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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재산 불린 고위공직자들을 보는 눈

    행정·입법·사법부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변동 사항이 어제 공개됐다.80% 이상이 지난 1년간 재산이 불었다.1억원 이상 늘린 공직자도 꽤 많다. 행정부에서는 643명 중 150명(23%), 국회의원은 289명(국무위원 겸직 등 제외) 중 91명(34%), 고위 법관은 121명 중 29명(24%)이 각각 1억원 이상 재산을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가 어렵다느니 어쩌니 해도 고위 공직자라면 제법 큰돈도 모을 수 있다는 게 또다시 입증된 셈이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나름대로 깨끗하고 정당하게 재산을 모았을 것으로 믿는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치·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투명성이 높아져 부정한 수단·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기가 쉽지 않을 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자의 당연하고 정당한 경제활동에 굳이 토를 달 이유는 없다고 본다. 문제는 경제가 활력을 충분히 찾지 못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시선은 별로 곱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거리에는 청년실업자가 넘쳐난다. 차상위계층(4인가구 기준 월 136만 3200원) 이하 빈곤층은 716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민의 15%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게 현실이다. 이런 마당에 공직자의 수억대 재산증식이 어떻게 비쳐질지, 서민의 처지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양극화 해소에 국력을 쏟다시피 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직자들은 여전히 배부르게 살고 있다는 인식이 서민들에게 더욱 박탈감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공직자들은 국민세금에서 한해에 20조원 이상을 인건비로 갖다 쓴다. 이번 재산공개를 계기로 정책개발과 행정서비스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세금과 부정한 돈을 탐하거나 지위를 남용한 적은 없는지, 월급받는 만큼 국민에게 봉사했는지를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기 바란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 (2) 실직 신불자 노총각의 눈물

    [마이너리티 리포트] (2) 실직 신불자 노총각의 눈물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런, 아직 제 명함이 없으니 소개를 따로 해야겠네요. 제 이름은 주영길(가명)입니다. 올해 38살입니다.‘이태백’은 훨씬 지난 나이죠. 제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전 3살 때 서울로 올라온 뒤 지금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았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이사를 자주 다녔는데 세어봤더니 22번이더군요. 아버지는 택시운전사와 아파트 경비원을 하시면서 우리 3남매를 키우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네요. 1994년 전문대를 졸업하고 교수님이 소개해준 중소기업에 다니게 됐죠. 가난이 싫었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러나 월급만으로는 가난을 떨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주식을 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는지 직장도 H철강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주식도 호황이라 용돈 정도는 나오더라고요. 그 재미에 빠져 점점 많은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인생역전’을 노린 거죠. 그럴 즈음,‘IMF사태’가 닥쳤습니다. 누가 예상이나 했겠습니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가가 폭락했고 회사마저 부도가 났습니다. 돈과 직장을 다 날리고 남은 것은 빚 5000만원뿐이었습니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습니다. 취업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떨어졌습니다. 직장도 없고 빚만 있으니까 어느날 신용불량자가 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조금씩 갚아도 나이 50살까지 빚을 다 갚기도 어렵겠더라고요.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보세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그렇게 3년을 보내다가 파산제도가 있는 걸 알았습니다.2005년 5월 파산 신청을 해 12월에 면책을 받았습니다. 일단 마음은 홀가분해졌지만 생활은 나아진 것이 없었습니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 창업을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 밑천도 없고 제 살아온 인생이 장애물이 되어서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얻기가 어렵더군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요? 당신은 내일 당장 회사가 망하든, 쫓겨나든 해서 실업자가 됐다면 어떻게 할 것 같나요. 처음에야 여기저기 원서도 내보고 하겠지만 실패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몸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러다 포기하게 되는 거죠. 하루하루가 밝아와도 방안에서 컴퓨터를 붙잡고 좋은 정보가 없는지 쳐다보고 있는 게 요즘 생활입니다. 괜히 돌아다니면 돈만 들고, 또 오라는 곳도 없지요. 친구들과 약속도 잘 하지 않습니다. 한심할지 몰라도 어쩝니까, 움직이면 다 돈인데. 저 말고도 실업자들이 많겠지만 이렇게 되기 하루 아침입니다. 남의 일이 아니란 겁니다. 사실 제게 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도리어 가슴만 아픕니다. 나를 믿어주는 여자친구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2002년 어느날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한달간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그때 잠시 어느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입원한 사이 대체인력이 들어와 제 자리가 없어졌더군요. 무언가 착실하게 해보려고 했는데 하루 아침에 거리로 쫓겨난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견딜 수가 없어 우연히 지체아 봉사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곳에서 여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신불자’라는 사실은 한참 후에 알렸습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이혼의 아픔을 겪은 사람입니다.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커피 한 잔 사줄 돈도 궁해서 만나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창업을 하겠다고 하니 말리지는 않지만 적더라도 일정한 월급을 받고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직장을 알아보라는 눈칩니다. 제 나이 내일 모레면 40살입니다. 인생이 답답할 뿐입니다. 실업의 책임을 개인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는데, 예를 들어 제가 전공한 건축만 해도 인력이 100만입니다. 하지만 일자리는 25만개입니다. 어쩔 수 없이 실업자가 생길 수밖에 없잖아요. 좋아서 백수로 지내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재수생은 대학이 학생들보다 적어서 생기는 것이죠. 일자리보다 회사가 적으니 당연히 실업자는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어디 개인 탓입니까. 당신도 날 그렇게 보고 있지 않나요. 당신과 내가 뭐가 다르죠. 오늘 지금 이 순간 당신은 일자리가 있고 나는 없을 뿐입니다. 당신도 당장 내일, 아니 일정기간 동안 회사를 다녀도 그만두면 그 다음날 실업자가 되는 겁니다. 당신은 나와 정말 다를까요.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황신혜 밴드’ 보컬 김형태 고언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을 동정하기보다 야단치는 사람이 있다. 미술가이면서 ‘황신혜밴드’의 보컬을 맡고 있는 등 ‘팔방예술인’인 김형태씨. 그는 청년실업자들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그의 사이트(www.thegim.com)에 들러 동정이나 위로를 바랐다면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김씨는 취업에 실패한 20대가 자신에게 더 깊은 동정을 갖고 처지를 탓하는 것을 꼬집는다. 그는 “취직을 못한 것은 특별히 할 줄 아는 일도, 간절히 하고 싶은 일도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학벌, 나이, 지연 등을 탓하며 취업에 실패했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회사가 원하는 실력이 없어서”라며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김씨는 청년실업에 고민하는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무언가 얻으려는 것을 두려워하고 꺼려해서는 안된다. 일단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태백들에게 드는 회초리에는 질타만 담긴 것이 아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사설] 지방선거 겨냥 國調논란 치졸하다

    100일 남은 지방선거가 벌써 과열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중앙에선 여당의 ‘지방정부 심판론’과 야당의 ‘참여정부 심판론’이 한판 승부를 시작했다. 지방에선 ‘생계형’ 지방의원 희망자들이 난립해 갖은 연줄과 돈줄을 끌어대며 이전투구 양상이다. 도대체 누가 나라의 중심을 잡고 5·31지방선거를 깨끗하고 공명하게 치러낼지 걱정이다. 우리는 국정을 책임진 열린우리당부터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 정동영 의장이 어제 취임 일성으로 “썩은 지방권력 10년을 심판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적이 실망스러운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여당 대표의 책무는 지방선거 승리에만 있지 않다. 물론 이번 선거가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고, 대권가도의 분수령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여당 대표라면 더 큰 틀에서 국정을 말하고 이끌어야 한다. 특히 선거대책위원장에 선출된 듯한 언행은 당내의 박수는 몰라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기는 어렵다. 국회에서 지자체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지방자치단체 비리 척결은 마땅한 일이나 국정을 논의해야 할 국회를 정쟁의 무대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당의 지자체 공격이 지방선거용 대야(對野)공세임을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안다. 지자체가 썩었다면 이를 방치해 온 정부와 국회, 특히 여당부터 반성할 일인 것이다. 지난해 잇단 재·보선 때 지방차원의 선거임을 애써 강조하던 논리와도 배치되는 행보다. 한나라당의 윤상림·황우석 국정조사 요구도 치졸하긴 마찬가지다. 이들 사건은 아직 검찰 수사도 끝나지 않았고, 진상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국정조사부터 하자고 드는 것은 여당 흠집내기에 불과하다. 역시 거둬들여야 한다. 지금 산업현장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법안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비정규직조차 잡지 못한 청년실업자가 즐비하다. 여야는 국민을 호도하는 국정조사 공방을 접고, 민생현안에 눈을 돌려야 한다. 선거 과열을 부추기는 일체의 언행을 중단하고, 지방선거를 지방에 돌려줘야 한다.
  • 극한의 貧·富 ‘두얼굴의 강남’

    극한의 貧·富 ‘두얼굴의 강남’

    지난 13일 오후 서울 논현동 서울지방통계청 1층 사무실. 조사원들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놓고 막바지 확인에 한창이었다. 모든 통계는 수십 번씩 점검하고 또 점검한다. 고용, 교육, 교통, 복지, 주택 등 정책수립에 쓰이는 지표여서 숫자 하나 틀리면 커다란 경제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곳에서 통계조사관으로 일하는 정경순(53)씨는 이번 총조사에서 ‘대한민국 부자 1번지’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를 맡았다. 정씨의 일은 현장 조사요원의 교육·지원 및 분쟁조정. 강남구는 모든 조사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악명 높은 곳이다. 이번에 통계공무원 28년 경력을 살려 어려운 일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강남이 기피대상 1호인 것은 부유층과 극빈층 둘 다 많아 통계조사에 극히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조사 자체를 거부하는 게 다반사여서 1차 응답 거부율이 전국 최고다. 잘 사는 집은 혹시 모를 세무감찰이나 사생활 침해가 걱정돼서, 형편이 어려운 집은 자격지심과 정부에 대한 불만에서 거부한다. 특히 재개발 지역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싶어 사나운 개까지 풀어 놓을 정도다. 지난해 11월1일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현장에서 ‘SOS’ 요청이 쏟아졌다. 조사 이튿날인 2일 국내 최고가인 A아파트를 찾아갔다. 이곳 1200여가구를 맡은 조사원 4명은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가로막혀 있었다. 굳게 닫힌 철문 사이로 경비원들은 마뜩잖은 표정으로 정씨를 바라봤다. 공무(公務)라고 설명했지만 예외 없이 방문신청서를 작성해야 했다. 용무가 뭔지, 누구를 면담할 것인지, 언제까지 있을 것인지 심문하듯 캐물었다. 그 사이 고급 승용차들이 연신 정문을 드나들었다. 신청서를 내고 기다리기를 몇 십분, 겨우 로비까지 길이 열렸다. 로비에는 값비싼 미술품과 최고급 대리석에 푹신한 안락의자까지 흡사 일류호텔 로비에 와 있는 듯했다. 하지만 이는 철통 같은 성채로 진입하는 또 하나의 시작에 불과했다. 무수한 폐쇄회로(CC) TV 화면들을 배경으로 보안팀장이 앞을 막고 섰다. 인구총조사의 이유부터 중요성까지 몇 십분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보안팀장은 “오후 1∼4시 사이에만 조사목적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루 3시간으로는 조사 일정의 30%도 끝낼 수 없는 상황. 정씨는 설득에 나섰다.“통계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노인문제, 청년실업 등 정책이 제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1%의 통계오차에 1000억원의 혈세가 낭비될 수도 있고요. 이곳 분들은 넉넉하기 때문에 어떨지 모르지만 보안팀장이나 나나 노후에 그 불행한 오차에 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긴장이 흘렀다. 결국 보안팀장은 조사를 허락했다.“저도 방 두 개짜리 집에서 일흔 넘은 어머님을 모시고 삽니다. 잘 조사해 주십시오. 그런 분들이 편안하게 나이 드실 수 있도록….”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강남에도 “뭔가 도와줘야 할 텐데.”란 생각이 드는 곳이 많다. 철거촌에서부터 산동네, 동굴 같은 지하 단칸방에도 어김없이 사람은 있다. 그들 역시 강남 주민이다.“단칸 월세방에서 삼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동네 집들, 연탄이 아니면 난방이라고는 꿈도 못 꾸는 집들. 가슴 찡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회적 평균보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과 너무 못 가진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 이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새삼 절감했습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서울광장] 2006 大入에 남은 이야기들/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2006 大入에 남은 이야기들/이용원 논설위원

    서울대가 주요대학 가운데 마지막으로 엊그제 정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함으로써 2006학년도 대학입시는 외견상 마무리됐다. 우리사회에서 초·중·고 교육의 목표는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가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기에 대학입시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2006학년도 대학입시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느낀 점 몇가지를 간추렸다. 각 대학의 1차 합격자 선정이 끝났지만 많은 수험생에게 최종 입시는 정작 지금부터 시작된다. 중복지원에 따른 연쇄 대이동이 발동해 진학하는 대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대와 연세대에 중복합격한 학생이 서울대를 택하면 연세대에 빈 자리가 생기고, 이 자리로 서강대 합격자가 옮기면 다시 타대학 합격생이 서강대에 입학하게 되는 식이다. 연쇄이동의 전체 규모를 파악한 통계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학원가와 일선학교들의 경험치를 종합하면 서울대를 제외한 상위권 대학의 경우 정원의 0.5∼1.5배가 움직인다고 한다. 따라서 1차 합격에는 들지 못했지만 ‘대기번호’(추가합격 예비번호)를 받아둔 수험생들은 입학식을 코앞에 둔 3월 초까지 전화벨 울리기를 초조하게 기다린다. 이같은 연쇄 대이동은 입시의 안정성을 해쳐 학생과 대학 양쪽에 모두 큰 피해를 준다. 그뿐이 아니다. 중복지원은 불공정 경쟁과 극심한 눈치작전의 원인이 된다. 수능시험 결과를 받아 이를 내신성적과 합산한 계산만으로 지원 대학·학과를 고른다면 이는 순진한 학생·학부모이다. 영악한 입시학원에서는 수년간의 통계치와 지원 경향을 분석해 A대학 B학과를 대기번호 몇번쯤으로 합격할 수 있다고 가르쳐 준다. 이는 일반 학부모나 일선교사가 소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강남에서 이같은 입시 상담을 받으려면 보통 10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올해는 눈치작전도 극심했다. 그 원인은 물론 재수에 대한 부담감에 있다.2008학년도 대입부터는 골간이 바뀌므로 내년 입시에서는 안전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여파가 이번 대입에까지 미쳐 재수를 기피하는 수험생들이 대거 하향·안전지원을 했고, 그 틈새에서 눈치작전이 기승을 부린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로또 입시’라는 비아냥이 유난히 유행했다. 눈치작전이야 한세대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성적과 지원 대학·학과의 합격선이 뒤엉킨 적은 없었다. 눈치작전을 배짱지원이라고도 하는데 순수하게 배짱만으로 지원대학을 고르는 수험생·학부모는 많지 않다. 이 역시 배짱 뒤에 돈으로 산 전문학원의 정교한 분석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명문대 입학은 아버지의 돈과 어머니의 정보력으로 결정된다.’는 속설이 다시금 위력을 떨친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이 원하는 데 가질 못하고 그 자리를 성적 떨어지는 학생이 차지한다면 이는 분명히 순리에 어긋난다. 성적이 좋은 순으로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여학생의 교대 선호는 올해도 두드러졌다. 서울의 한 외고를 예로 들면 한반에서 연세대와 서울·경인 교대에 동시합격한 4명 가운데 3명이 교대를 택했다. 학원가에서는 이를 일반적인 현상으로 본다. 우수한 인재가 2세 교육의 장에 적극 진출하는 것은 박수 칠 일이다. 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이 각 학문 분야에 고루 퍼지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각계에서 활약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원인이야 청년실업을 해소 못하는 기성세대에게 있지만, 취업을 보장하는 학교·학과로만 젊은 인재가 쏠리는 현상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니트족 80만’ 증가속도 日추월

    ‘니트족 80만’ 증가속도 日추월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아무 하는 일 없이 직장을 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NEET·Not in Education,Employment or Training·청년무업자)족’이 8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0년 전의 3배에 이르는 것으로 니트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일본 등에 비해서도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물론 심층 연구도 거의 없었다. 한국노동연구원 남재량 연구위원은 1일 ‘청년 니트의 실태와 결정요인 및 탈출요인 연구’를 통해 2004년 기준 국내 15∼34세 니트족 규모를 121만 4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는 15∼34세 전체 인구 1450만명의 8.4%에 해당하는 것이다. 니트족은 ▲직장일은 물론 가사·육아도 하지 않으면서 ▲입시·취업 교육도 받지 않고 ▲배우자가 없는 사람을 뜻한다. 전체 니트족 가운데 직장을 잡기 위해 애쓰는 ‘구직 니트족’은 40만 7000명에 불과한 반면 직장을 구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비구직 니트족’은 80만 6000명으로 구직 니트족의 두배다. 구직 니트족은 경기상황이 나아지면 쉽게 취업으로 연결되지만 비구직 니트족은 일할 의사 자체가 없는 사람들이어서 각국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비구직 니트족은 95년 전체 15∼34세 인구의 1.6%에서 2000년 3.5%,2001년 4.1%,2003년 5.1%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비구직 니트족이 전체 니트족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95년에는 52.7%에 불과했지만 2004년에는 66.4%로 증가했다. 비구직 니트족 중 전혀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도 2000년 88.5%에서 2004년 91.4%로 늘었다. 국내 비구직 니트족 증가세는 일본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비구직 니트족이 71만 6000명에서 84만 7000명으로 18.3%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국내에서는 같은 기간 31만 8000명에서 59만 5000명으로 무려 87.1%나 늘었다. 남 연구위원은 “니트족 문제는 더 이상 영국·일본·미국 등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하루 속히 구체적이고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청년 실업자들이 비구직 니트족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보고서는 2일 제7회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데스크시각] 설에 본 ‘성공’의 단상/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귀성전쟁을 치르며 찾아간 고향. 적막강산이던 농촌마을은 어느새 외지에서 명절을 쇠러 온 출향인들이 속속 들이닥치면서 시끌벅적해졌다. 마을어귀 따뜻한 햇살이 녹아드는 마을회관 앞에는 이웃 어른들이 일찌감치 터를 잡고 앉아 오랜만에 이야기 꽃을 피웠다. “위뜸 산지기 천서방네 둘째아들, 지나가다 인사하는데 몰라보겠더라고. 대기업에 취직했다더니 신수가 훤해졌더구먼. 남의 산 지키며 밭뙈기 몇 마지기로 어렵게 아들 놈 대학까지 공부시키더니… 천서방, 이참에 아예 아들 따라 서울로 올라간다더구먼.”이에 뒤질세라 옆에 있던 어른도 가세한다.“걔 성공할 줄 알았어. 이곳에서 학교다닐 때 상추 먹으면 밤에 졸립다고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던 애잖아. 그렇게 독하게 공부하더니 결국 성공했구먼….” 동네 어른들 내친김에 자식들 얘기가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이장 막내아들은 대학 졸업한 지 2년이나 됐는데 취직을 못해 이번 설에도 못 내려온다더라. 탱자나무집 아들내외는 아직도 부모한테 손을 벌리고 있다는 둥…. 그런 가운데 정부비판도 이어진다.“요즘 취직하기가 좀 어려워야 말이지. 제 밥벌이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될 판이니…. 정부는 뭐하는지 몰라, 만날 일자리 만든다고 떠들면서 실업자는 줄지 않으니 원….” 그러자 듣고만 있던 이장,“그래도 큰 돈 안 들이고 성공 보장받는 것은 공부밖에 없어요. 공부도 때가 있다고 그렇게 잔소리했건만 말 안 듣고 싸돌아다니더니…, 자업자득이지요 뭘.”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한다. 그러면서도 못 내려온다고 한 막내아들이 내심 마음에 걸리는 듯 멀리 찻길을 바라본다. 어찌됐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명절이 대수이겠는가. 특히 빤한 농촌에서 논밭 팔아대며 대학까지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장댁 아들과 같은 처지의 청년 실업자에겐 명절이 또 다른 멍에로 여겨질 뿐이다. 하지만 웬만한 일자리라면 취업 경쟁률이 수백대일에 달하는 마당에 직장을 잡지 못한 것을 어디 개인의 능력탓으로만 돌릴 일인가.“취직 못한 것을 빼고 나무랄 데 없는 내 아들인데 어깨가 늘어져 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는 이장님의 푸념처럼 상심한 청년실업자에겐 무엇보다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이다. 요즘엔 취업이 어려워지자 마음약한 청년들은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해버리는 풍조마저 생겼다고 한다. 이른바 ‘니트족’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의무교육만 마치고 진학이나 취직도 포기한 채 사회낙오자를 자처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얼마전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일본 내 니트족이 85만명으로 추산되고 2010년엔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혀 충격을 던져줬다. 니트족은 일할 의사가 있는데도 일하지 못하는 ‘실업자’와는 달리 ‘무업자(無業者)’로 불린다. 이는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니트족이 18만 7000명(2004년말 기준)이나 되고,2015년에는 85만 4000명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IMF 경제위기 이후 니트족의 증가가 지속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너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다. 때론 취업이라고 보기에 어설픈 사례도 실업극복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더욱이 지도층 인사가 청년실업자의 고충은 아랑곳하지 않고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다. 정부가 취직을 책임지는 것은 현대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밝혀 반감을 산 적도 있다. 움츠러든 청년 실업자들의 상한 마음에 소금을 뿌린 격이다. 최근 발언의 주인공은 사회부처 장관 내정자로 발표돼 취업재수생 부모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설 연휴가 끝났다. 취업 때문에 주눅들어 이번 설에 고향을 등진 취업준비생이라면 좀더 순수함으로 고향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자. 취직을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해버리는 위정자 이야기보다 고향엔 그래도 “내 자식…”이라며 끝까지 나를 믿어주는 부모님과 따뜻한 이웃들의 너그러움이 있지 않은가.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jsr@seoul.co.kr
  • [막오른 공무원노조 시대] 합법·법외노조 양립조짐 ‘새 불씨’

    [막오른 공무원노조 시대] 합법·법외노조 양립조짐 ‘새 불씨’

    공무원의 노조활동이 오는 28일부터 합법화된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공무원노조에 대해 법적으로 활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정부는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무원노조법 시행령을 의결하는 등 합법화에 대비한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기존 공무원노조들은 합법화가 되어도 설립신고 없이 ‘법외노조’로 활동하겠다고 버티는 반면 정부는 법외노조로 남으면 ‘불법단체’로 규정, 강력히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혀 양쪽의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공무원 노조 합법화의 의미와 공무원단체의 움직임, 노동계에 미칠 파장을 점검해본다. “물가인상과 민간기업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고려해 기본급 대비 최소한 5%는 인상이 되어야 합니다.”(공무원노조 교섭대표) “무슨 말입니까.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의 임금은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 공무원 급여의 인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행정자치부장관) 정부 교섭대표와 공무원노조 교섭대표가 민간기업의 노사협상처럼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아 공무원 봉급인상률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가상도다. ●공무원 봉급도 ‘노사협상’시대 합법적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 노조는 보수와 복지, 근무조건을 놓고 정부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정부가 자체적으로 안을 마련했지만, 이제는 노조와 협상이 필수적이다. 중앙부처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무원의 보수와 복지문제는 국민뿐 아니라 공무원노조도 설득시켜야 한다.”면서 “제도를 만들 때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는 보수나 복지 등 예산이나 법령이 수반되는 경우, 노사합의사항을 지켜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국회 통과를 위해 성실히 노력하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조가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않는다고 반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선에선 “글쎄요. 달라질게…” 일반 공무원들은 ‘냉랭한’ 분위기다. 서울시 하위직 공무원인 A씨는 “직원들은 공무원노조 합법화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무원이라는 성격상 일반 기업체처럼 노조에 대한 생각이 적극적이지 않고, 가입에 한계도 있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반면 기존 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에서 활동하는 서울 자치구의 B씨는 “전공노와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이 법외 노조로 남기로 한 만큼 노동 3권 쟁취를 위한 투쟁은 거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협,“노조 전환 고심” 직장협의회는 가장 고민이 크다. 노조활동이 합법화됐다지만, 가입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노조로 전환하면 직장협의회 회원 가운데도 상당수가 노조활동을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노조설립 신고를 내면 공직사회에서 ‘배신자’ 또는 ‘어용’으로 몰릴 수 있다. 그렇다고 노조로 전환하지 않으면 구성원들의 권익보호에 ‘나몰라라.’하는 꼴이 된다. 행정자치부 직장협의회가 25일까지 노조전환을 놓고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자부 고응석 직협회장은 “대다수의 직장협의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우리는 구성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시 직장협의회 등 7개 직협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노조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합법화되더라도 노조설립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직협 형태를 유지하면서 법외노조로 남는 이중적인 형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노조가 합법화되더라도 직협은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 직협 관계자는 “이미 회원들에게 이같은 입장을 공지한 상태”라면서 “노조로 전환되더라도 당장은 설립신고를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한 노조 관계자도 “현재의 분위기에서 노조 설립신고를 하면 어용으로 몰린다.”면서 “당분간은 설립 신고 여부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가 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법외노조는 불법단체” 정부는 법외 노조를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미 행자부·중앙인사위원회 등 45개 부처에 노조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또 250개 지방자치단체에도 모두 515명의 인력을 배치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은 전공노와 공노총 등의 법외노조도 인정했지만, 합법화된 뒤에도 설립신고를 하지 않고 활동하면 불법단체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협의회도 그동안에는 활동범위 밖에서 움직이는 것을 어느 정도 용인했지만 ‘직협과 법외노조’의 ‘한 지붕 두 살림’을 한다면 엄중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2030男 취업 500만명대로 추락

    20·30대 남자 젊은이들의 취업자 수가 15년 만에 600만명선 아래로 내려왔다. 경제활동인구비율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의 진행과 청년실업의 심화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늙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통계청의 고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는 월 평균 2285만 6000명으로 전년보다 1.3% 늘었다. 하지만 20∼39세의 남성 취업자는 605만 4000명에서 592만명으로 1년새 2.2%인 13만 4000명이 줄었다.20·30대 남성 취업자수가 600만명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1990년 이후 처음이다.이 연령대의 남성 취업자는 지난 90년 572만 4000명에서 91년 640만 5000명으로 600만명선을 뚫고 올라갔으며 95년 678만 2000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참가율에서도(구직활동기간 1주기준) 20대 남성은 지난해 68.3%로 전년의 69.4%에 비해 1.1%포인트 떨어져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30대 남성은 지난해 94.2%로 전년의 94.5%보다 0.3%포인트 떨어져 역시 최저치를 기록했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아빠! 이제 취직될 거예요”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감소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경북 포항지역의 일부 기업체들이 자녀가 있는 20∼30대 가장의 우선 채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12일 포항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포항공단 내 일부 대기업 및 중소업체들이 올해 신규 채용 때부터 생산직 현장 근무자의 경우 자녀가 있는 젊은 가장에게 면접 등 전형과정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또 대졸 관리직도 자녀가 있는 가장을 우선 채용하는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단내 일부 업체들이 기존 자치단체 등의 격려금 지급이나 신생아 양육비 지원 등 일과성 출산 장려정책에서 과감히 탈피,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 업체의 채용담당 임원은 “젊은 기혼자들의 우선 채용이 인구증가를 유도하고 청년실업을 극복하는 데 실효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따라서 이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포항시와 포항상의는 올해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자녀가 있는 젊은 가장들을 우선 채용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한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4∼5개 업업체가 올 봄 신규 채용때 젊은 가장 채용을 시험 적용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청년실업 해소 100억 지원

    대학의 취업지원 기능을 높이는 데 정부가 재정지원에 나선다. 노동부는 5일 대학(전문대 포함)이 재학생과 미취업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강좌·일자리 정보제공 등 취업지원 사업을 펼칠 경우, 이에 필요한 사업비를 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원규모는 총 100억원으로 학교당 최고 3억 5000만원까지 지원된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취업지원 관련 사업예산이 증액되는 경우에만 지원된다. 또 전체 증액사업비의 25%는 대학에서 자체 부담토록 했다. 지원금 신청을 원하는 대학은 오는 11일부터 25일까지 노동부 청년고용팀에 사업계획서를 접수하면 된다. 단 교육대와 의학·간호학 중심대학, 방송대 등 특수목적대학은 제외된다.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20&30] 울긋불긋 ‘꽃’핀 얼굴 주름펼 날 없네

    [20&30] 울긋불긋 ‘꽃’핀 얼굴 주름펼 날 없네

    새해 가장 절실한 소원을 물으면 ‘피부 미남미녀’라고 대답하는 20·30들이 있다. 뒤늦게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다. 남들은 회춘이라도 하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말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괴롭기 그지없다. 여드름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20·30들의 얘기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미팅 나갔더니 여드름이 심한 저를 보고 화상 입었냐고 하더군요.” “학교에서도 고개 푹 숙이고 걸어요.” 10대 여고생의 얘기가 아니다. 여드름으로 속앓이 하는 20·30대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이 때늦은 ‘불청객’은 대개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받은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피부미인에서 여드름쟁이로 2004년 대학원에 진학한 김모(28)씨는 요즘 거울만 보면 속이 상한다. 친구들 사이에서 늘 ‘피부미인’으로 통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여드름으로 얼굴이 엉망이 됐다. 대학원에서 학과 조교를 맡은 김씨는 공부는 물론 시도 때도 없이 처리해야 하는 교수의 심부름까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부과에 문을 두드려 봤지만 ‘반짝효과’ 밖에 볼 수 없었다. 가격에 상관 없이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도 써봤고 각종 민간요법도 안해 본 게 없다. 김씨는 “여드름을 진정시킬 수 있다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유난히 하얗고 뽀얀 피부를 가진 회사원 임모(28)씨도 여드름으로 고생하긴 마찬가지다. 오랜 취업 준비기간과 2차례 이직하는 동안 스트레스가 쌓일대로 쌓인 탓이다. 그나마 여드름이 얼굴이 아닌 등에 나서 평소에는 큰 불편이 없다. 하지만 공중 목욕탕에는 통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가까운 수영장 한번 가지 못했다. 남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취업 준비생 고모(28)씨는 10대까지 멀쩡하던 피부가 2002년 뒤늦은 군 입대를 앞두고 여드름의 공격을 받았다. 그는 “내무반에서 별명이 첫 인상으로 결정된다는 얘기에 입대 전 비싸다는 박피수술까지 했다. 하지만 군 생활 내내 여드름이 악화됐다.”고 전했다. 여전히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그는 “취업과 더불어 여드름에서 벗어나 깨끗한 피부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20·30의 피부 문제는 소수의 얘기가 아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여드름 카페(cafe.daum.net/acnecafe)’에는 회원 10만명 중 20·30대가 절반을 넘는다. ●고급 화장품은 물론 박피까지 여드름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전용 비누, 전용 화장품은 물론 각종 레이저 치료까지 병원비가 적잖이 든다. 거기다 입소문을 타고 떠도는 각종 여드름 치료 방법까지 도전하다 보면 지출이 만만치 않다. 곧 대학을 졸업하는 정모(30)씨는 20대가 되면서 여드름으로 고생하기 시작했다. 군 입대 후에는 따로 피부관리를 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를 통해 여드름에 좋다는 비누를 ‘공수’해 사용했다. 군 제대 후에는 큰 맘 먹고 50만원짜리 박피수술까지 받았다.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회사 면접이 있을 때면 2주 전에 미리 피부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는다. 회당 20만∼30만원이 드는 고가 시술이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는 “아무래도 말끔한 얼굴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않겠느냐.”면서 “그동안 여드름 때문에 쓴 돈이면 중형차 한 대쯤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차모(28)씨도 심한 스트레스로 여드름이 생겼다. 처음 직장을 갖게 되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다. 차씨도 예전 피부로 돌아가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거의 매월 화장품 값으로만 10만원 정도를 쓴다. 피부관리실도 1주일에 두번씩 빠지지 않고 다닌다. 적지 않은 지출이지만 피부를 회복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다. ●자신감 상실, 대인기피증까지 여드름은 경제적 부담과 함께 정신적 압박감을 준다.20·30대는 연애와 사회생활로 정신 없는 시기다. 하지만 여드름은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김씨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의욕이 없고 금세 우울해지곤 했다. 지금도 행여 얼굴에 여드름이 번질까봐 노심초사한다.”고 털어놓았다. 강씨는 “갓 입사해 회사 선배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여드름 때문에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처음에 무척 속상했다.”고 전했다. 고씨 역시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웃으면 ‘혹시 내 얼굴을 보고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기 일쑤였다. 정씨의 경우는 박피 수술 후 이틀간 집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수술 후 고통이 너무 컸고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만 내는 것이 미안했기 때문이다. 피부과에 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긴장이 돼 신경이 예민해진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즐겨 찍는 ‘셀카’는 단 한 장도 없다. 심할 때는 친한 사람들 외에는 만나지 않고 교수나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다. ‘여드름 카페’ 운영자 박준형 (24)씨는 “회원 대부분이 대인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여드름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게으르고 잘 씻지 않아 생긴다고 생각하는데 직접 겪지 않는 이상 그 고통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여드름 퇴치법 ‘이 나이에 무슨 여드름이람.’20·30대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 사람들이 한번쯤 가져봤을 만한 의문이다. 여드름이라면 흔히 사춘기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20·30대의 여드름은 10대 여드름과는 원인이 다르다. 사춘기 때에는 피지선의 피지 생성능력을 키우는 안드로겐의 분비가 왕성해진다. 이때 만들어진 피지가 모공을 통해 모두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낭과 피지선에 축적되면서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다. 건성 피부의 경우 여드름이 안 생길 가능성이 높지만 좌우간 이 시기에는 자연스러운 신체 변화의 하나로 여드름이 생기는 것이다.반면 성인 여드름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여러 외부요인으로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이 생길 경우 여드름으로 연결된다. 일산 고운세상피부과 이남호 원장은 “여드름은 10대에는 활발한 호르몬 활동이 주원인인 데 비해 20대 이상의 성인 여드름은 스트레스, 화장, 술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말다. ●10대는 호르몬·2030 환경적 영향 가장 큰 원인으로는 스트레스가 꼽힌다.20·30대는 대학진학 또는 사회생활로 갑작스럽게 환경이 변화하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는 효소 불균형을 낳고 이는 호르몬 분비에 문제를 가져온다. 최근에는 경기 불황으로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취업 스트레스로 여드름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트레스 못지않게 음주도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음주 후 유난히 생리적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여드름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커피 등을 많이 마시는 것은 여드름과 상관 없다. 여성의 경우 화장품도 여드름이 생기는 데 한몫 한다. 화장은 따지고 보면 피부에 이물질을 바르는 것이다. 화장품이 모공을 막고 피부 노폐물이 외부 오염물질과 만나 굳게 되면 여드름이 생긴다. 특히 메이크업 베이스나 파운데이션 속에 들어 있는 기름 성분과 활석가루는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생기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두꺼운 화장에 쓰이는 이러한 제품은 되도록 사용을 삼가야 한다. ●약물 의존보다 휴식·청결이 비법 운동을 하지 않아 땀을 흘리지 않으면 노폐물이 빠져나가지 않아 여드름이 생길 수 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여드름이 생기는 곳은 땀구멍이 아닌 모낭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땀을 흘린 후 피부를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속이 좋지 않거나 변비가 생기면 얼굴에 뭔가 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변비는 여드름과 관계가 없다. 모두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되는 다양한 질환일 뿐이다. 이지함 피부과학연구소 김세기 소장은 “소위 말하는 ‘타고난 피부미인’도 성인 여드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스트레스 같은 정신적인 부분은 마음 먹은대로 조절할 수 있겠지만 그밖의 외적인 원인들은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단 생긴 여드름 치료에는 과잉 생산된 피지를 빠르게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무조건 순한 화장품을 찾기보다는 알코올 성분이 일부 포함된 제품이 낫다. 민간요법을 사용할 경우 자연팩 수준은 상관없지만 자극이 강해 피부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치료시간을 늦출 뿐 전혀 도움이 안되므로 피해야 한다. 연고제의 경우 입 소문에 현혹돼 구입해서는 안된다. 장기간 사용할 경우 여드름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혈관확장증, 피부위축, 튼살 등 새로운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발언대] 심각한 청년실업, 방치 안된다/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2005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3%를 기록,1년 전과 비교하여 0.4%포인트 하락해 실업률을 기준으로 한 청년층의 고용상황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동기간 중 청년층 취업자 수는 435만 5000명을 기록해 전년 동월대비 17만 9000명이 감소하였다. 이는 청년실업률 하락이 ‘채용 증가’ 등 순수 일자리의 창출보다 ‘눈높이 취업’을 위해 고시나 자격증 시험 등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취업준비생이 증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임을 의미한다. 취업하려고 대기 중인 사람은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로 분류되지만 취업을 포기하고 취업준비에 들어가면 비경제활동인구가 되어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최근 청년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인구추계를 기준으로 2005년 15∼29세의 인구는 19만 7000명 감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노동력 공급부문의 변화가 예상외로 빠르게 커지고 있어 구조적으로 청년층 취업자의 증가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번째는 한국교육이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해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대학 진학률이 급증, 고학력 구직자가 큰 폭으로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구직자와 구인자 눈높이 간의 괴리를 크게 발생시켜 노동시장 수급상황의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취업을 위한 대기기간도 연장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대졸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직장, 직업, 그리고 작업 환경까지 고려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어 청년 취업난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의 확대 등 고용환경의 차이는 청년실업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이 상존할 수 있게끔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세 번째 노동시장의 복층화로 노동이동률이 저하되는 최근의 상황을 들 수 있다. 현재 대기업, 공기업 등 좋은 일자리를 점유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대부분 경직된 노사관계로 인해 정규직의 임금수준과 고용보호의 수준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규직 근로자들의 입직률 및 이직률을 낮추고 청년층 일자리가 큰 폭으로 창출되지 못하게 하며 청년층 구직자들이 비정규직화될 확률을 높이는 이유가 된다. 향후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정부는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취업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미 경기도에서 도입한 밀착상담(6주), 직장체험(9개월), 그리고 직장알선(3개월)으로 이어지는 소위 한국형 ‘청년 뉴딜사업’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노동시장 정책에는 명확한 사업평가의 지표개발과 공정한 실제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기업의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 및 정책의 불확실성 해소, 그리고 노사관계 안정 등 좋은 투자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 대학에서는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커리큘럼을 개발해야 한다. 일부 대학들이 도입하고 있는 전공과목 중심의 교육수행 검증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상담 프로그램들은 구직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상담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눈높이를 낮추어 취업하려는 청년층을 위해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다양한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개발, 해외취업을 원하는 청년층 구직자들을 도와주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서울광장] 대통령님, 올 초 약속 지키셨나요/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님, 올 초 약속 지키셨나요/진경호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님, 기억하십니까. 올해를 여는 대통령의 모습은 그 전 어느 해보다 따뜻하고 활력이 넘쳤습니다. 탄핵을 딛고 일어서 선진한국을 기치로 우리 사회의 희망을 얘기했습니다.“민주주의의 핵심은 화해와 포용”이라며 통합과 관용을 강조했습니다.“많이 배웠고, 더 넓어지려 한다.”는 말로 집권 3년차 대통령의 성숙함을 내보였습니다. 보수언론들조차 “대통령 코드가 바뀌었다.”고 반겼습니다. 의욕도 넘쳤습니다. 경제활력 회복과 양극화 해소, 정부 혁신, 투명사회 건설 등 사회 구석구석에 눈길과 손길을 건넸습니다. 올 한해 많은 걸 이뤘습니다. 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지방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이전 작업이 궤도에 올랐습니다.19년을 떠돈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 주민 뜻에 따라 경주에 자리하게 됐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잡겠다던 집값, 땅값은 8·31대책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국방개혁의 틀도 세웠고, 사법개혁도 착실히 준비돼 가고 있습니다. 고위공무원단제 도입 등 정부혁신 또한 숨가쁠 정도로 발빠릅니다. 어느 정부보다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물론 이루지 못한 것도 많습니다. 먼저 양극화 해소입니다.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청년실업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백약을 무색케 합니다. 경기가 나아진다지만 서민들은 여전히 이 겨울이 춥습니다. 북핵 문제도 좀처럼 풀리질 않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은 불안불안하고, 일본과는 수교 40년만에 최악의 관계입니다. 최대의 사회협약인 노사정위원회는 기능이 정지됐습니다. 문제는 잃은 것입니다. 민심입니다. 화해와 통합입니다. 지금의 사학법 갈등은 물론 강정구 교수 논란,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 등 해묵은 정체성 논쟁으로 서로가 등을 돌렸습니다. 얼마전 대학교수들이 올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상화하택(上火下澤)을 꼽았습니다. 물과 불이 따로 논, 분열과 반목의 한해였다는 것입니다.2003년 참여정부 첫 해의 사자성어가 우왕좌왕이었고, 지난해는 당동벌이(黨同伐異)였습니다. 갈팡질팡하다 패를 갈라 싸우더니, 이마저도 지쳤는지 등 돌리고 앉은 형국이라는 게 이들이 매긴 참여정부 3년의 자화상입니다. 고약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많은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이니 말입니다.27전27패의 재·보선 성적표와 20%대의 낮은 지지율이 달리 뭘 뜻하겠습니까. 그런데도 여권에선 지금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당찬 목소리가 나옵니다. 엊그제 열린우리당 대선 3주년 기념 워크숍에서도 자화자찬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몇몇 고위인사는 틈만 나면 언론 탓, 보수 탓 하기 바쁩니다. 유신독재시대에 머문 국민의식을 꾸짖는 간 큰 공직자도 있습니다. 자찬과 남탓은 문 걸고 하는 것입니다. 황우석 교수 파문의 한 쪽에서 국민들은 또 다른 좌절을 맛보고 있습니다.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이 정부의 비겁함 말입니다. 재기의 희망마저 잃는 듯해 몸이 떨립니다. 대통령께서 조만간 미래국정구상이라는 거대 담론을 내놓을 것이라 합니다. 연정론으로 한번 어리둥절했던 터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섭니다. 혹여라도 내년 지방선거나 후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기를, 말 그대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틀이기를 바랍니다. 대통령께서 너무 높이, 너무 멀리 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윗불이 뜨거울수록 아랫물은 차갑습니다. 반발짝 앞선 대통령의 열정이 국민과 사회를 따뜻하게 덥히는 상택하화의 새해를 기대해 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는 충분히 다이내믹합니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권문용 강남구청장 “서울 강북을 강남처럼 바꾸겠다”

    서울시 민선 구청장 가운데 처음으로 권문용(62) 강남구청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권 구청장은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차기 서울시장 후보를 뽑는 한나라당내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권 구청장은 “공직자로서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출마 결심을 하게 됐다.”면서 “지난 11년간 강남구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이 되면) 강북을 강남처럼 변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권 구청장은 “3선 연임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면서 “서울을 정보기술(IT) 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강북에 70층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우수학교 유치를 통한 강북의 자족도시화,100만평 규모의 강서 한류센터 조성, 청년실업 해소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로써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인사는 맹형규, 홍준표, 이재오, 박진, 박계동 의원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늘어났다. 충남 연기 출신인 그는 경기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4회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 공직에 입문했다. 옛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장, 공정거래위 상임위원, 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 등을 역임했다.1995년 초대 민선 강남구청장으로 선출돼 3연임 중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올해의 인물] (2)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올해의 인물] (2)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부시 정부를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11월 26일) “이스라엘은 지도에서 사라져야 한다.”(10월 26일) 지난 6월 24일 실시된 이란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49) 후보가 당선되자 서방 언론들은 “이란이 ‘극단적 보수주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극적인 역전승 당시 외신들은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앞서가는 가운데 보수파인 모하마드 바르크 칼리바프와 개혁파 무스타파 모인이 뒤를 쫓는 것으로 판세를 분석했다. 아마디네자드의 이름은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아마디네자드는 1차 투표에서 라프산자니에 이어 2위를 기록하더니 결선투표에서는 61.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빈곤층과 보수주의자의 지지,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원이 승리의 요인이 됐다.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아마디네자드는 유세 과정에서 “석유판매 수익을 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뚜렷한 반미 정책과 이슬람 근본주의를 내세웠다. 테헤란 시장 재직 시절 관공서에서 엘리베이터를 남녀별로 나눠 타게 하고, 빈민들에게 무료로 수프를 배급한 것은 이러한 그의 정치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당선 이후 국영기업의 주식을 빈곤층 가구에 할당해주는 계획을 승인했고, 청년실업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석유판매수입으로 13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는 등 자신의 공약을 지켜나가고 있다. ●거침없는 반미 외교 아마디네자드는 핵과 석유를 양 손에 쥐고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그는 당선 뒤 “이란에 적대정책을 견지하는 한 미국과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없다.”면서 ‘평화적 핵 기술 이용 권리’를 강조했다. 이는 대화를 중시했던 모하메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정책과는 상반된 것이다. 이어 이스파한 핵 시설 재가동을 선언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으로는 석유를 발판으로 러시아·중국·시리아 등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하고 친서방파로 분류된 외교관 40명을 경질했다. 미국은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어겼다는 확증이 없는데다 러시아·중국이 안보리 회부에 반대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부시와 닮은 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아마디네자드는 틈만 나면 서로를 비난하고 있지만 두 정상에게는 의외로 닮은 점이 많다. 종교적 보수파를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고, 지나친 외교적 일방주의로 국내외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또 두 사람은 최근 인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시는 측근 변호사였던 해리엇 마이어스를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가 한바탕 논란 끝에 후보 지명을 철회했다. 아마디네자드 역시 요직 중의 요직인 석유장관을 세 번이나 지명했지만 의회가 모두 거부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일자리 많은 ‘성남시’

    성남시가 2005년 공공근로사업 분야 경기도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4년연속 우수기관의 영예를 안았다. 시는 2002년,2003년 행정자치부 평가에 이어 2004년,2005년 경기도 평가에서 4회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1일 밝혔다. 시는 경기도 평가에서 올해 공공근로사업에 모두 53억 5600만원의 예산을 투입,1일 790명(연인원 18만 9000명)의 실직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년실업 완화를 위해 청년층에 적합한 사회도우미, 행정정보화사업 등을 발굴해 15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 직장체험을 통한 사회진출의 기회를 만들어줘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시는 계속되고 있는 경제불안 여파로 늘어나는 실직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에는 공공근로사업에 56억 7000여만원을 투입, 하루 7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참여정부 공무원 4만2103명 늘어 교원·경찰·지방직 집중

    공무원 증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여정부 들어 모두 4만 2103명의 공무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와 경찰, 소방 등 민생과 관련된 분야와 지방공무원이 크게 늘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교사와 경찰, 식품분야 등에 보강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인력 증원은 계속될 전망이다. 행정자치부는 23일 참여정부 출범(2003년 2월25일) 이후 공무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가 공무원이 모두 2만 2422명 ‘순증’했다고 공식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지방공무원도 1만 9681명 증가해 참여정부 들어 공무원은 총 4만 2103명 늘었다. 공무원이 늘어난 부문은 민생안정과 직결된 분야, 주 40시간제 등에 탄력적 대응이 필요한 분야, 청년실업 해소 등 국가적 당면과제 해결과 관련된 분야 등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말 현재 국가공무원 수는 56만 888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의 정부가 끝난 2003년 2월24일과 비교할 때 외형적으로 7334명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1일로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되면서 2만 9756명이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2만 2422명이 증가한 셈이라고 행자부는 설명했다. 또한 지자체의 공무원은 참여정부 출범 전에는 24만 9500명이었으나 지난 6월 말 현재,26만 9181명으로 늘었다. 국가공무원 중 정무직의 경우는 106명에서 125명으로 19명이 늘었다.1∼3급은 66명 증가했고,4∼5급은 1660명 늘었다.6급 이하는 철도공사로 전환되면서 하위직이 대폭 빠져나가면서 3612명 감소했다. 반면 교원(1만 1232명), 경찰(4220명), 집배원(1815명) 등 민생과 관련 부문의 증원이 두드러졌다. 한편 오는 30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큰 정부인가, 작은 정부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공무원 증원문제가 관심을 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열린세상] ‘면접 공포’ 어떻게 치료할까/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A씨는 입사면접만 26번을 본 사람이다. 아무리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경기가 안좋다고는 하지만 괜찮은 대학에서 괜찮은 학점을 받고 신체 건강한 사람이 이렇게 계속해서 낙방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더욱이 당하는 사람은 몹시 답답하고 억울한 일이다.A씨는 실제로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면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는 매번 어렵지 않게 합격을 하지만, 꼭 최종면접에 가서 탈락하는 불운이 아닌 불운을 겪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읽고도 눈치가 빠른 독자께서는 A씨가 혹시 외모나 언변에 눈에 띄는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A씨는 인상도, 말투도 아주 듬직한 보통 청년일 뿐이다. 이렇게 낙방이 계속되자 본인과 가족은 물론 친구나 주변사람들까지도 이상하다며 안타까워했지만, 이럴수록 A씨의 답답함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그런데 A씨와 결혼을 앞둔 오래된 여자친구는 면접을 갔다온 A씨가 “면접장에 들어가면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 버린다.”는 말이 기억나 고민끝에 필자의 진료실을 찾아왔다. 위에서의 얘기대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필요 이상의 긴장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일시적으로 긴장을 완화시켜 주는 약물을 처방,A씨는 이 약물을 다음 면접때 복용하였고 결국 당당하게 대기업에 합격을 했다. 요즘이 바로 매년 늦가을에서 겨울까지 이어지는 입시, 입사 면접철이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과 구직자들이 면접관앞에 서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본능적으로 낯선 것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고, 또 누군가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는 부담감 때문에 어떤 누구도 면접을 할 때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타고나기를 긴장도가 높게 타고난 사람도 있고, 과거의 경험으로 인해 이런 상황을 훨씬 힘들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에게는 면접은 고문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강한 긴장과 불안은 스스로가 극복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나빠지곤 한다. 아마 A씨도 그랬을 것이다. 잘 해보려고 마음을 다지면 다질수록 긴장은 심해져서 결국 면접을 망쳤을 것이고 그 결과 낙방으로 이어지면 좌절감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래서 다음번엔 더 각오를 다지지만 결국 좌절감만 더 키우는 악순환의 결과를 낳고 만다. 이 정도가 되면 A씨처럼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정신과에서 쓰는 약물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있겠지만, 이런 긴장과 불안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약물은 아주 안전한 약물이다. 실제로 음악대학앞에 있는 약국에서는 이 약물의 판매량이 상당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음악대학에는 실기시험이 있어서 무대공포가 있는 많은 음대생들이 실기시험 직전에 약물의 도움을 얻어 시험을 치른다고 한다. 음대생이라고 해서 매일같이 실기시험을 보는 것은 아니니까 허구한 날 약을 먹는 것도 아니고, 같은 과 동기나 선배가 도움을 받고 나서는 소문이 퍼져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늘어나 보편적으로 복용하게 됐을 것이다. 특히 긴장을 하면 목소리가 떨려서 지장을 크게 받는 성악과 학생들이 많이 복용한다고 한다. 결국 A씨는 약물을 복용하고 아주 이상할 정도로 편한 마음으로 면접관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그리고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보이고 왔으며, 좋은 기업의 신입사원이 되었다. 평소 갈고 닦은 실력 그대로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면 상당히 억울한 일이다. 하지만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평가해야 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도 이런 제도의 희생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위기에서부터 정신의학이 여러분을 구해줄 도움의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여러분은 그 손을 잡기만 하면 된다. 표진인 정신과 전문의
  • [열린세상] 기업가가 희망이다/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청년들의 직장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외환은행의 하반기 신입행원 공개채용은 30여명 모집에 9000명 이상이 지원하여 3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공인 영어시험 고득점자와 석사학위 이상 보유자도 1200명을 초과해 이들만으로도 4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채용 경쟁률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기록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임시로 만든 일자리는 통계상 고용지표는 분칠할 수 있겠지만 청년들이 평생직장을 잡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임시적인 일거리에 매달려 있다가 적정 연령을 넘기면 영구적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역사상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든 기업가는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일 것이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인 정 회장은 놀라운 통찰력과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건설, 조선, 자동차, 전자, 금융 등 광범위한 사업활동을 펼쳤다. 얼마전 이명박 서울시장의 대학특강에서 자신이 현대건설에 입사하여 16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말하자 학생들로부터 “와∼”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취업부적격자로 분류됐던 이 시장을 채용했던 사람이 바로 정 회장이었고 일자리 창출 공로도 정 회장에게 돌리는 것이 순리다. 정 회장은 유엔군 묘지에 겨울보리심기와 서산간척지 유조선 공법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뛰어난 임기응변적 통찰력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영지식도 겸비했었다. 필자는 25년전 현재 KTB 네트웍의 전신인 종합기술금융에 재무책임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데 당시 정 회장이 비상임이사로 참여하고 있었다. 종합기술금융은 과학기술처가 주관해 특별법으로 설립하여 기술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었는데, 기술채권을 정부가 지급보증해 주도록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었다. 이사회에 기술채권발행에 관한 의안이 제출됐을 때 정 회장이 국회의 보증동의를 받았는지 질문했다. 당시 회사는 특별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별도의 보증동의가 필요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다른 이사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예산지출수반법률의 경우 예산소요가 이미 법률에 규정되어 있더라도 국회가 매년 심의 의결해야 하는 것과 같은 논리로 국회의 보증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을 제외한 다른 참석자들이 모두 동의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법제처에 자문한 결과 국회동의가 필요하다는 해석이었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인 기업가에게 법률, 회계전문가들이 혼쭐이 났던 것이다. 정주영 회장은 당장의 문제해결능력도 뛰어났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혜안도 지니고 있었다. 남북긴장관계가 첨예했고 북한의 기아사태가 심각했던 긴박한 시점에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소떼몰이 방북을 감행했다. 소떼는 당장의 식량보다는 키워서 번식시키는 지속가능한 먹을거리였던 것이다. 현대그룹의 대북지원이 없었다면 북한경제는 더욱 궁핍해졌을 것이고 남북긴장사태는 더욱 악화됐을 것이며, 이는 남한의 기업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결국 정 회장의 대북지원은 남한의 기업활동에 대한 위험요인을 완화시켜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기업가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우리 사회는 기업가의 사소한 잘못까지 가혹하게 들추면서 고용을 통한 사회공헌에 대한 평가에는 너무 인색하다. 정주영 회장과 같이 자기 몸을 내던지며 기업활동에 나서는 기업가가 계속 나타나야만 청년실업의 참상이 해결될 수 있다. 청년실업 해결에 있어서는 기업가가 유일한 희망인 것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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