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청년 미래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감정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 갑을
    2026-08-0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229
  • 새정치연 ‘빅3’ 전대 출사표… 친노·비노 세대결 시동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2·8전당대회 경선 규정을 의결했다. 1월 7일 당 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을 선출하는 예비 컷오프 경선을 치르고, 지명직 최고위원에 여성·지역·노인·청년·노동 관련 인사를 우선 배려키로 했다. 당 대표가 대권 도전을 하려면, 2017년 12월 대선일 1년 전까지 사퇴하도록 했다.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은 17일 비상대책위원직을 사퇴한다. 김부겸 전 의원은 불출마가 유력하다. 20126년 4월 대구에서 치를 총선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비노(비노무현) 계열을 중심으로 중진들은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뒤 단일화 등 교통정리에 나서려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 물망에 오르던 3~4선 중진들이 대거 당 대표 선거로 선회할 결심을 굳혀갔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저울질하던 486·더좋은미래 진영의 이인영 의원, 정세균계인 수도권 3선 전병헌 의원도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이미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시사한 중도 성향의 3선 김동철 의원, 4선 추미애 의원과 박주선·김영환·조경태 의원 등도 본격 채비에 나섰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 역시 전대에 참여한다면, 당 대표 경선 후보가 될 전망이다. 당 대표 후보군이 늘자 일단 유리해진 쪽은 문 의원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를 이끄는 데다 2012년 대선 이후 정비가 늦어지며 대선 당시 당 조직의 여운이 남아 있다. 그러나 대권 후보로서 이미지 훼손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에 문 의원이 움직일 운신의 폭이 좁다는 분석도 많다. 호남 중심 신당론이 잠복해 있는 가운데 문 의원과 친노 세력이 당을 ‘접수’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경선 과정에서 잡음이 클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당 대표가 되더라도 당 화합을 이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박·정 비대위원은 문 의원을 견제하는 한편 계파 내 중진들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할 처지에 놓였다. 두 명 모두 계파색이 옅고 호남 지지기반을 갖췄다는 점이 당내 선거에서 장점으로 꼽히지만 출마 후보 대부분이 “계파 청산”을 외칠 선거에서 장점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전당대회를 두 달 이상 앞뒀음에도 ‘캐스팅보트’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도 했다. 전대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세력이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줄지, 막바지 당 대표 후보들 간 단일화 협상이 이뤄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출마하든 불출마하든 계파 간 전쟁에서 물러서 있기 어려운 국면이 야당 내 다른 이슈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임금개편 업종·규모·지역별 세분화… ‘윈·윈 대안’ 마련할 것”

    “임금개편 업종·규모·지역별 세분화… ‘윈·윈 대안’ 마련할 것”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소득 양극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수술대에 올랐다. 오는 1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큰 틀의 합의안을 내면 내년도 노동시장 개편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를 언급한 이후 “노동자끼리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거세다. 출발부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노·사·정의 줄다리기 속에 중심을 잡아야 하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김 위원장은 “한쪽으로 기우는 일이 없도록 합의안을 내겠다”며 “임금개편도 업종·기업규모·지역별로 세분화해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노동시장 구조개혁 구상을 들어봤다. 대담 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노사정 회의가 어느 지점까지 와 있나. -매일 전문가 그룹이 만나 이견을 조율하고 있다. 오는 19일 5차 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기본 원칙과 큰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겠다. 이번에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에선 하향평준화, 규제완화라며 우려한다. -기획재정부에서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얘기가 나와서 그런 건데, 노동시장 구조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가장 현실적이고 가능한 개혁을 해야 한다. 균형 있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이 제시될 것이다. 노동계도 한쪽 방향으로 기우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안은. -과거의 연공급 임금 체계를 직무에 따른 직무급 체계로 바꿔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 내의 연공급 임금체계에 따른 노무 관리, 인사체계가 바뀌어야 하고 다양화되고 있는 근로형태에 따른 맞춤형 임금체계로 가야 한다. 직무급 체계를 큰 방향으로 잡고 사전 준비를 해 나가며 업종별로 다양한 임금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연공급과 직무급, 성과급 임금비율을 ‘5대 3대 2’로 하는 권고안이 노사정 합의안에 포함됐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 -뚱딴지 같은 소리다. 임금체계는 업종별 직무에 따라 적합한 체계로 가야 한다. 이를 싹둑 잘라 ‘5대 3대 2’로 맞출 수는 없다. 연공급 비중을 낮추면서 직무급 비중을 올리는 과정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한다. ●고용 유연화 아닌 노동시장 유연화 돼야 →임금체계는 업종별로 모두 설정하는 건가. -직무 분석을 철저하게 해 업종별로 표준 임금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 주요 몇 개 기업에 적용해 현실성을 보고서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도 각각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업종별·규모별·지역별로 세분화해야 한다. 지역별 세분화가 필요한 것은 지역별로 생활비 수준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은 다른 도시보다 물가가 비싸 이곳 근로자들에게는 보조금을 따로 준다. 우리도 이런 임금체계를 연구하며 다양한 요인들을 고려해 임금 체계를 짜야 한다. →임금체계가 안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정책 당국자들은 조급하겠지만 임금체계 개편은 10개년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무(無)노조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정리해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경영상 해고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리해고 법률 규정을 갖고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경영상의 어려움, 해고 회피 노력 등 정리해고 요건을 어떻게 법률상에 딱 규정할 수 있겠나. 정치권에서 정리해고 요건 강화 법률안을 발의했는데, 현실을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고 내놓은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국회의원들은 우릴 뭐로 보느냐고 기분 나빠하겠지만, 단순히 정치적인 목적에서 촉발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이고 가능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안은 부작용도 우려되는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것보다 노사가 법이 잘 지켜지도록 노력하는 게 먼저다. 편법으로 접근하다 보니 쪼개기 계약이 횡행하는 것이다. 사용기간 2년 규정을 그대로 두고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해 비정규직 사용 남용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노사정위에 비정규직 대표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데. -관련 법률안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답답하다.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정책에 담기려면 정치권이 이 문제부터 해결해 줘야 한다. 지금까지는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노사정위의 동의를 구해 회의체에 비정규직 대표뿐만 아니라 여성·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분들까지 참여시키려고 한다. 노사정위원들도 구태여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정규·비정규직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어려워 →노사정 합의가 힘을 발휘하려면 기재부와 최소한의 공감대가 있어야 하지 않나. -정규직 해고 완화를 꺼냈던 기재부도 지금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물러선 상태다. 정규직, 특히 중소기업 정규직이 일자리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안 된다. 대기업 공공부문이더라도 해고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잘나가는 대기업 정규직도 해고되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회안전망이 튼튼하지 않아서다. 고용 유연화가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가 이뤄져야 한다. 인력 배치전환을 자유롭게 하고 직업 능력 개발을 지원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노동시장 유연화의 방향이다. →최 부총리의 발언도 그냥 나온 말은 아닐 텐데. -IMF 금융위기 때도 구조조정을 했지만 임금을 동결 또는 일부 반납하는 방식으로 고용을 유지한 기업도 상당했다. 구조조정은 최후 수단이 돼야한다. →고용유연화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여야가 다르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도 개별적으로 다 다르다. 노사정위에서 협의하고 공감대가 이뤄진다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란 대과제 앞에선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어려워진다. 현실을 겉돌아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미래지향적으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사회 양극화를 해소해서 우리 사회가 다시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연말에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의 윤곽이 나올까. -오는 19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원칙이 합의되면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임금체계, 근로시간 문제 등을 세부적으로 다뤄 나가려고 한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로 본다. 법 개정을 고려하면 아무리 늦어도 내년 5월 말까지는 세부내용의 가닥을 잡아야 한다. 내년 하반기에는 총선, 어물쩍하다 보면 대선이 다가올 것이다. →노사정 합의가 잘 안 될 경우 ‘플랜 B’는. -변수가 생겨 골든타임을 놓쳤다면 다른 경로와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 독일 ‘하르츠 개혁’도 결국 마지막에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해 기존에 논의된 내용을 갖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했다. →정부 주도라면 공기업부터 적용한다는 건가. -논의를 통해 공감대가 마련된 부분은 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노사정 합의 안되면 논의된 내용 우선 추진 →노동시장 구조 개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의지는. -노사정위에서 합의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바람을 아주 강하게 갖고 있다. 전폭적인 지지를 해주고 있어 아주 든든하다. →결국 사회 안전망이 얼마나 확충되느냐가 문제일 텐데. -실업급여 수준을 높이고 기간을 늘려도 될 만큼 재정 상태가 괜찮으면 좋겠지만, 이는 ‘양날의 칼’이다. 단순한 급여 지원이 아니라 실직한 사람이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능력 개발과 기술향상 훈련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 돼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안전망이 네덜란드 등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당장은 답답하겠지만 긴 호흡으로 직업 훈련과 취업 지원에 노력을 쏟아부으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나가면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파견 업종 확대로 비정규직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직 노사정위에 올라온 의제는 아니지만, 파견 업종을 확대하면 기업도 좀 더 효율성을 기할 수 있고 근로자도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을 바로잡으려면 사실 ‘동일노동·동일임금’이 해답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렵다. 연공급 체계에서 어떻게 동일 노동을 하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을 비교해 조정할 수 있겠나. →노사정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대화해 합의를 이뤄내겠다는 진정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노사정 대표 모두가 소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큰 틀을 잡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1949년 경북 김천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인하대 교수 ▲참여사회연구소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2분과 간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 경제노동분과 위원장 ▲노동부 장관 ▲고용정보원 이사장
  • [농어촌청소년대상] 대상-수산 윤인범씨, 전남 수산업경영인 대회 등 양식기술 습득 힘써

    [농어촌청소년대상] 대상-수산 윤인범씨, 전남 수산업경영인 대회 등 양식기술 습득 힘써

    ●수산 윤인범씨 2004년부터 수산업 경영인 완도군 연합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수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회원 관리와 지도, 다른 연합회 임원들과 활발하게 정보를 교환했다. 전남 수산업경영인 대회에도 적극 참여해 미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 줬다.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양식품종 도입을 위한 기술 습득과 이를 접목하기 위한 어촌 청년들과 협력했다. 또 지역 축제를 통한 특산품을 홍보하고 판매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2012년 태풍 ‘볼라벤’ 때는 피해가 컸던 전남 완도군 보길면 어업인들과 힘을 합쳐 피해 시설 철거 등 복구작업을 펼쳤다. 정부 수산정책을 전파하는 데 앞장섰고 근검절약 실천으로 어촌의 젊은 청소년들에게 모범이 됐다. 전복의 2차 폐사를 예방하기 위해 연구하는 자세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 “최씨 아저씨, 같이 살길 좀 찾아봅시다”

    “최씨 아저씨, 같이 살길 좀 찾아봅시다”

    “청년이 사회의 허리입니다. 허리를 이렇게 끊으면 달릴 힘이 어디서 날까요?”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라는 제목의 세 장짜리 대자보가 잇따라 붙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철도 민영화와 대선 불법 개입, 밀양 송전탑 주민 자살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을 향한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가 대학가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후 1년 만이다. ‘최씨 아저씨’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일컫는다. 대자보는 최근 최 부총리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정규직은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은 덜 보호하다 보니 기업이 겁나서 정규직을 못 뽑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상황”이라며 정규직 해고의 유연성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비판했다. 대자보를 게재한 ‘미스핏츠’는 연세대와 고려대, 이화여대 재학생 9명이 만든 대안 미디어로, 지난 3일 고려대 정경대와 연세대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처음 대자보를 붙였다. 고려대에서는 학교 승인을 받지 않은 대자보란 이유로 하루 만에 뜯겼다. 한 연세대 학생이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사진으로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자 게시물은 하루 만에 2만 7000여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미스핏츠는 4일 성균관대 인근 혜화역과 신림동 고시촌, 강남역 학원가에도 대자보를 붙였다. 학생들은 “아저씨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일자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정규직 이놈들, 순순히 권리를 내놓아라’로 들렸거든요”라며 “저희는 정규직이 과보호돼서 불만인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 너무 보호를 못 받아서 불만인데, 자꾸 아저씨는 ‘창의적’인 해법을 말합니다”라고 비웃었다. 이어 “아저씨, 다 같이 망하자는 거 아니면 우리 같이 좀 삽시다. 이건 권유나 애걸이 아니라 협박입니다. 우리 ‘같이’ 좀 살길을 찾아봅시다”라고 덧붙였다. 미스핏츠 대표인 연세대 박진영(23·여·국문과)씨는 “(취업 준비로) 먹고살기 바쁜 청년 사이에서 일상화된 침묵을 깨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청년들의 취업, 주거 불안 등이 갈수록 심각한 상황”이라며 “평소 문제의식을 느끼던 학생들이 대자보 형태로 목소리를 낸 것으로 반향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다음은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편지’ 대자보 전문. 최씨 아저씨께 보내는 협박 편지 최경환 아저씨, 저는 좀 화가 나 있습니다. 아저씨가 하신 말 때문에요. 총리 대 찌질이 대학생을 말하지 말고, 계급장 떼고, 우리가 그냥 포장마차에서 만났다고 상상해봅시다. 요즘 욕 많이 드시느라 힘들다고 소주 한 잔 따르신다면, 저는 그거, 냅다 뺏어 제 잔부터 채우렵니다. 저는 경제는 잘 모르는 학생입니다만 제가 체감하는 삶은 아저씨 생각이랑 많이도 다릅니다. 작년 서울시 통계를 보면 40대 이상은 암으로 죽고, 20대는 자살로 죽었답니다. 장년층이 속 곪아 암으로 죽는다면, 청년층은 애쓰다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아저씨, 제 친구들은 평균적으로 1300만원어치 빚을 지고 대학을 나갑니다. 요즘엔 취업도 힘들어서 1년 정도 ‘취준’ 하는 건 찡찡댈 축에도 못 끼고요. 기업들은 ‘스펙초월’이다 뭐다 하는데, 주변에 토익점수 하나 없이 이력서 쓰는 애들, 본 적 없습니다. 주변에 취직한 친구들 두 명이 야근하는 분량을 합치면 일자리 하나는 거뜬히 나오는데 왜 채용 인원은 그렇게 적습니까. 고생 대결하자는 게 아니라요, 그냥 같이 잘 좀 해보자고요. 우리도 부모한테 빚 안 지고 독립해서 멀쩡히 회사 다니고 싶어요. 그래서 다들 이 고생하면서 안정적으로 돈 벌 데 가고 싶어 한다고요. 이 빚, 본인이 못 갚으면 부모 빚 되고 형제 빚 돼요.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사회 못 만들면 청년만 손해가 아니라고요. 안 그래요, 또 하나의 부모, 최경환씨? 우리가 취업 못하고, 창업 망하고, 집 못 사면 우리 부모님 세대도 죽어난다고요. 우리가 엄마 아빠가 가진 부동산들 안 사주면 집은 누가 사고, 부모님 받으실 연금은 누가 내요. 청년이 이 사회의 허리입니다. 허리를 이렇게 끊으면 달릴 힘이 어디서 날까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돈 낸다고 저희 미래 책임져 주시지도 않잖아요. 제가 60살 되면 남는 연금이 없을 테니까요. 예? 그러면서 20만원 지원하고 다자녀 낳으라고 하고요. 택도 없네요. 자꾸 이렇게 헛소리하시면 우리는 순순히 애를 낳아주지 않을 겁니다. 다른 정치인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꾸 청년을 ‘봉’으로 알고 선거 때만 빛 좋은 개살구를 던지면 우리는 순순히 연금을 내주지도, 집을 사주지도 않을 거란 말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맞습니다. 협박입니다. 제가 협박을 하는 이유는 아저씨가 먼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저씨의 ‘정규직 과보호’ 발언은 제게 “일자리를 인질로 잡고 있으니 정규직 이놈들 순순히 권리를 내놓아라”로 들렸거든요. 저희는 정규직이 과보호돼서 불만인 게 아니라, 비정규직이 너무 보호 안 돼서 불안인데, 자꾸 아저씨는 ‘창의적’인 해법을 말합니다. 아니, 트렌드 따라 ‘창조적’이라고 해드릴게요. 경제부총리 취임하시면서 얘기하셨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보호 강화는 허울만 좋은 선물이었나요? 아저씨, 우리가 고생고생해서 얻은 일자리가 ‘저질’이면 누가 제일 힘든지 생각해보세요. 우리도 힘들지만, 엄마 아빠한테 용돈도 못 드리고 내복 한 번 못 사드릴 거라고요. 손자 볼 생각은 꿈에도 마시고요. 설마, 애 기를 돈도, 시간도, 공간도 없을 저에게 뭔가 막 기대하고, 그러실 거 아니죠? 정말 계속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미래를 갉아먹고 지금 당장 얼마나 배부를 수 있습니까? 정규직 갉아먹고 ‘노동자 모두’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습니까? 청년세대에게 짐을 미뤄두고, 장년 세대는 얼마나 마음 편할 수 있습니까? 아저씨, 다 같이 망하자는 거 아니면 우리 같이 좀 삽시다. 이건 권유나 애걸이 아니라 협박입니다. 우리, ‘같이’ 좀 살길을 찾아봅시다.
  • 피노키오’ 이종석 박신혜, 식빵키스 넘는 ‘입막음 키스’… 심쿵!

    피노키오’ 이종석 박신혜, 식빵키스 넘는 ‘입막음 키스’… 심쿵!

    얄궂은 운명의 수레바퀴는 이들을 모두 엇갈리게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나 법률상 여전히 삼촌과 조카였고, 형은 동생을 오해했으며, 살인자는 한 생명을 구했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디로 치닫는 것일까? 지난 4일 방송된 SBS 드라마 스페셜 ‘피노키오’는 8회 ‘운수 좋은 날’이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형 재명(윤균상 분)과 조우했지만 형이 가장 혐오하는 기자라는 사실이 발각되어 오해를 받은 달포(이종석 준)와 인하와 달포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특히, 인하가 취재하는 빙판낙상 촬영에서 재명이 한 어린이를 극적으로 구하면서 향후 전개에 관심을 집중 시켰다. 이날 방송은 그야말로 1시간을 10분처럼 느끼게 할 만큼 롤러코스터를 탄 듯 흥미진진한 전개를 펼쳐 보였다. 모든 사건들은 잘 맞춘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졌고 시종일관 시청자들을 들었다 놨다 했다. 시청자들은 단 1초도 놓칠 수 없었다는 평이다. 달포와 인하 그리고 달포의 형 재명의 운명은 더욱 가속화 되는 애틋한 마음에도 아랑곳 없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게 엇갈리고 있었다. 달포는 눈이 내리는 밤 인하와 우동을 먹으며 여자친구는 네비였다고 고백한다. 이어, “우리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삼촌 조카처럼 편하게 가족처럼 지낼 수 있을까”라고 묻는 인하를 향해 그는 “나는 그럴 수 없어. 미안하지만 난 안돼. 너는 돼?”라고 되묻는다. 인하는 애써 부정하며 “어 나는 돼. 나는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만 어김없이 거짓말임을 알리는 딸꾹질이 시작되고 이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인하와 달포는 안타까운 키스를 나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삼촌과 조카였고, 달평(신정근 분)에게는 밝힐 수 없는 금지된 사랑이었다. 그런가 하면 달포는 그 동안 오매불망 찾아 헤매던 형 재명을 만나지만 차마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닫고 괴로워한다. 아버지를 모함했던 ‘문덕수 실종’에 대한 단서를 찾던 중 형 재명과 조우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그런가 하면, 재명은 스스럼없이 ‘형’이라 부르고, 청년 백수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달포가 사실은 기자이고, 자신의 집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확인한 후 달포를 오해하고 견제한다. 재명은 달포에게 “다시는 ‘형’소리 하지마. 내 근처에 얼씬도 하지마. 기자들은 끔찍하고 역겨우니깐”라고 소리치며, 혐오의 모습을 보여 엇갈린 운명이 시작됐음을 보였다. 그러나 얄궂은 운명은 또다시 이들의 미래가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게 만들고 말았다. 방송 말미 인하가 ‘빙판길 낙상’에 관해 취재하던 중 건널 목을 건너던 목발 짚은 어린이를 뺑소니 음주 운전 차가 달려들면서 어린이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순간 기적적으로 재명의 트럭이 사이를 뚫고 막으면서 어린이의 목숨을 구하고 그 모든 상황은 인하가 취재하던 MSC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 방송 마지막 4분을 장식한 재명의 활약은 다이나믹한 영상과 숨 쉴 수 없는 긴장감을 선사하며 한편의 액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명품 드라마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피노키오’의 힘이 조수원 감독의 섬세함과 우직함을 오가는 탄탄한 연출력과 박혜련 작가의 감정을 넘나드는 촘촘한 대본, 그리고 주연에서 조연까지 누구 하나 빠지지 않는 배우들의 열연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킨 순간이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각종 게시판을 통해 “오늘 도입부부터 끝까지 1초도 재밌지 않은 순간이 없었네요. 계속 빵빵 터지다가 마지막에 안타까움”, “오늘 완전 몰입도 최고! 피노키오 캐릭터 중에 제일 아픈 손가락이 재명”, “앞부분엔 투명형제로 애절하다가 키스씬으로 사람을 선덕거리게 만들더니 마지막에 또 이렇게 미친듯이 휘몰아치고”, “갓수원 파워 이정도 일 줄이야! 연출 대박이에요 오늘 키스신도 쩔었고, 엔딩도 쩔었어여” 등 뜨거운 반응을 이어갔다. 한편, ‘피노키오’ 8회는 또 다시 시청률이 상승세에 접어드는 저력을 보여줬다. 5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방송된 ‘피노키오’는 수도권 기준 11.4%, 전국 기준 10.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피노키오’의 강력한 상승세가 또다시 수목 드라마 시장을 뒤흔들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종석-박신혜-김영광-이유비가 주연을 맡은 ‘피노키오’는 거짓이름으로 사는 남자와 거짓말을 못하는 여자의 청춘 성장 멜로로 매주 수,목 밤 10시 SBS를 통해 방송된다.
  • [오늘의 눈] 티끌만 한 차이에 집착해 온 인류 차별의 역사/오상도 국제부 기자

    [오늘의 눈] 티끌만 한 차이에 집착해 온 인류 차별의 역사/오상도 국제부 기자

    영화 ‘가타카’(2007년)에 등장하는 미래 인류는 유전자(DNA)에 따라 계층이 결정된다. 자연적으로 잉태되는 하류 계층은 잉태되기 전 유전자 조작을 거쳐 선별된 상류 계층과 구분된다. 진학이나 입사 때도 정밀한 DNA 검사를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자격이 주어진다. 이 같은 상상을 가능하게 만든 주인공은 미국인 제임스 왓슨(86)과 영국인 동료 프랜시스 크릭(2004년 사망)이다. 1953년 ‘네이처’에 발표한 한 쪽짜리 논문은 9년 뒤 두 사람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안겼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최초의 글이다. 이후 DNA 연구는 진보를 거듭했고, 왓슨은 인류의 유전자 지도를 그린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초대 책임자가 됐다. 그런데 왓슨은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다. “피부색이 짙을수록 성욕이 강하다”는 등 흑인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 유전자 검열이나 개조를 강조해 ‘히틀러’란 별명까지 얻었다. 2007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흑인의 지능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전제는 틀렸다”고 말해 결국 사회로부터 매장당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최근 노벨상 메달을 경매에 내놓은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유전자까지 들먹인 이유는 ‘퍼거슨 사태’ 때문이다. 지난 8월 비무장 흑인 청년을 쏴 죽인 백인 경찰은 관할 지역 대배심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대배심 12명 중 9명이 백인이었다. 2012년 2월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지머맨이 비무장 흑인 소년을 무참히 총살한 뒤 백인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평결을 받은 것과 닮았다. 노예 해방 이후 15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미국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차별은 여전해 보인다. 피부색을 기반으로 범인을 가늠하는 ‘인종 프로파일링’ 기법은 지금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피해자 가운데 절반이 흑인이지만, 살인죄로 처형되는 살인범 가운데 흑인을 죽인 사람은 10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2050년 다문화 인구의 비중이 1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들과의 갈등 해소 방안은 여태 마련되지 않고 있다. DNA는 모든 생명체의 정보를 담은 불과 2나노미터(㎚: 10억분의1m) 굵기의 가는 실 모양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이를 근거로 흑백 차별은 물론 향후 벌어질 우성·열성 유전자에 따른 끝없는 인류 차별의 역사는 짐짓 암울하기만 하다. 그래도 희망적인 건 인간은 같은 종(種)이란 사실이다. 염색체 수가 인종 간 구분 없이 46개로 모두 같고, 빨간색 피와 뜨거운 감정을 지닌 존귀한 생명체라는 뜻이다. sdoh@seoul.co.kr
  • [열린세상] ‘손에 잡히는’ 리더십이라야 모두가 살 수 있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손에 잡히는’ 리더십이라야 모두가 살 수 있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조경제, 경제살리기, 규제철폐, 복지정책 심지어 통일대박론까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들은 불행하게도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이런 추상적이고 애매한 구호 정치가 소모적인 정쟁만 일으키고 사람들을 답답하고 불안하게 하면서 대통령 리더십은 총체적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어떤 영화가 대박을 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이것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 될 것이다. 그래서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이 지난 수십 년간 이 문제에 매달려 봤지만, 아직까지 정답은 ‘잘 모르겠음’이다. 거장 감독, 스타 배우, 좋은 시나리오, 대규모 투자 등이 영화의 성공 가능성을 다소 높여 줄지 모르지만 대박을 장담하지 못한다. 흥미로운 것은 대박을 친 영화를 보면 분명히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인 이유가 있다. 난해한 물리학, 그것도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영화 ‘인터스텔라’가 요즘 국내에서 대박을 쳐서 화제다. 정작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흥행 기록도 시원찮은 데다 졸작이라는 혹평도 듣는 모양이다. 이 영화가 한국 땅에서 히트를 친 이유는 자식에게 영화 보여 주면서 어려운 과학 공부도 시킬 수 있다는 한국 부모들의 속셈과 한국의 자식들에게 아리게 남아 있는 부정(父情)을 건드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 영화는 봐 줘야지 하는 허영심과 부화뇌동 심리도 일조했을 것이다. 비슷한 무렵 대형 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부당 해고를 다룬 한국 영화 ‘카트’가 예상 밖의 히트를 쳐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 비정규직 800여만명, 그 가운데 여성 비정규직 440여만명뿐만 아니라 점점 고달퍼지는 직장인들, 다음달 카드값 걱정하고 자식 교육비와 치솟는 전세값에 고민하는 서민들의 정서를 건드린 게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아이돌 그룹 ‘엑소’ 의 디오(도경수)가 이 영화에서 고딩 알바생 역으로 나와 여학생 관객을 많이 끌어들였다는 설명도 재밌다. 한 영화를 흥행에 성공하게 만드는 데는 감독, 배우, 시나리오, 투자와 같은 보통명사가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고유명사로 이뤄진 손에 잡히는 이유들이 있다. 어떤 정권의 성공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금 박근혜 정권의 핵심 정책은 추상성과 애매모호함으로 인해 정권을 성공이 아니라 곤경으로 빠뜨리고 있다. ‘창조경제’는 영화에서 스타 배우처럼 설레게 하는 좋은 말이다. 하지만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을 만나 보면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며 반응이 싸늘하기만 하다. 대학에서 교육부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데 이 사업이 창조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적어 내는 부분에 평가 총점의 10%를 배정한 대목은 대학 교수들의 냉소만 살 뿐이다. 창조경제는 지금 그다지 창의적으로 가지 못하고 정권의 이름으로 집행되는 창조경제 예산을 따먹으려는 지식 장사꾼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경제살리기와 규제 철폐도 일견 그럴싸한 말이고, 대통령도 강한 의지와 거친 언어를 실어 가면서 추진해 보려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어떤 경제를 어떻게 살리려는지, 어떤 규제를 어떻게 철폐해 어떤 사회를 만들려는지 애매해하는 눈치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대기업 등 부자들은 위하면서도 서민들은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반대편의 주장이 대두되면서 오히려 정파적 분열은 심해지고 있다. 복지 정책도 무엇을 위한 복지인지 목표가 불투명한 채 야당의 무상복지를 따르는 꼴이 됐고, 통일대박론 또한 어떻게 대박 통일을 이룰 것인지 로드맵이 없어 공허하다. 영화 ‘카트’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뿐만 아니라 매니저, 공무원, 경찰 모두가 힘들 듯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기업과 근로자, 고령 세대와 청년 세대, 부모와 자식 모두가 힘든 사회를 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성공은 결국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정책의 실천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장 사람들의 현실 문제인 일자리 만들기 정책과 가까운 미래의 재앙으로 다가오는 저출산·고령화 정책으로 요약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금 매우 구체적인 현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의 인내와 양보, 타협과 화합을 이끌어 내는 ‘손에 잡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정권도, 대한민국 사람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 [기고]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선택, 일·학습병행제/김소한 안산공업고 교장

    [기고] 미래를 위한 또 다른 선택, 일·학습병행제/김소한 안산공업고 교장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입시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투자한다. 올해 수능에도 고교 재학생 10명 중 7명 이상이 응시했다고 한다. 덕분에 대학진학률과 청소년 학업성취도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늘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주관적 ‘삶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3.3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학력 중심 풍조의 부작용이 심각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대학에 가려고 하지만 대졸자 취업률은 58.6%에 불과하다. 지식의 상아탑이어야 할 대학이 ‘스튜던트 푸어’로 넘쳐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 대학이 아닌 길을 택하는 소수에 대한 시선은 냉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필자가 몸담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새삼 대견하다. 세간의 편견을 넘어 진로를 결정한 점도 그렇고, 남들 따라 대학에 가는 대신 적성을 살려 기술로 승부하겠다고 결심한 용기도 장하다. 그런데 최근 아이들의 꿈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기술교육대 조사에 따르면 특성화고 재학생 10명 중 3명(31.2%)이 졸업 후 대학 진학을 생각하는데, ‘고졸 학력만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41.7%로 가장 많았다. 아이들이 느끼는 학력 차별의 벽은 여전히 높다. 우리나라 대졸자 임금은 고졸 임금보다 64%나 많다. 현 정부는 학벌 대신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가 대표적이다. 돈도 벌고, 전문가에게 기술과 지식을 배우며 경력도 쌓고, 업계에서 통용되는 국가자격도 취득할 수 있어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재학생과 교사들이 눈여겨봐야 할 제도다. 일·학습 병행제가 자리 잡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이 있다. 강소기업과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해야 한다. 대졸·고졸,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능력에 따라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기업의 책임감도 필수다. 기술 전문가로 크겠다는 포부를 안고 입사한 학습근로자를 인건비 저렴한 임시 인력으로 여겨 허드렛일만 시켜서는 안 된다. 정권에 따라 흔들리는 정책이 돼서도 안 된다. 오래된 학력 거품을 걷어 내려면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계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년 스스로도 책임의식을 잊지 않을 때 비로소 일·학습 병행제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학벌 중심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모두가 변화해야 한다.
  • [新국토기행] “마을자치 실현… 주민 행복도시로”

    [新국토기행] “마을자치 실현… 주민 행복도시로”

    김홍장 당진시장은 30일 “시민이 모두 행복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겠다”며 “그러려면 도시·농어촌 및 원주민·유입주민 간 갈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화와 소통만이 갈등을 풀 수 있다며 열린 시장실 등을 우선 운영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당진은 국내 굴지의 철강산업단지로 커가면서 도시지역과 농어촌, 원주민과 유입주민 간 갈등이 적잖다. 인심이 좋기로 손꼽히는 곳이었으나 급격한 산업화에 따른 개발로 이 부분이 많이 훼손된 상태다. 김 시장은 “주민자치회에 마을 대표, 청년,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을 참여시켜 갈등을 스스로 풀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자치 실현에도 관심을 보였다. 김 시장은 “행정이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면서 “읍면동은 물론 마을도 자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형태로 시정에 적극 참여시키고 한목소리로 묶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당진의 핵심 자원으로 항만물류산업, 철강산업단지, 농어업을 꼽은 뒤 “물동량 증가율 1위인 당진항이 글로벌 물류도시의 꿈을 이뤄 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진은 서해안 및 당진~대전고속도로 등 교통망도 확대 중이다. 김 시장은 “이 같은 인프라에 풍부한 물산, 바다와 농촌을 다 갖춘 자연환경, 솔뫼성지 등 문화유산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점이 당진의 무한 경쟁력”이라며 색깔 있는 도시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맞춰 김 시장은 개발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역으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각오다. 그는 “취임 후 한국농어촌공사, 금강유역환경청 등과 함께 태스크포스까지 만들어 먼저 삽교천 수질개선 사업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실효성 있는 미래 발전방안을 세울 수 있도록 국내 처음으로 종합적인 경영진단을 벌여 시 조직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못하는 것을 찾아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구상도 덧붙였다. 김 시장은 수많은 화력발전소 건설로 충남에서 가장 많은 철탑을 지중화할 것을 요구하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쾌적하고 정체성 있는 도시를 만들어 시민 행복의 토대를 쌓겠다”고 다짐했다. 당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與 공무원연금 개혁 연내 처리 녹록잖네

    새누리당은 28일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하며 꺼져가는 연내 처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다급한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주장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개혁안 추진 동력에는 썩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도 보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단과 면담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여론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 대표는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연금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국민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준모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정기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 처리 동력을 잃어 안타깝다”면서 “공무원들과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도 외면해선 안 된다”고 화답했다. 신보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대표는 “공직사회에 있는 분들이 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전원이 새누리당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공무원연금제도개혁태스크포스(TF) 주최 정책간담회에서는 이와 상반된 주장이 쏟아졌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연금을 줄여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겠다는 것은 하향평준화”라면서 “공무원은 높은 도덕성, 청렴성을 요구받고 재직 중 영리활동과 퇴직 후 재취업 등이 제한될 뿐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으면 연급액도 절반이 깎이기 때문에 공무원의 소득 보장은 민간보다 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새누리당이 연금개혁을 안 하면 미래세대가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새누리당 안으로 개혁을 하면 미래 공무원들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노조 측은 이날 간담회 참석 요청을 거부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이주청소년재단 2기 청년활동가 29일 해단식

    이주청소년재단 2기 청년활동가 29일 해단식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무지개청소년센터·이사장 김교식)은 29일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2기 청년활동가 해단식’을 갖고 지난 8개월간 활동을 정리 평가한다. 이날 해단식에서는 팀별 활동사례 발표와 활동인증서 수여, 우수활동가 표창이 진행된다.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프로젝트 기획·운영에 기여한 김승훈(서울사이버대), 김진우(KT&G복지재단), 전은지(한국국제협력단), 최종희(이화여대), 최지영(한양대), 홍설이(단국대)씨 등 팀별 2명씩 총6명이 우수활동가로 선정됐다. 재단은 다문화사회 청년리더 양성을 위해 ‘청년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사업을 운영해 왔다.  2기 청년활동가로는 21~31세의 다양한 연령, 소속을 지닌 한국 거주 청년 25명이 참여, 창의적 프로젝트팀과 모니터링팀으로 나뉘어 이주배경청소년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를 위해 지난 4월부터 활동했다. 필리핀, 중국, 북한의 이주배경을 가진 청년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다문화사회 이슈를 공론화 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위해 월 1~3회 정기모임을 가졌으며, 팀별 세부 주제를 선정해 활동했다.   창의적 프로젝트 팀은 다문화사회, 이주배경청소년, 통일 등을 주제로 실천적인 활동을 기획해 실행해 옮겼고, 모니터링 팀은 탈북청소년 진로지원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수행했다.  ‘창의적프로젝트 A팀’은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주배경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서로의 이주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활동가들은 ‘땡큐 프로젝트’를 기획, 교사, 친구, 학부모 등 이주배경청소년의 한국정착에 도움을 준 10여명을 초청해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자리를 가졌다.   ‘창의적프로젝트 B팀’은 대학생으로 구성돼 있으며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긍정적인 사회인식을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통일벽화를 제작했다. 통일벽화는 월미도 월미공원 입구에 길이 30m, 높이 1.8m 규모로 ‘화합, 통일기원 장승, 통일날개(포토존), 통일로 가는 기차, 아시안게임 마스코트 물범’ 5가지 내용으로 제작됐다.   ‘모니터링 팀’에서는 팀 구성원인 탈북대학생이 ‘탈북청소년 진로지원정책’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것을 직접 제안했다. 탈북청소년에 관한 다양한 진로지원정책 가운데 탈북청소년들의 입국초기와 정착단계인 취업까지 각 시기에 지원되는 정책사업 5가지를 살펴봤다. 실무자 및 정책 참여대상의 인터뷰, 현장견학, 문헌분석 등의 방법으로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했으며 대한민국 청년들의 시각으로 정책을 바라보고, 발전방향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모니터링 내용은 청년활동가 2기 자료집을 통해 소개된다.  활동을 마무리 하면서 창의적프로젝트 B팀 이슬이(경희대)씨는 “학업과 아르바이트, 대외활동 등으로 바쁜 한해를 보낸 것 같다. 이 가운데 통일을 주제로 한 이번 활동은 주제 선정부터 기획·운영까지 모두 직접 참여를 통해 해낸 것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때로는 팀원들이 문화적 배경과 성장과정, 꿈꾸는 미래가 달라 의견충돌과 갈등이 있었지만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 기분이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나와 같은 20대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다문화 프로그램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었으면 하고, 많은 청년들이 다문화 이슈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지개청소년센터 강선혜 소장은 “청년활동가들의 관심과 작은 움직임이 이주배경청소년과 다문화사회에 대한 인식변화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이주해 온 청소년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부터 통일에 대한 열망을 공유하고, 실제 정부의 정책을 청년들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을 추진함으로써 진정한 다문화사회 리더로 성장했을 거라 여겨지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아부지, 이만하면 저 잘 살았지예

    아부지, 이만하면 저 잘 살았지예

    한국전쟁 흥남부두 피란 행렬, 무너져 버린 독일 탄광 갱도, 총탄이 빗발치는 베트남 건설 현장, 억척스럽게 생활하며 지켜내야 하는 국제시장통 가게 ‘꽃분이네’, 피란 때 헤어진 아버지와 여동생을 찾기 위해 헤매던 여의도광장…. 아버지는 그곳에 있었다. 힘겨운 세월을 건너온 우리 시대의 아버지 세대가 발붙이고 있었던 상징적인 공간들이었다. 선장이 되고 싶었던 덕수(황정민 분)의 어릴 적 꿈은 가장의 책임감에 치여 언감생심 입 밖으로 꺼내지조차 못했다. 영화의 시작과 마지막 화면에 삶 속으로, 시간 속으로 날아가는 나비의 가냘픈 날갯짓 같은 일장춘몽이었다. 그래도 늙은 덕수는 회고한다. “아버지, 이만하면 저 잘 살았지요”라고. 영화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이 시대를 허위허위 건너온 우리들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남동생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나갔다가 간호사로 파견 와 시체만 닦고 있던 영자(김윤진 분)를 만났지만 무너진 탄광에서 구사일생하고, 여동생 결혼 자금을 마련하려 베트남에서 기술노동자로 일한 뒤 총탄에 맞아 죽을 고비도 넘긴다.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다. 언론시사회에 앞서 영화사 측이 일회용 휴지를 나눠준 것도 울지 않고는 못 배길 거라는 자신감이었을 터이다. ●정주영 회장·앙드레 김·이만기 보는 재미 쏠쏠 특히 1983년 서울 여의도광장을 삐뚤빼뚤한 글씨로 가득 메웠던 이산가족들의 간절한 울부짖음은 TV 자료 화면만 봐도 여전히 울컥하게 된다. 흥남부두에서 헤어졌던 아버지와 여동생 막순이를 애타게 찾던 덕수는 이 행사에서 미국으로 입양 가서 살고 있던 동생 막순이를 33년 만에 극적으로 해후한다. 봐도 봐도 눈물이 쏟아진다. 윤제균 감독이 2009년 ‘해운대’ 이후 5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청년 덕수, 어린 덕수, 노년 덕수의 50~60년에 걸친 시간을 마구 오가는데도 스크린은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다. 영화 컷과 신을 절묘하게 전환하며 시간과 공간을 창출한다. 영화 곳곳에는 현대사의 실제 인물들이 있다. 흥남 철수 때 미군 장성을 설득해 피란민들을 군함에 태웠다는 현봉학 박사를 비롯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디자이너 앙드레 김, 미래의 천하장사 소년 이만기, 베트남 전쟁터에서 “저 푸른 초원 위에”를 흥얼거리던 가수 남진 등이 덕수 또는 달구(오달수 분)와 시대를 공유하며 살아온 인물들이다. ●대통령·고위층의 부정부패는 어디에 하지만 묘하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요구하는 정서를 쭉 따라가다 보면 문득 불편해진다. 역사의 사건 중 무엇을 보느냐, 그 자체가 정치적 입장을 설명한다. 윤 감독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자식 세대와 아버지 세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다”고 말했지만 영화의 시선은 아버지 세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전쟁 때 국민을 내팽개친 뒤 한강대교를 폭파시키고 먼저 도망친 대통령에 대한 기억이나, 독일로 광부를 보내고 근대화 역군이라고 칭송하던 시절 고위층의 부정부패는 물론 법의 이름을 빌려 국가가 살인을 저지른 일 등으로 상징되는 추악함은 찾아볼 수 없다. ‘국제시장’ 속 베트남 군인들은 1980년대 냉전시대 람보 영화에서 그랬듯 자기네 인민들을 마구 학살할 정도로 잔혹하다. 반면 덕수를 비롯한 한국인은 베트남인들에게 따뜻한 온정과 연민의 손길을 건넨다. 마치 미군이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덕수의 자식들은 행복에 겨운 삶을 살면서도 누구 덕에 이만큼이나 살게 됐는지도 모른 채, 아버지가 겪어 온 세월 속 노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버지랑은 대화가 안 된다”며 무시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화면에 세련된 방식으로 기존 우익사관을 버무린 작품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미지수다. 12월 17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우리 마을이 확 바뀌었어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30%에 육박하는 전남 강진군이 ‘재능 나눔’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있다. 75세 할아버지가 ‘막내’로 불릴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한 이곳에 최근 강진군과 민간단체가 힘을 모아 재능 나눔을 실현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역량을 활용한 민관 협업의 모범 사례로 꼽힐 정도다. 강진군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재능나눔 지원사업을 계기로 지역 공동화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 강진군 재능나눔사업단은 탐진로타리클럽과 모란로타리클럽, 청록회, 다솜회 등 지역의 민간 봉사단체와 손잡고 농촌의 불편함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마을을 돌며 벽지와 장판을 교체하고 수도와 보일러, 농기계 등 낡은 시설을 수리했다. 마을 노인의 머리를 염색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원예 치료도 한다. 최종렬 강진군청 미래산업과 사람중심팀장은 24일 “마을마다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를 사전에 답사했고 이를 토대로 민간 봉사단체를 물색했다”면서 “봉사단체는 집 수리와 미용, 장수 사진 촬영, 원예 치료 중 자신 있는 분야를 택해 재능 나눔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문경환 탐진로타리클럽 회장은 “제가 만 59세인데 농촌에 가면 젊으신 분이 75세이니 그에 비하면 나는 청년”이라면서 “농촌에 가면 젊어지는 기분이고 어르신들도 우리와 함께 하면서 활력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진군청은 ‘재능기부 나눔센터’를 설립해 나눔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동양화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눔센터에 등록해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의료와 문화, 교육, 기술 전문가 90명과 11개 시민단체가 나눔센터에 참여하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71%에 이를 정도로 산업 구조가 단순하다”면서 “외부의 유입이 적은 농촌 마을은 의료와 문화, 교육 등의 혜택에서 소외된 경우가 많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기부 나눔센터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新국토기행] 1000만명 교류 거점도시… 관광객, 지역 경제와 연결… 시민이 행복한 ‘더 큰 順天’

    [新국토기행] 1000만명 교류 거점도시… 관광객, 지역 경제와 연결… 시민이 행복한 ‘더 큰 順天’

    조충훈 순천시장은 21일 “30만 자족도시, 100만 경제권 도시, 1000만의 교류 거점도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또 다른 감동과 보람, 행복을 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정원박람회를 개최해 440만명이 찾아오는 등 성공적으로 마친 조 시장은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박람회장을 순천만정원으로 이름 바꿔 올해 새롭게 개장한 뒤 6개월여 만에 300만명이 찾아오도록 하는 성과도 거뒀다. 조 시장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과 함께 순천만정원을 활용해 순천을 관광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조 시장은 이젠 관광객이 몇명 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관광객을 지역경제와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행복한 도시를 만들려면 시민과 소통, 더 나아가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는 게 그의 행정 철학이다. 그동안 정원박람회 등으로 도시 규모나 브랜드 가치가 커졌다면 이 성공을 시민들의 행복으로 돌리는 데 시정의 초점을 맞춰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쳐가는 관광에서 관광자원 간의 연계, 머무르는 관광을 통해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어나간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또 정원산업으로 시민가드너, 정원 설계, 한방뷰티, 정원해설사, 숲 치유 등 청년 눈높이 일자리 창출과 정원산업지원센터 건립, 철쭉 품종원 조성 등 기반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조 시장은 마이스(MICE) 산업 종사 인력 육성, 국제대회 전국대회 유치, 컨벤션 시설 확충 등 MICE 산업단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안전한 순천, 주택 도시가스 설치 시민 부담률을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 기반 구축을 통한 생활에너지 자립도시 만들기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친환경 농산물로 안전한 먹거리를 보급하고, 농촌에는 지속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순천형 로컬푸드를 육성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평생학습으로 신교육 도시를 실현해 나가도록 하는 것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다. 조 시장은 “시민 개개인이 행복한 도시, ‘정원을 품은 행복도시, 미래를 여는 더 큰 순천’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시장은 민선 6기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대표회장도 맡고 있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만경봉호 출항지 니가타에서 韓·日-北·日 관계를 논하다

    만경봉호 출항지 니가타에서 韓·日-北·日 관계를 논하다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문제가 상당 부분 진전되기 전에는 일본 정부의 의미 있는 대북한 제재 해제는 생각하기 어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처럼 몇 명의 납북자를 일본으로 돌려보낸다고 해서 제재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다.” 히라야마 이쿠오 전 니가타현(縣) 지사는 지난 10일 구천서 미래재단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일본 정부와 사회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보다 철저한 해결을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담은 히라야마 이쿠오 전 주지사가 총장으로 있는 니가타 국제정보대학(NUIS)에서 이뤄졌다. 구 이사장이 이날 탈북 청년 12명 등 미래재단의 통일지도자아카데미 8기 회원 및 관계자들과 함께 NUIS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일본인 납치 및 북·일 관계, 종군 위안부 문제 및 한·일 관계, 동북아공동체 구상 등을 논의했다. 구천서 이사장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 북·일 회담에 이어 9월 말 베이징회담, 10월 말 일본 외무성 대표단의 평양 방문 등이 이어지면서 납치자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가 개선의 가닥을 잡은 듯했었다. 그러다 최근 다시 납북 사망자 문제 등을 둘러싸고 걸림돌에 걸린 분위기다. 히라야마 이쿠오 총장 북한은 일본에 ‘납치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요구에 응할 테니 제재를 풀어 달라’며 접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인 납북자 의혹 사건에 대해 더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않아 일본 측을 다시 실망시켰다. 메구미 사건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상징한다. 일본은 북한이 그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녀가 사망했다’며 다른 사람의 유골을 보내오는 등 다시 우리를 속여서는 안 된다. 메구미가 살아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구천서 지사를 세 번 연임하면서 납북자 문제에 관여해 왔고, 피해자 가족과 남다른 인연도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에 의해 1977년 이곳 니가타에서 납북된 메구미의 사망설이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본은 납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한·일 공조 강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히라야마 인도주의 사안인 납치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 강화를 환영한다. 그러나 일본과 다른 나라들의 이 문제에 대한 중점과 우선순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 문제를 갖고 흥정하려고 했지만 흥정 대상은 될 수 없다. 일본은 채찍을 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엿’(당근의 일본식 표현)을 흔들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납북자 가운데 상당수는 니가타 지역에서 납치됐다. 메구미의 아버지는 일본은행에서 나와 같이 근무한 옛 직장 동료다. 그는 니가타 일본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딸인 메구미의 납치를 겪었다. 같은 납북자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방북 후 2002년 일본으로 귀환한 하스이케 가오루는 나의 고교 후배다. 현 지사를 두 번째 맡던 1992년 납치 문제가 불거졌는데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증거들이 나오면서 사회적인 쟁점이 됐다. 구천서 일본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엿’, 유인책은 무엇인가. 남북 관계가 나빠지고 금강산 관광 등에서 얻던 현금 확보 길이 막힌 상태에서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가 더욱 조여져 왔다. 북한은 경제가 더 어려워지자 대일 관계 개선을 통해 숨통을 틔워 보려고 했다. 국제 공조를 허물기 위해 일본을 대북 공조 체제에서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전략도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모든 납치 피해자의 전원 귀국, 북한 측의 납치 피해 진상 규명, 납치를 실행한 공작원의 일본 인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납치 피해자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국교 수립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히라야마 그렇다. 그러나 일본의 대북 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가 한 박자가 돼 북한을 압박해야 효과가 나는데 그게 힘들다. 중국은 나름대로 제재에 참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 목을 세게 조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일본 내 평가다. 에너지와 식량은 중국이 공급하는 가운데 일본은 의약품과 사치품, 하이테크 제품 및 기술협력이라는 지렛대를 갖고 있다. 북한에 영향력이 제일 큰 나라 역시 중국이다. 구천서 그래도 일본의 대북 제재로 북한 지도층이 상당한 고통을 겪지 않았나. 일본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인 2006년부터 만경봉호의 니가타항 입항을 금지했다. 히라야마 총장께서도 당시 지사로서 대북 제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납치자 구출 모임의 첫 후원회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출 모임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1000만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히라야마 만경봉호의 니가타항 입항이 금지되자 ‘최대 희생자는 김정일’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유행했다. 김정일은 멜론 등 니가타 지역의 과일을 즐겨 먹었는데 입항 금지로 과일과 일본 술의 직수입이 불가능해져 매우 낙담했다는 말이 돌았었다. 사치품의 수입 금지도 북한 지도층에는 타격이었다. 만경봉호로 북한을 왕래하던 조총련 인사들과 조총련계 재일 조선인 학생들의 수학여행 및 방북 금지도 경제적·전략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이 됐다. 해마다 4000명에서 1만여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방북했다. 납치자 문제의 완전 해결은 북한 체제가 바뀌어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의 진전 없이는 의미 있는 대북 제재 해제 등 북·일 관계 진전은 불가능하다. 이런 입장이 최근 일본 내에서 더 강화됐다. 납치자 구출 모임에는 지금도 참여하고 있다. 구천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한·일 협력과 공조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케 한다. 두 나라의 협력은 동북아시아 경제 번영과 정치 안정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그런데 일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문제 등 역사를 거스르는 행보가 관계 진전을 흔들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히라야마 1급 전범들이 함께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정치인과 국가 지도자들이 참배하러 가는 것에는 나도 반대한다. 영토 문제와 관련해선 현상을 건드리지 않는 그대로 놓아 두는 현상유지책이 중요하다. 일·중 관계에서도 일본은 센가쿠열도의 지위 변화 등 문제를 일으켰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러하듯 한·일 관계 개선을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한다. 협력 강화는 양측에 이득과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 일본 내 인식과 한국 등 국외의 인식에 많은 격차가 있다. 당초 한·일 간에 독도 문제가 가장 큰 갈등 거리였는데 이제는 위안부 문제가 더 큰 쟁점이 됐다. 인식 차가 더 벌어졌다. 일반 국민들의 감정과 태도는 일본 정부보다 한국 측의 인식과 거리가 더 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구천서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과 공감대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뤄 나가야 한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문제를 풀어 가는 정치인들과 여론주도층의 적극적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히라야마 동감한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한·일 두 나라가 고노 담화 수준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타결해 매듭 짓고, 이에 기초해 후속 작업이 이뤄졌어야 했다. 한국도 고노 담화 수준에 만족하지 못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하지 못했다. 일본에선 이런 한국 태도에 불만이 높아졌고,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지지로 이런 감정이 일부 전환됐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정부 관여와 강제성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와 문서를 찾기 힘들다는 게 일본 측 시각이다. 살아 있는 피해자의 증언, 탄광 노동자 등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구천서 꽃다운 청춘을 희생당한 당사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더 확실한 증거를 어디서 찾겠나. 물론 이와 관련한 일본학계 내 논의 등에는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내 여론 가운데 ‘60여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사과만 요구할 건가’라는 주장을 듣고 있다. 계기가 있을 때마다 독일의 총리와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에 국가가 저지른 죄악의 책임을 반성하는 행동이 국격과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높였다는 사실은 일본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미래는 올바른 과거 인식에서 출발한다. 히라야마 동감이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임해야겠다. 탈북 청년 등 한국 청년들이 구 이사장과 함께 우리 학교를 찾아와 줘서 고맙다. 우리 학교 학생 40여명과 한국의 젊은이들은 저녁을 함께 하면서 바로 친해졌다. 몇 시간의 만남 뒤에 서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우정을 나누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일 관계의 희망을 발견했다. 탈북 청년 등 이곳에 온 한국 젊은이들은 한국의 통일과 화해를 상징하는 희망이다. 한·일 젊은 세대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자. 50년, 100년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구천서 니가타는 많은 상념에 잠기게 하는 곳이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 3339명의 재일교포와 그 가족들이 니가타 항구를 통해 북송됐고, 북한 요원들에 의해 무구한 일본 소년 소녀와 양민들이 납치된 곳이기도 하다. 바다 너머가 바로 한반도다. 이번에 일본을 찾은 한국 젊은이 가운데는 어머니가 이곳 니가타에서 1960년대 초 만경봉호를 타고 북송됐던 재일교포의 딸도 포함돼 있다. 과거 한국인과 일본인의 고통과 절망을 상징했던 니가타가 협력과 화해, 번영과 평화를 위한 동북아시아 공동체의 허브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데 대해 뜻깊게 생각한다. 히라야마 니가타는 바다를 사이로 한국, 북한, 러시아 등을 마주 보고 있다. 지사를 세 차례 연임하면서 이곳을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들의 교류 중심으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한반도와 니가타 사이의 바다를 화해와 번영의 내해(內海)로,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키워 나가려는 노력이 한·일 양측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년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두 나라가 관계 발전의 좋은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을 때다. 정리 니가타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구천서 이사장 1950년생(64). 충북 보은 출생, 고대 경제학과 졸업, 15·16대 국회의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베이징대 박사, 현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 및 한·중경제협회 회장 ■히라야마 이쿠오 前 지사 1944년생(70). 니가타현 출생, 요코하마국립대 경제학과 졸업, 일본은행 니가타지점장, 니가타현 지사(3선),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명예박사, 현 니가타 국제정보대학(NUIS) 총장
  • [세종로의 아침] 특별한 졸업여행/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특별한 졸업여행/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만경봉호가 기항하던 자리에는 일본 화물선이 대신 자리하고 있었다. 선박 위로 거대한 기중기들만 화물 컨테이너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동해 너머 한반도와 마주하고 있는 일본 니가타항 국제 부두. 지난 10일 항구를 찾은 25명의 청년은 만경봉호가 기항하던 부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해 20차례 이상 입항하던 만경봉호는 2006년 일본 정부의 입항 금지 조치로 니가타 항에 들어올 수 없게 됐지만 청년들은 9만 3339명의 재일교포와 그 가족들을 북으로 실어날랐던 만경봉호가 금세 떠난 것처럼 항구와 바다 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청년들은 한반도미래재단이 운영하는 통일지도자아카데미 수료생들이었다. 과정을 마치고 구천서 이사장 등 미래재단 관계자들과 함께 니가타로 수료를 기념한 ‘졸업 여행’을 온 참이었다. 20대 초반에서 30대의 탈북 청년 12명도 있었다. 1959년에서 1984년까지 186차례에 걸쳐 진행된 북송 현장에서 그들은 더 침통하고 숙연해했다. 함흥, 회령, 새별 등 고향도 다양하고, 집안 환경이나 삶의 역정도 제각각이지만 목숨을 걸고, 사선을 넘어왔다는 점은 같았다. “외할머니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평생 후회하며 살았다. ‘왜 우리를 여기에 데려왔느냐’는 엄마의 원망은 늘 외할머니를 짓눌렀고, 자책과 눈물 속에 괴로워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북송교포 가족인 영숙(가명)씨는 니가타항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오사카에 사셨던 외할머니가 13살이던 엄마와 외삼촌들을 데리고 1962년 바로 이 자리에서 북송선을 탔다. 그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꽉 막혀왔다” 외할머니의 후회와 엄마의 원망, 그리고 그 원망과 회한을 영숙씨도 3대째 대물림하고 있었다. 항구 부근 재래시장을 지날 때 영숙씨는 “외가 식구들이 이곳에서 내복과 식료품 등을 박스째 사 갖고 북송선을 탔다는 이야기를 귀에 목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고향 청진을 떠나 2년여 동안 중국과 동남아를 떠돌다가 10여년 전에 서울에 안착했다. 다른 11명의 탈북 청년들도 제각각의 사연과 상처를 안고 있었다. 배가 고파 중국으로 넘어갔다가 중국 농촌으로 팔려갔던 이도 있었고, 휴전선에서 근무하다 지뢰밭을 넘어 남으로 온 북한군 출신도 있었다. 북한에선 남부럽지 않게 살았지만 자유의 갈증에 사선을 넘은 젊은이도 있었다. 북송 현장에서 “북에 있는 엄마를 보고 싶다”고 한 청년도 있었고, 깊은 한숨만 연거푸 쉬는 이도 눈에 들어왔다. 몇몇 탈북 청년들은 외모나 말씨에서나 전혀 남한 출생자들과 구별이 가지 않았다. 동행한 남한 출신 청년들도 그들과 하나가 돼 함께 하고 있었다. “내 소원은 평범한 한국인으로 사는 것”이란 한 탈북 청년의 말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들은 요코다 메구미 등 일본인들이 북한에 의해 납치된 니가타 주변 해안도 살펴봤다. 때마침 니가타 현은 ‘잊지 말자 납치, 11월 15일 현민(縣民) 집회’를 준비하느라 공항과 역, 시내 주요 시설물 이곳저곳에 사진 전시회를 열고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었다. jun88@seoul.co.kr
  •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무지개청소년센터

    [김주혁 선임기자의 가족♥男女] 무지개청소년센터

    ‘무지개 JOB아라’ 제3기 수료생들이 교사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무지개 JOB아라’수료식장에서 레인보우스쿨 재학생들이 축가를 부르고 있다. ‘저셰넨이거런 펑예꿔위예저우…펑유이썽이취저우’(이 몇 년간 나 홀로 바람도 맞고 빗속을 걷기도 했어…친구여 평생을 함께 하자꾸나…) ●‘무지개 JOB아라’ 진로 교육·직업 체험 최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무지개청소년센터(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이사장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에서는 ‘펑유’(朋友·친구)란 중국 노래가 구슬프면서도 힘차게 울려 퍼졌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한 취업 진학 등 진로 지원 프로그램인 ‘무지개 JOB아라’ 제3기 수료식장에서 수료생 9명을 위해 한국어 등 초기적응 지원 과정인 레인보우스쿨 재학생 16명이 불러준 축가다. 예전에 안재욱이 ‘친구’란 제목으로 부른 바 있어 멜로디가 낯설지만은 않은 이 노래의 가사는 낯선 땅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힘겹게 손잡고 나아가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상황을 말해주는 듯하다. ‘JOB아라’는 직장생활 한국어와 함께 컴퓨터, 경제 등 진로 교육과 정보 및 직업체험의 기회를 10주 전일제 과정으로 제공한다. 3기는 13명으로 시작했으나 비자 등의 이유로 4명이 그만둔 가운데 수료생 9명 중 3명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기로 했고, 6명은 바리스타 등 취업을 준비 중이다. 예전에는 대학에 진학한 수료생들도 있다. 유일하게 개근상을 받은 이선화(22·여·중국)씨는 “기쁘지만은 않은 마음으로 얼마 전 입국한 뒤 처음에는 막막했고 한국어가 부족하지만 컴퓨터, 경제 등을 배우며 취업에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수료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한국인과 결혼한 중국인 어머니와 함께 산다. 중국인 부모를 뒤따라 지난해 9월 입국한 이정(19·여)씨는 “삶이 고단해도 웃음으로 극복해 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내년 3월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무지개청소년센터는 이주배경청소년의 조속한 사회 적응과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2006년 정부가 설립한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초기적응 및 성장 지원과 소통 촉진 프로그램, 편견·차별 탈피 교육 등을 담당한다. 이주배경청소년은 다문화가족의 청소년이나 외국인근로자 가정 자녀, 중도입국 청소년, 탈북 청소년 등을 뜻한다. 그 중 중도입국 청소년은 국제결혼가정의 자녀 중 외국인 부모의 본국에서 살다가 한국에 온 청소년이나 재혼한 외국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청소년, 외국인 부모와 함께 한국에 온 청소년을 말한다. ●대학생·직장인등과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 레인보우스쿨은 9~24세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에게 초기적응 지원으로 상·하반기 4개월씩 주 5일 한국어 등을 가르친다. 오전 4시간은 말을 배우고 오후에는 한국생활문화 체험을 한다. 간단한 인사말과 기초적 의사소통을 하는 정도 수준이다. 그 후에는 학교에 가거나 취업 준비를 한다. 부산 양정청소년수련관 등 전국 11개 위탁기관과 무지개청소년센터에서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지난해 837명이 수료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입국해 이 과정에 다니는 한 청소년은 “한국어가 어렵지만 재미있어요”라고 서툰 말로 소감을 말한다. 한국어교육 담당 임정문씨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대부분 학교 정규수업을 충분히 받지 않아서 4시간 수업도 부담스러워한다”면서 “말이 잘 안 통해 힘들기는 하지만 오래 함께 지내다 보면 그래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하나원 교육 후 사회 진출에 앞서 이곳 레인보우체험학교에서 대중교통 이용과 주민자치센터 및 대학 탐방, 물건 구입 등 비교문화 체험학습을 1박 2일 동안 받는다. 신국균 초기지원팀장은 “이주배경청소년들은 준비가 너무 안 돼 자리 잡기가 힘들지만 도움을 주면 바로 성과가 나타나는데 한국사회에 적응할 중요한 시기임에도 그 중요성을 잘 몰라서 안타깝다”면서 “한국에서 오래 살 생각이 있고 한국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친구들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한다. 성장 지원 프로그램으로 맞춤형 상담과 부모교육을 한다. 지난해 상담은 3500건에 이른다.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고 정서적 지지를 받도록 멘토링도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주배경 청소년 멘티와 대학생 직장인 등 멘토 100쌍이 9개월 동안 주 1회 2시간 이상씩 만난다. 무연고 탈북 청소년 인생 멘토링도 전·현직 교수 등 모범적 인사 중심으로 운영한다. 탈북 청소년 30여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이주배경청소년과 일반 청소년이 함께하는 2박 3일 통통통 캠프와 청년 활동가 양성 프로젝트 등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종과 출신국이 다르다는 이유로 따돌리거나 차별하지 않도록 초·중등 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현대차 지원으로 심리정서 치유 프로젝트 외부사업으로는 현대자동차가 지원하는 이주배경청소년 심리정서 치유 프로젝트 ‘다톡다톡’을 운영한다. 전국 5곳에서 운영되는 다톡다톡 카페는 편안하게 모여 차도 마시고 바리스타 교육도 이뤄진다. 상담실은 별도로 있다. 심각한 수준의 아이들도 많다고 한다. 해체가정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진로지원사업인 친친무지개 프로젝트는 포스코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어머니와 함께 탈북해 중국 등을 거쳐 2003년 한국에 도착한 정모(25·D대 호텔조리학과)씨는 현대차 기프트카 캠페인의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이동식 북한 전문음식점 개업을 준비하며 ‘음식으로 통일’을 꿈꾼다. 이 캠페인은 차량을 활용한 창업의지가 있는 저소득·취약계층에게 맞춤형 창업지원으로 자립 기회를 제공한다. 이금순 여성가족부 청소년자립지원과장은 “어려운 처지의 이주배경청소년이 늘어나는 데도 지원 예산과 프로그램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happyhome@seoul.co.kr
  • 朴대통령, G20회의서 對韓투자 세일즈

    朴대통령, G20회의서 對韓투자 세일즈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 다자회의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호주 브리즈번에 도착, ‘코리아 세일즈’ 외교 일정을 시작했다.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함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포용적 성장’을 위한 전략, 세계경제 성장 및 회복력 강화 방안은 물론 무역 및 에너지, 미래도전 등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G20 정상회의의 핵심 이슈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회의에서 주창한 ‘포용적 성장’으로,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설명하고 규제개혁과 경제혁신 등 우리 정부의 성장 전략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확대를 모색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투자와 창업 의욕 고취를 위한 창조경제, 규제개혁,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 벤처 창업 활성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고용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성·청년고용 활성화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방안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해외 온라인 쇼핑 및 해외직구 활성화, 물류 서비스 육성 등 지속적인 개방 기조와 공공기관 개혁 등 불공정관행 근절 방안 등도 언급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또한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신흥국 경기 침체, 기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선진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금융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G20 차원의 정책 공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브리즈번(호주)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청소년활동 위기인가? 기회인가?’ 토론회

    ‘청소년활동 위기인가? 기회인가?’ 토론회

    청소년활동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 및 청소년활동 활성화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12일 서울 중구 포스트 타워(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렸다. 미래를위한청소년학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한국청소년수련시설협회가 주최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이 토론회에서는 청소년 학계를 비롯한 현장 전문가, 정책 관계자, 청소년이 참여한 가운데 수능이후 및 겨울방학을 앞두고 청소년활동 활성화를 위한 정책 과제들을 발표하고 이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토론회는 배규한 국민대 교수(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가 청소년활동의 시대적 의의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 것을 시작으로 청소년활동 안전확보 및 정책적 대안 모색, 학교와 지역사회자원 연계방안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김민 순천향대 교수는 안전과 활동 진흥 가치를 조화롭고 균형있게 맞출 필요가 있다며 청소년 안전사고에 대한 지도나 점검 등 예방 위주의 ‘청소년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제정을 제안했다.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자유학기제지원센터 소장은 다양한 체험활동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협력이 요청된다며 이러한 협력을 지속하기 위해 활동 후 프리젠테이션 데이(PT Day) 등 성과 공유 및 확산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정부 부처 관계자와 학계 및 현장 전문가, 정책 수요자인 청소년 대표의 토론이 진행됐다. 청소년특별회의 청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정우(중앙대 2년)는 “청소년 시기의 다양한 활동 경험을 통해 자신의 꿈을 키우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안전하고 의미있는 청소년 체험활동을 확대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애리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이번 토론회가 청소년활동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이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여성가족부가 수능이후 및 겨울방학을 계기로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활동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바젤, 현대미술의 메카로 키운 진정한 미술애호가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 건축기행] 바젤, 현대미술의 메카로 키운 진정한 미술애호가

    바젤 아트페어와 바이엘러 재단을 설립한 에른스트 바이엘러(1921~2010)는 세계적인 화상(畵商)이면서 미술품 수집가로 명성을 날린 현대미술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남다른 식견으로 세계 미술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바젤을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그의 긴 여정은 바젤의 작은 시골마을 바움라인가스의 작은 고서점에서 출발했다. 철도 인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오스카르 쉴로스라는 노인이 운영하는 고서점에서 견습생으로 일했다. 규모는 작지만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서점을 운영해 온 쉴로스는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청년 에른스트 바이엘러를 처음부터 눈여겨보고 그에게 역사, 미학, 문학, 철학 등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쳤다. 1945년 쉴로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에른스트는 은행 빚 6000프랑을 내어 고서점을 인수한다. 자금 회수를 위해 잘 팔리는 책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잘 팔리지 않는 책들을 처분하기 위해 고서점에서 판화와 도판 전시회를 열었다. 차츰 발전해 미술 전문 갤러리로 자리 잡게 됐고 현대미술로 분야를 특화하면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갔다. 바이엘러는 명작을 알아보는 탁월한 안목과 기지, 겸손함, 신사다움을 겸비한 화상으로 미술계의 신뢰를 받았다. 다른 딜러들이 며칠씩 걸려서 작품값을 측정해 내는 것을 그는 앉은 자리에서 서로가 원하는 조건대로 협상을 이끌어내고 상호만족하는 선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곤 했다. 뉴욕현대미술관 등 세계 각국의 미술관들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는 데 그의 안목과 중재력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피카소의 화실에서 직접 작품을 고를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유일한 아트딜러였다. 칸딘스키의 아내는 남편이 남긴 유작의 대리인으로 바이엘러를 지목하며 ‘최고의 아트딜러’라고 칭하기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20세기 초의 유명한 갤러리스트들에 비해 시대를 창조하지 못했다. 나는 인상주의 작품부터 팝아트까지 좋은 작품들이 널리 알려지도록 보급하고, 좋은 작품을 선택하도록 도와준 것일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가 더욱 존경받는 이유는 타고난 비즈니스 감각을 지닌 아트딜러이기 이전에 진정한 예술애호가로서 예술의 발전을 위해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나 스위스 제네바 등 당대 미술의 중심지를 찾아 떠나지 않는 대신 바젤을 현대 미술의 메카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1971년 당대의 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바젤을 주도해 만들었다. 첫 회에는 10개국 90개 화랑이 참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리적 이점과 지역 화상들의 노력으로 아트바젤은 곧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로 발전했다. 자코메티, 칸딘스키, 클레, 피카소 등 현대미술의 거장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교류하며 스스로도 대가들의 작품을 수집했던 그는 1982년 갤러리 비즈니스를 재단으로 전환시키며 바젤시에 많은 작품을 기증했다. 하지만 전시할 장소가 마땅치 않자 자신의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을 지어 1997년 10월 개관했다. 그의 나이 76세였지만 여전히 현역이었다. 왜 은퇴하지 않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또 다른 좋은 작품을 찾기 위해서”라고 답했던 그는 2000년부터 아트바젤의 디렉터를 맡았던 사뮈엘 켈러를 2008년 바이엘러 재단의 디렉터로 스카우트했다. 60여년 전 그의 멘토였던 쉴로스처럼 아들 같은 켈러의 멘토가 되어 미래의 주역에게 진정한 아트 비즈니스의 정신을 심어주고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의 언론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