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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서비스산업 일자리에 청년의 길 있다/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기고] 서비스산업 일자리에 청년의 길 있다/박용호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요즘 대한민국 청년은 희망과 꿈이 있는 설렘의 대상이 아니라 N포 세대라 불리며 답답한 세대가 되었다. 기성세대에겐 평범했던 졸업-취업-결혼-출산의 경로를 요즘 청년들은 미룰 수밖에 없게 됐다. 청년 실업률은 8%대로 전체실업률의 2배가 넘는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는 청년층은 116만명에 달한다. 청년들의 인생 경로가 순조로워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일자리가 있어야 학교에서 나와 노동시장에 뛰어들고 결혼, 출산도 생각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일자리 여력이 있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그 답은 바로 서비스산업 육성이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더이상 제조업에 기대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서비스산업의 고용 창출 효과는 제조업보다 2배 정도 높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이 10억원 늘어나면 제조업 일자리 창출 인원은 9.3명이지만 서비스산업은 16.6명에 달한다. 서비스산업의 생산성이나 투자가 선진국의 90% 수준에 근접할 경우 2030년까지 최대 69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5년 10월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와 KDI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교육, 금융 등 서비스산업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이 80%에 달한다. 한정된 일자리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하기보다 고부가치 서비스산업을 적극 육성하여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의 파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청년들이 서비스산업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최인석 아시아 뷰티 MCN 레페리 대표가 있다. 그는 경제적으로 사무실을 구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사무실로 삼고 도전 정신과 열정으로 산업 간 경계를 넘어 서비스산업 융합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금은 홍콩, 중국 등 세계로 진출, 뷰티 콘텐츠 산업의 선두에 서 있다. 이제는 서비스산업 육성에 정부, 국회, 기업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회는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낼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서비스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서비스산업 발전에 근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및 발전 방안 마련 등 보다 획기적인 정책 방안 마련에도 고심해야 한다. 또 올해부터 크라우드펀딩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다. 다양한 콘텐츠와 설명회 등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쉽게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대중에 의한 투자 방안이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업들도 청년 고용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부문에 투자를 늘리고 산학 협력 연계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일자리 창출’이 바로 청년 문제 해결의 답이다. 이제는 정부, 국회, 기업 모두가 청년을 응원하고 있음을 보여줄 때이다.
  • 경북도, 새해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 ‘올인’

    경북도, 새해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 ‘올인’

    경북도가 새해 벽두부터 청년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는 올해 도정의 제1 목표인 청년 일자리 창출에 역량을 결집해 나갈 방침이라고 12일 밝혔다. 경북도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청년취업과를 신설했다. 이어 이장식 전 도시계획과장을 청년취업과장에 발령했다. 김관용 경북지사가 이 과장의 평소 탁월한 업무 추진 능력과 특유의 친화력 등을 평가해 직접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청년취업과는 청년과 기업 간의 일자리를 연결해 주고 기업들이 지역 청년들을 많이 취업할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추진한다. 도는 또 올해 김천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 지역 인재 30%를 채용시킨다는 목표로 실·국장들이 맨투맨식으로 이전 공공기관을 맡아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지난 8일 정병윤 경제부지사는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기술㈜과 교통안전공단을 잇따라 방문,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지역인재 채용 확대를 논의했다. 도와 이전기관들은 대학까지 참여시키는 ‘지역인재채용협의회’를 구성해 채용정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방안에 강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에도 지역 청년 채용을 부탁하고 있다. 이달 초 포스코·삼성전자 임원급 관계자들을 지사 공관으로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면서 청년 취업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오는 20일에는 LG그룹 간부급들에게 만찬을 대접할 계획이다. 정 부지사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 정말 시급해지고 중차대해졌다”면서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담 조직과 인력이 확보되고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동참 의지를 나타내는 등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바닷가 알몸 조깅…SNS 스타 된’해변의 광인 청년’

    바닷가 알몸 조깅…SNS 스타 된’해변의 광인 청년’

    찜통 더위를 참지 못한 것일까 주체할 수 없는 노출증이 절정에 달한 것이었을까? 아침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바닷가에서 조깅을 하는 청년이 카메라에 잡혔다. 엽기적인 조깅사건은 여름이 한창인 아르헨티나의 최대 해변도시인 마르델플라타에서 최근 벌어졌다. 20대로 보이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끼고 늘어진 산책로에서 누드 조깅을 즐겼다. 마르델플라타에는 매년 여름이면 피서인파 수백 만이 몰린다. 클럽에선 밤샘을 하는 청년이 넘친다. 남자가 누드로 조깅을 즐긴 시간은 공교롭게도 클럽에서 밤을 지샌 청년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간대와 겹쳤다. 부끄러운 부위를 노출한 채 힘차게 달리는 남자는 단번에 눈길을 끌었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고, 남자들은 낄낄거리며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달렸다. 사진과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줄지어 오르자 현지 언론도 전례 없는 알몸 조깅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현지 언론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름도 확인되지 않은 남자에게 붙인 애칭(?)은 '알몸으로 해변을 달리는 미치광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면서 긴 애칭은 '해변가의 미치광이'로 줄었지만 사건에 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인터넷엔 온갖 소문이 무성했다. "진짜로 미친 사람인 게 분명한데...", "미친사람 같진 않음. 무언가 소신을 갖고 달리는 사람처럼 보임"이라는 등 의견이 무성했지만 남자가 알몸으로 달린 이유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남자가 주변에 있는 누드해변을 가던 중이었던 것 같다는 이색적인 해석도 나왔다. 실제로 마르델플라타 남쪽에는 알몸으로만 입장이 허용되는 누드해변이 있다. 누드해변은 잡상인 출입금지,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금지, 성적 행위 금지 등 엄격한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수영복 사용은 물론 금지돼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경찰은 "동영상과 사진을 봤지만 아직 누군가 신고를 하진 않았다"면서 "지금으로선 남자를 수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노티시아스아르헨티나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박원순 시장 청년 1인가구 주거공간 방문

    박원순 시장 청년 1인가구 주거공간 방문

    박원순(가운데) 서울시장이 11일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공간 셰어 어스(SHARE-US)를 방문, 의견을 듣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들에게 공간, 주거, 일자리 등 20개 사업을 종합 지원하는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연합뉴스
  • [데스크 시각] 100마리 원숭이와 헬조선/안동환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100마리 원숭이와 헬조선/안동환 문화부 차장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청계천변에 문을 연 문화창조벤처단지(셀·cel:creative economy leader)에 입주한 93개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인 A사는 새해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공고를 냈지만 1년째 직원을 단 1명도 뽑지 못했다. 독창적인 특허와 비전을 갖고 있음에도 스타트업이다 보니 지원자 씨가 말랐다. 하지만 13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엄격한 심사 끝에 셀에 입주한 만큼 직원 구하는 데도 ‘볕 들 날’이 오지 않겠느냐는 희망이다. 우수 인력을 뽑고 싶어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허다하다. 대기업이나 안정된 공무원 자리만 찾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혁신과 도전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더 우려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 지수는 세계 130개국 중 27위. 경제 규모(13위)에 비해 반 토막 수준이었다. 청년들의 술자리에서 유행가처럼 흥얼거리는 말들이 ‘금수저’‘흙수저’이고, ‘헬조선’(지옥 같은 한국)과 ‘탈조선’이다. 우리 사회에서 느끼는 부조리와 좌절감 등 정신적 생채기가 가히 자학적이라고 할 만큼 크고 깊다는 점을 방증하는 건 아닐까. 기성세대들도 격하게 나무라곤 한다. 작은 회사에서 일할 의지도 도전 정신도 없고, 쉽게 안주하면서 부모 탓 사회 탓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청년들의 냉소적 시선을 마냥 다독이며 위로만 건넬 수는 없을 듯하다. 미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청춘은 청춘들에 주기엔 아깝다’고 독설했다. 스스로 구원자가 되지 못하면서, 구원자를 기다리며 사회에 대한 염증과 체념에만 빠져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우리는 문화가 밥 먹여주는 시대에 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문화 콘텐츠 산업의 국내총생산(GDP)은 2011년 82조 9000억원(매출액 기준)에서 2012년 87조 3000억원, 2013년 91조 2000억원, 2014년 95조 3000억원으로 매년 평균 4.7%씩 성장 중이다. 문화창조 산업의 부가가치액은 국내 GDP의 6~7%를 차지한다. 세계 각국은 ‘크리에이티브 브리튼(영국)’, ‘크리에이티드 인 차이나(중국)’, ‘디자인드 인 싱가포르(싱가포르)’를 부르짖으며 문화 예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혁신적 성장의 활로를 찾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 셀의 스타트업 청년들은 미래 문화 산업 부문을 이끌, 이른바 ‘첫 번째 원숭이’들이다. 1950년 일본 미아자키현의 무인도 고지마섬에는 야생 원숭이 무리가 살았다. 흙이 묻은 고구마를 주자 처음에는 손으로 털어 먹었다. 얼마 후 원숭이 몇 마리가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게 목격됐고 수년 후에는 무리 대부분이 새로운 방식으로 고구마를 먹었다. 재미있는 현상은 고지마섬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원숭이 무리도 바닷물에 고구마를 씻어 먹는 행동 양식이 관측됐다는 점이다. 미국 생태학자 라이언 왓슨은 일본 원숭이의 행동을 연구해 처음으로 도전하는 개체 수가 ‘임계치(100마리)’에 도달하면 다른 집단으로 새로운 행동 양식이 확산된다는 ‘100마리째 원숭이’ 이론을 만들었다. 첫 번째 원숭이의 혁신이 100마리째가 되면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는 얘기다. 도전자는 그 자신이 첫 번째 원숭이가 되어 추종 무리를 만들어 나간다. 한 마리 원숭이가 100마리, 1000마리 원숭이를 만들면 세상은 바뀐다. ‘노오력’과 ‘노력’은 구별해야 한다. ipsofacto@seoul.co.kr
  • [사설] ‘꼼수 임금’에 눈물 흘리는 청년 알바생들

    ‘파렴치’라는 표현밖에는 할 수가 없다.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아르바이트(알바) 청소년들의 임금을 상습적으로 떼먹은 PC방 업주가 구속됐다. 이 업주는 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입대 직전의 청년들을 알바 직원으로 고용했다. 임금을 일부러 체불하고는 알바생들이 지쳐 포기할 때까지 버텼다. 그런 수법으로 22명에게서 5400만원의 임금을 떼먹으려 하다가 걸린 것이다. 알바생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힘없는 청소년 알바생들의 임금에 손대는 양심 불량 업주가 적지 않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물론 아니다. 답답한 마음은 그래서 더하다. 새해 들어 최저임금 시급이 6030원으로 오르면서 몰염치 업주들의 횡포는 더 심해진 모양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이 450원씩 더 오르자 기존에 지출하던 임금 수준에 맞추려고 갖은 꼼수를 부린다니 기가 막힌다. 영업 준비와 폐점 정리를 근무시간으로 계산하지 않는다거나 강제로 휴식시간을 늘리는 식이다. 주 15시간 근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알바 쪼개기’를 하는 행태도 비일비재하다. 한 사람에 매주 최대 14시간만 알바 근무를 시키는 방식이다. 구직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알바는 용돈 벌이가 아니라 생계 수단인 경우가 많다. 사용주들은 함부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하는 그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한다. 사용주의 부당 행위를 호소하는 청소년 알바생은 해마다 크게 는다. 지난해는 1만 5000여건으로 재작년의 두 배가 넘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그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 청년 근로자의 비중은 급증하는 추세다. 2005년 22.8%였던 시간제 비중은 지난해 46.3%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러니 별다른 대책이 없으면 알바 현장의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그런 까닭에라도 시간제 근로자의 최소 권익만큼은 철저히 보호돼야 하는 것이다. 청년 알바생은 근로 현장에서 약자 중의 약자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 신고를 해도 사용주가 미지급 임금을 뒤늦게 지급하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이런 물렁한 법으로 불량 고용주들의 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치겠는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을 체불한 업주는 정신이 번쩍 나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알바 임금으로 꼼수 부렸다가는 된서리를 맞는다는 인식이 들어야 한다.
  • [열린세상] 인사예고제 실시하자/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인사예고제 실시하자/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연말연시 일간신문의 ‘인사’란은 승진과 전보자 명단으로 빽빽하게 채워진다. 인사의 홍수랄까.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을 막론하고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특히 새해는 인사와 함께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연말연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 년 내내 수시로 생중계하듯 발표된다. 연간 발표되는 인사 인원만 줄잡아 수만명에 이른다. 신문에 나지 않는 인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인사 명단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최종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 개인의 영광과 좌절이 냉정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승진이나 영전을 하면 능력의 상징으로 회자되고, 좌천이나 해고되면 무능의 결과로 인식되기 쉽다. 더욱이 인사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노심초사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을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서류 한 장에 적힌 조직의 명령을 묵묵히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인사의 두려움은 두 가지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발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 없는 것이 인사라고 한다. 인사 기준도 수시로 바뀌고, 인사 결정도 즉흥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피인사자’들은 인사권자의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에 자신의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깜짝 인사’는 결국 인사 실패의 원인이 되곤 한다. 몇 년 전 어느 장관은 발표되기 한 시간 전에야 자신이 장관 후보로 내정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 모 차관은 오전 행사 도중 전화로 퇴임 통보를 받았고, 모 장관은 해외 출장 중 면직 통보를 받기도 하였다. 정식 통보 절차도 없이 방송을 통해 교체 사실을 확인한 차관들도 많다. 이들 대부분은 행사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곧바로 이임식을 한다. 20년 넘게 해온 공직생활을 서둘러 마감하고 씁쓸한 마음으로 짐을 싼다. 인사 발령을 받은 고위공무원이나 실무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인사 내용도, 인사 일자도 예측할 수가 없다. 두 번째로 사전 예고가 없다는 점이다. 인사 내용이 확정되었더라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소위 ‘물밑작업’이라는 비공식적인 사전조정 과정에서 일부 노출되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인사 정보는 발표 당일까지 최고의 비밀로 취급되는 탓이다. 외부 압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를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그러다 보니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몇 년 전 강릉으로 발령 난 공무원이 1년 후 제주도로, 다시 2년 후에는 군산으로 발령이 난 것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지방 발령 소문을 듣고 인사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고 애원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검찰은 물론이고, 교육·세무·환경·노동 등 대부분의 기관에서 지방 근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외교관이나 군인 등 일부 직종을 제외하고는 인사 당일 또는 불과 며칠 전에 본인에게 인사 명령을 통보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중장기적 예측이나 예고도 없다. 매년 초 정부는 국가공무원 선발시험계획을 발표한다. 수험생들에게 연간 일정을 확인하고 준비하라는 사전 예고다. 하지만 불과 한 달 후 바로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최소 2~3년 전부터 공직을 생각하는 수험생들의 기대와 정부 발표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있는 것이다. 선발 인원과 시험과목도 수시로 변경된다. 과거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시험과목이 졸속 변경된 사례도 있었고, 새로운 직렬 신설 시 불과 몇 개월 전에 시험과목이 확정되기도 한다. 교사 임용고시의 경우 지역별 널뛰기 선발 인원에 수천명의 지망생들이 불면의 밤을 보내기 일쑤다. 이제 인사의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 채용에서부터 이동과 승진, 평가와 퇴직에 이르기까지 예측 가능하게 할 수는 없을까. 또 인사의 방향과 기준, 내용과 방법, 일자까지도 충분히 예고하면 어떨까. 대학입학 전형은 3년 예고제를 시행하고 있다. 국가 중기재정계획도 5년 단위로 발표한다. 구글은 ‘피플 애널리틱스’(People Analytics)라는 팀을 만들어 인사를 예측하고 전략적으로 기획한다고 한다. 올해부터라도 취업하려는 청년들과 직장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
  • ‘디딤돌’로 일자리 찾기

    ‘디딤돌’로 일자리 찾기

    서울 중구 필동로 동국대에서 진행 중인 SK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이 지난 7일 종이컵 쌓기 게임을 통해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을 체험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 30대 여성 디자이너 김빈 더민주 입당

    30대 여성 디자이너 김빈 더민주 입당

    청년 디자이너 김빈(본명 김현빈·34·여)씨가 11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김빈 디자이너는 엘지전자에서 8년간 휴대전화 디자인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2013년 빈컴퍼니를 창업, 전통 소재와 문양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어 해외 산업 박람회와 전시회 등에 출품해왔다.그는 세계 최대 장식 디자인 박물관인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에서 2년 연속 초청 전시회를 여는 등 국내외 여러 국가에서 30여 회가 넘는 작품 전시활동을 했다. 데뷔작 ‘드링클립’으로 2012년 독일 IF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10여 회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2006년과 2009년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선정하는 대한민국 차세대 디자인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 디자이너는 이날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입당 기자회견에서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정치를 재해석하겠다”며 “누구나 알고 싶고, 알기 쉽고,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정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들이 자리 잡고 뜻을 세울 자리가 없다”며 “청년들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를 키우며 세계 속에서 경쟁하며 자신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삶의 주도권을 쥐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 여부는 “당이 정해주는 대로 따를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표는 입당 회견에서 “우리 당은 더욱 젊은 인재를 한 분 또 모셨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당의 내일, 또 우리 정치의 내일 또 대한민국의 내일을 준비할 분들을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낡은 기득권 정치를 버리고 더 젊고 유능한 새로운 미래정당으로 나아가 국민께 희망을 드리고 청년들께 꿈과 열정을 드리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확산되는 무상복지, ‘부상 복지’ 걱정 안 되나

    경기 성남시가 이른바 ‘3대 무상복지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남시는 새해 출산한 산모에게 그제 수십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지급했다. 새해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선언한 산후조리 무상 지원의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앞서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 배당,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무상교복 등 3대 무상복지 사업을 올해부터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산모에게 산후조리 비용을 지원하는 일은 의미 있다. 청년 배당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실업을 견뎌야 하는 청년들에게 한 달에 다만 십만원이라도 지원하며 미래 설계를 독려할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사업이 얼마나 지속 가능성이 있는지를 심각하게 따져 봤느냐 하는 것이다. 성남시의 복지 실험을 더 지켜본 뒤에 걱정해도 늦지 않다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모두가 지지하며 지켜볼 수 있는 실험이려면 백번 천번 숙고한 뒤에 나온 것이어야 한다. 성남시의 무상복지가 사전 논의를 충분히 거쳤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런 아슬아슬한 ‘마이웨이 복지’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된다니 걱정이다. 성남시와 유사한 신규 복지사업을 하겠다는 지자체가 10곳을 넘는다고 한다. 대부분 재정 여건이 좋지 않으면서도 너도나도 선심 정책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무상복지를 해 주지 않느냐”고 요구하는 주민들도 있는 모양이다. 줬다가 도로 뺏을 복지라면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 예산 문제를 놓고 대란을 빚는 누리과정 사태만 봐도 무상복지가 얼마나 철저히 준비돼야 하는 정책인지 절감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러다가 주민들 마음에 갈등과 실망의 골만 파는 ‘부상(負傷)복지’로 전락하지나 않을지 우려된다. 우선 먹기는 누구한테나 곶감이 달다. 선심 복지의 재원은 단체장 개인 금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알토란 같은 세금이다. 중앙정부가 막무가내식 퍼주기를 작정한 지자체를 말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작 해야 교부금을 삭감하는 정도다. 복지 카드를 포퓰리즘에 활용하는 지자체장을 단속하는 몫은 결국 주민들에게 있다. 지자체장이 분별 있는 복지정책을 구사하는지, 얼마나 지속성이 있는지 이제라도 따지고 감독해야 한다. 무리한 선심 정책을 밀어붙인 지자체장이라면 꼭 기억했다가 다음 선거에서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일하고 싶다… 청춘도 발 뻗고 싶다

    일하고 싶다… 청춘도 발 뻗고 싶다

    무업사회/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곽유나 옮김/펜타그램/304쪽/1만 5000원 청년 난민 되다/미스핏츠 지음/코난북스/317쪽/1만 5000원 ‘니트족’ ‘히키코모리’ ‘캥거루족’…. 현대사회에서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사회와 거리를 두고 살거나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이들을 부정적인 투로 표현하는 말들이다. 그런 젊은이들에겐 ‘게으르다’거나 ‘무능하다’는 식의 좋지 않은 시선이 꽂히기 마련이다. 그 부정적인 표현과 시선의 책임은 당사자인 청춘들이 져야만 하는 걸까. ‘무업사회’와 ‘청년 난민 되다’는 취업을 못 하거나 실직한 젊은이들, 결코 밝지 않은 미래를 향해 힘겹게 달리는 청춘들의 고단한 삶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보고서로 눈길을 끈다. ‘무업사회’가 일본에서 흔한 ‘청년 무업자’의 실태를 파헤쳤다면 ‘청년 난민 되다’는 대만, 홍콩, 일본, 한국 등 4개국 청년들의 가슴 아픈 주거 현실을 까발렸다. 모두 왜곡된 경제구조와 생활난의 중심에 청춘들을 놓고 바라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본의 ‘청년 무업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5~39세의 청년 16명당 1명꼴인 셈이다. 잠재적 청년 무업자가 480만명에 달한다는 관측도 있다. ‘청년 무업자’라면 ▲학교나 입시학원, 직업전문학교에 다니지 않는 자 ▲배우자 없는 미혼자 ▲수입이 발생하는 일을 하지 않는 15세 이상 35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 이 땅에서도 익숙한 니트족을 생각하면 된다. 일본에 왜 이렇게 ‘청년 무업자’가 많을까. ‘무업사회’의 저자들은 그 원인을 고도성장기에 구축된 일본형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 부실이 변화된 노동조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책의 특징은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 건져 올린 ‘무업사회’의 어두운 실상을 통해 피부에 와 닿는 대안을 제시한 점이다. 사례의 주인공들은 가정이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들이다.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무업자가 돼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잇는 청년, 대학 졸업 후 불합격 메일 100통에 좌절하고 구직활동 중인 청년, 회사 도산으로 연속 해고당하고 여전히 구직 중인 청년…. 그 청춘들은 부정적 인식과 달리 무업 상태를 괴로워하고 고립된 상황을 탈피하고 싶어 하지만 질병이나 자신감 상실, 사회적 지원 부재로 실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책은 보여준다. ‘누구나 무업 상태에 처하게 되면 그로부터 빠져나오기 힘든 사회.’ 이렇게 ‘무업사회’를 정의한 저자들은 청년세대가 지금처럼 노동에서 소외된다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당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사회가 한 치의 실수나 여유도 용납하지 않는 차가운 경쟁 사회가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청년을 품어 주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청년층 가운데 니트족이 1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그 비율이 세 번째로 높은 나라 한국. ‘무업사회’로 일찍 접어든 일본보다 더 청년 고용 사정이 나쁜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는 책이다. ‘청년 난민 되다’ 역시 고달픈 청년들의 삶을 주거에 초점을 맞춰 드러낸다.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독립언론 미스핏츠가 대만, 홍콩, 일본 등 동아시아 3개 국가를 돌며 젊은이들의 주거 문제를 훑어내고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 흥미롭다. 주거 문제 해결을 외치며 거리로 나온 대만 청년들, 2014년 민주화시위인 ‘우산혁명’ 당시 주거 문제를 제기한 홍콩의 젊은이들, ‘10년 후 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새 주거 형태를 실험하는 젊은이들….1년간 취재한 내용을 담은 르포르타주 형식의 책에는 기숙사 신축 운동, 주거 장학금, 기숙사비 인하 운동 등 당장 돌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면서 상상력을 발휘한 공유 주거 등 새로운 주거 형태의 실험도 제안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바꿀 수 있다. 게임의 법칙 자체를 새롭게 생각할 수 있다. 새로운 ‘청춘의 집’을 상상할 때다.”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평화가 안보에 종속돼선 안 된다…北에도 국제사회 역할 줘야”

    “평화가 안보에 종속돼선 안 된다…北에도 국제사회 역할 줘야”

     1990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는 노학자가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76)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평화가 안보에 종속되면 안 된다”며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통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언젠가 서울과 평양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 자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 사람이지만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히 빵점이다. 쿠바와 수교한 것처럼 북미관계를 해결해야 하는데 미국을 알려면 군산복합체를 알아야 한다. 군산복합체가 미국을 지배한다. 돈이 미국을 움직이고 그 돈은 총칼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이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이 바로 한국전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Korean conflict’라고 할 뿐 ‘War’란 표현 자체를 금기시했다. 북한은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거기다 군산복합체로서는 북한이 무기 팔아먹기에 딱 좋은 알리바이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게 쉽지 않다. 다만 변수가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역사에 남는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북미관계개선이라는 점이다. 나로서는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대신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기를 바란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차원의 비핵화를 주창한다. 그걸 위해서는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스라엘, 북한 등이 동참해야 한다. 북한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북한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 그걸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 양보를 할 수 있다고 보나. -내가 보기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한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 상당한 댓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핵포기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핵포기라는 건 말 그대로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다시 핵을 시작하면 몇 달만에 지금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 기술자들도 다 있고 원료도 있다. 핵 무기를 만들겠다는 정신무장도 철저하다. 최근 수소 폭탄 얘기가 나왔다. 내가 그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관찰한 걸로 보자면 빈말은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전략적 인내’는 완벽한 실패작인 셈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걸로 본다. -북한 붕괴론이라는 생각틀에서 나온게 ‘전략적 인내’다. 북한은 내가 보기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체제도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굶어서 망하는게 아니다. 정통성이 없어야 망한다.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에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종교적 성격도 있다. 김일성 주체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이고 끊임없이 찬송가를 만들어내는 체제다. 끊임없이 환상을 만들어낸다. 그 환상이 공고하다. 환상 속에서 살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믿지 않나. 그렇다곤 하더라도, 북한도 현재 경제성장에 목매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념적으로 투철해도 배고프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하다. 평양을 가보면 시장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면 안된다. 평양을 갈 때마다 모란봉을 자주 찾는데 몇 년전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라고 하더라. 시에서 공원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단순하게 시장경제 활성화라고 속단하면 안된다. 현재 북한의 변화 흐름은 국가정책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은 어떻게 보나. -통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목적이 좋으니까. 문제는 목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이다. 그게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게 부족하다. 목표설정은 있는데 방법론이 없다.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김씨 왕정을 하고 있다는게 북한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없으면 평화통일이 안된다. 전제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잘 지내지 않나.  →8월 남북 당국간 판문점 합의가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전쟁이 일어날 뻔한 엄중한 상황이었다. 평양은 끝까지 사과할 생각이 없었다. 서울에서 유감을 사과로 인정하는걸로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전쟁이 날 수도 있었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북에서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북한에 판정패했다. 북한은 과거 미국 시민권자 2명 밀입국 문제에 대해 미국에 사과를 요구했다. 내가 북한 요구를 힐러리 클린던 당시 미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 결국 클린턴 장관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른바 ‘햇볕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그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다르다. 북한에선 햇볕정책이 북한식 사회주의 옷을 스스로 벗게 만들게 하려는 것이라고 보는데 그건 일리가 있다. 햇볕을 쬔다고 북한이 자본주의 민주주의 국가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북중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에게 북한은 사회주의 혈맹이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국가로 군림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가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국가가 된다고 해서 중국에 안보위협이 될 리는 없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 중국이 내세우는 ‘중국식 사회주의’는 시대에 따라 맥락이 차이가 있다. 덩샤오핑은 사회주의에 방점이 있었다면 시진핑 체제에서는 사실상 ‘유교식 사회주의’다. 유교식이란 걸 북중관계에서 대입해보면 외교정책에서 맥락을 읽을 수 있다.  →평화학자로서 생각하는 통일의 원칙은 무엇인가. -많은 분들이 민족동질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길 한다. 내 경험상 민족동질성 회복은 불가능한 목표다. 그런 식으로는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회복해야 할 동질성이란게 도대체 무엇인가. 남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두번째로, 평화를 안보라는 문법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평화정책이 안보정책에 종속되면 안된다. 평화는 지배가 아니라 조화다. 지배하려고 하면 분쟁과 갈등이 생긴다. 지배를 통해 평화를 이룬다는 건 불가능한 목표다. 더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북은 과연 반드시 통일해야 할까?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갈등과 대립없이 ‘이웃’으로서 각자 잘 살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금 남북관계는 바둑으로 치면 정석이 아니라 줄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포석이 없다. 그나마 북한은 수십년간 남북관계만 다루는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단자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바둑 두는 선수가 해마다 바뀐다.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김정은은 만나 봤나. 북한을 방문하면 누구를 주로 만나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다음 방문에는 김정은을 만나 보길 희망한다.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북한을 찾을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눈다.(김양건 비서는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은퇴식을 했다. -올해는 내게 특별한 해다. 미국에 온지 50년이 됐다. 올해 4월엔 금혼식을 했다. 며칠 전에는 은퇴식도 했다.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가 평화학이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반도 문제를 집념을 갖고 연구해왔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방문을 해서 계속 북한을 관찰했다. 통계로는 눈에 안보이는게 눈에 보인다. 언젠가 내 경험과 고민을 한반도 청년들과 나누고 싶다. 서울과 평양에 평화대학을 만들고 싶다는 희망이 있다. 조지아주 애선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박한식 명예교수는 황장엽 초청으로 첫 방북…북한 50차례 넘게 다녀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학자로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을 조언하는 등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북한을 오가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북한을 50여 차례 다녀올 수 있었다. 박 교수의 북한과의 인연은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박 교수는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임용됐는데 그가 가르친 학생 한 명이 알고 보니 당시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와 해군사관학교 시절 같은 방을 썼던 절친한 친구였다. 박 교수는 그 즈음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다룬 논문을 썼고 마침 그 문제를 고민하던 카터 주지사와 만나게 됐다. 카터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덩샤오핑에게 자신이 하얼빈에서 태어났으며 지금도 그곳에 친척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덩샤오핑이 박 교수를 초청해 1981년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스무 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고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 내렸더니 큰 현수막이 걸려 있고 군악대가 연주를 해 줘요. 덩샤오핑 초청이라고 칙사 대접을 해 준 겁니다.” 주체사상을 연구해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황장엽에게 편지를 썼고 중국이 다리를 놔 줬다. 중국 방문길에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도 방문해서 2주간 체류했다. 이후 1990년부터 1996년까지는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1997년 황장엽이 탈북한 이후로도 북한과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50차례도 넘게 북한을 방문하며 쌓은 현장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북·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박 교수는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평양에서 살다가 이후 서울로 넘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 국공내전을 겪었다. 총알이 모자라 낫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했다”면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철학과 평화학을 연구해 온 박 교수는 2015년을 끝으로 44년간 재직한 학교에서 퇴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기고] 능력 중심의 사회로 가는 길/권영진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장

    [기고] 능력 중심의 사회로 가는 길/권영진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지역본부장

    우리 청소년(13~24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이라는 게 통계청의 최근 청소년 통계에서 확인됐다. 청년 실업이 부각되면서 자신의 꿈과 끼에 맞는 진로를 찾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세태가 반영된 것이다. 진로보다는 진학 위주의 교육도 이에 크게 일조했을 것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취업을 위한 스펙을 준비한다고 하지만 정작 실무에 필요한 업무 능력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아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허비되는 비용과 시간 또한 막대한 실정이다. 이런 사회적 낭비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능력 중심 사회 만들기를 국정 과제로 정하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일학습병행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NCS와 일학습병행제를 운영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역시 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기술·소양 등의 내용을 국가가 산업 부문별·수준별로 체계화하고 표준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개인의 직무 능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평가할 수 있어 공정한 인사 관리가 가능해진다. 특히 채용과 관련해 올해부터 130개 공공기관에서 3000여명을 NCS에 따른 평가로 선발했다. 향후 NCS 채용 시스템이 안착된다면 기업은 신입 사원 재교육 비용을 크게 줄이고, 취업준비생은 직무와 무관한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 부담을 축소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일학습병행제는 산업계와 기업의 주도로 실제 현장에서 NCS 기반의 교육훈련 프로그램과 현장훈련 교재에 따라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실무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교육과 현장의 괴리를 극복하고,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이 가능해진다. 청년들은 불필요한 스펙 쌓기 대신 정부가 인정한 기업에 학습근로자로 취업해 맞춤형 교육을 통해 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훈련을 마친 뒤에는 산업계의 평가를 통해 자격 또는 학위까지 부여받을 수 있다. 최근 일학습병행제가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대돼 대학 재학생들도 그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장기현장실습형 일학습병행제(IPP)가 그것이다. 대학 3~4학년 학생들이 전공 교육과 연계된 산업 현장에서 장기간(4~10개월) 실무를 습득하고 체계적인 현장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산학협력 훈련 제도다. 학기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어 시간적 부담도 없고, 학기도 마칠 수 있어 대학생들에게는 일석이조의 제도다. 현재 일학습병행제는 전국적으로 5560개 기업, 9627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IPP는 올 하반기부터 대구대·대구한의대 등 전국 13개 대학(184개 기업 선정, 392명 채용 예정)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일학습병행제는 대학 입학 후 취업을 위한 불필요한 스펙 쌓기의 굴레에서 벗어나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고, 맞춤형 인재로 성장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산업 현장에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돕는 것이 능력 중심 사회로 가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 포브스가 꼽은 ‘30세 이하 지도자’ 티모시 황

    포브스가 꼽은 ‘30세 이하 지도자’ 티모시 황

    티모시 황(23) 등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계 청년들이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년 30세 이하 지도자’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2012년부터 매년 예술과 금융, 소비자기술,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교육, 게임, 법률·정책, 과학, 요리 등 20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600명을 골라 명단을 발표해 왔다. 세계를 바꿔 나갈 것으로 주목받은 젊은이들의 이름 속에는 한인이 10명가량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서 진행 요원으로 일한 티모시 황은 법률·정책 분야 명단에 들어갔다. 미시간주 출신으로 프린스턴대 3학년 때 친구 2명과 데이터 분석 회사인 ‘피스칼노트’를 만들어 직원 100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정치적 성향이 강해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학교위원회 위원으로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교육 부문에선 학부모와 교사 간 소통 역할을 하는 ‘토킹포인트’란 애플리케이션을 만든 임희재(29)가 포함됐으며 헬스케어 부문에서는 에릭 김(한국명 김상혁·28), 요리 부문에서는 홍득기(26) 등이 명단에 포함됐다. 이 중 하버드대 보건대학 연구원인 에릭 김은 ‘삶의 목적을 갖는 것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를 증명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명문 요리학교인 CIA 출신인 홍씨는 뉴욕 맨해튼 한인타운에 자리한 한식당 ‘백정’의 총주방장으로, 이 음식점을 지역 명물로 키웠다고 포브스는 소개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국내여행 | Trekking Jeju- 올레와 올레 사이 제주와 포옹하는 법

    국내여행 | Trekking Jeju- 올레와 올레 사이 제주와 포옹하는 법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말은 틀렸다. 걷는 사람이 풍경이다. 적어도 제주도에서는. 정성 가득한 탑돌이처럼 6년 동안 이어진 제주의 올레 걷기가 올해 드디어 하나의 원으로 완성됐다. 제주올레걷기축제는 놀멍, 쉬멍, 먹으멍, 제주를 꼭 끌어안는 방법이었다.제주 억새길 사이를 걷는 올레꾼들. 올레걷기축제 동안 올레 20코스는 자연이 사람을 이끌고, 사람이 풍경을 채워주었다놀당가잰, 이 길에서!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제주시가 주최하고 (사)제주올레가 주관한 2015년 제주올레걷기축제가 지난 10월30일(금)~31일(토), 양일간 ‘놀당가잰, 이 길에서!’를 주제로 제주 북동부의 올레 20코스와 21코스에서 열렸다. 하루 한 코스씩 올레길을 완주하며 제주의 자연, 문화, 먹거리를 즐겨 왔던 제주올레걷기축제는 6년 만에 제주를 한 바퀴 도는 대장정을 완성했다.제주올레 20코스 | 김녕서포구-김녕성세기해변-월정해변-행원리-한동해안도로-평대옛길-세화오일장-제주 해녀 박물관(총 15.8km, 5~6시간 소요)제주올레 21코스 | 제주해녀박물관-면수동마을회관-별방진-석다원-도끼섬-하도해수욕장-지미봉-종달항-종달바당(총 10.1km, 3~4시간 소요)제주 화산석으로 쌓은 올레길의 소원 탑●잘 놀았다! 제주올레 역시 ‘제주표’ 바람이었다. 이른 아침 김녕성세기해변에는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로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 해변에 도착한 축제 참가자들에게 날씨쯤은 장애가 아니다. 개막식이 가까워지자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인 참가자들까지 가세한 해변은 더욱 분주해졌다. 어느새 국제적인 행사로 커 버린 제주올레걷기축제의 자랑스런 면모였다.평대초등학교 5~6학년으로 구성된 록밴드의 쩌렁쩌렁한 모닝 록공연으로 막을 올린 개막식이 테이프커팅과 스윙재즈밴드의 축하공연으로 이어지는 동안 일부는 벌써 출발을 서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들은 바가 있었다. 올레걷기축제의 노하우는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길목마다 준비되어 있는 공연과 놀이들을 충분히 즐겨도 하루가 넉넉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꼴찌가 될 용기는 없어서 슬그머니 중간 대열에 섰다. 간세 표지판을 볼 필요도 없이 사람이 사람을 이끌어 주었다. 길이 험하거나 좁아지면 정체현상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그 또한 선물이다. 느리게 걸어야만 보이는 풍경들. 새 길을 헤치고 나아가면 어김없이 푸른 바다가 얼굴을 내밀고 도열한 풍력발전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다시 나아가는 시간들. 물오른 제주의 가을 풍경은 완벽했다.공연도 볼거리도 많으니 한없이 주저앉고 즐기고 싶은 곳도 한둘이 아니었다. ‘저한테 반할 준비 되셨나요?’라고 물어보던 평대초등학교의 소년 록커, 전망 좋고 분위기 좋고, 커피 맛도 끝내줬던 월정해변의 카페, 주부밴드 ‘모아맘 밴드’와 알프스 요들송으로 유명한 김홍철씨의 공연이 펼쳐졌던 구좌농공단지 운동장의 푸른 잔디밭, 제주막걸리와 순대가 푸짐하던 세화오일장,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한눈에 들어오던 지미봉의 전망대, 제주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던 김창기 밴드의 공연 등등 수를 헤아리기 시작하니 소중한 순간들이 끝없이 떠오른다. 어느새 걸음마다 알알이 박힌 제주의 장면들이 추억이 되어 버렸나 보다. 축제를 통해 올레 전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던데, 제주 한 바퀴를 완성한 올해의 20, 21코스가 어쩌면 내게는 제주 올레 한 바퀴의 첫 코스가 될지도 모르겠다.참가자들의 촬영 요청마다 활짝 웃으며 응해 주었던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올레축제의 최고 인기스타 였다별방진 위에 선 올레꾼들●비로소 보이는 사람, 사랑 첫날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이 제주의 풍경이었다면 둘째 날에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레길 위의 최고 스타는 단연, 서명숙 이사였다. 여기저기서 쇄도하는 참가자들의 기념촬영 요청에 지치지도 않고 일일이 응답하는 그녀의 꿋꿋하고 열정 어린 행보가 올레의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보여 주고 있었다. 올레가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되기까지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을 포함한 많은 이들의 노력은 이미 여러 권의 책과 인터뷰를 통해 알려져 있지만 이번 축제 기간에 맞춰 출판한 그녀의 신간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은 제주 해녀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들. 그래서 이제 길을 만드는 일은 (사)제주올레에게도 작은 부분일 뿐이다.주민행복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기획하고 주관하는 올레길 할망숙소, 에코 브랜드, 마을콘텐츠개발 등 가야 할 길은 끝이 없다. 그 와중에 떨어진 발등의 불은 (사)제주올레의 새로운 보금자리다. 치솟는 제주의 땅값이 무서워 35년 된 낡은 병원건물을 덜컥 구입하긴 했으나 ‘담돌(담을 쌓는 돌)’ 쌓기가 빠듯하단다. 담돌 간세(후원회원)를 간절히 기다린다니 벽돌 한 장의 후원도 생각해 볼 일이다.●놀멍, 쉬멍, 먹으멍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이모저모 벌써 6년째다. ‘화이팅!’을 외쳐 주는 봉사자들, 자발적인 코스튬플레이로 재미를 창출하는 참가자들, 마음까지 쉬어 가게 만든다는 연주자들의 공연이 있으니 ‘올레걷기축제’의 마니아들이 해마다 늘어남은 당연한 일이다. 혼자 걷는 재미와는 또 다른, 함께 걷는 재미. 풍성하고 감사하다.1. 걷는 자는 즐기는 자다‘제주 분이신가 봐요!’ 제주 해녀 복장을 한 참가자에게 물으니 의외로 ‘아뇨.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2015 제주올레걷기축제 패셔니스타 콘테스트’의 자발적 참여자들이다. ‘놀당가잰’이라는 피켓까지 준비한 꽃분홍 한복치마 군단과 뒤통수에 탈을 뒤집어쓴 남정네들, 망사리를 짊어지고 걷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년이었다면 피가 뚝뚝 묻어 있는 핼러윈 복장은 역시 과감한 젊은이들의 몫이다. 제주에서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던 것을 인연으로 온라인 모임을 결성했고, 매년 특이한 복장으로 올레걷기축제에 참가한다고. 검은 망토와 피 묻은 앞치마를 두른 그들이 호박등 바구니에서 꺼내 주는 사탕과 초콜릿은 더욱 달콤하게만 느껴졌다.2. 힘들면 안아 드려요 ‘벌레기간세’ 아무리 좋아도 걷다 보면 ‘힘들다’라는 생각이 불쑥 올라오게 마련이다. 그럴 쯤이면 신기하게 나타나는 노란 후드티의 청년들이 있으니 자원봉사자들인 벌레기간세다. ‘벌레기’는 청미래덩굴을 뜻하는 제주사투리. 유별나게 똑똑하거나 잘난 척하는 사람을 편하게 부르는 말이란다. 그래서 벌레기간세는 유별나게 제주올레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제안하는 소소한 게임과 ‘파이팅’ 한 번이면 다시 힘이 불끈 솟으니 신기할 뿐이다. 가위바위보, 딱지치기 등 소소한 게임에 매번 승자가 되진 못했지만 하이파이브도 좋고, 프리 허그도 따뜻하고, 무엇보다 젊은 기운을 수혈 받았다. 횡단보도가 없는 길목마다 교통을 통제해주던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3. 규슈올레도 걸어 보세요 축제 전날 한국과 일본의 올레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제주뿐 아니라 일본 규슈에도 올레길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제주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매년 코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는 규슈관광추진기구 소속의 각지 공무원들이 축제때마다 바다 건너 제주를 찾아오고 있었다. 특히 새로 개장을 앞두고 있는 미나미시마바라 코스 관계자들의 활동이 활발했다. 홍보 부스 설치와 명함 돌리기는 기본이고 규슈올레 깃발을 꽂은 채 이틀 동안 축제 코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테사와라 겐이치 주제주일본국총영사, 박진웅 주후쿠오카총영사도 함께 올레길을 완주했다.4, 제주를 먹으니 힘이 납니다 식사 쿠폰을 미리 사 두라는 것도 중요한 팁이다. 첫째 날 행원리 부녀회가 준비한 소라죽과 표고야채죽도, 다음날 하도 부녀회와 해녀회에서 만든 ‘돈비빔밥’과 ‘버섯비빔밥’도 품귀현상을 겪었으니 말이다.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과 건강한 제주의 식재료들을 이용한 파전, 오징어초무침, 소라꼬치 등의 메뉴들을 맛보는 일은 올레축제 참가자만의 특권이다. 한동리 노인회가 준비한 정통 오메기떡 만들기는 ‘일타쌍떡’의 재미가 쏠쏠했다는 후문.5. 춤추고 노래하고, 놀당가잰!공연마다 ‘앵콜’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쿠스틱 음악을 들려주는 ‘나형이네 밴드’, ‘구좌어린이합창단’, 핑거기타리스트 ‘산하’, 제주에 정착해 여행을 노래하는 ‘제주거지훈과노노들’, 남성 중창단 앙상블 ‘브와믹스Voix Mix’, 요가 시연을 보여 주었던 ‘요가느림원’, 하도리 해녀 합창단 ‘해녀시대’, 창작 댄스팀 ‘올레칠선녀’, 피날레를 장식했던 ‘김창기 밴드’ 등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공연이 축제 기간 내내 펼쳐졌다. 둘러앉기만 하면 최고의 바다풍경을 배경으로 무대가 만들어지고, 감동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오곤 했다.6. 헬로! 피시 헤드빨간 생선 모양의 탈을 쓰고 축제에 참가한 민예은 작가도 시선강탈의 최강자였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 중인 그녀는 처음 프랑스에 갔을 때 스스로가 마치 시야 좁은 물고기처럼 느껴졌던 경험을 토대로 이번 퍼포먼스를 계획했다고 한다. 그녀의 퍼포먼스는 제주 올레뿐 아니라 여러 장소에서 펼쳐질 계획이라고 하니 어느 길에선가 빨간 물고기를 만나게 되면 안부를 전해 주시길.올레꾼의 쉼터, 간세라운지 제주시에 새로 오픈한 간세라운지는 휴식과 배움이 함께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제주의 로컬 재료만을 이용한 트레킹 푸드와 음료를 자체 개발해 판매 중이며 올레관련 기념품과 제주 마을 상품들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라운지의 기능도 충실하다.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코인 락커가 있으며 올레 지도를 포함한 자료들, 제주 여행 안내서들도 충분히 구비하고 있다. 쉬는 동안 도전해 볼 수 있는 간세인형만들기 체험은 나만의 기념품으로 최고다. 제주도 제주시 관덕로 8길 7-9 9:00~22:30 070 8682 8651글·사진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사)제주올레 www.jejuolle.org
  • 대구시, 예술로 청년 일자리 만든다

    대구시, 예술로 청년 일자리 만든다

    대구시가 예술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 시는 이를 위해 ‘문화예술로 흥하고, 흥나는 도시’ 건설을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6일 밝혔다. 또 올해 순수문화예술 분야 예산을 지난해보다 22.9% 많은 961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은 2018년까지 2214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다. 대구시는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일자리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차세대 기획자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유망 예술가 15명에게 매달 창작지원금 80만원을 최대 2년간 지원한다. 독일 베를린 등 해외 레지던시에 지역예술가 4∼6명을 파견해 국제 감각을 키워 세계무대에 데뷔하도록 기회를 줄 방침이다. 30억원을 들여 옛 KT&G 사택 2동을 예술창작 거점으로 조성해 청년예술가에게 안정된 작업공간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대구예술발전소가 운영하는 창작공간지원프로그램 ‘텐-토픽 프로젝트’ 사업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11개월로 확대해 사업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상반기에 대구예술총연합회 10개 장르 신진예술가들이 상주할 예술창작촌 밑그림을 그리는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도 한다. 시는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비전선포식을 열고 뮤지컬 창작 지원을 확대해 뉴욕·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뮤지컬 3대 도시 위상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국제오페라축제는 독일, 중국 등 외국팀과 합작오페라를 제작하고, 아시아·태평양지역 문화예술 소비 신흥시장을 개척할 예정이다. 특히 하반기 CT공연플렉스 파크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들어서면 무대, 조명 등 첨단 공연기술 개발이 가능해 창작뮤지컬 창조기지 역할을 선점할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상상력의 원천인 문화예술이 발전한 도시만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며 “순수문화예술 분야에 과감히 투자해 변화와 혁신이 활개치는 대구, 문화자산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로 선순환되는 대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사설] 자수성가 토양 만들어야 청년들 희망 품는다

    세계적인 경제지 블룸버그가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세계 부호 400명에 우리나라 부호는 5명이 들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다. 모두 재벌 2~3세, 그러니까 세습 부자들이다. 미국은 사정이 크게 달랐다. 400대 부호 명단에 든 부자 가운데 스스로 창업해 부(富)를 일군 ‘자수성가형’이 71%나 됐다. 가까이 중국만 해도 명단에 오른 97%가 자수성가 부자였다. 우리에게는 딴 세상의 이야기다. 블룸버그의 통계에 우리가 민감해지는 까닭은 분명하다. 부모 재산에 자녀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좌우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빈말이 아닌 꼴이기 때문이다. 생계를 해결할 기본 일자리조차 구하기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차라리 숨기고 싶은 통계다. 부의 불평등 구조가 심화돼 수저계급론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10년, 20년 뒤라고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 중 창업을 희망한 사람은 6%에 불과했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은 공무원, 교사 등 안정 지향적인 직업 일색이다. 물려받은 기반 없이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듣고 보기 어려워진 탓이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패기로 승부를 걸어 보겠다고 모험을 하기에는 사회적 토양이 척박해도 너무 척박해졌다. 정부가 역점 사업으로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창조경제센터가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만 봐도 그렇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파악했더니 전국 17개 센터의 창업 상담 건수가 하루 평균 1건도 되지 않았다. 4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은 결과로는 초라하다. 창업 희망자와 중소기업이 왜 호응하지 않는지, 창업제도 전반의 불신 탓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창의력과 의지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청년들을 꿈꾸게 할 수 있다. 그런 성공 사례가 자주 터져 나오게 해야 주눅이 든 젊은이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 “희망 없이 살아가느니 차라리 금수저 물고 환생하는 편이 낫다”는 기가 막힌 자조가 더 깊어져서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 시작도 해 보기 전에 창업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장애물을 찾아 없애 나가야 한다. 재벌과 대기업에 가로막혀 선순환하지 못하는 기업 생태계부터 찬찬히 뜯어 봐야 할 것이다.
  • 朴대통령 “10년 뒤 뭘 먹고살지 두려워… 4대개혁 절박”

    朴대통령 “10년 뒤 뭘 먹고살지 두려워… 4대개혁 절박”

    박근혜(얼굴)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가진 신년 인사회에서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할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들고, 그때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구조개혁을 반드시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생긴다”면서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 개혁과 국가 혁신의 과제들은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는 것들이고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매듭을 지어야 하는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둔화로 새해에도 도전이 만만치가 않다”면서 “이런 상황일수록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국가적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정신을 집중해서 화살을 쏘면 바위도 뚫을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면서 “많은 난관과 도전이 있지만 우리가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못해 낼 일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가 국민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하고, 국민의 민생에 모든 것을 걸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년 인사회는 5부 요인과 여당 지도부, 차관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경제 5단체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으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한·일 위안부 협상 결과 등을 문제 삼아 불참했다. 야당 지도부가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불참한 것은 현 정부 들어 처음이다. 위안부 협상과 관련, 박 대통령은 국내외 일부 언론들의 ‘소녀상 이전’ 보도 등을 거론하면서 ‘철저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왜곡 보도는 자제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사설] 경제 원로들의 구조개혁 호소 들리지 않나

    새해 벽두에는 덕담으로라도 새로운 희망을 말해야 하지만, 올해는 위기를 거론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 하나 속 시원하게 돌아가는 것이 없는 대한민국호(號)의 앞길에는 짙은 먹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가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성장 둔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 경제에 일대 타격을 가했던 1997년의 외환위기나 2008년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오히려 왜소하게 느껴질 만큼 차원이 다른 위기라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려면 구조개혁을 이루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정부와 함께 구조개혁의 또 다른 선봉에 서도 시원치 않을 정치권만 안타깝게도 상식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엇으로 먹고살지, 우리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할지…”라며 4대 구조개혁의 시급성을 표시한 것도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보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박 대통령의 인사말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우리가 변화와 개혁을 이루지 못한다면 과거로 돌아가 국가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표현이다. 완곡하지만 지금 구조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답보 상태에서 머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후퇴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특별히 야당을 지칭하지는 않았음에도 야당에 하고 싶은 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신년 인사회에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불참했다. 구조개혁의 첫걸음인 개혁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무언의 표시일 것이다. 하지만 4대 개혁을 친기업 정책쯤으로 폄하하는 것은 현실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인식일 뿐이다. 어제 서울신문에 실린 역대 정부 경제 수장과의 인터뷰 내용도 이런 사실을 증명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경제 수장은 그렇다 해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강봉균·권오규 재정경제부 장관이 오히려 “강성 노조, 강성 야당이 개혁을 막고 있다”거나 “앞선 정부들과 달리 후반기라도 지지해 주는 힘이 강한 현 정부는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구조개혁, 규제완화, 노동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을 야당은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박 대통령은 “구조개혁 없이는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일자리도 공허한 메아리”라고 말했다. 역대 경제 수장들은 청년 실업이 위기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투자 위축이 지속되면 고용 문제는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청년 취업을 늘리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조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성장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는 기업이 가장 잘 아는 만큼 투자의 걸림돌을 없애야 한다”는 충고도 실천으로 이어 가야 한다. 원로들의 충고에서 보듯 구조개혁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야당은 총선을 목전에 두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다시피 한 국정 과제조차 외면하는 것이 옳은 전략인지 숙고하기 바란다.
  • [신년기획] “비핵화 전제 북미관계 개선… ‘김씨 왕정’이 北의 적나라한 모습”

    [신년기획] “비핵화 전제 북미관계 개선… ‘김씨 왕정’이 北의 적나라한 모습”

    1990년부터 해마다 거르지 않고 평양을 방문하는 노학자가 있다.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인 박한식(76)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평화가 안보에 종속되면 안 된다”며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지난달 17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통일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민족동질성 회복이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언젠가 서울과 평양 젊은이들을 가르치며 내 경험과 고민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보나. -나 자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열정적으로 지지한 사람이지만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는 완전 낙제점이다. 쿠바와 수교한 것처럼 북·미 관계를 해결해야 한다. 미국을 알려면 미국을 지배하는 군산복합체를 알아야 한다. 돈이 미국을 움직이고 그 돈은 총칼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국이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이 한국전쟁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한국 분쟁’(Korean conflict)이라고 할 뿐 ‘전쟁’(War)이란 표현 자체를 금기시했다.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낸 것이다. 군산복합체로서는 북한이 무기 팔아먹기에 딱 좋은 알리바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북·미 관계 개선 가능성은 없나.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역사에 남는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에 가장 좋은 대상이 바로 북·미 관계 개선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고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는 대신 북한이 국제사회가 원하는 ‘비핵화’를 하기를 바란다. 다행히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차원의 비핵화를 주창한다. 그걸 위해서는 북한이 동참해야 한다.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 내려면 북한이 자존심을 세우면서 국제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한다. 그걸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게 해야 한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양보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이루기 위해 상당한 준비가 돼 있다. 상당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 핵 포기까지도 할 수 있을 정도다. 핵 포기라는 건 말 그대로 모든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사실 북한으로서는 최악의 경우 다시 핵을 시작하면 몇 달 만에 지금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과학자들과 기술자들도 다 있고 원료도 있다.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정신무장도 철저하다. 최근 수소 폭탄 얘기가 나왔다. 내가 그 분야 전공자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한을 관찰한 걸로 보자면 빈말은 아닌 것 같다. 결국 미국의 ‘전략적 인내’는 실패작인 셈이다. →많은 이들은 북한이 조만간 붕괴할 걸로 보는데. -북한 붕괴론이라는 생각틀에서 나온 게 ‘전략적 인내’다. 북한은 내가 보기엔 ‘절대’ 망하지 않는다. 어떤 정치체제도 단순히 경제적으로 어렵고 굶어서 망하는 게 아니다. 정당성을 잃어야 망한다. 북한 정권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에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종교적 성격도 있다. 김일성 주체종교가 지배하는 국가이고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환상’이 공고하다. 환상 속에서 살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믿지 않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현재 경제성장에 목매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이념적으로 투철해도 배고프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김정은은 어떻게 하든지 국민들의 의식주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투철하다. 평양을 가 보면 시장이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면 안 된다. 평양을 갈 때마다 모란봉을 자주 찾는데 몇 년 전에 처음으로 입장료를 내라고 하더라. 시에서 공원 관리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입장료를 내라고 하는 것이다. 돈을 내야 한다고 단순하게 시장경제 활성화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 현재 북한 내 변화의 흐름은 국가정책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대북 정책에 대한 평가는. -통일을 하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목적이 좋으니까. 문제는 목표를 위한 수단과 방법이다. 그게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게 부족하다. 목표 설정은 있는데 방법론이 없다. 통일을 원한다면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김씨 왕정’을 하고 있다는 게 북한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다. 현실을 현실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한다. 그런 태도가 없으면 평화통일이 안 된다. 전제왕정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잘 지내지 않나.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중국에 북한은 사회주의 혈맹이다. 중국은 결코 북한을 버리지 않는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유일한 핵 국가로 군림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가지는 걸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핵 국가가 된다고 해서 중국에 안보 위협이 될 리는 없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다. →남북 간 이질성이 높아지는 걸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많은 분이 민족동질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 식으로는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회복해야 할 동질성이란 게 도대체 무엇인가. 남북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한다. →통일의 원칙은 무엇인가. -평화를 안보라는 문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평화정책이 안보정책에 종속되면 안 된다. 평화는 지배가 아니라 조화다. 지배하려고 하면 분쟁과 갈등이 생긴다. 오히려 더 시급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하는가’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북은 과연 반드시 통일해야 할까? 통일을 하지 않더라도 갈등과 대립 없이 ‘이웃’으로서 각자 잘살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까. 지금 남북 관계는 바둑으로 치면 정석이 아니라 줄바둑이라고 할 수 있다. 포석이 없다. 그나마 북한은 수십년간 남북관계만 다루는 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유단자다. 그에 비해 한국은 바둑 두는 선수가 해마다 바뀐다. 실력이 늘 수가 없다. →김정은은 만나 봤나. 북한을 방문하면 누구를 주로 만나나. -김일성과 김정일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김정은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다음 방문 때는 김정은을 만나 보길 희망한다.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는 북한을 찾을 때마다 많은 대화를 나눈다.(김양건 비서는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은퇴식을 했는데. -마지막 강의 주제가 평화학이었다. 강의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1990년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방문을 해서 계속 북한을 관찰해 보니 통계로는 눈에 안 보이는 게 눈에 보인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내 경험과 고민을 서울과 평양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함께 토론하고 싶다. 애선스(미 조지아 주) 글 사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박한식 명예교수는 황장엽 초청으로 첫 방북…북한 50차례 넘게 다녀와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학자로 미국 정부에 대북정책을 조언하는 등 북·미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십년간 북한을 오가며 신뢰를 쌓은 덕분에 북한을 50여 차례 다녀올 수 있었다. 박 교수의 북한과의 인연은 그의 강의를 듣던 학생에게서 시작됐다. 박 교수는 1971년 조지아대 국제관계학 교수로 임용됐는데 그가 가르친 학생 한 명이 알고 보니 당시 지미 카터 조지아 주지사와 해군사관학교 시절 같은 방을 썼던 절친한 친구였다. 박 교수는 그 즈음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다룬 논문을 썼고 마침 그 문제를 고민하던 카터 주지사와 만나게 됐다. 카터 주지사가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는 카터 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1979년 미국을 방문한 덩샤오핑(鄧小平)을 만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덩샤오핑에게 자신이 하얼빈에서 태어났으며 지금도 그곳에 친척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덩샤오핑이 박 교수를 초청해 1981년 고향을 방문할 수 있었다. “베이징에서 스무 시간도 넘게 기차를 타고 하얼빈에 도착했습니다. 기차역에 내렸더니 큰 현수막이 걸려 있고 군악대가 연주를 해 줘요. 덩샤오핑 초청이라고 칙사 대접을 해 준 겁니다.” 주체사상을 연구해야 북한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황장엽에게 편지를 썼고 중국이 다리를 놔 줬다. 중국 방문길에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도 방문해서 2주간 체류했다. 이후 1990년부터 1996년까지는 황장엽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1997년 황장엽이 탈북한 이후로도 북한과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50차례도 넘게 북한을 방문하며 쌓은 현장 경험과 인맥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북·미 관계 개선에 노력해 왔다. 박 교수는 1946년부터 1948년까지는 평양에서 살다가 이후 서울로 넘어왔다. 그는 “어린 시절 국공내전을 겪었다. 총알이 모자라 낫이나 칼로 사람을 죽이는 걸 목격했다”면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치철학과 평화학을 연구해 온 박 교수는 2015년을 끝으로 44년간 재직한 학교에서 퇴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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