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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존재 사라지는 날 고대… 정의구현 필요없는 세상 오길”

    “우리 존재 사라지는 날 고대… 정의구현 필요없는 세상 오길”

    “우리의 존재가 사라지는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정의로워져서 특별히 정의 구현을 위해 누군가 나설 필요가 없는, 그런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이지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지난 1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7년 만에 새 대표를 선출했다. 서울대교구 소속 나승구(50) 신부다. 2006년부터 대표를 맡아온 전종훈(57) 신부는 삼보일배·오체투지 순례와 같은 고된 활동의 후유증으로 건강이 나빠져 물러났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유신독재 때인 1974년 결성돼 민주화의 굽이굽이에서 뚜렷하고 의미있는 이정표를 남겨왔다. 1987년 박종철 고문 치사의 진상을 폭로해 거대한 민주화 함성의 용광로인 ‘6월 항쟁’에 불을 댕긴 것이 정의구현사제단이었다. 나 신부를 20일 그가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성당에서 만났다. 1991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지도신부, 서울 신월동성당 주임신부 등을 지냈다. “사제 서품을 받은 그해 봄 강경대와 김귀정이 시위현장에서 경찰 폭력진압에 사망했어요. 이후 ‘분신정국’이라 불렸던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됐지요. 이후 효순이·미선이, 부안 핵폐기장, 새만금 등 너무 많아 열거할 수도 없는 불합리한 일들이 이어졌고, 저는 가급적 현장에 그들과 같이 있으려고 했어요.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나 어렵다, 나 정말 힘들고 지쳤다고 말하는 건데, 그들 곁에 내가 있어 힘이 돼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지요. 그것이 바로 제가 알고 있는 하느님 복음의 실천이기도 했고요.” 그는 정의구현사제단 탄생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유신독재를 언급하며 “공공성의 견지에서 보면 지금이 유신독재 때보다 더 가혹할 수도 있다”고 했다. “과거 군사독재가 있던 자리를 이제는 재벌과 독점자본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윤 창출에 혈안이 된 자본의 놀음에 수많은 노동자들이 상처받고 고통당하고 희생되고 있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진보’와 ‘보수’로 갈라놓고 보는 이분법이 사회 통합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말했다. “어느 쪽을 보수냐 진보냐로 나누는 것은 주로 정치권의 행태입니다. 자신을 정통 보수라거나 정통 진보라고 명확히 갈라서 생각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사안별로 그때그때 이게 옳다 저게 옳다 판단을 하는 것이죠. ‘종북’이니 ‘꼴보수’니 하는 말들을 없애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대통합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는 “미사 때 강론을 하면서 용산참사나 강정마을 등을 언급하면 마음이 불편해져서 중간에 나가버리시는 어르신들도 계시다”면서 “그분들의 생각도 존중하고 그분들의 얘기를 끝까지 잘 들어드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태균 기자 windsea@seoul.co.kr
  • 돌고래 고기로 포식? 죽은 동물 식용으로 ‘충격’

    돌고래 고기로 포식? 죽은 동물 식용으로 ‘충격’

    큰 돌고래가 해변가로 떠밀려와 죽었다. 동물보호 당국이 손을 쓰지 않은 가운데 일단의 청년들이 잔인하게 고래고기를 훔쳐갔다. 전문가들은 “사인이 확인되지 않은 고래를 먹으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르헨티나 바닷가 코모도로리바다비아에서 최근 발생한 사건이 뒤늦게 주민들의 고발로 언론에 보도됐다. 코모도로리바다비아 해변가에서는 지난 8일(현지시각) 돌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약 2m 길이의 대형 돌고래였다. 주민들은 죽은 돌고래를 발견하자마자 동물보호 당국에 신고했다. 당국은 죽은 돌고래를 수습하고 사인을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당국은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죽은 돌고래가 부패하면서 현장 주변에는 악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걱정스러운 일이 벌어진 건 부패가 진행되기 시작한 뒤였다. 일단의 청년들이 자동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 칼을 빼들고 돌고래를 토막내기 시작했다. 끔찍한 장면을 본 주민들이 모여들자 청년들은 “낚시미끼로 쓰려고 한다.”고 둘러댔지만 돌고래고기의 조작 크기는 미끼용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 주민은 “생선살을 골라내듯 청년들이 고기를 잘라갔다.”면서 “식용으로 가져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크로니카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명사가 걸어온 길] 6. 민주화의 사제(하) 함세웅

    [명사가 걸어온 길] 6. 민주화의 사제(하) 함세웅

    우리 나이로 일흔둘. 오랜 삶의 길을 걸어온 함세웅 신부지만 지난 일보다 지금의 일에 대해 더 들려주고 싶어 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많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숨 고를 틈조차 없이 활동하는 이유다. 함 신부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핍박받는 이들이 널려 있다는 증거다. 그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박종철군 고문 사망 사건(1987년)의 진실을 세상에 알려 정치 민주화를 이끈 지 올해로 26년이 됐지만, 경제민주화, 남북 화해·통일, 역사 바로 세우기 등 그가 나서야 할 일들은 수북이 쌓여 있다. 이 때문에 노(老) 신부의 마음은 바빠 보였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인권의학연구소에서 함 신부를 다시 만나 민주화 이후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이어 갔다. 민주화 이후 함 신부와 사제단에 전국민적 시선이 다시 쏠린 건 2007년 10월 김용철(55)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건 때였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정치 민주화의 물꼬가 터진 지 꼬박 20년째 되던 해다. 삼성그룹 구조본부 법무팀장 출신인 김 변호사가 “내 이름의 계좌에 삼성 비자금 50억원이 관리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며 시작된 사건은 17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한국 사회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10월 29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사제단은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을 계기로 경제정의민주화 운동을 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사제단의 고문인 함 신부도 회견 자리를 지켰다. 그는 김 변호사를 처음 만난 그해 10월 18일 당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김 변호사가 가까운 친구 등과 저를 찾아왔어요. 그는 자신이 삼성 탓에 당했던 고통을 쏟아냈어요. 예컨대 삼성에서 나온 뒤 검사 출신 선배와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삼성이 압력을 가한 까닭에 사건을 못 맡고 있다는 등의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비자금 조성 등 삼성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털어놨어요. 얘기를 다 듣고는 저와 동료 사제들이 김 변호사를 나무랐어요. ‘삼성에서 간부를 지낸 당신도 결국 공범자인데 이런 문제를 가지고 왜 왔느냐’고 했죠. 그랬더니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라고 해요. 삼성을 위해 일하면서 잘못한 일은 인정하지만 삼성이라는 기업과 그 책임자가 저지른 범죄가 워낙 크니까 자기고백을 통해 삼성의 범죄도 고발하고 싶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문제를 모두 알아채고 정화시켰으면 좋겠다는 취지였어요. 김 변호사는 당시 삼성이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제가 물었죠. ‘김 변호사, 당신 감옥 갈 각오 돼 있소?’라고요. 그랬더니 ‘돼 있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같이 하자’고 했죠.” 이후 사제단은 김 변호사를 보호하며 삼성의 비자금 조성과 사회 전방위로 진행된 불법 로비의 수법, 검찰·언론계·관계와의 유착 의혹 등 파괴력 있는 폭로를 이어 갔다. 함 신부와 사제단은 이 사건이 단순히 거대 재벌의 비리를 폭로하는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민주화의 신호탄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우군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검찰과 언론은 물론 믿었던 노무현 정부까지도 사건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삼성 돈의 힘이 컸어요. 부끄럽게도 노무현 정부는 삼성에 이미 예속돼 있었어요. 노 대통령은 물론 그 아래 참모진도 몇 명 빼고는 모두 삼성 편에 서 있었습니다. 어렵게 특검까지 끌고 갔지만 특별검사가 삼성에 종속된 사람이었어요. 특검은 의혹 대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일부 조세포탈 및 배임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했어요. 결국 우리가 폭로한 삼성의 불법 행위는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나고 삼성 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대해서 이건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인정해 유죄판결을 내리는 등 법의 심판이 일부 있었지만 이마저도 넉달 만에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해 줬습니다. 삼성이 우리 사회 전반을 다 돈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체감했어요. 그때가 기업민주화와 경제민주화를 할 절호의 시기였는데…. 몇몇 기자들이 비아냥대며 ‘신부님이 이건희 회장 비자금을 오히려 찾아준 셈이에요. 이건희씨에게 감사받아야 해요’라고도 했어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정계나 법조계, 언론계와 달리 자본권력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천주교단은 사제단에 큰 힘이 돼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함 신부의 설명은 달랐다. “교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자 가운데 삼성에 다니는 간부들이 많고 대기업으로부터 사회복지 후원금을 많이 받으니까 기업의 불법성을 고발하지 못해요. 어찌 보면 교회는 기업이 흘리는 떡 부스러기를 집어먹고 사는 거죠. 정진석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이었을 당시 김 변호사를 도왔던 전종훈(57) 신부에게 안식년을 명분으로 3년이나 성당을 맡기지 않았어요. 권한을 남용한 것이고 부끄러운 일이죠. 신부들이 삼성비리 폭로에 앞장서니까 거북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함 신부와 사제단은 정계 등의 인사들로부터 ‘왜 삼성 같은 기업을 몰아세우느냐’는 원성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함 신부는 “우리도 국제적 기업인 삼성이 잘되길 바랐다. 다만 건강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희망한 것이다. 불의한 오너 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기업을 사유화하면 안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 변호사의 양심선언 결과는 사제단의 애초 계획과는 엇나갔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자신의 회고록에 “열병같은 진실을 끌어안고 괴로워하는 이들을 만나면 나는 말한다. ‘사제단이 있다’고…”라고 적을 만큼 함 신부와 동료 사제들에 게 깊은 경의와 신뢰를 표했다. 함 신부가 지난해 8월 사제 생활에서 공식 은퇴한 뒤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 중 하나는 ‘김근태 기념 치유 센터’ 건립이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인권의학연구소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사업인데 고문 등 잘못된 공권력 탓에 정신적 상흔을 껴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치유 시설을 만들려는 계획이다. 함 신부와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의 노력 속에 건립 계획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 고문 피해자이자 ‘민주화의 대부’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이름을 내걸었다. 함 신부가 고문 피해자 문제에 다시 관심을 가진 것도 김 전 의원 때문이다. “1970~1980년대에는 정부기관으로부터 고문당한 분들 이야기를 듣고 마음 아파 밤잠을 설친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수십년을 들으니까 저도 고문 피해의 무서움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거예요. 김 전 의원한테도 마찬가지였어요. 김 전 의원과는 1980년대 만나 30년을 가깝게 지냈거든요. 우리들은 그에게 ‘민주화 선봉가로 앞장서라, 더 뛰어라’, ‘왜 그렇게 행동에 신중하냐’라고 채근하고 등을 떠밀었어요. 그런데 2011년 12월 30일 김 전 의원이 돌아가신 뒤 그가 서울 남영동의 경찰 대공분실에서 전기 고문 등을 받아 평생 후유증을 앓은 사실이 재조명됐잖아요. 그제서야 ‘아, 우리가 김 전 의원이 고문당한 사실을 잊고 지냈구나. 사선을 넘나든 분께 위로와 치유를 주기보다는 너무 가혹하고 모진 주문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문을 견뎌 냈던 김 전 의원같은 분들 덕에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의 열매를 맛보고 있잖아요. 동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이 김 전 의원 같은 분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공권력 피해자와 그 자녀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센터 건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그는 또 지난 1월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등 역사 바로세우기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함 신부는 진보정치 진영의 원로다. 지난해 18대 대선 때도 재야원로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 측에 여러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대선 결과는 그가 바랐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대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대(大)자가 들어가면 항상 거짓이 있어요. 통합은 진실과 정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해요. 신학적으로 예수님의 구원론을 통합원리와 해체원리로 설명하거든요. 통합원리는 사랑, 용서, 자비, 은혜, 상생 같은 것이고 해체원리는 회개, 갈등, 뉘우침, 고발 같은 것이에요. 둘 다 예수님의 가르침이지요. 큰 집을 지으려면 잘못 지어진 집을 허물고 땅을 파야 해요. 이것이 해체 기능이에요. 그런데 아무런 기초작업 없이 큰 집만 짓겠다는 것은 거짓이죠. 다시 말해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잘못된 과거를 뉘우치고 청산해야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거예요. 구호는 구호일 뿐 정치가 될 수는 없어요.” 함 신부는 야권에도 애정 어린, 그러나 따끔한 질책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열린우리당 의원의 절반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과 똑갚습니다’라고요. 성향과 관계없이 정치꾼인 거예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야권 내 권력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정신 못 차리는 것이 가슴 아프죠. 정치인 본연의 소명대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야당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정권교체는 저절로 이뤄지겠죠. 한 시민으로서 저도 야당 의원들을 달래고 채찍질하며 끌어가야겠죠.” 함 신부에게 “세간의 평가처럼 스스로를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진보, 보수로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일 수밖에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순된 답변인 듯 들려 재차 물었다. “보수와 진보를 지금처럼 나누는 언론의 인식이 잘못됐어요. 원래 보수라는 단어는 뜻이 좋아요. 한자로 ‘보전하고 지킨다’는 것이니까요. 즉 그리스도인으로서는 하느님의 진리를 지키고 보전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런데 하느님 가치를 지키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돼 있어요. 결국 참된 진리를 지키고 보전하면 진보주의자가 되는 거죠. 언론이 말하는 보수는 수구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왜곡하고 친일·반민족 행위를 칭송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겠어요.” 사회 약자의 편에 서서 한평생을 산 함 신부에게 “희망을 잃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행복해질 수 있는 비책이 없느냐”고 물었다. “우선 ‘어려움아, 놀자’라고 생각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요즘 신학에서는 하느님을 근엄하고 초월적인 존재로만 인식하지 않고 인간과 함께 뛰어 노시는 하느님,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신 신으로 인식하거든요. 두 번째로는 우리보다 어렵고 억울한 사람을 생각해 보는 거예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을 바라보면 ‘벌거벗겨진 채 십자가에 매달려 죽어 가는 것이 얼마나 수치스러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분이 사회에 주신 메시지는 아마 ‘그래, 나 억울한 사형수다. 네가 힘들고 억울해도 나보다 억울하냐. 난 죽었잖아. 넌 그래도 살아 있잖아’ 하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청년들 가운데 피자를 10분 빨리 배달하려다 사고로 숨진 이도 있고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용광로에 빠져 세상을 떠난 이도 있잖아요.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찾아나서야 할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친 뒤 젊은 기자는 “종교·사회의 원로에게 살아가면서 힘이 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곧바로 함 신부의 답이 돌아왔다. “원로? 나 원로 아녜요. 아직 청춘이지(웃음).”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中 ‘화약고’ 신장서 또 민족갈등 살인극

    중국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또다시 ‘민족갈등’과 관련된 살인 참극이 벌어졌다. 신장자치구는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 및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와 함께 중국의 3대 ‘화약고’로 통한다. 8일 명보 등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신장자치구의 쿠얼러(庫爾勒)시 상업지구에서 위구르인 남성들이 흉기로 한족 여성과 아이들을 무차별 습격해 4명이 숨지고 최소 11명이 다쳤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위구르인 남성들은 길을 지나던 한족 여성과 아이들을 상대로 묻지마 칼부림을 했으며, 특히 피해자들의 목과 배 등을 참혹하게 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범인 1명을 사살하고 1명을 체포했다. 범인들은 위구르인 남성 3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국은 현재 사건 발생 주변 도로를 봉쇄하는 등 쿠얼러시 전체를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다. 홍콩 언론들에 따르면 한족 청년들을 중심으로 위구르족 규탄 시위가 벌어졌고, 위구르인들에 대한 보복 여론도 가열되고 있다. 사건 직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는 현장 사진과 관련 글들이 속속 올라왔지만 곧바로 삭제 처리됐다. 쿠얼러는 신장자치구에서도 한족과 위구르인들간 갈등이 극심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신장자치구에서는 지난 2009년 7월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인들이 한족들을 무차별 습격해 198여명이 숨지는 대형 참극이 벌어진 이후 민족갈등의 긴장이 고조돼 왔다. 최근에도 우루무치의 제23중학교에서 위구르족 학생들이 전통 꽃모자를 착용한 채 등교했다는 이유로 체벌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져 두 민족 주민들이 대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 당국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양회 직전에 카스(喀什·카슈가르)에서 위구르인이 흉기를 휘둘러 한족 등 13명이 숨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美월가 거물들 “레슬링을 구하라”

    미국 월가의 고위층이 올림픽에서 퇴출당한 레슬링을 구하기 위해 뭉쳤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월가의 레슬러 출신들이 지난달 12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가 레슬링을 핵심종목에서 제외한 결정을 되돌리기 위해 로비에 나섰다. 미국의 대형 사모펀드인 포트리스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대표가 300만 달러를 목표로 내건 기금 모집을 주도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조시 해리스, 구겐하임 그룹의 토드 베일리, 도이치방크의 배리 부사노, RBC 캐피털 마켓의 리처드 타보소 등 월가의 거물들도 동참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학창시절 레슬링 경력이 있다는 것. 프린스턴대학 재학 때 레슬링 선수로 뛴 노보그라츠 대표는 레슬링이 거친 월가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레슬링 훈련을 받으면 규율과 리더십, 강인함 등을 갖추게 된다”며 “레슬링은 두려움을 떨치고 전선에 나서도록 이끌어 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가 밖에서는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국 국방장관과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레이 루이스 등 유명인사들이 레슬링의 올림픽 잔류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도시 청년들에게 레슬링을 권유하는 프로젝트인 ‘비트 더 스트리츠’를 운영하는 노보그라츠 대표는 IOC 집행위원회가 “오만했다”고 비판했다. 럼즈펠드도 지난달 워싱턴포스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IOC는 그동안 투명성 부족에 대한 지적을 받아 왔고 이번 결정도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 전우애·영웅… 그곳엔 없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트로이 전쟁을 주제로 쓴 서사시 ‘일리아드’ 이후 전쟁은 문학의 단골 소재가 됐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1차 세계대전), 에리히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 없다’(1차 세계대전) 외에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의 ‘생존자’(6·25전쟁), 안정효의 ‘하얀전쟁’(베트남전)에 이르기까지. 이라크전을 다룬 소설 ‘노란새’(은행나무 펴냄)도 예외는 아니다. 작가 케빈 파워스는 3년간 집필한 소설에 전장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지난해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도서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책 제목인 노란새는 전통 미군 군가에 나오는 부리가 노랗게 물든 새다. 빵 한 조각에 이끌려 부질없이 목숨을 잃었다. 소설은 전쟁터를 누비는 어린 군인들도 노란새와 다를 바 없다고 이야기한다. 촌구석에서 벗어나려 입대한 주인공 바틀과 머프는 18세 소년이다. 대학을 나온 중위나 베테랑 하사도 고작해야 이들보다 서너 살 더 먹었을 따름이다. 두려움과 암페타민의 약효 덕분에 간신히 잠을 깬 바틀과 머프는 벌건 눈으로 단지 살아남기 위해 무자비한 살상을 자행한다. 인간다움을 유지하려 몸부림치던 머프는 자포자기하다 이라크인들에게 납치돼 잔혹한 죽음을 맞이한다. 파병 전 머프의 어머니에게 머프를 반드시 살려 데려가겠다고 약속한 바틀은 상관의 명령에 따라 머프의 시신을 강에 내다 버린다.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귀국한 바틀은 자신을 전쟁 영웅으로 추앙하는 주변의 시선에 끝없는 혼란을 겪는다. 자신은 살인자이자 비겁한 겁쟁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한 일이라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 게 고작이었다. 작가는 2004년 17세의 나이로 이라크 모술과 탈아파르에서 포병으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집필했다. “전쟁터는 어떻더냐”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집단의 타성에 젖어 민간인을 학살한 주인공처럼 어른거리는 과거 때문에 끝없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의 소설 속에 전우애나 전쟁 영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어린 청년들과 이를 뒷짐 지고 구경만 하는 군 당국이 등장한다. 소설은 전쟁의 야만성을 거칠고 생생한 시적 언어로 담아 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영문학과 시를 전공한 작가는 “헤밍웨이의 계보를 잇는, 전쟁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을 작품”(퓰리처상 수상 평론가인 미치코 가쿠타니)이란 호평을 받았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성공한 대통령 돼달라” 환영속 “사회 현안 해결을” 1인 시위도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는 전국 곳곳에서 새벽부터 7만여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어 새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했다. 경남 창원에서 아내와 갓 100일 된 아들과 함께 올라온 회사원 이건주(37)씨는 “축하하고픈 마음에 가족이 모두 하루 전에 올라왔다”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국가에서 더 많은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상호(26·서울 금천구)씨는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주는 대통령이길 바란다”고 밝혔고, 중국동포 박명수(54)씨는 “해외 각국 동포들까지 보듬어주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초청받은 이들과 달리 무작정 행사장을 찾았다가 입장을 하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이웃 2명과 함께 국회를 찾은 윤경례(78·여)씨는 “초청장이 필요한지 전혀 몰랐다”면서 “2003년, 2008년 취임식 때에는 국회 정문 앞에서라도 봤는데 이번에는 경비가 강화돼 그마저도 못 보고 간다”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초청장이 없어 입장을 못한 일부 시민들은 안내데스크에 몰려들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몰려든 인파에 국회를 빠져나오는 시민들도 있었다. 경기 화성에서 온 이학(49)씨는 “오전 8시에 왔는데 사람들이 모두 서 있어 단상을 보기조차 어려웠다”면서 “집에서 TV로 보는 편이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국회 정문 건너편 국회의사당역 주변에 모여 먼발치에서 행사를 바라보거나 인근 빌딩에 설치된 대형스크린을 통해 취임식을 지켜봤다. 취임연설 중간중간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세요”라는 박수와 응원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취임식에 맞춰 각종 사회적 현안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도 국회 주변 곳곳에서 열렸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 조합원 10여명이 여의도 곳곳에 흩어져 쌍용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 80여명도 오전 9시 30분쯤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첫 여성대통령으로서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감싸 안고 날로 심화하는 양극화 해소 위한 정책을 펼치길 희망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최저임금제도를 개선해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그것이 박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국민행복시대의 올바른 모습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씨줄날줄] 대통령의 손/육철수 논설위원

    신약성서를 보면 예수님은 기적의 손을 가졌다. 병으로 숨을 거둔 소녀의 손을 잡아 되살리며, 한센병 환자도 손으로 만져 씻은 듯이 낫게 해준다. 전도를 위해 예수님의 손을 신성시했을 것이나, 종교적인 구원의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주변에도 목숨을 버릴 생각을 한 사람이 절망의 순간에 누군가 내민 따뜻한 손길로 삶의 활력을 다시 찾는 기적이 적지 않은 걸 보면…. 인간의 손은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명약인 동시에 역사를 진전시킨 창조의 도구이기도 하다. 아마 인간의 손은 두뇌와 가슴 못지않게 역사 발전에 지대하게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학적 사회주의를 창시한 엥겔스는 “손의 노동이 언어와 함께 뇌를 발달시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었다”고 했다. 외과학적으로도 손은 촉감과 노동 성과물의 경험을 뇌에 전달해 개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게 한다. 손은 소통의 도구로서 다양한 표의(表意)를 지니기도 한다. 맞잡으면 반갑다는 뜻이고, 양쪽으로 흔들면 잘 가라는 인사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년 전 취임 연설에서 북한 등을 향해 “주먹을 펴면(unclench your fist) 기꺼이 손을 내밀어(extend a hand) 도와주겠다”고 했다. 주먹을 철권으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주먹이 꼭 나쁜 것도 아니다. 헤즈볼라식 인사는 주먹을 서로 부딪친다. 오바마도 백악관 청소부 등과 가끔 주먹인사(Fist-bump)를 나눠 인간적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손은 펴거나 쥔 모양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니까. 요즘 신문에는 뉴스 사진보다 더 눈길을 끄는 광고 사진이 있다. 어느 대기업의 대통령 취임 축하 광고다.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두 손으로 반찬 파는 할머니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쥔 모습이다. 할머니의 손은 거무스름하고 주름이 많이 졌고, 투박한 손톱은 한눈에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한다. 서로 맞잡은 손은 천 마디 말보다 더 깊고 따스한 얘기를 나누는 것 같다. 할머니 손을 어루만졌던 그 하얀 손은 이제 5000만 대한민국 대통령의 손이 됐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대통령의 손은 붕대를 감을 만큼 편할 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부턴 더 많은 국민의 손을 잡아야 한다. 나라 구석구석에서 대통령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병마와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어르신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 소년소녀 가장과 장애인들, 정치적 신념을 달리하는 사람들, 다문화·탈북 가정…. 시바신(神)처럼 천수(千手)가 있어도 모자라겠지만, 국민 행복을 가져오는 기적의 약손이 되었으면 좋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청년들 갈수록 ‘우울한 첫 출발’

    청년들 갈수록 ‘우울한 첫 출발’

    청년 취업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첫 직장을 ‘1년 이하 계약직’으로 시작하는 청년층이 4년 만에 60%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정규직 취업은 11.6% 줄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학교를 떠나 처음으로 가진 일자리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던 청년(만 15~29세)은 지난해 80만 2000명으로 집계됐다. 2008년 50만 5000명보다 59.0%나 늘어났다. 그나마 2011년보다 다소 줄어든 숫자다. 반면 계약기간이 1년보다 긴 계약직은 같은 기간에 28만 7000명에서 11만 6000명으로 59.6% 감소했다. 정규직 등 계약기간 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직장에 취업한 청년도 11.6%(285만 2000명→252만명)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층 고용의 질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양적으로도 후퇴했다. 졸업·중퇴 후 취업 유경험자가 451만 3000명에서 402만 8000명으로 10.8% 감소했다. 사무직이 첫 직장인 청년이 21만 6000명 줄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관리자·전문가(12만명), 기능기계조작종사자(6만 7000명) 등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노중 IM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계약직으로는 장기적·안정적 소득이 창출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 소비를 할 수 없다”면서 “아울러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등 국가의 성장잠재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직접 만들었죠 샤이니 정규 3집

    직접 만들었죠 샤이니 정규 3집

    5인조 아이돌 그룹 샤이니가 11개월만에 가요계에 컴백한다. 19일 정규 앨범 3집을 발매하는 이들은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이색 신곡 발표회를 열고 수록곡을 공개했다. 퍼포먼스 없이 오직 신곡의 가사와 음악만을 감상하는 자리로 가요계 관계자 및 시민 평가단 100명이 참석했다. 음원 유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요계에서 아이돌 그룹이 앨범 발매를 앞두고 거의 모든 신곡을 공개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SM에서도 처음 하는 시도로 타이틀곡 이외에 앨범 전곡에 자신감이 있는 샤이니의 음악을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들려줄 수 있는 자리”라면서 “행사 참가자들에게 음원 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사전에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샤이니의 앨범은 보이 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남성 그룹으로서의 색깔을 찾으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지난 2008년 컨템포러리 밴드를 표방하며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로 풋풋한 소년 이미지를 강조했던 샤이니는 이후 ‘줄리엣’, ‘링딩동’, ‘루시퍼’ 등의 히트곡을 발표하며 성장했다. 샤이니는 이번 3집 앨범 ‘드림 걸’에 자신들의 음악에 대한 생각과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담았다. ‘드림 걸’은 ‘더 미스콘셉션스 오브 유’(The Misconceptions of You)와 ‘더 미스콘셉션스 오브 미’(The Misconceptions of Me) 등 두 개의 챕터로 이뤄졌으며 각 챕터에는 9곡씩 총 18곡이 담겼다. 샤이니의 종현은 “첫 챕터는 ‘너에 대한 오해’, 두 번째 챕터는 ‘나에 대한 오해’라는 뜻으로 ‘오해’라는 큰 틀에서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면서 “첫 챕터에는 가장 샤이니스러운 것을 담으려 노력했고 두 번째 챕터에는 저희의 세계관을 더 많이 담았다. 그래서 딥(deep)하거나 거친 사운드도 많다”고 말했다. SM 프로듀싱실 이성수 실장은 “성격이 다른 두 앨범을 하나로 만드는 실험을 했다. 외모는 아이돌이지만 모두 20세를 넘긴 건장한 청년들이다. 샤이니 방식으로 그동안 생각한 현실과 꿈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종현이 작사한 ‘스포일러’는 이번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곡으로 수록곡의 제목들이 가사에 숨겨져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우주 속으로 흩어진 사랑을 찾기 위해 떠난 타임머신 여행을 노래한 ‘히치하이킹’은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경쾌한 리듬이 돋보였고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담은 ‘방백’은 샤이니의 성숙해진 보컬과 풍부한 사운드가 잘 어울렸다. 세계적인 음악 프로듀서 테디 라일리가 작곡에 참여한 ‘아름다워’는 신나는 비트에 잘 어우러진 후렴구가 오랜 잔상을 남겼다. 타이틀곡인 ‘드림 걸’은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작업했던 신혁 프로듀서의 작곡팀이 만든 경쾌한 댄스곡. 이미지가 한층 파워풀하고 세련돼졌다. 음악적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애시드 일렉트로 펑크’를 표방한다. 이날 뮤직 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안무에서 샤이니는 스탠딩 마이크를 활용한 깔끔한 퍼포먼스로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남자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SM 비주얼&아트디렉팅실 민희진 실장은 “막내 태민까지 모든 멤버가 성인이 됐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진지한 면을 담고 싶었다”면서 “‘드림 걸’이 단순히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상형은 결국 또 다른 내 모습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재킷 사진은 멤버들의 판타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깜짝 등장한 샤이니 멤버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앨범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온유는 “민호와 키는 랩 메이킹, 종현은 작사, 태민은 안무를 구상하며 참여도를 높였다”면서 “전체적으로 어떤 이상향에 점점 다가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샤이니의 3집 앨범 챕터 1은 19일 국내 음악사이트 및 아이튠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며 챕터 2는 4월 공개될 예정이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강남구, 채용에도 1+1

    강남구가 ‘2013년 행복일자리 2만개 창출’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구는 일자리창출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삼아 올해 226억원을 투입해 지난해보다 10% 많은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구는 먼저 ‘채용 1+1’(1사 1인 더 채용하기)을 통해 1년간 2000명의 고용증가를 유도하고, 일자리창출 우수기업 20개사를 인증할 계획이다. 공공근로사업, 지역공동체 사업, 노인일자리사업 등 저소득층의 생활안정 지원을 위한 공공일자리 사업도 3562명 규모로 운영한다. 청년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 청년인턴을 지난해보다 25명 늘어난 200명 선발해 운영하고, 테헤란로관 등 2개관에 운영 중인 청년창업지원센터의 3기 입주자 70명을 새롭게 선발해 1년간 사무공간과 창업교육프로그램,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또 일자리박람회를 상반기에는 4월 9일 세텍(SETEC)에서, 하반기에는 10월 8일 코엑스(COEX)에서 각각 개최해 1000명을 채용한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취업특강을 6차례 개최하고, 6월과 11월에는 취업경진대회를 열어 실전 모의면접도 진행한다. 조현석 기자 hyun68@seoul.co.kr
  • [열린세상] 생명의 시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열린세상] 생명의 시대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강대희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학장

    2주 남짓이면 박근혜 정부의 개막과 함께 초대형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한다. 우리나라는 전쟁의 아픔을 딛고 지난 60년간 농경, 산업, 정보, 지식사회를 거쳐 미래 생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생명의 시대가 될 대한민국의 ‘미래’를 ‘창조’하는 ‘과학’ 부처의 출범은 실로 반갑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가 과연 생명의 시대를 준비하는 데 적합한지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대한민국의 오늘은 어떤 얼굴인가? 고용 없는 성장 단계에 진입한 지 수년째, 청년실업의 문제와 조기퇴직에 따른 경력 실업자들의 재취업은 바늘구멍이다. 경제 양극화는 건강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늙어 가는데 노령화 시대에 대비한 사회적 합의와 노력은 더디기만 하다. 2011년 건강보험에서 지급한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33%인 15조 3000억원이다. 이는 지난 7년 새 3배나 증가한 수치다. 2026년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건강수명 100세 시대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인가. 미래는 생명의 시대이다. 생명의 시대에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이 최대한 구현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건강 민주화의 실현이 필수적이다. 건강 민주화의 전제 조건은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의 접목을 통한 ‘생명의학’이 국가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정보통신(IT)을 기반으로 하는 융합의료연구를 발전시켜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구현해 나가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산업의 총체인 의료산업을 국가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해외로 우리의 높은 의료기술을 수출한다면 경제적 이익은 물론 글로벌 한류의학(K-메디신)의 실현을 통한 국격 제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의학 분야에 대한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성공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가늠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실패한 경험은 되새기고 지속가능한 장점들은 살려나가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기존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수행했던 연구개발 예산의 배정 및 조정 권한까지 갖게 되는 것은 타 부처 사업 예산을 검토하고 조율할 수 있다는 의미와 함께, 경우에 따라서는 정작 필요한 국가 단위의 중요 연구개발 사업이 소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부처별 예산 나누어 먹기 식의 분배는 없어져야 하며, 미래 유망 산업에 대한 보다 과감하면서도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비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서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과학기술의 방향도 재설정해야 한다. 가시적, 단기적 성과 도출이 가능한 분야에만 예산이 집중 배치됨으로써 장기간 인내심을 갖고 투자해야 하는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소외와 차별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과학기술 전문 인력의 양성과 더불어 이들을 국가 핵심인재로 대접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한다. 우수 인재들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 과학도의 길을 포기하는 사례가 없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보장하고,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이다. 최근 미래형 융합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개인 맞춤형 예방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특성에 따라 개별 맞춤형 질병 예방정책을 수립한다는 개념이다. 국가의 운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다양해지는 사회적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유연한 구조를 가진 부처를 구성해야 한다. 부처별 전문성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도 구현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룡과 같은 거대 부처가 아니라 민첩하고 유연한 맞춤형 정부 부처로 거듭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컨트롤 타워 역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성장 엔진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2050년 세계를 이끌어 갈 창조적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韓 밀착 감시·美 핵잠 입항·北 입대 종용… 긴장의 한반도

    韓 밀착 감시·美 핵잠 입항·北 입대 종용… 긴장의 한반도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3차 핵실험 징후에 맞춰 미군 핵추진 잠수함 등의 한반도 입항을 공개하는 ‘무력시위’를 벌임에 따라 한·미·중 등 국제사회의 핵실험 저지 압박도 본격화되고 있다. 군 당국은 1일 북한이 핵실험 전후로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전력 태세를 갖추는 등 군사적 조치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정보당국은 북한이 첩보 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 입구에 가림막을 설치한 것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기습 발사와 같이 허를 찌르는 위장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이 내주 초 동해안에서의 훈련을 앞둔 미 해군 전력을 공개한 것은 지난해 4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자 1주일 후 우리 군의 현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을 공개하며 북한에 경고한 사실과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특히 부산에 입항한 이지스급 순양함(9800t급)인 샤일로함은 미 7함대의 주력 순양함으로 탄도미사일 요격용 SM3 미사일을 탑재해 북한이 핵실험과 동시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언제든지 요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잠수함이 한반도 해상에서 훈련한다는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이 근해에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북한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핵무기 장착이 가능한 스텔스기와 B2전략폭격기 2대를 괌에 배치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B2폭격기는 유사시 북한 핵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력으로 여겨진다. 특히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도 곧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최근 북한이 도발 위협을 지속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단합된 의지에 대한 도전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3차 핵실험은 핵개발을 위한 마지막 단계일 수 있기에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해 이번 실험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고 1, 2차 핵실험 당시와는 다른 엄중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미 하원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 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과 북한의 추가 도발에 단호한 대처를 천명했다. 비록 현 정부에서 핵 실험이 이뤄지더라도 차기 정부에서도 이를 그대로 좌시할 수 없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박 당선인은 로이스 위원장에게 “국군포로의 조기 송환이 중요한 과제이며 북한 인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평화와 번영의 토대가 한·미 동맹”이라고 밝혀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공조를 강조했다. 한편 북한도 청년들에게 군 입대를 종용하는 등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각급 학교 학생들의 입대 탄원 모임이 진행됐다”면서 “인민군 입대를 탄원하는 청년들이 시간이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수치 “변화 길목에 선 민주시민, 권리·의무간 균형시각 필요”

    수치 “변화 길목에 선 민주시민, 권리·의무간 균형시각 필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68) 여사가 29일 이명박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첫 방한 공식 행보를 내디뎠다. 지난 28일 방한한 수치 여사는 국제스페셜올림픽위원회(SOI)와 2013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초청으로 다음 달 1일까지 5일간 한국에 머무른다. 31일엔 광주 국립 5·18묘지를 방문한 뒤 당일 오후엔 서울의 한 호텔에서 배우 안재욱씨를 포함한 한류 스타들과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다음 달 1일엔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다. 수치 여사는 이날 전 세계 지적장애인 스포츠의 최대 축제인 2013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 참석했고, 이에 앞서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예방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과도 만나 환경운동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청와대를 찾은 수치 여사는 이 대통령에게 “한국에 미얀마 노동자들도 더 많이 진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 간 인적자원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또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한 미얀마 실업 청년들이 많아 직업 교육이 절실하다”면서 “대학 진학과 같은 수준의 자기 기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자를 양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치 여사는 박 당선인을 예방한 자리에서는 “버마(미얀마)가 민주화를 진전함에 따라 버마 국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사는 국민들에 대해서도 노력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저희가 평화와 번영이라고 얘기할 때 이것은 버마 국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수치 여사에게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국민을 가족 삼아서 사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더 자유롭고 행복한 세계와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힘을 합해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지도자로서 미래 비전과 굴곡진 개인사에 대한 동감을 표시한 것이다. 수치 여사는 박 시장과의 만남에선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민주화에 첫 발을 뗀 미얀마에서 시민의 의무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수치 여사는 “변화의 길목에서 사람들은 본인의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까지도 잘 인식해야 한다”면서 “권리와 의무 간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저 또한 특히 시민의 권리 의무에 대한 평생교육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시민의 의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취임 이후 인권위원회를 만들어 시민 옴부즈맨을 두고, 시정의 인권 측면을 감독해 잘못된 점을 발견하면 지적해 바로잡을 수 있도록 했다”고 답했다. 수치 여사는 민주화 운동과 관련 “저 자신을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라고 여겨본 적이 없고 민주화 일꾼이 되길 바랐을 따름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나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치 여사는 또 환경재단 관계자들을 만나 “환경 운동가들이 인간과 자연의 조화뿐 아니라 사람 사이의 조화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넓은 마음,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실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간끼리 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환경재단은 이 자리에서 미얀마에 태양광 전등 1000개(2억여원 상당)를 지원하기로 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열린세상] 2030세대의 분노/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열린세상] 2030세대의 분노/박정동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대선 이후에 세대 차이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분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 게 ‘2030’과 ‘5060’의 세대 갈등이다. 대학교수로서 나는 2030세대와 삶을 함께하며 우리 때와 다른 게 무엇인지 늘 관찰한다. 나는 5060세대에 속하는 2030세대의 아버지이지만, 오늘은 우리 20대 청년세대의 처지를 얘기하고 싶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이 시대의 화두다. 지난 30년간 통계를 보면 20대의 좌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2011년 20대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5위였다. OECD 평균(63.7%)과 비교해도 5.2% 포인트 낮다. 20대 취업 자리는 1981년 367만개에서 2011년 365만개로 줄었다. 반면 ‘사오정’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이른 퇴직이 이슈가 된 4050세대를 보면 오히려 1981년에 비해 일자리가 2~3배 늘어났다. 40대는 334만개에서 661만개로, 50대는 186만개에서 508만개로 늘어 일자리의 혜택은 20대에 비길 바가 못 된다. 헌정 사상 5060세대 인구가 2030세대를 역전한 최초의 대선 결과를 본 20대는 저출산·고령화가, 정부가 아니라 본인의 문제라는 점을 실감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보수화된다는데 5060세대 유권자 구성비율이 점점 더 커질 것은 뻔하니, 진보성향 청년들에겐 정치적 희망이 안 보일 것이다. 이들이 감당해야 할 사회보장제도가 비로소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억울한 마음도 들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서 우리 20대는 날이 설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이들에게 허약하다고 일침을 놓는다. 우리 세대의 희생으로 나라가 이렇게 잘살게 되었는데 지금의 난관은 예전과 비교도 안 된다, 취업할 곳이 수두룩한데 애들이 눈이 높아 취업을 못 한다, 요즘 세대는 도전은 안 하고 편한 것만 하려 한다며 몰아붙인다. 주위의 20대를 보면, 그들 부모의 경제 수준이 어떻든 다들 삶이 팍팍하다. 이 취업난에 ‘스펙이 뭐라도 하나 더 있어야 유리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0대인 우리는 오랜만에 동창끼리 만나 대학시절 D·F 학점을 안주 삼아 얘기할 수 있지만, 요즘 20대에겐 딴 나라의 풍경일 뿐이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교수들은 눈물로 호소하는 학생들의 전화를 받으며 난감해한다. 태어나 보니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안의 당당한 나라가 되어 유창하게 영어를 해야 하고, 지정학적으로 중국어까지 챙겨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은 스펙으로 직원들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헛된 공부에 시간 쏟지 말고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라고 한다. 하지만 20대의 일천한 경험으로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교수들은 성실과 열정이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뜬구름 잡는 말씀만 하신다.수상, 인턴, 아르바이트, 연수, 외국어 성적, 자격증 등으로 가득찬 대학생 이력서를 어떻게 더 차별화하라는 것인지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고만고만한 아이들끼리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러다 보니 취업 준비는 산으로 가고, 결국 휴학을 하며 시간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눈이 높아 취업을 못 한다고 하나 대기업만 보며 버틸 만큼 간 큰 아이들,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황을 니치마켓으로 보고 파고드는 상술이다. 20대를 위한 취업·면접 컨설팅, 힐링 강연과 캠프. 대학이 감당하고, 기성세대가 봉사로 도와줘도 충분한 것들에 20대는 돈을 써야 한다. 우리 눈에 철없고 나약한 20대는 공공장소에서 생각 없는 행동에 분노하고, 독도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는 애국심도 있다. 취직하면 해준 것도 없는 나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러 오는 착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조금 헤매고 있을 뿐이다. 이제 우리 세대들은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20대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다그치지 말고, 나약하다고 야단 먼저 치지 말고, 보듬고 들어 주며, 먼저 마음을 열어 함께하고 도와 주었으면 좋겠다. 어차피 견디고 뚫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그렇구나. 힘들지?” 이 한마디면 세대 갈등은 조금씩 치유될 것이라 믿는다.
  • 朴 “정부가 글로벌 취업·창업 확대”

    朴 “정부가 글로벌 취업·창업 확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1일 청년 취업난 해소를 위해 “글로벌 취업과 창업을 확대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정부가 적극 기회를 만들어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년 글로벌 취업·창업대전’ 박람회장을 찾아 “새 정부는 청년들이 세계 속에서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스펙이 아니라 실력과 능력으로 경쟁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라에 공헌하고 본인들의 꿈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말했다. 청년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K무브’ 공약을 소개한 박 당선인은 “국내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에서 성공 신화를 써 나갈 수 있도록 민관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질 좋은 글로벌 일자리를 개척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에 여러분의 선배들은 간호사로, 광부로, 중동의 건설노동자로, 해외노동자로 피땀을 흘리면서 일했다”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의 꿈을 위해 희망의 시대를 스스로 열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당선인은 코트라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상 네트워크를 연결한 인력채용 데이터베이스 구축, 청년 벤처 기업가의 글로벌 시장 진출 지원 등도 약속했다. 이어 취업 국가별 부스를 둘러보며 면접관과 취업생들을 격려했다. 박 당선인은 9일 대한노인회 방문, 10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신년인사회 참석에 이어 취업 박람회장을 찾음으로써 청년 일자리 정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기술이나 훈련이 필요한데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朴 “법인세 인상 반대… 취득세 감면 조속 연장”

    朴 “법인세 인상 반대… 취득세 감면 조속 연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경기가 어려운 현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또 지난해 말로 끝난 취득세 감면도 조속히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9일 서울 중구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손경식 상의 회장 등 전국 상공인 대표단과 50여분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당선인은 “성장의 온기가 우리 사회 전체에 골고루 퍼질 수 있는 ‘따뜻한 성장’을 중요한 기조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정책으로 여러분이 안심하고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법인세에 대해 “어려운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취득세 감면에 대해서도 “당과 긴밀히 협조해 조속히 연장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인 진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말로 끝난 주택 취득세 감면 혜택을 1년 연장하는 내용의 지방세 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박 당선인은 또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희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을 어렵게 하는 불공정·불균형·불합리 등 ‘3불(不)’을 없애고 자금 조달도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대한 당부도 이어졌다. 특히 기업들의 고용유지를 강조했다. 박 당선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투자와 고용이고, 국민의 최대 복지는 일자리”라면서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한창 일할 나이에 국민이 안심하고 정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어렵더라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환경보호, 호소하던 때 지나… 경제 가치로 환산·교환해야”

    “환경보호, 호소하던 때 지나… 경제 가치로 환산·교환해야”

    “환경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어떻게 시장에서 교환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게 요즘 환경운동의 흐름이에요.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이라는 상충된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거죠.” 환경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스마트한 환경운동을 이끄는 젊은이들이 있다. 김주헌(33·국제환경기구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황진솔(32·환경컨설팅회사 컨설턴트), 유동주(32·대기업 경영팀 근무)씨가 그 주인공들. 일면식도 없던 이들은 각각 박수길 유엔한국협회 명예회장의 추천을 받아 지난해 ‘MDG 소사이어티’에 참여하게 됐다. 환경에 대한 평소의 관심이 그들을 이끌었다. ‘새 천년 개발 목표’를 뜻하는 MDG는 2000년 유엔이 채택한 빈곤퇴치, 환경보전 등 미래 세계를 위한 8대 어젠다를 말한다. MDG 소사이어티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과제를 연구하는 비영리 모임으로 지난해 유엔의 인가를 받고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활동 내용을 직접 보고하고 있다. 김씨 등은 MDG의 어젠다 중 환경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유씨는 “기존 환경운동가와 젊은 청년들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 모임에 참여하게 됐다”면서 “더 창의적이고 재기 발랄하며 현실적인 환경보전의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의 환경운동이 환경을 보호하자는 일종의 ‘호소’였다면 이들의 접근 방법은 다소 특별하다. 이들의 환경운동은 기존의 운동과 거리가 먼 ‘자본’과 ‘성장’, ‘혁신’을 얘기한다. 하나로 뭉뚱그리면 ‘녹색성장’이다. 김씨는 “정부의 녹색성장이 국내에서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이용돼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국제사회에서 빈곤 퇴치를 이끄는 강력한 수단으로 환경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경보호와 빈곤국가의 경제개발이라는 상대적인 모순을 해결할 대안을 고민한다. 황씨는 “최빈국 탄소배출거래제 등을 활성화하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 변화를 막고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도와 궁극적으로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유엔환경계획(UNEP)이 후원하는 연구사업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의 경제학’(TEEB) 보고서를 적극적으로 배포하기도 했다. 세 사람은 모두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다. 스위스 제네바의 UNEP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2년 동안 적정기술 프로젝트 팀장으로 캄보디아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수인성 질병이나 열병에 걸리기도 했다”면서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보다는 투철한 봉사 정신과 용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장진호·전명숙 부부 ‘이태석봉사상’

    장진호·전명숙 부부 ‘이태석봉사상’

    (사)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이사장 이장호 BS금융그룹 회장)는 ‘이태석봉사상’ 제2회 수상자로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교육, 사회봉사에 힘을 쏟고 있는 ‘NGO Objective Humanity’의 고문인 장진호(57)·전명숙(58) 부부를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수상자인 장씨 부부는 1994년부터 코트디부아르에서 전쟁터의 병사들처럼 수없이 사선을 넘나들며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 청년들의 실업문제를 해결하려고 의류사업, 식당운영 등으로 직업을 창출하고, 그린닥터스와 아비장대학의 자매결연 추진을 통한 의료 지원과 현지 청소년의 한국 유학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펴고 있다. 일부다처제와 내전으로 인한 가정 파괴로 부모에게서 자라는 아이가 10%도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올바른 결혼관과 가정에서 여성의 역할, 자녀 교육법과 함께 가정 부업을 위한 여성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장 고문은 “작은 것이지만 나눌 때 그것이 배가 되는 것 같다”며 “이들도 나눔의 중요성을 배울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10일 오후 5시 부산시청 12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서울광장] ‘상시 접속’ 그리고 사립문/정기홍 논설위원

    [서울광장] ‘상시 접속’ 그리고 사립문/정기홍 논설위원

    미국 동북부에서 문명사회를 거부하며 농경생활을 하는 아미시(Amish)족의 청년들은 19살이 되면 ‘럼스프린가’(Rumspringa)라는 의례를 치른다. 이들은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을 경험한 뒤 세례를 받고 공동체 생활을 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공동체를 선택하는 비율이 90%를 넘는다. 아미시족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못 쓴다. 유선전화는 이용하지만, 들판 헛간에 설치해 두고 공동으로 사용한다. 집안에 전화를 두면 수다를 떨거나 남의 흉을 본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같은 삶을 고집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가족, 이웃과 접촉을 많이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첨단 기기에 몰입해 자신마저 잃어가는 요즘, 미국사회에서 이들의 생활상이 주목을 받으며 연구가 한창이다. 지금은 농익은 ‘스마트 세상’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20억 세계인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무려 1조 시간에 달한다. 이 시간의 1%만 창조적으로 활용하면 한 해에 100개 이상의 위키피디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대중’의 탄생을 적시한 ‘많아지면 달라진다’를 쓴 클레이 셔키의 주장이다. 이처럼 우리는 스마트한 세상에 깊숙이 들어섰고, 첨단 기기를 이용하며 하루를 보낸다.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연결되고, 무엇이든 찾을 수 있다. 유비쿼터스적인 검색 기능은 즉석에서 궁금증을 풀어주고, 구름처럼 떠다니는 ‘빅 데이터’(big data)는 어디서든 연결만 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스마트한 세상은 ‘마하 속도’로 달음박질을 치고 있다. 디지털 기기를 쉽게 다루는 인간인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란 말이 오르내리더니, 듣기에도 생소한 ‘호모스마트쿠스’(지능인)란 신인류도 어느새 등장했다. 화장실 좌변기에서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을 경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머지않은 시기에 모든 사물이 지능을 가져 사람과 교감하는 통신시대도 열린다니, 통신기술의 발달이 경이로울 뿐이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상시 접속시대에 더 이상 은둔의 장소가 없어졌다는 우려로 야단이지만 말이다. 한국사회도 스마트한 세상의 ‘빛과 그림자’에서 비켜서 있지 않다. 더 요란스럽고 앞장서 있다. 스마트폰 도입 3년 만에 3000만대가 작동 중인 ‘올웨이즈 온’(Always On·상시 접속) 상황을 우리는 접하고 있다. 우리의 농경사회에는 애당초 스마트한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디지털 유전자(DNA)가 내재돼 있었다. 농촌마을에서 옹기종기 살면서 이웃집 사립문을 내 집같이 드나들었고, 토담 너머로는 보리쌀 한 톨이라도 주고받으면서 지내왔다. 이것은 소소하지만 소담스러운 ‘소통’이었다. 이와 반대로 마을 간에는 산과 계곡으로 가로막힌 지형적 특성으로 교류가 단절돼 있었다. 산 너머 동네 사람이 궁금하고 그리웠을 것이다. 이웃 마을로 마실을 가는 것은 교류하고픈 ‘욕구의 표출’이었다. 우리 민족의 이 같은 양면성은 스마트 기기에 보다 빨리 접목하게 만들었고, 소통으로 이어진 동인(動因)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을 처리하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허접스럽든, 요긴하든 너무 많은 디지털 물건을 접하고 있으며, 이에 치이고 끌려가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디지털 소비시대의 그늘이다. 인터넷 검색창이 모든 지적 욕구를 해결하는 세상이니 ‘지식노동자’(knowledge worker)도 설 땅을 잃었다.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이 숫자를 잊게 하는 ‘무뇌인간’을 만들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졌다. 무엇보다 책에서 얻은 지식보다 활용 방법을 조합하는 ‘짜깁기’가 요구되는 시대라니, 우울한 우리의 자화상을 본다. 무한한 권력이 된 스마트 기기의 이면에 우리가 더 멍청해진 게 아닌지를 되돌아 봐야 한다. 스마트 기기의 속도전에서 한 발 물러선, 사람 중심의 스마트한 정책을 준비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해져야 할 시기가 됐다. h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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