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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솔제지 인쇄골목에 ‘상생의 화분’

    한솔제지 인쇄골목에 ‘상생의 화분’

    “우리 같이 잘해 봅시다.”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일 국내 최대 제지기업 한솔제지가 서울 을지로 인쇄소 골목에서 ‘상생’을 다지는 행사를 펼쳤다. 주요 거래선들이 위치한 을지로로 사옥을 이전한 뒤 처음 맞는 식목일을 기념해 한솔제지 임직원들은 아침 회사 주변 인쇄소들을 일일이 찾아 화분 1000개를 전달했다. 출근길 시민들에게도 1000개의 화분을 나눠줬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을지로 사옥 이전 이후 고객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그 노력을 알리려는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라고 말했다. 전북 완주 조림지에서 임직원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소나무 100그루를 심는 행사도 가졌다. 1996년부터 매년 전국 각지의 조림지에서 나무심기를 해왔는데 지금까지 심은 나무만 4억 5000만 그루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1300억원에 이른다. 권교택 한솔제지 대표는 “기업의 친환경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각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식목행사가 활발한 터라 국내 조림사업의 선구자로서 더욱 큰 책임과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놀토 학교’ 교육 대신 보육만 떠안았다

    ‘개선된 것은 참여율뿐?’ 전면 실시된 주 5일 수업제가 지난달 31일로 한달을 맞았다. 강사 부족이나 학생들의 토요프로그램 외면 등 준비 소홀로 인한 시행 초반의 문제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적극적인 독려와 일선 학교의 노력 덕분에 상당부분 개선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가정교육 활성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사실상 주6일제라는 푸념이 나오고 있다. 상당수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몰리면서 학생들의 학습부담은 오히려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과부에 따르면 3월 마지막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토요프로그램 참가 학생은 147만 2939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초·중·고교생의 21.1% 수준이다. 참가학생은 주 5일 수업제 시행 첫날인 지난달 3일 8.8%에서 13.4%(10일), 18.4%(17일), 20.0%(24일) 등 꾸준히 올라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교과부 관계자는 “토요프로그램에 전체 학생의 3분의1가량을 소화하겠다는 당초 목표에는 못 미치지만 첫 시행 한달 성과치고는 괜찮은 편”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안정세와는 달리 일선 학교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에서 토요프로그램 업무를 담당하는 H(39·여) 교사는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된 뒤 토요일 업무가 2배 이상 늘었다고 호소했다. H교사는 매주 토요일 오전 8시까지 학교에 출근해 토요프로그램 참가 학생을 일일이 파악해 오전 10시 해당 교육청에 보고한다. 출석한 학생들은 물론 학교 밖 지역사회기관의 토요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까지 모두 파악해야 한다. A교사는 “참가 학생수와 프로그램 세부 내용까지 파악하는 데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고 꼬집었다. 서울의 또 다른 초등학교 S(28·여) 교사도 “매주 토요일 교사와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나오는데 주 5일제 수업이라는 명칭이 어울리느냐.”면서 “토요일 수업이 빠지면서 방학도 줄고 평일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등 교사도 학생들도 모두 힘든 제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에 격주 수업에 비해 요즘 토요일에 학교에 나오는 학생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 5일제 수업의 근본 취지인 가정교육 강화나 학습부담 경감을 위한 노력보다 단순히 토요일 수업의 공백을 메우려고 마구잡이식으로 정책을 쏟아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만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기관인 학교에다 토요일에는 보육기능까지 떠맡도록 하다 보니 격주로 ‘놀토’를 운영할 때보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훨씬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건형·윤샘이나기자 kitsch@seoul.co.kr
  •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MB·박근혜 아바타 저격” 은평을 등 5곳 집중공략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MB·박근혜 아바타 저격” 은평을 등 5곳 집중공략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4·11 총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9일 0시쯤 동대문 시장을 찾아 “이제 심판의 새벽이 열렸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른 아침 영등포 신길역 출구에서 신경민 후보와 함께 출근길 시민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이언주(경기 광명을) 후보의 지역구와 공략 지역구 4곳을 차례로 방문해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을 겨냥한 날 선 선거 유세를 이어갔다. 한 대표는 가는 곳마다 “우리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나. 아무리 옷을 파랑에서 빨강으로 바꿔 입어도, 간판을 바꿔도 내용은 똑같다. 바꾸는 선거, 심판하는 선거라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을에서는 정동영 후보가 대권 주자임을 내세워 “정동영이면 할 수 있다. 바꿔야 강남도 살고 바꿔야 삶이 변한다. 서민 경제가 강남에서 함께 피는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표심을 자극했다. 한 대표는 주로 강남구청 주변에 좌판을 펴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쑥과 파 등을 구입하며 ‘서민 정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이어 동대문 장안사거리, 종로 통인시장, 은평구 불광시장을 방문하며 소상공인을 집중 공략했다. 한 대표는 종로에서 새누리당에 “4·11 총선까지 반값등록금 법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야권 단일 후보인 통합진보당 천호선 대변인이 출마한 은평을에서는 통합진보당 유시민 공동대표와 함께 지원 유세를 벌이기도 했다. 한 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맞춤형 복지는 가짜다. 야권 연대가 힘을 합쳐 진짜 복지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당 대표단과 통합진보당 대표단의 공동 유세 출정식도 오후 광화문에서 열렸다. 한 대표와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양당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이들은 “야권 연대야말로 새누리당을 무너뜨릴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정권 심판을 다짐했다. 서로에게 각각 자기 당의 색깔인 노란색, 보라색 스카프를 매어 주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민주당은 새누리당 이재오(은평을), 김종훈(강남을), 홍준표(동대문을), 홍사덕(종로), 권영세(영등포을) 후보를 ‘MB(이명박 대통령) 아바타·박근혜 최측근 5인’으로 선정하고 이들 지역구를 공략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민주당의 핵심 선거 프레임인 ‘MB·새누리당 심판론’을 첫날부터 앞세워 ‘MB 대 반(反)MB’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한편 민주당은 공지영 작가, 조국 교수, 가수 이은미, 이창동 감독, 배우 김여진, 의사 정혜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시사만화가 박재동, 배우 권해효, 정지영 감독, 김용택 시인,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12명의 멘토단을 확정했다. 멘토단은 단일 후보를 홍보하고 ‘MB정권 심판론’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현정·이범수기자 hjlee@seoul.co.kr
  •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朴, 종로 등 16곳 강행군 공사장·시장서 민생 부각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朴, 종로 등 16곳 강행군 공사장·시장서 민생 부각

    “자신들이 그토록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약속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해군기지 건설, 이런 것을 야당이 됐다고 다 폐기하자고 한다면 세계 어떤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을 믿어주겠습니까.”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4·11 총선 첫 지원 유세를 시작한 29일 낮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광장에 모인 시민 500여명이 ‘박근혜’를 연호했다. 종로 홍사덕, 중구 정진석 후보 지원에 나선 박 위원장은 환호를 만끽할 틈도 없이 곧바로 다시 차에 올라야 했다.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 동대문갑에 출마한 허용범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아침 8시 15분부터 시작해 5번째 일정을 소화했고 앞으로 11곳이 남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하루 종일 서민과의 스킨십 강화에 주력했다. 영등포갑(박선규 후보)을 방문해서는 건물 공사장 인부에게 “언제 준공되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양천갑(길정우 후보)에서는 재래시장인 신정제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며 ‘민생 챙기기’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한 상인이 “아이고, 너무 반갑네요.”라며 인사하자 박 위원장은 “경기가 안 좋아서 예전보다 힘드시죠?”라며 격려했다. 박 위원장은 거리에서 환경미화원과 신문배달원 등도 놓치지 않고 일일이 인사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측근인 강서갑의 구상찬 후보를 돕기 위해 들른 화곡본동 시장에서는 지나가는 유권자들에게 “많이 도와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시장 상인들에게도 인사하며 지원을 부탁했다. 오후 신영수 후보와 신상진 후보 지원을 위해 들른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는 시민들의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 중·동부와 경기 동·남부 지역 16곳을 돌았다. 일정은 거의 1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였다. 박 위원장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끼니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선거 참모들은 “박 위원장을 지역구로 끌어들이려는 후보들의 요구는 협박에 가까울 정도”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방문을 성사시키는 게 후보의 능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위원장의 후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존경합니다.” “열렬한 팬입니다.”라는 환영의 말도 많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녹록지 않은 수도권 민심을 피부로 느껴야 했다. 영등포을에 출마한 권영세 후보를 돕기 위해 찾은 대림역 8번 출구 앞에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지만 외면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 선거운동원이 “박근혜 위원장과 인사하고 가세요.”라고 거들려 하자 박 위원장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입장을 바꿔 봐도 나도 그럴 것 같다. 지금 모두 바쁘셔서….”라며 말렸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29일 TV 하이라이트]

    ●한국인의 밥상(KBS1 밤 7시 30분) 인천 토박이 고승배씨는 음식 솜씨 좋은 어머니가 요리하실 때 지켜보는 걸 좋아했다. 그걸 지켜보던 어머니는 항상 부지런히 배워서 시집가서 잘해야 한다고 줄곧 얘기하셨다. 그렇게 어머니의 음식 솜씨를 물려받은 그녀는 이제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를 위해 어릴 적 어깨 너머로 배웠던 음식을 만들어 낸다. ●의뢰인 K(KBS2 밤 8시 50분) 오빠들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쫓아가는 혜진과 친구들은 스타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사생팬’이다. 오빠를 극성맞게 사랑한 이들은 팬의 수준을 넘어서기 일쑤였다. 게다가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라며, 느닷없이 멤버의 뺨을 때리고 성추행을 일삼았다. 또한 ‘사생택시’라 불리는 전문 추적택시를 타고 일부러 접촉사고를 내기까지 했는데…. ●일일연속극 오늘만 같아라(MBC 밤 8시 15분) 재경은 모든 사태의 원인이 인숙(김미숙)이라고 쏘아붙이며 인숙의 말을 인정하지 않는다. 준태와 정심이 인숙도 무슨 사정이 있을 거라고 재경을 위로하자, 오히려 사정을 뻔히 아는 그들이 자신의 편을 들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한편 경식은 가출한 옥자를 만나지만 이내 다시 놓치고 만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포항의 한 대형마트에는 계속해서 마트 안을 돌아다니는 할아버지 한 분이 있다. 11년째 계속되는 할아버지의 마트 사랑.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마트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때문에 명예 지점장이라 불리는 이 할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이라고까지 말을 하는데…. ●헬스 투데이(EBS 오전 6시) 소리 없는 저격수라 불리는 당뇨.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뇌졸중이나 실명 같은 무서운 합병증을 가져와 하루아침에 소중한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질병이다. 당뇨는 평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헬스 투데이’에서는 요가를 통해 식이요법에 도움을 받고 말초 신경을 자극해 당뇨를 완화시키고 예방하는 방법을 배워 본다. ●검색녀(OBS 밤 11시 5분) 국민가수 하춘화가 지금까지 낸 자신의 음반을 소개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앨범은 1961년 당시 6살 때 낸 첫 음반이다. 그리고 5년 전 그녀의 첫 음반은 경매가가 100만원이었다고 말한다. 한편 그녀 자신을 둘러싼 남자들인 조인성, 남진, 김영철, 남편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모두 털어놓는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경제프리즘] 장미꽃 안고 출항한 외환 윤용로號

    [경제프리즘] 장미꽃 안고 출항한 외환 윤용로號

    윤용로(57) 외환은행장이 20일 노조의 환영을 받으며 첫 출근했다. 노조의 저지로 씁쓸히 은행 문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때로부터 꼭 일주일 만이다. 이날의 화두는 ‘장미꽃 백송이’였다. 아침 8시 30분쯤 은행에 도착한 윤 행장은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기철 노조위원장에게 미리 준비한 장미꽃 한 다발을 안겼다. “외환은행의 상징(행화)인 장미꽃처럼 (외환은행을) 활짝 꽃피우도록 노력하겠다.”는 윤 행장의 말에, 김 위원장은 “한 가족이 됐으니 외환은행을 위해 같이 힘쓰자.”고 화답했다. 이 소식을 접한 금융권은 “윤 행장답다.”는 촌평을 내놓았다. 소탈한 성품의 윤 행장은 감성 경영을 중시한다. 취임 일성도 ‘사람 중심, 현장 중심’이었다. 윤 행장은 “은행에서 제일 중요한 게 사람, 바로 고객과 직원이다. 지금까지 지켜봐 주신 고객들은 계속 지키고, 이미 떠나버린 고객들은 다시 모셔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직 개편과 인사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흐트러진 조직과 영업 환경을 정비해 경쟁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출근하자마자 맨 먼저 노조 사무실을 찾는 등 직원 보듬기에 나선 그는 조만간 현장 투어도 시작할 예정이다. 전국의 일선 영업점을 직접 돌며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생각이다. 윤 행장은 “시장에서 뛸 때 가족이 있다는 것은 큰 득이 된다.”며 하나은행과 ‘하나된 가족’임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들고 온 장미꽃처럼 외환은행의 앞날에는 ‘가시’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하나은행과의 시너지 효과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윤 행장은 “독립경영 체제이지만 상승작용을 일으킬 방법을 찾겠다.”면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공동사용을 그 첫 대안으로 제시했다. 벌써부터 ‘위로금’을 둘러싼 잡음도 들린다. 외환은행 측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발을 빼지만 과거 인수합병(M&A) 때마다 지급됐던 금융권 전례에 따라 적지 않은 위로금이 나갈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하나은행 직원들을 달래야 하고 비판적인 여론도 극복해야 한다. 사모펀드(론스타)의 지배를 받던 9년 동안, 멈춰 버린 성장 동력도 복구해야 한다. 본격적인 총선·대선 정국 돌입과 함께 시작될 정치권의 ‘론스타 공세’도 험로를 예고한다. 무엇보다 외환은행 임직원들의 정서적인 박탈감과 상처 입은 자존심 등 보이지 않는 벽도 윤 행장 앞에 놓인 숙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CEO 칼럼] 겨울의 끝자락에서/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CEO 칼럼] 겨울의 끝자락에서/서종욱 대우건설 사장

    “우리 삶의 책임이 세상에 있다고 말하지 말자. 세상은 우리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 우리가 있기 전에 세상이 먼저 있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평가받는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가난한 개척민의 아들로 태어나 변변한 배움도 못 받은 그는 수로 안내인, 군인, 인쇄공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순탄치 않은 시절을 보냈지만 오히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은 명작을 완성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라는 젊은이들에게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좋은 환경과 조건을 사회가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지금보다 어려웠던 1970~8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선배로서, 어려움도 ‘인생의 약’이 된다는 조언을 주고 싶다. 세상에는 불리한 환경과 조건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을 이겨내고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됐다. 신체적 장애가 연구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단지 나는 다른 사람만큼 질병이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믿었을 뿐이다.”라고 답했다. 물론 성공을 보다 쉽게 만드는 길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길 위에 올라섰다고 해서 모두가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반대의 경우라고 해서 성공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다. “잘되면 제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듯이 문제가 생기면 그 원인을 보통 외부에서 찾기 마련이다. 이 같은 손쉬운 자기 회피는 스스로 인생을 망치는 것과 같다. 트웨인이나 호킹처럼 ‘결핍’도 성공으로 이끄는 계기가 된다. 흑인에 대한 편견 속에서 찢어지게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다면 무하마드 알리라는 위대한 권투 선수를 우리는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몸이 유난히 약했던 찰스 다윈은 “만일 내가 심한 병약자가 아니었다면 그처럼 많은 일들을 성취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1970년대 후반 스위스 시계는 값싼 노동력과 대량생산체제를 무기로 한 일본과 홍콩의 도전에 흔들렸다. 하지만 스와치는 오히려 이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시계의 정확성에 창조적인 디자인을 결합해 시계를 또 하나의 패션으로 재창조하면서 스위스 시계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소위 ‘개발시대’에 필자와 동료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서 좋았다. 해외 수주와 수출을 위해 밤낮 없이 몸을 아끼지 않고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다. 북아프리카의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서도 확신과 열정으로 해외근무를 수행했었다. 비록 동북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 작은 회사의 직원이었지만 자신감과 패기 그리고 남들보다 몇 배의 노력과 성실을 무기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직장인의 60% 이상이 4년 이내에 첫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성에 맞지 않거나 임금 등의 근로조건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하는데,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의무보다는 권리를 주장하기에 급급한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맘에 들지 않는 현실을 고치려 하기보다 쉽게 가방싸기를 택한다는 것은 너무 안일한 자세가 아닐까? 인재는 어려움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분야와 업종을 떠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모든 기업들이 이런 젊은이들을 우선적으로 찾는 것은 당연하다. 열악하고 부족한 가운데서도 긍정적인 사고와 열정, 혁신을 지닌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 믿는다. 봄의 문턱을 넘었지만 여전히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찬바람 속에도 나무들은 따뜻한 봄볕 아래 피울 꽃을 위해 맹렬한 기세로 자신을 다듬고 있음을 기억하자. 매서웠던 겨울도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 [열린세상] 위기관리 ‘달인’이 되는 법/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위기관리 ‘달인’이 되는 법/유재웅 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

    2월 날씨로는 65년 만의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2일 아침에 서울 지하철 1호선이 멈춰 섰다. 전동차 고장으로 4시간 이상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바람에 출근길은 대혼란이 빚어졌다. 지하철역마다 시민들의 항의와 환불 요구가 빗발쳤다. 돌발사고에 따른 안내방송은 제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와중에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코레일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해 빈축을 샀다. 이 사고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기업들이 어느 수준의 위기관리를 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즘 화두는 온통 ‘위기’다. 정치의 계절을 맞아 여야 정치권은 말할 것도 없고,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연초부터 위기극복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위기에 잘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도처에서 위기를 강조하다 보니 ‘또 위기타령’이냐며 자칫 위기에 둔감해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될 정도이다. 그러나 위기관리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기는 잘 관리하면 약이 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조직에 커다란 인적·물적 손실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명성에 치명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가 이처럼 중요하다고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조하지만, 정작 어떻게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 주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는 말로만 위기관리가 중요하다고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처요령을 알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절실하다. 때마침 위기와 투자커뮤니케이션 컨설팅 업무를 20년간 수행한 위기관리 전문가 켄 스쿠더는 수많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열 가지 위기관리 방책을 일러주고 있다. 그는 위기 대비는 준비가 60%, 실행이 40%라며 대비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스쿠더가 제시하는 아래 위기 대비 10단계 중 지금 우리 조직은 어느 단계에 있는지 한번 자가진단해 보기를 권한다. 첫 번째, 우리 조직의 잠재위기는 무엇인가? 다른 조직이나 당신 조직 안팎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한 다음, 조직 내 핵심 인물에게 가장 취약한 곳이 어딘지 물어보라. 두번째, 위기 대비 상황을 분석하라. 위기관리계획은 있는지, 최신 연락처는 갖고 있는지, 위기 시 누구를 내세울 것인지, 조직의 정책과 절차를 숙지하고 있는지 등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세번째, 위기관리팀의 위기 대비 상황을 체크하라. 뉴스 미디어 앞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 위기상황 대처나 시뮬레이션 경험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라. 네번째, 조직의 과거 위기기록을 조사해 보라. 과거에 어떤 위기에 직면했고, 결과가 어떠했는지, 조직이 법규를 위반한 전력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라. 그런 정보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다시 부상하므로 사전에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다섯번째, 조직 내 핵심 리더의 이미지를 만들어라. 사람들이 조직의 리더를 알고 존경하게 되면 조직이 위기에 직면했을 때 유리하게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여섯번째, 소셜 미디어 대처 상황을 점검하라. 페이스북·유튜브·블로그·트위터를 모니터할 도구와 인력이 준비되어 있는지, 잘못된 정보나 비난에 신속히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살펴라. 일곱번째, 조직 주변과의 관계를 점검하고 강화하라. 조직에 직·간접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앙 및 지방 언론, 정부공무원, 잠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동체 인사 등과의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해라. 여덟번째, 미디어 훈련계획을 짜라.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사람은 성공적인 미디어 인터뷰를 할 수 있는 핵심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아홉번째, 위기 대비 가상 훈련을 하라. 훈련은 위기계획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조직 구성원들이 위기계획을 숙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열번째, 위기대비계획을 따끈하게 보완하고 상시위기관리팀을 지명하라. 위기대응팀은 적어도 석달에 한번 정도 만나거나 전화회의를 통해 위기대응 프로그램을 평가하고, 절차나 임무를 수정할 필요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 [사건 Inside] (18) 이 곳만 다녀오면 무조건 결별…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사건 Inside] (18) 이 곳만 다녀오면 무조건 결별…수상한 레스토랑의 비밀

     남녀가 처음으로 데이트를 하며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값이 터무니 없이 많이 나왔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정서상 ‘더치페이’는 상상하기 어렵고 대개 남자들이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지갑을 꺼낼 것이다. 속에서는 열불이 나더라도 말이다.  남자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사기를 친 신종 ‘기업형 꽃뱀’이 등장했다. 양식 레스토랑 주인이 미모의 여성을 고용해 남자를 꾀어낸 뒤 첫 데이트에서 많게는 백만원 이상의 음식값 바가지를 덮어씌웠다.    ●설레는 첫 데이트, 계산서 받는 순간 충격으로…  “안녕하세요~ 어제 만났던 사람인데 오늘 저녁 가볍게 한잔 어떠세요? ^^;;”  지난해 12월 초. 김모(30)씨의 가슴은 설렘으로 쿵쾅거렸다. 설마했는데 그녀가 정말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이 여성은 며칠 전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즉석만남)으로 만난 A(25)씨. 청순한 얼굴에 다소곳한 몸가짐의 그녀는 평소 김씨가 꿈꿔온 이상형이었다. 게다가 그 예쁜 입으로 “오빠는 여자친구한테 자상하게 대해줄 것 같다.”, “계속 만나면서 알아갔으면 좋겠다.”와 같은 달콤한 말까지 흘리는 것 아닌가.  “이 가게 스테이크가 그렇게 유명하대요.”  A씨와 만난 장소는 경기 부천시 상동에 있는 한 레스토랑. 근처에 직장이 있다며 A씨가 직접 고른 장소였다. 너무 거창한듯 해서 부담스럽긴 했지만 천상의 배필감을 만난 김씨로서는 비용이야 어찌되든 상관 없었다.  “오빠, 그냥 밥만 먹으면 심심하니까 와인 한잔 시킬까요?”  A씨가 스테이크와 와인을 시켰다. 꿈같은 2시간이 흘러갔다. 하지만 그 대가로 받아든 하얀 계산서는 경악 그 자체였다. 스테이크가 1인분에 15만원씩 30만원, 와인이 8잔에 40만원으로 적혀 있었다.  ‘음식값은 그렇다치고 와인이 1잔에 5만원이라니’  처음 음식을 주문할 때 A씨에게 알아서 하라며 메뉴판을 보지 않았던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이런 미녀와의 데이트에서 밥값 때문에 구저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 김씨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70만원을 카드로 긁었다.  하지만 그걸로 그녀와의 인연은 끝이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며 헤어진 A씨는 더 이상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몸이 단 김씨가 계속 전화를 돌려댔지만 받지 않았다.  “죄송해요. 아무리 생각해도 오빠랑은 잘 맞지 않을 것 같아요.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며칠만에 온 한통의 문자 메시지. 김씨의 짝사랑은 70만원의 손해만 안긴채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상한 레스토랑의 비밀은 바로 ‘꽃뱀 알바’  그런데 이 레스토랑을 이용하는 커플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나이트클럽 부킹을 통해 알게 된 사이로 초고가의 스테이크 정식을 먹었다. 그리고 이 레스토랑을 나섬과 동시에 반드시 이별을 하게 됐다.  32세 박모씨가 지난해 11월 초 이 레스토랑을 찾은 것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과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다. 부천에서 사업을 한다는 이 여성은 박씨를 이곳으로 불러냈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그 여자한테만 주더군요. 여자는 나한테는 뭘 먹을지 물어보지도 않고 스테이크 코스를 시키더라고요. 와인도 한잔 시키더니 맛이 좋다면서 거의 10잔 가까이 마셨어요. 더 황당한 건 계산서에 그날 마신 와인이 20잔 이상으로 표시돼 있었던 겁니다.”  그날 박씨가 지불한 금액은 130여만원. 이 중 와인값이 100여만원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와인은 시중에서 4만~5만원 정도면 살수 있는 제품이었다. 와인 1병을 8잔으로 계산할 경우 한잔에 5000원가량이면 될 것이 10배로 뻥튀기 된 것이었다.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어요. 남자가 음식값으로 구시렁대면 여자들이 좀스럽다고 볼 것 아닙니까. 그런 상황에서 남자 10명 중 7~8명은 저처럼 행동했을 겁니다.”  모든 게 레스트랑 주인 이모(41)씨의 계략 때문이었다. 이씨는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하기로 하고 ‘꽃뱀’들을 고용했다. 20~30대 여성들로 이뤄진 10여명의 ‘유혹조’는 밤마다 나이트클럽으로 출근해 먹잇감을 물어 레스토랑으로 데려왔다. 여인들은 음식값의 10~20%를 소개비로 받았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레스토랑 주인 이씨에 대해 사기 및 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 등 여성 10명도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이 압수한 이씨의 수첩에는 여성들의 외모 평가는 물론 주량, 연애경험, 신체 사이즈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여성들은 나이트클럽 부킹을 통해 연락처를 알아낸 뒤에는 2~3일 정도 만나지 않고 유선연락만 해 남자들의 경계심을 허물어뜨렸다.  피해 남성은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만 720여명. 피해액은 3억 5000여만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한끼 식사에 최소 30만원에서 많게는 180만원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피해자 수와 피해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지어 횟집까지…‘꽃뱀 알바’의 진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심리를 이용하려는 악덕 업주는 최근 들어 증가세에 있다. 경찰 관계자는 “몇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강남 일대 몇몇 바(Bar)에서 쓰였던 이 수법이 신도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마포경찰서도 서교동 일대에서 ‘바 알바’를 고용해 부당이익을 챙기던 업주 8명을 적발했다. 고급 횟집에서도 ‘미녀 알바’를 활용한 사기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피해 사례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들이 온라인 카페를 만들어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가 하면 ‘알바 구분법’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악덕 업주들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피해자들이 메뉴판을 꼼꼼하게 살피는 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데이트 상대마저 의심을 해야 할 정도로 각박해진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혀를 찼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이번엔 ‘누리로’ 열차가…기관사 실수로 아산역 정차안해

    설 연휴 뒤 첫 출근일인 25일 ‘누리로’ 열차가 정차역에 멈추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출근 시간대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오전 7시 15분쯤 신창발 용산행 누리로 1726열차가 아산역에서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 예정보다 6분가량 늦게 아산역 승강장에 진입한 열차는 아산역에 정차하지 않고 지나쳤으며, 승강장에서 500m 떨어진 터널 안에서 5분가량 정차했다가 그대로 서울 방향으로 운행했다. 역측은 열차를 타지 못한 승객 40여명에게 “뒤따라오는 KTX나 전동열차를 이용해 달라.”고 안내했지만, 출근이 늦어진 승객들이 ‘빨리 다른 조치를 취하라.’고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일부 승객은 “안내방송이나 안내하는 역무원이 없어 제시간에 출근하지 못하고 지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기관사가 실수로 정차역을 지나친 뒤 급제동해 터널 안에서 멈췄지만 관제실과 협의해 후진하지 않고 이용객에게 후속 열차 이용을 안내하도록 했다.”면서 “환불을 요청하는 승객에게는 전액 환불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고단한 ‘새벽 열차’ ‘희망’ 안고 달린다

    고단한 ‘새벽 열차’ ‘희망’ 안고 달린다

    “첫차 출발합니다.” 25일 오전 4시 50분 서울 구로발 의정부행 1호선 기관사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털모자를 눌러쓰고 배낭을 등에 멘 50대 후반~60대 5명이 승강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황급히 내려가 1호선 첫차에 몸을 실었다. 저마다 멀리 떨어져 앉은 채 눈을 감았다. ●65세이상 41% “경제난 힘들어” 광장시장에서 조그만 노점상을 하는 김모(57)씨는 1년 가까이 1호선 첫차를 탄다. 김씨는 “요즘은 젊은이보다 노인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한다.”며 객차 안을 둘러봤다. “지금 열차 안에 젊은이가 어디 있나. 첫차를 타고 나서는 사람들은 죄다 노인들뿐이야.” 검정색 정장 바지에 검정색 재킷을 입은 김씨는 멍하니 앞 창문을 바라봤다. 첫차를 타는 남성은 건설현장에서 막일을, 여성은 건물 청소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모(64)씨는 월곡역으로 향했다. 월곡역에서 다른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대전에 있는 건설현장으로 가기 위해서다. 이렇게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 “현장에서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5시 30분에 일을 마쳐요. 일이 힘들고 피곤하기는 하지만, 건설 일이 다 그렇지 않나요.” 검정색 야구모자를 눌러쓴 이씨는 “허허.” 소리를 내며 웃었다. ●“최저임금 못 받지만 할 일 없어” 새벽 첫차를 탈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노후의 안정된 삶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5세 이상 노인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로 41.4%가 경제적 어려움를 꼽았다. 40.3%의 건강을 앞질러 1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의 2010년 조사에서도 노인들의 취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54.3%)로 파악됐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통계를 보면 전체 취업자의 평균 급여를 100으로 봤을 때 60세 이상 남성의 평균급여는 86.4, 여성은 56.2에 그쳤다. 신도림역에서 만난 김선호(68)씨는 “새벽 6시에 출근해 빌딩 청소를 하고 오후 4시 퇴근하면서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게 아니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서 “일은 열심히 해도 그에 맞는 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현실이 슬프다.”고 토로했다. 첫차를 타는 이들은 고달픔 속에서도 기대와 희망을 숨기지 않았다. 빌딩 청소를 하는 김모(64·여)씨는 “다른 것 없이 올해는 그저 건강하기만을 바란다.”면서 “올 한해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간다면… 그것 말고 다른 큰 소망은 없다.”고 말했다. 장상원(58)씨는 “돈을 좀 모았으면 좋겠고, 가족들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기가 찬 자녀들이 서둘러 결혼해 단란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잘되는 것을 보면 저도 올 한 해 쌩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씨는 껄껄 웃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 문재인, ‘문이 열린 캠프’로 소통정치 활짝

    문재인, ‘문이 열린 캠프’로 소통정치 활짝

    ●문재인, 부산에 선거사무실 부산 사상구에 출사표를 던진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설 연휴를 맞아 ‘문재인식 소통 정치’를 펼치며 잰걸음 총선 행보를 선보였다. 문 이사장은 설을 앞두고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식 세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설날이 낀 23~24일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보냈다. 4월 선거를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의 집을 돌며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는 등 ‘보여주기식’ 설날 행사를 하는 데 대해 불편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이사장은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2시간가량 마련된 마지막 귀성객과의 만남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한적으로 알렸다. 사상구 괘법동의 한 빌딩 6층에 마련된 66㎡(20평) 남짓한 문 이사장의 총선 캠프 이름은 ‘문이 열린 캠프’다. 문 이사장의 성에서 첫 음절을 땄다. 누구와도 소통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문 이사장은 오전 10시쯤 사무실로 출근해 손님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게 주요 일상이다. 문 이사장의 단골 대화 메뉴는 한 방송사 프로그램(힐링캠프)에 출연해 기왓장을 격파하다 다친 손가락 얘기다. 문 이사장은 “기왓장이 깨질 줄 알았는데 손가락 끝마디 인대가 늘어났다.”며 너스레를 떤다. ●“안철수, 동지적 관계” 문 이사장은 지난 21일 미국에서 귀국한 유력한 대권예비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일부 언론에 “안철수 원장이 정치를 안 하고 있지만 동지적 관계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난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반드시 힘을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곽노현 복귀 첫날 ‘학생인권조례 재의’ 철회

    곽노현 복귀 첫날 ‘학생인권조례 재의’ 철회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20일 업무에 복귀했다. 검찰의 구속 기소로 직무가 정지된 지 133일 만이다. 곽 교육감은 복귀 첫날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했다. 시교육청 간부들에게 “새 감수성으로 무장하고 나를 쇄신했다.”며 각오를 내비쳤다. ‘곽노현식 교육정책’을 확실하게 실현, 흔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이날 이대영 부교육감이 지난 9일 권한대행 자격으로 시의회에 요청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를 철회했다. 곽 교육감의 복귀 첫날의 ‘결단’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주호 장관 명의로 곽 교육감에게 학생인권조례 재의를 공식 요청했다. 향후 조례 재의 및 공포를 둘러싸고 교과부와 시교육청 간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전 9시 종로구 송월동 시교육청에 출근한 곽 교육감의 첫 업무는 사회적 쟁점인 학교폭력이었다. ‘학교폭력 근절 대책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의 보고를 받고 수정과 보완을 지시했다. 곽 교육감은 TF에 학생들을 참여시키고, 처벌보다 인성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TF의 상시 체제 전환도 검토하도록 했다. 곽 교육감은 시교육청의 모든 간부와 산하 기관장 등과 함께 ‘서울교육협의회’도 가졌다. 곽 교육감은 회의에서 “사건의 진실과 실체를 떠나서 저의 전 인격적 선택이 최상의 조치였다고 믿지만 저로 말미암아 서울 교육에 혼선을 빚어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4개월간 애써 일군 게 눈앞에서 멈추거나 완전히 닫힌 게 없지 않다.”면서 “열었다가 닫힌 문을 활짝 열 수 있도록 치밀하고 집요하게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학교폭력에 대해 “문제 해결에 아이들 목소리가 안 들리는데 아이들이 전문가이므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학교폭력으로부터의 자유가 학생인권조례의 근본”이라며 마찰을 빚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거론했다. 곽 교육감은 오후 서울시의회를 찾아 김상현 시의회 교육위원장을 만난 뒤 교육청에 돌아와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를 철회하는 서류에 서명했다. 교과부는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과부는 “지방자치법은 장관이 교육감에게 재의 요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요청 시 교육감은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특히 재의 요구 철회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절차”라고 밝혔다. 12개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학부모교육시민단체협의회’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학생인권조례 공포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한편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10여개 단체는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승리를 위해 상대 후보를 매수하는 것은 돈으로 자리를 사는 파렴치한 행위이고, 민주주의의 기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범죄 행위”라며 곽 교육감의 사퇴를 촉구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 회원 5명은 오전 9시쯤 9층 교육감 집무실에 몰려가 “양심이 있나. 사퇴하라.”고 고성을 지르며 면담을 요구했다. 일부 회원들도 집무실 앞에까지 올라와 교육청 직원들에게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주말 영화]

    ●7월 4일생(EBS 토요일 밤 11시 40분) 고교 레슬링 선수 출신 론(톰 크루즈)은 고통스러운 훈련을 감내하며 키운 건강한 몸을 지닌 청년이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덕분에 마음 씀씀이도 올바르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출전한 레슬링 대회에서 아깝게 지긴 했지만 신병을 모집하러 온 해병대 하사관들의 강인한 모습에 마음을 뺏긴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미해병대에 자원입대해 베트남전에 투입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전투 도중 베트남의 민간인들이 사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어린 아이까지 무참하게 살해된 현장을 지켜보며 론과 동료 대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지만 뒤쫓아온 베트콩들의 공세에 밀려 후퇴하게 된다. 적군의 급습에 대원들은 혼비백산하고, 그 와중에 론은 아군을 오인 사살하고 자신도 베트콩의 총격에 쓰러지고 만다. 론은 병원에서 악몽 같은 재활치료를 받지만 결국 하반신 불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다. 조국을 위해 몸을 바치고 불구까지 됐건만 사람들은 그를 ‘살인자’라고 손가락질한다. ●촌철살인(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타자기와 책상, 의자 그리고 화분 하나만 있는 그의 방이야말로 작업하기에는 최고의 장소다. 그런데 그가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던 어느 날, 옆집 이웃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일어나는 각자의 공간에 대한 침략과 그에 따르는 고통.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남녀의 갈등은 과연 해소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한 편의 이야기, ‘엄친아 리차드는 런던에 없었다.’ 세무사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동석은 첫 출근 날 리차드로 불리며 사무장의 총애를 받는 런던유학생 태인을 만난다. 간단한 서류정리나 할 줄 알았던 아르바이트는 옥상에서 수십 개의 서류박스를 정리하는 고된 업무로 변해버리고, 동석은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해야만 하는데…. ●커넥트(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끊지마라, 그녀가 죽는다.’ 공학 디자인 전문가 그레이스(서희원)는 여느 때처럼 딸을 학교에 바래다준 후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잠시 후 우연한 사고와 달리 정신을 잃은 그레이스는 알 수 없는 어느 곳인가로 납치된다. 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것은 부숴진 전화기 한 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전화기로 통화에 성공해야만 한다. 버튼도 없이 무작위로 걸리는 전화를 누군가 받길 간절히 기다리는 그녀. 그러나 자동 응답과 장난 전화로 오인해 바로 끊어버리는 사람들뿐이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희망인 밥(고천락)에게 전화가 연결된다. 그 역시 장난 전화로 오인하여 전화를 끊으려 하지만 때마침 수화기를 통해 낯선자들의 협박을 듣게 되고 직감적으로 이것이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전화가 아님을 알게 된다.
  •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 3] (1) 영화

    [2011 좋았으나 뜨지 못한 BEST 3] (1) 영화

    대중문화든 순수 예술이든 들어간 품이 많다고 해서, 작품성이 빼어나다고 해서 반드시 뜨는 건 아니다. 배급·유통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유행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2011년도 거의 저물고 있다. 올해 나온 작품 가운데 ‘좋았으나 뜨지 못한 베스트 3’를 여섯 차례에 걸쳐 장르별로 짚어본다. 지난 6월 23일 개봉한 안재훈·한혜진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은 올해 가장 불운한 영화로 꼽힌다. 기획 기간을 포함해 극장에 걸리기까지 무려 11년. “엉덩이로 그린다.”고 할 만큼 품이 많이 드는 셀(2D) 애니메이션인 점을 감안해도 엄청난 시간 투자다. “7년간은 스튜디오에 매일같이 출근해 하루 16시간씩 작업했다.”는 게 안 감독의 설명이다. 세밀한 그림체와 서정적 이야기의 힘이 어우러진 수작이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의 통합전산망에 집계된 관객은 5만 678명에 그쳤다. ●절망에서 희망 찾은 ‘소중한 날의 꿈’ 개봉 첫 주에 109개 상영관을 확보했지만 딱 일주일 만에 14개로 급감했다. 불과 1주일 간격으로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3’가 극장가를 침공한 것이 뼈아팠다. ‘트랜스포머 3’는 개봉 첫 주에 국내 전체 상영관(2200여개)의 절반을 훌쩍 넘는 1400개 안팎의 스크린을 독식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올해 최고 흥행작(779만명)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영화들은 유탄을 피하기 어려웠다. 안 감독은 5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한국 애니메이터들의 희망이 되고 싶었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고 자책도 많이 했다. 참담한 심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끝은 아니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역 도서관과 여성단체, 지역의 작은 영화제 등에서 공동체 상영 요청이 잇따랐다. 안 감독은 “평생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라 공동체 상영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다.”면서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공동체 상영 현장에 찾아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뒤늦게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앞으로 3년간 한국단편문학 걸작 10편을 30분 분량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선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과 황순원의 ‘소나기’, 김유정의 ‘봄봄’ 3편을 1월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할리우드 대작에 밀린 ‘모비딕’ ‘당신이 믿는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홍보 문구를 앞세운 영화 ‘모비딕’ 역시 ‘트랜스포머 3’의 또 다른 피해자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의문의 교각 폭발 사고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을 파헤치려는 사회부 기자와 내부 고발자, 사건을 조작하려는 거대 조직의 진실게임을 다룬 이 영화는 연출과 각본을 맡은 박인제 감독의 신인답지 않은 내공은 물론, 황정민을 중심으로 진구, 김상호, 김민희 등 조연진의 탄탄한 뒷받침까지 어우러져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흥행은 신통치 않았다. ‘트랜스포머 3’를 피하려는 할리우드의 쟁쟁한 대작들(‘엑스맨: 퍼스트클래스’ ‘프리스트’ ‘슈퍼8’)의 개봉 시기가 6월 초로 몰린 탓이었다. CJ엔터테인먼트·롯데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국내 ‘빅 3’ 배급사인 쇼박스가 투자한 작품이지만 최종 관객은 43만 1978명에 머물렀다. 손익분기점인 170만명(총제작비 60억원)에 턱없이 못 미쳤다. 평단과 관객의 반응을 고려한다면 억울한 숫자임에 틀림없다. 쇼박스 관계자는 “황정민씨가 흥행 배우인 데다 작품성도 좋아 기대가 컸던 게 사실이다. (비밀조직이 건재한 채 끝나는 모호한) 결말에 대한 찬반이 엇갈리지만 흥행 성적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거장의 안타까운 실패 ‘달빛 길어올리기’ 지난 3월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는 또 다른 의미의 아쉬움을 남긴다. 다큐와 극영화가 혼재된 듯한 영화의 구성은 다소 낯설었지만 ‘한지’로 대표되는 전통문화의 복원과 계승에 평생을 바친 장인들의 인생은 임 감독의 삶과 겹쳐지면서 감동을 안겼다. 임 감독과 배우 강수연의 20년 만의 재회, 임 감독과 배우 박중훈의 첫 만남, 평단과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는 물론 ‘빅 3’ 배급사가 공동 배급을 하면서 물리적으로도 뒷받침받았다. 임 감독도 몸이 불편한 가운데 MBC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는 등 애를 썼다. 그럼에도 성적은 5만 7309명에 그쳤다. 임 감독 작품이기에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했던 분위기가 외려 흥행에 독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관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는 얘기다. ‘달빛’의 실패가 거장의 102번째 영화가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영화계의 바람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장원급제지사 - 조선 최고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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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WHO&WHAT] 조선 최고의 과거 전문가를 만나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도 잠시 쉬어 간다.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주변 친지들까지 신경이 곤두선다. 전국의 교회와 사찰에는 하루 종일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왜 아들딸이 시험을 보는데, 그 엄마가 백일기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 매년 늦가을이면 어김없이 ‘교육공화국’ 대한민국을 요동치게 하는 입시철이 돌아왔다.  아무리 그래서는 안 된다고 입에 거품을 물어도 여전히 한국에서 입시는 곧 교육의 목표이자 모든 것이다.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학원가와 수많은 경시대회, 각종 콩쿠르가 순수하게 학문이나 재능을 위해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수십년간 교육정책의 수장이 되는 사람마다 ‘입시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나 시장, 도지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나아지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니 과연 나아지는 게 어떤 것이란 말인가.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도대체 언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인지 찾아보기로 했다. 조선시대는 좀 다르지 않았겠느냐는 기대를 안고, 자식을 위해 조선 최고의 시험 전문가를 찾아간 남산골 김씨 부인의 뒤를 따라가 봤다. 미리 밝혀 두지만 오늘은 역사의 결과물이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낭랑하게 글 읽는 소리가 마을의 자랑이라고 했다. 김씨 부인은 그게 마냥 좋았다. 옆집 누구네 아들은 기생집에 드나든다고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공부에만 관심을 쏟는 아들이 대견했다. 어렸을 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만 읽는 아들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 스무 살이다. 책을 백날 읽어 봐야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자나 깨나 서책만 붙들고 있다. 장가를 보내려 해도 초시(初試)라도 붙은 양반과 그렇지 않은 양반은 자리부터 달라지는데 말이다.  김씨 부인이 아들에게 물었다. “결국 책을 읽는 것은 과거를 보고 관직을 얻기 위함이 아니냐. 이제 한번 과장(科場)에 나서 가문의 이름을 떨쳐야 할 때가 아니냐.” 아들이 정색하며 대답했다. “학문의 목적이 어찌 개인의 출사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 아직까지 나라의 그릇이 될 정도로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한숨이 늘어 가는 김씨 부인에게 어느 날 집안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앞집 박씨 부인이 좋은 수가 있다며 찾아왔다. 각종 서적의 필사본을 파는 아랫마을 책방 주인이 바뀌었는데, 과거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장안 제일의 전문가란다. 10대에 초시에 붙었는데, 돈 버는 일이 좋아서 관직 대신 이 길로 나섰다는 것이다. 박씨 부인이 말한다. “지난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판서댁 자제도 한사코 과거가 이르다며 만류하다가 이 사람을 만난 후 불과 반나절 만에 마음을 바꿔 과장에 나갔다니까요. 일단 한번 만나나 봐요. 상담하는 건 돈도 안 받는다던데. 그 댁 아들도 초시는 붙어야 한숨 돌릴 것 아니에요.”  그냥 만나 보기만 해도 된다는데 손해 볼 것 없는 일 아닌가. 다음 날 김씨 부인의 발걸음이 책방으로 향한 것은 당연한 일. 입구에서 ‘이생’을 찾으면 된다고 했는데···. 안내를 받고 서가 사이에 앉자 잠시 후 책장 너머로 한 남성이 나타나 돌아앉아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생 마주 뵙고 말씀을 드려야겠지만 제 처지가 밖으로 대놓고 얼굴을 드러낼 만하지 못합니다. 이 일을 하다 보면 나라에서 금하는 것들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어서요.  김씨 괜찮습니다. 저야 그냥 몇 가지 여쭤 보려고 찾아온 걸요. 제 아들이 올해 스물인데 책만 읽고 과장에 나가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과거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아녀자인지라 과거의 힘을 잘 모르기도 하고?.  이생 유학을 하다 보면 욕심 없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요. 수신제가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고요. 분명한 건 과거에 급제하면, 그것도 장원을 하면 본인과 가문의 격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길은 아니지요. (조선시대 전체의) 경쟁률로 따지면 744번 열린 문과시험에서 급제자는 1만 4620명 정도입니다. 많은 것 같지만 자격시험에 불과한 초시인 생원시와 진사시 합격자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죠. 정기 시험인 식년시는 500여년 동안 고작 163회에 불과하고 시험마다 전국 각지에서 2000~3000명씩 몰려들어요. 그중 장원급제자는 1명. 조선 전체를 통틀어도 연간 장원급제자는 1.4명에 불과하지요. 안정적으로 관직이 보장되는 대과 합격자까지 넓힌다고 해도 회당 고작 33명뿐입니다.  김씨 (한숨을 내쉬며) 걷기도 전부터 책을 읽는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최소한 33명 안에는 들어야 한다는 얘기군요. 순수하게 학문이 전부도 아니겠죠?  이생 흠. 명문세가는 대를 물리려면 문과에 급제하는 것이 필수니까, 기를 쓰고 덤벼듭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모셔 영재교육도 받으니까 진사나 생원이 차린 서당에서 수학한 선비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지요. 부인할 수 없는 건 입신양명하려면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겁니다.  김씨 그런데 선생께서 유명해지신 건 과거를 보는 요령을 알려 주시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요. 정말 선생께 배우면 과거에 급제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가요.  이생 허허. 물론 공부도 안 한 사람을 그냥 합격시켜 주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절대’가 아니라 ‘거의’인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죠. 확실한 것은 요령 없는 시험은 없다는 겁니다. 사실 저와 동문수학한 사람들 중에는 시험관도 있고, 시험장을 감시하는 입문관도 있고, 답안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씨 답안을 고쳐요? 그런 일이 가능한가요. 나라님께서 지켜보는 시험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생 그러니까 제가 먹고사는 것 아닙니까. 찾고자 하면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연히 위험한 길이니 비용이 들지요. 초시를 예로 들어 볼까요. 초시는 과장 사수(寫手), 거벽(巨壁), 선접꾼 이렇게 세 가지만 있으면 거의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김씨 시험을 보러 가는데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이생 요즘 어머니답지 않게 이쪽으로는 전혀 걸음도 안 하신 분이 분명하군요. 혹시 글씨가 예뻐야 모든 게 예뻐 보인다는 말 아시나요. 과장 사수는 악필들이 주로 쓰는데, 응시자를 대신해 글씨를 써주는 사람입니다. 가장 많고 가장 저렴하죠. 그 다음이 거벽인데 이건 과거 문제를 풀어 주고, 시문도 지어 주는 사람이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책을 펼쳐 놓고 몰래 베끼는 게 더 나아요. 어차피 사람도 많은 데다 시험관들이 별로 감독도 안 하거든요. 선접꾼은 말 그대로 주먹을 사는 겁니다. 과장에 햇볕이 내리쬐거나 하면 시험 보는 데 방해가 되잖아요. 과장에 몇 군데 나무 그늘 같은 명당이 있는데, 공부만 하던 선비들이 뛰기는 힘드니까 선접꾼을 사서 미리 자리를 잡아 놓는 것이 유리하죠. 더 확실한 건 시험장 서리를 매수하는 건데 요새는 서체로 응시자를 알 수 없도록 서리들이 답안을 베껴서 그걸로 채점하거든요. 그때 서리가 답안을 고치면 되죠.  김씨 나라에서 금하는 일을 참 많이들 하나 보군요. 비용도 많이 들겠어요.  이생 투자 없이 얻어지는 결과물이 어디 있습니까. 진사나 생원만 돼도 호칭이 바뀐다는 점을 생각해 보세요. 운이 좋아서 지방수령 자리라도 하나 받으면 집 한 채 값이 아깝겠어요.  김씨 그런 편법이나 부정행위 말고 진짜 요령도 있나요. 예를 들어 시권(試券·답안지)은 언제 내는 것이 좋다니 하는 것들요.  이생 상담받으러 오셔서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시는군요. 뭐 제 직감상 또 오실 것 같아서 몇 가지 더 말씀드리죠. 시권은 빨리 낼수록 유리합니다. 어차피 같은 문제를 푸는데, 먼저 푸는 사람이 잘한다는 인상을 줄뿐더러 채점도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특히 사서삼경의 암기와 해석을 쓰는 생원시 같은 경우에는 일단 한번 작성하면 고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라고들 하잖습니까. 아. 가끔 이름을 빼먹는 사람도 있는데, 꼭 시권에 조상 이름과 자기 이름을 써야 한다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우스워 보이지만 매년 수십 명이 이것 때문에 떨어져요. 마지막으로 종이, 종이가 중요합니다. 시험지를 각자 사가야 하는데, 이왕이면 두껍고 질 좋은 종이를 사야 합니다. 시험관들 마음이라는 것이 좋은 종이를 보면 좋은 가문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김씨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착하고 바르게 살라는 학문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못하는 짓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걸 아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들이 이 얘기를 들으면 과장 근처에도 안 가려고 할 텐데요.  이생 과연 그럴까요. 아드님은 분명 이 길을 따라 과거를 보든가 아니면 이 같은 일을 바로잡기 위해 과거를 보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게 될 겁니다. 낭충지추. 이런 부정과 편법이 판치는 과장에서도 탁월한 인재는 분명히 드러나게 돼 있거든요. 절 믿으세요. 제가 조선 제일의 시험 전문가로 불리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요.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조선의 출세길, 장원급제(정구선·팬덤북스)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글항아리)  -조선과거실록(지두환·동연)  -18세기 조선의 문화투쟁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백승종·푸른역사)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정은궐·파란미디어)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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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野, 논공행상 부심

    동상이몽이다. 자리는 정해져 있는데 머릿수는 너무 많다. 야 5당과 시민단체의 힘으로 야권 단일후보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시정을 꾸려 갈 서울시 정무직 인사 라인 문제다. 후보를 내지는 못 했지만 승리의 전리품을 나눠 가지게 된 야당은 논공행상에 부심하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3일 야권 단일후보 경선 결과 발표에 앞서 공동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면서 범야권 ‘연합군’의 서울시정을 공동정부 형태로 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발표했다.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김두관 무소속 지사가 경남 도정을 운영하면서 민주당 출신 정무특보, 민주노동당 출신 정무부지사를 기용해 야당과의 협의 채널로 활용한 점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특별히 정무부시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첫 출근 때도 “자문기구를 통한 협치가 박원순 시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재 박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서울시 정무 라인은 정무부시장, 정무조정실장, 시민소통기획관(특보), 대변인 정도다. 우선 정무부시장이 관심이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인사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정책에 관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할 서울시 의회의 80%가 민주당 출신인 점이 고려됐다. 캠프 상황실장이었던 김형주 전 의원이 먼저 꼽힌다. 김 전 의원은 28일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으로 맹활약한 박선숙 의원은 “당에 ‘설거지’할 일이 많이 남았다.”며 고사했다. 정무조정실장에는 박 시장과 낙선운동을 같이 하며 인연을 쌓아온 캠프 총괄기획단장 하승창 ‘희망과 대안’ 운영위원장과 캠프 자문 역인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 김기식 ‘혁신과 통합’ 공동대표 등 시민단체 출신들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시민단체 위주로 인사가 짜여질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에 돌아갈 몫도 마련해야 하는 형국이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완전한 연합군 형태였던 만큼 인선 여부를 떠나 결정 과정에 참여, 협의할 필요가 있다.”며 공동정부 구성에 소외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첫 출근지 ‘노량진 시장’… 첫 결재 ‘무상급식 지원안’

    첫 출근지 ‘노량진 시장’… 첫 결재 ‘무상급식 지원안’

    박원순 새 서울시장의 첫 행보는 철저한 ‘민생 현장 중심’이었다. 이른 새벽 먼저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하루를 힘차게 열어젖힌 박 시장은 다시 민생 현장에서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2년 8개월 임기의 첫 방문지는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이었다. 시민들의 먹을거리가 모여드는 시장을 가장 먼저 파격 방문함으로써 겉으로만이 아닌 진정한 ‘친서민’ 성향을 고스란히 내보인 셈이다. 박 시장은 예정보다 조금 늦은 오전 6시 30분쯤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나와 10여분쯤 뒤 수산시장에 도착했다. 남색 점퍼에 빨간 목도리를 걸친 수수한 차림새로 점포 곳곳을 누비며 상인들에게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 힘좋은 생선처럼 팔팔 뛰겠다.”고 팔을 흔들며 당선사례를 했다. 박 시장을 알아본 상인들은 멀리서 뛰어와 반갑게 손을 잡거나 함께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었다. 박 시장은 특유의 선선한 웃음을 머금어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박 시장은 함께 아침 밥상거리를 사려 나온 신혼부부에게 “아기가 잘 크도록 도와 드리겠다.”며 “(아이를) 많이 낳아달라.”고도 했다. 서울시 차원에서의 보육 지원 의지가 엿보였다. 박 시장의 첫 일정을 보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 기다린 시민도 눈에 띄었다. 조유선(24·서강대 3년)씨는 “실제 만나 보니 생각한 대로 정말 서민 이미지를 닮았다.”고 평가했다. 수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은 동작구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검은 넥타이와 말쑥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박 시장은 현충탑, 무명용사탑,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차례로 참배했다. 방명록에는 ‘함께 가는 길’이라고 서명해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첫 출근길에선 지하철을 이용했다. 4호선 동작역을 출발해 서울역에서 환승, 1호선 시청역까지 20분 남짓 걸렸다. 평소에도 자주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그는 직접 교통카드를 찍고 플랫폼에 들어서서는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전동차가 출발하지 않자 “(나 때문에) 이거 잡은 겁니까? 빨리 가세요.”라며 불편한 마음을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출근 후 가장 먼저 청사 1층 종합민원실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앞서 청사 앞에 대기 중인 취재진에게는 “즐거운 출근길이었다. 앞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차근차근 상식과 합리에 기반해 풀어 가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간부들과 인사를 나눈 뒤 시정 현안을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첫 결재로 ‘초등5·6학년 무상급식 지원안’에 사인을 했다. 오전 11시쯤에는 국회로 이동,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예방했다. 손 대표는 박 시장과 웃으며 악수한 뒤, “서울시장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변화였고, 우리 사회 변화의 물결이 와 있는데 그 선두에 박 시장이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박 시장은 “손 대표님이 저보다 더 열심히 뛰셨다.”면서 “경선 이후에도 저와 함께 해주신 걸 보면서 희망이 많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시의회 의원들과 오찬을 가진 뒤 오후에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을 차례로 예방했다. 박 시장은 오후 5시엔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을 둘러보며 실태를 확인하고, 상담소 관계자 및 쪽방생활자 등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강병철·황비웅기자 bckang@seoul.co.kr 사진 이언탁·도준석기자 utl@seoul.co.kr
  • 권한대행 부교육감 사의표명… ‘박원순표’ 서울시 교육 기상도

    ‘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 맑음, 서울교육복지 로드맵 여전히 흐림’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구속기소로 주춤거렸던 서울시교육청의 주요 정책들에 변화의 기운이 나타나고 있다. 교육개혁에 큰 관심을 표명해 온 박 시장이 시정을 책임지게 되면서 이전에 시와 시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해 마찰을 빚었던 각종 교육현안 해결에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교육계에서는 시교육청과 대립을 거듭해온 교육과학기술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교육감 권한대행인 임승빈 부교육감이 27일 전격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교육 부문에서 ‘보수정책 파수꾼’ 역할을 감당할 후임 부교육감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대행의 사의가 수용될 경우 후임 부교육감은 다음주로 예정된 교과부 실·국장급 인사 때 발령날 전망이다. 27일 서울시와 시교육청에 따르면 박 시장은 첫 출근에서 초등학교 무상급식 예산을 시교육청에 지원하는 내용의 서류에 처음으로 사인을 했다. 주민투표와 오세훈 시장 사퇴를 불러왔던 초·중등 무상급식 확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학생인권조례 제정, 서울형 혁신학교, 문예체 교육 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박 시장이 곽 교육감의 취임준비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들 정책 마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고, 이번 시장선거 공약으로도 내건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권추락’ 논란을 빚어온 학생인권조례의 경우 절차상 시의회 상정만을 남겨놓고 있어 무리없이 처리될 것 같다. 서울형 혁신학교나 문예체 교육을 위한 교사 및 재원 확보 등도 걸림돌이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박 시장이 시와 시의회·각 구청·교육청이 모두 참여하는 ‘서울교육 발전을 위한 상설협의체’를 운영하겠다고 공약한 만큼 이들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법정 전입금’이 무리없이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1년여 넘게 준비해온 정책들이 빛을 보게 됐다는 점 때문에 교육청내에서도 박 시장 취임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 응시자격 완화, 사립학교 재정지원조례 개정, 학교장 임명승인 요건 보완 등 세부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교육청의 주요 정책은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 확대, 비강남권 초·중·고 예산지원 확대, 공립유치원 신·증설 등 박 시장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교육복지 공약들도 시교육청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 교육복지로드맵 등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중·장기 과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시교육청 정책의 결정권을 교과부 소속인 부교육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건한 성향으로, 곽 교육감 기소 후 조직관리에 치중해온 임승빈 부교육감이 강한 사퇴의사를 표명하면서 후임 부교육감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교육청의 정책이 교과부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게 많아 조정능력을 가진 후임자가 배치되지 않겠느냐.”면서 “곽 교육감이 복귀하든, 내년 4월에 새 교육감을 선출하든 그 전까지는 최대한 현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내부 시각”이라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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