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청년실업률
    2026-01-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476
  • [씨줄날줄] 청년 실업 한·일 역전/이종락 논설위원

    [씨줄날줄] 청년 실업 한·일 역전/이종락 논설위원

    “지난 19일 일본 내각부의 조사 결과 2010년 봄에 대학이나 전문대를 졸업한 56만 9000명 가운데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은 14만명이었다. 고교 출신자는 세 명 중에 두 명꼴인 68%가 조기 퇴직했거나 미취업 상태다. 청년실업률은 10% 안팎으로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넘는 수준으로만 발표된다. 파트타임으로 생계를 꾸려 가는 소위 ‘프리터족’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고, 대학에선 3학년부터 ‘슈카쓰’(就活)로 불리는 취직 경쟁에 뛰어든다.”이 기사는 필자가 도쿄특파원으로 재직하면서 본지에 게재한 지난 2012년 3월 20일자다. 6년 9개월 전이지만 일본의 당시 상황은 오늘날의 우리와 너무 닮아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청년 실업 비교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 6.2%에서 지난해 4.1%로 하락했다. 반면 이 기간에 우리나라의 청년실업률은 6.0%에서 9.5%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2015년 일본에 역전한 뒤 최근 2배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은 한 술 더떠 모자라는 청년 인력을 한국에서 데려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에 취업한 한국인 수(워킹홀리데이, 유학생 아르바이트 포함)는 2013년 3만 4100명에서 지난해 5만 5926명까지 증가했다. 왜 한국과 일본 청년들의 삶이 역전된 걸까. 그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일본이 6년 9개월 전과 달리 청년 실업을 해결하고 오히려 노동력이 부족하게 된 것은 소위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기 회복세와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 배경이 복합된 결과다. 반면 우리는 경제성장률 자체가 떨어지고 고령화 진전, 파트타임 근로자 비중 상승, 갑작스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낮은 임금근로자 비중 등으로 청년실업률을 끌어올렸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다. 청년이 사회에 발을 디디자마자 겪어야 할 좌절과 분노는 우리의 미래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우리와 과거사 문제로 다투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가 밉지만 경제를 부활시킨 아베노믹스는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우리는 아베노미스는 엔저 정책이 대부분이고, 기업 성장전략은 지지부진했다는 식으로 폄하한다. 2012년 12월 아베 취임 이후부터 이구동성으로 “아베노믹스는 망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상은 청년 실업까지 해결했다. 정부는 일본이 어떻게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 문제를 해결했는지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의 미래인 청년을 살릴 수 있다. jrlee@seoul.co.kr
  • [시론]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

    [시론]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

    -24세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을 추모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름 가까이 앞둔 지난 12월 11일 새벽 24세 꽃다운 청년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의 컨베이어벨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그런데 그는 한국서부발전이 아닌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사망한 채 발견되고서도 한 시간이 지나서야 그의 사망 사실이 경찰에 알려졌다.청년, 비정규직, 산업재해, 김용균의 사망은 소위 ‘헬조선’에서 청년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여실하게 보여 준다. 열악한 청년 노동의 집약 그 자체다. 헬조선의 청년들은 고등학교까지는 공부에 시달리다 사회로 나가려면 또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청년실업률을 뚫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한다. 고인이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었는데 마지막 구한 곳이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였다는 어머니의 절규는 지금 이 시대 청년들의 참담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어렵게 취업을 하더라도 지옥은 반복된다.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이 책임지지 않는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에 소속돼 위험한 일을 도맡아 했다. 김용균은 한국서부발전의 발전 시설에 공급되는 석탄을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는 일을 했다. 제대로 된 점심 식사나 저녁 식사 시간도 없었다. 낮이나 밤이나 똑같이 석탄이 내뿜는 검뿌연 먼지 속에서 컨베이어벨트가 멈추지 않도록 컨베이어벨트에 머리를 넣고 끼어 있는 석탄을 빼내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급기야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그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첫 직장에 취업한 지 3개월 만이었다. 옛날 지하 탄광보다도 열악한 게 지금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외동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한 맺힌 절규가 지금도 생생하다. 김용균의 임금은 200만원 정도였다. 원래 한국서부발전은 하청업체의 노임을 400만원으로 산정했지만, 실제로 하청업체는 400만원의 절반 정도만을 지급했다, 원청과 하청 관계에서 벌어지는 고질적인 폐해다. 하청업체 노동자인 김용균은 위험한 업무를 하면서도 원청 정규직 평균연봉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한 임금만을 받았다. 원청은 하청업체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책임을 지지 않으니 사망사고 1건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무재해 작업장으로 둔갑하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았다. 그러나 원청의 발전에 차질이 생기면 그 비용은 오롯이 하청업체가 부담하고,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책임졌다. 한국서부발전의 컨베이어벨트가 멈추면 고스란히 하청 한국발전기술의 노동자들이 책임져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고 사망률 1위, 하루 평균 3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하는 헬조선의 현실이다. 2017년 멕시코의 인구 대비 살인율은 10만명당 25명이고, 2016년 미국의 총기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3명이며, 2014년 한국의 산재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11명(10.8명)이다. 헬조선은 노동 현장이 범죄 현장이고, 총기사고 현장인 것이다. 이러한 산재 사고 사망률은 위험을 외주화하는 한 100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런 헬조선에서 청년들은 열악한 노동 현실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컨베이어벨트 9, 10호기는 사고 이후 멈춰 있지만, 지금도 1호기부터 8호기까지는 계속 작동하고 있는 것을 보면 헬조선의 산재사고 사망률 1위 오명은 씻기 어렵다. 그곳에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여전히 위험을 마주하며 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 산재 사망 사고 절반 감축을 공약으로 걸었고,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며 인천공항공사를 찾기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은 2018년 4월 “공공기관인 한국중부·한국남부·한국남동·한국서부·한국동서발전 등 국내 발전 5사의 정규직 전환 컨설팅 보고에 따르면 발전 5사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7675명 중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겠다는 인원이 고작 156명으로 2%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비정규직은 채용되고 있고, 이대로 공공기관 ‘정규직 제로시대’가 열릴 판이다. 헬조선 청년들이 노동 현장에서 계속 죽어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다.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의 마지막 유언이다. “문재인 대통령, 만납시다.”
  • 그린북, 경제 회복세 판단 3개월째 빠져

    정부가 우리 경제가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진단을 3개월째 철회했다. 다만 최근 산업·고용지표가 ‘깜짝’ 개선된 부분에 대해서는 반색했고, 지난달 투자와 고용이 ‘부진’하다는 문구는 ‘조정’으로 미묘하게 바뀌었다. 기획재정부는 21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는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투자·고용이 조정을 받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경기가 여전히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개월 연속 그린북에 실렸던 ‘경기 회복세’라는 판단을 올해 10월부터 3개월째 평가에서 제외했다. 수출과 소비가 양호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우리 경제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다만 기재부는 “10월 산업활동동향은 조업일수 증가 등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고, 11월 취업자수는 5개월만에 두자릿수로 증가했다”고 밝혀 산업·고용지표가 개선된 측면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투자·고용 역시 지난달에는 ‘부진’하다고 평가했으나, 이번 달에는 ‘조정’을 받는다고 표현했다. 대외불확실성도 지난달에는 ‘확대’된다고 표현했지만, 이번 달에는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지표를 보면, 10월 전산업 생산은 0.4%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금속가공, 기타 운송장비 등을 중심으로 전월보다 1.0% 늘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보건·사회복지는 줄고 금융·보험 등이 늘어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9%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전월보다 2.2% 감소했다. 11월 고용은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했으나, 서비스·건설업 취업자가 증가하며 전년 동월보다 16만 5000명 증가했다. 청년실업률은 전년 동월보다 7.9%로 하락했다. 11월 수출은 선박, 석유제품,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이 증가하면서 역대 3위인 519억 2000만 달러를 달성했다. 1~11월 누적 수출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10월 소매판매지수는 승용차 등 내구재(1.7%), 의복 등 준내구재(0.4%)가 늘면서 0.2% 상승으로 전환했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10월 경기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향후 경기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수(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기재부는 “세계경제의 성장 지속, 수출 호조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고용 상황이 미흡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 지속,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등 위험요인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대책, 저소득층·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경제 역동성·포용성 강화를 위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속도감 있게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뽕뜨락피자’ 창업지원 프로젝트, 청년 소자본창업 기회 제공

    ‘뽕뜨락피자’ 창업지원 프로젝트, 청년 소자본창업 기회 제공

    청년실업률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나선 웰빙토종수제피자전문점 뽕뜨락피자가 소자본창업 기회를 제공하며 청년창업자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뽕뜨락피자의 창업지원 프로젝트는 ‘2019 황금돼지해 2039 서울청년 날자! 웃자 청년! 창업하자!’라는 슬로건으로 2018년 12월 20일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참가대상은 만20~39세의 서울거점 점포소유 및 임차가능자이다. 뽕뜨락피자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생계형 배달음식점 창업희망자에게 최소 1300만원의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뽕뜨락피자의 창업지원 프로젝트는 프랜차이즈 창업희망자가 1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하여 개점하는 형태가 아니라 매장 운영에 의지가 있는 피자창업 희망자에게 3천만원 이하 소자본으로도 개점할 수 있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뽕뜨락피자는 철저한 상권분석으로 연일 상승중인 임대료로 인한 부담을 덜어주고 매장 운영시스템과 효율적인 동선구성에 더욱 신경을 써서 고임금 시대에 인건비를 줄여 점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2인창업을 통해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평생직장으로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뽕뜨락피자는 특허 받은 뽕잎도우로 오랫동안 소비자에게 검증된 건강하고 맛있는 웰빙피자를 주메뉴로 하여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국물떡볶이 `뽕떡(뽕뜨락떡볶이)’과 맛과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요치킨’으로 복합창업도 가능하다. 창업희망자 환경에 맞춰 철저하게 상권을 분석하고 복합창업에 맞는 동선을 구축하여 뜨는 창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뽕뜨락피자의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배틀그라운드 프로모션 및 배그미션을 통해 뜨는 프랜차이즈로 주목 받고 있으며 다양한 홍보 전략으로 인해 고객이 유입되어 브랜드의 홍보효과와 더불어 점포 매출 상승에도 직·간접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방송PPL, 배달앱 프로모션, 유튜브 컨텐츠, 인플루언서 활용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홍보활동으로 가맹점에도 긍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자본창업 희망자에게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피자 프랜차이즈 ‘뽕뜨락피자’에 관한 창업지원 정보는 창업안내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한은 “정규직 보호 강할수록 청년실업 장기화”

    한은 “정규직 보호 강할수록 청년실업 장기화”

    GDP 대비 노동정책 정부지출 최하위권 청년취업 제약하는 요인 ‘핀셋 수정’해야정규직 보호 정책이 강화될수록 청년 실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청년층 실업과 중장년층 실직이라는 세대 갈등 요인도 있는 만큼 정규직 보호 제도 중 청년 취업을 제약하는 요인을 ‘핀셋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내놓은 ‘청년 실업의 이력 현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규직 고용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엄격하거나 노동 정책을 위한 정부 지출이 적은 국가에서 청년 실업이 중장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1개국 중 고용보호법제화지수(2.668점)가 여섯 번째로 높다. 이 지수를 기준으로 청년(20∼29세) 실업률이 1% 포인트 상승한 경우 연령대별 실업률은 30∼34세 0.086% 포인트, 35∼39세 0.012% 포인트, 40∼44세 0.003% 포인트 등으로 높아진다. 청년 실업자가 1000명 증가한 경우 이들이 각각 해당 연령대에 진입하면 86명, 12명, 3명이 여전히 실업 상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사회 초년기에 업무 경험을 쌓지 못해 이후에도 고용과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법제화지수가 가장 낮은 미국(0.257점)은 영향이 거의 없었다. OECD 평균은 2.11점이다. 또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노동 정책 지출 비율은 0.231%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권이다. 이 비율을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이 1% 포인트 상승한 경우 연령대별 실업률이 30∼34세 0.146% 포인트, 35∼39세 0.035% 포인트, 40∼44세 0.019% 포인트 등으로 올라간다. 2016년 기준 한국의 노동정책 지출은 6조여원으로, GDP 대비 비율은 0.37% 수준이다. OECD 평균(0.7%)이 되려면 지출을 11조원까지 확대해야 한다. 김남주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용 유연성 확대라는 큰 담론보다는 고용보호법제에 청년 고용을 막는 요소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직무·직업 교육, 취업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저출산이 정녕 문제라면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저출산이 정녕 문제라면

    1990년대 초 독일 유학 시절의 이야기다. 유학 초기에 잠시 어느 가정집의 3층 다락방에서 지냈는데, 아래 2층에는 40대인 독일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니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과 취미를 즐기며 여유롭게 사는 것이 낫다는 게 이 부부의 입장이란다. 독일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물론이고 매달 육아수당, 아동수당 및 부모수당을 지급하고, 심지어 대학까지 무상교육인 데다 의료보험공단이 모든 질병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며 아이 갖기를 원치 않는 이 부부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출산이 문제이기는 오래전부터 독일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넉넉해 보이는 이 맞벌이 부부가 제 집을 장만할 법도 한데 내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 또한 다소 의아했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독일의 주택임대차제도는 우리와는 자못 다르다. 임대차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아예 없고, 민법(BGB) 제566조는 “매매는 임대차를 깨트리지 못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주택 임차인을 보호하는 이 법 조항은 이미 100년 전부터 민법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로써 집주인이나 새 집주인이 세입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가 없게 돼 있다. 우리 같으면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난리가 날 법도 하다.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거나 집주인이 빌려준 집을 직접 필요로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대차 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 그래서 주택임대차 분쟁의 대부분은 집주인이 빌려준 집을 직접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차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고, 세입자는 집주인이 주장하는 직접 사용 필요성이 없다고 맞서면서 불거진다. 어쨌든 세입자가 집주인의 눈치를 볼 일이 별로 없다. 월세 인상에도 각 도시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다. 다달이 내는 월세가 자신의 소득에 비해 많으면 따로 주거 지원비가 지급된다.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에 동원된 수많은 독일 남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고서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와 집을 자기 손으로 복구하고 혼자 갖은 역경 속에서 아이 다섯을 잘 키워 낸 한 어머니가 있다. 이런 여성들을 독일에서는 ‘트뤼머프라우’라고 부르는데, ‘폐허 더미 속에서 땀 흘려 일궈 온 여성’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익히 알고 있는 ‘라인강의 경제 기적’이 이들의 수고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손에 곡괭이를 든 모습의 이 여성들을 기리는 동상이 독일 전역 여러 도시에 세워져 있다.그런데 이 노모는 늙어서 아이 한 명당 고작 30마르크씩 도합 150마르크(약 1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자신이 어렵사리 키워 낸 아이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나중에 매월 기백만원씩 연금을 수령한다. 앞서 언급했던 아랫집 맞벌이 부부가 각자 나중에 받을 넉넉한 연금 역시 이처럼 여느 부모들이 공들여 키워 낸 아이들의 근로소득에서 공제하는 연금보험료로 충당된다. 이 할머니가 받고 있는 적은 연금 액수가 1992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독일연방헌재는 연금법 개혁을 통해 가족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것을 입법자에게 명령했고, 이후 자녀 양육 기간을 연금 지급액 산정에 추가로 반영하는 연금법 개정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추가 연금액이 가족의 가치를 고려하자면 여전히 적다고 비판한다.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절벽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여서 그간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여러 방안이 강구되지만 백약(百藥)이 무효다. 국민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나드는데도 여전히 얄팍한 지갑과 높은 사교육비, 치솟는 집값, 고용불안정과 높은 청년실업률, 특히 여성들이 겪는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 등 우리 사회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고 고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것들이 달라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이 분명 큰 기쁨이고 많은 이들이 이 기쁨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부모들에게 적어도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글을 마치려 하니 지금쯤이면 훌쩍 칠순을 넘겨 어느덧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을 독일 시절의 그 아랫집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게 여전히 손해라고 여기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글 사진 제공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저출산이 정녕 문제라면

    [이종수의 헌법 너머] 저출산이 정녕 문제라면

    1990년대 초 독일 유학 시절의 이야기다. 유학 초기에 잠시 어느 가정집의 3층 다락방에서 지냈는데, 아래 2층에는 40대인 독일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이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니 차라리 그 돈으로 여행과 취미를 즐기며 여유롭게 사는 것이 낫다는 게 이 부부의 입장이란다.독일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물론이고 매달 육아수당, 아동수당 및 부모수당을 지급하고, 심지어 대학까지 무상교육인 데다 의료보험공단이 모든 질병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데도 많은 돈이 든다며 아이 갖기를 원치 않는 이 부부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출산이 문제이기는 오래전부터 독일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넉넉해 보이는 이 맞벌이 부부가 제 집을 장만할 법도 한데 내내 남의 집에 세 들어 사는 것 또한 다소 의아했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독일의 주택임대차제도는 우리와는 자못 다르다. 임대차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아예 없고, 민법(BGB) 제566조는 “매매는 임대차를 깨트리지 못한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주택 임차인을 보호하는 이 법 조항은 이미 100년 전부터 민법전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이로써 집주인이나 새 집주인이 세입자를 함부로 내보낼 수가 없게 돼 있다. 우리 같으면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난리가 날 법도 하다.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거나 집주인이 빌려준 집을 직접 필요로 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대차 계약의 해지가 가능하다. 그래서 주택임대차 분쟁의 대부분은 집주인이 빌려준 집을 직접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임대차 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고, 세입자는 집주인이 주장하는 직접 사용 필요성이 없다고 맞서면서 불거진다. 어쨌든 세입자가 집주인의 눈치를 볼 일이 별로 없다. 월세 인상에도 각 도시에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있다. 다달이 내는 월세가 자신의 소득에 비해 많으면 따로 주거 지원비가 지급된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쟁에 동원된 수많은 독일 남자들이 죽거나 다쳤다. 전쟁터에서 남편을 잃고서 폭격으로 폐허가 된 거리와 집을 자기 손으로 복구하고 혼자 갖은 역경 속에서 아이 다섯을 잘 키워 낸 한 어머니가 있다. 이런 여성들을 독일에서는 ‘트뤼머프라우’라고 부르는데, ‘폐허 더미 속에서 땀 흘려 일궈 온 여성’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익히 알고 있는 ‘라인강의 경제 기적’이 이들의 수고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손에 곡괭이를 든 모습의 이 여성들을 기리는 동상이 독일 전역 여러 도시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이 노모는 늙어서 아이 한 명당 고작 30마르크씩 도합 150마르크(약 10만원)의 연금을 받는데, 자신이 어렵사리 키워 낸 아이들은 직장에서 일하고 나중에 매월 기백만원씩 연금을 수령한다. 앞서 언급했던 아랫집 맞벌이 부부가 각자 나중에 받을 넉넉한 연금 역시 이처럼 여느 부모들이 공들여 키워 낸 아이들의 근로소득에서 공제하는 연금보험료로 충당된다. 이 할머니가 받고 있는 적은 연금 액수가 1992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서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독일연방헌재는 연금법 개혁을 통해 가족에 대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것을 입법자에게 명령했고, 이후 자녀 양육 기간을 연금 지급액 산정에 추가로 반영하는 연금법 개정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 추가 연금액이 가족의 가치를 고려하자면 여전히 적다고 비판한다. 세계적으로 낮은 출산율과 이로 인한 인구절벽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시급한 문제여서 그간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여러 방안이 강구되지만 백약(百藥)이 무효다. 국민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나드는데도 여전히 얄팍한 지갑과 높은 사교육비, 치솟는 집값, 고용불안정과 높은 청년실업률, 특히 여성들이 겪는 일과 가정의 양립 어려움 등 우리 사회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고 고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이 모든 것들이 달라져야 한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이 분명 큰 기쁨이고 많은 이들이 이 기쁨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부모들에게 적어도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글을 마치려 하니 지금쯤이면 훌쩍 칠순을 넘겨 어느덧 연금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을 독일 시절의 그 아랫집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게 여전히 손해라고 여기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 [사설] 도 넘은 민주노총 몽니 지속해선 안 된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끝내 민주노총이 빠진 채 오는 22일 ‘불완전체’로 출범한다. 민주노총의 참여를 독려하며 기다렸던 경사노위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그제 운영위원회에서 공식 출범을 추인했다. 경사노위는 노동 현안뿐 아니라 사회안전망 확충과 양극화 해소, 국민연금개혁 등 이해가 맞선 사안들을 각 경제주체가 협의를 통해 해법을 찾자는 기구다. 그래서 소상공인과 여성, 비정규직, 청년 등까지 대표로 참여시켰는데 주축인 민주노총이 자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대신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출범 하루 전날인 21일 예정대로 노조법 개정 등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인다고 한다.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불참은 교원노조 합법화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부진, 탄력근무제 확대 등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한다. 불만이 있다고 참여조차 거부하는 것은 책임 있는 경제주체의 자세가 아니다. 민주노총이 촛불집회를 이끌고, 열악한 노동 현장의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 이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 덕에 촛불집회 이후 1년간 민노총 가입자가 10만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문제는 커진 덩치와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역할은 외면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현대차가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고 임금은 낮춰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은 임금 하락을 우려한 민주노총 소속 현대차 노조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가 100만명이 넘고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든다. 노조조차 구성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중소기업의 노동자들에 비하면 민주노총은 귀족노조의 집합체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죽하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노총과 교원노조는 더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라고 했겠는가. 이 발언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제 “무지하고 오만한 말”이라고 비판했지만, 국민의 공감이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아야 한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등으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마저 왜곡될까 두렵다.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아일랜드 평균 월세 약 169만원…캥거루족 늘고 거리엔 청년노숙자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아일랜드 평균 월세 약 169만원…캥거루족 늘고 거리엔 청년노숙자

    “도시를 되돌려 달라.”(Take back the city)지난달 12일 아일랜드 더블린 중심가인 오코넬 거리와 파넬 거리에 수백 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정부의 주거 정책에 반발하는 의미로 빈집에서 살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전날 체포되자 이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6월 기준 아일랜드의 평균 월세는 1304유로(약 169만원)다. 집회 참가자들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에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며 리오 버라드커 총리의 퇴진을 요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일랜드는 2016년 대비 2017년 주택 가격이 11.1% 올랐다. 홍콩(11.8%)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승폭이 컸다. 아일랜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한때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다. 자산 거품 위에 성장을 거듭한 게 독이 됐다 .2009년 경제성장률은 -7.5%를 기록했고, 2010년에는 유럽연합(EU), IMF 등으로부터 675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치욕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애플, 페이스북, 노바티스 등 다국적 기업의 유럽 본부를 유치하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경제 회복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경제 위기 악몽을 떨쳐냈다’, ‘켈트 호랑이의 부활’이라는 등의 수식어도 뒤따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30.4%였던 아일랜드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8월 기준 13.9%를 기록했다. 하지만 표면적인 숫자와는 달리 현지 청년들의 삶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직장을 찾아 더블린으로 모여든 사람이 늘었지만, 주택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제임스 드레이 아일랜드 청년위원회(NYCI) 부국장은 “경제 위기 이후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에 청년층이 대거 유입됐다”면서 “지난 5년간 경기가 회복되면서 더블린의 집값은 2배 가까이 올랐지만, 청년들의 일자리는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일랜드 청년들은 일자리 구하기가 이전보다 쉬워졌지만, 월급의 절반을 월세로 내야 하는 처지다. 그러다 보니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도 생겨나고 있다. 더블린에서 만난 샌드라 포베스(50)는 “아들 3명이 모두 취업을 했지만 여전히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면서 “부모 세대만 해도 대학을 가고 직장을 가지고 집을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지 청년들의 절망은 숫자로 나타났다. 아일랜드의 청년 니트족 비율(2017년 기준)은 13.1%, 청년빈곤율(2014년 기준)은 16.4%다. 더블린 거리 곳곳에서는 구걸하는 청년 노숙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누아라 엘런 아일랜드 연구위원회 노동연구위원은 “최근 10년간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한 적이 없는 데다 주거 지원금 정책은 금액이 적어 실효성이 없다”면서 “부모의 울타리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의지할 가족이 없는 청년은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더블린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청년실업 늘면 사회 불안정…국가는 정책 지원 강화해야”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청년실업 늘면 사회 불안정…국가는 정책 지원 강화해야”

    ‘D급 청춘’의 현실은 잿빛이다. 학자금 대출로 생긴 부채는 늘어만 가지만 언제 직장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직장을 찾는다고 해도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색이다. 터무니없이 올라가기만 하는 주거비 부담은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냉정히 앗아간다. 서울신문은 한국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와 청년실업 문제로 고민 중인 일본, 2012년 30.4%였던 청년실업률을 12.9%로 끌어내린 아일랜드, 비교적 청년 정책이 탄탄하다는 프랑스의 전문가들에게 청년빈곤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봤다. 특히 일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청년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저임금 일자리의 증가 탓에 일하고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환경을 바꾸려면 주택과 교육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각국 청년빈곤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가상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했다.#청년빈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청년빈곤은 유독 개인의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국가가 나서 정책을 만들어야 하나. 필립 오코넬 청년빈곤은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이 빈곤한 상태가 지속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않는다. 성인으로 가는 과정은 멈추고, 아이를 낳지 않아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일자리에 대한 해결 없이 한 달에 1000유로(약 130만원)를 청년 한 명에게 투자한다고 한들 그 청년이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오니시 렌 일본은 빈곤의 대물림이 발생하고 있다. 가족이 가난해 교육부터 재정까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청년은 불안정하거나 저임금 일자리를 구하게 되고, 빈곤은 결국 자녀에게 전이된다. 열심히 일을 해 벌어들인 돈으로 가족의 생활이 지탱되지 않으면 사회가 이를 해결해 줘야 한다. 하지만 일본은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와타나베 히로토 최근 일본이 ‘완전고용’이라고는 하지만 일을 해도 생활이 곤란한 청년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최저임금으로 주 40시간을 근무하면 15만엔(약 15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 정부의 생활보조 기준 금액(13만엔)과 불과 2만엔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 청년이 빈곤해지는 구조가 지속되면 일본은 무너질 것이다. #청년빈곤 해결 위한 정책 필요하다 →청년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나. 오코넬 좋은 일자리가 가장 큰 복지다. 아일랜드의 실업률이 낮아지고 경기가 회복된 것은 외국인 투자와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법인세 감면도 외국 자본 유지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일자리는 늘었지만 청년층의 임시일용직이나 저임금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일자리의 양적 확대만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시무스 맥기네스 아일랜드가 시행한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되는 것은 청년이 노동시장에 곧장 투입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인 인턴십이나 직업체험 정책이다. 대표적으로 ‘잡 브리지’라는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다. 회사와 정책에 참여하는 청년이 정부 지원금을 받아 6~12개월 동안 일하면서 경험과 기술을 쌓게 해 주는 제도다. 노동시장으로 곧바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후지타 다카노리 요즘 일본 청년들은 3~4년마다 이직한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근로빈곤층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빈곤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세대를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정책의 첫 번째 목표가 돼야 한다. 니콜라 파르바크 프랑스는 청년에게 구직과 관련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나라다. 하지만 보조금만 주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증명하고 직업상담과 같은 동반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청년빈곤 핵심에 주거비 문제가 있다 →주거비 문제는 청년을 빈곤하게 만드는 한 축이다. 월급의 3분의1을 월세로 낼 정도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후지타 일본도 심각하다. 전체 임금의 절반 정도를 월세로 지출하다 보니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 주거지원금을 도입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더 확대해야 한다. 적어도 20대에 일을 하기 시작하면 10년 정도 뒤엔 집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청년들은 은행에서 대출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융자를 내 주는 방식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제임스 드레이 직장을 다녀도 거주할 곳이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이 많다. 가족을 꾸리는 시기가 늦어지고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고도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주거·복지 지원금으로 최소한의 삶의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기본소득 지급은 근본 대안이 아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파르바크 기본소득의 하나인 청년 수당이 시행되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저 수당만 지급한다면 청년 취업이나 빈곤 탈출에 대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본다. 주거 문제, 빈곤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한 계산이 이뤄져야 한다. 또 상담이나 구직활동을 위한 인력과 재원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않으면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는 방식, 청년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상담을 해 주는 모든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오코넬 기본소득은 대안이 될 수 없다. 게다가 한번 정책을 시행하면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다. 기본소득을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두에게 줘 버린다면 모두의 노동 의지를 꺾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청년빈곤 문제 민간 영역에 둬선 안 된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청년빈곤은 청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인식이 강하다. 파르바크 프랑스는 청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을 만든다면 언제든지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집회를 열 수 있다. 청년에게 생존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하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드레이 청년 실업자가 늘어나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사회가 된다. 하지만 청년들의 문제는 사회적으로 쉽게 두드러지지 않고, 정치의 영역에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다 직업을 가지고 연애를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국가와 기성세대는 이런 삶의 궤적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중년층이고, 청년들의 표에 큰 관심을 쏟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5월 낙태금지법 관련 국민투표를 보면 18세 이상 유권자가 지난 선거보다 23% 정도 증가했다. 예전과 비교하면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후지타 안타깝게도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사회에서 빈곤은 내전 중인 후진국에서나 겪는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기성세대들은 “우리 젊은이들이 굶어 죽을 일은 없다”며 빈곤 문제를 외면한다. 청년빈곤을 비즈니스에 이용하는 아픈 현실도 속속 등장한다. 청년에게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자와 대부업체, 매우 좁은 공간을 제공하는 셰어하우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적어도 교육, 주택, 복지, 의료, 보육만큼은 민간의 영역에만 맡겨 놔서는 안 된다. 더블린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릴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도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프랑스 청년 실업률 20.2%…좋은 학위·인맥 없으면 정규직 일자리 어려워 구직 포기자 속출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프랑스 청년 실업률 20.2%…좋은 학위·인맥 없으면 정규직 일자리 어려워 구직 포기자 속출

    “청년빈곤은 전 세계 공통의 문제입니다. ‘헬조선’을 떠나 프랑스로 온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프랑스 역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고, 첫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지난 8월 프랑스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20.2%를 기록했다. 구직 의사가 있는 청년 5명 중 1명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청년실업률(11.0%)과 한국의 청년실업률(12.5%)과 비교해 봐도 두 배 가까이 높다. 사회복지가 탄탄한 국가라는 인식 때문에 청년빈곤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4일 프랑스 파리에 있는 기독교 빈민 청년단체 ‘ZOC’ 사무실에서 롤라 멜(27·여) 전국회장을 만나 프랑스 청년들의 빈곤 실상에 대해 들어봤다. 멜 회장은 특히 청년들이 첫 직장을 구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프랑스 내 기업들이 정규직 직원을 채용할 때 처음부터 완벽한 구직자를 원하는 탓이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려면 인턴 경험이 많아야 하는데, 인턴 채용은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구하는 방식이라, 좋은 학위와 인맥이 없는 대부분의 청년들은 정규직을 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토로했다. 멜 회장은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흙수저’처럼 지인 네트워크가 없는 청년은 정규직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구조”라고 면서 “청년실업률은 20%대로 집계되지만, 사회적 네트워크가 빈약한 이민자 출신들이 많이 사는 곳의 청년실업률은 40%대가 넘는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도 적지 않다. 일자리가 없으면서 교육과 직업훈련조차 받지 않는 청년을 일컫는 니트(NEET)족은 지난해 기준 16.6%다. OECD 평균 13.2%보다 3.4% 포인트 높다. 멜 회장은 “이제는 가정부도 학위가 필요해졌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면서 “부모세대는 투쟁을 통해 사회적 보장을 쟁취했지만, 지금 청년들은 복지가 줄고 있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청년 빈곤율은 2014년 기준 12.6%(한국 9.0%)다. 멜 회장은 헬조선 풍조를 비난하는 한국 청년에게 포기하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 회장은 “빈곤의 부조리함을 모른 체하고 한국을 떠나는 것은 비겁하다”며 “그런 식으로 떠나지 말고, 진짜로 떠나고 싶다면 한국의 상황을 바꿔놓고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파리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日 청년실업률 줄었지만… ‘넷카페 난민’ 10년째 그대로

    [2018 청년 빈곤 리포트-D급 청춘을 위하여] 日 청년실업률 줄었지만… ‘넷카페 난민’ 10년째 그대로

    ‘D급 청춘’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선진국에도 가난한 청춘은 비정규직을 전전했고, 쪽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24년 만에 최고 고용률을 달성한 일본에선 여전히 가난한 청년들이 1평도 채 안 되는 넷카페를 옮겨다니며 하루 방값 1만 6000원을 내며 살고 있다. 일자리를 구해도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성에 시달리는 탓이다. 2010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모범적으로 극복했다는 아일랜드 역시 청년들이 참다못해 거리로 나왔다. 살인적인 집값 상승에 월급의 절반을 월세로 내야 하는 현실에 청년은 “도시를 되돌려 달라”고 외치는 중이다. 프랑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모의 자본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과정에서 계층 간 갈등은 굳어지는 모습이다. 청년실업률은 인근 독일, 영국의 2배나 됐다. 세계 곳곳에서 신음하는 가난한 청년들의 현실을 보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일본, 아일랜드, 프랑스를 찾았다.지난 8월 23일 일본 도쿄 외곽에 있는 가마타역의 한 인터넷카페(넷카페). 1인실 문을 열자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컴퓨터 한 대와 얇은 매트리스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몸을 뒤척이면 팔과 다리가 벽면에 부딪힐 만큼 좁은 이곳의 하룻밤 이용료는 1600엔(약 1만 6300원)이다. 넷카페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의 PC방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부터 하나둘씩 집 없는 일본 청년들이 이곳에서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넷카페 난민’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2007년 당시 경제 위기의 여파로 기업들이 파견 노동자로 일하던 청년들이 대량 해고되자,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청년들은 넷카페에 남은 것이다. 한국에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가 있다면, 일본에선 넷카페가 있었다.문제는 경기가 호전됐다는 지금도 일본의 청년들은 넷카페를 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실업률은 2007년 7.7%에서 지난 8월 4.1%까지 절반 가까이 내려갔지만, 청년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낮은 임금과 장기간 노동, 높은 고용 불안정성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불안정한 일자리를 개선하지 않는 한 청년의 주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도쿄만 놓고 보면 넷카페 난민은 증가하고 있다. 도쿄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4000여명이 도쿄의 넷카페에서 살고 있었다. 2007년 일본 노동후생성이 집계한 2000명(도쿄 기준)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도쿄도 집계를 보면, 13.5%만이 실직 상태였고 나머진 86.5%는 직장이 있었다. 파견직(34.7%)과 아르바이트(35.5%), 계약직(4.4%) 등 비정규직이 74.6%였으며, 자영업자는 5.2%, 정규직은 4.5%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 연령층이 39%로 가장 많았고 50대가 29%, 40대가 17% 순이었다. 39세 이하 청년은 50.8%였다. 청년들이 넷카페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낮은 임금과 높은 집세 때문이다. 도쿄에서 4.5~7평 크기의 원룸을 구하려면 월평균 7만~8만엔(약 71만~82만원)이 필요하다. 넷카페 난민의 평균 소득은 11만 4000엔(약 11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수입의 80%를 월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보증금도 문제다. 처음 집을 구할 때 보증금 등으로 최소 30만엔(약 306만원)이 필요한데, 도쿄의 비싼 물가를 고려하면 이 돈을 모으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도쿄도 집계에서 넷카페 난민의 62.8%가 초기 비용 마련이 어려워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도쿄도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초기 비용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쿄 챌린지넷을 운영 중이다. 6개월 이상 거주지 없이 도쿄에서 사는 주거 난민에게 3달간 저렴한 가격에 집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현지 시민단체인 도쿄챌린지넷 오다 도모오 소장은 “넷카페난민을 위해 도쿄 내 100개의 원룸에서 하루 500엔(약 5100원)으로 머물며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면서 “하루 평균 2000엔(약 2만 4000원)인 넷카페에 머물 때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물론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최저임금(월 15만~16만엔·약 153만~163만원)을 올리거나 불안정한 일자리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청년 주거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거 빈곤 지원 단체인 비영리법인 모야이의 오니시 렌 이사장은 “대기업과 탄탄한 중소기업은 정년보장과 복리후생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으며, 최저임금(평균 874엔·약 8900원)을 주면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는 블랙기업은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노동 지원단체인 비영리법인 포세의 와타나베 히로토 사무처장은 “일본 청년들에게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데다 수당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블랙기업 때문에 청년층이 느끼는 노동의 질은 현저히 떨어져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블랙기업에 대한 감시와 더불어 현재 평균 874엔(약 8900원) 수준인 최저임금을 1500엔(약 1만 5300원)까지 점차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사진 도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사설] ‘속 빈 강정’ 대책으로 혁신성장·일자리 창출 가능하겠나

    정부가 어제 내놓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은 여러 측면에서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일자리 종합대책으로 알고 있었는데, 반쪽짜리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온 여덟 번의 일자리 대책 가운데 그나마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자리 대책은 2~3개월짜리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어서 ‘가짜 일자리’라는 야당의 비판이 통할 만하다. 혁신성장은 책임 있는 대책이라기보다는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시장의 기를 살리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고 하지만, 실업자가 110만명에 육박하고,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심각한 위기의식이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나마 관심을 끄는 것은 SOC 투자의 확대다. 그동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대척점에 있는 SOC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나 경기 부양을 극도로 꺼려 왔다. 그런데 내년에 주거와 환경·안전,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8조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2조 3000억원어치의 공사를 조기 착공하기로 했다. 일자리와 직결된 민간 투자를 촉진하려고 15조원의 정책금융을 풀 예정이라고 한다. 이 부분만 보면 전 정권의 경기 부양책과 구분이 잘 안 될 정도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에서 필요한 것이 일자리다.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54조원을 투입했지만, 아직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겠다지만,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간부터 위협받게 된다. 그런 차원에서 생활형 SOC 투자나 기업의 투자 활성화 대책 등은 오히려 늦었다고 할 것이다. 정부의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대책에 여전히 임시방편이 많고, 정책의 속도도 아쉬움이 남는다. 공공기관에서 올해 안에 5만 9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데, 취약계층에 대한 보조라는 측면은 있겠지만, 공공기관을 쥐어짜서 체험형 인턴이나 행정지원 업무에 투입하는 게 청년 고용 대책이 될 수 있는지 걱정스럽다. 규제완화도 생색내기에 그쳤다. 규제완화의 새로운 상징이 된 ‘카풀 서비스’ 등에 대해서는 두루뭉술 넘어갔고, 탄력근로제 확대는 협의 중이라며 뒤로 미뤘다. 경제는 타이밍이다. 오는 12월로 예정된 2차 대책에서는 생산성도 높일 만한 좀더 과감한 대책과 신속한 대응을 보여 줘야 한다.
  • [서울광장] 검찰, 국민 감동시킬 용의는 없는가/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검찰, 국민 감동시킬 용의는 없는가/김성곤 논설위원

    얼마 전 영국 재규어 랜드로버 코벤트리공장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공장은 직원 가운데 친인척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직원은 “작업 내용을 공유하고 기술을 전수해 스스로 공정을 개선하기도 하는 등 이점이 많다”고 자부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 직장이나 밥상머리에서 일 처리는 물론 작업 안전과 관련된 노하우가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형에서 동생에게 자연스럽게 전해진다는 것이다. “아, 그래. 그런 이점도 있구나” 하고 공감했다.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비리 의혹’이 장성한 자식들의 일자리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뒤집어 놓았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3월 1일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한 1285명 가운데 108명이 임직원의 친인척이라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에 돌면서 임직원이나 노조 관계자들의 친인척이 무기계약직으로 들어왔다가 정규직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1만 7000여명의 교통공사 직원 가운데 1912명이 사내에 친인척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진 것이 아니어서 실제 친인척 직원의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맨 처음 문제를 제기한 자유한국당의 주장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의 얘기는 훈훈한데 서울교통공사의 얘기는 음습하고 반칙의 냄새가 나 안타깝다. 9월 기준 전국에 실업자가 113만명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10%를 오르내린다. 몇 집 건너 청년 백수의 가정이다. 모임에 가면 관심사는 온통 자식들 취직이다. 우리는 ‘자식을 취직시킨다’는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자식의 취업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만, 무의식으로는 부모가 시켜야 하는 책무처럼 인식된 탓이다. 그래서 서울교통공사에서 고용세습이 일어났다고 하니 자식 가진 부모들은 “내 자식 일자리를 도둑맞은 것”처럼 분노한다. 고용세습 문제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인천공항공사로, 지방으로 번져 가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 정권 때 강원랜드에서 취업비리로 부정 합격자 226명 전원이 직권면직된 게 엊그제다. 금융기관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4명이 기소된 것도 지난 6월의 일이다. 기업마다 취업에 드는 돈이 매겨져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민간 기업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니 뭐니 하지만, 편법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러 루트들이 있는 셈이다. 이러니 얼굴 누렇게 뜬 채 밤잠 안 자고 공부를 해도 서울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촌을 벗어나지 못하는 청춘들이 늘어 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제 국회에서는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놓고 갑론을박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 야 3당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정의당도 국정조사에 동의를 표했지만, 들여다보면 ‘3당3색’이다. 서울교통공사에다가 강원랜드 포함을 놓고도 다른 생각들이다.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다. 국정감사장이 눈에 그려진다. 증인을 불러 놓고 호통을 치는 국회의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 정치공세도 난무할 것이다. 물론 진상을 국민에게 리얼하게 보여 주는 국정조사의 순기능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답답하다. 여야가 합의하고, 증인 채택을 하고, 조사를 하기까지 부지하세월이다. 기획재정부가 모든 공기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서울교통공사는 감사원이 감사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수사 얘기는 아직 없다. 검찰에 인력이 없단다. 아직 고소고발도 없고, 인지 수사를 할 만큼 딱 떨어지지 않는단다. 맞는 말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적폐청산에 굵직굵직한 수사를 많이 담당해 검사 인력에 과부하가 걸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굳이 이를 서울중앙지검에 국한할 필요가 있을까. 강원랜드나 금융기관 채용비리도 마무리돼 간다고 한다. 엊그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도 `적폐청산 수사는 언제 마무리되는가’란 질문에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과 그에 대한 법원의 대처 방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검찰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지만, 검찰이나 법원이나 ‘오십보백보’다.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라도 채용비리를 발본색원하는 데 검찰이 나서야 한다. 이번 기회에 채용비리를 파헤쳐 국민의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주고, 검찰의 명예도 회복하고, 민생검찰로 거듭나는 것은 어떤가. sunggone@seoul.co.kr
  • [자치광장] 뉴딜 일자리 사업과 감사원 표창/강병호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

    [자치광장] 뉴딜 일자리 사업과 감사원 표창/강병호 서울시 일자리노동정책관

    지난 8월 행정기관의 잘못을 바로잡는 감사원으로부터 서울시가 지적이 아닌 표창을 받았다. 16개 부처, 50여개 일자리사업 감사 결과 서울시 뉴딜 일자리 사업이 유일한 모범 사례로 선정됐다. 정부 타 일자리 사업과 달리 일자리 발굴, 참여자 지원, 안정적 일자리 연계까지 모두 우수하다는 것이 감사원 의견이다.뉴딜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일 경험과 직무교육을 동시에 제공해 사업 참여 후 민간 일자리로 바로 진입하도록 돕는 공공 일자리의 새로운 모델이다. 참여한 청년들은 23개월간 일하면서 500시간 이상의 취업 교육을 받는다. 참여자 취업률은 지난해 53%로 시작 해인 2013년 8.9%보다 6배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확보 후 선발, 교육, 인턴, 정규직 취업까지 연계하는 진화된 뉴딜 일자리도 제공하며, 내년에는 지역 문제 해결형 일자리도 시도한다. 박원순 시장은 감사원 표창에 대한 직원 격려 서신에서 뉴딜 일자리를 ‘내 일의 고민 해결사’로 표현했다. 이는 청년이 일을 하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내 일’(My Job)과 ‘내일’(Tomorrow)의 답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어려운 경제 상황을 경험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청년 투자를 가장 먼저 줄였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독일에 주목해야 한다. 2001년 이후 청년 인구 증가로 노동력 공급이 늘었지만 유럽연합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올 7월 독일 청년실업률은 지난 20년 중 가장 낮은 6%대였다. 어려울수록 청년이 해결책이란 사실을 깨닫고 일찌감치 교육, 복지 등 청년에 투자한 결과다. 청년 일자리 문제, 그 답은 바로 청년에 대한 투자에 있다. 서울시도 그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취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청년수당과 청년통장, 청년주택을 지원하고 취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90곳의 일자리 카페와 면접 정장 무료대여 등 체감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내년 3월엔 전국 최초로 청년자치정부를 신설, 청년들에게 500억원 규모의 청년자율예산편성권을 맡기기로 했다. 이는 청년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당사자 주도 원칙에서 나온 것이다. 어느 사회건 성장 동력은 청년에서 시작되고 우리 미래도 청년 어깨에 달려 있다. 지금이야말로 청년 투자 확대로 경제를 살리고 우리 모두를 위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 제조·도소매업 부진 직격탄… 40대 이하 취업자 모두 줄었다

    제조·도소매업 부진 직격탄… 40대 이하 취업자 모두 줄었다

    조선·자동차·음식·숙박업 일자리 급감 40대 15만여명 줄어 26년 만에 ‘최악’ 청년실업률 10%… 1999년 이후 최고 제조업 구조조정·최저임금 영향 분석 고용률 60.9%… 1년 새 0.3%P 떨어져 50대 이상 취업은 27만 9000명 증가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친 가장 큰 이유는 제조업 고용 부진에도 그나마 일자리를 지탱해 줬던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까지 고용 시장이 얼어붙어서다. 음식·숙박업에서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급감하면서 청년(15~29세) 실업률도 치솟았다. 자영업자 경쟁 과열과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 수 회복이 더딘 점도 원인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여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년 새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12만 3000명, 음식·숙박업은 7만 9000명, 교육 서비스업은 3만 6000명씩 감소했다. 도·소매업은 9개월째, 음식·숙박업은 15개월째 감소세다. 경비원이나 건물 청소원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의 취업자는 11만 7000명이나 줄었다. 연봉이 높고 정규직이 많아 ‘양질의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 취업자 수도 10만 5000명 줄었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구조조정 여파 때문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서비스업 취업자 수가 급감한 이유도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조선·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도·소매업 등 연관 산업에 악영향을 미쳐서다.연령별 취업자 수를 보면 40대 이하는 일제히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는 4만명, 30대는 7만 8000명 줄었다. 특히 한국 경제의 허리인 40대는 15만 8000명이나 급감하면서 1991년 12월 25만 9000명 이후 26년 8개월 만에 감소폭이 가장 컸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부터 34개월 계속 줄고 있다. 정부가 인구 감소를 고용 악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40대 취업자 수 감소폭은 인구 감소폭 10만 7000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40대 전반에서 도·소매나 교육 등 모든 산업에서 취업자 수가 줄어 타격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반면 50대 취업자는 5000명, 60세 이상은 27만 4000명 늘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에 포함되지 않는 65세 이상은 16만 3000명 증가했다. 한창 일할 나이대에서 취업자가 줄면서 지난달 실업자는 113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 4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4.0%로 전년 동월 대비 0.4% 포인트 상승했다.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0년 4.1% 이후 최고치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10.0%로 1년 새 0.6% 포인트 올라 1999년 8월 10.7% 이후 가장 높았다. 빈 과장은 “연령대로 봐서 음식·도소매 분야에 노동을 공급하려는 의사가 있는 계층인데 이 부분에 대한 노동 수요가 못 따라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체감실업률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8%,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3.0%로 1년 새 각각 0.7% 포인트, 0.5% 포인트 올랐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용지표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또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꼽았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날 통계청 고용동향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8월 취업자는 건설 고용이 다소 개선됐으나 제조업 고용 부진, 서비스업 감소 전환,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3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자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고용률이 지난달 60.9%로 1년 새 0.3% 포인트 하락했고 7개월 연속 낮아져서다. 15세 이상 인구수 감소를 고려하더라도 취업자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싫존주의 세대] 꼭 해야 하나, 그건 내가 아냐

    [싫존주의 세대] 꼭 해야 하나, 그건 내가 아냐

    기성세대와 달리 ‘노력=성공’ 믿음 깨져 안정적 일자리 찾는 스펙 세대와도 구별 저성장 시대에 자기 정체성 표현에 집중 같은 싫음의 취향 가진 사람끼리 결집도 “그냥 싫다” 아닌 “남들도 싫다” 합리화 개인과 집단이 섞인 과도기적 현상 분석“어른들은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고 저희를 가르쳤지만, 지금 세대에게는 그 믿음 자체가 깨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기성세대들이 젊었을 때 기준으로 현 세대를 평가하려고 할 때마다 화가 납니다.” 취업준비생 심민섭(28)씨는 ‘싫존주의’를 따르는 지금의 20대가 바라보는 현 사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일명 ‘N포 세대’라 불리는 세대, 혹은 그 아래인 1988~1997년생들은 유사 이래 최고 높은 대학진학률에도 불구하고 청년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다. 경제가 확장하던 시절에 성장해 정치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민주화의 가치를 개척한 40~50대,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풍토 속에서 줄어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기 위해 ‘스펙 경쟁’에 몰두한 30대와 구별된다. 지난 7월 청년실업률 9.3%, 체감청년실업률 22.7%라는 현재의 수치 못지않게 앞으로도 이 수치를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20대는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청년의 성공 요인에 관한 인식조사’에서 성공의 요인으로 재능을 꼽은 대학생이 22.1%, 노력은 9.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대학생들은 대신 성공 요인 1순위는 부모의 재력(50.5%)이다. 중국 대학생 조사에선 재능(45.3%), 노력(12.9%), 부모 재력(12.5%) 순으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린 시절 기성세대가 강조하던 사회적 성공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고 확신한 싫존주의자들은 저성장 시대 인생의 목표를 성공이 아닌 자기 정체성 표현에 두기 시작했다. “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존중받는 것”이라는 박도연(21·여)씨의 말은 싫존주의 세대를 대변한다. 싫존주의 세대는 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이해와 욕구를 실현하는 데 더 큰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파편화된 개인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슷한 ‘싫음’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 결집했다.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나 ‘술싫모’(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단적인 예다. 싫존주의 세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양했지만, 공통된 의견은 살아남기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싫음’을 표출하는 것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며 그 용기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장기엔 체제에 철저히 순응할수록 많은 것을 받을 수 있지만 저성장 시대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20대들이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직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성취를 통해 자존감이 자연스레 확보됐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자존감의 원천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싫음’을 부정적인 감정이라 여겼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싫존주의 세대에게 ‘싫다’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 된 셈이다. 싫존주의가 개인주의의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 차이가 있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싫다’는 건 개성의 여러 표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싫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자체는 건강한 현상”이라며 “20대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졌고 동시에 감정 표현에서도 민주적인 사회가 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들이 다양한 감정 표현 수단을 가졌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그냥 ‘내가 싫으면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남들도 싫어한다’는 사실을 꼭 알리고 합리화시키려는 경향이 보인다”며 “이는 완전한 개인화라기보다는 개인화와 그 개인들의 집단이 묘하게 섞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싫존주의 세대가 어디에서, 무엇 때문에 시작됐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이들을 맞이하게 될 사회의 자세다. 여전히 싫존주의 세대의 싫음은 상대가 나와는 다를 때, 혹은 상대의 권력이 높을 때 쉽게 무시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된다. 1년째 개인적인 신념으로 “고기가 싫다”고 선언한 채식주의자 김서형(22·여)씨는 “다수의 취향과는 확연히 다를 때 내 ‘싫음’을 드러내기가 더 어렵다고 느낀다. 직장이나 공적인 자리에서 ‘힙합이 싫다’고 했을 때와 ‘고기가 싫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완전히 다르지 않으냐”고 되물었다. 글 사진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사설] 대학 구조조정 추진하되 지역사회·교육은 활성화해야

    조선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86개 대학이 학생 정원을 줄여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86곳 가운데 4년제 일반대학 10곳, 전문대학 10곳 등 20개 대학은 정원 감축 권고는 물론 내년 신입생부터 국가장학금 지원이나 학자금대출 등 재정 지원이 일부 또는 전면 제한된다.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은 다음달 10일 시작하는 수시모집 지원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제 교육부가 밝힌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다. 정부 재정 지원 제한, 정원 감축 등 진단 결과에 따른 조치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이행해야 한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내년도 대학 입학 정원은 55만명이지만, 고교 졸업자는 50만명이다. 게다가 최고 80% 선이던 대학진학률은 60% 선으로 떨어졌다. 국내에서 학생 충원을 못 해 유학생을 받아들이는 이름뿐인 대학도 적지 않다. 대학을 졸업했더라도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인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이름뿐인 대학 운영을 방치할 일은 아니다. 정부는 정원 감축 이행 실적과 계획을 철저히 챙기기 바란다. 특히 캠퍼스가 비수도권에도 있는 경우 지방 캠퍼스 정원만 줄일 수 있는 만큼 캠퍼스별 정원 비중에 따른 감축을 하는지 챙길 일이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사회가 붕괴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이번 재정 지원 제한 대학 20곳 중 비수도권이 일반대 9곳과 전문대 7곳 등 16곳이다. 지방대 위기는 해당 학생들은 물론 교직원 실직, 학교 주변 공동화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 해산 법인 청산지원 등 부실 대학 관리라는 단기적 대책은 물론 지역특성화 대학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놓고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능력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 데 진력해야 대학 구조조정의 취지가 성과를 볼 것이다.
  • [팩트 체크] 美 실업률 18년 만에 3%대… ‘완전 고용’ 상태일까

    [팩트 체크] 美 실업률 18년 만에 3%대… ‘완전 고용’ 상태일까

    수치상 호황… 문제는 낮은 임금상승률 비슷했던 2000년 4% 상승…올2.7%↑미국 등 선진국은 전례 없는 ‘고용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한국은 ‘일자리 재난’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실업률은 18년 만에 3%대로 떨어졌고, 청년실업률도 50여년 만에 가장 낮은 9%대 수준이다. 그렇지만 미국 노동시장이 일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완전 고용’ 상태인지는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3일(현시지간)부터 사흘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도 미국의 노동시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나올 것으로 본다.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행사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무엇인가. -수치상으로 미국 고용시장은 호황이다. 유색 인종이나 고졸자 실업률도 사상 최저치에 가깝다. 문제는 낮아진 실업률에 비해 임금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과 실업률이 비슷했던 2000년에는 임금상승률이 4%를 넘었지만, 지난달 임금상승률은 2.7%에 머물고 있다.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난 것이다.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난 까닭은. -가장 많이 나오는 가설은 원하는 직업을 찾지 못했지만,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시간제 근로를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미국의 21~30세 남성의 2016년 근로시간은 2000년보다 18% 줄었다. 경제가 활황일 때 광의의 실업률(경제 상황 때문에 시간제로 일하는 근로자와 과거 1년간 구직 활동을 했던 실제 실업자가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공식 실업률(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중)은 보통 3% 포인트 차이가 나지만 지금 미국은 4% 포인트로 격차가 크다. 청년층이 대학원에 진학하기 위해 무급 인턴십 등 ‘스펙 쌓기’에 나서면서 경제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인구로 분류됐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미국 16~24세 실업률은 196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60.6%)은 1989년(77.5%)에 미치지 못했다. →저임금 일자리가 늘면 사회적 불만이 높지 않나. -제조업(20%)보다 서비스업(80%)이 미국의 고용을 좌우하고 있다. 2007년 이후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은퇴한 자리를 저숙련, 저연령층으로 채우기도 했다. 그레그 카플란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남성(25~34세)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적게 일하지만 행복감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미국 호황은 이제 시작인가. -미국 경기는 정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지난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4.1%)이 정점을 찍었으며, 내년부터는 성장률이 다소 완만해질 것으로 본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8년 만에 구제금융 끝났지만…“그리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8년 만에 구제금융 끝났지만…“그리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청년실업률 60% 등 경제 전망은 암울 터키·이탈리아 경제위기 대응도 불안그리스가 8년 만에 구제금융의 고통스러운 터널을 통과했다. 그러나 더 혹독한 시련이 그리스에 닥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왔다. CNN 등은 그리스가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EU의 구제금융 펀드 유럽안정화기금(ESM) 이사회의 마리오 센테노 의장은 “그리스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발로 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의 구제금융은 끝났지만 여전히 암울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그리스의 가시적인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그리스는 2년 연속 국내총생산(GDP) 대비 0.8%의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적자는 2008년 GDP의 15.1%에서 지난해 0.8%로 감소했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3%를 기록했으며 실업률은 7년 만에 최초로 20%를 밑돌았다. 하지만 WSJ은 그리스의 지난해 성장률이 정부 및 EU 집행위원회가 예측한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유로존 내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WSJ은 또 그리스 노동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와 올해 1~2월 창출된 신규 일자리의 55%가 교대 근무 또는 파트 타임 근무직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그리스의 청년실업률은 60%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정부는 채권단과의 합의에 따라 내년 연금 추가 삭감, 2020년부터 세금도 추가적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동시에 2022년까지 GDP의 3.5%, 이후 2060년까지는 GDP의 2.2% 규모를 재정 흑자로 유지해야 한다. 현지 일간 타네아는 “구제금융은 끝나지만 악몽은 계속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스의 경제학자 니코스 베타스는 “큰 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지난 10년간의 긴축으로 한계에 도달한 민생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니스 스투르나라스 그리스 중앙은행장은 “터키와 이탈리아에 경제 위기 조짐이 있으며, 그 여파가 그리스로 넘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스는 막대한 재정 적자 누적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었다. 2010년 5월, 2012년 3월, 2015년 8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채권단으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인 총 2890억 유로(약 370조 6020억)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그 대가로 강도 높은 구조 개혁과 긴축정책을 이행해 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