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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명함에 ‘영화·드라마 작가’

    #장면 하나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신정구 작가. 오는 22일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 ‘작업의 정석’이 개봉한다.‘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B형 남자친구’도 신 작가도 작품이다.#장면 둘 드라마 ‘파리의 연인’과 ‘프라하의 연인’으로 유명해진 김은숙 작가. 그녀의 시나리오 ‘백만장자의 첫 사랑’이 영화로 맹렬히 촬영되고 있다. 현빈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와 드라마 작가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드라마 작가들이 빚어낸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물론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지상학 작가가 스크린과 브라운관 양쪽에서 솜씨를 뽐냈고, 김수현 작가도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 3부’,‘어미’ 등을 집필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유례없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인정옥(아일랜드-여고괴담), 고은님(환생-번지점프를 하다), 조명주(접속-가을소나기), 박계옥(건빵선생과 별사탕-행복한 장의사), 설준석(불량주부-잠복근무), 윤학열(LA아리랑-오 해피데이), 김성덕(남자셋 여자 셋-은장도) 등등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렇듯 영역 파괴가 일어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 판에서 이야기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반면, 양쪽 모두 수요에 비해 역량 있는 작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 영 KM컬쳐 이사는 “드라마의 질적 수준이 영화 못지않게 향상되며 영화 쪽에서 드라마 작가의 역량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면서 “특히 로맨틱 멜로나 코미디에서 보여주는 순발력을 높이 사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또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낼 수 있어 윈-윈 현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작가들로서는 사실 영화에는 경제적 매력이 없다.1년 넘는 시간을 쏟지만 편당 최대 5000만 원 이상 받기 힘들다. 반면 드라마는 A급 작가라면 회당 1000만∼1500만원을 거머쥘 수 있다. 그럼에도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화에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치기를 해야 하는 드라마보다는 영화가 문장력을 높이고 시간을 들여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도 하다. 브라운관 작가의 활약은 영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김은숙 작가는 한 때 연극 대본을 써서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또 현재 MBC 드라마 ‘결혼합시다’를 집필하고 있는 예랑 작가는 최근 에세이와 소설이 결합된 이색 형식의 ‘키다리아저씨’(이미지박스 펴냄)라는 책을 내놨다.영화 ‘아찌 아빠’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던 예랑 작가는 “어떤 분야의 작가이건 순수문학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다양한 글쓰기를 하고 싶어 한다.”면서 “나도 드라마 대본을 많이 썼지만 앞으로는 수필, 시, 영화 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싶다.”고 전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슈로 본 2005 문화계](2) 공연계 ‘빈익빈 부익부’

    올해 국내 공연계는 어느해보다 해외 유명단체의 내한 공연이 풍성했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21년 만의 내한,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4부작 한국 초연, 세계 3대 발레단인 영국 로열발레단과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잇단 내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브로드웨이팀 무대 등은 공연 애호가뿐만 아니라 일반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단체의 이름값에 치르는 비용은 만만찮았다. 최근 몇년간 치솟던 클래식 티켓가격은 무려 45만원까지 올랐지만 객석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반면 국내 단체들의 무대에는 찬바람이 여전했다. 공연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형국이다. ●고공비행하는 티켓가격 지난 11월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가진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1984년 카라얀의 지휘로 내한한 이후 오랜만의 공연이라는 역사적인 의미외에 사상 최고의 티켓가격으로 공연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각각 45만원,35만원인 R석과 S석이 공연 티켓의 65%를 차지했지만 이틀 공연 동안 전체 좌석 점유율 98%, 유료 관객 80%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9월에 공연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4부작은 18시간에 걸친 나흘간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국내 공연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 공연 역시 25만원짜리 R석이 전회 매진 된 것을 비롯해 전체 유료 관객이 70%에 달했다. 클래식뿐만 아니라 영국 로열발레단(R석 20만원), 러시아 볼쇼이발레단(R석 25만원)등 무용과 지난 2월 내한한 ‘노트르담 드 파리’(VIP석 25만원)같은 뮤지컬에서도 티켓가격의 고공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연극계도 빈인빅 부익부 클래식, 발레, 뮤지컬 분야에서 티켓가격의 양극화가 두드러진 반면 연극계에서는 스타 캐스팅의 여부에 따라 흥행이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는 스타들의 대학로 나들이가 유독 잦았다. 지난 3월 양동근이 ‘관객모독’에 출연해 기대 이상의 관객몰이를 한 데 이어 유오성은 지난 7월 ‘테이프’에, 설경구는 지난달 ‘러브레터’에 출연했다. 연극배우 출신인 유오성과 설경구는 8∼9년 만의 무대 복귀로 관심을 모았다. 여배우 심혜진도 ‘아트’로 첫 연극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 9월 남산 드라마센터 개관 43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됐던 장진 연출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전무송 박상원 전양자 등 연극과 TV를 넘나드는 중견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유료 관객 90%를 웃도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들 외에 현재 대학로에서는 연극제작자로도 나선 유지태의 창작극 ‘육분의 륙’과 10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 문성근의 ‘마르고 닳도록’이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스타들의 연극무대 복귀는 상대적으로 소외 장르인 연극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순기능이 있지만 반면 스타가 나오지 않는 일반 연극을 외면하게 만드는 역기능도 만만찮은 게 사실. 한 공연기획자는 “스타 출연 공연에 밀려들었던 관객이 공연 이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심혜진 ‘그 여자’로 정통 멜로드라마 컴백

    심혜진 ‘그 여자’로 정통 멜로드라마 컴백

    “치렁치렁한 가발과 검은 드레스만 벗어던져도 그게 변신이에요.” 심혜진이 정통 멜로드라마로 돌아온다. 오는 9일 시작하는 SBS 금요드라마 ‘그 여자’(연출 이현직, 극본 소현경)를 통해서다. 사실 돌아왔다는 말은 별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MBC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긴 생머리+검정 옷+도끼+고스톱’ 이미지가 굳어져가는 동안에도 늘 다른 연기를 해왔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아트’를 통해 생애 첫 연극 무대에 올랐다. 또 북남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국경의 남쪽’과 내년 방송 예정인 드라마 ‘궁’의 촬영에도 땀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일산에서 만난 심혜진은 “신인이라면 몰라도…. 시트콤을 하며 정극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놀랍다거나 새롭지는 않아요.”라면서 “둘 다 연기한다는 것 자체는 차이가 없잖아요.”라고 반문했다. “시트콤 이미지를 떨치려고 일부러 택한 것은 아니에요. 제작진에서 그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캐스팅하지도 않았을 거고요. 굉장히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고, 저는 감정에 충실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할 뿐이에요.” 연기 경력 20년을 채워가는 중견 연기자에게서 자신감이 뚝뚝 묻어난다. 하지만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정말 오랫동안 연기한 것 같아요. 세월의 변화를 많이 느끼죠. 아줌마 연기를 해도, 할 때는 모르다가 휴식 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아줌마가 됐구나.’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예전에 발랄하고 예쁜 역할도 많이 해봐 위안이 되죠.” 이번에 맡은 배역은 현모양처였지만, 남편의 외도로 이혼하게 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지수. 게다가 나중에 사랑에 빠지는 연하 남자가 남편을 바람나게 했던 여자와 결혼한 사람이다. 뻔한 스토리에 관계를 꼬고 꼬는 드라마일 것 같았다. 이에 대해 심혜진은 “드라마 소재가 반복된다고 하지만, 사실 그게 우리가 사는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요?”라면서 “처음에는 피해자였다가 나중에는 가해자로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역할이라고 느꼈어요.”라고 설명한다. 불쑥 자신의 성격을 자기도 모르겠다는 말을 던진다. 숱하게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실제 성격을 잊어버릴 정도가 됐다는 심혜진. 만큼 언제나 연기에 혼신을 다했다는 방증인 것 같다. 그녀의 또 다른 아줌마 연기가 겨울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기를 기대해 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영화배우 유지태가 나온다고?

    영화배우 유지태가 제작자 겸 주연으로 참여하는 창작극 ‘육분의 륙(戮)’이 12월1일부터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네모극장에서 공연된다. 지난해 4월 배우 오달수와 함께 2인극 ‘해일’로 연극무대에 데뷔했던 유지태는 최근 영화·공연제작사 ㈜유무비를 설립하고 첫 작품으로 ‘육분의 륙’을 준비해 왔다.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6명으로 구성된 상류층 가족의 기이한 관계를 그린 ‘육분의 륙’은 유지태가 직접 원안을 썼고,‘해일’을 연출했던 이해제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유지태는 재벌 3세이자 경제연구소 연구원인 ‘정민부’역을 맡아 가족들에게 러시안 룰렛게임을 제안하며 아찔한 살인게임을 즐긴다. 그는 “대한민국 대다수 시민들은 로또와 같은 ‘한방의 꿈’판타지를 갖고 있다.”면서 “보통 사람들의 판타지를 대변하면서 죽음마저도 도구로 이용되는 자본주의의 추악한 단면들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활동 중인 장현성이 유지태와 번갈아 ‘정민부’로 출연하고, 주진모 고수희 진이한 이주현 김정호 등이 허영과 욕망에 가득 찬 가족들로 출연한다.(02)541-4519.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강서구 ‘눈높이 연극’ 인기

    강서구 ‘눈높이 연극’ 인기

    ‘국립극단도 부럽지 않아요.’ 창단한 지 2년도 채 안된 서울 강서구립극단이 앙코르 공연에다 초청공연까지 나설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시내에서 극단을 운영하고 있는 자치구는 강동구와 강서구 2곳뿐이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극단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례적인데,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그 성공 비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객석 점유율 90% 인기 고공행진 강서구(구청장 유영)에 따르면 강서구립극단은 다음달 16일부터 18일까지 강서구민회관 소극장에서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이 작품은 지난 10월 허준 축제 기간 때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이달 24일에는 중랑구청 대강당에서도 ‘오아시스’를 공연한다. 중랑구의 초청으로 이뤄진 첫번째 원정 공연이다. 신경원 구 문화관광팀장은 “앙코르 공연은 주민들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면서 “타 구에서도 공연을 요청하는 등 구립 극단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창단된 강서구립극단은 1년 9개월 동안 5개의 작품을 공연했다. 매 작품마다 평균 객석 점유율이 80∼90%를 웃돈다. 전형재 수석단원은 인기 비결에 대해 “구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창작극을 재미있게 공연해 큰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면서 “심오한 작품을 하기보다는 구립극단의 창단 목적에 맞게 주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극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원들 자부심 국립극단 못지 않아 실제로 이들이 공연한 작품은 모두 창작극이다. 이강백 작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를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을 시작으로 장성희 서울예술대학 교수의 어린이 국악 뮤지컬 ‘솜사탕은 누가 지키지’, 송미숙 단장의 가정 극 ‘사랑이 가기전에’ 등을 무대에 올렸다. 프로다운 단원들의 노력도 성공의 요인이다. 송미숙 단장과 전형재 수석단원 등 15명의 단원들은 매 공연이 오르기 3∼4개월 전부터 거의 매일 만나 연습에 열을 올린다. 한 단원은 “국립극단에 비교하면 급여 수준에 차이가 있지만 어떤 극단 못지않게 큰 자부심을 갖고 작품에 임한다.”면서 “구립극단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문화예술의 보급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무감도 크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구의 지원은 든든한 버팀목 강서구의 꾸준한 지원도 극단의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급여, 제작비 지원은 물론이고 구민회관에 소극장을 새로 만들어 연습 및 공연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관람료는 2000∼3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다. 송미숙 단장은 “구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줘 큰 힘이 된다.”면서 “단원들뿐만 아니라 연극의 문턱이 높아 접근하지 못했던 구민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 단장은 또 “앞으로 강서구립극단에서 발굴한 좋은 작품과 단원들을 대학로로 ‘역수출’ 할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이자 희곡작가협회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정숙 작가의 창작극. 평범한 인물 강태국의 세탁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소시민의 삶과 애환을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관람 문의 02-2600-6592.
  •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 낸 무서운 신인 김애란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 낸 무서운 신인 김애란

    “사람의 유전자에는 나무에 대한 친숙한 기억 인자가 있어서 나무로 만들어진 종이나 책을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대요. 종이책 시대에 책을 낼 수 있어 기뻐요.” 탁자위에 놓인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창비)를 손끝으로 매만지던 그가 담담한 어조로 소감을 말했다. 김애란. 자신의 이름을 건 첫번째 책을 내놓기도 전에 이미 문단의 유명세를 탔던 무서운 신인이다.1980년에 태어났으니 이제 만 스물다섯. 대학(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다니던 2002년, 난생 처음 쓴 단편 ‘노크하지 않는 그녀들’로 대산대학문학상을 받을 때부터 싹수는 파릇파릇했다. 하지만 이후 문예지에 한두 편씩 발표한 그의 작품들이 현대문학상 최종심에 오르고,‘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에 선정되더니 마침내 이달 초 한국일보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하기까지의 아찔한 속도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이달초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 수상 ‘상복이 많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네자 동의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어린 나이에 큰 상을 받았다고 주위 어른들이 염려를 많이 하세요. 상의 무게에 눌리거나 겁먹지는 않으려고 해요.” 부모님이 계신 고향(충남 서산)마을에는 축하 현수막이 내걸렸단다. 문학상을 신춘문예로 잘못 썼지만 “전봇대에 올라가서 고칠 수도 없고 해서 그냥 놔뒀다. 신춘문예는 동네 어르신들이 주신 상으로 알고 그냥 받기로 했다.”며 웃었다.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는 아버지 부재와 가난의 풍경을 경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표제작을 비롯해 9편의 단편이 실렸다.‘달려아, 아비’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지하 단칸방에 사는 ‘나’는 만삭의 어머니를 버려둔 채 집을 나간 아버지를 원망하거나 애틋하게 그리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상할 뿐이다.‘내겐 아버지가 없다. 하지만 여기 없다는 것뿐이다. 아버지는 계속 뛰고 계신다.’(15쪽) 지방 소도시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소년의 성장기 ‘스카이콩콩’, 잃어버린 아버지 찾기와 네스호의 괴수 미스터리를 겹친 ‘사랑의 인사’, 불면증에 시달리는 젊은 직장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그녀가 잠 못드는 이유가 있다’ 등은 모두 작가 특유의 자기 긍정이 지닌 가치와 매력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저 자신 속이지 않는 글 쓰고 싶어” 소설을 쓸 때 스스로도 무슨 이야기가 나올 지 모르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다.“머릿속에 존재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이야기를 발견해 가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달려라, 아비’에서의 아버지 이야기도 처음부터 구상된 것이 아니라 도중에 아버지가 뛰어들었단다.“글을 쓰면서 ‘어쩌려고 이럴까’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그래도 계속 가다 보면 ‘아, 내가 여기 오려고 그랬구나.’싶은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참 신기해요.” 앞으로 쓰고 싶은 소설은 ‘무서운 이야기’다. 어떤 내용인지 묻자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직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답이 무성의해 보였다고 느꼈는지 잠시 후 조용히 말문을 연다.“말이 되든 안 되든, 문장이 되든 안 되든 제가 쓴 소설이 저 자신과 독자를 속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글을 쓰고 싶어요.”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겨울나그네’ 8년만에 돌아왔다

    ‘겨울나그네’ 8년만에 돌아왔다

    ‘민우’와 ‘다혜’란 이름을 기억하시는지. 상처입은 젊은 영혼들의 방황과 순애보를 그린 소설가 최인호의 1984년작 ‘겨울나그네’의 슬픈 연인들이 이 겨울,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온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사인 에이콤(대표 윤호진)이 1997년 초연한 뮤지컬 ‘겨울나그네’가 8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예술의전당 10주년 기념으로 마련됐던 초연은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흥행기록과 함께 그해 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고,‘다혜’역의 신인 배우 윤손하를 스타로 부각시키는 등 많은 화제를 낳았다. 2년여의 준비작업 끝에 재공연되는 이번 무대는 초연의 감동과 장점을 살리면서 달라진 시대상에 맞춰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장치들을 추가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극중극 형식으로 삽입되는 연극 ‘갈매기’. 캠퍼스에서 자전거 사고로 운명처럼 만난 다혜와 민우가 연극반에서 ‘갈매기’공연의 남녀주인공을 맡아 사랑을 키워간다는 설정은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민우가 생모에 관한 비밀을 안 뒤 방황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다혜는 사라진 민우를 잊지 못하고 연극배우가 되어 ‘갈매기’를 공연하고, 민우의 연극반 선배인 연출가 현태는 그런 다혜를 남몰래 사랑하며 가슴 아파한다. 민우, 다혜, 현태 세 젊은이의 방황과 사랑은 안톤 체호프의 명작 ‘갈매기’와 겹쳐지며 비극적 정서를 한층 강화시킨다. 일러스트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의 활용도 색다르다. 민우와 다혜의 첫만남, 눈 오는 밤 민우가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마지막 장면 등 파스텔톤의 환상적인 이미지로 감각적인 무대를 선사할 예정. 무대 뒤편을 빽빽이 채우는 자작나무숲의 배경은 ‘겨울나그네’의 아련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낸다. 윤호진 연출가는 “속도감에 취했던 사람들이 이제 스피드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 점에서 8년 전보다 지금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것으로 본다.”면서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을 되돌려주고, 젊은 층에게는 순수한 사랑의 원형을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우(오만석, 민영기), 다혜(윤공주, 전소영), 현태(서범석, 이상현)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뮤지컬 배우인 오만석은 “민우의 캐릭터가 진부하지 않게 보이도록 연기하는 게 숙제”라면서 “화려하고, 빠른 전개의 뮤지컬 홍수 속에서 천천히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12월1∼25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75-660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대형오페라 자체제작 봇물

    대형오페라 자체제작 봇물

    최근 국내 공연예술단체들이 자체 제작한 대형 오페라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성남아트센터를 비롯해 국립오페라단이 거액의 예산을 들여 외국 전문공연기획사의 블록버스트 오페라에 버금하는 대형 오페라를 앞다투어 제작해 무대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예산 규모가 10억원대에 가까운 거액에다 흥행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같은 ‘도전’은 음악계 내에서도 실험적인 무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휘자를 제외하고 연출에서부터 주역 가수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아티스트로 구성, 한국 오페라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파우스트 지난 10월 개관한 성남아트센터가 개관기념 페스티벌 레퍼토리로 야심차게 준비한 오페라다. 오는 24∼2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 극장무대에 오르는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는 전 5막짜리 그랜드 오페라. 올 상반기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로 흥행에 성공하며 고정관객을 확보한 이소영씨가 연출을 맡았다. 김석철, 나승서, 김성은, 김혜진, 강순원, 사무엘 윤등 주역 6명은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맹활약하는 30대 유망주들이다.8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이번 공연은 주역 솔리스트외에 100여명의 합창단과 무용단,60여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총 출동해 스펙터클한 무대로 꾸며진다. 여성 연출가 이씨는 ‘사랑을 위해 영혼을 거는’이야기인 이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여성성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무대도 건축구조물 몇 개에 조명으로 단순하게 꾸미고, 의상도 현대의상으로 준비했다. ‘파우스트’는 오페라의 본고장에서조차 쉽게 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할 대작중의 대작. 스케일에 있어 지존의 자리를 지키던 바그너조차 구노의 이 작품을 보고 같은 소재의 오페라에 도전했으나 결국 단념했던 작품이기도 하다.(031)783-8022. ●호프만 이야기 국립오페라단이 22∼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호프만 이야기’는 연극 연출가 출신 이윤택씨의 첫 오페라 데뷔 무대여서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됐다. 약 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 오페라는 출연진과 합창단, 오케스트라를 합하면 130여명에 이르는 ‘빅’공연이다. 기존의 ‘소리’중심에서 ‘액팅’까지 가미한 새로운 오페라를 시도하고 있는 이씨는 공연 무대를 연극 무대처럼 꾸며 놓는다. 무대 바닥을 방탄 유리로 만들었고, 이 유리 또한 극의 분위기에 맞추어 색이 바뀐다. 200년 전 주인공 호프만이 200년후 우주공간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펼치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이 공연은 ‘SF식 호프만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합창단원들이 우주복장을 하는 등 사이버 분위기가 물씬 풍기도록 했다.(02)586-5283.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사랑의 추억(KBS1 밤 12시) 프랑스 영화계의 새 물결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프랑수아 오종은 요절한 독일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기, 특히 근친상간이나, 성 정체성, 관음증 등 성(性)과 관련된 터부 소재를 과감하게 영상으로 옮기고, 사랑을 권력 관계로 풀이하며, 인간의 도착적인 욕망과 파괴적인 충동을 다루는 점에서 영화계의 이단아 파스빈더의 작품 성향과 비교된다. 오종은 파스빈더의 연극을 각색,‘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1999)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오종이 드라마적인 요소를 도입해 변신을 시도했던 첫 영화로 여겨지고 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여성의 혼란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도입부 20여분 동안 대사가 거의 없는 점이 독특하다. 파리 대학 교수인 마리아(샬롯 램플링)는 남편 장(브루노 크레메)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이들 부부는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던 장이 돌아오지 않는다. 마리아는 혼자 휴가에서 돌아오지만, 집에서 장을 만나 다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주위의 반응이 이상하다. 장의 신용카드는 정지됐고, 친구들은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나선다. 마리아에게는 장이 보이는데, 주변 사람들은 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와중에 장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오는데….2000년작.8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오케스트라의 소녀(EBS 오후 1시50분) 대공황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던 1930년대 후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딸이 희망을 잃지 않고 아름답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은 음악 영화다. 리처드 버튼이 열연했던 종교영화 ‘성의’(1953)로 유명한 헨리 코스터가 연출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였던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실명으로 직접 출연해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을 지휘한다. 실직한 트롬본 연주자 존(아돌프 멘주)은 딸 패트리샤(디에나 더빈)와 가난하게 살고 있다. 저명한 지휘자 스토코프스키를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당한다. 집으로 돌아온 존이 집주인에게 밀린 방세를 건네자, 주변 사람들은 그가 스토코프스키 악단에 들어간 것으로 오해, 축하 인사를 한다. 사랑스러운 딸마저 기뻐하자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 존. 하지만 아버지를 쫓아 리허설을 보러간 패트리샤는 취직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고, 방세도 극장에서 지갑을 주워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패트리샤는 아버지 취직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1937년작.84분.
  • 헝가리 오페레타 시어터 20일 첫 내한

    헝가리 오페레타 시어터 20일 첫 내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페레타 시어터 오케스트라가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오페레타란 오페라에 비해 가벼우면서 연극처럼 대사가 많고, 춤도 있어 보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한국에서 처음 공연을 갖는 부다페스트 오페레타 시어터 오케스트라는 이번 무대에서 베르디의 ‘리골레토’, 푸치니의 ‘라 트라비아타’의 아리아 등을 들려준다. 이외에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로에벤의 ‘마이 페어 레이디’ 등 귀에 익은 선율들을 선보일 예정. 이 연주단은 정통 오페레타 공연 외에 개성있는 연주자들과의 협연으로 공연의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섹시한 옷차림 등으로 무대를 휘어잡는 바네 사 메이, 기타리스트 알 디 메올라, 피아니스트 리처드 클레이먼 등과 함께 공연하는 것은 물론 록 오페라, 뮤지컬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해 낸다.(02)543-1601.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어린이 ■ 하마가 난다 13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하늘을 나는 꿈을 이룬 라이트 형제와 조선시대 발명가 정평구의 이야기.(02)382-5477. 클래식■ 요요마 첼로 독주회 1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50대에 들어간 첼리스트의 거장 요요마의 원숙미를 느낄 수 있는 콘서트.‘첼로의 성서’라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3,5,6번을 연주할 예정. (02)543-1601. ■ 청소년 음악회 19일 성남문화재단 콘서트홀(031)729-5615. ■ KBS 제581회 정기연주회 10일 KBS홀,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781-2246. ■ 안지윤 바이올린 독주회 14일 금호아트홀(02)587-5961. ■ 이재은 첼로 독주회 12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02)586-0945. 미술■ 신동권전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더 스페이스. 그의 풍경화는 다분히 신화적이다. 오로라를 거느린 둥근 해와 달이 나무와 함께 공중에 장엄하게 펴져 있는 모습에서 일상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의 독특한 색채원근법으로 인해 해와 달 등의 모티브가 동일한 평면에 놓이면서도 공간감을 준다.(02)514-2226. ■ 프로망제전 프랑스 신구상주의 대표적인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 당대의 사회·정치적인 면을 주제로 작업을 하는 그는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반전 메시지 등을 담은 작품 등을 선보인다.(02)2188-6063. ■ 아시아큐비즘전 한·중·일 등 아시아 11개 국가에서 큐비즘(입체주의)이 어떻게 수용됐는지를 비교·감상할 수 있다. 서구가 정물을 다룬 반면 아시아에서는 가족과 자연을 주제로 다소 서정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년 1월30일까지.(02)2022-0613. ■ 우영자전 순수함과 자비로움이 자연 풍경속에 담겼다. 극단적인 명도대비, 선명한 명암대비가 밝고 경쾌한 느낌을 준다.14∼20일 서울 광화문 서울갤러리.(02)2000-9736. ■ 박경호전 추상표현주의를 버리고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비탈길에 활짝 핀 배꽃, 구름 등이 향수를 자아낸다.14일까지. 서울 광화문 서울갤러리.(02)2000-9736. ■ 애족 보석전시회 보석 디자이너 장현숙·홍성민이 쥬얼버튼에서 애족으로 이름을 바꾸어 선보이는 첫번째 전시회.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검정 애족.(02)3216-1583.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11~13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미혼여성으로만 구성된 일본 여성가극단 ‘다카라즈카’의 내한공연. 순정만화의 대표작 ‘베르사유의 장미’와 ‘소울 오브 시바’등 2편을 선보인다.(02)2113-6856. ■ 디아볼로 13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캐나다 ‘태양의 서커스’에 영감을 준 연출가 자크 하임의 아크로바틱 서커스극.(031)729-5615. ■ 나비의 현기증 13일까지 극장 용. 연극, 무용, 아크로바트가 결합된 종합예술로 벨기에 서커스극단 페리아 뮤지카의 아시아 초연작.1544-5955. ■ 헤드윅 무기한 라이브극장. 동독 출신 트랜스젠더 가수의 성 정체성 고민을 강렬한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 록 뮤지컬. 이지나 연출, 송용진 김다현 엄기준 서문탁 출연.1588-7890. ■ 아이 러브 유 무기한 연강홀. 사랑에 관한 스무개의 에피소드를 엮은 로맨틱 뮤지컬. 한진섭 연출, 남경주 이정화 오나라 정상훈 출연.(02)501-7888. 연극 ■ 시라노 드 베르쥬락 27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19세기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낭만 희극. 기형적으로 큰 코때문에 연인을 멀리서 바라보는 시인 검객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 김철리 연출, 최규하 이안나 출연.(02)580-1300. ■ 굿킬 10∼27일 블랙박스시어터. 킬러 지망생의 청부살인교육원 수련기. 차근호 작·김정훈 연출, 선욱현 최명숙 출연.(02)762-0010. ■ 갈매기 30일까지 정동극장. 지루하고 어려운 체호프 대신 쉽고 재밌는 체호프를 표방한 새로운 해석의 무대. 전훈 연출, 송옥숙 남명렬 김호정 출연.(02)751-1500. ■ 고양이늪 1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광기와 집착에 사로잡혀 파멸로 치닫는 여인의 이야기. 마리나 카 작·한태숙 연출, 서이숙 지현준 공호석 출연.(02)744-7304.
  • 이윤택의 첫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요즘 공연계에서는 연극 연출가 출신 이윤택의 첫 오페라 데뷔 무대인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지난 17일부터 예술감독 이씨의 지휘로 연습에 들어간 국립오페라단은 이제 그로부터 ‘소리’는 물론 ‘몸’(액팅)에 대한 공부를 하고 있다. ‘소리’에만 열중하던 오페라 가수들은 이제 “팔을 올리며 노래할 때 얼굴이 가리지 않도록 하세요.”“무대 위에서 사람들이 너무 붙어 있으면 관객들이 답답해 합니다. 조금 떨어지세요.”등 그의 여러가지 주문에 익숙해졌다. 별도의 액팅 트레이너와 안무가도 초빙해 연극적 무대의 장점들을 오페라 무대에 접목시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200년전 주인공 호프만이 세명의 여인을 만나서 꿈꾸고 체험하는 사랑의 이야기를 이씨는 이번에는 200년후의 미래로 타임머신을 타고 가도록 극의 전개를 바꿨다. 환경과 생태가 파괴된 200년후의 지구의 모습을 조명함으로써 사랑마저도 그 의미를 잃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담아낼 계획이다. 한 인간의 사랑의 역사가 지구의 역사와 다르지 않음을 반영하도록 했다.환경과 생태문제도 제기할 계획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는 테너 박현재와 하석배가 주인공을 맡고 소프라노 신지화 이현정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추희명, 베이스 함석헌 등이 출연한다. 공연계에서 ‘게릴라’로 불리는 이씨는 “노래만 잡고 있던 성악가들은 연기를 하고, 각 막의 느낌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으로 끊임없이 장면이 바뀌는 무대와 환상적인 특수분장으로 관객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오페라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이씨의 지론이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인 ‘호프만 이야기’를 어떻게 전개시킬지 자못 궁금하다.22~27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5282.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뮤지컬스타 “안방서도 빛난다”

    국내 뮤지컬계의 톱스타들이 안방극장에서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브라운관에서는 익숙지 않은 얼굴이고, 조연이지만 신선함과 동시에 무대에서 갈고 닦은 탄탄한 연기 내공을 선보이며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것. 우선, 올해 안방극장 최고의 악녀로 떠오른 뮤지컬 배우가 있다. 박해미(41)이다. 무대에 선 지 20년을 넘어선 국내 뮤지컬의 대들보.SBS 주말연속극 ‘하늘이시여’에서 주인공 자경(윤정희)의 계모 배득 역을 정말 ‘악독’하게 연기하고 있다. 생애 첫 드라마 출연이지만,‘뉴 페이스’들이 대거 포진한 이 드라마에서 단연 으뜸이다. 의붓딸을 욕하는 것은 물론, 때리고, 돈도 뜯어내고, 사랑 훼방까지, 시청자들은 치를 떨고 있다. 그녀가 어찌하나 지켜 보려고 드라마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 박해미는 “젊었을 때 몇 번 콜이 있었지만, 왠지 TV나 영화는 안 맞을 것 같아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서 “나이가 들며 뮤지컬을 위해서라도 지상파에서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때마침 끌리는 역할이 왔다.”고 늦깎이 브라운관 데뷔를 설명했다. 이보다 더 지독할 수 없는 계모 이미지가 쌓여가고 있지만, 걱정은 없다. 시청자들이 캐릭터로 이해해 줄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움을 받으면 받을수록 성공한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기도 한다. 뮤지컬 바닥에서는 그녀를 모르면 간첩. 대학 3학년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마리아역에 가수 윤복희와 더블 캐스팅돼 스타덤에 올랐다.1995년 국내 초대 여자 ‘품바’로, 또 해외 23개국을 돌며 공연한 ‘장보고의 꿈’과 ‘아가씨와 건달들’‘넌센스 젬보리’ 등에서 대형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맘마미아’의 여주인공 도나 역으로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경기대 연기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하고, 1985년 대학가곡제 동상 수상자라는 경력도 이채롭다. 현재 비제의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고친 ‘카르멘, 더 뮤지컬’에서 드라마와는 다른 맛의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첫 드라마 연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에 가는 맛이 없어 아쉽긴 하지만,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 큰 어려움은 없다.”고 평가하는 박해미. 그는 “나의 TV 연기 모습이 느물느물해 스스로도 웃음이 났다.”며 맞는 역할만 있다면 드라마에도 계속 도전하겠다고 했다. 반면, 앳된 미소에서 선한 ‘포스’가 느껴지는 오만석(31)도 있다. MBC 대하사극 ‘신돈’에서 주인공 신돈(손창민)을 평생토록 따라다니며 보좌하는 원현 스님 역을 맡았다. 신돈에게 구박도 받고 그를 통해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지금은 순진무구한 캐릭터. 이후 급진파가 돼 신돈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고려판 부르투스로 변신한다. 드라마 출연은 지난해 ‘무인시대’에 잠깐 출연한 것을 포함, 두 번째다. 뮤지컬과 드라마 연기의 차이를 묻자, 옆에 있던 손창민이 냉큼 던지는 “노래, 춤이 없어요.”라는 농에 까까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웃기만 한다. 그는 “무대에서는 내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는지 알고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아직 그런 감각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장르는 다르지만 연기는 매한가지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저런 질문에 초보처럼 쑥스러워하기도 하지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이자, 어엿한 무대 경력 7년차로 국내 뮤지컬계의 젊은 간판이다. 올해에도 조승우와 더블 캐스팅된 록뮤지컬 ‘헤드윅’에서 인기몰이를 했고, 평양 방문 공연을 성사시킨 가극 ‘금강’, 역대 미국 대통령 암살자들을 다룬 ‘암살자들’ 등으로 쉼 없는 나날을 보냈다. 지난달 18일 한국뮤지컬대상에서는 남자주연상과 인기상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군 제대 후 데뷔를 앞두고 재즈댄스아카데미를 찾았다가 친해진 조승우가 시상식 시상자로 나와 카드를 펼쳐보고는 씨익 웃는 바람에 수상을 직감했다는 오만석. 굳이 연기 장르를 가리지 않겠다는 그는 그래도 뮤지컬에 애착이 더 간다. 새달 ‘겨울 나그네’에도 출연하고, 내년에는 소극장 뮤지컬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에릭(문정혁)과 닮았다는 말을 불쑥 던져봤더니 “고마운 얘기지만, 에릭 팬들이 알면 혼날 것 같은데요.”라고 배시시 미소를 흘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시대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자화상 하면 떠오르는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구 미술사에서 가장 많이 자신의 그림을 그린 거장은 렘브란트로 알고 있습니다. 생전에 10점이 넘는 자화상을 남겼습니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르네상스시대에 살았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에게 인간적인 패기가 느껴지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문예부흥의 시대가 저물어가던 말년에 그린 ‘쾰른 자화상’은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합니다. 그러나 세상과의 오랜 불화를 견뎌낸 여유가 느껴집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다 한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17세기 말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입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로 알려져 있지만 조선시대 사실주의 화풍의 대가입니다. 남인이었던 그는 출세길이 막혀 막막했던 심경을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자화상은 그의 대표작입니다. 허울이 아닌 사실을, 시대를 녹여버릴 듯한 강렬한 눈빛을 내뿜고 있습니다. 그의 수염은 떨리는 듯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우리 시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애석하게도 웃는 얼굴이 아닙니다. 여섯 차례의 이사 끝에 겨우 마련한 집. 그러나 유명한 작품들의 상당수는 일본 등 외국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는 남산은 주한미군의 골프연습장에 가려 잘 눈에 띄지도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헬기 소리로 요란합니다. 일제침탈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굴곡은 이곳에선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다시 희망을 힘겹게 떠올려 봅니다. 먼 훗날에도 이 땅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고백’으로 남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겠지요. 당당하면서도 너그럽고, 가난하지 않아도 겸손한 우리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글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1층 고고관·역사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은 그 곳에 있었다. 후손들에게 기록을 남긴 역사(歷史)시대의 모습도, 지혜가 미치지 못해 문자를 남길 수 없어 유물로만 자취를 남긴 선사(先史) 시대의 모습도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박물관 건물로 들어서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동관으로 줄지어 이어진다.1층에 들어서면 상설전시관인 고고관과 역사관이 관람객을 맞는다. ●구석기 시대에서 남북국 시대까지 한눈에 동관 1층 101∼110 전시실이 바로 고고관이다. 첫 걸음을 떼는 순간 세계전도와 함께 일본·중국·대한민국·세계고고학의 연표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학창시절 교과서나 사회과부도·역사부도 등의 첫 페이지에서 볼 수 있었던 ‘빗살무늬토기’(신석기시대·서울 암사동 출토)는 관람객들이 가장 처음으로 만나는 유물. 이어 ‘요령식 동검’(청동기시대·황경남도 신천 〃),‘산수무늬 벽돌’(백제·충남 부여 〃) 등이 눈길을 멈추게 한다. 마치 검은 돌처럼 바싹 말라버린 선사시대 ‘도토리’(신석기시대·경남 창녕 비봉리 〃)는 ‘갈판·갈돌’(〃·서울 암사동〃)과 함께 진열돼 있었다.500년 쯤 지나면 미니홈피 배경 음악이나 배경 화면을 사고 파는 전자화폐 ‘도토리’가 나란히 소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선을 따라 청동기·초기 철기 유물들이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듯 스치며 지나간다.4∼6세기 고구려 고분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다는 벽화는 ‘사신도’가 대표하고 있었다. 비록 모사품이지만 청룡·주작·백호·현무의 모습은 그 시절 고구려인의 호방한 기상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백제실을 대표하는 ‘백제금동대향로’(충남 부여 능산리 절터 〃) 앞에서는 좀처럼 관람객들이 눈을 떼지 못한다. 신선들이 산다는 박산(博山) 굽이굽이마다 상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으로 장식된 향로는 백제인들의 이상향을 엿보는 듯하다. 가야실에서 볼 수 있는 ‘투구’와 ‘말머리가리개’(부산 복천동 〃)는 외국 영화의 전투장비를 연상시키는 듯하다.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과 ‘허리띠’ 앞에서도 관람객들은 오래 머문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유물은 아니었지만 발해실의 ‘용머리 장식’이나 ‘도깨비 기와’(중국 헤이룽장성〃)는 세상의 모든 나쁜 귀신을 쫓아낼 듯하다. 반면 두명의 부처가 함께 조각된 ‘발해불상’(발해 팔련성 〃)은 이민족도 너그러이 융합했던 민족의 포용력을 상징하는 듯하다. ●딸을 시집보낸 왕도 범부와 다르지 않았음을… 고고관을 다돌고 나면 맞은 편 111∼120 전시실인 역사관으로 이어진다. 우리의 대표적 기록문화유산인 한글, 금속활자를 비롯해 금석문, 문서, 지도 등 당대의 생활상을 볼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역사관 첫 전시실인 한글실에는 한글의 과학성보다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달랜 어버이의 모습이 가슴에 더 와닿는다.‘새 집에 가서 밤에 잠이나 잘 잤느냐. 어제는 그리 덧없이 내어 보내 섭섭무료하기 가이 없어 하노라.’며 조선 현종 임금이 궐 밖으로 시집간 셋째 딸 명양공주에게 보낸 한글 편지는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한다. 지도실에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밑거름이 됐던 ‘동국대전도’가 2.3배 확대돼 바닥 타일로 꾸며져 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면서 걸어보면 마치 소인국의 ‘걸리버’가 된양 한반도 전체를 걷는 느낌이다.‘수선전도(김정호가 만든 것으로 추정)’‘도성도’ 등 서울의 옛 모습을 담은 옛 지도도 직접 볼 수 있다. 조선시대의 등기제도, 노비의 경제적 가치, 조선시대의 의술 등 선조들의 생활상을 이해하기 쉽게 배울 수 있다. 다리가 아플 때쯤이면 소파나 영상물 상영관 등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시설이 전시관 곳곳에 만들어져 있다. 정해진 동선대로 이동하지 않으면 시대 흐름을 놓칠 수 있으니 질서를 지키며 정해진 동선을 따르는 것이 좋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2층 미술관Ⅰ·기증관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서면 서예·회화·불교회화 등 한국 미술사의 대표적인 작품이 전시된 ‘미술관Ⅰ’과 국내·외 각계각층 213명이 아무런 대가없이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이 있는 ‘기증관’이 있다. 특히 미술관Ⅰ에는 교과서에 실려 눈에 익은 작품들도 많아 직접 실물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교과서에 실린 그림이네? 미술관Ⅰ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보물 527호)’. 춤추는 아이, 행상, 벼타작, 담배잎썰기, 씨름도 등이 눈길을 모은다. 꽉 짜인 원형 구도에 간략한 필선으로 조선시대 서민들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다. 작품 크기는 30㎝ 안팎으로 아담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씨름도’의 씨름꾼 옆에는 이들의 신발로 보이는 신발들이 내팽겨쳐져 있다. 그런데 하나는 짚신, 하나는 고급신발로 보이는 고무신이다. 신분의 차이가 나는데도 공평한 승부 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구경꾼들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표정을 하고 경기를 보고 있다.‘허허, 저런’‘빨리 넘겨 버려.’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구경꾼들의 긴박한 표정과는 달리 엿판을 매고 떠꺼머리 총각은 아랑곳없이 천연덕스럽게 가위를 치면서 열중하는 것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얼핏보면 빛 바랜 누런 종이에 검은 잉크가 뭉개져 있는 듯하다. 한참 들여다보면 왼쪽 하단 현실세계를 보여주는 야산에서 오른편 상단 도원의 세계가 보인다. 세종대왕의 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을 안견에게 설명해서 그리게 한 것이다. 전체적인 경관은 짙은 안개로 분리되어 있는 듯하면서도 잘 어우러져있다. 꿈과 현실을 한폭의 화폭에 담은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떠오를 법하다. 두루말이 형태로 폭이 20m에 이르는 이 작품은 당대 지적 권력이 집약된 작품이다. 작품 양쪽에 자신이 안평대군이 직접 지은 제발(題跋)뿐만 아니라 정인지, 신숙주, 박팽년, 서거정, 성삼문 등 당대 20여명의 문사들의 찬시가 곁들였다. 다만 안타깝게도 진품은 일본 덴리(天理)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화려한 불교회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들이 모여있는 불교회화관에 들어서면 좀 더 화려해진다. 청(靑), 황(黃), 적(赤), 백(白), 흑(黑) 등 선과 악을 상징하는 오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대웅전 석가모니 불상 뒤에 놓였던 ‘영취산(靈鷲山)에서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은 석가가 인도 마가다국의 영취산에서 법화경(法華經)을 설법한 사실을 화려한 색깔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원근법을 쓰지 않아 평면적으로 보이는 것이 어찌보면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사 김정희가 쓴 자신의 별호에 대한 글인 ‘묵소거사 자찬(默笑居士 自讚)’은 날카로움 속에서 정중함과 정성을 담아 쓴 흔적이 엿보였다.‘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은 때에 맞는 것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은 중용에 가까운 것이다.’라는 글귀가 담겨 있다. 부리부리한 눈매가 인상적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국보 240호)’에서는 내면의 세계까지 드러나는 듯하다. ●문화재 사랑으로 만들어진 기증관 기증관은 11개실로 구성됐으며 이홍근 박병래 등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1946년 이희섭 선생이 금동불상 세 점을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13명이 청동기 금속공예 회화를 비롯한 국보 6점과 보물 32점 등 모두 2만 2091점을 기증했다. 특히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 운영자인 가네코 가즈시게 선생 등 일본인 3명도 기증자 대열에 포함돼 있어 눈에 띈다. 기증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그리스 청동 투구(국보 904호)를 볼 만하다. 투구는 1500년쯤 고대 그리스 올림피아 경기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신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제작됐다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인 손 선생에게 부상으로 주어졌다. 투구는 베를린 박물관이 보관하다가 1986년 뒤늦게 손 선생에게 돌아왔다. 그는 이 투구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민족의 것이라 생각해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3층 아시아관·미술관Ⅱ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곳이나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특히 3층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인기 유물’과 그렇지 못한 ‘비인기 유물’ 사이의 차이가 유독 크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교과서를 통해 숱하게 봐 왔던 익숙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정서와는 사뭇 다른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 지역의 유물도 ‘아시아관’에 전시돼 있다. ●중국·일본·중앙아시아 유물도 전시 3층에는 306∼311호까지 인도네시아·중앙아시아·중국·일본의 유물이 전시된 ‘아시아관’이 있으며,301∼305호까지 ‘미술관Ⅱ’에는 불상·청자·백자 등 우리의 유물이 전시돼 있다. 보통 301호부터 관람하는 것이 순서겠지만,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에 올라오면 바로 왼쪽으로 ‘아시아관’입구인 306호가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람객들은 306호 ‘아시아관’을 먼저 관람하게 된다. 306호를 먼저 들어왔다고 해서 다시 나가 301호로 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시아관’을 얼른 둘러본 뒤 ‘미술관Ⅱ’에서 우리 유물의 아름다움을 느긋하게 즐기는 것도 좋을 듯하다.‘아시아관’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은 다른 전시관에 비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12개의 팔을 가진 부처 조각상이나, 인자해 보이지 않는 부처의 미소는 이질감이 느껴진다. 다른 전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유물에 대해 박사 수준의 설명을 해 주던 엄마들도 이곳의 잘 모르는 유물들 앞에서는 슬쩍 조용해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아시아관’에서 잠시 풀 죽은 엄마들은 3층 북쪽에 자리잡은 ‘미술관Ⅱ’에서 활기를 되찾는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볼것 많고 배울것 많은 고려청자 전시실 자비롭고 은은한 미소로 가득찬 301호 불교조각 전시실을 지나면, 전시된 모든 유물이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친숙한 금속공예(302호)·청자 전시실(303호)을 지나게 된다.304호에는 수수한 느낌의 분청사기 전시실이 있고 305호에는 백자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유물에 대해 ‘일자무식’이라도 한 마디 정도는 할 수 있는 국보 78호 미륵반가사유상도 이곳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따로 마련된 방에 모셔진 이 불상은 검은 천으로 둘러싸인 전시실 자체에서 풍기는 위엄만으로도 관람객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미륵반가사유상 외에도 고려청자 전시실은 관람객들의 ‘정체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사방이 온통 비취색인 이곳에서 사람들은 걸음을 옮길 생각을 잠시 잊게 된다. 또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메모하는 학생들의 손놀림도 빨라진다. 비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진열된 어느 것 하나 국보·보물 아닌 것이 없을 듯한데, 그 가운데서도 국보가 있고 보물이 있는 것을 보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층부터 차례로 관람하면서 올라왔다면 3층이 마지막 장소다. 특히 조선백자들이 전시된 305호를 마지막으로 관람하게 된다면, 어수선하게 관람했던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차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손목없는 부처님…왜? “엄마, 왜 부처님 손이 없어요?” 3층을 관람하면서 엄마들이 아이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301호에 마련된 불교조각 전시실에는 많은 불상들이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3개 철조불좌상의 양 손목이 없다. 공교롭게도 ‘손목 없는 불상’3개 모두 철로 만들어졌으며 앉아 있는 자세도 비슷하다. 첫번째 ‘손목 없는 불상’은 301호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바로 볼 수 있다. 약 2m크기이며 통일신라 시대인 8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으로 충남 서산군 운산면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두번째는 충남 서산군 보원사 터에서 출토 된 것으로 11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것이며, 세번째는 10세기에 만들어져 경기 포천군에서 출토된 철조불좌상이다. ‘손목 없는 불상’에 대해 불상 전문가인 홍익대 김리나 교수는 “불상의 손목은 다른 곳에 비해 가늘고 몸체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누군가 고의로 잘랐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불상의 손 모양새(손갖춤)는 부처나 보살이 깨달은 중생 구제의 소원을 밖으로 표시하기 위해 짓는 것으로 부처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수목공원·공연장…가족나들이 ‘딱’이네 “박물관도 즐기고 공원 나들이도 하세요.” 박물관은 자칫 아이들에게는 딱딱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 유물에 서려 있는 유구한 한민족의 역사를 공감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그런 염려를 덜어도 될 것 같다.‘거울못’과 10만그루의 수목 등 다양한 자연 환경이 박물관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도서관과 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박물관을 싫어하는 아이도, 박물관을 구경하고 싶은 어른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연못·폭포·정원·식물원 등 눈길 박물관 바로 앞에는 도심 공원이 펼쳐져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거울못’이다. 거울못은 지름만 150m에 달하는 인공연못이다. 박물관을 설계한 정림건축 박승홍 건축가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다. 박물관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만나게 된다. 거울못은 성벽 모양을 한 박물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모든 물들이 한데로 모이는 저수지이자 통일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연못과 관련된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연못과 박물관 정문 사이에는 언덕이 하나 있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에 있는 아파트의 그림자가 연못에 비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박물관은 겨울에는 거울못이 얼면 야외 스케이트장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열린마당’은 박물관 중심에 시원하게 배치된 수목 공원이다. 한옥의 대청마루에 해당한다.10만 그루의 나무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보물 2호 보신각종, 보물 365호 흥법사 진공대사탑 및 석관 등이 숨어 있다. 박물관이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공부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설계가의 바람이 담겼다. 박물관 왼편으로 석조물정원, 어울마당, 미르폭포 등 다양한 녹지 공간이 펼쳐져 있다. 박물관 뒤편에도 크지는 않지만 녹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통염료식물원에서는 개암나무, 씀바귀 등이 재배된다. 그 옆으로는 의자와 잔디밭 등이 펼쳐져 있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도시락을 먹기에 그만이다. ●뮤지컬 즐기고 도서관서 책도 보고 박물관에는 공연장과 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 시설도 갖추고 있다. 전문 공연장 ‘용’은 805석짜리 중극장이다. 서관에 있다. 박물관 안 공연장으로는 국내 최초다. 클래식,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공연도 연말까지 계속 이어진다. 지난달에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과 금난새·정명화의 공연이 열렸다.4일부터 페리아 뮤지카의 ‘나비의 현기증’, 연극 ‘이’, 뮤지컬 ‘러브 다이어리’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점은 1층에 8석의 장애인석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휠체어로 들어와서 옮겨 앉지 않고 그대로 관람할 수 있다. 다만 회전무대 등 무대시설이 부족하고 완벽한 음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다. 지적인 관람객들이라면 서관 4층에 있는 도서관이 제격이다. 고고학·미술사학·역사학 전문 도서관이다.9만여권의 장서와 600여점의 디지털 자료를 갖추고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그러나 한 번도 ‘제 집’을 갖지 못했다. 무려 6차례나 이삿짐을 꾸려야 했다.60년 동안 타의에 의해 ‘역마살’에 시달렸다. 전쟁과 문화 홀대의 역사를 아프게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립박물관은 광복이 된 1945년 12월 경복궁 내 건물에서 정식 개관했다. 그러나 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중요 유물 2만여점은 부산대학교 박물관 등으로 전전해야 했다. ‘전세방 처지’는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았다.53년 피란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와 남산 분관에 자리잡았다가 55년 덕수궁 석조전에 이어 72년에는 경복궁 현 국립민속박물관 건물로 이전했다. 86년 박물관은 옛 중앙청 건물로 네번째 이사를 갔다. 그러나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96년 경복궁 사회교육원 건물로 옮겨가 지난해까지 임시 거처로 사용했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은 환갑이 돼서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마련한 셈이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교통편 ●지하철 용산∼회기 국철과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정문까지 걸어서 100m도 안 된다. 박물관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10분 거리다. ●버스 버스도 비교적 편리하다. 초록버스 0211번(보광동∼옥수동)이나 빨강버스 9502번(의왕 고천∼신세계백화점)을 타면 된다. 용산가족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광화문에서 출발하는 서울시티투어버스(도심순환코스)를 타도 바로 도착할 수 있다. ●승용차 서문으로 입장하면 된다. 주차료는 2시간에 소형차 2000원, 대형차 4000원이다.30분당 각각 500원,1000원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 단 종일 주차는 각각 1만원,2만원이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개관 초기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훨씬 편리하다. ◆관람료 올해 말까지 무료다. 그러나 매표소에서 무료관람권을 발급받아야만 입장할 수 있다. 관람질서 유지와 이용객 안전 등을 위해서다. 내년부터는 성인(19∼64세) 2000원, 청소년(7∼18세) 1000원의 요금이 부과된다.20인 이상 단체는 성인 1500원, 청소년 500원이다.1주일 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해야 한다. 어린이박물관도 7∼64세까지 500원을 받는다. 6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돈을 안 내도 된다. 그리고 매달 넷째 토요일과 관람 시간 종료 1시간 전부터도 무료 입장할 수 있다. 국빈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유공자, 장애인 등도 무료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립중앙박물관과 연계된 문화 기관 17곳 가운데 5곳을 이용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 ◆관람시간·입장제한 평일은 오전 9시∼오후 6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9시∼오후 7시까지 관람 가능하다. 매표는 관람시간 종료 1시간 전까지 한다. 휴관일은 1월1일과 매주 월요일이다. 최대 3000명이 동시 입장할 수 있다. 하루 최대 허용인원은 1만 8000명이다. 어린이박물관은 더 경쟁이 치열하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 단위로 150명만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가지 않으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관람 유의사항·편의시설 이용법 박물관 안은 당연히 금연지역이다.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들어와도 안 된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출입할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돌려 놓는 것은 상식이다. 전화 통화로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싫다면 차라리 전화 전원을 꺼 놓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유물과 작품의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 그러나 플래시를 터뜨리거나 삼각대를 이용해 사진을 찍는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상업적 용도의 촬영도 금지돼 있다. 박물관 입장료는 유물을 관람하는 값이다.1000원짜리 두 장 냈다고 제것처럼 만지면 안 된다. 혹시 아이들이 제집처럼 뛰어다니거나 유물을 손대면 따끔하게 혼을 내자. 편의시설도 꽤 갖춰져 있다. 유아나 노약자, 장애인은 유모차와 휠체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품보관함도 있어 가방 등을 넣어둘 수 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PDA·MP3플레이어 이용하세요 국립중앙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최첨단 IT(정보기술) 박물관을 자랑한다. 설비시설은 물론 박물관 관리에 최신 IT 기술을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PDA와 MP3 플레이어 등 개인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상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은 모바일 안내 시스템을 도입했다.PDA와 MP3를 갖고 전시품 앞에 서면 단말기가 전시품 위 적외선 발생장치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이후 관람객들에게 화상과 음성으로 전시물에 대해 안내를 해 준다. 지난해 리움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소개됐다. 사용법도 비교적 간단하다.PDA를 켜면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언어 선택 화면이 뜬다. 이후 각각의 박물관 전시실과 관람 코스가 안내된다. 전시실이나 코스를 따라 돌기만 하면 된다. 또 세계 최초로 박물관 네비게이터 기능도 갖췄다. 관람객의 현재 위치를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MP3 플레이어도 유물 소개는 PDA와 마찬가지다. 다만 네비게이션만 안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현재 PDA 300대,MP3 400대를 갖추고 있다. 현장에서는 각각 100대 이하만 선착순 대여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터라 오전 10시만 되면 바로 동이난다. 대여료는 종일 PDA 3000원,MP3 플레이어 1000원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실전 논술] 반강제와 자율… 바람직한 교육환경은

    ●다음 제시문 (가)는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에서,(나)는 루소의 (에밀)에서 발췌한 글이다.(나)의 내용을 참고하여,(가)에서 ‘담임’의 생각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교육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로 쓸 것). (가)그 날 편반이 끝나고 키 크기에 따른 각자의 번호와 교실 좌석까지 다 정해졌을 때 새 담임이 된 김선생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66명이 운명을 함께 하는 역사적 출항을 선언한다.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나 이탈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이 시간 분명히 밝혀 둘 것은 우리들의 항해를 방해하는 자, 배의 순탄한 진로를 헛갈리게 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전정할 때 역행 가지를 잘라버려야 하듯 여러분의 항해에 역행하는 놈은 여러분 스스로가 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1년간의 일사불란한 항해를 위해서는 서로 사랑과 신뢰로써 반을 하나로 결속하는 슬기를 보이는 일이다.” 새 담임 선생은 과학 교사답지 않게 적절한 비유로써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에게 뭔가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사안일 속의 1년이었던 것이다. “고삐는 여러분 손에 쥐어져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 고삐를 당겨 여러분 스스로를 제어해 주기 바란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여러분 스스로가 내 손에 그 고삐를 쥐어주는 일이다. 나는 자율이라는 낱말을 좋아한다.” 담임선생님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요술을 부려 우리들을 묶고 있었다. 어느 연극 잡지에서 완숙한 연출가는 배우 스스로가 연출하도록 유도하는 비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은 것이 생각났다. 대단한 담임을 만났다는 기대로 아이들은 가슴을 부풀이며 앉아 있었다.14개 반에서 사오 명씩 떨어져 나와 새로이 편성된 새 반의 분위기는 사뭇 숙연했다. 나는 문득 이런 숙연한 분위기가 우습게 생각되었다. 단 며칠 못 가 형편없이 허물어질 아이들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앉아 담임 선생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게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은 누굽니까?” 내가 불쑥 일어나서 말했다. 선장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우리를 묶으면서도 실상 우리들 머리 위에 군왕처럼 군림하고 싶은 그의 저의를 찔러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내 느닷없는 질문에 부스럭부스럭 굳은 몸을 풀고 있었다. “이 배의 선장이 누구냐, 그렇게 묻고 있는 사람의 번호와 이름은?” 담임이 얼굴 가득 미소를 잡으며 여유있게 나를 훑었다. 반격을 당한 나는 얼굴을 붉히며 엉거주춤 다시 일어나야 했다. “35번 이유댑니다.” “예수를 판 유댄가, 이스라엘 유댄가?” 아이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오얏 리, 옥유, 큰 댓자, 이유대입니다.” “좋았어. 이유대 군이 오늘 이 시간부터 일 주일간 2학년 13반의 임시 선장이다. 물론 일 주일 뒤에는 새 선장을 뽑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해 두겠다. 이 배의 주인은 여러분 자신이다. 이유대 선장, 내 말의 뜻을 알겠나?” 아이들이 와하하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반장하고 싶어 몸살 난 애라구요. 그렇게 소리 지르는 놈도 있었다. 실로 난처한 입장이 돼 버렸다. 한낱 농으로 시작한 일이 담임의 임기 응변에 의해 꼼짝없이 임시 반장 감투를 쓰게 되었다. 꽁무닐 빼고 어쩌고 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담임은 첫 만남을 끝냈다. 이렇게 해서 된 임시 반장이 기표의 비위를 사납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다. (나) 만약 아이들이 단시일 내에 어른이 가진 이성을 갖는다면 오늘날의 교육은 상당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 발육 과정에 따라 교육을 시키려면 오늘날의 교육과는 정반대의 교육이 그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정신의 기능이 어느 정도 발달하기 전까지는 너무 신경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초기의 교육은 순전히 아이의 마음을 악덕이나 그릇된 정신으로부터 보호하는 소극적 교육이어야 한다. 만일 여러분이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또 아이들이 어른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을 수 있고 아이가 20세가 될 때까지 신체만 건강하게 키워진다면, 비로소 여러분이 가르치는 최초의 교훈을 들었을 때 아이들의 이해하는 눈은 자연과 이성에 대해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의 교육에 의해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은 놀랄 만한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세상의 습관과 반대로만 행한다면 절대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들을 학자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꾸짖고 위협하고 달래기도 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여러분의 아이에게 도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싫어하는 도리만을 알게 되면 이를 귀찮게 여겨 도리를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체격은 충분히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정조는 아이에게 판단이 생길 때까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악을 막기 위해 선을 급히 해서는 안 된다. ●지문의 분석 이 작품은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진 ‘나’, 이유대가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 기표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그를 제압하려는 담임과 실장(형우)을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악을 대항하는 자의 또 다른 악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최기표의 초라한 몰락에서,‘나’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담임과 형우의 교묘하고 위선적 술책이 기표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작가는 인물 유형에 대한 제시 방법으로, 관찰자의 분석적 해설에 의한 말하기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된 고등학교 2학년 학급. 자율이란 말로 학생들을 묶으면서 군림하고 싶어하는 담임 밑에서 ‘나’(이유대)는 임시 반장을 맡게 된다. 이것이 최기표에게 ‘메스껍게’ 보여 ‘나’는 린치를 당한다. 담임은 ‘나’에게 반장을 계속 맡아 달라고 했지만 ‘나’는 임형우를 추천한다. 담임이 학급을 위한 조언(고자질)을 부탁하나 ‘나’는 부당함을 인식하고 말하지 않는다.‘형우’가 반장이 되고, 그와 담임의 노력으로 학급은 일사불란한 항해를 계속한다.‘기표’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장악한다. 그러나 의욕에 찬 담임 교사가 ‘기표’를 길들여 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기표’를 재수파들로부터 고립시킬 계획을 세운다. 담임의 묵인 아래 모범생들이 ‘기표’의 시험을 돕기로 한다. 이것이 ‘기표’의 비위를 상하게 하여 ‘형우’는 그에게 린치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지만, 가해자를 끝내 숨겨줌으로써 의리의 영웅이 된다. 매혈(買血)한 돈으로 ‘기표’의 생활비를 보태었던 재수파들이 ‘형우’에게 용서를 빈다. ‘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재수파들의 미담이 담임에 의해서 과장되고 미화되어 알려져 영화화될 단계에까지 이른다. 그럴수록 ‘기표’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하고, 아이들은 그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출해버린 ‘기표’가 여동생에게 남긴 편지에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라고 쓰여 있었고, 담임은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자신의 계획을 ‘기표’가 무산시켰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결국 이 작품은 진실과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을 말하고 있다. ●출제의도 (가)의 내용은 교사의 권위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민주적인 교육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반강제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율적인 인간상을 기르기 어렵고, 삶을 살아가면서 구체적인 문제에 당면했을 때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닐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도출하면 된다. 물론 논의의 바탕에는 자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토대로 하야 할 것이다. (나)는 18세기 유럽의 교육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 내용에 비추어 우리의 교육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면 된다. 핵심적인 관점은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교육의 중요성이다. 결국 이 문제에서는 귄위주의적인 교육 환경이 자율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을 길러내는 데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교육적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각하기 (가)는 새학기가 되어 새 담임 교사가 첫인사를 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을 훈계하는 담임의 말은 표면적으로는 논리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쉽게 긍정할 수 없는 내용이 들어 있다. 훈계의 내용은 앞으로 일 년 동안 사랑과 신뢰를 통한 굳은 결속으로 일사불란한 항해를 해 나가야 한다는 점과, 목적지를 향한 순탄한 항로를 방해하는 자를 엄단하는 자율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담임이 말한 자율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이 아니라 담임이 요구하는 규범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임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담임은 집단주의적 사고 방식과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지닌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접근하면 된다. 즉, 권위주의적인 사고 방식은 의존적이고 타율적인 인간을 길러 낼 뿐 아니라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나)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이 글을 전개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쓸까 이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해결의 방향으로 보아 주제의 방향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청소년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정도로 잡을 수 있다. 우선 서론 부분에서는 지나친 권위주의적 교육의 문제점을 기술하면 된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주위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교육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주제의 방향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선 논제와 관련해 제시문에 드러난 담임 교사의 태도에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는 (나)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과 관련해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주적으로 도출한 학급 운영 계획이 아닌, 일사불란하게 능률만을 강조하는 담임 교사의 행동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 방식에서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 된다. 그런 뒤에 이러한 권위주의적 교육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더 심층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학생들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견을 수렴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연습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그것도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인 교육 방법은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 청소년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논의의 내용이 심층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결론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면서 주제문과 관련된 결론, 즉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러시아 4대음유시인 한국계 율리 김 서울에

    러시아 4대음유시인 한국계 율리 김 서울에

    러시아 바르드음악(음유시)은 1950년대 후반 스탈린 체제에 항거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지식인 문화운동이다. 자작시에 선율을 얹어 노래하던 중세 유럽의 음유시인에 기원을 둔 바르드는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봉쇄된 암울한 시대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얼어붙은 러시아인들의 심장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러시아 바르드음악 1세대이자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한국인 2세 율리 김(69)이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의 나라를 찾았다. 시선집 ‘율리 김, 자유를 노래하다’(뿌쉬낀하우스)의 국내 출간에 맞춰 자신의 시와 노래를 직접 들려주기 위해서다. 지난 26일 오후 부인과 함께 서울에 온 그는 “TV뉴스에서만 보던 아버지의 고향땅을 밟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TV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자연과 역동적인 정치현실이 어우러진 ‘재밌고, 놀라운 나라’였다. 그는 1936년 모스크바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신문기자였던 아버지 김철산은 그가 두 살때 간첩 누명을 쓰고 처형됐고, 어머니 역시 간첩의 아내라는 이유로 8년 간 감옥생활을 했다. 어릴 때 외가에서 자란 그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됐다. 시를 쓰기 시작한 건 열살때부터. 교사였던 어머니에게서 시 쓰는 법을 처음 배웠다. 모스크바 사범대학에 들어간 그는 선배 시인 유리 비즈보르의 노래를 듣고 바르드음악에 매료됐고,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반체제 운동으로 교사직과 예술활동을 금지당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율리 미하일로프라는 예명으로 활동해야 했던 그는 1985년 고르바초프 집권 이후에야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알렉산드르 갈리치, 불라트 아쿠좌봐, 블라디미르 비소츠키와 더불어 러시아 4대 음유시인으로 꼽히는 그는 바르드음악의 가장 큰 특징을 “노래를 부르는 사람과 듣는 사람들이 시가 지닌 의미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팝 음악가들은 최대한 많은 관중을 모으는 게 중요하지만 바르드 음악가들은 청중이 내용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저항운동의 상징인 그의 시는 뜻밖에도 유쾌하고, 위트가 넘친다. 밝고 서정적인 그의 시와 노래들은 암울한 시대상을 직접적으로 표출시켰던 다른 바르드와 차별되는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었고, 러시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다. 극작가와 시나리오작가로도 명성이 높아 현재 20여편의 연극이 러시아 전역에서 상영중이며,2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되기도 했다. 러시아작가협회, 세계문인협회 회원인 그는 ‘황금 오스타프상’‘불라트 아쿠좌바’ 등 러시아 최고 권위의 상을 수상했다. 29·30일 오후7시30분 각각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와 건국대 새천년홀에서 열릴 내한 공연에서 그는 ‘어릿광대’‘투리스트’ 등 30여곡을 들려준다.“한국인에게 나를 소개하고, 한국과 친해지는 것이 이번 공연의 목표”라는 그는 “바르드는 가사의 의미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 관객들이 러시아어를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녀의 첫 만남에서 감정이 가장 중요하듯 내 음악을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덧붙였다.(02)2237-9386.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내 어릴적 교과서 ‘선데이 서울’

    “잡지 ‘선데이 서울’도 국가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합니다.” KBS 1TV가 가을 개편을 맞아 신설한 대중문화 다큐멘터리 ‘문화지대-오래된 TV’(제작 타임프로덕션)에서 전하는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이다. ‘김신조 사건’이 일어났던 해인 1968년 9월, 한 은행 여직원을 표지모델로 해 창간했던 ‘선데이 서울’. 큼지막한 여자 연예인 수영복 사진을 싣고, 연예인의 가십성 동정에서부터 당시에는 터부시되던 은밀한 성 이야기까지 시대의 시시콜콜한 풍속도를 담아 여행을 갈 때 챙기는 필수품이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 후 1991년 폐간될 때까지 23년 동안 인기를 누리며 장수했으나, 일부에서는 이를 도색잡지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데 문화재라니? 60∼80년대 암울했던 시절에 서민들에게 위안을 줬고, 거대 담론이 아니라 미시적인 삶을 그대로 그려냈던 ‘선데이 서울’이 한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재로서 의미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최근들어 같은 이름의 영화나 연극이 만들어질 만큼 그 때 그 시절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한편으로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이 ‘선데이 서울’이 부활해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이렇듯 첫 회 소재를 ‘선데이 서울’로 삼은 ‘오래된 TV’는 문화 엄숙주의에 반기를 들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대중문화의 시대적 존재 가치를 재발견하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31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40분에 방송된다. 아시아, 문화 관련 프로그램 강화를 가을 개편 목표로 내세운 KBS의 신설 프로그램 8개 가운데 가장 눈에 띈다. 상류층이나 예술가 중심의 고급스럽고 난해한 문화가 아닌, 한 시기를 풍미했던 대중적 아이템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아요∼!’하고 괴성을 쏟아내던 이소룡일 수도 있고, 조용필과 단발머리일 수도 있다. 또 명동의 음악다방이거나 갤러그 오락일 수도 있다.20분 정도의 시간에 한 가지 아이템을 집중적으로 이리저리 뜯어본다. ‘그 때를 아십니까’나 ‘영상실록’ 등 과거를 돌이키는 기존 다큐와는 화법에 차이가 있다. 단순히 기록 영상을 이어붙이거나 거기에 내레이션만을 입히지 않는다. 그 시절 그 아이콘을 향유했던 현재의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하며, 그것들이 개개의 역사 속에서 문화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첫 방영에는 소설가 이순원, 딴지일보 대표 김어준씨 등이 나와 ‘선데이 서울’이 세상을 배워나가는 도구였다는 고백을 하기도 한다. 프로그램의 제작을 맡은 정태일 PD는 “지금은 사라진 문화들을 현재 시점에서 재조명해보고자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당시에는 간과되었거나 몰랐던 사회·문화적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이야기] (26) 여성의 문화·여가활동

    [서울이야기] (26) 여성의 문화·여가활동

    # 사례 1 세 살된 아이를 키우는 가정주부 김미란(30)씨는 친구와 전화통화 후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미혼인 친구들이 모처럼 모여 음악회를 가기로 했다며 함께 할 수 있는지를 물어왔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지휘자에 즐겨듣는 곡들로 구성된 공연이었다. 결혼전에는 곧잘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찾아다녔던 김씨이다. 문화예술에 별 관심이 없던 남편도 이런 김씨 덕분에 연애시절에는 공연이나 전시장에 종종 갈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 후 아이 낳고 키우느라 직장까지 그만 둔 김씨는 공연장과 미술관은커녕 동네 가까운 영화관에 가 본 기억도 아물아물하다. 김씨의 남편은 간혹 직장 동료들과 함께 화제작인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는데 회사에서 영화비를 주고, 관람 후에는 동료들과 한잔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란다. ●서울 여성의 문화생활 수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조사에 의하면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여가문화활동에 대한 관심은 더 크나, 현재 자신의 여가문화활동에 대한 불만족은 남성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서울시정개발연구원,2004년). 서울 남성과 여성 모두 문화행사에 자주 참여하는 편은 아니다. 연극의 경우 서울 여성의 26%가 일년에 한편 이상 연극을 보며, 서울 남성은 이보다 약간 낮은 22%이다. 미술전시회의 경우, 서울 여성의 27%가 1년에 한번 이상 전시장을 찾은 적이 있으며, 남성은 이보다 적은 21%가 전시장을 갔다. 음악 공연의 경우 장르별로 대중음악공연을 일년에 1회 이상 본 서울 여성은 19%, 서울 남성은 20%로 별 차이가 없다. 뮤지컬의 경우 서울 여성의 12%가, 서울 남성의 10%가 일년에 일회 이상 관람하였다. 클래식, 오페라는 이 보다 저조하여 서울 여성의 8%, 서울 남성의 7%가 일년에 한번 이상 클래식, 오페라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민이 가장 적게 접하는 공연은 무용으로 서울 여성의 3%, 서울 남성의 4%만이 일년에 한번 이상 무용 공연을 관람했다. 서울 시민이 가장 손쉽게 접하는 문화활동은 역시 영화 관람으로 여성과 남성 74%는 일년에 한편 이상의 영화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행사 참여도만을 볼 때 서울 여성은 서울 남성에 비해 근소하나마 문화생활을 더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여성의 60%는 왜 현재의 문화여가생활에 불만족한 것일까. # 사례 2 토요일 오후 집안일을 겨우 끝낸 이미경(42)씨는 서둘러 쇼핑길에 나섰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아이를 둔 이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다. 결혼 후 집 장만을 위해 힘들기는 했으나 맞벌이를 했는데,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이제 만만치 않아 당분간 맞벌이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올해 들어 주 5일제 근무가 시작되었으나, 이씨는 오히려 주말에 더 바빠졌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최근 병원에 입원한 시어머니에게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주 5일제가 되면서 집안일을 봐주던 파출부를 그만 오게 하고, 대신 자신이 주말에 밀린 집안일들을 하고 있다.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이후로는 일요일마다 병문안을 간다. 만약 여가시간이 나면 집에서 TV를 보거나 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한다. 앞으로 시간과 돈에 여유가 생기면 여행을 가고 싶고, 연극도 보러가고 싶다. ●서울 여성의 여가생활 양식 서울 시민은 남녀 모두 약 60%가 여가 시간을 주로 TV 시청과 잠자는 것으로 보내고 있어 일반적으로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 있다. 서울 시민이 문화예술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남녀 모두 시간이 없어서이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자녀와 부모를 돌보느라, 또는 돈이 없음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30∼40대 여성의 경우 그러한 경향이 더하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어린 아이가 있는 취업여성들이 문화여가생활에서 더욱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의하면 맞벌이 가구의 주부는 남편에 비해 평일 가사노동시간이 약 1시간 많으며, 취업 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은 주말에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취학 자녀가 있는 취업여성은 평일 9시간 50분을 일하고, 일요일에도 6시간 56분을 일하고 있어, 경제활동과 가사노동에 대한 이중 부담을 크게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활용방법에서 여성과 남성간에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가사와 스포츠 활동이다. 여성의 경우 여가시간에 46%가 주로 가사를 하며, 스포츠를 주로 한다는 여성은 4%에 불과하다. 반면 남성은 여가시간에 주로 가사를 한다는 경우는 13%이며, 스포츠를 주로 하는 사람은 15%였다(통계청,2002). 서울 여성의 대부분은 여가를 주로 집에서 TV를 보거나 휴식, 가사 등으로 소극적으로 현재 보내고 있으나, 여가를 여행이나 스포츠 레저활동, 공연관람으로 적극적으로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 사례 3 이번 토요일 구민문화예술회관에서 동호인 그룹 전시회를 갖게 될 박정란(35)씨는 마음이 약간 들떠 있다. 첫 전시회라 긴장도 되지만, 성취감과 함께 생활에 활기가 생겼다.2년전 구민문화예술회관이 완공되면서 여러가지 강좌가 개설됐다. 마침 평소에 박씨가 하고 싶던 유화 실기가 교육과정에 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취학전인 둘째아이를 마땅히 맡길 곳이 없어서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초 여성이 구민문화예술회관 관장으로 오면서, 구민문화예술회관 내에 어린이 놀이터와 독서실 공간을 만들었다. 박씨가 유화 실기를 하는 동안 둘째아이는 어린이 놀이터 내에서 보내고 있다. 저렴한 수업료에 강좌시간에는 아이까지 돌봐주는 구민문화예술회관이 없다면 자신에게 이 처럼 투자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주부들이 집에서 자신의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것을 배려하여 구민문화예술회관에서는 작지만 공동작업실을 제공해 주었다. 공동작업실을 꾸준히 이용하던 몇몇 여성들이 서로 용기를 북돋워 주면서 작업을 하다 뜻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구민문화예술회관에서는 이들에게 흔쾌히 전시공간을 대여해 주기로 했다. 박씨는 첫 전시회 작품을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의 삶을, 그리고 자신의 자화상으로 구상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작품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박씨는 새로운 삶의 자신감이 생겨남을 느끼고 있다. # 사례 4 요즘 최정아씨 가족은 대화가 많아졌다. 가족들이 최근 각자 좋아하는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어제 구민문화예술회관의 국악 공연을 보고 오셨는데, 구민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국악 공연은 빠지지 않고 이제 가겠다고 하신다. 중학교 다니는 딸은 오늘 저녁 구민문화예술회관에서 하는 청소년 연극제에 가기로 되어있다. 내일은 초등학교 아들이 좋아하는 만화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저녁 시간에 요가반이 개설되면서 직장생활을 하는 최씨 같은 여성들도 드디어 구민문화예술회관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구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일요일 가족음악회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한다. 최씨가 특히 구민문화예술회관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성을 배려해 시설물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우선 여자화장실이 넓고 아이를 동반한 여성을 배려하고 있다. 가족음악회 중간 휴식시간에 이곳은 다른 문화시설과 달리 여자 화장실의 줄이 짧은 편이다. 그리고 어린아이를 위한 놀이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휠체어를 탄 채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통로도 계단이 아닌 나지막한 경사로 되어 있다.1층 로비에는 안락의자가 놓여 있고, 음료를 파는 작은 매점도 있다. 구민문화예술회관 주변은 사방으로 탁 트인 전망에 아름답지만 밝은 조명으로 편안한 기분이 든다. 여름에는 매점이 밖으로 나와, 저녁 늦게까지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최씨도, 딸아이도 저녁 시간에도 안심하고 구민문화예술회관을 이용하고 있다. ●여성친화적인 문화시설과 운영 방식 1998년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정책회의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문화권(Cultural Rights)이 인권만큼 본질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문화예술을 향유하거나 문화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는 데 장애요인이 많으므로 여성의 문화기관 접근성, 여성의 문화예술활동을 지원 장려하는 정부 차원의 문화정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럼 여성친화적인 문화시설과 문화정책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여성들은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사회 문화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 여성의 경우 서울 남성에 비해 지역사회 문화시설인 구민회관, 공공도서관, 구민체육센터, 구민문화예술회관, 문화의 집 등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가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 문화여가시설이 교통이 불편하거나 외진 장소에 있다면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시설 이용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런 점에서 최근 서울시가 목표로 하고 있는 지역문화예술회관 건립 지원, 소규모 공공도서관 확충사업, 학교시설에 체육스포츠센터나 문화공간을 확보하는 학교시설 복합화 사업은 여성친화적인 문화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사회 문화시설을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시설 설계나 운영이 이를 고려해서 건립될 필요가 있다. 최근 여성경제활동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들 직장 여성을 위한 운영 방안이 필요하다. 영국의 글래스고시는 시민조사를 통해 여성의 72%가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낮 시간에 제공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에서는 취업여성들을 위한 저녁 스포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일부 시설에서는 저녁시간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혼취업여성들을 위해 다림질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여자 청소년과 여성은 남성에 비해 문화여가시설의 쾌적함과 안전에 대해 민감한 편이다. 따라서 시설이나 주변환경이 쾌적하거나 안전한 느낌이 들지 않을 경우, 이용을 꺼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스포츠 시설의 경우 탈의실 같은 남녀별 이용시설 표식을 분명하게 하거나, 시설 안팎으로 조명을 밝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여성과 여자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체육시설을 조사하고, 여성친화적 시설운영지침을 만들기도 하였다. 유럽, 캐나다, 미국의 문화시설에서는 전통적으로 무시되거나 과소평가 받아온 여성예술가나 여성 작품을 발굴하고 이를 알리는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의 국립여성미술관은 여성 예술가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소장한 세계 최초의 여성 전문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에서는 다양한 가족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어린 관람객에게 여성 예술가의 공헌에 대해 교육하며,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과 여자 청소년 여성을 연계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하고 있다. 이밖에 문학, 음악, 영화, 무용 등의 분야별로 여성 예술가 중심의 행사와 교육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유네스코는 한 사회의 문화적 창의성은 문화 다양성에서 나오므로 여성 예술가와 여성 작품을 재평가하며, 여성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문화정책에 각 정부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성친화적인 문화시설 운영과 관련해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의 경우 정책적으로 문화시설의 운영위원이나 고위직의 경우 여성과 남성의 참여율이 50대50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동작구에는 여성을 위한 문화복지시설인 서울여성플라자가 있다. 이곳은 여성들이 문화 및 교육활동에 참여하는 동안, 아이들은 그들을 위한 놀이터에서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여성 관련전문자료를 찾아볼 수 있다.2003년부터 서울여성플라자에서는 유쾌한 치맛바람이란 주제로 서울여성문화축제를 매년 열고 있다. 2005년 5월에는 유쾌한 치맛바람 가족風(풍)을 주제로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를 했다. 여성문화예술활동에 관심이 있거나, 또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이 문화생활에 빠져 들고 싶다면 서울여성플라자의 행사일정을 찬찬히 챙겨 본다면 유용할 것이다. 서울여성플라자의 프로그램은 홈페이지(www.seoulwom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경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도시사회연구부 연구위원
  • [어떻게 지내세요] 방송기자 1호 문제안씨

    [어떻게 지내세요] 방송기자 1호 문제안씨

    “방송이나 신문에 사용되는 말과 글은 초등학생이나 노인들에게도 쉽게 전달돼야 합니다.” ‘방송기자 1호’를 아시나요? 문제안(86)씨가 바로 주인공이다. 문씨는 8·15 광복과 함께 대한민국 초대 방송기자로 활약하면서 광복의 현장을 우리말로 생생하게 취재·전달해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이승만 박사의 귀국을 특종보도했으며, 남로당 박헌영 인터뷰 등 격동의 현장을 구석구석 누볐다. 아울러 6·25 당시에는 서울신문 종군기자로 활약하면서 정전협정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또한 한글 타자기 개발로 유명한 공병우 박사와 최현배 박사의 적극적인 권유와 도움으로 ‘한글운동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씩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글학회에서 미수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글 전도사’로 남다른 의욕을 과시한다. 한글학회에서 문씨를 만났다.“마라톤의 손기정 선수와는 양정고 같은 반에 있었지. 당시 한글 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장지영 선생께서는 우리들에게 일주일에 1시간씩 몰래 한글을 가르쳐 주셨어. 숙직실에서 밤새며 책을 만들고….”라고 회고했다. 또 “장 선생님은 강의 마지막날 ‘한글책을 잘 간직했다가 필요한 사람에게 꼭 전해 주라.’고 하시면서 눈물을 흘렸지. 요즘처럼 무슨 개혁이니 혁명이니 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어.”라고 당시의 한글사랑을 술회했다. 방송기자 1호가 된 사연에 대해 “1942년에 경성중앙방송국 단파방송사건이라는 것이 있었지.” 하면서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경성중앙방송국은 기술과에 근무하는 몇몇 사람이 도쿄방송을 그대로 이어받아 한반도와 만주, 중국 등지로 송출했지. 그러던 어느날 기술과 직원 한 사람이 미 샌프란시스코 방송을 청취하게 됐는데 일본군이 태평양 전쟁에서 미군에 밀리고 있다는, 비밀이나 다름없는 내용이었지. 이런 소문은 기술과 직원들을 뛰어넘어 장택상씨 등 지식인들 사이에도 급속히 퍼졌어. 당연히 일본 경찰이 수사를 했고 기술과 직원 등을 비롯해 200여명이 잡혀 갔어. 그러자 아나운서가 모자라 공채를 통해 방송국에 입사했지. 때마침 광복이 되면서 우리말로 보도하는 방송기자가 필요해 그 1호가 된 셈이지.” 문씨는 45년 9월9일 경성방송국이 “지금부터 우리말로 시작합니다.”라는 감격의 멘트와 함께 첫 방송기자가 됐다. 한 달여 만에 이승만 박사의 귀국을 특종보도하는 행운을 안았다. 이후 조선통신 경향신문 자유신문 서울신문 조선일보 등을 거쳤다. 일본 메이지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한 그는 66년부터 서라벌예대를 시작으로 74년 수도여사대,79년 원광대 교수 등을 각각 지냈다.87∼99년에는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종군기자로 금성화랑무공훈장을 받았으며 63년 최우수문화영화상(남대문),96년 제18회 외솔상(한글운동 실천부문)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종군기 남북삼천리’ 등 13권을 남겼다. 건강관리를 위해 술과 담배를 전혀 안 하며 대한승마협회 부회장과 스키·요트협회 이사를 지낼 만큼 평소 운동을 좋아한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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