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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판 비리’ 항소심 서울서…사법부의 굴욕

    ‘향판 비리’ 항소심 서울서…사법부의 굴욕

    기업 법정관리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선재성(49·사법연수원 16기) 부장판사의 항소심 재판지가 광주고등법원이 아닌 서울고등법원으로 옮겨졌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14일 “선 판사와 강모 변호사, 피고인 최모씨 등에 대한 항소심 재판지를 광주고법에서 서울고법으로 옮겨 달라.”는 검찰의 관할이전 신청을 받아들였다. 검찰이 직접 재판관할 이전을 신청, 인용되기는 사법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에 따라 광주고법 형사1부에 배당된 사건은 서울고법 재판부로 넘겨지게 됐다. 이른바 ‘향판’(鄕判)으로 불리는 지역법관인 선 부장판사는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로 기소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불명예에 이어 또다시 새로운 기록을 남긴 셈이다. ●첫 사례 ‘불명예’… 면죄부 수순 시각도 대법원의 결정은 선 부장판사의 1심 무죄 판단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나 국민이 오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 재판 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다. 선 부장판사가 몸 담았던 광주고법의 판사들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비교적 중립적인 곳에서 객관적으로 선 부장판사의 혐의에 대한 판결을 주문한 것이다.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 혐의 앞서 광주지검은 고교 동창인 강 변호사를 법정관리 사건 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변호사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투자 수익을 남긴 혐의(뇌물수수) 등으로 선 부장판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9월 1심에서 선 부장판사가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은 항소, 재판을 서울고법에서 진행해 달라며 관할 이전 신청을 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광주지법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1심에서는 관할 이전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결과를 보니 신청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서울고법은 공정성을 더 갖출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판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범죄의 성질과 지방의 민심, 소송 상황 등의 사정으로 공평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경우 관할 이전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선 부장판사에 대한 무죄 판결이 법원의 ‘제 식구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며 광주고법에 항소심 재판을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대법, 지난달 정직 5개월 징계 처분 한편 지난달 19일 정직 5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은 선 부장판사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에 따라 중징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선 판사가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으로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키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이유를 댔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삼성, 애플 특허전서 승기 잡아

    독일에서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침해 분쟁에서 재판부가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례를 언급하며 애플이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애플이 모토로라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며 판매 금지 판결을 내렸던 독일 법원이 삼성전자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애플 측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삼성에 유리한 판결이라고 평가된다. ●판매 금지 여부 내년 1월 판결 12일(현지시간) 특허 전문가 플로리언 뮐러가 운영하는 블로그 ‘포스 페이턴트’에 따르면 독일 만하임 지방법원은 11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침해 소송에 대해 제기한 맞소송 첫 공판에서 삼성 측이 제기한 통신 관련 특허 3가지 가운데 2가지와 관련해 애플 제품의 판매 금지 여부를 각각 내년 1월 20일과 27일에 판결하기로 했다. 이날 공판에서 삼성전자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특허는 ▲서비스품질에 따른 프레임 데이터 프로세싱 방법론과 단말기 인코딩·디코딩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 사용되는 디멀티플렉서 및 멀티플렉서 제어 장치와 제어 방법론에 관한 것이다. 애플은 “삼성이 문제 삼은 특허들이 아이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측은 “애플이 특허 개념을 너무 축소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애플은 네덜란드 법원에서 인정받은 ‘프랜드’(FRAND) 규정을 또다시 거론하며 “삼성의 3세대(3G) 통신 특허가 이미 국제표준이 된 만큼 삼성의 주장은 특허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특허 남용을 주장하기 전에 왜 미리 삼성전자 측에 특허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계약을 요청하지 않았냐.”고 반문하며 프랜드 조항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주 애플이 모토로라의 통신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할 때와 같은 맥락이다. 재판부는 1989년 필립스가 ‘오렌지북’이라는 CR롬 관련 표준특허로 독일연방법원에서 독일 업체 SK카세텐에 승소한 사례를 들었다. 표준특허라 하더라도 특허 사용자가 소유자에게 먼저 사용권을 요청하고 적절한 사용료를 지급하거나 사전 예치하는 경우에만 판매 금지를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애플 역시 프랜드 조항을 주장하기에 앞서 상대방과의 기술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애플은 삼성전자의 기술이 프랜드 조항에 해당된다고 주장해 왔으며, 네덜란드 법원 역시 이를 인정해 삼성전자가 제기한 애플 제품 판매 금지 요청을 기각했다. 하지만 특허 보유권자에게 우호적인 독일 법원에서는 네덜란드와는 달리 프랜드 기술이라고 해도 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한 협상의 책임이 기술 사용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신제품인 ‘아이폰4S’는 제외돼야 한다는 애플 측의 주장과 달리 판사는 같은 특허가 적용된 제품은 모두 이번 판결의 대상이라고 단언해 아이폰4S를 비롯한 애플의 주요 제품이 모두 판매 금지 될 위험에 처했다. ●“최소 한건 이상 침해 인정될 듯” 이날 공판에 참석했던 뮐러는 “공판 전개로 볼 때 삼성이 최소 한 건 이상에 대해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경우 애플은 거의 처음으로 삼성에 패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법원 “걸그룹 안무도 저작권 보호대상” 첫 판결

    대중가요의 안무도 저작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중가요를 이용한 댄스강습이나 동영상 게재가 금지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부장 한규현)는 8일 인기 걸 그룹 시크릿의 히트곡 ‘샤이보이’의 안무가 박모(30)씨가 “창작한 춤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댄스교습학원 E사와 가맹점주 등 3명을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금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E사와 가맹점주 등은 박씨의 안무를 이용해 강습하거나 이를 촬영해 홈페이지나 게시판 등에 올릴 수 없으며, 박씨에게 484만원의 손해배상금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박씨 안무의 경우 가수 구성원들에게 적합한 일련의 신체적 동작 및 몸짓을 조합 배열해 저작자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볼 수 있어 저작권 보호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저작권법이 공표된 저작물을 교육 등을 위해 쓸 경우 인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E사 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안무 전체를 재현해 공정한 이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대중가요의 안무까지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판단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법원 판단이 나온 이상 관련 소송이 이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 3월 “시크릿의 ‘샤이보이’ 안무가 고유의 창작물임에도 E사가 허락 없이 일반인에게 안무를 가르치는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며 25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오바마정부 첫 관타나모 재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군사재판이 열린다. 미 국방부가 7일(현지시간)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아라비아반도 최고지도자를 지낸 아브드 알라힘 알나시리(46)에 대한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생의 알나시리는 2000년 10월 12일 급유를 위해 예멘 아덴항에 정박 중이던 미 해군 함정 USS콜호에 대한 폭탄 테러를 지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테러로 미군 1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했다. 알나시리는 2002년 미 중앙정보국(CIA)에 체포돼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으며 9년 만에 처음 법원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군 검찰은 사형을 구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알나시리가 군 조사관의 고문 탓에 거짓 자백했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군사법정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실제로 마이클 헤이든 전 CIA 국장은 2008년 2월 알나시리를 물 고문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번 재판은 또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관타나모 군사법정에서 열리는 재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뒤 이곳에서의 군사재판을 중단시켰으나 의회의 반대에 부딪쳐 올해 초 재판 동결 조치를 해제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쌍벌제 도입 이후 리베이트 첫 유죄

    금품을 주고받은 제약사와 의·약사 모두를 처벌하는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유죄가 선고된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부(부장 정효채)는 7일 의약품 판매를 촉진할 목적으로 전국 30개 병·의원과 약국에 12억여원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제약업체 S사 대표 조모(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같은 제약사 영업사장 유모(54)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또 이들에게서 리베이트를 받은 M병원장 김모(38)씨와 S의료재단 이사장 조모(57)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고 추징금 2억원과 1억 50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Y의료재단 이사장 이모(55)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29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의약계의 리베이트 관행은 의약품의 건전한 거래질서를 왜곡하고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해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 “리베이트 쌍벌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함은 피고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또 “리베이트 금액이 커 엄히 처벌할 필요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실제 의약품이 공급되지 않았어도 제약사가 병·의원과 약국에 건넨 리베이트 금원 모두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약사법은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면 그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라고 밝혀 향후 쌍벌제 처벌 추이를 가늠케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는 제약사로부터 판촉 목적으로 금전이나 물품, 노무, 편익, 향응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받다 적발된 의사와 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등을 모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설치, 지난 4월부터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문답으로 풀어 본 ISD 오해와 진실

    최근 투자자국가소송제(ISD)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소문이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2008년 촛불시위의 발단이 된 ‘미국산 쇠고기 괴담’을 떠올리며 부리나케 진화에 나섰고, 야당 측은 온라인 여론을 자극하고 부추기는 모습이다. 일명 ‘ISD 루머’는 사실과 다르거나 다소 부풀린 측면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ISD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쉽게 풀어봤다. Q 과테말라 등 남미 나라들이 ISD 때문에 미국 기업에 제소를 당하고 국민들도 피해를 봤다고 하는데. A ISD가 ‘원흉’이라기보다는 부패하거나 무능한 독재정권이 투자 기업과 사전에 잘못된 계약을 맺은 탓에 일어난 측면이 크다. 미국계 기업 RDC는 1997년 50년간 철도 운영권을 따냈는데, 2008년 과테말라 정부가 이 계약이 국익에 반한다는 결의서를 채택했다. 이후 RDC에 대한 외부의 투자가 끊겨 급기야 철도 운행이 중단됐다. RDC는 ISD를 통해 과테말라 정부를 제소했고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이다. 볼리비아와 벡텔의 수돗물 분쟁, 페루와 렌코의 납 중독 소송 등도 정부의 정책적 판단 착오가 발단이었다. ●의료 등 44개분야 ISD 예외 Q 우리도 미국이 의료, 복지, 전기, 수도 등 공공사업에 ISD를 걸면 어떡하나. 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는 ‘안전장치’가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공공보건, 안전, 환경,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 등은 간접적으로 외국 투자를 수용하는 개념에 넣지 않도록 규정했기 때문에 ISD 대상이 아니다. 이와 별도로 보건의료·사회서비스, 전기·가스·환경 등 공공성이 높은 분야와 초·중등 교육 및 성인 교육 등 44개 분야에 대해선 정부가 규제하거나 강화할 수 있도록 부속서II에 기재해서 ISD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과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미자유무역협정(CAFTA)에는 이런 ‘유보’ 조항이 없다. Q ISD 중재를 해주는 곳이 미국에 유리한 판정을 해준다고 한다. 미국의 승소율이 80%가 넘는다고 하는데. A 중재판정부는 한국과 미국 기업이 각각 임명하는 중재인 2명과 양국이 합의하는 1명으로 구성된다. 보통 합의가 안 되면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총장이 중재인을 임명한다. 야당은 세계은행 총재 자리를 60년 넘게 독식하고 있는 미국에 유리한 판정이 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ISD 자료를 보면 미국 기업이 투자 상대국 정부를 제소한 108건 가운데 미국 기업은 22차례 지고 15차례 이겼다. 패소율이 더 높다. 여당은 중재를 담당하는 국제기구가 특정 국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나머지 71건은 대부분 정부가 합의를 해준 것이기 때문에 미국 기업의 승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美기업 22차례 지고 15차례 이겨 Q FTA 협상을 다시 해서 ISD 조항을 뺄 수 없나. A 미 의회가 한·미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인만 남은 상태에서 재재협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한·미 FTA가 발효된 뒤 ISD의 문제점을 양국이 점검해 볼 순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 무역대표는 지난달 30일 서비스투자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양국 정부대표로 구성된 위원회는 협정 발효 후 90일 이내에 첫 회의를 하고 이후 매년 또는 수시로 회의를 열어 ISD 제도의 보완을 논의하기로 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檢 “한만호 위증… 한명숙 무죄와는 별개”

    지난달 31일 1심 무죄판결을 받은 한명숙(67) 전 국무총리에게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한 한만호(50) 전 한신건영 대표의 위증 사건 재판이 3일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효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은 “한씨가 한 전 총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9억원의 사용처와 채권채무상황 등에 대해 허위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전 총리의 1심 판결에서 무죄가 나오긴 했으나 그 판결에서조차 한씨의 법정진술은 허위로 보인다고 밝혔고, 한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한씨의 혐의가 무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씨 측 변호인은 “기소 자체가 한 전 총리 사건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에서 이뤄져 공소권이 남용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씨도 “당시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거나 기억나는 대로 진술한 것이라 위증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해외 총기사용 매뉴얼은

    해외에서도 국가별·지역별로 실정에 맞게 경찰의 총기 사용 요건 및 절차 등을 법률이나 매뉴얼 형태로 마련, 운용하고 있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에 따르면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은 연방제이기 때문에 각 주마다 총기사용 매뉴얼이 다르다. 또 주 안의 시마다 매뉴얼에 차이가 있을 정도다. 예컨대 뉴욕주에서는 총기사용 매뉴얼을 한장의 그림으로 간단히 설명한 반면 컬럼비아시에서는 매뉴얼 설명이 두꺼운 3권의 책으로 이뤄져 있다. 다양한 매뉴얼에도 불구, 위급상황 때만 총을 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셰리프국은 협조, 단순저항, 공격, 생명위협·중상해 예상 등 4단계 상황을 설정, 생명위협·중상해 예상 단계에서 총기를 사용토록 정해 놓고 있다. 다만 총기를 어떤 절차에 따라 사용할지는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사후 철저한 감찰을 통해 정당성을 살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총기사용 이후 재판에 가서도 판사는 총기를 사용한 경찰관의 현장 판단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독일은 연방법에 총기 사용 요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독일은 경찰법 제54조에 개인을 대상으로 한 총기 사용 목적을 크게 4개항으로 분류, 항마다 2~5개의 세분화된 상황을 제시해 놓았다. 각 주 역시 연방법을 기본으로 총기 사용 절차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도 독일과 비슷하다. 일본의 총기사용 매뉴얼은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하다. 일본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7조와 내규인 경찰관 총·봉 사용과 취급규칙에서 경찰관의 총기 사용을 담고 있다. 총기사용 요건은 흉악범죄와 강력 범죄로 제한하고 내란이나 살인, 강간, 강도, 방화 등으로 총기사용 범죄를 구체화하고 있다. 범인이 칼이나 흉기 등을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만 총기를 쓸 수 있다. 먼저 경찰관이 총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첫 발을 하늘에다 쏜 뒤 경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는 자위수단으로 사전 경고없이 발사할 수도 있다. 서울 김진아기자·도쿄 이종락특파원 jin@seoul.co.kr
  • [양승태號 사법개혁 2제] 내년 첫 재판연구원 100명 뽑는다

    내년 4월 사상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 100명이 재판연구원으로 채용된다. 이들은 1, 2심 법원의 재판연구원으로 3년간 근무한 뒤 일부가 법관으로 임용된다. 2013년부터 200명을 뽑는다. 이들은 정식 공무원이 아닌 계약직 신분이다. 사법연수원 수료생은 2013년부터 재판연구원으로 지원할 수 있다. 대법원은 재판연구원을 5개 권역의 고등법원장이 선발하는 방안을 1일 발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연구원 임용권자는 대법원장이지만, 인사권 분산을 위해 전국 고법원장에게 최종 선발권한을 위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판연구원은 필요한 법관에게 배속돼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검토, 판례분석 등 재판 보조업무를 맡는다. 재판연구원 지원서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교부한다. 1차 서류전형(로스쿨 성적, 실무수습, 전문분야, 공익활동)을 거쳐 논술전형인 2차 필기시험과 3차 구술면접을 통해 뽑는다. 변호사 시험 합격자가 대상이다. 이와 관련, 고시낭인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다시 재판연구원 낭인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종 합격자에 대한 통지는 내년 2월 중순 이후로, 실제 임용은 4월 10일 이후가 될 전망이다. 희망자는 출신 로스쿨 소재지와 상관없이 전국 고법 권역에 지원할 수 있고, 근무희망 권역을 2지망까지 기재할 수 있다. 법원은 재판연구원 선발 계획이 마련된 만큼 로스쿨별 선발비율 등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아내살해 교수 징역30년 선고…법개정후 최고형

    내연녀와 짜고 이혼소송 중인 아내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사체유기)로 구속기소된 대학교수에게 국내 유기징역 판결 사상 최고형인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지난해 10월 유기징역 상한이 최고 25년에서 50년으로 높아진 개정 형법이 시행된 후 징역 25년 이상으로 선고된 첫 사례다. 부산지법 형사합의6부(김동윤 부장판사)는 1일 경남지역 모 대학교수 강모(53)씨에게 징역 30년을, 내연녀 최모(50)씨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에 대해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했고, 알리바이를 조작했을 뿐만 아니라 공범과 주고받은 모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메시지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며 시신을 유기해 실종으로 은폐하려 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재산문제가 범행의 동기가 됐을 것으로 보이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데다 피해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중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평생법관제 안착 의지 반영

    28일 단행된 양승태 대법원장의 첫 법원장급 인사는 평생법관제 안착 의지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에 화답하듯 일선 법원장들은 후배 기수가 대법관으로 제청됐지만 용퇴한 이가 없었다. 때문에 이번 법원장급 인사는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 그쳤다. 대법원은 법원행정처 차장에 전임자인 사법연수원 12기 김용덕 차장보다 1기수 선배인 고영한 전주지법원장을 보임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행정처 차장의 기수가 다시 올라간 것을 다소 의외라고 받아들인다. 이는 차장 자리에 김 차장 후배가 올 경우 일선 법원장들이 동요해 사표를 내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읽힌다. 또 행정처 주요 보직에 호남 인사가 부족한 것을 감안해 광주 출신인 고 법원장을 발령한 것으로, 지역 안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차장 기수가 현재보다 내려갔다면 일선 법원장 가운데 사표를 내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평생법관제 안착을 위해 기수 역전 현상도 불사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는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불리는 개정 변호사법(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수임을 제한) 시행과 양 대법원장의 강력한 평생법관제 추진 의지와도 맞물린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법원장 임기제 시행도 검토하고 있다. 법원장 임기제는 법원장 임기를 3년 안팎으로 제한하고, 법원장의 임기가 끝나면 다시 재판부로 돌아와 법정에 들어가도록 하는 체제를 말한다. ●‘덕장형’ 김진권 서울고법원장 신망 두터워 신임 김진권 서울고법원장은 전북 출신으로, 이번 인사에서 호남을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기수 파괴, 지역 안배 등 이번 인사의 특징들은 향후 양 대법원장의 인사 스타일에도 상당 부분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법원장은 소탈하고 온화한 성품의 ‘덕장형’ 법관으로 법원 내외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1979년 부산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후 28년간 민·형사, 가사, 행정 분야 재판을 두루 맡아 원만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 남원(61) ▲부산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원장 ▲수원지법원장▲대전고법원장. ●고영한 법원행정처 차장 조직 장악력 탁월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보임된 고 법원장은 사법 행정에 밝고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타고난 친화력으로 유관 기관과의 업무 조정 능력이 탁월한 점도 장점이다. 1991년 서울고등법원에 근무할 당시 유성환 의원에 대한 ‘국회의원 면책특권사건’ 판결은 근대사법 백년사의 100대 판결 중 하나로 선정돼 헌법 교과서에서 인용되고 있다. 전주지방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종합민원실 1일 민원상담관으로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주(56) ▲대전지법 판사 ▲프랑스 국립사법관학교 교육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건설국장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 ▲전주지방법원장. ●김병운 전주지법원장 소수자 보호에 충실 김병운 신임 전주지방법원장은 1985년 법관에 임용된 이래 재판 업무에 매진하여 왔고, 4년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는 등 탁월한 법리로 정평이 나 있다. 당사자의 말을 경청하고 소수자 보호에 충실한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정다감하고 사건 당사자들에게 친밀하다. ▲충북 옥천(54) ▲서울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동두천 성폭행 미군 징역15년 구형

    경기 동두천에서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속된 잭슨(21·가명) 이병에 대해 징역 15년의 중형이 구형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광진)는 21일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박인식)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중형을 구형했다. 어린 학생을 상대로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범죄행위를 저질러 동정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구형 이유였다. 이날 오전 10시 잭슨 이병이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손목이 묶인 채 공판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방청석이 술렁였다. 절차에 따라 검찰이 공소 사실을 읽었다. 검찰이 “피고인은 칼과 가위로 어린 여학생을 위협해 4시간가량 수차례 성폭행하고 볼펜, 라이터 등을 이용해 변태 행위를 했다.”고 밝히자 방청석이 다시 술렁거렸다. 검사가 읽은 기소 내용을 통역관을 통해 전해 듣는 잭슨 이병은 고개를 숙인 채 숨조차 쉬지 않는 듯했다. 검찰은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자료를 잇따라 제시했다. 증거에는 당시 잔혹했던 사건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피해자의 찢어진 속옷과 사건 당시 사용됐던 칼, 엽기적인 행위에 사용한 볼펜 등의 사진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 전후 이용한 고시텔 밖에 설치된 경사가 가파른 철제 계단 사진을 제시하며 “만취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계단을 이용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취약한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가중 처벌의 요소가 된다.”며 15년의 중형을 구형했으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공개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피고인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은 사건 당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해 있었다.”며 심신 미약 상태를 주장했다. 잭슨 이병은 최후변론에서 작은 목소리로 “어린 학생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을 깊이 반성한다.”면서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죄하고 싶고 사형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9시 50분 의정부지법에서 열린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국제사회 반응

    거의 모든 나라가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을 환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카다피의 죽음은 서방세계가 벌인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면서 “이는 또한 다른 중동 독재자들에 대한 강력한 경고다. 철권통치는 반드시 무너진다.”고 밝혔다. 이어 “리비아는 이제 안정된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위한 멀고 힘든 길을 가야 한다.”며 “미국은 (리비아의) 조속한 임시정부 구성과 함께 첫 번째 자유·공정 선거를 기대한다.”고 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리비아 국민에게 새 장이 열린 것”이라며 새 정부가 민주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리비아 국민은 이제 민주적인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마침내 평화를 위해 정치적으로 거듭날 길이 열렸다.”고 했다. 이들 4명의 정상은 이날 화상통화를 통해 향후 리비아 정국에 관해 논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카다피군과 반군 모두 평화적으로 무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지금은 복수가 아니라 치유와 재건을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교황청도 “카다피의 죽음이 비극적인 유혈극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카다피 치하의 인권 유린 혐의자 전원을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도 함께 성명을 내고 카다피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이 투항해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카다피가 “순교자”라며 애도를 표시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그들은 그를 암살했고, 이는 또 다른 잔학행위”라며 “우리는 카다피를 위대한 전사 겸 혁명가, 순교자로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인간 심연 들여다본 심리 서적 3권] 의심이 열어준 새세상

    [인간 심연 들여다본 심리 서적 3권] 의심이 열어준 새세상

    신이 없는 세계, 종교적 확실성을 잃은 이 혼란하고 불안한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마음 둘 곳 없는 현대인 덕에 신경정신과 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남과 여가 짝을 맺듯 도시인들은 전담 슈링크(shrink·정신분석의)를 둔다. 심리학을 다룬 책들이 봇물 터지듯 하고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한다. 의심, 고독, 거짓말, 속임수 등 갈래는 다르지만 인간 심리의 바닥을 들여다본 책들을 모았다. ‘의심의 역사’(제니퍼 마이클 헥트 지음, 김태철·이강훈 옮김, 이마고 펴냄)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2600년 동안 동서양의 종교적 의심을 연대기적으로 살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과학사를 전공한 저자는 그리스신화에서부터 유대교,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각 지역종교의 발생과 변천과정을 추적하며 믿음의 역사 이면에 가려진 의심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모교에서 예술창작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역사상 최초의 의심은 2600년 전의 일로서 모든 신앙보다 오래되었다. 신앙은 멋진 것일 수는 있겠지만 유일한 멋진 것은 아니다. 의심은 신앙 못지않은 생동감으로 좋은 삶을, 열정으로 진리를 처방해 왔다. 많은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의심은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이 책은 그 성공의 이야기다.”라고 말한다. 방황하는 인간은 주로 신을 찾는다. 절망에 처했거나 환희에 빠진 자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도 ‘오, 신이시여’다. 프로타고라스의 책 ‘신에 관하여’는 오직 첫 문장만 남아있지만 그 위력은 대단하다. “나는 신이 존재한다, 안 한다 말할 수 없다. 어떤 모습인지도 말할 수 없다. 그 앎을 가로막는 요인들이 너무 많은데, 그중 논의 대상이 불분명하고 인간 삶이 너무 짧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이 책 때문에 프로타고라스는 신성 모독으로 기소되었고 재판 전에 바다 건너 시칠리아로 도망가다가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심의 역사는 종교 역사의 네거티브 상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실체 없는 역사의 그림자는 아니다. 종교적 거장들이 위대한 말로 세계를 영원히 바꿔 놓았다면, 의심도 성실하게 진리를 추구해 왔다. 믿음에 거룩한 성인과 순교자들이 있다면 의심에도 소크라테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 당대의 권력과 사회통념에 도전함으로써 역사를 진전시켰던 위대한 ‘의심의 영웅’들이 있다. 우리의 삶은 불공정하다. 우리는 정의를 갈망하지만, 세상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고통스러운 일들이 별 이유도 없이 벌어진다. 세상에 존재하는 불의의 문제는 많은 신앙인을 회의에 빠지게 한 민감한 주제였다. 근대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신이 악을 막아내고자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면 신은 무능하다. 능력은 있는데 그럴 의향이 없다면 신은 악하다. 능력도 있고 의향도 있다면? 그렇다면 악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라고 의심했다. 저자는 여기서 성서 가운데 ‘욥기’를 의심의 텍스트로 다시 읽는다. 욥은 선량한 사람으로 신에게 축복받았다. 그러나 어느 날 신은 그의 신실함을 놓고 사탄과 내기를 벌인다. 욥에게 갖은 박해를 가하던 신이 욥을 꾸짖고 다시 선물을 주어 화해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인간에게는 정의가 있지만 신에게는 없다. ‘욥기’는 이런 정의 없는 세계에 대한 체념의 우화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현대 작가 엘리 위젤은 홀로코스트 당시 죽음의 수용소에서 가장 사랑받던 어린아이를 게슈타포가 데리고 가 목매달아 죽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을 보고 누군가가 “도대체 지금 신은 어디 있는가?”라고 말하자 위젤은 중얼거린다. “그는 지금 이곳에 목매달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정말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의심뿐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지혜, 지식, 친구, 가족에 헌신하고 지역사회, 돈, 정치, 쾌락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지속적인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마음을 열고 정신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의심하고 변화를 기대하고 죽음을 수용해야 인생을 즐길 수 있다.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항상 바보처럼 살라.”(Stay foolish)고 말했다. 그도 아인슈타인처럼 가장 위대한 의심가였다. 2만 8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郭 “2억 선의… 이면합의 몰랐다” 혐의 전면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는 17일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과 박명기(53) 서울교육대 교수에 대한 첫 공판에서 공직선거법 232조 ‘후보자에 대한 매수 및 이해유도죄’ 항목에 대한 법률 책의 내용을 이례적으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근무한 한도원씨가 쓴 ‘축조해설: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 등 교과서를 소개하며 “사전 약속 없이 대가와 무관하게 (후보직을) 사퇴했더라도 나중에 이익이 제공되면 처벌할 수 있다는 법 해석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대법원 판례를 보면 이익제공 약속 없이 후보자를 그만뒀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이익을 제공받은 사람을 처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에서 해석을 절대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말은 아니다.”면서 “사회 현상에 따라 법 해석이 바뀔 수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재판부는 또 “결과적으로 재판의 핵심 쟁점은 대가성 여부이고, 이와 관련한 사전합의 여부는 중요한 범죄 구성 요건과 양형자료가 된다.”고 정리했다. 곽 교육감 측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변호인 측 모두 진술에서 곽 교육감은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에 대해 “진실을 법이 지켜줄 것”이라고 전제, “꼬리 자르기 같아 내키지 않고 부끄럽지만 지난해 5월에는 이면합의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또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 모르게 됐다는 의미”라면서 “이후 내가 깨달은 보다 높은 차원의 도덕률을 따라 박 교수의 형편이 나쁘다는 얘기를 듣고 돕기로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치열한 법리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박 교수도 “단일화 당시 선거비 보전 명목의 경제적 지원에 대해 서로 내용을 공유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직접 만나 보니 곽 교육감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곽 교육감 측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걸 보니 사기꾼들에게 당해 자살한 사람들의 심정도 이해된다고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 얘기하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이후 언론에 보니까 내가 빚쟁이에 시달린다느니, 인사 지분을 지나치게 요구했다느니, 자살을 생각했다느니 하는 얘기가 뒤덮고 있더라.”라고 주장했다. 다음 달 1일 열리는 2차 공판에서는 사전합의에 연루된 곽 교육감 측과 박 교수 측 인사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14세 소녀에 ‘동성애 사랑법’ 가르친 女교사 논란

    미국의 여교사가 14세 소녀에게 ‘동성애 사랑법’을 코치한다는 명목으로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ABC뉴스 등 현지 언론의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주에 사는 레베카 델라가르자(26)는 자신이 체육교사로 일하는 학교의 여학생에게 접근해 동성연애와 관련한 그릇된 정보를 제공하고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었다 발각됐다. 당시 델라가르자는 이 여학생과 8개월 간 관계를 맺었고, 동성연애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 2만2000통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여학생의 부모가 딸의 휴대전화에서 부도덕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하고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해당 여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델라가르자와 사무실 또는 학교 창고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을 시인했으며, 학교 관계자들도 이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델라가르자를 아동성범죄 혐의로 체포했다. 현지 언론은 그녀가 오는 11월 첫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최대 20년 형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곽노현 보석청구 기각 “증거인멸 우려”… 직무정지 계속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곽노현(57) 서울시교육감이 불구속 재판을 주장하며 제출한 보석 청구에 대해 12일 법원이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형두)는 “피고인이 죄증을 인멸하거나 그럴 만한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박명기(53) 서울교대 교수가 낸 보석청구도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며, 직무 정지는 계속된다. 곽 교육감 변호인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원칙인 필요적 보석이 지켜지지 않아 아쉽고 안타깝다.”면서 “재판에서 억울함을 밝혀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석 재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곽 교육감 구속 당시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면서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결국 ‘증거 인멸 우려’가 곽 교육감을 구속 상태에 있게 하는 이유인 셈이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6월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같은 진보진영의 후보로 나왔다가 단일화에 합의해 중도 사퇴한 대가로 박 교수에게 올해 2~4월 6차례에 걸쳐 2억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됐다.첫 공판은 오는 17일 열린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약자의 시각으로 석궁사건 보았죠”

    “약자의 시각으로 석궁사건 보았죠”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함께 했던 정지영(65) 감독과 배우 안성기(59)가 모처럼 호흡을 맞췄다. 2007년 전직 대학 교수가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현직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사건’을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것. 정 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들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당시 변호인 측은 부러진 화살이 없어진 데다 와이셔츠의 혈흔이 없고, 우발적인 발사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사법부를 공격해 죄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인공 김경호 역을 맡은 안성기는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러진 화살’ 기자회견에서 “‘남부군’은 처음 빨치산 시각으로 전쟁을 다룬 영화였고, ‘하얀전쟁’ 역시 (베트남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후유증을 다룬 첫 영화였다.”면서 “‘부러진 화살’ 역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고, 약자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또 “‘남부군’에서 빨치산의 시각을 담은 것도 당시에는 영화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결국 검열을 거쳐서 나왔기 때문에 시대가 거기까지 자유스러워졌다.”면서 “영화는 어떤 다른 문화예술 매체보다도 제일 민감하고 사회가 인정해 주는 마지막선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우연히 ‘부러진 화살’이라는 르포를 문성근씨 추천으로 읽었는데 ‘석궁 사건’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재미있기도 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또한 “‘부러진 화살’을 갖고 안성기씨를 찾아가서 두 가지를 말했다. 돈이 없어서 개런티를 제대로 못 준다는 것과 이전에 함께 한 두 작품이 정치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이었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를 했다.”며 섭외 뒷얘기를 들려줬다. 부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정지영·안성기, 석궁테러 영화에 의기투합한 까닭은?

    정지영·안성기, 석궁테러 영화에 의기투합한 까닭은?

     ‘남부군’(1990), ‘하얀전쟁’(1992) 등 사회성 짙은 작품을 함께 했던 정지영(65) 감독과 배우 안성기(59)가 모처럼 호흡을 맞췄다. 2007년 전직 대학 교수가 재판에 대한 불만으로 현직 부장판사를 공격한 ‘석궁 사건’을 영화로 만든 ‘부러진 화살’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것.  정 감독이 13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들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당시 변호인 측은 부러진 화살이 없어진 데다 와이셔츠의 혈흔이 없고, 우발적인 발사라며 의혹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사법부를 공격해 죄질이 중대하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내렸다.  주인공 김경호 역을 맡은 안성기는 10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러진 화살’ 기자회견에서 “‘남부군’은 처음 빨치산 시각으로 전쟁을 다룬 영화였고, ‘하얀전쟁’ 역시 (베트남전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과 후유증을 다룬 첫 영화였다.”면서 “‘부러진 화살’ 역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영화이고, 약자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또 “‘남부군’에서 빨치산의 시각을 담은 것도 당시에는 영화화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결국 검열을 거쳐서 나왔기 때문에 시대가 거기까지 자유스러워졌다.”면서 “영화는 어떤 다른 문화예술 매체보다도 제일 민감하고 사회가 인정해 주는 마지막선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우연히 ‘부러진 화살’이라는 르포를 문성근씨 추천으로 읽었는데 ‘석궁 사건’에 대해 내가 잘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재미있기도 해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또한 “‘부러진 화살’을 갖고 안성기씨를 찾아가서 두 가지를 말했다. 돈이 없어서 개런티를 제대로 못 준다는 것과 이전에 함께 한 두 작품이 정치사회적으로 껄끄러운 작품이었지만 성공했다는 얘기를 했다.”며 섭외 뒷얘기를 들려줬다.  부산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악성’ 외국계 금융사 주가조작에 첫 경종

    ‘악성’ 외국계 금융사 주가조작에 첫 경종

    법원이 6일 허위 감자설 유포를 통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에 대해 실형 3년의 유죄를 선고했다. 외국계 금융사의 주가조작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첫 판결로 기록됐다. 특히 외국의 악성 투기자본이 한국 주식시장을 ‘물’로 보고 주가 조작을 통해 개미들의 돈을 빨아들이거나 인수대상 기업의 지분을 늘리는 형태에 대해 엄단한 판결이다. 그만큼 의미가 깊다. 이번 판결이 다시 상고돼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주가조작으로 피해를 본 소액 주주들의 민사소송도 가능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 조경란)는 론스타 본사에서 전권을 위임받아 외환은행 인수과정을 총지휘했던 유 전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증권거래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또 론스타코리아의 페이퍼컴퍼니인 LSF-KEB 홀딩스 SCA에 대해서도 양벌규정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 전 대표가 2003년 11월 외환은행 이사회 당시 론스타가 허위 감자를 유포할 것을 사전 모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11월 19일에 외환은행 이사회 후 조선호텔 커피숍에서 론스타 측 이사들과 론스타 재무자문사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증권 관계자들이 주가를 떨어뜨리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이다. LSF-KEB 홀딩스 SCA에 대해서도 대표자인 마이클 톰슨이 감자 검토 발표 모의에 가담했으므로 양벌규정에 따라 유죄라고 선고했다. 다만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유 전 대표가 외환은행의 실질적 대표자가 아니라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결국 외환은행과 LSF-KEB 홀딩스 SCA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것은 대표자가 증권거래법 위반행위에 가담했는지 여부에 따라 양벌규정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감자 검토를 발표한 것은 론스타 측 이사들 사이에서 모의한 것이기 때문에 외환은행은 여기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의 론스타 유죄취지의 판결로써 론스타 문제가 5년에 걸친 법정공방이 사실상 종결됐다. 론스타 사건은 2004년 투기자본 감시센터가 주식취득 무효소송을 내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외환은행 인수과정에 대해 제기됐던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지만 유 전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4차례나 기각됐다. 2006년 당시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잇따른 영장기각에 대해 “남의 장사(수사)에 소금을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분(人糞)을 들이붓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하자 이상훈 법원행정처 차장은 “검찰에 인분 냄새가 진동하겠네. 정말 인분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맞받아치면서 법원과 검찰 간의 영장갈등이 비등점에 달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외환은행 인수과정에서 제기됐던 흑막 전모를 규명하지 못해 씁쓸한 반쪽의 승리”라고 평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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