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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서비스업이 답이다/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기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서비스업이 답이다/이상빈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경제의 당면 과제는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중산층의 붕괴, 청년실업 등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시발점은 양질의 고용창출을 통한 소득증대이다. 이것이 없는 해결 방안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과거에는 경제성장률을 제고해 고용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현재 잠재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어 과거의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 더 나아가 제조업 및 수출이 경제를 견인하는 방식으로는 고용 증대를 이룩할 수 없다. 제조업이 발달해도 공장자동화 등으로 고용 증대가 과거처럼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창조경제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벤처만을 위한 창조경제는 곤란하다. 벤처도 경제 활력을 위해 필요하지만 벤처에 한국경제를 맡길 수는 없다. 벤처 광풍의 부작용을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고용 증대를 위해서는 내수 및 서비스업이 강조되는 경제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의 한 축이 수출 및 제조업이라면 다른 한 축은 내수 및 서비스업이다. 두 바퀴 사이에 균형이 맞아야 수레가 잘 굴러간다. 한쪽 바퀴는 크고 다른 쪽이 작은 수레가 작금의 한국경제이다. 서비스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첫 번째 단추는 규제 혁파이다. 기계적 평등이라는 낡은 이념의 바윗덩어리가 서비스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외국인 환자 유치가 좋은 예이다. 국내 의료기술은 매우 뛰어나지만 국내 외국인 환자 유치는 10만명 정도이다. 태국 150만명 및 싱가포르 130만명에 비하면 크게 떨어져 있다. 100만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면 18만명의 고용 창출이 기대된다는 보고서가 있다. 한국인의 손재주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어 성형과 같은 의료관광의 잠재력도 무궁하다. 그러나 개방형병원에서 보듯이 아직까지 제자리걸음이다. 금융도 마찬가지이다. 작금 논란이 된 관치금융 대신 고용 친화적 금융이 되어야 한다. 고용 창출이 큰 업종에 금융지원이 집중되어야 하고 금융업 자체도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보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듯이 금융은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한다. 규제혁파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국회이다. 관련법이 통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민생경제 대신 정치투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에 우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직접 규제 혁파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이러한 국민들이 나서서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 고용률 70%는 고도 경제성장기에도 달성하지 못한 수치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 고용이 촉진되어야 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해서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탁아시설 등을 구비하기 위해 고용이 창출되고 또 좋은 탁아시설 때문에 여성 고용이 촉진되는 선순환구조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지금 한국경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일본경제의 뒤를 따라가느냐, 아니면 제2의 한강기적을 재현하느냐다. 고령화 사회라는 절벽이 우리 앞에 곧 다가오기 때문에 선택을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지금 선택을 잘해야 미래가 보장된다.
  • [기고] 증세 없는 복지? 깨진 독부터 고쳐야/김수덕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

    [기고] 증세 없는 복지? 깨진 독부터 고쳐야/김수덕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

    정부는 소득공제 대신 세액공제라는 방법으로 1조 30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이 ‘증세없는 복지’가 아니라는 것은 소득세를 내는 납세자라면 어느 누구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는 소위 박근혜 복지예산으로 거론되는 134조 8000억원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이다. 지난 6월 12일 감사원은 28개 공기업 부채가 2011년 말 현재 329조원이며, 이 중 9개 공기업의 부채가 2007년 말 128조원이던 것이 2011년 말 284조원으로 121%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2년 말을 기준으로 하면 이는 135%로 껑충 올라가고 단 1년 동안 증가한 부채액만 17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3년도 공공기관 지정현황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을 모두 합쳐 295개다. 28개 기관의 부채가 2012년 기준으로 350조원에 육박할 것임을 감안할 때, 295개 기관의 부채 규모는 가히 상상이 되지 않는 규모가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경영공시에 나타나는 부채가 전부를 표시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2012년 말 자산규모 40조 6000억원인 가스공사는 러시아와 약속한 최소 150조원 규모 이상의 파이프라인 가스 도입 외에도 2010년 말 이후 1년반 동안 250조원 이상의 천연가스 장기 도입계약을 진행한 바 있으나,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자산취득과 부채증가 내역은 재무제표상 어디에서도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 체결된 가스도입량은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상 예상되는 수요를 이미 초과한다는 문제까지 안고 있다. 한 기업의 예가 이렇다면, 295개에 이르는 각 공공기관의 속사정이 어떤지는 사실상 모두 알 방법이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공기업의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지난 정권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예산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공기업인 수자원 공사의 부채로 해결한다든가 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번 정권 역시 135조원에 가까운 공약상 복지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민행복정책 수행을 위해 주택·토지·에너지·금융 등 관련 공기업이 그 역할을 공기업 부채로 수행해야 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가 공기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것은 안 그래도 청년실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음 세대에 공기업의 부담까지 고스란히 넘기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항아리가 깨져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세액공제 정책안을 발표하면서, 특히 이렇게 확보된 예산에 4000여억원을 더하여 저소득 서민층의 복지에 사용될 것이라고 함으로써 납세자의 도덕심을 흔들고 있다. 과연 국민들은 이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항아리는 이미 밑바닥이 깨져 있는데, 국민들한테는 이 깨진 독에 계속 물을 부어달라는 것이 납득이 되는 일일까. 깨진 독을 고치거나, 아예 새 항아리를 마련한 뒤 이런 부탁을 하는 것이 최소한의 순리이며,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합당한 방법이 아닐까.
  • 실업률·물가 통계방식 바꾼다

    국민들이 느끼는 구직난, 높은 물가, 소득 불평등 등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주요 통계가 현실에 맞게 개편된다. 통계청은 18일 이르면 올 연말까지 고용, 소비자물가, 가계소득 등과 관련된 통계를 현실화하고 순차적으로 새로운 통계를 만들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실업률은 체감 수준보다 훨씬 낮게 집계된다.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에서 우리나라 실업률은 3.1%, 청년 실업률은 8.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실업률 보조지표를 만들 방침이다. 현재 취업자에 포함되는 불완전 취업자와 실업자 수에 더해지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부분 실업자를 실업자 수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다. 불완전 취업자는 1주일에 36시간 미만으로 일하지만 취업을 더 원하는 사람으로서 실제 취업자로 보기 힘들고, 부분 실업자는 구직활동을 하지만 곧바로 취업을 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으로서 실업자 수에 포함돼야 한다. 이럴 경우 실업률이 껑충 뛸 가능성이 높다. 서민들이 느끼는 높은 장바구니 물가와 달리 9개월 연속 1%대인 소비자물가 통계도 바뀐다. 통계청은 5년 주기로 진행했던 소비자물가 산정 대상 품목의 가중치 개편을 2~3년 단위로 더 자주 하기로 했다. 고소득층과 서민층의 소득 양극화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는 가계소득 통계도 개편된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1, 낮을수록 소득분배가 공평함)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고소득층 통계를 현실화하기 위해 현재 가계의 소비, 지출 등을 중심으로 집계되는 가계동향조사에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자산규모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연계시키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회의록 정국 바라보며/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회의록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보고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은 대선 정국에서 불거진 것이므로 그렇다 치자. 정상적인 국가라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갑자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나온다. 이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공방이 시작되고, 실제로 그러한 취지였는지 설전이 오고 간다. 급기야는 문서를 확인하자고 하는데, 이번에는 회의록이 아예 없단다. 이제 공방은 대통령의 비밀문서가 왜 없어졌는지로 넘어간다. 이보다 더 웃긴 코미디가 있기 어렵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는 정말 슬픈 코미디다. 국정원이 선거 개입을 해서도 아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해서도 아니고, 회의록이 없어져서도 아니다. 이런 아무 실익도 없는, 조선시대 예송(禮訟) 논쟁에서나 있었을 법한 당쟁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합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정상 간의 대화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으면 어떤가. 회의록이 없어졌으면 또 어떤가. 어차피 원래 그 문서는 당분간은 아무도 보지 못할 운명 아니었던가. 심지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고 하더라도 이제 지나간 일이다. 분명히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퇴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 선거를 다시 할 가능성이 있는가. 관계자가 적절한 책임을 지는 것으로 마무리하면 그만이다. 이런 것들을 국가 기강의 문제라고 하면서 논쟁하고 있기에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급박하다. 경제성장률은 벌써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고 기업은 투자를 극도로 주저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항상 피해는 저소득층에게 돌아온다. 청년실업률은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 젊은이들의 상실감과 패배감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여기에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이제 나라의 곳간이 비었다고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증세 방식으로 현 세대가 부담하든 아니면 국채 방식으로 미래 세대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악화 일로에 있다. 나라가 곧 망할 것 같지만 뾰족한 묘수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경제를 문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이명박(MB) 정권과 현 정권이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MB 정권과 현 정권에 도덕적인 덕목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두 정권의 계속되는 인사 실패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으니 참고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이 문제가 해결하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것을 국민도 알고 있고,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다. 민주당을 발목 잡은 것도 결국 경제 문제였다. 그런데 요즘 정국을 보면 모두 이 점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의록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정말 피곤하다. 이제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물론 여야가 이 일에 집착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없는 바 아니다. 항상 북한 관련 이슈는 국민의 관심을 분산시키거나 서로 흠집 내기에 좋은 소재였다. 어차피 경제 문제는 대책도 없으니 공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전략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실제로 설전을 벌이다 보면 정말로 중요한 것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특히 관념적인 문제이거나 입증이 불가능한 사항이라면 더 그러한 경향이 있다. TV 토론에서도 말꼬리 붙잡다가 토론이 산으로 가는 경우를 흔히 본다. 그러다 보면 마무리 토론 시간이 되어 허둥지둥 끝내기 마련이다. 여야가 회의록 정국을 끌고 가는 이유가 무엇이든지, 지금은 도를 지나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된다. 이러다가 정말 우리 경제의 뇌관이 터져 버리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 ‘딸기찹쌀떡 논란’ 대웅홀딩스 대표 신상털기로 확대

    ‘딸기찹쌀떡 논란’ 대웅홀딩스 대표 신상털기로 확대

    딸기찹쌀떡 논란으로 대웅홀딩스에 대한 네티즌의 직접적인 신상털기가 본격화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웅홀딩스는 “업무 컨설팅 계약만 체결했을 뿐 (프랜차이즈) 사업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네티즌들은 대표이사의 사진을 확산시키며 비난 여론을 고조시키고 있다. 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딸기찹쌀떡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나선 32세 청년 사업가 김민수씨의 사연이 소개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사실 이 사안은 지난달 김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한달 이상 논쟁이 계속돼온 문제다. 김씨는 “일본에서 딸기모찌 비법을 전수받고 분식집 사장과 공동으로 딸기찹쌀떡 전문점을 차렸지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려는 분식점 사장 때문에 거리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분식점 사장 안모씨는 최근 대웅홀딩스와 딸기찹쌀떡 사업 관련 컨설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웅홀딩스는 최근 대표이사 명의의 글을 통해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가는 반드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밝힐 것”이라며 “그 과정들 또한 세심하게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켜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딸기찹쌀떡과 관련한) 인수합병이나 사업 관련 검토는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믿을 수 없다”며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에 비난글과 방송 장면을 옮기며 비난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대웅홀딩스 대표이사의 신상털기를 시도하는 네티즌까지 등장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웅홀딩스 대표이사의 사진과 나이, 출생지역 등을 공개하며 비난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대웅홀딩스 홈페이지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기념관 운영관리비 지원방식 개선을/윤주 매헌기념관 관장

    [기고] 기념관 운영관리비 지원방식 개선을/윤주 매헌기념관 관장

    “23세, 날이 가고 해가 갈수록 우리의 압박과 고통은 증가할 뿐이다. 나는 여기에 한 가지 각오를 세웠다. 뻣뻣이 말라 가는 삼천리 강산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수화(水火)에 빠진 사람을 보고 그대로 태연히 앉아 볼 수는 없었다. 우리 청년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한층 강의(剛毅)한 사랑이 있는 것을 깨달았다. 각오란 나의 철권으로 적을 즉각 부수려는 것이다.” 윤봉길 의사가 남긴 글을 읽다 보면 당시 식민지 상태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큰 뜻을 세우고 대의(大義)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불사른 의사의 뜨거운 조국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민족의 영웅 매헌 윤봉길 의사를 기리기 위해 1988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고 국민의 성금만으로 서울 서초구 시민의 숲에 매헌기념관을 건립했다. 현재 매헌기념관은 건립된 지 20여년이 지나 건물 벽 곳곳에 금이 가고 떨어져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심지어 비가 온 다음에는 기와가 자주 떨어져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가 우려된다. 기와가 자주 떨어지는 기념관 뒤쪽에 임시방편으로 시민의 접근을 금지하는 표시를 했으나 우기를 맞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급히 보수공사가 필요하나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는 정부(국가보훈처)로부터 운영 관리비를 한 푼도 지원받지 않는다. 회원의 회비로는 보수공사는커녕 기념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벅찬 실정이다. 정부는 기념관의 소유권이 국가(국가보훈처)에 있는 순국선열 기념관에만 운영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 윤봉길 의사 기념관은 국민의 성금으로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서울시)에 기부채납했기 때문에 기념관의 건물이 국가 소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가 실질적으로 자체 예산으로 건립해 준 순국선열 기념관은 그 건물이 국가 소유라는 이유로 운영 관리비를 지원해 주고, 국민이 건립한 윤봉길기념관은 소유 주체가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을 하지 않는 현행 지원 방식은 부당하다고 생각된다. 순국선열기념사업회는 국가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보훈처는 국가 소유 건물을 관리하기 위해 존재하는 정부 부처가 아니다. 당연히 현행 운영 관리비 지원 방식은 기념관의 건립 목적 및 규모, 순국선열의 공훈 등을 고려해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 그동안 순국선열 기념관 운영 관리비 지원 방식을 바꾸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러나 국립서울현충원은 국방부, 국립대전현충원은 국가보훈처에서 관장하는 제도(편제)조차도 쉽게 바로잡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한 번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식이 아닌가 하는 절망감에 빠지곤 했다. 정부에 다시 한번 호소한다.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는 윤봉길의사기념관을 즉시 보수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는 현행 순국선열 기념관 운영 관리비 지원 방식을 합리적으로 바꾸길 바란다.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이번 비는 며칠간 이어지고 바람도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떨어질 기와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김문이 만난사람] 한글과 그림으로 ‘새김아트’ 개척한 현대 전각예술가 고암 정병례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버나드 쇼의 묘비에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말 ‘새기다’는 참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가슴에 새기다’ ‘마음에 새기다’ ‘아로새기다’ 등의 뜻도 있지만 어떤 무늬나 글자, 형상을 정교하게 새긴다는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하여 물 위에, 달빛에, 시공을 뛰어넘어 삼라만상의 모든 유형과 무형에 새로운 생명을 얼마든 새겨 넣을 수 있다. 어떻게?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를 담아서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허상과 실상을 아름답게 조화시킨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고 정(靜)에서 동(動)으로 변화시킨다. 이른바 ‘새김아트’이다. 고암 정병례(66)는 전통 전각의 틀을 깨고 ‘새김아트’라는 새로운 예술분야를 개척한 주인공이다. 전통 전각예술을 문자와 디자인을 조합해 재해석한 현대 전각예술가, ‘새김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특징은 물질적인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들을 포함해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 문자와 회화 등의 기법이라는 새로운 전각예술의 장르로 확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 대중들에게 익숙한 것은 1999년 지하철 역사 게시판의 ‘풍경소리’를 비롯해 KBS 드라마 ‘왕과 비’와 ‘광개토태왕’ 등의 타이틀, MBC 방송연예대상 오프닝, 서울드라마어워즈 무대세트, 2008 베이징올림픽 타이틀 애니메이션(MBC) 등 각종 이벤트와 제품의 로고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다. 그는 35차례의 개인전과 110여 차례의 단체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선보여 왔으며 특히 전각과 설치미술, 애니메이션, LED 등과 결합한 독특한 기법으로 끊임없이 예술의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각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결합한 ‘아날로 디지털’로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중국과 타이완, 일본 등 우리나라보다 전각이 훨씬 발전한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대 법대, 그리고 여러 지자체에 소장돼 있으며 국내의 주요 인사는 물론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등 여러 외국의 인사들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아울러 ‘천년의 멘토 고전을 만나다’, ‘마음새김’, ‘풍경소리’ 등 여러 권의 저서를 내는 등 글과 그림 외에도 ‘생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이자 전시실인 ‘새김아트’에서 정씨를 만났다. 전시실 입구에 들어서자 세종대왕과 한글을 형상화한 작품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 36㎝, 세로 80㎝, 두께 11㎝의 돌에다 깨알같은 한글을 새겨 넣었다. 상형문자나 알파벳과는 달리 한글의 글씨 획을 축약하거나 중첩시켜 미니멀하고도 모던한 이미지와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게 다가왔다. 바로 옆에 진열된 비슷한 크기의 작품 ‘한글 금강경’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한글과 그림을 조화한 예술적 승화 작업에 얼마나 천착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잠시 후 전시실 앞마당에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탁자 위에 이상한(?)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궁금해하자 그는 탁자 위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우리 한글의 자모 가운데 ‘ㅅ’을 중앙에 놓고 그 사이로 물고기 두 마리를 새겨 넣었다”면서 설명을 이어나간다. “색즉시공과 공즉시색을 나타낸 것입니다. 둘(ㅅ, 물고기)다 물질과 정신세계이며 현재와 미래, 음과 양, 허와 실을 뜻합니다. 허에서 실이 나오고 공에서 색이 나옵니다. 또 무에서 유, 음에서 양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걸 한꺼번에 새겨 넣은 셈이지요. 이것이 바로 개념미술입니다.” 비단 ‘ㅅ’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잠시 일어서더니 주변에 흩어진 비슷한 크기의 여러 탁자들을 가리킨다. ‘ㄷ’ ‘ㅈ’ ‘ㅊ’ 등 한글 자모를 통해 그의 개념미술은 연작시리즈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까닭을 물었더니 “세종대왕처럼 세계에서 위대한 인물이 없다. 인문학적 소양이 너무 뛰어나다”고 대답한다. 또한 “오로지 한글만을 생각한 세종대왕을 떠올리면서 한글로 온몸을 토체화한 ‘하늘땅사람물불바람’을 완성했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한글, 그림, 조각(인물)이 합쳐진 ‘한글 새김아트’ 작품으로 세계 무대에 내보이기 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작업에는 한류스타를 앞세우겠다며 웃는다. 때문에 요즘 적당한 한류스타들의 캐릭터를 끄집어 내느라 바쁘단다. 한글과 한류스타를 어떻게 접목시킬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정고암의 새김아트’란 어떤 것일까. “암각화, 초형인, 민화 등 각각의 스토리텔링에다 단순미와 색채의 미학을 확대 재해석한 한국적 정서의 현대 종합예술”이라고 정의한다. 암각화는 원시사회의 친자연적 삶을 반영하고 있으며 순수한 자연인의 시선과 감성으로 수많은 스토리를 내포하고 있단다. 또 초형인은 동물이나 사물을 관념적 또는 추상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드는 형식이라고 설명한다. 물상뿐만 아니라 마음에 새기는 것 또한 ‘정고암 스타일’이다. 오늘은 시 한 자락, 내일은 농담, 모레는 세상에 대한 일갈을 돌 위에 올려놓는 ‘마음새김’인 것이다. “소문을 듣고 제가 하는 새김아트를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 타이완 등의 전각 예술가들도 전시장에 왔다갔습니다. 전각을 이렇게 다양하게 확장시킬 수 있구나 하는 부분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어릴 적에 연이나 팽이를 만들고 부채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미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일찍 공장에 취직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포기할 수 없었다. 미술 전시 구경을 가는 날이면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때마다 나중에 꼭 예술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노래솜씨가 좋아 한때 주위에서 가수를 권유받을 만큼 다재다능했다. 의류공장에 다니던 27살 때 우연히 마주친 한 인장(印章)에서 어떤 운명같은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인장은 왜 아랫면에만 새길까’라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위아래, 옆면을 다 새기는 ‘3D입체’의 전각을 생각해 냈다. 이때부터 전각을 찾아나섰다. 전각에 관련된 자료를 뒤져가며 독학으로 각법을 익혀 나갔다. 원래 타고난 솜씨가 있던 터라 글씨와 그림, 조각이 어우러지는 방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1983년 한국전각가회장을 역임했던 정문경 선생을 만나면서 정식으로 전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아울러 먹물이나 인주로만 찍어 흑백과 빨간색 위주로 표현하던 전각에 아름다운 오방색을 입혔다.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도 새겼고 한글의 아름다움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마침내 42살 때 첫 전각전시회를 하면서 본격적인 전각예술가의 길로 들어섰다. 45살에는 대한민국미술대전과 서예대전에서 각각 우수상을 받으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전각예술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예술적 행보에 대해 ‘정통이 아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 “대중을 전통예술 세계로 끌고 가려면 전통예술가도 대중성과 현대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면서 “수백년 전 예술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는, 현대의 새 패러다임을 새겨 넣는 게 진정한 전통계승이 아니냐”고 말한다. 2011년 한양대박물관에서 열린 ‘전각예술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이라는 전시를 통해 이 같은 비판을 잠재우며 ‘새김아티스트’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조선왕조 오백년 작가 신봉승씨는 “정병례 선생은 글자뿐만 아니라 살아서 움직이는 듯한 그림까지 포함하는 회화성 미학으로 승화되는 정병례 특유의 세계를 확립했다”고 정씨의 저서 ‘마음새김’ 추천사를 통해 평가했다, 그는 전각을 시작하면서 스스로 3류도 아닌 5류 인생을 살았다고 말한다. 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데다가 학연이나 지연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시작했으며 본질적으로 자존감을 찾고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처음에는 외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과거에는 혼자 무대를 만들고, 혼자 무대 위에서 배우가 됐으며, 혼자 관객이 됐다. 이제는 무대도 있고 관객도 있다. 앞으로는 연주만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류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말했다. 선임 기자 km@seoul.co.kr ■고암 정병례는 독학으로 전각 공부·42살 첫 전시회… ‘새김 아트’ 창시자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서예와 그림 등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공장에 취직했다. 20대 중반 인장작업을 우연히 접하고 독학으로 전각 공부를 했다. 42살에 처음 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35회 개인전과 110여회 단체전에 참여했다. 최근 전시로는 광화문 세종이야기(2009년), 전각의 현대적 변용과 활용 새김아트(2011년, 한양대박물관), 한글 디자인 4인전(2011년, 토포하우스) 등이다. 주요 경력으로는 서울시립미술관 초대작가 겸 선정위원(1993년), 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1996년~현재), 인천 가톨릭대 겸임교수(1998~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전각부분 심사위원장(2001년), 초중고 국정교과서 작품수록(2002년~현재), 새김아트 창시(2006년),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과 외래교수 역임(2008년), 한국미술저작권협회 이사(2009년~현재), 극동대학교 환경디자인과 교수(2011년~현재) 등이다. 주요 수상으로는 대한민국미술대전·대한민국서예대전 전각부문 우수상(1992년), 동아미술제특선(1993년), 전연대상전 대상(1993년), 대한민국 4대 국새공모전 인면부 우수상(2006년) 등이다.
  • 고위공무원 인사 적체 어떻게 돼가나

    ■국장급 이상 감축 후폭풍 ‘무보직’ 2~3개월내 숨통 새 정부 출범 이후 보직을 못 받은 채 대기 상태로 있던 고위공직자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위원회 등 새 정부의 각종 위원회들이 본격적인 가동준비에 들어가 일부는 다음 달 출범이 예상되고, 직제 밖의 기구였던 ‘부처 간 협업 태스크포스(TF)’를 안전행정부가 최근 정식 조직으로 인정해 줌에 따라 새로운 자리들이 생기는 까닭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공중에 떠 있던 각 부처의 국·실장급 간부들이 자리를 찾아 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위원회 등의 자리를 놓고 각 부처의 물밑 쟁탈전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부처마다 해외 파견, 관련 조직 증설 등을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29일 각 부처 등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은 인원이 자리를 못 잡고 공중에 떠 있는 부처는 기획재정부. 국장급 이상 16명이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대기 상태다. 교육부 4명, 국무조정실 및 총리비서실 3명, 미래창조과학부 2명 등이고, 산업자원통상부는 최근 실·국장급 무보직자 6명이 퇴직해 산하기관으로 가 대기자는 1명뿐이다. 새 정부 들어와 청와대 규모가 이명박 정부 때에 비해 100여명이나 확 줄고, 각종 위원회도 싹 정리돼 국장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의 자리가 축소됐다. 국가경쟁력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브랜드위원회, 사회통합위원회, 과거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들이 정리되면서 파견나가 있던 실·국장급 직원들의 귀환으로 적체를 부채질했다. 청와대와 위원회의 감축 효과가 각 중앙부처에까지 연쇄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기재부의 인사 적체는 청와대 인원 축소 등이 큰 이유이고, 미래부 등은 예측을 잘못해서 생긴 것 같다”면서 “앞으로 두세 달 안에 해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옛 총리실 정원 동결로 지연 국장급 3명 새달 채울 듯 국무총리 산하 총리비서실의 주요 국장 자리가 박근혜 정부 출범 석달이 넘도록 비어 있다. 29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총리비서실 산하 정무실의 정무지원비서관과 민정실의 민정민원비서관, 시민사회비서관 등 세 명의 주요 국장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다. 민정민원비서관은 공직 현장의 업무 진척 여부와 민생 현장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및 입장을 수렴하고 민원 처리 역할을 해 ‘총리의 눈과 귀’라는 말을 듣는 요직이다. 정무지원비서관과 시민사회비서관은 새 정부에서 특임장관실을 폐지하면서 관련 기능을 총리실로 옮겼다. 정무지원비서관은 국회와의 협력업무를 담당하고, 시민사회비서관은 비정부기구(NGO) 등 시민사회단체 등 민간과의 협력사업을 주관한다. 이들 자리가 비어 있는 이유는 업무 특성상 정치권과 시민사회관계 전문가 등 외부 인사로 수혈할 계획인데, 이미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과 총리 비서실에 할당된 고위공무원단 정원이 꽉 차 더 이상 밖에서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국장급 간부들을 다른 기관으로 보내 전체 정원에서 빈자리가 생겨야 인사를 할 수 있는 처지다. 이 같은 현상은 새 정부 들어와서 옛 총리실(현 국무조정실 및 총리비서실)의 정원을 동결시킨 탓이다. 옛 총리실이 특임장관실 기능을 흡수했지만 공무원 조직과 인사권을 쥔 안전행정부는 정원을 늘려 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주요 국장 자리는 비어 있는데, 국장급들이 일 없이 대기해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자 3명은 각종 위원회에서 근무하다 귀환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이달 중에 인사를 목표로 추진해 왔는데 다음 달이나 돼야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외국계銀 ‘자린고비 기부’ 여전

    외국계銀 ‘자린고비 기부’ 여전

    외국계 은행들의 사회 공헌이 여전히 인색하다. SC은행과 씨티은행의 경우 비슷한 규모의 수익을 내는 은행과 비교했을 때 사회공헌액이 턱없이 적었다. 은행연합회는 13일 ‘2012 은행 사회공헌 활동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SC은행은 사회공헌 활동비로 69억원, 서민금융지원비로 124억원 등 총 193억원을 내놨다. 씨티은행은 사회공헌 활동비로 26억원, 서민금융지원비로 117억원 등 총 143억원을 냈다. 두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각각 4573억원, 1903억원이다. 비슷한 수준의 순익을 기록한 국내 지방은행과 비교해도 초라한 사회 공헌 실적이다. 3275억원의 순익을 낸 부산은행이 311억원, 2676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대구은행은 253억원을 사회공헌비로 각각 내놓았다. 외국계 은행의 ‘자린고비 기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은행연합회가 관련 보고서를 내놓은 2006년부터 SC·씨티은행은 매번 하위권을 차지했지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회 공헌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은행과 4개 금융관계기관은 총 6990억원을 썼다. 2011년(6614억원)보다 5.4% 늘어난 규모다. 은행권은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지난해 순이익(11조 8000억원)이 전년 대비 26.1%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지출액이 127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국민은행(865억원), 신한은행(816억원), 우리은행(803억원), 하나은행(429억원) 등이 이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일자리 나누기와 청년 창업인프라 구축 등 문제해결형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공공기관 부채증가 정보 전부 공개”

    “공공기관 부채증가 정보 전부 공개”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공공기관 부채와 관련, “부채 중 무엇이 늘었는가에 대해 정보를 전부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투명하게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정보 공개가 이뤄지면 부채 증가에 대한 경영진의 잘잘못을 따질 수밖에 없어 전임 정부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에 대한 솎아내기 의도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부채 증가율이 공공기관장의 재신임 여부에 대한 주요 잣대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공공기관 부채 증가,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와 관련해 새 정부는 사실에 기반해 합리적으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하려 한다”면서 “‘정부 3.0’의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는 정보를 공개해 필요없는 에너지 소모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이런저런 논쟁이 필요없게 되고 기관에서는 더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면서 “확실한 사실관계의 공개를 바탕으로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와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정책의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공유하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정책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부처가 정확한 입장을 확인하고 청와대가 논의한 것을 종합해서 부처 간에 한목소리가 나고, 철학도 공유되고 부처의 의견도 수렴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과 관련, “새 정부의 모든 목표는 좋은 일자리 창출에 둬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소비도 늘어나고 투자가 되고 경기 활성화가 되며, 우리가 목표로 하는 중산층 70%, 고용률 70%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도 고용률 제고와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청년층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모든 부처는 어떻게 하면 일자리, 그것도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시론] 행복기금 사각지대 자영업자 이대로 둘 건가/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시론] 행복기금 사각지대 자영업자 이대로 둘 건가/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국민행복기금이 출범했다. 대선 기간만 해도 마치 채무자들을 위한 획기적 공약으로 인식됐다. 당시에는 부정적 반응이 거의 없었다. 오히려 다수의 채무자들로부터 ‘왜 야당에는 이런 정책이 없느냐. 심각한 가계빚 현실 앞에서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이제 탕감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막상 선거가 끝나자 금융권부터 기금에 대해 숨겨왔던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채무자들이 마치 행복기금에 기대 빚을 일부러 갚지 않거나 그러려고 작정했다는 식으로 채무자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이런 논리는 언론을 통해 금세 부정적 여론으로 확산됐고 정부는 여론을 핑계 삼아 기금 운용계획을 선거 때와 달리 대폭 축소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6개월 이상 연체자 중 1억원 미만의 빚만 행복기금의 대상이 되었다. 이 기준은 선거 공약 당시 채무자들의 기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고 당장 급한 빚을 해소하는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우선 1억원 미만의 빚이라고 한정짓는다면, 자영업자 상당수가 행복기금에서 제외될 것이 뻔하다. 현재 자영업자들의 평균 대출잔액은 1억 6934만원이다. 생계비가 부족해 생긴 빚과 사업상 초기 투자금 혹은 운영자금 등의 대출이 더해지면서 규모가 커졌을 것이다.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정년이 지나치게 짧아 자영업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초기 투자금과 운영자금 부족을 사업수익으로 회수하기 힘든 것이 자영업의 현실이다. 자영업자들의 가처분소득은 연 평균 693만원, 즉 1년간 뼈빠지게 일해도 700만원도 손에 못 쥔다. 가처분소득 대비 빚이 24배에 달한다. 더 열심히 일해서 탈출구를 마련할 길도 보이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골목으로 밀려 들어와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는 기대심도 꺾어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골목상권 장악에 대한 규제에 대기업들은 전혀 양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상당수 언론도 이에 동참해 마치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기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인 양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몰이를 한다. 그렇다고 재취업을 모색할 수도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영업 비율은 15.9%인 반면 우리나라는 28.4%로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나라 총 사업체의 진입 및 퇴출 추이를 분석하며 연간 60만개 사업체가 진입하고 58만개가 퇴출했다고 했다. 결국 과도한 자영업 시장의 경쟁 가속이 문제라는 지적과 더불어 창업보다는 재취업을 유도하는 정책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을 갓 졸업하고도 취업하기 힘든 세상이다. 청년 실업도 해소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대단히 기형적이다. 은퇴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을 재취업 시장에서 흡수해야 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7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의 탐욕스러운 골목시장 진출과 불가능한 재취업 현실 앞에서 하루하루 빚이 쌓이는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당장 심각한 빚이라도 해소해 보려 행복기금에 기대를 걸었던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행복기금의 운용 계획에서 1억원이 넘는 대출이 제외됨으로써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과 민간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3월 기준 35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이 계속 오르고 있다. 가계 부채 부실화의 핵심 뇌관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에서 화려한 캠페인을 벌였던 행복기금은 자영업 부채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1억원 이하의 대출에만 적용한다는 행복기금의 운용 계획이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6개월 이상 연체자라는 단서와 더불어 저소득 대출에 대해 연체 기간과 규모에 상관없이 신용회복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재설계가 시급해 보인다.
  • [인터뷰]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

    [인터뷰]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의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입니다. 새 정부에서는 지방분권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합니다.” ‘작은 대한민국’으로 불리는 서울시의 시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서울시의회 김명수(54) 의장은 14일 “지방자치 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22년이 됐지만 오히려 중앙정부에 예속되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올해는 지방의회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뛰겠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을 맡아 서울 시정을 살피는 것과 함께 지방자치 발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지방정부의 전체 예산 151조원 가운데 경상비와 국고보조사업비, 법적·의무적 경비 등을 빼고 나면 자율예산은 전체 9%인 14조원에 불과하다”면서 “근본적으로는 8대 2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불균형적인 비율을 재조정해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서는 주민생활과 밀접한 업무는 과감히 지방이양을 추진하고,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정책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한강르네상스 등 전시성 토건사업을 반대하고, 무상급식 시행을 주장하며 오세훈 전 시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전시성·토건중심’의 시정을 ‘시민·복지 중심’으로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는 “8대 시의회는 시민이면 누구나 누려야할 소득,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5대 영역에 걸쳐 시민복지기준을 제정해 위기의 빈곤층을 구하고, 양극화를 해소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 노력했다”면서 “그동안 59만명의 아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과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조례 발의,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고졸자 고용촉진 조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로 부채문제를 꼽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토건중심의 시정으로 인해 서울시 채무는 2.9배 증가했다. 2011년 기준으로 약 20조원, 하루에도 채무 이자만 약 20억원이 넘는다”며 “이 문제는 서울시와 시의회가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를 8대 시의회 추진사업을 마무리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역점 추진사항으로 복지정책 확대와 함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자영업자 지원을 통한 지역경제 살리기, 세외 수입 확대를 통한 재정건전성 마련, 지방분권과 자치를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꼽았다. 그는 “올해 전체예산의 약 30%인 6조원이 복지예산으로 국가 필수 예방접종 무료시행, 서울시 기초보장제도 도입,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복지정책이 실행에 옮겨지면서 조금씩 시민의 삶이 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는 날로 전문화되고 복잡해지는 시정을 감시·견제하려면 정책보좌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서울시의원은 31조원의 예산과 기금을 심의하고 의원 1인당 9만여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510건의 조례, 승인, 의견 청취, 행정 감사를 처리하는 등 업무가 복잡하고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정책보좌관제는 결국은 시민의 복리증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광역시의회와 미국뉴욕시의회 등에서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개인 보좌관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의회정치의 합리성을 중시하는 그는 소속 정당의 입장을 떠나 원칙과 소신에 반하는 것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복지와 사람, 현장을 중시하는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공감하기 때문에 소통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에 대한 관계설정에 좀 미숙한 점이 없지 않다”면서 “앞으로 시의회와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해 1000만 시민의 행복도가 한층 더 높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장 속으로, 시민 곁으로’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그는 현장의 소리를 정책에 담아내기 위해 전국 최초로 민원접수 전자 신문고인 ‘U-신문고 키오스크’를 의회 로비에 설치했다. 그는 “의회는 시민과 늘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각 구청과 경찰서, 세무소 등 민원실과 협조해 시의회 신문고의 거점 지역을 점차 넓여 시민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함께 고민을 나눠 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명사가 걸어온 길] 2. 의술로 인술 실천하는 김희수 건양대 총장 (상)

    1950년 세브란스 의대(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자그마한 안과 개원의로 시작해 예순셋에 건양대학교를 설립하고, 일흔셋에 800병상 규모의 건양대 병원을 일군 사람. 3년 대학 총장 임기를 두 번이나 채우고도 모자라 임기를 4년으로 늘려 12년째 총장직을 지키는 사람. 사람들은 그를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에 견줘 결코 포기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뜻에서 ‘부도옹’(不倒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부도옹은 무슨…. 난 그처럼 대단하지 않아. 그는 천하의 경륜을 논했지만 난 고작 대학 하나잖아. 그렇지만 듣고보니 그럴 법도 하네” 김희수. 올해 여든다섯이지만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그에게서 물리적인 나이를 읽기란 쉽지 않다. 주변에서는 이런 그를 두고 “너무 오래 거머쥐고 있는 게 아니냐”거나 “이제는 자리 내려놓을 때도 됐다”고들 말하기도 하지만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다 이유가 있어. 나는 지금도 더 일하고 싶어. 열정도, 건강도 문제가 없거든. 나도 알지.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세월 거꾸로 사는 사람 없잖우. 그래서 후배들에게 이렇게 말해. ‘그러니 내게 시간을 조금만 더 달라고….’” 김 총장에게 스스로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정색하고 말문을 열었다. “뭐 내세울 게 있어야지. 그렇지만 내가 헤쳐온 삶이 젊은이들에게 도전의 의미를 되새기거나 용기를 부추기는 자극은 될거야. 결코 쉬운 삶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 번도 내가 이뤄야 할 것들을 잊어본 적이 없거든. 뭔가 성취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그걸 말하고 싶어. 목표를 갖고 살라는 거지” 그가 삶의 지표로 삼아온 원칙 같은 게 궁금했다. “좌우명이라는 게 너무 평범해서 실망할거야.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보면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처럼 함축적으로 내 삶을 표현한 말이 없어. ‘정직’은 사람의 기본이고, ‘노력’은 성공의 기본이며, ‘치료’는 병원, ‘교육’은 학교의 기본이잖우. 이런 기본만 지키면 뭐든 다 돼. 공자도 그랬잖아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 本立而道生·군자의 본연은 근본을 닦는 것이며, 근본이 바로 서야 도가 생긴다)이라고.”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그의 성장기는 그 시절의 대부분이 그랬듯 가난과의 동거였다. “가난했지. 아버지가 농사를 지으셨는데, 30∼40마지기 정도였으니 중농쯤 되나 그랬어. 농사뿐이 아니야. 소, 돼지는 물론 양봉에 누에까지 쳤어. 한 방의 반은 누에 잠틀이었는데, 까만 누에 똥 속에서 먹고 자고 했지, 뭐. 내 형제가 3남 4녀였는데, 형들 꼼짝 못하는 엄한 아버지 밑에서도 막내라 사랑 좀 받고 자랐어요.” 그렇지만 성장기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으로 그는 주저없이 형을 꼽았다. “아, 나완 나이가 열여덟살이나 차이가 나니 형이 아니라 아버지 같았어. 나만 그런 게 아니라 그땐 다 그랬지. 가난하지, 애들은 생기는 족족 많이 났지, 그래서 젖먹이 동생을 손 위 형이나 누나가 맡아서들 키우던 그런 시절이었잖우.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지만, 그때는 다들 그러니 그게 궁핍하다거나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고 살았지. 그러려니 하고.” 평생 애써 일군 부를 악다귀처럼 그러쥐지 않고 대학 설립에 쏟아부은 데서 보듯 그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1950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도미, 뉴욕 프랜시스 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마친 그는 일리노이주립대 안과대학원과 시카고 안과병원에서 수련을 마치고 1959년에 귀국했다. 전쟁으로 피폐하고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이 미국에서 겪은 경험은 충격이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살던 때, 그의 눈에 비친 미국이라는 나라는 온갖 물산이 넘치고, 큰 집에 차량이 즐비한 도로, 자유분방한 사람들의 표정이 어우러진 유토피아였다. 그런 미국을 보면서 도미 후 처음 형님한테 쓴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하느님이 계신데,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한가.’ 그런 미국을 보면서 그가 가슴에 새긴 것은 ‘잘사는 나라, 건강한 국민’이었다. 이미 결혼해 고국에 처자식을 두고 홀로 이국으로 떠나온 그에게 ‘남다른 노력’은 숙명이었다.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대학원을 학비 부담없이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육영 의지를 키우는 자극제가 됐다. “생각해 봐. 전쟁통에 피죽 먹기도 어려운 때잖어. 우리 마누라가 조그만 미장원을 해서 번 돈으로 유학와서 공부하는 내가 한눈을 팔 수가 없지. 그땐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 이로부터 3년 뒤인 1962년 서울에서 그의 꿈의 모태인 김안과를 개원했다. 당시 미국의 선진 의료를 체험한 그는 국내에서 안과 분야의 독보적 의사로 인정받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돈 엄청 벌었지. 진료비를 전부 현금으로 받던 시절인데, 병원이 자리를 잡은 뒤에는 하루 3000명까지 환자를 봤어. 일과를 마치고 나면 자루에 가득한 돈을 셀 수가 없는거야. 그래서 은행원에게 정산을 맡기기도 했는데, 매일 500만원씩 그러모았지. 요샛돈으로 치면 그게 얼마야.” 그러나 그는 결코 돈의 미혹에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벌었지만 많은 돈을 번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성공과는 달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공의 기억을 묻자 뜻밖에 그는 ‘치료의 기쁨’을 말했다. “난 돈보다 내가 치료한 환자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가 제일 기뻤고, 그걸 성공이라고 믿었어. 어떤 이는 두고 두고 내게 인사를 오기도 해. 의사로서 그 이상의 성공이란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는 돈을 삶의 목적으로 여기지 않았다. 일제 때 의학을 공부해 공의로 일한 큰형님의 영향을 받아 의사가 된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의사상은 ‘질병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의사’였다. “요새 어떤 병원은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성 안질환자가 오면 치료 못 한다며 다른 병원으로 보낸대. 그게 뭐야. 그건 의사가 할 일이 아니지. 내 큰형님이 공의로 일할 땐 치료비가 없어 돈 대신 달걀이나 참깨를 가져온 사람도 많았는데, 한번도 형님이 그걸 타박하지 않아. 그걸 보며 나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그렇게 일한 그가 많은 돈을 번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주시했다. ‘저 많은 돈을 어떻게 쓸까’하는 호사가적 관심이었다. 이 무렵, 그는 사람들이 놀랄만 한 결정을 한다. 그가 오랜 고민 끝에 찾은 부의 용처는 육영사업이었다. 1983년 그의 육영의지가 얻은 첫 결실은 고향인 충남 논산에 양촌고등학교를 설립한 것이었다. 작다면 작은 그 실천이 30여년 뒤 거대한 교육사업으로 결실을 맺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육영이라는 게 이를테면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일인데, 그보다 보람 있는 일이 어딨겠어. 고향 유지들이 찾아와 면리에 하나뿐인 중학교가 운영난이 심각하니 인수해달라는 거야. 고민 끝에 부채를 떠안고 1억 2000만원에 인수했지. 어쩌겠어. 애들 공부는 시켜야잖어. 그게 지금의 건양중·고등학교야.” 그렇다고 그의 시선이 우뚝하고 걸출한 인재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 딱히 분별하자면 그는 열정이 있는 청년을 좋아한다.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가 펴낸 자서전 제목도 ‘여든의 청년이 스무살 청년에게’다. 여기에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그의 고언이 담겨있다. “나도 하는데, 나보다 훨씬 젊고, 힘세고, 시간 많은 너희가 왜 못하겠는가. 해보지 않으면 잘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너는 분명 할 수 있다.” 이런 그를 두고 이어령 교수도 “그 분이 평소 얼마나 젊은이들을 사랑하는지를 알면 그 분을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사실, 육영사업이라는 게 돈욕심으로는 되는 일이 아니다. 잠깐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그런 육영사업에 그가 생애를 투자한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웠고, 젊은이들에게 꼭 주고 싶은 뭔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해가 1986년이었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던 신극범 박사가 하루는 고향에 전문대학 하나 세워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 처음엔 망설였지. 지금도 벅찬데 대학이라니….” 고민이 깊었다. 주변 의견도 찬반으로 갈렸다. 나이도 있고, 병원 경영에다 중고등학교도 만만찮은 일인데, 한 술 더 떠 당시 대학가는 온통 민주화 바람으로 학교마다 재단들이 곤욕을 치를 때였다. 당연히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발 들여놓으면 뼈도 못 추린다는 거였다. 그러나 찬성 쪽도 적지 않았다. 어차피 육영사업이라는 게 장기적인 안목으로 봐야 하고, 지역사회를 보더라도 중고등학교를 대학으로 확장하는 게 낫다는 것이었다. <계속>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서울광장] 일자리 창출 역발상 필요하다/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자리 창출 역발상 필요하다/오승호 논설위원

    대기업을 두둔하는 발언이라도 하면 시대 흐름을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분위기다. 기업정책이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 규제 확대’로 압축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첫 정책 행보로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이후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기세다. 중소기업 하면 무조건 측은하게 여기고, 대기업은 뭇매만 맞는 양상으로 전개될 때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효과는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즉 1%대 99%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상생할 수 있다. 경제 논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가계부채, 청년실업, 중산층 복원, 세대 간 갈등 등의 과제는 일자리로 풀어야 한다. 베이비 부머들이 직장 밖으로 쏟아지는데 일자리 없이 하우스 푸어를 어떻게 해결하나. 중산층은 어떻게 해서 70%까지 끌어올리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인식의 전환을 해보자. 박 당선인은 민생 중에서도 일자리를 취임 첫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1987년 영국 국왕에게서 기사작위를 받은 역발상 투자의 귀재 존 템플턴 경은 늘 최적의 투자 타이밍은 비관론이 팽배할 때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주식가격이 폭락할 당시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들을 사들여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300만개가 넘는다. 경제의 주춧돌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3000여개로 땅덩어리가 우리보다 큰 미국이나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타이완보다도 훨씬 적다. 기형적인 기업 생태계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법령을 동원해 1000개가 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반대로 대기업은 34개의 법령과 84개의 시행령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99%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정밀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일자리도 더 생겨 고용에 도움을 준다. 자동화와 첨단화,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고용 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소액으로 쪼개지 말고 기술혁신 기업을 추려 대규모로 중점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은 대기업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봄직하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글로벌 기업들과 나머지 대기업 간 차이가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삼성과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의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다.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외형, 즉 무늬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곳까지 톱 클래스 기업들과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 규제하는 대기업 정책을 재고할 필요는 없는지 궁리해 봤으면 한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빠른 길이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발전 가능성도 크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글로벌 환경 변화와 저성장시대를 맞아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가령 30대 그룹 중에서도 10대 그룹 이외는 한시적으로 길을 터주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면, 소수 대기업이 독주하는 산업구조도 재편하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금융, 관광·레저, 의료 등 서비스 분야 육성을 강조한 것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였다. 그러나 관련부처나 이해집단 간 의견 대립으로 유야무야됐다. 이번에는 최고 권력자의 확고한 의지 피력이 요구된다. osh@seoul.co.kr
  • 새 정부, ‘MB위원회’ 간판 내린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각종 대통령·국무총리 직속 정부위원회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신설된 위원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는 9일 “부처의 경우 조직 개편을 최소화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정부위원회는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맞춰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이명박 대통령 시절 신설된 국정과제위원회를 중심으로 없앨지, 조정할지 등을 한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정과제위원회는 대통령의 비전을 제시하는 등 국정 운영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으며 통상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형태로 꾸려져 왔다. 현 정부 들어 신설된 국가경쟁력강화위와 국가브랜드위, 미래기획위,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 녹색성장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위원회는 현 정부의 색채가 강하게 반영돼 있는 데다 대선 과정에서 박 당선인이 현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강조했던 만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빈자리는 박 당선인이 약속한 국민대통합위와 국민감사위, 기회균등위, 청년위 등이 메우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현행 사회통합위는 국민대통합위로 확대 개편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방분권촉진위도 박 당선인의 공약인 지방분권균형추진위로 간판을 바꿔 달 것으로 보인다. 또 사실상 행정기관처럼 기능하는 상설 행정위원회 역시 개편 바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위 중에서는 대통령 직속 3개(방송통신위, 국가과학기술위, 원자력안전위)와 총리 직속 3개(공정거래위, 금융위, 국민권익위) 등 모두 6개가 핵심이다. 이 중 공정위를 제외한 5개는 현 정부의 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설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에 근거해 만들어진 원자력안전위 외에는 모두 개편 영향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될 경우 국가과학기술위를 흡수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담 조직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의 역할과 기능을 쪼개야 한다. ICT 전담 조직이 별도 기구 형태로 꾸려질지, 미래창조과학부·지식경제부·중소기업청 등의 관련 기관과 합쳐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경제 민주화, 가계 부채 대책과 각각 연관 있는 공정위와 금융위 역시 업무 영역이 확대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지방시대] 박근혜 정책과 배려/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지방시대] 박근혜 정책과 배려/김민배 인천발전연구원장

    예측. 새해가 올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다. 2013년 한국은 어떤 한 해를 맞이할 것인가. 새로운 대통령이 내년 2월에 취임한다. 정부의 핵심인 장·차관들도 바뀐다. 그래서 누가 새 정부에 참여할 것인가가 국민적 관심사다. 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 정책들은 지난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됐다. 그동안 박 당선인의 경우 원칙과 신뢰를 중시해 왔다. 그 점을 감안하면 정책들이 공약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인천은 공약에서 제시된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2014 아시안게임 지원,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와 산단 재생, 송도를 시점으로 한 GTX사업 등을 기대한다. 12월 26일자 뉴스위크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성숙할 것인가에서 대선 후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와 비민주적 경제의 향방을 거론했다. “박근혜 정부 앞에는 재벌로 상징되는 특권계층에 대한 반감과 대북 강경노선에 대한 결별을 요구하는 여론이 있다. 경제 민주화와 남북외교의 좌 선회 촉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새 정부 앞에는 어려움이 곳곳에 있다. 국내적으로는 하우스 푸어 문제가 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일자리 문제도 있다. 양극화와 신용불량자 문제가 있다. 직장과 집, 부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새 대통령과 정부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한·중·일 간 갈등요소가 표면화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지도체제와 정책도 골칫거리다. 일본의 분게이슌주(文藝春秋)는 최근 2013년의 쟁점 100개를 선정했다. 그 가운데 한국과 직접 관련되는 주제는 5개다. 독도와 영토문제, 한국의 새 대통령과 대일정책, 통일교회와 영감상술, 한국드라마의 규제와 문화내셔널리즘, 북한의 이영호 숙청과 개혁 문제 등이다. 새해에는 일본 아베 총리와 중국 시진핑 주석,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들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서 주제마다 신경이 쓰인다. 세계경제와 국내외 상황도 격변할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예측한다. 세계경제는 정체되고, 일부 신흥국가들의 버블도 우려한다. 마이너스 성장과 디플레가 계속될 경우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달러, 엔, 위안화의 향방도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많은 대내외의 현안 해결에 국민들은 박 당선인의 원칙과 소신, 신뢰에 기대를 건다. 물론 소통 부족과 배신에 대한 불관용,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다. 그러나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는 모두 박근혜 정부의 몫이다. 이 시점에서 박 당선인에게 상기시키고 싶은 게 있다. 몇 년 전 함께한 오찬에서 우리들에게 물었다. 선진국과 선진국 국민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함께 참석한 분들이 대부분 ‘신뢰’로 답했다. 박 당선인은 ‘배려’로 답했다. 산적한 당면 과제를 푸는 방식과 자세로서 배려만큼 좋은 단어는 없다. 지역과 수도권, 재벌과 노동자, 남북한, 한·중·일 문제 등은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각자 이해관계와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갈등과 대립을 반복할 수 있다. 새해. 우리들을 짓누르는 우울한 예측을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할 때 가능하다.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다.
  • [첫 여성대통령 시대] “경제위기 극복 바라는 국민 선택의 결과”

    재계는 19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는 한편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이번 박근혜 후보의 당선은 안정 속의 개혁을 희망하는 민심과 경제위기 극복을 바라는 국민 선택의 결과로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가 수출 감소·내수 부진·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박 당선자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경제 활성화에 전념할 수 있는 정책을 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재계 또한 과감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에 힘써 국가경제의 견인차로서 기업 본연의 역할에 매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적극적인 동반성장 노력과 사회공헌 활동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공식 논평을 통해 “경제 민주화 및 경제 3불(不) 해소를 비롯한 소상공인·중소기업 분야 공약사항을 차질없이 이행해줄 것을 부탁한다.”며 “중소기업도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해 ‘스마트 중소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소기업도 힘과 지혜를 모아 한마음으로 새 정부 5년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로는 계층 간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청년 실업 등 내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했다. 앞서 박근혜 당선자는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당선되면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경영자총연합회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불합리한 규제의 개선, 노사관계 법질서 회복 등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경총은 “국내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경영계도 새로운 지도자를 중심으로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선거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국론 분열을 우려하며 “국민 대통합을 이뤄 안정되고 희망찬 나라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줄 것”을 한목소리로 주문했다. 홍혜정기자 jukebox@seoul.co.kr
  • [대선 정책 검증] (4) 경제민주화

    [대선 정책 검증] (4)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화두는 이번 18대 대선에서 여야 유력 후보들에게 ‘금과옥조’의 조항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경제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여야 후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선 공약 첫머리에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다. 경제 위기의 파고를 헤쳐 나가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심해진 반면 경제 성장의 과실은 대기업과 일부 부유층에 집중되고 공정한 경쟁 기반도 무너졌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경제민주화 공약을 실현 가능성과 참신성, 정책 효과 등으로 나눠 평가했을 때 실현 가능성 면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참신성·정책 효과 면에서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였다. 박 후보의 공약은 주로 공정 거래와 대기업의 부당 행위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교적 종합적으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경제민주화를 하면서도 기업 투자 위축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경제민주화 핵심인 재벌 지배구조 개혁에 대해서는 ‘대기업 집단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고친다’는 식으로 언급해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 후보는 대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선 과감히 메스를 들이대고 중소기업, 서민은 대폭 지원한다는 점에서 ‘과감하다’와 ‘포퓰리즘 측면이 있다’로 평가가 엇갈렸다. 재벌 개혁에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물론 출자총액제한제 재도입,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상한 축소 등 강력한 기준을 내걸었다. 중소상공부, 금융소비자 보호 전담 독립 기구 신설 등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4일 두 후보 공약에 대해 “국내 경제의 글로벌화와 산업 경쟁력을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경제민주화 논의는 모래성 쌓기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겉으로는 좋아 보이나 외부 경제 충격이 올 때 이를 감내할 수 있는 자생력이 크게 약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 거래 질서 확립과 이른바 ‘국민정서법’의 작동은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실현 가능성 실현 가능성에서는 박 후보의 공약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았다. 문 후보가 중소기업 보호와 재벌 개혁, 금융민주화, 노동민주화 등 전 분야에서 비교적 강도 높은 개혁안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현실 여건을 고려해 순환출자는 신규분만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강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 해소에 치중했다.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은 호평을 받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김선웅 소장은 “구조 개혁보다 행위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 공정성 강화, 단기 문제 해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서 “근본 개혁보다는 현재 패러다임 유지에 그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법 체계나 기득권을 크게 침해하지 않아 법적 저항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산 분리는 다른 분야의 공약과 대비할 때 강도가 센 편이라 반향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후보의 골목상권 정책 가운데 원자재 가격·납품단가 연동제, 이익공유제 등은 대기업 저항이 거셀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회계 정보에 대한 비밀 보장 제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삼성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소송처럼 법적 분쟁을 잇달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 교수는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유도할 수 있지만 실행을 위한 장치들이 더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 순환출자분 3년 내 해소’ 등은 경제성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신성 박 후보의 정책은 대체로 과거 참여정부나 민주당에서 먼저 언급한 정책들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적 약자 보호 정책은 대부분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별 정책별로 참신한 대목들은 눈에 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화물운송기사 등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해 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하게 한 부분 등은 보수 정당 후보로서는 참신한 내용이라고 평가받았다. 납품단가 협상력 제고를 위해 중소기업협동조합에 단가조정협의권을 부여한 방안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전반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해당 행위 금지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시장 자율 규제 시스템에 권한을 줬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문 후보는 경제양극화의 근본 대책인 금융 민주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이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금융감독 체계 혁신은 검증에 참여한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후하게 평가했다. 금융소비자 전담기구 독립, 금융계열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 등은 문제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발상도 새롭다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권리를 찾아주겠다는 정책 의도는 저축은행 사태 등에 비춰 주목받았다. 중소기업 분야에선 정부의 무조건적 자금 지원이 아니라 신용중재센터, 지역 재투자법 등 간접 지원을 통해 신용경색을 해결토록 한 부분이 좋은 평가를 얻었다. 김진욱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상공부 신설, 중소기업 청년 취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 부여와 지역 단위 공공기술인력지원센터 설립 등이 신선하다.”고 밝혔다. ●정책 효과 정책 효과 면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전제로 할 때 문 후보의 공약이 다소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후보의 재벌 개혁 정책에 대해선 “실현 가능성은 높지만 개혁 의지가 부족해 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중평이 나왔다. 현 정부에서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거나 대기업 등 기득권 세력이 수용 가능한 분야에 대해서만 대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산 분리 강화가 꼽혔다. 대기업의 변형된 금융산업 지배력을 규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단기협상권 부여 역시 구속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됐다. 다만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액주주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이나 집중·전자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등은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사전 경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의 정책 가운데 기존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의 부채 비율 하향 등은 실행되면 파급력이 크지만 재벌의 경제력 집중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환출자 금지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이 많지 않은 데다 회피 수단도 얼마든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지주회사의 금산 분리 엄격 적용, 개별 회사의 지배 구조 기준 강화, 총수의 편법 경영권 승계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재벌 개혁 정책이 빛을 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정책 실행 과정에서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는 처방도 제시됐다. 중소기업·서민 중심 정책이 경제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오 교수는 “근로자의 경영 참여 등은 강성노조가 많은 한국 여건을 감안하면 기업 존립을 위협하는 정책으로 비쳐 기업의 해외 탈출을 가속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미진한 점 박 후보의 공약에서는 금융산업 개혁이나 조세·재정 개혁안에 대한 제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벌 개혁 면에서도 순환출자의 단계적 폐지를 비롯해 더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하 교수는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분을 모두 인정하는 것은 여러 합당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너무 봐준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해소, 의결권 제한 등 보완적 수단도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경제민주화의 한 축인 금융 정책이 사실상 빠져 있다.”면서 “비정규직 차별 해소,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문 후보의 공약에 대해서는 개혁의 부작용과 재원에 대한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중소기업, 서민경제 등의 분야에서 사회 전반의 활력을 이끌어낼 구체적 전략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예컨대 재벌 개혁으로 경제력 집중 문제가 해소된 이후 이를 대체할 중소기업의 효과적인 육성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쪽 후보 모두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박 후보는 창조 경제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문 후보는 중소기업 지원을 각각 내세웠지만 모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정책검증단 명단]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변호사), 김진욱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 창업 방법보다 ‘기업가 정신’ 길러주는 것이 중요

    창업 방법보다 ‘기업가 정신’ 길러주는 것이 중요

    한양대에는 학창시절부터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기 위한 다양한 강의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글로벌기업가센터가 있다. 2009년 국내 대학 최초로 세워진 이 센터는 준비된 창업기술인 양성을 위해 한해 1500여명의 학부생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창업지원 시스템을 운영한다. 코스닥 상장기업 전문경영인(CEO) 출신인 류창완(49) 센터장은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장 학생들에게 창업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미래의 혁신기업가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대학가의 창업열풍 현상은 어디에서 오나. -청년창업은 지식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발생한 왜곡된 고용 현실을 타개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한 방법이 된 것이다. 100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은퇴한 뒤 누구나 한번쯤은 창업을 하게 된다. 거창한 기업을 세우는 것만이 창업이 아니다. 또한 취업이 워낙 어렵다보니 취업을 대체해 창업으로 눈을 돌리는 청년들도 많아지고 있다. →대학이 취업·창업을 위한 기관이 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기업가센터를 설립하게 된 취지는 무엇인가. -한양대는 실용적인 학문을 강조하는 학풍이 있다.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세운 것은 ‘성실한 근로자’ 양성이 아니라 ‘혁신 기업가’를 키우는 데 인력양성 목표를 둬야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학은 아직도 보수적이기 때문에 “학문의 전당에서 왜 천박한 지식, 돈 버는 법을 가르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학에서부터 예비 기업가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이 침체된 경기 분위기를 살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는 무엇을 교육하나. -예비 창업자에 대한 소양교육이다. 졸업하고 바로 창업을 하라거나 휴학하고 사업을 시작하라는 것이 절대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려할 때 학교에서 배운 것이 큰 자산이 된다. 성공한 CEO들이 강단에 서서 자신의 경험담, 실제 닥칠 수 있는 의사결정 과정 등에 대해 실질적인 경험담과 조언을 들려준다. 이를테면 ‘투자유치 할 때 부채를 안고서라도 돈을 빌리는 것이 좋은가’, ‘회사 정관 초안은 어떻게 작성하나’와 같은 것이다.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책에서 보완돼야 할 점은. -당장 학생 창업자를 몇명 배출했냐고 묻지 말고 미래의 CEO를 배출할 수 있도록 대학에 그 역할을 맡겨줘야 한다. 또 현재 대학과 정부가 1대1로 출자하는 매칭펀드에 대해 대학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 비율을 높여서 더 많은 예비 창업가들에게 지원금이 돌아가도록 해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與는 부자정당 野는 끼리끼리 정당… 누굴 믿어야 하나”

    “與는 부자정당 野는 끼리끼리 정당… 누굴 믿어야 하나”

    18대 대선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수도권 민심은 아직 요동 직전의 ‘태풍의 눈’이었다. 수도권은 역대 대선에서 ‘바람’의 지역이었다. 이 지역에서 바람을 탄 후보는 어김없이 청와대로 직행했다. 지역 기반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유권자의 특성과 지역별로 가장 많은 유권자 수가 바람몰이의 요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의 수도권 유권자 수는 2000만 7473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49.3%를 차지한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개시 나흘째인 30일까지 수도권 유권자 상당수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퇴의 여진으로 부동층 자체가 늘어난 데다 어느 정당에도 눈길을 주지 않는 무당파와 정치 무관심층도 상당수였다. 앞으로 남은 18일간 어느 후보가 이들을 사로잡느냐에 따라 대선의 향배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인 경기 분당을 지역은 앞서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당선자의 소속 정당이 달랐던 곳이다. 이번에도 속마음을 드러내는 유권자는 많지 않았다. 출근 시간에 만난 직장인 이도현(36)씨는 “지금 같아선 투표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 안 전 후보도 결국 현실 정치의 벽에 좌절된 것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새누리당은 아직도 웰빙정당이고 민주당도 ‘끼리끼리’ 정당 같다.”면서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경제민주화 같은 민생 공약도 결국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중산층인 회사원 권재홍(42)씨는 “386세대는 민주화에 대한 부채 의식이 아직 남아 있다.”면서 “과거 10년간 민주당이 그다지 잘하지는 못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과거 잔재를 청산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더 크다.”며 완곡히 야권 후보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박 후보가 지난 28일 방문했던 수원의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선 여야의 온기가 교차했다. 민생을 잘 보살필 수 있는 후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상인 박금자(64·여)씨는 “그래도 박 후보가 서민 물가를 좀 더 보살피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말했다. 옆에 있던 상인 이충수(61)씨도 “경제민주화는 별다른 거 없다. 서민들 허리 펴고 등 따뜻하게 살게 해 주면 된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트럭을 모는 김태호(56)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서민 살림살이가 나아진 게 뭐가 있냐.”면서 “이번에 민주통합당으로 확 갈아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북부 역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양시 행신동에 사는 주부 김정미(39)씨는 “중산층 아파트 단지인 이 동네 또래 엄마들은 대개 지지 후보도 정당도 없다.”면서 “여든 야든 보육, 부동산 등 민생 공약에서 큰 차이점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누가 되든 크게 바뀔 거라는 기대감이 별로 없다.”고 했다. 의정부에서 보습학원을 운영하는 진보신당 지지자 김정민(35·여)씨는 “주변에 안 전 후보 사퇴에 허탈해하는 동료들이 많다.”면서 “막판에 문재인 민주당 후보 지지세가 여의치 않으면 투표장으로 향하겠지만 아직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인천에선 박 후보의 상승세도 조금씩 감지됐다. 부평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오경석(50)씨는 “문 후보가 아직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벗지 못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거리감을 내비쳤다. 반면 서울에서 만난 유권자 가운데는 ‘정권 교체’를 얘기하며 안 전 후보 사퇴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이들이 많았다. 퇴근길 구로 디지털단지역에서 마주친 회사원 최진철(48)씨는 “문 후보가 실패한 정권의 책임자라고 공격받지만 현 정권이 잘한 건 무엇이냐.”면서 “정권 교체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민영현(29·여)씨는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여성 대통령론에 대해 “박 후보가 그동안 여성 정치인으로서 대표성을 나타냈는지 모르겠다.”며 회의감을 표시했다.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이나은(23·여), 박정열(26)씨는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지 선언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솔직히 정책 공약은 양쪽 후보 모두 비슷해서 잘 모르겠다.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 정책에서 좀 더 진정성이 있어 보이는 후보를 찍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분당·수원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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