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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총리공관/최광숙 논설위원

    이창호 9단과 목진석 4단의 바둑 대국이 열린 1999년 1월1일. 삼청동 총리공관 삼청당(三淸堂)에서 있었던 일이다. 총리 공관에서 바둑 대회가 열린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이날은 김종필 전 총리의 생일이었는데 바둑 마니아인 그는 자신이 거처하던 공관에 바둑인들을 초청했던 것이다. 영국에 총리 관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가 있다면 우리는 ‘삼청동 총리 공관’이 있다. 총리 공관은 각종 회의가 열리는 ‘공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총리가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다소 베일에 싸여져 있던 총리 공관이 최근 주목을 끈 것은 바로 첫 여성 총리 한명숙 전 총리 때문이다. 한 전 총리가 불법 자금 5만달러 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식당 등 공관의 살림살이 현장이 TV에 처음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대통령과 총리는 바로 이웃해 살고 있다. 이들 간 사이가 좋으면 대통령이 총리 공관으로 마실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해찬 전 총리 시절 공관을 여러 차례 비공식 방문, 부부 동반 식사를 즐겼다고 한다. 탄핵을 받을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얼마나 답답했던지 총리 공관으로 달려가 고건 전 총리를 만나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역대 총리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 총리로 평가되는 이수성 전 총리는 퇴청해 집(공관)으로 돌아오면 개인의 삶을 즐겼다. 공관에서는 항상 한복차림으로 흰 고무신을 신고 산책을 즐겼다고 한다. 총리 공관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원적인 분위기다. 총리를 두 번이나 역임한 고건 전 총리가 “산으로 둘러싸여 다른 곳보다 온도가 3도가량 낮고, 봄도 늦게 온다.”고 했을 정도다. 현 공관은 조선시대 왕자가 살던 태화궁(太和宮)이 있던 자리다. 1948~1961년 국회의장 공관으로 사용되다가 1961년 5월 이후 총리 공관으로 사용됐다. 집무실, 침실이 있는 본관 건물과 오·만찬 회의장으로 이용되는 삼청당 등 부속건물이 있다. 본관은 노신영 전 총리 시절 1985년 일본식 목조 건물을 헐고 석조건물로 신축한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노 총리 비서관 시절 공관 신축에 관여했다고 한다. 사퇴의사를 밝힌 정운찬 총리가 최근 공관 인근에 사는 주민 4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했다. 취임 첫 행사로 지역 주민들을 공관에 초청한 데 이어 두번째다. 물러나면서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인 정 총리의 후임으로 공관에 입주할 김태호 내정자도 그런 마음 이어가길 바란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새달 퇴임 여성 첫 대법관 김영란

    새달 퇴임 여성 첫 대법관 김영란

    지난 26일 오후 4시, 인터뷰가 1시간쯤 이어졌을 때 김영란(54) 대법관이 물었다. “덥지 않나요.” 서울 서초동 대법원 8층 그의 집무실은 법정온도(26도 이상)를 유지하는 듯했다. 그는 조용히 일어나더니 옆방에서 선풍기를 들고 나왔다. 바람이 잘 가도록 맞춰주며 그는 다시 물었다. “괜찮나요.” 김 대법관은 우리 어머니처럼, 배려가 몸에 배어 있다. 그는 ‘여성적 감수성’이라고 표현했다. 남성적 감수성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에서 소수자를 이해하는 데 이 감수성이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2004년 8월25일 서열·기수 관행을 뛰어넘어 그가 대한민국 첫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는 8월24일 퇴임하면서 또 한번 관행을 뛰어넘는다. 변호사로 개업하지 않기로 한 것. 판사 출신 전임 대법관 가운데 조무제(69) 전 대법관이 유일하게 퇴임 후 동아대 석좌교수로 옮겼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안철수(카이스트 교수)씨거든요. 과감하게 버리고 또 새로운 투자를 하더라고요. 나는 그동안 그렇게 못했어요. 그 분을 보니까 용기가 나더라고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참 감사하다 싶고요. 지금 변호사를 안 하는 것은 순전히 그런 개인적인 선택이에요.” →대법관 퇴임 후 어떤 변화를 예상하나. 자기검열 등으로 발산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서서히 나오겠죠. 자유롭게 살다보면 개성이 드러나고요, 어떻게 살 거냐를 결정하는 순간이 많이 오겠죠. 한 10년 지나면 다른 모습으로 살 거예요. 일단 나가면 머리부터 염색하고. 까맣게, 누구는 금발로 하라고 하던데 (웃음). 요새 너무 흰머리가 느니까, 정말 몇 년 위인 사람들하고 다녀도 저를 제일 위로 봐요. (2004년 취임할 때 그는 ‘30대 소녀’ 같았다. 다른 대법관보다 나이도 열 살 이상 어렸고, 표정도 30대처럼 밝았다. 집무실에 갇혀 6년간 사건기록과 싸우더니 그의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퇴임 후 삶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거예요. 변호사 안 할 거라고 오래 전부터 얘기해 왔고, 그래서 평소의 생각을 얘기한 것뿐이에요. 도덕적으로 우월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고요. 성격상 (변호사와) 맞지도 않고, 더 솔직히 말하면 사건기록 보면서 티격태격하는 게 이제 지겨워요. 하지만 이 반응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깊이 생각해 봐야겠어요. 판사들은 나름대로 잘하려고 애를 쓰는데 판사가 느끼는 것과, 세상이 판사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 게 확인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대법관이 퇴임해서 변호사로 일한다고 다 전관예우받으면서 부당하게 행동하는 게 아닌데도 왜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런 것을 역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들었어요. →초임 단독판사로 오늘, 법대에 다시 앉는다면. 제가 임신 9개월쯤 됐는데 아이가 이상해서 재판을 연기하고,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재판 연기된 것을 원고는 알았는데, 피고는 몰랐어요. 그러자 피고가 상대방에게만 정보 알려줬다고 오해를 하더라고요. 이런 사소한 것에도 당사자는 ‘상대방이 이 판사를 좀 아나 보다.’ 이렇게 생각해요. 소송에 져도 그래서 졌다고 믿고요. 그래서 양쪽 모두에게 정말 공평하게 재판한다는 인상을 주도록 노력할 거예요. 판사들이 열심히 하고 뛰어난 인재인데도 인정 못 받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대법원 선고일 전날, ‘내 결론이 맞나’ 잠 못 이룬 적 있나. 많이 있죠. 민사보다 형사가 훨씬 고민이 되더라고요.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수십장씩 써내고, 그걸 다 읽어보면 그럴싸해 보이거든요. 증거를 다 찾아보고 맞춰 보죠. 피고인의 말만 믿으면 무죄인데, 기록 전체적으로 보면 유죄인 거예요. 특히 살인 사건 같은 경우, 저 혼자 보다가, 혹시나 하고 재판연구원에게 다시 보게 시키고, 선고하는 아침까지 보는 판결도 있어요. 사형 판결도 대법원에 와서 3개 정도 했어요. 어쨌든 전 기본적으로 사형제도에 반대하지만, 다른 대법관도 다하고, 저만 안 할 수 없는 거니까요. 개인적 신념과 상관 없이 해야 되니까 마음이 무거웠어요. →아쉬움이 남는 판결은.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대법관 13명 구성)에서 제대로 못 해 보고 떠난 게 그래요. 전원합의체에서 논의할까 해서 재판연구원실에 본격적인 검토까지 시켰는데, 결국은 제가 문제제기를 못 했어요. 소극적으로 임한 거죠. 대체복무의 길을 열어줬으면 좋겠는데…. 징역형(2년6월)을 감수하는 걸 보면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로 보이고, 병역회피의 수단이 아니라는 게 뚜렷한데 젊은이들을 계속 벼랑에 내몰아야 되는지…. 헌법재판소가 계속 합헌이라고 결정해서 혼자 무죄라고 할 수도 없고…. →‘유일한, 첫 번째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평생 따라다녔다. 원동력이 무엇인가. 학교 다닐 때부터 ‘나 자신의 삶을 살자’ ‘내가 주체로서 독자적인 내 인생을 살자’라고 생각했고, 그럼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승부를 봐야 한다고 결론내렸어요. 사회과학대에 입학했는데 1년 반 후에 법학과를 선택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많은 여학생들은 법대에 와요. 몇 십년 흘러도 여성들이 다른 직업에 가서 개척하기 힘들다는 얘기죠. 우수한 인재가 (법조계에) 많이 오는 것도 좋지만 다른 쪽으로 가서 개척하라고, 여대 같은 데 가면 얘기해요. →후배 여성들이 닮지 않았으면 하는 점은. 나는 교집합 속에서, 소극적으로 살았어요. 소수의 여성으로서 남성이 많은 사회에 적응해야 하니까, 남녀가 겹치는 부분에서만 양쪽에서 욕을 먹지 않도록 행동을 제한하면서 말이죠. 자기검열이 강하고, 정말로 내가 발언해야 할 때 제대로 못 하고요. 첫 여성이란 타이틀을 가진 외국인들도 다 느끼는 모습이더라고요. 후배들은 그러지 말기를 바라요. 자기 개성도 살리고,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면서, 원하는 바도 얻는 그런 길을 달성해 나가면 좋을 거 같아요. 정은주·임주형기자 ejung@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美연방법원, 애리조나 反이민법 ‘브레이크’

    미국 연방법원이 발효를 하루 앞둔 애리조나주 이민단속법에 제동을 걸었다. 법안의 핵심조항에 대한 시행을 금지시켰다. 이에 따라 이민단속법은 29일(현지시간) 발효되지만 중요한 내용이 빠진 만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전망이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연방지법의 수전 볼턴 판사는 28일 이민정책의 권한은 주 정부가 아닌 연방정부에 있다는 점을 인정,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볼턴 판사는 판결문에서 “새 이민단속법이 시행되면 경찰관들이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잘못 체포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본안)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들 조항의 발효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볼턴 판사가 발효 금지 결정을 내린 조항은 그동안 논쟁을 일으켰던 ▲주·지역경찰관이 다른 법률 위반을 단속하면서 범법자의 체류신분을 확인하도록 한 조항 ▲이민자들에게 항상 체류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지참하도록 한 조항 ▲불법 체류자의 공공기관 취업을 금지하는 조항 등이다. 특히 볼턴 판사는 “합법적인 체류 지위를 확보하지 않은 것은 연방 이민법 위반이나 그 자체가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연방법원의 판결은 연방항소법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애리조나주와 비슷한 내용의 강력한 이민단속법을 제정했거나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다른 주들에 대한 ‘경고’라고 뉴욕타임스는 의미를 부여했다. 미 법무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민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대한 애리조나 주민들의 실망을 이해하지만 주와 지역 정부들이 각각의 이민단속법을 시행한다면 연방정부의 이민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는 데 심각한 방해가 된다.”며 환영했다. 멕시코계 미국인 단체들을 비롯, 인권단체들도 일제히 반겼다. 패트리시아 에스피노사 멕시코 외무장관은 “이민법 발효 하루 전에 나온 법원의 명령은 옳은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첫 단계”라며 만족했다. 한편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는 “우리는 법 조항이 모두 인정되기를 원했지만 예비 금지명령이 끝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법원 결정은 (우리가 가는) 길에 작은 장애물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는 곧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순회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 방침이다.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연방법원이 법이 시행도 되기 전에 핵심조항의 발효를 금지한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제 공은 오바마 행정부에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대한 단속을 효과적으로 폄으로써 주정부들의 강력한 이민단속법 제정 움직임을 저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MB정부 초기 잘못된 일 못잡아 후회”

    “MB정부 초기 잘못된 일 못잡아 후회”

    “나도 속시원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습니다.” 지난 7·14 전당대회를 통해 한나라당 지도부에 진입한 정두언 최고위원은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답답한 심경부터 토로했다. 할 말은 많은데, 다 말할 수 없는 처지가 안타깝다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과의 인터뷰는 당초 23일로 예정됐었다. 그러나 남경필 의원과 함께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 피해자로 지목되는 등 논란이 일어 25일로 연기됐다가 다시 28일로 날짜를 고쳐 잡았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말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최근 이 대통령과의 관계는 어떤가. -이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떨어져 사실상 백수였던 나를 발탁해주신 분이다. 고마운 마음을 갖고 보답해야 한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이명박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도록 해야겠다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다. 충성이란 상대가 변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나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나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충성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나는 내 마음을 지킬 것이란 뜻이다. →대선 이후 “할 말 하는 충신이 되겠다.”고 했는데 충신 역할을 제대로 했나. -내가 충신인지 나 스스로를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성삼문이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것은 단종에 대한 사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진정한 충신은 그 사람이 얼마나 스스로의 결심에 대한 심지가 굳으냐로 구분한다. 사람에 대해 충성하면 그 충성은 변할 수 있다. →이상득 의원과의 관계는 어떤가. -(안 좋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다 아는 것을 가지고 왜 자꾸 묻는가. →전대 당시 두 사람이 아는 척도 안 했다고 하더라. -그런 적 없다. 우리가 설령 속으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겉으로는 더 그렇게 안 하지 않겠는가. →이 의원과 정례회동설도 있고, 또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는 설도 있는데. -둘 다 팩트다. 전당대회 출마할 때 인사도 드렸다.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만 살고, 싫어하는 사람과는 안 사느냐.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 이재오 전 원내대표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에서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을까. -‘정관의 치’라는 책에서 포용의 의미를 배웠다. 그 책에 나오는 신하 위징이 곧 ‘포용’의 상징이다. 위징은 당 태종의 형을 모시던 신하로, 당 태종을 죽이려 수차례 시도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 태종은 형을 진압한 뒤 위징을 달래서 자신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정권을 안정시킨 것이다. 그런 것을 배워야 한다. 아니면 문제가 생긴다. 경선이 끝나고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못했다. 친박 비서실장을 쓰고, 친박 원내대표를 시켰어야 했다. →이 대통령이 동반자 약속을 지키지 않아 박 전 대표와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뜻인가. -대통령이 정치의 교과서적인 원칙을 안 지켰지만 (동반자) 약속을 안 지켰다고 할 수는 없다. 왜곡하지 말라.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켜야 정권 재창출이 된다. 노무현 정권이 실패해서 우리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실패하면 정권을 내주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대권주자로 나설 사람이라면 이 정부를 더더욱 성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비판할 것은 하고 협조할 것은 해야 한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과연 그렇게 했느냐이다. →이재오 전 원내대표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가. -민주당은 이재오 전 대표의 당 귀환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하더라. 이 전 대표가 들어오면서 한나라당의 분열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일이 없도록 우리가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법사찰 의혹과 권력투쟁 논란 →전당대회 기간 때 한 인터뷰에서 “선진국민연대의 국정농단 문제는 KB금융지주(인사개입의혹) 건 곱하기 100건은 더 있다.”고 언급했는데. -상식으로 생각하면 다들 아는 이야기다. →남경필 의원이 정 최고위원도 불법사찰을 당했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이에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을 아끼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지금은 검찰에서 조사하니 일단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뚜렷한 계획은 없다. →본인이 사찰당했다는 증거는 있는가. -나를 사찰한 사람이 인사 조치를 당했다. 팩트가 있다. →이성헌 의원이 총리실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 정 최고위원과 친분이 두터운 김유환 실장이 민주당 신건 의원에게 자료를 줬다고 말했는데. -잘못 짚었다. 국회 정무위에서 정식으로 자료를 요청해 총리실에서 준 것으로 안다. 이 의원은 그것을 김유환 실장이 넘겨줬다고 잘못 생각한 것이다. 과거 설훈 전 의원은 윤여준 장관이 누구로부터 몇 만달러 받았다고 (잘못 말한 죄로) 재판에서 500만원을 선고 받아 지금까지 정치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와 7·28 재·보선 →남경필 의원이 전대 때 후보 단일화에 적극 협조해줬는데. -남 의원이 하고자 했던 일을 대신 해내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전당대회 결과가 쇄신과 화합을 보여줬다고 평가하는가. -내용이 바뀌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7·28 재·보선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 선거였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재·보선이나 지방선거는 여당에 항상 불리했다. 우리가 이기기 어려운 선거를 이겼으니 굉장히 크게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오만함이나 실패 때문이지 우리가 잘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보수대연합 →보수대연합은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 -한나라당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선거 뒤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 노력할 시점에서 내걸 이슈는 아니다. 또 추진하더라도 조용히 할 일이다. 명분이 있어야 야합이란 소리를 듣지 않는다. →보수대연합의 구체적 방법으로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합당을 언급했는데. -그래서 비판받았다. 성급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재집권하기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생각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인 것은 없다. →보수대연합이 ‘박근혜 고립’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보수대연합은 박 전 대표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세대교체를 논할 때도 ‘박근혜 배제’가 아니냐고 하는데 나이로 치면 김문수 지사가 박 전 대표보다 더 많다. 김 지사도 배제할 것이냐. ●기타 →스스로 보는 정치인 정두언은 어떤 인물인가. -관심사가 너무 많고, 자유분방한 편이다. 차분하게 선택과 집중을 해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본다. 또 주변에서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네거티브 메시지는 자기들에게 맡기고 긍정적인 말만 하라고 한다. 나를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겠지만, 이 정부를 위해 내 자신이 망가져야 하는지 갈등되는 상황이 오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할 것이다. →4집 음반까지 냈다. 이 대통령이 가수활동 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어쭙잖게 가수 한 것은 고단한 세월을 떼워보려는 심사도 있었으나 정치의 딱딱하고, 어색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꿔보려 했던 것이다. 아직 안 먹히는 것 같다. 상업적인 가수 활동은 안 한다. 대통령도 그러시더라. 미국 같으면 노래하는 의원이 가능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것을 받아들이려면 멀었다고. →정치하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이 정부가 시작할 때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고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지금도 뼈아프게 후회한다. →정치하면서 가장 미안한 사람은. -내가 할 말 하고 쓴소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상처 받은 사람도 있다. 나도 완벽한 인간이 아닌데….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또 러 미녀스파이? 美 첨단군장비 밀반출혐의 체포

    최근 러시아 미녀 스파이 안나 채프먼(28)이 미국과 유럽 사회를 뜨겁게 달군 데 이어 미국에서 또 미모의 20대 여성이 첨단 군사 장비를 러시아로 밀반출하려다 체포되면서 제2의 미녀 스파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데일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도시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안나 페르마노바(24)는 지난 15일 뉴욕 케네디 공항에서 러시아 모스크바를 다녀온 직후 경찰에 붙잡혔다. 넉 달 전 모스크바행 여객기에 오르던 날 수사 당국은 그녀의 여행가방에서 최신형 야간 투시경 1개를 포함한 군용 장비를 적발해 압수했다. 군용 장비를 수출하려면 국무부로부터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페르마노바에게는 허가증이 없었다. 야간 투시경에는 인식표와 일련번호가 지워져 있었다. 수사 당국은 그녀가 돌아오면 체포하기로 결정한 뒤 출국을 허가했다. 수사 결과에 따르면 페르마노바는 라트비아 출신으로 어린 나이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시민권을 얻었으며, 문제의 군수품은 온라인 쇼핑을 통해 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변호사는 “군사 장비는 페르마노바의 남편이 러시아의 한 사냥꾼에게 판매하려 한 것”이라면서 “그녀는 테러를 저지르지 않았고 스파이도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녀는 현재 가택 연금 중이며, 이달 말 뉴욕에서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무기밀수 혐의가 확정되면 최고 징역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킬링필드 전범 30년만에 첫 단죄

    킬링필드 전범 30년만에 첫 단죄

    캄보디아 전범재판소는 26일 크메르루주 정권(1975∼1979년) 당시 1만 5000명 이상을 고문하고 처형을 일삼은 ‘투올 슬랭’(S-21) 교도소장 카잉 구엑 에아브(67)에게 35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에아브는 크메르루주 정권 수뇌부 가운데 전범재판을 거쳐 실형을 선고받은 첫 사례가 됐다. 재판부는 그가 정식 기소되기 전 캄보디아군 당국에 불법구금돼 있던 11년을 인정하는 한편 추가로 5년을 감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에아브는 19년을 더 복역해야 한다. 두크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 S-21 교도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고문과 학살을 감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학 교사 출신인 그는 크메르루주 정권이 몰락한 뒤 도피생활을 하다 1999년 체포됐으며 2008년 크메르루주 지도부 가운데 처음으로 기소됐다. 에아브는 재판 과정에서 교도소를 주도적으로 운영한 사실을 시인했지만 고문과 학살 행위에 대해서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는 10년 가까운 협상 끝에 집권 기간 양민 약 200만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크메르루주 정권을 단죄하기 위해 2006년 전범재판소를 설립했다. 현재 구금 상태인 크메르루주 정권의 다른 고위 관계자 4명에 대한 재판은 내년에 열릴 예정이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훈훈한 정의(正義) /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열린세상]훈훈한 정의(正義) /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1908년 봄 안중근 의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부대를 조직해 자신은 참모중장이 되어 일제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면서 전과를 거두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교전과정서 잡은 일본군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석방했다. 당시의 정황으론 단 한 명의 일본군이라도 더 죽이는 게 자신들의 신변은 물론 국익에 유리했을 법했지만 안중근 의사는 달랐다. “만국공법(국제법)에 사로잡은 적병을 죽이라는 법이 없다.”면서 이들을 석방하고는 신념을 분명히 밝혔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물리치고, 어진 것으로 악한 것을 물리친다.” 이렇게 의사(義士) 안중근은 보편적인 의(義)를 알았고 몸소 구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정신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것이다. 세간에 ‘정의’(正義)라는 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고전적인 주제가 요즈음 새삼 이슈가 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름지기 ‘정의’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외침과 투쟁이 글로벌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금에, 정작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는 여전히 모호한 채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차제에 ‘정의’의 참뜻을 궁굴려 음미해 볼 필요를 느낀다. 필자는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의(定義)를 가장 손색없는 것으로 꼽는다. 그는 “정의란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라틴어:cuique suum) 돌려주는 데 있어서 완전하고 항구한 의지다.”라고 명쾌하게 정의하였다. 여기에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각자에게 각자의 몫’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의(正義)의 알토란에 해당한다. 정의는 한마디로 각자에게 합당한 책임과 정당한 권리가 분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토를 달 필요 없이 명징한 개념이다. 이는 정의(正義)가 거창한 구호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시민의 사소한 일상사를 통해서도 멋지게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둘째, ‘완전하고’라는 낱말이다. 이는 정의(正義)와 불의(不義)를 가름하는 기준이 임의나 부족한 정보에 의해 설정돼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든지 정의를 말하려면 적어도 ‘완전’에 가까운 정보력과 판단력을 갖춰야 함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칫하면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자행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롭기 위해 중용(中庸)의 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중용은 화살로 과녁의 중심을 맞혔을 때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니 중용은 객관적인 사실에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부합하는 판단이다. 중용은 냉철한 ‘지성’을 요구한다. 이런 취지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적재적소에서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으로 화를 내는 것,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셋째, ‘항구한 의지’라는 낱말. 이는 정의(正義)를 위한 노력이 외침이나 일시적 분노로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투신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가리킨다. 개인적 차원서 말하자면 정의의 구현은 일생의 과제라는 뜻인 것이다. 이 정도의 정의(正義)라면 서늘한 눈빛이 아니라 훈훈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을 터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은행가가 되었고, 다른 친구는 판사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은행가가 된 친구는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당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사건은 판사가 된 친구에게 배당됐고 언론은 사태추이에 큰 관심을 쏟았다. 재판 당일, 배심원들이 내린 판결은 유죄였다. 판사는 해당 죄목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형량인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피고에게 선고했다. 그런 다음 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법복을 벗고는 피고인석으로 다가가 친구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 모든 재산을 팔았네. 이것으로 자네의 빚을 청산하도록 하세.” 격이 높은 의로움의 시선은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다.
  • 지드래곤 소속사 YG, 연소자관람금지 공연법 위헌제청 신청

    지드래곤 소속사 YG, 연소자관람금지 공연법 위헌제청 신청

    가수 지드래곤의 성행위 퍼포먼스로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고 기소된 YG엔터테인먼트가 위헌법률 제청을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은 19일 가수 ‘지드래곤’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공연법의 연소자 관람금지 조항과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첫 재판에서 YG측 변호를 맡았던 정경석 변호사에 따르면 YG측은 이번 사건에 적용된 개정 전 공연법이 평등의 원칙과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위헌 제청을 신청했다. 또 관련법이 연령 등급 기준을 18세로 한정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관람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공연법은 공연 관람등급을 연소자 관람가와 관람불가라는 2가지로 한정하고 있어 영화나 비디오 등과 비교해 봤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영화, 비디오, 게임 등에는 12세 이상, 15세 이상 관람가가 있다. 또 정 변호사는 "문제가 됐던 지드래곤의 공연이 18세 이상이라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공연 내용을 빠짐없이 담은 DVD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며 모순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보건복지가족부는 2009년 12월 열린 지드래곤의 콘서트에서 지드래곤이 벌인 퍼포먼스가 성행위를 연상시켜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쳤다며 지드래곤과 소속사 관계자를 검찰에 기소한 바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ntn@seoulntn.com
  • YG,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제정

    YG, “표현의 자유 침해” 위헌제정

    가수 지드래곤의 성행위 퍼포먼스로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고 기소된 YG엔터테인먼트가 위헌법률 제청을 신청했다. 지난 16일 첫 재판에서 YG측 변호를 맡았던 정경석 변호사에 따르면 YG측은 이번 사건에 적용된 개정 전 공연법이 평등의 원칙과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위헌 제청을 신청했다. 또 관련법이 연령 등급 기준을 18세로 한정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관람권을 해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공연법은 공연 관람등급을 연소자 관람가와 관람불가라는 2가지로 한정하고 있어 영화나 비디오 등과 비교해 봤을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영화, 비디오, 게임 등에는 12세 이상, 15세 이상 관람가가 있다. 또 정 변호사는 "문제가 됐던 지드래곤의 공연이 18세 이상이라고 판정을 받았음에도 공연 내용을 빠짐없이 담은 DVD는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며 모순을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보건복지가족부는 2009년 12월 열린 지드래곤의 콘서트에서 지드래곤이 벌인 퍼포먼스가 성행위를 연상시켜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쳤다며 지드래곤과 소속사 관계자를 검찰에 기소한 바 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ntn@seoulntn.com
  • [사설]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보상 길 열리길

    일본 굴지의 대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태평양전쟁 기간 중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조선 근로정신대 할머니 문제에 대해 협상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한 협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보내 왔다고 밝혔다. 김칫국부터 마실 필요는 없지만 큰 진전이다. 소송 제기 이후 12년간 외롭게 싸운 한국인 할머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일본인 회원 1100명으로 구성된 나고야 소송 지원모임에도 격려의 뜻을 전한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장장 24년간 할머니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다. 문제해결을 촉구한 13만 4162명의 서명도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비록 양국 정부가 외면하고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기각됐지만, 이들은 굴하지 않았다. 시민모임 대표 김희용 목사의 말처럼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시발점’의 막이 오른 것이다. 협상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민간기업 차원의 사죄와 보상에 관한 첫 단추로 작용할 것이다. 결과에 따라 대상자가 확대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당시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청구권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동자·군인·군무원 등으로 강제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 103만명은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종군 위안부 등 최고 800만명에게 각종 보상의 길이 열린다. 조사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당시 한국인을 강제동원했던 일본 기업은 모두 2679곳이었다. 최대 기업이었던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해 미쓰이, 스미토모 등 전범 기업들이다. 혹여 지난해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 할머니에게 연금탈퇴 수당으로 지급한 ‘99엔 사건’처럼 협상하는 시늉에 그칠지도 모른다. 이를 막으려면 범국민적인 성원과 소비자 차원의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
  • 전자소송 첫 선고… 재판기간 절반으로

    인터넷 등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재판하는 전자소송 사건의 첫 선고가 내려졌다. 지난 4월 특허법원을 시작으로 전자소송이 도입된 지 2개월여 만으로, 재판 기간이 종전의 절반으로 단축되는 등 시간과 비용면에서 효율성이 크다는 평가다. 12일 대법원에 따르면 특허법원1부(부장 김용섭)는 지난 9일 문구류 제조업체 대표인 류모씨가 자사의 필기구 장식 디자인권 등록을 무효로 판단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등록무효심결취소 소송의 선고공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류씨는 지난 4월30일 대법원 전자소송포털(ecfs.scourt.go.kr)에 소장을 낸 지 71일 만에 판결 선고를 받았다. 지난해 소가 제기된 323건의 경우 선고까지 평균 158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재판 기간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SBS 표정관리 중?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첫 원정 16강에 진출하면서 국내 독점 중계권자인 SBS에 다시 한번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BS는 단독 중계의 폐해에 따른 각종 비난에 시달려 왔으나, 대표팀이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광고 효과 상승은 물론 불만 여론도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초반 SBS의 단독 중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지난 12일 그리스전 직후 방송 상태가 불량해 박지성 선수와의 인터뷰가 방송되지 않자 항의가 빗발쳤다. ‘아르헨티나-나이리지아’ 전에서도 해설하는 소리가 이중으로 방송돼 SBS가 사과 문구를 경기 도중 자막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면서 이 같은 비난 여론은 희석되고, SBS는 광고 판매와 중계 영상 재판매에 따른 수익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23일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 따르면 한국팀의 16강 진출로 SBS의 광고판매액은 최소 65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금까지 열린 한국팀의 조별 예선 세 경기의 광고 판매액은 그리스전 70억원, 아르헨티나전 70억원, 나이지리아전 63억원이었다. 한국시간으로 프라임 타임에 열린 그리스전과 아르헨티나전은 15초짜리 광고 한 편에 9200만원이었다. 또 새벽 3시에 열린 나이지리아전은 편당 8300만원으로 세 경기 광고가 모두 완전히 판매됐다. 26일 오후 11시에 열리는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 역시 15초짜리 광고 한 편이 9200만원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 한국 방송사상 최고가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내 이름은 야 인마… 툭하면 맞아도 꿈☆ 포기 못해”

    [당신들과 우리들의 대한민국] “내 이름은 야 인마… 툭하면 맞아도 꿈☆ 포기 못해”

    미얀마에서 온 마웅저(41)가 한국에서 얻은 첫 직장은 인천의 한 도색 공장. 하루 12시간 일하고 한 달에 50만원을 받았다. 한국인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야 인마.” 이게 공장에서 마웅저를 부르는 호칭이었다. 결코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다. 함께 일했던 미얀마 친구는 걸핏하면 사장에게 얻어맞았다. 7개월을 일했는데, 월급은 5개월치밖에 못 받았다. 이듬해 경기 부천의 구두 형틀 만드는 공장으로 옮겼지만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한번은 TV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동료가 채널을 돌렸다. “너 같은 건 우리나라 여자 쳐다볼 자격이 없어.” ●힘겨운 난민의 삶 2000년에는 정식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로부터 신문과 비슷한 인터뷰를 받았지만, 돌아온 것은 ‘불허한다’는 통지. 그것도 신청한 지 5년이 지나서였다. 법원은 다행히 마웅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법무부는 계속 상소를 하며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08년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하늘의 별을 땄다.” 난민으로 인정된 직후 어떤 기분이 들었느냐고 묻자 마웅저는 이렇게 말했다. 방글라데시 소수민족 ‘줌머족’ 로넨(42)의 삶도 ‘코리안 드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택시를 탔다. 외국인인 걸 눈치챈 기사. “어디 가냐?” “5000원이다. 내놔.” 서른을 훌쩍 넘긴 로넨이었지만, 초등학생 대하듯 했다. 난민 인정에 인색한 정부 탓에 처음 몇 년간은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공장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지리아 선교사 빅토르(가명·46)는 우리나라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입국과 동시에 난민신청을 했지만 불허됐고, 1심 재판에서도 졌기 때문이다. 위협을 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이나 무슬림으로 추정되지만 입증할 방법이 없다. 8월 2심 재판이 열리지만, 결과가 바뀐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내 이름은 (나이지리아) TV에도 많이 나왔기 때문에 돌아가면 바로 들킨다. 한국 정부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일까요.” 미얀마 출신 코와인(42)은 원래 변호사였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장 행을 면할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일을 해서는 안 됐다. 난민 신청 기간 중에는 취업이 금지돼 있기 때문. 하지만 난민 신청을 한 지 4년이 지나도록 결과를 받지 못했다. “I need too much money for living expenses, so should I work.(생활비 때문에 일을 안 할 수가 없었어요.)” 코와인이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은 하소연이었다. ●‘꿈’을 안고 대한민국으로 왔지만 1988년 8월8일. 세계사에 ‘8888 버마민중항쟁’으로 기록된 날이다. 수도 양곤의 고등학생이었던 마웅저. ‘군부 독재 정권 물러나라’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대학생 형, 스님들과 어깨동무를 한 채 목 터져라 “민주주의”를 외쳤다. 항쟁은 서슬 퍼런 군부의 총부리에 밀려 실패했지만, 마웅저의 투쟁은 계속됐다. ‘버마전국학생연합(ABSFU)’에 가입해 ‘지하운동’을 했다. 탄압이 시작됐다. 생사를 함께하기로 결의했던 동료들은 하나 둘 경찰에 잡혀갔다. 이름을 바꾼 채 공사판을 전전해야 했다. 어머니와 다름없던 누나가 마웅저를 부른 것은 1992년. “망명해라.” “여권도 비자도 없는데….” “브로커를 쓰자. 돈은 내가 댈게.” 누나는 푼푼이 모았던 21만차트(Kyat·미얀마 화폐단위)를 내놓았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350만원쯤 된다. 큰돈이다. 마웅저는 대한민국을 골랐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이 8888항쟁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마음이 끌렸다. 2년 뒤 마웅저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이 미얀마 민주화를 도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줌머족’ 로넨은 ‘인종 청소’를 하는 정부에 맞서 무장단체에서 활동했다. 산악지대인 치타공에서 종족의 생존을 걸고 싸우다 체포됐다. 3년간 옥살이를 하고 마을로 돌아왔지만, 탄압은 더 심해졌다. 마을에는 1㎞마다 하나씩 검문소가 들어섰다. 대원들은 지나가던 사람들을 ‘심심하면’ 때렸다. 1999년에는 대규모 약탈과 방화가 있었고, 여성들이 집단으로 성폭행당하기도 했다. 로넨은 이듬해 고향을 떠났다. 한 살배기 아들을 품에 안은 채 한국으로 왔다. 한국인이 같은 몽골계고, 불교신자가 많다는 점에 끌렸다. 경제·사회적으로 발전한 중견국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전사(戰士)’가 아닌 ‘시민(市民)’으로 살 수 있다는 꿈이 가슴을 매웠다. 빅토르는 나이지리아 ‘오순절협회(PEN)라는 곳에서 선교활동을 했다. 강연에 나가 나이지리아의 부패한 경찰을 강하게 비난했다. 낯선 남자의 전화가 걸려왔다. “하고 있는 일 그만둬라.” “누구냐?”고 물으면 끊었다. 험악한 인상을 한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와 가족을 위협했다. 운전기사가 괴한에게 폭행당하고 차를 빼앗기기도 했다. 그는 2005년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미국을 생각했지만, 총이 없는 한국을 선택했다. 기독교도가 많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가족들도 불러 ‘제2의 삶’을 꾸릴 계획이었다. ●여전히 꿈 키우는 난민들 그러나 난민들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먹고살려는 게 아닌 신념과 양심, 존엄을 지키기 위해 온 것인 만큼, 다양한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워가고 있다. 마웅저는 1998년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끌고 있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 한국지부를 만들었다. 미얀마 대사관 앞으로 가 시위를 하고, 틈 날 때마다 길거리로 나가 우리나라 사람에게 미얀마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2004년부터는 우리나라 시민단체에서 활동했고, 다음달에는 자신이 직접 단체를 만들 예정이다. 단체명은 ‘버마민주화를 돕는 단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한국인 동료 100여명이 함께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코와인은 2003년 인천에 작은 미얀마 불교 사찰을 세웠고, NLD 회원들과 민주화운동에 쓸 자금을 모으고 있다. 국내 이주노동자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에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주한미얀마 소수민족 연합회’ 회장이기도 하다. 한때 대사관이 그를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했다는 트집을 잡아 검찰에 고발했지만,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카카나(27·여)는 얼마 전부터 일요일에는 출근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나오라고 해도 “절대 안 된다.”며 버틴다. 일요일만큼은 ‘재한줌머인연대’ 사무실에 나가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말을 어느 정도 익히면 미용기술을 배울 계획이다. 빅토르는 한남동의 한 교회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 강제 송환을 당하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할 것이다. 동생이 정치 운동을 하는 바람에 연좌제에 걸려 2005년 한국에 온 쇼네(가명·40·토고)는 8월 둘째를 낳는다. 병원비가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최근 난민에게도 의료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해 시름을 놓았다. 새로 태어날 아이는 한국을 보고 느끼며 자랄 것이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세계무대서 한국을 빛낸 사람들

    세계무대서 한국을 빛낸 사람들

    아리랑TV가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을 찾아 그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코리안스 온 더 월드 스테이지’(Koreans on the world stage)를 18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한다. 해외문화홍보원과 공동기획으로 총 9차례에 걸쳐 방송된다. 백남준에 이어 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로 불리는 정연두를 시작으로 세계의 사법기구를 이끄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송상현 소장 등 한국인의 이름으로 전 세계를 빛내고 있는 인물들이 소개된다. 세계 속 한국인이 되기까지 겪었던 실패와 좌절, 그리고 남다른 포부와 열정으로 세계에 이름을 남기고 있는 이들이다. 18일에는 백남준 이후 처음으로 세계 3대 미술관인 뉴욕 현대미술관에 작품을 내건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편이 방송된다. 그는 최근 프랑스 명문화랑 ‘페로틴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 갤러리스트인 엠마누엘 페로틴은 그동안 프랑스작가들과 세계적인 작가들만 초대해왔다. 그만큼 정연두가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증이다. 25일에는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이야기가 방송된다.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는 대량학살과 고문, 전시강간 같은 비인도적 범죄부터 전범까지, 국제적으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기소하고 처벌하는 상설기관이다. 송상현은 2009년부터 수장을 맡았다. 그가 ICC 소장으로 선출된 뒤 밝힌 “평화는 정의 위에 비로소 실현된다.”라는 말은 여러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정연두와 송상현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영상 사이트에서 뮤지컬 캐츠의 인기곡인 ‘메모리(Memory)를 가장 잘 부른 가수’ 1위로 선정된 파페라 가수 로즈 장과 제지, 컨테이너, 금융 등 30여개의 계열사를 운영하며 인도네시아 재계 20위권 내에 오른 코린도 그룹의 승은호 회장, 슈퍼옥수수 개량으로 빈민국을 원조에 힘쓰고 있는 김순권 박사 등이 소개된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사형제 합헌 결정후 첫 사형 적용된 ‘살인어부’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0일 배에 탑승한 여행객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어부 오모(72)씨의 상고심에서 사형을 선고했다. 이는 지난 2월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판결로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한 이후 대법원이 최초로 사형을 확정한 것. 오씨는 지난 2007년 8월31일 전남 보성으로 여행 온 10대 남녀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우고 나서 성추행 할 목적으로 남성을 먼저 바다로 밀어 숨지게 하고 저항하는 여성도 바다에 빠뜨려 목숨을 빼앗았다. 또한 같은 해 9월25일에도 자신의 배에 탄 20대 여대생 2명을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로 10월에 추가 기소됐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김상곤교육감 ‘직무유기’ 첫 공판

    시국선언 교사의 징계를 유보한 혐의(직무유기)로 불구속 기소된 김상곤(60) 경기도교육감에 대한 첫 공판이 8일 수원지법에서 형사11부(부장판사 유상재) 심리로 열렸다. 김 교육감은 압도적 표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 직무정지 상태에 놓일 수 있어 교육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김 교육감은 모두진술을 통해 “공소사실에 동의할 수 없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말씀 외에 다른 말씀을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판사 유·무죄 예단 사라지고 재판시간은 2배 이상 늘어나”

    “판사가 유·무죄 예단을 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변화입니다.” 16년간 판사, 28년간 사선 변호인, 7년간 국선 변호인으로 살아온 ‘베테랑 법조인’ 심훈종(73) 변호사는 공판중심주의가 이끈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10명의 범죄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법언(法言) 대원칙이 형사재판에서 점차 구현되고 있다고 그는 평했다. →과거와 현재의 재판을 비교하면. -예전에는 판사가 검찰이 보낸 수사 기록을 미리 읽고 첫 재판에 들어갔다. 판사 직무실에서 증거를 보며 유죄 심증을 굳히니 피고인이 법정에서 부인하더라도 뒤집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예단을 없애기 위해 판사는 공소장만 받고 재판을 시작한다. 증거는 법정에서만 받고, 공소사실과 관계 없는 증거는 아예 받지 않거나 받아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 판사는 법정에서 증인과 피고인의 진술, 제출 증거를 살펴보고 유·무죄를 판단한다. →법조인에게 생긴 변화는. -인력이 부족한 검사가 많이 힘들다. 예전에는 수사기록을 다 재판에 넘기면 그만이었는데 이제는 증거를 분리해 제출하고 의견서도 내야 한다. 변호인은 무죄 증거를 새로 찾아야 한다. 폭행사건에서 의사진단서가 정확한지 사실 조회를 신청해 엉터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증거를 법정에서 다 제출하니까 재판시간이 2배 이상 길어졌다. 그만큼 판사의 업무도 늘어난다. →재판할 때 힘든 점은. -증인이 소환에 잘 응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억울하다고 해도 증인이 나오지 않아서 무죄를 입증하기가 어렵다. 미국은 증인소환장을 받으면 법정에 다 나온다고 한다. 우리 국민도 의식을 바꿔 법정에서 아는 대로 솔직히 증언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했으면 한다. 그게 법치국가로 가는 길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지방선거 D-1] 여야, 격전지 강원·충청 마지막 유세

    31일 여야 지도부는 약속이나 한 듯 강원과 충남·북으로 몰려들었다. 양당 지도부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일에는 서울을 집중 공략할 계획인 만큼 사실상 마지막 지방 일정으로 이곳을 선택한 것이다. 그만큼 서로 격전지로 꼽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후보 대비’에 주력했다. 민주당은 ‘전쟁과 평화론’을 내려놓고 다시 ‘정권 심판론’으로 경쟁했다. 자유선진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안보의식을 싸잡아 비난했다. 당초 한나라당 지도부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지원 유세를 할 예정이었지만 정몽준 대표의 직접 지시로 일정을 강원 중심으로 다시 짰다. 정몽준 대표는 이른 아침 강원 춘천의 강원도당에서 현장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계진 후보는 법적으로 허용된 후원회도 만들지 않고 명절 때 들어오는 선물도 거절하는 청정 강원도의 힘을 보여 주는 깨끗한 후보”라고 치켜세웠다. 민주당 이광재 후보에 대해서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지난 정권의 부정부패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깎아 내렸다. 원주시 중앙시장 문화의 거리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정 대표는 이계진 후보를 ‘산소 같은 남자’, 이광재 후보는 ‘연탄가스 같은 후보’에 비유하면서 공격 수위를 높였다. 시장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운 정 대표 등은 충북 청주 성안길로 이동, 200여명의 시민과 당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민주당 이시종 후보는 충주시장을 하다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고 의원 하다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사람”이라면서 “이름처럼 시종일관하던 일을 그만두고 좋은 자리만 찾아가는 후보에게 충북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새벽 6시쯤 서울을 나선 민주당 정세균 대표의 첫 일정은 오전 7시30분 충남 천안의 한 식당에서 열린 조찬기자간담회.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 등과 자리를 함께한 정 대표는 충청 최대의 이슈인 ‘세종시’ 문제를 민심 잡기의 카드로 꺼냈다. 정 대표는 “민주당에서 도지사가 나와야 세종시를 사수할 수 있다. 충남이 민주당을 선택하면 대표직을 걸고 세종시 원안을 사수하겠다.”며 비장함을 드러냈다. 천안시외버스터미널 일대에서 벌인 유세의 키워드 역시 세종시였다. 터미널 앞에 늘어선 택시 기사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정 대표는 “민주당 후보는 세종시를 할 인물, 한나라당 후보는 안 할 인물, 자유선진당 후보는 능력이 없어 못할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청주에서 벌인 이시종 충북지사 후보 지원 유세에서도 세종시 문제를 파고들었다. 청주 봉명동 봉명사거리에서 벌인 지원 유세에서 정 대표는 “4년 전 한나라당을 뽑아 줬더니 돌아온 건 세종시 수정안 아니냐.”며 “배신을 분명히 심판하고 매운 맛을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오후에는 강원 원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는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국가권력, 의회권력, 지방권력이 모두 한 당에 치우치면서 여당은 오만한 독주를 하고 있다.”면서 “민주당에 이를 견제할 힘을 달라.”고 했다. 지지 유세에 앞서, 괴한의 습격으로 입원한 이 후보의 아버지를 문병한 정 대표는 “사건 배후를 제대로 안 밝히면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지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부여와 보령, 태안, 당진 등 충남 지역 곳곳을 돌며 막판 세몰이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년 반 동안 국가안보에 소홀했던 한나라당 정권은 이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민주당 역시 천안함 사건 이후 엉터리 소리를 했다.”고 공세를 폈다. 천안·청주·원주 강병철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인공수정 배아 연구목적 이용 탄력

    인공수정 배아 연구목적 이용 탄력

    인간배아를 연구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생명윤리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7일 합헌 결정은 생명공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발생되는 생명윤리에 대해 처음으로 헌법적 판단을 내렸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번 결정은 배아를 연구목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헌재가 인정한 것이다. 헌재는 배아의 기본권 주체성을 부정함으로써 인공수정배아를 ‘세포덩어리’로 보고, 연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관련 학계의 연구활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이날 결정에서, 수정된 후 ‘원시선(primitive streak:배 발달 단계 중 초기에 형성되는 구조)이 나타나기 전의 수정란 상태의 초기배아에 대해서는 인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배아가 생명의 첫걸음을 떼었다고 볼 수는 있지만 모체에 착상됐거나 원시선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현재의 자연과학적 인식 수준에서 인간과 배아 사이의 연속성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헌재는 또 정자와 난자를 제공한 배아 생성자가 생명윤리법의 배아이용 동의절차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 “배아를 이용한 부적절한 연구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법 조항이 배아를 만든 사람들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할 정도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배아 생성자가 가지게 되는 배아 관리 및 처분에 대한 결정권은 인정했다. 헌재는 “배아 생성자가 자신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신체의 일부를 제공하고, 배아가 모체에 성공적으로 착상하여 인간으로 출생할 경우 생물학적으로 부모의 지위를 갖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아 생성자는 배아의 이익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어 타인으로부터 가해지는 배아에 대한 위험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생성된 배아에 대해서는 가급적 장기간 보존을 통해 착상을 시도하고, 국가가 마음대로 그 폐기 여부를 결정하기보다는 배아 생성자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배아 생성자가 체외인공수정의 방법으로 배아를 생성하는 것은 출산의 자유와 함께 가족을 구성, 삶을 영위할 자유의 한 측면으로 인정한 것도 이번 결정의 부수적 효과다. 배아의 보존기간을 5년으로 하되, 동의권자가 보존기간을 5년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관련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함으로써 배아의 무분별한 연구 이용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배아 보존 기간 5년은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아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기에 불합리한 기간이 아니라고 헌재는 봤다. 헌재는 “생명공학 등의 발전과정과 헌법적 가치질서 성격을 고려할 때, 국가는 초기배아에 대해서도 헌법적 가치가 소홀히 취급되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인정된다.”며 배아의 처분과 관리 강화를 시사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PD수첩 원본테이프 제출하라”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법원이 당시 방송에 나온 사람들의 인터뷰 원본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상훈)는 27일 열린 PD수첩 재판 공판준비기일에서 “쌍방의 다툼이 있고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와 vCJD(인간광우병)의 용어가 왔다 갔다 하고 있어 전체 테이프를 봄으로써 어떤 문맥에서 용어를 사용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면서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와 어머니의 인터뷰가 담긴 원본 테이프와 녹취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PD수첩 제작진이 원본 테이프 제출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가 분명한 만큼, 제작진이 아닌 MBC 회사 측이 테이프를 제출하도록 했다. 제작진은 그동안 검찰의 원본 테이프 제출 요구에 언론의 자유와 취재원 보호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라며 응하지 않았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이미 취재원이 공개된 상태이며 빈슨의 발언도 제작진이 선별한 것만 알려져 있어 취재원 보호와 이번 사건은 큰 관련이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번 결정이 언론의 자유를 압박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제작진 측 주장에 대해서는 “충분히 감안할 만하지만 형사사법절차와 실체적 진실의 발견은 언론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내용이 방대하고 복잡하다는 점에서 3주일에 한 번씩 공판을 여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몇 달 안에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첫 공판은 다음달 1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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