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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의 차 한잔]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펴낸 이경식

    [저자와의 차 한잔]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 펴낸 이경식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했다. 꿈이 있기 때문에 청춘이라고도 했다. 위로가 되는 듯하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처지에서는 진통제일 수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세상이 너무 가혹하다. 뭐, 날씨라면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버틸 수 있겠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언제 좋은 날이 오려나. 참고 견디며 미래를 준비하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 지겹고 답답하다. 그런데 차라리 욕하란다. 아예 책 제목으로 뽑았다. ‘청춘아 세상을 욕해라’(일송북 펴냄)라고. 새해를 앞두고 만난 이경식(53) 작가는 조근조근, 하지만 속시원하게 말을 쏟아냈다. “솔직히 짜증나죠. 나도 그랬거든요. 어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산 것 같은데, ‘나도 다 해봐서 안다’고 하니까요. 애들한테 ‘고생도, 공부도 내가 더 많이 했지. 최루탄도 니들보다 더 많이 맞았어’라고 말해봤자 이렇게 나오죠. ‘짜증나게’ 모두 경쟁해야 하고, 돈 많이 벌어야 하고, 무조건 최고가 돼야 하는 그런 사회에 살고 있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크겠어요.” 대학에 다니는 두 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큰아들은 그나마 대화가 많은 편이지만, 둘째 아들은 “아버지는 원래 저러니까”라면서 데면데면하다. “5년 전 ‘아륀지’가 상징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조한 실용주의, 효율성이라는 철학이 교육, 문화, 경제 모든 분야에서 녹아들면서 삶은 더 팍팍해졌어요. 그런데 새 정부에서는 나아질까요.” 그의 솔직한 심정은 물음표다. 20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마음이 편하지 않다. 개천에서 용 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힘들게 대학에 들어가도 한 학기 학비를 대려고 휴학을 해야 하는 게 많은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처음 책 제목이었던 ‘한국이 망한다’가 솔직한 심정이었다. “한국이 망할 것 같으니 조심하자. 이렇게 되면 안 되지 않겠는가라는 의미였다”면서 “그런데 청년세대가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세상인가”라고 반문했다. 나라가 망한다는 것은 국민 대부분에게서 희망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몇몇 대기업이 아무리 매출과 순이익 기록을 경신해도, 국민 대부분은 먹고살기 어려워진다는 말이다. 양문형 고급 냉장고가 있어도 보관할 음식이 없고, 고급 승용차보다 쌀 두 포대가 더 소중하다. 그는 “역사적으로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 세대가 섰고, 낡은 틀을 깰 새로운 생각과 용기도 젊은 세대에게 있다”면서 “그 세대가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해야 변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기성세대는 안 되느냐”고 묻자 이번 대선 투표 행태로 설명했다. 그를 포함해 과거 변화를 위해 투신했던, 소위 386세대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수적으로 변한 것을 들었다. “나이가 들면 자신이 쌓은 것이 사라질까 두려워 변화하지 못하거든요” 그의 아픈 고백이다. 책에서 그는 왜 젊은 세대가 분노해야 하는지 진지하지만 너무 무겁지 않게, 때로는 맛깔나게 풀어낸다. 22살 여성이 장기를 팔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현실은, “혈액형, 나이가 어려서, 건강, 수술, 가격, 연락이라는 단어를 조합하고 살을 붙여 만든 지옥도”라고 표현한다. 박완서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을 통해 자본가들이 현실을 얼마나 팍팍하게 만드는지 이야기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패러디해 사회 기득권자들이 젊은이를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를 말한다. 현진건의 ‘술 권하는 사회’에 빗대고 “천재 한 명이 만 명을 먹여살린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빌려 한국 사회가 사람들에게 사이코패스질을 권한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서 분노의 이유와 대상을 알려준다. 물론 증오와 분노는 다르다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세상을 향한 연민이 있어야 한다. 연민 없는 증오만 발산하면 사회는 나아질 수 없다”는 논리다. “세상은 너희들 것이니까 주눅 들거나 눈치 보지 말고, 절박한 현실에 화도 좀 내고, 기성세대들이 내놓은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고도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2012 서울신문 선정 국내·국제 10대 뉴스] 뜨거웠던 글로벌 정계… 한·중 ‘새 리더십’ 뜨다

    [2012 서울신문 선정 국내·국제 10대 뉴스] 뜨거웠던 글로벌 정계… 한·중 ‘새 리더십’ 뜨다

    ■ 국내 News 2012년에도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 역사의 새로운 장들을 환희와 희망, 슬픔과 분노 속에 지켜보았다. ① 박근혜 역대 첫 여성대통령 당선 12월 19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첫 여성 대통령, 첫 부녀(父女) 대통령의 역사가 쓰였다. 4·11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등장한 박 대통령 당선인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꾸리며 당명을 바꾸고 공천 혁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새 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을 안고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② 李대통령 ‘내곡동 사저 의혹’ 일파만파 그러나 현직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으로 장남 시형씨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로는 처음으로 특별검사팀의 소환조사를 받는 수모를 겪었다. 특검팀은 사저 부지 매입을 담당한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 등 3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하고 시형씨가 쓴 부지 매입 자금 12억원은 불법증여로 판단, 강남세무서에 통보했다. ③ 싸이 ‘강남스타일’ 전 세계 강타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스포츠가 위세를 떨쳤다. 엽기 가수에서 월드 스타로 거듭난 싸이(본명 박재상)가 한국 음악계의 새 장을 열었다. 그 중심에 ‘강남스타일’이 있었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친근하고 코믹한 말춤을 결합해 ‘B급 정서’를 건드린 6집 타이틀곡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조회 10억건을 돌파하며 유튜브 사상 가장 많이 본 동영상에 올랐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7주 연속 2위, 영국 싱글차트 1위 등의 기록을 냈다. ④ 런던올림픽 역대 최고 종합5위 달성 7월 27일 개막한 제30회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금 13개, 은 8개, 동메달 7개로 역대 최고인 종합 5위를 했다. 체조에서 양학선이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고 여자 양궁이 올림픽 단체전 7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남자 축구는 숙적 일본을 꺾고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여자 펜싱 신아람의 오심 파문은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⑤ 北 로켓발사 성공… 세계 안보 위협 그러나 우주 강국의 염원을 담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마지막 도전은 기기 결함에 따른 두 차례의 연기 끝에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반면 북한은 12월 12일 광명성 3호 위성을 실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전격적으로 발사,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하며 한국보다 앞서 ‘스페이스 클럽’의 회원국이 됐다. ⑥ 오원춘 사건 등 성폭력범죄 잇따라 우리가 얼마나 불안한 사회에 살고 있는지 일깨워 주는 강력 범죄가 1년 내내 계속됐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을 상대로 한 충격적인 범죄가 많았다. 4월 경기 수원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중국인 오원춘, 8월 서울 중곡동 30대 주부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서진환, 전남 나주에서 일곱 살 여자 어린이를 성폭행한 고종석 등이 대표적이었다. 법원은 아동 성범죄자에게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형량 선고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⑦ 원전사고 불감증… 은폐·짝퉁 등 14건 원자력발전소는 잦은 고장과 납품 비리로 국민들에 새로운 근심을 안겼다. 고리 1호기 전력공급 중단 은폐, 영광 3·4호기 안내관 균열 등 올해만 14건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11월에는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미검증 부품이 10년 동안 납품된 사실이 적발됐다. 영광 5·6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는 등 현재 전체 원전 23기의 4분의1이 넘는 6기가 멈춰 서 있다. ⑧ 구미 불산 유출사고… 특별재난지구 선포 9월 27일에는 경북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 국가산업4단지 내 화학공장 휴브글로벌에서 20t 탱크로리 불산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총복구비 기준 55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지역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등에 이어 인재(人災)로는 여섯 번째 특별재난지구가 됐다. ⑨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등 檢권력 추락 검찰은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한 해였다. 기업 등으로부터 10억여원을 받은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피의자를 상대로 한 서울동부지검 초임 검사의 성추문 사건에 이어 검찰 수뇌부의 항명 사태까지 충격적인 일들이 꼬리를 물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불명예 퇴진한 현재 검찰은 새 정부의 개혁 조치를 기다리는 처지가 됐다. ⑩ 삼성 vs 애플, 10여개국 특허침해 소송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특허침해 여부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애플의 글로벌 소송에 전 세계 산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두 회사는 세계 10여개국에서 30여건의 소송으로 맞붙었다. 지난 8월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 주며 자국 이기주의를 보이기도 했다. ■ 국제 News 2012년 지구촌은 권력의 새판 짜기에 열중하면서도 영유권 분쟁 등으로 치열하게 격돌했다. ① 中 시진핑 시대 개막 중국은 지난 11월 8일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5세대 지도부인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막을 올렸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끄는 4세대 지도부가 내년 3월까지 모두 은퇴하면 시진핑 당 총서기가 주석직을 이어받아 10년간 새로운 주요 2개국(G2) 시대를 이끌어 가게 된다. 안으로는 빈부·지역 간 격차 해소, 부패 척결, 경제 선진화 등 민생에 주력하면서 밖으로는 국방력 증대를 통한 안보 강화, 자국 이익을 확대하는 외교정책 수립 등으로, 아시아로 중심축을 이동한 미국과 패권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② 오바마 美대통령 재선 성공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또다시 선택했다. 오바마는 7%대 후반의 높은 실업률, 국가신용등급 강등, 리비아 미 영사관 피습 등 갖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소수자들의 표를 결집해 지난 11월 6일 재선에 성공했다. 연말로 다가온 재정절벽(급격한 정부 지출 축소 및 증세에 따른 경제 충격) 위기가 재선 대통령 취임식 전 그가 해결해야 할 최대의 과제다. ③ 중·일 ‘센카쿠 갈등’… 동아시아 영토분쟁 중국의 태평양 지역 패권 확대로 동아시아는 극심한 영토 분쟁에 휘말렸다. 중·일 양국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함정과 비행기까지 동원하며 위력 시위에 나섰고, 국민들도 각각 반일·반중 시위로 맞섰다.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6개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에 맞서 미국, 인도 등과 손을 잡았다. ④ 日 아베 내각 출범 등 우경화 가속화 한·중과의 영토 분쟁, 북한의 로켓 발사 등으로 일본의 우경화 흐름은 가속화됐다. 지난 16일 총선에서 일본 대표 우익 정치인인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3년 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지난 26일 출범한 아베 내각은 독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망언을 일삼던 인사들을 비롯해 극우 인사들로 채워져 주변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⑤ ‘유로존 위기’ 북유럽으로 북상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경제위기의 파고는 남유럽에서 북유럽으로 북상했다. 유럽 2위 경제국인 프랑스는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로부터 각각 ‘AAA’ 등급에서 강등당했고, ‘AAA’ 클럽에 속해 있는 유럽 최대 경제국 독일과 영국도 강등 가능성을 경고받았다. 반면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거론됐던 그리스는 최근 S&P로부터 파격적인 등급 상향 조정을 선물받았다. ⑥ 중동 유혈충돌 등 ‘민주화 진통’ 지속 지난해 ‘아랍의 봄’으로 독재 정권을 뒤엎은 중동 국가들은 여전히 ‘민주화 진통’을 겪고 있다. 4만 4000여명의 희생자를 낳은 시리아 사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 속에 22개월째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이집트는 60년 만에 자유 민주 선거를 통해 지난 6월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초법적인 권한 확대 시도로 반정부 시위·유혈 충돌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⑦ 이슬람 대규모 반미시위 중동 전역은 반미시위로 들끓었다.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모욕한 미국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슬람권 국가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전개됐다. 리비아에서는 테러세력과 연계된 시위대가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을 습격해 미 대사가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⑧ 팔레스타인 65년만에 독립국가 인정 팔레스타인은 65년 만에 국가 지위를 인정받았다. 지난달 29일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의 압도적인 지지로 팔레스타인은 표결권 없는 ‘비회원 옵서버 단체’에서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격됐다. 이에 반발한 이스라엘은 불법 정착촌 건설 등 보복에 나섰다. ⑨ 美 대형 총기난사 악몽 잇따라 미국은 1년 내내 대형 총기난사 사건으로 공포에 떨었다. 특히 지난 14일 20세 청년이 코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총기를 무차별 난사해 6~7세 어린이 20명과 교사 등 26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하면서 정치권의 총기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⑩ 中 ‘보시라이 스캔들’… 공산당 개혁 압박 중국 정계는 지도부 교체에 앞서 ‘보시라이 스캔들’로 요동쳤다. 지난 2월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오른팔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부시장이 주중 미국영사관으로 피신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이 사태로 보시라이는 당적·공직을 모두 박탈당하며 정치 생명을 마감했다. 중국 지도부의 부패와 탐욕, 권력 암투가 날것 그대로 드러난 이 사건으로 중국에선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편집국 종합
  •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조국은 사할린을 버렸다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조국은 사할린을 버렸다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사할린에는 ‘이제 곧 귀국한다’, ‘조선인이 먼저 떠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1949년 7월 23일 마지막 일본인들을 태우고 간 귀국선 ‘운센마루’는 돌아오지 않았다.” 파란 수평선 너머로 사라진 귀국선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열여덟 살 청년. 그는 이제 팔순의 노인이 됐다. 경기 안산시 고향마을 영주귀국노인회의 고문 성점모(81)씨는 “일본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러시아 사할린(당시 일본령)으로 끌려간 강제동원 피해자 1세대의 후손이었다. 2010년 12월 가까스로 아버지의 나라에 돌아왔지만 망향의 설움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일본은 “1965년 한·일 협정에 따라 사할린 동원자의 재산권은 소멸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버티기에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참다 못한 사할린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2295명은 지난 23일 “국가가 사할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성씨는 이 자리에서 사할린 동포들의 수난사를 기록한 수기 ‘망향의 반세기, 사할린 동포의 눈물 젖은 과거’를 서울신문에 제공했다. 성씨의 아버지는 하루 12시간 넘게 도로 건설에 노동력을 착취당했지만 우편저금 등의 명목으로 빼앗긴 임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수기에는 한인들의 고통과 분노가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하루 한 줌도 안 되는 콩밥과 간한 청어 한 토막으로 2년을 버텼다. 분노를 참지 못해 반항하면 아이구… 때리고 또 때리고 죽도록 얻어맞았다.”(사할린 탄광에서 일했던 이기복) “어렸을 때 그물로 멸치를 잡던 일이 어제 같다. 그 멸치를 삶은 국물에 국수를 말아 먹으면 왜 그렇게 맛이 있던지.… 한 번이라도 가봤으면 한다.”(노동에 시달리다 현지에서 사망한 울산 출신 김길용) 광복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황국신민화정책’을 통해 일왕에 충성을 강요했던 일제는 전쟁이 끝나자 사할린 동포들의 국적을 박탈한 뒤 모르쇠로 일관했다. 소련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이들을 억류했다. 그들의 모국은 힘이 없었다. 동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소련 국적을 취득하거나 무국적자로 남았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배상의 길이 열리는가 했지만 사할린 문제는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성씨는 “그때 ‘조선이라는 것은 잊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접고 러시아어를 배워 모스크바 법과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모국 대신 생존을 택한 이들을 새롭게 가로막은 것은 이념 갈등이었다. 북한과 소련은 한국 정부와 교류가 없었다. 사할린 동포들은 일본과 소련에서 귀향 운동을 시작했다. 경기도 출신 도만삼씨는 1977년 소련 공산당위원회 앞에 가서 “한국으로 보내 달라.”고 외쳤다. 소련은 어쩐 일인지 “귀국 준비를 하라.”고 답했다. 그러나 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두만강 기슭이었다. 북한 장교가 ‘환영 인사’를 건넸을 때 도씨는 충격에 휩싸여 기절했다. 성씨는 “도씨 등 조선인 40명이 북한으로 추방된 뒤 한인사회는 공포에 휩싸여 귀향에 대한 말은 입 밖에도 낼 수 없었다.”고 적었다. 귀향의 꿈은 1980년대 고르바초프가 소련 사회를 개방한 뒤에야 찾아왔다. 1990년 6월 제주도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소련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그해 한국 가수들이 찾아와 사할린에서 위문 공연을 가졌다. 성씨는 “너무 늦었지만 드디어 잃었던 모국을 찾았다.”면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눈시울을 적셨다.”고 회고했다. 1992년부터 영주귀국 사업이 시작돼 지난 3월까지 4000여명의 동포 및 배우자, 장애 자녀가 귀국했지만 망향의 한은 지워지지 않았다. “남한 노인들이 말하더군요. ‘사할린 동포들은 사할린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나랏돈을 받는다’고. 나라를 잃고 설움 속에 헤맨 우리들의 고통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배경헌기자 baenim@seoul.co.kr
  • [씨줄날줄] 취업 빙하기/육철수 논설위원

    일본의 젊은 층 사이에는 ‘하시모토 신드롬’의 위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이 현상의 주인공은 40대 초반 정치인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지난 8월 일본군 위안부 망언으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샀던 바로 그 인물이다. 그가 20~30대 청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이유는 이들을 대변하며 기존 정치권의 구태 타파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잘 알려진 대로 ‘노인의 나라’다. 취업과 복지정책 등이 노년층에 집중되고 젊은 세대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그래서 변변한 일자리를 얻지 못해 삶이 귀찮고 울분에 찬 청년세대가 정치적으로 급속히 뭉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혹독한 취업 한파도 불어닥쳤다. 1992년 어느 취업잡지는 이런 분위기를 ‘취업 빙하기’라는 신조어로 표현했는데 크게 공감을 샀다. 채용시장의 어려움이 길어지면서 일본사회는 생활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1990년대 말에는 ‘히키코모리’(집에만 있는 외톨이), 2004년에는 ‘니트족’(공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이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듬해에는 ‘하류사회’라는 말이 나돌 만큼 미래의 꿈을 접은 청년 사회계층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최근에는 정치세력화하면서 하시모토에 올라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사회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우리도 한가하게 이웃나라 얘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 일자리 부족으로 벌써 몇년째 ‘취업 빙하기’가 이어지면서 젊은 층은 ‘대학 5학년’ ‘잉여인간’ ‘NG(No Graduation·졸업유예)족’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졸업을 늦춘 대학생이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대학에 남음으로써 발생하는 ‘포기 소득’ 등을 합친 간접 교육비만 5조 5000억원에 이른다니 고급인력의 이만저만한 낭비가 아닌 셈이다. LG·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 취업자 수가 28만~30만명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기업의 구조조정도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고용은 2010년 32만명, 2011년 42만명이 증가했고 올해엔 43만명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 후반~3% 초반으로 예상되고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으로 취업 사정은 더 나빠질 것 같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대통령 선거의 주요 변수라고 하는데, 우리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여수시민단체 “시장 물러나라”

    “허술한 재무관리 시스템이 어처구니없는 대형 국고 손실을 초래했습니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지난 29일 76억원을 횡령한 김석대(47)씨를 특가법위반(국고손실)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전남 여수시의 부주의한 행정처리를 지적한 말이다. 지역민들은 이러한 총체적인 회계부실이 드러나면서 여수시가 지난 22일 대시민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에도 10일 넘게 뚜렷한 해결 방안을 내놓지 못하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은 “여수시를 비리 도시로 만들었으면서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는 사람 없이 시간만 축내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김충석 시장이 “‘회계과에 엄청난 비리가 있으니 잡아내라’는 꿈을 통해 비리사건에 대한 암시를 받았고, 이번 일은 김충석이 시장이기 때문에 밝혀졌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감정을 더욱 자극시켰다. 급기야 여수시민협, 여수환경운동연합, 여수YMCA·YWCA, 여수일과복지연대, 여수사랑청년회 등 여수지역 6개 시민단체들이 31일 김씨의 공금횡령 사건에 대해 ‘시장 사퇴’를 언급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시의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수시민협 김태성(45) 사무처장은 “민선 5기 여수시는 청렴 행정을 강조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회계 및 감사제도의 허술함, 관리부실 등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며 “시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였어도 이번 비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이날 김씨의 아내에게 돈을 빌려준 사채업자 김모(45)씨에 대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우울증 50대’ 대안을 제시했더라면…/심영섭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강사

    [옴부즈맨 칼럼] ‘우울증 50대’ 대안을 제시했더라면…/심영섭 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강사

    주말이면 신문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커버스토리’라는 읽을거리 때문이다. ‘우울한 축제공화국’(10월 20일 자)처럼 잘못된 정책을 질타하기도 하고, 때로는 ‘영암 F1 코리아그랑프리’(10월 6일 자)나 ‘싸이의 힘’(9월 22일 자)처럼 성공스토리를 알려주기도 한다. 10월 27일에 게재된 ‘50대 남자 소리 없이 울고 있다’를 읽다 문득 떠오른 것은 조세희의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다. 중년 가장인 난쟁이 김불이에게 정부의 도심재개발 정책과 무한성장으로 치닫는 사회가 준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난쟁이는 운명이 버거워 벽돌공장 굴뚝 위에서 천국을 향해 날아간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는 말은 무기력해진 중년 가장의 우울한 자기 고백이다. 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로 지칭한 50대 가장의 모습은 소설 속 난쟁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695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는 평균 고졸(44.7%) 학력에 결혼을 한 가장(83.5%)이고, 2.04명씩의 자녀를 두고 있다. 또 절반 이상(58.8%)은 임금 근로자로 주로 아파트(52.3%) 등 자기 집(59.6%)을 소유하고 있고, 평균자산은 부동산 소유로 인해 3억 30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국민연금(47.2%)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노후대책이 없는 세대다. 더욱이 주어진 인생의 또 다른 기회가 일주일에 2~3일 꼬박 일해도 매월 20만~30만원 받는 공공부문 근로가 전부라면 우울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도 기사 속 58년 개띠 박씨처럼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그래서인지 기사에서 지적하듯 ▲직장 내 고립과 실직에서 오는 사회적 자존감 하락 ▲경제적 궁핍과 노후 고민 ▲성장한 자녀와 소원한 아내 등 가족들의 관심 부족 ▲남성성과 힘의 쇠약에서 느끼는 좌절감 등으로 운명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50대 가장들의 모습은 슬프고 외로웠다. 50대는 우울증에도 쉽게 노출된다고 한다. 2007년에 2만 7000여명이던 50대 우울증 남성은 2011년 3만 2000명으로 급증했다. 이렇다 보니 난쟁이 김불이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서 인구 10만명당 남성 자살자는 43.4명으로 여성(20.1명)의 두배다. 좋은 커버스토리였다. 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정치보다 더 현실감이 있어 좋았다. 패배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 차라리 울어버리고 가족과 함께 소통하라고 제안한 것도 좋았다. 울지 못하는 중년들에게 용기가 필요하다. 허무함에 취해 마음이 가난해진 중년의 가장들에게 필요한 한 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울고 나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연금과 퇴직의 불균형, 커져만 가는 사회적 불평등은 여전한데 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가? 솔직해지는 것이 50대의 심리적 불안을 치유하는 방편의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사회구조적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좀 아쉬웠다. 고령화사회에서 50대 가장의 실직은 본인과 가족에게 큰 불행이다. 사회적으로도 일할 수 있는 숙련 노동자의 조기 방출이다.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에 필요한 노동력이다. 그런데 대선 출마자들도 청년실업은 고민하면서 조기은퇴의 문제점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별다른 관심조차 없는 듯싶다. 50대는 고정표인가? 아니다. 아마도 울고 나면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주말판 커버스토리를 읽다 보면 2%가량 부족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심층취재 부족과 대안 제시 부재 탓이다. 좀 더 기대되는 커버스토리를 위해 2%를 채워주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달면, “대우받고 살다가 갑자기 몸을 낮추려니 배알이 꼴렸다.(3면 기사 중)”라는 표현은 “배알이 뒤틀렸다.”“라고 순화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현실에 분노할지라도 기사는 냉정해야 한다. 신문은 한글을 아름답게 순화하고 품격을 세워야 할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신의 분노? 방전현상?… ‘번개 미스터리’

    신의 분노? 방전현상?… ‘번개 미스터리’

    흔히 복권에 당첨될 확률을 떨어지는 번개(낙뢰)에 맞을 확률에 비교한다. 그만큼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낮은 확률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복권에 (때로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당첨자가 나오듯 낙뢰로 인한 사고 역시 끊이지 않는다. 지난 6일 스리랑카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한국 청년 2명이 낙뢰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만명이 낙뢰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주신인 제우스(주피터)의 무기로 설정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번개에 경외심과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번개는 신의 분노’라고 여기는 전설이 존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번개는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다. 디스커버리 뉴스에 따르면 매일 평균 전세계에서 4만 4000건의 폭풍이 발생하고, 초당 100개의 번개가 지상으로 떨어지는 낙뢰가 발생한다. 이런 번개의 정체가 자연현상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18세기에 이르러서다. 미국의 과학자이자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1750년 ‘번개는 전기의 일종’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실험 계획을 발표했다. 1752년 프랭클린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 금속열쇠를 매단 연을 하늘에 띄우는 이른바 ‘연의 실험’을 실행에 옮겼다. 프랭클린은 이 방식으로 번개에서 발생한 전기를 ‘라이덴병’(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유리병)에 가둠으로써 자신의 가설을 입증했다. 프랭클린은 이 원리를 이용해 번개가 땅으로 떨어지지 않게 지상의 전기를 끊임없이 방전시키는 피뢰침을 최초로 발명하기도 했다. 피뢰침은 ‘프랭클린의 막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번개의 실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물리학과 기상학자들이 생각하는 원리는 이렇다. 번개와 천둥은 적란운으로 불리는 소나기구름에서 발생한다. 두께가 6~8㎞에 이르는 두꺼운 적란운은 낮은 쪽은 물방울, 꼭대기 쪽은 얼음알갱이로 이뤄진다. 지표면이 가열되면 구름의 물방울은 상승기류로 인해 파열되고, 파열된 물방울은 양(+)전기의 성질을 띠고(대전), 주위의 공기는 음(-)전기 성질로 바뀐다. 양으로 바뀐 물방울은 구름 속에서 위로 올라가는데, 이 과정에서 구름 속에 있는 양전기(+)와 음전기(-)가 서로 충돌하거나 구름의 아래쪽에 남아 있는 음전기가 지면의 양전기와 서로 부딪치면서 번개를 만든다. 구름과 구름 또는 구름과 대지 사이에서 일어나는 방전현상이 곧 번개다. 번개가 치면 순간적으로 온도가 3만도 가까이 상승하는데, 이 열 에너지에 의해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가열돼 부피가 팽창하면서 나는 소리가 바로 번개의 짝인 천둥이다. 하지만 피뢰침의 발명에도 불구하고 번개를 막거나 피하는 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이는 아직까지 번개에 대해 과학자들이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리학자들은 번개의 원리를 잘 알고 있다고 믿지만 번개의 실체에 대한 근본적인 3가지 질문의 답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 우선, 구름이 어떻게 거대한 에너지를 갖게 되는지가 의문이다. 양전기와 음전기가 상호작용해 전기가 발생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물방울과 얼음에 불과한 구름이 번개를 뿜어낼 수 있을 정도로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원리는 현재 인류가 이해하고 사용하는 발전이나 충전 기술로는 설명할 수 없다. 현재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쏟아지는 ‘우주선’(Cosmic rays)이 구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하를 가진 우주선이 구름 속에 파고들면서 양전기와 음전기의 대전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어서 과학자들은 번개를 ‘무유도 저항 충전메커니즘’이라고 부르고 있다. 중학교 물리시간에 배운 ‘패러데이의 원리’에서 알 수 있듯이 유도작용이 없는 저항이나 전기발생은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구름의 충전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번개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역시 답이 없다. 전기가 번개와 같은 형태로 방출되기 위해서는 구름 내에 형성된 거대한 자기장이 지속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인공번개를 만들어 실험한 결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구름 속에 형성되는 자기장은 번개를 방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인공번개의 경우 형성된 자기장 안에 ‘스파크’를 주는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구름 속에서 왜 번개로 이어지는 스파크가 생겨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 미스터리는 번개가 어떻게 그 힘과 빛을 유지하며 수십㎞ 이상의 거리를 날아갈 수 있느냐이다. 구름 속에는 전기의 길을 만들어주는 절연체나 안내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번개의 실체를 파악하면 물리학의 영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믿고 있다. 번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 다우어 미국 플로리다기술연구소 박사는 “10년 전 학자들은 번개에서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X선과 감마선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몇 년 전에는 번개와 폭풍우를 인공적으로 만들기도 했다.”면서 “번개의 정체에 점점 다가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부자의 경제학? 부채는 정치학!

    ‘위대한 보통 사람의 시대’를 선포했던 노태우 정권 이래 대한민국 중산층의 기준 가운데 하나는 내 집 마련의 꿈, 중형 아파트다. “내 집이라지만 안방만 내 것이고 거실, 건넌방, 주방은 은행 거”라는 농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이 중산층의 기본조건에 요즘엔 ‘가계부채’라는, 무시무시한 뉘앙스의 단어가 붙어 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미국에서 벌어진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문제시되자, 시장경제론자들은 돈 없는 주제에 왜 빚내서 집을 샀느냐며 ‘대중들의 탐욕’이 더 문제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잘나갈 때는 모든 게 월스트리트 천재들이 개발한 최첨단 금융기법 덕이지만, 문제가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유행을 따른 ‘너희들’의 탐욕 탓인 게다. 그런데 이거 남 얘기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 해법이란 결국 열심히 돈 벌어다 그 돈 은행에 가져다 바친 죄밖에 없는 ‘우리’를 ‘능력도 없는 주제에 빚만 잔뜩 진 멍청한 대중’으로 규정한 뒤 더 가혹한 조건으로 돈을 갚거나 가진 물건을 내놓도록 하는 작업이니까. ‘부채인간’(마우리치오 라자라토 지음, 허경·양진성 옮김, 메디치 펴냄)은 이 문제를 다룬다.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 와중에 220여쪽의 짧은 분량의 책을 내놓은 심정은 애써 묻지 않아도 짐작된다.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정치 팸플릿으로 읽히길 원한다는 것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각국에 긴축재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벌거벗고 죽으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는, 채권국의 이익을 위해 채무국만 일방적으로 희생시키지 말라는, 채무국 국민을 놀고먹는 베짱이나 부도덕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분노와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이 정도면 정치 팸플릿으로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주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저자가 프랑스 현대철학 전공자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가 끌어다 대는 인물은 청년 마르크스에다 니체, 푸코, 들뢰즈, 가타리 같은 프랑스 현대철학 쪽이다. 엥? 늘 알쏭달쏭한 ‘설’(說)이나 풀어대는 프랑스 현대철학이? 하지만 이런 접근 자체가 아주 놀랍다거나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니체를 깊이 파고든 고병권 박사의 ‘화폐, 마법의 사중주’(그린비 펴냄), 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과 교수 제프리 잉햄의 ‘돈의 본성’(삼천리 펴냄)도 비슷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막스 베버 등 독일 사회학의 전통을 깊이 있게 소개해 온 김덕영 박사가 내년쯤 꼼꼼한 해제를 달아 선보일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도서출판 길 출간 예정)을 기다려 봐도 좋다. 이들 논의의 가장 큰 공통점을 뽑자면 화폐가 원활한 경제생활에 필요한 중립적 도구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부정한다는 데 있다. 이건 주류경제학이 상정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비판에 연결된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원시시대 물물교환의 필요성이 있었고 이게 누적되다 보니 자연스레 화폐가 등장했다는 입장에 선다. 그래서 그들은 고고학자가 파낸 패총 앞에서 주워든 조개껍데기로 성호를 그으며 “태초에 교환과 화폐와 시장경제가 있었나니, 아멘.”이라고 읊조린다. 화폐가 있는 곳이라면 시장경제가 존재했으리라는, 그래서 시장경제는 인간의 자연적 본성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주장도 빼놓지 않는다. 반면 철학이나 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교환의 필요성보다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는 사회의 권력관계에서 화폐가 생겨났다고 본다. 그러니까 ‘지배자의 권리-피지배자의 의무’는 곧 ‘채권-채무’ 관계이고 이 채무를 객관적으로 표시해 둔 것이 바로 화폐라는 것이다. 거칠게 말해 생선 10마리와 사과 50개의 교환을 좀 더 편리하게 하려고 조개껍질 10개를 쓰는 게 아니라 “너는 나에게 생선 10마리를 빚졌다.”는 채무자의 책임을 기록해 두기 위해 조개껍질 10개를 썼다는 것이다. 화폐를 단순한 교환도구로 여기는 주류경제학적 관점에 대해 이들은 문화인류학적 연구 성과가 충분치 않던 시절 애덤 스미스를 비롯한 고전경제학자들이 제멋대로 추론한 것을 아직까지 진실로 믿고 있다고 비판한다. 여기에서도 의문이 생긴다. 말 안 들으면 두들겨 패면 되지 귀찮게시리 왜 채무를 갚으라는 방식을 썼을까. “부채는 단순한 경제적 장치에 그치지 않으며 피통치자 행동의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하는 통치의 안전기술 중 하나”란다. 즉 채권-채무관계란 “부채를 상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으로써 미래를 담보”로 잡는 행위다. 이를 통해 “현재의 행동과 미래의 행동 사이의 균형을 예측, 계산, 측정”할 수 있다. 이는 곧 윤리의 문제로 도약한다. “도덕성, 의식, 기억을 갖춘 일종의 주체성 구성에 관한 윤리-정치적 과정의 존재”가 있고 나서야 비로소 채무자, 그러니까 ‘호모 데비토르’(Homo Debitor·부채인간)가 탄생한다. 그러니까 빚졌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허리띠를 졸라매 그 돈을 갚아 나갈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중간에 딴생각 품지 않고 오랜 기간 열심히 노동에 매진하는 이들을 모범적이고 착실한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권력작용인 셈이다. 그래서 “복지국가에 대한 신자유주의 프로그램의 전략적 과정” 1단계는 “사회적 권리를 사회부채에 의해 점진적으로 대체시키는 작업”이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집 사고 교육시킬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과 방해작업이다. ‘이건희 아들에게까지 공짜 밥 먹일 필요가 있겠느냐.’거나 ‘복지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면서 복지수급자를 사기꾼으로 은근히 몰아가는 전략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다음 단계가 이 “사회적 부채를 사적 부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제 국가 지원은 없으니 각 개인은 자신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받아 해결해야 한다. 이는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 자들을 채무자로 변환”하는 작업이다. 니체, 푸코, 들뢰즈의 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이쯤이면 그들의 냄새를 충분히 맡을 수 있을 것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우리 10년을 되돌아봐도 된다. ‘부자되세요’를 외치면서 펀드니 연금이니 뭐니 해봤지만 남은 것은 “대다수 국민의 채무자화, 주식배당에서의 소액주주화”뿐이다. 그렇기에 저자는 “우리의 지갑을 짓누르고 우리의 주체성을 조종하며 포맷하는” 부채사회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우선 “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것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권력장치의 문제임을 기억”하고 “우리를 가두고 있는 담론 및 부채의 도덕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사설] 소녀 성폭행범에 징역 99년 선고한 美 법정

    최근 미국 텍사스주 법원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11세 소녀를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살 청년에게 징역 99년을 내렸다. 검찰은 재판에서 “짐승에게 결코 자비를 베풀지 말라. 그래서 또 다른 소녀가 성폭행당하는 일을 막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미국 법정의 이 같은 엄중한 선고가 결코 남의 일 같지 않고, 가슴 깊이 공감의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잠자는 7세 어린이를 이불째 들고 가 성폭행하는 등 최근 잇따른 반인륜적 성범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에 대해서는 살인죄에 버금가는 강력 범죄로 규정해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 플로리다주 등 6개 주는 사형, 다른 주는 25년형에서 종신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한다. 프랑스는 최소 20년 이상 중형, 영국·스위스는 종신형, 중국은 14세 이하 어린이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사형에 처한다고 한다. 평생 감옥에서 썩도록 해 사회와 영구 격리조치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나영이 사건’의 조두순에게 징역 12년형이 선고되는 등 하나같이 솜방망이 처벌이다. 해마다 성범죄가 늘어나고 범죄 수법도 갈수록 엽기적이고 흉악해지는 데 반해 법원은 온정적 판결로 국민들의 정서는 물론 세계적인 흐름에도 역류했던 것이다. 법원은 성범죄자가 초범으로서 반성한다거나,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거나, 혹은 음주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등의 갖가지 이유를 들어 형을 낮춰줬다. 그러다 보니 성범죄자의 절반 가까이는 집행유예로 풀려나 아예 감옥에 가지도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와 그 가족들 입장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범죄자의 특성상 재범들이 많은데도 이들에 대한 느슨한 법 제재로 결국 우리 사회가 성범죄자들을 양산한 꼴이다.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한치의 온정도 베풀지 않고 강력히 처벌하는 무관용의 원칙이 필요하다.
  • Rock, ‘차르’에 물 먹이고 ‘자유’에 불 붙이다

    Rock, ‘차르’에 물 먹이고 ‘자유’에 불 붙이다

    ‘푸틴을 비난한 죄’로 러시아의 여성 5인조 록밴드 ‘푸시 라이엇’ 멤버들에게 징역2년형이 선고됐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50여년 만에 서구에서 러시아로 옮겨간 록의 저항정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암흑시대인 중세에서 해방의 시대인 근대로 넘어간 계기는 ‘교회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러셀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대해 ‘유럽과 달리 러시아에서는 교회가 국가에 굴복해 버렸다.’며 이처럼 교회 등 견제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차르’가 무제한의 전제 군주가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근대 발전사에서 유럽에는 있었지만 러시아에는 없었던 견제장치로 ‘교회’를 꼽은 것이다. 러시아 대선을 3주 앞둔 지난 2월. 러시아 정교회는 3선에 나선 블라디미르 푸틴(60) 총리에 대해 ‘그가 12년간 러시아를 통치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적’이라고 찬사했다. 러시아 인구의 70%가 정교도로서 사실상 국교와 다름없는 정교회의 지지를 얻는 것은 대선 후보로서 당선 확인 도장을 받은 셈이었다. 키릴 대주교는 이전에도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는 혼돈의 상태였으나 신과 현명한 지도자들의 도움으로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며 노골적으로 푸틴을 지지했다. 이때, 이 같은 러시아의 뿌리 깊은 악습인 ‘정교 유착’을 향해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은 한 무리의 여성들이 나타났다.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펑크록 그룹 ‘푸시 라이엇’은 정규 앨범 하나 내지 못한 무명 그룹이었지만 살아 있는 권력(푸틴)과 자본에 무릎 꿇은 교회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의 칼을 빼든 공로로 일약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록밴드로 거듭났다. 러시아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월 21일, 푸시 라이엇 멤버 5명은 복면을 한 채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의 정교회 사원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라고 노래했다. 이그재미너 닷컴은 이들의 노래가 ‘성모에게 페미니스트가 되도록 간청하는 기도’라고 해석했다. 또 가사 중 ‘제길, 제길, 망할 신이여’라는 부분은 ‘정교회가 하나님 대신 푸틴을 믿는 현실을 암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소한 도발을 넘어 러시아 기득권층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의 게릴라 콘서트는 교회 경비원의 제지로 1분 만에 무산됐지만, 동영상이 유튜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마돈나와 스팅, 폴 매카트니 등 세계적인 톱 가수들이 이들의 석방을 촉구했고,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반(反)푸틴 시위대가 세계 각지에서 집회를 열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대중음악 비평가인 랜들 로버츠는 러시아 5인조 복면 록밴드의 등장을 ‘1970년대 실업으로 좌절한 영국 청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저항의 힘을 불어넣어 준 섹스피스톨스의 재현’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1976년 런던에서 결성된 4인조 밴드 섹스피스톨스는 당시 실업 등 벼랑 끝에 내몰린 젊은이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기에 혜성처럼 나타나 자본주의, 국가관 등의 기존 가치관에 돌을 던졌다. 이들은 특히 템스강에서 퀸엘리자베스 호를 타고 영국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며 여왕과 영국의 위선을 마음껏 조롱하고, 의사당 앞에서 광란의 공연을 펼쳤다. 이는 펑크록의 대표적인 저항 사례로 평가된다. 푸시 라이엇에 대한 유죄 선고는 펑크록의 정신이 세계 어디서나 언제든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펑크록이 독재정부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이번 사태를 ‘푸시 라이엇 현상’으로 명명한 뒤 “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어젠다를 더욱 응집시키면서 결국 러시아를 완전한 자유의 나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들을 계기로 러시아 중산층이 그동안 자신들을 대표하지 않았던 푸틴 정권을 향해 억눌려 왔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더 많이 뛰쳐나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시론] 오늘날 축구 경기장에선/정윤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시론] 오늘날 축구 경기장에선/정윤수 스포츠 칼럼니스트

    오늘날 축구장은 장외의 모든 분노와 증오가 폭발하는 화약고로 차츰 바뀌고 있다. 지역 라이벌전이나 역사적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 간 경기에는 반드시 경찰과 안전요원이 배치되고 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대형 오페라 공연에는 친절한 미소를 띤 진행요원으로 충분하지만, 국가 간 축구 경기는 진압장비까지 갖춘 경찰력이 없으면 진행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축구장이란 이름의 화약고는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손꼽힌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의 상징인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자신들을 억압했던 카스티야 왕조의 레알 마드리드를 맞이하여 ‘카탈루냐는 스페인이 아니다’는 구호를 경기장 안팎에 써놓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항만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보카주니어스와 부자들의 클럽 리버플레이트가 계급 투쟁을 치른다. 터키에서도 유럽에 속하며 중산층을 대변하는 갈라타사라이와 아시아에 속하며 노동자의 클럽인 페네르바체가 오랜 전쟁을 치러왔다. 평화로워 보이는 네덜란드도 부자 도시 암스테르담의 아약스와 노동자 세력이 주축인 로테르담의 페예노르트가 맞붙을 때에는 수천명의 경찰이 기차역에서 경기장까지 두 팀의 팬들을 원천적으로 격리시킨다. 이러한 상징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월 이집트 리그에서는 70여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외신에 따르면, 경기 결과에 흥분한 팬들의 난동이 아니라, 민주화에 반대하는 수구세력이 경찰의 묵인 아래 조직적으로 축구장에 난입해 저지른 폭력 사태였다. 유럽의 축구장도 이상한 열병에 사로잡히고 있다. 지금 유럽은 위기 상황이다. 유로화는 균형을 잃었다. 경제 위기에 따라 비유럽계 이민자를 향한 악감정도 늘고 있다. 서유럽보다 사회 안전망이 부실하고 문화 격차가 큰 동유럽에서는 극우 패권주의가 발호하고 있다. 내부의 문제를 인종차별이란 예민한 감정을 이용하여 외부를 향해 폭력적으로 발산하려는 의도가 늘고 있다. 영국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불평등을 양산하여 대규모의 불안정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불만의 감정을 응집시키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민족주의다. 홉스봄은 ‘세계화, 국가 정체성, 외국인 혐오증’이란 세 가지 상극 관계가 민족주의를 발판 삼아 축구 경기에서 폭력적으로 표출된다고 분석한다. 2010년 12월,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 스파르타크의 팬이 카프카스계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일이 있었다. 곧 러시아 극우민족주의자와 무슬림 소수민족 카프카스계의 거센 충돌로 번졌다. 신나치파와 인종주의 단체들이 축구팬과 연계하거나 일부 팬들마저 패권적 열병에 사로잡혀 발생한 사태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경기장에서 정치적 슬로건을 금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적인 혼돈은 격렬한 시위로 나타나고 이는 경찰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회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대규모 야외 공간으로 축구장만 남는다. 그 축구장에서 정치, 인종, 지역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 곧장 경기장은 폭력의 장이 되고 만다. 박종우 선수는 이런 경우와 전혀 다르다. 승리의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독도는 우리 땅’이란 ‘당연한 사실’을 표현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주장도 들려온다. 물론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FIFA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무리 보편타당한 것이라 해도 주장과 신념을 표출한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것이다. 축구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 간 경기가 숱하게 열린다. 일본이나 유럽으로 진출하는 선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세계 곳곳의 축구장에서 뛰게 될 우리 선수들은 축구장이 어떤 진공 영역이 아니라 다양한 감정과 격렬한 이념이 표출되는 공간임을 새삼 깨달을 필요가 있다.
  • [주말 영화]

    ●백만달러의 사랑(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보넷은 타고난 예술가로 고흐, 세잔과 같은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위조해 경매시장에 갖다 파는 것을 즐기며 살아 간다. 보넷의 외동딸 니콜(오드리 헵번·오른쪽)은 이런 아버지를 걱정하지만 위조 작품을 그리는 일에 매료되어 있는 아버지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보넷은 비너스 조각상을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힌다. 니콜은 그림은 위조가 가능하지만 조각상은 조각을 하는 데 사용했던 재질과 기술적 검증 등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진위를 가리기 때문에 위험한 짓이라고 말린다. 하지만 평소 보넷을 위대한 예술품 소장가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리몬트 박물관 관장은 비너스 조각상의 진위를 가리지도 않은 채 조각상을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해 놓는다. 그렇게 비너스 조각상이 처음 박물관에 전시되던 날, 보넷은 박물관의 비너스 전시 개막식에 참석하고 니콜은 집에 홀로 남는다. 그날 밤, 보넷이 그린 가짜 고흐의 그림을 훔치려는 도둑이 집에 든다. 니콜은 도둑을 협박하다가 그만 실수로 그에게 총을 쏘고 만다. ●천국을 향하여(EBS 토요일 밤 11시) 팔레스타인의 젊은 청년들은 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차별정책과 절대적 빈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자신의 온몸을 산화시켜 이스라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온 자이드와 할레드 역시 저항군 조직의 부름을 받고 기꺼이 순교자의 소명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막상 가슴에 폭탄 띠를 두르고 이스라엘로 향하던 두 청년은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죽음과 같은 삶을 사는 것보다는 영웅적인 죽음을 택해 천국으로 가고자 했던 그들. 끊임없이 죽이고 죽고,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이 저항방식에 대한 의문들이 그들을 주저하게 만든 것이다. ●모범시민(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에 의해 클라이드의 아내와 딸이 무참하게 살해당하고 만다. 범인들은 곧 잡히지만 담당검사 닉은 불법적인 사법거래로 그들을 풀어주고 만다. 이에 분노한 클라이드는 범인들과 그들을 보호한 정부를 향해 거대한 복수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10년 후, 클라이드 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 잔혹하게 살해되고, 그 살인범으로 클라이드가 지목된다. 이에 클라이드는 기다렸다는 듯이 순순히 유죄를 인정하고 감옥에 들어간다. 그런데 클라이드가 감옥에 수감되자마자 도시는 그가 경고한 대로 연일 처참한 살인사건과 대형 폭파 사건으로 혼란에 빠진다. 당황한 닉은 온갖 사법수단을 동원하지만 그의 거침없는 복수행각을 막을 수가 없는데….
  •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사랑스러운 살인마… 핏빛 끝장액션…상상 그 이상

    전 세계 장르영화의 축제인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오는 19일 개막한다.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47개국에서 총 231편의 다양한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매해 여름 오감을 자극하는 도발적이면서도 잔혹한 스타일의 영화를 선보여 온 PiFan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을 선사해 줄까. 박진형·유지선·홍보미 등 이번 영화제 프로그래머 3인과 함께 올해 PiFan의 경향과 프로그램 섹션별로 꼭 봐야 할 추천작 12편을 꼽아 봤다. 금기에 도전하다 올해는 PiFan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시켜 주는 금기에 도전하는 강력한 영화들이 부쩍 늘었다. 무제한으로 성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정신과 신체를 넘나드는 극단의 폭력, 영화 내내 유혈이 낭자한 고어 영화 등 어느 분야든 끝을 보고야 마는 치밀하고 치열한 영화들이 영화제를 장식한다. ▲인브레드<금지구역 섹션>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들이 근친상간으로 태어난 변종 인간들의 고문을 피해 사투를 벌인다. 한 편의 핏빛 오페라를 보는 듯 한 웰메이드 액션 고문 퍼포먼스.(박진형) ▲클립<금지구역> 질풍노도의 성장기를 겪는 야스나는 좋아하는 소년을 위해서라면 말 그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당돌한 소녀다. 소녀의 성장기와 세르비아 사회의 역동성이 하드코어에 가까운 대담한 영상에 펼쳐진다.(박진형) ▲인간지네2<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섹션> ‘인간지네’ 영화에 푹 빠져 인간지네를 만들고 싶어 하던 마틴은 사람들을 납치해 검은 욕망을 시도하기 시작한다. 14회 PiFan ‘인간지네’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10명이 지네로 둔갑한다.(박진형) ▲어느 프랑스 가족의 섹스 연대기<금지구역> 프랑스 소도시에서 3대가 오손도손 살아온 가족에게 찾아온 위기란 바로 섹스. 이제 할아버지에서 손자에 이르기까지 섹스에 대한 세대별 비밀일기가 펼쳐진다. 프랑스 판 19금 전원일기?(박진형) 장르와 장르의 결합 PiFan이 장르영화제이지만 화제작들을 살펴보면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하기가 어렵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장르 교범에 충실하던 영화를 넘어 호러와 코믹을 섞거나 스릴러의 소재들을 잘 결합해 독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코미디, 호러, 퀴어, 판타지, 로맨스, 가족드라마, 사회물 등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였지만 오히려 장르적인 쾌감은 더욱 커졌다. ▲그래버<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아일랜드의 외딴 섬마을을 습격한 치명적인 괴물, 그래버. 괴물의 약점이 알코올인 것을 알아낸 섬 주민들은 그래버를 죽이기 위해 뱃속과 물총을 독한 술로 잔뜩 채우고 출격한다. 할리우드 괴수물에 비해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가 가미된 색다른 재미가 있다.(홍보미) ▲잠자는 에디를 조심하세요<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잘나가던 예술가 라스가 얼떨결에 맡게 된 덩치 큰 자폐아 에디에게는 위험한 비밀이 있다. 바로 잠들면 사람 먹는 살인마가 되는 몽유병에 걸린 것. 유혈이 낭자한 장면에도 불구하고 밝고 경쾌한 코미디 톤으로 사랑스러운 식인마를 보여 준다.(홍보미) ▲레드 주식회사<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영문을 모른 채 지하 회의실에 갇힌 여섯 사람, 그리고 그들을 고문하는 인사 담당. 업무수칙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신체절단의 문책이 뒤따른다. ‘쏘우’와 ‘큐브’를 잇는 완성도 높은 밀실 호러.(박진형) ▲좀바딩 제1탄:레밍턴의 저주<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시골청년 레밍턴은 어느 날 갑자기 게이로 변하고 마을에서는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퀴어, 판타지,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비벼 놓은 이 작품은 필리핀에서 비평과 흥행 모두 성공한 수작.(유지선) 원작의 무한변신 이제 소설이나 만화, 영화, 게임은 서로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유명 만화는 영화로, 소설은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여 원작의 재해석은 물론 시각적인 즐거움을 제공한다. 원작보다 더욱 더 짜릿하게 찾아온 영화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이번 영화제의 재미. 또한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에서는 올해 ‘원 소스 멀티유즈’ 포럼을 통해 웹툰 등 다양한 원작이 영화화되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고찰한다. ▲아이와 마코토<폐막작> 아이는 마코토를 위해 무엇이든 다 하려 하지만,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한 마코토의 방황은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가 위험에 처하게 되고 그녀를 위한 마코토의 싸움이 시작된다. 동명의 만화를 영화로 옮긴 미이케 다케시의 사랑과 진실에 관한 지극한 헌사.(유지선) ▲제25제국<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고전 SF 소설 ‘내일은 5만년 후’가 원작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5만년 전 과거로 향하는 세계 2차대전 연합군 특공대의 모험을 그렸다. 나치, 타임머신, 괴물, 로봇, 동성애 등 장르영화의 애장품이 모두 나오는 B급 장르영화 종합선물세트.(홍보미) ▲프로디지 3D<애니판타> 남들과 다른 능력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가진 짐보는 자신과 같은 영재들을 모으지만, 사회의 편견에 분노한 아이들은 세상을 뒤엎을 음모를 꾸민다. 1981년 동명의 베스트셀러 만화를 원작으로 한 3D 애니메이션.(박진형) ▲자살가게 3D<스트레인지 오마주> 삶에 대한 의욕도 희망도 없는 우울한 도시에서 자살에 필요한 용품을 파는 가게 주인이 아기를 갖게 되면서 삶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파트리스 르콩트가 선사하는 환상의 애니메이션.(홍보미)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주말 영화]

    ●룩 앳 미(EBS 토요일 밤 11시) 스무 살 롤리타(마릴루 베리)는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한 뒤, 유명 작가인 아버지 에티엔과 젊은 새엄마 카린, 다섯 살 난 여동생과 살고 있다. 그녀는 롤리타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뚱뚱하고 예쁘지 않은 외모로 자신감이 없고, 세상에 불만도 가득하다. 그런 롤리타에게 가족도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 주지 못한다. 게다가 아버지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롤리타는 신물이 난 터다. 우연히 알게 된 청년 세바스티앵이 자신에게 보이는 관심도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롤리타. 삶의 유일한 즐거움이 노래인 롤리타는 아마추어 성악가들과 성당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준비한다. 한편 레슨 교수인 실비아는 그간 별 관심이 없던 제자 롤리타의 아버지가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에티엔 카사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는 신예 작가인 남편 피에르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기대 속에 태도가 돌변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비아는 롤리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독립영화관-청춘 그루브(KBS1 토요일 밤 1시) 리더 창대, MC 민수, 보컬 아라로 이루어진 램페이지스는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잘나가던 3인조 힙합그룹이었다. 하지만 민수가 음반기획사에 캐스팅되자, 팀에 분열이 일어나 해체하게 된다. 그로부터 3년 후 창대는 초라한 자신과는 달리 잘나가는 스타가 된 민수의 모습을 TV에서 보게 되고, 다시 한번 분노의 재기를 꿈꾼다. 한편 민수는 3년 전 자신이 등장한 S동영상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다시 창대와 아라를 찾게 된다. 영화는 극 중 언더그라운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3인조 힙합그룹 램페이지스 멤버들이 해체된 뒤 숨겨진 영상이 유출되는 사건으로 인해 재회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다. 또한 국내 최초 언더그라운드 힙합을 소재로 실제 힙합 신을 리얼하게 그려낸 작품이기도 한데…. ●거친 녀석들(OBS 일요일 밤 11시 25분) 치과의사인 더그와 슈퍼모델 부인을 둔 돈 많은 우디, 마누라 바가지에 폭발 일보직전인 보비, 그리고 여자친구 하나 없는 소심남 더들리는 주말마다 바이크를 타고 도시 근교로 나가는 게 유일한 낙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음식조절을 해야 했던 더그는 인내심의 바닥을 드러낸다. 또 남부러울 것 없던 우디는 하루아침에 파산하게 된다. 여기에 삶 그 자체가 고역인 보비와 더들리가 합세하며, 위기에 몰린 네 명의 아저씨들은 잠시나마 자유를 만끽하게 위해 장거리 바이크 여행을 감행한다. 휴대전화도 버리고 지질한 일상도 버리고 거침없이 도로를 질주하던 네 명의 중년 바이크족들은 작은 마을의 술집에서 폭주족 갱단 델 퓨에고스와 마주치게 된다.
  • “임, 변절 발언 해명하고 진실된 사과 보여 달라”

    “임, 변절 발언 해명하고 진실된 사과 보여 달라”

    “거짓이 아닌 진실된 사과를 보여 달라.”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4일 탈북자와 자신에 대한 폭언으로 물의를 빚은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에게 던진 말이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과라는 건 진실이 기반돼야 의미가 전달되는데 임 의원의 사과는 진실됐다고 볼 수 없다.”며 거듭 해명을 요구했다. 하 의원은 특히 “나 개인보다 탈북자에 대해 왜 변절이라 했으며 누구를 변절한 것인지를 명확히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이번 파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한 임 의원의 설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임 의원의 취중 발언 중 나를 비난한 맥락은 내가 그동안 탈북자들을 돕는 북한인권운동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즉 처음에는 내가 변절자인 탈북자들을 지원했다고 비난해 놓고 오후 보도자료에서는 내가 새누리당에 갔기 때문에 변절자라고 말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전날 오전 11시에 임 의원에게 받은 해명 전화에서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하 의원은 이어 “내가 새누리당에 갔기 때문에 변절자라고 했다면 그날 새누리당 얘기가 나왔어야 했는데 전혀 없었다.”면서 “나를 희생양으로 삼아 자신의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정치성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요셉씨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당시 상황을 두고도 “임 의원이 격앙됐던 이유는 백씨의 총살형 발언 때문이 아니라 그 학생이 탈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탈북자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비판했다. 하 의원과 임 의원은 1990년대 중반까지 민주·통일 운동을 함께했던 ‘동지’였다. 두 의원 모두 86학번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살이를 한 점도 같다. 임 의원은 1989년 학생 신분으로 세계청년학생축전 참석차 평양을 방문했다가 3년 5개월 징역형을 받았고 하 의원도 1991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조국통일위원회에 있다가 밀입북 사건에 연루돼 감방에 다녀왔다. 두 의원은 1993년부터 고 문익환 목사가 운영하는 통일운동단체 ‘통일맞이’에서 만나 막역하게 지냈으나 문 목사가 사망한 뒤 1995년 하 의원이 북한인권 운동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됐다. 하 의원은 “그 뒤로 임 의원과 교류한 적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임 의원이 비판한 ‘전향’에 대해 하 의원은 “대한민국의 민주화 이후, 북한의 민주화와 인권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것이 진정으로 일관된 삶이라고 자부해 왔다.”면서 “오히려 지금 이 순간까지 북한의 3대 세습과 인권 참상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국내 종북세력이야말로 역사와 조국을 배신한 변절자”라고 반박했다. 하 의원은 임 의원의 재사과 여부를 지켜본 뒤 향후 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 [Weekend inside] “긴축은 실패했다” 스페인 분노의 시위 재점화

    [Weekend inside] “긴축은 실패했다” 스페인 분노의 시위 재점화

    지난해 5월 15일. ‘분노한 사람들’(로스 인디그나도스)이라는 청년 시위대가 스페인 거리를 점령했다. 성난 젊은이의 역습이었다. 경제·재정위기 여파로 청년실업률은 40%를 웃돌았고, 긴축정책 탓에 서민뿐 아니라 중산층의 희생이 가중됐다. ‘청년층의 반란’으로 집권 사회당이 몰락한 틈을 타 마리아노 라호이(57) 국민당 당수는 승자가 됐다. 그러나 총리 자리는 ‘독이 든 성배’였다. 재정 위기 속에 긴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변화를 기대했던 청년층과 노동자의 바람은 분노가 돼 라호이 총리를 겨누기 시작했다. 1년 전 유럽 전역으로 옮겨 붙었던 분노의 불길이 재점화할지 주목된다.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 긴축 정책을 철폐하라.” 1년 만에 스페인의 ‘분노 시위대’가 다시 거리로 나섰다. 라호이 정부에 5개월간 기회를 줬지만 긴축 이외에 별다른 경제위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대학생 수백명이 거리시위를 벌였고, 수많은 고등학생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12~15일에는 노동계 등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그리스 총선 이후 스페인 등 남유럽국 경제가 다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라호이 총리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놓였다. 스페인 시위대는 “라호이 정권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났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권이 바뀐 뒤 사정이 더 나빠졌다고 여긴다. 라호이 정부가 매주 금요일 긴축정책을 1개 이상씩 내놓으면서 학생들의 어려움은 더해지고 있다. 교육 지원금이 깎여 대학 평균 등록금은 1000유로(약 150만원)에서 1500유로(약 220만원)로 급등했고 교사 연구비는 삭감됐으며 중·고교 학급당 학생 수도 크게 늘었다. 심지어 일부 공립학교에는 화장실 휴지 사용을 줄이라는 공문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실업률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된 것도 민심을 들끓게 한다. 올해 1분기 실업률은 24.4%로 지난해 평균(21.5%)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은 52.0%로 더 심각했다. 시위대의 빅토르 안드레우(21)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마당에 수천만 유로를 은행에 빚질 순 없다.”며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긴축정책을 싸잡아 비난했다. 하지만 라호이 총리는 긴축은 불가피하다며 당혹스러워한다. 재정적자를 유럽연합(EU)과 약속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3%로 맞추려면 올해에만 재정적자를 300억 유로(약 44조원) 이상 줄여야 한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 각국에서는 누가 정권을 잡든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결국은 폭탄 돌리기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스페인의 경제위기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경제 체질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여서 단시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제조업보다 건설업과 관광업 등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 경제를 지탱했는데 이들 산업은 2008년 세계 경기침체 때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또 ▲은행권의 부실 ▲부동산 가치 하락 ▲지역 경제와의 마찰 등도 라호이의 중앙정부를 괴롭히는 3대 악재라고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위기의 라호이 정부가 국민적 불만을 달래려면 현재의 긴축 일변도 노선을 수정해 성장에 좀 더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성장을 강조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새 대통령과 긴축을 역설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15일 첫회담을 갖고 합의점을 찾으면 스페인 정부도 정책적 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모순된 사회 ‘지존파’는 살아있다

    모순된 사회 ‘지존파’는 살아있다

    “90년대는 80년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시대죠. 잘살아보세라든지, 독재 타도라든지, 이렇게 우리를 하나로 묶는 구호가 사라진 시대예요. 젊은 세대에겐 소비 자본주의나 빈부 격차가 보였죠. (중략) 오렌지족이니 야타족이니 졸부니 하는, 그런 작자들이 주범으로 보였죠. (중략) 그 무렵 하층계급의 20대들은 박탈감에 젖어있었어요.”(288쪽)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있는 스릴러 장편소설 ‘1994년 어느 늦은 밤’(네오픽션 펴냄)을 최근 펴낸 작가 유현산은 1990년대를 소설 속의 심리학자 이남훈의 입을 통해 그렇게 규정했다. 연세대 노어노문학과 92학번으로 1990년대를 살아낸 작가 유현산에게 1990년대는 이른바 386세대라는 운동권의 ‘후일담’적 시각이나 대중문화가 꽃피기 시작한 풍요로운 시대라는 노스탤지어적 관점으로 볼 수 없었다. 그에게 1990년대는 지존파, 막가파, 영웅파 등 조직들의 ‘묻지마 살인’ 사건들이 시대를 뒤흔드는 시기였다. 소설은 19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을 강조하며 취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랜 군사독재를 마감하고 문민정부가 시작되는 그 순간 국민의 마음에 ‘신한국’이란 오색영롱한 희망이 피어올랐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달동네로 쫓겨 가야만 했던 신정동 등 서울의 빈민촌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희망이란 애초부터 없다. 그리고 오색찬란한 희망을 비웃듯 1년 뒤인 1994년 잔혹한 살인극을 벌인 지존파 사건이 터진다. 이들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1988년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지강헌의 유훈을 따르고 있었다. 작가 유현산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스릴러 소설을 쓰는 사람의 방식으로 역사적 맥락에서 1990년대를 이해하고자 했다.”면서 “분노, 불안, 공포가 임계점에 달했던 그 시대와, 지존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로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소설에서 “나는 보았다. 인간이 어떻게 악마가 될 수 있는지를, 꿈에서조차 승리의 희망을 품지 못하는 패배자들이 어떻게 세상에 복수하는지를, 더 나은 세상은 불가능하다고 믿는 20대들이 어떻게 자신과 세상을 난장판 속에 던져버렸는지를, 나는 보았다.”고 서술하고 있다. 스릴러 소설이라고 규정했는데 공포감으로 등골이 서늘하기보다 민완기자의 르포를 읽는 듯 생생하다. 수해에 시달리고, 교사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생계에 찌든 부모 밑에서 1980년대를 살아가던 빈민가의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욱신욱신하다. 대학 학보사 기자를 거쳐 한겨레21 기자로 11년 동안 일했던 까닭인지 문장은 간결하고 사건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IMF 등을 거치면서 신자유주의가 휘몰아치고 양극화와 불평등이 기승을 부리는 2012년 현재에도 1990년대의 모순은 지속되고 있다고 작가는 진단한다. 그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조직범죄자들의 출현에서 시대적 맥락을 찾아 읽어냈다. 1987년 민주화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누구나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희망은 어느 순간 가진 것 없는 젊은이들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는 “1980년대 운동권이나 1990년대 범죄자들은 같은 문으로 들어가서 다른 문으로 나온 사람들”이라며 “불평등과 부조리로 가득 찬 모순된 사회에 대한 분노를 다른 방식으로 표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모든 것을 사회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범죄는 부조리한 사회가 낳은 사생아일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이 출판되기까지 유현산은 4~5년에 걸쳐 4개의 버전을 썼다고 한다.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공모도 해 보고 했지만 다 퇴출당하고, 3인칭에서 1인칭으로 시점을 바꾼 이번 버전이 세상에 나왔다. “1인칭으로 써서 불편한데다, 메시지가 앞선 나머지 복선이 부족하고, 매끈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유현산은 “문학청년은 아니었는데, 내 안에서 뭔가 말하고 싶은 것들이 고여 있었던 것 같다.”면서 “앞으로 조선족 범죄집단에 대해 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조선족이 우리 주변에 가득한데 그들은 지금껏 투명인간처럼 취급됐다가 영화 ‘황해’를 통해 존재를 드러냈다. 조선족 소설에서는 역사의 반복 같은 것을 통해 조선족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음주사고 후 친구 두고 도주 ‘20년형’

    지난해 5월 14일 새벽 3시 미국 메릴랜드주 더우드의 한적한 주택가.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과속하던 승용차가 비탈진 커브길에서 궤도를 벗어나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잠시 후 운전석에서 기어나온 청년이 숲 속으로 사라졌다. 경찰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조수석과 뒷좌석에 타고 있던 3명의 젊은이는 이미 숨져 있었고, 뒷좌석에 있던 한 명만 살아 있었다. 경찰은 탐지견을 풀어 여러 시간 동안 숲속을 뒤진 끝에 운전자를 붙잡았다. 체포된 운전자 케빈 코페이(20)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해 보니 법정한도의 2배가 넘었다. 22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날 한 차에 타고 있던 젊은이들은 모두 이 동네 명문 매그루더 고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입학한 부잣집 자녀들이었다. 이들은 밤늦도록 파티에서 술을 마신 뒤 귀가하는 길이었다. 뒷좌석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찰리 나딜라(19)는 경찰 조사에서 “코페이가 과속을 하길래 천천히 가라고 운전석을 잡고 흔들며 말렸는데, 사고가 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코페이는 운전석 에어백이 터지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검찰은 코페이가 음주운전을 한 것도 잘못됐지만, 사고 직후 아직 숨이 붙어 있었던 피해자 3명을 구조할 생각은 않고 달아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보고 재판에서 20년을 구형했고, 법원도 지난 1월 20년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이 선고 이후 평화롭던 이 마을에서는 코페이를 동정하는 여론과 비난하는 여론이 충돌하면서 주민들이 둘로 갈렸다. 사건 재심을 앞두고 코페이를 도우려는 주민들은 코페이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렸고 어머니는 유방암 치료 중이라 코페이가 부모의 간병에 꼭 필요하다며 판사에게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집단으로 제출했다. 반면 피해자들의 부모와 그들의 친구들은 “술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것도 잘못인데, 음주운전 처벌을 안 받으려고 죽어가는 친구들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느냐.”고 분노하고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9) 조광조와 중종

    [선택! 역사를 갈랐다] (9) 조광조와 중종

    조광조(호 靜庵·정암, 시호 文正·문정)의 일생은 짧고 격절(激切)했다. 1519년(중종14) 겨울, 전라도 능주에서 사약을 마시게 되었을 때 그의 나이 38세였다. 이 젊은 선비가 남긴 일화들은 금세 신화가 되었고, 후세는 그를 성리학의 순교자로 기억하였다. ●절명시 전승되는 그의 최후 장면은 장엄한 서사다. 그때 조광조는 서울에서 내려온 금부도사(禁府都事)를 정중히 맞이하고, “임금께서 죽음을 명하셨다면 반드시 죄명이 있을 것이다.” 라며 죄명을 물었다. 그런데 가져온 명령서에는 죄명이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을 대접하는 도리가 이렇게도 초라하단 말인가.” 라면서 “당장에 상소를 올려 바로잡아야 될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에 관한 일이라 그만둔다”고 훈계했다. 사약을 마시기 전에 조광조는 시 한편을 읊었다. “나라님 사랑 아버지 사랑하듯 하였소(愛君如愛父). 나라일 걱정 내 집안일처럼 걱정하였소(憂國如憂家). 밝은 해가 세상을 내리쬐시니(白日臨下土), 밝고 밝게 비추어 내 마음 아시리라(昭昭照丹衷).” 이 서사에는 세 가지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그는 만고 충신이며, 지순(至純)한 도덕군자이고, 세사를 초탈한 영웅이란 것이다. 이것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조광조에 대한 집단기억으로 정착되어 성리학자들 사이에서 끝없는 추모의 정을 불러일으켰다. ●기묘사화와 후세의 평가 정치가 조광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아쉬움으로 일관되었다. 학문이 완숙되기도 전에 정치에 뛰어들어 과격한 개혁을 추진하다 실패하였으니 안타깝다는 것이었다. 이이(1536~1584, 호 栗谷·율곡)는 “사람들은 입 모아 말하기를, 시기가 성숙하지 못한 탓으로 돌렸다.”라고 말했다. 조광조를 쓰러뜨린 것은 기묘사화(己卯士禍)였다. 그 시작은 1519년 11월 16일(음력) 아침이었다. 중종은 남곤, 심정 및 홍경주와 함께 정치적 소동을 일으켰다. 그들은 “사사로이 붕당을 지은” 죄로 조광조와 김정, 김식 및 김구 등 4명을 주범으로 몰았다. 윤자임, 박세희, 박훈 및 기준 등도 부화뇌동한 혐의로 엮였다. 붕당의 몸통으로 거론된 이들 8명은 당년 20~30대로,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각지로 유배되었다. 그들 대다수는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하였다. 문제가 된 자신의 정치행위에 대해 조광조는 “나라의 병통이 이원(利源)에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국가의 명맥을 영구히 새롭게 할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알다시피 사적 ‘이익’의 추구는 성리학의 금기사항이었다. 그런 점에서 중종반정 때 117명이나 되는 신하들이 마구잡이로 정국공신(靖國功臣)에 책봉된 것이 조광조 등의 입장에서 보면 큰 문제였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가 있는 76명의 공신칭호를 박탈하였다. 공신세력은 이에 분노했고, 중종은 반색하였다. 조광조 등이 숙청의 역풍을 맞은 것은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는 네 가지 사실이 가려져 있었다. 첫째, 사건의 총지휘자가 중종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훈구파의 우두머리라는 남곤이 실상은 공신이 아니고 사림파의 영수 김종직의 제자였다는 사실이다. 셋째, 조광조 일파의 정치적 성격은 다양해, 기준과 권전 등의 급진파가 있었나 하면, 김안국·김정국 형제 등 소극적 지지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끝으로, 조광조의 노선이 실은 선배 박경(?~1507)의 노선을 충실히 계승하였다는 점이다. ●조광조는 박경의 후계자 1507년(중종2) 박경 등의 역모사건이 발생하였다. 놀랍게도 조광조를 비롯해 그 동지 김식, 공서린 및 조광좌 등이 연루되었다. 주모자 박경은 사림파의 종장(宗匠) 김일손(1464~1498) 계열의 학자였다. 서얼이었던 박경은 정국공신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 변란을 꾀했으나 실패하였다. 몇 가지 주목할 점이 있다. 박경은 정치적 부패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중용’(中庸)‘대학’(大學)을 숙독하는 것이 제일”이라며 성리학의 근본가치를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과거제를 폐지하고 대신에 ‘향리 선거법’ 즉, 추천제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또한 관행에 구애되지 않고 인재를 발탁할 것, 특히 서얼과 종친에 대한 차별을 문제 삼았다. 청년 조광조 등은 박경의 견해에 공감하였다. 서얼과 종친에 관한 부분을 뺀 나머지 사항들은 고스란히 조광조의 개혁정치에 중심축이 되었다. 한마디로 조광조 등은 박경의 뜻을 계승하여 성리학의 이상을 추구하였던 것이다. ●조광조의 도학적 리더십 조광조가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된 데는 리더십이 큰 역할을 했다. 우선 그는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법 집행이 공정하였기 때문에 서민들의 지지가 컸다. 오죽했으면 조광조가 유배를 당하자 한성부 향도들이 들고 일어날 정도였겠는가. 그때 1000명이 넘는 유생들도 대궐에 난입해 조광조의 구명을 요구했다. 조광조는 소통에 능하였고, 그래서 동지들의 신뢰가 대단했다. 특히 김정 및 한충 등과는 큰 이불과 긴 베개를 펴놓고 함께 잠을 잘 정도로 가까웠다. 그들의 우정은 죽기까지 조금도 변치 않았다. 또한 조광조는 정치적 명분이 뚜렷했고, 모든 일을 끝까지 정열적으로 밀고나가는 사람이었다. 반대파에 대한 공격 역시 격렬했다. “벼슬을 얻으려고 애쓰거나 벼슬을 잃을까 걱정하는 무리들이 중요한 자리에 설 수 없게 되어, 겉으로는 칭찬하나 속으로는 욕하였다.”고 할 정도였다. 조광조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찬반 양편으로 갈라섰다. ●왕이 최고의 성리학자라야! 조광조는 요순시대의 재현을 확신했다. 1515년(중종15)의 증광문과시험 시권(답안지)에서 그는, 명도(明道)와 근독(謹獨)을 통해 황금시대를 복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가 펼친 이상(理想) 정치운동의 핵심은 왕도정치(王道政治)에 있었다. “임금은 하늘과 같고 신하들은 사계절과 같습니다.” 조광조는 이런 주장을 실천에 옮기기 위하여 왕을 만인의 스승, 즉 군사(君師) 또는 철인군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조광조는 중종에게 ‘근독’과 ‘명도’를 주문하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이상정치가 구현된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훗날의 예를 보아도 ‘군사’를 자처한 당대 최고의 석학 정조 때에도 요순시대는 재현되지 않았다. 그야 어떻든 조광조는 이상정치의 구현을 위해 중종에게 대학과 중용 공부를 강조하였다. 특히 대학을 중시하였다. “비록 대학 한 권밖에 없다 해도 (왕은) 정치를 해나갈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조광조는 ‘소학’도 높이 평가했다. “세종 때는 오직 ‘소학’의 도(道)에 마음을 썼으므로, 그 책을 널리 반포하였습니다.”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주희를 비롯한 송나라의 성리학자들도 이미 ‘소학’과 ‘대학’이 표리관계임을 말하였다. ‘소학’은 성리학적 행동규범을 가르치는 교과서요, ‘대학’은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의 길을 단계적으로 제시하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조광조는 성리학으로 새 세상을 열고자 하였다. ●인간적 삶이 평탄하지 못했던 중종 물론 조광조 등이 이념에만 매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실제로 공신세력을 약화시켰고, 현량과를 실시하고 향약을 보급하는 등 몇 가지 개혁안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그럼에도 기묘사화라는 역풍에 휩쓸려 좌초하였다. 조광조 등은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대세를 뒤엎지 못하였다. 왕권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종이었다. 인간적 삶이 평탄하지 못했던 왕은 누구든 불신하였다. 우선 자신을 추대한 반정공신들도 믿지 못했다. 사림파를 요직에 임명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림파라고 해서 중종이 끝까지 총애할 리가 없었다. 중종은 4년간의 정치적 밀월 끝에 결국 조광조를 배신하였다. 처음부터 중종에게는 이상정치의 구현이라는 바람이 없었다. “왕은 (경연에서) 몸이 피로하고 괴로워서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켜다가 고쳐 앉기도 하고 때로는 용상(龍床)에서 퉁 하는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조광조와 김식 등은 중종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종이 ‘소인’(小人)들에게 쏠리는 날이 올 것을 예측하였다. 특히 조광조는 자신들이 붕당(朋黨)을 만든 죄로 일망타진될 것을 내다보았다. 이러한 위험을 짐작하고서도 왕도정치의 길을 계속 걸어갔으니, 그들은 이상을 위하여 순교한 것이다. ●조광조의 유산 중종이 공신들의 품에서 벗어날 생각을 구체화한 것은 1512년(중종7년)쯤이었다. 부왕 성종이 사림파를 등용했던 것처럼 중종도 새 인물들을 찾았다. 그에 부응해 이조판서 안당이 조광조를 추천했다. 조광조는 동지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이상사회를 꿈꾸었다. 이성동 등 급진파는 삼정승까지 노골적으로 공격하며 개혁을 외쳤다. 왕과 공신들은 그들을 혐오하였다. 1519년 겨울, 그들은 사화를 일으켜 이상주의자들을 내쫓았다. 그러자 낡은 정치가 재연되었다. 중종은 외척과 권신들을 들였다 내쳤다하며 세월을 허비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선비들은 ‘불나비’ 조광조를 잊지 못했다. 그들은 조광조의 뒤를 이어 성리학 지상주의의 깃발을 더욱 높이 세웠다. 마침내 백인걸 등의 노력으로 조광조는 문묘에 배향되어 조선 선비들의 영원한 아이콘이 되었다. 신자유주의가 여기저기서 굉장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 본영인 미국 경제가 벌써 몇 년째 신음소리를 낸다. 스페인과 그리스 등은 아예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았다. 한국사회의 현안인 양극화와 청년실업의 문제 또한 신자유주의의 여파다. 그래서 지금은 근본적인 대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고식적인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 의미의 새로움이 요청된다. 우리가 조광조의 부활을 소망하는 이유다. 21세기의 그 개혁사상가는 구체제의 귀결인 지배와 종속의 갈등과 분열을 넘어 공존공생의 평화공동체를 일으킬 것이다. 착취와 오염으로 병든 생태계에 새 숨을 불어넣을 그의 출현을 기다린다. 백승종(마을공동체문화연구소 대표,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 바레인 F1 반대 시위자 숨진 채 발견

    세계적 자동차 경주인 포뮬러원(F1) 그랑프리 바레인대회 개막 직전 민주화를 요구하는 집회 참가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바레인에서 ‘아랍의 봄’ 시위가 재점화될지 주목된다고 AP와 BBC 등이 22일 보도했다. F1 개막 전날인 20일 대규모 시위가 열렸던 바레인 수도 마나마의 서쪽 샤쿠라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시아파 살라 압바스 하비브 무사(36)가 숨진 채 발견됐고,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바레인 내무장관이 밝혔다. 야당은 무사가 시아파 봉기의 시발점이 됐던 지난해 ‘2·14운동’을 이끌었던 유명한 활동가여서 보안당국의 표적이 됐다고 주장했다. ‘인권을 위한 바레인 청년협회’(BYSHR)는 F1 대회일을 “분노의 3일”로 표현하며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F1대회는 바레인 국민들의 피의 대가이며, 순수한 경기가 아니라 정치적 위장막”이라고 주장했다. 무사의 사망 발표 직후인 21일 시위대 수천명이 고속도로를 따라 수도 마나마로 행진, F1에 참가한 레이서들이 연습하는 바레인국제서킷에 접근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발생한 아랍의 봄 이후 14개월째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바레인에서는 최소 50명이 숨졌다. 계속되는 민주화 시위로 지난해 2차례의 FI 바레인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바레인 정부는 그러나 국내 치안질서를 회복했다는 자신감을 서방세계에 보여 주기 위해 올해 F1 개최를 강행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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