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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도 하는데? 우리라고”…국회 ‘탄소제로’ 한목소리, 청와대 움직일까

    “일본도 하는데? 우리라고”…국회 ‘탄소제로’ 한목소리, 청와대 움직일까

    민주당 의원들 “2050 탄소제로 선언해야” 국회가 탄소제로를 뜻하는 ‘넷 제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2050년까지 일본을 온실가스 실질 배출이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뜨끈미지근한 입장에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와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는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국회는 지난 9월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이는 현 상황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2050 탄소제로’를 선언해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에너지기구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투자되고 있는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전체 에너지 투자의 66%를 차지하고 있다”며 “반면 석탄화력은 12%, 원자력은 8%로 녹색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어제 ‘2050 탄소배출제로’를 목표로 국제사회 인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며 “지난 9월에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인 중국이 ‘206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역시 ‘2050 탄소제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주변국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까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 제출해야···미국 대선 관건 넷 제로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LEDS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협정 당사국들이 마련해야 하는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말한다. 환경단체들은 문재인 정부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뜻하는 넷제로 목표를 LEDS에 넣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미적지근한 상황이었다. 한국역시 작년부터 정부와 전문가들이 ‘2050 저탄소 사회 비전 포럼’을 운영하고 초안도 마련했지만 넷 제로 대신 75% 감축하는 방안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목소리가 커지며서 상황이 바뀌고 있음. 지난달 24일 환노위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결의안에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목표의 이행전략 수립 및 정부 정책 마련 촉구’, 즉 넷제로가 담겼다. 지난 25일 당정청 ‘한국판 뉴딜’ 워크숍을 마친 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국난극복k뉴딜위원회 정책기획단장은 “일본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고 선언할 예정”이라며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청와대도 큰 틀에서 동의를 표했다고 전해진다. 관건은 다음달 3일 치러질 미국 대선과 12월 12일 영국에서 열릴 파리 기후협정 5주년 기후협정 행사다.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도 넷 제로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경우 전세계적으로 넷 제로 선언 움직임이 확산할 전망이다. 김성환 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 위원장은 통화에서 “12월 12일 행사와 미국 대선이 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며 “정부도 과거보다 전향적으로 바뀌었고, 지속적으로 국회에서 촉구를 한다면 세계적인 행사에 함께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투표 방해·폭동·소송전 예고… 누가 이겨도 ‘진흙탕 美대선’

    투표 방해·폭동·소송전 예고… 누가 이겨도 ‘진흙탕 美대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소위 ‘사망 시나리오’까지 언급되더니 우편투표를 못 믿겠다며 반농담처럼 던졌던 ‘대선 불복’ 발언은 이제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극우 성향의 민병대와 진보 측 시민단체들은 서로 투표 감시단을 자처하며 분열하고 대립하고 있다. 이에 선거 당일(11월 3일) 폭력 사태까지 우려된다. 총 세 번의 대선 후보 TV토론 중 첫 번째는 ‘수준 이하’ 평가를 받았고 두 번째는 열리지 않았다. 선거제도, 토론문화, 지방자치 등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이 위기다.18일(현지시간) 뉴욕대 로스쿨의 ‘정의를 위한 브레넌 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비선 참모들을 활용해 5만여명의 여론조사원을 조직했다. 센터 측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유권자 위협’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이 거세지고 있다”며 투표소에 친트럼프 민병대나 경찰, 주방위군 등이 배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여론조사원의 표면적인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투표 사기’를 막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나는 지지자들에게 투표장에 들어가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지 관찰자 역할을 맡기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쏟아붓지는 않았을 거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ABC방송은 1980년대 공화당 자원봉사자들이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을 조직적으로 위협해 법원이 공화당 당원들의 투표소 배치를 금지했지만, 2018년 이 규제가 풀린 것에 주목했다.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를 위한 군대’(Army for Trump)라는 홈페이지에서 여론조사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미 변호사들이 만든 교육용 동영상을 배포했다. 동영상에는 마지막까지 선거 사기를 잡아내고 각종 이의를 제기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이 투표 참여를 최대한 못 하도록 하는 전략이 담겨 있다. 브레넌 센터 측은 실제 경찰 및 주방위군, 프라우드 보이스와 같은 극우 무장단체가 섞인 여론조사원이 투표소에 배치될 경우 유색인종 유권자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고 봤다. 이들의 배치는 불법이지만 법적 공방은 시간이 걸린다. ●‘선거 기술자’ 스톤 경합주 전략 변수 5만명의 여론조사원을 이끄는 건 다름 아닌 ‘정치공작의 달인’ 로저 스톤이다. 그는 2000년 대선 때 승부가 걸린 플로리다에서 재검표가 결정되자 공화당 지지자를 모아 캐주얼 옷을 사준 뒤 재검표 선관위 옆에서 소동을 피우며 갈등을 일으키게 했다. 이를 포함해 너무 큰 혼란을 막기 위해 결국 플로리다 대법원이 재검표를 불허하면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선거 기술자인 스톤이 5만명을 데리고 6~7개 경합주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비선 조직으로 2016년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던 트럼프 캠프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 캠프는 1차 TV토론을 기점으로 68번의 막판 유세를 집중적으로 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우편투표 역시 혼란을 부추기는 뇌관이다.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6개 핵심 경합주 중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3곳은 선거 전에 우편투표 개표를 허용했다. 대선 당일 윤곽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은 선거일부터 우편투표를 연다. 일례로 미시간의 경우 주법상 선거 당일 오전 7시가 돼야 부재자 투표를 열 수 있다. 개표 요원은 대부분 60, 70대다. 선거일의 경우 18시간 넘게 일해야 하지만 교대근무 인력은 없다. 자금과 인력을 지원하는 법안은 양당의 갈등으로 무산됐다. 현지에서는 선거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이긴 뒤 우편투표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역전한다면 친트럼프 성향의 민병대 등이 승리를 지키겠다며 우편투표 개표를 방해하거나 심지어 개표소를 점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 8일 미 연방수사국(FBI)은 크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혐의로 친트럼프 민병대(울버린 워치맨) 소속 7명이 포함된 13명을 체포했다. 이후 이들은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도 납치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7일 트럼프 대통령의 미시간주 유세에서는 청중들이 휘트머 주지사를 겨냥해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며 연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 모두를 감옥에 가둬라”라고 호응해 논란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CNN에 “그는 단지 유세에서 흥겨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도 투표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100여개 진보 시민단체들은 ‘결과를 보호하라’(Protect the Results)는 단체를 결성했다. 선거 당일 각 투표소를 감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면 파업 등 대규모 시위를 전개한다. 승자와 관계없이 분열과 혼돈에 빠질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극단주의자들이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대선 광고를 금지했고, 트위터 등은 부정확한 정보를 담은 글에 경고 딱지를 붙이거나 아예 삭제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달 들어 2016년 미국에서 조직된 극우단체 큐아논을 지지한다고 밝힌 계정을 차단했고, 유튜브도 큐아논 동영상을 금지하기로 했다.●일각, 트럼프의 군 투입 명령 우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요를 진압하겠다며 반란법을 근거로 군 투입을 명령하는 경우까지 상정하고 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 8월 의회에서 “선거 분쟁이 발생하면 법률상 군이 아닌 법원이나 의회에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고, 최근 미 공영라디오(NPR)와의 인터뷰에서도 “군의 역할은 제로”라고 재확인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군의 정치 중립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유세 광고에 밀리 의장이 군복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 옆에 서 있는 사진을 온라인 광고에 이용했다. 미 연방법상 모든 주의 선거 관련 분쟁을 종료토록 한 12월 8일까지 우편투표를 두고 분쟁이 지속된다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의 대법관 지명을 강행해 ‘보수 6명 대 진보 3명’의 구도를 확정지으려 하고, 민주당이 반발하며 혼란이 벌어지는 이유다. 오는 22일 배럿 대법관이 지명될 경우 민주당에서는 대권을 잡으면 대법관 수를 확대해 진보 성향의 판사를 대폭 늘리자는 주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법관 수는 법률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9명이던 것을 뒤집으면 정치적 혼란은 불가피하다. 바이든 후보는 이에 대해 찬반 확답 없이 여지를 남겨 둔 상태다. 올해 대선에선 역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 더 큰 갈등과 분열이 예고된다. 단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이단아가 일으킨 진흙탕 싸움으로 치부하기에는 미국 사회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남긴 내상이 깊어 보인다. 뉴요커의 편집장 마이클 루오는 지난 17일 칼럼에서 “트럼프 시대에 당보다 나라를 앞세우는 노력이 실패했다”며 “(대선 이후) 미국은 ‘나’에서 ‘우리’로의 진정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모랄레스 부활?… 볼리비아 대선 좌파후보 당선 유력

    모랄레스 부활?… 볼리비아 대선 좌파후보 당선 유력

    중남미 볼리비아에서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망명 중인 에보 모랄레스(60) 전 대통령이 내세운 좌파 후보 루이스 아르세(57)가 개표 완료 전 승리를 선언했다. 아르세 후보가 최종 승리 시 “우파 쿠데타로 쫓겨났다”고 주장해 온 모랄레스에게 정계 복귀의 길이 열릴 전망이다. 19일 새벽 기준 개표율은 10% 이하지만, 현지 매체 출구조사 결과 아르세 후보가 52.4%를 득표할 것으로 보여 31.5%로 예상되는 카를로스 메사(67)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우세하다고 블룸버그·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선언한 아르세는 “국민 통합 정부 구성을 추진하겠다”면서 “볼리비아 국민들은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다시 가고 싶어 한다”고 강조했다. 출구조사 확정 시 아르세는 결선투표 없이 대통령이 되며 볼리비아는 1년여 만에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아르세를 낙점한 모랄레스로선 여당 사회주의운동당(MAS)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며 본국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사상 첫 원주민 출신 대통령인 모랄레스는 지난해 10월 대선 개표 조작 논란으로 11월 사퇴한 뒤 망명길에 올랐고, 아르세를 대선후보로 발탁한 뒤 선거운동을 해외에서 관리했다. 이번 대선은 1년 만에 다시 실시된 선거다. 과도 정부의 제닌 아녜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볼리비아와 민주주의를 생각해 잘 다스려 줄 것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망명지 아르헨티나에서 짧은 연설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되찾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전화 유세에서 “선거에 이긴 다음날, 나는 볼리비아로 돌아가겠다”고도 말한 바 있다. 모랄레스 정권에서 12년간 재무장관을 지낸 아르세는 취임 시 무너진 볼리비아 경제를 복원하는 데 사투를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대선에서도 모랄레스와 다퉜던 메사 후보는 “지금은 우리 미래를 위해 매우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모랄레스가 돌아오겠다는 환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볼리비아 정치평론가 카를로스 벨베르데는 “이번 선거는 1982년 민주화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서울시장 차출설에 발끈한 정세균 “고향 위해 진안군수 했으면 했지…”

    서울시장 차출설에 발끈한 정세균 “고향 위해 진안군수 했으면 했지…”

    정치권 일각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차출설이 거론돼 눈길을 끈다. 주로 야권에서 흘러나오는 시나리오이긴 하지만 총리 주변에서는 손사래를 친다.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정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 총리가 ‘차라리 고향인 진안에서 군수를 했으면 했지…’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자 “아무리 서울시장을 노린다고 하지만 적절치 않은 발언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진안군수직을 가볍게 여긴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 총리 주변에서는 ‘발언 뉘앙스가 곡해된 것’이라며 해명했다. 19일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리는 이날 조성만 신임 공보실장 등과의 조찬 자리에서 “공직자로서 마지막으로 고향을 위한 봉사 차원에서 마음먹고 진안군수를 했으면 했지 (서울시장에는 마음이 없다)”라며 가볍게 얘기한 것이 와전됐다는 것이다. 정 총리 본인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서울시장 후보 차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받으면서다. 전북 진안이 고향인 정 총리는 15대 국회부터 18대까지 전북 무주·진안·장수에서 내리 4선을 했다. 19대, 20대 총선에서는 서울 종로에서 당선된 6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20대 국회 첫 국회의장을 지낸 바 있다.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 보선 차출설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얘기도 아니고 출마 의사를 타진받은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처럼 총리직 수행에 묵묵히 임하겠다는 것이 정 총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 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는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고, 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이종수의 헌법 너머] 생업 접어야 허용되는 참정권, 기본권인가

    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30대 초반인 지역구 최연소 당선자가 소방공무원 출신인 경력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알아보니 그는 10년 남짓 119구조대원으로 근무해 왔다. 그런데 소속 정당의 인재영입 기자회견의 첫마디에서 그가 “평생의 꿈을 접고서 정치를 시작한다”고 밝힌 대목이 마뜩지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되려는데 왜 평생의 꿈을 접어야 하나. 그의 탓이 아니다. 현행법상 공무원에게는 정당가입이 금지되고 국회의원선거나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로부터 90일 전에 사직해야 한다. 법의 취지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때문이라 하고 헌법재판소도 그간 여러 차례 이를 합헌으로 결정했지만 도무지 수긍이 가질 않는다. 심지어 공무원이 아닌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즉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헌법이 보장하는 피선거권을 행사하려면 자신의 생업을 포기해야만 한다. 오늘날 국민이면 누구라도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는 참정권의 보장은 일부 귀족들이 공직을 독점했던 과거의 신분제 사회를 벗어나 있다는 대표적인 표상이다. 그런데 이 참정권을 행사하려는 데에 그이 같은 공무원에게 자신의 생업인 공직을 포기토록 강제하는 것이 과연 마땅한지가 의문이다. 그것도 한참 전인 선거일로부터 석 달 전에 그만둬야 한다. 당선은 물론이고 시기적으로는 정당의 공천 여부조차도 불확실한 때이다. 그래서 공무원이라도 오랫동안 봉직하다가 퇴직을 앞둔 시점이 아니면 선뜻 입후보할 용기를 내기가 어렵다. 피선거권 행사를 위해서는 생업인 공직을 그만둬야 해서 젊은 공무원에게는 그의 말대로 “평생의 꿈을 접고서야” 가능한 모험이고, 마치 한판의 도박과도 같다. 반면에 판검사 등 고위직 출신의 공무원들에게는 공직선거 출마가 떨어져도 그만인 일종의 꽃놀이패와도 같다. 이렇듯 뜻있는 많은 이들이 사실상 배제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케네디 집안, 부시 집안, 아베 집안과 같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서 정치권력을 이어 가는 이른바 ‘선거귀족’들이 득세해 왔다. 공무원이나 교사가 선거에 입후보해서 만일 당선되면 권력분립원리상 겸직 금지가 마땅하다. 그래서 독일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정당가입은 물론이고 공직선거의 입후보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독일의 공무원법은 선거에 입후보한 공무원에게 선거운동을 위한 휴가를 보장하며 만일 당선된다면 법상 겸직이 금지되기 때문에 해당 공직의 임기 동안에 휴직을 또한 보장한다. 이와 같이 우리와는 달리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활짝 열어 두고 있다. 그러니 선출직 공직에 출마하기 위해 그이처럼 평생의 꿈을 접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독일의 주요 정당들에서 전체 당원들 가운데 공무원의 당원비율은 30~40%에 달한다. 특히 독일 녹색당은 태반이 공무원들이다. 현역 의원이 재선, 삼선에 다시 나서는 프리미엄은 전혀 문제 삼지 않는데도, 말단직의 공무원이 선거에 나서는 데에 뭐 그리 대단한 프리미엄이 있겠으며 또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겠는가. 게다가 현행 선거법은 오래전부터 공무원에게 직을 이용하는 선거운동을 따로 금지해 오고 있다. 그리고 임기를 마치고서 재선에 연연하지 않고서 이전의 직업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다리를 남겨 둬도 좋겠다. 물론 다리를 놓아 두더라도 되돌아갈 이들이 많지 않을 법하다. 그러나 생업을 접고서 그리고 되돌아갈 다리가 아예 끊긴 가운데 치러지는 공직선거에는 자신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하는 선거가 누군가에게는 마치 배수진 속에서 치르는 비장(悲壯)한 전투가 돼야 한다. 기본권은 국민 누구나가 일상에서 별다른 조건과 큰 위험 부담이 없이 누려야 마땅한 권리다. 공무원과 교사들에게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더욱이 오늘날의 평등사회에서 민주정치의 상징과도 같은 참정권은 누구라도 가급적 제한 없이 누릴 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듯 생업과 꿈을 포기하고서야 비로소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면, 여기에 어떻게 기본권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지가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처럼 소방공무원 출신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국회의원 출신의 소방공무원을 지켜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무죄’ 뜬 이재명, 대선주자 선호도 20% 석달째 선두…이낙연 10%대 추락(종합)

    ‘무죄’ 뜬 이재명, 대선주자 선호도 20% 석달째 선두…이낙연 10%대 추락(종합)

    이낙연 17%… 이재명에 오차범위 내 밀려이재명 ‘파기환송심’ 무죄로 대선 준비 본격화안철수 4%, 윤석열 3%, 홍준표 2%차기 정권 선호 ‘여당’ 44%로 더 많아文, 지지율 긍정 평가 47%로 소폭 올라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누르고 석달째 선두를 달렸다. 이 지사의 선호도는 20%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 대표가 17%로 더 많이 하락하면서 격차도 더 벌어졌다. 이 지사는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원심 파기 판결을 받은 데 이어 16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대선 준비를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이재명, 남성·30~50대·인천/경기 높아이낙연, 광주전라·민주당 지지층서 우위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이 누가 좋은지를 묻는 조사에서 이 지사를 지지한 사람이 20%로 가장 많았다고 16일 발표했다. 이낙연 대표는 17%로 2위를 달렸지만 10%대로 내려앉으면서 이 지사와 격차도 오차범위 내지만 더 벌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 윤석열 검찰총장 3%, 홍준표 무소속 의원 2%, 원희룡 제주도지사 1% 순으로 나타났다. 46%는 특정인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 지사와 이 대표의 선호도는 한 달 전보다 각각 2%포인트(p), 4%p 하락했다. 올해 7월까지는 이 대표가 선호도 20%대 중반으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8월 들어 이 지사가 상승세를 타면서 양강 구도로 바뀌었다. 대선 후보는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한다. 지난달까지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 대표가 이 지사를 10%p 이상 앞섰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의 격차가 5%p(이낙연 36%, 이재명 31%)로 줄어 누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이 지사 선호도는 남성(26%), 30~50대(25% 안팎), 인천·경기(28%)에서 높았던 반면 이 대표의 선호도는 광주·전라(36%), 민주당 지지층(36%) 등에서 높은 편이다.이재명 ‘허위사실 공표’파기환송심서 무죄 선고 “대선? 부여해주시는 임무에 최선 다할 것” 이날 수원고법 형사2부(심담 부장판사)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지사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문제가 된 이 지사의 토론회 발언은 허위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대법 판단 취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판결을 받아든 이 지사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토론회 발언 내용을 보면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후보자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뿐, 적극적·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공표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토론회에 나온 특정 질의·응답 과정을 두고서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려 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를 부인하는 의미로 ‘없다’고 한 것으로, 의도적으로 의미를 왜곡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같은 사실을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극적 회피·방어하는 취지의 답변·일부 자의적 해석가능한 취지 발언 등을 허위사실공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후 심리과정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고, 별다른 변동사항이 없었다”며 “따라서 이 법원은 기속력(羈束力·임의로 대법원 판결을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는 구속력)에 따라 대법 판단대로 판결한다”고 부연했다. 재판이 끝난 뒤 이 지사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인권옹호의 최후 보루로 불리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대선에 대한 질문에는 “대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이 대리인인 우리 일꾼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지 결정하는 것이다”라며 “부여해주시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일 국민의힘 원희룡 1% 첫 순위권 두 사람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 윤석열 검찰총장이 3%,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2%를 기록했다. 야권에서는 안 대표와 홍 의원은 지난 대선 출마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갤럽은 안 대표 등에 대해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무당층, 성향 보수층에서 선호도 한 자릿수에 그쳐 여권에 맞서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현직 정치인이 아님에도 꾸준히 대선주자로 꼽히지만 선호도는 지난 8월 9%에서 9·10월 3%로 하락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대선 도전을 공식화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대로 처음 순위권에 올랐다. 갤럽은 “야권의 인물난이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처음으로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면서 “선호도는 1%에 불과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으로는 유일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갤럽은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까지 남은 기간 변동 여지가 크다”면서 “현재 각 인물 선호도는 전국적 지명도나 대중적 인기, 조사 시점 이슈가 반영된 지표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차기 대선 후보 ‘여당 후보’가 돼야 44%로 ‘야당 후보’보다 지지율 높아 20대 대선에서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야당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의견보다 더 높았다. 갤럽에 따르면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44%였던 반면,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은 39%였다. 격차는 5%p였다. 민주당 지지층의 83%가 여당 후보를, 국민의힘 지지층의 87%가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에서는 여당(20%)보다는 야당(45%) 지지가 훨씬 높았다. 文 직무수행 긍정 평가 47% 소폭 올라부정 평가 42%… 6%p 감소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7%로 ‘잘못하고 있다’ 42%보다 높게 나왔다. 3주 전보다 긍정 평가는 3%p 올랐고 부정 평가는 6%p 하락했다. 민주당 지지층의 82%가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국민의힘 지지층은 89%가 부정적으로 봤다. 무당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48%로 긍정 평가(27%) 앞섰다. 인천·경기, 대구·경북, 20대, 성향 보수층, 무당층 등에서 추석 전보다 부정 평가 하락폭이 10%p를 웃돌았다.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처’(29%), ‘전반적으로 잘한다’(8%),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6%), ‘복지 확대’(5%), ‘기본에 충실/원칙대로 함/공정함’, ‘외교/국제 관계’, ‘서민 위한 노력’(이상 4%), ‘북한 관계’, ‘국민 입장을 생각한다’, ‘경제 정책’(이상 3%)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15%)이 가장 많았다. 이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1%), ‘북한 관계’(10%), ‘인사(人事) 문제’(8%), ‘전반적으로 부족하다’(7%), ‘독단적/일방적/편파적’(5%), ‘공정하지 못함/내로남불’(4%), ‘코로나19 대처 미흡’, ‘소통 미흡’(이상 3%) 등을 꼽았다. 갤럽은 “지난주부터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다양한 현안이 다뤄지고 있어 부정 평가 이유 역시 여러 분야에 걸쳐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석 전과 비교하면 부동산 정책과 북한 관련 언급이 늘었다. 새로운 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른 수도권 전세난, 추석 전 실종 공무원 피격 사건 영향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정당 지지율 與 소폭 올라민주 38% vs 국민의힘 18%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3주 전보다 1%p 오른 38%로, 국민의힘이 3%p 하락한 18%로 집계됐다. 정의당 5%, 국민의당 4%, 열린민주당 3% 등으로 뒤를 이었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31%였다. 이번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3.1%p(95% 신뢰수준)에 응답률은 18%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데뷔 26년 만에 나온 첫 시집에 담긴 사연

    데뷔 26년 만에 나온 첫 시집에 담긴 사연

    데뷔 26년 만에 나온 첫 시집이다. 그간 시인은 꾸준히 문학판에 얼굴을 내밀면서도 시집 만은 출간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걷는사람). 김호균 시인은 199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광주매일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발문을 쓴 김형중 문학평론가에 따르면 시인은 1985년 제1회 오월문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광주청년문학회의 창립 멤버, 광주전남작가회의 사무국장 등으로 활약했으나 긴 세월 시집을 내지 않았다. 시집에는 오랜 세월 벼려온 세상에 관한 그의 통찰이 돋보인다. 염소, 짱뚱어, 놋세숫대야처럼 향토적 색채가 짙은 시어들이 반갑다. 시 ‘소금쟁이’는 문학판에 있었으되 시작은 미뤄뒀던, 본인을 은유한 듯도 하다. ‘소금쟁이는 발목만 담근 듯 만 듯/그러니까, 세상과는 아주 떨어지지 않으면서도/세상을 사뿐사뿐 가지고 노는/힘,’(‘소금쟁이’ 부분) 밀물과 썰물 속에서 뻘밭이기도, 바다이기도 한 영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짱뚱어에 관한 시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온다. 시인의 시는 어렵지 않다. 삶의 구체적인 순간을 다루고 있어서다. 가령 시 ‘사랑’은 평생 술독에 빠져 지내던 아버지 김희종 씨와 이런 아버지를 애 타는 심정으로 바라봤던 어머니 심영민 씨의 이야기다. ‘응급실 복도의 국화를 보면서 김희종 씨의 오래된 친구인 심영민 씨의 가슴을 저리게 하는 말,/김희종 씨가 “닭발 좋다야, 참말로 좋다야” 하는 말에 이르러선/내가 나를 참지 못한다/내가 나를 울어버린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던 아내의 곁에서 보조로 살던 내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한 마디에, ‘나’는 무너져 내린다. 이 순간, 국화가 닭발이고, 닭발은 징글맞은 사랑의 다른 말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단독] 억소리 지원금 vs 곡소리 기탁금… 청년 정치, 출발선이 다르다

    [단독] 억소리 지원금 vs 곡소리 기탁금… 청년 정치, 출발선이 다르다

    청년 정치가 진짜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기성 정치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악순환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홀로 감당하기 버거운 선거비용 탓에 평범한 청년들은 정당 지원 없이는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낙선한 청년 후보들을 위한 ‘안전망’도 거대 정당 외에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에 쉽게 동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12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제21대 총선 주요 정당 선거비용 수입 및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선거지원금 52억 7700만원을 지급했다. 21대 국회에선 원외 정당이 됐지만 총선 당시 제2야당으로 비례대표선거 투표용지에서 첫 번째 칸을 차지했던 민생당은 28억 3900만원을 지원했다. 이어 정의당이 27억 9800만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11억원을 후보자에게 지급했다. 각 정당이 후보자 선거지원금으로만 수십억원을 투입할 수 있는 바탕은 상당 부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에 있다. 지난 총선 당시 각 정당의 선거비용 수입 중 국고보조금 비율을 보면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80.0%)이 가장 높았다. 이어 민생당(69.7%),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55.0%), 민주당(46.9%), 통합당(48.9%), 정의당(35.0%)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고보조금이 큰 정당 후보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이미 정치자금 규모만큼 격차가 크게 벌어진 후보들은 선거일 밤 받아 드는 성적표에 따라 부담이 경감 혹은 가중된다. 현행 선거비용 보전 제도는 15% 이상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 제한액 내에서 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 준다. 득표율 10%를 넘기면 절반을 보전받는다. 이에 따라 지지 기반이 있는 거대 양당은 후보자를 낸 대부분 지역구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지만, 소수 정당 후보들은 선거비용 보전을 기대하기 힘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진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기성세대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지역의 인간관계 폭이 좁으며 큰돈을 들일 여력도 적은 청년 후보에게는 기탁금을 낮춰 주거나 선거비용 보전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정치권도 기득권 틀을 깨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고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춰 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청년 정치인 앞에 펼쳐지는 길은 천지 차이다. 금배지를 단 당선자가 4년간 탄탄대로를 걷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낙선자도 소속 정당에 따라서는 제도권 안에서 ‘정치 스펙’을 쌓을 기회를 잡게 된다. 청년 후보 대부분이 당선된 민주당에서는 초선임에도 당내 직책을 맡은 경우가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35) 의원은 원내부대표를, 소방관 출신 오영환(32) 의원은 재해대책특별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이 ‘청년’과 ‘창업’에 주목하며 영입했으나 총선에 불출마한 조동인(31) 미텔슈탄트 대표는 최근 국무총리실 산하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으로 발탁됐다. 통합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병민(38) 전 후보와 김재섭(33) 전 후보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진호(31) 전 후보는 원내대표실 부실장에 발탁돼 주호영 원내대표를 보좌한다. 재선에 실패한 김수민(34) 전 후보는 당 홍보본부장을 맡아 국민의힘 당명·당색 개정 작업을 이끌었다. 반면 꽂아 줄 낙하산 자리도, 월급을 주는 당직도 없는 소수 정당 청년 낙선자 상당수는 생계를 위한 생활전선에 다시 뛰어들었다. 소속 정당이 없는 이가현(28) 전 후보의 경우는 더욱 기댈 곳이 없다. 이 전 후보는 선거 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폭력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생활비를 벌고, 지역에서는 주민자치회 청년활동가로 일하며 어르신들을 만난다. 또 서울 동대문갑의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젠더 감수성 교육, 인권 교육 등을 준비하며 청년·여성 정치의 꿈을 가다듬고 있다. 이 전 후보는 “1500만원이라는 기탁금부터가 나 같은 정치 신인에겐 공중에 폭발해 버리는 헌납금이었다”며 “기득권 양당 정치의 벽을 깨려면 기탁금 하향을 통한 후보 난립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청년 정치인을 위한 선거법 또는 정당의 당헌·당규 개정 등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청년들이 제도적 개선에만 목매지 말고 자기 지역에서 봉사하며 기초의원부터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 연구원은 “청년 정치인과 청년 정당이 뚜렷한 어젠다를 갖는 동시에 지역 현안과 주민들을 파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힘을 가질 때 거대 양당에 지친 민심의 흐름이 청년들에게 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단독] 민주당 2억 vs 무소속 4500만… 청년 정치, 출발선부터 달랐다

    [단독] 민주당 2억 vs 무소속 4500만… 청년 정치, 출발선부터 달랐다

    지난 4·15 총선에 도전했던 청년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 유무와 규모 등에 따라 사용한 선거 비용이 5배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정당의 청년 후보들은 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비교적 풍부한 자금으로 다양한 선거 운동을 펼친 반면 군소 정당이나 무소속 청년 정치인들은 최소한의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렀다. 거대정당 후보, 로고송·문자발송 다채로운 선거운동 서울신문이 12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및 각 후보를 통해 입수한 ‘4·15 총선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서’를 분석한 결과 서울 동대문을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청년 정치인 장경태(37) 의원은 2억원이 넘는 돈을 선거 기간 동안 썼다. 후보 등록 기탁금 1500만원과 선거사무소 임차비 등 기본적인 지출 외에도 연설·대담과 선거로고송 인격권료 등에 464만원을 들였다. 전화·이메일·문자메시지 등의 발송에도 3037만원을 썼다. 장 의원은 이와 관련 “당에서 2000만원의 청년후보지원금과 5000만원의 대출제도를 시행했다”며 “제가 총선기획단 위원으로서 제안해 시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도봉갑에서 낙선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 김재섭(33) 비상대책위원은 총 1억 8200만원을 지출했다. 서울 동대문갑에 출마했던 무소속 이가현(28) 전 후보는 4597만원을 썼다. 기본적인 지출인 후보 등록 기탁금 1500만원, 선거사무소 보증금 1000만원, 공보물 제작 700만원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외 선거사무원·회계책임자·디자이너 등 3명에게 월 75만원씩 지급한 3개월치 월급이 총 675만원, 현수막 제작·설치 85만원, 선거운동복 16만원, 선거벽보 10만원, 낙선 현수막 5만원 등이었다. 이 전 후보는 “다행히 대부분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지만, 정치 신인에게는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무소속 후보는 1500만원 기탁금이 전체비용 1/3 청년 정치가 진짜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기성 정치의 ‘껴묻거리’로 전락하는 악순환은 선거 과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홀로 감당하기 버거운 선거비용 탓에 평범한 청년들은 정당 지원 없이는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낙선한 청년 후보들을 위한 ‘안전망’도 거대 정당 외에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 청년 정치는 기성 정치에 쉽게 동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의 ‘제21대 총선 주요 정당 선거비용 수입 및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선거지원금 52억 7700만원을 지급했다. 21대 국회에선 원외정당이 됐지만 총선 당시 제2야당으로 비례대표선거 투표용지에서 첫 번째 칸을 차지했던 민생당은 28억 3900만원을 지원했다. 이어 정의당이 27억 9800만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11억원을 후보자에게 지급했다. 각 정당이 후보자 선거지원금으로만 수십억원을 투입할 수 있는 바탕은 상당 부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에 있다. 지난 총선 당시 각 정당의 선거비용 수입 중 국고보조금 비율을 보면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80.0%)이 가장 높았다. 이어 민생당(69.7%),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55.0%), 민주당(46.9%), 통합당(48.9%), 정의당(35.0%)이 뒤를 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국고보조금이 큰 정당 후보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선거비용 보전 기준 ‘15%룰’ 탓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 선거 과정에서 이미 정치자금 규모만큼 격차가 크게 벌어진 후보들은 선거일 밤 받아 드는 성적표에 따라 부담이 경감 혹은 가중된다. 현행 선거비용 보전 제도는 15% 이상 득표를 하면 선거비용 제한액 내에서 쓴 선거비용을 전액 보전해 준다. 득표율 10%를 넘기면 절반을 보전받는다. 이에 따라 지지 기반이 있는 거대 양당은 후보자를 낸 대부분 지역구에서 선거비용을 보전받지만, 소수정당 후보들은 선거비용 보전을 기대하기 힘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벌어진다.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기성세대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지역의 인간관계 폭이 좁으며 큰돈을 들일 여력도 적은 청년 후보에게는 기탁금을 낮춰 주거나 선거비용 보전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국가가 재정적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야 정치권도 4차 산업혁명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맞춰 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전망도 거대정당 낙선자만… “청년에 지원 필요” 선거가 끝난 후에도 청년 정치인 앞에 펼쳐지는 길은 천지 차이다. 금배지를 단 당선자가 4년간 탄탄대로를 걷게 되는 건 당연하지만 낙선자도 소속 정당에 따라서는 제도권 안에서 ‘정치 스펙’을 쌓을 기회를 잡게 된다. 청년 후보 대부분이 당선된 민주당에서는 초선임에도 당내 직책을 맡은 경우가 있다. 환경운동가이자 변호사 출신인 이소영(35) 의원은 원내부대표를, 소방관 출신 오영환(32) 의원은 재해대책특별위원장을 맡았다. 통합당 지역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병민(38), 김재섭(33)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지근거리에서 활약하고 있다. 박진호(31) 전 후보는 원내대표실 부실장에 발탁돼 주호영 원내대표를 보좌한다. 반면 꽂아 줄 낙하산 자리도, 월급을 주는 당직도 없는 소수정당 청년 낙선자 상당수는 생계를 위한 생활전선에 다시 뛰어들었다. 소속 정당이 없는 이가현(28) 전 후보의 경우는 더욱 기댈 곳이 없다. 이 전 후보는 선거 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폭력예방교육 강사로 활동하며 생활비를 버는 한편 지역 활동가들과 함께 젠더 감수성 교육, 인권 교육 등을 준비하며 청년·여성 정치의 꿈을 가다듬고 있다. 이 전 후보는 “1500만원이라는 기탁금부터가 나 같은 정치 신인에겐 공중에 폭발해 버리는 헌납금이었다”며 “기득권 양당 정치의 벽을 깨려면 기탁금 하향을 통한 후보 난립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세제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청년 정치인을 위한 선거법 또는 정당의 당헌·당규 개정 등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청년들이 제도적 개선에만 목매지 말고 자기 지역에서 봉사하며 기초의원부터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 연구원은 “청년 정치인과 청년 정당이 뚜렷한 어젠다를 갖는 동시에 지역 현안과 주민들을 파악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번 고배에도… ‘세대교체’ 꿈꾸는 녹색당·미래당 정치판 세대교체를 호소하며 4·15 총선에 뛰어들었던 녹색당과 미래당은 거대 정당이 만든 ‘꼼수’ 비례위성정당의 등장으로 또 한 번 고배를 마셨지만 보다 젊은 진보정치를 위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녹색당 비례 2번으로 총선에 나섰던 김혜미 청년녹생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비례후보만 낸 정당은 마이크 유세를 할 수 없는 것이나 청년에겐 부담이 되는 높은 기탁금 등은 여전히 소수정당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당내 당인 청년녹색당은 최근 한국형 그린뉴딜을 공부하는 세미나를 여는 등 당의 선명성을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연기된 정의당·미래당·진보당 등과의 청년 정치인 간담회도 준비 중이다. 비례 1번으로 출마했던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는 생계를 위해 비정규직 사무보조로 일하면서 미래당 4기 공감학교 ‘찐심원정대’ 준비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미래당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후보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정례적인 전국 화상회의 등을 통해 당 분위기를 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청년층은 기성세대와는 문화, 소통방식이 다르다. 자체적으로 운영될 때 리더십과 능력을 키울 수 있다”며 청년 정치를 위한 독립된 조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태영호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주장은 미 대선 앞두고 매우 위험”

    태영호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주장은 미 대선 앞두고 매우 위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화상시스템으로 치러진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10월 10일 북한의 신형 전략무기공개 후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계속 주장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지난 9월 23일 문 대통령이 유엔연설에서 언급한 종전선언 제안과 지난 2018년 9월 유엔총회에서 언급한 종전선언 제안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018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은 관계국들의 비핵화조치가 실행되고 그것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지는 ‘선 비핵화 조치 후 종전선언’이었다면 2020년 9월 새롭게 나온 종전선언 제안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이 더 커진 속에서 비핵화 조치 앞에 종선선언을 가져다 놓은 ‘선 종전선언 후 비핵화조치’란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태 의원은 “차기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첫 협상을 벌일 때 어떤 아젠다를 선후로 정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우리가 종전선언을 계속 주장하면 정말 종전선언이 북한을 비핵화를 견인할수 있다고 착각해 첫 핵협상부터 비핵화가 아니라 종전선언을 첫 아젠다로 다룬다면 큰일”이라며, “종전선언과 비핵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주장해온 북한의 기존 주장을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10월 10일 북한의 열병식 후에도 계속 종전선언을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태 의원의 지적에 이수혁 주미 대사는 “종전선언은 목표가 아니고 평화 프로세스, 비핵화의 한 과정에 있는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북미가 이것을 비핵화를 대체하는 협상 어젠다로 삼을 것 같지는 않다”고 답변했다. 이 대사는 3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핵 협상 전망과 관련해 “솔직히 민주당이나 공화당이 외교정책에 신경 쓸 틈이 없다”며 “국내에 몰입하고 있고 중국이 크게 걸려 있어 한반도 문제는 부차적 문제로 취급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시적 뼈대가 자라고 삶이 갈무리된 곳… 기형도에 위로받다

    시적 뼈대가 자라고 삶이 갈무리된 곳… 기형도에 위로받다

    지금쯤 같은 땅과 하늘 아래서 살고 있었다면 이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게 되는 두 사람이 있다. 가수 김광석과 시인 기형도다. 생몰 연대가 비슷하고 활동 시기가 살짝 겹치는 두 사람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쩌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지냈을지도 모르겠다. 노래로 타인의 마음을 울렸던 이와 단 한 권의 유고 시집으로 신화가 된 사람이 저 하늘에, 달나라 어디쯤에 살고 있다. 각자의 노래와 시로. 달에서 시를 쓰기 위해 지상엔 단 한 권의 시집만 남기고 간 사람, ‘입 속의 검은 잎’으로 신화가 된 주인공. 시인 기형도는 너무 일찍 이생의 삶을 접어 버린 사람이지만 그의 시는 지금까지도 계절과 기후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위로하며, 때로는 울리고 있다. 그의 시와 김광석의 노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가을이 왔다. 계절이 부르는 낙엽의 신호를 따라 경기 광명시 기형도문학관을 찾았다.기형도문학관은 광명시와 광명문화재단 그리고 기형도 시인의 문우들과 유족들이 뜻을 모아 그가 마지막으로 머물다 간 장소이자 시의 배경이 되는 의미 있는 공간에 마련했다. 오롯이 그의 독자들과 문우들이 시와 시인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장소인 까닭에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기형도는 1960년 3월 13일 경기 옹진군에서 태어나 1964년 시흥(현 광명시)으로 이사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중앙일보에 입사해 기자 생활을 하던 중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가 당선돼 등단했다. 4년 후인 1989년 3월 7일 종로의 심야극장에서 급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너무 이른 죽음 앞에서 모두가 황망해하는 사이에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출간됐고, 이 시집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 시인과 시집 그리고 문학관에 대해 기형도문학관의 명예관장이자 시인의 누나인 기향도 관장과 대화를 나눴다. 현재 어머님을 모시고 함께 지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해 온 기 관장은 동생이자 시인인 기형도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표제작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누나에게 보낸 안부 편지 말미에 표제작 이야기를 써 뒀다고 했다.●“시인으로서 동생으로서 좋은 사람이었다” ‘누나, 첫 시집을 내려고 하는데 제목을 ‘정거장에서의 충고’와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중에서 택하려 하고 있어. 나는 ‘정거장에서의 충고’로 하고 싶은데 누나 생각은 어때?’ 이 편지가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그때를 회상하는 기 관장의 목소리가 한결 애틋해졌다.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동생의 시가 ‘정거장에서의 충고’라고 덧붙였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고 읊조리듯이 시작하는 그 시의 첫 구절이 입가에 맴돌기 시작했다. 시인으로서 그리고 동생으로서의 기형도에 대해 묻자 “좋은 사람이었다”는 첫 마디가 돌아왔다. “조용하고 겸손했던 사람, 자기를 나타내지 않고 한없이 겸손했고 남들에게 자상한 사람이었다”며 “내 동생을 떠나 인간적으로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또 그는 젊은 청년의 혈기를 뛰어넘어 인간의 근본적인 어떤 것을 꿰뚫고 있던, 기본적으로 삶에 대해 애착이 컸던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형도에게 광명은 ‘그의 마지막이 갈무리된 곳이자 그의 시적인 뼈대가 자란 곳’이라고 했다. “안개가 유독 많이 끼는 안양천 주변에서의 삶이 그를 키운 셈이에요. 이곳 소하리 뚝방에는 수재민과 이재민들이 살았어요. 공단과 폐수를 가두던 안개들을 보고 자란 기형도가 서울과 안양, 시흥을 오가며 사회 격변기를 거쳤던 거죠.” 폐수가 안개에 휩싸여 사람을 지우는 거리에서 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은 바로 시를 쓰는 일이었으므로 그는 그것을 성실하게 기록했다. 그리하여 그의 시 ‘안개’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데, ‘안개’라는 단어를 기형도 시인이 가장 크게 점유했다는 말이 과언은 아니다. 안개 속에서 자라 안개의 시인이 된 사람의 눈에는 모든 세상사가 안개 속에서 일어난 일이 돼 버렸던 것일까. 그리하여 그도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야 만 것일까. “기형도 시인이 살던 집 자리 앞에 광명메모리얼파크가 놓였고, 우리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그의 시만큼은 변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 관장의 말이 유독 반가웠던 것은 그것이야말로 시의 본질이자 시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닐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는 “문학관은 어떤 면에서 인위적인 것이지만 그 속에서 진정으로 시로써 사람들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모든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시 자체” “문학관을 방문하는 분들 가운데 ‘암울한 시절에 이 시집 하나 가지고 견뎠다’고 말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기형도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 대해 깊게 사유했던 사람이었어요. 그의 시뿐만 아니라 그를 사랑해 주는 독자들이 없었더라면 이 장소는 없었을 겁니다.” 문학이라는 의미가 얼마나 사람들을 위로하는가, 한 사람의 삶이 이토록 귀중하다는 것을 이렇게 드러내는 듯하다. 기 관장은 요즘이야말로 사람이 ‘사람’을 잊어버리는 세상이 된 것 같다며 크게 안타까워했다. 기형도의 시 ‘빈집’, ‘엄마 걱정’, ‘정거장에서의 충고’ 같은 것들이 ‘사람됨’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피력했다. “시인 기형도가 바라봤던 인간상이 투영된 이 시편들이 독자들에게도 통한 것이 아닐까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 외에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어떤 것의 으뜸은 단연 시가 아닐까 합니다.”그는 마지막으로 문학관을 찾는 기형도 시인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하자 “동생은 동생만의 이야기를 하고 갔지만 이곳에 온 독자들은 자기 삶을 가지고 와서 동생의 시와 함께 이야기를 하고 간다. 그 시간을 통해 위로를 주고받았으면 한다”는 따뜻한 말을 건넸다. “모든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시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시를 자기가 표현하면서 사는 거죠. 그것과 교감하고, 함께 이야기를 하며 마음을 나누는 일이 이곳에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해요. 기형도가 시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써 놓았던 ‘삶’이고, 또 삶과 죽음이 각각의 의미가 있고 서로 나눔으로써 위로가 되고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달나라에 있는 시인이 이 얘기를 들으면 아마도 ‘누나 말이 맞다’고 맞장구치지 않을까. 기형도문학관은 시집에 나온 시의 제목들로 구역을 나누고 테마를 정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1층 전시실에서는 시인 기형도, 유년의 윗목, 안개의 강, 은백양의 숲, 저녁 정거장, 빈집, 더 넓게 더 멀리, 사진으로 보는 기형도, 기형도 소리에 담다 같은 소제목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어느새 시집을 읽는 독자에서 시집 안으로 훌쩍 들어온 ‘사람’이 돼 버리는 마법을 체험할 수 있다. 2층은 북카페, 도서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3층에는 강당과 창작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문학관 건물 뒤편으로는 ‘기형도 시길’이 나 있는데, 이 역시도 시의 제목을 따라 여러 테마를 체험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다.문학관은 지금 특별 전시 중에 있다. 기형도문학관 기증자료전인 ‘도로시를 위하여’가 그것이다. 기형도의 문우였던 이성겸, 장사국, 홍순창 등이 그의 생전 사진들을 기증해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기형도의 학창 시절과 문우들과의 사진, 손글씨와 편지들 그리고 그가 직접 그렸던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시와 시인에 대해 이미 알려진 것이 아닌 새로운 사진들이 그곳을 찾는 독자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형도 시집을 읽지 않고 문청 시절을 통과한 이들이 있을까. 필자 역시 기형도의 시집을 읽고 필사하고 또 읽던 때가 있었다. 그의 시에 대해 후배 시인들은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 최근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창작동인 ‘켬’의 이소연 시인과 주민현 시인에게 ‘기형도의 시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소연 시인은 “기형도는 제게 질투하는 마음을 선물해 준 사람”이라며 “기형도의 시를 읽으면 시가 쓰고 싶어지고, ‘나도 좋은 시를 쓸 거야’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고 말했다. 주민현 시인은 “우울하고 안개 낀 그러나 푸른 희망이 뒤섞인 포도밭을 천천히 통과할 수 있어 좋았다”는 말을 전해 왔다.한 권의 시집과 한 사람의 시인을 기리는 터전을 마련한 공간에서 독자들은 마음을 누이고 위로를 받고, 후배 시인들은 그의 시를 질투하고 또 경외하며 살아가고 있다. 시인의 물리적인 생은 끝났을지라도 시 속에서 그가 아직도 살아 있다고 늘 확인하며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 기형도문학관이다. 소설가 이은선
  • ‘달님 영창’ 김소연 “당협위원장 자진사퇴… 콕 찍어 교체 압박”

    ‘달님 영창’ 김소연 “당협위원장 자진사퇴… 콕 찍어 교체 압박”

    김소연 국민의힘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이 당협위원장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 첫 당무감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 8일 김병민 비대위원이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추석 연휴에 내건 ‘달님은 영창으로’ 현수막을 당무감사 대상으로 언급하자 하루 만에 밝힌 결심이다. 김 위원장은 9일 페이스북에 ‘대전 유성을 당협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합니다’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위원장은 “당내의 여러 인사들, 그리고 당 밖의 진중권 같은 자들과 심지어 박범계까지도 남의 당의 당무감사까지 관여하며 저를 콕 찍어 ‘교체’하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당은 그에 화답이라도 할 모양인 듯 비대위원이 직접 방송에 나가 ‘궁예’라도 된 양 저의 활동의 ‘의도와 의미’를 파악해보겠다고 예고했다”고 덧붙였다. 김 비대위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무감사에 관련된 당협평가 서류들을 작성하다 보니 SNS 관련된 여러 가지 견해를 묻거나 과거 활동, 현재 활동, 또 막말 등에 대한 얘기를 쓰는 란들이 많았다”면서 “SNS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면 그건 해당 정치인만 문제가 아니라 그 정치인 소속된 당에 대한 국민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은 특히 김 위원장의 현수막 논란에 대해 “추석 명절을 앞두고 현수막에 대한 공통된 문구가 (중앙당에서) 내려왔다. 그 내용의 현수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른 의미의 현수막의 문구들이 들어갔다면 거기에 대해서 어떤 의도와 의미들이 있었는지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들이 있었는지를 당무감사위원회에서 파악할 거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을 겨냥해 “방송에 나가서 대외적으로 저격하듯 발언하는 것을 보니 바른미래당 시절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당내 분열과 당내 분쟁을 시시콜콜 방송에 보고하며 출연료를 벌어간 것이 생각이 난다”며 “(국민의힘이) 바른미래당과 민생당의 길을 따라가려는 것인지 불길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른바 ‘달님은 영창으로’ 현수막은 국민의힘 공통 당협 현수막과는 별개로 제 자비를 들여서 직접 게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위원장은 당협위원장직 사퇴를 결심한 이유로 몇 가지 이유를 더 들었다. 그는 “부정선거 총선무효 규탄 차량 퍼레이드가 우리 대전에서도 열리고 있다. 민노총 등 극좌세력들처럼 드러눕고 소리지르고 구호 외치는 일도 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우리 제1야당의 역할은 무엇인가. 유권자의 표를 되찾고 확인하겠다는 국민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부정선거 문제제기만 해도 ‘극우’라 낙인을 찍고 음모론자로 몰고 가는 게 제1야당이 할 일이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새로운 정강정책 중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부분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정강정책 중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부분 등 동의하지 못할 내용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도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려놓으려고 한다”면서 “저의 총선 공약 1번은 ‘탈원전 정책 폐기’였고, 2번은 ‘여가부 폐지’였으며, 3번은 시벌조직들에 관한 부분이었다. 저는 이러한 일을 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던 것이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공허한 공약을 내세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당협위원장직을 사퇴한 후에도 지역구에서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선거 기간 중 보수진영이 이 지역에 공들이지 않아서 특별한 일을 한 게 없는 이상민 의원이 계속 당선이 되는 것이 안타까웠던 주민들께서 ‘이번에 떨어지더라도 지역구를 꼭 지켜달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제가 살고 있는 유성을 지역을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전체주의, 공산주의, 폭력과 위선에 명백히 저항할 것이며 저보다 아래 세대들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유명희,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 진출”...첫 韓 수장 기대(종합)

    “유명희, WTO 사무총장 선거 최종 결선 진출”...첫 韓 수장 기대(종합)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WTO 사무국은 8일 오전 열리는 WTO 비공식 대사급 회의에서 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유 본부장과 함께 결선에 진출한 후보는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후보다. 두 여성 후보가 나란히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면서 25년 WTO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됐다. 유 본부장이 최종 당선될 경우, 첫 WTO 여성 사무총장이면서 동시에 한국인 사상 첫 WTO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다. 앞서 WTO 사무총장에는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간 유 본부장은 7월부터 최근까지 스위스와 미국, 프랑스, 스웨덴 등을 방문해 각국 대사와 주요 인사들을 만나 활발한 유세 활동을 진행했다. 그는 통상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이자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WTO 사무총장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등 각국 정상과 통화하면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에 나서 결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상대인 오콘조-이웰라 후보도 만만치 않아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그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세계은행에서 오랜 기간 근무해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블룸버그는 WTO 사무국이 3라운드이자 마지막 라운드의 협의 절차를 이달 말부터 오는 11월 6일까지 진행해 최종 결론을 11월 7일 전에 낸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164개 회원국이 한 명의 후보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제시할 수 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미 대선 TV토론, 상대 방해 않는다더니 ‘혼돈 그 자체’

    미 대선 TV토론, 상대 방해 않는다더니 ‘혼돈 그 자체’

    트럼프 토론 내내 바이든 말 끊기 전략바이든 “셧 업”, “사실 아니다” 등 반격 토론 내용보다 쇼맨십, 음해 등 부각돼29일(현지시간)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미국 대선 첫 토론회는 그야말로 혼돈의 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후보가 말을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끼어들었고, 바이든 후보도 이런 전략에 준비했다는 듯 공방을 이어가며 맞섰다. 이날 사회를 맡은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72)는 토론 시작 때 양 캠프가 ‘서로의 발언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고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약속을 상기시키기 위해 잠시 토론을 중단시키는 등 진행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1. 바이든 “셧 업”사회자 월리스가 바이든 후보에게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대법원 규모를 확대할 것인지 묻자 바이든은 “투표하라. 그리고 당신의 상원의원이 당신이 얼마나 강하게 느끼는지 알도록 하라”며 투표만 독려한 채 확답을 하지 않았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이 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 지명을 강행했고, 이에 민주당에서 아예 대법관 수를 늘려 진보성향으로 바꾸자는 발언이 나온 상황이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는 “내가 그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그게 이슈가 될 것”이라고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 압박했고 바이든 후보는 “입 좀 닫으세요”(Will you shut up, man?)라고 맞받아쳤다. 2. 트럼프 “내가 더 똑똑해”바이든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그가 훨씬 똑똑했다면 사망자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바이든 후보를 향해 “델라웨어 대학을 다닐때 가장 성적이 낮은 학생이 내게 똑똑하다는 단어를 쓰지 말라”며 “47년(바이든의 정치 경력)간 똑똑한 일을 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출신이라는 점을 줄곧 강조해왔다.3. 마스크 흔든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코로나19 대응 중 대표적인 게 마스크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는 과학을 믿지 않는다”는 말을 여러번 하며 마스크를 무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늘 마스크를 쓴다. 여기에도 있지 않냐”며 양복 안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흔들었다. 영부인 멜라니아도 이날 마스크를 쓰고 등장해 자리에 앉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코로나19로 미국에서 700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2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며 “트럼프는 아무 계획이 없다”고 공격했다. 4.대선 뒤 우편투표 개표까지 조용히 기다릴까트럼프 대통령은 우표배달부가 투표지가 든 봉투들을 강에 버리고, 투표용지가 팔리기도 한다며 우편투표가 사기극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사회자 월리스가 우편투표의 개표까지 지지자를 준동하지 않고 기다릴 수 있겠냐는 질문에도 확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대면 투표에서 우세한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대선일에 승리를 선언한 뒤, 일주일 정도 더 걸리는 우편투표 결과는 인정하지 않고 법정 싸움에 나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우편투표 개표까지 조용히 기다리겠다. 트럼프는 패배할 경우 승복하지 않을 것처럼 하지만 승복당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에게 맞는 어떤 방식으로든 투표를 하라고 당부했다.5.트럼프 “소득세 수백만 달러 냈다”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과 2017년 소득세를 불과 각각 750달러(88만원)씩 냈다는 뉴욕타임스의 폭로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냈다”고 주장했지만 “세금 기록을 공개할 수 있냐”는 바이든 후보의 질의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반면 “나는 세금을 내고 싶지 않다”며 세금을 적게 내는 건 그만큼 똑똑하다는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2016년 대선 첫 TV토론 때 소득세 미납부 의혹에 대해 “내가 똑똑해서 (안 낸거다)”라고 받아치며 위기를 벗어난 것과 같은 전략이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세금 안 낸 사람 입 다물어” 바이든과 해리스 공개한 납세액은

    “세금 안 낸 사람 입 다물어” 바이든과 해리스 공개한 납세액은

    29일(현지시간)첫 대선 TV 토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 후보가 나란히 소득세 납부 자료를 공개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2016년과 취임 첫 해인 이듬해 소득세를 750달러(약 88만원)씩만 납부했고, 2000~15년 사이 10년 동안은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폭로한 것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입도 뻥긋 못하게 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바이든 후보와 질 여사는 지난해 98만 5000달러의 소득을 신고해 연방세 등으로 34만 달러를 납부하고 4만 7000달러를 환급 받아 28만 8000 달러를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후보는 자신이 너무 많은 세금을 납부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지난해 소득세를 얼마나 냈는지 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YT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며 현재 감사 중이어서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공개하지 못하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단언한다. 바이든 캠프의 캠페인 담당 매니저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세금 환급 자료의 공개는 “역사적인 수준의 투명성”을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님, 환급 자료를 공개하든지 입을 다물든지”라고 쏘아붙였다. 해리스 부통령 후보는 남편 더그 엠호프가 로펌 파트너십 계약으로 수입의 대부분을 올려 301만 8127 달러의 소득을 신고해 118만 5628 달러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공개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열이틀 전 코로나로 숨진 루마니아 시장 당선, 국내도 같은 듯 다른…

    열이틀 전 코로나로 숨진 루마니아 시장 당선, 국내도 같은 듯 다른…

    루마니아의 한 시장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지방선거 결과 62%의 압도적인 득표로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2주 전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남부 데베셀루란 마을의 시장을 지낸 이온 알리만 시장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들어간 채로 인쇄됐는데 그가 지난 15일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숨진 뒤 그의 이름을 빼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3000여명의 주민들이 그의 죽음을 몰랐을 리 없지만 다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기는 표가 몰린 까닭이었다. 현지 관리들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선거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는데 주민들은 묘지를 찾아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8일 전했다.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동영상을 보면 많은 주민들이 묘역 주위에 모여 애도했는데 한 남성이 “이건 당신의 승리”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한 여성을 현지 프로TV(ProTV) 인터뷰를 통해 “고인이야 말로 우리에게 진짜 시장이었다”면서 “그는 마을 편이었고, 모든 규칙을 존중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시장을 다시는 못 볼 것 같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해군 장교 출신인 알리만은 좌파 계열의 사회민주당(PSD) 소속으로 이날 57번째 생일을 앞두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알리만 시장이 루마니아에서 사망한 선거 후보가 당선된 첫 사례가 아니란 점이다. 2008년에도 네쿨라이 이바스쿠란 북동부 보이네스티 시장에 재선됐는데 간 질환으로 사망한 뒤였다. 그 역시 PSD 소속이었는데 선거관리위원회는 나중에 자유당 라이벌이면서 차점자였던 게오르규 도브레스쿠를 당선자로 정정했다. PSD는 이 조치가 잘못됐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 테네시주의 트레이시란 작은 마을에서도 2010년4월 시장 선거 한달 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한 후보가 현직 시장보다 세 배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된 일이 있었다. 주민들이 칼 기어리 후보가 세상을 떠난 사실을 알고도 현직 시장이 싫다며 표를 몰아준 결과였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의원 선거 결과 사망자가 당선자로 공표되는 일이 있었다.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산광역시 금정구마 선거구에서 세 의원을 뽑는데 한나라당 소속 박모 후보가 세 번째로 뽑혔다. 금정구 선관위는 그를 당선인으로 결정했는데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아 경찰 등이 대대적 수색에 나섰고, 다음달 10일 변사체로 발견됐다. 사망 일시는 입후보 등록 개시일 이전인 5월 12일로 추정됐다. 대리인이 대리 등록한 것이었다. 네 번째 득표자가 선관위가 “착오 시정”을 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피선거권이 없는 자가 당선권 득표를 한 것이라 당선 무효를 선언하고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기각했다. 재선거가 치러졌는데 정작 네 번째 득표자는 출마하지 않고 한나라당이 낸 다른 후보만 단독 입후보해 무투표 당선됐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 2016년과 이듬해 납부 소득세가 88만원씩” 충격

    “트럼프 2016년과 이듬해 납부 소득세가 88만원씩” 충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과 취임 첫 해인 이듬해 낸 연방소득세가 모두 1500달러(약 176만원)에 그치고 10년 동안은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냈다고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27일(이하 현지시간) 폭로했다. 당연히 당사자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29일 오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텔레비전 대선 1차 토론을 앞두고 대단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NYT는 1997년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소득세 환급 자료를 확보했다면서 그가 2016년과 2017년 연방소득세를 각각 750달러(약 88만원)씩만 납부했다고 27일 폭로했다. 하지만 두 해 동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 있는 골프클럽 등 해외 사업체에서 송금 받은 돈은 7300만달러(약 857억원)에 이르렀다. 2017년 인도와 필리핀에 각각 14만 5400달러(약 1억 7000만원)와 15만 6824달러(약 1억 8400만원)를 세금으로 내 미국에서 750달러를 납부한 것과 대비를 이뤘다고 NYT는 꼬집었다. 또 앞쪽의 15년(1997~2012년) 중에 10년은 수입보다 나간 돈이 많다고 신고해 연방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운영하는 기업들이 적자를 신고해 그가 셀러브리티로서 벌어들인 수백만 달러에 대한 과세를 피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했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와 각종 라이센싱·홍보 계약으로 2018년까지 4억 2740만달러(약 5022억원)를 벌었다. 또 두 채의 건물에 투자해 1억 7650만달러(약 2074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 정도 수익과 미국에서 재산 상위 1%에 적용되는 세율만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소 1억달러(약 1175억원)의 소득세를 내야 했다는 것이 신문의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초반 사업 실패로 약 10억달러(약 1조 1750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이것을 2005년까지 세금을 공제받는 데 써먹었다. NYT는 “2005년부터 2007년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라이센스·홍보계약으로 1억 2000만달러(약 1409억원) 순이익을 거뒀고, 이에 부과되는 세금을 상쇄할 이전 시기 손실이 없어서 생애 처음 총 710만달러(약 823억원)의 연방소득세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냈던 연방소득세에 273만달러(약 32억원)가량의 이자까지 쳐서 돌려달라고 지난 1월 국세청(IRS)에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NYT는 2008년과 2009년 트럼프 대통령 소유 기업에서 총 14억달러(약 1조 6436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신고한 것을 근거로 삼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과 전용기, 머리 손질 등에 사용한 개인 비용을 사업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줄였다고도 지적했다.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는 동안 머리 손질에 7만여달러(약 8천211만원)를 쓴 것으로 처리돼 있었다는 것이다. 또 딸 이방카의 미용에 지출한 것으로 기록된 금액은 최소 9만 5464달러(약 1억 1198만원)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 설명 없이 “세금을 냈다”면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가족기업인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 측도 NYT 보도와 관련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부분의 사실이 부정확해 보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여년간 연방정부에 개인세금 수천만 달러를 납부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NYT는 트럼프 그룹이 ‘개인세금’이란 용어를 쓴 점에 주목하며 “개인세금에는 소득세와 함께 사회보장연금·건강보험금 등이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평범한 직장인보다 뉴욕의 트럼프 타워 등을 소유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적은 세금을 납부했다는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750달러씩의 세금을 냈을 때 나는 바텐더로서 연간 수천 달러의 세금을 냈다”며 “그는 웨이트리스와 불법 이민자보다 덜 (미국 사회에)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백색이 곧 모든 색상… 자연을 오롯이 품다

    백색이 곧 모든 색상… 자연을 오롯이 품다

    #첫 번째 만남 리처드 마이어라는 건축가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대학교 2학년 2학기 과제를 통해서였다. 마이어가 설계한 주택의 평면도와 입면도를 보고 엑소노메트릭이라는 입체도를 그리는 숙제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그 집은 그의 초기 작품인 ‘스미스 하우스’였던 것 같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 전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건축가는 리처드 마이어였다. 지금의 나보다도 젊은 50세에 프리츠커상을 받았고, 연속으로 주요 국제공모전에서 수상했다. 특히 당대 가장 비싼 설계비라고 화제였던 LA의 게티 센터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면 ‘뉴욕 5’에 대해서부터 시작해야 한다.1972년 뉴욕에 기반을 둔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피터 아이젠만, 마이클 그레이브스, 존 헤이덕, 찰스 과스메이는 건축가로서는 젊은 나이인 30대 후반에 ‘파이브 아키텍트’(Five Architects)라는 책을 함께 출판하게 된다. 이후 그들은 ‘뉴욕 5’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들로 성장하게 되었다. 재미난 사실은 이들 다섯 명은 모두 초기에는 함께 책을 낼 만큼 비슷한 모던건축의 색깔을 띠고 있었으나 나이가 들면서 서로 다른 색을 찾아 발전해 나아갔다는 점이다. 마이어는 시종일관 백색건축을 하면서 자신의 색을 유지했던 반면, 아이젠만은 좀더 이론적으로 치우쳐 해체주의 건축과 컴퓨터를 이용한 건축 디자인 분야를 개척했다. 그레이브스는 서양 전통 건축의 모티브를 사용한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끌었으며, 헤이덕은 뉴욕에 있는 건축대학 쿠퍼유니온에 남아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한편 과스메이는 초기에는 일관성이 있는 훌륭한 작품을 남겼으나,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다가 딱히 자신만의 건축관을 보여 주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르코르뷔지에의 적통, 건축계의 앙드레 김 1934년 그다지 부유한 동네라고 할 수 없는 뉴저지 뉴어크에서 태어난 마이어는 ‘뉴욕 5’ 중에서도 건축 작품을 가장 많이 남긴 건축가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르코르뷔지에의 계보를 잇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의 사무실에는 그의 작품 스미스 하우스 모델 바로 옆에 르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모델을 비교 전시해 놓고 있다. 그의 건축은 시종일관 백색건축을 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건축에서 흰색만 사용하면 그의 아류로 취급받을 정도다. ‘건축계의 앙드레 김’이라고나 할까. 스미스 하우스 같은 초기 작품을 할 때는 나무에 흰색 페인트를 사용하였으나, 이후 흰색 페인트가 칠해진 알루미늄 패널을 사용하였고, 최근에 로마 근교에 지어진 주블리 성당에서는 백색 콘크리트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마이어가 LA의 게티 센터 미술관을 설계할 때, 건축주는 색깔 있는 재료를 사용한 박물관을 원했고, 마이어는 흰색을 고집했다. 결국은 둘의 오랜 싸움 끝에 베이지색으로 타협점을 찾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실제로 마이어의 건축물은 게티 센터와 캘리포니아에 주택 한 채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흰색이라고 보면 된다. 마이어가 흰색을 고집하는 이유는 흰색은 곧 모든 색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실제로 ‘리처드 마이어 30가지 색’이라는 책을 보면, 흰색의 건물이 시간과 태양광의 컨디션에 따라서 얼마나 다양한 색으로 보이는가를 알 수 있다. 마이어의 사무실에서 프로젝트마다 페인트의 흰색을 결정하고 실제 시공에서 선정한 흰색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가장 힘든 일 중에 하나다.내가 한국에 귀국한 후 사무실을 열고 디자인을 한 초기의 작품들도 대부분 흰색이다. 아마도 보이지 않게 마이어의 영향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거제도에 지어진 ‘머그학동’과 신안군 압해도에 지어진 ‘보이드’라는 작품이 흰색이다. 특히나 자연경관이 훌륭한 곳에는 오히려 흰색 이외의 다른 색상을 쓰기가 망설여진다. 특정 색상과 재료를 주변 자연에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폐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대신에 흰색 캔버스 같은 백색은 아름다운 자연의 색상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 될 수도 있고 마이어의 말처럼 모든 색상이 되기 때문에 자연 속에 건축할 때에는 흰색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두 번째 만남 학창시절에 책으로 항상 접했던 마이어였지만, 사실 나는 마이어보다는 안도 다다오나 루이스 칸을 더 좋아했다. 보스턴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사무실을 구할 때 루이스 칸은 돌아가셨기 때문에 사무실 지원이 불가능했고, 일본어를 못하여 안도 사무실에는 갈 수 없었다. 졸업 후에는 보스턴에서 가까운 뉴욕에서 일자리를 찾았는데 그때가 마침 이라크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이어서 어느 사무실에서도 채용하지를 않았다. 이력서를 400장 넘게 뿌리고서야 겨우 네 군데 인터뷰가 가능했다. 그중 하나가 마이어 사무실이었다. 당시 세계적인 건축가였던 마이어는 경기를 잘 타지 않아서 직원을 뽑았던 것 같다. 마이어 사무실은 규모도 크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일을 해 보았다는 경우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 역시 지원할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러다가 마이어의 광팬이었던 친한 선배가 “네 디자인의 공간감은 마이어의 작품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 회사에 반드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 선배의 말을 듣고 지원서를 보냈다가 덜컥 입사하게 된 것이다. 처음 인터뷰를 하러 사무실에 갔을 때 회사에 190㎝는 넘어 보이는 거구의 백발노인이 성큼성큼 걸어다니는데 너무 멋있어 보였다. ‘저런 외모라면 건축주분이 그냥 설득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건축가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 ‘마천루’ 속 건축가가 현실로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터뷰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서 뉴욕의 리처드 마이어 사무실에서 실무를 하는 꿈같은 일이 시작하게 되었다.#고급 주거의 마스터 마이어의 ‘더글러스 하우스’는 미시간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절벽에 자리잡고 있는데, 진입하는 시퀀스가 예사롭지 않다. 경사 대지의 높은 쪽에서 진입하면서 먼저 방문객은 네모진 창문이 뚫린 평범한 집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주택에 진입하기 위해서 다리를 건너게 된다. 일단 다리를 건너서 집으로 들어가면 정면은 막혀 있고, 햇빛만이 천창을 통해서 들어온다. 이곳에서 한 층을 내려가게 되면 두 개 층 높이의 거실과 전면 창으로 펼쳐진 미시간 호수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워낙 경사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마치 배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의 건축은 주변 경관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 디자인을 보여 준다. 숲 쪽으로는 침실들이 배치되어 있고, 호수 쪽으로는 거실과 식당 같은 공공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그사이에는 복도가 위치해 있는, 계획적으로 명확한 구도를 띠고 있다. 마이어는 이 집으로 고급 주거 전문건축가의 명성을 얻었다. 필자도 여러 건축가를 좋아하지만, 그 많은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집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 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마이어의 주택을 선택할 것이다. 프로젝트에 따라서 다르지만, 공사비는 상상을 초월해서 그가 플로리다 주에 지은 ‘누게바우어 하우스’의 경우 침실 4개짜리 주택임에도 총공사비가 400억원이 넘는 작품도 있다. 주택을 통한 성공적인 데뷔 이후 애틀랜타 주의 ‘하이 뮤지움’을 시작으로 프로젝트의 크기를 키우기 시작해서 바르셀로나 미술관, 게티 센터 등 각종 미술관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화이트 큐브 미술관의 마스터로 자리를 잡아 가게 되었다. 그가 사용하는 백색과 부드러운 자연채광은 미술관을 전시하기에 적합한 조합이 되었다. 그의 건축 브랜드는 그렇게 자리잡아서 미국의 많은 부자들은 마이어가 지은 주택에 살기를 희망한다. 이를 이용한 부동산업자들이 21세기 들어서 뉴욕 등 몇몇 도시에 마이어가 디자인한 아파트를 시행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내가 마이어 사무실에서 일하던 시절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인 뉴욕의 ‘165 찰스스트리트 아파트’였다. 허드슨 강과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는 이 아파트 프로젝트를 통해서 주거 건축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최근 내가 용산에 ‘아페르 한강’이라는 아파트를 디자인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건물 역시 흰색으로 디자인하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페르 한강에는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넓은 테라스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정교한 미니멀 디자인 리처드 마이어는 본인이 유명 건축가라기보다는 ‘마스터 빌더’(Master Builder)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만큼 그의 건축은 완벽한 시공성을 요구한다. 실제로 모든 디자인을 하는 초기 단계에 프로젝트마다 다른 모듈러 그리드를 설정해 놓고 건축물의 모든 선은 그리드 선에 맞추어서 설계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 시에 조금이라도 줄이 어긋날 경우가 생기면 아주 이상해 보이게 된다. 마이어 사무실의 직원들끼리는 “복잡한 형태의 건물을 디자인하는 프랭크 게리 사무실의 직원이 부럽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는데, 이유는 형태가 복잡할수록 시공상의 작은 실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이어의 건축물은 모든 라인의 줄이 맞아야 해서 조금만 어긋나도 눈에 거슬린다. 마이어의 사무실에 출근한 지 몇 달이 지나고 나니 모든 사물에 줄을 맞추는 강박증이 서서히 생겨났다. 화장실에 수건도 직각으로 맞게 걸려 있어야 하고, 책상 위의 사물들도 정리되어야 맘이 편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직장 동료들에게 했더니 다들 나와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지금도 건축도면을 보면 계속 줄을 맞추고 싶어지게 된다. 내가 설계한 머그학동에 가면 펜션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카페 동의 문, 창문, 정면에 있는 담장의 슬릿까지 줄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경향은 마이어 사무실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면도에 벽들이 줄이 맞춰져 있지 않으면 불편한데, 지금도 우리나라의 아파트 평면을 보면 벽들이 줄이 안 맞아 있는 경우가 많다. 볼 때마다 맘이 불편하다.어느 잡지에서 마이어에게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다는 의외의 답변을 하였다. 예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게 될 때 그는 게티 센터 프로젝트를 하면서 뉴욕의 집을 떠나 LA에서 13년을 떨어져 지내면서 아내와는 이혼하였고, 그의 자녀들은 어느덧 대학에 입학하게 되어서 아이가 클 때 곁에 있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지만 동시에 두 자녀의 아빠이기도 했던 것이다. 책으로, 건축 작품을 함께하면서, 그리고 그의 개인적인 모습을 곁에서 볼 수 있었던 기회는 나에게는 참으로 소중한 인생의 경험으로 남아 있다. 건축가 유현준
  • 부인 눈 감자마자 여친에게 편지 쓴 美대통령, 들킬까봐 버저 달기도

    부인 눈 감자마자 여친에게 편지 쓴 美대통령, 들킬까봐 버저 달기도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따금 터져나오는 성추문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취임 전의 얘기이고, 백악관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샐리 헤밍스,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 등이 대통령이 아니었던 트럼프와 밀회를 즐겼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들, 현직에 있을 때도 추잡하고 난잡한 성생활을 즐긴 이들이 적지 않았다. 3대 대통령이며 독립선언서를 기초했고 공화당의 창당 주역인 토머스 제퍼슨부터 노예 소유주로서 초야권을 이용해 흑인 노예들을 겁탈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도 죽을 때 318명의 노예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2005년 ‘왕들과의 섹스(Sex With Kings)’란 책을 써 유럽 왕가의 침실 얘기를 적나라하게 펼쳐 보였던 뉴욕 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작가 앨리노어 허먼이 속편 격인 ‘대통령들과의 섹스(Sex With Presidents)’를 내놔 백악관의 침실을 들여다봤다. 그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피플 인터뷰를 통해 “이 나라를 이끌게 된 대부분의 남성들은 수많은 자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그들은 나르시스트”라며 “갑자기 많은 권력을 쥐게 된 남자가 에고에 가득찬 나르시스트가 되면 차츰 미쳐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몰래 즐기는 정사는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의 짜릿한 스릴과 별반 차이가 없어지며, 자신에게 열광하며 황홀해 하는 팬들의 함성과 뒤섞이게 된다. 백악관을 향해 몸을 던지는 저돌성과 압박은 여성들과 밀회를 대놓고 즐기는 무모함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책에 썼다. 가장 먼저 우드로 윌슨 28대 대통령. 첫 부인 엘렌이 1914년 희귀병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금세 쓸쓸함을 느낀 대통령은 몰래 사귀는 중이었던 여자친구 매리 펙에게 “이렇게 외롭고 가슴이 허물어지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소” 어쩌구하는 편지를 썼다. 엘렌이 눈을 감은 지 몇 시간 되지 않아서였다. 일년 뒤 재혼했는데 펙이 아니라 버뮤다 여행 갔을 때 만난 젊은 이혼녀 에디스 볼링 갤트였는데 조카 헬렌 본스의 친구였다. 물론 둘은 결혼 전에 열정적인 연애편지를 주고받았다. 윌슨은 에디스가 “연인에게 몸을 돌려 문을 활짝 열어, 아니 아직 충분히 문을 연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사랑이 깃든 달콤하고 신성한 곳들을 보여줬다”고 남사스럽게 썼다. 그는 그녀가 “완벽한 애인”이라며 모든 편지에 스스로 붙인 별명 “호랑이(Tiger)”라고 서명했다.윌슨 대통령의 후임이며 얼마 전에도 혼외 딸의 아들이 관 뚜껑을 열어서라도 자신이 할아버지의 손자임을 증명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해 화제가 됐던 워런 하딩 29대 대통령은 자신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SS) 요원들을 데리고 백악관 밖으로 나가 정부와의 밀회를 즐겼다. 오하이오주의 신문사를 경영하는 잘생긴 남자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예전으로 돌아가자(return to normalcy)”며 압도적으로 당선돼 1921년 취임했다. 그의 사생활만 예전으로 돌아갔다. 두 여인과 동시에 사귀기도 했는가를 둘러싸고 오래 논쟁이 이어졌다. 오하이오주 백화점 주인의 아내 캐리 풀턴 필립스와 엘리자베스란 혼외 딸을 낳은 비서 낸 브리튼이다. 나중에 엘리자베스는 ‘대통령의 딸’이란 책을 써 자신의 어머니 얘기를 만천하에 알렸다. 금주령 속에서도 하딩 대통령은 창녀들과 놀면서 술에 취하곤 했다. 충직한(?) SS 요원들만 데리고 밤에 몰래 백악관을 빠져나갔다. 하루는 백악관 근처 K 스트리트에 있던 윤락업소에서 한 창녀가 샴페인병으로 머리를 얻어맞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녀 친구들은 살려내려 애쓰는데 하딩이 몸을 가누지도 못해 벽에 기댄 채로 있다가 SS 요원들이 그를 간신히 건물 밖으로 피신시켰다”고 허먼은 적었다. 워싱턴 DC의 부자들은 여름에 부인과 자녀들을 시원한 별장에 보내고, “여름 아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으레 있는 일이었는데 전무후무할 4선 연임 기록을 세운 프랭클린 D 루즈벨트 32대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인 앨리노어의 비서였던 루시 페이지 머서 러더퍼드란 여성과 바람을 피웠는데 부인과 자녀가 여름 별처로 떠난 1917년 함께 드라이브를 하거나 요트를 탔다. 허먼에 따르면 테디 루즈벨트의 딸인 앨리스 루즈벨트 롱워스는 둘이 마음놓고 만나라고 자신의 별장을 빌려줬다. 왜 그런냐고 묻는 식구들에게 롱워스는 “프랭클린은 좋은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어요. 앨리노어와 결혼했으니 까요”라고 답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앨리노어는 둘의 편지들을 발견하고 “내세상의 한 부분이 바닥까지 떨어진 기분이다. 솔직히 난생 처음 스스로와 내 주변, 내 세계를 마주한 느낌”이라고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적었다. 루시와의 관계가 끝나자 새 여성이 FDR의 인생에 들어왔다. 마거리트 앨리스 “미시” 르핸드였는데 개인 비서로 들어온 아주 젊은 여성이었다. 1920년부터 사귀기 시작해 임기 내내 이어졌다. 아들 엘리엇은 1973년 펴낸 책에다 둘의 밀회를 알고 있었다고 썼다. “아버지는 미시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 허먼은 미시가 대통령 무릎에 앉는 일도 여러 번 있었으며 “FD”라고 애칭을 부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부인 앨리노어 역시 여기자 로레나 힉콕과 비밀스러운 관계를 즐겼다. 둘이 주고 받은 편지에는 동성애 표현이 넘쳐났다. 1933년 힉콕에게 보낸 편지에다 “당신에게 키스할 수 없어 사진에다 잘 자라고, 좋은 아침이라며 키스를 한답니다. 당신이 몹시 그립고 많이 사랑해요”라고 적었다.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은 영부인 버드 몰래 여인들을 오벌 오피스에 숨겨들게 했다. 심지어 어느날 은 비서 중 한 명과 관계를 갖는데 버드 여사가 오벌 오피스로 접근하자 SS 요원들이 버저를 눌러 알리게 했다. 그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난봉꾼이었다. 흉악한 속마음으로 여인들을 고용한 뒤 즐기다 싫증나면 해고하는 식이었다고 허먼은 적었다. 라이프 잡지 기자 할 윙고는 존슨 대통령이 “당신은 내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몇몇 여성의 침실을 들락거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기억해라. 그건 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했다. 왜 대선을 눈앞에 두고 이런 책을 내느냐, 이런 시선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투표하기 전 후보의 성적 경력을 확인하고 지지할지 결정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허먼은 그렇지는 않고 다만 재미있게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후보들의 정책, 일자리나 세금, 누가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것이냐는 등 정책을 갖고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심판할 자격이 있느냐? 대부분의 미국인이 그렇고, 하지 말아야 할 불륜을 저지르곤 한다. 어쨌든 그건 인간의 본성!”이라고 말했다고 피플은 전했다. 역시 독자가 다르니, 책을 쓴 저자도 이런 말을 서슴치 않고 내뱉고 잡지도 스스럼 없이 전하는 것 같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트럼프와 다른 길 가겠다는 시진핑 “2060년 탄소중립 달성”

    트럼프와 다른 길 가겠다는 시진핑 “2060년 탄소중립 달성”

    美 “기후협약 탈퇴에도 탄소 감축량 최대中, 맹독성 수은 배출” 원색적 비난 일관시진핑 “2030년 이산화탄소 배출 정점대규모 숲 조성 등 온실가스 감축 실현”로이터 “中, 주요국 첫 구체적 목표 약속”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자 대표적인 ‘기후악당’(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소홀히 하는 나라)으로 불리던 중국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국가’로 거듭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를 쏟아 낸 만큼 이를 흡수하는 조치도 병행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양국이 전방위적으로 충돌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통보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유엔총회 정상 연설에서 “2030년쯤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정점에 이른다”며 “이후 배출량을 서서히 줄여 206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규모 숲 조성이나 온실가스 저감 기술 구현 등을 통해 2060년부터는 온실가스가 더는 늘어나지 않게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는 “파리기후협약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재원을 지원하겠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대비해 ‘녹색 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중국이 맨 처음 구체적인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2018년에만 112억t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미국의 두 배, 유럽연합(EU)의 세 배에 달한다. 그간 중국은 경제성장을 이유로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소극적이었다. 그런 중국이 돌연 탄소중립을 선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포기한 글로벌 기후변화 리더십을 가져오고 ‘우리는 미국과 다른 길을 간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AP통신은 “시 주석이 제시한 2060년은 너무 멀다.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 앞서 가진 유엔총회 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으로 일관했다. 그는 “중국이야말로 엄청난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맹독성 수은을 공기 중에 배출한다. 미국보다 두 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도 내뿜는다”고 지적한 뒤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어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은 양의 탄소를 감축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파리기후협약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체결된 기후변화 대응 규범이다.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치를 산업혁명 이전과 견줘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해 온난화를 최소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당선 직후부터 기후변화 자체를 ‘거짓말’이라고 주장하며 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언했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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