에 나가 쪽파 서너 뿌리 뽑아 오너라” 하고 심부름을 시키면 슬리퍼를 신고 마당에 쪼르르 달려 나가던 기억이 떠오른다. 쪽파는 어린 내게도 한 손에 잡혔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흰 대를 내보이며 손쉽게 땅 위로 딸려 나왔다. 흙이 묻은 뿌리를 조심스럽게 털어다가 부엌으로 달려가던 순간의 뿌듯함, 그리고 코끝에 맴돌던 알싸한 파 향기가 오랜 기억과 함께 솟아오른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 살게 되면서 이제 더이상 채소를 집에서 길러 먹지 않게 됐다. 당연히 땅에서 갓 뽑아낸 쪽파가 식탁에 오를 일도 없다. 매번 마트에서 사다 먹는 채소인데도, 쪽파를 대량 재배하는 농원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생소하게 들렸다. 쪽파는 대표적인 소면적 작물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주소득원으로 재배하는 작물이 따로 있는 농민들이 남는 밭에 쪽파를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시전리에 자리잡은 ‘신석영 농업회사법인’에서 만난 신석영(49) 대표는 쪽파 농사를 곁다리로 생각하는 것은 교통이 불편하던 과거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21세기 농업의 성패 여부는 규모와 전문성에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25년여간 쪽파 농사 한길만을 걸어온 ‘쪽파 부농’의 목소리에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 농사에 아무것도 몰랐던 청년, 쪽파에 빠지다 신 대표와 쪽파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된 때를 회상하자면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전문대를 갓 졸업한 20대 중반의 청년 신씨가 처음부터 농부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원래는 농산물 유통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대학 시절 품질관리사 자격증도 땄죠.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셨던 것도 아니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물려받은 땅 한 평 없이 무턱대고 쪽파에 반해서 농사를 짓게 된 거예요.” 농산물 유통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지역의 재배 작물과 농업 환경을 둘러보게 됐다. 도고면 일대는 예부터 쪽파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많았다. 이 지역이 기후가 선선하고 물이 잘 빠지는 토질이라 쪽파를 재배하는 데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쪽파를 생계 수단으로 삼는 농민들을 보면서 신 대표는 쪽파 농사를 규모 있게 잘 지으면 어지간한 사업보다도 훨씬 더 비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특히 쪽파는 파종 후 30~50일이면 출하가 가능해 환금성이 높다는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때 쪽파를 선택하게 된 게 운명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싱싱하게 자란 쪽파가 그 어떤 화초나 난초보다도 더 예쁘게 보였기 때문이죠. 남들이 들으면 미쳤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쪽파가 줄지어 자라 있는 밭을 가끔 넋 놓고 바라봐요. 돈을 떠나서 제 눈에는 정말 예뻐 보여요.” 진지하게 쪽파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신 대표의 목소리에 처음에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가 나중에는 점점 빠져들게 됐다. 자신의 입으로 “쪽파에 미쳤다”고 말할 정도로 25년간 쪽파 농사에 매진해 온 신 대표는 이후 쪽파 주산단지인 아산시 도고면에서도 쪽파를 가장 많이 출하하는 거농(巨農)이 됐다. 물려받은 밭 한 뙈기 없이 6500㎡의 땅을 빌려 시작한 농사가 지금은 33만㎡ 규모로 불어났다. 30동의 비닐하우스(약 1만 5000㎡)까지 따로 갖춰 사시사철 계절에 상관없이 쪽파를 출하하고 있다. 마을 어르신에게 조그마한 땅을 빌려 쪽파 농사를 시작한 청년은 20여년이 지난 후 연매출 40억원에 달하는 농업회사 ‘신석영 농업회사법인’의 어엿한 대표로 성장했다. 쪽파가 만들어 낸 기적인 셈이다. 오랜 세월 동안 부침을 겪기도 했다. 쪽파 값이 폭락해 애써 키운 농작물을 시장에 내놓지도 못한 채 갈아엎어 버린 일도 있었고, 수해를 입은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망연자실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웠다. “쪽파는 밭 한군데에서 일 년에 최대 네 번까지 수확이 가능해요. 그러니 자연재해를 만나거나 병충해를 입었을 때에는 빨리 포기하고 다음 농사를 준비하는 게 나아요. 품질 낮은 작물을 헐값에 넘기는 것도 싫었어요. 제 이름 내걸고 회사까지 세웠는데 신뢰를 갉아먹을 수야 없지요. 말로는 쉽지만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억원어치의 쪽파를 눈앞에서 포기하려면 마음으로는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건강한 쪽파를 생산하기 위해 신 대표가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종자 선택과 관리다. 파 끝이 마르기 쉬운 여름에는 빨리 크면서 더위에 강한 종자를 심고, 재배 기간이 긴 봄과 가을에는 자라는 속도가 더딘 종자를 골라 충분히 햇빛과 바람을 받으면서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등 출하 시기에 따라 종자가 달라진다. 구입한 종자는 1차 손질을 거쳐 저장고에서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4개월까지 건조시킨 후 쓴다. 1차 손질을 한 후 밭에 심었을 때 생산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쉴 틈 없는 쪽파 사랑, 안정적 유통망 확보로 일반적으로 농촌의 겨울은 한가하다. 땅도 농부들도 쉬면서 따뜻한 봄날을, 그리고 이듬해 농사를 기다리는 시기인 것이다. 그러나 신 대표는 쉴 겨를이 없다. 쪽파 비닐하우스와 작업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며 둘러보아야 한다. 한 곳에서는 파종 작업이, 다른 한 곳에서는 수확이 한창이다. 김장철이라 쪽파 출하량도 평소보다 많은 편이다. “쪽파는 저장이 힘들고, 신선도가 중요한 식재료에요. 그래서 그날 수확한 쪽파를 매일매일 출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2~3일만 지나도 시들어 버려서 시장에 팔 수 없게 되거든요.” 하루도 빠짐없이 쪽파를 수확하고 출하시키느라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는 신 대표. 매일 파밭으로 출근하는 그가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날은 추석과 설날 단 이틀뿐이라고 한다. 쉬는 날도 없이 쪽파에 얽매여 있는 삶이 지겹지 않으냐는 질문에 “집에 돌아가 잠을 자는 중에도 쪽파를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제가 잠자는 동안에도 쪽파는 자라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부자리에서도 생각하게 돼요. 내일 아침에 밭에 나가면 그 녀석들이 얼마나 자라 있을까. 그 모습은 얼마나 예쁠까 생각하면서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신석영 농업회사법인’이라는 큰 간판을 내건 작업장 안에서는 스무 명 남짓한 노동자들이 쪽파 세척과 손질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작업장을 가득 채운 푸른 쪽파가 내뿜는 매운 기운에 눈이 아릴 지경이었지만 애써 참았다. 하루 종일 묵묵히 쪽파를 씻고 다듬고 포장하는 일꾼들 앞에서 유난을 떨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쓴맛이 없고, 빛깔이 선명하기로 유명한 ‘신석영 쪽파’가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것은 정성 들여 농사를 지은 공도 크지만, 이처럼 먹기 쉽고 보기 좋게 손질하는 과정을 좀더 꼼꼼히 거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국에 입소문 난 ‘신석영 쪽파’ 신 대표가 포장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품목은 마트 납품용 쪽파다. 롯데마트와 직접 계약을 맺어 이곳에서 생산한 쪽파를 전국의 롯데마트에서 판매한 지도 3년째다. 종갓집 김치에도 신 대표가 납품한 쪽파가 들어간다. 모두 쪽파 품질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업체 측에서 먼저 제안한 계약이었다. 대형마트와 김치공장이라는 안정적 유통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품질 좋은 쪽파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 손질까지 바이어가 원하는 수준과 규격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전국 롯데마트와 김치공장에 납품하는 쪽파가 신 대표의 농가에서 출하한 쪽파의 5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50%는 도매시장으로 팔려 나간다. 이곳에서 하루에 생산되는 쪽파만 해도 3~5t가량이며, 연간 생산량은 약 1200t에 달한다. 전국 쪽파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아산 도고 지역에서 120여 농가가 연간 6000여t의 쪽파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 대표의 쪽파 농사 규모는 가히 독보적이다. 고정 직원 숫자만 5명, 일용직으로 일하는 노동자도 하루 평균 20~30명이나 된다. “쪽파 농사는 손이 많이 가요. 저 혼자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해요. 직원들을 포함해 도와주시는 분들의 도움이 컸죠.” 저장이 어려운 특성상 쪽파는 수입이 불가능한 농산물이기도 하다. 가격에 등락이 있기는 하지만 수입산 농산물 유입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는 점이 쪽파의 매력이기도 하단다. 신 대표는 올해 쪽파 값이 예년에 비해 높은 편이라 출하하는 재미가 더 크다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풍년은 하늘에서 내리는 거라고 하잖아요.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돈을 버는 해가 있으면, 반대로 손해를 보는 해도 있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돈을 많이 벌면 좋기야 하겠죠. 하하.” 마음을 비우고 정성을 다해 농사를 짓고, 그 이후는 하늘에 맡겨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신 대표를 보면서 ‘파가 자라는 이유는/ 오직 속을 비우기 위해서다/ 파가 커갈수록/ 하얀 파꽃 둥글수록/ 파는 제 속을 잘 비워낸 것이다(후략)’라고 노래한 이문재 시인의 ‘파꽃’이 떠올랐다. 혹시 ‘파꽃’이라는 시를 아느냐고 넌지시 묻자 “아유, 쪽파든 대파든, 파꽃 핀 파는 못 먹어요. 질겨서 맛이 없어”라는 신 대표의 답이 돌아온다. 파꽃에 담긴 은유보다는 손에 흙 묻혀 가며 재배한 싱싱한 파 한 단이 그에게는 더 중요하다. 작업장에서 손질된 쪽파들이 회사 앞마당에 대기한 트럭 위로 실리고 있었다. 한 단 한 단 차곡차곡 쌓인 채 박스에 담긴 쪽파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알싸한 파향(香)을 전할 것이다. 김장 김치가 되기도 할 테고, 비 오는 날 술꾼들의 안주로 파전이 되거나, 멸치국수를 훌훌 말아 먹을 때 끼얹는 양념간장이 되기도 할 것이다. 글쓴이 소설가 김유담 부산 출생.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핀 캐리’로 등단.
  • [사설] 압도적 탄핵안 가결, 혁신의 기폭제로…낡은 정치와 사회 전체를 바꿔 나가야

    탄핵으로 주권재민 헌법정신 확인 촛불집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저항 빈부격차, 실업 등 국민 불만 새기고 국정 혼란 없이 경제살리기 매진해야 68년 헌정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이 그어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은 가차 없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고, 국회는 그런 준엄한 민의를 받들어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재판이 끝날 때까지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박 대통령의 모든 권한은 정지됐다. 박 대통령 탄핵 사태는 매우 안타까운 국가적 불행이지만 우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찾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해야만 한다. 대한민국 일대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박 대통령 탄핵 소추는 두말할 필요 없이 국민이 만들어 낸 국민의 승리다. 국민은 여섯 차례에 걸친 대규모 평화 촛불집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헌법 정신을 만천하에 각인시켰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비선 실세 등 측근들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데 악용한 박 대통령을 국민은 더이상 원하지 않았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는 권력 행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준엄한 헌법적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런 점에서 탄핵안 가결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엄연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산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손상된 헌법 질서 회복의 대장정에 들어섰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광장에 결집된 국민적 역량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용광로 같은 뜨거운 열기는 그 어떤 역경과 고난도 능히 물리칠 수 있을 만큼 강렬하다. 전 세계인들은 수백만명이 운집한 촛불집회가 그토록 평화롭게 열리고, 마침내 혁명적 결과를 일궈 낸 과정을 목도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의 놀라운 저력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그 역량을 이제 국가 혁신의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탄핵을 출발점으로 삼아 우리 사회 전체의 대대적인 혁신을 이뤄 냄으로써 후세에 오늘과 같은 불행한 역사의 부담을 지우지 말아야 한다. 오늘도 어린 학생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수많은 국민이 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 것이다. 그 하나하나의 촛불에 농축된 기대와 희망을 저버린다면 우리에게 진정 미래는 없다. 촛불 민심은 분명히 박 대통령에 대한 분노감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국정 운영의 문란, 법률 위반, 도덕적 파탄에 대한 준엄한 심판을 요구했다. 하지만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날로 심화되는 양극화와 가중되는 청년 실업, ‘희망의 사다리’조차 찾을 수 없는 신분고착에 절망한 많은 국민이 촛불을 손에 들고 그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앙시앵레짐(구체제)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탄핵 사태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친 적폐를 일소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지만 헌재 결정 때까지 안정적 국정 운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헌재에 국민의 이목과 압력이 집중될 것이다.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헌재가 헌법적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탄핵심판 시간을 최대한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정략적 셈법에 매달리면서 국가적 위기를 조장해선 안 된다. 헌재의 최종 결정 때까지 황 권한대행의 과도 체제는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가 되찾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던 헌법 정신을 또다시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정국을 안정시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여야 정치권이 지혜를 모으고 합심해야 할 때다. 국회가 황 권한대행과 수시로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다소나마 안정적 국정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회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광장의 촛불 민심을 제도권 정치에 담지 못한다면 촛불 행진은 여의도로 향할 수밖에 없다. 탄핵심판 시기가 중요하지만 ‘대선 시계’는 훨씬 앞당겨질 것이다. 사실상 이미 차기 대선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도 있다. 탄핵과 대선이 맞물리면서 혼돈과 혼란이 극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정략적 판단을 뒤로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염두에 두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의 비상시국을 맞아 기로에 서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에 휩쓸려 국정이 멈춘 것이나 다름없고 나라 경제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국민의 여망이 담긴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부결 시 우려했던 극도의 정치적 혼란은 피했지만 대내외적인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으로 경제의 추락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고 빈부 격차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생활고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한 지경이다. 대외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등장 이후 미·중 관계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의 통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는 시점이다. 우리 안보의 핵심 위협인 북핵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대북 정책을 조율해야 할 리더십은 국정 농단 사태에 휩쓸려 실종 상태다. 더 우려되는 것은 탄핵안 통과 이후 분열과 혼돈의 에너지가 가득한 정치권이다. 조기 대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개헌론을 둘러싸고 벌써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야권도 어제 긴급회의를 열고 민생 현안과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책임 있는 수권 정당으로서의 모습으로 국정 혼란 수습에 나서야 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정국을 강타한 이후 한국 사회는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진퇴 문제가 불확실하면서 우리 사회의 마지막 보루인 공직사회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정책을 추진할 동력이 사라진 상황에서 굳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공직사회의 분위기도 일조했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 자신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할 정도로 헌법을 유린하고 법치의 근간을 무너뜨린 상황에서 공직 기강이 무너져 내리는 책임을 공무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되지만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동의 행태를 보이는 것은 국민 공복의 자세가 아니다. 공직자들은 정치권 혼란과 리더십 실종 상태에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투철한 사명 의식과 엄격한 기강이 확립돼야 한다. 엄혹한 비상시국을 맞아 공직사회는 대한민국의 버팀목으로서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이행해 달라는 국민의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경제 상황이다. 활력을 잃은 채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경제는 이미 저성장 고착화의 늪에 빠져들었다. 수출과 고용의 절벽, 초저유가, 예고된 미국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불확실성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년 경제도 2%대 초반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업률은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더욱 가파른 고용 절벽으로 향하고 있다. 가계·기업부채 등 대형 리스크들이 경제의 숨통을 죄고 있는 첩첩산중의 비상한 상황이다. 내년 예산을 조기 집행해서라도 적극적인 재정·통화 정책에 나서야 한다. 대외 상황은 더욱 나쁘다. 중국은 사드 문제로 한국 제품에 대해 노골적으로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비관세 장벽을 활용하고 있다. 이것도 모자라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강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압력도 예상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촉발된 혼돈의 정국이 결국 탄핵안 가결로 대통령의 권한 정지로 귀결됐지만 대한민국 자체가 표류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지명도 철회된 상태다. 대통령 비서실의 기능마저 정지된 상황에서 유일호 부총리가 경제정책의 수립과 결정에 대한 전권을 쥘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야권이 새롭게 심기일전해 막중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어떤 시련이 닥쳐도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탄핵안 처리 이후 갈등과 분열의 불확실성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고 있지만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대한민국에 닥친 국난을 극복해야 한다.
  • MAKETH, ‘예컨대 프로젝트 3기’ 청년예술가 우수기업 선정

    MAKETH, ‘예컨대 프로젝트 3기’ 청년예술가 우수기업 선정

    오리지날 스토리에 기반해 웹 드라마와 스토리텔링 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기획·제작하고 있는 뉴미디어 컨텐츠 전문기업 ‘MAKETH’(이하 메익스)가 청년예술가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고 10일 밝혔다. 메익스 김형규 공동대표는 “메익스는 스토리텔링 기반 뉴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 제작을 지향하고 있다”며 “오리지널 스토리 기획을 통해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웹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과 소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6 예컨대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운영하는 청년예술가 일자리 프로젝트로,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예술가에게 데뷔 기회를 마련해 사회진출 및 유통시장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메익스는 ‘예컨대 프로젝트’ 3기 우수기업 8팀에 포함됐으며, 오는 13일 한국관광공사 서울사옥인 CEL벤처단지 CEL스테이지에서 열리는 예술창업 쇼케이스에 참여하게 된다. '청년예술가, 창업의 문을 열다'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이번 ‘예술창업 쇼케이스’에서는 3기 우수기업에 선정된 8개팀의 관객 체험형 홍보부스 운영, 프로젝트 1~2기 예술창업 상담부스 운영, 각 팀별 사업아이템 및 콘텐츠 소개 프리젠테이션 등이 진행된다. 이번 쇼케이스에서 메익스는 김형규 대표가 원천콘텐츠를 기반으로 1인 가구, 모바일세대, 여성 직장인을 주 타겟으로 한 웹드라마의 성공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메익스는 이번 행사에서 자사의 첫 웹드라마 작품인 ‘숫자녀; 병신년(2016) 계숙자’ 1~2화를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숫자녀; 병신년(2016) 계숙자’는 모든 것을 수치화시켜 판단하고 한 치의 오차조차도 용납하지 않고 살아가는 차가운 캐릭터인 숫자녀 계숙자에게 썸남들이 달라붙으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려 나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시그널, 아름다운 나의 신부 등으로 알려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 출신 배우 송유현 씨가 주인공인 계숙자로 출연하며, 오는 12월 23일 네이버TV캐스트에서 On-Air될 예정이다. 메익스는 SBA(서울산업진흥원) 챌린지1000프로젝트 데모데이에서 최우수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으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4기 입주기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또한 콘텐츠진흥원 CEL벤처단지 입주기업 투자사와 연계해 자본·기획·제작·유통이라는 최적의 웹드라마 제작 협업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처럼 메익스는 원천콘텐츠(오리지널 스토리) 기획을 통한 다양한 웹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오늘 ‘동아시아 청년 포럼’ 정치·사회 현안 해법 논의

    동아시아 청년들이 모여 당면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2016 동아시아 포럼’이 8~10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다. 한국, 일본, 홍콩, 대만 등의 청년 정치인, 언론인, 학자 등이 각자 처한 정치·사회적 과제에 대해 논의한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평화헌법 개헌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인 ‘실즈’(SEALDs) 멤버 스와하라 다케시 국민연합 공동설립자, 집권당인 대만 민주진보당의 페이 위 민주주의연구소 국장 등이 정치를 주제로 토론한다. 고령화 사회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벌이는 토론에는 대만의 법률 전문가 그레이스 쿼 국립성공대학교 부교수, 김경묵 일본 와세다대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이원재 여시재 기획이사 등이 참여한다. 동아시아 포럼과 함께 동아시아 비영리조직 활동가와 담당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이슈포럼’도 열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포럼이 청년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청년들이 모여 직면 과제를 공유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제7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컨트롤타워 없는 정치·경제… ‘한국식 성장모델’ 절실하다

    [제7회 서울신문 정책포럼] 컨트롤타워 없는 정치·경제… ‘한국식 성장모델’ 절실하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차원의 거대한 파도다. 보호무역주의 대두, 4차 산업혁명 도래,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데 정치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경제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정 농단으로 성난 촛불 민심은 낡고 부패한 정치·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국제경제 전환기, 우리 경제가 나아가 길’을 주제로 제7회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철 KBS PD 등 4명의 토론 형태로 진행됐다. 사회는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맡았다. 1. 우리 경제는 어디에 와 있나 정경유착·부패에 발목… 외환위기 때보다 최악의 상황 사회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을 논의하기에 앞서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1997년 이른바 ‘IMF 사태’ 등 앞선 위기들과 비교할 때 지금은 어느 정도인가. 권태신 원장 외환위기를 전후로 재정경제원 국제금융심의관과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외환위기는 한국전쟁 이후 최대 환란이었다. 그럼에도 다행이었던 것은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김대중·이회창·이인제 등 유력 대선 후보, 국회가 한마음으로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를 적극 지원했다는 것이다. 또 350만 가구가 ‘금 모으기 운동’에 참여해 30억 달러를 모았다. 전 세계가 놀랄 정도로 단합이 잘됐다. 국제사회가 한국의 저력을 높이 평가했고 한국 국채를 앞다퉈 사들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해 상황이 훨씬 나쁘다. 국정 컨트롤타워가 없고 여야뿐 아니라 여당도 쪼개져 있다. 2008년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된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제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우리 경제는 일본식 장기 침체 우려마저 나온다. 신관호 교수 한국 경제는 1980년대 말부터 성장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연간 10%씩 성장하던 때라 정부와 기업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당시 정부는 성장 둔화를 만회하려고 무리한 정책을 많이 폈다. 소위 관치금융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을 부실화시키면서 재벌 기업에 자금을 몰아줬다. 더 나아가 국외 자본까지 자유화하면서 외자가 밀려 들어왔다. 그 결과가 외환위기로 나타났다. 상당한 경제적 위기였지만 많은 제도적 개선을 이뤘다. 그렇지만 그 이후 구조 개혁이 미뤄지면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최병일 교수 저는 좀 생각이 다르다. 우리 경제는 경제 규모나 국제화 수준이 총량적으로는 이미 선진국 초입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개개인의 삶도 상당히 풍요해졌다. 문제는 이게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한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연 2~3%의 성장으로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진보정권 10년, 보수정권 9년 동안 이 문제를 풀지 못해 미래가 암울해졌다. 김영철 PD 2004~2005년 국민소득 2만 달러에 도달한 뒤 3만 달러의 벽을 왜 뚫지 못했을까. 그 의문이 최근 풀린 것 같다. 현재 드러난 국가 리더십 실종, 정경유착과 부패 등 후진적인 행태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렇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위인 우리 경제 체급에 맞지 않는 불합리하고 진작 떨쳐 버렸어야 했던 구태가 우리 발목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1997년과 2008년 위기보다 지금의 위기가 더 심각한 것은 보호무역을 내세운 미국 리더십이 등장하고 미국과 중국의 통상 다툼이 시작되는 등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 사령탑이 없고 국제적인 국가 이미지, 기업 신인도가 한순간에 20~30년 전으로 후퇴해 버렸다. 총체적인 위기가 아닌가 싶다. 2.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국민공감 있어야 개혁 가능… 기득권 나서 고통 분담을 사회 정부는 수십년째 서비스 산업 활성화 대책, 내수 활성화 대책,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등 패키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지속적으로 정책을 개발하는데도 우리 경제는 늘 어렵고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 권 원장 개혁의 필요성은 다 안다. 개혁을 어떻게 추진하고 집행하느냐의 문제다. 사회가 어느 정도 정착되면 자기 기득권만 주장한다. 적절한 타협과 조정의 기제가 작동해야 한다. 우리는 조정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한다. 그래서 매번 똑같은 서비스 산업 활성화, 신성장 동력 대책이 나오고 진전이 없다. 결국 개혁 추진 의지와 동력을 넘어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는 사회 저항을 무릅쓰고 노동개혁을 이끌어 냈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사회민주당 소속 좌파 총리였음에도 ‘하르츠 개혁’, ‘어젠다 2010’을 수립해 독일 경제를 일으켰다. 우리도 기득권이 각자 양보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힘들더라도 고통을 나눠야 한다. 노동시장이 개혁되지 않으면 비정규직이 늘고 외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국내 기업이 해외에 만든 일자리가 100만개 이상이다. 신 교수 정부 관료들 똑똑하고 좋은 정책을 많이 내놓지만 실현이 안 되는 게 문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지지를 받으며 개혁할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때에는 체제 개혁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뼈저리게 느꼈다. 그러나 평상시에는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 어렵다. 규제 철폐를 예로 들어 보자. 규제가 없어지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지만 규제 보호를 받던 이익집단은 피해를 본다. 이들이 반대하고 나서면 규제를 없애기가 어려워진다. 국민 공감이 있어야 개혁할 수 있다. 최 교수 서비스, 문화, 신성장 동력 등이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분야다. 이 분야의 정책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기존 정책을 정치권이 수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국가 미래 비전이 없다. 그렇다 보니 각자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쁘다. 특히 노동 분야의 갈등이 심하다. 노사가 서로 비난만 해선 안 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미덕을 발휘하고 노조 역시 공생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드는 데 협조해야 한다. 김 PD 저는 좀 다른 관점이다. 5년 단임제 대통령 제도의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같은 당이 집권해도 5년마다 경제의 기치가 바뀐다. 이를테면 ‘녹색성장’에서 ‘창조경제’로 말이다. 정치가 인기 영합주의로 흐르면서 우리 경제를 체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북유럽은 집권 정당이 바뀌어도 경제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 단기적으로 무슨 정책을 내놓더라도 국민 피부에 안 와 닿는다. 차라리 10개년 경제계획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정권을 떠나 꾸준히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3.국민소득 3만弗 시대, 적합한 모델은 우리 체질·문화에 맞는 지속가능한 모델부터 찾아야 최 교수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산업화와 선진화를 이룬 나라에서는 갈등 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 타협이 안 되는 갈등을 상수로 생각하고 이대로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우리 기질에 적합한 한국식 정치경제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 독일과 일본은 기질적으로 우리와 다르다. 그들은 화가 나도 감정을 삭이고 법대로 하자는 사람들이고 우리는 일단 화가 나면 풀어야 하지 않나. 경제 주체가 노력을 기울였을 때 합당한 보상이 돌아오는 시스템이 돌아갈 때 구조 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다소간 고통이 따르더라도 국민들이 정부 개혁을 지지할 수 있다. 사회 한국식 성장 모델을 찾으려는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나라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다. 김 PD 싱가포르 모델을 생각해 볼 만하다. 싱가포르는 리콴유 전 총리가 부정부패 척결, 토지 국유화, 분배 정의를 실현하면서 국민소득 5만 달러가 넘는 선진국으로 거듭났다. 지금 우리도 한국 경제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고민할 시점이다. 최근 국정 농단과 관련해 개헌 논의가 있지만 정치상황이 아니더라도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는 시점에 적합한 정치제도는 무엇인지, 국민적 합의를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경제·복지 국가 모델이 무엇인지 논의해 봐야 한다. 우리의 가치관을 버리지 않으면서 분배가 가능한 모델을 찾는 것이 정부 역할이다. 정치가 혼란할 때 잃는 것도 있지만 사회를 확 바꿀 수 있는 새 의견이 모이는 장이 마련될 수도 있다. 최 교수 우리는 1997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구조조정을 하면서 기업 부채가 줄었고 그 덕에 2008년 금융위기를 어느 나라보다 빨리 극복했다. 반면 이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약화됐다는 반론도 있다. 일자리와 복지에서 지속 가능한 국민소득 3만 달러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지구상 어느 성장 모델도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 북유럽 복지 모델의 근본은 기업의 국제경쟁력이다. 좀비기업을 시장에서 쫓아낸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게 가능할까? 싱가포르는 분배가 가장 악화된 나라다. 싱가포르처럼 하려면 관료 월급을 5배 늘리고 공무원 숫자를 반으로 줄여야 한다. 우리 정서에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체질과 문화에 맞는 성장 모델이 무엇인지 진작부터 고민했어야 한다. 이는 지식인의 책임, 담론의 실패다. 정치 경제의 지속 가능한 모델, 선진국으로 뿌리내릴 수 있고 개인이 행복한 사회를 향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4.우리 경제에 희망이 있다면… 우수 인적자본·4차산업 혁명·정치 리더십 ‘3박자’ 갖춰라 사회 우리가 가진 경쟁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는 것 아닌가. 신 교수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나라와 비교하면 연간 성장률이 항상 상위권에 들었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나라다. 한국의 인적 자본은 상당히 우수하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해 왔다. 최근 경향을 보면 기술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경제적 가치로 연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프리카에도 인터넷이 보급됐는데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이를 이용할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새 기술이 들어왔을 때 감당할 인적 자본이 갖춰져 있다. 권 원장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아르헨티나, 그리스처럼 후진국으로 떨어질 우려가 있다. 우리가 잘할 수 있고 자본을 투입해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는 4차산업이다. 애플, 페이스북을 보면 특별한 기술보다는 아이디어를 모아 사업을 펼쳤다. 마크 저커버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창의적 인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기업인이 나오려면 하향 평준화된 획일적인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김 PD 해외 언론 동향을 보면 한국과 그리스의 정권 규탄 시위를 많이 비교한다. 우리는 100만명이 넘게 거리에 나와도 평화롭지만 그리스는 폭력적이기가 전쟁에 버금간다고 한다. ‘시민은 깨어 있다’는 게 하나의 위안거리다. 우리는 정보기술(IT)에 강점이 있다. 기술 습득력이 빠르다. 개인의 인터넷 정보 활용 능력은 세계 최고다. 앞으로 전자기기와 통신이 기존 농업, 제조업과 만나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IT 융합 산업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이런 4차산업 분야에 정치 리더십만 잘 갖춰지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최 교수 IT 기반에 도취돼선 안 된다. 정보화를 이뤘지만 IT를 기반으로 10년간 이룬 성과가 없다. 일례로 4차산업을 이끄는 기업 중 한국 기업이 없지 않은가. 한국어에 기반을 둔 IT 서비스는 성장하기 어렵다. 네이버처럼 처음부터 글로벌 기반으로 시작한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보인다. 이 분야는 정부가 손댈수록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기업이 잘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10대 유망 산업을 발굴하는 식의 정부 정책은 한물갔다. 적절한 맨파워를 기르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스타일링 비교분석 ‘내 남자 선택은?’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 스타일링 비교분석 ‘내 남자 선택은?’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의 스타일링을 비교했다. 7일 영화 ‘마스터’ 속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등 세 배우의 특별한 스타일 도전기가 공개됐다.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 한국 영화계의 각 세대를 대표하는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의 호흡이 폭발적 기대를 모으는 가운데, 이들의 의상을 담당한 조상경 의상감독은 “세 배우의 스타일링 밸런스를 맞추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우선, 조 단위의 대규모 사기 사건을 벌이는 희대의 사기범 ‘진회장’ 역을 맡은 이병헌은 때와 장소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팔색조 매력을 드러냈다. 서울에서는 단정하고 딱 떨어지는 수트를 입는다면 필리핀에서는 의상감독이 필리핀 헌팅 사진들을 통해 조사하며 준비한 현지 예복과 화려한 문양의 셔츠 등으로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조 의상감독은 “필리핀 현지 의상들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기존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룩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진회장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이 흰머리 또한, 사기다”라는 이병헌의 말처럼 진회장의 흰머리는 물론 수트에 단 황금색 코사지 등 헤어나 소품을 통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타고난 사기꾼임을 드러내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강직하고 곧은 신념을 지닌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김재명’ 역 강동원은 기존 한국 영화 속 형사들의 활동적인 의상들과 달리 지적이고 강인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깔끔한 수트룩으로 차별화된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첫 형사 역할에 도전한 강동원은 남성적이고 강한 모습이 돋보이는 스타일에 중점을 뒀다는 후문. 이 뿐만 아니라 진회장과 김재명 사이에서 자신만의 생존 방안을 모색하는 ‘박장군’ 역의 김우빈은 두 사람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의 양면적 모습처럼 캐주얼룩과 수트룩을 오가며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연기와 스타일링을 통해 20대 청년의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한 김우빈은 진회장과 함께 원네트워크의 전산실장으로 활동할 때만큼은 재킷과 베스트에 넥타이까지 완벽하게 차려 입은 수트 차림을 선보이지만 김재명과 대면하는 일상에서는 후드티에 청바지, 운동화 등 제 나이에 알맞은 착장을 선보이며 캐릭터의 입체감을 더한다. 조 의상감독은 “세 캐릭터를 스타일링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했던 지점은 어느 누구 하나 튀는 게 아닌, 밸런스였다. 모든 배우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접근해주셔서 좋은 의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3인 3색 캐릭터의 스타일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마스터’는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탈북 3만명 시대] “10년 넘는 한국 생활에도… 북한식 화법 남아 있어, 시행착오 통한 소중한 경험 ‘통일 이후 역할’ 기대”

    [탈북 3만명 시대] “10년 넘는 한국 생활에도… 북한식 화법 남아 있어, 시행착오 통한 소중한 경험 ‘통일 이후 역할’ 기대”

    2004년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대한민국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북한을 떠난 지 반년 만의 일이었다. 가족과 함께 인천공항을 빠져나오던 것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지만 돌이켜 보니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이다. 가변적인 사회형태, 치열한 경쟁, 새로운 환경 등 무엇이든 서툰 외지인이 서울에 정착해 살아가기에는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입 준비 과정을 거쳐 2006년 대학교에 입학했다. 학교에서 탈북민이란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특유의 북한 억양은 내가 탈북민임을 이미 말해 주고 있었다. 굳이 억양을 고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내가 북한에서 왔다는 게 부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의 시간에 과제 발표를 할 때 나를 쳐다보던 학우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매우 신기한 눈으로 나의 발표를 지켜봤고, 일부 학생은 수업이 끝난 뒤 나를 찾아와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학 생활에 적응했고, 무사히 학업을 마치게 됐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해 국회 보좌진을 거쳐 현재는 신문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도 다른 탈북민들과 비슷한 어려움은 늘 뒤따른다. 남한 생활 10년이 넘었어도 ‘외치다’와 ‘웨치다’를 가려 쓰지 못해 질책도 받는다. 북한식 화법과 문법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루하루를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민은 우리 사회에 정착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나와 비슷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그로 인해 고통과 좌절을 맛보고 있다. 반대로 상처와 아픔을 자양분 삼아 사회라는 ‘큰 숲’의 ‘나무’로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사회의 진입 장벽은 탈북민에게만 높은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20·30대 젊은층이 현재의 한국을 ‘헬조선’이라 부를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청년 실신’(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7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인간관계·집·꿈·희망을 포기한 세대) 등 비관적인 현실에 불만은 자자하다. 반면 탈북민들에게는 통일 이후 ‘북한’이라는 돌아갈 곳, 다시 말해 고향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민이다. 탈북민들이 이 사회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은 북한에 남겨진 동포들의 시행착오를 덜 수 있는 ‘강점’으로 꼽힌다. 모든 탈북민이 좌절하지 않고 ‘통일 이후 나의 역할’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실력을 쌓아 가야 하는 이유다. mk5227@seoul.co.kr
  • 87년에도 지금도… 청년은 민주주의를 외친다

    87년에도 지금도… 청년은 민주주의를 외친다

    이제는 50대가 된 1987년 6월 항쟁 세대와 20·30대 촛불 세대가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촛불집회에서 만났다. 두 세대가 촛불집회를 보는 감회는 사뭇 달랐지만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열망은 같았다. 민주주의의 초석을 세운 세대와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려는 세대의 공감 어린 대화를 지난 3일 6차 촛불집회 현장에서 들어 봤다. 6월 항쟁 세대가 가장 놀란 것은 비폭력, 평화 기조, 풍자와 패러디, 다양한 참여 계층 등 달라진 집회 문화였다. 또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해 학업, 취업, 결혼 등으로 고민하는 청년 세대들을 다시 광장에 불러냈다며 미안해했다. 청년들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거라며 끝까지 힘을 보태 달라고 답했다. ‘82학번 동기회’라는 깃발을 들고 촛불집회에 나온 김상진(53)씨는 “당시에는 무능하고 부패한 군사독재 정권의 억압을 떨쳐 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며 “투쟁의 결과로 6·29선언이 이뤄졌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했다고 생각한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힘겹게 쟁취했던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고 또다시 민주주의를 세우기 위해 나왔다”며 “지금의 청년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도 집회 현장에서 대학생들과 만남을 갖고 “6월 항쟁 당시 대통령 직선제 이후 사회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하지 못했는데 그 짐을 여러분이 짊어지게 된 것 같아 미안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학생 한정혁(21)씨는 “집회에 참가하는 것을 짐이라고 여기거나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미안해하기보다 끝까지 함께 힘을 보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도 “청년들은 절대 비정치적이지 않다”며 “우리에게 주어진 절망과 분노, 슬픔을 견디지 못해 광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김영래(20)씨는 “(이전 세대가) 군사정권에 맞서 피로 일궈 낸 민주주의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며 “국민 모두의 힘으로 헌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항쟁 세대는 집회 문화와 분위기에 대해선 새로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85학번인 박모(50·여)씨는 “당시에는 경찰의 과잉 진압에 맞서는 폭력집회가 일상이었고, 잡힐 경우 구류를 살기도 했다”며 “시위를 총괄하는 지도부가 있었고 참가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 소개했다. 대학생 서진권(23)씨는 “1987년에는 경찰이 최루탄을 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들었다. 촛불집회에서는 경찰도 폭력·과잉 진압을 하지 않는다”면서 “지도부 없이도 함께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월 항쟁과 촛불집회를 경험했다는 위정현(52)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부터 초등학생, 중고생, 대학생까지 참여 계층이 다양해진 것이 1987년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언급했다. 최근에는 혼자서 촛불을 드는 경우도 많다. 대학생 최모(21)씨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혼자 집회에 나왔다”며 “시간이 흘러 내 아이들이 ‘아빠 그때 뭐했어’라고 물어볼 때 부끄러운 대답을 하기 싫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국보 역사로 읽고 보다(도재기 지음,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우리 역사의 보물이자 지식창고인 국보 328건을 역사의 흐름에 따라 톺아본 책. 400컷의 이미지로 생생하게 펼쳐낸다. 640쪽. 2만 7800원.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펴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학을 주시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280쪽. 1만 5500원. 미토콘드리아의 기적(김자영 지음, 청년정신 펴냄) 암 전문의인 저자가 세포의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어떻게 건강과 질병을 지배하는지 풀어냈다 202쪽. 1만 4000원. 연애,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겁니다(우시쿠보 메구미 지음, 서라미 옮김, 중앙북스 펴냄) 취업 빙하기, 3포세대 증가, 저출산 심화, 1인 가구 빈곤율 상승 등 저성장 시대에 연애를 포기한 일본 청춘들에 대한 심층 보고서. 248쪽. 1만 3500원. 영국사 깊이 읽기(이영석 지음, 푸른역사 펴냄) 근대 영국을 사회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세계사의 시각에서 영국의 근대화를 재조명하며 제국의 형성과 변모를 고찰하고 있다. 396쪽. 2만원. 인간관계, 심리학이 필요해(이소라 지음, 그리고책 펴냄) 아는 만큼 보이는 인간관계, 지금 당신의 인간관계를 들여다볼 심리학적 분석이 궁금하다면. 304쪽. 1만 2000원.
  •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서구 덮친 백인민족주의… 경제난·무슬림 공포심이 키웠다

    “사탄의 자녀들아. 너희는 극도로 불쾌하고 더러운 민족이다. 악한 너희에게 심판의 날이 도래했다.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정화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와 새너제이 등지의 모스크(이슬람 사원) 3곳에 이런 내용이 담긴 협박 편지가 배달되자 300여만명에 달하는 미국 이슬람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앞서 19일에는 워싱턴 DC의 한 강연회에서 리처드 스펜서(38) 미국 국가정책연구소(NPI) 대표가 “미국은 과거 세대까지 백인의 나라였다”는 내용으로 연설해 논란이 일었다. 참석자 200여명은 오른손을 앞으로 치켜세우며 “트럼프 만세”(Hail Trump), 우리 국민 만세”(Hail our people)를 외치며 열광했다. ‘트럼프 만세’는 히틀러 만세(하일 히틀러·Hail Hitler)와 같은 나치 구호에 트럼프 당선자의 이름을 대입한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불거지자 “나는 이 같은 단체를 거부한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이들의 지지를 받아 온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8챈(8chan)에 올라온 유대인 비하 사진을 트위터에 올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비방하는 데 활용한 전력도 있다. 문제의 사진은 유대인을 상징하는 육각형 별 안에 ‘역대 가장 부패한 후보’라는 글과 클린턴의 얼굴을 게재했고 뒤에는 달러가 배경으로 깔렸다. 이는 유대인이 돈, 부패와 연관돼 있다는 나치식 편견을 나타낸 것이다. 트럼프는 논란이 지속되자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트럼프 만세”나치 구호에 미국판 ‘일베’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서구 사회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반(反)이슬람, 반(反)이민, 인종주의를 강조하는 우익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극우 언론 브레이트바트 설립자 스티브 배넌(62)이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수석고문으로 내정되자 반(反)이민 국수주의를 내세운 ‘대안 우파’(알트 라이트·alternative right)가 주목받고 있다. 대안 우파는 2008년 흑인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 직후 보수 우파 철학자 폴 고트프리드가 미국에서 대안적인 우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제시된 개념이다. 이는 워싱턴의 공화당 주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와 반(反)이슬람·반(反)유대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전통적 보수주의와 구별된다. 대표적인 대안 우파 활동가인 리처드 스펜서는 “흑인은 문명에 거의 아무런 이바지를 하지 않았다. 흑인 인종 학살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주장으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조지 홀리 앨라배마대학 교수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대안 우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성장해 뚜렷한 형태가 없는 사상 집단이나 기본적 핵심 가치는 백인 민족주의”라며 “백인 중심의 정치로 이민자를 내쫓고 백인만의 미국만을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했다. 대안 우파는 나치, KKK, 국가동맹과 같은 기존 백인 우월주의 집단과 달리 인터넷, SNS와 같은 디지털 통신 수단을 적극 활용해 광범위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 극우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가 있다면 미국의 극단적 청년은 8챈이나 4챈(4chan) 등의 사이트를 통해 유머나 카툰, 이미지를 유포하며 적개심을 표출하는 통로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 열풍에 발맞춰 유럽에서도 유사한 우익 포퓰리즘과 ‘이슬람 혐오’ 정서가 정치권에서 점차 힘을 얻어 가는 형국이다. 독일에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을 기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프라우케 페트리(41) AfD 대표는 독일로 유입되는 난민을 연 100만명에서 20만명으로 대폭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과 무슬림 여성의 복장인 부르카 착용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오스트리아, 유럽 첫 극우 대통령 예고 AfD는 지난 9월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인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의회 선거에서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을 누르고 2위에 올랐다. 내년 9월 총선까지 지지세를 이어 가면 중앙 정계의 기민당, 사민당, 기사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정당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4일 오스트리아 대선을 앞두고 극우성향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45)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면서 유럽 최초의 극우 대통령 탄생이 예상된다. 호퍼 후보는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EU가 더욱 중앙집권화된 모습으로 내정에 간섭하면 오스트리아도 EU 탈퇴 국민투표를 실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이자 세 번째로 큰 정당 자유당을 이끄는 헤이르트 빌더르스(53)도 2014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 “네덜란드에 모로코인 숫자를 줄이도록 하겠다”고 발언해 인종 차별과 증오 선동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하지만 기소 이후 빌더르스의 인기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으며 여론조사 결과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유당은 1당이나 2당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전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48) 대표는 트럼프 당선과 같은 열풍이 프랑스에서도 재현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떨어져 집권 좌파 사회당의 몰락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르펜이 내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중도 우파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62) 후보와 맞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민족국가 향수 부르는 세계 불황 서구 사회를 휩쓰는 백인 민족주의 열풍은 무엇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침체한 경제와 연관 있다는 분석이다. 저성장과 양극화로 빈부 격차가 확대되면서 미국 백인 블루칼라 계층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영국 저소득층이 유럽연합(EU) 탈퇴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같이 세계화에 대한 비관론이 과거 민족국가로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베를린 자유대학 존 F 케네디 연구소의 마누엘 펀케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CNBC에 “1870년부터 2014년까지 역사상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극우 정당의 득표율이 약 30%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는 유권자들이 소수자나 외국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모습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백인 민족주의는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던 기독교 기반의 백인이 비주류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백인(히스패닉계 제외)이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2%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지만 2065년이면 과반 이하인 46%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히스패닉은 14%에서 24%로, 흑인은 12%에서 14%, 아시아계는 6%에서 13%로 늘어나 ‘백인 국가’인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종교적으로는 미국의 무슬림 인구가 현재는 1% 미만이지만 2050년에는 전체 인구의 2.1%로 늘어나 기독교(66%)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종교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퓨리서치센터는 1990년 유럽에서 인구의 4%를 차지하던 무슬림 인구가 2010년 6%로 늘었고 2050년에는 1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랑스의 무슬림 인구는 471만여명으로 이미 전체 인구의 7.5%를 넘어섰고, 독일은 476만여명으로 5.8%에 달한다. 칼레드 압부 엘 타플 UCLA 로스쿨 교수는 ABC 방송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트럼프식 구호는 기독교도 백인이 국가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소유권을 재확인하고 (다른 인종은 후진적이므로 백인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백인의 ‘명백한 운명’ 논리와 같은 인식”이라면서 “이는 이슬람뿐 아니라 중국계, 동성애자를 비롯한 모든 소수자 공동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中 산업화의 아픈 손가락… ‘농민공 자녀 6100만명’

    中 산업화의 아픈 손가락… ‘농민공 자녀 6100만명’

    중국의 산업화, 도시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수많은 농민공들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농촌에 남겨진 농민공들의 자녀를 ‘유수아동(留守儿童)’이라 부른다. ‘남겨진 아이들’이라는 의미다. 최근 중국청년보는 교육부가 발표한 유수아동 보고서를 토대로 유수아동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지난 2013년 전국여성연합회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부모 중 한 명이 도시로 떠난 유수아동은 61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민정부는 부모가 모두 도시로 떠나 농촌에 남겨진 16세 미만 유수아동이 902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80년대 중반 중국 정부는 농민의 도시진입을 장려했고, 1985년 도시로 떠난 농민공은 2000만 명을 넘어섰다. 개혁개방 초기 대비 10배가 늘어난 수치다. 1985년부터 2006년까지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가 1.73:1에서 3.27:1로 크게 벌어지면서 농민들의 농촌 탈출은 점차 늘어갔다. 부모가 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에 남겨진 유수아동들은 조부모, 친인척 등에게 맡겨지거나, 기숙학교에 보내지거나, 보호자 없이 생활하기도 한다. 1년 중 명절에 한,두 번 가량 부모와 함께 할 수 있을 뿐이다. 부모의 사랑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아이들은 외로움과 내적 결핍을 느끼게 된다. 유수아동의 문제는 2010년에 이르러서야 조금씩 제기됐지만, 심각한 사안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수아동 1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거나, 부모가 되면서 이들의 심리상의 문제가 집단 현상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팍스콘 공장에서 벌어진 연쇄 자살소동이다. 애플의 최대 하청업체인 팍스콘 중국 공장에서 2010년 한 해 14명의 근로자가 자살을 시도했다. 이중 4명은 살아남았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자살로 숨진 근로자 10명의 나이는 17~25세에 불과했다. 중국 제조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팍스콘에서 젊은이들의 잇단 자살은 당시 큰 충격이었다. 열악한 근로여건과 군대식 내부 관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숨진 근로자들이 80~90년대 생의 ‘유수아동 1세대’들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다. 선전심리자문협회 조우광위(邹光宇) 회장은 “유수아동 1세대들은 고생을 하고 자란 세대들이지만, 추구했던 꿈과 이상이 무너지면 심각한 내적 상처를 입는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6월 꾸이저우(贵州)성 비제(毕节)시에서는 유수아동 4남매가 농약을 먹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큰 아들은 13살, 막내 딸은 5살에 불과했다. 4남매는 죽기 전 통장에 3000위안(약 52만원) 가량의 돈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주변에 이들을 돌보아 주는 사람은 없었다. 큰 아들의 유서에는 “죽음은 나의 오랜 꿈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무엇이 13살 아이를 죽음의 절망으로 몰고 갔을까? 이 사건은 유수아동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중국사회에 알리는 경종이 되었다. 유수아동 문제는 중국 사회 전반에 심각한 상처를 입히고 있다. 90년대 양성된 1세대 유수아동들은 동일연령 인구의 1/5을 차지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심리적 장애를 안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회병폐가 끊임없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미 2세대 유수아동이 출현하고 있다. 국무원은 지난 2월 ‘유수아동 보호강화에 관한 의견’을 발표하고, 유수아동 축소 방안을 처음 제시했다. 민정부는 농촌 유수아동에 대한 보호와 관심을 갖도록 하는 부처간 공동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영국 BBC 방송은 “농민들은 중국 현대화를 위해 막대한 희생을 치렀으며, 여기에는 자녀들의 희생도 포함된다”면서 " 중국의 현대화는 ‘양날의 칼’이 되어 농촌과 농민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고 전했다. 유수아동을 다룬 장넝지에(蒋能杰) 감독의 ‘시골 작은아이(村小的孩子)’ 다큐멘터리에는 이런 자막이 나온다.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 이종실 상하이(중국)통신원 jongsil74@naver.com
  • [씨줄날줄] 시국 가요/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국 가요/황수정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과 현 시국을 비판하는 노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름하여 ‘시국 가요’. 인기 래퍼 산이와 힙합 그룹 DJ DOC가 대표 가수들이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게이트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는 노래들의 폭발적인 수요층은 다름 아닌 청년 세대다. 촛불 집회와 맞물려 청소년들이 SNS를 통해 돌려 듣는 속칭 ‘사이다(속 시원하다는 뜻) 곡’이 됐다. 이들 노래의 폭발력은 신랄한 가사에 있다. 산이의 신곡 ‘나쁜 년’은 지난달 말 발표하기 무섭게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내가 이러려고 믿었나 널”, “넌 그저 꼭두각시 마리오네트였을 뿐”, “정유년은 빨간 닭의 해” 등 직설적 가사들이 이어진다. 헤어진 여자친구 이야기라지만 누가 들어도 박 대통령을 은유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DJ DOC의 ‘수취인분명(미쓰박)’도 마찬가지. “하도 찔러대서 얼굴이 빵빵”, “빽차 뽑았다 널 데리러 빵빵” 등의 가사가 들어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일명 ‘박근혜 디스곡’으로 통하는 이들 노래는 때아닌 여혐(여성혐오) 논쟁을 빚고 있다. 노랫말이 여성을 조롱하고 외모를 비하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 전체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싸잡아 공격하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다. 그런 주장을 놓고 지나치게 예민한 해석이라는 반격도 이어진다. 풍자가 통해야 하는 대중가요의 가사 하나하나에 엄숙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공박한다.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대중가요는 수난과 논쟁의 대상이었다. 특정 계층의 혐오 논쟁은 돌아보면 ‘양반’ 수준이다. 유신독재 시절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한 유행가에는 금지곡 딱지가 붙었다. 요즘 청년 세대는 믿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송창식의 ‘왜 불러’ 같은 노래들이 어째서 금지곡이 됐는지는 아직 수수께끼다. 공안 당국은 특별한 사유도 없이 입맛에 안 맞는 노래는 금지곡으로 묶었다. 가수들은 새 음반에 ‘건전 가요’라는 노래를 반드시 한 곡 이상 실어야 하기도 했다. ‘아침 이슬’ 등의 금지 가요가 풀린 게 1987년. 그즈음 해금 가요만 모은 불법 음반들이 불티나게 팔린 기록은 대중가요사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다. ‘아침 이슬’이 청소년들에게 새삼 관심곡이 됐다. 지난 주말 광화문 5차 촛불 집회에서 양희은이 깜짝 등장해 부른 덕분이다. 부모 세대의 원조 저항 가요를 중·고교생들이 따라 부른다. 양희은은 “노래는 만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 불러 주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한다. 노래에 의미를 입혀 불러 주는 것은 대중의 몫이다. 대중이 자유의지로 열심히 듣고 부르는 것이 노래라면, 산이와 DJ DOC를 둘러싼 여혐 논쟁도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는 왜 지금 입씨름까지 해 가며 이 노래들을 부르고 또 부를까. 청와대에서는 이 노래들이 잘 들리는지 궁금하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 노동연구원 “내년 실업률 3.9%…15년 만에 최고치 전망”

    국내외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으로 내년 실업률이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6 노동시장 평가와 2017년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실업률은 3.9%로 전망됐다. 올해(3.7%)보다 높은 것은 물론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고용률은 60.5%로 전망됐다. 상반기 60.0%에서 하반기 61.0%로 하반기에 소폭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에는 취업자 수 증가에 큰 역할을 했던 ‘50대 베이비붐 세대’가 60대로 진입하면서 50대 인구 증가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연말까지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9만 6000명으로 30만명선이 무너질 전망이다. 내년은 28만 4000명으로 더 줄어든다. 50대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1~10월 15만 1000명에서 올해 6만 1000명이나 줄어든 9만명에 그쳤다. 15~29세 청년층은 올해 20대 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진입이 활발했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경제여건 때문에 취업자가 올해 1∼10월 평균 5만 800명 증가하고 실업자도 동시에 4만 4000명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동안 20대 실업률은 10.1%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경기 둔화로 일자리가 부족해 창업으로 내몰리는 경향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3분기 자영업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5만 2000명 증가했다. 올해 1~10월 서비스업 취업자는 34만 1000명이나 늘었다. 이 중 55세 이상 고령층이 26만 4000명이었다. 고령층 서비스업 취업자 상당수는 간병인, 청소원 등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제조업 구조조정 여파로 상용직 임금근로자 증가 폭은 크게 둔화했다. 상용직은 1∼10월 평균 40만 9000명 증가했지만 1분기 51만 8000명, 2분기 45만 7000명, 3분기 31만 6000명으로 증가 폭이 빠르게 둔화했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내년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실업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고용 양적 수준은 올해에 약간 못 미치겠지만 질적 수준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제22회 서울광고대상] 최우수상 - 서울특별시 서울, 청년에서 답을 찾다

    [제22회 서울광고대상] 최우수상 - 서울특별시 서울, 청년에서 답을 찾다

    서울시는 올 한해에도 서울형 뉴딜일자리, 청년수당 등 청년이 참여해 직접 만들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접목한 다양한 청년 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서울신문이 주최한 서울광고대상에서 본상 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울, 청년에서 답을 찾다’ 광고 역시 그 노력의 연장에 있습니다. 서울의 청년 각자가 가진 무한한 활력과 가능성, 열정과 잠재력을 꿈으로, 미래로 연결시켜 나가도록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사회적 합의로 도출해 나가기 위해 제작했습니다. 서울시는 광고를 통해 셜록홈즈가 답을 찾기 위해 돋보기를 사용했듯이 서울이라는 도시 속의 작은 청년들을 마치 돋보기로 보듯 크게 키워 부각시킴으로써 ‘서울의 답은 청년’이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또, 도시 위에 크게 부각된 청년 이미지를 통해 청년이 서울과 국가의 발전에 가장 중요한 자원임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지금 청년세대는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가 될 거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존감을 다친 청년세대는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오포세대라고 자조하고 있습니다. 희망과 믿음을 상실한 청년의 문제는 청년만의 문제,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모세대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 나아가 대한민국 미래의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청년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시가 가진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박원순 시장 ■ 제작후기 좋은 정책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좋은 정책을 알리는 것은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서울시의 청년정책은 지난 3년간 청년들에게 직접 묻고 토론해서 만들었다. 그 과정을 통해 서울시는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활동 지원사업’ 등 청년들을 위한 여러 좋은 정책들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것을 알리기 위해 이번 광고를 제작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이 우리 사회의 미래 자산이라고 한다. 실제로 청년지원 정책 등 청년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유럽의 국가들이 슬기롭게 청년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 것에 반해, 청년에 대한 지원을 망설였던 나라에서는 청년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성장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지켜봤다. 이런 이유로 청년에 대한 투자가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이와 같은 메시지를 헤드라인으로 만든 것이다. 또한 비주얼에서도 청년들을 크게 키워 부각시킴으로써 서울의 답은 청년이라는 메시지를 시각화해서 표현하고자 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해답인 ‘서울시 청년정책’이 좋은 광고와 함께 멀리멀리 퍼져나가서 모든 청년이 그 정책을 누리고 우리 사회도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장난감에 빠진 2030 자기계발 꽂힌 4050

    장난감에 빠진 2030 자기계발 꽂힌 4050

    완구에 돈 쓰는 청년 52% 증가 취미·건강 찾는 중년 소비 주목 30대 중반의 직장인 임모씨는 블록 장난감 제품인 레고에 푹 빠졌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지만 당시엔 비싸서 가질 수 없었다. 3년 전쯤 마트에 들렀다가 레고와 재회한 임씨는 덜컥 45만원을 주고 ‘카리브해 해적’ 시리즈를 샀다. 이제는 직접 돈을 버는 자신에 대한 선물이라고 여겼다. 그렇게 해외 직구 사이트와 중고 마켓을 뒤져 가며 사서 모은 레고가 700만원어치 정도 된다. 장난감에 ‘꽂힌’ 20~30대가 늘고 있다. 이른바 ‘덕후’(마니아)라 불리는 20·30세대와 자기계발에 힘쓰는 40·50세대가 내년 소비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BC카드는 29일 최근 3년간 소비자의 카드 실적과 사회 통계 자료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2017년 5대 소비 트렌드를 제시했다. BC카드가 제시한 5개의 키워드는 ▲얼리 힐링족 ▲뉴노멀 중년 ▲위너 소비자 ▲스트리밍 쇼퍼 ▲내비게이션 소비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위너 소비자다. 위너 소비자는 장난감 등 특정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되는 의미를 부여하며 1%의 성취감을 즐기는 소비자들이다. 연령별 완구 업종 이용 금액을 봤을 때 20대와 30대의 구매율이 지난해보다 각각 52.3%, 34.2% 늘었다. 1인 가구의 완구 구매율도 47.6%나 증가했다. 젊은 세대들과 취미를 공유하는 40~50대 뉴노멀 중년의 소비도 주목해야 한다고 BC카드는 분석했다. 40~50대에서 헬스클럽(188.8%)과 수영장(31.7%), 온라인쇼핑(53.6%), 피부 미용(107.2%) 분야 소비 증가세가 뚜렷했다. 이들보다 좀더 일찍 힐링과 자기계발에 들어간 30대(얼리 힐링족)도 있다. 30대 고객들의 자동차 업종과 여행 업종에서의 매출은 각각 14.4%, 22.7% 증가했으며 헬스클럽, 골프, 서적 등 자기계발 업종에서는 136.9%가 늘었다. 이 밖에도 소비자의 쇼핑 동선을 파악해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소비’,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 등을 활용해 상품을 소개하는 ‘비디오 커머스’(스트리밍 쇼퍼) 등이 크게 떠오를 것으로 BC카드는 내다봤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따뜻한 예술인의 낭만… 뜨거운 지식인의 고뇌… 은은한 근현대 문·예향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따뜻한 예술인의 낭만… 뜨거운 지식인의 고뇌… 은은한 근현대 문·예향

    서울신문은 ‘서울미래유산’을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서울시·문화지평과 함께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을 매주 토요일 진행한다.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co.kr)에서 답사 코스 확인과 참가 신청을 할 수 있다. 다음달 3일 20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은 전상봉 서울미래유산해설사의 설명으로 오전 10시부터 2시간 30분가량 마포대로 일대를 살펴본다. 이 지역은 활인서터, 경성감옥터, 3·1만세 시위터, 별영청터, 읍청루터 등 유적지와 최대포집, 역전회관 등 서울미래유산 노포식당이 즐비하다. 관심 있는 시민은 오전 10시까지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면 인증서와 함께 소유주가 원할 경우 건물 외벽에 현판을 부착한다. 상징 도안은 서울미래유산으로 등록됐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해 인장 형식으로 디자인됐다. 인장색은 서울 대표색 중 ‘단청빨간색’을 사용했다. 서울미래유산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미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문화자산 중에서 선정한다. 서울시는 지금까지 372개의 미래유산을 지정했고 앞으로 1000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은 생전에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했다. 김수근은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기사에 여러 번 등장한다. 자유센터, 경동교회, 불광동 성당, 잠실 종합운동장, 정부서울청사, 워커힐 호텔 힐탑바(현 피자힐) 등 도심 곳곳에 그가 설계한 건축물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17회차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 출발지였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은 그의 건축물이 유독 많은 곳이다. 샘터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아르코미술관, 옛 한국국제협력단 건물 등 그가 말한 ‘벽돌이 짓는 시’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벽돌 건물이 사방에 들어서 있다. 그가 건축재료로 벽돌을 좋아했던 이유는 ‘실용과 예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리 급해도 벽돌은 한꺼번에 쌓지 못한다. 때문에 한 장 한 장 단정히 쌓지 않으면 무너지거나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벽돌이 지닌 조소성은 무한히 인간화되는 과정을 상징한다”고 했던 벽돌예찬론자였다. 샘터사옥, 아르코예술극장, 아르코미술관은 모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김수근作 샘터사옥·아르코예술극장한 장 한 장 쌓아올린 벽돌과 빛으로 지은 건물 샘터사옥은 1979년 지어져 연극인·화가 등 예술인들의 만남의 장소로 많이 이용되는 공간이다. 대학로 랜드마크 중 한 곳이다. 1980년 제2회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을 정도로 건축미를 인정받았다. 이날 해설을 맡은 한선영 서울미래유산해설사는 “샘터 사옥은 종로구 미관 건물로 지정돼 있어서 건물 외관을 건드리지 않고 유지, 보수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며 “대학로를 상징하는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으로서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건립 당시 모습이 비교적 양호하게 보존돼 있어 건축사적인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다”고 해설했다. 아르코예술극장은 ‘공연예술 진흥과 공연인구 저변 확대를 위한 전문공간 확보, 재정난을 겪는 예술단체들을 위한 발표공간 마련·조성’이라는 취지로 1981년 문을 열었다. 아르코예술극장 개관은 명동·광화문 등 시내에 있던 공연장들을 동숭동으로 이동시키는 촉매 역할을 했다. 현재 동숭동 일대는 97개 극장이 들어서 있고 명실상부한 연극과 문예의 중심지다. 아르코미술관은 옛 서울대 본관 자리에 들어선 전시 전문 공간이다. 미술관이라는 기능 때문에 창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 건물들이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은 과거 서울대 본부가 있던 곳이다. 1975년 3월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택지로 개발하려 했지만 여론에 따라 공원으로 조성됐다. 지금은 서울대학교유지기념비를 통해 과거 상아탑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마로니에 공원에는 조선 중기 문신인 해남 윤선도의 생가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다. 조선 후기 화가인 표암 강세황도 동승아트센터 근처에서 자랐다. 소설가 김훈도 마로니에 공원 뒤쪽 낙산을 올라가는 이화동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소설가 한무숙도 혜화동에서 태어났다. 마로니에 공원으로 대변되는 대학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향과 예향’이 넘쳤던 곳이었다. 미래유산 보고 서울대병원·학림다방근대 의학의 산실…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된 곳 공원 건너편에는 서울미래유산이자 근대 의학의 산실인 서울대병원이 있다. 병원 내 시계탑 건물은 1907년 고종 황제 칙령으로 설립한 대한 의원 건물로 사적 248호로 지정돼 있다. 지금은 의학박물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앞서 1885년 제중원, 1899년 의학교, 1899년 광제원, 1902년 의학교부속병원, 1905년 대한국적십자병원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1907년 대한의원으로 개원했다. 대한의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의 맥을 이으며 서울대병원의 전신이 된다. 대학로에서 서울대병원을 가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서울대 의과대학 정문 옆에는 서울미래유산 학림다방이 있다. 학림다방은 1956년 문을 열었고 1980년대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된 학림사건으로 유명한 곳이다. 소설가 이청준·김승옥, 시인 김지하·황지우 등 문학인들이 단골로 다녔던 곳이다. 다방 이름은 서울대 문리대가 마로니에 공원에 있던 시절의 축제인 ‘학림제’에서 따왔다. 신반포에 사는 김혜정(45)씨는 “학창 시절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 보고 나와서 커피를 마시던 추억이 떠오른다”며 “그동안 서울의 많은 것을 못 보고 살았는데 앞으로 부지런히 찾아다니겠다”고 말했다. 시비·기념비·흉상 가득한 대학로안창호 비석·타고르 시비 등 곳곳에 새긴 역사 대학로 주변에는 유난히 돌에 새긴 시비와 기념비, 흉상들이 많다. 흥사단 건물 앞에는 도산 안창호(1878~1938)의 흉상과 ‘낙망은 청년의 죽음이요,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란 말씀 비석이 서 있다. 그 옆으로는 시인 김광균(1914∼1993)의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설야’(雪夜) 시비와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로 우리나라를 알렸던 인도 시인 타고르의 흉상 시비도 나란히 서 있다. 혜화동 로터리 우리은행 혜화동 지점 앞에는 한국기독교문인협회장을 지낸 김영진 시인의 ‘혜화동 로터리’라는 시비도 서 있다. 혜화동 로터리에는 4·19혁명 때 서울대와 함께 큰 몫을 한 동성고등학교가 있다. 학교 담벼락 앞에는 ‘4·19 횃불 바로 여기에서’라는 표석이 그날의 역사를 품고 섰다. 동성고 옆으로는 등록문화재 제230호로 지정된 혜화동 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혜화동 로터리 북쪽에는 1953년 문을 연 동양서림이란 책방이 있다.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역사학자 이병도(1896~1989)의 장녀인 이순경씨가 문을 연 이 서점은 점원으로 일하던 최주보씨가 인수해 딸에게 물려줬다. 답사에 참가한 이동고(51) 한·아세안센터 부장은 “늦잠 자던 토요일에 일찌감치 도심으로 나와 문화유산을 만나면서 걷다 보니 주말이 산뜻하다”며 “서울신문과 서울시의 답사 기획이 시민들의 인문지식 함양에 좋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했다. 60년 문화 이용원·40년 연우소극장혜화로 골목마다 시대상 간직·공연 열기 이어가 혜화동 로터리부터 혜화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혜화로 골목 구석구석에는 동숭무대소극장, 선돌극장. 눈빛극장, 게릴라극장 등이 포진하면서 대학로의 공연예술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골목에는 1940년대 문을 연 문화 이용원이 중간에 몇 차례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 같은 장소에서 60여년 동안 운영된 이발소로, 혜화동 일대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소로 서울미래유산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혜화 칼국수가 나오는데, 이곳은 1970년대부터 경상도식 사골국수를 전문으로 했다. 박정희 정권이 1969년 분식장려운동을 펼치면서 국숫집이 성업할 당시 문을 연 것으로 보인다. 한 해설사는 “고개 넘어 한성대 입구 성북동 ‘국시집’은 서울미래유산이지만, 역사가 더 오래된 혜화 칼국수는 미래유산으로 지정받지 못했다”며 “서울미래유산은 소유주의 자율적인 참여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이면 창단 40주년을 맞는 연우소극장 골목으로 접어들어 내리막을 걸으면 등록문화재 357호인 장면 가옥이 나온다. 장면(1899~1966)은 제1공화국 국무총리와 부총리, 내각제였던 제2공화국 국무총리를 역임했던 정치 거목이다. 장면의 처남 김정희가 설계한 이 집은 한·일·양식이 혼합된 특징을 갖는다. 한옥으로 된 한명숙 문학관도 인접해 있다. 이 지역부터 시작된 명륜동 한옥밀집지역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이다. 과천 청계 초등학교 3학년 고승현(9)군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엄마와 같이 나왔다”며 “경기도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공식 답사를 마치고 한 해설사는 희망자를 이끌고 이화동벽화마을(서울미래유산)과 이화장(사적 497호)을 보기 위해 길을 건넜다. 이날 대학로는 이미 제3차 민중총궐기 참가자들로 꽉 차 있었다. 이화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귀국 후 살았고, 3·15 부정선거 후폭풍으로 하야한 후에도 잠시 머물렀던 공간이다. 역시 박근혜 정부의 하야 여론이 무성한 시점, 미묘한 감정으로 열일곱 번째 서울미래유산 역사탐방이 마무리됐다. 글 사진 유성호 ‘문화지평’ 대표
  • ‘부산 송도골목길’ 새단장 …문화·관광상권 거듭난다

    ‘부산 송도골목길’ 새단장 …문화·관광상권 거듭난다

    부산 서구 암남동에 자리한 송도해수욕장 입구 ‘백년송도 골목길’이 문화와 관광을 아우르는 상권으로 거듭난다. 행정자치부는 29일 쇠퇴한 영세상권을 살리기 위한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장 2호인 ‘백년송도 골목’이 새 단장을 마치고 30일 개소한다고 밝혔다. 정부 특별교부세 5억원과 시비 4억원, 구비 1억원을 투입했다. 1호 골목경제 활성화 사업장으로는 경북 영주시 휴천동 경북전문대 앞 거리가 지정돼 11억 20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백년송도 골목길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신혼여행지로 각광받던 송도해수욕장을 오가는 인파 때문에 이동에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였다. 현재 50대에겐 추억이 서린 곳이다. 1913년 조성돼 100여년 역사를 헤아리는 송도해수욕장의 유일한 진출입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해수욕장을 둘러싼 상권 발달과 주출입로 변동으로 업소의 30% 이상이 문을 닫는 등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에 따라 빈 점포를 활용한 8명의 청년상인을 중심으로 ‘1913 송도 고로케’, ‘부산 고등어빵’ 등 참신한 먹을거리를 개발하고 54개 점포의 구·신세대 상인들이 상생협력해 상권 활성화에 나선다. 주민·상인·전문가로 구성된 백년송도발전위원회가 상권 활성화를 주도한다. 이곳에 입점해 새로 출발하는 청년상인 8명의 조기 정착을 위해 점포 인테리어와 간판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임대료도 개소 후 5년간 동결했다. 지역을 상징하는 ‘광복이’(거북이) 캐릭터를 활용한 상징물 설치 및 건축물 입면 특화, 문화예술 공간인 어울림 광장 조성, 보행환경 개선도 마쳤다. 빈 점포는 청년창업공간으로 지원한다. 심덕섭 행자부 지방행정실장은 “송도 구름산책로, 해상 케이블카와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가꾸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시론] 촛불 든 청년들의 ‘2016년 정의혁명’/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시론] 촛불 든 청년들의 ‘2016년 정의혁명’/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2016년 초겨울 부패한 권력에 맞서 정의 구현을 외치는 대규모 국민 집회의 불길이 횃불로 번지며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 사회의 공정성을 송두리째 무시한 집단에 국민은 촛불을 들고 하나가 돼 분노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국민이 시작하고, 국민이 중심이 되고, 국민이 최선두에 섰다. 국민이 사회의 정의를 구현하고자 나선 바로 정의혁명의 현장이다. 귀족과 정치인들이 주도했던 영국의 명예혁명과 확연히 다르다. 아이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자 유모차까지 끌고 나온 부모들부터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책임감을 느끼는 50·60대 기성세대까지 모두 아무리 센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을 들고 나섰다. 개인주의적이고 비정치적이라고 평가받던 수많은 청년 세대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촛불의 바다에서 파도를 만들고 있다.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까지 참여해 노래, 패러디, 자유발언 등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정의를 외치고 있다. 이번 정의혁명을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비폭력 민주주의 혁명으로 기록되게 하는 주역이다. 평화롭게 즐기는 모습이지만, 그들의 촛불에 겹쳐 보이는 것은 그들의 눈물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의 압박을 견뎠다. 친구들을 경쟁자로 인식해야 했고,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공부하는 게 일상이었다. 혹여나 시험에서 조금이라도 성적이 안 좋으면 어깨가 처져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노력만 더 하면 ‘언젠가는 나도 꿈을 이룰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 왔던 대한민국 청년 세대들의 눈물이다. 교사와 교수를 찾아가 돈과 권력으로 교단을 농단했던 최순실, ‘돈도 실력이야. 돈 없는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고 조롱한 정유라, 그리고 정유라의 과제를 대신 해 주고 출석도 하지 않은 학생에게 학점을 준 부정한 교수들은 대한민국 청년 세대들의 가슴에 너무나도 아픈 상처를 남겼다. 이들의 상처를 도대체 어떻게, 어디서부터 치유해 줄 것인가. 청년들이 고통받는 실업, 빈곤 등의 문제는 공정성이 무너진 데서 온다. 최순실, 정유라 등 돈과 권력을 지닌 특정한 집단이 청년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갈취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가장 먼저 정의혁명이 성공해야 한다. 나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정의에 대한 국민의 외침쯤은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집단에 대해 엄중한 역사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이 따로 없다. 대한민국만이 있을 뿐이다. 차기 정부는 말을 타지 않아도, 돈과 권력이 없어도 자신이 노력만 하면 충분히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는 정책을 마련하고 실현해야 한다. 무엇보다 청년 세대들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대학 입학 과정에서 특기생, 고위층 자녀는 별도의 감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사 관리에서 교수가 권한을 남용할 수 없도록 시스템적으로 권한을 축소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청년들이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빼앗겼던 노동의 대가와 사회 진출의 기회를 다시 찾고자 정부가 보다 공정한 청년 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수많은 청년이 눈물을 참아 가며 견디는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의 확연한 처우 개선이 필요할 것이며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취업, 창업 정책이 실현돼야 할 것이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의례의 참여는 참여하는 사회 성원들에게 자긍심과 통합을 가져다줘 그 사회를 새롭게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뒤르켐은 시대의 사회 변화에 큰 관심을 쏟으며 사회의 결속과 사회적·도덕적 연대를 강조한 바 있다. 정의혁명이라는 숭고한 의례에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 청년 세대들은 혁명을 성공시킨 뒤 자신과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과 통합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또한 2016년 초겨울 190만 촛불의 바다는 이들에게 ‘집단적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들이 훗날 부모가 되고, 기성세대가 됐을 때도 다음 세대가 대한민국에 정의를 구현하는 주체가 되도록 할 것이다.
  • [열린세상] 소득분배 악화, 문제 없나/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열린세상] 소득분배 악화, 문제 없나/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2016년 들어 소득분배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2009년 이후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통계청 산정 가처분 소득기준 5분위 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왔다. 2008년까지는 4.98배로 높아졌지만, 2009년 4.95배, 2012년 4.69배, 2015년에는 4.22배로 낮아졌다. 그러나 올 1분기 이후 지난해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 3분기까지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2016년은 5분위 배율 등 소득재분배가 나쁜 방향으로 반전된 연도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을 납입하지 않고, 복지급여 등 사회적 이전을 받기 이전의 경상소득 기준의 우리나라 소득분배 지표는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복지 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가처분소득 기준의 분배지표는 완화 경향을 보였다가 2016년 들어 이마저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좀더 심층적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지난 7년간은 경상소득 기준 소득분배 악화를 국가의 소득재분배 정책으로 억눌러 왔으나 올 들어 기존의 정책 수단으로는 완화하는 데 한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대표적으로 기초연금제도와 같은 제도가 파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소득분배 악화를 다소 저지했지만, 노인 인구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복지 지출의 확대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메우는 데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경향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소득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2014년까지 OECD 국가들의 소득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 이 기간에 가처분소득 기준이나마 악회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이상할 정도다. 통계청의 소득분배 지표가 우리나라의 불평등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고려하더라도 절대적 수준에는 외국과의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연도별 추세의 변화는 여전히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소득분배 악화 상황은 예사롭게 넘길 일은 아니다. 분배통계 지표에 가려 있는 우리나라 소득분배 상황의 심각성은 소득계층 간 이동성의 둔화에 있다. 소위 흙수저 금수저 논쟁에서 표출되고 있듯이 경제성장률의 급속한 둔화로 하위층에서 중간층으로, 중간층에서 상위층으로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는 소득의 불평등이 자산의 불평등으로 이어져 불평등이 장기적으로 고착화되고 빈곤이 대물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의 소득분배 악화와는 차원이 다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 세대 간 불평등과 노인 세대 내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노인 인구 비율 증가와 저성장 추이는 단기적으로 바꿀 수 없는 큰 흐름이라고 전제할 때, 이에 대한 대책도 임시방편적이 아닌 기존의 분배 프레임을 일대 전환하는 것이 아니면 안 될 것이다. 소득재분배 강화를 위한 조세 및 복지정책도 보완돼야 하겠지만 국가에 의한 재분배 정책 이전의 1차적인 분배가 이루어지는 생산시장과 노동시장에서의 양극화를 완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나마 저금리 상황이 이러한 불평등 문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잡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부채 문제가 터지면서 불평등이 폭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하다. 양극화의 심각성은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복지 지출 확대 외의 다른 대책은 한계가 있지만, 증세 등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 청년층과 중장년층에 대해서는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이 최우선이지만, 좋은 일자리는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늘리기가 쉽지 않다. 고도 성장기에 맞춰진 선순환 구조를 저성장기에 가동시키려면 기득권 계층의 양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 계층 간 상호 신뢰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요구된다. 이는 온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믿음 있는 국가 리더십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보수 성향만 짙고 정통 역사학자 없고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보수 성향만 짙고 정통 역사학자 없고

    28일 교육부가 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한 가운데 현대사 부분의 집필진 성향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6명의 집필진 중 정통 역사학자가 없다는 점과 대다수가 보수 성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총집필진은 31명으로 대부분이 중·고교 교과서 집필에 모두 참여했다. 부문별로 선사·고대사 3명, 고려사 3명, 조선사 3명, 근대사 3명, 현대사 6명, 세계사 6명, 현장교원 7명 등이다. 현대사 집필진은 교수 6명과 현장교사 1명이 참여했는데, 사학과 교수는 한 명도 없었고 대부분 보수 성향 학자였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대해 “박 대통령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바 있다.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제 통치 기간에 경제발전이 이뤄졌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었다. 김 교수와 또 다른 집필자인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사를 연구한 경제학자다. 헌법학자인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명섭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이다.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는 육사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거친 뒤 군사사(史)를 가르치고 있어 정통 역사학자로 보기 어렵다. 근대사 집필진 3명을 합해 9명의 근·현대사 집필진을 살펴보면 9명 중 4명이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 소속이다. 근대 부문의 이민원 동아역사연구소 소장은 대표적 보수 인사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연구하는 ‘이승만 포럼’에서 2013년 2월 ‘청년 이승만과 상투자르기’라는 주제 발표를 했다. 고대사 집필진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세계사 집필진인 이주영 건국대 명예교수도 보수 성향 사학자로 꼽힌다. 세계사 부문의 정경희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도 교학사 교과서 등을 찬성한 뉴라이트 계열 학자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교과서 공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집필진이 뉴라이트거나, 교학사 교과서 찬성자이거나, 5·16 군사혁명을 미화한 사람들로 편향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기존 검정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 극복을 위해 특정 이념에 치우지지 않은 권위자들로 집필진을 꾸렸다고 밝혔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집필 인원을 기존 검정 교과서의 약 3.5배 이상, 단원당 집필 인원은 기존 검정 교과서의 3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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