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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울함 풀어달라”…강제추행 혐의로 법정 구속된 남성 판결 논란

    “억울함 풀어달라”…강제추행 혐의로 법정 구속된 남성 판결 논란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남성의 판결을 두고 논란이 매우 거세지고 있다. 남성의 아내가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글은 게시된 지 나흘 만인 10일 오후 4시 현재 24만 89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법원은 “절차에 따른 정상적 판결”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판결 결과가 부당하다는 여론이 순식간에 확산되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 활발해진 이후 남성들이 문제제기하고 싶었던 지점을 해당 청원이 건드려 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간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논란은 지난 5일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한 단독 재판부에서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것이 계기가 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대전의 한 식당에서 가진 모임에 참석했다가 같은 식당에 있던 B씨의 엉덩이를 움켜쥔 혐의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로 각각의 모임에 참석 중이었다. A씨에 대한 재판은 지난 6월 20일 첫 공판을 시작으로 7월 20일, 지난달 22일까지 3회 공판을 거쳤고, 3회 공판에 피해 여성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뒤 변론이 종결됐다. 피해자의 법정진술과 폐쇄회로(CC)TV 영상이 유죄의 증거로 인용됐다. 판결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A씨가 실제로 강제추행을 했는지와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형량이 너무 무거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사실이 없다”며 줄곧 무죄를 주장했고, A씨의 아내도 청원글에 “당시 윗사람들을 모시는 어려운 자리에서 성추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해당 여성이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요구했지만, 남편은 법정에서 밝혀줄 거라며 재판까지 가게 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특히 증거로 제출된 CCTV 영상에서는 A씨의 손이 신발장에 가려 여성과 접촉하는 부분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당한 내용, 피고인의 언동, 범행 후 과정 등에 관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고 그 내용이 자연스럽다”며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음을 강조했다. 한 때 이 사건이 화제가 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밝힌 글쓴이가 “또 다른 CCTV 화면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영상의 존재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형에 대해서도 검찰은 A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형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할 마음도 없어 보인다. 피해자가 느꼈을 수치심이 상당해 보이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추행의 방법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징역형을 선고했다. A씨의 아내는 “설사 진짜로 엉덩이를 만졌다고 해도 징역 6개월이 말이 되느냐”면서 “변호사는 남편이 끝까지 부인하니까 괘심쬐가 추가돼서 그런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럼 안 한 걸 했다고 하느냐”며 항의했다. 판결 논란에 대해 부산지법 동부지원 관계자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주장을 관련 증거를 토대로 면밀히 검증한 뒤 피해자의 진술이 더 맞다는 확신히 들어 그에 따라 판결한 것”이라면서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내린 판결이 아니며 정상적인 판결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결심 앞둔 MB, 피고인 신문에서 ‘진술거부’ 묵묵부답

    오는 6일 결심공판을 앞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측 피고인 신문의 진술을 거부하면서 연속된 검찰 측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검찰은 “수긍할 수 없다”며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요청하는 등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4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강훈 변호사는 검찰 측 피고인 신문에 앞서 “대통령은 검찰 모든 신문에 대해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 의사는 오늘도 변동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이상은 다스 회장이 주도해서 다스를 설립했다는 주장이 맞느냐”는 검찰의 첫 질문에서부터 “이상은 명의로 돼 있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논현동 사저비로 확인된 돈은 피고인이 이상은에게서 빌린 돈인가“ , “다스 설립 관련 비용은 누가 김성우 다스 사장에게 준 건가” 등 질문을 이어갔지만 이 전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고, 가끔 기침을 하거나 물을 마시기만 했다. 10가지 질문에 모두 이 전 대통령이 답을 하지 않자 재판장은 “(피고인의) 진술 거부 의사가 명확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 하면 어떻겠느냐”고 검찰에 물었지만 검찰은 “피고인이 법정에서 말한 내용이 검찰 조사와 다른 내용이 있어 묻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법정에서) 손 들고 여러 번 말을 했다가 이제 와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데 상식적으로 수긍이 안 간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인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본인 진술과 배치되는 수백 명의 진술이 다 허위라고 주장하는 사건”이라면서 “피고인이 답변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의미있기 때문에 신문을 그대로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재판장이 양해하자 50분 남짓 동안 핵심 공소사실 관련 질문을 더 이어갔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은 끝내 한 마디도 답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6일 오후 2시 결심공판을 갖고 심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16개로 방대한 데다 모두 부인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안희정 항소심, 서울고법 성폭력 전담 재판부 배당… 신동빈 선고 후 본격 진행될 듯

    안희정 항소심, 서울고법 성폭력 전담 재판부 배당… 신동빈 선고 후 본격 진행될 듯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간음·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항소심 사건이 서울고법 성폭력 전담 재판부에 배당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 전 지사의 항소심은 이날 접수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강승준)에 배당됐다. 첫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에는 형사8부~13부까지 5개의 성폭력 전담 재판부가 있고,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사건은 5개 재판부 가운데 임의로 전자배당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고법 형사8부는 성폭력 사건을 위주로 심리하지만 최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사건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뇌물 사건의 항소심을 진행했다. 롯데 항소심 사건은 지난달 29일 결심공판을 갖고 변론을 마무리짓고 다음달 5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안 전 지사의 재판도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형사8부의 재판장을 맡고 있는 강승준(52·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대구·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고법에서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맡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댓글 공모’ 김경수, 21일 첫 공판

    ‘댓글 공모’ 김경수, 21일 첫 공판

    지난 대선 당시 댓글 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지사(51)에 대한 공판이 21일 시작된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김 지사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정식 심리에 앞서 특검의 공소사실, 피고인 측 입장 쟁점을 가리고 향후 심리를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한다. 정식 공판과는 달리 피고인의 참석 의무는 없다. 김 지사는 김씨 일당과 공모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의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로 지난달 24일 불구속기소 됐다.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김 지사가 인지하거나 지시한 댓글이 118만8866개이며, 총 8840만1214회의 공감·비공감 클릭신호 조작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드루킹’ 의혹 김경수 지사, 21일부터 법정공방 시작

    ‘드루킹’ 의혹 김경수 지사, 21일부터 법정공방 시작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재판이 이달 21일 시작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오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김 지사 재판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심리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 확인과 쟁점 정리, 심리 계획을 세우는 절차다. 허익범 특검팀은 김 지사가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2016년 11월쯤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등을 위해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을 벌였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시연회에 참관하고,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또 2017년 12월 드루킹에게 고위 외교공무원직을 대가로 지방선거를 도와 달라고 청한 정황을 의심한다. 앞서 드루킹 김씨는 옥중편지에서 “(김경수 의원이) 2층 강의장에서 킹크랩이 작동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며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신호로 댓글 조작을 허락했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2~3차례 방문 사실을 인정하지만, 킹크랩에 대해선 몰랐다는 입장이다. 허익범 특검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기소한 드루킹 일당의 재판도 이날 진행된다. 특검팀이 재판에 넘긴 인사는 김 지사를 포함해 모두 12명이다. 특검팀에서는 허 특검과 특별검사보 1∼2명, 파견검사 2명 등을 포함해 약 10명이 공소유지를 담당한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로힝야 진압 결정적 증거” 함정에 빠진 기자 둘에 징역 7년씩

    “로힝야 진압 결정적 증거” 함정에 빠진 기자 둘에 징역 7년씩

    미얀마 법원이 로힝야 부족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를 취재하던 로이터통신의 두 현지인 기자를 국가기밀법 위반 혐의로 7년씩의 실형을 선고했다. 와 론(32)과 캬우 서 우(28) 기자는 경찰 간부들이 건넨 공문서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며 함정 수사에 걸렸다고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 사건 재판은 미얀마에서의 언론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는지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널리 여겨져 왔다. 예 르윈 판사는 3일 양곤 법원에서 진행된 선고 공판을 통해 “둘이 국익을 해칠 의도가 있었다”며 “국가기밀법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와 론은 “두렵지 않다. 난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 난 정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를 신봉한다”고 말했다. 둘 모두 결혼해 어린 자녀 등 가족들이 있다. 와 론은 첫 아이의 출산도 지켜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체포돼 재판을 받아왔다. 스티븐 애들러 로이터 편집국장은 “오늘은 미얀마와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두 기자는 북부 라킨에 있는 인 딘 마을에서 군인들에 의해 10명의 남성이 처형당한 일에 대한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 이 때 두 경찰 간부가 접근해 문서들을 넘기겠다고 제의해 왔다. 두 기자가 문서를 받자마자 이 간부들은 태도를 돌변, 둘을 체포했다.사법당국은 나중에 이 마을의 처형 사건을 조사한 결과 실제로 학살 행위가 있었으며 이에 가담한 사람들을 조사하겠다고 약속했다. BBC의 닉 비크 미얀마 특파원은 아웅 산 수 키가 자유 총선으로 집권에 성공한 지 3년이 흘렀지만 민주주의는 오히려 퇴보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주재 댄 추그 영국 대사와 스콧 마르시엘 미국 대사도 개탄을 금치 못했다. 유엔의 인권 관련 코디네이터인 크누트 오스트비는 지속적으로 기자들의 석방을 요구해왔다며 법원의 판단에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로힝야 무장집단이 여러 경찰 시설을 공격하면서 라킨에서 인종청소가 발생한 지 거의 1년 만에 내려졌다. 로힝야 소수 부족에 대한 잔인한 진압을 시도한 혐의로 여러 고위 장성들이 수사를 받고 학살 혐의로 기소됐다. 라킨 지역에 대한 언론의 접근은 철저히 차단돼 믿을 만한 소식은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BBC는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전두환, 알츠하이머인데 회고록 어떻게 썼나” 묻자 변호인이 한 답변

    “전두환, 알츠하이머인데 회고록 어떻게 썼나” 묻자 변호인이 한 답변

    “이해가 안되는 게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를 2013년 전후로 앓았다고 하는데, 회고록은 2017년 4월 출간했는데 모순 아닌가요.”(재판부) “증세가 더 악화하기 전에 준비하다 보니까 급하게 출간했습니다. 일부는 이전에 초본 작성한 부분 있었습니다.”(변호인) 27일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사건 첫 공판기일(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로 밝힌 알츠하이머가 논란이 됐다고 연합뉴스와 뉴스1 등이 보도했다. 재판을 맡은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진행된 심리에서 전 전 대통령 주장대로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면, 2017년 출간한 회고록을 쓸 수 없었지 않았겠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전 전 대통령 대신 법정에 나온 정주교 변호사는 회고록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2013년 이전부터 준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회고록을 준비한 것은 오래전이다. 회고록을 준비하면서 2013년 가족들이 이상 증세를 보고 병원에 가서 검진했더니 알츠하이머를 확인했다. 증세를 보인 것은 2013년보다 몇 해 전이다”고 밝혔다.회고록이 이미 알츠하이머 증세가 나타나기 전부터 쓴 것이고, 최근 증세가 심각해지자 집필을 서둘러 마치고 출간했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주장이다. 정 변호사는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앞으로 재판에도 전 전 대통령이 불출석하겠다고 밝혔지만,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10월 1일)까지 출석해달라고 요구했다. 전 전 대통령 주장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다시 확인해보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전 전 대통령 측은 “전 전 대통령이 대학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증세라는 진단을 받았다”며 “적절한 치료로 인해 증세의 급속한 진행은 피했지만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최근 인지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방금 전의 일도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5·18 명예훼손’ 전두환 “알츠하이머 투병 중…내일 재판 불출석”

    ‘5·18 명예훼손’ 전두환 “알츠하이머 투병 중…내일 재판 불출석”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가 27일 열리는 첫 공판을 하루 앞두고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이날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201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전씨가 “지금까지 의료진이 처방한 약을 복용해 오고 있다”면서 전씨의 현재 상태는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돼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에는 설명을 들은 사실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이 여사는 “그동안 적절한 치료 덕분에 증세의 급속한 진행은 피했지만 90세를 바라보는 고령 때문인지 근간에는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방금 전의 일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이런 정신건강 상태에서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앞뒤도 맞지 않는 말을 되풀이하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들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앞서 광주지법은 전씨의 회고록 중 상당 부분에 ‘허위 주장이 있고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동안 전씨는 공판기일을 계속 미뤄왔다. 전씨 변호인은 지난 5월 28일로 예정된 첫 재판을 앞두고 재판 날짜를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이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부는 지난달 16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런데 전씨 변호인이 또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신청해 첫 재판이 오는 27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전씨는 재판을 하루 앞두고 법정 불출석을 예고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 사항이다. 전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광주지법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기일변경 신청이라든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아 재판부에서 당장 재판 여부를 결정하기가 곤란하다”면서 “내일 오전 중에 재판 진행 여부에 관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5·18 희생자 명예훼손’ 전두환, 내일 재판 출석 여전히 ‘불투명’

    ‘5·18 희생자 명예훼손’ 전두환, 내일 재판 출석 여전히 ‘불투명’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씨의 첫 재판이 내일인 27일 열린다. 12·12 군사 쿠데타를 비롯해 5·18 당시 민간인 학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995년 법정에 섰던 전씨가 23년 만에 다시 법정이 설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전씨의 출석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오는 27일 전씨의 명예훼손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이 열린다. 그동안 전씨는 공판기일을 계속 미뤄왔다. 전씨 변호인은 지난 5월 28일로 예정된 첫 재판을 앞두고 재판 날짜를 바꿔달라고 신청했다. 이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부는 지난달 16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그런데 전씨 변호인이 또 기일을 변경해달라고 신청해 첫 재판이 오는 27일로 연기됐다. 전씨는 지난해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주장해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지난 5월 3일 불구속 기소됐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고 지칭했다. 앞서 광주지법은 전씨의 회고록 중 상당 부분에 ‘허위 주장이 있고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다’는 등의 이유로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전씨의 재판을 앞두고 전씨 변호인은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전씨가 “재판에 출석하기로 결정하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또 다른 전씨 측 관계자는 “출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진술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씨가 “약 5년 전부터 건강상 문제가 심각해 치료를 받아왔고, 5년치 진료기록을 모두 법원에 제출해 건강상의 문제가 있다고 알렸다“고 덧붙였다. 전씨의 출석이 불투명한 가운데 광주지법 관계자는 “(전씨가) 실제 출석할지는 재판 당일 오전쯤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예정대로 재판이 진행되는 만큼 출석을 전제로 재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 사항이다. 전씨가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앞서 전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고령이고 진술할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출석하지 않고 서면진술서만 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고영태 “박근혜·최순실 사건 수사에 협조했다”…감형 호소

    고영태 “박근혜·최순실 사건 수사에 협조했다”…감형 호소

    세관장 인사개입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고영태씨(42) 측이 ‘국정농단’을 폭로해 검찰 수사에 협조한 점을 항소심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씨의 변호인은 24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김인겸) 심리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고인이 신고한 최순실씨와 박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한 과정에서 발견된 범죄에 대해서는 감경·면제의 사유가 있다. 원심에서는 이 부분을 판단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 제16조는 “범죄신고 등을 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자신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그 범죄신고자 등에 대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은 고씨가 돈을 받았다는 관련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고, 최순실씨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 청탁 행위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한때 최순실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며 박 전 대통령의 옷과 가방을 제작했지만, 최씨와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국정농단 사건을 언론에 제보했고,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고씨는 국정농단 사건을 제보하기 전부터 협박성 압력을 받았고, 자신이 검찰에 긴급체포되고 구속까지 된 것은 이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고씨는 2015년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상관인 김모씨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례금 명목으로 총 22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난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역대 첫 스스로 막 내리는 ‘빈손 특검’

    역대 첫 스스로 막 내리는 ‘빈손 특검’

    김경수 영장 기각·노회찬 죽음 등 부담金, 불구속 기소… 수사결과 27일 발표‘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검팀이 수사 기간 연장 신청 없이 60일 특검 수사를 끝낸다. 역대 13번의 특검 가운데 스스로 수사 기간 연장을 포기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상융 특검보는 22일 오후 서울 강남역 J빌딩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특별검사는 굳이 더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아 수사 기간 연장 승인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특검법 2조에 규정된 수사 대상에 대해 그간 진상 규명 정도와 증거 수집을 비롯한 수사진행 필요성 등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특검 수사는 1차 수사 기한인 오는 25일 완전히 끝나고, 이후 특검팀은 최소 인력만 운용하며 공소유지를 이어 간다.이번 연장 신청 포기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앞서 12번의 특검 중 수사 기간 연장에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했던 6번의 특검은 모두 연장 신청을 했다. 이 중 2003년 대북송금 특검, 2012년 내곡동 사저 특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은 연장 신청이 거부돼 수사를 종료했다. 대통령 승인 없이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던 특검은 예외 없이 수사 기간을 연장했다. 그간 특검팀 내부적으로 추가 수사를 진행하는 게 의미 없다는 ‘무용론’과 김경수 경남지사를 비롯한 여권 핵심부를 더 파헤쳐야 한다는 ‘강경론’이 부딪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연장 신청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기울어진 배경에는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황에서 추가 기간이 주어져도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에 더해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과 ‘정치 특검’이라는 비판 등에 따른 부담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주요 과제는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 간의 공모 관계를 밝혀내는 일이었지만, 김 지사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제대로 소명하지 못했다. 나아가 백원우·송인배 청와대 비서관과 관련해서도 참고인 조사에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앞선 경찰 수사에 견줘 큰 진전이 없기 때문에 ‘빈손 특검’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검팀은 김 지사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향후 공판에서 혐의를 다툴 방침이다. 특검팀은 관련 수사기록을 모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관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남은 수사 기간 동안 수사결과 보고서 작성과 함께 공소유지 대비에 매진할 예정이다. 최종 수사결과는 오는 27일 오후 발표된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전두환 전 대통령 27일 광주서 재판 받는다

    회고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는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회고록 1권·484쪽)’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7)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오는 27일 광주에서 열린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이 이번 재판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광주지법이 소송 관계인에 대한 신변 보호 요청 등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22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27일 오후 2시 30분 형사8단독 김호석 판사 심리로 이 사건의 첫 공판기일(재판)을 갖는다. 지난 5월 불구속 기소된 전 전 대통령은 재판 준비 등을 이유로 두 차례 연기 신청을 해 5월, 7월 각각 열릴 예정이었던 재판이 모두 연기됐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이번 재판에 대해 연기신청을 하지 않았고, 그의 변호인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고 있는 만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법원은 당초 재판이 예정된 402호 법정이 협소한 만큼 세월호 재판이 열렸던 대법정인 201호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신분을 감안, 신변 문제나 돌발 상황을 고려해 경찰에도 경호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직 전 전 대통령이 실제로 법정에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형사재판에서 전 전 대통령이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구인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할 수 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박근혜 2심 선고, 생중계 안 하는 이유

    박근혜 2심 선고, 생중계 안 하는 이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의 선고 공판을 TV로 볼 수 없게 됐다. 대한민국의 품격과 개인의 인격권을 고려해 생중계를 막아달라는 박 전 대통령 측 의견이 반영됐다. 서울고법은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형사4부(부장 김문석)가 24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대한 생중계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법원은 “피고인 측이 부동의 의사를 밝힌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은 “공공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품격과 개인의 인격권이 과도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결정을 하지 말아 달라”며 생중계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열린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공판 때에도 자필 답변서를 통해 생중계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당시 재판부는 생중계를 허가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재판부가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법원이 주요 사건의 1·2심 선고를 생중계할 수 있도록 내부 규칙을 만든 이후 첫 사례가 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규칙을 개정하면서 피고인이 생중계에 동의할 경우 선고 공판을 생중계하되,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재판부의 뜻에 따라 생중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지난달 20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및 옛 새누리당 공천개입 사건 1심 선고도 박 전 대통령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TV 생중계가 이뤄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 “김지은씨 그루밍” 전문가 의견 배척한 1심… 2심선 뒤집나

    “김지은씨 그루밍” 전문가 의견 배척한 1심… 2심선 뒤집나

    성폭력 사건은 통상 전문가 의견 존중해 재판부 판단 바뀌면 유무죄 달라질 수도 안희정 “안아달라” 발언 ‘위력’ 해석 여지 진술 신빙성도 중요 쟁점…“김씨 일관돼”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가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심리 상태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배척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폭력 재판에서 통상 법원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 판단을 내린다. 항소심 재판부가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일 경우 유무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지점이다. 서울신문이 19일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김씨의 심리 상태에 대해 심리전문위원과 반대되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1심 재판부는 결심 공판 직전인 지난달 16일 6차 공판에서 심리전문위원 2명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비공개로 열린 증인 심문에서 전문위원들은 성폭력 사건 발생 당시와 현재 김씨의 심리 상태, 일반적인 성폭력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 등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경 전문위원은 “피해자 경력에 맞지 않은 수행비서로 고용한 점, 특별 대접을 한 점 등을 볼 때 김씨가 그루밍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루밍(Grooming·길들이기)은 성범죄자가 피해자의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루밍은 주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인 김씨가 그루밍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법원이 언론 등에 공개한 보도자료에는 “피해자의 심리 상태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그루밍, 학습된 무기력, 해리 증상, 방어기제로서의 ‘부인과 억압’, 심리적으로 얼어붙음 등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적혀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피해 여성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위한 전문가의 의견을 배척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항소심에서 법원의 판단이 뒤집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성폭력 전문 변호사는 “선고문과 보도자료에서 재판부가 그루밍 상태가 아니라고 확언하기에 전문가의 의견을 그대로 인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항소심 재판부가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김씨의 상태를 그루밍 등으로 판단, 위력이 행사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와 김씨 사이에 위력 관계가 존재하지만 안 전 지사가 간음과 강제추행에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본 법원의 판단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검찰도 항소심에서 간음과 강제추행 행위에 위력이 행사됐다는 부분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첫 번째 공소 사실인 러시아 간음에서 안 전 도지사는 “위로해 달라. 안아 달라”고 말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위력 행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도지사와 수행비서 사이에 위력이 존재한다면 강압적이지 않은 대화도 위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위력은 사실 ‘공갈´과 유사한 것”이라며 “상대방이 협박이라고 느꼈으면 공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위력도 마찬가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진술의 신빙성도 항소심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폭력 재판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1심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성폭력 재판의 경우 다른 증인과 피해자의 증언이 일부 다르더라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주는 경우도 있다”며 “게다가 김씨는 검찰 조사부터 법정에서까지 진술이 일관됐다”고 지적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유사 강간’ 이윤택 “연기 지도법” 발뺌

    올해 초 확산된 ‘미투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다른 피고인들의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현재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기소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재판과 문화예술계를 뒤흔든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윤택 비공개 공판 중… 조만간 결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황병헌) 심리로 지난 5월 9일 첫 재판이 열린 뒤 최근까지 9차례 재판이 열린 이 전 예술감독의 재판이 조만간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인 이 전 예술감독은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자 배우 8명을 23차례에 걸쳐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 등)로 지난 4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예술감독 측은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연기 지도의 방식이었다”며 성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이후 재판은 준비기일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비공개로 열리고 있다. ●안태근, 인사 불이익 직권남용 여부 주목 5월 18일부터 시작된 안 전 국장의 재판은 다음달 3일 4회 공판이 열린다. 다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상주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되는 이 재판의 핵심 쟁점은 성추행 여부가 아닌 안 전 국장이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었는지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다. 지난달 17일 서 검사가 직접 증인으로 법정에 나와 안 전 국장과의 사이에 가림막을 두고 성추행 이후 부당한 인사조치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아이스크림 성추행’ 등 전·현직 검사 유죄 검찰 내 성추행진상조사단이 기소한 전·현직 검사들에 대해선 이미 일부 유죄 판결이 나왔다. 회식 자리에서 이른바 ‘아이스크림 성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후배 검사와 변호사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부장검사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안희정, 성폭력 무죄 판결에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

    안희정, 성폭력 무죄 판결에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자신의 성폭력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는 14일 열린 이번 사건 선고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모든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전 충남도 정무비서 김지은씨를 상대로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와 관련, “피고인이 유력 정치인이고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며, 도지사로서 별정직 공무원인 피해자의 임면권을 가진 것을 보면 위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 심리상태가 어땠는지를 떠나 피고인이 적어도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은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가 김씨를 5차례 기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성적자유가 침해되기에 이르는 증명이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안 전 지사는 선고 이후 기자들 앞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 부끄럽다. 많은 실망을 드렸다. 다시 태어나도록 더 노력하겠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한 후 고개를 숙였다. 이어 ‘미투 사건 첫 번째 법적 결론인데, 사법당국에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말씀 못 드리겠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말 올린다”고 답했다. ‘김지은씨에게 할 말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법원의 속사정] “판결문보다 심리에 집중하는 게 추세… 자세히 썼다 꼬투리 잡힌 경험도”

    성과 경쟁·업무 과다, 허술 판결문 양산 ‘판결 수치화’ 관료사법 분위기도 여전 “승진제 없어져도 판결문 평가 있어야” “판결문 붙잡고 있을 시간에 심리에 집중하자는 겁니다.” 판결문을 쓰는 방식에도 유행이 있는데, 판결문을 법정 쟁점 위주로 간결하게 쓰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일선 판사들은 입을 모았다. 공판중심주의 강화 정책이 추진된 뒤 법정에서 더 성의 있게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판결문은 간단하게 쓰는 게 최근의 트렌드라는 설명이다. 과거 판결문에 쓰던 만연체나 일본식 표현 대신 읽기 쉽게 쓰려고 노력하는 등 판결문을 개선하고 있다고 판사들은 항변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무색하게 사건 당사자들은 ‘읽기 편한 판결문’이 아니라 ‘판사가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이해되는 판결문’을 기대하며 시각차를 보였다. 관료사법 시스템은 판단 근거가 생략된 판결문을 양산하는 주요 근거로 꼽힌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도로 지법 부장판사들 가운데 소수만 승진의 문턱을 넘을 수 있었을 때 판사들 사이에선 사건처리 건수 등 판결 통계나 법원장이 평가하는 근무평정 경쟁이 벌어졌다. 수치화할 수 있는 성과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니 충실한 재판보다는 사건을 빨리 털어버리려고 하거나 ‘보여 주기식 판결문’ 작성에 몰두하는 등의 부작용이 지적됐다. 지난해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11월 사법부 개혁 첫 카드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 폐지를 꺼내 들었지만, 관료사법 시스템과 분위기는 판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어서 재판부와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언론과 각계에서 주목하는 ‘보여지는 판결문’에선 유·무죄 판단 근거나 승·패소 이유가 고루 자세하게 기록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재판부 입장에서 미제를 줄이기 위해 ‘빨리 터는’ 사건일수록 판단 근거가 생략되는 일이 흔하다. 재판의 자세한 내용은 해당 재판부와 당사자만 알고, 공개재판이란 취지에 무색하게 판결문이나 재판에서의 주요 증거가 공개되지도 않으니 판결문은 누구의 평가도 받지 않는 구조다. 평가받지 않는 판결문의 피해는 고스란히 당사자들에게 전가된다. 서울의 한 항소심 재판장은 “당사자뿐 아니라 항소심 법원에서도 1심 판결문을 보며 심리를 충실히 했는지 의심할 때가 많다”면서 “판단근거를 생략하면, 당사자 입장에선 왜 이기고 졌는지가 논리적으로 연결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항소심 재판장은 “판결문에 다 담지 못하면 공판조서에 꼼꼼히 남기는 방식으로라도 심리를 충분히 했는지, 어떤 내용이 쟁점이 됐는지 기록해야 항소심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 배석판사는 “가끔 화가 날 정도로 핵심 판단 근거가 빠진 1심 판결문들이 있다. 그럼 모든 기록을 처음부터 살펴야 한다”면서 “승진제도가 없어졌어도 판결문 평가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료사법 시스템이 사라지더라도 지금처럼 사건이 많이 배당되면 판결문의 질을 빠른 시간에 높이긴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많다. 일각에선 판결문을 너무 자세히 썼다가 오히려 당사자들로부터 꼬투리를 잡혔다는 고백도 나왔다. 폭행 횟수가 3회인지 10회인지 다투던 폭행 사건에서 ‘10회 폭행했다’고 적자 판결문에 적힌 폭행 횟수 때문에 피고인이 항소했다거나, 피고인과 피해자 관계를 ‘내연 관계’로 판결문에 적시했다가 당사자들이 문제 제기를 했다는 고백들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다음 회에선 과도한 소액재판·심리불속행 처리율 등 ‘법원 편의적 사법제도’의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 중간점검하고 시급하게 채택해야 할 개선 방향을 모색합니다.
  • [글로벌 인사이트] 연임이냐 탄핵이냐… 트럼프 운명 쥔 ‘러시아 스캔들’

    [글로벌 인사이트] 연임이냐 탄핵이냐… 트럼프 운명 쥔 ‘러시아 스캔들’

    美 경제 성장 업고 트럼프 지지율 정점 ‘집사’ 코언 폭로로 장남 수사선상 올라 뮬러의 트럼프 대면조사 실현 미지수 수사결과·종결시점 따라 선거 판도 요동 세계 정치와 무역 질서를 흔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연합(EU)을 향해 관세폭탄의 집중포화를 쏟아붓기도 하고, ‘정적’인 러시아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좌충우돌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분기(4~6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4.1%라는 기록적인 성장세를 발판으로 최고점인 45%를 찍었다. 이는 2020년 재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오는 11월 중간선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리얼클리어 폴리틱스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기도 했다. 하원 의석을 공화 202, 민주 199(경합 34곳)로, 상원 의석도 48대45(경합 7곳)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여당(공화당)이 하원의 다수당을 야당(민주당)에 빼앗기는 선례를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바로 취임 초기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던 ‘러시아 스캔들’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크 코언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큰아들인 트럼프 주니어가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따라서 이번 중간선거의 승패는 ‘러시아 스캔들’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워싱턴 정가의 시선은 ‘북·미 관계’가 아니라 바로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입’에 쏠려 있다. 언제쯤 수사 결과를 발표하느냐에 따라 중간선거의 판도가 뒤흔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최측근 코언의 변심… 특검 호재로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 ‘충견’으로 불리는 코언이다. 그는 2006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잡일을 챙겨 온 ‘집사’다. 그런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며 뮬러 특검에게 ‘협조’를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치명적인 개인사까지 아는 코언의 변심은 뮬러 특검에게 가장 큰 ‘호재’다. 코언은 지난 2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아내와 딸, 아들이 내가 가장 충실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가족과 국가를 최우선에 둔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뮬러 특검에게 협조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언은 지난달 26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프 인사들과 러시아 관계자의 만남인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CNN 등 미 언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당시 대선 캠프 측과 만나자는 러시아 측 인사들의 제안에 관해 아버지(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으며 당시 자신(코언)은 이 대화가 오간 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코언의 주장을 뒷받침할 녹취록 등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언의 주장에 따라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 대통령과 큰아들인 트럼프 주니어 등 측근을 조여 오자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2016년 트럼프타워 회동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타워 회동에 대해 “이건 상대편(민주당 힐러리 진영)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한 회동이었다”며 “전적으로 합법적이었고 정치에서는 늘 행해졌던 일이다. 그리고 아무런 성과(진전)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에 관해 몰랐다”고 결탁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뮬러 특검과 이를 보도하는 미국 언론을 싸잡아 공격했다.●선대위원장 매너포트 재판… 스캔들 분수령 또 하나의 러시아 스캔들 분수령은 ‘특검 기소 1호’인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의 재판 결과다. 지난달 31일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두 번째 재판은 오는 9월 열린다. 매너포트의 재판 결과가 사실상 뮬러 특검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매너포트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특검팀의 신뢰도 타격은 물론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특검수사를 걷어치우라’는 요구가 확산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 등은 전망했다. 반대로 매너포트가 유죄 선고를 받는다면 특검수사를 마녀사냥으로 공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코너로 몰리게 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매너포트의 유죄가 인정된다면 뮬러 특검에 힘이 실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주니어,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이 코너에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거 전 발표 땐 후폭풍 커… 내년 연기될 듯 로드 로젠스타인 미 법무차관은 지난해 5월 17일 전격적으로 뮬러 특검을 임명하면서 지난 대선 기간인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의 공모 관계 수사를 허용했다. 특히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경질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마이클 플린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혐의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하려는 의도였는지,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공개적인 증거가 아직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뮬러 특검의 마지막 관문인 트럼프 대통령 대면 조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뮬러 특검의 대면 조사에 응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백악관은 공공연하게 이를 거부해 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조사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뮬러 특검은 로젠스타인 차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소 또는 불기소 내용을 포함한 기밀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수사를 종료한다. 그러면 로젠스타인 차관은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한 모든 형사사건에 대해 서명하고 법무부가 뮬러 특검의 권고를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를 판단해 의회에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와 종결 시점에 따라 중간선거의 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 연말까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마무리 짓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연방 검찰은 일반적으로 선거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정치인들에 대한 공개적인 수사 절차를 피하고, 기소장도 반려한다고 미 법무부는 규정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로젠스타인 차관이 2018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오는 9월 30일에 뮬러 특검팀 수사를 자연스럽게 끝내도록 하는 방법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절차와 상관없이 로젠스타인 차관이 뮬러 특검팀의 수사 중단을 요구하면 뮬러 특검은 바로 해임되고 수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연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는 ‘규정에 따라 임명된 특별검사는 제한된 시간과 범위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조사는 분명한 종점이 있다. 조사 기간과 범위는 언제나 법무장관(대행)의 통제하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공화당 의원 11명이 지난달 25일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의 탄핵안을 발의하면 ‘특검의 수사 중단’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도 법무차관의 탄핵안 발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사실상 의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위싱턴의 한 외교관은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가 오는 11월 중간선거 전에 발표된다면 미 정가에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면서 “따라서 중간선거 이후인 내년 초쯤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MB 퇴원 후 첫 재판… “김소남에게 공천헌금 2억원 받아” 김백준 자술서 공개

    MB 퇴원 후 첫 재판… “김소남에게 공천헌금 2억원 받아” 김백준 자술서 공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008년 4월 총선 전후로 김소남 전 한나라당 의원에게 공천헌금 2억원을 받아 건넸다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자술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7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는 2008년 총선 당시 공천헌금과 관련된 검찰 측 서증조사가 진행됐다. 지난달 30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수면무호흡증과 당뇨·고혈압 등의 지병에 대한 진료를 받고 지난 3일 퇴원한 이 전 대통령도 재판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법정의 방청성 쪽 난간을 짚으며 약간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법정에 들어섰다. 머리가 부쩍 하얗게 샌 모습이었다. 재판부가 별도로 이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묻지는 않았고 이 전 대통령 측도 병원 진료와 관련된 의견을 따로 밝히지 않은 채 재판이 시작됐다. 이 전 대통령의 퇴원 후 첫 재판이어서인지 이날 법정에는 과거 친이계 의원들도 여럿 참석했다. 재판을 여러 차례 방청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을 비롯해 주호영 자유한국당 의원, 이춘식·임동규·안경률 전 한나라당 의원이 방청석을 지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날 재판에서 2008년 총선 당시 공천헌금에 대한 혐의가 다뤄졌고, 친이계 인사들은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서증조사 자료 화면을 유심히 지켜봤다. 2008년 총선 당시 언론기사나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의 회고록 등을 통해 “이번 공천은 이재오·이방호가 다 한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과 기사 속 사진을 통해 자료화면에 이 전 장관이 몇 차례나 등장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2008년 3월 김소남 의원으로부터 ‘이명박 대통령께 부탁해 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게 해달라’는 말을 듣고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후 김 의원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며 자필로 적은 자술서를 공개했다. 지난 1월 30일 작성된 자술서에서 김 전 기획관은 “2008년 3~4월쯤 김소남 의원으로부터 청와대 앞 도로에서 5000만원씩 4번에 걸쳐 합계 2억원을 받아 대통령의 재산을 관리하는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전달했다”면서 “돈을 받기 전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소남이 인사를 했다’고 말씀드렸고, 이병모와 함께 집무실에 찾아가 돈을 받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 전 기획관은 자술서를 쓴 다음날인 지난 1월 31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도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의원이 공천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김 전 의원은 주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게 직접 (공천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을 했고 가끔 저에게도 이야기를 한 적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탁해 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전 의원이 총선 전후로 네 번에 걸쳐 5000만원씩 총 2억원을 건넸는데, 이에 대해 김 전 기획관은 “김 전 의원이 청와대 연무관이나 무궁화동산 부근에 와서 저에게 전화를 해 ‘저 왔어요’하면 제가 연풍문으로 나가 길 건너 인근 도로가에서 기다렸다. 그러면 김 전 의원이 시간 맞춰 차를 타고 와 제가 있는 도로가에 서행하면서 창문을 내린 다음 저에게 검은 비닐봉지를 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이라 1만원권으로 5000만원씩 담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총선에서 실제로 비례대표 7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김 전 기획관은 “대통령 취임 전 최시중, 이상득, 천신일 등 주요 핵심 멤버들이 공천자 선정회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천신일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소남 의원을 적극 추천했다”면서 “저는 2008년 3월 다른 업무보고 관계로 대통령 집무실에 갔을 때 ‘김소남이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더니 이 전 대통령이 저에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서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기획관 스스로도 김 전 의원에 대해 경력 등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했다고 인정하면서 “비례대표 7번으로 공천해줄 이유가 없었고, 그래서 김 전 의원이 도대체 이 전 대통령과 어떤 관계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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