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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취·부당 해고… 이익에 눈먼 기업들의 속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가 차단벽을 뚫고 하루 300t씩 바다로 흘러가는데도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도쿄전력. 이 회사는 일본의 시민단체인 ‘POSSE’가 선정한 ‘제1회 블랙기업 대상’ 수상 기업이다. 이밖에 시민상에는 와타미 푸드서비스, 특별상에는 웨더뉴스, ‘있을 수 없어’ 상에는 젠쇼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위법적인 고용 형태로 청년들을 일회용품처럼 쓰다 버리는 악덕기업이란 사실이다. 정규 직원을 대량 고용해 장시간 근무와 부조리한 명령으로 혹사시킨 뒤 도태된 사람들을 퇴사시키는 수법을 쓴다. 교묘한 직장내 괴롭힘과 폭언으로 스스로 나가도록 만드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시달리던 청년 직원 가운데 일부는 자살을 택하기도 한다. 법학도 출신인 저자는 POSSE에서 7년간 일하며 1500여건의 노동 상담 사례를 분석, 블랙기업을 적발하는 작업을 해왔다. 대량 모집→선별→쓰고 버리기가 바로 블랙기업의 전형적인 고용 패턴이다. 요즘 일본에선 블랙기업이 화두다. 예전에는 폭력조직과 결탁한 기업이란 뜻이었지만 최근 쓰임새가 달라졌다. 비합리적인 노동을 젊은 직원에게 조직적으로 강요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진 일본 청년의 노동문제는 ‘프리터’(파트타임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젊은이)나 ‘니트족’(취업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에 그쳤다. 청년층의 의지 결여나 의존증이 문제일 뿐 기업의 문제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최근 일본 사회에선 청년 노동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 2009년 정보통신(IT)기업의 노동 착취를 그린 영화 ‘블랙기업에 다니는데, 이제 나는 한계인 것 같아’가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면서부터다. 2010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직후 “한 번 쓰고 버려진다”며 상담실을 찾는 신입사원들이 급증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도쿄의 중견 IT기업인 Y사에 취업했다가 퇴직을 강요당한 신입사원들의 사례는 충격적이다. 연매출 90억엔(약 1027억원)인 이 기업은 신입사원을 하청직원으로 대기업에 파견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갖고 있다. 사장과 소수의 임원, 그 밑의 영업사원이 900명 가까운 하청직원을 관리한다. 직원들은 꾸준히 이익을 내지 못하면 상사에게 불려가 ‘카운슬링’이란 이름으로 하루 2시간씩 시달렸다. 상담실 안에선 “넌 쓸모없어”, “차라리 다시 태어나는 게 낫다”는 등 폭언이 난무했다. 중견 의류업체인 X사에선 낮밤이 따로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신입사원 다수가 우울증을 앓았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퇴직을 허용하지 않았다. 휴직을 강요해 병이 나은 다음 그만두라고 강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밀려난 신입사원 대다수는 모든 게 내 탓이라는 최면에 빠져 있었다.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라며 자기 부정을 강요당한 카운슬링의 효과 때문이다. 저자는 정규직 청년들은 비정규직과 달리 자신들의 문제를 내놓고 말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쉽게 블랙기업의 표적이 되는 이유다. NHK는 2005년 ‘프리터 표류’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비정규직(프리터) 청년 노동자들이 하청직원으로 여러 회사를 전전하다가 노숙자로 전락하는 모습을 고발했다. 이후 청년들은 목숨을 내놓고 정규직이 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화두도 적지 않다. “참고 견뎌야만 성공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팽배한 가운데 기업 문화를 다시 돌아봐야 할 때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열린세상] ‘맞춤형 반값등록금’의 섬세한 설계를 기대하며/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열린세상] ‘맞춤형 반값등록금’의 섬세한 설계를 기대하며/박남기 광주교육대 교수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시안이 발표됐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고등교육 재정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연 3조 4000억원 이상이 추가로 투자될 것이다. 여기서는 큰 예산이 투자될 ‘2014년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경감하겠다’는 ‘맞춤형 반값 등록금 실현 및 장학금 지원 확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우리의 경우 고등교육비 중에서 민간재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기 때문에 공공 부담률은 당연히 높여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 차원에서 볼 때에도 희망하는 사람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어느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정책을 공학적으로 아주 섬세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자칫 원하는 목적은 달성되겠지만 다른 정책과 상충되거나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설계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변수 중에는 대학진학률, 그에 따른 대졸실업률, 중소기업 인력난 등이 있다. 25~34세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율(2011년)을 보면 우리나라는 64%로 미국(43%)이나 OECD 평균(39%)을 훨씬 뛰어넘는 1위이다. 대졸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은 상황에서 이 정책이 오히려 수학능력이 없는 사람마저도 일단 4년제 대학에 진학해 시간과 국고를 낭비하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설령 정원 감축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대학에 합격만 하면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데 대학문이 좁아져서 진학이 어렵다면 청년들의 좌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대졸자의 실업률뿐만 아니라 대학 전공과 다른 분야 취업자 비율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은 일단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기대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힘든 일은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장학금 지원이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더 높일 경우 그렇지 않아도 구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더욱 구직난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다. 대졸자들은 만성적인 취직난에 고통을 받게 되고, 전공과 무관한 분야 취업은 젊은이들의 행복감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국가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문대 학비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 이는 종합발전방안에서 목표로 하고 있는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특정 숙련 교육 요구’ 부응이라는 목적 달성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문대는 국가가 당장 필요로 하는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 저소득층 학생비율도 높아 주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있고, 등록금도 일반대에 비해 크게 낮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국립 전문대생은 단 2%에 불과해 미국(78%)이나 OECD 평균(59%)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25~64세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 비율에서 세계 1위인 캐나다의 경우 전문대 이수 비율이 25%이고 4년제 이수 비율이 27%인 반면 우리나라는 전문대 이수 비율은 13%에 불과하고 4년제 이수비율이 28%에 달한다. 25~34세 인구의 4년제 이수 비율에서도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캐나다보다 더 높다. 외국의 경우 전문대 졸업생은 일단 현실을 직시하며 취직을 하고, 필요시 경제력과 수학능력을 감안해 4년제에 편입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도 정책을 디자인할 때 젊은이들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도록 전문대 진학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면 어떨까 싶다. 여기서 하나 더 명심할 것이 있다. 경제상황이 나빠질 경우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고민하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우리보다 훨씬 앞선 일본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고등교육 공공재원 비율이 우리보다 낮은 0.5%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해 이번 정책설계는 집행성과 피드백을 토대로 수정해 갈 수 있는 열린 디자인을 택하길 기대한다.
  • 친일논란 인사의 물품이 문화재? 역사 눈감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최근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백선엽, 민철훈, 윤웅렬, 윤치호, 민복기 등의 의복과 유물 등 총 11건 76점의 문화재 등록을 보류한 조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21일 이들 유물이 “의생활 분야에서 역사·문화적 가치가 크다”며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으나, 곧바로 항일 독립운동가 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 ‘단재 신채호 선생 기념사업회’ 등은 아예 이달 초 기자회견까지 열어 “친일행위자들의 물품이 문화재로 등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문화재 당국을 압박했다. 이는 역사적 맥락을 읽기보다 단순히 보전가치만을 따진 ‘기계적’ 행정이 불러온 결과로 풀이된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24일 경기 파주 소재 ‘감악산 결사대 사당’을 비롯한 6·25전쟁 관련 역사문화유산 5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면서도 현장 답사도 없이 국가보훈처에서 발간한 ‘국가수호사적지 조사보고서’만을 근거로 결정하는 무성의함을 드러냈다. 친일 논란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문화재 행정의 허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백선엽(92) 전 육군참모총장은 만주군관학교 출신으로 1943년 4월부터 해방 때까지 간도특설대 장교로 복무하며 항일단체들과 직접 교전까지 벌였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간도특설대 복무 경력은 가장 죄질이 나쁜 친일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백 전 총장의 장군복 등 5점을 무더기로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재판했던 판사인 민복기(1913~2007) 전 대법원장도 마찬가지. 해방 이후 검찰국장과 대통령 비서관, 검찰총장을 지낸 그는 대법원장까지 오른다. 대법원장 시절인 1975년에는 인혁당 피고인들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사법살인’이란 오명까지 남겼다. 민철훈(1856~1925) 대한제국 오스트리아·독일 전권대사는 한술 더 떠 1910년 국권 피탈 뒤 일본 황실로부터 아버지에 이어 남작 작위를 물려받았다. 문화재청은 민복기의 검사 법복, 민철훈의 대례복과 코트 등을 문화재로 지정하려 했다. 구한말 정치가인 윤치호(1865~1945)와 부친인 윤웅렬(1840~1911)도 반발을 불러왔다. 윤치호는 일제 강점기 친일파로 변절해 조선 청년들의 자원입대를 독려하며 일본제국의회 귀족의원까지 지냈다. 윤웅렬은 구한말 형조판서, 대한제국 군부대신 등을 지냈으나 국권 상실 뒤 일본으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 문화재청은 이들 일가가 소유한 교지, 마패와 복식류 등 69점을 무더기로 문화재 지정 예고했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정부 주도 ‘청년직장체험’ 인력 착취로 악용

    취업 전 청년들에게 다양한 직장을 경험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주기 위해 도입된 ‘청년직장체험 프로그램’이 일부 기업과 연수기관의 저비용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기존에 아르바이트생이나 계약직 사원을 고용하던 자리에 연수생을 뽑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노동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직장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연수생의 경우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1일 4시간 연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야간 근무와 초과 근무를 시키는 등 제도를 악용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학생 김모(25)씨는 지난 6월 서울에 있는 정보기술(IT)업체에서 한 달간 연수를 마친 뒤 “직장 체험이 아니라 속은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정보통신학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후 관련 업계로 취업을 꿈꾸고 있는 김씨는 그동안 설계해 온 진로가 실제로 적성에 맞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직장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작 김씨가 한 일은 기존에 아르바이트생이 했던 단순한 컴퓨터 작업이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점심시간 1시간을 빼고 오후 6시까지 하루 8시간씩 일했다. 아르바이트생과 근무 조건이 같았지만 김씨가 받은 월급(연수비)은 고작 40만원이었다. 하루 일당 4만 2000원을 받았던 아르바이트생 급여의 절반 수준이다. 김씨는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를 기업이 노동 비용을 아끼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동부의 지침을 어기고 초과 근무를 강요하는 기업도 있다. 올 초 경기지역의 한 사회복지단체에서 직장 체험을 했던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일이 많다며 야간 근무와 주말 출근까지 요구하는 상사의 지시에 한달 내내 주말을 모두 반납해야 했다. 노동부의 시행 지침에는 ‘1일 4시간을 원칙으로 연수생과 연수기관의 합의가 있는 경우에만 8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 가능’,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야간 및 새벽시간대에는 연수생이 동의하는 경우에도 연수 불가’라고 명시돼 있지만 연수생의 입장에서 매일 얼굴을 보며 함께 일하는 상사의 업무 지시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김씨는 “직장 체험이라는 이름과 달리 단기간에 노동력을 최대한 많이 이용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노동부 산하 서울고용센터 관계자는 13일 “협약서에 쓴 연수 시간을 초과하거나 야간 근무를 시키는 경우처럼 시행 지침을 위반하면 주의·경고 이후 1년간 사업 참여를 금지시킨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시행 지침을 어겨 프로그램 참여를 금지한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스펙 쌓기로 변질된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스펙 쌓기로 변질된 대학생 해외 봉사활동

    대학생 해외봉사가 몽골·동남아 지역 국가로 쏠리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한 스펙으로 이용하려는 일회성 이벤트에서 벗어나 해외봉사의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8일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대사협)가 매년 실시하는 ‘대학 자체개발 해외봉사 프로그램 지원사업’ 하계 5년치(2009~2013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227건의 봉사활동 가운데 몽골에만 53건이 몰렸다. 캄보디아 40건, 필리핀 36건, 베트남 27건으로 4개 국가에서 실시된 봉사활동이 전체의 68.8%에 이르렀다. 권역별로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태국 등을 포함한 동남아 126회(55.5%) ▲중국과 몽골 63회(27.8%)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17회(7.5%)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남부아시아 13회(5.7%) ▲가나,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6회(2.6%) ▲미국과 몰도바 등 기타 2회(0.9%)였다. 학생들의 해외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대학들은 봉사활동이 수월하다는 이유로 몽골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째 여름방학 해외봉사 장소로 몽골을 택한 강릉원주대 측은 “몽골은 가깝고 여름에 덥지 않은 데다 풍토병도 없어 봉사활동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관계자 역시 “2004년부터 여름방학마다 몽골 봉사를 다녀오고 있다”면서 “지원 경쟁률이 3대1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대사협 측은 “낙후된 몽골 지역에 봉사 수요가 많고, 대학이나 학생들의 호응도 높다”고 설명했다. 몽골과 동남아가 인기를 끄는 다른 이유는 저렴한 비용 때문이다. 항공편이 잘 갖춰진 데다 항공료도 저렴하다. 올해 몽골로 학생 25명을 보낸 한 대학의 경우 학생 1인당 비용이 150만원 정도였다. 대학은 모두 3000만원 정도를 냈고, 대사협에서는 700만원을 지원했다. 대학 관계자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학생을 보내려면 결국 몽골이나 동남아밖에 답이 없다. 아프리카로 학생을 보내려면 항공료만 200만원이 넘기 때문에 해외봉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봉사가 2~3주 안에 이뤄지지만, 아프리카는 오가는 데만 4일을 잡아야 하는 점도 봉사단이 동남아를 선호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학의 해외봉사 형태가 단순화되고 프로그램이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는 데 있다. 서울지역 대학의 한 봉사지원센터 직원은 “대사협 프로그램뿐 아니라 대학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해외봉사 프로그램 역시 대부분 몽골과 동남아로 목적지를 맞추고 있다”면서 “해당 국가들에서는 봉사 지역이 사실상 포화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봉사 프로그램도 마을청소나 무료급식, 영어·컴퓨터 교육 등으로 비슷하다. 그는 “해외봉사를 단순한 ‘스펙’으로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많아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단기 해외봉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 해외봉사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질적으로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월드프렌즈 총괄팀의 서미영 과장은 “2~3주간 단기 봉사의 체험을 살려 중장기 봉사로 이어가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진정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기고] 세계 진출로 더 큰 성공 스토리 만들자/조봉업 유엔거버넌스센터 국장

    [기고] 세계 진출로 더 큰 성공 스토리 만들자/조봉업 유엔거버넌스센터 국장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1960년대 이후 산업화·민주화·정보화를 차근차근 슬기롭게 달성하면서 그 성과로 지난해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 동시 충족 국가) 세계 7번째 가입, 무역 규모 세계 8강 진입 등을 이뤄냈다. 앞서 2010년에는 선진국 편입의 실질적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도 가입했다. 우리의 성공 스토리는 세계적 업적이 됐고, 유엔 회원국들은 자국의 발전을 위해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절실히 필요로 하게 됐다.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발전의 역사와 경험, 자산 등은 유엔 새천년개발목표의 주요 과제가 됐다. 이는 저개발국가와 개발도상국가들이 당면한 빈곤·질병 타파와 정보 격차 해소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한 거버넌스 역량을 제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우리가 이러한 현실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 적극 진출하고 공적개발원조 확대 등을 통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첫째, 정부 운영 시스템과 제도를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우리는 유엔 전자정부 평가에서 2회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바레인에서 열린 유엔 공공행정포럼에서는 ‘정부 3.0’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다른 나라를 벤치마킹해 발전의 동력으로 삼을 시기는 지났다. 정부 운영 측면에서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창의적 발상을 통해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우리는 지구촌 시대의 ‘착한 이웃’으로 자리매김할 때가 됐다. 우리는 6·25전쟁 이후 힘든 시기를 국제사회의 도움을 자양분 삼아 극복했다. 이제는 우리가 새마을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을 통해 저성장의 고통을 받고 있는 나라들을 도와주면서 공동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셋째, 국제기구를 우리 청년들이 진출할 취업시장의 블루오션 분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55개 국제기구에 450여명의 한국인이 근무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과소진출국’으로 분류돼 있다. 따라서 우리 청년들이 국제기구에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2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제2의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수 있다. 한국의 성공 사례는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반면 우리가 보유한 콘텐츠의 우수성, 한국인 특유의 경쟁력 등은 과소평가된 경향이 있다. 여기에는 겸손을 중시하는 문화 탓에 우리 스스로를 낮추고, 압축 성장 과정에서 국제사회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발전 경험과 노하우, 우리 젊은이들의 능력과 자질 등은 그 어떤 선진국들도 갖지 못한 독창적이고 우수한 만큼 보다 과감하게 세계로 진출해 더 큰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에 입단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류현진 선수처럼, 우리 젊은이들이 국제기구에 도전해 개인적인 성취를 이루고 국가적 위상을 드높이며 장기적으로 해당 국제기구를 회원국들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조직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했으면 한다.
  • [열린세상] ODA를 한국의 상징으로/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열린세상] ODA를 한국의 상징으로/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 교수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동쪽으로 약 80㎞ 떨어진 진자. 이 지역 지방공무원 키웸바(56)의 시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로고가 빛을 발하며 6시간 빠른 한국 시간을 표시하고 있었다. 작년 6월 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한국에 초청돼 새마을운동중앙회 등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때의 인상과 감격을 한국 시간 유지로 지속하고 있었다. 교육 동기생 20여명과 함께 우간다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원조가 일으킨 작은 한류였다. 한국은 원조 관련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여국(供與國)이 된 세계 유일의 국가다. 세계 유일이라는 점을 살려 ODA와 결부해 홍보한다면 ODA는 한국의 좋은 상징이 될 수 있다. 한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2015년까지 국민소득의 0.25% 수준만큼 ODA 규모 확대를 약속했다. 국민소득의 0.14%로 약 15억 5000만 달러(약 1조 7000억원) 규모인 현재도 국내 ODA 사업은 폭발적이다. 여러 대학은 전공을 설치하고 많은 공공·민간 조직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ODA 중심 전후방 연관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후방 산업의 효과적 활성화는 원조 이상의 국익을 낳을 수 있다. ODA는 수원국의 역사, 정치, 문화, 지리, 자연, 산업 등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요구하는 지식·정보 기반 사업이다. 그래서 소수에 의한 개별 사업의 칸막이식 수행보다는 다양한 참여자 간 소통이 필요하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많은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수행되고 있지만 칸막이식이어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협력관계 강화가 예상되는 우간다에서도 가나안농군학교, 국제협력단, 농촌진흥청, 농협중앙회, 새마을운동본부, 연구재단 등이 협력 중이거나 협력을 모색 중이다. 같은 수원국에서 다수의 기관이 활동할 때는 전략적 접근으로 연계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소통의 장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ODA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OECD 개발원조위원회 24개 회원국이 약 1300억 달러(약 143조원)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 어떤 기관이 어느 나라 어떤 대상을 위해 어떤 사업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수원국과 공여국의 관계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사업 제안과 아이디어 교환, 성공과 실패 사례 교류 등을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하나의 대안으로 ‘ODA제(祭)’를 생각해 본다. 물론 비밀주의가 팽배한 환경에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비밀주의 극복 주장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우선 국내 차원에서 가능한 부문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잘 기획된 영화제가 영화의 전후방 연관산업 종사자 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영화산업을 견인하고 주체국 혹은 도시의 이미지를 고양하는 것을 종종 본다. ‘ODA제’도 적절한 주체에 의해 잘 조직된다면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첫째, 청년들이 글로벌 활동에 대한 꿈을 품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축제 형식을 통한 열기 제고는 젊은이들의 관심 증가, 국제 활동에 대한 이해 증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ODA 연관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 영화제가 완성된 영화의 거래뿐만 아니라 기획, 제작, 배급, 투자 등 영화 연관 산업 종사자들의 소통을 통해 전후방 산업이 확장되는 기회가 되는 것과 같다. 셋째, 국가 이미지와 관련한 ODA의 정착 효과다. 유명 영화제로 국가의 예술적 이미지를 세계에 부각하듯이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수원국에서 공여국이 된 세계 유일의 한국이 국제ODA제전을 주관할 때 한국과 ODA는 불가분의 관계가 돼 세계에 각인될 것이다. 이러한 국가 이미지가 가져올 부수 효과는 크다. 넷째, 점진적 국내외 참가 확대를 통해 글로벌 ODA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세계 ODA 사업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한국은 이 제전을 누구보다 잘 이끌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국가다.
  • 음식점 창업 차별화 시대… 24시간 웰빙 아이템이 뜬다

    음식점 창업 차별화 시대… 24시간 웰빙 아이템이 뜬다

    창업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대규모 베이비부머 세대의 유입과 주부들의 사회 진출에 따른 경쟁구도가 불 붙는 양상으로 전개된 것. 창업은 퇴직자나 일자리 없는 청년들이 재기할 기회라는 인식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 창업은 수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때문에 많은 창업자들이 영업이익률이 높은 아이템을 선정하며, 폐점 시 손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소자본창업을 선호한다. 이러한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음식점 창업의 형태는 분식집, 치킨집,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등 다소 제한적인 편이다. 또한 독특한 메뉴는 준비기간이 오래 걸리고 대중적이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위험 부담을 감안할 수 밖에 없는 것도 현실. 즉 특정 업종에 창업자들이 몰리면서 생기게 되는 과열 경쟁의 피해는 창업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얘기다. 창업비용이 여의치 않다면 대중적인 메뉴의 소자본창업이라도 제품의 차별화나 복합화, 특정 고객층의 공략 등 다양한 시도가 요구된다. 반면 투자금 확보자 가능한 창업자라면 오히려 소자본창업을 피하는 것이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용이할 수 있다는 게 창업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최근 주목을 받는 웰빙 창업도 소자본창업에서는 다소 적용하기 어려운 트렌드 중 하나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붐이 일고 있는 건강 한식은 국내에서도 인기 웰빙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의 경우, 여름철 특수 못지않게 사계절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창업자들의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삼계탕 창업은 음식 맛을 내는데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에 개인 창업보다는 프랜차이즈를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매장의 역사나 가맹점 운영, 서브메뉴와 영업시간 등이 브랜드 검증과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또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한 가지 메뉴의 전문점이라고 해도 시간대별로 메뉴를 특화하고, 고객들의 다양한 입맛을 고려할 수 있는 다원화 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맑은 국물과 24시간 영업으로 눈길을 끄는 ‘논현삼계탕(www.nonhyunfood.com)’ 10년 이상의 매장운영 노하우와 가맹사업을 통해 맛의 차별화를 선언하고 있다. 논현삼계탕 관계자는 “음식 창업은 메뉴와 서비스에서도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며 “삼계탕집은 폐점시간이 이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착안해 영업시간 늘린 결과,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현삼계탕은 2002년 논현동에서 처음 문을 열어 현재 삼성동, 여의도, 대치동 등 서울 시내에만 5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교황님 봉변당할 뻔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 후 첫 남미 브라질 방문 일정이 시작된 22일(현지시간) 경호를 맡은 경찰과 브라질 정부의 재정낭비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충돌해 최소 3명이 다치고, 6명이 구금됐다. 이날 브라질 일간 오글로보 등에 따르면 가톨릭 청년 축제인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수도 리우데자네이루를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행렬 도중 1500여명의 시위대에 에워싸여 어쩔 수없이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교황의 첫 방문을 환영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수만명의 신도들이 모였지만 그 중에는 지난달 초부터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정부에 정치개혁을 요구해 온 시위대도 포함돼 있었다. 브라질 정부의 조치로 이번 교황의 행렬에는 3만명의 군 및 경찰력이 동원됐지만 역부족이었다. 브라질 군 관계자는 “교황의 경호가 취약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칫 (시위대가 던진)돌이나 무언가에 맞았다면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형 피아트 차량을 타고 이동하다 무개차로 갈아타 시내를 가로지르던 교황은 결국 헬리콥터를 이용해 주지사 집무실이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과나바라 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교황은 가톨릭 청년들에게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어 형제·자매로 이뤄진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은 환영식 이후 최루가스와 물대포, 섬광탄을 동원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이 과정에서 대치상황을 취재하던 AFP 통신 소속 일본인 사진기자가 전투경찰의 곤봉에 머리를 맞아 심한 출혈로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교황이여, 굽어살피소서 민주화 목마른 중남미를

    [위클리 포커스] 교황이여, 굽어살피소서 민주화 목마른 중남미를

    로마 가톨릭 교회 역사상 첫 중남미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 가톨릭 청년들의 축제인 세계청년대회(WYD) 참석차 22일 브라질을 방문했다. 2012년 말 현재 1억 6478만 명의 신자를 지닌 세계 최대의 가톨릭 국가인 브라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교황이 지난 3월 즉위한 이후 처음으로 참석하는 국제 행사다. 특히 교황은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 등으로 ‘열린 민주화’에 목마른 중남미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여 전 세계가 교황의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브라질, 파라과이, 칠레 등 중남미 곳곳에서는 정치권의 부정부패 척결과 공공서비스 개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로 몸살을 앓았다. 계속되는 시위에도 대답 없는 정부에 지친 중남미 국민들은 빈민층에 대한 관심과 소탈한 태도로 대중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해 온 교황의 방문을 계기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교황은 이번 브라질 방문시 신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소통하기 위해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교황 공용차 대신 지붕이 없는 무개 차량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교황청이 브라질 전역을 휩쓴 시위가 교황이나 가톨릭 교회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정부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잇따른 반정부 시위로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교황의 방문에 맞춰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만 2000여명의 병력을 요소에 배치하는 등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가톨릭계 소식을 알려온 교황청은 이번 대회에서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과 파격적인 소통에 나선다. 교황청은 TV, 라디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번 대회를 시청하거나 교황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는 신자들에게 죄로 인해 받아야 할 벌을 모두 사면받는 전대사(全大赦)를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아파레시다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100만여명의 청년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 행사를 하는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교황은 과라치바 지역에 마련된 캄푸스 피데이에서 청년들과 함께 밤샘 기도를 한 뒤 28일 폐막 미사를 주례하고 로마로 떠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용어 클릭] ■세계청년대회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젊은이들의 신앙을 독려하기 위해 1984년과 1985년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 세계 각국의 젊은이를 초대한 일이 시초가 됐다. 1회 대회는 1986년 로마에서 열렸으며, 이후 2~3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스위스 알프스 그 너른 품에 안기다

    그곳에 산이 있었기에 오르다가 놀고 먹고 쉬었다. 닮은 듯 다른 산들의 풍경을 만끽하면서 치즈도 만들어 보고, 3,100m 산꼭대기에 자리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 보기도 했다. 알프스가 줄 수 있는 모든 선물을 받아 누린 시간이었다. 도전자유여행 38탄 유기웅(29세·건설사 근무) 오직 여행을 위해 2주 연속 휴가를 쓸 수 있는 직장을 구했으며, 남미의 파타고니아부터 북극권의 아이슬란드까지 여행하며 사진을 찍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여행 중증 환자(?)다. 그의 여권에는 이미 스위스 도장이 찍혀 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 스치듯 배낭여행으로 들른 스위스 여행에는 여전한 갈증이 남아 있었고, 세계 5대 미봉 중 하나인 마테호른을 가까이서 보고픈 욕망은 가시질 않았다. 열차시간표를 일일이 출력해 올 정도로 이번 여행에 열정을 보인 그는 올 여름 2주 휴가를 싹둑 잘라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여행지 스위스 여행기간 2013년 5월23~27일(4박6일) 항공편 터키항공(이스탄불 경유) 여행조건 당첨자는 내일투어 ‘스위스 금까기’ 상품으로 여행을 떠났으며, <트래비> 기자가 직접 동행 취재했다. 금까기 상품 내역에 해당하는 왕복항공권 및 호텔 숙박비 등을 제외한 개인 지출 비용은 독자가 개별 부담했으며, 일부는 스위스관광청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스위스 금까기 상품가 129만원부터 포함내역 유럽 왕복항공권, 투어리스트급 호텔 및 조식, 스위스 플렉시 패스 3일 2등석 세이버, <스위스로 가출하기>, 1억원 여행자 보험, 기내용 슬리퍼, 네임태그·여권커버, 각종 면세점 할인쿠폰, ‘융프라요흐/티틀리스’ 할인 쿠폰 불포함내역 현지생활비, 유류할증료 및 세금 예약 및 문의 02-6262-5353 www.naeiltour.co.kr 가장 쉬운 알프스 공략법 Luzern루체른 취리히공항에 착륙하자마자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서둘러 이동했다. ‘알프스 산악 체험’. 이번 여행의 주제는 ‘산’이었기에 필라투스, 리기, 티틀리스 등 유명한 산들이 기다리고 있는 스위스 중부 지역으로 가기 위한 거점으로 루체른이 제격인 까닭이었다. Rigi리기 메인코스만큼 배부른 애피타이저 “루체른은 한국인 여행객들에겐 필수 코스 같은 데죠. 대학 시절, 배낭여행을 왔을 때도 카펠교, 무제크 성벽, 빈사의 사자상 등을 둘러봤던 기억이 납니다.” 루체른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특히 구시가지는 중세시대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1,300년에 세워졌다는 카펠교도 튼튼하게 루체른 호수 위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가벼운 도시 산책을 하던 기웅은 몸이 근질근질했다. 3,000m가 넘는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모든 신경이 ‘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추웠던 날씨에 옷을 너무 얇게 가져온 것은 아닌지 걱정하며 루체른 구시가지의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기웅은 “사실 전 도시형 여행자는 아니에요”라고 커밍아웃을 했고, “시간이 충분할 것 같은데 리기Rigi 산을 다녀오면 어떨까요?”라며 태블릿PC에 담아 온 시간표를 내밀었다. 리기는 루체른에서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1,800m 산 정상까지 왕복 3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산으로 필라투스와의 경쟁에서 우리의 간택(?)을 받은 것이다. 기차역 바로 선착장에서 배에 올라탔다. 루체른이 스위스의 모든 매력을 응축하고 있는 도시라는 사실은 유람선에 올라 호수 위를 가르면서 더 명징하게 확인됐다. 갈색 지붕의 중세 건물들이 시선에서 점점 멀어져 가면서 만년설에 뒤덮인 산들과 짙푸른 루체른 호수 위를 유유히 가르는 배는 사람들을 낙원으로 인도했다. 산과 호수를 타고 온 시원한 바람으로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한순간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기웅은 일일이 지도를 확인해가며 “저기 도시 뒤편에 보이는 바위산이 ‘악마의 산’이라 불리는 필라투스고, 남쪽에 좌우로 길게 뻗은 설산이 티틀리스에요. 리기는 작은 언덕을 돌아가야 보일 것 같아요”라고 루체른을 둘러싼 산들에 대해 브리핑을 해줬다. 그리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으니 맑을 때 최대한 사진을 찍어둬야 한다며,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루체른 호수를 유유히 흐르던 배가 40분만에 비츠나우Vitznau에 정박하자 대부분의 여행객은 하선했다. 해발 1,800m, 리기산 꼭대기로 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열차를 타기 위함이었다. 14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열차는 가파른 산길을 천천히 그러나 능숙하게 타고 올라갔다. 종착역인 리기 쿨름Rigi Kulm에 이를 때 즈음, 모든 계절을 품고 있는 산의 위용이 드러났다. 아직도 남아 있는 눈의 흔적과 노란 야생화, 그리고 산 아래 너른 호수와 마을들의 풍경은 비현실적으로, 그러나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연신 탄성을 내지르던 기웅은 “리기가 산들의 여왕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겠어요. 빨리 꼭대기로 올라가시죠”라며 서둘렀다. 눈이 얕게 쌓인 리기산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평야지대와 남쪽의 3,000m급 고봉들을 파노라마로 볼 수 있었다. 오히려 높은 산, 안쪽으로 들어간 풍경보다 스위스다운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더 훌륭하게 느껴지는 경관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칼트바트Kaltbad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웨지스Weggis에 내렸다. 기차, 케이블카, 유람선까지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다양한 교통수단에 감탄하며 루체른행 배편에서 스치듯 지나간 감동을 돌이켰다. 1,800m라는 높이 때문에 앞으로 볼 산들의 애피타이저 정도로 생각했는데, 메인코스를 소화시킬 수 있을까 의심이 들 정도로 충분히 배부른 풍경이었다. 리기산 가는 법 리기산의 가장 큰 매력은 스위스패스만 있으면 무료로 유람선,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할 수 있다는 점. 산악열차와 케이블카 티켓을 별도로 구매하면 왕복 30CHF이다. www.rigi.ch ▶travie info 스위스패스 스위스 내의 열차, 버스, 유람선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만능열쇠로 2인 이상, 5인 이하에게 할인해 주는 세이버 패스, 1달 이내에 날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플렉시패스 등이 있다. 470개 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주요 관광열차와 케이블카를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이등석 4일권은 272CHF(스위스프랑), 일등석 4일권은 435CHF이다. 한국에서는 가까운 여행사에서 구매할 수 있다. www.swisstravelsystem.com Titlis티틀리스 뜻밖의 눈 천지를 마주하다 낌새가 좋지 않았다. 루체른에서부터 가는 빗발이 날리더니 티틀리스Titlis산의 베이스캠프인 엥겔베르그Engelberg에 도착할 저녁 무렵에는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엥겔베르그에서도 가장 전망이 좋다는 테라스 호텔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 맑게 갠 하늘을 간절히 바라며 스위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이른 아침, 티틀리스 산이 손에 잡힐 듯한 풍경을 기대하며 창을 열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새하얀 눈 천지였다. 기웅은 티틀리스 꼭대기에서는 아무것도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했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스위스가 다섯 번째인 기자는 처음으로 내리는 눈, 그러니까 산꼭대기 만년설이 아닌 동화 같은 주택 지붕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눈을 ‘실시간’으로 보고 싶었고 엥겔베르그에서야 그 풍경을 맞딱드리게 된 것이다. 늦봄, ‘천사의 마을’이란 뜻의 엥겔베르그에 비로소 날개 단 천사가 강림할 것만 같았다. 호텔에서 약 15분을 걸어 케이블카 탑승역으로 향했다. 6명까지 탈 수 있는 소형 케이블카를 타고, 트뤼브제Trubsee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타자 어느새 산 정상에 다다랐다. 갈수록 굵어지는 눈발 때문에 장엄한 풍경은 포기해야 했지만 여름을 코앞에 둔 계절에 눈천지를 볼 수 있는 우연이야말로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이 순간을 만끽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5월 말 이 정도의 폭설은 스위스에서도 25년 만이었다고 한다. 산 정상에는 즐길거리가 많았다. 스위스 중부 최대의 스키 목적지답게 매년 10월부터 5월까지 스키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빙하공원에서는 눈썰매 등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고 얼음동굴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올해는 티틀리스 케이블카 100주년을 맞아 흔들다리 클리프워크Cliff Walk가 선을 보여 다리 위에서 아찔한 절벽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곧잘 티틀리스와 융프라우를 비교하곤 하는데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회전식 곤돌라를 타고 순식간에 3,000m급 산 정상에 올라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티틀리스의 매력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애초 목표로 했던 산 중턱에서의 야생화길 산책이나 트뤼브제 호수에서의 조각배 노 젓기 체험 등을 못한 아쉬움은 다시 티틀리스를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남겨두었다. 티틀리스 로테어 엥겔베르그에서 티틀리스까지 운행하는 케이블카로 트뤼브제에서 회전식 곤돌라로 갈아탄다. 왕복 케이블카 요금은 86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엥겔베르그에 위치한 테라스 호텔은 티틀리스 케이블카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www.titlis.ch ▶travie info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여행 중 이동이 많은 여행객은 짐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 패스트 배기지Fast Baggage 서비스를 이용하면 46개 역에서 짐을 따로 부치고 24시간 내에, 이르면 오전 9시 전에 부쳐 오후 6시 전에 받을 수도 있다. 요금은 짐 한 개당 22CHF. 철도청 사이트에서 배송 가능한 역을 확인할 수 있다. www.sbb.ch 스위스의 진짜 시골 Emmental에멘탈 우리는 에멘탈Emmental이라는 시골 마을에서 치즈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위스인들과 가장 보통의 스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그 여운은 스펙터클한 알프스의 풍경보다 깊고 진했다. Cheese치즈 스위스 명품 치즈를 만들어 보다 엥겔베르그에서 열차를 타고 부르크도르프Burgdorf 역에 도착해 471번 버스를 타고 에멘탈 치즈공장으로 향했다. 엠메Emme 계곡 일대를 일컫는 에멘탈 지역에는 약 150개의 소규모 치즈공방에서 치즈를 생산한다고 하는데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융단 같은 구릉지대에 치즈의 공급원(?)인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이 펼쳐졌다. 그뤼에르 치즈와 함께 스위스를 대표하는 에멘탈 치즈는 엄격하게 품질이 관리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신선한 풀과 건초만을 먹은 건강한 소들이 명품 치즈의 근간이 된다고 한다. 물론 치즈 제조과정에서 어떠한 인공적인 요소도 가미하지 않는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치즈 공방은 크게 두 개의 관람장소로 나뉘어 있는데 전통방식의 제조소는 1750년부터 이어져 온 제작방식을 재현한다. 커다란 냄비에 우유를 담고 장작불을 지펴 32도로 가열해 박테리아를 제거하고, 다시 45도의 열로 40분간 가열하면 우유는 뿌연 물 같은 유장과 반고체 형태로 응고된 치즈로 분리된다. 커드Curd라 불리는 이 반고체의 치즈를 틀에 넣어 36시간 동안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물에 담근 후, 최소한 4달 이상 숙성시키면 고소한 치즈로 완성되는 것이다. 에멘탈 치즈는 최소 4달 숙성을 기본으로, 1년에서 최대 3년까지 숙성시키며 맛을 다양화하고 있다. 물론 3년 동안 치즈 덩어리를 방치하는 건 아니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키우듯 이틀에 한 번씩 뒤집어 주며 골고루 건조되고 그 안에서 영양분이 자라나도록 관리를 해줘야만 한다. 현대식 제조공장에서는 다양한 치즈를 맛보며 숙성과정도 볼 수 있었다. 현대식은 보다 많은 양의 치즈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방편일 뿐 제조방식은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에멘탈 치즈는 온도를 계속 바꿔주며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기포가 발생해 구멍이 뽕뽕 뚫려 있다. 치즈 덩어리를 위에서 아래로 잘랐을 때 5개 정도의 구멍이 있어야 이상적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숙성 방식이 일정한 저온으로 숙성시키는 그뤼에르 치즈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으로, 에멘탈은 그뤼에르 치즈에 비해 덜 짜고 고소한 맛으로 대중적인 명품 치즈로 꼽힌다. 치즈 제조공장 스위스의 대표적인 명품 치즈인 에멘탈 치즈의 제작과정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치즈를 판매도 하며, 레스토랑에서는 치즈요리를 즐길 수도 있다. 베이커리 벡Beck에서는 다채로운 빵, 제과류를 구입할 수 있다. 무료로 입장할 수 있으며, 가이드 투어는 최대 30명까지 130CHF에 이용할 수 있다. www.showdairy.ch 에멘탈 치즈공방에서는 18세기식 전통 치즈 제조법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에멘탈 치즈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 온도를 바꿔주는 건조법으로 기포가 발생하는 까닭이다 Farm House팜하우스소 젖짜고 말 밥 주고 ‘리얼’ 농촌체험 에멘탈에서 치즈공장만 구경하고 떠나기는 뭔가 허전해 가장 평범한 스위스 시골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팜하우스Farm House를 찾아갔다. 부르크도르프Burgdorf 기차역에서 468번 버스를 타고 치에켈레이Zielgelei 정거장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갔더니 가축 냄새가 물씬 풍기는 농장, 발음도 어려운 배트빌Battwil이 나타났다. 기웅은 조금은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정말 여기가 맞아요? 여기서 뭘 하라는 거죠?” 농장 안 쪽, 몇 채의 농가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수줍은 미소를 띈 주인 아주머니가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영낙 없는 시골 큰엄마의 행색 그대로였다. “찾아오느라 고생했지? 자, 농장에 왔으니 무얼 하고 싶은지 말해 봐. 아, 먼저 잠자리를 봐야겠구나.” (그녀는 아들뻘 되는 동양 청년들을 ‘아들처럼’ 편하고 정겹게 대했다) 외양간과 바로 연결된 침실은 한국의 시골 헛간과 다르지 않았고, 서울서 나고 자란 기웅은 적잖이 당황했다. 그런데 날씨가 우릴 구해(?) 주었다. “지금은 너무 추워서 여기서 자는 건 곤란할 것 같은데 조금 더 편안한 숙소가 있으니 거기서 자는 게 어때?” 그렇게 기웅과 기자는 다행히도 웬만한 게스트하우스보다 깔끔한 숙소에 묵게 됐다. 아줌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농장 주변을 산책했다. 푸른 밀밭과 소 떼들을 위한 목초지, 그리고 멀리 부르크도르프 성과 교회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집으로 돌아와 부엌을 ‘기습’했다. 스위스의 가정집에서 밥 짓는 풍경이 궁금했던 까닭이다. 라클렛 치즈와 감자 요리, 화이트와인 소스를 곁들인 돼지고기까지. 성찬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위스 전통 빵인 초프Zopf와 통밀빵까지. 입이 쩍 벌어진 우리를 본 엘리자베스는 “아이고, 나는 요리를 잘 못하는 편이야”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날 밤 우리는 여정 중 최고의 만찬을 즐겼고, 진한 치즈향에 적응한 기웅은 라클렛을 쉼없이 흡입했다. 식사를 하면서 아줌마의 수다를 듣는 것도 남다른 재미였다. 한국에 짧게나마 유학을 했던 딸 이야기부터 왜 에멘탈 지역 유제품의 질이 훌륭한지까지. 자식 자랑, 동물 자랑이 멈추지 않았다. 5성급 호텔, 미슐랭스타 식당에서도 누릴 수 없는 흥미롭고 배부른 밤이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농장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었다. 엘리자베스는 “아침에 소 젖을 짜보고 싶으면 7시에는 일어나야 해”라고 했는데 그보다 일찍 닭이 울어 주었다. 외양간에는 건장한 체격의 아들이 열심히 소 젖을 짜고 있었고, 아버지는 퇴비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소 20마리로부터 매일 아침 채취한 500~700리터의 우유는 바로바로 낙농회사에 납품된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해 볼거리로 소를 키우고 젖 짜기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은 없었으나 신선한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설마 이렇게 짠 젖을 바로 마시는 건 아니죠?” 기웅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물론 바로 마시지. 5도로 저온 보관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떠한 가공과정도 필요가 없는 건 그만큼 우유가 신선하고 품질이 좋기 때문이지”라고 설명을 하더니 스위스의 우유회사 에미Emmi로부터 받은 품질 평가서, 우유 판매 내역서 등을 직접 보여줬다. 엘리자베스의 설명은 이어졌다. 스위스의 유제품이 훌륭한 건 소규모 농장들이 소를 약 20마리씩 정성 들여 키우고, 신선한 풀만 먹이기 때문이고, 수천마리 소를 한번에 키우는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는 절대 우유를 바로 마실 수 없다며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어쨌든 그렇게 한 마리, 한 마리 이름 붙여가며 정성 들여 돌본 소들이 공급해 준 그날 아침의 우유는 단연 최고였다. 소 젖 짜기를 구경한 뒤, 동물농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말들에게는 건초더미를 아침식사로 챙겨 주었고, 새끼 염소들에게는 사료를 직접 먹여 줬다. 간단한 아침 노동(?)을 마친 뒤 고대하던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메뉴는 간단했다. 삶은 달걀, 커피, 우유, 어젯밤에 구운 빵, 햄, 치즈. 어떤 호텔이나 가정집에서도 맛볼 수 있는 평범한 아침식사였지만 재료의 질과 신선도는 비교할 수 없었다. 사소한 잼과 사과주스까지 모두 농장에서 나온 재료로 엘리자베스가 손수 만든 음식들은 이른 아침부터 두 남정네의 혀끝을 황홀경으로 몰아넣었다. “자, 이제 아침을 먹었으니 소화를 좀 시켜야겠지?” 또 어떤 일감이 기다리나 했더니만 나귀를 태워 주겠단다. 마침 주말을 맞아 큰딸과 친구들이 나귀를 타기 위해 놀러왔는데 우리도 끼워주겠다는 것이었다. 나귀의 털을 골라 주며 정겹게 대화를 나누던 그녀들은 익숙하게 나귀를 몰았다. 말에 비해 온순한 나귀의 승차감은 페라리가 부럽지 않았고, 조금 더 높은 눈으로 굽어본 에멘탈의 아침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녀들이 나귀를 몰아 준 탓일까? 서울 총각 기웅의 입은 귀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고, 그는 여행을 마칠 때까지 에멘탈에서의 경험을 되새김질하며 행복해했다. 팜하우스Farmhouse 에멘탈, 부르크도르프 지역에는 잠자리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약 10개의 팜하우스가 있다. 이번에 독자가 머문 베트빌Battwil 농장은 특별히 당나귀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신선한 목장 우유와 식사도 일품이다. 헛간에서의 1박은 25CHF이다. www.bauernhof-baettwil.ch 에멘탈 지역의 한 농가에서 하룻밤 머물렀다. 젖소, 염소, 양, 당나귀, 말, 돼지, 닭, 오리 등등 농장 주인은 일일이 손을 꼽아가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있는지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말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농장에서 맛본 스위스 가정의 가장 평범한 두끼 식사는 이번 여정 중 단연 최고였다. 모든 재료는 농장에서 바로 공수했으니 그 신선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travie info 스위스 여행의 필수 어플┃SBB 스위스철도청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1분 1초도 어긋남이 없는 스위스의 모든 교통 정보를 담고 있다. 환승 시간, 도보 이동시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 준다. 네트워크 되는 곳에서만 검색이 된다. 웹사이트 www.sbb.ch도 유용하다. Swiss Hike 스위스의 주요 하이킹 코스를 상세히 안내해 주는 앱으로, 한번 다운 받아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번에 여행한 대부분의 하이킹 코스도 포함돼 있다. 거친 산 속 호젓한 휴식 Valais발레 다음 목적지는 스위스 남부에 위치한 산악지역 발레주Valis. 마테호른의 관문도시인 체르마트Zermatt로 가기 전, 온천마을 로이커바트Leukerbad에 서 몸을 녹였다. Leukerbad로이커바트 스트레스가 금지된 물의 나라 굽이굽이 거친 바위산을 버스를 타고 오르면서 마주한 풍광은 이전의 산들과는 또 달랐다. 스위스 최대의 와인 생산지인 발레에는 계단식 포도농장이 가파른 비탈을 덮고 있었다. 로이커바트에 도착하자 뾰족뾰족한 형상이 거칠어 보이는 바위산이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기웅은 역시나 산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가이드에게 “케이블카를 타면 저 봉우리까지 갈 수 있는 거죠? 어서 구름이 걷혀야 기막힌 풍경을 볼 수 있을 텐데”라고 묻자 가이드는 “너무 서두르지 마. 로이커바트에서 스트레스는 금지돼 있거든”이라고 눙을 쳤다. 로마시대부터 온천 휴양지로 명성을 떨친 로이커바트에서 제대로 온천을 만끽하려면 몸을 조금 피곤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하여 우리는 가벼운 하이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소담스러운 샬레식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마을을 지나 온천물이 솟아나는 온천협곡Thermal Canyon을 걸었다. 이곳에서 하루에만 3,900만 리터의 온천물이 솟아난다고 하니 예로부터 괴테, 마크 트웨인, 레닌 등등 유명인들이 이곳에서 뜨끈한 온천수에 몸을 녹였다 갔다는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음엔 겜미패스Gemmi Pass로 향했다. 그런데 옅은 구름과 눈발 때문에 스위스에서도 가장 험하다는 트레킹 코스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나 이곳은 스위스가 아니었던가.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2,350m에 달하는 전망대로 순간이동을 감행했다. 1200년경에 개통된 겜미패스는 발레주와 베른Bern주를 연결하는 통상의 길로 모파상과 셜록 홈즈의 작품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악명이 높다. 수직에 가까운 암벽에 지그재그로 난 길을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이 길은 하이킹 마니아라면 도전해 볼 만한 코스다. 40년 전 눈으로 온천욕을 즐기다 이제 온천을 즐길 시간. 부르거바트Burgerbad와 알펜테름Alpentherme이 양대 온천으로 꼽히는데 부르거바트는 워터파크 형태로 가족여행객들이 즐기기 좋고, 알펜테름은 사우나, 스파 등이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성격이 달랐다. 알펜테름은 실내와 노천 풀장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다. 기웅은 웅장한 산세를 감상하며 온천을 즐기기 좋은 노천 풀장으로 바로 향했다. 궂은 날씨는 온천에서는 색다른 재미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머리 위에는 눈에 소복이 쌓이고 물에 담긴 몸은 뜨끈뜨끈 녹아내리는 기분이 오묘했다. 온천수는 40년 전에 내린 눈이 지하 500m까지 스며들어가 다시 끓어오른 물이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70년대에 로이커바트를 적신 눈으로 목욕을 한 것이었다. 온천에는 발레식 사우나도 있었다. 말로만 듣던 ‘전라’로 입장해야 하는 사우나였다. 기웅은 사우나 입구에서 “진짜 다 벗어야 하는 거에요?”라고 쭈뼛거리고 있는데 웬걸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며 어색하게 사우나와 냉탕을 오갔다. 분명 한국의 온천에 비하면 자극적이지는 않았으나 칼슘, 나트륨, 철분 등 130가지 성분이 담겨 있는 로이커바트의 온천수와 충격적인 사우나는 그날 밤 우리에게 가장 달고 깊은 잠을 허락했다. 로이커바트 추천 온천┃부르거바트Burgerbad 온도별로 10개의 풀장으로 이뤄진 가족형 온천시설이다. 미끄럼틀, 마사지풀 등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으며 사우나와 수영장도 있다. 3시간 이용권은 23CHF, 하루 이용권은 29CHF. www.burgerbad.ch 알펜테름Alpentherme 부르거바트에 비해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한다. 사우나는 전라로 입장하며, 로만-아이리시 스파와 테라피 시설도 있다. 사우나까지 이용할 수 있는 5시간 이용권은 39CHF. 하루 이용권은 53CHF. www.alpentherme.ch 겜미 케이블카 로이커바트와 겜미패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왕복 3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emmi.ch Zermatt체르마트 스위스 산악 체험의 클라이맥스 로이커바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아침, 날이 맑게 갰다. 온천으로 재충전을 한 탓일까, 기다리던 마테호른을 만날 순간이 다가와서일까. 기웅은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고 열차가 체르마트에 접근할수록 바쁘게 차창을 좌우로 오가며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체르마트 역에서 내려 마을 안쪽으로 조금 걸어 들어갔을 때 북쪽으로 마테호른이 그 환한 얼굴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푸른 하늘, 초록색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산과 오래된 샬레식 주택들이 조화를 이룬 풍경에 화룡점정으로 뾰족한 마테호른이 더해지니 완벽한 한 폭의 그림이 만들어졌고 기웅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먹먹한 표정을 띄고 있었다. “저 봉우리 하나를 보려고 이곳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유를 알겠어요.” 며칠 전 내린 눈 때문에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는 폐쇄돼 있었다. 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퓨리Furi역에서 다시 체르마트로 내려오는 길을 걷기로 했다. 체르마트 관광청 직원이 추천한 레스토랑 레마모트Les Marmottes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만끽하며 퐁뒤와 스위스 전통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웠다. 다양한 스위스 치즈와 화이트와인을 팔팔 끓여 빵을 찍어 먹는 스위스 전통식을 이처럼 찬란한 풍경 아래서 즐길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체르마트로 향하는 내리막길에는 오래된 목조 건물들과 양떼들,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마테호른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고르너그라트Gonergrat 열차에 올라탔다. 스위스 최초의 톱니바퀴식 산악열차는 느긋하게 산을 밟아 올라갔다. 기차가 방향을 꺾을 때마다 다른 각도의 마테호른이 보였고, 수목한계선을 넘어선 뒤로는 순백의 눈천지가 펼쳐졌고, 눈 위에는 동물 발자국만이 희미했다. 마침내 고르너그라트 정상에 위치한 정거장에 도착했다. 막차여서인지 인적이 드물었다. 굳이 막차를 탄 까닭은 산 정상에 있는 고르너그라트 3100 쿨름 호텔Kulm Hotel에 묵기 위함이었다. 해발 3,100m.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호텔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사위가 어둑해진 밤, 식당에 모인 여행객들은 마치 성지순례자처럼 창밖 풍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경건하게 저녁식사를 즐겼다. 객실에 침을 풀고 창을 열었다. 마테호른 봉우리가 정면으로 한눈에 들어왔다. 저녁과 아침, 두 차례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기웅은 넋을 놓고 봉우리를 바라다봤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해가 뜨면서 달라지는 그 기묘한 색을 보면서 오랫동안 간절히 바라온 풍경을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겼다. 3100 쿨름호텔 고르너그라트 1907년에 개장한 호텔로 스위스에서 최고 높이에 위치한 숙소다. 호텔이 위치한 전망대에서는 29개의 4,000m급 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데 이 봉우리들의 높이로 객실 번호를 매겼다. 풍광만큼 수준 높은 식사를 제공한다. 건물 위쪽의 돔은 천문 관측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 www.gornergrat-kulm.ch 고르너그라트열차Gornergratbahn 해발 1,620m의 마을 체르마트에서 해발 3,089m의 고르너그라트까지 운행하는 톱니바퀴 산악열차다. 중간에 리펠알프Riffelalp, 리펠베르그Riffelberg 등의 역에서 하차하면 다양한 하이킹 코스를 소화할 수 있다. 체르마트 기차역 바로 앞에 탑승장이 있다. 왕복 요금은 82CHF, 스위스패스 소지시 50% 할인된다. www.gornergratbahn.ch 해발 3,100m에 위치한 고르너그라트 쿨름호텔의 창밖 풍경. 별빛 쏟아지는 밤하늘과 마테호른의 기막힌 장관을 넋 놓고 바라봤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취재협조 내일투어 02-6262-5353 www.naeiltour.co.kr, 스위스관광청 www.Myswitzerland.com ●Swiss Review 풍경에 취하고 맛에 홀린 시간 5월의 스위스를, 그것도 ‘공짜로’ 다녀올 수 있다는 전화를 받고부터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특히 ‘알프스의 산 속 체험’을 테마로 했던 만큼 더욱 들뜨고 설레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토블론Toblerone 초콜릿의 상징인 마테호른을 마주하던 순간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특히 고르너그라트의 정상에 자리한 ‘3100 호텔’에서의 밤은 영영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침대에 누워 고개만 돌리면 손에 잡힐 듯 마테호른이 보였고, 주변은 온통 만년설로 뒤덮여 있어 마치 우주의 어딘가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마테호른에 비하면 초라할지 몰라도 도착하는 순간 힐링을 느끼게 해준 리기산은 왜 ‘산의 여왕’이라 불리는지 알 만한 풍경을 선사해 주었다. 한국 여행자들에게 생소한 로이커바트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남녀 혼욕을 해본 것도 민망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탈리아의 토스카나를 연상시키는 에멘탈 지역은 압도적인 위용은 없었지만 잔상이 오래 남는 곳이었다. 특히 팜하우스는 지금껏 수많은 나라를 여행해본 경험 중 가장 이색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 라클렛을 비롯한 전통 스위스 식사와 신선한 치즈와 빵 등은 단연코 ‘생애 최고의 한 끼’였다고 할 것이다. 여행 기회를 선물해 준 내일투어와 <트래비>, 갑작스런 휴가를 허락해 주신 회사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 도전자유여행 38탄 참가자 유기웅
  • 토종 한국인, 美 미래 혁신기술 발굴 중심에 서다

    토종 한국인, 美 미래 혁신기술 발굴 중심에 서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집권 2기 정부운영 어젠다를 설명하는 회견이 열린 지난 8일. 회견의 초점은 단연 ‘대통령 혁신 펠로’(PIF)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PIF에 선발된 이들을 “국가를 위해 자신의 전문 기술로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선발된 43명의 PIF 2기 전문가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이 있어 화제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유학길에 오른 이석우(43) 박사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18년 만에 미국 내 유수한 전문가들을 제치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200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었다. 그는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에는 보스턴에서 무선 네트워킹 관련 벤처기업을 세웠다. 이 박사는 1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래 혁신산업으로 꼽히는 ‘사이버-물리 시스템’의 체계를 정립하는 역할을 맡았다” 면서 “아직 구체적인 개념 정립조차 안 된 신산업 분야인 만큼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PIF 프로그램은 ‘미국인의 삶을 향상시키고, 세금을 절약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부 혁신 방안과 신산업 분야의 기술개발 프로젝트다. 각 분야에서 선발된 민간 전문가들이 정부 부처와 연구소에 파견돼 1년간 정책을 만들고 기술을 개발한다. 이 박사는 “PIF의 컨트롤타워는 백악관이며, 미국 정부는 9개 프로젝트 가운데 사이버-물리 시스템을 미래의 미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분야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사는 지난달 선발된 PIF 43명 가운데 유일한 동양인이다. 그는 2011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한국에서 마친 ‘토종 한국인’이다. 2009년 한국계 이민 2세 고홍주·경주 형제가 나란히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과 보건부 차관보에 임명된 사례가 있었지만 한국에서 성장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고위 공직자가 된 사례는 고(故) 강영우 전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 이후 처음이다. 이 박사는 차관보급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공장의 로봇, 기계들을 따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룹으로 컨트롤해 결과물을 향상시키는 시스템이다. 로봇, 지능형 빌딩, 차세대 의료 장비,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이 분야를 성장 잠재력이 큰 미래의 혁신 기술로 보고 있다고 이 박사는 전했다. 이 박사는 “내가 맡은 역할은 이 분야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 미국 정부가 나서서 집중 연구하고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미래 먹거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사이버-물리 시스템은 한국 입장에서 볼 때도 자동차와 공장, 조선 등 전통 제조업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일주일에 3~4일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에 자리 잡은 미국 표준기술연구소(NIST)로 출근해 연구진과 함께 사이버-물리 시스템의 초기 체계를 정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요즘 공공데이터를 오픈하는 것이 화두인 것 같다”면서 “한국 정부도 기업에만 혁신하라고 하거나 돈을 푸는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산업계의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박사는 글로벌 무대를 꿈꾸는 한국 청년들에게 “진부한 말이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듯이 일단 나와서 부딪치며 이곳의 생태계를 깨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괜찮은 일자리 찾아” 청년층 취업 미루고 “노후 자금 없어” 고령층 막노동 뛰어든다

    “괜찮은 일자리 찾아” 청년층 취업 미루고 “노후 자금 없어” 고령층 막노동 뛰어든다

    급여·처우 등 고용의 질이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는 가운데 ‘괜찮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취업을 미루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면서 청년층 경제활동인구가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18일 통계청이 밝힌 ‘청년층’(15~29세)과 ‘고령층’(55~79세)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올 5월 청년 경제활동인구는 413만 3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명이 줄었다. 경제활동인구는 직장을 갖고 있는 ‘취업자’와 직장을 구하려는 ‘구직자’를 합한 것이다. 올 5월 기준으로 대졸자의 42.9%(123만 5000명)가 한 번이라도 휴학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5월보다 0.2% 포인트 늘어났고 5년 전인 2008년 5월(38.3%)과는 4.6% 포인트 차이다. 이 가운데 취업 준비를 하려고 휴학한 청년층은 1년 새 22.1%에서 23.2%로 1.1% 포인트 늘었다. 학비 마련을 하려고 휴학한 청년층도 11.1%에서 12.5%로 증가했다. 청년층의 괜찮은 일자리 선호 경향은 구직자들의 취업시험 준비 분야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일반직 공무원이 되려는 구직자 비중은 31.9%로 1년 전(28.7%)보다 3.2%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민간 기업에 취업하려는 청년층 비중은 22.4%에서 21.6%로 감소했다. 괜찮은 일자리를 찾아 첫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걸리는 기간도 지난해 5월 16개월에서 올해 5월 15개월로 단축됐다. 5년 전(20개월)과 비교하면 5개월이나 짧아졌다.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장은 “이처럼 청년층 고용률이 낮은 것은 실제 일자리가 부족하다기보다 근로조건이 열악해 발생하는 미스매치(원하는 근로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맞지 않음)의 문제”라면서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경제민주화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근로조건이 향상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년층과 달리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경제활동인구는 589만 7000명으로 지난해(559만 9000명)보다 5.3%, 2008년(457만 1000명)보다는 29.0% 증가했다. 하지만 고령층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생계난 때문에 은퇴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 5월 기준으로 일하려는 이유로 54.8%의 고령층이 ‘생활비에 보태려고’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 고령층도 증가했다. 고령층 취업자의 직업은 단순노무노동자(27.6%)가 가장 많았다. 아파트 경비원 같은 기능·기계조작 종사자가 20.3%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반면 관리자·전문가 비중은 이 기간 감소(8.7%→8.3%)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창조경제’ 바람 일으킨 정부 뒷줄에 서서 기업들을 돕다

    실체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국내에 처음 ‘창조경제’ 바람을 일으킨 건 현 정부임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정부도 창조경제의 앞줄에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서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고 있다. 정부는 한 걸음 물러서 다양한 방법으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업의 융·복합과 혁신, 위기 극복 노력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지난달 정부합동으로 발표한 ‘창조경제 실현계획-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방안’으로 압축된다. 정부는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창업과 신산업 및 신시장 창출로 연결되고,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현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현계획은 3대 목표, 6대 전략, 24개 추진과제로 정리됐다. ▲혁신을 통한 일자리·새 시장 창출 ▲글로벌 리더십 강화 ▲창의성이 존중되는 사회 구현 등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총 6조 94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 사업별로는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벤처 문화’ 활성화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하고, 기업에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북돋는 ‘직무발명 보상제’ 도입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정부가 먼저 나서 국내 벤처·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들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우수조달물품 선정제’를 실시, 저력을 가진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자금 조달 경로를 다양화한다. 이달 1일부로 문을 연 ‘코넥스’(KONEX)도 중소·벤처기업 자금 조달 지원책의 하나다. 학생·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술창업 캠프’, ‘정부해외인턴십 프로그램’ 등도 활용한다. 올 하반기에는 ‘창조경제박람회’도 열어 국민들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도전과 개방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의 창조경제 실현계획은 산업화 시대 이래 지난 40여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산업 전략들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왔다. 이제는 부가가치 창출 요소가 ‘노동·자본’, ‘지식·정보’에서 ‘혁신적 기술, 창의적 아이디어’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국내 기업들의 문제 의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대기업은 창조경제 실현과 동반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를 어떻게 해석했고 현장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기업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실패 딛고 일어설 때까지 정부가 지원”

    “실패 딛고 일어설 때까지 정부가 지원”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부모님이 자식 생각하듯이 ‘한번 도와줬으니 됐다’가 아니라 일어설 때까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정부가 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 3대 국정과제위원회의 하나인 청년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청년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학벌보다 창의성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고, 청년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마음껏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발명왕 에디슨도 실패를 딛고 성공했듯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한다”며 “이런 창의성과 능동성에 청년 문제 해결의 열쇠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위는 ▲청년 일자리 창출 ▲청년 발전 정책 추진 ▲청년 소통 및 인재 양성 등 3대 추진 전략 가운데 청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 숨어 있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교육·노동·시장을 융합해 범부처적 관점에서 청년 고용 대책을 마련해 이를 관계 부처에 제안키로 했다. 청년위는 ‘청년’의 범위를 19~39세(약 1538만명)로 정의했다. 남민우 청년위원장은 회의를 마친 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위의 제1목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며 “각 부처와 협력해 청년 취업과 창업이 늘어날 수 있도록 많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걸림돌을 치워 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벤처 1세대 대표주자로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인 남 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와 협의해 오는 11월까지 서울 세종로 KT 광화문빌딩 1층의 녹색성장 체험관을 ‘창조경제 청년마당’으로 개조하는 방안과 해외 창업 지원을 위한 ‘K-무브 취업 프로젝트’ 추진, ‘정부3.0’과 청년 일자리 창출 연계 구상 등 향후 활동 계획을 전했다. 위원회 내의 일자리 창출 분과위원장에 신용한 지엘인베스트먼트 대표, 청년 발전 분과위원장에 손수조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장, 소통·인재 분과위원장에 박칼린 한국예술원 뮤지컬학부 교수가 선임됐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고향극장(KBS1 밤 10시 50분) 우리나라 3대 파시 중 하나로 손꼽히던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는 평균 나이는 73세지만 여전히 건장한 어부들이 살고 있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던가. 이제는 젊은 어부들의 만선을 내심 부러워하는 처지가 됐으니 앞일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오늘도 어김없이 펼쳐지는 이들의 용감무쌍한 도전, 왕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두리둥실 뭉게공항(KBS2 오후 5시) 포스킹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을 태우고 비행하게 된다. 포스킹은 올디가 마라톤에서 꼴찌 한 선수를 태우고 비행하게 되자 올디를 놀리느라 여념이 없다. 그러던 중 함께 위험에 빠졌던 올디가 먼저 탈출하게 된다. 한편 포스킹은 자신이 올디를 놀렸기 때문에 올디가 구하러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MBC 밤 11시 20분) 배우 이시영이 출연해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빚어진 판정 논란에 대한 심경을 밝힌다. 데뷔 이후 첫 단독 토크쇼에 출연하는 이시영은 그동안 조심스러워했던 복싱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성형에 대한 솔직한 발언부터 체중 조절을 위한 피나는 노력과 어린 시절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나눈다. ■KBS 파노라마(KBS1 밤 10시) 내가 가고 싶은 직장의 문은 좁기만 하고, 들어가더라도 왜 만족할 수가 없을까.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은 넘쳐나는데 왜 기업들은 인재난에 허덕이는 걸까. 2부 ‘청춘, 일을 취하다 김난도 편’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부터 학생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담아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일자리 찾기 전략을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대한민국 화해 프로젝트 용서(EBS 밤 9시 50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역 배우로 유명한 김영식과 정일로 활동하는 트로트 가수 정재덕. 김영식은 외국 매체에는 안 나온 곳이 없을 정도다. 그러다 오랜 꿈인 트로트 가수를 준비하며 정재덕과 인연을 맺는다. 하지만 7년 전 가요제에서 처음 만나 호형호제하던 두 사람은 정일이라는 이름 때문에 원수가 됐다. ■휴먼다큐 아버지와 딸(OBS 밤 11시 5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부녀지간의 희로애락을 통해 현대인의 고단한 일상과 사랑을 재조명하고 희망을 전달한다. 일반인과 화제의 인물, 사회 각계각층의 부녀들이 출연할 예정이며 다양한 부녀 관계를 통해 가족의 참의미도 되돌아볼 수 있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방송인 곽현화와 경상도 아버지 곽홍민씨의 사연으로 시작한다.
  • ‘가발, 머리에 쓰는 옷’ 역발상 개발부터 영업까지 들이대라

    ‘가발, 머리에 쓰는 옷’ 역발상 개발부터 영업까지 들이대라

    서른여덟 살 애가 둘 딸린 12년차 전업주부, 가족 반대를 무릅쓴 1인 창업, 창업 아이템으로 사양산업인 가발 선택, 제품개발부터 영업까지 나홀로 개척…. ‘가발 대신 헤어웨어’라는 모토를 내걸고 창업한 김영휴(51) 씨크릿우먼 대표의 13년 전 모습이다. 정수리 헤어스타일을 풍성하게 보이는 부분가발 제조사인 씨크릿우먼은 지난해 매출 93억원을 달성했다. 가발 관련 특허를 60개 이상 확보했고, 백화점 매장 30곳에 입점한 제품은 ‘명품’으로 등극했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15일 발명의날에 산업포장을 받았다. “그래도 청년들에겐 창업자금 지원과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기회, 저와 같은 멘토가 함께합니다. 체계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지금 창업하세요.” 지난 5일 부산 벡스코에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대학생 과학기술동아리 창업워크숍 멘토로 나선 김 대표는 “창업을 한 뒤 ‘들이대’에서 ‘M&H학 박사’가 된다는 마음으로 사업을 하라”며 대학생들을 독려했다. 가수 김흥국의 유행어이기도 한 ‘들이대’는 어디든 먼저 찾아가서 제품을 홍보하겠다는 마음가짐이고, ‘M&H’란 ‘맨땅에 헤딩’의 줄임말로 돈·인력 부족을 탓하기 전에 먼저 시도해보는 태도란다. 김 대표는 “20대에 창업해서 겪는 좌충우돌은 인생의 노하우가 될 것”이라면서 “스스로 들이대고 스스로 터득하라”고 했다. 김 대표는 ▲걸림돌의 디딤돌화 ▲기존 사업과의 차별화 전략 ▲소비자를 위한 브랜드화를 ‘맨땅에 헤딩해도 골을 넣을 3가지 전략’으로 소개했다. 디딤돌화는 ‘사회생활을 안 해본 주부가 자금도 없이 사업을 한다’던 비판에 대한, 차별화 전략은 ‘한물 간 가발에 손을 댔다’는 비아냥에 대한, ‘브랜드화’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가발 같지도 않은 제품’이란 편견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경험없는 주부라는 비판에 맞서 직원이 할 일까지 피하지 않고 모두 배웠고, 머리가 빠지면 쓰는 게 가발이란 기존 생각을 넘어 가발을 ‘시선권력’을 갖기 위해 머리에 쓰는 옷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면서 “접근법이 다르니 과거의 가발과는 전혀 다른 제품이 나왔고, 덕분에 특허를 내고 브랜드화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산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탈북청년 비틀스 만나다’

    KBS한민족방송(AM 972㎑)은 오는 10~12일 밤 12시 10분 3부작 특별 다큐멘터리 ‘탈북청년 비틀스를 만나다’를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남한 정착 중 비틀스 음악으로 위로를 받은 탈북 청년들의 영국 음악여행기를 담았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여행을 후원했고, 포크 그룹 ‘자전거 탄 풍경’의 강인봉이 인솔했다. 여행에는 서강대 4학년인 정대성군과 서울대 1학년 한지후군, 성신여대 2학년 이가영양이 함께 했다. 이들은 8박10일간 영국을 돌며 비틀스 팬들의 성지인 런던의 애비 로드 위에 섰고, 존 레넌의 여동생 줄리아 베어드를 만나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노래 ‘이매진’을 합창했다. 비틀스의 단골 공연무대였던 리버풀 카번 클럽에선 북한가요를 공연해 비틀스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 [정전협정 60년] “지척의 北기정동에 형님 두고도 60년간 못 만나”

    [정전협정 60년] “지척의 北기정동에 형님 두고도 60년간 못 만나”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면제받지만 평생 농사지은 경작지의 땅 한평조차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는 곳. 시집온 며느리는 주민이 될 수 있지만 시집간 딸은 주민이 아니어서 친정 왕래조차 쉽지 않았던 곳. 최북단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DMZ) 안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민간인 거주지 대성동 마을의 얘기다. 대성동 마을은 ‘남북 비무장지대에 1곳씩 마을을 둔다’는 정전협정 규정에 따라 북측의 기정동 마을과 함께 1953년 8월 조성됐다. 행정구역상 경기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이며 현재 50여 가구 2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대로 이 마을에서 생계를 일궈 온 주민들은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영문도 모른 채 ‘특별구역’ 주민으로 60년을 살아왔다. 대성동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60년 분단의 ‘나이테’를 몸에 새긴 마을 주민 박필선(80), 김경래(77)씨를 3일 파주시 문산읍에서 만났다. 대성동 마을은 최근 남북 간 군사 긴장이 고조되면서 출입이 더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전쟁이 난 건 그날 아침에 알았어요. 그 전에도 포 쏘는 소리는 종종 들어서 양측이 또 교전을 하나 보다 했는데 웬걸, 전쟁이 터졌다는 거예요. 임진강을 건널 배도 없고 해서 그냥 살았죠.” 김씨는 14살이 되던 해 이 마을에서 전쟁을 맞았다. 밤에는 한국군이, 낮에는 인민군이 마을을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마을 청년들은 숨을 죽인 채 3년을 살아야 했다. 인민군이 국군으로 위장하고 마을로 들어오는 바람에 환영을 나갔다가 붙잡혀 간 마을 주민도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잡혀간 주민 중 돌아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옆 마을 기정동에 친형님을 두고도 60년간 만나지 못했다. 박씨는 “왕래를 못 하니 아직도 큰형님이 기정동에 사는지, 돌아가셨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아직도 지척인 옆 마을에 사신다고 생각하고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에서 정전협상이 한창일 때도 마을 청년들은 총을 들고 마을을 지켜야 했다. 협상이 벌어지는 동안 판문점 반경 2㎞ 내에서는 교전이 금지됐지만 양측 군대가 조금씩 밀고 들어오면서 판문점과 1.5㎞ 떨어진 이 마을에서는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김씨는 “마을 청년 13명이 소총을 들고 지켰다”며 “마을 산기슭에까지 포탄이 날아들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마을을 지켜냈지만 휴전 이후에도 대성동의 수난은 계속됐다. 1997년 도토리를 줍던 마을 주민 홍승순씨 모자가 북한군에게 끌려갔다가 5일 만에 풀려났고, 이보다 앞선 1975년에는 마을 부근에서 북한군 2명이 농부를 강제로 납치하기도 했다. 김씨는 “1960년대에 마을 주민 한 명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는데 어찌나 끔찍하던지, 그때는 정말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북한의 ‘임진각 군사적 타격’ 위협에 마을의 모든 주민이 잠시 벙커 신세를 지기도 했다. 박씨와 김씨는 “남들은 우리 마을이 병역도, 납세 의무도 없다며 부러워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박씨는 “통일이 돼 집도 논도 없이 설령 빈손으로 이 마을을 떠나게 된다 하더라도 가장 큰 희망은 통일”이라고 말했다. 문산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노벨상 석학, 대학원생 멘토로

    노벨상 석학, 대학원생 멘토로

    “우리는 이제 과학적 진실의 겉표면을 만지기 시작한 단계입니다. 연구를 통해 증명해야 하는 분야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떤 분야든지 자신이 열정을 갖고 연구할 수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3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음식점에서 1998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노교수와 국내 학생들이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주고받는 ‘노벨 런치’가 열렸다. 2008년부터 건국대 석학교수를 지내고 있는 루이스 이그내로(72) 교수는 식사를 함께 한 5명의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에게 선배 의학도로서 자신의 연구 활동과 진로 설정 과정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했다. 일흔 살이 넘은 나이에도 그는 자리를 함께한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활기찼다. 어려운 연구생활 가운데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도 열정이라고 조언했다. 이그내로 교수는 이날 참석한 학생 5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대학원생과 멘토링을 맺고 앞으로 이메일 등을 통해 소통하기로 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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