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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성공단 조업 중단] “철수 北근로자에 ‘다시 보자’ 했는데…”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튿날인 9일에도 남측 근로자들이 줄지어 귀환했다. 예상대로 북한 측 근로자들은 전원 출근하지 않았고, 개성공단은 사실상 ‘전면 가동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자 71명은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담담한 표정으로 입경했다. 대부분 말을 아꼈다. 자칫 북한을 자극했다가 공단 폐쇄나 자산몰수 등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몇몇 근로자들은 “괜히 언론에 왜곡돼 나가면 상황이 더 악화할 것 같다”며 걱정스러워했다. 오전 11시 50분 첫 입경한 근로자는 “북한 측 인력이 철수한다는 소식을 어제저녁 늦게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공문을 통해 알았다”면서 “우리 회사는 오늘 북한 근로자 1000여명 전원이 출근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박모(44)씨는 “교대근무를 하는 기업은 어제 오후 6시에 와야 할 북한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았다더라”면서 “우리 회사 측 북한 근로자들은 어제 퇴근 때까지 특별한 말이 없었지만 오늘 아침 1000명이 전부 안 왔다”고 말했다. 오후 2시에 귀환한 김영주(49)씨는 “어제 오후 11시에 북한 근로자들이 철수했는데 다시 보자고 인사했다”면서 “오늘은 공장이 전면중단돼 시간만 보내다 왔고 사람들도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에서 나온 차들은 생산한 물품을 가득 싣고 내려왔다. 트렁크는 물론 조수석, 승용차 지붕에까지 상자를 쌓아 가능한 한 많은 물량을 가져오려고 힘쓴 흔적이 역력했다. 오전에도 입주기업 근로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CIQ를 찾았다. 김모(47)씨는 “3년째 개성공단에 식자재를 납품해오고 있는데 이렇게 오래 차량이 못 들어간 적은 없었다”면서 “지난주 수요일에 출경이 막혀 두부, 어묵, 채소 등 일일식품을 다 버렸다”고 설명했다. 다른 근로자도 “99.9% 못 들어갈 줄 알지만 절박한 마음에 오늘도 와봤다”면서 “남북 간 자존심 싸움에 개성공단 기업의 등골만 휘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처럼 근로자들은 통행제한이 시작된 3일 이후 실낱같은 기대를 품고 CIQ를 찾았다가 매일 헛걸음을 하고 있다. 전날보다 확연히 줄어든 서너대의 물류차량도 오전 중에 되돌아갔다. 오후 CIQ와 통일대교는 사실상 취재진과 관계자가 전부였다. 국내외 언론사 51곳에서 취재진 250여명이 나와 귀환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로비에 배수진을 쳤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④

    [지방행정의 달인] 행정달인 18인 릴레이 인터뷰 ④

    ‘제3회 지방행정의 달인’ 릴레이 인터뷰 4회째다.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정연권 농촌지도관은 눈으로만 즐기는 야생화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켰고,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이계영 문화재관리팀장은 국내 최고의 연꽃 단지를 만들어 냈다. 또 부산 동구 건축과 현지영 주무관과 인천 남구 최영호 팀장은 각 지역에서 낡은 도심을 다시 찾고 싶은 거리로 만들어 낸 ‘도시 디자인의 달인’들이다. ■ 정연권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관 토종 야생화 향수·나물로 혁신 지역 성장동력으로 들판의 꽃박사 “지난해에는 탈락했는데 기어이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고를 의미하는 달인에 선정됐습니다. 그 어떤 훈장이나 상보다 훨씬 값어치 있고 큰 영광입니다.” 전남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정연권(55) 농촌지도관은 ‘야생화를 실생활에 접목시킨 꽃 박사’로 불린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야생화를 꽃꽂이 소재, 분화용, 생태조경용, 향수, 압화, 신소재, 나물 등 단계적으로 발전시켜 연 200억원의 소득과 생산유발 효과를 창출하는 등 구례군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켰다. 꽃과 잎을 눌러서 말린 그림인 압화 예술인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압화대전’도 기획, 농촌지역을 세계에 알리는 마케팅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2002년 최초로 압화 공모전을 열고 각종 문화행사를 추진, 도농문화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연 정 지도관은 2008년부터 일본·타이완·프랑스 등 7개국의 압화 예술인이 참여하는 문화행사로 공모전을 격상시켰다. 상도 대통령상으로 격상시켜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대회로 성장시켰다. 1986년 아시안게임 때 개량꽃 일색에 실망한 정 지도관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야생화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했다. 이때부터 지리산 야생화 1526종 등 4596종에 대한 생태와 서식 조사, 재배 가능 여부와 시장성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지리산 자생화 분화재배 기술을 개발, 대량 증식과 판로를 개척한 그는 이후 옥잠화, 원추리 천연향을 추출해 노고단 향수를 개발한 데 이어 녹차향수 등 천연향을 상품화했다. 정 지도관은 순천대·광주교대 등 대학에 출강, 연구하고 현장에서 경험한 내용과 야생화의 중요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등 후진 양성에도 헌신하고 있다. 30여년 야생화를 연구, 야생화를 구례의 대표 산업으로 발돋움시킨 정 지도관은 농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며, 저탄소 녹색성장과 자연 생태 환경보전의 소재 산업으로 야생화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는 “야생화를 식용 소재로 활용해 지리산 10대 나물을 생산하는 등 장수힐링산업으로 육성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남은 공직 기간 4년 동안 노하우를 전수해 주변이 야생화 천지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밝혔다. 구례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계영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문화재관리팀장 황무지 궁남지에 1000만송이 연꽃 200만명 발길 모은 천생 연꽃애비 이계영(56·행정 7급)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문화재관리팀장은 지역에서 ‘연(蓮)꽃애비’, ‘연의 남자’로 불린다. 이 팀장은 잊혀진 백제 유적인 궁남지를 전국 최고의 연꽃단지로 조성해 역사적 의미를 되살리는 한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주역이다. 궁남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연못으로 경주 안압지와 일본의 인공정원 등에 영향을 준 데다 서동요의 근원지였지만 하루 방문객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잊혀진 사적이었다. 1990년 부여군 기능직 공무원(방호원)에 합격, 사적지 관리사무소에 배치되면서 문화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공휴일에도 출근해 일을 찾아 처리하는 성실성과 향토문화 및 문화재를 공부해 문화 해설사로 활동한 점 등을 인정받아 96년 문화재 전문요원(별정직)으로 전환했다. 문화재 전문요원이 되어서는 주경야독으로 문화재 관리자 교육을 이수하며 전문 역량을 키웠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그에게 전직의 기회가 주어졌고 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2001년 행정 9급으로 새 출발했다. 이 팀장은 “임명장을 받는 날 고향이자 능력을 인정해 준 부여를 위해 무슨 일이든 다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회고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궁남지였다. 궁남지는 발굴 후 복원하지 않아 10년 이상 방치되다 보니 무단 경작지로 전락해 있었다. 공공근로사업과 연계해 주변 정비계획을 수립하면서 자연스럽게 백제와 불교를 조화시켰고 그 매개체로 ‘연’을 생각해 냈다. 초기 1만 6000여㎡로 시작한 연꽃단지는 현재 40만㎡로 확대돼 50여종, 1000만 송이가 만개하는 전국의 명소가 됐다. 연꽃축제는 사적지 관리소 주관으로 2002년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자 다음 해부터 지자체 축제로 이관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서동연꽃축제로 열린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축제기간 방문객이 236만여명에 이른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만 630억원으로 평가됐다. 궁남지가 부여의 필수 방문 코스로 부상하고 2007년에는 군화(郡花)가 개나리에서 연꽃으로 바뀌게 됐다. 이 팀장은 “연못의 연도 사랑을 받은 만큼 큰다. 하루하루를 ‘농부의 심정’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여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현지영 부산 동구 건축과 주무관 이동 텃밭 된 물탱크 무지갯빛 교각 단장 돈 아닌 아이디어로 도시디자인의 여왕 부산 동구 건축과 현지영(41·시설7급) 주무관은 ‘도시디자인 달인’이란 이름에 걸맞게 그의 손길만 가면 칙칙한 건물이 어느새 화사한 새 생명으로 탄생한다. 원도심인 동구 산복도로 일대는 6·25전쟁 피란민들이 자리 잡으면서 우후죽순으로 판자촌이 들어서다 보니 도심미관 등이 다른 구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져 있었다. 자연스레 도심미관 개선 및 환경개선이 구 현안으로 떠올랐다. 동구는 도심경관개선 사업추진을 위해 2010년에 도시경관계를 만들었다. 도심환경개선 사업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했다. 때마침 좌천동 고지대 아파트 일대가 ‘2011년 부산시 행복마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시로부터 예산 1억 5000만원과 자성대교차로 환경개선비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현 주무관은 우선 동구의 관문인 자성대교차로와 좌천 산복도로 고지대의 칙칙한 회색빛 아파트에 산뜻한 무지개색 옷을 입히기로 했다. 지금은 언덕마을 아파트 13개 동이 무지개 숲으로 곱게 단장돼 명물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자성대교차로도 무지갯빛 교각으로 탈바꿈시켜 도심 미관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노력이 좋은 결실을 얻자 이번에는 황폐되고 방치돼 있던 동네 우물터 재복원 사업에 나섰다. 현장 조사 결과 초량동과 수정동에 각각 7개, 범일동에 6개, 좌천동에 5개 등 곳곳에 있었으며 25개 우물 중 14개의 형태가 보존돼 있었다. 이 가운데 5개는 지금도 주민들이 빨래터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처음엔 일부 주민들이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며 못마땅해했으나 이들을 설득했다. 부산YWCA와 함께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 동네 우물 지킴이단’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방치된 옛 우물을 찾아내 복원해 주민 어울림터로 만들었다. 이렇게 새롭게 탄생한 우물이 무려 34곳이다. 또 수도 사정이 좋지 않던 시절 집집마다 옥상에 설치된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물탱크가 이제는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변하자 이를 재활용, 옥상이동텃밭으로 변신시켰으며 산복도로 계단에는 야외 카페를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최영호 인천 남구 건축과 팀장 구도심 건축민원 도면 전자화로 숨통 예산 절감도 척척 도시 재생 ‘도사’ ‘목공예, 벽화, 빈집, 나무….’ 인천 남구 건축과 최영호(49·시설 6급) 팀장이 요즘 적은 메모 내용이다. 최 팀장은 늘 이렇게 이면지와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도시재생 분야 지방행정의 달인에 선정된 최 팀장은 모든 공을 메모로 돌렸다. 2007년 5월 당시 인천시 경제자유구역청에서 남구로 인사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최 팀장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이른바 구도심으로 불리는 남구는 부평구와 함께 인천시 건축직 공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낙후된 지역이라 안전사고가 많고, 민원건수도 다른 구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새 근무지로의 첫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지만, 최 팀장은 남구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그의 첫 작품은 ‘건축심의 전자화 도입’이었다. “2010년 고시원과 같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남구 내 대학 주변에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건축심의를 위해 종이도면을 직접 들고 다니는 등 수작업으로는 도저히 업무를 감당할 수 없었지요.” 건축심의는 인터넷으로 접수되는 건축허가와 달리 도면 제출부터 심의 준비, 재심의 등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최 팀장이 찾은 해결책은 건축도면을 전자파일로 접수하는 것이었다. 그는 전산화 작업을 오후 3시 이후 공간이 비는 전산교육장에서 했다. 노트북 등 기자재를 살 필요가 없어 비용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방법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던 것이다. 회의도 대폭 줄었고 2011년 10월 이후 2년간 구 예산도 3억 5000만원을 절감했다. 시도 올해부터 건축심의를 전자화하도록 하는 등 그의 아이디어는 인천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최 팀장은 남구에 필요한 새로운 건축 제도를 더욱 적극적으로 찾았다. 해안매립지역의 건축물 기울어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사에게 지질조사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지질조사서는 건축사들이 법적으로 제출하지 않는 서류였지만, 새 지침을 마련해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실제 건물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지반이 단단한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최 팀장은 “남구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 난감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적극적으로 행정을 펼치니 구도심을 바꿀 수 있는 많은 방법이 보였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서 많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 반을 생활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겉으론 입주 초기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해졌을 뿐 입주 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들 한다. 주거형태도 가족까지 몽땅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한다. 출퇴근자와 나홀로 둥지족들이 많다 보니 근무 형태나 여가문화 트렌드는 많이 달라졌다. 세종청사 출범 6개월, 이주 공무원들의 달라진 생활문화와 그들만의 애환을 소개한다. 세종청사 입주로 겪은 가장 큰 변화라면 이동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청사주변에 먹거리나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인근 도시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조치원이나 공주, 유성까지 가고오는 데만 40분~1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출퇴근 공무원들은 ‘원정 점심’까지 감안 하면 하루 대여섯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원거리 출퇴근이나 원룸생활 등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회식이나 근무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과천·인천·안양 등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셔틀버스를 놓치면 하루가 완전히 꼬인다. 출근 셔틀버스는 지역에 따라 출발 시간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서울 신도림이나 인천 등 수도권 한복판에서는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서울 목동에서 매일 출퇴근 한다는 한 사무관은 “셔틀버스 출발지인 신도림까지 나오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하루 평균 5시간 넘게 버스에서 갇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10~20분 전부터 하던 일을 접는다.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출발하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와 과천시 인덕원 등 일부 노선은 오후 8시와 9시에도 출발하는 차량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한번 떠나면 끝이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목 베개도 필수품이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목 베개를 꺼내 두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서만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KTX나 승용차 이용자를 제외하고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거리 출퇴근자들에게는 ‘야근’이나 ‘연장근무’란 말은 다른 나라 얘기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때는 그냥 남녀 휴게실에서 잔다. 휴게실은 부처별로 마련돼 있는데 이층침대 형태로 24명(남녀 각 12명)까지 잘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에게 야근을 강요할 수 없어 휴게실을 이용하는 빈도는 사실상 매우 낮다. 나홀로 둥지족들도 많다. 가족이 내려오지 않은 공무원은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2~3명씩 공동생활을 한다. 이런 공무원들을 지칭해 ‘세종총각’ ‘세종댁’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장거리 출퇴근자들 때문에 부서별 회식도 주로 점심으로 돌린다. 저녁에 일정을 잡았다가는 뭇매(?)를 맞게 되는 분위기다. 저녁 회식이 줄어들면서 대신 여가 활동에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나홀로 둥지족들은 썰렁한 집에 일찍들어가기보다 처지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 헬스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 이른 아침과 퇴근 후 청사 체력단련실은 운동 마니아들로 항상 북적인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가장 번거롭고 심란해 하는 게 국회 출장이다. 그런데도 부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행을 하게 하는 분위기다. 정책이나 법안을 충분히 이해시켜 각 부처가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번거로운데 자료만 보내달라”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직접 올라가는 것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 15일 출근길에 만난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국회에 가서 협의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는 중”이라며 “10분 설명하기 위해 오가며 하루 일과를 다 허비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부처의 한 과장은 이틀 전 10명의 본부 과장이 줄줄이 국회에 올라가 설명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요즘 ‘취미’가 서울과 오송을 오가는 ‘KTX 예약하기’”라며 웃었다. 그는 세종시에 숙소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회의가 있다 보니 서울 명동 은행회관이나 정부서울청사로 더 자주 ‘출근’한다. 그렇다고 세종청사에 들르지 않을 수도 없다. 하루만 빠져도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가 된다. 얼마 전에는 세종청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 회의를 하고 저녁 때 약속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왔다가 다시 막차를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에서 있는 조찬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종시에 내려온 지 이제 넉 달인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에 벌써 지쳐간다”면서 “국감 시즌이면 아예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장비를 담당하는 사회부처의 한 주무관은 “서울 출장이 너무 잦다 보니 연말까지 사용해야 할 출장비가 다음 달이면 바닥날 것 같다”며 “어떻게 예산을 전용해야 모자란 출장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세종시에 내려온 공무원들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안부와 조직·인원 협의나 청와대 보고, 타 부처와의 회의 등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을 오르내리는 ‘셔틀근무’가 피곤하다고들 하소연한다. 특히 조직·인사와 공무원들의 처우관리를 하는 행안부가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서 ‘이래라저래라’한다며 속을 끓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국회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세종청사 내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분원이나 서울출장소를 마련하고 화상회의 등 물리적인 공간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부처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야 위엄이 선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사를 벗어나면 세종시는 대도시로서의 기본조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의료시설이다. 세종청사 주변에서 의료시설이라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에 소아과와 내과 딱 두 곳뿐이다. 종합병원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전이나 조치원 등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월요일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전화했더니 세종시에는 치과가 드물다고 하더라”면서 “이곳에서는 아프면 생고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또 다른 여성 사무관은 최근 한밤중에 일어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한밤중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해 난감했다”면서 “인근에 병원이 없어 아이를 싣고 무작정 대전시내 큰 병원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급성 장염이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여러 날 오가느라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청사에서는 이런 불편해소를 위해 청사 내 간이 진료실을 마련했다. 또 종합병원 등과 연계해 순회 진료도 정례화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불만을 해소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청사 부처 노조위원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세종시 이전계획 원안 고수’를 고집했는데 요즘은 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불편한 점이 부각될 때마다 ‘문제 없다’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세종시와 행안부 말만 믿고 언제까지 인내하며 생활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창작 애니메이션 뽀로로 탄생 10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김문이 만난사람] 창작 애니메이션 뽀로로 탄생 10년 최종일 아이코닉스 대표

    오늘날 창의성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과연 무엇을 떠올릴까. ‘강남스타일’로 대박을 터뜨린 가수 싸이의 말춤? 아니면? 딱히 생각이 안 나거든 다음의 신상명세를 잠시 주목해 보자. ‘전 세계 130여개국에 수출되는 산업역군이다. 로열티만 매년 100억여원을 받는다. 프랑스 공중파 방송(TF1)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57%)를 기록했던 주인공이다.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다. 연봉 120억원에 이적료가 3600억원에 이른다. 대한민국 우표발행의 주인공이며 한국방문의해 홍보대사 등 많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누굴까. 바로 우리나라 토종 캐릭터인 ‘뽀로로’다. 5조 7000억원의 경제적 효과, 8000억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가진 뽀로로는 비단 돈으로만 표현할 수 없다. 아이들한테는 큰 영향력을 가진 ‘뽀통령’이자 신적인 존재나 마찬가지인 ‘뽀느님’으로 불린다. 울던 아이들도 뽀통령이 나오면 마법에 걸린 것처럼 쪼르르 기어가 텔레비젼 앞에 앉는다. 무엇이 그토록 전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는 것일까. 동심뿐만 아니다. 지난 1월 극장판 뽀로로가 처음 나오며 아이를 둔 부모들의 마음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극장판 뽀로로는 어렵다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또 하나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뽀로로가 올해 꼭 10살이 됐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미키 마우스’가 90살 가까이 됐다면 결코 늙지 않을 뽀로로는 과연 어디까지, 또 어떤 모습으로 미래를 이어나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뽀로로를 기획하고 스토리텔링과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있는 ‘뽀로로 아빠’ 최종일(48)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지난 11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앗, 뽀로로를 감싸안는 모습이 영락없는 ‘뽀로로 아빠’였다. 우리 나이로 치면 내년에 50세인데 30대로 보이는 ‘젊은 아빠’였다. 맨날 아이들과 놀고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짜내다 보니 젊어진 거냐고 했더니 그저 웃기만 한다. 자리에 앉으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된 얘기부터 나왔다. 극장판 뽀로로 첫 데뷔작인 ‘뽀로로 극장판:슈퍼썰매 대모험’은 최근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 그라인드스톤 엔터테인먼트와 북미 지역 배급권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그라인드스톤 이외에도 중동 걸프 필름, 브라질 플레이아르테 등 현지 메이저 배급사에 판매돼 글로벌 캐릭터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뽀로로 극장판’은 제작 기간 3년에다 80억원을 들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93만명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 시장 진출은 궁극적으로 높은 부가가치의 창출을 의미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뽀로로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지요. 뽀로로가 미국에서 일부 한국어 채널로 방영이 되고는 있지만 앞으로는 영어 채널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입니다. 아울러 (미국 시장에서)여러 캐릭터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요. 그동안 해외 여러 나라에서 반응은 좋았지만 사업적 효과로는 기대만큼 이어지지 않았거든요.” 뽀통령이 드디어 미키 마우스의 본고장인 아메리카 정복에 나섰다는 점에서 일단 귀추가 주목된다. 최 대표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올해 중 여러 캐릭터 사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다”면서 미국에서도 충분히 많은 캐릭터 사업을 벌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처음에는 TV용으로 제작했지만 올해 극장판이 나온 데 이어 ‘뽀로로 테마파크’ 등 앞으로 여러 형태로 해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뽀로로는 또 탄생 10년을 계기로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 나서기로 한 점이다. 뽀로로의 캐릭터 마케팅 역량을 ‘재능기부’로 활용한다는 것. 사회복지기관들과 손잡고, ‘우정’과 ‘협동’을 재미있게 가르친다는 뽀로로의 세계관과 철학을 바탕으로 어린이들에게 나눔의 중요성과 기쁨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뽀로로는 이 밖에도 대한민국 전자정부, 한국방문의해, 어린이재단, 실종아동 홍보대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뽀로로의 역할과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탄생한 이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분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주변에서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뽀로로가 나오기 ‘전과 후’로 나누고 있다”면서 “뽀로로 관련 상품의 누적 매출이 1조원에 이르고 애니메이션의 ‘하청공장’에서 ‘창작 애니메이션의 요람’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의 틀을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 등이 주로 창작 애니메이션을 했다면 한국은 그들의 주문을 받아 하청제작을 주로 했는데 뽀로로 이후에는 180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아용 창작 애니메이션은 세계적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뽀로로의 뒤를 이어 등장한 ‘폴리’, ‘코코몽’, ‘타요’ 등이 그렇다. 뽀로로는 어떻게 해서 탄생됐을까. “광고회사에 다니던 중 2001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때였지요. 흔히 사람들은 뽀로로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기획자가 어느 날 문득 떠올린 대박 아이템으로 생각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으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뽀로로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게 아이들이 한 번쯤 상상했거나 경험해 봤을 만한 소재들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한번 풀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뽀로로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요인에 대해서는 “시나리오라든지 캐릭터, 영상, 방송, 사업 등 여러 가지들이 복합적으로 잘 이루어지면서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고 말한다. 뽀로로라는 이름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이름을 짓기 위해 많은 회의를 했는데 딱히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하루는 토요일날 집에서 쉬면서 아내와 모처럼 얘기를 하고 있었지요. 토요일에만 주로 집에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5살과 2살 된 아이들이 평상시에 못 보던 아빠의 시선을 끌려고 쪼르르 왔다 갔다 한다는 말을 아내한테 들었습니다. 바로 이거다 싶었지요. 그래서 펭귄의 P자와 쪼르르를 조합해 ‘뽀로로’(pororo)라고 정하게 됐습니다.” 또한 펭귄을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자 한 것은 펭귄이 새이면서 하늘을 날지 못하고 마치 아장아장 걷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착안했다. 또한 이러한 어린이(펭귄)에게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꿈(비행사의 헬멧과 안경)을 반영시키게 됐다고 설명한다. 뽀로로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어느 날 사업설명회에서 ‘뽀로로’라고 하자 앞에 앉아 있던 참석자 중 일부가 ‘포르노’라고 발음해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또한 여성 사업가를 소개받은 자리에서도 ‘뽀로로’ 발음을 포르노라고 착각해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며 웃는다. 최 대표는 충남 부여에서 출생해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무척 즐겼다. 중학교 때까지 동네 만화가게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어린왕자’ 같은 명작동화에 관심이 많았다. 이러한 습성은 대학 다닐 때나 직장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광고회사에 취직했고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이때부터 평소 꿈이던 애니메이션 기획에 본격적으로 매달렸고 수십 번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뽀로로로 대박을 터뜨렸다. 평소 그는 ‘창작’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사람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독일병정’처럼 우직하게 관철시켜 나가는 고집이 있다. 뽀로로는 2011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창의성의 대명사’로 뽑혔다. ‘창의성’은 어디에서 나오느냐고 하자 “참담한 실패를 통해서 얻어진 ‘집요함’이라고 할 수 있다. 창의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날 수도 있지만 결국 정말 집요할 정도로 끈질긴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는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무실에서 지낸다. 퇴근 시간이 새벽 2시, 출근은 아침 9시에 한다. 일요일에도 회사에 자주 나간다. 이러한 패턴은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뽀로로는 ‘시즌 4’까지 끝났고 올해 안에 ‘시즈 5’를 선보인다. 다음 작품에 대해 묻자 “유아가 아닌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성공의 조건’이 무엇이냐고 하자 다시 한번 ‘집요함’을 강조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애니메이션을 하다 보면 지독한 끈기로 놀라운 작품을 선보이는 거장들을 만나게 된다”고 말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 최종일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 기획자 1세대… 캐릭터 대통령상 3년 연속 수상 1965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3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방송영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인 금강기획에 입사, 10년 동안 근무했다. 이때 애니메이션 ‘녹색전차 해모수’ 등을 기획했다. 2001년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2003년 ‘뽀롱뽀롱 뽀로로’를 출시했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기획자 1세대’로 통한다. 별칭은 ‘뽀로로 아빠’다. 방송통신위원회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 심의위원(2006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이사(2008년) 등을 지냈으며 현재 아이코닉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수요요정 미셸’ ‘뽀롱뽀롱 뽀로로’ ‘뽀로로와 노래해요’ ‘태극천자문’ ‘치로와 친구들’ ‘제트레인저’ ‘꼬마버스 타요’ 외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 캐릭터대상 대통령상(2006·2007·2008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상 문화관광부장관상(2003·2004·2008년) 등을 수상했다.
  • 행안부가 공무원 행동지침 위반 논란

    행안부가 공무원 행동지침 위반 논란

    행정안전부가 공무원 행동지침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7일 오전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전남 목포를 방문해 진도 앞바다 어선 침몰 사고와 관련해 목포항에서 보고를 받았다. 유 후보자는 법적으로 여전히 후보자 신분이지만 전날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현장을 방문해 재발 방지 대책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청와대의 공식 브리핑까지 진행됐기 때문에 행정안전부 대변인, 재난안전관리관 등과 함께 움직이며 사실상 ‘첫 공식 업무’를 시작한 셈이다. 앞서 지난 6일에도 경북 구미시의 가스 누출 현장을 찾았지만 이는 ‘비공식’ 활동이었기 때문에 행안부 공무원들은 함께 움직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엄연한 현직인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공식 일정 없이 장관실에 있었다. 현재 행안부로 흡수된 중앙인사위는 공직 후보자와 현직 기관장이 공존하게 될 경우 업무 인수인계 등 원활한 협조 관계 및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2006년 1월 ‘국무위원 후보자 등에 대한 예우 및 행동지침’을 정했다. 행동지침 내용은 ‘공직 후보자는 각 부서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거나 업무 추진에 간섭해서는 안 되며 현직 기관장은 소관 업무를 차질 없이 추진해 업무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취지다. 또 해당 부처에서는 인사청문회 준비 지원을 벗어나 공직 후보자에 대해 별도로 지나친 예우나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다. 유 후보자는 이미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쳤고 청와대 브리핑에서도 ‘장관 내정자’ 또는 ‘장관 예정자’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는 정부조직법, 공무원법 어디에도 없는 용어다.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11명의 장관 후보자 모두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기 전까지는 ‘장관 후보자’가 정확한 법적 신분이다. 정부의 공무원 인사와 복무 등을 총괄 담당하는 행안부가 나서서 ‘공무원 행동지침’을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련 행동지침은 법령이나 규정은 아니고 말 그대로 지침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닌 데다 지금은 일종의 비상 상황인 만큼 새 장관이 되실 분이 공식 업무를 보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내정자 잦은 교체… 靑비서관 인선도 잡음

    제 살을 깎아 먹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미스터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정 공백의 원인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미처리에 있다고 야당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지만 청와대의 ‘인선 잡음’도 국정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 안 된’ 청와대에 적잖은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새 정부 출범 10일째를 맞은 6일까지도 청와대는 비서관 인선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전임 이명박 정부가 출범 사흘 전인 2008년 2월 22일 비서관 인선을 발표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인수위 시절 최대석 외교·국방·통일분과 인수위원의 ‘돌연 사퇴’로 촉발된 ‘인사 미스터리’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로 이어졌고 청와대 비서관 인선에서 최고조에 이르렀다. 형식에서는 역대 정부의 비서관 일괄 발표와 달리 지난달 24일부터 일부 언론에 찔끔찔끔 흘리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서관 인선이 이렇게 관심을 가질 만한 사항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내용은 더 의아스럽다. 비서관 내정자 가운데 일부는 출근했다가 그만두거나, 그만뒀다가 다시 출근하고, 하루 출근한 뒤 연락이 두절되는 등 보통의 중소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인사 난맥상’이 청와대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원종 전 보건복지비서관 내정자는 뚜렷한 이유 없이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기고, 그 자리엔 대선 캠프(국민행복추진위원회) 출신인 장옥주 전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의 교체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관가의 평이다. 장 내정자는 ‘행정고시 여성 2호’ 출신이다. 또 ‘현역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 때문에 중도하차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중희 민정비서관은 권력싸움 논란으로 전선이 확대되자 ‘내정 취소’가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공약은 흐지부지됐다. 또 새 정부 출범 첫날 출근한 뒤 ‘잠적’한 이종원 전 홍보기획비서관 내정자는 사실상 ‘아웃’됐고, 사회안전비서관에는 김귀찬 치안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막판에 강신명 경북경찰청장으로 교체됐다. 그렇다 보니 권력암투설을 비롯해 인사불만설 등 구구한 입소문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확인된 것이 없다’며 사실상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래서 청와대 비서관 인선을 공개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인사 원칙과 신뢰가 무너졌다. 청와대가 연일 안보 위기론과 경제 위기론을 앞세우며 야당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야권의 ‘내부 단속부터 먼저 하라’는 지적에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이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서도 드러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취임 첫 주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4.8%였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3.3%로 조사됐다. 대선 득표율(51.6%)을 감안하면 부진한 출발로 볼 수 있다. 불통과 ‘깜깜이 인선’이 상당 부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말레이시아의 앨리스 영하 10℃를 밑도는 서울의 한파를 등지고 도착한 말레이시아는 그 온도차만큼이나 다른 세계였다. 어떤 끌림이 있었는지, 회중시계를 손에 든 흰 토끼를 따라 알지도 못하는 굴 속으로 졸래졸래 따라간 앨리스처럼, 낯선 듯 평화롭고, 평범한 듯 해맑은 ‘말레이시아’를 만났다. 겨울날에 도착한 여름나라 앞으로 여섯 시간 후 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발을 내딛는다. 여느 때와 달리 떠오르는 혹은 기대하게 되는 그림이 불분명했다.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 속으로 옹알옹알. 입에 익긴 한데 막상 고개가 갸웃한다. 출근길에 바쁜 사람들을 지나쳐 공항으로 향하는 동안 본능적으로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겨울날의 여행.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하면 영하 10℃를 밑도는 겨울날과 영상 30℃를 웃도는 여름나라를 동시에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해가 떴는데도 바닥이 젖어 있다. 이 나라에서는 매일 오후 네다섯 시 즈음엔 어김없이 비가 쏟아진다고 했다. 오늘도 방금 전까지 비가 내렸다고. 공항을 나서니 바깥 공기가 그리 습하지 않았고,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까지 가는 차 안에서도 에어컨 바람이 시원했기에 아직 서울에서의 차림 그대로다. 하나둘 옷을 허물처럼 벗어낸 것은 공항과 쿠알라룸푸르 중간 즈음에 위치한 신행정도시 푸트르자야Putrajaya의 풍경이 차창에 가까워졌을 때였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모형처럼 군더더기 없는 도시를 울울창창한 야자수 정글이 포위하고 있었다. 서울과 쿠알라룸푸르 사이 한 시간의 시차를 거슬러 오른 나는 그제야 여름나라에 들어온 것을 실감했다. 호텔방에 대충 짐을 밀어 넣고 낯선 거리로 나섰다. 하늘은 어둑하게 물들어 가지만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서울로 치면 명동에 비견되는 부킷빈탕Bukit Bintang 거리와 그 지척에 노천 음식점이 즐비한 잘란알로Jalan Alor는 낮보다 더 환하고, 더더욱 북적였다. 여행 첫날의 긴장과 피로는 서울과 다르지 않은 도심풍경 때문에 잔잔해졌지만 그 속에 빠져드는 것이 아직 부담스러운 이방인은 두 거리 사이, 트렌디한 펍과 레스토랑이 늘어선 잘란창캇Jalan Changkat으로 살짝 발을 들여 놓았다. 거리가 한 눈에 들어오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펍 2층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공기, 낯선 도시, 차가운 맥주, 관망적 자세. 취取하거나 취醉하거나. ▶travie info 잘란알로alan Alor와 잘란창캇Jalan Changkat | 잘란알로에서는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리 사테Satay를 추천. 얇게 썬 고기를 양념해 대나무 꼬챙이에 꽂아 구운 꼬치요리이다. 달큼하고 고소한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잘란창캇에서는 부러 핫한 곳을 찾기보다는 거리가 훤히 내다보이는 2층 테라스가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는 것이 더욱 매력적이다. 위치 부킷빈탕 거리에서 모노레일이 가로지르는 대로 변 오른쪽 방향(도보 5~10분). 영업시간 늦은 오후부터 새벽녘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주소 Jalan Perdana, 50480 Kuala Lumpur 방문객 입장시간 오전 9시~정오, 오후 3시~4시, 오후 5시30분~6시30분(단, 금요일은 오전 입장 불가) 입장료 무료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주소 Jalan Hang Kasturi, 50050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30분(건물 밖 노점은 오전 11시~밤 11시) 홈페이지 www.centralmarket.com.my 차이나타운China Town┃위치 Jalan Petaling, Kuala Lumpur 영업시간 오전에 문을 여는 곳도 있지만 대체로 점심 무렵부터 밤 10시까지 One for All, All for One 아무리 피곤해도 늦잠은 아까운 여행자의 아침, 좀 걷자. 걷다 멈춘 곳이 목적지가 된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여름의 날씨인지라 자연스럽게 차도르Chador를 두른 여인들에게 눈길이 간다. 말레이시아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슬람을 국교로 삼고 있는 나라다. 무슬림으로 살아가는 그들에겐 당연한 것이겠지만 “안 덥나?” 결국 입 밖으로 뱉고 만다. 모스크에 가봐야겠다. 무슬림들의 기도 시간을 피해 택시를 탔다. 국립 모스크National Mosque, Masjid Negara에 가자고 했다. 안내에 따라 신발을 벗고 보라색 가운과 히잡Hijab을 둘렀다. 아무도 없는 기도실 앞에 서자 안내원인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대답을 듣자 지긋한 눈빛으로 <본성(피뜨라)과의 만남>이라는 한국어 책자를 건네 준다. 천장까지 닿은, 수십 개의 흰색 기둥으로 빼곡한 기도실 앞 대리석 바닥에 앉아 책자를 폈다. 맨 첫 장과 마지막 장은 같은 문구로 시작해 같은 문구로 맺어지고 있었다.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랄 수 있을 것인가?” 따라 읽는 사이 작지만 야무진 아이 모모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시간을 훔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회색 신사들에게 홀려 잿빛이 된 모습으로 내 말만 하는 어른이 돼 버린 내 앞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중략) 화도 내지 않고, 뜨겁게 열광하는 법도 없어. 기뻐하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아. 웃음과 눈물을 잊는 게야. 그러면 그 사람은 차디차게 변해서,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사람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 그 지경까지 이르면 그 병은 고칠 수가 없어. 회복할 길이 없는 게야. 그 사람은 공허한 잿빛 얼굴을 하고 바삐 돌아다니게 되지. 회색 신사와 똑같아진단다. 그래, 그들 중의 하나가 되지. -미하엘 엔더의 <모모> 中 지난밤 잘란창캇의 펍에서 마셔 버린 시큰둥했던 첫날밤이 뜨끔했다. 그럼에도 선뜻 털고 일어나 기도실을 나서지 않고 조금 더 게으름을 피우다 못 이기는 척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러다 뒤를 돌아봤다. 수채화 물감을 풀어놓은 듯 맑고 파란 하늘과 그 아래 새하얀 모스크. 종교와 교리를 떠나 그곳에 잿빛을 걷어낸 나의 뽀얀 마음 한 조각을 묻어두었다. 그리곤 천천히 초록 잔디가 카펫처럼 펼쳐진 메르데카 광장Merdeka Square까지 걸었다. 딱히 구경거리가 없는 고가도로변인데도 길이 참 싱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르데카는 말레이어로 독립이라는 뜻이다. 말레이시아는 1957년 8월31일 이 광장 국기게양대에 걸려 있던 영국 국기를 걷어내고 말레이시아 국기를 내걸면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포했다. 광장 너머로 우뚝 솟아오른 초고층 빌딩과 함께 광장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영국 식민지 시절의 고건축물들이 독특한 도시경관을 그려낸다. 식민지 역사의 흔적을 상당수 지워낸 우리와 달리 쿠알라룸푸르는 도심 가운데 이를 그대로 남겨두고 오늘날까지 이용하고 있다. 광장 북측, 1894년에 지은 세인트메리 성당을 시작으로 유럽과 이슬람식 건축양식이 조화를 이룬 구 시청사, 술탄압둘사마드 빌딩, 구 중앙우체국, 국립섬유박물관, 구 차터드은행 등이 시계방향으로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사람들이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오랜 세월 다양한 인종이 각기 다른 언어와 신을 믿는 가운데 함께 어울려 살아왔기에 관용의 미덕이 배어 있다고.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 ‘1 Malaysia, truly Asia’라는 말레이시아의 캐치프레이즈를 형상화한 조형물 앞에 서 있자니 이번엔 달타냥과 삼총사가 떠올라 그들의 구호를 외친다. “One for All, All for One” 메르데카 광장에서 켈랑강Kelang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면 센트럴 마켓Central Market과 차이나타운China Town까지 다다르는데, 이곳에서 ‘1 Malaysia, truly Asia’가 허언이 아님을 체감했다. 역시나 건물 자체가 100여 년이 넘은 마켓 안에는 말레이, 차이니즈, 인디아 구역이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었고, 역사문화도시 말라카와 페낭을 모티브로 한 거리까지,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오밀조밀하다. 아시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켓 2층의 푸드코트와 마켓 바깥 골목에 위치한 예술가의 거리도 시장구경의 재미를 더해 준다. 중국계가 중심이 되어 상점가를 형성하고 있는 차이나타운China Town 언저리에서도 불교 사찰과 식민지 건축물, 힌두교 사원이 자연스레 한 컷에 담긴다. 순간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나도 모르게 사진기를 들었다놨다 한다. 여행의 순간은 눈에만 담아두기 참 아쉬울 때가 많다. 찍고 싶은데 면박을 당하지 않을까 겁이 나기도 하고, 그렇다고 몰래 찍는 것도 내키지 않는. 옆에서 누군가 이야기한다. “그냥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하면 완전 좋아하면서 반가워할 거예요.” 새삼 놀라운 ‘참말’이다. 무표정하게 있다가도 사진기를 보이며 눈인사를 할 때마다 꽃보다 환하게 피어나는 그들의 얼굴빛. 차도르를 두른 여인들마저 꽃 같은 포즈를 취해 주는데 그 덕에 내 잿빛 마음이 부끄럼을 타며 조금씩 희석된다. 1 메르데카 광장에서 센트럴 마켓으로 가는 길에 만난 동화 같은 거리. 초고층 빌딩숲 아래 파스텔톤의 유럽식 건축물이 독특한 도심경관을 만든다 2 쿠알라룸푸르에 대한 모든 것을 미리보기 할 수 있는 곳, 쿠알라룸푸르 시티갤러리에 가면 말레이시아 여행이 더욱 촘촘해진다 3 강요하는 사람 없지만 열대 기후에서도 히잡을 벗지 않는 여인들. 그러나 색색 고운 히잡을 보며 여인의 마음을 짐작한다 빨간 구두 신고 램프의 요정을 따라서 쿠알라룸푸르가 다민족이 내뿜는 전통적인 색채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질릴 틈 없이 신상품으로 넘쳐나는 도심의 빼곡한 쇼핑몰이야말로 쿠알라룸푸르의 현재다. 마음이 풀어지고 나니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마술을 부린 듯 새롭고 반짝이는 것들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쿠알라룸푸르 쇼핑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부킷빈탕 거리의 파빌리온에서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와 수리아 쇼핑몰이 위치한 KLCC까지 구름다리 형식의 통로KLCC-Bukit Bintang Pedestrian Wailkway가 연결되어 있어 주요 쇼핑 스폿을 쾌적하고도 수월하게 오갈 수 있다. 정유회사 페트로나스의 사옥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88층의 쌍둥이 빌딩인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에 올랐다. 쌍둥이 빌딩 한쪽 타워에서 보이는 맞은편 타워는 ‘천공의 성 라퓨타’처럼 솟아 있었다. 멀고도 높다. 물리적인 거리와 높이만큼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돌아갈 수 있을까. 우선 내려가자. 호텔 방에 들어와 가방에서 가장 예쁜 옷을 꺼내 갈아입고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와 파빌리온Pavilion의 명품 매장 사이를 모델처럼 걷기 시작했다. 명품 매장에서 나오는 차도르 두른 여인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 촌스럽게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와 우리나라의 쇼퍼들은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아이템을 찾아 최근 말레이시아를 찾는 쇼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주머니 가벼운 까막눈도 마냥 즐거운 윈도우 쇼핑. 걷다가 힘이 들면 쇼핑몰 곳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고, 쇼핑몰 안팎에서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에 시선을 돌리기도 한다. 안데르센의 동화 <빨간 구두>에 나오는 아가씨처럼 춤추듯 걷자니 지치기는 했지만 시간은 지겨울 틈 없이 흘러갔다. 램프의 요정을 따라 말레이시아의 머리 쿠알라룸푸르에서 말레이반도 최남단으로, 싱가포르와 맞닿은 도시 조호바루Johor Baharu에 도착했다. 말레이어로 조호바루는 ‘새로운 보석’이라는 뜻. 그곳에 앨리스도 혹할 만한 새로운 보석이 있었다.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동화풍 색채의 레고 랜드LEGO LAND에 제대로 빨려 들어갔다. 오전 10시, 오픈시간이 가까워지면 레고 랜드 사람들이 나와 오매불망 가지런히 줄서 있는 아이들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10, 9, 8……3, 2, 1” 문이 열림과 동시에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레고 랜드 안으로 돌진. 레고 랜드를 둘러싼 자연과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레고 블록이 빚어낸 세상이다. 아이들의 쨍한 웃음이 화수분처럼 솟아난다. 아이들을 핑계 삼아 어른들 역시 수북 쌓인 레고 블록 조립에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간이 모자랐다. 조호바루에도 쿠알라룸푸르 못지않게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아웃렛과 쇼핑몰이 즐비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여행자의 시간은 좀더 색다르고도 익숙한 풍경을 더듬는다. KSL 리조트 앞으로 펼쳐진 난전은 우리나라의 오일장을 떠올리게 했다. 땅의 기운을 머금고 고운 색을 발하는 식재료와 튀기거나 굽거나 볶아낸 군침 도는 먹을거리에 자꾸만 손이 간다. 여기저기 “한국에서 왔어요?” 말하며 아는 체하는 현지인들이 우리네 시장 사람들의 인심과 다르지 않았다. 싱싱하고 건강한 어투. 그들 손으로 기르고 거둔 곡물로 만든 주전부리를 오물거리며 시장 한 바퀴를 어슬렁댄다. 부디 12시를 알리는 신데렐라의 종이 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런 걸까. 천천히 빨간 구두를 벗고, 램프의 요정과도 안녕을 고했다. 한 시간만 뒤로 돌리면 말레이시아의 앨리스는 사라지고 나는 다시 영하를 밑도는 나의 현실세계, 서울 땅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나의 말레이시아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일 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반대편 타워와 함께 쿠알라룸푸르 도심 전경을 360도 파노라마로 즐길 수 있다 2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주요 쇼핑 스폿 간의 이동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는 페데스트리안 워크웨이 3 레고 왕국에 들어서자 순식간 동화 속 인물이 되고 만다 4 최고급 명품은 물론 독특한 디자인과 색감을 내세운 쇼룸에 이르기까지 쇼윈도 하나하나가 발걸음을 늦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서진영 취재협조 말레이시아 관광청 www.mtpb.co.kr ▶travie info 말레이시아 항공 하늘 위에서부터 말레이시아의 환대Malaysian Hospitality를 경험할 수 있는 말레이시아의 국적기 말레이시아 항공을 이용하면 매일매일 인천과 쿠알라룸푸르 사이를 쾌적하게 오갈 수 있다. 특히, 오전 11시 출발이라는 스케줄은 출발과 도착에 있어 허둥대거나 허비할 수 있는 있는 여행 시작 당일의 일정을 여유롭게 해준다. 여행 후 도착 시간 역시 오전 7시 전으로 도착한 당일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 있는 최상의 스케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12년 7월 30일부터 에어버스사의 신규 A333 항공기가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에 도입되어 여유 있는 좌석 공간과 전원 공급 장치, 개인 스마트 스크린, 한국 영화와 음악을 포함한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등 한국 여행객들에게 보다 개선된 기내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을 비롯한 타 항공사와 코드쉐어를 통해 다양한 노선에 공동 운항을 하고 있어 다양한 국가로 보다 편리한 여행이 가능하다. 2013년 2월부터는 One World Alliance 회원국의 일원으로 등록되어 보다 다양한 항공사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스마트한 여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02-777-7761 www.malaysiaairlines.com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 스카이 브릿지 투어┃위치 Jalan Ampang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7시(화~일, 월요일 휴무) 입장료 성인 RM80, 어린이 RM30 홈페이지 www.petronas.com.my 파빌리온Pavilion┃위치 168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파빌리온 옆 카페거리는 새벽까지 운영) 홈페이지 www.pavilion-kl.com 스타힐 갤러리Starhill Gallery ┃위치 Jalan Bukit Bintang 영업시간 오전 10시~밤 10시 홈페이지 www.starhillgallery.com 레고 랜드LEGO LAND┃위치 Gelang Patah, Johor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과 국경일은 밤 20시까지) 입장료 성인 RM140, 3~11세 어린이와 60세 이상 RM110 홈페이지 www.legoland.com.my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언제까지고…오 그대여 변치 마오

    언제까지고…오 그대여 변치 마오

    짧으면 한 달, 길어야 석 달 안에 프로그램의 생사가 판가름 난다는 방송가에서 10년 이상 장수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소리 없이’ 오래 가는 이 프로그램들은 매 시즌 치열하게 전개되는 지상파 방송국 간 편성 전쟁을 겸연쩍고 부끄럽게 만든다. TV와 라디오에선 각각 EBS의 ‘장학퀴즈’(40년), KBS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49년)가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기념비적이지만 제작진의 목소리는 의외로 차분하다. “방송은 삶이며 시청(청취)자와 소통하는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1980년 11월 막 올린 ‘전국노래자랑’은 30년 넘는 세월 동안 KBS의 간판 프로그램 역할을 해 왔다. 이미 1648회를 넘겼고, 내년 상반기 1700회를 맞는다. 일요일 오전 안방극장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며 시청자와 고락을 함께했다. 방방곡곡의 숨은 재주꾼을 찾아내 ‘슈퍼스타K’ 등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조로도 불린다. 아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TV유치원’(1982년 9월)도 최근 8750회를 넘겼다. 예능에 ‘전국노래자랑’이 있다면 시사고발 프로그램에는 ‘추적 60분’(1983년 2월)이 있다. 지난달 27일 1065회를 맞았다. 그동안 영생교, 천안함 등 사회적 의제를 제시했다. 강희중 PD는 “시청자의 기대치와 요구가 더 높아지고 내·외부의 압박도 커졌다”면서 “전문성, 심층성, 현장성을 강화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MBC의 ‘출발! 비디오 여행’(1993년 10월)은 올해 중순쯤 1000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영화 전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단편적인 영화정보를 알려주던 예전 프로그램과 달리 1시간 동안 영화 소식만을 소개한다.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1991년 5월)은 지난달 940회를 넘겼다. 광우병, 4대강사업 등 사회적 이슈를 몰고 다녔으나 정치적 외풍에 휘말리며 최근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SBS에선 ‘TV동물농장’(2001년 5월)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말 600회를 맞았다. 인간과 동물의 진정한 소통을 추구한다는 의도로 시작된 프로그램은 일요일 오전 같은 시간대 최강자다. 첫 방영 당시 ‘동물의 왕국’이나 ‘퀴즈탐험 동물의 세계’에 한정됐던 동물 소재 프로그램의 영역을 한 단계 넓혔다는 평가를 들었다. 박두선 PD는 “단순히 볼거리만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솔직 담백하게 교감하며 ‘진정성’을 전달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600회를 맞은 ‘도전 1000곡’은 2000년 처음 방영됐다. 장수 예능 프로그램이란 타이틀을 얻은 데는 가수, 탤런트, 작곡가, 아역배우 등 직업과 연령을 가리지 않는 출연진이 일조했다.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1998년 5월)도 지난해 7월 700회를 맞았다. 별난 사람들의 별난 삶의 방식을 담아 왔다. 지난달 18일 방송 40주년을 맞은 EBS의 ‘장학퀴즈’(1973년 2월)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 횟수만 1950회, 출연자 수는 1만 6000명에 이른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출연자만 600명에 가깝다. 장학퀴즈는 MBC에서 첫 방영됐다. 정동 MBC에서 녹화가 있는 날이면 경찰이 나서 인파를 통제해야 할 정도였다. 1996년 10월 종영돼 공백기를 거친 후 1997년 1월 EBS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영홍 EBS PD는 “40년간 고교생 전문 퀴즈프로그램이란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면서 “이곳을 거쳐간 유명인은 가수 김광진, 한수진 전 SBS 앵커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라디오에선 유독 장수 프로그램이 넘쳐난다. 매체의 특성상 프로그램 진행자만 바꿔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내년 50주년을 맞는 ‘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대표적이다. DJ 유영석이 “학창시절 이불 속에서 이 프로그램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워 왔다”고 말할 정도다. 22년 전 처음 방송된 심야 음악프로그램 ‘음악세계’, 15년간 매일 직장인의 출근길을 열어온 ‘황정민의 FM대행진’도 빼놓을 수 없다. MBC에는 ‘별이 빛나는 밤에’(1969년 3월), ‘싱글벙글쇼’(1973년 6월), ‘2시의 데이트’(1975년 10월), ‘여성시대’(1988년 4월) 등 다양한 장수 프로그램이 있다. SBS의 경우 1996년 11월 개국과 함께 방송을 개시한 ‘이숙영의 파워FM’, ‘최화정의 파워타임’이 쌍두마차다. 박소연의 러브게임(1999년 4월)도 반열에 올랐다. 은지향 CP는 “지명도 있는 진행자를 내세워 청취자의 충성도가 높고, 이 덕분에 다양한 상승작용이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시청자가 꼽은 이들 프로그램의 장수 비결은 단연 ‘흡인력’. 대다수가 평범한 사람(전국노래자랑·세상에 이런 일이)이나 동물(TV동물농장)을 다룬다. 라디오에선 독자가 투고한 일상의 사연을 들으며 동질감을 극대화한다. 이들 프로그램은 시청자 참여형이란 공통분모도 지녔다. 비슷한 아픔과 상처, 결핍 등에서 안타까움을 느끼거나 자신을 위로한다. 이를 통해 “그래도 세상은 살만 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TV프로그램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 편성 시간이 집중돼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쉽다는 강점도 지녔다. 덕분에 10% 안팎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한다. 시청자들이 눈치 채기 어려운 비결도 있다. 제작진 간 팀워크다. ‘전국노래자랑’에 참여했던 한 KBS 관계자는 “제작진끼리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야말로 장수 프로그램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밝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시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갈등을 보며/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시론]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갈등을 보며/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어떤 조직도 고독한 ‘섬’일 수는 없다. 그래서 개방 협력의 역사에는 진화와 장수가 뒤따랐고, 폐쇄의 역사에는 후퇴와 단절의 비극이 따랐다. 개방은 이해 관계자들을 참여하고 협력하게 만들어 혁신의 동반자로 키우지만, 폐쇄는 이해 관계자를 적으로 돌려 전쟁의 상대자로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이해 관계자 사이는 폐쇄·대립적이고 ‘갑·을’ 관계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갑·을 사회의 가장 큰 폐해는 개천에서 용 나는 희망을 뺏아간다. 능력 있고 아이디어도 있는 ‘을’이 ‘갑’에 눌려 성장의 기회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 처방의 하나가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정책이다. 이는 대기업의 개방적 태도를 요구하고 ‘나홀로’ 폐쇄성을 극복해 보려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을 두고 중소기업인 ‘을’의 폐쇄성과 갈등이 수면 위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주가 ‘중소기업적합업종’ 선정을 두고 대한제과협회를 상대로 소송하는 등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소상공인 진흥의 수혜자가 되기 위해, 관련 연합회 간에는 법정단체 지정을 위한 기싸움이 도를 넘고 있다. 갑·을 간 상생협력 모델이 ‘을’ 간의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이제 ‘을’의 개방적 태도도 필요하다. 갈등이란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서로의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해 가는 분기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긍정적 갈등이 될 수도 있다. 우리도 이번 기회에 숨어 있는 ‘을’들의 문제를 드러내고 이것을 통해 한국 기업생태계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가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중소기업 지원예산 관리를 기관 중심적 예산투입 정책에서 ‘임팩트 지향’적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정책은 정부의 기획 및 예산 배정 그리고 배정된 예산을 특정 기관에 맡겨 정책을 위탁집행하는 방법이었다. 정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기관 간 집행예산 배정 싸움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정책이 정치판이 된 경우도 많았다. 이번에도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소상공인진흥자금이 연간 5000억~1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것 같다. 곧 이를 관리하는 진흥공단이 신설될 것이고 이 예산을 염두에 둔 관련 소상공인 대표단체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자리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예산 투입과 정책 집행보다 정책실효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기를 낳는 게 전부가 아니라 어떻게 잘 키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정책 그 자체보다 정책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소기업 정책은 지원하는 정책만큼 발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에는 100년을 넘긴 2만 1000개 장수기업들 중 1만 5000개 정도가 소상공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최고의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겠다는 장인정신과 철저한 서비스로 고객의 신뢰를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상공인 정책도 이러한 정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발굴하고 키워가는 ‘사람중심’의 정책이 필요하다. 가칭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이런 소상공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단체에 열심히 출근하는 상인이 아니라 새벽에 맨 먼저 좌판을 닦고 단골고객이 많은 사람을 찾아내서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대기업의 개방뿐만 아니라 소상공인들의 개방적 사고도 필요해지고 있다. 상생협력을 통해 공정한 질서 회복이 중요한 과제이지만 소상인 내부적으로도 고객 신뢰를 위한 장인정신의 회복과 경쟁력 강화에 매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정부는 예산을 투입할 정책만큼이나 지금까지 실효성 없이 투입된 예산이나 설립 목적을 잃어버린 기관을 재정비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실효성 없는 예산 투입은 낭비일 뿐이다.
  • 또 하루…대한민국엔 ‘정치’가 없다

    또 하루…대한민국엔 ‘정치’가 없다

    박근혜 정부 출범 3일째인 27일에도 정부조직법개정안 대치를 둘러싸고 국정 표류가 지속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비보도 방송 부문을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실린 사안이란 점을 들어 원안 통과를 고집하고 있고, 이에 민주통합당은 방송장악 음모라고 맞서며 ‘수용 불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음 주 국무회의도 열릴 가능성이 희박해 국정 표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정 파행을 둘러싼 책임론 공방도 치열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집현실에서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제가 융합을 통해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지금 통과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며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정치권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용진 민주당통합당 대변인은 “정부 출범의 지각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있음에도 야당에 덤터기 씌우는 방식으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행정 공백도 심각해지고 있다. 미래부와 방통위 등 정부조직법개정안에 따라 신설되거나 기능 조정이 예정된 부처에선 공무원들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는 이계철 위원장의 사의 표명 이후 정례적인 전체 회의 개최마저 중단됐다. 안전행정부로 이름이 바뀌는 행정안전부도 새 정부 장관 임명이 늦춰지면서 장차관실 앞 복도에서 공무원들이 결재를 기다리며 줄을 서는 풍경이 사라졌다. 맹형규 장관은 27일 청사로 출근했지만, 특별한 결재 등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 정부 각료 중 유일하게 임명장을 받은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임종룡 국무총리 실장, 육동한 국무차장, 김석민 사무차장 등 총리실 간부들에게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안을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28일 총리실장 주재로 각 부처 차관회의를 소집해 부처 현안과 정책 추진상황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또 28일 긴급 차관급회의를 열어 물가안정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서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안정에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앞으로 매주 한 차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수석비서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 핵심 회의체를 조기 가동하기 위해 박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는 매주 1차례,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는 매주 2차례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임창용 전문 기자 sdragon@seoul.co.kr
  • “33년 무사고 비결? 별것 있소, 천천히 가소”

    “33년 무사고 비결? 별것 있소, 천천히 가소”

    “눈길에서 사고 안 내는 비결? 그런 게 어디 있나. 세월아 네월아, 그냥 천천히 가는 거지.” 배삼진(83)씨는 수도권이 폭설에 갇힌 4일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국내 최고령 무사고 운전자다. 스무 살이던 1950년 한국전쟁 때 운전을 시작한 지 63년. 공식기록으로 ‘33년 무사고’다. 경찰이 1980년부터 관련 통계를 냈기 때문이다. 배씨는 군에서 8년을 보냈다. 전쟁 부상자 이송으로 시작해 수송부 선임하사에까지 올랐다. 배씨는 “군대에서 사고 내면 곧바로 영창가던 시절이었다”고 웃으면서도 “내 잘못 하나로 부상자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판이라 철저히 운전하는 습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제대 후 고속버스 운전을 했고 1977년부터 35년간 택시를 몰았다. 1966년에 도로에서 담배를 피우다 한 달간 면허가 정지됐던 적을 빼면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다. 30년 이상 밤낮 없이 택시 운전으로 가족을 건사하다 보니 정작 가족과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그는 “평생 자식 4남매 얼굴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지금은 연락도 거의 없다”고 섭섭해했다. “한번은 서울에 물난리가 났어요. 운전하기 꺼려졌지만 그렇다고 쉴 수가 있나. 그런데 그날 첫 손님이 누구였는지 알아요? 출근하는 버스기사가 타더라니까. ‘목숨 걸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다 똑같구나’ 싶었어.”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디지털에 점점 의존… 그래도 난 영화의 원초적 힘을 믿는다”

    “디지털에 점점 의존… 그래도 난 영화의 원초적 힘을 믿는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만큼 충격적인 데뷔작도 드물 터다. 천재감독에겐 미안할 만큼 낡은 표현이지만, 혜성 같았다. 당시 레오스 카락스( 53)의 나이 스물넷. 열여섯에 학교를 그만두고 열아홉부터 영화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에 기고를 했다지만, 신인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로 이어지는 카락스의 작품은 1980~90년대 영화학도와 시네필을 추종자로 포섭했다. 하지만 1999년 남매 간의 사랑이란 설정으로 논란을 빚은 ‘폴라X’를 끝으로 더 이상 장편을 찍지 못했다. 13년 만인 지난해, 그는 칸영화제에 ‘홀리모터스’를 출품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가 ‘홀리모터스’를 2012년 최고 영화로 꼽은 건 자국 출신 거장에 대한 예우는 아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부터 호흡을 맞춘 카락스의 페르소나, 드니 라방이 1인 11역을 소화한 ‘홀리모터스’는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첫 장면은 영화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 시작된다. 죽었는지 잠을 자는지 모두 눈을 감고 있다. 그 광경 위로 ‘홀리모터스’란 제목이 나타난다. 그제야 영화는 하루에 아홉 개의 삶을 사는 주인공 오스카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침에 눈을 떠 리무진을 타고 출근길에 올라 정해진 일정에 따라 걸인, 모션캡처 전문 배우, 광인, 아버지, 아코디언연주자, 킬러, 죽어가는 남자 등의 삶을 산다. 관객은 오스카의 직업이 배우일 거라 생각할 듯싶다. 카락스가 2009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에 왔다. 되는 대로 쓸어넘긴 반백의 머리는 여전했다. 조금 야위었고, 여전히 진지했고, 골초였다. 카락스는 4일 서울 봉래동 프랑스문화원에서 13년 만에 장편을 찍은 이유에 대해 “공백이 길어진 건 금전적인 이유 때문이다.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X’를 찍을 때에도 제작비에 쪼들렸다. 물론 여유가 있더라도 다작을 할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9~10편쯤은 찍지 않았을까”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슷한 영화를 찍고 싶지는 않다. 삶의 다양한 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 때론 삶의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잦은데 그 피곤함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영화”라고 덧붙였다. 4편(옴니버스 ‘도쿄’ 중 ‘광인’을 포함하면 5편)이나 함께 찍은 라방에 대해 “뭘 요구해도 다 구현할 수 있는 배우”라고 잘라 말했다. 30년을 알고 지냈고 불과 200m쯤 떨어진 곳에 살고 있지만, 사적으론 친하지도 않고 밥도 따로 먹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지음’(知音)이나 다름없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찍을 때 소년 역을 캐스팅하는 데 애를 먹었다. 우연히 구인구직소에서 배우 사진을 보다가 발견했다. 희한한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발전하는 관계가 됐다. ‘홀리모터스’에서 두 가지 역은 정말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냈다. 점점 좋은 배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락스는 “디지털 기술이 너무 발달하면서 (영화인도) 점점 의존하고 있다. 그래도 영화 초창기의 원초적 힘을 난 믿는다. 무르나우(1889~1931)의 영화를 보면 카메라에서 흡사 신의 눈길이 느껴진다. 나도 다시금 신의 눈길을 찾고 싶다. 젊은 영화인들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러브 인 아시아(KBS1 밤 7시 30분) 한국생활 10년 차 크리스틴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구김살 없이 밝게 자라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특히 의젓하고 똑 소리가 나는 맏딸 영아는 한국말이 어려운 엄마에게 든든한 한국어 선생님이 돼 주고 있다. 이런 크리스틴 가족에게는 오랜 소원이 하나 있다. 바로 인도네시아에 두고 온 큰아들 윈키를 만나는 것이다.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아마존 태고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최후의 전사 부족, 메이나쿠 전사들의 원초적인 삶을 공개한다. 메이나쿠 부족이 된 배우 유건에게 떨어진 첫 번째 임무. 진정한 메이나쿠 부족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싱구강으로 발 벗고 나섰다. 과연 그는 임무에 성공하고 진정한 메이나쿠 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사랑했나봐(MBC 오전 7시 50분) 재헌과 장미, 그리고 윤진과 예나가 극장에서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낸 사건 탓에 현도와 선정뿐만 아니라, 명철과 수미까지 불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선정은 윤진을 찾아가 자신의 가족들 앞에 나서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윤진도 지지 않고 선정에게 맞선다. 한편, 윤진은 공장으로 첫 출근을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1년 6개월째 병원에 사는 아이가 있다. 이제 24개월이 된 도윤이는 알 수 없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다. 건강하던 도윤이는 6개월이 되었을 때 갑자기 경련을 하면서 뇌손상을 입었다. 이 때문에 지금 어린 도윤이는 사경을 헤매고 있다. 24개월 아이가 견뎌내기에는 이 모든 건 너무나 큰 고통이다. ■희망풍경(EBS 밤 12시 5분) 상대방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입술 모양을 보고 말을 알아듣는 보람씨는 청각장애 2급이다. 작년 말 신한생명에 입사한 그녀는 고객과 동료 직원들에게 네일아트 서비스를 해주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댄스 스포츠 프로그램에 출연해 3연승을 차지하며 청각장애인 댄스 스포츠 스타로 이름을 날리게 되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시장에서 채소가게를 했던 조종제· 김상선 부부의 야채 장사가 어려워지자 여행 가이드였던 딸 영선씨가 발 벗고 나섰다. 바로 닭강정으로 업종을 바꾸고 사업자로 등록해 새로운 장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엄마는 비비고 아빠는 튀기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는 영선씨의 몫. 닭강정으로 똘똘 뭉친 가족 이야기를 한다.
  • 金총리 “유임 No”… 신변정리 행보

    金총리 “유임 No”… 신변정리 행보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할 때마다 가장 먼저, 가장 자주 만나는 분들이 여러분입니다. 가장 일찍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바로 청사의 주인입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미화원 등 청소용역 직원, 안내 도우미, 방호원, 시설용역 직원 등 서울청사 관리직원 50여명을 초청해 점심식사를 하면서 한 말이다. “2년여 넘게 매일 출퇴근할 때와 복도에서 마주친 이들에게 떠나기 전에 마음을 전하고 싶어 마련한 ‘고별 오찬’”이라고 총리실 관계자는 전했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헌신적인 손길이 있어 공무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들과 일일이 악수도 했고, 개인적인 소회도 전했다. 청사정문 안내 도우미들이 자신에게 너무 정중하게 인사를 해 자신도 꼭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게 됐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낙마 후 정가 안팎에서는 김 총리가 다시 박근혜 정부의 첫 총리가 될 것이라는 유임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그렇지만 김 총리는 주변에 “(새 정부가 시작되면) 특별한 일 없이 당분간 쉬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김 총리가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밀회동’을 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날도 김 총리가 외부 일정 없이 서울청사에 머문 것을 두고 박 당선인 측과 만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정작 김 총리 자신은 신변정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수행원들이 전했다. 김 총리는 일부 경제부처 간부들의 보고를 받은 뒤 이날 저녁 세종시로 내려갔다. 김 총리는 유임설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씀드릴 것이 없네요”라고 피했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김 총리 유임설과 관련, “그럴 가능성은 적다”면서 “질문에 답변을 피하신 것은 현직 총리가 새 정부 총리 인선에 이러저러한 말씀을 안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신 듯하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번 주말 일부 총리실 직원들과 지방에서 지낼 예정이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사설] 김용준 총리후보 잇단 의혹 직접 해명하길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에게 각종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총리로서의 자질보다 부동산 집중 매입 과정과 두 아들의 병역 면제가 논란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법관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의 법과 원칙 바로 세우기의 적임자로 평가받아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다.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에 대한 기대가 걸려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김 후보자는 굳이 인사청문회를 기다릴 것도 없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석명해 그런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근무하던 당시에 큰아들은 몸무게로, 둘째 아들은 통풍으로 각각 병역을 면제받았다. 20대 젊은이가 통풍을 앓는 경우가 흔치 않고, 몸무게 45㎏ 미만의 허약체질은 당시에 병역을 면제받는 수단으로 널리 악용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해명으로는 고의 병역면제 의혹을 털어내기에 부족하고, 보다 구체적인 해명이 요구된다. 재산 형성과정의 의혹도 소상히 해소되어야 할 대목이다. 1974년 장남 명의로 사들인 경기도 안성의 7만 3000㎡ 임야와 1975년 두 아들 명의로 매입한 서울 서초동 부동산 거래는 두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였다. 포목점을 운영하던 김 후보자의 어머니가 손자들을 위해 사줬다는 게 김 후보자의 설명이나, 유치원생이 수십억원대 부동산 거래의 당사자라는 점은 당시 시대적 관행으로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다. 더욱이 김 후보자가 안산 임야 매입 전에 법원 서기와 함께 직접 땅을 둘러봤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투기 의혹을 불식하기 어렵다. 매입과정에서 증여세 등을 제대로 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2000년 헌재소장 퇴임 이후 닷새 만에 법무법인 율촌으로 출근해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2006년까지 드러나지 않은 월급 규모도 김 후보가 스스로 공개해야 할 대상이다. 도덕성과 청렴성에 흠결이 있다면 법과 원칙으로 새 정부 내각을 통솔하기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가 직접 명쾌하게 해명하기 바란다. 내용을 모르는 총리실 관계자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식으로 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인수위는 부실검증을 막기 위해 청와대 검증팀과의 협조를 거치겠다고 공언했건만 총리후보 지명과정에서 제대로 검증이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다. 재산과 병역은 검증의 기본이다. 행여 인사 보안에 검증이 뒷선으로 밀렸다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정말 굉장하겠지, 고향에서 金 따면…”

    “정말 굉장하겠지, 고향에서 金 따면…”

    “내 고향 평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가슴에는 성조기가 붙어 있지만 그녀의 고향은 강원 평창이다. 29일 개막하는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에 스노슈잉 미국 대표로 출전하는 한국 입양아 출신 태 헴사스(38)에게 이번 대회는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35년 만에 조국을 찾은 그녀를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주최한 미국 대표팀 환영식에서 만났다. 1975년 평창에서 태어난 태는 세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됐다. 역시 한국에서 입양된 다섯 살 위 언니와 함께 자랐다. “너무 어렸을 때 입양돼서 평창에 대한 기억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고향에 돌아왔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처음으로 참가하게 된 올림픽이 내 고향 평창에서 열린다는 게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장애가 있다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을 거라는 건 대단한 편견이다. 지적 장애를 갖고 있는 태는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밝고 활기찬 소녀였다. “내 힘이 얼마나 센지 모른다. 다리 근력도 최고다.” 17살에 배구를 시작한 이래 볼링, 농구 등 20년 넘게 만능 스포츠우먼으로 활약했다. 스페셜올림픽에는 첫 출전이지만 국내 대회에 ‘단골’이었다. 사실 그녀에게 스포츠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장애가 있다고 숨을 이유는 없다.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고 함께 뭔가를 하는 걸 좋아한다.” 스노슈잉도 그렇게 하게 됐다. “내가 다니는 뉴욕 이타카의 스포츠센터 코치가 스노슈잉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예스라고 답했다. 어떤 스포츠라도 재밌을 테니까”라며 활짝 웃는다. 일과 훈련을 병행했지만 힘든 줄도 몰랐다. “오전 8시에 출근해서 오후 2시에 퇴근하면 3시 30분에 연습하러 간다. 마치 ‘투잡’을 뛰는 것 같지만 마냥 재미있다.” 태는 지적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세워진 머레이 센터에서 제품에 상표를 붙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태에게 올림픽 출전이란 잊지 못할 추억은 물론 잊고 살았던 조국을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됐다. 29일 평창으로 떠나는 태는 “금메달이 목표다. 평창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정말 굉장할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野 “책임총리 취지 집중 부각”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하루 만인 25일 총리 후보 집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으로 출근했다. 김 후보자는 이곳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명의로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가 열리게 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대상인 대법관(1988~1994년)과 헌법재판소장(1994~2000년) 등을 지냈지만 인사청문회장에 선 적은 없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김 후보자가 법복을 벗은 2000년 도입됐기 때문이다. 야당이 ‘현미경 검증’ 의지를 드러내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자 지명이 책임총리제 취지와 삼권분립 원칙에 맞는지 등을 집중 부각시킬 계획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민통합 능력과 국가경영능력을 두루 갖췄는지, 박 당선인이 공약한 책임총리제 취지에 부합하는지, 헌법재판소장 출신이 총리를 맡는 게 삼권분립에 맞는지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위장 전입이나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두 아들의 병역·재산 문제 등 도덕성 검증에도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이던 1993년 첫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29억여원을 신고한 재력가다. 당시 김 후보자는 “대부분 상속 재산”이라고 해명했다. 만 20년이 지난 현재 재산이 얼마나, 어떻게 늘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특정업무 경비 논란이 김 후보자 청문회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김 후보자 역시 헌재소장 등을 역임했기 때문에 특정업무 경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행적을 둘러싼 논란도 제기된다. 김 후보자는 2000년 헌재소장 퇴임 후 닷새 만에 법무법인 율촌으로 자리를 옮겨 10년 동안 고문으로 활동했다. 지금도 넥서스 고문이다. 실제 사건을 맡지는 않았지만, 억대 연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11년 1월 당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는 법무법인에서 받은 억대 연봉 등이 논란이 돼 중도 사퇴했다. 김 후보자가 대선 공동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 총리 후보자 등을 연이어 맡은 만큼 ‘회전문 인사’, ‘측근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쌍용차 국정조사 실시 여부 등 민감한 정치 쟁점에 대한 의견 제시를 요구받고, 답변에 따라 자질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김 후보자가 50년 남짓 법조계에 몸담은 ‘원로 법조인’이며 역대 총리 후보자 가운데 최고령이라는 점을 다소 부담으로 느낀다. 혹독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호통이나 인격모독 수준의 청문회 구태를 답습하다 보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때문에 가능한 한 인사청문특위 위원에 젊은 의원들을 배제하고 3선 이상 또는 장관을 지낸 중진들을 전면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박 당선인 취임 이후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김 후보자의 부인 서채원씨에 대한 검증을 ‘투트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버스차고지 방화 추정 화재… 38대 불타

    버스차고지 방화 추정 화재… 38대 불타

    버스 차고지에 화재가 발생해 버스 38대가 불탔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15일 오전 3시 2분쯤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영인운수 버스 차고지에서 불이 나 버스 85대 중 30대가 전소되고 8대는 일부 탔다. 불은 3층짜리 회사 복지관 건물로 번져 총 15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운행을 마친 새벽 시간이라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새카맣게 불에 탄 버스들은 유리창이 깨지고 고열에 내부가 녹아 흘러내려 불길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강서소방서는 소방차 57대, 소방 대원 176명을 출동시켜 화재 발생 1시간 45분 만에 불을 진압했다. 화재 당시 당직 중이던 전학봉(54·정비사)씨는 “오전 3시쯤 건물 앞쪽에 주차된 버스에서 ‘꽝’ 하는 첫 폭발음이 난 뒤 곧바로 약 20m 떨어진 차고지 입구 쪽 버스에서도 불길이 치솟았다”면서 “폭죽을 터뜨린 것처럼 소리가 굉장히 컸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로 추정하고 수사 중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멀리 떨어진 두 곳에서 동시에 화재가 발생한 점을 고려할 때 방화가 의심된다”면서 “모든 버스에 연료가스가 채워져 있는 데다 버스가 30~40㎝의 좁은 간격으로 주차돼 있어 불이 빠른 속도로 옮겨 붙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2대와 버스에 내장된 블랙박스 동영상 등을 확보했지만 화재 현장을 촬영한 CCTV 1대가 사고 당시 기계적 오류로 작동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영등포·봉천동 방면을 운행하는 영인운수 소속 시내버스(650번, 6628번, 6630번, 662번)는 배차 간격이 평소의 2배로 늘어나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시는 배차 간격 지연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9개 버스업체의 예비 차량 21대를 투입해 16일부터는 정상 운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강남대로 피해 골목서 ‘뻐금’ 흡연카페 ‘바글’

    강남대로 피해 골목서 ‘뻐금’ 흡연카페 ‘바글’

    서울 강남대로가 금연거리로 지정된 지 7개월여가 지났다. 지하철 강남역 11번 출구~신논현역 5번 출구(CGV쪽) 사이 836m의 강남구 관할 지역과 강남역 10번 출구~신논현역 6번 출구(교보타워 쪽) 사이 934m의 서초구 관할 지역이다. 초기에는 흡연자들의 반대가 거셌다. 하지만 지금은 과태료 납부와 금연표지판, 알림앱, 도로표지 등을 통한 홍보가 잘 맞아떨어지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속 공무원이 쉬는 휴일에도 흡연자들은 골목길, 흡연 카페를 찾는 등 밖에서 담배 피우기를 꺼려했다. 13일 오후 강남역 11번 출구 앞. 포근해진 날씨 속에 연인, 친구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댔다. 바닥엔 담배꽁초도 눈에 띄지 않았고 매캐한 연기도 없어 한결 정돈된 느낌이었다. 흡연자들은 출구에서 10m 떨어진 첫 번째 골목에 모여 있었다. 열댓명의 청년이 흡연 중이었다. 대학원생 이원모(27)씨는 “강남대로에서 피우면 단속에 걸리니까 이 골목으로 들어왔다”면서 “흡연구역도 없이 못 피우게 하니까 반발심이 들지만 과태료를 낼 순 없잖은가”라고 뾰로통하게 말했다. 강남역 인근 회사에 다니는 이원형(35)씨는 “출근 때마다 골목길로 돌아서 담배를 피우고 간다”면서 “흡연이 범죄는 아니지만 그래도 금연거리로 정해진 만큼 강남대로에서는 피우기가 좀 꺼려진다”고 말했다. 흡연실을 갖춘 몇몇 카페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T카페에서 만난 최모(28·여)씨는 “강남대로 인근의 카페도 전석 금연으로 많이 바뀌어서 커피 마실 장소조차 마땅치 않다”면서 “이곳은 흡연석이 넓고 테라스도 열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A커피전문점 흡연실에 들어온 박희규(24)씨는 “담배를 못 피우는 걸 알기 때문에 강남 쪽에선 원래 약속을 잘 안 잡는다”면서 “친구가 약속에 늦는다길래 커피숍에서 기다리려고 했는데 흡연석 있는 카페를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거리 금연의 실험실’로 불렸던 이곳에서 비교적 단기간 내에 제도가 정착된 데는 철저한 단속도 한몫했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강남대로 흡연으로 과태료를 낸 사람은 총 5616명이었다. 하루 27명꼴이었다. 6월 791명에서 7월 1085명으로 최고치를 찍었다가 이후 7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이 낸 과태료는 1억 5931만원에 달했다. 권영현 서초구 보건소장은 “절반은 성공했지만 강남역은 외부인이 많이 찾는 지역인 만큼 여전히 금연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홍준표 지사 “골프 금지·선물 조심·술자리 자제를”

    홍준표 지사 “골프 금지·선물 조심·술자리 자제를”

    “업자와 골프 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설 전후 선물 조심하라. 저녁 술자리도 자제하라.” 취임과 동시에 부패척결을 강조해 온 홍준표 경남지사가 31일 도청 간부들과의 첫 간담회에서 간부와 직원들의 처신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주요 정무직 간부들의 인사도 단행, 새해 업무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홍 지사는 골프에 대해 “운동 자체는 상관하지 않겠다”면서도 “다만 누구와 치느냐가 중요하며 업자와의 골프는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술에 관해서도 자신은 공직생활 30년간 가능하면 저녁엔 자리를 피해왔고 지사 취임 후에도 지켜왔다고 소개했다. 홍 지사는 취임 후 부패를 청산하려면 토착세력들과 유착을 근절해야 하고 자신부터 저녁 자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말연시에다 설이 다가오고 있는 만큼 과도한 선물 수수로 구설수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 단속한 것이다. 그는 또 “업무는 평일에 열심히 하고 휴일에는 출근하지 말고 쉬라”며 충분한 휴식도 권했다. 이와 함께 행정부지사에 윤한홍(51)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을 발령했다. 또 정무 업무를 보좌할 정무부지사에 선거캠프에서 상황실장을 맡았던 조진래(48)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 이 밖에도 홍 지사는 선거캠프에서 실무를 책임졌던 오태완(47)씨를 정책단장(보좌관),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정장수(47)씨는 정무특보로 각각 내정, 오는 10일쯤 임용할 예정이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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