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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현이 앗아간 씨랜드 악몽… 이젠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어요

    도현이 앗아간 씨랜드 악몽… 이젠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어요

    “갯벌 체험을 한다”고 좋아하며 집을 나섰던 유치원생 19명이 다음날 숨이 멎은 채 부모 곁으로 돌아왔다. 1999년 6월 30일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참사였다. 화마는 유치원생과 교사 등 모두 23명의 삶을 앗아갔다. 날림 건축과 불법 인허가, 소방시설 미비 등이 얽힌 인재였다. 생을 마치기엔 너무 어린 아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드러내며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20년이 지났다. 당시 “정부가 우리를 버렸다”고 호소하던 유족들은 어떤 삶을 살았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할까. 씨랜드 화재로 큰아들 김도현(당시 7세)군을 잃은 김순덕(53·여)씨와 인터뷰해 그가 겪은 20년을 재구성했다.엄마는 그날 마음속에서 태극기를 떼어냈다. 여자 필드하키 국가대표 수비수 김순덕. 그는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에서 금·은메달을 따서 받은 체육훈장 맹호장과 국민훈장 목련장, 대통령 표창을 모두 우체통에 넣어버렸다. 국가에 반납한 것이다. 씨랜드 화재로 아들 도현이를 잃은 뒤 정부가 보인 무성의한 대응에 실망해서다. 그해 12월 남편, 둘째 아들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그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20년 전 선택의 이유를 밝혔다. “씨랜드 사고가 나고 4개월 뒤 (56명이 사망한) 인천 호프집 화재가 났어요. ‘이 나라에서는 무슨 사고가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 둘째 아이를 이곳에서 키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국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남편은 먼저 떠난 첫째 생각에 매일 울며 배달 일을 했다. 김씨는 이를 악물었다. 남편에게 “둘째 아이를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며 채근했다. 떠난 아들을 한순간도 잊은 적 없지만 부부는 도현이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얘기할 때마다 애끊는 마음이 생겨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봐 두려웠다. 부모들이 사투를 벌이는 사이 사고 당시 네 살이던 둘째는 청년으로 성장했고, 도현이를 똑 닮은 막내아들도 태어났다. 부부는 중식당을 차려 뉴질랜드에서의 삶에 적응해 갔다.한국 사회는 김씨 가족에게 악몽을 잊을 틈을 주지 않았다. 매년 어린아이들이 사고로 죽는 일이 되풀이됐다. 2013년에는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또 2014년 4월 16일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고교생 250여명 등 모두 304명이 선박이 침몰해 사망했다. 세월호 참사다. 김씨는 “TV로 지켜본 한국의 모습은 1999년과 달라진 게 없었다”고 했다. 누구 하나 기본 정보조차 주지 않아 TV로 아이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간 가족들, 이들에게 사고 원인을 설명 못 하고 뭔가 숨기듯 주춤거리는 정부…. 씨랜드와 판박이였다. 김씨는 “씨랜드 사고 때도 관련 보도를 보고 수련원에 달려갔더니 그제야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또 “당시에도 진실을 아는 사람은 얘기하려 하지 않았고 용기 내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은 묻혔는데, 세월호 참사 때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둘째 아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형이 생각났는지 심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김씨는 아직도 그날 아들이 있던 방에서 왜 불이 났는지, 도현이를 지켰어야 할 선생님들은 어디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당시 검찰은 사건 한 달여 만에 “301호(도현이가 머물던 방)에 피워 놨던 모기향 불이 종이나 의류 등에 옮겨 붙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아이들이 모깃불을 발로 차 불이 났다는 결론을 유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씨는 “유족들이 해외 연구진을 초빙해 자체 실험도 했는데 모깃불로는 발화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걸 봤다며 누전 가능성을 언급한 목격자도 있었지만 전혀 수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수사를 요구하며 정부 관계자에게 만나 달라고 7차례나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엄마가 20년 동안 되풀이한 가정이 있다. ‘만약 그날 상황이 조금이라도 달랐다면 도현이는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고 당시 도현이는 7세 반인 17명의 친구들과 함께 인솔교사 없이 301호에서 잤다. 6세 반 등 다른 방에서 자던 아이들은 비극을 피했다. 도현이와 같은 나이지만 동생과 함께 자려고 방을 옮겼던 아이는 살아남았다. 김씨는 “사고 나기 한 달 전까지 둘째도 같은 유치원에 다녔다”면서 “동생도 수련원에 갔다면, 그래서 도현이가 301호가 아닌 다른 방에서 잤다면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끔은 ‘자칫 아이를 둘 다 잃을 뻔했는데, 한 명은 살리려고 그랬나’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불안을 치유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해 가고 있다. 둘째 아들은 엄마가 일찍 일어나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면 “카페에서 차나 마시고 오자”며 챙기기도 한다. 가족들은 20년이 지나서야 도현이에 대한 기억을 조금은 편히 얘기할 수 있게 됐다. 김씨는 “도현이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다’고 터놓고 이야기하는 게 마음에 더 좋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둘째가 ‘형도 우리가 잘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토닥여 준다”고 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그나마 우리 사회가 조금은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4년 이후 아동·청소년들의 체험학습 안전 매뉴얼이 한층 강화됐다. 그는 “지난 4월 강원도 강릉 산불 때 전국 소방차가 신속하게 집결하는 등 피해를 줄이려 애쓰는 모습을 봤다”면서 “사회적 참사 앞에서는 정파 등을 떠나 한마음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도현이의 20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 24일 한국에 왔다. 오는 30일 오전 11시 유족 50여명이 서울 송파구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에 있는 씨랜드 참사 추모비 앞에서 작은 추모제를 연다. 이후 유해가 뿌려진 주문진도 함께 찾는다. “다른 유족들과 함께 아이들을 어떻게 기억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유가족이 바라는 건 안전한 대한민국이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어린이집에 다니다 안전사고로 죽거나 다친 아동은 2013~2017년 3만 3839명이나 됐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김균미 칼럼] 집조차 안전하지 않은 세상

    [김균미 칼럼] 집조차 안전하지 않은 세상

    지난달 발생한 서울 ‘신림동 원룸 사건’ 이후 귀갓길 여성들을 노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룸 등에서 혼자 사는 여성들의 불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두 달 동안 언론에 보도된 사건들을 보면 서울에서 발생한 사건 수가 많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지역들이 더 안전해 보이지도 않는다. 사건 발생 시간은 심야나 새벽이 많지만, 대낮도 안전하지는 않았다. 가해자가 생면부지의 낯선 사람도 있지만 원룸 건물 같은 층에 사는 ‘무서운 이웃’도 있었다. 아파트에서 앞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원룸이 몰려 있는 건물들이야 오죽하겠나 싶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의 안전마저 위협받는 현재의 상황은 도를 넘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원룸 공포’와 관련된 사건들이 최근 들어 더 많이 발생했다기보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건들이 ‘신림동 원룸 사건’ 이후 알려지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신고조차 안 된 사건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난해 말 개봉한 오피스텔에 혼자 사는 직장여성을 다룬 스릴러 영화 ‘도어락’이 다시 회자되고, 20·30대 여성들의 소름 돋는 경험담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성이라면 연령을 불문하고 살아오면서 불쾌했거나 모골이 송연할 정도로 두려웠던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남성이라고 물론 위험에 노출되지 않는 건 아니다. 신림동 원룸 사건 이후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여성들의 경험담에 과민반응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였는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는 남성들이 주변에 더 많다. 3년 전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공동화장실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떠오른다. 강남역 사건 이후 법적·제도적으로 개선되고는 있지만, 여성들이 체감하는 사회적 변화는 크지 않다. 불법 촬영과 유포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거리에서, 공공화장실에서 시작해 이제는 집 안으로 공포가 스며들고 있다.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은 통계를 보면 더욱 확실하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3만 490건으로 남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3447건보다 10배나 많았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주거침입 성범죄는 1300여건이나 된다. 강지현 울산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년 여성 1인가구는 남성 1인가구에 비해 주거침입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11.2266배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0월 현재 1인가구는 전체의 29.2%이다. 남자가 57.5%, 여자가 42.3%를 차지한다.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은 현재진행형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9%가 일상생활에서 불법 촬영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여성이 80%로 58%인 남성보다 훨씬 높았다. 가장 불안한 장소로 여성은 공중화장실(52%)을, 남성은 숙박업소(65%)를 각각 꼽았다. ‘안심화장실’이 늘고 있지만 여자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된 사례가 대학가와 지하철역 화장실 등에서 끊이지 않아 안전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중앙정부나 지자체, 경찰 등이 손 놓고 있는 건 물론 아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멀게 느껴지는 시민들은 인터넷과 유튜브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정부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새 대책을 내놓기보다 이미 발표된 대책들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촘촘하게 빈틈을 줄이는 게 먼저다. 사생활 침해와 빅브러더 논란이 제기되지만, 안전을 위해 취약지역과 시설에 우선적으로 폐쇄회로(CC)TV 설치를 늘려 안전 사각지대를 줄여 나가야 한다. 경찰청이 지정한 2875곳의 여성 안심 귀갓길에 설치된 비상벨도 정기적으로 작동 여부를 점검해 전시행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의 11만개 숙박업소와 목욕업소에 대한 불법 촬영 점검도 좋지만, 요식행위에 그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 불법행위가 두 번 적발되면 업소를 폐쇄하겠다는 발표가 엄포여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법을 어기면 누구든 처벌받는다는 원칙이 서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먹고사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안전이다. 언제까지 공공화장실과 자기 집에서조차 불안감과 공포에 떨며 살아야 하나.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허(許)하라. kmkim@seoul.co.kr
  • 전국 최초입니다… 성북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시동

    전국 최초입니다… 성북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시동

    이승로 구청장 “노인 위해서 주거 개선 청년에겐 취업·창업 기회 제공 프로젝트”서울 성북구가 고령사회 대비와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청년·대학과 함께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서비스’ 사업으로, 전국 자치단체 선도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25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골목골목 삶의 현장을 찾아가는 ‘현장구청장실’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이 집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곤 하지만 오래된 집이라 손댈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걱정을 많이 들었다”며 “고령자 주거복지와 청년 일자리 해결은 지방정부의 당연한 과제이기에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고령친화 맞춤형 주택관리서비스 사업은 고령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주택 개조와 위생적인 주거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고령자 주거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청년 인재를 양성하는 휴먼 서비스 기반 프로젝트다. 노인들에겐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거 공간을, 청년들에겐 취·창업 기회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시·구비 6억 5000만원을 들여 연간 200가구를 대상으로 단차 줄이기, 보행안전 난간 설치, 미끄럼 방지 바닥재 변경, 출입구 문턱 없애기 등을 한다. 구는 이번 사업을 위해 올해 초 청년 16명으로 구성된 청년 취창업 두드림 사업단을 꾸렸다. 지역 저소득 고령 27가구도 선정했다. 두드림 사업단의 한 청년은 “취업 걱정에 미래가 불안했는데, 이 사업을 통해 새로운 비전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연숙 연세대 주거환경학과 교수도 이번 사업에 참여했다. 이론교육 분야를 총괄하며, 기초이론교육 140시간, 현장실습교육 160시간 총 300시간의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발했다. 실태조사에서 계획수립, 시공에 이르는 표준화된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이 교수는 “고령자 안전사고 중 약 72%가 주택에서 발생하고, 낙상사고로 인한 의료비는 한 해 1조 3000여억원이 든다”며 “고령자에게 사고 없이 건강하게 또 수월하게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환경을 지원하면 이 같은 의료비 지출을 낮출 수 있고, 요양시설을 중심으로 대처했던 선진국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구청장은 “청년 일자리와 어르신 주거복지 문제는 지방정부 힘만으로 해결하기엔 벅차다”며 “성북구가 지속적이며 적극적으로 고령친화 맞춤형 주거관리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 차원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참회록

    [이재무의 오솔길] 참회록

    어린 날에도, 청년기에도 나는 빨리 늙고 싶었다. 내게 젊음은 가난, 실패, 좌절, 외로움, 적의 등의 어둡고 음습한 정서만을 안겨다 주는 날들의 연속이었으므로 젊음을 벗는다는 것은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새털처럼 많은 날이 흘러 바야흐로 간절히 원했던 나이에 이르게 됐다. 나는 아직도 누구나의 로망인 젊음이 싫다. 실의만을 안겨다 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더 짧은 나이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빨리 늙고 싶다. 내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죄의 세목을 늘리는 일에 불과하므로 어서 주어진 적량의 나이를 다 살고 미련 없이 현생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세월이 빠르게 나를 다녀가기를 바란다. 인간의 살과 피 그리고 오욕칠정으로부터 멀어진 뒤 하나의 나무토막 혹은 한 무더기의 흙덩이 같은 무정물로 남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춘사(椿事)를 겪었다. 음악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자 하는 아들과의 오랜 불화로 인해 크게 다투면서 해서는 안 될 폭언에 손찌검까지 하게 됐다. 만취한 상태에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자책, 자괴, 자학으로 몇날 며칠을 불면에 시달려야 했고 달포가량 지독하게 후유증을 앓았다. 사고를 저지른 다음날 나는 아들 볼 면목이 없어 아내의 양해를 구한 다음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 살기로 하고 마포 집에서 멀리 떨어진 노원구 중계동 불암산 자락에 임시 거처를 구했다. 조석으로 산을 오르내리며, 평생 오체투지로 살아오면서 불지불식간 내 안쪽에 고인 불안과 울분을 토해 내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일부러 산 근방에 거처를 정한 것이다. 그리하여 산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만은 산의 향기에 취해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안은 금세 휘발돼 늦은 밤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무늬 없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갖 상념과 회한이 들끓어 머리가 어지러웠다. 어디까지 가야 강물은 바다에 이를 수 있을까? 다 큰 자식과 불화하여 멀쩡한 집 놔두고 집 밖에 집을 구해 홀로 방에 누워 있자니 바위처럼 무거운 죄가 가슴을 짓눌렀다. 헛살았다, 헛살았다. 돌아가신 엄니의 한숨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집 나오고 난 후 아내를 만나 실로 오랜만에 깊은 대화를 나눴다.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자를 올곧게 사랑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자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 집착하고 그로 인해 타자를 소유하려 하거나 억압하려 한다는 것,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한다는 것 등이 아내가 내게 준 충고였다. 자아의 고집에서 벗어나 참자유인으로 살아가자는 당부와 함께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현재의 자신에게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그럴 때 근원적으로 아들과의 불화도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당분간 떨어져 살면서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시간을 갖자는 아내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어릴 적 나는 성인이 되면 가부장제하에서 전제권력으로 가족 위에 군림하며 융통성 없이 고지식하게 사신 아버지처럼은 절대 살지 않겠다고 거듭 맹세하고 다짐했다. 한데 지금 나는 반면교사로 삼고자 했던 아버지의 생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적수공권으로 상경해 주소가 긴 집에서 가난으로 점철된 생활을 하다 여자를 만나 아이 낳고 집도 장만했지만, 그러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 버렸다. 가족에게 못할 짓 참 많이 했다. 아들과의 화해를 기대하며 졸시 ‘돌과 여울’을 읽는다.“급하게 흐르는 여울이 큰 돌을 만나 아프다고 소리칩니다. 안쓰러운 나머지 돌에게 원망이 들고 여울을 위해 저 돌을 꺼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다가 순간 여울 때문에 돌은 또 얼마나 부대끼고 고되었을까를 떠올리니 이번엔 여울에 시달려온 돌이 안돼 보이고 그의 생이 불쑥 서러워졌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돌이거나 여울입니다. 어제는 여울이었다가 오늘은 돌이고 오늘은 돌이었다가 내일은 여울인 셈이지요. 여울은 돌을 만나 여울 빛이고 돌은 여울을 만나 돌 빛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어 만든 빛깔인 셈이지요.” 나는 왜, 내 시 속 화자의 진술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일까. 시와 보폭이 나란한 삶을 살고 싶다.
  • 빈곤이라는 기생충 무관심을 먹고 큰다

    빈곤이라는 기생충 무관심을 먹고 큰다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조문영 지음/21세기북스/324쪽/1만9000원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기택 가족이 글로벌 IT기업 CEO인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보다 보면 마치 내 이야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상황은 웃긴데 웃을 수 없는 이유이고, 그게 바로 영화의 묘미일 터다.신간 ‘우리는 가난을 어떻게 외면해왔는가’는 너무 멀거나 너무 막연하게 생각했던 가난을 학생들 관점에서 다룬다. 조문영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의 ‘빈곤의 인류학’ 수업에서 진행한 ‘청년, 빈곤을 인터뷰하다’ 프로젝트 결과물이다. 조 교수의 수업은 애초 ‘글로벌 빈곤’과 ‘청년 빈곤’에 맞춰졌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가난에 관한 관심이 대개 두 종류였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그 이유에 관해 “지금 청년 세대가 대한민국이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을 당당히 선포한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이며, “21세기 저성장 한국 사회에서의 청년들 처지의 비참함에 관한 불안감” 탓이라 여겼다. 조 교수는 지난해 가을 수업 방향을 틀었다. 학생 40명을 10개 팀으로 나눠 반(反)빈곤 활동가 10명을 인터뷰하게 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논골신용협동조합 유영우, 난곡사랑의집 배지용, 관악사회복지 은빛사랑방 김순복,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선동수, 홈리스행동 이동현, 노들장애인야학 한명희,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최인기,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공기 활동가다. 학생들이 만난 활동가들은 한국사회 가난의 현장에서 그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고, 문제는 무엇인지, 가난을 없애려 어떤 활동을 하는지 이야기한다. 예컨대 10년 전 용산참사 진압과정에서 시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지만, 결국 그 자리엔 개발의 풍경만 남았다. 이원호 활동가는 “개발에 묶인 땅은 ‘투자’의 대상으로 거듭나며 몸값을 올리지만, 그곳에 살던 가난한 사람들은 쌓여 있던 먼지처럼 청소돼 버린다”고 했다. 유영우 활동가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인식을 지적한다. “가난한 건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고 배웠고, 어렸을 때부터 경쟁하라고 배운다. 그런 사회 구조 속에서는 ‘가난’은 스스로의 문제인데, 철거싸움을 시작하고 오히려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활동가들은 가난을 대하는 정부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배지용 활동가는 “쪽방촌에 정부나 기업, 종교단체 등이 주민들한테 뭔가를 나눠주는데, 그러다 보면 받는 것에 길들여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당연한 권리처럼 느끼면서 가난의 비인간화, 대상화가 진행된다. 반대로 정부가 부양의무제를 통해 가난을 가족에게 짐을 지우거나, 통제를 쉽게 하고자 시설에 가둬두는 문제도 짚어낸다. 장애인과 빈민단체들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 수용시설을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3대 적폐’로 설정하고 5년 넘게 맞선 이유다. 이들의 인터뷰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가난에 관심을 두고 도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 마을에서 발생한 고독사를 계기로 시작한 은빛사랑방의 ‘서로돌봄 짝꿍마을 사업’은 좋은 사례다. 주민들 몇 명씩을 짝궁으로 묶은 이 활동은 주민 스스로 이웃의 소식이 뜸하면 찾아가 확인하며 연대를 키운다. 책은 반빈곤 활동가의 현장 리포트이자, 그동안 한국사회의 가난을 외면했던 학생들 이야기도 담아냈다. 학생들은 인터뷰 후 감상문을 통해 가난에 관한 자신들의 관점을 다시 생각했다. 제도 교육을 거부하고 고교 때 노점상을 위한 활동가로 나선, 자신들과 비슷한 연배의 공기 활동가를 만난 학생들 인터뷰 후기가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공기 활동가는 본인의 자리에서 본인의 목소리를 내며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 나는? 조용히 나의 존재를 지워가며 눈에 보이지 않게 그렇게 환경에 녹아들고자 했다.” 책 제목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책은 가난한 이들, 그리고 그들을 돕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난을 외면했기 때문에 결국 가난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영화 ‘기생충’을 보고 불편했던 이유는 아마 그래서였을 터다. 영화를 보고 ‘나는 기택 가족만큼 가난하지 않다’는 안도감으로 극장을 나서지 않았던가. 그 안도감은 결국 외면의 다른 모습은 아니었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뇌도 근육이다! 서울시민 치매예방을 위한 근거기반 예방운동 프로그램

    뇌도 근육이다! 서울시민 치매예방을 위한 근거기반 예방운동 프로그램

    서울시의회 ‘+9.5 치매예방운동연구회’는 오는 15일 서울시청 신관 다목적홀(8층)에서 ‘치매예방운동, 이제는 우리 생활속으로’ 라는 주제로 ‘제5회 +9.5치매예방운동포럼’을 개최한다. 서울시의회 문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초3)이 대표를 맡고 있는 서울시의회 ‘+9.5 치매예방운동연구회’는 적절한 치매예방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약 9.5년 늦출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치매예방운동 확산 및 시민건강증진을 위해 서울시의회가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제10대 서울시의회 개회와 함께 시작되었다. 포럼은 이시형 박사의 오프닝 특강을 시작으로, 국가 차원 사회적 안전망 마련을 위한 +9.5의 미래 비전인 ▲실현 가능한 치매예방 ▲ACTING AGING ▲청년 고용 불안 해소 ▲치매노인부양 가족 부담감소 등에 대해 차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홍정기 교수, 손성준 교수 등의 연구 결과 발표와 함께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 의원은 “‘+9.5 치매예방운동연구회’는 정기적인 치매예방운동포럼을 통해 치매예방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차의과학대학교 연구진(홍정기 교수)과 함께 노인복지관을 직접 찾아가는 활동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봉 170억원’ 대만 19세 사업가, SNS에 불법 약물 복용 고백

    ‘연봉 170억원’ 대만 19세 사업가, SNS에 불법 약물 복용 고백

    최근 대만에서 한 성공한 젊은 사업가가 자신이 불법 약물을 복용해왔다는 사실을 실시간 영상으로 고백하고 현지 경찰에 자수한 사연이 세상에 공개됐다. 자유시보 등 현지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6시쯤 19세 사업가 수여첸은 페이스북에 13세 때부터 불법 약물인 케타민을 복용해온 사실을 전하고 현지 경찰에 자수할 때까지의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공유했다. 15세 때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를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사업으로 18세 때 연봉 1억 위안(약 170억 원)을 돌파해 대만에서는 ‘사업의 신’으로 불려왔다고 알려진 이 청년 사업가는 이날 영상에서 “이제 가면을 쓰는 건 싫다. 난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면서 “법의 심판을 받고 싶다”고 말하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또 그는 케타민을 복용해온 이유에 대해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주변에는 날 이용하려는 사람들만 있었다”면서 “매일 두려움 속에 있었지만 모두 변명에 불과할 뿐 나쁜 것은 나 자신”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13세 때 등교를 거부하고 친구의 권유로 의류 재고 상품의 판매를 돕기 시작했다는 그는 인터넷 판매에 흥미를 갖고 다양한 상품을 팔매 사업 요령을 터득했다. 15세 때 판매를 시작한 휴대용 노래방 마이크를 10만 개 이상 팔았다는 그는 고액의 미납 소득세가 세상에 드러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미납 세금과 벌금 등 총 75만 위안(약 1억2700만 원)을 흔쾌히 완납해 네티즌들로부터 ‘마이크 소년’, ‘마이크 왕자’ 등으로 불리며 유명세까지 탔다. 그 뒤에도 해외 판매까지 성공시키고 독점 판매권을 획득하는 등 사업을 순조롭게 확대해 왔다는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연봉이 1억 위안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뒤에서 커다란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려온 모양이다. 이날 경찰 조사 뒤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케타민에 대해 “그만둘 수 없다기보다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기댈 수 있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내 이미지가 나빠져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상관없다. 그보다 당신들은 절대로 약물에 손대지 마라”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소식에 그의 페이스북에는 많은 네티즌이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용기 있는 일이다”, “힘내라”,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겨라”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페이스북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홍석경의 문화읽기] 멀리서 가까이에서 보는 비틀스와 BTS

    [홍석경의 문화읽기] 멀리서 가까이에서 보는 비틀스와 BTS

    영국 런던 지하철에서 웸블리구장으로 들어가는 넓은 길목은 일찍 도착한 팬들로 가득했다. ‘러브유어셀프’ 앨범을 연상시키는 연분홍색 복장과 간혹 눈에 뜨이는 파스텔색 염색 머리를 제외하면 이들을 다른 어느 대중음악 콘서트의 관객과 구분할 수 있는 외적인 특징은 없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머리 장식과 티셔츠의 기호들이 드러나고,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이라이트가 많이 사용된 한국식 화장법이 드러난다. 근처 호텔바에는 어린 딸들을 공연장에 들여보내고 같은 시간에 방송될 유럽 챔피언스리그 축구 결승을 보려는 아버지들, 유럽 각처에서 온 엄마들이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어쩌다’ 여기까지 왔는지를 말하고 있다. 비틀스를 기억하는 이 부모들은 곧 거대한 가라오케에서 6만명이 가사도 없이 한국어로 노래하는 장면을 볼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이 현장은 ‘한국어인데도’가 아니라 ‘한국어이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었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은 듣지 않고 지나치게 되는 속사포 랩과 가사를 외국인 팬들은 번역된 텍스트로 집중해서 읽고 해독하고 학습한다. 누구나 처해 있기에 공감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반영하는 랩과 가사가 사랑 노래보다 훨씬 매력적인 시대이고, 그 메시지의 힘도 강할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이 BTS를 비틀스와 비교하고 패러디로 연출한 이후 이들의 행보는 국내외 언론에서 종종 비틀스와 비교되고 있다. 당장엔 두 그룹 성공담의 유사성과 눈을 덮는 머리 모양과 패션 등 시각적 유사성이 강조되는 경향인데, 좀더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음악의 내용과 성공의 의미에서 두 그룹은 크게 다르다. “사랑해 주오”(Love Me Do)나 “네 손을 잡고 싶어”(I wanna hold your hand) 같은 애매한 청소년용 사랑 노래를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한 비틀스가 영미 문화산업이 마련한 스타의 길을 걸으며 유명인으로서 차츰 문화적ㆍ정치적 의미를 확대해 나갔다면, 방탄은 처음부터 “꿈이 없어도 괜찮아”라고 무한경쟁과 자기계발 프로그램 속에서 지친 청소년들에게 직접 말을 걸었고, 계급하락 위기 시대의 불안에 처한 세계의 청년들이 SNS를 통해 직접 응답했다. 오히려 팬덤의 세계화와 더불어 “스스로를 사랑하고 표현하자”는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메시지로 전환하고 있다. 십대 비틀스 마니아가 당시 중산층 백인 소녀들에게 가해진 성적 압력에 대한 자기 목소리 내기라면, BTS 열기는 이성애적 정상성 아래 강하게 억압됐던 성정체성의 해방과 트럼프 시대의 지배 남성성에 대한 반항을 내포한다. 청년문화의 전도사로 이해되고 있는 비틀스는 영국의 전후 경제재건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노동자문화를 배경으로 등장하기는 했으나 당대 거리의 청년문화와 비틀스 음악의 관계는 상당히 모호한 편이다. 반면 BTS는 엄격한 한국의 연예산업 속에서 탄생했지만, 개인 멤버들의 지방성과 연예산업 내부에서의 위치,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주변적 청소년의 경험을 배경으로 강한 세대 담론을 장착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멀리서 볼 때의 닮음과 가까이에서 볼 때의 차이 중 무엇이 더 옳은가는 좋은 질문이 아니다. 결국은 세계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스토리텔링이 문제일 뿐. 1억명도 안 되는 지구인만 자유롭게 사용하는 한국어로 노래하는 BTS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 나갈 것인가. 이번 웸블리 공연에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에 대해 방탄 멤버들은 비틀스, 콜드플레이, 퀸 등 높은 장벽의 나라에서 그 장벽을 처음으로 부순 것이라고 정의했다. 라이브에이드의 퀸을 오마주하고 ‘마이페어레이디’를 연상시키는 영국 영어 놀이로 영국문화라는 글로벌 센터에 대한 이해를 보이려고 했고, 팬들은 “우리는 영원히 젊다”는 BTS곡을 합창하며 이에 답했다. BTS가 써 가고 있는 이 전지구적 이야기의 결말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불만족스러운 이야기 엔딩에 대한 사람들의 최근 반응을 볼 때, 이야기는 시작보다 끝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종말의 유예가 답이라는 천일야화의 교훈도 그렇지 않은가. 어쨌든 이들의 화양연화를 군대 이야기로 마칠 수는 없을 것이다.
  • “소상공인 폐업 위기” vs “노동 강도만 더 세져”

    “소상공인 폐업 위기” vs “노동 강도만 더 세져”

    “저임금자 기업 꼼수로 인상 효과 못 누려” 영세상공인 “인건비 급상승 감당 못 한다” “재벌문제 여전… 을과 을 서로 공격 슬퍼”“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경제는 느리게 성장하는데 임금만 빠르게 올랐다. 현장에서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하고자 고용과 근로시간을 줄이고 있다. 일부는 폐업을 고려하기도 한다.”(이근재 종로구 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 “기업은 최저임금이 올랐다는 이유로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도 인력을 새로 충원하지 않았다. 기존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만 세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조합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외주·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기업의 온갖 꼼수 탓에 최저임금이 인상된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다.”(박상순 이마트노조 부위원장) ‘을의 전쟁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절차에 착수한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현장의 목소리를 참고하고자 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2020년 최저임금 심의 관련 공청회’는 지난 2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각기 다른 피해를 본 우리 사회 ‘을’들의 성토장이 됐다. 간신히 최저임금만 받던 저소득 노동자는 기업의 꼼수로 인상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영세 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인건비 상승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 위기에 몰렸다고 하소연했다. 전직 아르바이트 노동자라고 밝힌 ‘청년유니온’ 소속 박종은씨는 “여전히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야간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주변에 많은 아르바이트생이 인격이 완전히 지워진 상태로 종일 쉬지도 못하고 일한다”면서 “다들 노동 강도를 감안하면 최저임금 1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상우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대표는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는 한 달에 300만원만 벌었으면 하는 마음에 뛰어들지만 과다한 대외 비용으로 실제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노동자가 일하지 않고도 받는 일종의 복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주휴수당을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탄력적인 임금 체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청회를 지켜보던 최임위 근로자 위원인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최저임금을 두고 ‘을과 을’이 서로 공격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면서 “골목 상권을 초토화하고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를 일삼는 재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서 모든 문제의 원인이 최저임금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만재 금속노조 위원장은 “대기업이 곳간에 쌓아둔 돈이 많은데 (영세 소상공인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목숨을 연명하다 보니 사회에 불안 요소가 가중되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이익을 일정 부분 협력업체와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글로벌 In&Out] 2020년 총선의 프레임/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2020년 총선의 프레임/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내년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다. 여야 핵심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다들 관심이 내년 총선에 집중돼 있다. 2020년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정치적 프레임은 무엇일까. 한국의 첫 총선은 1948년 실시된 제헌 국회의원 선거였다. 가장 많은 논란을 부른 선거다. 유엔은 한반도에서 남과 북 각각 총선을 결의했지만, 소련의 반대로 북한 지역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었다. 결국 선거가 가능한 남쪽에서만 총선을 치렀고 남남갈등을 일으켰다. 좌파와 중도세력까지 민족 분단을 우려해 총선을 반대했다. 수많은 정치세력의 반대에도 정치참여율은 95% 이상이었다. 정치참여율이 예상치 않게 너무 높았다지만, 필자는 적당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한국인들이 기억한 것은 해방이었다. 해방의 의미는 보통선거권 등 빼앗겼던 시민권을 찾았다는 것이고, 그동안 나라 없이 살았던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오직 일부 부유층과 친일파에게만 투표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인들은 태극기가 휘날리는 국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보니 계급과 상관없이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부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과 남쪽만의 선거이더라도 선거에 대한 욕망이 컸다. 이런 이유로 첫 총선에서 거의 역대급 참여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상징적인 총선은 1954년 치른 제3대 국회의원 선거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에 실시된 이 총선에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가 사라진 것이었다. 즉 6·25전쟁 이후 남한의 경계선이 변하면서 아예 북쪽에 남은 지역구나 주민이 없어진 지역구들이 생겼다. 이전에 없었다가 막 생긴 지역구도 있었다. 모두 유권자의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된 것은 ‘전쟁’이었다. 민족 분단, 전쟁으로 발생한 빈곤, 치안 문제가 유권자에게 큰 걱정거리였다. 시민의 이 기억과 마음 덕분에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은 쉽게 여당이 됐다. 제1야당인 민주국민당은 고작 7.9%였다. 물론 이 선거는 민주적인 선거가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자기 손으로 임명한 허정 전 내각총리 서리를 압박해 그가 선거 직전 입후보를 포기하도록 한 적법하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사회적 큰 반발이 없었다. 당시 국민은 전쟁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 커 이승만 대통령이 그렇게 해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세 번째로 신기한 총선은 박정희의 첫 무대인 제6대 국회의원 선거다. 군부는 무소속 출마를 금지했다. 민주공화당이 등장했다. 최초의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 선거의 결과는 오늘날 봐도 유의미하다. 전라남북 지역에서 그 당시 박정희에게 청신호를 켰다. 이러한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쿠데타에 크게 반발하지 않은 국민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 2년 동안의 업적을 보고 경제성장 기대와 공산화 걱정을 해소했다. 그 안심하는 마음을 기억한 국민이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에 표를 쉽게 내줬다. 다시 2020년 총선으로 돌아와 총선에 임하는 국민은 과연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 설마 아직도 북한의 적화통일 계획에 불안해할까. 한국전쟁이라는 단어를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전후세대들이 이제 다수가 됐다. 이들은 6·25전쟁을 기억할 나이가 아니다. 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경제성장, 여수엑스포, 한일월드컵, 케이팝의 세계적인 확산, 지나친 교육 경쟁 때문에 번아웃된 청년기, 취업난,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 잃어버린 삶의 재미 등이다. 2020년 선거 때 유권자가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지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알맞게 프레임을 짠 정치인들이 총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제 한물간 “남북 대화 반대”라거나 “한미동맹 반대” 등의 프레임은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신림동 영상, 남 일 아냐” 집도 불안한 여성 혼족

    “신림동 영상, 남 일 아냐” 집도 불안한 여성 혼족

    낯선 사람 맴돌거나 속옷 사라진 경험 “신고해도 해결 방법 없어 더 무서워” 여성 1인 가구 피해 위험 남성의 2.3배 “출입구마다 다른 번호키 등 달라져야” “중범죄 전조 증상 스토킹 방지법 필요”“택배 올 일도 없는데 누가 문을 두드리거나 창밖에 낯선 그림자가 오랫동안 서 있는 경우가 많아요. 덜덜 떨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신고하러 가면 ‘착각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와요.” 지난 28일 이른 아침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빌라에 귀가하는 여성을 따라가 집에 침입하려던 남성의 모습이 담긴 ‘신림동 강간 미수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공포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특히 혼자 사는 여성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불안해한다. 1인 가구 여성인 엄모(26)씨는 “고시텔에 살 때 빨래하고 널어 둔 속옷이 사라진 일이 있는데, 주인에게 얘기하니 ‘누가 실수했나 보다’라며 웃기만 했다”면서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보다 무서운 건 그 공포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성 귀가 스카우트 등 운영 실효성 없어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여성의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은 남성보다 훨씬 낮았다. 범죄 발생 항목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이 73.3%로 남성(60.6%)보다 12.7%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안전하다’고 답한 여성은 6.6%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공포감이 큰 것은 혼자 사는 여성에게 범죄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2017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1인 가구의 범죄 피해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33세 이하 청년 1인 가구 중 여성이 범죄 피해를 볼 가능성은 남성보다 약 2.3배 높았다. ●이중 잠금·방범용 남자 목소리도 등장 서울시는 여성 안심 귀가 스카우트, 여성 안심 택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방 안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게 문제”라며 “실효성 없는 대책들”이라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중 잠금장치와 윈도 벨(외부에서 창문을 억지로 열면 울리는 벨)을 설치하고 현관에 남성용 신발을 두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남자 목소리로 ‘누구세요’, ‘무슨 일이세요’ 등을 녹음한 유튜브 방송도 등장했다. 남자가 사는 것처럼 꾸미는 ‘방범용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여성 1인 가구가 계속 느는 만큼 이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1인 가구는 대부분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타인과의 교류도 잘 이뤄지지 않아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면서 “건물 출입구마다 번호가 다른 도어록을 설치하고, 배관에 형광물질을 칠하는 등 외부 침입을 막는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강간이 아닌 주거침입이라도 죄질이 나쁘면 실형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미국, 독일 등 많은 나라에서는 모르는 사람을 쫓아가고 집 앞에서 서성이는 등 극도의 공포심을 주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보고 중범죄로 처벌하지만, 국내에선 관련법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면서 “스토킹은 살인 등 더 심한 범죄로 이어지는 전조 증상이기 때문에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림동 강간미수 30대 구속영장 한편 경찰은 30일 ‘신림동 강간미수 영상’에 등장하는 A(30)씨에 대해 주거침입강간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우리도 한때 난민… 공생·연대해야” 배우 정우성 ‘난민 혐오’를 꼬집다

    “우리도 한때 난민… 공생·연대해야” 배우 정우성 ‘난민 혐오’를 꼬집다

    “불안감 이해… 가짜뉴스는 걸러내야 배우 이전 시민으로 사회 공감 당연”“나는 배우이기 이전에 시민입니다.” 난민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배우 정우성씨가 우리 사회 일각의 ‘난민 혐오’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정씨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이 늘어나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난민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28일 정씨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기자간담회에서 “난민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난민 반대 정서에 대해 “엄마나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를 존중한다”면서도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거부감도 있겠지만, 일부는 대중적인 혐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를 가진 표현과 가짜뉴스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가짜뉴스를 잘 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사회 문제를 얘기하는 부담감에 대해서는 “배우는 직업이며,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이라며 “배우라서 사회적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애 발견” 정씨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했다. 로힝야 난민은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인종 청소’를 피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그 과정에서 로힝야족 대다수는 가족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정씨는 “난민촌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남편이 총살당한 것을 목격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딸로 속여 데려와 함께 키우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면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에게는 2017년 12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는 “그곳 난민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고 살아간다”면서 “막연한 희망조차 없는 모습이 다른 어떤 난민촌보다 처참했다”고 전했다. ●새달 에세이 출간… “난민도 사람”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의 아픔을 겪었고 유엔과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현명하게 공생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해 정씨는 “난민 입국 허용은 특수한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한국에서 잠깐 존엄을 지키고 자립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다음달 20일 난민 문제를 다룬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먼 타국의 난민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난민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우리도 한때 난민… 공생·연대해야” 배우 정우성 ‘난민 혐오’를 꼬집다

    “우리도 한때 난민… 공생·연대해야” 배우 정우성 ‘난민 혐오’를 꼬집다

    “불안감 이해… 가짜뉴스는 걸러내야 배우 이전 시민으로 사회 공감 당연”“나는 배우이기 이전에 시민입니다.” 난민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배우 정우성씨가 우리 사회 일각의 ‘난민 혐오’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정씨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이 늘어나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난민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28일 정씨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기자간담회에서 “난민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난민 반대 정서에 대해 “엄마나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를 존중한다”면서도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거부감도 있겠지만, 일부는 대중적인 혐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를 가진 표현과 가짜뉴스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가짜뉴스를 잘 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사회 문제를 얘기하는 부담감에 대해서는 “배우는 직업이며,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이라며 “배우라서 사회적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애 발견” 정씨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했다. 로힝야 난민은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인종 청소’를 피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그 과정에서 로힝야족 대다수는 가족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정씨는 “난민촌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남편이 총살당한 것을 목격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딸로 속여 데려와 함께 키우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면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에게는 2017년 12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는 “그곳 난민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고 살아간다”면서 “막연한 희망조차 없는 모습이 다른 어떤 난민촌보다 처참했다”고 전했다. ●새달 에세이 출간… “난민 삶·꿈 전할 것” 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의 아픔을 겪었고 유엔과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현명하게 공생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해 정씨는 “난민 입국 허용은 특수한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한국에서 잠깐 존엄을 지키고 자립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다음달 20일 난민 문제를 다룬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먼 타국의 난민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책을 통해서라도 난민의 삶과 꿈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난민 소신 발언’ 정우성 “배우이기 앞서 시민…악플도 존중”

    ‘난민 소신 발언’ 정우성 “배우이기 앞서 시민…악플도 존중”

    “난민에 대한 두려움 이해…가짜뉴스는 마음 아파”로힝야 난민촌 방문 후 “한때 난민이던 우리도 나서야”난민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배우 정우성(46)씨가 우리 사회 일각의 ‘난민 혐오’ 목소리에 일침을 가했다. 정씨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이 늘어나 사회 이슈가 됐을 때 난민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악플’(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28일 정씨는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기자간담회에서 “난민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난민 반대 정서에 대해 “엄마나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를 존중한다”면서도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거부감도 있겠지만, 일부는 대중적인 혐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악의를 가진 표현과 가짜뉴스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가짜뉴스를 잘 걸러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우로서 사회 문제를 얘기하는 부담감에 대해서는 “배우는 직업이며,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이라며 “배우라서 사회적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정씨는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 난민촌인 방글라데시 쿠투팔롱 로힝야 난민촌을 방문했다. 로힝야 난민은 2017년 8월 미얀마에서 발생한 ‘인종 청소’를 피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그 과정에서 로힝야족 대다수는 가족이 살해당하는 모습을 목격해야 했다. 정씨는 “난민촌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남편이 총살당한 것을 목격한 여자를 구하기 위해 딸로 속여 데려와 함께 키우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면서 “잔혹한 현실 속에서도 인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에게는 2017년 12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이었다. 그는 “그곳 난민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안고 살아간다”면서 “막연한 희망조차 없는 모습이 다른 어떤 난민촌보다 처참했다”고 전했다.한국 사회가 난민 문제에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시 난민의 아픔을 겪었고 유엔과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현명하게 공생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기 위해서라도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주 예멘 난민과 관련해 정씨는 “난민 입국 허용은 특수한 어려움에 처한 누군가에게 한국에서 잠깐 존엄을 지키고 자립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는 다음달 20일 난민 문제를 다룬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한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먼 타국의 난민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 “난민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란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정우성 “우리도 한때 난민…받았던 도움 돌려줄 때”

    정우성 “우리도 한때 난민…받았던 도움 돌려줄 때”

    “난민 반대 일정 부분 이해…혐오 목적은 가슴 아파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사회적 공감 포기 못해로힝야 난민 처참…아시아 국가들 리더십 발휘해야”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활동하는 배우 정우성씨가 “우리도 6·25 전쟁(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때 실향민이고 난민이던 때가 있었다”면서 전 세계 난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다. 정우성씨는 28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에서 열린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도 난민 문제의 아픔을 겪었고, 그 가운데 유엔이나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지정학적으로 1000번 넘게 침략당한 나라였고, 여전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면서 “결코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안 되지만 역사가 반복됐을 때 다른 나라에서 당연히 대한민국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지금 우리의 시민의식과 국가 의식을 보여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우성씨는 “‘우리’라고 하면 우리나라로 한정시킬 수 있지만, ‘우리’라는 말은 인류 공동체로도 넓힐 수도 있다”면서 “난민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며 공존하고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 활동을 하며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정우성씨는 지난해 제주도에서 예멘 난민 신청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을 때에도 난민을 돕자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냈다. 이 때문에 난민 인정을 반대하는 측으로부터 비판과 악성 댓글을 받기도 했다. 정우성씨는 “엄마나 청년으로서 느끼는 불안감과 우려를 존중한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나온 거부감도 있을 것”이라면서 난민을 반대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일부는 조직적으로 혐오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이런 점은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사회 문제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일에 대한 부담감과 관련해서는 “배우는 직업이며, 배우 이전에 시민이고 국민”이라면서 “배우라서 사회적 공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에 직접 만나고 온 로힝야 난민들과 관련해서는 “다른 난민들은 언젠가 내 땅에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로힝야 난민들은 이런 희망도 없어 보였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처참하고 불행한 난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힝야 난민은 2017년 8월 미얀마 리카인주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피해 이웃 국가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대부분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영국의 식민지화와 태평양전쟁, 그리고 미얀마 국내 정치 문제들을 겪으며 미얀마의 다른 민족들과 갈등이 깊어졌다. 미얀마의 현 체제 하에서 주류에서 밀려난 로힝야족은 폭력 사태가 벌어진 뒤 방글라데시로 피했는데, 현재 이들이 머무는 방글라데시의 쿠투팔롱 난민촌은 70만명이 넘는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난민촌이다. 정우성씨는 “모든 부모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교육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서 “로힝야 난민 아이들은 사실상 교육이라는 희망의 끈이 끊긴 상태여서 로힝야 난민들도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로힝야 난민들이 방글라데시 지역 주민들과 상생하며 잘 지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금 상태가 이어질 순 없다”면서 “대한민국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우리 모두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프랭크 래무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대표는 “정우성씨가 친선대사로 일하며 한국인들을 설득해 많은 이들이 난민을 이해하게 되고 지지자로 변했다”면서 “기구 내부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 지금 같은 역할을 계속해서 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재웅, 택시업계에 무례하고 이기적”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재웅, 택시업계에 무례하고 이기적”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가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의 퇴출을 촉구한 택시기사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며 택시업계를 비판한 일이 있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면서 이재웅 대표를 작심 비판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22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에 참석한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중에 “내가 사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최 위원장은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그 합의를 아직 이뤄내지 못했다고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대표가)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건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언사가) 결국 ‘나는 달려가는데 왜 못 따라오느냐’라고 하는 거다.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5일 택시기사 안모(76)씨가 ‘타다’를 규탄하며 분신한 사건을 언급하며 “(고인이)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두려움이 컸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고 미안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의 변화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전국 택시 매출의 1%도 안 되고, 서울 택시 매출의 2%도 안 되는데 ‘타다’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불안감을 조장하고,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며 택시업계를 비판했다.이 대표는 또 지난달 14일 페이스북에 “부총리 본인 의지만 있다면 혁신성장을 더 이끌 수 있을텐데 지금 이렇게 혁신성장이 더딘 것은 부총리 본인 의지가 없어서일까. 대통령은 의지가 있으시던데···”라는 글을 올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택시업계가 공유경제 등의 혁신사업으로 피해를 크게 입는 계층인데, 이분들은 기존 법과 사회 질서 안에서 자기의 소박한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분들”이라면서 “그분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존중과 예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혁신사업자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자칫 사회 전반적인 혁신의 동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최근 ‘타다’ 문제를 보면, 정부가 전체적으로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 문제와 관련해 타다 서비스와 택시업계의 갈등이 높아지고 논란이 언제 정리될지 모를 상황에 있는 걸 보면 진짜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정부 혼자만의 노력보다는 정치권, 또 사회 각층이 다 조금씩 손해를 보고, 이해해야 하는데 단기간에 풀기가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서비스) 지원은 지원대로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소외당하고 피해를 보는 계층을 돌보는 일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라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동작, 청년 ‘살 자리’ 위한 맞춤형 주택 공급

    동작, 청년 ‘살 자리’ 위한 맞춤형 주택 공급

    서울 동작구가 삶도 일도 불안한 청년들의 ‘살 자리’를 위해 청년 1인 가구 맞춤형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낸다. 동작구는 20일 대방동의 청년주택 ‘스튜디오 대방 56’ 입주식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동작구는 노량진동을 중심으로 공무원 시험·취업 준비 등을 위해 청년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구는 청년들이 집 걱정 없이 학업과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주거 여건을 만들어주려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해왔다. 구는 그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협력해 131가구의 모자안심주택(한부모가정), 홀몸어르신주택 등을 선보이며 취약계층의 삶터를 제공했다. 이번 청년주택은 이런 수요자 맞춤형 매입주택사업의 세 번째 모델이다. 지상 5층짜리 56가구 규모로 마련된 청년주택 ‘STUDIO 대방 56’(2758.94㎡)은 더 나은 주거 공간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정한 세대별 최저 주거 기준인 14㎡보다 넓은 29~41㎡로 면적을 더 키웠다. 월 임대료는 13만~31만원 정도로 주변 시세의 30~40% 정도다. 최대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1층에는 커뮤니티실을 들여보내 다른 가구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여가 등 다양한 청년 지원 프로그램도 누릴 수 있다. 청년주택에 입주하게 된 이모(28)씨는 “넓고 쾌적한 나만의 공간이 생겨 기쁘다. 청년들끼리 함께 모여 살며 꿈과 고민을 나눌 수 있게 돼 앞으로의 생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구는 앞으로도 다양한 계층의 삶을 돌볼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2021년까지 공급할 228가구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이창우 동작구청장은 “청년들의 행복한 모습은 동작구의 미래다. 앞으로도 우리 구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막장 내홍’ 바른미래… 캐스팅보터 아닌 정국 골칫덩어리로

    孫, 오늘 정책위원장·사무총장 임명 강행 당 최고위서 김수민이 캐스팅보터 될 듯 손학규 대표 사퇴를 둘러싼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단순한 당내 문제를 넘어 정국 전반에 ‘심각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 제3당으로서의 건전한 캐스팅보터가 아니라 골칫덩어리로 대한민국 정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면에서 사보임 논란 등으로 극심한 혼돈을 초래했던 바른미래당의 불안정성이 향후 국회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바른미래당의 모습은 ‘막장 드라마’ 자체다. 전당대회에서 합법적으로 뽑힌 대표에 대해 별도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면전에서 ‘물러나라’고 공격한다.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계는 취재진이 다 보는 가운데 손 대표에게 “당 전체가 불행한 사태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 달라”(오신환 원내대표), “물러날 때 물러나 주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명예를 지키는 것이다”(하태경 최고위원), “민주주의를 살리겠다는 분이 왜 당내 민주주의는 말살하는가”(권은희 최고위원) 등의 낯뜨거운 비난을 퍼부었다. 수모를 당한 손 대표는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죽음의 길로 들어섰다. 사퇴하지 않고 어려움을 뚫고 나가겠다”며 사퇴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손 대표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19일 만찬을 갖고 담판을 지으려고 했으나 회동이 무산됐다. 손 대표는 20일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에 각각 채이배·임재훈 의원을 임명하며 반격에 나설 계획이다. 오 원내대표는 “반대는 하겠지만 주요 당직자 임명을 밀어붙인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최고위 9명 중 손 대표 측 4명과 바른정당계 4명이 팽팽한 구도를 이루게 된다. 남은 1명은 김수민 청년최고위원으로 향후 최고위 운영과정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현 지도체제엔 우호적이지 않다. 한 국민의당 출신 의원은 “손 대표는 자신이 물러나면 유승민계가 당을 접수한 뒤 자유한국당 쪽으로 갈 것이라 믿고 있기에 사퇴 생각이 없다”며 “지금으로선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어서 어느 한쪽이 하루라도 먼저 제풀에 지쳐 쓰러지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바른미래당 의원 스스로도 ‘기호 3번’을 달고는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서울광장] 경기 진단, 실화인가/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기 진단, 실화인가/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최근 승차했던 택시의 80대 운전기사는 영업이 너무 안된다고 목소리부터 높였다. 택시를 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요즘처럼 손님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낮시간에는 강남역이나 홍대앞 등 북적이는 곳에서조차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살기가 어려우니 사람들이 택시비라도 아끼려는 게 아니겠느냐는 나름의 해석도 덧붙였다. 현재 경기가 어떤지 판단하는 일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자기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아니면 자기 소득이 얼마냐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졌다고 하니 가난한 사람은 더 어려워졌다고 느낄 수 있다. 고소득자는 경기가 어떤지는 신경을 안 쓰고 한결같이 돈을 펑펑 쓸 수도 있다. 또 어떤 통계를 잣대로 삼느냐에 따라 불황인지, 아니면 경기 과열 단계인지 판단이 엇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를 토대로 본다면 사람들의 공감도는 더 높아진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취임 2주년을 맞아 최근 내놓은 정부와 야당의 자료를 보면 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게 같은 나라의 경제를 평가하는 자료인지 눈을 의심할 정도다. 한쪽은 자화자찬 일색이고, 다른 쪽은 외환위기 못지않은 경제위기가 곧 닥칠 것 같은 불안감을 부추긴다. 먼저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낸 ‘문재인 정부 2주년, 경제부문 성과와 과제’. 39쪽에 달하는 자료 대부분이 장밋빛 분석으로 망라돼 있다. 총평으로는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용, 혁신 확산 분위기 조성 등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 세계 7번째 가입, 경제성장률 주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 수출 6000억 달러 돌파, 민간 소비 7년 만에 최대 수준 증가’ 등 희망적인 내용만 담고 있다. 이것만 보면 우리 경제는 아무 문제 없이 순항하고 있다. 반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자유한국당이 펴낸 200쪽 분량의 백서 ‘문재인 정권 경제실정 징비록’을 보면 상황은 180도 다르다. 야당의 자료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문 정권의 경제정책 2년에 야멸차게 ‘F학점’을 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의 마이너스 성장, 2018년 이후 고용 증가폭 과거에 비해 3분의1로 축소, 실업률 한국만 나 홀로 상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하락…’. 기재부의 현실 인식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4일 중소기업인들과 만나서 한 발언도 생뚱맞다. 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계와 현장의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렇더라도 누가 어떤 근거로 적어 준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오죽 하면 점잖은 편으로 꼽히는 야당 인사 입에서조차 “달나라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비아냥이 나왔을까. 자영업자를 포함한 대다수 서민들은 불황의 고통을 힘겹게 겪고 있다. 지방 도시에 가보면 도심 한복판에도 폐업을 해서 비어 있는 상가가 넘쳐난다. 서울도 작년 말 기준 상가 점포 8000개가 1년 새 문을 닫았다. 4월 실업률은 19년 만에 최고치다.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백수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물론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부정적인 측면만 부각해 불필요하게 위기론을 확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실이 어렵다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부·여당의 의무다. 아무 근거 없이 막연히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낙관론만 펴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다. 더구나 이미 2년간의 실험으로 정책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 소득주도성장을 억지로 끌고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다. 청와대가 워낙 그립을 강하게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경제 관료나 여당 내 핵심 참모들 중 누구도 속도조절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앞으로 3년이 더 힘들 것 같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 망가진 경제를 다시 살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벌거벗은 임금님’을 용기 있게 외쳐야 할 때다. 11개월 뒤가 총선이다. sskim@seoul.co.kr
  • ‘골목식당’ 매출 0원 해물라면, 백종원 “사진 찍고 싶다”[공식]

    ‘골목식당’ 매출 0원 해물라면, 백종원 “사진 찍고 싶다”[공식]

    ‘골목식당’ 백종원이 매출 0원을 기록했던 라면집의 해물라면 비주얼을 보고 놀랐다. 15일 방송되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는 지역경제 살리기 프로젝트 세 번째 지역인 전남 여수 청년몰 꿈뜨락몰 편의 두 번째 이야기가 방송된다. 평소 절친한 사이인 라면집과 돈가스집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최초 두 집 동시 점검을 진행했다. 백종원이 먼저 시식한 음식은 “사진 찍고 싶다”라고 감탄할 정도의 비주얼을 자랑하는 해물라면이었지만, 실제로는 일 매출 ‘0원’이었던 날이 많았던 식당이었다. 이 밖에 백종원은 돈가스집의 돈가스를 보고 경양식인지, 일본식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구성이라 설명했다. 이어 시식까지 나섰는데, 그 평가는 과연 어땠을지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백종원은 양식집도 방문했다. 갑작스러운 백종원의 방문에 긴장한 사장님은 파스타 재료를 잊어 처음부터 다시 조리를 시작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MC 정인선은 힘겹게 완성된 파스타를 말없이 무한 흡입해 보는 이로 하여금 그 맛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요식업만 네 번째 도전이라는 사장님들은 백종원의 평가를 듣던 중 간절함에 눈물까지 보였다. 한편 지난주 방송에서 ‘위생 상태 최악’으로 시식을 거부당한 꼬치집에 백종원이 재방문했다. 꼬치집 사장님은 백종원과 대화 끝에 “장사가 되지 않아 나태해진 자신을 반성한다”며 지난 잘못을 고백해 눈길을 끌었는데, 꼬치집의 솔직한 고백은 무엇이었을지 이날 방송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공개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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