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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덜 욕망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강명구의 문화로 세상읽기] 덜 욕망하는 한 해가 되기를

    한 해가 밝았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과로사회, 피로사회, 분노사회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생각하면서 내가 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덜 욕망하기”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덜 욕망하는 한 해.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것을 누리고 대접받으면서 살아왔음에도 나는 여전히 더 많은 명예와 부를 누리고 싶어 한다. 논문을 발표하고 책을 쓰면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 주기를 기대했고, 그러지 않으면 실망을 넘어 원망을 한 적도 많이 있었다. 대학 안에서도 조그만 보직을 차지해서 힘을 행사하는 걸 즐겼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학생들에게도 가르친다는 미명 아래 그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나의 것으로 취한 적도 많이 있었다. 정년퇴임을 한 학기 남겨 놓은 지금의 시점에서도 여전히 그동안 누리던 명예와 영향력을 지속하고자 여러 모로 궁리하는 나 자신을 본다. 이런 염치없음을 부끄러워하기보다 솟구치는 욕망을 합리화하려는 유혹이 크다. 부와 명예, 권력은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싶어 하지만 가질 수 없고, 나만이 그것을 가지고 있을 때 부와 명예, 권력은 선망의 대상이 된다. 수많은 사람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일수록 그것을 차지한 자의 만족은 커진다. 그래서 욕망은 소유를 통해 성립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내가 더 가지고 있음을 통해, 경쟁을 통해 내가 가진 것이 우위에 있음을 통해 실현된다. 욕망하는 삶은 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시하는 삶이라 할 수 있다. 남의 시선을 따라 사는 삶이 속물적인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감추고 위장한다. 자주 ‘돈과 권력은 모두 부질없다’는 말을 달고 산다. 순자의 말처럼 “부자나 권력자가 되길 욕망하는가, 그렇다면 부끄러움이란 잊어야 한다.” 부끄러움을 잊으면 뻔뻔함으로 나아간다. 뻔뻔함과 후안무치. 뻔뻔함은 자신의 욕망이 다른 이에게 어떤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 되돌아봄이 없는 감정과 태도다. 가진 자들의 무자비한 갑질과 무례함, 권력의 테이블에 다가가려면 양심과 원칙을 기꺼이 팔았던 정치 엘리트들의 후안무치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다 욕망이 솟구치는 사회 안에서 가진 자들(나를 포함해)의 후안무치에 당면해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가진 자들의 배제와 무시에 화가 나서 혐오와 증오를 발산하는 길,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 자족하는 길.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증오범죄와 혐오표현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감정의 양극화가 일어나면서 가진 자들의 뻔뻔함에 대항해, 그들에 대한 불신을 넘어서서 분노와 혐오를 감추고자 하지 않는다. 자신을 삶의 현실로부터 후퇴시키는 극단적 포기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끝없는 경쟁의 사닥다리를 내려와서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천정부지 오르는 집값에 대응해 셰어하우스를 차리고, 나아가 대안 마을 만들기에 나선 청년. 10년 넘게 저임금과 비정규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열정을 좇아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미래 영화감독, 좋은 직장을 사직하고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났다가 여행작가가 된 사람, 빈곤한 이웃들의 질병 치료에 헌신하는 의사들 등등.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과 권력을 욕망하는 세태의 열차에서 내려 ‘나를 찾고’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타인의 시선이 만들어 내는 욕망에 갇히지 않고 자기 주도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젠 ‘남부럽지 않게’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나답게 사는 삶의 자유로움이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뻔뻔함과 혐오로 양극화된 감정 영역 사이에서 자신과 타인에 대한 사랑과 관심, 공감이 설 자리는 없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 자신을 포함해 덜 욕망하는 삶의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기원해 본다.
  • “서민 일자리 없는데 성직자만 배불러” 경제난, 이란 反정부 시위 불 당겼다

    “서민 일자리 없는데 성직자만 배불러” 경제난, 이란 反정부 시위 불 당겼다

    이란의 대규모 반(反)정부·반체제 시위가 겉잡을 수 없는 기세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시작한 시위로 2일 현재 최소 21명이 죽었다. 시위가 격화한 데에는 서방과의 핵합의(JCPOA)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척박한 생활에 대한 좌절감, 그 와중에 부를 독점하는 이슬람 성직자에 대한 불만, 만연한 부정부패, 정부 무능력에 대한 실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AFP통신은 지난 1일 테헤란에서 경찰관 1명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숨졌으며, 이로써 이번 시위로 지금까지 최소 13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로레스탄주 도루드 시위 참가자 2명이 군·경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이튿날에는 10명이 서부 토이세르칸 등지에서 군 기지와 경찰서를 점거하려다가 사살당하는 등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업률과 물가 상승에 대한 두려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삭감이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12월 10일 2018년 예산안을 제출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약 3000만명이 현재 받고 있는 정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된다. FT는 “수치상으로는 이란의 경제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란 시민들은 상황이 악화됐다고 느낀다”면서 “핵합의에 큰 기대를 품었지만, 일상은 여전히 어렵다. 실망만 더 커졌다”고 분석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한 이란인 교사는 “돈이 없어서 20년 넘게 탄 차를 최근 팔았다. 기름값이 오르면 다른 물가도 모조리 오를까 봐 걱정”이라고 FT에 말했다. CNN 역시 “이란인들은 2015년 이란이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과 핵합의를 체결한 이후 삶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또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인용해 “이란에 일자리가 없다. 15~29세의 청년 실업률은 24%를 훨씬 넘는다. 도시에 거주하는 청년과 여성 실업률은 더 높다”면서 “석유 산업과 관광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산업군의 형편은 더 나빠졌다”고 전했다. 미 컨설팅기업 유라시아그룹 클리프 쿱찬 회장은 “이란 정부의 예산안에서 종교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란인들이 여기에 분노한 것”이라면서 “핵합의로 얻은 과실로 일반 시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FT는 “(새 예산안으로) 한 유명한 강경파 이슬람 사제는 10년 전보다 8배나 많은 돈을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마크 두보비츠 회장과 레이 타케이 미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 공동기고에서 “이란의 이슬람 신권정치가 실정과 부패로 국민의 기대에 미달해 정통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두보비츠 회장 등은 “이란 성직자와 혁명수비대 등 국정을 장악한 보수파들은 한정된 국가 자산을 경제를 개선하는 데 쓰는 대신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시리아 등 대외 혁명 활동에 투입해 국민 생활을 핍박에 빠트렸다는 비난을 받는다”면서 “기대를 모았던 하산 로하니 정부마저 정치·경제 개혁에 대한 민중의 열망에 미치지 못하면서 이슬람 정권은 국민을 설득할 정치적 명분도, 요인도 상실했다. 최대의 난국”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경제난뿐만 아니라 정부의 무능함, 부정부패에 분노한 것”이라면서 “지난해 11월 대지진 이후 이란 정부는 무능력함을 여실히 보여 줬다. 이란인들은 이란 정부가 이란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12일 발생한 규모 7.3 지진으로 최소 530명이 숨지고 8000명이 다쳤다. CNBC는 “이번 시위는 주도세력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란 정부에 위협적”이라면서 “누구와 무엇을 협상해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1일 의회 수뇌부를 긴급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이란의 경제 상황은 어느 나라보다 낫다”면서 “비판과 반대는 옳은 일이지만, 바른 방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란 국민의 의지와 법에 반하는 구호를 외치고 이슬람혁명의 가치를 훼손하고 공공 기물을 손괴하는 일부 세력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로하니 대통령은 폭력 시위의 배후로 미국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를 지목했다. WSJ는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면 인권침해를 이유로 이란에 신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익명의 미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그분 뜻처럼… 99% 정직한 시민 편에 서겠다”

    “그분 뜻처럼… 99% 정직한 시민 편에 서겠다”

    “시민의식은 많이 성장했지만, 민주주의가 일상에 녹아들고 문화로 받아들이기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죠.”지난해 12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동진(57) 도봉구청장은 시민의 외침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지난해 촛불 혁명을 ‘성장한 시민의식이 후진적 권력을 깨뜨린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 구청장은 “1987년 6월 항쟁으로부터 30년이 지난 시점에 시민이 촛불을 들었다”며 “한 세대를 지나는 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시민의식이 상당히 성장했지만, 그에 비해 권력의 형태는 후진적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이 구청장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8년 ‘동일방직 똥물 사건’ 전단을 보고 처음으로 유신체제의 단면을 봤다. 그는 “동네 또래, 혹은 누나뻘 되는 사람들이 서울에 있는 공장으로 돈 벌러 갔었는데, 그들이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는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과거 전국민족민주연합(전민련) 사회부장 등으로 활동하며 민주주의를 부르짖던 청년이기도 했다. 그는 “너무 불의한 정권이었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분노가 있었다”며 “비단 나뿐 아니라 그 당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똑같이 느끼는 분노였다”고 말했다. 1980년대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 촛불 혁명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 구청장은 ‘절차적 민주주의’가 발전했다고 평했다. 그는 “80년대는 시위에 나서게 되면 상당한 희생이 뒤따랐기 때문에 자기 헌신, 결단이 필요했고 소수만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반면 촛불은 매우 평화적이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남녀노소 상관없이 동참하는 하나의 문화가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민주주의 지평이 과거보다 상당히 넓어진, 절차적 민주주의 발전이라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촛불 정신이 일시적 외침으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구청장은 “유럽의 민주주의는 수백년 동안 쌓여 왔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역사가 깊지 않기 때문에 일상에 녹아들어 관행화되고 문화로 받아들이는 점에서 아직 부족하다”며 “박근혜 정권의 탄핵과 새로운 정권의 출범으로 가장 큰 과제는 해결됐지만, 촛불 시민들이 외쳤던 다양한 욕구는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해마다 12월이면 이 구청장이 유독 그리워하는 인물이 있다.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고 김근태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다. 30일은 김 전 상임고문의 서거 6주기다. 이 구청장은 김 전 상임고문의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 구청장은 김 전 상임고문과 자신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김근태 의장은 학생운동이나 민주화 운동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던 인물이었고 저는 그분과 함께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 중에 한 명일 뿐”이라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나보다 훨씬 고통받고 심지어 목숨을 잃은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기가 계면쩍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김 전 상임고문을 존경하는 마음은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김근태 의장은 정치했던 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영혼이 맑은 사람’이라고 평가한다”며 “그런 부분이 가장 존경스럽고 그런 부분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항상 배우고자 노력한다”고 했다. 촛불 정신을 잇는 방법으로 김근태 의장이 이야기했던 ‘따뜻한 시장경제’, 경제민주주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전 상임고문은 생전에 “때로는 생활 때문에 절망하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성실하고 정직한 99%의 사람들이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구청장은 치열하게 학생운동을 한 과거가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그 당시 가졌던 생각과 가치관이 성장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며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충족될 수 있는, 내용적 민주주의가 성숙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로봇이 아니야’ 채수빈, 코믹 연기 포텐 터졌다 ‘유승호 멘붕’

    ‘로봇이 아니야’ 채수빈, 코믹 연기 포텐 터졌다 ‘유승호 멘붕’

    13일 방송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로봇이 아니야’(극본 김소로·이석준│연출 정대윤│제작 메이퀸픽쳐스)의 5회와 6회에서 채수빈이 유승호의 저택에 입성한 지 하루 만에 못 말리는 비글미 포텐을 터뜨려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극 중 채수빈은 열혈 청년 사업가 ‘조지아’로 분해 전 남자친구이자 천재 로봇 공학박사 ‘홍백균’(엄기준)의 제안으로 로봇 ‘아지3’를 대신해 ‘김민규’(유승호)와 한 집 살이에 돌입했다. 평소 사람과 접촉하면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탓에 혼자 조용한 나날을 보내던 민규는 지아의 등장과 동시에 벌어진 스펙타클한 일들에 혀를 내두르게 됐다고. 먼저 지아의 못 말리는 비글미는 유통기한이 지난 카레를 먹게 되면서 서막을 알렸다. 상한 카레를 두 봉지나 먹은 지아는 남몰래 아픈 배를 부여잡는가 하면 심지어 민규 앞에서 방귀를 뀌는 등 보는 이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어 화장실에 퍼진 냄새를 막기 위해 값비싼 향수로 청소를 하며 민규를 경악케 만들었다. 특히 민규에게 잔소리 폭탄을 받게 된 지아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향수로 청소하는 게 최신 유행이랍니다”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시청자들의 폭소를 유발했다. 지아의 비글미 넘치는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규가 15년 간 정성스레 쌓은 카드성을 무너뜨리며 대미를 장식했다. 로봇 청소기 선배를 도와 청소하라는 민규의 말에 심통이 난 지아는 분노의 청소를 하다 청소기로 카드성을 건드린 것. 뿐만 아니라 지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으로 민규와 백균에게 ‘예측불허 비글 망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되며 안방극장을 초토화 시켰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채수빈은 ‘로봇이 아니야’를 통해 오직 채수빈이기에 가능했던 깨발랄한 코믹 연기로 비글미 포텐을 터뜨리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킨 채수빈이 앞으로 드라마 속에서 보여줄 활약에 기대가 높아진다. 한편 ‘인간 알러지’로 연애를 해 본 적 없는 남자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로봇 행세를 하는 여자가 만나 펼치는 로맨틱코미디 ‘로봇이 아니야’는 오늘 밤 10시에 7회와 8회가 방송 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팔 ‘예루살렘’ 대치… “2명 총격 사망”

    이·팔 ‘예루살렘’ 대치… “2명 총격 사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선언한 데 반발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7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지구 헤브론에서 시위를 벌이던 팔레스타인 청년을 두 눈을 가린 채 연행하고 있다. 반미 시위대 2명이 이스라엘군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 가운데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이 고무총과 최루탄, 물대포 등으로 진압에 나서면서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만 최소 4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 정파 하마스는 8일을 ‘분노의 날’로 선포하고 ‘인티파다’(민중봉기)를 촉구했다. 헤브론 EPA 연합뉴스
  • 피하고 싶은 대작… 피 말리는 두 남자

    피하고 싶은 대작… 피 말리는 두 남자

    연말 극장전(劇場戰)이 후끈하다. 완성도를 떠나 대진운도 어느 정도 흥행을 좌우하기 때문에 개봉일을 놓고 막판까지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지곤 한다. 올해는 ‘신과 함께’가 넉 달이나 앞서 개봉일을 정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강철비’는 처음엔 ‘신과 함께’와 같은 날로 가닥을 잡았다가 일주일 앞당기며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와의 정면 대결을 택했다. 100억원 이상 투입된 한국 대작들의 대결 구도는 ‘정우성 대 하정우 대 하정우’, 또는 ‘웹툰 원작 대 웹툰 원작 대 현대사’로 요약된다.●정우성, 한반도 핵전쟁 다룬 강철비서 北요원 한반도 핵전쟁 시나리오를 정면으로 다룬 군사첩보 액션물 ‘강철비’는 오는 14일 개봉작.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라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한 북한의 권력 서열 1호가 남한으로 몰래 피신한다. 북의 쿠데타 세력은 전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하고 남한엔 계엄령이 선포된다. 이러한 일촉즉발 상황에서 핵전쟁을 막으려는 남과 북의 사투를 그렸다. 정우성이 권력 서열 1호를 지키는 북한 최정예 요원 엄철우를, 곽도원이 전쟁을 막으려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다. 데뷔작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양우석 감독이 4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2011년 양 감독이 스토리를 쓰고, 제피가루 작가가 그린 웹툰 ‘스틸레인’이 원작이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는 가정이 연재 도중 현실화되며 화제가 집중됐던 웹툰이다. 영화는 현재 시점에 맞게 각색됐다. 양 감독은 “한반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 중 가장 위험한 상황을 대입해 남북 관계를 좀 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며 “문제 해결에 상상력을 보태는 작품”이라고 말했다.●하정우, 웹툰 원작 ‘신과 함께’서 저승사자로 ‘신과 함께-죄와 벌’은 오는 20일 스크린에 걸린다. 저승에 온 망자가 사후 49일 동안 저승차사들의 안내를 받으며 7개의 지옥을 거쳐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린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이 원작이다. ‘국가대표’, ‘미스터 고’의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단행본 8권 분량이 2부작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제작 효율성을 위해 두 편을 동시에 촬영해 순차 개봉한다. 국내에서는 처음 있는 시도다. 지옥 세계를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준비 기간 5년에 촬영 기간 11개월, 총제작비 400억원에 연인원 1000여명이 참여했다. 19년 만에 지옥에 온 의로운 망자 자홍은 차태현이, 저승 삼차사 강림, 해원맥, 덕춘은 각각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가, 염라대왕은 이정재가 연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을 뽐낸다. 이미 뮤지컬로도 인기를 끈 작품이어서 영화화 결과가 주목된다. 김 감독은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의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재해석하는 등 관객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지옥 세계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하정우 ‘1987’도 주연… 김윤석과 재회 27일 스크린에 걸리는 ‘1987’은 우리 현대사의 물줄기를 바꾼 격동의 시기를 담았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해명으로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낸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서부터 독재 청산의 발판을 마련한 같은 해 6월 항쟁까지를 비춘다. 증거를 인멸해 사건을 덮으려는 경찰 대공수사처 박 처장(김윤석), 시신 화장을 거부하며 진실을 지키려는 서울지검 공안부장 최 검사(하정우), 스물두 살 청년의 죽음에 숨겨진 진실을 찾으려는 윤 기자(이희준), 사건의 책임을 지고 구속된 대공수사처 조 반장(박희순), 그를 통해 진상을 알게 된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한병용의 조카로, 재야 인사에게 진실을 전하려는 대학 새내기 연희(김태리)의 이야기가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거대한 물결로 모인다.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3주 앞두고 개봉해 그 의미를 더한다. 하정우와 김윤석이 ‘추격자’, ‘황해’에 이어 세 번째 연기 대결을 펼치는 것을 비롯해 여진구가 박종철 역으로 특별출연하고 설경구, 오달수, 김의성, 문성근이 카메오로 나서는 등 출연진 면면이 화려하다. ‘1987’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출연을 자처하는 배우들이 줄을 이었다는 후문.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만든 장준환 감독이 연출했다. 장 감독은 “온 국민이 주인공이 되는,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대작도 당연히 있다. 만년 흥행 기대작인 SF 판타지 ‘스타워즈’ 시리즈의 8번째 이야기 ‘라스트 제다이’가 14일 개봉한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머나먼 우주를 배경으로 선과 악, 빛과 어둠의 대결을 그린다. 한국은 개봉할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 광풍을 몰아치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을 알린 ‘깨어난 포스’(2015)가 세운 327만 명이 한국에서의 최고 성적. 데이지 리들리, 존 보예가 등 신세대들과 오리지널 3부작 주역들이 교차하고 있는데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인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가 ‘라스트 제다이’에서 본격적으로 얼굴을 비친다. 레아 공주를 연기한 캐리 피셔의 유작이기도 하다. ●휴 잭맨 ‘위대한 쇼맨’으로 뮤지컬 재도전 20일 개봉하는 ‘위대한 쇼맨’도 기대작이다. 591만명을 동원하며 뮤지컬 영화로는 국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으로 열연했던 휴 잭맨이 5년 만에 다시 뮤지컬 영화에 도전한다. 미국 쇼 비즈니스계의 전설적인 인물인 P T 바넘(1810~1891)이 서커스를 현대적인 개념의 엔터테인먼트로 발전시키며 지상 최대 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화려하고 역동적인 군무와 노래가 벌써부터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라라랜드’, ‘미녀와 야수’ 등 뮤지컬 영화가 흥행하며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장르가 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열린세상] 신분제 사회로 전락하는 징조들/오일만 논설위원

    [열린세상] 신분제 사회로 전락하는 징조들/오일만 논설위원

    공동체 사회를 무너뜨리는 최대의 위협 요소는 불공정이다. 그 공동체를 운영하는 방식이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상관없다. 반칙을 범한 사람이 잘 먹고 잘사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 공멸로 이어진다는 증거는 동서고금의 역사에 널려 있다. 자연 생태계도 그렇지만 인간 사회의 망조인 불공정의 첫걸음은 동종 교배에서 시작된다. 끼리끼리 울타리를 치고 구역을 정해 문을 닫아 걸어 놓고 그 안에서 주거니 받거니 기득권 보호에 열을 올리는 단계다. 기회의 공정성이 사라지니 사회 전체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실력보다 배경이 중요해지니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폐쇄적 온정주의가 판을 치게 된다. 소위 흙수저, 금수저의 계급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한된 종(種) 네트워크로 인해 결국 도태의 길을 가는 수순만 남았다. 한때 막강한 위세로 생태계를 교란했던 황소개구리의 개체 수가 전성기의 70% 이상 감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친 동종 교배에 따른 적응력과 면역력 약화가 주원인이다. 우리 사회가 ‘우물 안 황소개구리’의 신세로 전락하는 불길한 징조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국감 자료를 보면 서울대 교수 집단의 경우 모교 출신 비율, 즉 동종교배 비율이 무려 88%에 이른다. 고려대나 연세대 역시 60%를 넘나드는 수치다. 학부?대학원?박사 과정이 달라야 실력을 인정받는 선진국들의 이종교배 전통과는 사뭇 다르다. 폐쇄적 네트워크를 통해 부와 명예, 권력을 나눠 갖는 천민자본주의가 판을 친다. 청년들이 ‘헬 조선’을 부르짖는 근본적 배경이다. 문제는 불공정과 반칙으로 쌓아 올린 부와 명예, 권력이 당대에 그치지 않고 대물림되고 있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동종교배 이후의 필연적 수순이다. 최근 일어난 서울대 모 교수의 사건은 신분제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는 불길한 편린을 본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자신이 작성한 논문 43편에 아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올렸다. 3편의 논문은 아들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고등학교 1학년생이 아무리 뛰어나도 난해한 이공계 연구에 공동으로 관여했다고 보기엔 역시 무리다. 대학 진학 후에도 40편의 논문에 아들 이름을 올렸고 급기야 아버지의 추천으로 장학금까지 받았다고 한다. 아들의 미래를 위해 불공정한 방법으로 스펙 관리를 해 줬다는 것이 합리적 추론이다. 문제의 교수는 경찰의 내사를 받다가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한다. 얼마 전엔 한국을 대표하는 모 교회에서 담임목사직이 아들에게 세습된 사례도 있었다. 교인 수 10만명, 1년 예산이 10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교회다. 무슨 곡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3대 세습이 자꾸 떠올라 뒷맛이 개운치 않다. 평생 일군 부와 권력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건에서 보듯 결과적으로 모두의 공멸로 귀결된다. 반칙으로 얼룩진 대물림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로스쿨 제도나 공기업 채용 과정에서 목도한 숱한 취업 비리도 신분제 사회의 전조 현상이다. 유럽 국가나 미국 사회가 숱한 문제점에도 아직까지 선진국 소리를 듣고 경제적 번영을 유지하는 것은 불공정한 부와 권력, 명예의 세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배경이 없어도 능력만 있으면 먹고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여론조사가 봇물을 이루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 추운 겨울 광화문광장으로 몰려든 ‘촛불 분노’는 신분제 사회로 변질돼 가는 대한민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났다. 조각 과정에서 코드 인사와 인사 검증, 안보 문제 등으로 보수 언론들에 뭇매를 맞아도 7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현 정부가 잘난 탓이 아니다. 적어도 과거 정권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를 공정하게 이끌 것이란 기대와 믿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정한 대한민국, 법 앞의 평등이 헌법과 법률의 조문에서 뛰쳐나와 민초들의 일상에서 펄펄 살아 숨 쉬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oilman@seoul.co.kr
  • “시민혁명 이제 시작… 삶의 광장서 변화의 동력으로 밝혀야”

    “시민혁명 이제 시작… 삶의 광장서 변화의 동력으로 밝혀야”

    1년 전 ‘촛불집회’는 부정하고 무능한 정권 퇴진이라는 무거운 목표를 지향했다. 6개월간 23차례에 걸쳐 이어진 기나긴 싸움이었다. ‘집회’는 ‘축제’로 격상됐고 1700만개에 육박하는 촛불 민심은 마침내 정권 퇴진이라는 ‘촛불혁명’을 완성했다. 서울신문은 지난 25일 촛불집회 1년을 맞아 전문가들을 초청해 촛불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짚어봤다. 좌담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공동상황실장으로 촛불집회를 주도했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이 참석했다.→촛불집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혼자 나온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깃발이 뇌리에 남는다. 조직을 통하지 않은 개인들이 개성을 표출하면서 촛불이 다양해졌다. 집회가 문화적인 성격을 띠게 되면서 시민들이 즐길 수 있었다. 오만한 권력에 분노했지만 즐겁게 싸웠기에 평화 집회의 기조가 이어졌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오래된 ‘깃발 논쟁’이 문화적으로 위트 있게 정리됐다. 그동안 집회에서 사회운동 단체의 깃발을 내리라고 항의했던 시민들이 이번에는 유독 스스로 깃발을 만들어서 나왔다. ‘장수풍뎅이연구회’, ‘화분 안 죽이기 실천시민연합’ 등의 깃발이 전통적인 시민단체의 깃발과 광장에서 만났다. ‘아무 깃발 대잔치’를 주최한 것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만두노총 새우만두 노조였다. 그야말로 해학이 넘쳤다. -김준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압도적인 규모가 감동을 가져왔다. 양희은씨 등 대중 가수들이 광장에 나와 노래를 부른 것도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증거다. -박 활동가 전경버스에 스티커를 붙이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떼는 사람은 처음 봤다. ‘일종의 자기검열’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촛불광장을 주최 측이나 특정 단체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 광장이기 때문에 내가 지키겠다’는 것이 전체를 관통한 감수성이었다. →23차례 집회 중 ‘터닝포인트’(분기점)가 됐던 집회는. -박 활동가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광화문 인파 165만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232만명이 모였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9일 3차 담화에서 자신의 운신과 관련한 문제를 국회에 넘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국회가 자신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던진 수다. 야당도 ‘질서 있는 퇴진’을 이야기하며 우왕좌왕했다.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때 232만명의 시민들이 12월 3일 집회에 모여 길을 열었다. -김 사무차장 역시 12월 3일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안 발의를 1주일 미루자고 한 시점이었고, 민주당도 흔들렸는데 주권자인 국민이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민의회를 만들어 국회를 대체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대의제가 작동했다. -김 교수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성명을 낸 것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이었다.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전 청년들이 처음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교수들이 성명을 발표하면서 탄핵을 외치기 시작했다. 그때가 10월 말쯤이었다. →이번 촛불집회와 과거 집회의 차이점은. -김 사무차장 2008년 당시 촛불집회가 매일 열렸다면 이번 촛불집회는 직장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토요일마다 열렸다. 모든 국민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 매우 효과적인 선택이었다. -김 교수 과거의 촛불과 지난해 촛불이 달랐다기보다는 점점 진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 주말 집회가 중심이 된 이유도 자기 생활 속에서 가족과 함께 참여하는 방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박 활동가 현장에서 진화의 증거를 자주 봤다. 2008년에는 ‘타협한다’는 비판 때문에 주최 측이 집회 종료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이번 촛불에서도 시민들이 비슷한 감수성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해 종료 선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3일 새벽 5시쯤 시민 23명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고 도로를 점거하다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면회를 간 주최 측 변호사에게 “왜 집회종료 선언을 안 해서 잡혀가게 했느냐”고 항의했다. 그 후부터 저희가 “다음주에 만납시다”라고 집회종료 선언을 했다. 그랬더니 시민들이 벌떡 일어나서 집에 갔다(웃음). 2008년의 교훈이 진화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민들은 장기항전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나오자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김 교수 ‘최순실 게이트’는 시민들이 수용할 수 없는 마지막 선이었다. 진보·보수라는 이념에 상관없이 ‘이게 나라냐’고 외치면서 남녀노소가 다 모였다. →정부가 촛불을 키웠다고 보나. 참여자가 폭증한 이유는. -박 활동가 그래서 퇴진행동 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을 ‘조직위원장’이란 직책으로 불렀었다. ‘연쇄담화범’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웃음). 사실 정부가 제대로 해명할 만한 카드가 전혀 없었다. -김 사무차장 전 정권들에서도 ‘부패 게이트’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방식이 해괴했다. 일가친척이 아닌 ‘유사친척’인 최순실이 나타나 국정을 휘둘렀다. 그래서 파급력도 컸다. -김 교수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 모인 정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 단체의 태극기집회를 지원하는 등 박정희 정권 시절의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게 악수였다. →촛불집회를 통해 얻은 것과 향후 과제는. -김 사무차장 부패는 계속 반복돼 왔다. 하지만 시민들의 힘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회가 탄핵안 발의와 의결을 하지 못했다면, 또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조금 더 민주화된 헌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김 교수 우린 촛불을 통해 어떠한 정권이나 권력도 민주주의의 최후 방어선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봤다. 국민들의 수준 높은 비판의식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광장에서 확인한 가치들을 삶 속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박 활동가 저는 아직 평가하는 것이 이르다고 본다. 우리는 1987년 6·10민주항쟁 이후 30년간 변화를 거듭했다. 이제는 ‘촛불 시민혁명’과 함께 새로운 30년이 시작됐다. 촛불혁명의 기본 감수성은 특권과 반칙에 대한 반대다. 이를 실현하는 새로운 30년이 시작된 것이다. →촛불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방안은. -김 교수 촛불은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었다기보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이었다고 평가한다. 시민들은 기존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정치 일정에 맞춰 인내하면서 해법들을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정신을 미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김 사무차장 그동안 광장은 축제의 공간이었지 해방의 공간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다. 진정한 해방을 위해선 우리 삶 속의 광장이 바뀌어야 한다. 물론 긴 싸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김 교수 말처럼 우리는 촛불을 통해 인내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체득했다. 긴 싸움을 잘 버틸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박 활동가 김 사무차장 말대로 삶의 광장을 어떻게 바꿀지가 핵심이다. 촛불광장은 1주일에 한 번 가서 분노를 퍼붓지만 내 삶과는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이제 시민 스스로 자기 삶 속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주체가 돼야 한다. →나에게 촛불은 ‘○○’이다. -박 활동가 촛불은 ‘현재 진행형’이다. 촛불광장 자체가 진보적이고 개혁적이었다고 보진 않는다. 박 전 대통령 퇴진이라는 단일 주제를 위해 함께 연대한 것이다. 적폐청산이란 과제는 아직도 산적해 있고 이를 둘러싼 갈등도 남아 있다. 그래서 광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따라서 정체성에 맞게 끊임없이 걸어가야 한다. 남은 과제는 대통령 1인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짊어지고 해결해야 한다. -김 교수 촛불은 ‘조용한 혁명’의 시작이다. 조용한 혁명은 미국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가 프랑스의 6·8혁명(5월 혁명) 이후 서구사회에서 탈물질적 가치관에 중점을 둔 변화상을 바라보며 한 말이다. 우리는 촛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을 확인했다. 혁명의 새로운 의미를 새겨줬다. 이를 계승하면 미래 동력으로 큰 에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김 사무차장 촛불은 ‘집단적 해결 방식의 복원’이다. 시민들은 이 해결 방식을 통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이는 앞으로의 30년을 구성해 나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권리를 주장할 권리, 민주주의를 더 민주화하자는 요구 등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정리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사설] 채용 비리 뿌리 뽑을 제도 만들어 상시 감독하라

    공공기관 채용 비리 관행이 제대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강력 대처 방안을 주문하고 나섰다.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을 전수조사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청탁자에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부정 채용된 당사자의 채용도 무효화하라는 조치를 덧붙였다. 오죽했으면 청와대가 나섰을지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된다.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공기관들의 채용 비리 행태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강원랜드는 숫제 ‘빽’과 특혜 채용으로 굴러가는 복마전이었다. 2012~13년 채용된 신입사원 518명이 하나같이 유력 인사들의 청탁 대상자였다. 가족끼리 근무하는 직원도 전체의 3분의1이나 된다고 한다. 할 말이 없다. 지난해 우리은행 합격자의 10% 이상이 특혜 입사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전·현직 정치인, 고위 공무원, VIP 고객 등이 청탁자의 면면으로 버젓이 따로 관리됐다. 정·관계 실력자들의 입김이 그대로 통한 것도 기가 막히지만, ‘큰손’ 고객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묻지 마 특혜를 줬다니 분노가 가시지 않는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에서도 이런 뻔뻔한 비리는 대놓고 저지르지 않는다. 명색이 공기업들이 간 큰 채용 비리에 무감각해진 것은 조직적인 관행이 그만큼 뿌리 깊었다는 방증이다. 공평무사하게 인력을 채용하는 공공기관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느냐는 탄식이 날마다 높아진다. 공공기관의 부당 채용 관행은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서로 쉬쉬하면서 봐주기 특혜가 심각하다는 뒷소문은 사실상 이미 많았다. 이번 전수조사는 그런 관행에 단호히 메스를 댄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채용 비리에 둔감해진 공공기관의 병소를 이번에는 가차 없이 도려내야 한다. 부정 입사자는 합격이 취소되거나 퇴직시키고, 연루된 임원은 강력히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한시바삐 고쳐야 한다. 고관대작이나 실력자들의 청탁 사례도 삿대질 몇 번으로 어물쩍 넘기지 않게 해야 한다. 수많은 청년들을 들러리로 좌절시키는 채용 청탁은 그 자체로 공직 범죄 차원에서 엄단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낙하산 기관장을 다만 한 곳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이 관건이다. 제 한 몸 보신하기 급급한 낙하산 사장이 무슨 명분으로 내부 채용 비리를 단속하겠는가. 이는 청와대가 명심해야 할 숙제다.
  • 한경록 “크라잉넛 22년…나홀로 색깔 궁금했어요”

    한경록 “크라잉넛 22년…나홀로 색깔 궁금했어요”

    결코 나이 먹지 않을 것 같았던 펑크록의 피터 팬이 어느덧 마흔이다. 느닷없는 나이 이야기에 “정신 연령은 열여덟”이라며 껄껄 웃는다. 인디음악의 산실 홍대 앞의 터줏대감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베이스)을 만났다. ‘숫자상’으로 기성세대에 편입되고 있는 기분이 어떨까. “나이 들어 좋은 것이 있다면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이에요.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기보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줄 아는 경험과 여유가 생겼죠. 물론, 꼰대스러워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죠. 조금 알고 있다고 어린 친구들에게 훈장질하려고 하지는 않아요.”25일 그가 솔로 앨범 ‘캡틴락’을 낸다. 22년째 함께 달리고 있는 크라잉넛 멤버 중에서 처음이다. “한경록으로 산 것보다 크라잉넛으로 살아온 게 더 길어졌어요. 앞으로도 함께하겠죠.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크라잉넛이다 보니 나 혼자면 어떤 색깔이 나올까,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씨티알사운드 대표 황현우와 공동 프로듀싱한 이번 앨범은 멋 부리지 않고 최대한 덜어내려 했다. 그렇게 열 트랙에 로큰롤에서부터 왈츠, 스카, 레게, 폴카, 컨트리, 디스코, 포크를 버무렸다. 기타 연주에 오토바이 질주 느낌을 얹은 정통 록앤롤 ‘캐찹스타’(Catch up! Stars)와 ‘모르겠어’, ‘알 파치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겹고 부드러운 노래들이다. 음악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조금 축축한 곳에 있었다면 이번엔 밝은 쪽으로 걸어나가 보자고 생각했어요. 20대 때는 반항, 분노, 허무함이 많았고, 30대 들어서는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다가 이제서야 희망적으로 꿈을 찾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히려 지금이 제가 청년 같다는 느낌이죠.” 타이틀 ‘캐찹스타’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한경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곡이다. ‘가만 있으면 꿈도 꾸지 마, 저 하늘의 별 잡히지 않아 고개를 들어 주먹을 쥐어봐 주사윌 던져 모든 걸 걸어’라고 노래한다. ‘모르겠어’에서는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가만히 있지 말고 진실을 알기 위해 외치고 행동하자고 소리친다. “무엇을 하든 일단 시작하면 절대 늦은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도 이렇게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특히 또래 친구들에게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자신의 생일을 홍대 명절인 ‘경록절’로 만들 정도의 화려한 인간관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더 모노톤즈의 기타리스트 차차(차승우)와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보컬 박종현, 씨티알사운드의 황현우 등 홍대 동료 3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 ‘모르겠어’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60여명이 출동해 왁자지껄한 현장을 만들었다. 그동안 뿌렸던 술값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더니 씨익 웃는다. “계산에 밝지는 않은데 적어도 제가 술 산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받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껴요. 빌딩 몇 채보다 더 가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솔로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별명을 딴 회사 캡틴락컴퍼니를 차려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봤다. “캡틴락컴퍼니를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위한 문화 허브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요즘 홍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어요. 유흥도 좋지만 문화가 있는 유흥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계획이 정말 거창하네요. 아직 사무실도 없는데요. 하하하.”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실업난에 청년 분신… 독재 뺨치는 군부… 상처뿐인 ‘아랍의 봄’

    [글로벌 인사이트] 실업난에 청년 분신… 독재 뺨치는 군부… 상처뿐인 ‘아랍의 봄’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와 같은 해피엔딩은 동화에서만 가능한 일일까.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은 처절한 투쟁 끝에 독재자를 축출했지만 정치적·경제적 혼란은 여전하거나, 오히려 악화됐고 삶은 더 피폐해졌다. 아프리카·중동 국가들의 민주화 혁명 이후를 진단해 본다.●튀니지 분신, 혁명 전보다 3배 폭증 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의 발원지다. 아랍의 봄은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청과물 노점상을 운영하던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자살로 시작됐다. 그는 무허가 노점이라는 이유로 청과물 수레를 빼앗기고 경찰에 구타당했다. 궁지에 몰린 부아지지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마지막 저항을 했다. 그는 이듬해 1월 4일 숨졌다. 대중은 부아지지의 절망에 공감했다. 분노가 들불처럼 번졌다. 튀니지 전역에서 반(反)독재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다. 정권은 시위대에 폭력을 휘둘렀다. 최소 338명이 사망했다. 시위는 더 격화됐다. 2011년 1월 14일 제인 엘아비디네 벤 알리 당시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도주했다. 23년 독재의 종지부였다. 튀니지의 승리는 ‘재스민 혁명’이라고 불렸다. 재스민은 튀니지의 국화(國花)다. 혁명은 주변 국가들의 연쇄적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그러나 튀니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혁명 후 민주적으로 정권을 이양하는 데 실패했다. 중동 유일의 민주혁명국 튀니지의 현 상황은 처참하다. 정국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난까지 심화되고 있다. 현재 튀니지의 실업률은 15%가 넘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청년 실업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민주화 이전 실업률은 13%였다. 좌절감과 상실감에 젖은 튀니지 청년들은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분신 횟수는 혁명 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혁명을 촉발했던 분신이 이제는 절망을 표현하는 방식이 된 것이다. 지난해 수도 튀니스에서 분신자살을 기도해 화상병원으로 이송된 시민은 104명이다. 화상병동의 의사 아멘 알라 메사딘은 “2011년 이후 연평균 80명 이상이 분신을 해 병원에 온다”면서 “분신은 튀니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자살 방식이다. 문제는 분신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집트 시시 ‘철권통치’ 자행 이집트 국민들은 치열한 민주화 시위를 통해 2011년 2월 11일 ‘파라오’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했다. 무바라크는 권좌에서 밀려나기까지 30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무함마드 무르시가 2012년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다. ‘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 당시 국방장관이었던 압둘팟타흐 시시가 쿠데타를 일으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집권 1년 만에 쫓아냈다. 그는 2014년 형식적인 선거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철권통치가 시작됐다. 시시 대통령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시위대에 발포하라고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는 약 1300명의 민간인을 살해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USA투데이는 시시 정권이 반정부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원 2200여명의 목숨을 빼앗았으며 약 4만명의 정치범을 구금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집트가 시위를 거의 금지하고 수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며 현지의 대표적 반정부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을 불법조직으로 규정하고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시 정권의 탄압이 무바라크 전 대통령 재임 당시보다 심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BBC는 “무바라크 정권 때 허용됐던 집회·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억압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는 늪에 빠졌다. 지난 8월 이집트의 물가상승률은 31.92%였다. 무바라크 집권 말기 물가상승률은 15%를 넘지 않았다. 이집트의 급격한 물가상승은 지난해 11월 이집트파운드화를 평가절하한 데 따른 것이다. 시시 정권은 차관 120억 달러를 확보하려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혁 조건을 수용했다.●리비아 대통령선거 추진하는 유엔 리비아는 42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당시 국가원수를 끌어내리는 과정에서 내전이라는 몸살을 앓았다. 2011년 2월 15일 카다피 정권 퇴진 시위가 시작됐다. 카다피는 2월 20일부터 시민군을 무력 진압했다. 시위에 참여한 민간인들이 살해당했다. 국제사회는 카다피의 인권 유린이 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유엔은 2월 26일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재를 결의했다. 3월 3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카다피가 재임 기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3월 19일 미국과 유럽 연합군은 리비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연합군이 참전하면서 리비아 반정부 시위는 시민군 대 정부군의 내전 양상을 띠게 됐다. 연합군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시민군은 8월 19일 리비아 영토 대부분을 장악했다. 카다피는 10월 20일 자신의 고향 시르테의 은신처에서 발각됐다. 시민들의 손에 끌려나온 카다피는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독재자는 죽었지만, 내전은 끝나지 않았다. 2012년 선출한 제헌의회 총국민회의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총국민회의 임기가 끝난 2014년 6월 문제가 불거졌다. 곧바로 치러진 총선에서 패배한 이슬람계 무장단체 ‘파즈르 리비아’(리비아의 여명)는 선거를 무효라고 선언하고 트리폴리에 이슬람계 제헌의회(GNC)를 수립했다. 비이슬람계 세력은 동부 투브루크로 피신해 별도의 국민의회(HoR)를 세웠다. 이로써 리비아는 서로 합법 정부를 자처하는 양대 세력으로 양분돼 내전을 이어 갔다. 유엔의 중재로 2016년 3월 트리폴리 정부와 투브루크 정부 사이에 통일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리비아 통합정부(GNA)가 출범했었다. 그러나 국민의회가 합의를 파기했다. 유엔은 양측의 통합정부를 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가산 살라메 유엔 리비아 특사가 통합정부를 이끄는 파예즈 사라지 총리와 국민의회를 지지하는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을 만났다. 유엔은 내년 7월쯤 대통령선거와 총선을 치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예멘 내전·콜레라로 1만여명 사망 34년간 집권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당시 예멘 대통령은 2012년 민주화 시위로 축출당했다. 이후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이 반정부 시위를 촉발시켰다. 2014년 9월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예멘 정부를 몰아냈다. 남쪽 국경을 예멘과 맞대고 있는 아랍권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했다. 사우디는 아랍권 동맹군을 결성해 2015년 3월 26일 참전했다. 예멘 내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내전으로 지금까지 민간인 8000여명이 숨졌고 4만 5000명이 부상당했다. 곳곳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고 하수 시스템이 망가지면서 오염된 우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시민이 많아졌다. 그러자 수인성 전염병인 콜레라가 창궐했다. 올해 4월 콜레라가 창궐한 이후 3달 동안 54만 2000명이 감염됐고 그 가운데 2000명이 사망했다. 애덤 로버츠 영국 옥스퍼드대 국제관계 수석연구원은 “독재자, 부패한 정치인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주의 제도를 구축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면서 “시민들은 단지 독재자를 제거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조카 성폭행 위해 엄마와 남동생 살해한 인면수심男

    조카 성폭행 위해 엄마와 남동생 살해한 인면수심男

    엄마와 장애인 남동생을 죽이고 여자조카를 성폭행한 인면수심 남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격적인 사건에 분노한 주민들이 "용의자를 내놓으라"고 몰려들자 경찰은 문제의 용의자를 다른 도시로 이송하기로 했다. 아르헨티나 산티아고델에스테로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왈테르 아란다라는 이름의 남자가 범행을 벌인 건 6일 새벽(현지시간). 밤새 술을 먹고 귀가한 남자는 곤히 자고 있는 남자와 남동생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이어 잠시 놀러와 있던 누이의 딸(12)을 깨워 자신의 방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했다. 끔찍한 범행을 연이어 저지른 그는 그제야 "강도가 사람을 죽이고 도망갔다"고 소리치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 소리를 들은 이웃주민이 바로 경찰을 부르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외부로부터의 침입 흔적을 찾지 못한 경찰은 바로 문제의 남자를 용의자로 의심했다. 12살 조카가 엄마에게 "삼촌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경찰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경찰의 추궁을 받은 남자는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알고 보니 범행 동기는 조카에게 품은 흑심이었다. 남자는 12살 조카에게 못된 마음에 품고 있었다. 술을 먹고 귀가한 남자는 조카가 놀러와 자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자 성적 충동을 느꼈다. 남자는 조카와 자신의 관계를 반대할 게 분명한 걸림돌부터 제거하기로 했다. 엄마와 장애인 남동생을 죽인 이유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자 주민들은 인면수심 남자를 직접 처벌하겠다며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이 용의자를 보호하기 위해 주민들과 대치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공분은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법치주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용의자의 신변안전을 위해 다른 도시로 이송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조카를 사랑해 잔인한 범행을 벌였다는 남자는 장작을 만들어 파는 일을 하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평소 말이 적어 이웃과의 소통은 거의 없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최강 배달꾼’ 고경표 “최강수는 착함 넘어 따뜻한 사람..행복했다”

    ‘최강 배달꾼’ 고경표 “최강수는 착함 넘어 따뜻한 사람..행복했다”

    배우 고경표가 ‘최강 배달꾼’을 마치면서 종영 소감을 밝혔다. KBS2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은 23일 종영을 앞두고 있다. 고경표는 정의로운 직진남 최강수 역을 맡아 폭넓은 감정 연기로 인생에 굴곡이 많은 최강수의 면면을 그려냈다. 고경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4회에서 친한 동생을 혼수상태에 이르게 만든 주동자가 진규(김선호 분)라는 사실에 분노한 장면이다. 강수는 진규를 찾아가 독대했다. 어조를 높여 화내지 않고 그저 차가운 눈빛과 침착한 어조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밝기만 하던 최강수가 처음으로 진지하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인 장면이었다. 고경표는 “가장 강수다웠던 침착한 분노였다. 담담하게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분노는 그 어떤 절규보다도 그 순간의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진실된 분노였다고 생각한다”며 강수의 면모를 잘 보여줬던 이 장면을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꼽았다. 최강수는 무서울 정도로 착하고 오지랖도 넓다. 그의 오지랖은 신뢰와 사람을 얻는 최강수만의 마성의 매력이 됐다. 최강수로 4개월을 보낸 고경표는 “최강수는 스펙에 상관없이 스스로 당당하고 주변에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줄 아는 멋진 청년이다. 또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가진 순수한 사람이다. 최강수는 착함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연기하면서 느낀 바를 밝혔다. 고경표는 ‘최강 배달꾼’을 마치면서 최강수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올 여름 최강수로 보내면서 즐겁고 행복했다. 많은 시청자 분들도 함께 즐거우셨으리라 생각한다. ‘최강 배달꾼’을 즐겨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또 “가을이 왔습니다. 곧 겨울도 오겠죠. 저 고경표도 또 좋은 작품으로 돌아오겠습니다”고 덧붙였다. ‘최강 배달꾼’은 오늘(23일) 밤 11시 마지막회만을 앞두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72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UN)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기조연설 전문 먼저 이 자리를 빌려 9월 19일 멕시코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해 희생당한 분들과 그 가족, 그리고 멕시코 국민과 정부에 우리 국민과 정부를 대표하여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합니다. 세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해 온 모든 유엔 회원국과 유엔 직원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미로슬라프 라이착 제72차 총회 의장의 취임을 축하합니다. 의장의 뛰어난 지도력으로 이번 유엔총회가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사무총장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대한민국은 ‘분쟁의 사전예방’과 ‘평화의 지속화’를 추구하는 유엔의 목표를 적극 지지하며, 총장의 재임기간 동안 유엔이 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나는 오늘 이 연설을 준비하면서 유엔의 정신과 우리의 사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유엔은 인류 지성이 만든 최고의 제도적 발명품입니다. 유엔은 ‘전쟁의 참화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기’ 위해 탄생했고, 지난 70여년간 인류 앞에 제기되는 도전들에 쉼 없이 맞서 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유엔의 역할과 기여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입니다. 초국경적 현안이 날로 증가하고 이제 그 어떤 이슈도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게 된 오늘날, 우리는 우리 앞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정신을 더욱 전면적으로 실현해야 합니다. 나는 이를 위해, 여러분 모두가 유라시아 대륙이 시작되는 동쪽 끝 한반도와 한반도의 남쪽 나라 대한민국에 주목하기를 희망합니다. 나는 지난 겨울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이야말로 유엔정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룬 역사의 현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혁명은 협력과 연대의 힘으로 도전에 맞서며 인류가 소망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아마 미디어를 통해 목격했던 촛불혁명의 풍경을 기억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십만, 수백만의 불빛들, 노래와 춤과 그림이 어우러진 거리 곳곳에서 저마다 자유롭게 발언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사람들, 아이들과 손잡고 집회장을 찾는 부모들의 환한 표정, 집회가 끝난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청년들에게서 느껴지는 긍지, 그 모든 장면들이 바로 민주주의였고, 또 평화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촛불혁명은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망이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이어진 광장이었습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였던 나 자신도 오직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광장에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성취했습니다. 민주주의의 실체인 국민주권의 힘을 증명했고, 폭력보다 평화의 힘이 세상을 더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새 정부는 촛불혁명이 만든 정부입니다. 민주적인 선거라는 의미를 뛰어넘어, 국민들의 주인의식, 참여와 열망이 출범시킨 정부라는 뜻입니다. 나는 지금 그 정부를 대표해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시작은 늦었지만 세계 민주주의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줬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그 힘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대한민국과 유엔은 늘 함께해 왔습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수립으로부터 한국전쟁, 전후재건의 과정까지 유엔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1991년에 이르러서야 유엔 회원국이 되었지만 불과 한세대 동안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회원국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높여왔습니다. 1993년을 시작으로 평화유지활동(PKO)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올해는 유엔평화구축위원회(PBC) 의장국으로서 분쟁의 근본원인 해결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5년간 난민지원 규모를 15배 확대했고, 작년에는 유엔난민기구(UNHCR) ‘2000만불 공여국 클럽’에 합류하였습니다. 파리협정의 이행과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정부는 여성내각 30%를 달성함으로써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의 양성평등 실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유엔의 모든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더욱 기여를 높여나갈 것입니다. 특별히 나는 ‘사람을 근본으로’라는 이번 유엔총회의 주제가 대한민국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일치한다는 점을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사람이 먼저다‘는 여러 해 동안 나의 정치철학을 표현하는 슬로건이었습니다.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의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통합을 해치는 경제 불평등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경제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전환하고 있습니다. 경제정책의 중심을 국민과 가계의 소득증가에 맞추고, 일자리가 주도하는 성장, 모든 국민이 공정한 기회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경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것을 ’사람중심 경제‘라고 부릅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우리가 시작한 이 담대한 노력은 국내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개도국들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원할 것입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나는 전쟁 중에 피난지에서 태어났습니다. 내전이면서 국제전이기도 했던 그 전쟁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온전한 삶을 빼앗겼습니다. 내 아버지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잠시 피난한다고만 생각했던 내 아버지는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입니다.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습니다. 세계적 냉전 구조의 산물이었던 그 전쟁은 냉전이 해체된 이후에도,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64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안정한 정전체제와 동북아의 마지막 냉전 질서로 남아 있습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뚜렷해지고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은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 그곳이 2017년 9월, 오늘의 한반도 대한민국입니다.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입니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또한 나에게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서 온전한 일상이 보장되는 평화를 누릴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는 무엇보다 나의 이 같은 신념이 국제사회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 감사를 표합니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습니다. 북한 핵실험 후 우리 정부는 북한으로 하여금 도발을 중단하게 하고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밝혀왔습니다. 나는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만장일치로, 이전의 결의보다 훨씬 더 강력한 내용으로 대북제재를 결의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분노하며 한 목소리로 대응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줬습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우리 정부의 입장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에 거듭 감사드립니다.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 해결 원칙을 적시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위한 실천을 다짐하는 유엔총회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북한과 국제사회에 천명합니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습니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이제라도 역사의 바른 편에 서는 결단을 내린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 모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합니다. 스스로를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합니다. 나는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합니다. 국제사회의 노력도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도 높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모든 나라들이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북한이 추가도발하면 상응하는 새로운 조치를 모색해야 합니다.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만큼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나는 안보리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합니다.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되어야 합니다. 동북아 안보의 기본 축과 다자주의가 지혜롭게 결합되어야 합니다.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입니다. 평화의 실현은 유엔의 출발이고, 과정이며, 목표입니다. 한반도에서 유엔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합니다.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유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나는 여러 차례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와 ’신(新)북방경제비전‘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축에서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의장, 사무총장, 그리고 각국 대표 여러분, 올림픽은 서기 394년을 마지막으로 1,500년이나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올림픽을 다시 부활시킨 힘은 평화에 대한 갈구였습니다. 근대 올림픽의 역사는 분쟁의 한복판 발칸반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올림픽의 감동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5개월 후, 대한민국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립니다. 2018년 평창은 2020년 도쿄, 2022년 북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의 문이 열리는 곳입니다. 나는 냉전과 미래, 대립과 협력이 공존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내년부터 열리게 되는 이 릴레이 올림픽이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열망합니다. 대한민국은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러분, 한 번 상상해 보십시오. 고작 100㎞를 달리면 한반도 분단과 대결의 상징인 휴전선과 만나는 도시 평창에 평화와 스포츠를 사랑하는 세계인들이 모입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우의와 화합의 인사를 나눌 것입니다. 그 속에서 개회식장에 입장하는 북한 선수단, 뜨겁게 환영하는 남북 공동응원단, 세계인들의 환한 얼굴들을 상상하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결코 불가능한 상상이 아닙니다.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적극 환영하며, IOC와 함께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나는 평창이 또 하나의 촛불이 되기를 염원합니다.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들었던 촛불처럼 평화의 위기 앞에서 평창이 평화의 빛을 밝히는 촛불이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과 유엔이 촛불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평화와 동행하기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그 절박한 호소를 담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평창으로 초청합니다. 여러분의 발걸음이 평화의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내년 평창에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21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시 만난 세계’ 여진구 소멸할까..이연희에 “잘 있어” 결말 함구령

    ‘다시 만난 세계’ 여진구 소멸할까..이연희에 “잘 있어” 결말 함구령

    여진구는 소멸할까, 아니면 이연희와 사랑을 이룰까. 종영만을 남겨둔 ‘다시 만난 세계’ 결말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21일 SBS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이희명 극본, 백수찬 김유진 연출, 이하 ‘다만세’) 측이 종영을 앞두고 마지막 회 예고편을 공개했다. 이 영상 속 해성(여진구)은 정원(이연희)에게 “잘 있어”라고 인사했다. 정원 역시 “잘 가”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해성은 동생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조카 공주(김한나)로부터 “어디로 가냐”는 질문을 받지만 “아니”라고 답했다. 해성은 12년 전 벌어진 미술실 살인사건을 끝까지 해결하려는 상황. 자신을 범인으로 내몬 제이슨(강성민)앞에 등장해 “내가 안 그랬다”라며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는지 아냐”고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제이슨은 “증거 있느냐”라며 잡아뗐다. 예고편 말미에는 유성이 떨어지고, 큰 나무 옆에 있던 해성이 정원에게 미소와 함께 “사랑해”라고 말하며 손을 흔든다. 정원 또한 미소와 함께 “다시 만나”라고 인사했다. 이 영상만으로는 해성의 소멸도, 해성과 정원의 사랑에 대한 내용도, 12년 전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 찾기도 어느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이에 대해 ‘다만세’ 관계자는 “결말에 대한 부분은 함구령이 내려졌다”라며 “마지막까지 방송을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다만세’는 열아홉 살 청년 해성과 서른한 살 여자 정원, 12년 나이 차이가 나는 동갑 소꿉친구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렸다. 오늘(21일) 오후 10시에 마지막 이야기를 방송한다. ‘다만세’ 후속으로는 이종석 배수지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우리의 20세기’, “여자는 남자를 소심하게, 아니 사려깊게 만든다”

    [지금, 이 영화] ‘우리의 20세기’, “여자는 남자를 소심하게, 아니 사려깊게 만든다”

    ‘에밀’(1762)은 루소의 교육론이 담긴 저작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위적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인간 본연의 자연적 가치를 회복하는 성장에 중점을 두었다. 한데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은 젠더적으로 보면 뜨악한 면이 적지 않다. 예컨대 15세 이후 청년기의 배움을 다룬 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여자는 남자를 대담하게 만들지 않고 소심하게 만든다.” 이 책을 접하고 분노한 사람이 여성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다. 나중에 그녀는 남녀 교육 차별을 반대하는 ‘여성의 권리 옹호’(1792)라는 소책자를 출간해 ‘에밀’을 논박했다. 교육을 둘러싼 18세기 중반과 19세기 초입의 세계관은 이 정도로 달랐다. 그럼 20세기는?그중 하나의 답을 영화 ‘우리의 20세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작품의 원제는 ‘20세기 여인들’이다. 제목대로 영화는 1979년 샌타바버라에 사는 여자 셋의 삶을 서사적 중심에 놓는다. 첫 번째 인물은 도로시아(아네트 베닝)다. 나이 마흔에 제이미(루카스 제이드 주만)를 낳은 그녀는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이 올바르게 크지 못할까 봐 걱정스럽다. 두 번째 인물은 애비(그레타 거윅)다. 도로시아 집 세입자 중 한 명인 그녀는 자유분방한 만큼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진작가다. 세 번째 인물은 줄리(엘르 페닝)다. 그녀는 본인이 미쳤다고, 곧잘 스스로를 방기하는 태도를 취한다. 제이미는 그런 그녀의 유일한 친구다.도로시아는 애비와 줄리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제이미가 지금 시대의 혼란에 휩쓸리지 않고,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것이다. 이들은 각자 할 수 있는 범위―자기 인생 안에서 제이미를 교육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모든 교육은 일방적일 수 없다. 학습자뿐 아니라 교수자도 교육을 통해 달라진다. 이들은 교학상장(敎學相長)한다. 제이미가 선생인 양 세 사람을 깨우칠 때도 있다. 여기에는 감독 마이크 밀스의 자전적 요소가 담겼다. “내 유년기 대부분은 엄마와 두 여자 형제들이 함께했는데, 아마 그때부터 내 주위의 여자들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것이 일종의 생존이라고 깨달았던 거 같아요. 그게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었을 때도 말이죠.” 제이미도 마이크 밀스와 마찬가지로 여성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애쓴다. 애비가 권한 페미니즘 서적을 읽으면서 그는 사고의 변화를 느낀다. 도로시아의 염려가 무색할 정도로 제이미는 괜찮은 성인이 되어가는 중이다. 이쯤 되면 앞에 언급한 루소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바꿔야 할 것 같다. “여자는 남자를 소심하게 만들지 않고 사려 깊게 만든다.” 애비처럼 도로시아 집에 세 들어 사는 윌리엄(빌리 크루덥)도 이른바 ‘남자다운 대담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모든 사람을 배려하는 그의 모습은 20세기 에밀이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제이미는 그 이상 잘 자랄 것이다. 20세기 여인들 덕분이다. 27일 개봉. 15세 관람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사설] 청년 구직자 기운 빼는 ‘신의 직장’ 채용 비리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가 심각하다. 감사원은 공공기관 53곳의 채용 실태를 감사한 결과 39곳에서 100건의 불·탈법 사례가 확인됐다고 그제 밝혔다. 공공기관장과 임원들의 낙하산, 코드 인사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직원 채용 과정마저 복마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년 구직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감사원은 최흥집 전 강원랜드, 권혁수 전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8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최 전 사장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40대 비서관이 채용을 부탁하자 자격 미달임을 알면서도 공개 채용 형식을 동원해 그를 채용했다. 권 전 사장은 자신의 조카를 인턴으로 부정 채용한 것도 모자라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해 줬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청탁으로 딸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석탄공사의 이 같은 채용 비리로 11명의 지원자가 탈락의 불이익을 당했다는 게 감사원의 조사 결과다. 한국서부발전 사장 임명 과정에서는 주무 부처인 산업부의 입김으로 추천 후보가 뒤바뀌는 일도 벌어졌다. 공공기관은 소위 ‘신의 직장’, ‘꿈의 직장’이라 불린다. 취업 준비생들은 밤잠을 설쳐 가며 입사 시험을 준비한다. 이들에게 채용 비리는 박탈감, 좌절감을 넘어 분노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들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이보다 야비한 범죄가 있을까 싶을 정도의 허탈감을 느낀다. 비리로 채용된 당사자들뿐 아니라 청탁 관련자들의 엄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 비리의 근원은 낙하산, 코드 인사 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성도 없으면서 정권과 유착된 이유만으로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고, 이 과정에 힘을 보탠 주변인들이 채용 청탁에 나서는 먹이사슬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전 정부의 실세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이 채용 청탁 혐의로 재판 중인 것을 비롯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유사한 채용 비리가 반복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공기관장과 임직원은 정부의 인재 채용 사이트인 나라일터를 통해 공개채용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별로 없다. 낙하산을 공식화하는 통로쯤으로 인식하는 불신감이 팽배해 있다. 현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등 공공기관 임직원 선발 방식을 개선해 나가고 있지만 근원적인 문제로 지목된 낙하산, 코드 인사가 없어지지 않으면 허사일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공공기관의 수장과 임원 인사부터 먹이사슬 같은 채용 적폐를 청산하도록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군주론·에밀·사상계… 인간의 삶을 비춘 ‘어둠의 책들’

    [헌책방 주인장의 유쾌한 책 박물관] 군주론·에밀·사상계… 인간의 삶을 비춘 ‘어둠의 책들’

    때는 1762년, 한 지식인 청년이 로마 당국의 수배를 피해 스위스로 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수백년이 흐른 다음에도 전 세계 사람들이 그 이름을 기억하고 그가 쓴 책으로 공부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 청년 지식인은 오직 진실을 탐구하고 그것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여러 어려움을 참아냈지만 로마 가톨릭의 분노를 산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의 책은 모두 불태워졌고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모든 문제는 그가 최근에 쓴 책 한 권으로부터 비롯됐다. 책 제목은 ‘에밀’이고 이처럼 위험한 책을 쓴 사람은 장 자크 루소( 1712~1778)다.현대를 살아가는 그 누구도 이제는 ‘에밀’을 두고 신성모독의 죄를 범한 위험천만한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사회계약론’과 함께 루소의 대표적인 저작이고 교육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 봤을 중요한 사상서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됐을 당시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랐다. 에밀이라는 한 아이의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이야기를 다루며 그의 교육과 성장에 관한 견해를 써 내려간 ‘에밀’에서 루소는 자연친화적인 교육방법이야말로 최상의 지성을 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종교를 밑바탕으로 한 당시 사회 분위기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루소가 주장한 자연종교이론과 성직자를 비판하는 문장은 가톨릭교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결국 ‘에밀’은 금서(禁書)로 지정되어 모두 회수되었고 루소에게는 수배령이 내려졌다. 인간은 아주 오래전 여럿이 모여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금지 사항을 만들었다. 처음엔 맹수나 다른 부족의 공격으로부터 구성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지켜야 할 규칙을 세우는 것이 목적이었으나 사회 규모가 커지면서 권력자들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 국가는 국민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고 이와 반대로 자유와 진리를 추구하는 지식인들은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특히 그들이 쓴 책은 사람들의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언제나 검열의 대상이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가 훌륭한 인류의 유산이라고 말하는 수많은 책들이 실은 금서였다. 그것을 쓴 저자는 물론 읽거나 책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도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진리를 향해 걸음을 옮긴 선구자들이 있었기에 인간의 삶은 조금씩 발전할 수 있었다.오늘날 이탈리아의 정치가, 역사학자인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수많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에게 삶의 교과서가 된 이 책은 마키아벨리가 살아 있을 동안에는 출판조차 될 수 없었다. 메디치 가문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하다가 붙잡혀 고문을 당하기도 한 마키아벨리는 석방된 이후 숨어 지내면서 편지글 형식으로 ‘군주론’의 초안을 완성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이 다시금 정부에 기용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군주론’은 그만큼 획기적인 책이었다. 그러나 이 원고는 아예 출판될 수 없었고 일부 사람들만 단편적인 내용을 조심스레 돌려 볼 수 있을 뿐이었다. 결국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이 출판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이 책은 그가 숨을 거두고 몇 년이 더 흐른 1532년이 되어서야 정부의 허가를 받아 세상에 나오게 됐다.비슷한 시기 영국에선 정치가 토머스 모어가 장차 ‘유토피아’라고 불리게 될 책을 집필하고 있었다. 1516년 처음 출판됐을 때 이 책은 당시 관례에 따라 “사회생활의 최선의 상태에 대하여 그리고 유토피아라고 불리는 새로운 섬(島)에 관한 유익하고 즐거운 저작”이라는 긴 제목을 달고 있었다. 모어는 저작을 통해 당시 영국사회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뛰어난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그런데 출판된 후 200년 이상 흐른 1789년에 가톨릭교회는 이 책의 내용이 종교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들어 금서로 처리했고 시중에 있는 모어의 모든 책을 회수하도록 명령했다.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금서도 늘어났다. 단테 알리기에리의 위대한 서사시 ‘신곡’은 190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는 금서로 취급됐다. 대문호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편지글 형식으로 쓰인 소설로, 이루지 못한 사랑에 좌절하여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내용이 큰 줄거리다. 현대에는 괴테와 그의 작품을 가지고 학술 논문을 쓸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출간 당시에는 젊은이들이 책에 영향을 받아 자살하는 사건이 이어지자 서점에서 이 책을 팔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루쉰의 소설 ‘아큐정전’,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명작들도 한때는 금서였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눈을 돌려 보면, 비교적 최근까지도 상당히 많은 금서가 존재했다. 사회를 통제할 목적으로 금서 목록을 만든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남쪽에선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관한 책들이 줄줄이 금서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특히 남북의 이념 대립이 극에 달했던 1970~80년대는 언론과 출판의 자유 자체가 억압됐던 시기였다. 금서 목록만 해도 상당한 분량이었다. 우선은 ‘마르크스’나 ‘레닌’ 같은 단어가 제목이나 본문 목차에 들어가 있다면 거의 무조건 금서 처분을 받았다. 그들이 쓴 책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사회과학, 정치철학을 다루고 있는 연구서들도 이적출판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책들이 대학교 주변 사회과학서점을 중심으로 불법 유통될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진 에드워드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저자가 소련에서 활동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불온서적으로 취급했다. 프레이리의 교육연구서 ‘페다고지’는 민중교육을 주장한다는 이유로 금서가 됐다. 로자 룩셈부르크와 체 게바라 등 혁명가와 관련된 서적 역시 출판이 금지됐다. 외국 번역서뿐만 아니라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같은 책도 금서였고 김지하 시인의 ‘황토’, ‘오적’처럼 국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라면 문학작품도 금서 처분을 받았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 조태일의 ‘국토’, 김정환의 ‘해방서시’, 신경림의 ‘농무’ 역시 1980년대까지 불온서적으로 분류됐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억압과 통제의 역사도 늘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굳이 헤겔의 유명한 ‘정반합 이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세상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함께 공존할 때 인류는 비로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어두움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 진리는 영원히 가둬 놓을 수 없다는 것 역시 역사를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다. 올바른 가치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아끼지 않고 붓을 손에 들었던 용기 있는 개인들이 있었기에 역사는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카프카의 말대로 책은 그야말로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려 물을 흐르게 하는 도끼와 같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 또 ‘이슬람 = 테러’ 암시 만평 ‘위험한 펜’ 佛샤를리 에브도

    또 ‘이슬람 = 테러’ 암시 만평 ‘위험한 펜’ 佛샤를리 에브도

    “이슬람교는 평화 종교…영원히”스페인 테러 빗대 반어적 비판무슬림들 “풍자 아닌 폭력 조장” 이슬람교를 조롱해 테러의 타깃이 됐던 프랑스의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스페인 연쇄 차량 테러를 소재로 또 한 차례 이슬람교를 거침없이 비판해 논란이 일었다.AFP통신 등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는 23일자(현지시간) 표지에 승합차에 받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사람들을 그려 넣고 ‘이슬람교, 영원한 평화의 종교, 영원히!’라는 반어적인 제목을 달았다. 지난 17일과 18일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청년들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에서 차량 테러를 일으켜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을 풍자한 만평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슬람교 전체를 테러주의와 동일시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정부의 대변인이었던 스테판 르폴 사회당 의원은 “극도로 위험한 행동”이라며 “언론인이라면 신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슬람교를 테러와) 연결 짓는 것은 다른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평했다.아랍권 매체인 알자지라는 이번 만평에 대해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면서 “전 세계 15억 무슬림 전체를 폭력적으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는 분노와 죽음의 위협, 궁극적으로 폭력을 낳았다”고 경고했다. 로랑 리스 수리소 샤를리 에브도 편집장은 “전문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온건하고 법을 잘 따르는 무슬림을 두려워해 어려운 질문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번 테러에서 종교, 특히 이슬람교의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와 토론은 완전히 실종됐다”고 맞섰다. 과거 샤를리 에브도는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만평 소재로 삼았다가 대형 테러의 희생양이 됐다. 2015년 1월 7일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쿠아치 형제가 프랑스 파리의 샤를리 에브도 편집국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 편집장과 만화가 등 12명이 사망했다. 이슬람권에서는 신과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형상이나 초상을 그리는 행위를 금기시한다.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렸을 뿐만 아니라 나체로 영화를 찍거나 이슬람국가(IS) 조직원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식으로 묘사해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잡지는 2015년 사건 이후 만평에 무함마드를 직접 그리지는 않았다. 샤를리 에브도는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이슈에 대한 거침없는 만평으로 ‘표현의 자유’와 ‘도를 넘어선 조롱’ 사이에서 논란을 일으켜 왔다. 2015년 9월 ‘거의 다 왔는데’라는 제목의 만평에서는 터키 해안가에서 발견된 시리아 난민 꼬마 에일란 쿠르디의 시신 옆에 맥도날드 광고판을 배치해 마치 쿠르디가 햄버거 때문에 유럽으로 가려 했던 것처럼 그려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눈사태로 대량 희생자가 나온 이탈리아 호텔과 관련된 만평 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죽음이 신이 스키를 타고 활강하는 만평 ‘눈이 도착했다’를 실었다. 극단주의 이슬람 단체들은 무함마드에 대한 희화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5년 5월 3일 IS 조직원으로 알려진 2명이 미국 텍사스주 갈랜드에서 열린 ‘무함마드 풍자그림 경연대회’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다. 한편 IS는 24일 선전 영상을 통해 “스페인의 기독교도들은 들어라. 너희가 이슬람 국가에 자행한 학살에 복수할 것”이라며 스페인에 대한 추가 테러 공격을 암시했다. 지난 17~18일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에서 연쇄 차량 테러가 일어난 지 일주일 만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대표 호텔서 마약 투약 “자숙하겠다”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대표 호텔서 마약 투약 “자숙하겠다”

    청년창업 신화로 유명한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대표(32)가 마약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 노호성)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하고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오씨에게 이날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약물치료 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오씨는 지난해 5~8월 서울 강남구 호텔 객실에서 여성 3명에게 알약 환각제를 나눠주고 같이 먹은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필로폰을 구입해 지인들과 호텔과 자신의 집에서 세 차례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매수해 투약한 데다, 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권유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마약은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로 인한 추가 범죄를 일으킬 수 있고, 피고인은 자신의 부를 이용해 마약 범죄의 온상이 돼 왔다”라고 말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해 마약을 끊으려는 의지를 보이는 점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오씨는 지난 2010년 경기도 수원 소재 한 고등학교 앞에서 창업비용 10만원의 주먹밥 노점상으로 사업을 시작해 전국 1000개 이상의 가맹점을 가진 성공한 청년 사업가다. 그는 봉구스밥버거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오씨는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여러분께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리고 기대를 배신했습니다”라며 “갑작스러운 젊은 날의 성공을 담을 그릇이 아니었고, 순간 일탈로 이어졌습니다. 그 순간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저 오세린 개인의 일탈입니다. 저희 점주님들 따뜻한 마음으로 장사하시는 분들입니다. 저희 직원들 점주님들 도와 진심으로 일합니다. 저를 욕하고 꾸짖어주십시오. 제 잘못으로 상처받은 점주님들 직원분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염치없이 부탁드립니다. 길고 깊게 자숙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적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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