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첫 재판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도널드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 출하량
    2026-04-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637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1부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 ⑤ 정치개혁

    ◆권력구조 개편 한국의 대통령제는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파행적 방식으로 운영되었으며 이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내각제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이번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가 처음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기했고,노무현 당선자도 집권 2기에는 내각제에 가까운 분권형 대통령제를 운영할 것임을 밝혔다.최근에는 한나라당 일부에서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고 나서 권력구조 문제는 당분간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내각제보다 대통령제 선호 KSDC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4.5%가 대통령제를 선호했다.내각제를 선호하는 응답자는 20.7%에 불과했다.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는 과거 제2공화국 시절 내각제 운영의 실패 경험과 대통령을 내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다는 만족감 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사 결과에 너무 커다란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답변을 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내각제와 대통령제의 장단점 여론조사 결과보다 중요한 기준은 각각의 권력구조가 가져올 제도적 효과에 대한 이론적·경험적 분석이다.이론적 차원에서 내각제와 대통령제(순수 대통령제)간 차이의 핵심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분리 여부이다. 대통령제가 행정부와 입법부의 구조적 분리를 통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는 반면,내각제는 두 곳의 긴밀한 연결과 융합을 강조한다.대통령제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입법부의 구성원인 의원을 별도의 선거를 통해 국민이 선출하는 반면,내각제는 국민이 의원을 뽑으면 의회에서 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행정부의 수반인 수상 혹은 총리를 선출한다.내각제에서는 자연스럽게 의회내 다수당(혹은 다수 연합)의 우두머리가 총리가 되며,다수당의 중진 의원들이 내각 구성원이 된다. 대통령제의 가장 큰 이론적 장점은 입법·행정간 권력의 철저한 분리와 상호 견제를 통한 독재의 예방이다.그러나 경험적으로는 분리와 견제가 실현되기보다는 입법부에 대한 행정부(대통령)의 일방적 통제에 의한 권위주의 정치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내각제는 대통령제에 비해 운영하기 쉽다.행정부와 입법부의 협력은 거의 보장되기 때문에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 높다.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지만,내각제에서는 국정의 책임 소재가 분명하기 때문에 책임정치의 구현이 용이하다. 내각제의 또 다른 장점은 정당정치의 활성화다.대통령제는 대통령 개인에게 엄청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필연적으로 정당이라는 정치집단보다는 특정 정치인을 부각시킨다.내각제는 선거과정과 국정운영에 있어 정당과 정당의 정책을 강조하며,이는 자연스럽게 정당정치의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KSDC 조사 결과,대통령제를 선호한 사람 중 53.2%가 현행 5년 단임제를 지지했다.4년중임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46.3%이다.이는 과거 20여년 동안 익숙해진 5년단임 대통령제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권형 대통령제 고려할만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대통령 직위는 유지한 채,의회에서 선출한 수상이나 총리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보다 현실성 있고 바람직한 개혁의 방향일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내각제로의 전면적인 변화가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노 당선자가 언급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도입도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다만 최근 인수위에서 언급하고 있는,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한 채 국무총리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은 매우 불충분하다.총리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한 총리의 권한 강화는 제한적이고 형식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정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실현은 의회에서 독자적으로 선출된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을 대폭 이양할 때만이 가능하다.KSDC 조사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한 사람 중 이원집정제 성격이 강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지지는 59.9%로 나타났다.순수내각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36.7%로 다소 낮다. ◆초당적 정치개혁 목표 설정 정치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통합으로 전환시키는 종합예술이다.한 사회의 정치수준은 바로 그 전환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우리 사회는 남북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동서갈등,세대갈등,계층갈등 등 갈등과 분열의 요소가 극대화돼 있는 상황이다.이대로 가서는 한국사회의 국제경쟁력은 급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정치가 국제경쟁력을 가지려면 먼저 정치권이 바뀌어야 한다.과거 한국정치가 갈등과 분열적인 요소를 오히려 극대화시키고,무책임하며,국민을 경시해 왔다면,미래의 한국은 국민통합,책임,여론,국민존중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그럴 때만이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민주적 권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구조,선거제도,정치자금제도,정당제도,의회제도 등을 총체적으로 인식하면서 각 부분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치권은 정치영역의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방향에서 마음을 비우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의 모범사례를 만들자 1993년 뉴질랜드의 선거제도 개혁은 개혁의 모범사례로 손꼽힌다.10년에 걸쳐 범국민적 지혜를 모으는 인내와 노력이 있었다.학계와 언론,시민단체들은 오랜 기간 영국식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에 익숙해져 있는 유권자들이 좀더 복잡한 독일식 혼합형 비례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대한매일과 KSDC는 정치제도 개혁에 관한 두 차례의 기획특집을 통해 정치개혁의 7대 목표와 기준을 설정하고,여론조사 결과를 참고하여 권력구조,선거,정당,국회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7대 목표는 ①권력의 분립과 분산 ②생산적 국회정립 ③정당간 경쟁의 공정성 ④정당 민주화와 원내정당화 ⑤선거공영제의 확립과 정치자금의 투명화 ⑥유권자의 효과적 참여보장 ⑦여성과 소수집단의 대표성 제고 등이다. ◆선거공영제의 조건 지난해 7월 중앙선관위가 선거공영제를 골자로 한 선거개혁 방안을 발표했을 때 여야 정치권은 ‘총론 찬성,각론 검토’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큰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선거공영제 법안의 처리도 지난 대선을 앞두고 무산되면서 올해 다시 공론화될 상황이다. 선거공영제는 정치자금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것이다.정치권은 재정적 이익을 보지만 국가와 국민의 부담은 커진다.따라서 선거공영제의 확대는 정치권의 자성과 희생을 전제로 해야 한다.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하고 선거비용을 줄여 정치자금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때문에 선거공영제 확대는 정치자금법과 관련된 개혁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정치자금을 투명화하자 선거 때 각 정당에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은 선거공영제의 재원으로 활용돼야 한다.우리나라는 선거공영제를 통해 후보자가 지출하는 선거운동 비용의 61.3%(16대 총선 지역구 후보 기준)를 국가가 보전하고 있다.선거보조금까지 합치면 실제 16대 총선 후보 1040명이 신고한 선거비용(약 655억원)의 99.9%를 이미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계산이 나온다.즉 선거보조금을 공영제 자금으로 전환하면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이러한 측면에서 선거보조금을 폐지한 선관위의 의견은 올바르다. 정치자금의 법적 정의도 명확히 해 정치자금의 투명성과 법 집행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현행 정치자금법 제3조는 정치자금을 당비,후원금,보조금 등과 ‘기타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기타 물건’으로 정의한다.정치활동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정치인에게 생활비를 보조하고 차를 사줘도 현행 정치자금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따라서 정치자금을 ‘정치인에게 뚜렷한 이유 없이 제공되는 모든 금품’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비용을 포함한 모든 정치자금이 하나의 계좌를 통해 나가고 들어오게 하고 항상 수표를 사용하게 해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정치인에게 많은 돈을 주는 사람이나 정치인들이 공개를 꺼리는 것은 그만큼 순수한 돈 거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후원회의 소액 다수 모금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500만원으로 정한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 공개 기준을 대폭 낮춰야 한다.집회를 통해 모금하는 후원회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운동 방법의 현대화 선거비용의 축소를 위해 인력 중심의 선거운동을 매스컴,인터넷,홍보물 위주의 선거운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무엇보다 고비용·저효율 정치의 대명사인 정당연설회는 완전히 없애야 한다.정당연설회는 저질선동,인신공격,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있고 16대 총선 당시법이 허용한 횟수의 50% 가량이 취소될 정도로 이미 비효율적이다. 선거에 임박해 정당활동과 의정보고회가 열리는 것도 전근대적이다.이는 정치불신을 자극하는 요소이자,막대한 선거자금이 소요되는 고비용 요소이다.신진과 기성 정치인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요소이자 선거공영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소이기도 하다.따라서 정당활동 금지기간을 선거개시일 60일 전으로 확대하자는 선관위 개정의견을 고려할 만하다. ●선거범죄를 엄벌하자 우리 국회의원들의 ‘진실성’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지 오래다.선거범죄에 대한 단호하고 강력한 처벌이 선거공영제 확대의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 이러한 엄벌주의 모델의 핵심은 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후보자의 법정 친족 등의 선거범죄가 중할 경우 그 책임을 후보자에게까지 물어 당선을 무효화하는 연좌제의 적용이다.현행 선거법 제 265조의 연좌제 규정을 강화하고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범죄를 확대하여 부정선거의 대가가 가혹하다는 인식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선관위의 조사권을 확대하고 허위자료와 증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선거비용에 대한 실사가 정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선거비용 실사의 투명성,정확성,실효성 등이 선거공영제의 성공 여부를 가름할 것이다. ◆선거제도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당선 후 처음 가진 국민과의 TV 토론에서 내년 총선후에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분담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제를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줄 것을 정치권에 제안했다.즉,중대선거구제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대폭 도입해서 어느 지역도 한 정당이 70%든 80%든 그 이상 석권하지 못하는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제안했다. KSDC 조사 결과,우리 국민들은 지역구에서 1명의 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응답자의 51.5%가 현행 소선거구제를 선호한 반면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한 응답자는 40.3%에 그쳤다.우리 국민이 그만큼 익숙한 제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호남권에서만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선호도가 48.2%로 소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의견(42.1%)을 앞서고 있다.노무현 당선자가 지역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추진하는 데 대한 기대감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노 당선자가 압도적 우세를 보였던 호남권의 특성을 감안한다면,호남권에서도 중대선거구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비례대표 의원의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62.4%의 응답자가 “특정 정당이 특정지역의 의석을 독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여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제보다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대선을 통해 악화된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국민적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역구와 비례구에 대한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가장 많은 35.8%가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다음으로는 28.7%가 중대선거구제와 지역비례대표를 선호한 반면,현행 선거구제(소선거제 + 전국구 비례대표)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20.1%였다.중대선거구제와 전국구 비례대표 방식은 선호하는 사람의 비율이 15.3%로 가장 낮았다. 결론적으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혼합이 다수 여론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다.물론 국민여론이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결과라 할 수는 없지만,정치권이 국민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비례대표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데 찬성한 응답자가 59.9%에 달해 비례대표제에 대한 국민적 호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273명이고 지역구 의석(227명)과 비례대표 의석(46명)의 비율은 5.5대1이다.46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로 배분하기에는 그 수가 지나치게 적다. 소선거구와 16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총 656명의 연방하원의 경우,지역구와 비례구 의석 비율이 1대1이다.일본의 경우,총 480석의 중의원 중 지역구(300명)와 11개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180명)간의 비율은 1.7대1이다.만약,우리나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한다면 제도의 효율성을 위해 비례대표 의석의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96년 총선에서는 299명이었는데 지난 2000년 총선에서는 273명으로 축소되었다.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24개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의원 1인당 평균 인구수로 계산하면 우리 국회의원 정수는 570명 이상으로 확대된다. 사실 의원수가 적은 편에 속한다.따라서,의원정수를 다소 늘려 나가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간의 비율을 최소한 2대1로 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8개 권역(서울,인천·경기,강원,충청,호남,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제주)으로 배분하는 선거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현행 선거법에 의하면 지방선거의 광역의회 비례대표의 경우,특정 지역에서 한 정당이 3분의2 이상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이 제도를 원용하여 특정 권역에서 특정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70%를 이상 획득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권역별 비례대표 상한제’를 채택하여 2000년 총선시 정당별 득표율을 기준으로 100명의 비례대표 의석을 8개 권역으로 나누어 보면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민주당은 영남지역에서 21.4%(6석),한나라당은 호남 지역에서 4석(33.3%)을 획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편,충청지역에서는 한나라당 3석(30%),민주당 3석(30%),자민련은 4석(40%)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노당의 경우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1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2000년 총선 자료가 아니라 2002년 대선 자료를 사용하면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이와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의석을 확대하여 권역별로 배분하는 선거 제도를 채택할 경우,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지역 구도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방법은-소선거구제 혼합형 불가피 한나라당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정략적 발상이라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당 차원의 뚜렷한 개혁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과반수 의석을 가진 원내 제1당으로서 현행 선거제도의 유지에 무게를 두겠지만,한나라당역시 정치개혁의 큰 흐름과 목표를 부정하기는 어려운 입장이다. 또 현행 전국구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따라 선거법 개정이 불가피한 현실임을 감안할 때,결국 한나라당도 중대선거구제와 경쟁하는 제도적 대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국민통합의 기초를 마련한다는 제도적 목표와 여야의 현실적 입장을 고려할 때,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되는 것이 현행 소선구제를 유지하면서 전국구제 대신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혼합하는 방안이다.현역 의원들이 타협적 대안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1인2표제’ 혼합형의 최대 장점이라는 것을 특별히 상기할 만하다. 1인2표제라는 점에서 유권자의 효과적 참여와 영향력을 확대하는 대안이기도 하다.1인2표제 혼합형 선거제도는 현역 의원들의 선호와 소선거구제에 익숙한 국민정서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론 소선거구제와 비례제의 단점을 결합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을 수 있으나,우리 정치현실에서는 지역구의 대표성을 유지하면서 비례성을 높이는 장점의 결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최소한 최악의 결과를 피하는 중도적 안전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식이냐 일본식이냐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독일식 연동 혼합형이냐,일본식 산술 혼합형이냐에 따라 제도적 효과는 달라진다.독일식 연동형은 특정 정당 A가 전국에서 얻은 정당투표율에 비례해 A정당의 총 의석수를 결정하고,다시 A정당의 권역별 득표수에 따라 권역별 의석을 배분한다.이렇게 해서 만약 갑이라는 권역에서 A정당이 총 15석을 배정받고 갑 권역내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A정당이 8석을 획득했다고 가정할 경우,A정당의 갑 권역 정당명부에서는 7번(15석-8석) 순위까지 당선된다. 반면 일본식 산술 혼합형은 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득표율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를 배분받는 단순한 방식이다.각 정당이 권역별로 얻은 비례의석수와 소선거구에서 얻은 지역구의석을 합산하면 각 정당의 총의석수가 된다.만약 A정당이 갑 권역내 소선거구제 선거에서 8석을 얻고 갑 권역 비례명부에서 5번 순위까지 당선시켰다면,A정당은 갑 권역에서 총 13석(8석+5석)을 얻는 결과가 된다. 독일식은 다소 복잡한 의석 배분방식이지만 전국적인 정당투표율에 따라 정당의 의석률을 정하기 때문에 투표율과 의석률의 비례성이 매우 높은 제도이고,일본식은 단순한 대신 소선거구제의 낮은 비례성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에 그친다.따라서 비례성이 높은 독일식에서는 소정당과 소수 그룹에 유리한 제도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반면,일본식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정수 그대로 둘 것인가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독일식과 일본식에 대한 선택 이외에도 두 가지 중요한 선택이 필요하다.우선 현재 227명의 지역구 의원과 46명의 전국구 의원을 합쳐 273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둘 것이냐 아니면 비례대표 의원수가 늘어나는 만큼 의원수를 늘리느냐는 문제가 있다.독일식을 도입할 경우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의원수를 50:50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현행 소선거구수를 대폭 줄이거나 의원수를 늘리는 선택이 불가피하다. 일본식의 경우에도일정 수준 이상의 비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의원 수를 늘릴 수밖에 없다.사실 우리나라는 의원수가 적은 편에 속하지만 우리 국민정서가 의원수 증원을 허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273명 국회의원들에게 지출되는 예산의 총액을 늘리지 않는 범위에서 의원 1인당 지출을 줄여 권역별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만한 대안일 것이다. ●공천방식의 민주화 선행돼야 다음은 공천방식의 선택이다.명부식 비례제의 도입을 비판하는 견해들은 대개 누가 어떤 방식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후보를 공천하느냐는 부분에 초점을 둔다.또 우리 정당이 보스 중심의 비민주적 사당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에 공천 문제에 대한 비판이 특별히 설득력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현재 추진되고 있는 여야의 정당개혁이 정당의 민주화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향식 공천방식의 구체적 골격이 마련될 전망이다.따라서 권역별 비례제의 공천 역시 상향식 공천의 틀에서 민주성 요건을 만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획의도 및 필진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는 ‘수평사회를 만들자’란 연중 기획의 첫 시리즈로 ‘이제는 수평적 리더십이다’를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보도하고 있습니다.이번 다섯번째 주제는 ‘정치개혁’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KSDC는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전국의 만20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전화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입니다. 이번 기획물의 대표집필진은 이남영 숙명여대 정치학과 교수(KSDC 소장)와 김형준 명지대 객원교수(KSDC 부소장),안순철 단국대 정외과 교수,김욱 배재대 정외과 교수입니다.
  • 이명박 시장 첫 공판

    서울시장 선거에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검찰 소환에 6차례나 불응,조사없이 불구속 기소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에 대한 첫 재판이 16일 서울지법에서 열렸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金庸憲)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이 시장은 “초청장 등 홍보물을 보내라고 지시한 적이 있느냐.”는 검찰 신문에 “출판기념회는 고향 후배인 신학수씨에게 위임해 초청장과 감사장 등을 배포한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이 시장은 또 “출판기념회는 한나라당 후보 경선기간인 지난해 1월 열렸으며 선거운동으로 연계한 검찰의 기소는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저서 7700여권을 지난해 2월초 한나라당 지구당 등에 무상 또는 염가로 제공했다는 기소 사실에 대해서도 “선거법을 감안해 무료로 책을 제공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195개 항목으로 이뤄진 검찰 신문이 3시간 넘도록 계속되는 동안 이 시장의 일부 측근들이 법정을 소란스럽게 해 판사의 주의를 받았다.홍지민기자 icarus@
  • 大選 80개 개표구 재검표

    제16대 대통령 당선무효 소송을 심리중인 대법원은 15일 서울 성북구와 경기 안성시 등 80개 개표구에 대해 우선 재검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전자개표의 신뢰성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가 이뤄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邊在承 대법관) 심리로 열린 첫 재판에서 한나라당은 우선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를 요청했고,재판부는 “정확한 재판을 위해 필요하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재검표가 결정된 개표구는 서울 17개,부산 2개,대구 2개,인천 5개,광주 2개,대전 4개,울산 2개,경기 17개,강원 4개,충북 7개,충남 8개,전북 2개,전남 2개,경북 2개,경남 2개,제주 2개다.대부분 노무현 당선자가 강세를 보인 지역이다. 이는 전체 244개 개표구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며,이들 개표구에서 재검표해야 할 투표용지는 전체 2478만표 가운데 약 1000만표에 이를 것으로 대법원은 추산했다. 재판부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이달 31일 이전에 개표구 관할 법원에서 재검표를 실시하되 가능하면 같은 날짜에 동시 재검표를 실시할 방침이다.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측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신청한 전자개표기 작동상태 검증에 대한 결정은 보류했다. 한편 이날 대법원에는 한나라당 지지자 등 500여명이 ‘전자개표 못믿는다.수작업 개표 실시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몰려들어 모든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는 등 1시간 남짓 시위를 벌였다.‘주권찾기 시민모임’이라고 밝힌 이들은 정원초과로 법정에 들어가지 못하자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불상사가 없었던 점을 감안,문제삼지 않겠지만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면 경찰 투입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장택동기자 taecks@
  • 사상 첫 대선 재검표 27~28일쯤 4800명 동원 수개표

    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대선 재검표를 결정함에 따라 이달 안에 검표 오류 여부가 가려지게 됐다.당선자가 뒤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소라도 개표 결과가 달라진다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오류가 드러나면 전자개표 신뢰성에도 먹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검표 절차 원칙적으로 당선무효 소송의 재검표는 대법관이 직접 하지만 이번 소송은 개표구가 전국에 흩어져 있어 대법원이 개표구를 관할하는 지역의 법원에 재검표를 촉탁하게 된다.지난 4일 대법원이 증거보전 신청을 받아들인 뒤 투표함은 각 지역 법원에서 보관하고 있다.대법원은 80개 개표구의 재검표를 같은 날을 지정해 실시할 방침이다.대법원 관계자는 “오는 27∼28일쯤이 유력하다.”고 말했다.전자개표기 작동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수작업으로 실시되는 재검표에는 개표구당 60명씩 모두 4800명 가량이 동원되며,6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대법원은 예상했다.법원 직원들은 물론 일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재검표에 참여할 전망이다.대법원은 재검표를 위해 원고측인 한나라당측으로부터 ‘증거조사 비용’ 명목으로 4억∼5억원을 예납받을 예정이다. ●전 개표구 재검표되나 전자개표와 재검표가 어느 정도라도 차이가 날 경우 모든 개표구를 재검표할지에 대한 법적 기준은 없다.사상 첫 대선 재검표라 전례도 없기 때문에 전적으로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재판부는 재검표 결과를 보고 전자개표의 ‘의미있는 오류’가 확인돼 모든 개표구를 재검표하면 당락이 바뀔 수도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재검표 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노무현 당선자와 이회창 후보의 표 차이는 57만여표였다. 그러나 당선자가 바뀔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 대법원이 신속하게 당선무효 소송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대법원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다음달 25일 이전에는 모든 재판 절차를 마무리지을 방침이다. ●전자개표란 대선에서 이용된 자동개표기는 원래 금융기관에서 수표와 지로용지 분류에 사용해온 기기를 선관위가 개표 용도에 맞춰 개발했다.개표 종사원이 무작위로 간추린 투표지를 적당량 넣으면 기기는투표지를 한 장씩 이송하며 스캐너가 광학적으로 문자와 기표인을 인식한다.인식하지 못하는 애매한 투표지는 미분류로 처리돼 개표원이 수작업으로 분류한다.선거구별 컴퓨터에 집계된 득표결과는 중앙선관위 서버와 방송국으로 곧바로 전송된다. 장택동기자 taecks@kdaily.com ◆정치권 “”신속마무리”” 한목소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5일 대법원의 대선 재검표 결정에 대해 각각 일말의 기대감과 논란 해소 차원에서 신속한 마무리를 촉구했다.중앙선관위는 논평을 자제한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80개 개표구에 대한 재검표 실시로 지난 대선에서의 전자개표 조작 등 국민적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 ‘발목잡기’라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을 의식한 듯 “재검표는 부정선거 시비에 발목잡혀 있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부담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재검표 결정을 수용하면서도 소송을 제기한 한나라당을 못마땅해했다.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대법원의 결정이 있었던 만큼 국정공백과 국정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신속하고 정확하게 재검표가 마무리돼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중앙선관위측은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법원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경기자 olive@
  • 신승남 前총장 변호인 선임

    ‘이용호 게이트’ 수사상황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된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이 함께 근무한 검사 출신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그동안 ‘나홀로 변론’을 고집하며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던 신 전 총장은 최근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때 대검 과학수사과장이었던 이문호(李文鎬) 변호사를 선임했다.이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검찰측 신문을 맡은 대검 중수2과장 김진태(金鎭太) 검사와는 연수원 동기(14기),주심인 김상균(金庠均) 부장판사와는 사시 동기(23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전직 검찰총수가 법정에서 후배 검사들과 직접 논쟁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변호사 선임계를 낸 것”이라면서 “신 전 총장의 간곡한 선임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 전 총장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대웅(金大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모교인 광주제일고 출신의 부장판사급 출신 변호사를 대거 선임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은 윤형한(尹炯漢) 변호사 등 변호인 5명 가운데 3명을 광주제일고 후배로 선임했다. 한편 두 피고인의 재판은 지난해 7월 기소된 뒤 13일 6개월 만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또 연기됐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는 “신 전 총장이 최근 변호사를 선임해 변론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며 연기신청을 했다.”고 밝혔다.첫 재판은 다음 달 28일 열린다. 홍지민기자 icarus@
  • 편집자에게/정치개혁 4월안에 마무리 기대

    -‘신년특집 KSDC 여론조사:대통령 리더십,정치개혁 과제’(대한매일 1월1일자 4,5면) 기사를 읽고 2003년은 변화의 해이다.그 변화의 흐름은 50대 대통령의 탄생으로부터 나온다.따라서 그 변화의 첫 걸음은 정치개혁이다.16대 대선에서 나타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정치권이 정확히 헤아린다면 정치개혁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개혁의 시간이 길지 않다.늦어도 올해 4월까지는 정치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내년 4월에 17대 총선이 치러지는데,총선 1년 전에 선거구 획정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선거구 획정을 위해서는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고쳐야 한다.헌법재판소가 현재의 전국구 배분방식에 위헌 판결을 내렸고,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또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정당제도나 정치자금제도도 대폭 손질해야 한다.따라서 권력구조의 변경문제를 뺀 나머지 정치개혁과제는 빠르게 추진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지녀야 될 리더십과 과제를 짚어본 대한매일의 신년호 특집은 매우 시의적절한 기획이다.정치개혁의 과제도 정확히 짚어냈다.대통령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지만 대통령 혼자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따라서 대통령 관련 기획보다는 정치개혁 관련 기획이 더 풍부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손혁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정치학 박사)
  • [기고]촛불시위 이제 그만

    촛불시위는 이제 그만해얀 한다.미선이,효순이의 죽음은 안타깝고 또 미군 재판결과가 우리가 보기에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불평등 조항은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달 이상 연일 계속되어 온 촛불시위는 본래의 좋은 취지에 반하여 이제 우리나라의 근본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첫째, 촛불시위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우리나라의 SOFA 규정에서 미국이 도일이나 일본과 맺은 것보다 불리한 부분은 고쳐져야 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입장을 바꾸어 새악해보자. 우리도 옛날 월남에 파병하였고 현재도 유엔의 일원으로 동티모르에 파병하였다. 우리는 우리의 자식이 월남이나 동티모르에서 구속되어 현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까. 한가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독일이나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고 잇는 것은 미국 자체의 세계 전략상 이유때문이나 우리의 경우는 바로 우리 자신의 안보상 이유때문이다. SOFA협상에 임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그만큼 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가 가진 최대한의 외교려글 다하여 불리한 규정의 개선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 달 넘는 시위를 통하여 우리는 우리의 주장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리고 SOFA개선 협상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아무리 좋은 일도 지나치면 역효과만 남는다. 언제까지 계속 할 것인가. 이제 조용히 정부간의 협상을 지켜보아야 할 때이다. 둘째, 대규모 군중집회가 일상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난 6월 월드컵 축제때 거리에 모였던 수백만 인파는 가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그것은 축제였다. 축제는 보는 사람도 즐겁게 하지만 분노의 함성은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 토요일 저녁 나는 광화문을 흔드는 함성을 들으면서 등골에 식은 땀을 흘렸다. 어찌 나뿐이겠는가. 그것이 무엇을 가져오는가. 80년대 외국인에게 비친 우리의 이미지는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가전이었다. 모처럼 월드컵 축제를 통하여 이룩한 우리의 모습이 이제 거리를 꽉 메운 시위의 불안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던 60년대라면 모른다.그러나 지금 우리는 잃을 수 있는것이 많다. 불안한 나라에 누가 투자하고 찾아오겠는가. 세계화된 오늘의 지구경제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기는 하루 아침이고 한 번 일어버리면 회복할 수 없다. 셋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촛불시위가 본래의 추도와 SOFA개정 요구에서 지금은 반미시위로 바뀌고 있다. 세계의 유일 강대국인 미국이 특히 부시대통령의 등장 이후 일방적인 고압주의로 세계를 몰아가고 잇다. 정치군사정책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정책에서고 마찬가지이다. 세계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보다 미국이익 일변도의 패권주의 를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양키 고홉””을 외칠 수 있는가. 유럽이나 일본은 고사하고 러시아, 중국까지도 지금 조심스럽게 협조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군사적으로 동서냉전의 최후의 현장이자 경제적으로는 무역의존도가 100%가 넘는-이 지금 미국이 싫다고 “”양키 고 홈””을 외칠 수 있는가. 무례한 자에게 화를 내는 것은 비굴하게 참는 것보다 기분이 좋고 당당하다.그러나 그 결과로 몇 십배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면판단력이 있는 어른이 할일은 못된다. 미국은 악의 축이 아니고 같이 살아가는 우리의 우방이다. “”미국은 싫어요””라고 당당히 말하는 어느 여중생의 인터뷰를 들으면서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무현 선자도 촛불시위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를 믿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무엇보다도 현안인 북핵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전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때이다. 지혜는 흥분하여 시위하는데서 생기지 않는다.우리나라의 심장부인 광화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시위는 우리가 뽑은 노무현 정부를 시작부터 코너에 몰아넣는 우를 범하고 있다.
  • 정형근의원 공판 재개

    김대중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공판이 26일 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해 4월 첫 공판에 나오지 않은 정 의원은 지난 6월 공판에 한 차례 출석한 이후 국정감사,대선 등 정치적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계속 재판을 연기한 끝에 이날 출석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金庸憲)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정 의원은 “옛 안기부 대공수사국장으로 있을 때 서경원 전 의원에 대한 고문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선택2002/득표분석-젊은 표심이 ‘지역구도’ 덮었다

    1.드러난 민심 19일 치러진 16대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 후보와 박빙의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이날 노 후보의 승리는 젊은 층의 결집과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따른 충청권 유권자들의 지지,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권에서의 압승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세대간 대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중심이 된 20∼30대의 젊은 층이 결집된 게 노 후보가 승리한 최대 요인으로 볼 수 있다.젊은 유권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넓혀갔다.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생긴반미 분위기가 젊은 층을 더욱 결속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중 투표율이 97년보다 큰 폭으로 떨어지자,젊은 층은 서울·광주 등 대도시를 비롯한 곳곳에서 대거 투표장에 나서는 등 결집현상이뚜렷했다.당초 투표율이 75%를 밑돌면 이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실제 투표율은 70.2%였는데도 노 후보가 당선된 것은 그만큼 20∼30대가 적극적으로 투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후보에 대한 지지층인 50∼60대의 투표율은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자,50∼60대에서는 이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고 투표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표심 노 후보는 대전·충북·충남 등 충청권에서 이 후보를 압도했다.행정수도이전에 따른 충청인들의 기대감이 그대로 표로 연결된 셈이다.노 후보는 정대표와 단일화한 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우며,충청권에서의 우세를 표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노 후보가 이 후보에게 약 58만표 앞섰지만,이중 약 절반이 충청권에서의표차이다.이런 점에서 행정수도 이전은 당락에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지난 97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 후보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 총재와의 DJP연합으로 충청권에서 이회창 후보를 40여만표 앞서며,대권을 거머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97년에 이어 연이어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한 것이다. 반면 이 후보는 JP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해 충청권 공략에 실패했다.충청권 표심을 위해서는 JP의 지지를 얻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당내에 많았지만,김용환(金龍煥)·강창희(姜昌熙) 의원 등 충청권 중진들은 JP와의 공조에 비판적이었다.이 후보 역시 3(金)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JP와의 연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게 패인이었다. 한나라당은 행정수도 이전에 따라 수도권 공동화(空洞化) 가능성이 높다는점을 강조했지만,수도권에서 이 후보는 노 후보에게 뒤졌다.이 점도 승패를가른 요인이다. ◆여전한 지역 표쏠림 현상 이번 선거도 예외없이 지역에 따른 선호는 뚜렷했다.이 후보는 텃밭인 대구·경북(TK),부산·경남(PK)에서 70%선 안팎의 지지율을 올렸다.반면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 노 후보의 지지율은 5년 전 DJ의 지지율과 비슷할정도로 압도적이었다.노 후보는 호남권에서 94% 안팎의 지지율을 올렸고,이후보의 지지율은 5%선이었다.5년 전 DJ와 이회창 후보간 대결 때의 재판(再版)으로,지역에 따른 표쏠림 현상은 97년과 비교해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 변수 권 후보는 선거 직전 한때에는 6∼8%선의 지지율을 기록할 것으로도 예상됐지만,실제 결과는 4%에 미치지 못했다.유권자들의 사표(死票)방지 심리에 따른 피해를 본 셈이다.적지않은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이회창·노무현 후보 간에 박빙의 대결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자,권 후보 대신 노 후보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곽태헌기자 tiger@ 2.鄭공조파기 효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극적인 승리는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이 안겨준 뜻깊은 선물이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지난 18일 밤 돌발적으로 선거·정책공조 파기를 선언함으로써 판세는 급격히 노 당선자에게 불리해진 듯했으나 유권자들은뜻밖에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아니라 노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노 후보 지지자들에게 공조 결렬의 충격은 대단했다.일종의 경선 불복으로 비춰져 정치에 대한 환멸을 불러일으켰고,이는 저조한 투표율로 이어졌다.1997년제15대 대선에 비해 상당수 지역이 10% 이상 투표율이 떨어졌다.특히 투표율이저조한 지역은 인천·경기·충북·울산·강원 등으로 강원을 제외하면 대선전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노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분석되었던 곳이다. 그러나 노 후보 지지자 가운데 공조파기의 원인을 곰곰이 따져본 상당수는노 후보에 대한 연민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노 후보는 대선전 여론조사에서 호남권의 경우 7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으나 공조파기가 역풍으로 작용,비교적 높은 74∼77%의 투표율과 90% 대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호남을 중심으로 일부에서 오히려 표의 결집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노·정 후보단일화로 정 대표의 지지자들은 거의 그대로 노 후보의 지지층으로 흡수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경운기자 kkwoon@ 3.경기.강원 북부 표심 경기도 포천·연천·동두천과 강원도 양구·철원·인제 등 경기 및 강원 북부 지역의 유권자들이 보수·안정이 아닌,진보와 변화를 택했다. 개표가 시작된 뒤부터 시종 노무현(盧武鉉) 후보 쪽으로 표가 쏠렸으며,평균 2∼8%의 우세를 유지했다.기호 3번 이한동(李漢東) 후보의 지역구인 포천의경우 이한동 후보 득표율은 9.4%에 그쳤으며,노 후보와 이회창(李會昌)후보 간 표차가 8.6%나 났다. 이들 지역은 휴전선과 인접한 지역으로,대선과 총선 등 역대 선거에서 ‘안정’을 표어로 한 보수적 색채의 후보에게 표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여왔다.김대중(金大中)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은 지난 97년의 제15대 대선에서도,당시 유세전에서 ‘색깔론’ 와중에 휩싸여 있던 김대중 후보 대신 보수적인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북한과 맞닿아 있다는 안보상의 이유로 보수적인 표심을 보여온 이들 지역이 노무현 후보를 선택한 배경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첫번째는 ‘햇볕정책’ 후속 효과란 분석이다.김 대통령이 꾸준히 추진해온 남북 교류·협력 결과 개성공단 건설,금강산 육로관광 등으로 이 지역 개발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져 있었고,이 사업이 계속되기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후보가 김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이어받아 남북 교류·협력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이회창 후보는 금강산 관광 사업 등 대북현금지원 중단을 밝히고,핵 문제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대북 교류·협력과 연계하는 이른바 ‘상호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에,이 후보를 외면했다는 분석이다.여기에다 이 지역이 군부대가 많다는 점에서 현역 군인들이 이 후보 아들 정연씨의 병역기피 의혹에 대해 반발표를 행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주한미군 부대가 산재해 있는 의정부와 동두천의 경우에도 노무현 후보가 6%,1.7% 각각 앞서 최근 주한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과 관련,주민들의의사가 반영된 것이란 풀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4.영.호남 표심 민주당 노무현 후보측은 이번 선거에서 호남과 부산·경남의 유권자들로부터 만족스러운 지지를 받았다고 19일 평가했다.그러나 호남에서의 압도적 지지는 앞으로 국정을 펴는 데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영남 사람들의 민심을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야 한다.호남에서 이렇듯 압도적 지지를 모아준 데 대한 보답도 해야하지만,지역감정 해소나 과거와의 일정거리 유지 등을 위해서는 결정이 쉽지않은 상황이다. 노 당선자는 광주·전남·전북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고 부산·경남·울산에선 29%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투표일 하루전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정책·선거공조가 결렬돼 노 후보가 벼랑끝으로 몰리자 “노무현을 살리자.”면서 이른아침부터 투표소로 모여 들었다. 호남 출신의 민주당 당직자들은 호남 주민들이 노 당선자에게 원하는 것은단 두가지라고 소개했다.‘DJ(김대중 대통령)가 마무리하지 못한 국정개혁을 제대로 완성하고,아울러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없애고 ‘동서화합’을 이끌어 주길 원한다는 것이다.경남 출신으로서 호남을 근거로 하는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로 출마한 노 후보가 적임이라는 평가다. 김재두(金在斗)부대변인은 “호남의 압도적 지지가 노 당선자에게 부담이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는 노 당선자가 소신껏 이들 문제를 해결해주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당선이 확정된 뒤 “저를 지지해주신 유권자뿐만 아니라 반대하셨던 분들도 포함해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자 심부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함께 대화와 타협의 시대를 열자.”고 소감을 밝혔다. 김경운기자
  • 선택2002/노무현, 그는 누구인가...소탈한 인간미… 소신 꺾지않는 승부사

    ‘원칙’ 대통령 당선자 노무현(盧武鉉)을 이처럼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아마 없을 것이다.그가 뚜벅뚜벅 걸어온 길은 ‘원칙’을 지키는 일이었다.가난한 어린시절,힘겨웠던 청춘은 그가 원칙을 만들어가는 꾸준한 여정이었다.고비마다 그를 지켜준 것도 원칙이었고,때때로 그를 눈물짓게 한 것도 원칙이었다. ◆‘당돌한 돌콩’ 그의 어린 시절 별명은 ‘돌콩’이었다.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작아 얻은 별명이었지만 그의 행동은 그의 작은 키만큼이나 ‘튀었다’. 경남 진영에서 10리쯤 떨어진 작은 농가.1946년 볼을 간질이는 가을 햇살이 한여름 뙤약볕을 대신할 무렵 작은 농사꾼의 3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작고 누런 것이 형제 가운데 가장 볼품 없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힐 줄 아는 아이였다. 1960년 진영중 1학년.3·15부정선거가 한창일 때였다.수업시간에 ‘우리 이승만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작문을 하라는 선생님의 ‘지시’에 그는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당시 중학생들만 해도 ‘이승만 독재’라는 말에 모두 익숙했던 터였다. 돌콩 노무현은 “야,이거 선거운동이다.전부 쓰지 말자.”며 친구들을 설득,모두 백지를 냈다.이른바 ‘백지동맹’이었다.결국 그는 이 일로 교무실에서 벌을 받으며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어린 시절,가난에 대한 그의 열등감은 매우 컸다.환갑이 넘도록 고구마순과 딸기를 이고 30∼40리 길인 마산까지 내다 파셨던 어머니.그는 지금도 “우리 동네는 까마귀가 와도 먹을 것이 없어 울고 간다.”는 어머니의 말을 되뇌며 당시를 회고하곤 한다. 이런 그에게 자신감을 키워준 사람은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이었다.가난한데다 키까지 작아 항상 위축돼 있던 ‘꼬마 노무현’을 선생님은 아끼고 다독거렸다. 그는 선생님의 권유에 따라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했다.“작은 고추가 더 맵심더.”라며 호소한 것이 통했을까.그는 무난히 회장에 당선됐고,이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공사판의 고시준비생 가난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 전액을 지급해주는 부산상고에 진학했다. 졸업하면 곧바로 취직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교 시절 공부에재미를 붙이지는 못했지만 주산2급,부기2급 자격증도 땄다. 그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66년 ‘삼해공업’이라는 어망회사에서였다. 당시 한 달 일해서 받은 월급은 하숙비도 채 안되는 2700원.그는 사장의 만류를 뿌리치고 한달 반치 월급을 모아 헌 법률책 몇 권과 기타를 사들고 고향 진영으로 돌아왔다.“고시를 해보겠다.”는 각오였다.“첫 직장에서 얄팍한 월급 봉투를 보면서 고시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신분상승이라는 욕구도 있었죠.” 그러나 역시 그를 따라다닌 것은 가난이었다.사시 예비(자격)시험은 다가오는데 책 살 돈이 없었다.결국 그는 다시 일터로 향했다.이번에는 울산의 공사판이었다.일당 180원짜리였지만 그마저도 공치는 날이 많아 밥값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공사판 ‘함바’에서 가마니를 깔고 자며 주경야독하는 생활이이어졌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발이 큰 못에 찔려 공사일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그는 결국 밀린 밥값 2000원을 놔두고 몰래고향으로 야반도주했다.그는 “그 때는 나중에 꼭 갚는다고 했는데 지금도 못 갚았어요.”라며 지금까지 아쉬워한다. 예비시험을 치자마자 그는 다시 공사판으로 달려갔다.야간작업까지 하면 일당 280원을 받는 생활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목재에 얼굴을 맞아 이 3개가 부러지는 불의의 사고를당해 그만둬야 했다.그의 입가에는 아직도 그 때의 상처가 남아있다. 그는 ‘박박 긴다.’는 표현을 곧잘 쓴다.군번 51053545.1968년 3월 스물셋의 나이로 입대했다.강원도 원통 을지부대 GP에서 철야 정보상황병과 대대장 당번병으로 복무하면서 ‘박박 기는’ 힘든 생활이었지만 가난보다는 나았다.그는 34개월만에 만기제대했지만 월남에 파병된 동료들이 무더기로 병장이 되는 바람에 진급 티오(TO)가 없어 상병으로 제대했다. ◆인권변호사 ‘노변’ 그가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에 전념하게 된 것은 군을 제대한 후인 1971년부터다.고향 농사일을 도우며 공부한지 4년째,1975년 17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예비 법조인으로서의 그의 꿈은 전문변호사였다. 그러나1981년 10월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것이었다.부림사건은 부산지역 학생과 재야운동권 인사 20여명이 독서클럽을결성,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토론하다가 계엄포고령으로 구속된 시국사건이었다. 당시 부산 지역 최고의 인권변호사였던 김광일 변호사를 대신해 시작한 변호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되었다. 변호인 자격으로 교도소에서 만난 한 학생은 ‘변호사 노무현’을 ‘인간노무현’으로 ‘변신’시켰다.“57일간 구금돼 구타·고문을 받았다며 보여준 온 몸은 시퍼랬습니다.겁에 질린 눈은 초점이 없었습니다.우리 아들도 머지 않아 대학에 가는데 이런 사회는 안된다는 생각이 번뜩 스쳐갔습니다.” 이후 그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바르게 살아야겠다.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대학생들과 취미로 즐기던 요트도 그만뒀다.잘 나가던 조세전문가의 길도 접었다.그는 인권변호사 ‘노변’(노무현 변호사)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구속된 변호사 인권변호사로서의 길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평소 맡아왔던 조세·회계 분야 변론 등 돈이 될 만한 변론도 뚝 끊겼다.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옳은길을 간다고 스스로 굳게 믿었다. ‘노변’으로서의 그의 활동은 눈부셨다.그의 활동무대는 이미 변호사 사무실과 재판정을 훨씬 벗어나고 있었다. 87년 6월 시민항쟁 부산거리에서,대우조선 파업 현장에서,88년 현대중공업파업 현장에서,98년 현대자동차 파업 현장에서,그가 서있는 곳은 항상 약자의 편이었다. 87년 9월 대우조선 이석규씨가 시위 도중 경찰의 최루탄을 맞고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그는 임금협상과 보상 등의 문제로 노동자측에서 상담을 해준것이 문제가 돼 장례식 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제3자 개입금지 조항에걸린 것이었다.다행히 23일만에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변호사를그만둬야 했다. 당시 그는 ‘잘못했다고 하면 불구속시킬 수 있다.’는 검사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억압”이라며 따르지 않았다.‘노변’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재계 ‘생각하는 사람’ 직접 기른다

    “교육은 우리경제의 키워드. 통조림식 우리교육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다면 전환점에 선 우리경제에 미래는 없다.” 교육이 우리경제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기존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핵심적인 것이 자본과 기술이었다면 향후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인재(人材)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인재 양성의 원천이 되는 우리의 교육현실은 이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인사담당자 중 ‘대학이 기업에 필요한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0명 중 4명꼴에 불과했다. 재계원로이면서 오랫동안 교육발전에 천착해 온 이용태(李龍兌·70) 삼보컴퓨터 회장이 ‘경제를 살리는 교육혁신’을 외치고 나섰다.전경련 부회장으로 전경련 내 교육발전특별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초·중·고교 교사부터 교수(이화여대 등)까지 두루 거쳤다.지금은 숙명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그는 “지금 우리나라 학교는 똑같은 모양과 알맹이의 통조림을 기계적으로 찍어내고 있다.”면서“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지 않는다면 전환점에 선 우리경제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교육이 우리 경제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구상에서 우리나라만큼 교육이 지식 전달에 집중돼 있는 나라도 없을 겁니다.다른 것은 무시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만 훌륭한 인재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입니다.하지만 지식은 사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수많은 자질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지식에만 치우치다보니 정작 직장이나 사회에서 필요한 교육은하지 않습니다.이를테면 회사에 들어와서 하게 되는 일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영업이지만 훌륭한 세일즈맨이 되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자질을 길러주는 학교는 거의 없습니다.사회에서 ‘일’이란 게 무엇입니까.반복적인 조립생산같은 경우를 빼면 대부분 ‘크고 작은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요.학생들이 학교에서 지식 습득이 아닌 문제해결 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시스템과 연계시켜 파악하고,해결의 목적과 방향을 정립하고,여러 대안 중에서 최상의 것을 선택하도록 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다소 막연한 말씀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이번 미군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를 예로 들어 볼까요.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시위를 하며 분노하고 있는데,이런 행동들이 얼마나 합리적인 사고의 틀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사고 당시 우리 여중생들이나 장갑차 속 미군이 처해 있었던 상황이 어땠는지,미군이 재판과정에서 한국사람들을 무시해서 일방적으로 자기 편에 무죄를 선고한 것인지,한미행정협정(SOFA)의 역사적 의미와 다른나라의 사례는 어떠한 것인지를 폭넓게 다각도로 분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사내 직원들을 평가하실 때,어떤 부분이 가장 취약하다고 보시는지요. 토익(TOEIC)점수같은 외국어 실력이나 전문지식은 나름대로 훌륭한 것 같습니다.하지만 초·중·고교를 통틀어 동료들과 경쟁을 통해 시험점수를 높이고 이기는 데만 열중했지,사회생활을 남과 더불어 하는 법을 터득한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이기적이고 희생할 줄을 모릅니다.한국이 전세계 이혼율 3위에 오르게 된 것도 자기만 알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입니다.세상을 폭넓게 보는 능력도 떨어집니다.최근 전경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신입사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인격교육이라고 나온 바 있습니다.가정교육도 제대로 안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과거와 달리 요즘은 부모가 오로지 아이들의 성적을 높이는데 얽매여 오히려 아이들의 노예가 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부모들에 대한 교육을 펼 계획이신데요. 전경련 교육발전위원회와는 별개로 ‘박약회’라는 55세 이상 부모들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논어에 나오는 박문약례(博文約禮·널리 학문을 닦고 사리를 깨달아 예절을 잘 지킴)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가정교육 부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상당수 회원들이 학교선생님 출신입니다.박약회를 통해 부모,특히 어머니들에 대한 교육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퇴계 이황의 사상이나 소크라테스의 가르침 등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평면적인 게 아니라유대교 율법서 ‘탈무드’처럼 사례별로 답을 줄 수 있는,간접경험 중심의교과서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입니다.자녀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어머니들을 가르치겠다는 것입니다.어머니들을 상대로 강연회를 열고,지역별로조직적인 활동을 펼 것입니다.세계 최고수준의 교육열을 생산적인 고(高)효율 에너지로 변환시킨다는 게 목표입니다. ◆국내 유례가 없는 혁신적인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중이십니다. 아직 학교의 이름이나 설립장소 등은 정하지 못했지만,우선 2004학년도에는 첫 입학생을 받을 생각입니다.가능하면 전경련 회원사들이 몇개사씩 힘을모아서 설립해 주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으면 전경련 차원에서 한곳이라도 세울 것입니다. ◆고교 뿐 아니라 대학교육에 어떤 문제가 많습니까. 차 기업체에 입사해 평생직장을 가질 대학생들에게 혁신적인 교육과정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일찌감치 자기가 원하는 회사와 인연을 맺어 대학학제 4년중 1년을 인턴으로 직접 현장에서 일을 배우도록 해야 합니다.그렇게 하면 회사도 신입사원 재교육을 위한 시간과 돈 낭비를줄일 수 있습니다.기업은 대학에 “이런 사람을 길러달라,그러면 채용때 졸업생들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식으로 하면 됩니다.물론 학자가 되려는 사람이나 자기만의 전문직을 가지려는 사람은 현재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야 하겠지요. ◆우리 현실과 약간 거리가 있는 듯 해보입니다만. 대학이 변하면 됩니다.현재 우리나라 대학은 아쉬운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이른바 일류대학들은 더 문제입니다.이들이 변해야 하는데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이 몰리니 아쉬워할 까닭이 없지요.아무렇게나 인재를 길러도 뭐라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부족한 자질은 으레 기업이 메워주는 것으로생각하고 있지요.하지만 졸업 이후 진로가 보장되지 않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4년제 학교들이 잇따르는 가운데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취직 잘되는 유망 2년제 대학들이 곧 나올 것으로 보여 대학이 변하는 것이 그다지 먼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김태균·사진 김명국기자 windsea@ ★대안학교 운영 어떻게 이용태 회장이 2004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중인 고등학교 모델스쿨은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전혀 시도되지 않았던 형태다.기존 특성화 고교나 영재고교와도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스스로 찾아 배우는 자발적 교육을 통해 사회와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재를 기른다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규모는 ‘초(超)미니’다.학년당 30명(15명씩 2개 학급)으로 구성해전체 학생수가 100명을 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운동장이나 강당은 없다.그저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교실만 있다.산업현장과 밀착될 수 있게 일반 사무실이나 오피스텔에 학교를 짓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수업 내용과 교과과정은 학생들마다 제각각이다.적성과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1주일 중 3일은 학교에서 배우고,2일은 인턴으로 기업체에서 일한다.‘러닝 스루 인턴십’(Learnig Through Internship)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초등학교처럼 완전히 담임교사제다.교사 1명이 학생 1명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3년간 전담 지도한다.국어,수학,영어,역사,물리 등 과목별 교사는 없다.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단계별 목표와 접근방법을 제시하고,평가·관리만 해 줄 뿐이다.나머지는 학생들 스스로 인터넷검색,학원수강,과외지도,직장실습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역사수업의 경우,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순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담임교사가 특정 주제를 제시하고 이를 폭넓게 고찰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응용력을 쌓도록 유도한다.이를테면 임진왜란 초기 육군은 모두 졌는데 왜 해군은 승리했는 지를 이순신장군 전기나 역사책,토론 등을 통해 파악함으로써역사를 보는 눈과 접근법을 한꺼번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모델스쿨 입학생은 신(新)개념 교육을 감당해 발전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학생들을 선발할 계획이다.학비는 학교가 아닌 학생이 부담하게 할 예정이다. 이런 청사진은 상당부분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혁신적인 공립학교 ‘메트스쿨’을 벤치마킹한 것이다.메트스쿨은 브라운대학 등 아이비리그 명문대에도 학생을 보낼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모델스쿨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선결 과제도 적지 않다.우선 새로운 개념의 담임 역할을 할 수 있는역량있는 교사가 필요하다.‘수능시험형’으로 공부하지 않은 졸업생들이 대학에 쉽게 들어갈 수 있어야 인재들이 모델스쿨에 많이 지원할 것이라는 부담도 안고 있다.이 회장은 “학생들의 생활 및 학과 기록을 인터넷에 상세히 띄우고,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을 특별입학 형태로 선발하는 방안을 많은 대학에 제안했으며 상당수 학교가 수용 의사를 밝힌상태”라고 말했다. 김태균기자 ★이용태 전경련 교육발전 특별위원장 약력 ◆1933년 경북 영덕 출생 ◆서울대(물리학과 학사)-美유타대(통계물리학 박사) ◆64년 이화여대 교수 ◆7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전자계산기국산화 연구실장 ◆78년 전자기술연구소 부소장 ◆80년 삼보전자엔지니어링 설립 ◆82년 한국데이타통신 사장 ◆85년 교육개혁심의위원 ◆89년 삼보컴퓨터그룹 회장 ◆89년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 ◆89년 퇴계학연구원 이사장(현직) ◆92년 정보통신정책협의회 위원장(〃) ◆98년 숙명여자대학교 이사장(〃) ◆9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2000년 한국정보산업연합회 회장(〃)◆2001년 한국PKI포럼 의장(〃)
  • ‘양심적 병역거부’ 실형/서울대생 1년6월 형 선고...비종교적이유론 처음

    종교적인 이유가 아닌,반전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병역을 거부한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선고공판에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지법 형사8단독 이민영(李珉榮) 판사는 9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서울대생 나동혁(26·수학과 3년) 피고인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보석 신청도 기각했다.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피고인의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면서 “하지만 대체복무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미 사회적으로 약속된 처벌은 피고가 감당해야 할 짐”이라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양심에 기초해 누구나 병역을 거부할 수 있다면 누가 특별한 희생을 감당하려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날 판결은 지난 9월 나씨와 함께 “전쟁반대주의자에게 장기사회봉사 같은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라.”며 입영거부 기자회견을 가졌던 염창근(26)씨등 18명의 사법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지민기자 icarus@
  • ‘反美해법’ 전문가 진단 - ‘反美해법’ 전문가 진단

    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반미(反美)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는 것을 새로운 한·미 관계 정립을 위한 ‘진통’으로 풀이하면서도 그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정치권,정부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이용하려 하지 말고,국가이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그러나 SOFA 전면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 이번 반미현상은 큰 흐름에서 볼 때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통적으로 지지해 왔던 한·미 공조란 틀이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민족공조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났다고 분석된다. 또 하나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즉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의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사건,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무죄평결 포함),한·미간의 대북정책 갈등 등이 연결돼 반미감정이 반미주의 차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반미주의는한·미동맹,유엔사,작전통제권,정전협정까지 문제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우리는 한·미 동맹체제로 인해 안보우산과 경제성장 등을 누려왔는데 잘못된다면 한·미 간의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특히이런 갈등이 양국 간의 결정적인 이해관계로 진전될 경우 미국이 여러가지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의 힘의 실체라든가 경제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서 수습하지 못하면 나라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반미 시위의 경우 평화적인 의사표시까지는 괜찮지만 더 격렬해질 경우 국가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이장희(李長熙) 한국외국어대 교수 효순이·미선이 사망 사건의 무죄평결로 인해 한·미 간의 신뢰는 사실상깨졌다.국민들의 분노는 근본적으로 한·미 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깨달은 데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현행 SOFA 부속협정은 ▲1심 무죄뒤 검사의 항소 불가능 ▲미군 관리의 수사·재판과정 참여 ▲기소뒤 한국 수사당국의 신문금지 ▲형사관할권의 판단기준인 공무증명서 발급 주체를 미군측으로 한정한 점 등 독소규정을 고스란히 남겼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을 통해 드러남으로써 현행 SOFA가과거보다 한국의 형사사법주권을 더 침해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미국이 한·미 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이러한 불공정한 재판의 재발방지를 위해 현행 SOFA의 독소조항을 근본적으로 개정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우리 정부 역시국민의 여론무마에만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SOFA 제28조에 따라 SOFA 개정협상을 위해 한·미합동위원회를 소집,단순한 개선이 아닌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소파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박수길(朴銖吉) 전 유엔대사 두 여중생이 희생당한 사건은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SOFA라는 법제도가 잘못돼서 그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SOFA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것과 비교할 때 그리 불평등하다고 볼 수 없으며 우리에게 유리한부분도 있다.전세계적으로 외국 주둔군이 공적 임무를 수행하다가 잘못한 것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넘겨주는 경우는 없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예를 봐도 그렇다. 순수한 애도감정을 반미 및 주한미군까지 연결시키려는 일부 움직임과 이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문제다. 미국은 한국 국민이 이번에 간절하게 느낀 메시지를 잘 알고 있으며,우리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는 쪽에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양국간 법제도가 틀려서 다소 어려운 점은 있지만,한국내 상황이 계속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정치지도자 및 정부 관계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은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원칙을 세워 대중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윤덕희(尹德熙) 명지대 교수 대선 주요 후보 모두 SOFA 개정을 외치고 있지만 미묘한 입장 차이는 존재한다.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의 ‘친미(親美)’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호기로 삼고 적극적으로 SOFA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반미(反美)’ 지도자로 인식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SOFA 개정에 관해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원칙하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국민여론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론에 밀려 급조한 공약인지,세부적인 실천 계획은 세워져 있는지,집권후에 이를 실행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SOFA 개정 불가를 천명한 미국 정부에 대해 차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가 중요하다.SOFA 개정 문제는 차기 정부의 첫 번째 대미 외교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해법 찾기’ 양국 움직임 - ‘反美’ 확산… 고민하는 韓·美/SOFA개선 조속매듭 등

    4일 이른 아침 서울 세종로 중앙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주제는 ‘반미(反美) 정서 대책회의’.한·미 동맹 50년 만에,정부 각 부처 장관들이 우리 사회의 반미정서 확산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지난 3일의 첫 대선 합동토론회에선 보수·진보 색채 후보 가릴 것없이 누가 더 미국에 목소리를 높이느냐로기선을 잡고자 했다.80년대 지식인층과 재야권의 반미 정서가 일반 국민들의 여론으로 형성돼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왜 반미 열풍인가 “지난 6월의 월드컵 열풍을 보는 것 같다.” 인터넷과 서울 거리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반미 시위를 두고 한 외국 기자가 한 말이다.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은 최근 우리 사회의 반미정서에 대해 “아직은 정서(sentiment)이지,주의(ism)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그동안 한국의 정치·경제적 성장에 비해 한·미간피보호·보호자간 개념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에 대한 정서적 반발로 반미주의를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면서 한·미 동맹이 남한의 안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감소했다는 점,동계 올림픽 때의 오노 사건,통상 문제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모습들이 한국민의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실용적인 측면보다 자존심과 명분을 우선시하는 민족성향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서울의 한 일본 특파원은 “일본 역시 오키나와에 주둔 미군이 있고,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나지만,이같은 반미 감정으로 치닫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민하는 한·미 양국 한·미 양국 정부는 대선국면에 맞물려 확산되고 있는 한국민들의 반미 정서를 ‘비상 사태’로 인식,진화에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선을 지시하고 무분별한 반미정서 확산을 경계한 것이나 양국이 SOFA 개선책을 조속히매듭짓기로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주한 미 대사관측은 지난 3일 우리 시민단체의 주한미군 기름 유출 의혹 제기에 서둘러 성명을 발표했다.“기름유출이 주한미군의 잘못으로 판명나면성실히 책임지고 정화하겠다.”는 이례적인 신속한 대응이었다. 한편 이번 사태해결의 주체인 우리 정부의 고민은 지금이 대선 정국이란 데 있다.정부 한 관계자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보려는 정부의 노력을 두고 각 후보 진영에서 ‘선거용’으로 해석하는 측면이 많아 고민스럽다.”고말했다. ●한·미 동맹의 틀과 해법 양국 정부와 우리 국민들이 모두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된다.국익을 위해 반미가 아니라,극미(克美)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반미주의가 자칫하면,한·미 동맹의 근간을 건드리는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동국대 이철기 교수는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최근의 사태는 이제 한·미 관계와 한·미 동맹 자체도 과거와 같은 보호자와 피보호자의관계가 아닌 동등한 미래지향적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톨릭대 박건영 교수는 “한·미 동맹은 우리가 하기에 따라 최대의 외교안보 자산이 될 수 있다.”면서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틀을 유지하면서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을 추구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좀 더 성의있는 대 한국 자세와 함께 우리 정부의 당당한 외교자세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려 한다면,이젠 그 울타리를 깨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서울 시내 중심부 높은 벽에 둘러싸인 기지안에서 살고 있는 주한미군이 그동안 우리 국민에 보여준 이미지는 ‘이태원에서 즐기고,택시 강도나 저지르는 주둔자’의 그것이란 점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동티모르에 파병된 우리 상록수 부대가 현지인과 함께 벌여 나가는 활동,그리고 주민들의 우리 군에 대한 애정을 미군들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수정기자 crystal@ ★SOFA 개선책과 전망 정부가 4일 ‘반미 정서’에 대해 관계장관회의에서 내놓은 대책안의 핵심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기본틀을 유지한 채 운용의 개선을 통해 초동수사시 우리 수사권의 개입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미군 피의자에 대한 우리측 수사권 확보 강화 차원에서 미국측에 미군 피의자 신병을 인도한 뒤에도 우리의 필요에 따라 미군 피의자가 우리 수사당국의 출석요구에 적극 응하도록 미국에 요구키로 했다. 또 그동안 미국측의 일방적인 결정 여부로 논란이 돼 온 미군 피의자에 대한 공무상 사건·사고 관련 판단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판단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요구키로 했다. 여중생 사망사건과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미군의 훈련계획을 해당지역 시·군·구와 읍·면·동에 직접 통보하는 등의 안전대책과 장갑차의 트레일러를 이용한 수송 등의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미국측은 우리측의 이같은 대책안에 대해 향후 협상과정에서 크게 이의를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미국측은 그간 자국 군인의 인권보호를 이유로협상을 지연시켜 왔지만,최근 반미 시위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이를 거부할경우 부담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판권 이양을 골자로 SOFA 전면 개정을 요구한 시민단체들이 이를수용할 것인지 여부다.불평등한 SOFA 개정국민행동의 김판태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국민들의 요구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것”이라면서“그동안 SOFA의 본협정,합의 의사록 등도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규정력이 약한 합동위 합의사항 등으로,개선책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합동위 합의사항(agreed view)은 충분히 실효성이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오키나와 사건이 발생한 뒤 합의사항을 통해 많은 부분일본측에 유리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가 반미 정서 관계장관회의라는 초유의 카드를 통해 내놓은 SOFA 운용개선책이 확산일로에 있는 반미 열기를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수정기자
  • 살인교사혐의 파주S파 두목 검거/홍前검사측 “그나마 다행”

    ‘파주 S파’ 두목 신모(35)씨가 검거돼 피의자 사망사건으로 구속기소된홍경영 전 검사의 공동변호인단이 희색을 띠고 있다. 홍 전 검사가 지난 3년 동안 추적해온 살인 사건의 조기 해결 가능성이 높아졌고,신씨의 살인 교사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홍 전 검사의 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서울지검 특조실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S파 조직원 박모씨 등 유력한 증인들의 법정 증언에대해 신빙성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홍 전 검사의 양형에도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다.이들은 살인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온 만큼 살인 혐의가 드러날 경우 이들이 법정에서 할 가혹행위 관련 진술도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파주 S파 살인 사건 규명이 향후 재판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법연수원 21기 동기들로 구성된 홍 전 검사의 공동변호인단은살인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보석 신청도 여건이 유리해 질 때까지 미룬다는 방침이다.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金庸憲)는 29일 홍 전 검사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으나 변호인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찰 신문과 변호인의 반대 신문을 다음 달 16일로 연기했다. 한편 서울지검 형사3부(부장 鄭基勇)는 폭력조직 ‘파주 S파’ 두목 신씨를 상대로 살인교사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안동환 조태성기자 sunstory@
  • 반론/바로 본’ 여중생사망 재판

    이 글은 주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재판과 관련,대한매일 27일자 6면에 소개됐던 창원지법 진주지원 윤남근판사의 ‘거꾸로 본 여중생사망 재판’이란 제목의 칼럼에 대한 반론입니다. 지난 칼럼의 핵심은 ‘미국법상 유죄의 요건인 형사상 과실(criminal negligence)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위한 과실을 해석하는 것보다 월등히 엄격하기 때문에 미국법의 논리로 볼 때 부주의로 인해 사고를 낸 두 미군 병사에 대한 판결은 이해할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이다.또 1998년 이탈리아에서 전투기 조종사의 비행 실수로 인한 스키어 20명 사망사건 당시 미 조종사의 무죄 판결과 2001년 미 핵 잠수함과 일본 선박과의 충돌 사건 당시선장의 불기소 처분 사실을 예시했다. 법학자의 한 사람으로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한마디로 법은 상식이다.재판 결과가 국민 절대 다수의 법 감정에 어긋나는 것은 법 자체 또는 법적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법 절차에 따른 재판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논점은 성실하고공정한 재판 과정을 거쳤는가 하는 점이다.미흡한 초동수사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없었던 점도 문제다.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글에서 당연시하고 있는 ‘사실’과 이에 적용되는 ‘보편적 논리’이다. 사건 당시 통신장비의 이상 여부에 대해 미군 검찰과 한국 검찰의 견해가분명히 다른 데도 그 시론은 당연하게 합의한 ‘사실’로 보고 있다.또 ‘보편적 논리’로 적용된 한·미행정협정(SOFA) 자체가 불평등하고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 칼럼은 재판진행 과정도 공정했고,통신장비 이상 유무 등 일부 잘못된 전제가 옳다는 전제 하에 논리를 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와 처벌이 없는,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첫 단추부터잘못 끼워졌다.무죄평결이 났더라도 철저한 초동수사와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공정한 재판이 이뤄졌다면 개인적으로 재판 결과를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SOFA의 독소조항으로 인해 초동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미군 병사의 묵비권과 소환 거부,미군 관리의 수사 비협조속에 사건현장도 훼손됐다. 미 사법제도에서 배심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그 구성에 따라 재판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 군사법원에서는 배심원이 모두 미군으로 구성됐고,그 명단은 사건에 간접 책임이라도 져야 할 미 8군사령관이 직접 작성했다. 증인 역시 한국인을 뺀 미군측만으로 짜여졌다.검사는 공소유지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과연 미 군사법원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 묻고 싶다. 영미법을 따르는 미국과 대륙법을 따르는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피해자가 있다면 당연히 가해자가 있어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재판결과대로 통신장비의 정비 불량으로 생긴 일이라면 정비 담당자나 지휘자인 미8군사령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당시 사고 차량 앞에서 다른 장갑차를 운전했던 미군 조슈아 레이 상병도 지난 22일자 미 군사전문 일간지 ‘성조’(Stars and Stripes) 기고문에서 “여중생 사망은 지휘관 책임”이라고 밝혔다. 국민이 분노하는것은 단순히 민족주의적인 감정 때문이 아니다.사태 축소에 급급한 우리 정부와 반성할 줄 모르는 미군,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형식적인 재판 과정에 격분하는 것이다.그리고 SOFA 개정이 얼마나 절실한지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 법학
  • 특급호텔서 어떻게 이런일이…

    법원이 26일 성희롱 사건의 간접적인 피해까지 회사측에 책임을 묻고 책임범위를 야유회나 부서 회식 등까지 광범위하게 인정한 것은 종업원들에 대해 회사측이 인격·정서적 보호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성희롱 판결의 의미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를 직접 당하지 않은 여직원이라도 함께 있으면서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다면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이는 간접사실에 대한 배상책임 인정으로는 첫 사례다.일본인 임원이 회식자리에서 한 성희롱에 수치심을 느낀 여직원들에게도 100만원씩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용계약상 종업원의 보호의무 범위를 근무시간은 물론 회식·야유회 등 회사의 공식행사로 확대했다.거래처 접대자리에 여직원을 동원,거래처 간부들의 술시중을 들게 하고 반강제적으로 술을 마시게 한 것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사 갈등으로 촉발된 롯데호텔의 성희롱 사건은 당초 여직원 270명이 소송에 나섰으나 230명이 재판 과정에서 소를 취하했으며 최종 2억 2000만원에대해3000만원이 인정됐다. ◆법원이 인정한 성희롱 실태 이사급 임원 일본인 D씨는 서비스 경연대회의 입상을 축하하는 회식에서 거부하던 여직원과 춤을 추며 둔부를 쓰다듬었으며,또 다른 회식연에서 여직원을 옆에 앉힌 뒤 술을 따르게 하고 바지 속으로 손을 넣은 뒤 ‘자고 싶다.’고 말한 부분이 인정됐다. 본점 면세부 임직원 500명이 참석한 야유회의 경우 주제를 ‘퇴폐와 천박’으로 설정한 뒤 남직원 K씨가 뱀춤을 추며 남녀 직원들을 성적인 비속어로불렀다.또 게임을 위한 조별 이름도 ‘다찌(일본인들의 국내 현지처를 지칭하는 단어)’ 등으로 정하고 성행위,나체쇼를 묘사하는 등 일부 직원 가족들이 참석한 자리에서도 성희롱이 계속됐다. 임원급인 L지배인은 임신한 여직원에게 음담패설을 하고 가슴 부위를 만졌다.사무실에서 출근하던 여직원의 가슴 등을 만졌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기구한 ‘홍검사’구타사망 피의자로 사시동기와 법정대결

    파주 S파 피의자 사망사건에 연루돼 독직폭행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경령(洪景嶺) 전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에 대한 첫 재판이 29일로 다가옴에 따라 검찰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검찰은 홍 전 검사에 대한 재판이 빨리 마무리되어 피의자 사망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검찰측이 우려하는 것은 홍 전 검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변호인측과 공방을 벌여야 하는 경우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차라리 홍 전 검사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상상하기 싫은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을 맡을 공판검사 선정에도 애를 먹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지검공판2부 허상구(許相九)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했다.허 검사는 사시31회로 홍 전 검사와 동기생이다.허 검사는 “나라의 녹을 먹는 만큼 할 일이라면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홍지민기자 cho1904@
  • 성희롱 간접피해도 회사책임

    직장에서 직접적인 성희롱 피해를 본 여직원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행위에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낀 동료 여직원들의 간접적인 피해에 대해서도 회사의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직장내 성희롱 피해의 범위를 전례없이 폭넓게 인정하고 성희롱에 대한 높은 수준의 감독 의무를 회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金容鎬)는 26일 “회사 임직원들이 여직원들에게 광범위한 성희롱을 상습적으로 가했다.”며 롯데호텔 여직원 40명이 회사와 임직원 등 9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19명에게 각각 100만∼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으며 원고 21명에 대해서는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주장한 남성 관리직원의 성적인 언동은 일부 과장되거나 증거가 미비한 부분이 있으나 상당부분 직장내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고용계약상 사용자의 보호의무 범위는 직장내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회사가 비용을지급한 공식적인 회식,야유회,체육대회 등에도 미치며 부서를 총괄하는 책임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았다면 회사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 회사가 성희롱 예방교육을 통해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나 정례적인 예방교육 실시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어 종업원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롯데호텔측은 “성희롱에 대해 회사 책임이 일부 인정됐으나 성희롱으로 규정한 구체적인 범위와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편집자에게/ 여중생 사망 재판 배심원제 악용

    -SOFA개정 재판권 찾자(대한매일 11월22일자 31면)기사를 읽고 이번 재판 결과는 희대의 희극이다.영미법을 따르는 미국과 대륙법을 따르는 우리나라 사법체계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 엄연히 두 여중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지만 가해자는 없다.굳이 가해자를 말하자면 통신장비라고 하는데,도대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재판결과다.증거재판주의를 중심으로 하는 미국의 경우 배심원이 우선 유·무죄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배심원들이 피의자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을 때만 판사는 형량을 조절할 수 있다. 배심원의 구성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 사법제도 안에서 배심원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하지만 이번 재판의 경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군사재판이라는 이유로 배심원은 모두 미군으로 구성됐다. 그나마 배심원은 사건에 간접적인 책임이라도 져야 할 미8군사령관이 직접 명단을 작성했다. 검사,판사,변호사 등 재판 과정을 이끄는 주체들이 모두 동료 미군인 상황에서 미군이 저지른 범죄를 단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이다.미군은 배심원 제도를 철저하게 악용했다.과연 미국땅에서 미국소녀 두 명이 장갑차에 치어 죽었다면 미군이 ‘무죄’(Not Guiltily)를 외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