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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전투병과 첫 女장군 송명순 예비역 준장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전투병과 첫 女장군 송명순 예비역 준장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송명순(58) 예비역 준장은 아담한 체구에 밝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한 모습을 보여 줬던 그는 인터뷰 며칠 후 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당초 거부했던 인터뷰를 수락하게 된 이유였다. “전역을 하고 보니 지금 이 시간에도 전후방 각지에서 열심히 복무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해 준 게 없더군요. 선배의 말 한마디지만 사랑하는 여군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힘을 내고 희망을 품었으면 싶네요. 오늘부터 봄 날씨라는 예보가 있더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너 거기서 군인들한테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해 주는 건 아니지?” 1980년 2월 대학(영남대 정치외교학과 76학번) 졸업식 날, 간호장교 시험에 붙었다는 친구에게 나름대로 유머러스한 인사랍시고 건넨 말이었지만 딱히 농담이라고만 하기도 어려웠다. 내 머릿속의 여군에 대한 인식이 딱 그 정도였기 때문이다. ‘여자도 장교가 될 수 있구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그해 12월 초였다. 대구 중구의 맥화랑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오는데 옆 건물 담벼락 게시판에 ‘여군 장교 모집’ 공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화랑 옆에 있는 게 대구지방병무청이란 걸 그때 비로소 알게 됐다. 간호학과에 들어간 친구가 떠올랐다. 호기심에 빼꼼히 상담실 문을 열었다. 여군 부사관이 반갑게 맞았다. 그는 나를 앉혀 놓고 장장 3시간에 걸쳐 여군이 되면 뭐가 좋은지를 설명했다.(여군 장교 지원자가 없다 보니 모집에 성공하면 담당자에게 따로 수당을 준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러나 여군에 지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평생 통제된 생활을 내가 견뎌낼 수 있을까.’ 그냥 일어서려는데 담당자가 너무도 간절한 표정으로 나를 붙잡았다. 결국 지원 신청서를 쓰고 나왔다. ‘시험 보러 안 가면 그만일 텐데, 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다음날부터 집 전화기에 불이 났다. 병무청 담당자였다. 처음에는 “훌륭한 결심을 왜 바꾸셨느냐”로 시작하더니 내가 완강하게 버티자 “지원을 취소하면 헌병대 군인들이 데리러 갈 수밖에 없다”로 거의 협박조로 변했다. 하지만 막판의 한마디가 나의 오기에 불을 댕겼다. “경쟁률이 10대1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이렇게 많이 지원한 건 처음인데 붙는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일단 시험이나 한번 보시죠.” 지금 생각해 보면 별말도 아닌데, 그때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1981년 1월 초 대구역에서 서울행 군용열차에 올랐다. 시험 장소는 용산 국방부 근처의 여군훈련소. 집에는 친구들 만나러 간다고 둘러댔다. 첫날밤을 간호장교 친구 집에서 묵었다. “명순이 넌 정말로 못 할 일이야. 숨 막히는 상명하복 문화를 너 같은 성격에 행여….” 아침에 일어나니 친구는 이미 출근했고, 머리맡에 고향 갈 차비와 함께 쪽지가 놓여 있었다. ‘명순아, 아직도 안 늦었어. 지금이 마지막 기회야.’ 나는 돈을 챙겨 넣고 시험장으로 갔다. 시험은 필기, 면접, 체력검정으로 나뉘어 2박 3일간 이어졌다. -시험에 붙긴 했는데, 새로운 걱정이 밀려왔다. 아버지에게야 어떻게든 이해를 구할 수 있겠지만 어머니는 당최 자신이 없었다. 합격 사실을 말도 못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절로 들통이 나고 말았다. 기무대에서 신원조회를 위해 집에 전화를 몇 차례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집에 없었다. 매번 어머니가 받으셨는데 딸 찾는 남자 목소리가 1주일 정도 이어지자 “대체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물으시게 됐다 “따님이 여군 장교 시험에 합격해서 신원조회차 전화드렸습니다.” 어머니는 전화도 못 끊은 채 혼절하셨다. -아버지께서 우리 4남매를 집합시켰다. 당시 큰오빠는 한국전력 고리원전에서 일하고 있었고, 둘째 오빠와 여동생은 대구에서 대학에 다녔다. 전원 반대였다. “군인이 얼마나 힘든데 여자가 군대를 가냐.” 큰오빠가 가장 심하게 반대했다. “오빠, 합격하고도 입대를 안 하면 행정 기록에 평생 빨간 줄 같은 거 남는대.” 군인 출신인 아버지 앞에서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둘러대다니. 드디어 아버지가 말문을 열었다. “명순이는 어릴 때부터 아들 같은 딸이었다.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내가 못 간 길을 네가 가겠다고 한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러나 어머니는 달랐다. 평생을 바랐던 ‘교사 딸’에 대한 미련을 내가 소령 계급장을 달 때까지도 버리지 못하셨다. -육군 공병이었던 아버지는 6개월마다 교량 하나씩을 짓고 부대를 옮겼다. 강원 횡성에서 태어난 나의 어릴 적 추억이 이곳저곳에 다양하게 남아 있는 이유다. 어머니는 이런 환경을 탐탁지 않아 하셨다. 우리들 교육 때문이었다. 8남매 중 맏이로서 동생들을 책임지느라 많이 못 배운 게 평생의 한이 된 분이셨다. 4남매만큼은 안정적으로 공부를 시키고 싶어 하셨다. “여보, 군인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서 장사라도 합시다.” 아버지는 어머니 말이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는 분이셨다.(아버지는 2013년 암으로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아내를 그리워하다 두 달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 그게 1965년, 내가 일곱 살 때였다. -나는 경북 경주의 작은 동네에서 ‘가게 하는 집 딸’로 통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면서 110m 허들 육상선수로 꽤 소질을 인정받았고, 공부도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중3 어느 날 대구 경북여고에서 누군가 집으로 찾아왔다. 어머니에게 “따님을 육상선수로 스카웃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명순이가 시험으로도 그 학교 충분히 갈 수 있는데 운동 특기생으로 보낼 이유가 있나요.” 어머니의 바람에는 내가 얌전히 자라 교사가 되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부터는 그런 어머니에게 실망을 안기는 일이 잦아졌다. 딸을 통해 못다 한 꿈을 이루려는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사춘기의 열병 같은 것이었다. 딱히 이렇다 할 말썽을 피운 건 아니었지만 빈둥거리는 시간이 늘었고, 성적이 그에 비례해 곤두박질했다. 경북대 영문과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저 대학 안 가고 돈 벌래요. 오빠들 등록금 대기도 빠듯하잖아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컸던 아버지가 내심 좋아하실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10년, 20년 지나 봐라. 여자들 사회활동이 얼마나 활발해질 텐데…. 절대로 안 될 말이야.” 아버지가 손수 후기대학인 영남대의 지원서를 받아 오셨다. 아버지의 선견지명은 그대로 통했다. 여군 장교 지원 조건이 ‘4년제 대학 졸업자’였으니 말이다. -기함하는 어머니를 뒤로하고 1981년 3월 용산 여군훈련소에 입소했고, 그날부터 후회가 시작됐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간호장교 친구의 만류가 하루에도 몇 번씩 떠올랐다. 구보 등 고된 훈련은 둘째치고 음식이 입에 안 맞아 제대로 먹지를 못했다. 40㎏ 언저리의 체중으로 그 힘든 훈련들을 견뎌내야 했다. -틀에 박힌 생활, 충성심과 국가관 교육 등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학생대장(소령)이 수양록(일기)을 점검할 때면 매일같이 빨간 줄이 죽죽 그어졌다. ‘군대를 선택하길 참 잘했다’ 같은 식으로 써야 하는데 내 수양록에는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다’와 같은 군대 금기어들이 수두룩했다. ‘이렇게 쓰면 훈련소에서 내보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일부러 그렇게 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 선택한 길, 스스로 책임진다”는 각오가 차츰 커져 갔다. -1981년 9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임관을 했다. 상관들은 우리들 20명에게 “외출할 때 버스 타지 말고 택시를 타라”고 했다. 군복 입은 여군, 특히나 위관급 계급장을 단 여자 장교는 동물원 원숭이만큼이나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1982년 육군본부에 배치됐다. 주한 외국대사관의 군인들을 상대하는 무관 연락장교를 맡았는데, 정문을 지키는 의장대 군인들이 외국대사관 군인들의 출입을 막는 일이 잦았다. 어느 날 화가 나서 중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경비소대장에게 달려가 마구 따졌다. 그도 지지 않았다. “감히 소위가 중위에게 하극상을 하나?” “우리가 지금 계급으로 일하는 거예요?” 그때의 중위가 지금의 남편이다. 3년 연애를 하고 결혼했는데 양쪽 집안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똑같이 결혼 상대가 ‘군인’이라는 이유였다. 남편은 2011년 중령으로 예편했다. -1983년 4월 미국 텍사스 공군기지 안에 있던 영어전문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는 내가 이후 통역 등 영어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군대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뒤 내가 세운 원칙은 “기존의 여군 선배들이 걸었던 ‘여군의 길’은 가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남자와 같은 능력을 갖춰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는데 그 전기는 1990년 여군병과가 사라져 내가 보병병과로 편입되면서 찾아왔다. 더 많은 보직을 경험할 수 있었다. 1992년부터 1년 4개월간 특전사 여군을 지휘했다. 대테러팀, 고공강하팀, 패러글라이딩팀에 소속돼 고공 낙하산과 래펠을 탔다. 가슴에 ‘공수 윙마크’를 달았다. -“여군대대를 없애 주십시오. 250명 부사관에게 고유의 병과를 부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육군본부 여군대대장(중령)으로 근무하던 1999년, 육군참모차장에게 나는 강한 어조로 건의했다. 당시 육군본부 내 남자 사병과 여군 부사관 간에 차별이 너무 심했다. 남자 사병들에게는 정신교육을 없애고 PC방까지 만들어 주면서 여군에 대해서는 계급이 더 높은데도 취침 때까지 정신교육에 점호를 시켰다. 사병들은 대학을 다니다 온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여군 부사관들은 전문대나 고등학교 출신이 많다는 편견도 크게 작용했다. 여군 부사관이 사병의 복사 심부름을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사병들이 여군 부사관을 무시하고 경례도 하지 않았다. 너무 화가 났다. ‘우리 여군 부사관들이 고작 행정 보조나 하려고, 차 심부름이나 하려고 들어온 게 아니지 않은가.’ -얼마 후 점호가 사라지고 야근도 탄력적으로 바뀌었다. 3년 후에는 여군대대가 없어졌다. 각자 병과를 받아 각 부대로 흩어졌다. 그동안의 편안한 생활에 익숙해져 있던 일부 여군 부사관들은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금은 전방 어느 부대에도 여군이 있다. 여군대대가 아직까지 존속했다면 여군 1만명 시대(올 연말 1만 490명 예상)가 이렇게 빨리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01년 말 한미연합사령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중령으로서 한미연합사에 배속된 첫 여군이 됐다. 대령 진급 후 2006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대장을 맡았는데, 이때 7명의 연대장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2007년 대구 2작전사령부의 작전처 민사심리전과장으로 가면서 ‘민군작전’(안정화 작전)에 발을 들였다. 북한과의 전쟁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이 북으로 진입하게 되면 북한 주민을 어떻게 관리할지 계획을 세우는 작전이었다. 당시 한국군은 전투에서의 승리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나라에 진주한 경험이 있는 미군은 민군 작전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전투에 이겨도 전쟁에 질 수 있다”는 개념을 이때 갖게 됐다. 그 경력을 인정받아 2010년 여군 최초로 합동참모본부에 발을 디뎠는데, 이 경험이 장군 진급으로 이어진 결정적인 이유라고 믿는다. -2011년 1월 1일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차장을 맡으면서 여성 처음으로 ‘별’을 달았다. 아이들에게 큰절을 했다. 부모가 1년마다 가방을 싸는 군인이니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도 못 했는데, 미안하고 고마웠다. 2014년 가을부터 대구가톨릭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국가안보론과 리더십 수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많이 받는 질문은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어떻게 장군까지 올라갔느냐는 것이다. 매번 답은 똑같다. “내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했고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세상의 변화, 조금씩 유연해진 군 조직, 주위 사람들의 도움이 빚어낸 결과입니다. 후배 여군들에게는 ‘여성성을 버리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꼭 필요하다면 모를까 공연히 남자 대 여자로 겨루려고 하지 말라고 합니다. 사회는 결국 공생이고 상생이니까요.” 김태균 사회부장 windsea@seoul.co.kr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송명순 예비역 육군 준장은 국내 최초의 전투병과 여성 장군이다. 간호병과에서는 2001년 첫 여성 장군이 나왔지만 실제 전투와 작전을 수행하는 여군으로는 2010년 12월 별을 단 송명순 장군이 처음이다. 1981년 장교로 임관해 32년간 육군본부, 특전사령부, 작전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을 두루 거친 뒤 2012년 12월 국방정보본부 해외정보차장을 끝으로 전역했다. 육본 여군대대장 시절 스스로 여군대대의 해산을 상부에 건의해 관철시킴으로써 잡다한 행정업무의 굴레에 갇혀 있던 여군들을 야전 현장으로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여군 1만명 시대’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부터 대구가톨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1958년 강원 횡성 출생 ▲경북여고·영남대 정치외교학과·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1군사령부·특전사령부 여군대장 ▲육군정보학교 영어학 교관 ▲육군 비서실 대외의전장교·여군대대장·여군담당관 ▲육군훈련소 제25교육연대장 ▲제2작전사령부 민사심리전과장 ▲한미연합사 민군작전계획과장·민군작전처장
  • 교비 74억 빼돌린 국내 英외국인학교

    72억 수업료로 학교 공사비 갚아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수익 유출 檢, 간부부부 등 3명 불구속 기소 ‘영국 명문학교’ 간판을 내걸고 학생을 모집해 교비를 학교 공사비로 빼돌린 외국인학교 운영진이 검찰에 적발됐다. 학교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법을 위반한 외국인학교가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강지식)는 8일 서류상으로만 홍콩에 존재하는 비영리법인(DCSL)을 만든 뒤 이를 기반으로 국내에 외국인학교를 편법으로 세워 교비 74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사립학교법 위반)로 덜위치칼리지 간부 이모(48·여)씨와 남편 금모(5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DCSL을 100% 지배하며 덜위치칼리지를 실질적으로 설립한 케이맨 군도 소재 영리법인 ‘DCMI’의 최고재무책임자(CFO) Y(45·싱가포르 국적)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 법인 최고경영자(CEO) G(55·스위스 국적)씨는 기소중지했다. 이 네 명은 모두 DCSL 이사다. 검찰은 이들이 2010년 덜위치칼리지 설립 당시 건설공사 대금으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 100억원 중 지금까지 갚은 72억여원을 모두 수업료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또 DCSL 운영자금 명목으로 교비 2억 5000여만원을 홍콩으로 송금했다고 덧붙였다. 사립학교법은 교비 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공사비 등 다른 회계로 전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설립 당시 학교법인이나 설립자가 계약을 체결한 시설·설비의 공사비는 법인 회계에서 지출하거나 설립자가 부담해야 하며 교비 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횡령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학교를 세우고 이익만 빼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DCMI와 DCSL 사이에 ‘프랜차이즈 비용’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매년 교비의 6%를 챙기려 했다. 또 2010년 서초구가 이 학교에 지원한 공영주차장 건축 지원금 1억 6000만원도 학교 운용자금으로 유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 반포에 위치한 덜위치칼리지는 2010년 9월 설립돼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약 650명이 다닌다. 이 중 25% 정도가 내국인이다. 연간 수업료는 3000만원 정도다. 영국 덜위치칼리지는 로열티를 받을 뿐 한국 학교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해당 학교는 검찰 수사에 대해 “기소된 모든 혐의에 대해 정당성이 입증되고 혐의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아랍S다이어리] “여자도 사람인가?”

    [아랍S다이어리] “여자도 사람인가?”

    지난 주 사우디아라비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한 마디. “여자도 사람인가(Are women human)?” 사우디에서 컨설팅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파하드 알-아흐마디는 이 같은 제목을 단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페이스북에 올려 홍보를 시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그가 예상한 반응은 아녔다. 그는 한 위성TV 프로그램에 나와 해명도 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미디언 라와는 “당신이 저 질문을 여자에게 묻는다면, 그녀는 괴물로 변해 당신을 가르치려고 들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마음 속으로 저 질문을 자문한다면 당신 자신이 괴물”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TV 진행자 파드와 알-타야르는 “사람들을 자극함으로써 관심을 끌려는 의도였어도 저 문구를 쓴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심리학자 모하메드 아젭은 “여자는 존경 받아야 하며 국가는 여자를 폄하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식의 타이틀은 남자와 여자 모두의 심기를 건드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프닝을 보고 누군가는 “사우디 여성은 ‘물건’ 취급 당한다더니…” 하며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인권을 논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는 사우디 여성들. 이들은 정말 남자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비(非)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사우디 여성은 남성 보호자(마흐람)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 제약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면 이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칼럼니스트 사브리아 자우하르는 ‘사우디 여성에 대해 호도하는 보도’라는 자신의 글에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가족은, 특히 남편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 엄마가 시장에 가지 않고서는 가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저명한 여성 사회학자인 모나 살라후딘 알-무나젯은 ‘사우디 여성: 성공의 축전’이라는 신간을 발표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여행을 할 때 사우디 여성의 지위에 대해 세상이 큰 오해를 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여성은 사회의 절반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발전시킬 원동력이다. 사우디는 여성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여성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고 압둘라 국왕을 칭송했다. 압둘라 왕은 2013년 국왕자문기구(Shoura council)에 첫 여성 위원을 임명했으며, 여성과 남성이 같이 앉아 회의하는 것을 허용했다. 물론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사우디 여성에겐 지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에야 여성이 지방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의원이 선출됐다. 정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여성이 운전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다. 지난 달 뮌헨 안보회의에서 외무부장관 아델 알-주베이르는 “여성의 운전은 종교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 쟁점”이라며 사우디 여권신장에 대한 관심이 여성들의 운전 가능 여부에만 고정돼 있는 점을 다소 억울하게 여겼다. 그는 “1960년 여성을 위한 대학 교육이 전무했지만 오늘날 대학생의 55%가 여성”이라며 “여권신장 문제도 다른 나라에서도 그러하듯 점차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비교하며 “미국이 독립한 후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질 때까지 100년이 걸렸고 첫 여성 하원의장이 선출되기까지 또 100년이 더 걸렸다”며 “그러니 우리에게 200년을 달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 기다려달란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학까지 마친 사우디 여성들은 차별 없이 사회에 수용되고 있을까. 일간지 알-리야드에 따르면 국내 소규모 사업자의 20%가 여성으로, 사회적 장벽 탓에 취직하지 못하고 있는 사우디 여성들은 창업을 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곳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장벽은 여성이 일을 하면 결혼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줄고, 이는 수치라고 생각하는 사우디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또 여성이 사업을 잘 이끌 수 있다는 믿음도 적다. 어찌됐든 남자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여성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출해주는 기관이 부족해 대부분의 여성 사업가들은 남자 가족들의 후원을 받아 시작한다. 사우디가 얼마나 여성들을 남자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게 하는 환경인지 잘 말해주는 결혼제도가 있다. ‘미스야르(misyar) 결혼’이라는 합법적인 이 계약결혼은 ‘여행자의 결혼’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결혼생활에서 부부가 져야 하는 의무나 권리를 일부 포기한 형태다. 살림을 합치지 않으며 남편이 원할 때만 집에 들어간다. 특히 과부나 이혼녀가 이런 ‘모욕적인’ 결혼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남자 보호자 없이 사우디에서 살아가기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사마르 알-모르겐은 “이 나라에서 여자가 남자 보호자 없이 살아가기는 불가능하다”며 “만약 법으로 여자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여자들이 미스야르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처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한 매체에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써 미스야르를 선택한 여성을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그런 추잡한 삶으로 몰아넣은 법과 제도를 비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여성을 위한 적합한 일자리 확보가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여성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고 샤리아(이슬람법)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우디 여성이 머리 등 신체를 가리고 바깥을 출입하는 것은 사회적 압박이라기 보다는 신앙에 따른 것이라 치더라도 정치·경제 분야로 진출하는 여성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이다. 이런 추세라면 요새 우리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모장적 발언’이 통하는 날이, 이곳 사우디에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男, 女의 외모보다 ○○을 중시하도록 진화중 (연구)

    男, 女의 외모보다 ○○을 중시하도록 진화중 (연구)

    이성 취향이나 이상형 등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연애 상대를 선택할 때 외모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남성에게서 확연했다. 그런데 최근의 남성은 여자 친구나 아내 등 오랜 기간을 함께 할 파트너를 선택할 때 여성의 외모보다 지능이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호주 인스브루크대의 최신 연구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사람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의 판단 기준은 뇌에 하드웨어적으로 존재하지만 사회 환경의 변화 등으로 이런 물리적인 연결조차도 다시 새롭게 만들면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뇌의 유연성이야말로 파트너를 선택 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창출하는 상대’를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하고 이런 판단 기준은 그때의 사회 환경에 적응하는 것으로 항상 변화하는 것이라고 연구를 이끈 앨리스 이글리 노스웨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말했다. 연구진은 남성이 파트너를 선택할 때 외모보다 지적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증거로 다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는 남녀가 평등한 사회일수록 남성의 경제력(earning power)과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youth and beauty)은 거래되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의 가치를 비교 검증으로 밝힌 것인데, 예를 들어 핀란드와 같은 남녀평등 선진국에서는 지적 능력이 높은 파트너를 원하는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사회 환경이 아니라 개인 각각의 남녀평등에 관한 생각에 따라 선택하는 파트너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생각을 하는 남성은 여성을 선택할 때 아이를 낳는 능력이나 가사 전반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남녀평등의 생각을 지닌 남성은 그런 경향이 적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른바 전통적인 여성 ‘전업주부’(homemaker)와 남성 ‘가장’(breadwinner)이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의 70%가 직업을 갖고 있으며, 38%의 부부는 아내가 남편보다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한때 남성은 여성의 가정 내에서의 능력을 중시했지만, 지금은 여성의 교육과 소득 수준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는 본래 여성이 남성에게 요구해온 능력이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남성도 기존 여성처럼 높은 능력을 갖춘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유럽 사회심리학 평론’(European Review of Social Psychology) 최근호(2015년 12월 21일자)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독 안에 든 金의 전쟁… 이번엔 “핵 발사” 위협

    독 안에 든 金의 전쟁… 이번엔 “핵 발사” 위협

    “핵탄두 임의의 순간 쏠 수 있게…” 대통령 실명 6차례 거론하며 비난 북한이 4일 ‘핵탄두’까지 들먹이며 대남 위협의 강도를 높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에 대해선 ‘특대형 국제범죄’라며 첫 반응을 내놨다.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이 커진 데다 군사적 압박까지 더해지게 되자 위기감을 격한 분노로 표출하는 모양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을 지도하며 “실전 배비한(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4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이제는 적들에 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 방식을 선제공격적인 방식으로 모두 전환시킬 것”이라고도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 제1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을 직함 없이 6차례 거론하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또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안보리의 대조선(대북) 제재 결의에 단호한 대응 조치로 맞서겠다”며 이번 결의를 “안보리가 저지른 특대형 국제범죄”라고 매도했다. 북한은 지난달 23일 군 최고사령부 중대성명에서 ‘선제 타격’을 언급하며 청와대 등이 ‘1차 타격 대상’이라고 위협했다. 이번엔 ‘핵’까지 언급하며 위협 수준을 높인 것이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에 대한 제재가 나왔으니 만드는 걸 넘어서 쏠 수도 있다는 식의 경고”라며 “실제 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 축사에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체제를 보장한다는 그릇된 망상을 버리고 하루속히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다시 한 번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또 “제재가 시행되면서 북한의 반발과 도발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듯이 한반도가 평화와 통일로 가는 데 지금이 가장 어려운 마지막 고비”라고 말했다. 4차 핵실험 이후 중국마저 제재의 ‘전면 이행’ 원칙을 밝히는 등 북한의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한 방송에서 “가까운 시일 내 독자 대북 제재를 발표할 것”이라며 “해운 제재도 포함해 몇 가지가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7일부터는 한·미 합동 키리졸브 연습·독수리 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은 제재 중에 맞대응 훈련까지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한·미 군 당국은 이날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논의할 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하고 첫 공식 회의를 열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안보리 결의 후 남북 외교수장 한자리… ‘의미있는 메시지’ 촉각

    안보리 결의 후 남북 외교수장 한자리… ‘의미있는 메시지’ 촉각

    尹외교, 북핵·北 인권 압박 예고… 위안부 타결후 첫 발언도 관심 北 리수용 외무상 참석 전망… 리 “COI 보고서 무효” 기조연설 남북 국면전환 채널가동 주목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31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군축회의 참석을 위해 1일 출국했다. 인권이사회에는 북한 리수용 외무상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고강도 제재가 이어지는 상황에 남북 외교장관이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지게 될지 주목된다. 윤 장관은 2일(현지시간) 인권이사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2년 만에 인권이사회에 참석하는 윤 장관은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 성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결의를 즈음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재에 이어 인권 차원에서도 북한을 압박하는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올해는 최경림 주제네바 대사가 인권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우리 정부의 인권 외교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리 외무상은 윤 장관에 하루 앞서 이날 기조연설에 나섰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 방어했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마르주키 다루스만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에 관한 보고서를 인권이사회에 제출하며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리 외무상은 지난해 연설에서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보고서가 탈북자의 허위 증언에 근거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특히 관심사는 2일까지 이어지는 고위급 회기 동안 윤 장관과 리 외무상이 단순 조우 이상의 만남을 가질 수 있을지다. 남북 외교장관은 지난해 8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잠시 마주치며 악수를 나눴지만 별다른 대화를 나누진 않았다. 현재 남북 간 대화 채널이 모두 끊어진 상황에 외교장관 사이에 의미 있는 메시지가 오간다면 새로운 국면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한편 이번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이후 위안부 문제가 처음 거론되는 국제무대라는 점에서 윤 장관 위안부 관련 발언의 수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한전, 이란 ‘6억弗 발전소 건설’ 참여

    한국전력이 이란에 6억 달러(약 7400억원)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경제제재에서 벗어난 뒤 대규모 전력시설 복구사업을 추진하는 이란에 첫발을 내딛게 되면서 향후 이란 전력시장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한전은 조환익 사장이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500㎿ 규모의 차바하르 독립용수전력생산(IWPP) 발전소 건설사업 협력, 가스터빈 코팅기술 실증, 원자력발전소 인력 양성 및 교류 등 3건의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500㎿는 제주도에 사는 64만명의 인구가 한꺼번에 쓸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공사기간은 2년으로 이르면 2018년 말 완공해 이란 주민들과 기업들에 전기가 제공된다. 한전은 사업타당성 조사를 마친 뒤 이르면 연말 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다. IWPP는 차바하르 지역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 등을 사용해 전력과 용수를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포스코는 현재 차바하르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IWPP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전력 등은 이 제철소와 인근 경제자유구역에 공급된다. 이번 MOU는 한전이 민간기업과 이란에 동반 진출하는 첫 발전사업으로 추가 전력사업 확대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이 공급되는 경제자유구역이 활성화되면 발전 전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발전사업을 수주할 기회가 더 커졌다”고 말했다. 한전은 또 세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발전소 가스터빈 운전 중 코팅 기술’의 효과를 이란 터보테크사 등 현지 발전소에서 검증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가스터빈 운전 중 코팅 기술은 가스 터빈을 정지하지 않고도 고온의 부품을 코팅할 수 있어 터빈 효율 0.34% 포인트, 부품 성능 50%를 각각 끌어올릴 수 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세계 최고 우주기술 공유 북한 로켓 정보 교환… 한·미 동맹 폭 넓혔다

    일방적 러시아 의존 탈피 기술 자문·검증 형태 협력… 우리 기술 역량 향상 기대 中·日·인도 등과 달리 독자적 발전 저해 우려도 미국과 합의한 우주협력협정 문안에 따라 우리나라는 우주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의 우주기술을 공유하게 됐다. 이번 협정은 양국 간 우주 협력이라는 큰 틀에 대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협력 내용이 명시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중장기 우주개발 과제를 함께 하며 우리 기술 역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미국과는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이 이뤄졌지만 우주기술 분야에서는 미흡했다. 1990년대 중반 당시 과학기술처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우주과학 협력 협의를 했지만 주목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2008년 NASA가 중심이 된 9개국이 착륙선 5~6기를 달에 보내 달의 내부 구조와 역사 등을 연구하자는 국제달네트워크(ILN) 사업에 대한 참여의향서를 제출하고 서명했지만 미국의 프로그램 연기로 협력은 중단됐다. 한국이 2020년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달 탐사 프로젝트 역시 국가 간 협력 체계가 아니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NASA 간 협력의향서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우주개발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 실제로 2004년 우주기술협력협정, 2006년 우주기술보호협정 등을 통해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과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사업 등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 한국 첫 우주인인 이소연 박사는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받은 뒤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스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올라갔다. 2013년 1월 이후 2전 3기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1단 로켓은 러시아의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한 것으로, 우주개발 분야 협력은 러시아 쪽에 쏠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협정으로 자연스럽게 러시아에 대한 우주기술 의존도가 줄어들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관측된다. 나로호 개발 당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과의 기술 협력도 기술 이전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개발한 기술과 장비 등에 대한 자문과 검증 등 지원 형태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제4차 핵실험 및 장거리로켓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를 받게 된 반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인정한 합법적인 방식으로 우주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번 협력을 계기로 한·미 간에 북한의 우주개발 활동을 포함한 관련 정보 교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재문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협정에서는 구체적인 협력 사업 분야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인적 교류 및 시설 접근, 정보 공개, 통관 및 물품 이동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추후 협력 사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협력 절차가 간단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미국과 국가 차원의 우주협력협정을 맺었다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지역 우주 선진국과 달리 향후에도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교원그룹 장평순 회장,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한 ‘평생 인연’ 강조

    교원그룹 장평순 회장,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한 ‘평생 인연’ 강조

    교원그룹(회장 장평순)은 교육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조 매출을 달성하며 초등학교 학습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5년 학교 진도에 따라 체계적으로 학습 커리큘럼을 구성한 신개념 진도식 학습지 ‘중앙완전학습’으로 첫 발을 내디딘 후 빨간펜, 구몬학습, 올스토리 전집을 선보이며, 명실상부한 교육 선두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교원 장평순 회장은 30여년 간의 성장을 기반으로 ‘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한 평생 인연’을 위한 최고의 상품 및 서비스 가치 창출과 혁신을 위해 더욱 매진할 것임을 밝혔다. 특히 장평순 회장은 “창립 후 30여 년간 이어져 온 오늘의 성장과 영광은 함께 노력한 임직원과 파트너, 즉 교원 가족 덕분”이라고 소회를 밝히며 “지난 30여년 성장의 밑거름인 최고의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세일즈 현장 및 관리 부서의 혁신을 더해 고객 행복을 키우는 100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평순 회장이 이끄는 교원그룹은 초등 교육을 대표하는 교육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교육에 이어 2003년부터는 생활문화사업과 호텔레저사업을 통해 고객의 교육과 생활, 휴양을 책임지는 교육생활문화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지난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소비자 니즈에 발맞춰 미래를 위한 고객 가치를 ‘행복’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장평순 회장은 ‘고객 행복’의 시작과 완성을 ‘상품’과 ‘서비스’로 손꼽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출시한 스마트 빨간펜은 풍부한 양질의 콘텐츠와 올바른 학습법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이처럼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경쟁사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최고의 상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장평순 회장은 “상품 가치를 더욱 향상시키는 지도 및 관리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핵심 역량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 체질을 내재화 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한편 빨간펜, 구몬학습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은 1985년 ‘중앙교육연구원’으로 출발해 1991년 사명을 ‘교원그룹’으로 변경했다. 현재는 ㈜교원, ㈜교원구몬, ㈜교원하이퍼센트, ㈜교원라이프, ㈜교원여행, ㈜교원인베스트의 6개 계열사 체계를 통해 학습지, 전집, 체험학습을 선도하는 교육문화사업에 이어 환경가전, 호텔레저사업까지 아우르는 교육생활문화 기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실패에서 배운다-아차차!] 이달곤 前 행정안전부 장관

    [실패에서 배운다-아차차!] 이달곤 前 행정안전부 장관

    “성남과 광주, 하남의 행정구역 통합을 일궜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랬다면 성남 구도심 등 재개발 사업이 훨씬 빨리 추진됐을 것이고 각광받는 거주지로 발돋움했을 겁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2009년 2월~2010년 3월)과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2012년 2월~2013년 3월)을 지낸 이달곤(63) 가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관 재임 시절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추진해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박사를 취득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장을 지낸 이 교수는 학자답지 않은 추진력으로 숱한 논란을 뚫고 창원·마산·진해와 성남·광주·하남 통합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창원 등은 통합해 인구 100만명이 넘는 광역시급 도시로 발돋움했으나 성남 등은 야당의 반대로 실패했다. 이 교수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남·광주·하남 통합 불발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지역사회의 틀을 바꾸는 일인 데다 이해관계가 강하게 얽힌 사안이라 쉽지 않았다”며 “정치권에서 주민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렸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성남·광주·하남이 통합됐다면 서울(605㎢)보다 넓은 행정구역(665.7㎢)과 135만명의 인구를 가진 전국 7대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 예비후보는 이 지역 통합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여전히 관심사로 남아 있다. 이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알아서 하라”는 전권위임을 받은 뒤 전국을 돌며 사전답사했다. 장관 부임 첫 해인 2009년 여름 휴가 때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충청과 호남, 영남을 차례로 돌았다고 한다. 인구가 줄고 재정적자가 심한 일부 지자체는 통합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주민투표로는 개표요건(유권자의 33.3%)을 충족하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해 지방의회 의결을 통한 통합을 유도했다. 당시 이 교수는 충북 청주·청원 통합에도 큰 공을 들였다. 청원군수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세 차례나 직접 내려가 설득했지만, 청원군의회의 반대로 국회에 법안조차 제출하지 못했다. 이 교수가 통합을 성공시킨 곳은 창원 한 곳뿐이라 용두사미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교수는 “행정구역은 선거구와 맞닿아 있어 여러 곳을 통합시키는 건 불가능했다”며 “한 곳이라도 성사되면 상징성과 함께 향후 다른 지역 통합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이 교수가 행안부 장관에서 물러난지 2년 뒤인 2012년 청주·청원은 주민투표를 실시해 투표율 36.7%, 찬성률 79%로 통합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의 정부기관 및 공기업을 이주시켜 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행정구역 통합으로 지역에 거대 도시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지방분권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스타뷰] 10년 만에 14집 앨범 녹음하는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

    [스타뷰] 10년 만에 14집 앨범 녹음하는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

    청년들 직장 줄어들어 힘든 시기인데…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 위로했으면, 희망 줄 수 있다면… “좋아, 좋아, 좋아. 기분 조오타. 상원아, 고무신이란 노래 한번 해볼까. 베이스 원혁이 함 들어오고. 자, 기타도 좀 울리고. 스티브야 니 거기 있나. 장구 좀 땡겨 봐라. 바람 불어라…기타 소리 좋다. 기타 치는 거 어디서 배웠노, 혹시 니 보스턴 갔다 왔나. 크하하하.” 경복궁 옆 레코딩 스튜디오 오디오가이. 2월 중순의 쌀쌀한 바깥 날씨와는 달리 스튜디오 안은 ‘한국 포크의 전설’ 한대수(68)의 14집 앨범 녹음 열기로 후끈했다. 한대수는 국내 정상급 기타리스트 한상원이 이끄는 밴드(베이스 최원혁·드럼 스티브 프루이트)와 함께 초창기 명곡인 ‘고무신’을 녹음하고 있었다. 원래 노랫말을 이날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바꿔 부른다. 베이스 연주자의 이름이 입에 제대로 붙지 않아 녹음이 반복되기도 했다. 너털웃음이 터져나온다. “우리나라 첫 번째 랩이에요. 60년대에 이런 음악 없었어. 또 재미있는 점은 사투리가 녹음됐다는 거야. 그땐 쓸 수 없었지. 방송이 안 되거든. 크하하하.” ●고무신·애즈 포에버 등 리메이크… LP도 발매 한상원은 선배가 신명 나게 부를 수 있는 리듬을 찾았다며 펑키록과 레게, 두 가지 편곡 버전을 들고 왔다. 모두 덩실덩실 흥겨움이 넘쳐난다. 얼굴에 고민하는 빛이 살짝 스치더니 이내 싱긋 웃는다. “아까 록도 신나고 이번 레게도 흥겹고 재미있네. 둘 다 좋은데. 결정하기 힘들면 둘 다 넣지 뭐. 드럼에 한국적인 맛이 있네. 국악 레게야. 상원씨 연주도 장난 아닌데?. 대단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야. 뷰티풀!”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고은과 호흡을 맞춰 ‘애즈 포에버’, ‘이프 유 원트 미 투’를 다시 불렀다. 영어 가사로 된 사랑 노래들이다. 워낙 오래됐다며 가사가 적힌 종이를 손에 쥐고 녹음실로 들어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장난꾸러기다. 하지만 녹음된 트랙을 모니터링할 때는 눈을 지그시 감은 모습이 진지하기 그지없다. “사운드 그레이트. 비오는 날 연애하기 딱 좋겠다. 무드가 있네. 앨범 정서에도 맞고. 머릿곡이 될 수 있겠는데? 남과 비교해서 미안하지만 조니 미첼, 존 바에즈 느낌이 나는데. 그런 뮤지션이 한국엔 없지.” 정규 앨범은 2006년 13집 이후 10년 만이다. 리메이크 앨범이다. 대중음악 평론가이자 문화기획자인 박준흠 사운드네트워크 대표가 기획했다. 우리 대중음악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들의 작품과 삶을 재조명하자는 취지로, 한대수가 그 시작이다. 이르면 5월 나오는 14집은 LP로도 발매될 예정이다. ‘고무신’이 두 가지 버전으로 담길 예정이라 모두 11개 트랙으로 구성된다. 이 중 2개는 LP만을 위한 트랙이다. 평전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특별 전시도 준비된다. 널리 알려진 곡만 담기는 식상한 앨범이 되지 않도록 선곡에 세심하게 신경 썼다. 1집 ‘멀고 먼 길’(1974)과 2집 ‘고무신’(1975)에서 ‘물 좀 주소!’, ‘사랑인지?’ ‘고무신’, ‘희망가’가 뽑아져 나왔다. 세월을 건너뛰어 1989년 나온 ‘무한대’에선 ‘이프 유 원트 미 투’, 이듬해 4집 ‘기억상실’에서는 ‘헤들리스 맨’과 ‘아무리 봐도 안 보여’가 선택됐다. 9집 ‘고민’에선 ‘애즈 포에버’다. 평소 즐겨 부르는 팝의 고전 ‘그린 그래스 오브 홈’, ‘아 유 론썸 투나잇?’을 추가했다. 악기 구성은 최대한 단출하게 가기로 했다. 저마다 1~2곡씩 편곡을 맡아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하는 후배 뮤지션들도 쟁쟁하다. 한상원, 신윤철, 카스가 ‘하찌’ 히로부미(이상 기타), 이우창(피아노), 남궁연(드럼), 심성락(아코디언), 최고은(보컬), 캐나다 컨트리 싱어 피터 제임스 등이다. 사실 2006년 13집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었다. 왜일까. “나이가 들면 창의성이 없어져요. 계속 만들 필요가 있나 싶었어. 대가라고 해도 마찬가지예요. 또 애를 키우니까 너무 피곤해. 음반 만드는 게 대단히 피곤하고 신경 쓰이는 작업이거든. 그리고 만드는 데 돈이 많이 들어가잖아. 돈 많이 들어가는 것은 상관없는데 그만큼 벌어들일 시장이 없어. 해외 록 스타들은 대통령 같은 대우를 받잖아. 그런 멋을 알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게 전혀 안 돼. 안 되는 정도가 아니고 난 고시원(사실은 오피스텔) 월세도 못 낼 정도야. 으허허허.” ●“한국 떠난다는 얘기 나왔지만 꼭 그런 건 아니고” 생각을 바꾼 이유가 궁금했다. ‘농담 반 진담 반’ 식으로 영국의 전설 데이비드 보위에게 책임을 돌린다.“처음엔 안 한다고 했거든. 그랬는데 데이비드 보위가 죽었어. 이글스의 글렌 프레이도 죽었지. 나랑 나이가 비슷해. 한번 가면 끝이야. 음악가가 유리한 건 있지. 음악이 남으니까. 건강할 때, 연주할 수 있을 때 어떻게 해서든지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 이 나이에 앨범을 녹음하는 건 흔치 않아. 내 목소리가 얼마나 가려나? 한 1~2년 더 가려나?” 한대수는 연신 “원더풀”, “잘했어”, “양호” 등을 외치며 스튜디오 분위기를 띄웠다.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배려가 느껴졌다. 그런데 ‘양호’는 그의 늦둥이 딸에게 붙여준 이름이기도 하다. 잠시 쉬는 틈이 생기면 수시로 딸과 전화 통화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와우, 정말 좋겠다!” 통화를 끝낸 한대수가 딸 이야기를 귀띔해준다. “좋아하는 남자 애가 있는 데 3학년 올라가서도 같은 반이 됐다고 좋아하네요. 허허허.” ●“고독한 커피를 마시며 들을 수 있는 앨범 어때요” 딸의 교육 문제로 고민이 컸던 게 ‘한대수가 한국을 떠난다’로 확대 해석되기도 했다. 음악 활동을 중단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몸이 어디에 있든 무슨 상관이랴. “정확하게 계획이 잡힌 게 없지만 양호는 내 두 번째 고향인 뉴욕으로 유학을 보내든 내가 직접 데리고 가든 둘 중 하나는 할 거예요. 난 기타 한두 개, 카메라 두 개만 챙기면 되는 데 아직 집사람이 짐을 안 싸네. 하하하. 우리 교육이 너무 빨라요 .애들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나게 해야 하는 데 그럴 시간을 안 줘. 정서적 손상이 있어. 오십아홉 살에 온갖 노력해서 가진 하나밖에 없는 딸이에요. 잘 키워야지. 으허허허. 고별이다, 한국 떠난다 이야기 나왔지만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뉴욕, 서울, 제주도 어디에서 머물든 목소리가 남아 있는 한은 음악을 할 거야. 음악을 하겠다고 인생을 바친 거니까 열심히 해야죠.” 어쩌면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앨범.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랄까. “고독한 커피를 마시며 들을 수 있는 앨범 어때요. 앨범 제목을 고독한 커피라고 하면 되겠네. 으하하하. 나이 들어 바라보는 세상이 좀 슬퍼요. 뭐, 인생은 항상 슬프지만. 세상에 평화는 오지 않고 더 악해지는 것 같아. 경제 사정도 어렵지. 나 같은 늙은이도 먹고살기 힘들지만 젊은이들은 더 큰 문제잖아요. 직장도 자꾸 줄어들고. 어려운 시기이고 슬픈 시기인데,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아픈 마음을 위로했으면. 웃음도 주고. 아, 그래도 살아 있다, 살아 있는 것도 고맙다, 그런 느낌도 주고 싶고요. 젊은 음악인들에게 희망도 주고 싶고. 그랬으면 좋겠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사드 배치… 美 태평양사령관 “반드시 배치하는 것 아냐”

     미국 고위 군 관계자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반드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중간의 대북제재 협의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6일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준비를 마무리한 상태”라며 “미국 내부 논의가 정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당초 지난 23일 사드 배치를 논의할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를 연기한 상태다.  당시 토머스 밴달 주한 미 8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정부간 진행 중인 대화가 종결되지 않았다”며 약정 체결을 미룬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대북 제재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을 의식해 사드 배치 논의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왕 부장의 방미 기간 미국 고위당국자들은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관해 유보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지난 23일(미국 현지시간) 왕 부장과의 회담을 마치고 “북한의 비핵화만 이룰 수 있다면 사드는 필요없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이 발언은 미국이 대북 제재에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고자 사드 배치 문제를 외교적 지렛대로 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어 25일에는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이 “(한미가) 사드 배치를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반드시 배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짝 더 물러섰다.  미국의 외교 수장에 이어 주한미군사령부를 관할하는 미 태평양사령관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관해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해리스 사령관의 발언은 사드 배치에 관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과는 온도차를 보인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논의가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사드를 조속히 배치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드 배치 논의 과정에서 외교적 고려를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군사적 효용성’을 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선을 그은 바 있다.  한미 양국이 이 같은 온도차를 보임에 따라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논의가 결론을 도출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중국과 고도의 외교전을 펼치며 사드 배치 문제를 대중 지렛대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동실무단 운영을 위한 약정을 체결한 다음 공동실무단 가동을 늦추거나 공동실무단을 가동하더라도 논의 자체를 계속 지연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적어도 군사적 관점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과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사드가 필요하다는 미국의 입장에 변화가 없는 만큼,사드 배치는 시간문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24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 “(한미) 공동실무단이 앞으로 1주일 내에 첫 회의를 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 절차가 잘 진행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종교 초월한 경전 전문 번역가 정창영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종교 초월한 경전 전문 번역가 정창영

    성인들의 참뜻을 알고 싶어 경전을 집어 든다. 하지만 너무 어려워서 그냥 덮는다. 사전을 뒤적이며 읽어 보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아 쉽게 포기한다. 한글 번역본이지만 우리글이 아닌 것 같을 정도로 어려워서다.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종교·철학 전공자도 어렵다는 경전을 쉽게 번역하고 풀어 쓰는 데 몰두한 전문가가 있다. 종교 경전 10여권을 번역, 해석하고 저술한 정창영 선생을 충남 보령 성주산 계곡 전원주택 작업실에서 만났다. →신학대를 나왔다. 불교·동양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우연이었다. 신학대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선택과목으로 종교학을 들었는데 개괄적으로나마 다양한 종교가 전하는 메시지를 접할 수 있었다. 불교 경전, 힌두교 경전을 처음 맛보았다. 이때 힌두교의 중요한 성전 중 하나인 ‘바가바드기타’를 알게 됐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뿌리까지 기독교 신자였기에 바가바드기타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어리석은 얘기 같지만 ‘다른 종교에도 메시지가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에 확 와 닿는 무엇이 있었다. →가슴을 울린 그 무엇은. -나 스스로 특정 종교에 둘러싸인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부터 다른 종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바가바드기타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말 경전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우리말로 번역된 경전이 없으니 영어 번역본이라도 구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어렵게 불교 전문 서점에서 영어 번역본을 구했다. 인도 대통령을 지낸 저명한 분이 번역한 경전이었는데 문장이 참 수려했다. 그게 인연이 돼서 경전 연구에 빠지게 됐다. →당시 국내 번역본이 전혀 없었나. -함석헌 선생이 바가바드기타를 번역하고 강의했다. 반가워서 읽어 봤는데 사실 너무 어려웠다. 영문본보다 더 어려웠다. 번역본이 너무 어려워 공부를 더해 우리말로 옮겨 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일상적인 언어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놓고 싶은 욕망이 굴뚝처럼 솟아올랐다. 이때가 신학대 4학년 때다. 경전의 참뜻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이따금 나온 번역본은 원본보다 더 어려웠다. 이런 건 아니다 싶어 경전 번역에 뛰어들었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자연스럽게 목회의 길을 걸었던 것으로 안다. -목회 활동을 7년 정도 했다. 그러면서도 불교, 힌두교, 심지어 조로아스터교 등에도 관심을 가졌다. 아마 기독교 공부보다 이들 종교 공부에 더 빠졌던 것 같다. 다른 종교의 경전을 해석하면서 공부하다 보니 그곳에도 주옥같은 메시지가 넘쳐흐른다는 것을 알았다. 동시에 목회 활동에 대한 반성도 있었다. 목회는 남을 가르쳐야(설교) 하는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그래서 목회를 접고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된 분야에 파고들어 보자는 생각을 했다. 20대 후반~30대 중반이었다. 목회 활동을 접은 것은 저술과 경전 번역에 매진하기 위해서였다.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했다. 목회 활동을 그만뒀으니 수입이 끊겼다. 그러던 차에 잘 알고 지내던 목회자가 기독교 잡지사를 소개해 줘 편집장 일을 맡았다. ‘몇 푼이라도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사실 편집장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다. 이때 성서 연구도 열심히 했는데 현대어 성서 번역팀에 합류했다. 신학자들이 번역해 오면 원본과 대조, 놓친 부분을 체크해 토론하고 보충하는 일을 3년 정도 했다. 그러나 성서 번역만으로는 먹고살 길이 없어 일반 번역도 병행했다. 조직 문화에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낙향해 경전 번역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전문 직업으로서 번역을 택했던 것이다. 열심히 했다. 원고지 쓰던 시절이었는데 얼마나 일을 많이 했는지 손가락 마디가 45도로 휠 정도였다. →동서양을 넘나들고 종교를 초월해 경전을 번역했다. 경전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가. -백그라운드는 개신교지만 종교 관계없이 경전에 손을 댔다. 수십 권의 번역·저술에 매달렸지만 특정 종교에 빠지지 않고 편협된 시각을 버리려고 했다. 그래서 특정 종교를 넘어 다양한 경전을 접할 수 있었다. 종교가 다르더라도 경전이 주는 메시지는 ‘비슷하다’가 아니라 ‘같다’고 해도 된다. 도덕경이나 붓다의 가르침이나 예수님의 메시지 등이 모두 한길로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 종교에 따라 강조점이 약간 다를 뿐이지 진리를 가르치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종교, 이념을 놓고 다툼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대화의 장벽이다. 기독교는 하나님이라고 하는데 불교는 불성이라고 한다. 힌두교는 브라만이라고 하는데 같은 존재의 상태다. 다만 언어 표현을 놓고 오해가 생기고 분쟁으로 이어진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수준이 다 같지는 않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특정 층(수준)만 들어 종교를 이야기하다 보면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고 나아가 우월성을 따지고 싸움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종교라도 최상위층에 도달하는 정신이나 철학은 같다고 본다. →종교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경전에 답이 있던가. -종교는 진리다. 근본을 가르치는 것이 종교다. 진리는 종교마다 다 있다고 본다. 흔히 종교가 주는 메시지는 사랑이라고 하는데 이는 중간 단계의 계층이 추구하는 메시지다. 사랑에는 감정이 실린다. 하지만 종교의 최상위층은 감정을 초월한다. 부처나 예수의 말씀을 평면에 놓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려다 보니 저항이 생기고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불교 반야심경은 최고 수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경지가 최고조에 오른 제자 사리자에게 주는 메시지였으니 일반인에게는 얼마나 어렵겠나. 불경 안에도 수많은 층의 메시지가 있듯이 모든 종교가 그렇다. 종교마다 서로 배척할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손을 댄 경전이 있나. -법구경을 잡아들었다. 널리 회자되고 친숙해 불자가 아닌 사람이 번역한 법구경을 내려고 한다. 법구경은 부처의 가르침을 모은 책이다. 그 안에는 초등학생에게나 해당하는 도덕 같은 말씀부터 최상층의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씀까지 들어 있다. 법구경 안에서 최상의 말씀은 전체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쉽게 풀어 쓰는 데 목적을 뒀다. →종교 경전에 매달리는 특별한 이유는. -그동안 나온 번역서는 대부분 교계에 있는 분, 아니면 철학자들이 번역했다. 그래서 표현 대부분에 그분들 세계의 언어를 사용했다. 일반인이 그 책을 읽으려면 또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이 활동할 당시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성립되지 않았던 때다. 일반인을 상대로 진리를 전파하려고 했던 분이다. 예수님 활동 당시에도 기독교는 없었고 복음서도 없었다. 성경도 없었다. 모두 일반인을 상대로 얘기한 것이지 않나. 그러니 일반인으로서 경전을 번역할 자격이 있지 않나. 수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씀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경전을 내고 싶다. 밑줄 그어 가며 확실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그런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경전이 주는 메시지를 모든 사람이 조금이나마 쉽게 받아들이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한다. →종교 비교 관련 서적 출간이나 토론에 나갈 생각은 없나. -종교를 놓고 논쟁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토론하다 보면 싸움으로 이어진다. 에피소드가 있다. 경전 번역서가 나오고 대학 강의를 하다 보니 여러 곳에서 당시 한창 방송에서 인기를 끌었던 유명한 철학자 김모 교수와 토론을 붙여 보자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종교, 경전이 주는 메시지를 놓고 토론할 경우 진리를 도출하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거절했다. →천문에도 관심이 많다. 미신이라는 비판도 있지 않나. -천문(天文)은 하늘의 글이다. 천체물리학(과학)을 천문이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천문 해석은 논리적인 통계 학문이라고 본다. 사주처럼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쉽게 풀어 쓸 생각으로 접근했다. 별은 한 곳에 박혀 있지 않다. 모든 행성이 다 그렇듯이 늘 움직인다. 천문은 맞다, 안 맞다의 영역이 아니다. 이해하는 영역이다. 별자리에 따른 인간 성격유형 분류는 통계로 증명한다. 칼 융(의사, 심리학자)도 천문을 기본으로 인간의 성격유형을 분류한다. 글 사진 보령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정창영은 경전 전문가, 천문 해석가로 유명하다. 1955년 충남 연기군 전동(세종시) 출생. 서울신학대 졸업. 어려운 경전을 일반인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교와 나라를 넘나들며 고전을 쉬운 우리말로 옮기는 일을 직업으로 여기고 있다. ‘바가바드기타’, ‘도덕경’, ‘열자’, ‘예언자’, ‘동양정신과 서양정신의 결혼’, ‘성경에 관한 논쟁’, ‘탈무드’,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티벳 사자의 서’ 등 20여권의 번역서와 저서가 있다. 동시에 ‘별들에게 물어봐’라는 책을 내면서 천문 해석가로도 활동 중이다.
  • ‘압도적 1위’ 트럼프 3연승… 슈퍼 화요일 앞두고 전국구 흥행

    ‘압도적 1위’ 트럼프 3연승… 슈퍼 화요일 앞두고 전국구 흥행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파죽의 3연승으로 경선 초반을 압도했다. 23일(현지시간) 열린 네바다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트럼프가 1위를 차지하면서 북동부(뉴햄프셔)와 남부(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서부(네바다)에서도 저력을 보였다. 트럼프가 전국적인 경쟁력을 입증함에 따라 11개 주의 경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3월 1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45.9%를 득표하며 마코 루비오(23.9%)와 테드 크루즈(21.4%)를 여유 있게 앞질렀다. 트럼프는 네바다에 배정된 30명의 대의원 중 득표율에 비례해 최소 12명을 확보했으며, 루비오와 크루즈는 각각 최소 5명을 얻었다. 나머지 8명의 대의원은 배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날까지 트럼프는 최소 79명의 대의원을 얻어 2위 크루즈(최소 16명)를 크게 따돌렸다. 트럼프는 코커스 종료 1시간 뒤 승리를 선언하며 “놀라운 경선이 두 달간 펼쳐질 것”이라면서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두 달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며 남은 경선에서 압승을 거둬 조기에 후보 지명을 확정 짓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승리 배경에는 미국 유권자들 사이에 만연한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AP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네바다 코커스에 참가한 유권자의 60%가 연방정부에 분노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대통령이 기존 정치권에 속하지 않은 ‘아웃사이더’가 돼야 한다는 의견은 유권자의 60%에 달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노선도 네바다에서 승리를 이끈 원동력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네바다주에서 최근 라틴계 인구가 급증하면서 백인 노동자 계층 사이에 반이민 정서가 높아졌고,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정책이 이들에게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네바다주 전체 인구에서 라틴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달하지만, 이날 네바다 코커스에 참가한 유권자 중 8%만이 라틴계였고 85%가 백인이었다. 다만 코커스에 참가한 라틴계 집단에서도 트럼프가 쿠바 이민자 출신인 루비오와 크루즈를 꺾고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면서, 라틴계가 밀집한 서부 및 남부 주에서 승기를 잡는다는 두 후보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네바다 코커스는 공화당 전체 대의원의 3.3%만 선출하지만 서부에서 치러지는 첫 경선지이기에 서부 지역 민심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트럼프는 뉴햄프셔,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어 네바다에서도 압승하면서 전국적으로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과 미니 슈퍼 화요일(3월 15일)에도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트럼프는 이날 17~29세를 제외한 모든 연령, 성별, 인종에서 1위를 기록해 전 계층의 고른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줬다.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여온 루비오와 크루즈는 이날 경선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해 ‘트럼프 대항마’ 결정은 슈퍼 화요일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의 대세론을 꺾기 위해서는 루비오와 크루즈 중 1명은 경선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화당 내에서 힘을 얻고 있었다. 이에 두 후보는 네바다 코커스를 앞두고 서로에 대한 비난전의 수위를 높이며 확고한 2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여왔다. 이날 경선 결과가 드러나자마자 크루즈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슈퍼 화요일에 경선이 치러지는 텍사스로 향했으며, 전날 루비오는 다음달 8일 경선이 열리는 미네소타와 미시간으로 이동해 다음 경선 선거전에 돌입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윤덕여호 리우행 바늘구멍 뚫어라

    AFC 티켓은 두 장뿐… 北·日전 분수령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 무대 첫 진출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24일 전남 영암군 삼호중공업 사계절잔디축구장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오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개막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나서는 각오를 다졌다. 여자 대표팀은 25일 오사카로 출국한다. 한국 여자축구는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배정된 티켓이 두 장뿐인 올림픽 무대는 여전히 한 번도 넘어 본 적이 없는 도전이다. FIFA 랭킹 18위인 한국 여자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4위), 북한(6위), 호주(9위), 중국(17위), 베트남(29위) 등 5개국과 풀리그를 치러야 한다. 대진운도 썩 좋진 않다. 29일에는 막강 전력을 과시하는 북한을 상대로 1차전을 치러야 한다. 북한은 최근 두 차례 올림픽 본선에 모두 진출했다. 이틀 뒤에는 지난해 여자 월드컵 준우승팀인 일본을 만난다. 윤 감독은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에서 “쉽지 않은 대회지만 반드시 승점을 쌓아 본선 진출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1, 2차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1, 2차전에서 반드시 승점 2~3점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첫 상대인 북한에 대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그램그램, ‘부탁해요, 엄마’에 이어 후속작 ‘아이가 다섯’ 제작 지원

    그램그램, ‘부탁해요, 엄마’에 이어 후속작 ‘아이가 다섯’ 제작 지원

    국내 대표 외식프랜차이즈 소고기전문점 그램그램(대표 윤양효)이 KBS2 새 주말 드라마 '아이가 다섯(극본 정현정, 연출 김정규)’ 제작지원에 나섰다. 아이가 다섯은 지난 20일을 첫 방송으로 2회만에 시청률이 26.5%(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으며 이후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KBS 주말 안방극장의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가 높은 드라마다. 아이가 다섯은 싱글맘과 싱글대디의 재혼로맨스를 필두로 다양한 세대의 개성 있는 로맨스와 유쾌한 웃음으로 명랑하고 따뜻하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아가는 가족들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려낼 예정이다. 아이가 다섯 제작지원을 맡은 소고기전문 브랜드 그램그램은 종영한 KBS 주말극 ‘부탁해요, 엄마’ 제작지원에 이어 아이가 다섯에도 제작 지원을 맡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램그램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만한 소고기 메뉴와 푸짐하고 양질의 소고기를 저렴한 가격대에 식사할 수 있어 가족외식 및 회식장소로도 선호되는 브랜드다. 아이가 다섯에서 명품 중년 배우 이식욱(장용), 오미숙(박혜숙)은 극 중 그램그램 매장을 운영하며 짠한 부성애와 모성애 연기뿐만 아니라 뚜렷한 개성과 캐릭터로 감칠 맛나는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방영 첫 화부터 이식욱(장용)과 오미숙(박혜숙)이 자신이 운영하는 그램그램 유니폼을 입고 운영을 준비하며 아들 장남의 재혼에 관한 고민을 대화하는 배경이 그램그램이다. 이처럼 그램그램은 극중의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브랜드를 노출하며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램그램은 ‘고깃집 창업은 힘들다’라는 편견을 깨고 최적화된 시스템과 안정적인 물류 공급망을 제공함으로써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중년들에게 특히 선호되는 브랜드로 전국적으로 290여 개의 매장이 운영 중에 있다. 그램그램은 KBS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뿐 아니라 SBS 일일드라마 ‘마녀의 성’도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아이가 다섯 드라마 속 소고기 전문브랜드 그램그램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홈페이지(www.gram-gram.com) 또는 대표전화(1544-2272)로 확인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빨간 한 입 베어 물면 상콤달콤 과즙… 딸기가 좋아

    빨간 한 입 베어 물면 상콤달콤 과즙… 딸기가 좋아

    루비처럼 빛나는 빨간 과육에 촘촘히 박혀 있는 노란 씨, 그 속에 풍부한 비타민C까지…. 딸기가 제철인 시기가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특급호텔에서만 1~3월 특별 행사로 주인공 대접을 받았던 딸기가 최근 디저트의 여왕으로 자리잡았다. 특급호텔뿐만 아니라 중저가 뷔페 레스토랑과 각종 베이커리, 카페의 특별 메뉴로 등장한 딸기의 매력은 무엇일까. ●11~1월 첫 수확 딸기 맛있어… 3월부터 싸져 겨울부터 즐길 수 있는 딸기는 원래 봄철 과일이다. 21일 이마트에 따르면 딸기는 비닐하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노지 재배를 할 경우 4~5월이 제철이다. 하지만 요즘 국내에 출하되는 딸기의 95% 이상은 하우스 시설 재배로 11월부터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때문에 11월부터 1월까지는 첫 수확된 딸기를 즐길 수 있는 시기로 비싸지만 가장 맛이 좋다. 이후 3월부터는 딸기가 대량으로 시중에 풀리는 시기로 가장 저렴한 가격에 딸기를 맛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여러 레스토랑에서 딸기를 각종 디저트와 요리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안상훈 이마트 딸기 바이어는 “현재 딸기 도매 시세는 2㎏ 기준으로 전년보다 10% 정도 저렴한 1만 5000~2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딸기 품질이 가장 좋은 지역인 전남 담양은 물량이 적어 가격이 비싸지만 다른 지역 딸기에 비해 당도가 1~2브릭스(당도를 나타내는 단위)가량 높아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마트나 중저가 레스토랑에서 인기 있는 딸기 품종은 ‘설향’이다. 아모제푸드의 뷔페 레스토랑 엘레나키친에 따르면 2006년까지만 해도 일본 품종인 장희와 육보가 국내 딸기 재배의 92%를 차지했다. 2012년 국내 딸기 품종인 매향과 설향 등이 개발되면서 현재 국산 딸기 농가에서 매향과 설향 생산 점유율은 78% 정도다. 박정운 아모제푸드 메뉴개발실장은 “토종 품종인 설향은 장희와 육보의 장점만 가진 것으로 과육이 적당히 단단한 데다 달고 즙이 많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뷔페 레스토랑·호텔 등 딸기 디저트 메뉴 다양 싱싱한 제철 딸기를 다양한 디저트로 저렴하게 즐기고 싶다면 집 근처 뷔페 레스토랑을 찾아보자. 홈플러스 주요 점포에 입점한 엘레나키친에서는 평일 점심·저녁 1만 2800원, 주말 1만 5800원에 유러피언식 뷔페 메뉴와 함께 5종의 생딸기 디저트를 다음달 말까지 저렴하게 제공한다. 바닐라 파나코타와 딸기의 새콤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딸기 파나코타’, 부드러운 우유케이크에 들어 있는 딸기의 상큼함이 포인트인 ‘우유듬뿍 딸기 케이크’ 등이 있다. 또 터키 전통 젤리에 딸기를 넣은 ‘딸기향 가득 딸기 젤리’, 커스터드 크림과 딸기, 바나나를 함께 즐기는 ‘떠먹는 딸기&바나나’ 등이 준비됐다. 박 실장은 “행사 시작 2주 전 고객들에게 시험 삼아 딸기 디저트를 제공했더니 반응이 좋아 자신감을 얻고 이번에 처음 정식으로 딸기를 주제로 한 디저트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특급호텔의 딸기 뷔페는 이용 가격이 5만원 안팎으로 다른 뷔페 레스토랑보다 고가이지만 딸기 뷔페 붐을 일으킨 1등 공신답게 올해 그 어느 때보다도 딸기 디저트 메뉴에 신경 썼다. 심창식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총주방장은 “여성 고객 방문 수가 늘어나고 있고 예쁜 디저트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려 입소문이 퍼지는 점을 고려했다”면서 “시각적인 장식 효과를 강조한 게 올해 딸기 뷔페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로비라운지&델리는 4월 19일까지 매주 주말 제철 딸기를 이용한 딸기 디저트 뷔페를 선보이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4월 30일까지 ‘올 어바웃 스트로베리’ 딸기 디저트 뷔페를 진행한다. 파나코타, 피낭시에, 타르트, 파르페 등 다양한 종류의 디저트에 딸기를 접목시켰다. ●베이커리·카페서도 딸기 메뉴는 효자상품 호텔뿐만 아니라 베이커리, 카페 등에서도 딸기 메뉴는 효자 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투썸플레이스는 4월 30일까지 딸기 음료를 선보인다. 대표 메뉴로는 곱게 간 딸기를 우유에 넣은 ‘스트로베리라떼’다. 이 메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에 이어 매출 3위를 차지한 인기 메뉴다. 뚜레쥬르의 신제품 ‘스트로베리 쿨페스트리’는 바삭한 질감의 동그란 페이스트리 빵 사이에 생크림과 딸기를 넣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딸기를 활용해 다양한 디저트 메뉴로 즐겨도 좋지만 딸기의 가장 큰 매력은 딸기 그 자체로 먹는 게 아닐까. 맛있는 딸기를 고르기 위해서는 색이 가장 중요하다. 안 바이어는 “과육의 80~90%가량이 빨갛게 익어 있고 씨가 촘촘하고 깊이 박혀 있는 게 좋다”면서 “딸기 꼭지가 싱싱한 초록색을 띠고 있고 수확했을 당시처럼 위를 향해 있는 것이 신선한 상태의 딸기”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탈북 난민들 통해 본 한국 사회

    탈북 난민들 통해 본 한국 사회

    탈북 난민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한국 사회 모습과 인간 한계를 그려낸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창단 30주년을 맞은 극단 작은신화의 올해 첫 작품 ‘토일릿 피플’이다. 극은 주영이 탈북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그들의 실태 파악에 나서면서 시작된다. 주영은 현장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 한결을 상담하던 중 탈북 난민들이 해상 탈출 때 ‘변기-토일릿 보트’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일릿 보트는 특수 재질을 활용해 변기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태풍이 불어오면 UFO처럼 상공을 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주영은 토일릿 보트 실체 파악에 나서지만 이를 증언하는 한결의 말은 설화와 현실을 넘나들어 맥을 잡기 어렵다. 탈북 난민이 사용한 뗏목을 토일릿, 즉 변기로 상징화해 희극적이면서도 냉혹한 풍자를 곁들인다. 변기는 모두가 탈출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억압적인 장치를 상징한다. 믿을 수 없는 재질로 이뤄진 ‘토일릿 보트’ 진상 파악 과정에서 천민자본주의, 언론 부패, 행정 관료주의, 사람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이념의 경직성, 좌우 대립 등 현재 한국 사회의 지형도가 하나씩 펼쳐진다. 작품을 쓴 극작가 이여진은 “탈북자 문제를 소재로 다뤘지만 그들이 겪는 수난과 좌절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부조리하고 모순에 찬 국가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연출가 최용훈은 “좌우로 나뉜 입장을 동시에 다루되 둘 모두를 반성적 시각에서 접근했다”면서 “그 어떠한 명분과 정치 담론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전석 3만원. (02)6465-8324.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美 ‘세컨더리 보이콧’ 北제재 시작

    한·미, 투트랙 벗어나 ‘압박’ 중점 북한만을 겨냥한 미국의 초강력 대북 제재법안이 1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식적으로 발효됐다. 미 정부는 이 법안을 근거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에 대해서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수준의 강력한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이날 첫 고위급 전략협의를 갖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안보리 대북제재는 연계되지 않고 추진될 것임을 확인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가 최근 통과시킨 대북 제재 법안(HR757)에 공식 서명했다고 밝혔다. 북한만을 겨냥한 제재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 정부는 언제든 북한에 대해 한층 강력한 독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됐다. 백악관 관계자는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서니랜즈에서 열린 미·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돌아오자마자 법안에 신속하게 서명한 것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2일 하원을 통과한 법안은 발효까지 37일 만의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한·미 양국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이 참석해 열린 고위급 전략협의에서 강력한 제재 결의안을 도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워싱턴을 방문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특파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대북 정책을 압박과 대화의 ‘투 트랙’으로 끌어왔다면 이제는 압박에 중점을 두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 추진을 제안한 데 대해 “지금은 압박에 힘을 기울일 때”라며 “대화를 이야기할 시점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이 당국자는 안보리에서 논의 중인 결의안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본격적인 검토 단계에 들어가 실효성 있는 강력한 제재 조치를 도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과거보다는 강력한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블링컨 부장관은 이와 관련한 PSB방송 인터뷰에서 “진짜 ‘이빨’이 있는 가장 강력한 결의안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사드 도입 문제와 관련, “안보와 국익의 필요성이 판단 기준”이라며 “다른 문제와 연계되거나 조건이 걸려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중국이 안보리에서 진행 중인 대북 재제 논의와 사드 문제를 연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사드는 우리의 안보상 필요하기 때문에 협의하는 것이며 서로 주고받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제재 이행법안에 서명함으로써 법안이 발효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당신이 오카야마에 간다면

    그러니까 이 모든 건 다 기차 때문이다. 일본 기차 여행이 편리한 건 여행 좀 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라지만,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오카야마가 이렇게 쉽게 연결될 줄은 몰랐다. 꼭 가야 할 곳이라며 기나긴 리스트를 작성하지 않아도 좋은 동네. 느긋한 오카야마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This stop is Okayama첫 번째 역오카야마岡山 청명함, 단출함 그리고 느긋함 오카야마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사이 세토내해와 접해 위치하고 있다. 동쪽으로 간사이 지방, 서쪽으로 히로시마와 규슈, 남쪽으로 시코쿠를 연결하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이곳은 예로부터 교통과 물류의 요지였다. 게다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땅과 바다에서 거둬들인 수확도 풍부했다. 스스로를 청명한 고장이라 칭하는 이곳은 이름처럼 자연과 더불어 느리고 풍요롭게 발전해 온 지방이다. 그러한 오카야마로 최근 외국 여행자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어디로 발길을 돌려도 좋은 그 느긋함을 찾아서다. 오카야마시는 오카야마현의 최대 도시지만 도심 풍경은 단출하다. 서쪽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동쪽으로 30여분 거리 안에 오카야마의 자부심인 오카야마성과 일본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고라쿠엔을 비롯해 다수의 미술관과 심포니홀 등 문화 공간이 흩어져 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오카야마성. 영주 우키타 히데이에에 의해 1597년에 완성된 오카야마성은 아사히강을 해자처럼 두르고 솟아 있다. 본래 흐르던 강의 줄기를 바꿔 지금처럼 성을 휘돌아 나가게 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영주의 권위와 힘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키다 나오이에부터 이케다 아키마사까지 총 14명의 영주가 280년에 걸쳐 성의 주인으로서 이 지역을 관할했다. 성에서 가장 높은 6층 천수각에 올라 보면 그들이 조망하려 했던 풍광이 어떤 것이었는지 짐작 가능하다. 내부에는 이케다 가문의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일본의 성 중 드물게 검은색을 띄고 있어 우조, 까마귀 성이라는 별명도 얻은 이곳은 1945년 세계대전 중 소실되었고, 1966년 복원해 현재 오카야마시가 관할하고 있다. 오카야마성에서 쯔루미 다리를 건너면 고라쿠엔으로 이어진다. 이바라키현의 가이라쿠엔,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과 더불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음식과 관련한 레드 가이드 외에 여행 정보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도 펴내는데, 레드와 동일하게 그린 역시 별 3개를 최고점으로 친다. 고라쿠엔은 이 그린 가이드에서 당당하게 별 3개를 받은 곳이다. 과거 영주가 찾으면 기거하는 곳이었다던 엔요테이 안쪽의 가쿠메이칸. 다다미로 칸칸이 이어진 내부의 나무문을 열어젖히니 고라쿠엔의 풍광이 바람처럼 왈칵 밀려들어온다. 나무와 물과 바람과 하늘, 자연의 조화가 말 그대로 한 폭의 그림 같다. 감탄하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두루미 한 마리가 우아하게 날아간다. 고라쿠엔의 홍보담당자 미카 사카모토씨에 의하면 고라쿠엔에는 현재 8마리의 두루미가 있는데, 이들은 매일 산책길을 걷는 등 일정한 훈련을 받고 있단다. 4마리는 아직 초보이고 훈련이 잘 된 4마리가 시간에 맞춰 공원을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다닌다는 것. 3대 정원의 명성은 거저 얻은 게 아니었다. 약 14만2,000m2의 이 드넓은 정원은 봄의 벚꽃과 매화부터 여름의 꽃창포와 차나무,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까지 계절을 눈으로 맛볼 수 있다. 어디를 걸어도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드는 고라쿠엔에서 가장 좋은 뷰포인트를 꼽자면 단연 니시키가오카 언덕이다. 6m 가량 올라온 인공 언덕인데 시선을 가리는 건물이 하나도 없으니 내려다보는 전망이 고층 전망대 못지않다. ▶inside Okayama 모모타로의 전설일본 전역에서 통용되는 동화 같은 설화 모모타로 이야기가 이곳 오카야마에선 특히 자주 등장한다. 모모타로가 구술 전술된 이야기기에 이곳과 관련 있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으나 오카야마가 복숭아의 고장이란 점, 유난히 물이 맑고 청명한 지역이라는 것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카야마의 상징이 되었다. 오카야마 서쪽 외곽에는 모모타로 전설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일본의 고대 왕족을 모신다는 기비츠신사도 있다. 도시 곳곳에서 모모타로의 동상과 그림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맨홀 위의 모모타로가 앙증맞다. 명물 전차 오카덴 오카야마시에선 이곳의 명물 노면전차 오카덴을 타 보자. 오카야마성과 고라쿠엔에 가려면 오카야마 기차역에서 출발해 시로시타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약 5분 남짓 소요된다. 요즘 일본에서 전차의 부활이 유행인데, 오카야마는 비록 운행 구간이 축소되긴 했지만 한 번도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100년을 이어 왔다. 전차의 부활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사회학자들은 주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것에서 찾는다. 장년층이 속도 위주의 지하철보다 전차를 훨씬 편안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쇼핑은 이온몰 일본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 쇼핑몰 이온몰. 2014년 오카야마시에 개관했는데 기차역에서 도보 3분이라는 초중심지에 들어선 것이 특징이다. 지하 2층에서 7층까지 도심 속 쇼핑몰로는 꽤 큰 규모인데 패션부터 리빙, 갤러리, 다이닝까지 입점 점포도 훌륭하다. 특히 1층에 질 좋은 슈퍼마켓을 전면 배치했는데 시민은 물론이고 여행자가 이용하기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다. ●This stop is Kurashiki두 번째 역 구라시키倉敷 곳간에서 꺼낸 우아한 미관지구 오카야마시를 벗어나 오카야마현으로 여행 구간을 넓히면 입소문 1순위는 단연 구라시키다. 오카야마에서 기차로 20분이면 닿는 이곳 구라시키에는 에도시대의 건축물이 그대로 보존된 전통마을이 있다. 구라시키는 에도시대 초반부터 물류의 중심지로 번성했다. 구라시키강을 따라 쌀과 면화를 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들어섰고, 물길을 따라 배들이 물건을 실어 날랐다. 구라시키라는 도시의 이름 자체가 광, 곳간을 뜻하는 ‘구라’에서 왔을 정도. 이런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바로 구라시키 미관지구美觀地區다. 역사보존지구이자 관광지인 셈인데 다른 지역과 달리 상점가 이층에 일반 시민들이 살아간다. 과거와 현재, 관광과 일상이 그윽하게 맞물려 있는 모범적인 예라 하겠다. 구라시키 기차역에서 걸어서 10분여, 미관지구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건너 뛴 듯 에도시대의 전통가옥과 거리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된 쌀 창고를 개조한 공간에 아름다운 일상용품을 전시한 구라시키 민예관, 수백년이 넘은 상인의 집을 개조한 료칸, 옛 방적공장을 개보수한 아이비스퀘어 등은 이 미관지구를 떠받치는 장소들이다. 미관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오하라 미술관이다. 1930년 일본 최초의 사립미술관으로 설립된 오하라 미술관은 무려 3,50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작가 목록이 모네, 로댕, 엘 그레코, 샤갈, 고갱, 모딜리아니, 르누아르, 세간티니, 피카소 등 놀랍도록 화려하다. 오하라 미술관은 구라시키에서 방적공장을 일군 오하라 마구사부로와 그가 후원했던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의 합작품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문화 후원에 관심이 높았던 오하라 마구사부로에게 화가 고지마 도라지로는 서양의 대작을 소장할 것을 권유한다. 1920년대 고지마 도라지로는 직접 유럽으로 출장을 떠나 세심하게 작품을 선별했다. 이 과정에서 모네와 마티스에게서 직접 작품을 구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구라시키의 자랑이 된 오하라 미술관은 그렇게 태어났다. 안타깝게도 고지마는 미술관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지만 그의 뛰어난 감식안과 선견지명은 지금껏 수많은 주민과 여행자들의 예술적 허기를 채워 주고 있다. 오하라 미술관에서 대각선으로 강을 건너 내려가면 아이비스퀘어에 닿는다. 붉은 벽돌로 쌓은 외벽을 담쟁이덩굴이 싸고도는 모양이 이름 그대로다. 이곳은 옛날 방직공장을 리모델링하여 호텔과 레스토랑, 박물관으로 탈바꿈시켰다. 1974년 완성되었는데 건물의 기본 형태는 그대로 유지한 채 내부시설을 바꾸고,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가미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실제로 현지 주민들의 결혼식 야외 촬영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161개의 객실을 보유한 아이비스퀘어호텔 역시 과거의 기억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당시 골조를 살리며 공사하느라 몹시 애를 먹었지만 그 덕분에 특유의 분위기를 이어 올 수 있었다는 평가다. 그러니까 이곳 구라시키는 과거 곳간 창고가 넘쳐나는 물류지대에서 한동안 방직공장이 즐비한 도시였다가 그 역사를 잘 보존해 오늘날 여행자를 품는 곳으로 변모된 셈이다. ▶inside Kurashiki 아기자기한 미관지구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생동감 있게 하는 것은 단연 아기자기한 가게들이다. 천편일률적인 토산품 가게가 아니라 제 개성을 뽐내는 곳들이 많다. 공업용 테이프를 생산하던 회사가 이제는 디자인 중심의 마스킹 테이프를 생산하는데 이를 활용한 체험도 가능하다. 이 밖에 과거 구라시키의 직물 생산의 전통을 재현한 가게, 다양한 디자인의 향초 공방 등이 오밀조밀 이어진다. 구라시키강의 유람선3월부터 11월까지는 구라시키강을 오가는 유람을 즐길 수도 있다. 작은 배에 몸을 싣고 버드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는 미관지구의 풍광은 또 다른 맛이다. 풍요로운 반달, 무라스즈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간식은 반달 모양의 ‘무라스즈메’다. 과거 풍요로운 곳간을 상징하듯 곡물을 활용한 전통 간식이다. 구수하면서도 달콤해 자꾸 집어 먹게 된다. 반죽을 달궈진 팬 위에 얇게 펴 부치고 그 위에 팥소를 넣어 만두처럼 덮어 내는데 만들기 체험도 가능하다. 3개 만들기 체험 500엔. 오카야마 대표 음식들 오카야마현의 대표 음식을 나열하자면 마마카리, 문어, 기비 당고(수수경단) 등이다. 물론 대표 과일인 하얀 복숭아와 피오네 포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중 청어과 생선 밴댕이에 해당하는 마마카리는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데, 초밥으로도 전채로도 인기다. 또 가쓰오부시 육수에 살짝 데쳐 먹는 타코 샤브샤브, 문어밥으로 먹는 타코메시도 대표 메뉴다. ●This stop is Kojima세 번째 역 고지마幸島 청바지를 입은 도시 인구 7만2,000여 명의 작은 도시가 청바지로 인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계단부터 개찰구까지 청바지가 수놓아져 있고, 기차 역사 밖으로 청바지가 나부끼며, 청바지 래핑을 두른 버스와 택시가 거리를 누비는 이곳은 오카야마현 구라시키시에 있는 작은 마을 고지마다. 고지마는 일찍부터 방직·섬유산업이 발달해 한때 일본 학생복의 90% 이상을 생산했던 곳이다. 이곳에 청바지가 보편화된 건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 전역에 전파된 서양 문화와 맥을 함께한다. 그러나 고지마 관계자는 이미 그 이전 군정 시기에 미군부대를 통해 흘러들어온 청바지를 고지마의 다수가 공유하고 있었다고 회상한다.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1965년 고지마의 ‘빅존’이라는 회사가 처음으로 일본산 청바지를 생산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에서 수입한 청바지 원단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몹시 딱딱하고 두꺼워 고지마의 발달된 봉제기술로만 제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73년부터 일본산 원단을 직접 생산하면서 뻣뻣한 청바지 원단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고지마의 장인들은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기계에 청바지와 돌을 같이 넣고 돌리는 ‘스톤 워싱’도 이곳에서 개발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쿠라지마의 가벼운 화산석이 그들이 원하는 워싱을 만드는 데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청바지의 워싱이나 자연스러운 주름이 절로 완성된 게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인체 곡선에 더 편안하게 맞고 더 아름다운 핏을 내는가를 장인들이 고심한 결과다. 패스트 패션이 등장하면서 고지마의 청바지 브랜드도 한때 위기를 맞았지만, 고지마는 질 좋은 일본산 청바지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한 해 입고 마는 나쁘지 않은 청바지가 아니라, 한번 구입하면 입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고급화를 추구한 것. 이는 기성품과 오더 메이드 양쪽 모두에 적용되었는데 방향 전환은 빼어난 한 수였다. 누구의 장롱을 열어도 최소 다섯 장은 들어 있을 만큼 청바지는 흔한 아이템이지만, 고작 몇 밀리미터의 차이로 핏이 미묘하고 불편한 어려운 제품이기도 하다. 고지마에서 주문할 수 있는 ‘오더 메이드 진’은 이런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십분 이해한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템이다. 베티하우스의 경우 가장 중요한 원단 선별과 패턴 제작부터 시작해, 벨트 레이블, 리벳, 단추, 스티치 등 소소한 부자재도 모두 선택할 수 있다. 원단도 다양해 솜을 누빈 것부터 캐시미어가 함유된 데님도 있다. 평생 패턴을 보관해 주므로 언제든 재주문도 가능하다. 품질 때문에 한 번 입어 본 사람은 다시 찾는데 일본 전역은 물론이고 한국, 중국, 대만뿐 아니라 멀리 유럽에서도 찾아온다는 게 베티 스미스의 이야기다. 인근 체험관에선 자투리 데님 원단을 활용해 핸드폰 고리나 열쇠고리를 만들어 볼 수 있으며, 아이디어 넘치는 소소한 상품 코너도 있다. ▶Travel tip 특급열차를 5일 동안 무제한으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낯선 오카야마현으로의 여행이 수월했던 건 바로 JR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간사이 와이드 패스’ 덕분이다. 간사이공항에서부터 간사이 지방이 아닌 오카야마현까지 신칸센을 포함해 특급 기차를 5일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차 패스다. 성인 기준 9,000엔(국내에서 구입하면 8,500엔)으로 일본 내국인의 단순 1회 왕복 요금보다 저렴하다. 때문에 바쁜 오사카 여행 전후로 혹은 오카야마를 콕 집어서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 오카야마 공항을 연계하는 직항편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도시를 보고 싶다면 항공편이 훨씬 다양한 오사카 간사이공항을 통해 이동하는 방법도 괜찮기 때문. 신오사카 1회 환승을 포함해 간사이공항에서 오카야마역까지 약 1시간 40분이 소요된다. JR은 또 간사이공항 인근에 있는 유니버설스튜디오재팬USJ도 연결하므로 하루를 활용해 즐기기도 좋다. USJ는 지난해 해리포터 존 개관으로 월 관람객 신기록을 갱신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 Travie writer 김정은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승무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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